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디지몬 - 길고도 매우 짧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아무튼 시리즈 67
천선란 지음 / 위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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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빠져들게 하는 존재들이 있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무엇이든 한 가지에 푹 빠져 헤어나오질 못할 때가 있다. 왜 그런지 모른다. 그냥 빠져든다. 그 빠져듦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그 생각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빠져듦이 워낙 강렬해서 이성의 힘으로는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작가 천선란에게는 디지몬이 그랬다고 할 수 있다. 무언인지 모를 외로움에 빠져 있던 천선란에게 다가온 디지몬. 천선란은 자신에게도 그런 디지몬이 왔으면 하고 바란다.


하지만 디지몬은 디지털 세상에 존재하는 것.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만날 수 없는 존재를 꿈꾸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는 만날 수 없는 존재를 꿈꾸기에 이곳에서 저곳을 상상할 수 있고, 또 이곳의 힘듦을 이겨낼 수도 있다.


이곳의 힘듦을 이겨내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또한 내 삶임을 다른 세상의 존재들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작가 천선란이 성장담이라고 봐도 된다.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된 지금까지의 일들을 디지몬과 엮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 디지몬을 꿈꾸던 때에서, 디지몬에 나오는 인물들과 자신의 삶을 연결지어 이야기하고, 그들의 문장이 '용기, 우정, 사랑, 지식, 희망, 순수, 성실, 빛'(32쪽 주)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 자신이 마음에 들어했던 인물과 그 인물의 문장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작가는 디지몬의 세계에서 자신의 세계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발견했다고도 할 수 있다.


때론 슬픈 장면이 나오는데, 그 슬픈 장면이 작가 천선란이 쓴 작품과 겹치면서 아, 이래서 작가가 이런 작품을 썼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디지몬들이 지닌 문장들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몬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고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작품이고, 천선란 같은 민감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삶과 연결지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즉, 어린 시절에 빠져들었던 그 무엇이 단지 어린 시절의 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리들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책의 뒷부분에 가면 천선란은 자신에게 온 또다른 디지몬을 이야기한다. 실제 디지털 존재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자신의 엄마를.


그런 엄마와 함께하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하는 작가의 모습에 뭉클하기도 했다. 그래, 어려운 상황이라도 그 상황 속에 있는 나는 유일한 존재고, 그것은 나의 유일한 경험이니까.


그것이 바로 나니까, 그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작가 천선란을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으면 좋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왜 천선란의 작품이 따스함을 품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기도 했고. 


그러면서 나에게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일까도 생각해 보고. 내가 살고 있는 지금-여기 내 삶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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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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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이다. 여러 소설이 실려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일들. 우연이 겹쳐 삶을 이루고, 작은 것들이 우리 삶의 방향을 틀기도 하는 모습들이 소설들에 나타나 있다.


이것이 삶이라고... 삶은 결코 딱 정해진 길로만 가지 않는다고.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당신을 파멸의 길로만 인도하지도 않는다고. 


파멸의 길이라고 여겼던 길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찾을 수 있고, 성공의 길이라고 여겼던 길에서도 어려움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


'열'이라는 소설을 보면 그런 점이 잘 나와 있다. 아내와 헤어지고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남자. 직장에 가기 위해선 아이들을 돌봐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 돌보는 사람을 쉽게 구할 수가 없다. 한번 구한 사람은 사고만 치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할 때 집을 나간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이 돌봐줄 사람을 구해준 것. 나갔지만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 것. 인생이다. 그런데 다시 들어오면 나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얼마간 편안한 삶을 누리던 주인공에게 아이 돌보던 사람이 떠나가게 된다. 그 사이에 그는 고열에 시달리고. 그렇다. 이것이 인생이다. 어디 어느 한쪽으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 아이 돌보는 사람이 떠나갈 때 그는 드디어 자신을 떠나간 아내도 보낼 수 있게 된다. 이제 그에겐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소설이 있다. 문지혁이 쓴 [중급 한국어]에 소개가 되어 줄거리는 대충 알고 있는 소설. 그 소설에서는 이 소설에 대한 해석까지도 되어 있어서 읽을 필요가 있나 싶지만, 어디 소설의 해석이 한 사람의 해석으로만 끝날 수 있는가? 남이 해석해도 내가 읽고 내 나름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읽을 필요가 있고...


