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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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의 건축물을 다루고 있다. 너무도 유명한 건축물이다.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건축들. 그렇지만 아직 나는 한번도 실물을 본 적이 없는 건축들.


유현준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또는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건축물을 우리에게 소개해주고 있다. 그 건축물이 왜 대단한지를 차분히 설명해 주고 있어서, 글을 읽다보면 그 건축물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들도 어느 정도 그 건축물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친절하게도 시대 순으로 건축물을 소개하지 않고, 공간 순으로 건축물을 소개하고 있어서 나중에 그 지역을 여행하게 되면 건축물을 찾아보기 편하도록 소개하고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시작은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한 '빌라 사보아'로 시작한다. 건축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르 코르뷔지에인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그는 현대 건축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가 건축한 빌라 사보아 역시 현대 건축에 영향을 준 건축물이고.


그러니 빌라 사보아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이 책의 구성상 옳다고 볼 수 있다. 빌라 사보아로부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공간은 유럽부터 시작하게 된다.


근대 건축과 더불어 고대, 중세에도 유럽에는 다양한 건축물이 있어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그런 과거를 더욱 풍성한 미래로 만들어낸 사람이 르 코르뷔지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은 무조건 칭찬만 하지 않는다. 빌라 사보아가 현대 건축을 이끈 선구적인 작품이기는 하지만 당시 재료나 기술의 한계가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건축의 방향, 지표를 제시했다는 데서 르 코르뷔지에 건축의 위대함을 보게 된다고 한다. 가장 현대적인 건축을 표방했던 르 코르뷔지에가 나중에는 '롱샹 성당'같이 다른 방향의 건축을 했고, 그 건축 또한 위대한 건축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유럽의 건축에서 북아메리카로 넘어갔다가 아시아로 끝내고 있다. 아시아에도 자랑스러워 할 만한 건축물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당시 한계를 넘어선 건축과 또 자연과 어울리는 건축 등 다양한 건축물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따르고 싶은 건축, 다른 책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해비타트 67'이라는 건축물이다.


아파트라고 다 똑같은 아파트가 아닌 그런 건축. 지금 우리나라도 같은 아파트에도 내부 구조가 다른 아파트들이 많이 생기고는 있지만, 이 건축은 내부구조만이 아니다. 외부도 다르다. 즉 지금 우리나라 아파트가 지니고 있는 '베란다(발코니라고 해야 맞다고 한다)'를 정원과 같이 사용하는 그런 건축은 아직 없다.


'해비타트 67'은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건물들을 옮겨온 듯한 느낌을 주는, 다른 층의 지붕을 정원으로 쓸 수 있게끔 설계한 그러한 건축이다. 그러니 아파트 생활을 하지만 자연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건축인 것이다.


이런 건축은 우리에게 아파트는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 세상에 이런 아파트가 1967년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거지. 그냥 상자같은 아파트만 짓고 있지 않았나.


정책입안자들이 반성해야 하지 않나? 어디서 봐도 비슷한 아파트들만 난무하는 나라에서 무슨 다양성, 창의성이 길러지겠는가? 또 자연을 차단하고 기껏해야 옥상에 흙을 가져다 놓고 식물을 심고 있으니, 유현준이 소개한 이 건축물을 생각해 봐야 한다.


아시아에서 주목할 만한 건물은 바로 홍콩에 지어졌다는 'HSBC 빌딩'이다. 풍수지리의 영향으로 1층을 비워야 하는 제약을 건축공법으로 극복한 건축물. 이렇게 지어진 이 건물은 아시아 각국에서 온 가사도우미들이 일요일에 모여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고 하니, 대도시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거대한 건축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렇듯 다양한 건축이 소개되고 있는데, 하나하나 들어보면 왜 그 건축물이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지 알게 된다. 한번쯤은 직접 그 건축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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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탄생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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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문득 이상국 시집이 생각났다. 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시집 제목은 '집은 아직 따뜻하다'다. 그래, 집은 따뜻하다. 따뜻해야 한다. 그런데 시 내용이 이런 따뜻함이었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목 그대로 보자. 사람이 떠났어도 집은 따뜻하다. 사람들이 살았던 온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은 사람들의 온기로 채워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집을 지나치게 크게 지으면 온기를 느낄 수가 없다. 집이 아니라 사무실이나 다른 공간이라고 느끼게 된다. 집이 따뜻함을 유지하려면 적정한 크기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집도 역시 크지 않다. 작은 집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저자는 아주 작은 집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극한으로 몰아가는 작은 집. 그런 집은 수련을 위해서 또 잠시 머묾을 위해서 필요할지는 모르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집이 따뜻한 이유는 사람 몸을 지켜주기 때문이기도 한데, 몸을 지켜준다는 이야기는 마음이 편해지는 분위기와 자연환경으로부터 건강을 지켜준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집, 그런 집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남들과 같은 집이 아니라, 나를 편안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집. 


