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 식물학자가 자연에서 찾은 풍요로운 삶의 비밀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존 버고인 삽화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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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책이 아니다. 경제에 대한 책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경제와는 다른 경제를 이야기한다.


경제하면 자본, 자본을 쉽게 말하면 돈이라고, 돈을 어떻게 벌고 쓰느냐 하는 수입과 지출의 문제로 경제를 생각하면 안 된다. 저자가 말하는 경제는 화폐를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아니다.


화폐를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는 활동에 가장 중요한 것은 '희소성'이다. 희소성이 있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그야말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니 가격이 상승한다는 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경제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경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경제는 '호혜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호혜성이라는 말이 어렵다면 '선물'이라고 하면 된다. 선물... 주는 것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행위. 이런 행위들은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선물은 멈추지 않고 순환한다. 그리고 주면 줄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다. 경제의 무한 확장, 순환 관계 속에서 가치가 계속 늘어나는 경제 활동. 이것이 바로 선물 경제다.


그런 선물 경제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자연이라고 한다. 저자 역시 베리(이 책의 원제목은 서비스베리다. Serviceberry)를 통해 선물 경제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존재들과 얽혀 있다. 그리고 다른 존재들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내어준다.


이것이 선물이다. 기꺼이 내줌. 이러한 선물들이 돌고 돌면 결코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돌고 돌수록 가치는 늘어난다. 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유용함을 주기 때문이다.


식량을 저장하는 방식.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자신의 냉장고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이웃의 배에 저장한다는 발상. 이것이 바로 선물 경제다.


내게 남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없을 수도 있다. 이때 나눔은 선물이 되고, 이것은 나에게도 받는 이에게도 기쁨이 된다. 이런 선물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선물의 기쁨을 알기에 선물을 주는 행위는 지속된다. 반복된다. 하여 누구에게 필요한 것들이 선물이 되어 필요한 사람에게 찾아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호혜성'이다. 없다고, 희소하다고 값을 올려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데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것, 선물, 호혜성. 이런 사회에서는 결핍이란 없다. 내 결핍을 채워줄 선물이 올 테니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러한 선물을 줄 테니까.


자연에서 보고 배운 것, 느낀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데도 필요함을 저자는 느끼고, 그런 생활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선물 경제, 호혜성이 바탕이 되는 경제 활동은 누군가의 결핍으로 이익을 보지 않는다. 반대로 누군가의 결핍을 누군가가 메워주는 경제 활동을 한다. 하여 결핍은 줄고 풍요는 늘어나게 된다. 


자연, 우리 인간이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으면 제 자리를 찾아간다. 경쟁도 하지만 주로 협력을 하면서 자연의 생태계를 이루게 된다. 이런 삶, 이것이 '선물 경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희소성에 바탕을 둔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누군가의 결핍을 서로 메워주는, 선물이 돌고도는 사회, 그런 사회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사회가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미 선물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러한 사람들의 사례가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씩 변한다.


점진적 변화와 급격한 변화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 지금 인공지능으로 자연에서 더 멀어지려는 이때 우리가 어떤 사회를 꿈꾸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니시나베 전통 경제에서 땅은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원천이다. 재화와 서비스는 일종의 선물 교환을 통해 분배된다. 삶의 일부를 내어줌으로써 다른 생명을 떠받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음식을 먹고 우리의 영혼은 소속감에서 양분을 얻는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필수적인 음식이다. - P19

기후 재앙과 생물다양성 상실은 인간이 존중 없이 마구잡이로 자연을 취한 결과다.
선물을 받았을 때 우리의 첫 번째 반응이 감사라면 두 번째 반응은 보답이다. - P23

감사와 호혜성은 선물 경제의 화폐이다. - P24

물질은 순환 경제를 이루어 생태계를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탈바꿈한다. 풍요를 창조하는 것은 재순환이며 호혜성이다.

- P26

무언가가 선물의 지위에서 상품의 지위로 바뀌면 우리는 상호 책임에서 벗어난다. - P41

선물 경제에서 화폐는 관계다. - P50

이 관계는 감사로, 상호의존으로, 계속되는 호혜성의 순환으로 표현된다. 선물 경제는 상호 안녕을 증진하는 공동체의 유대를 길러준다. 선물 경제의 당위는 ‘나‘가 아니라‘우리‘다. 모든 번영은 상호적이기 때문이다. - P51

선물 경제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재화와 금전이 아니라 감사와 연결이다. 선물 경제에는 직접적 교환이 아니라 간접적 호혜를 위한 사회적, 도덕적 계약 체계가 포함된다. - P52