여기서는 자신의 처지에만 빠져 있는 사람에게 다른 관점을 지닐 수 있게 하는 존재가 등장한다. 그냥 자신을 받아들여주면서 별 것 아닌 것을 주는 사람. 조용히 들어주는 사람. 빵집 주인은 그렇게 부부의 말을 들어주고, 절대로 논평을 하지 않으며,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준다. 그것이 상대를 편안하게 해준다. 그 편안함은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자신에게 갇혀 있던 삶에서 다른 삶을 볼 수 있게 하는 것.


어려움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 그 유명한 말인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 것. 그것은 빵집 주인이 내어준 빵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정말로 도움이 되는 그런 존재였던 것. 단지 빵이 아니다. 빵은 빵집 주인의 마음이고, 그 빵을 먹는다는 것은 주인의 마음을 받아들인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그들에게는 이제와는 다른 인생이 시작된다. 


'대성당'이라는 소설이 그렇다. 대성당을 설명해달라는 맹인의 말에 난감해 하는 주인공. 하지만 맹인은 주인공에게 대성당을 그려달라고 한다. 그가 연필로 그릴 때 그 손을 잡고 있는 맹인. 주인공은 대성당을 그리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세계를 알게 된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그 매개 역할을 맹인이 한다.


맹인... 볼 수 없는 사람. 이때 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시각에 갇히지 않았다는 뜻. 편견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니, 맹인과 함께 대성당을 그린다는 것은 자신의 눈에 비친 대성당을 그대로 그린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대성당을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나만의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도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삶.


이전에 읽는 소설집과 비슷하게 이 소설집의 소설들도 결말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인생을 예측하기 쉽지 않듯이. 하지만 읽으면서 그래, 이것이 인생이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소설들이 많이 실려 있다.


이 작은 단편 단편들이 모여 우리 삶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면 좋을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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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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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비 C'est La Vie'라는 말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라고 할 수 있는 말. 어려울 때나 뜻한 대로 안 되거나 할 때 또는 뜻밖의 일이 생겼을 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디선가 들어서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 있던 말이었는데....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말 속에 있는 이것들은 너무도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인생이란 새옹지마라는 말과 같을 수도 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말고 살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말이기도 하고.


인생이 명료하기만 하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마는, 우리네 인생은 명료할 수가 없고, 부연 안개 속을 헤매듯,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걱정도 많이 한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 인생을 만들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예측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하는 것이 인생.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하루하루가 다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알 수가 없다.


이 소설에 나타난 삶이 바로 그렇다.


레이먼드 카버.  문지혁의 [중급 한국어]를 읽다가 작품 속에 나온 작가였다. 그 작가가 쓴 작품은 커녕 작가의 이름도 처음 들어봤으니...


한 소설에서 다른 소설로 넘어갈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는 소설을 만났으니, 기꺼이 다리를 건너가 보자 하는 생각.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을 몇 권 빌리다. 무엇부터 읽을까? 모를 때는 발표 순으로 읽는 것을 택한다.


작가의 첫작품집이라고 알려진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읽는다. 단편들이 모여있다. 길지가 않다. 해설에 보면 레이먼드 카버가 체호프를 좋아하고 존경했다고 하는데, 그런 단편들을 썼다고 할 수 있다.


읽다 보니 단편 소설들 제목을 소설 속 대화나 내용에서 따온 경우가 제법 있다. 소설집의 제목이 된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역시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참 인생이란 별것 아닌 것으로도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들이 많다. 또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도 있고.