저자 역시 이런 생각을 여러 군데서 비치고 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건축보다 자신이 우연히 만난 시골 건축이 더 좋다고 하는 말들. 화려한 디테일보다는 꾸밈없는 소박함이 좋다고 하는 말들. 디테일에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비용은 단순히 돈만을 의미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력과 시간까지도 의미하니... 그런 건축보다는 적은 비용이 들었지만 살기에 편안한, 사람을 보듬어 주는 건축이 더 좋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축 자재로는 나무만한 것이 없다고... 나무는 오래가지 않냐고 하는 질문에 부석사 무량수전보다도 오래간다고 말한다는 그. 작은 평수의 나무집을 지어 사람들에게 보급도 하고 있다는 저자는, 집에 관한 여러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펼치고 있다.


길지 않는 글들이 모여 있고, 다양한 집들이, 또 저자 글에 이어서 작은 설명이 스케치와 더불어 함께 해서 좋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글은 바로 '한옥'에 관한 글이다. (한옥은 없다. 137쪽-149쪽을 참조하면 된다)


도대체 '한옥'이 무엇인가? 한옥하면 어떤 집이 떠오르는가? 먼저 한옥하면 기와집이 떠오른다. 북촌에 있는 한옥들, 또는 전주한옥마을, 남산한옥마을 등등을 떠올린다.대부분 기와집이다. 


한옥을 짓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 초가집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한옥은 특정한 형상으로 굳어져 있다. 그런데 과연 한옥이 무엇인가? 기와집만이 한옥인가? 아니라고 한다.


저자는 한옥이라는 말을 이렇게 뭉뚱그려서 말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집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데, 굳이 한옥이라는 이름으로 단순화시켜야 하겠냐고 반문한다.


(이상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한옥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통집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마을인데도 그냥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함께 있기 때문인지... 이 이름을 보더라도 한옥으로 뭉뚱그려서는 안 되겠다.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그냥 기와집, 초가집, 귀틀집, 너와집 등등으로 그 집의 특성을 알려주는 이름으로 부르면 된다고 한다. 이를 통칭하는 말로 전통집이라고 하든지, 한옥이라고 하든지 하면 상관이 없지만, 지금은 한옥하면 특정한 집들만을 떠올리니, 저자의 지적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집은 다양한 재료로 지어진다. 예전에는 자신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집을 지었겠지만, 지금은 재료가 몇 가지로 통일되어 있다. 이것도 문제다. 환경에 맞는 집들이 지어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도 동의한다.


특히 나무로 집을 지으면 탄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나무는 탄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또 나무로 집을 지으면 집을 짓는 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일 수 있으니, 앞으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나무집을 지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자기가 사는 곳에서 나는 나무면 더 좋겠지만... 이렇게 집을 짓는 재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상국 시집 제목이 사라지지 않았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그렇다. 집은 따뜻하다. 우리는 그 따뜻한 집에서 살아가야 한다. 나를 압도하는 집이 아니라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집. 그런 집에서 살아야 한다.


이상국 시 '집은 아직 따뜻하다'를 다시 읽으니 이 책에서 느꼈던 감정이 다시 살아난다. 이 책에 실린 내용 중에 이 시와 비슷한 내용도 있었으니... 사람은 사라졌어도 집은 그 사람의 삶, 그 사람의 온기를 품고 있다는...


