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꿈의 과학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장혜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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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해석해주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꿈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심리학 책이 아니라, 뇌를 분석하여 꿈의 작동방식을 밝혀내려 한 뇌과학 책이라고 해야 한다.


이 책을 읽다가 그동안 한번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발견하고는 반갑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왜 인간이나 동물에게 잠이 필요할까? 또 꿈에는 어떤 진화적 요소가 있을까 하는... 진화는 살아가는데 적응하도록 변화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잠 역시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요소였기에, 지금도 8시간 정도는 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리라.


잠이 인간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였을 테고,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이 책에 나온 이 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뇌는 깨어 있는 동안에는 주변 상황에 집중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저장해두었다가, 잠이 들면 정보를 검토하고 수정하고 그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한다.

깨어 있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데 2시간이 걸린다면, 뇌가 새로운 정보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내는 데는 1시간이 걸린다. 이 1시간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되고, 깨어 있는 동안의 사고와 행동 스위치를 내리는 정상적인 하향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것이 바로 진화가 수면에 할당한 중요한 임무다. (93쪽)


잠은 다양한 형태의 기억을 강화한다. (95쪽)


이 말에 따르면 진화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그것도 좋은 쪽으로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잠이야 그렇다쳐도 그렇다면 꿈은 어떤가? 왜 잘 때 꿈을 꾸는가? 꿈을 전혀 꾸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확인하기 힘들다. 그런 사람을 예외로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꿈을 꾼다.


자신이 꾼 꿈을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꾼 꿈 중에 대부분은 잊고 말지만, 그래도 꿈은 꾼다. 그렇다면 꿈은 어떤 역할을 할까?


꿈은 기억을 그대로 재생하지 않는다. 꿈은 최근 기억과 요점이 같고 제목이 비슷한 내러티브를 창조한다. 이는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기억 진화가 꿈과 어떻게 비슷한지 우리가 발견한 첫 번째 사례이다. (97쪽)


이 말에 의하면 꿈은 우리의 기억을 재생한다. 기억을 재생하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을 반추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우리가 잠들기 직전에 고민하고 있었던 내용을 꿈으로 발현시키기도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아주 작은 연관성이 있는 것들이 렘수면 단계에서 꿈으로 발현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우리 뇌에 쌓여 있던 것들이 꿈을 통해서 발현이 되고, 그것들이 우리들 삶을 건강한 쪽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꿈의 기능이 과거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며, 우리 삶에서 '다음에 next up'(저자들은 이 말을 자신들의 꿈 이론인 넥스트 업과 관련지어 말하고 있다.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자기들 주장의 강조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들이 말하는 꿈이론은 '넥스트업'이론이라고 하는데, 이는 Network Exploration To Understand Possibilities의 약자다.) 무엇이 올지 발견하게 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동안 뇌가 하는 일이다.'(341쪽)고 하고 있다.


즉 꿈은 우리에게 과거를 살피게 하고, 그것을 통해서 미래를 잘 살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 다양한 사례들을, 과학적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가령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같은 경우는 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것을 이런 식으로 도표화하고 있는데... 




이런 결과를 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렘수면에 들게 하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렘수면에 들면 정상적인 꿈을 통해서 상처에 대한 기억을 약화시켜서 그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프라조신(Prazosin)'이라는 약품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사례만 보아도 꿈은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이 책은 꿈에 대해서 의학적, 과학적 접근을 하고 있다. 예지몽이나 텔레파시와 같은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는 접근법을 택하고 있기도 하고. 


결국 꿈은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것이라고, 우리가 더 잘 생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고, 그래서 꿈은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들은 이 책의 말미에 자신들의 주장을 한 장으로 정리해 놓았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넥스트업이 밝힌 꿈의 작동 방식

 

I. 꿈은 수면의존적 기억 진화의 독특한 형태로, 예측하지 못했고 보통 이전에는 탐색하지 않았던 연관성을 발견하고 강화하면서 기존 정보에서 새로운 지식을 추출한다.

  A. 이를 위해 꿈은 깨어 있는 동안에는 보통 뇌가 고려하지 않을 연관성을 탐색한다. 꿈은 뇌가 잠재적으로 미래에 유용할 것으로 계산한 새롭고 창조적이며 통찰력 있는 연관성을 찾고, 이런 연관성 발견되면 강화한다.

  B. 뇌속 노르아드레날린이 감소(N2단계 수면)하거나 사라지면 (렘수면) 약한 연관성을 찾는 과정이 쉬워진다.

  C. 꿈은 지속되는 근심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꿈꾸는 사람이 이 근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근심과 가능한 해결책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D. 꿈은 보통 지속되는 근심에 대한 명확한 관련성이나 유용성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꿈은 오히려 뇌가 이런 근심이나 비슷한 근심을 해결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계산한, 이전에는 예측하지 못한 연관성을 식별한다.