선물의 흐름에 의미가 있는 것은 규모와 맥락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물 경제가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공동체 규모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 P72

각 종은 다름으로써 경쟁을 피한다. 존재 방식의 다양성은 경쟁의 폐해를 막아주는 해독제다. - P96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돌아가려면 결핍이 있어야 한다. 이 체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결핍을 만들어내도록 설계되었다. - P98

받은 선물을 남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에 기초한 건물 경제의 토착 철학은 쌓아두기를 통한 인위적 결핍 창출을 용납하지 않는다. - P100

경제성장은 멸종의 엔진이다. - P105

무한히 재생 가능한 자원인 감사와 친절이 교환의 화폐인 사회에서 살고 싶다. 이러한 화폐는 쓸수록 가치가 낮아지는 게 아니라 나눌 때마다 증가한다. - P111

우리가 미래에도 번영하려면 축적에서 순환으로, 독립에서 상호의존으로, 상처내기에서 치유하기로 돌아서야 한다.

- P120

선물에 보답하는 재생 경제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P124

올 때보다 갈 때 더 좋은 곳이 되게 하렴.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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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장소
나희덕 지음 / 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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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세상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이, 만물의 파괴자가 되고 있는 요즘이 아닌가 싶다.


인간들끼리 전쟁을 한다고? 아니다. 죽어나가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도 인간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수없이 죽어나간다. 죽어나갈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삶을 유지하기도 힘들어 진다.


그들이 살아가는 장소를 파괴하는 인간들. 어찌 만물의 영장이라 할 수 있으랴. 하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인간은 만물의 파괴자라고 해야 한다. 이대로 나가면 이런 이름을 벗어날 길이 없어질 것이다.


나희덕의 산문집이다. 2017년에 출간한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를 개정한 개정판이라고 한다. 예전에 출간된 글을 다시 손보고 낼 정도로 우리가 마음을 놓을 장소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마음을 놓는 장소, 어디일까? 장소라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장소라는 말에는 사람도, 시간도 포함되고, 추상적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포함된다. 그러니 우리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존재라면 바로 '마음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산문집에서 많은 장소들이 나온다. 글쓴이의 글을 따라가면서 단지 글자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간다. 글쓴이가 마음을 주는 장소에 읽는 나도 마음을 주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을 놓아두게 된다. 그 장소에... 또 글쓴이가 언급하지 않는 장소를 찾고 거기에 내 마음을 놓기도 한다. 내게도 마음의 장소가 있지, 그래, 누구에게나 마음의 장소가 있다. 


그 장소를 떠올리면서 자신을 추스리기도 할 테고... 이런 마음의 장소 중에 글쓰기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그것은 글쓴이의 이 문장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상적 시간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는 일이다.'(68쪽)


즉 글을 쓸 때 자신의 마음을 그곳에 놓아두게 된다. 마음을 놓아두고 그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어쩌면 글을 쓰는 일은 자신의 뒷모습을 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신의 뒷모습을 보지 못하고 남이 본 뒷모습을 통해 내 뒷모습을 인식할 뿐인데...


그런 뒷모습이 바로 내 본연의 모습일지로 모른다는 생각. 스티브 잡스의 아버지(키워준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 곳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는, 그렇다면 내 뒷모습에 나 역시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뒷모습이 바로 내 마음의 장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


글쓴이는 '무엇보다도 뒷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세상에 넘치는 거짓과 위선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그나마 정직하고 겸손할 수 있는 것은 연약한 등을 가졌기 때문이다. 뒷모습을 가졌기 때문이다.'(86쪽)고 하고 있다.


뒷모습을 인식할 수 있는 사람, 그는 정직할 수밖에 없다. 꾸미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장소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하여 우리가 마음을 놓을 장소가 거창하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 간이역처럼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는 작은 장소여도 된다. 


'빠르게 달리던 기차가 잠시 속도를 늦추는 간이역들은 앞만 보고 달려가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지금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되묻게 하다. 그 작은 모퉁이에서 꿈과 현실, 기억과 예감은 서로 흘러들어 오롯한 공간을 만든다.'(231쪽)


그렇다. 바로 이러한 간이역과 같은 곳, 그곳이 바로 우리가 마음을 놓을 장소다. 그런 장소를 지니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은 정직하고 겸손한 모습일 것이고, 인간뿐만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함께하는 사람일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랑하지 않고 만물과 함께하는 그런 존재라고... 그의 앞모습, 뒷모습이 모두 보여줄 것이다. 그러한 마음의 장소를 지닌 사람들이 많아질 세상. 그런 세상이 바로 글쓴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이지 않을까.