'제리와 몰리와 샘'이라는 소설을 보면 개때문에 삶이 방해받는다고 여기는 사람이 개를 버리고 오자, 개를 잃어버린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개를 찾으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어떻게든 개를 찾아 데라고 와야 하는데, 결말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렇듯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수십 번 바뀌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임을, '제발 조용히 좀 해요'에서도 몇 년 전에 일어났던 일로 아내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런 배신감이 불쑥 나눈 말들에서 나오고, 그렇다고 또 자신의 행동이 그러한 배신감을 복수하는 쪽으로만 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낚시를 갔다온 소년이 부모를 모두 경악시키는 장면이라든지, 자신들은 선의를 베푼다고 여기지만 그것이 상대에게는 아닌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 소설들이 실려 있다.


결국 이 소설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무엇이라고 딱 정의할 수 없다는 것. 고정되지 않고 변한다는 것. 꼭 큰 것만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에서도 인생의 중대한 전환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이 작품집에 실린 소설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그런 인생들의 모습, 레이먼드 카버는 이 소설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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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꿈의 과학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장혜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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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해석해주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꿈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심리학 책이 아니라, 뇌를 분석하여 꿈의 작동방식을 밝혀내려 한 뇌과학 책이라고 해야 한다.


이 책을 읽다가 그동안 한번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발견하고는 반갑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왜 인간이나 동물에게 잠이 필요할까? 또 꿈에는 어떤 진화적 요소가 있을까 하는... 진화는 살아가는데 적응하도록 변화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잠 역시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요소였기에, 지금도 8시간 정도는 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리라.


잠이 인간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였을 테고,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이 책에 나온 이 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뇌는 깨어 있는 동안에는 주변 상황에 집중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저장해두었다가, 잠이 들면 정보를 검토하고 수정하고 그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한다.

깨어 있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데 2시간이 걸린다면, 뇌가 새로운 정보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내는 데는 1시간이 걸린다. 이 1시간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되고, 깨어 있는 동안의 사고와 행동 스위치를 내리는 정상적인 하향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것이 바로 진화가 수면에 할당한 중요한 임무다. (93쪽)


잠은 다양한 형태의 기억을 강화한다. (95쪽)


이 말에 따르면 진화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그것도 좋은 쪽으로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잠이야 그렇다쳐도 그렇다면 꿈은 어떤가? 왜 잘 때 꿈을 꾸는가? 꿈을 전혀 꾸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확인하기 힘들다. 그런 사람을 예외로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꿈을 꾼다.


자신이 꾼 꿈을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꾼 꿈 중에 대부분은 잊고 말지만, 그래도 꿈은 꾼다. 그렇다면 꿈은 어떤 역할을 할까?


꿈은 기억을 그대로 재생하지 않는다. 꿈은 최근 기억과 요점이 같고 제목이 비슷한 내러티브를 창조한다. 이는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기억 진화가 꿈과 어떻게 비슷한지 우리가 발견한 첫 번째 사례이다. (97쪽)


이 말에 의하면 꿈은 우리의 기억을 재생한다. 기억을 재생하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을 반추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우리가 잠들기 직전에 고민하고 있었던 내용을 꿈으로 발현시키기도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아주 작은 연관성이 있는 것들이 렘수면 단계에서 꿈으로 발현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우리 뇌에 쌓여 있던 것들이 꿈을 통해서 발현이 되고, 그것들이 우리들 삶을 건강한 쪽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꿈의 기능이 과거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며, 우리 삶에서 '다음에 next up'(저자들은 이 말을 자신들의 꿈 이론인 넥스트 업과 관련지어 말하고 있다.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자기들 주장의 강조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들이 말하는 꿈이론은 '넥스트업'이론이라고 하는데, 이는 Network Exploration To Understand Possibilities의 약자다.) 무엇이 올지 발견하게 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동안 뇌가 하는 일이다.'(341쪽)고 하고 있다.


즉 꿈은 우리에게 과거를 살피게 하고, 그것을 통해서 미래를 잘 살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 다양한 사례들을, 과학적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가령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같은 경우는 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것을 이런 식으로 도표화하고 있는데... 