  E. 세로토닌이 감소(N2단계)하거나 사라지면(렘수면) 뇌는 꿈의 연관성을 의미 있고 유용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으로 기운다.


II. 깨어 있는 동안의 모든 경험과 사건이 동등하게 통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A. 꿈을 꿀 때 뇌는 감정적으로 두드러지는 지속되는 근심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B. 선택된 근심은 해결되지 않은 질문을 포함한다. 뇌는 이에 대해 미래에 유용할 답변을 계산한다.

  C. 이런 근심이 심각한 문제일 필요는 없다. 전날 무심코 들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나 다음 날 버스가 몇 시에 출발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

  D. 넥스트업은 실제 사건이 일어날 때나 몽상 중일 때, 백일몽 또는 수면 시작 때 근심을 인식하고 꿈처리를 위해 꼬리표를 붙인다.

  E. 수면 시작(N1 단계 수면), N2 단계 수면 및 렘수면 꿈은 다양한 근심과 연관성을 통합한다.

     1. 입면기(N1단계 수면) 꿈은 수면 시작 직전에 생각한 근심과 명백하게 관련되는 경향이 있다.

     2. N2단계 꿈은덜 명백하지만 최근 일어난 일화적 기억에서 발견되는 연관성을 통합하는 경항이 있다.

     3. 렘수면꿈은 현재의 근심과의 관계가 휠씬덜 분명한더 오래되고 약한 의미적 연관성을 통합한다.


III. 꿈의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는지가 꿈의 본질을 규정한다.

  A. 꿈은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낮에 기억할 때처럼 재생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B. 꿈은 일화적 기억과 의미 기억의 단편을 모두 모은다.

  C. 일화적 기억은 그대로 꿈에 통합되지 않으며, 현재의 근심이 꿈에 직접적으로 언급되거나 통합 되는 일은 드물다.


IV.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꿈을 의식적으로 경험해야 한다.

  A. 가능한 시나리오를 탐색할 내러티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꿈 경험이 필요하다.

  B. 이런 시나리오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감정적 느낌을 생성해야 한다.

  C. 이를 통해 뇌는 꿈꾸는 사람의 마음이 꿈속에 묘사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추적하고, 그 다음 꿈꾸는 사람의 반응이 꿈속 인물이나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한다.

 

V. 넥스트업의 결과

  A. 꿈꾸는 동안 세로토닌 수치가 감소하면 뇌는 약한 연관성을 유용할 뿐 아니라 의미 있는 것으로 분류하는 쪽으로 치우친다. 꿈이 그토록 자주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B. 뇌가 꿈에 끼워 넣는 연관성은 보통 약하고 이전에 탐색되지 않은 것이어서, 현재의 근심과의 연관성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런 연관성이 식별될 수 있어도 뒤얽힌 내러티브에 깊이 묻혀 있거나 꿈에서 흔히 드러나는 기괴함 때문에 모호하다.

347-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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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질병, 전쟁 : 미생물이 만든 역사 -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아주 작은 생물
김응빈 지음 / 교보문고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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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남용이라는 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감기에만 걸려도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해서 문제라는 말도 들어봤을 것이고.


항생제는 미생물에 저항하는 약품이라고 보면 된다. 즉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항생제가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미생물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몸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미생물까지도 억제하거나 죽이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미생물들도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즉 내성이 생긴 미생물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강한 항생제가 필요하고, 그 항생제에 맞서 내성이 더 강한 미생물들이 나타나고, 이렇게 항생제와 미생물은 악순환의 관계에 빠져든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인간들이다. 인간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약을 개발했는데, 그 약으로 인해 질병을 치료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 자체가 문제다. 그것도 우리는 미생물의 1% 정도밖에는 알지 못한다고 하니...


신종 바이러스, 신종 박테리아 등등 새로운 미생물들이 발견되지만 그것들이 아직 인류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질병들도 계속 나오고 있지만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것들도 많고.


어떻게 보면 미생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보다 길다.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가 나타난 것이 미생물이라고 하고, 그 미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내 지구에 다른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생명체들을 이용하기도 했고.