나도 내 마음을 놓을 오롯한 장소를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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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1 10: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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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랭귀지 Photo Language - 크리에이티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용호 지음 / 몽스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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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사진을 주로 찍었던 작가라고 한다. 그가 작업한 내용을 책으로 정리했는데, 단순히 이윤을 위해서 일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이윤을 위해서 일을 하는 작가가 상업 작가라고 하더라도, 이윤을 내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는 같은 것만을, 단순한 것만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 작가와 상업 작가를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윤을 위한 기업의 의뢰를 받아 활동을 하느냐, 그러한 의뢰 없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작업을 하느냐는 차이는 있겠지만, 결과물에서 예술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성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는 전적으로 내 생각이다)


김용호라는 사진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기업이 의뢰한 활동을 하는데도 자신의 창의성을 십분 발휘한다. 의뢰한 대로만 하면 그러한 의뢰 역시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 왜냐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고만고만한 광고 사진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기업의 특성을 잘 드러낼 사진을 원하기 때문이다.


미처 자신들도 모르고 있었던 기업의 특징, 작가가 작업한 내용을 보고 아, 우리가 이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 아마도 기업은 그 사진가에게 지속적으로 작업을 맡길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어떻게 작업했는지, 왜 자신의 활동을 정리해 놓은 이 책 제목을 '포토 랭귀지'라고 했는지 알게 된다.


그는 '커머셜 영역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해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물론 그가 든 세 가지는 실력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실력이 없으면 안 되니... 굳이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할 필요는 없다.


그 세 가지는 '예절, 겸손, 배려'다. 이것들은 모두 관계다. 상업적이든 아니든 '관계'는 그만큼 중요하다. 천재라 불리는 재능을 지니고 있어도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하면 그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그러니 그가 말한 것,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 세 가지와 창의성이 어떻게 연결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창의성이 없는 것에서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관계를 통해서 새로운 관계, 관점을 만들어가는 것이 창의성이니, 창의성에서도 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작업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그는 어떤 일을 맡더라도 철저하게 준비한다. 현장 답사는 물론이고, 도서관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성이 작가로서 그를 우뚝 세우는 요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 그는 많은 사람과 교류를 한다. 소위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것인데, 이는 예절, 겸손, 배려를 몸에 지니고 있어야 잘 만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어려운 작업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는 작품을 의뢰한 클라이언트의 말, 주문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에게 새로움을 제시하는 자세로 나아간다. 여기에서 사진이라는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자신의 일을 넓혀간다. 


그가 최근에는 재능 기부를 통해 많은 공익 활동을 하는 것도, 영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도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에는 저자인 김용호의 작품 활동이 정리되어 있다.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보여주는 작가의 사진에 감탄하기도 한다. 


결국 사진은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있음에도 보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보여주는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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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야구 - 화가 난다는 건,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튼 시리즈 79
김영글 지음 / 위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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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천만 관중을 끌어들이는 운동 경기. 우리나라에서 야구만큼 많은 관중을 모으는 운동 경기가 있을까? 축구도, 농구도, 배구도 인기가 있는 운동이지만 절대적인 관중수에서는 야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물론 야구가 경기 수가 가장 많기도 하지만, 경기장에 수용할 수 있는 관중도 야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역동적인 응원도 할 수 있고, 공수가 바뀌는 시점에 경기를 놓칠 걱정 없이 잠깐 쉴 수도 있고, 또 간식거리부터 맥주까지 먹고 마시면서 경기를 즐길 수가 있다. 또 경기 시간은 어떤가. 다른 어떤 운동 경기보다 길다. 테니스에서 메이저 대회를 보면 5시간 이상 걸리는 경기도 있지만, 야구는 3시간이 기본이다.


이동 시간을 보충하고도 남는 시간을 경기장에서 보낼 수가 있다. 그러니 야구를 좋아할 동기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 [퍼펙트 게임]도 있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팽팽했던 투수전. 끝까지 경기 결과를 알 수 없는 두 투수의 대결. 그런 긴장감을 주는 야구 경기. 


조금 일찍 야구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일어났던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와 한대화의 역전 홈런을 기억할 것이고, 이보다 더 일찍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 고교야구대회 경기를 기억할 것이다.


선린상고, 경북고, 군산상고, 부산고, 광주진흥고 등등, 야구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는 학교들. 많은 야구 팬들을 경기장에 또는 텔레비전 앞으로 불러들였던 경기들.


이 책의 저자는 공을 두려워하던 사람에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과 자신이 야구를 어떻게 즐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 야구 규칙에 대해서 완전히 알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알기만 해도 야구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저자가 표현하듯이 야구란 운동은 집에서 출발해 집으로 돌아오는 경기 아니던가. 집에 많이 돌아올수록 점수가 올라가는, 결국 집에 돌아온 사람의 수가 많은 팀이 이기는 경기.