이런 결과를 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렘수면에 들게 하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렘수면에 들면 정상적인 꿈을 통해서 상처에 대한 기억을 약화시켜서 그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프라조신(Prazosin)'이라는 약품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사례만 보아도 꿈은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이 책은 꿈에 대해서 의학적, 과학적 접근을 하고 있다. 예지몽이나 텔레파시와 같은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는 접근법을 택하고 있기도 하고. 


결국 꿈은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것이라고, 우리가 더 잘 생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고, 그래서 꿈은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들은 이 책의 말미에 자신들의 주장을 한 장으로 정리해 놓았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넥스트업이 밝힌 꿈의 작동 방식

 

I. 꿈은 수면의존적 기억 진화의 독특한 형태로, 예측하지 못했고 보통 이전에는 탐색하지 않았던 연관성을 발견하고 강화하면서 기존 정보에서 새로운 지식을 추출한다.

  A. 이를 위해 꿈은 깨어 있는 동안에는 보통 뇌가 고려하지 않을 연관성을 탐색한다. 꿈은 뇌가 잠재적으로 미래에 유용할 것으로 계산한 새롭고 창조적이며 통찰력 있는 연관성을 찾고, 이런 연관성 발견되면 강화한다.

  B. 뇌속 노르아드레날린이 감소(N2단계 수면)하거나 사라지면 (렘수면) 약한 연관성을 찾는 과정이 쉬워진다.

  C. 꿈은 지속되는 근심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꿈꾸는 사람이 이 근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근심과 가능한 해결책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D. 꿈은 보통 지속되는 근심에 대한 명확한 관련성이나 유용성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꿈은 오히려 뇌가 이런 근심이나 비슷한 근심을 해결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계산한, 이전에는 예측하지 못한 연관성을 식별한다.

  E. 세로토닌이 감소(N2단계)하거나 사라지면(렘수면) 뇌는 꿈의 연관성을 의미 있고 유용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으로 기운다.


II. 깨어 있는 동안의 모든 경험과 사건이 동등하게 통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A. 꿈을 꿀 때 뇌는 감정적으로 두드러지는 지속되는 근심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B. 선택된 근심은 해결되지 않은 질문을 포함한다. 뇌는 이에 대해 미래에 유용할 답변을 계산한다.

  C. 이런 근심이 심각한 문제일 필요는 없다. 전날 무심코 들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나 다음 날 버스가 몇 시에 출발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

  D. 넥스트업은 실제 사건이 일어날 때나 몽상 중일 때, 백일몽 또는 수면 시작 때 근심을 인식하고 꿈처리를 위해 꼬리표를 붙인다.

  E. 수면 시작(N1 단계 수면), N2 단계 수면 및 렘수면 꿈은 다양한 근심과 연관성을 통합한다.

     1. 입면기(N1단계 수면) 꿈은 수면 시작 직전에 생각한 근심과 명백하게 관련되는 경향이 있다.

     2. N2단계 꿈은덜 명백하지만 최근 일어난 일화적 기억에서 발견되는 연관성을 통합하는 경항이 있다.

     3. 렘수면꿈은 현재의 근심과의 관계가 휠씬덜 분명한더 오래되고 약한 의미적 연관성을 통합한다.


III. 꿈의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는지가 꿈의 본질을 규정한다.

  A. 꿈은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낮에 기억할 때처럼 재생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B. 꿈은 일화적 기억과 의미 기억의 단편을 모두 모은다.

  C. 일화적 기억은 그대로 꿈에 통합되지 않으며, 현재의 근심이 꿈에 직접적으로 언급되거나 통합 되는 일은 드물다.


IV.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꿈을 의식적으로 경험해야 한다.

  A. 가능한 시나리오를 탐색할 내러티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꿈 경험이 필요하다.

  B. 이런 시나리오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감정적 느낌을 생성해야 한다.

  C. 이를 통해 뇌는 꿈꾸는 사람의 마음이 꿈속에 묘사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추적하고, 그 다음 꿈꾸는 사람의 반응이 꿈속 인물이나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한다.