집은 아직 따뜻하다


흐르는 물이 무얼 알랴                                 

어성천이 큰 산 그림자 싣고

제 목소리 따라 양양 가는 길

부소치 다리 건너 함석집 기둥에

흰 문패 하나 눈물처럼 매달렸다


나무 이파리 같은 그리움을 덮고

입동 하늘의 별이 묵어갔을까

방구들마다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어둠을 입은 사람들 어른거리고

이 집 어른 세상 출입하던 갓이

비료포대 속에 들어 바람벽 높이 걸렸다


저 만리 물길 따라

해마다 연어들 돌아오는데

흐르는 물에 혼은 실어보내고 몸만 남아

사진액자 속 일가붙이들 데리고

아직 따뜻한 집


어느 시절엔들 슬픔이 없으랴만

늙은 가을볕 아래

오래 된 삶도 짚가리처럼 무너졌다

그래도 집은 문을 닫지 못하고

다리 건너오는 어둠을 바라보고 있다


이상국, 집은 아직 따뜻하다. 창작과비평사. 1998년. 초판. 64-65쪽.


이 시에 나오는 함석집이 이 책을 다시 불러왔다. 저자는 함석집에서는 '가난의 함의가 담겨 있다(102쪽)'고 했다. 가난의 함의. 그렇지만 그 집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 집에 담겨 있던 따뜻함. 그것이 사라졌다.


'한국전쟁 후 주로 실향민이 모여 살던 도심 주변, 산등성, 개천가의 함석집들. 이제는 영화 속 장면에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여기 나의 우직한 강원도 산골 마을에도 함석 지붕이 사라졌다. 함석집의 서정. 가난의 기억.(102쪽)'


책이 시를 부르고, 시가 다시 책을 불렀다. 집을 통해서 다양한 분야, 저자는 철학과 시를 집과 연결시키는데, 그 말이 맞다. 비록 이 글에서는 철학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삶이 바로 철학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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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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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서 건축가 책인데 뜬금없이 웬 별자리? 했었다. 내용을 봐도 별자리 이야기는 없다. 그냥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왜 제목이 이랬을까? 의문은 책 맨 뒤에 실린 글에서 풀렸다. 그래서 이 책은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구나. 제목 참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가 유현준은 건축에 관한 책을 썼지만, 그것은 건축에 관련된 어느 정도 전문적인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수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공간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간 책.


그래서 글에서 기교가 느껴지기보다는 담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냥 그럴 수 있지. 그래, 그 공간도 나에게는 그런 의미였어. 아니, 그 공간은 나에게는 좀 다르게 다가왔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


어린 시절, 자신이 살아왔던 공간에서부터 책은 시작한다. 그러다가 청년 때에 만난 공간도 이야기하고, 자신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공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도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간이 시간과 합쳐져 자신에게 의미있는 장소가 되고, 그런 장소들을 이으면 별자리처럼 의미 있는 장소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된다. 자신만의 공간들을 이어서 별자리를 만들라고... 그렇게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이냐고.


참 많은 공간들이 나오는데, 우산이라는 대상을 공간으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에 많은 공감이 간다. 작은 아치형 공간이지만, 그 공간 속에 함께 있으면 자연스레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공간. 


한때 우산을 두고 '부부형 우산과 연인형 우산'이라는 농담이 있었다. 아주 작은 우산은 꼭 붙어있을 수밖에 없으니 연인형 우산, 파라솔만큼 큰 우산은 떨어져 있을 수 있으니 부부형 우산이라는...


이런 농담에도 관계가 드러나는데, 우산은 함께 작은 공간에 들어가 지내는 장소가 된다. 그러니 친밀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내리는 빗소리를 우산 속에서 함께 들으니, 그야말로 서로 마음을 열 수밖에 없는 장소가 된다.


이렇게 다양한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는 책. 자신이 느낀 점을 솔직하게 쓰고 있어서, 우리들도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유현준이 말하는 공간을 따라가게 된다. 그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 느낌과 함께 나만의 공간은 어디일까 생각하기도 한다. 내게 의미가 있었던 공간, 그런 공간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공간을 여럿 떠올리면 그 공간이 내가 어떤 상태였을 때 내게 가장 의미가 있었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공간으로 나만의 별자리가 만들어진다.