하, 또 저자는 신화에 비유를 하기도 한다. 집에서 집으로, 이는 오딧세우스의 모험과 연결이 되고, 베이스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주자의 모습에서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지상으로 올라오는 오르페우스를, 파울이 계속되면 결말이 날 때까지 쳐야 하는 시시포스를, 타자를 현혹시켜야 하는 투수에게서는 세이렌을 연상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니 와, 야구와 신화를 이렇게 비교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기도 하고.


그럼 더 나아가서 경기를 하는 두 팀을 응원하는 관중들은 그리스와 트로이로 각자 나눠 응원하던 신들과 비슷하다고 해도 되겠지 하는 생각도 하고. 


이렇게 새삼 야구에 대해서 다른 각도에서 생각도 하게 되고, 내가 봤던 경기나 또 내가 아는 선수들 이름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아무튼, 야구' 이야기는 내 흥미를 자극하니까.


  이 책을 읽고 야구에 흥미가 생겼다면 김은식이 쓴 [야구의 추억]을 읽으면 좋을 텐데, 이런 검색해 보니 절판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프로야구 초창기에 활약했던 선수들이 나오는데, 그들에 관한 이야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데... 혹 도서관에 있다면 읽어보시길.


  아무튼, 야구니까, 저자가 야구에 흥미를 느끼고 내향적인 사람이 경기장에 가서도 즐길 수 있었다는 얘기, 또 왜 야구에는 여자가 잘 나오지 않을까 하다가 - 치어리더나 시구를 하는 사람 빼고 -, 여자 야구대회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직접 찾아가서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고... 여자 야구는 프로야구가 아니지만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야구를 하고 있다고.


또 야구장에만 있는 일로 경기 시작 전에 애국가를 틀어주는 국민의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나도 의문이었다. 프로경기를 하는데 웬 애국가? 국가 간 대항 경기도 아닌데...


이건 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 아니, 프로야구 경기 전에 애국가를 틀지 않았다고 애국심이 없어지나? 그건 아니지 않나. 오히려 애국가를 트는 국민의례를 하는 것이 국민의 피를 딛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과 그 세력들이 자신들의 불의를 감추려는 의도로 3S정책을(스크린, 스포츠, 섹스) 실시했던 것이 지속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니 이제는 그러한 국민의례는 폐지해야 한다.


영화관에서 영화 시작 전에 했던 애국가 틀기나 대한뉴스라는 정부 홍보 영상도 다 폐지되었는데, 이 무슨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행사인지... 천만 관중이 들어서는 야구장에서 말이다.


이렇게 이 책을 읽으며 야구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떠올렸는데, 무엇보다 어린 시절에 보던 만화책을 많이 떠올렸다. 스포츠를 다룬 만화책에 야구 만화도 참 많았는데... 그러고 보니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공포의 외인구단]이 있었네... 이상무 만화가의 주인공인 독고 탁도 있었고... 귀여운 얼굴의 독고 탁이 마구마구 마구를 던지는 장면도 기억이 나는데...


야구에 관한 이야기와 관련되어 저자는 [머니 볼] 이야기도 한다. 미국 야구의 틀을 바꾸어버린 이야기. 통계와 확률. 야구는 과학인가? 미신인가? 하면서 수학과 과학을 이용해 야구를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그러한 합리성을 넘어 야구에는 징크스와 같은 미신도 작용을 한다고...


또한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타나 그것이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야구를 좋아하게 한다는 것. 예전에 누군가 그랬는데... 투수가 선동열인지 최동원인지 또 타자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공이 하도 빨라 그냥 눈 감고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그것이 홈런이 되었다는 그런 우연. 이 우연이 경기를 바꿔버리는 일도 있는 경기. 야구.