 

V. 넥스트업의 결과

  A. 꿈꾸는 동안 세로토닌 수치가 감소하면 뇌는 약한 연관성을 유용할 뿐 아니라 의미 있는 것으로 분류하는 쪽으로 치우친다. 꿈이 그토록 자주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B. 뇌가 꿈에 끼워 넣는 연관성은 보통 약하고 이전에 탐색되지 않은 것이어서, 현재의 근심과의 연관성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런 연관성이 식별될 수 있어도 뒤얽힌 내러티브에 깊이 묻혀 있거나 꿈에서 흔히 드러나는 기괴함 때문에 모호하다.

347-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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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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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였던 어른들'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이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봤다고 하는데, 이 책은 그 영상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CDtu1skdHIs (왕따였던 어른들 여자반)


https://www.youtube.com/watch?v=Kqv9BymmRuY (왕따였던 어른들 남자반)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은 고작 20여 분이지만 우리가 인터뷰하고 서로 이야기 나눈 시간은 장장 5시간 4분이었다. 사전 인터뷰까지 합치면 8시간도 넘는다.'(7쪽)고... 그런 많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내보낼 때는 영상 매체의 특성에 맞게 편집이 될 수밖에 없다.


영상에서 보지 못하는 더 많은 말들, 감정들이 있었을텐데, 이 책은 그렇게 영상에 담지 못했던 것들을 문자라는 매개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자신들의 경험, 왕따, 학교폭력. 그것은 한때로 끝나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몸에 생긴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도 있지만,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오래도록 남는다. 아니, 평생 동안 남는다.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치유가 되더라도.


치유가 되었다고 마음의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왕따, 학교 폭력의 무서움이다. 그런데도 가해자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너무도 쉽게 이야기한다. 그것은 철 모르던 때에 저질렀던 실수였어. 한때의 잘못이었어. 이런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해자였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신에게는 어떠한 상처도 남기지 않은 일이었기에.


이것이 왕따와 학교 폭력의 무서움이다. 가해자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피해자들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상처를 받으니까. 이것이 지나친 말이라고?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대담에 참여한 사람 중에 42살이 된 분이 있다.


나이 마흔둘이면 동양에서 흔히 말하듯 불혹의 나이다. 미혹함이 없는 나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나이다. 어린 시절, 또는 학창시절의 폭력 피해는 다 잊고 살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그 분은 42살까지도 그 상처를 지니고 있다. 더 나이를 먹어도 상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그분은, 또 이 대담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살아남았기에 자신들의 상처를 드러내는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살아남지 못한 분들도 있다. 그분들의 상처는 드러나지 않고, 그분들이 무덤으로 가져갔는데... 그래서 더욱 왕따나 학교 폭력의 무서움이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왕따였던 어른들'을 보면 어른이 되어서도 겪게 되는 그러한 상처들을 알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왕따나 학교 폭력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가해자들에게 가 닿을까? 그들은 이런 말들을 들을 귀를 지니고 있을까? 그들은 귀를 막고 자신들의 입만 열고 살고 있지 않을까? 정말로 그들에게 학교 폭력 피해자들의 말이 가 닿아야 하는데...


그것이 기본인데... 하지만 그들에게 가 닿지 않더라도 이런 일은 의미가 있다. 우선 피해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상처를 겉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된다. 겉으로 드러내기. 말하기. 이를 통해 상처를 보듬어 안기. 상처를 보듬어 안는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좀더 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들은 이 대담을 통해서 자신들의 잘못이 아님을, 그리고 자신들이 살아남아서 또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 상처는 없애지 못하지만 이제 자신의 상처 속에 묻히지 않고, 그 상처를 통해 다른 삶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상처를 밖으로 드러낸 사람들. 이들을 통해 왕따와 학교 폭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다만, 이 책이 폭력의 가해자들에게 가 닿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에게 가 닿을 때, 그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살필 태도를 지니게 될 때, 미래 사회는 왕따, 학교 폭력이 없는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말이 가해자들에게 가 닿기를... 가해자 중에 한 명이라고 이 책을 읽었기를. 아니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영상이라고 봤기를... 봐서 자신을 살폈을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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