글만큼이나 사진도 좋다. 사진과 글이 잘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다. 건축을 하는 저자답게, 책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제본도 특이해서 좋다. 노출콘크리트로 건축물을 드러내는 기법이 있듯이, 이 책도 제본된 상태를 노출시키고 있다. 그런 형식에서도 건축가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 이 책을 읽고 나만의 공간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어 보자. 그 별자리는 내게 무척 의미 있는 별자리가 되고,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내 삶에 이야기가 있게 해 줄 것이다.


유현준의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엔겐 공간 플레이리스트가 필요하다. 우울할 때나 위로가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공간, 혹은 사색할 때나 혼자 있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공간,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위로해주고 즐겁게 해주는 그런 공간 리스트 말이다. 그런 리스트가 있을 때 여러분의 삶은 더욱 위로받고 더 빛나게 될 것이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녹록지 않다. 힘든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위로받고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공간을 통해 찾아보자. 그런 소중한 공간을 찾으려면 '시간'이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시간을 들여서 찾아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런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4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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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문학 - 도시를 둘러싼 역사 · 예술 · 미래의 풍경
노은주.임형남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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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나라는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도시라고 할 수 없는 곳이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렇게 우리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삶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도시와 떨어진 삶을 상상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생겼겠는가. 대다수 사람이 도시에서 살다보니, 도시에서 벗어나 사는 사람이 특이하다고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까? 그냥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 아닌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역사나 문화,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살아갈까. 아니다. 기껏 생각해 봤자,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 언제 되나 하는 생각과 집값이 얼마더라 하는 생각 정도에 머물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도시에는 많은 것들이 녹아 있다. 많은 것들이 도시라는 공간에 모여 함께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 도시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은 인문학과도 관계가 있다. 건축과 인문학이 관계를 맺듯이 도시 역시 인문학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책 제목이 '도시 인문학'이다.


도시를 둘러싼 역사, 예술, 미래의 풍경이라고 하는데, 많은 도시들이 지니고 있는 역사나 문화, 예술, 미래의 모습을 간결하고도 쉽게 전달해주고 있다.


읽으면서 여러 도시의 특성을 알게 되었고, 또 많은 건축가의 이름을 듣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건축가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았으니, 다양한 건축가들의 기법이 도시에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다.


'경험은 가장 훌륭한 건축가의 자산이며, 시간은 가장 훌륭한 건축의 재료다.' (55쪽)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건축가나 건축에 적용하는 것을 넘어서 도시에 적용해도 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경험들이 도시에 농축되어 있고, 시간이 도시에 스,며들어서 한 도시를 만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경험과 시간이 녹아 있는 도시는 우리에게 자기만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런 경험, 시간을 잃은 도시는 아무런 감명을 주지 못한다. 


과거 건축물들, 문화유산들을 지키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들은 과거의 유물로만 존재하지 않고 현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또 우리들을 미래의 삶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도시는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공존하는 도시라고 해야겠다. 과거의 유산으로만 지내는 도시가 아닌, 또 미래의 모습만이 펼쳐지는 도시가 아닌, 현재에 과거와 미래가 함께 존재하는 그런 도시...


우리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 현재 삶에 과거와 미래가 녹아들어가 있으니...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 역시 그래야 한다.  


이렇게 도시 인문학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학교 건물이 떠올랐다. 도시건 시골이건 어느 곳이나 학교는 있다. 그런데 이 학교 건물이, 요즘은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천편일률적이다. 옛날 학교 건물은 더 그렇다. 그리고 한번 지어진 학교 건물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마치 과거 유물로만 남으려는 듯.


또 내부 구조도 비슷하다. 특색이 없다. 자신만의 경험, 시간이 학교 건물에는 들어 있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도시 역시 비슷할 수밖에 없다. 거의 비슷한 구조와 형태의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곳이 신생 도시들 아닌가.


학교에서부터 도시까지, 너무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져 가고 있는데, 이는 도시의 인문학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이란 남들을 똑같이 따라가지 않고 자신에 맞는 방식을 만들어가게 하는 학문 아니던가. 그러니 다른 나라 도시들을 소개한 이 책 '도시 인문학'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도시는?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뒷맛이 씁쓸해지고 있으니...