[아무튼, 야구]는 야구에 대해서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쉽게, 또 다가가기 편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야구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읽으면서 야구라는 운동이 이런 매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곧 야구 경기가 개막된다. 한 번쯤 야구 경기를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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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1 1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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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 - 우주 불평등 시대를 항해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긴박한 질문들
최은정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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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인류가 우주 개발을 한다면 책의 제목처럼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각 나라에서 우주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지구인이 함께 잘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주를 군사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으니, 인공지능이 군사와 결합이 되어 얼마나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지금 현실에서 겪고 있는데, 이 인공지능과 비슷하게 우주에 있는 위성들도 군사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하니,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쏘아 올린 위성들이 시한이 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또는 파괴된 위성들을 회수하지 못해 지구 궤도에서 계속 떠돌고 다른 위성들과 부딪칠 가능성도 있는 상태라고 하니, 이것 역시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우주 쓰레기 문제도 심각한데... 이 우주 쓰레기가 위성과 충돌하면 또 다른 우주 쓰레기가 발생하고, 이는 연속적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이것뿐인가? 달에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데, 지구인이라는 관점에서 모두에게 이로운 쪽으로 운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달의 자원을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각 나라들의 경쟁을 부추기게 되고 이것이 우주에서의 충돌뿐이 아니라 지구에서의 충돌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세상에 우주 개발이 무슨 선착순인 줄 아는지... 우주 개발이 선착순이라면 이것은 이미 불평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이 우주 개발을 선점하고 있기에 이들은 한없이 유리한 위치에서 온갖 이익을 독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선착순이 되지 않게 해야 하는데 과연 지금 그러하고 있는지...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데 나는 우주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큰 관심이 없었는데 그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그 경이로움에 감탄만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주 개발이 상당히 진척되었으며,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인류를 이주시키겠다고 하는 말이 단순한 호언장담이 아니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달과 화성만 생각해 보자. 이를 근대에 접어들어 지구에서 일어났던 대항해시대에 비견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대항해시대는 특정 나라들이 다른 나라, 대륙을 착취해서 자신들의 부와 군사력을, 말 그대로 부국강병을 추구한 것이라면 지금 시대 우주 대항해시대는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달과 화성뿐만 아니라 앞으로 태양계 너머로까지 인류가 나아가는 우주 대항해시대가 된다면 그것이 특정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 모두를 위해서, 또 단지 지구에서 살 수 없으니까 다른 행성을 개척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구와 우주에 있는 다른 행성들이 공존한다는 의미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고, 우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 궤도에 있는, 즉 가까운 우주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위성이 지구 저궤도에 떠 있다고 하는데, 이들 중에 상업적 목적으로 떠 있는 위성들이 더 많다고 하니, 그것도 미국의 위성들이지만, 그러한 상업적 이익이 아니라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위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않지만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위성들도 많다고 하니...


또한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우주를 군사적인 목적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하는데... 각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 국제적인 조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또한 만들어져도 잘 지키지 않는 현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근대에 일어났던 대항해시대를 우주 시대에도 반복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저자는 그런 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알아야 한다. 우주 개발이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지, 문제는 무엇인지 알아야 대처를 할 수 있다. 즉 문제를 알아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우주 개발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잘 알려주고 있는데 어려운 말보다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2부에서 이를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2부에 나오는 장들의 제목만 봐도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우주 불평등 : 개발은 과연 모두에게 좋은가? 

  우주의 평화적 이용 : 다자간 공평한 공존은 가능한가? 

  우주상황인식 : 쏘아 올린 우주물체는 안전한가? 

  우주영역인식 : 극단적 패권 다툼을 통제할 수 있는가'


이 제목들이 바로 문제다. 문제는 이미 제기되었다. 우리가 할 일은 답을 찾는 일이다. 어쩌면 답도 이미 나와 있는지 모른다. 아니, 나와 있다. 다만 그 답을 내어놓지 않으려 한다. 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답대로 해도 저들이 답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 손해라는 그런 신뢰의 부족.


하여 이 신뢰 부족을 줄이면서 답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으려면 규약을 만들어 강제력을 지닐 필요가 있다. 권고로는 안 된다. 강제력이 있어야 한다. 지구 전체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서 우주 개발에 대한 협정, 규약, 제도가 필요하다. 강제력이 있는.


하여 저자는 '국제 우주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시급한 일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저자의 말, 가슴을 울린다. 명심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소수의 기업과 국가가 지배하는 우주인가? 인류 전체가 평등하게 꿈을 펼치는 우주인가? 우주 정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정의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이다. 속도보다 방향을, 소유보다 상호운용을, 독점보다 신뢰를, 그리고 안주하기보다 도전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302쪽)


참고로 지금 우주로 쏘아 올린 위성의 분포를 보자. 


'지금까지 지구 궤도로 발사된 2만 2,000여 개의 인공위성은 미국이 61퍼센트로 단연코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러시아가 17퍼센트, 유럽이 7퍼센트, 중국이 6퍼센트, 일본이 1.5퍼센트, 한국이 0.2퍼센트를 차지한다.'(144쪽) 


과연 모두를 위한 우주인지 이 수치만 보아도 의구심이 들 것이다. 이 책의 제목대로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가 되지 않게 하려면 우주 속의 지구라는 관점... 우리는 모두 지구에 살고 있는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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