진화론 관점에서 보면 미생물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미생물이 다 없어지는 순간 인류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로운 미생물만 없앨 수는 없다. 마법의 탄환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마법의 탄환도 무한정 쓸 수 없다. 방어막을 형성하는 미생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미생물과 공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익혀야 한다가 아니라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미생물과 공존한 역사였다. 미생물들로 인해 우리가 삶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오픈 바이옴'이라는 회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 많다.


건강한 사람의 똥(변)을 이식하는 기술, 이것은 이미 알려진 기술이고, 현재 시판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아직은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사람의 몸에서 나온 똥에 있는 미생물들이 장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에서 착안해서 이용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바로 인간과 미생물이 공존하는 모습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이러한 미생물들과 공존하고 있다. 건강을 해치는 미생물이든, 건강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이든 그들 미생물은 모두 우리 몸 속에 공존하고 있다.


좋은 것만 남길 수는 없는 법. 좋은 것, 좋지 않은 것이 함께 있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가 미생물을 바라보는 태도고 그러해야 한다. 다만, 좋지 않은 미생물은 평소에는 잠잠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이런 미생물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계기가 바로 술, 전쟁으로 인한 환경 악화다. 열악한 환경에 처하면 몸의 면역력 또한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미생물들의 역학 관계가 바뀐다. 그동안 몸에 좋은 영향을 주던 미생물들이 좋지 않은 미생물들을 억제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좋지 않은 미생물들이 좋은 미생물들을 억제한다. 이것이 질병이다.


다들 잠재적으로 양쪽 미생물들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과 자신의 몸-마음 상태에 따라 어떤 미생물들이 우위에 서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니 단지 질병을 미생물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그런 미생물들을 활동하게 한 환경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술이 좋을 때도 있지만 - 세상에 모두 나쁜 것이 없듯이 모두 좋은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 - 건강을 해칠 때도 있고, 전쟁은 거의 인류의 건강에 적신호를 준다. 이 책에서 전쟁을 다룬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전쟁으로 미생물들이 밖으로 드러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도와주기도 했지만, 전쟁으로 인해 미생물들의 활동이 강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건강 악화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이 책은 몇몇 미생물들을 인류 역사를 통해 살피고 있다. 그것들이 어떻게 발견이 되었고, 치료법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또다른 미생물들의 변종들이 나타나는 과정과 우리가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함을 역사를 통해서 살펴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분명한 사실은 미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간의 삶도 끝이라는 것이다. '반감'보다는 '공감'의 자세로 미생물을 바라보자. 우리는 삶의 반려자이자 조력자인 미생물과 함께 조화 속에 살아가야 하니 말이다.'(279쪽)라는 저자의 말을 명심하자.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저자는 인류 역사에 나타난 질병, 그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그리고 그러한 미생물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과학자-의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결코 인류의 역사와는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미생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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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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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사회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곤충사회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좋다. 왜 곤충 이야기를 하는가? 바로 우리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곤충에게서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운다고나 할까.


이 책은 최재천 교수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본인이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 의예과에 가려고 했으나 떨어져 2지망으로 동물학과(생물학과)에 입학하고, 학과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다가 유학을 결심하고, 유학해서 생태학을 공부하면서 민벌레를 연구하고, 개미를 연구하게 되는 과정이 초반에 잘 나와 있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연구 성과와 우리들의 삶을 연결지어 이야기를 한다. 곤충 사회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협력을 한다. 즉,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협동을 통한 경쟁이라고 해야 옳다는 것이다. 경쟁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과정을 협력을 통해 이루어나간다는 사실. 이것이 사회적 존재로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점을 곤충 사회를 통해서 잘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존재들은 하나의 역할만 하는 존재로 구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 한 장소에 함께 있어야 한다. 같은 종 내에서도 다양한 역할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사회를 이룰 수 있는데, 이를 확장하면 생물종이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해야 한다.


다른 생물종을 파괴하면 결국 자신도 살아남기 힘들다. 생물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이때 이 점은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멸종시킨 생물들로 인해 인간이 멸종할 수가 있다. 하긴 그것을 피하기 위해 화성으로 이주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주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이주에도 한계가 있으니, 지금 살고 있는 지구를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인간 중심의 개발을 멈추고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기보다는 적정한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그 인구를 유지하면서 다른 종들과도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책 전반에 걸쳐 실려 있다. 자신의 삶과 생물학 연구 동향, 성과와 그리고 우리 인류의 삶이 연결되고 있다. 하긴 인간의 삶이 다른 종들의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음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다윈을 빌리지 않더라도 지구상에 있는 생물들은 하나에서 시작되었음을, 창조론을 신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 말이 바로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음을,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삶을 추구해야 함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저 같은 생물학자에게 자연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성공 사례가 뭐냐고 물으면 열 명 중 아홉은 이렇게 답할 겁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과 그들을 방문해서 꽃가루를 옮겨주고 그 대가로 꿀을 얻는 곤충의 관계라고요. ... 꽃을 피우는 식물은 자연계에서 무게로 가장 성공한 존재이고, 곤충은 숫자로 가장 성공한 존재입니다. 이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거리며 물고 뜯어서 성공한 게 아니고 서로 손잡고 함께 성공한 겁니다.' (15쪽)