우리나라 도시들도 앞으로는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스며드는 그런 도시가 될 수 있도록 경험과 시간이 녹아들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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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건축으로 살펴본 한국 현대사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33
서윤영 지음 / 철수와영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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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삶과 떨어져 살 수 없다. 의식주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집이 없는 설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집은 우리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건축이 물론 집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주거 형태가 우리들 삶을 옥죄고 있기 때문인데.. 이 책 끝부분에 18. 도시화란 이름으로 아파트가 어떻게 우리 삶에 들어왔고, 우리들 주거 형태의 기본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임대아파트 문제까지 섞이면(5.세그리게이션:강남 개발) 우리 현대사에서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알게 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건축은 어떻게든 우리 삶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 책 첫부분(1.건축이란 무엇인가?)에서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건축의 자리는 제3선이라는 말. 건축이 1선이나 2선에 서서는 안된다는 것. 건축은 사람들을 보조하는 자리인 3선에 서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 3선에 있어야 할 건축이 1선 역할을 해서 우리들에게 위압적인 존재로 다가오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1선은 무엇인가. 바로 사람들의 행위를 담을 만한 공간(24쪽)이라고 한다. 2선은 사람들의 행위를 받쳐주는 스트리트 퍼니쳐(street furniture-거리에 놓인 가구와 비슷한 개념)라고 한다. 그 다음이 바로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을 주눅들게 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자유롭게 행위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

 

그래서 광화문 광장이나 청계 광장, 또 서울시청앞 광장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건축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 광화문 광장).

 

여기에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장소가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용산과 이태원이다. 군대의 주둔지로 자리매김 되었던 용산과 외국인들이 주로 모이는 곳인 이태원은 예전부터 그런 역할을 하는 장소였다는 것. 그것을 '지니어스 로사이(그 장소의 본래적 성격, 다시 말하면 땅의 정령이라는 의미-40쪽)'라고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 현대로 들어오면서 자주 들었던 말이 젠트리피케이션이다. 한 장소가 발전하면서 임대료가 올라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 개념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4. 젠트리피케이선)

 

사실 젠트리피케이션은 공동화되는 도심이 다시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이용해서 특정 집단만이 이익을 올리는 현상으로 변질된 것이 우리 현대사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젠트리피케이션은 서로가 살 수 있는 공생의 모습이라는 것. 이런 쪽으로 우리 사회가 바뀌어가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여기에 계층별 주거분리를 의미하는 세그리게이션이라는 말이 있다. 사실 아파트가 대중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계층이 확연히 드러나기도 한다. 여기에 평수로 분류되기도 하는 계층화가 표면으로 드러나기도 하는데, 특히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차별받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

 

이러한 계층별 주거 분리를 막기 위해 소셜믹스라고 계층별 주거 혼합을 하는 형태의 아파트들이 건설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여겨야 하는데, 아직은 거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건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 이주민들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모여 사는 곳이 생기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그런 곳들을 다루는데 (6. 모자이크 도시, 9. 철거민과 스쾃운동)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이런 현대사의 흐름과 건축을 연결지어 설명하는 가운데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잘못된 건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7.남영동 대공분실. 9. 철거민과 스쾃운동)

 

건축이 권력에 봉사한 경우. 부끄러운 건축의 역사를 빼놓지 않음으로써, 기억을 통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더 비극적인 일. 바로 붕괴다. 건물의 붕괴(8.와우아파트와 삼풍백화점). 우리는 대형 붕괴 사고를 몇 번 겪었다. 성수대교 붕괴도 건축이 겪었던 비극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빨리빨리와 오로지 돈만을 바라보고 지었던 건물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이 사건들을 통해서 알 수 있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처럼 이 책은 청소년들이 건축에 쉽게 접근하도록 쓰여졌다. 읽으면서 건축과 우리나라 현대사를 연결지을 수 있어서도 좋다. 무엇보다도 건축은 건축가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건축은 바로 우리 생활을 담는 그릇이라는 것.

 

하여 건축은 꽉꽉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비어 있어야 한다는 것. 그 빈 공간에 사람들의 삶이 채워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건축을 남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일이라고 여기게 하는 역할을 이 책은 충분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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