이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것을 최재천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과 생물학의 성과를 연관지어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지금 기후 위기의 시대에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도 직시하고 다양한 종들이 공생할 수 있는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이 말을 사람들에게로 확장해서 말하고 있다.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명한 인간이라는 자화자찬은 이제 집어던지고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공생적 인간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로서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공생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기 때문입니다' (279쪽)


최재천 교수는 이 책에서 인간과 다른 종들의 공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간이 다른 종들만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보라. 또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 위험에 처한 나라들을 보라. 여기에 좀 가지고 있다고, 힘이 있다고 없는 사람들, 약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람들을 보라. 


다른 종과도 협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같은 종인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죽는 그런 관계가 계속 유지된다면 다른 종의 멸종으로 인간이 멸종에 이르기 전에 인간끼리 서로를 멸종시키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 자연으로부터 배우라고 그렇게 수십억 년의 진화를 통해 자연이 보여주고 있는데, 사피엔스라고 지혜롭다고 하는 인간이 기를 쓰고 배우지 않으려고 하고 있으니... 이 책을 쓴 저자는 얼마나 답답할까. 읽는 나도 답답했는데...


하지만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생물 다양성에 대해서도 그리고 인류의 평화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아직은 희망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런 책도 나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단순히 곤충사회에 관한 책이 아니다. 우리 인간 사회, 아니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종들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최상위에 있는 인류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최재천이 말하는 인간사회다. 우리가 처한 현실과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 사회다. 그것이 우리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도 좋지만 호모 심비우스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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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10-22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 때문에 생각났는데 딱 보여서 놀랍고 반갑네요.^^

kinye91 2024-10-22 09:45   좋아요 1 | URL
하하, 좋네요. 가끔은 이렇게 연결되는 책이 있는 것 같아요.
 
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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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많은 사람은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라고 말했다. (436쪽)


명심해야 할 말이다. 과학 교육을 강조할수록 인성의 중요성을 생각해야 함을, 아인슈타인의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과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적이 좋다는 ('머리가 좋다는'과 '공부를 잘한다는'과는 다른 의미로) 학생들이 주로 의대에 간다. 의학을 공부한다. 그런데 이 의학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지성-실력도 필요하지만 인성-사랑이 우선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재능을 ('성적을'이라고 쓰고 싶지만, 성적이 우수한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니까) 쓸 뿐, 그 재능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쓴다고 할 수 없다. 비록 그가 실력 있는 의사라는 소리는 들을 수 있을지 몰라도, 훌륭한 의사라는 소리는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든 사례 중 두 가지가 의학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 얼음송곳으로 머리를 뚫어 뇌절개술을 한 의사. 또 성적 지향은 문화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자신의 뜻대로 아이들의 성을 결정해버린 의사. 과연 그들의 인성이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수술이나 치료를 통해서 사람에게 유익함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그들은 자신의 행위가 일으킬 결과에 대해서는 숙고하지 못했다. 또 자신의 재능 (실력)에 도취되어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듣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 지성은 있어도 인성은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지성만 믿고 남의 말을 듣지 않았기에 결국은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었다. 어디 이런 의사들만이겠는가.


과학-의학 분야에서 이런 일은 많이 일어남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는데... 박물학 분야에서 자신의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 노예 무역을 하는 상인들과 결탁한 사람도 있고, 의학의 발전을 이룬다는 목적으로 시체를 도굴해서 해부한 의사도 있으며, 성병을 치료한다고 사람들을 성병에 감염시킨 의사들도 있다.


이들은 사람을 살리겠다는 목적을 지니고 활동을 했겠지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신들에게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이런 점에서 아인슈타인이 말했다는 지성보다는 인성이라는 말이 다가온다. 예전에 읽었던 '유나바머'의 경우도 이 책에 나온다. 그가 하버드 대학 재학 시절에 심리적 실험으로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 꼭 그것이 다는 아니겠지만 그러한 비윤리적인 방식이 사람의 행동을 왜곡할 수 있음도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런 과학-의학 분야에서 일어난 비윤리적인 사건들을 다룬다. 처음 시도할 때는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론적으로 그들의 행위는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는 초래할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성찰은 듣기에서 온다. 다른 사람의 말도 그렇지만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말들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바로 인성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과학자-의학자에게는 지성보다 인성이 더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러면서 저자는 미래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멈추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현대 과학기술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함을,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과학사-의학사를 통해서 살펴봐야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 책을 맺고 있다.


'기술이 남용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모든 악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세계에 새로운 힘을 도입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완화시킬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458쪽)


이 말은 과학-의학에 삶을 투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 또 그들에게 어떤 자세를 지니라고 해야 하는지를 지금 우리 사회를 살피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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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즘의 고통 - 우리는 왜 경쟁적인 사회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가
이졸데 카림 지음, 신동화 옮김 / 민음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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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즘을 자아 도취로 보지 않고, 자기 이상을 향한 추구로 본다. 그러면 우리는 모두 나르시스트가 된다. 자기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므로.


하지만 자기 이상이 무엇일지, 자기 이상의 옳고 그름은 어떻게 판단할지가 문제가 된다. 자기 이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준거가 외부에서 온다면, 그 외부에서 오는 준거는 무엇일까? 신이 있다면 모든 것이 한방에 해결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외부에서 오는 준거는 없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틀은 자신의 내부에서 와야 한다. 자신의 내부에서 온 틀을 가지고 자기 이상을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기 이상은 보편적일까? 사람이 저마다 개성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이 있을 수 있는가? 있다면 그것을 보편성이라고 하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고, 추구하는 이상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여 보편성을 제외하고 개별성에 적용되는 특수성을 이야기한다면, 그런 특수성들은 다른 특수성들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 특수성들을 인식하게 되면 나라는 존재 외부에 있는 외적 존재를 인식하게 되고, 그런 외적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 이상을 정하게 된다.


어렵다. 나는 나로만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에... 나의 이상은 나의 이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이상이기에. 그러므로 나르시스트라고 해도 남을 배제할 수 없다.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볼 수는 없다.


즉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이 자신이 외적 존재들과의 관계에서 설정한 또다른 자신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상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하여 나르시즘을 실현하는 사다리로 저자는 '성공과 공동체'를 든다.


'성공'은 자기 이상을 실현했음을 의미하겠지. 그런데 자기 이상이 나만의 것이 아니니까, 이 성공이라는 말에는 남이 끼어들 수밖에 없다. 남이 끼어든다면 이는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나의 준거와 남의 준거가 함께 맞물려 있기 때문에...


여기에 공동체를 이야기하면 사람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나르시스트조차도 홀로가 아닌 남과의 관계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공동체적 이상을 자신의 이상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자발적 복종이라고 해도 좋고, 동일시라고 해도 좋겠다.


이러한 공동체 속에서 성공을 추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이해한다면 나르시즘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령 우리 사회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 사회에서 주요 화두로 작동하는 가치가 '공정'이다. 공정을 자신의 이상으로 삼으면 공정을 실현하려 한다. 그런데 이 공정에는 남을 배제할 수가 없다. 공정은 나만의 행위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에는 공동체가, 남이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


자, 내가 공정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려 하지만 공정이라는 이상은 내가 한 발짝 다가가면 또 반 발짝 멀어진다. 나는 공정을 향해 지속적으로 나아가지만, 공정은 거리는 좁혀지지만 닿지는 않게 된다. 


하지만 공정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이 자기 이상이고, 나르시스트는 결코 자신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을 향한 무한한 내디딤. 하지만 결코 공정에 도달하지 못함. 그러한 공정이라는 가치에 자신을 복종시킨다. 자발적 복종이 된다. 나르시스트는 자발적 복종을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책임을 완수해야 하므로.


우리가 이러한 '공정'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자기 이상을 삼았지만, 그 이상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 있다. 그런 외적 모습에 혹해 진실을 살피지 않고 그의 '공정' 실현이 우리의 '공정 실현'인 양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지난 뒤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다시 자기 이상을 실현하려 하지만 한번 틀어진 길, 다시 나아가기가 더 힘들다. 지금이 그런 상황 아닐까.


이 책은 우리 내면의 이상을 '나르시즘'이라는 이름으로 고찰하고 있다. 그것이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준거라는 것을. 우리는 그것을 추구하고 실현하려고 하고 있음을. 또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이것이 잘못되면 자발적 복종으로 나아갈 수도 있음을. 그것을 조심해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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