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술관에 잘 가게 되지 않는다. 마음은 있는데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시간을 내기도 그리 쉽지 않기도 하다.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미술관이 있으면 그나마 갈 수 있겠지만, 대개는 사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미술관은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한다. 여기에 미술에 대해서 내가 뭘 알아 하는 마음도 있고, 또 미술관에 가도 그 작가의 대표작을 보지 못할 때도 있으니, 여러모로 미술관은 우리들 생활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다.


하기만 그렇다고 미술이 우리와 동떨어져 있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미술은 우리 삶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도처에서, 하다못해 길거리 낙서라고 하는 것조차도 미술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만날 수 있는 것이 미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건물을 지을 때 미술품을(조각) 설치하는 경우가 많으니 더더욱.


그래도 미술관만 하겠는가? 그 작가의 작품을 큐레이터가 정성들여 주제의식을 가지고 전시하는 미술관에 가면 좀더 집중적으로 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열리는 전시회와는 좀 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도 있을테니, 미술관에 가보는 일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미술관을 우리 곁에 들여오기 위해서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일곱 개의 미술관(이중에 나혜석은 나혜석 미술관이라고 정식 이름이 붙어 있지는 않지만)을 소개하고 있다. 한번은 들어봄직한 작가들이기도 한데...


김환기, 장욱진, 김창열, 이중섭, 박수근, 나혜석, 이응노.


이 중에 내가 가본 미술관이 몇인가 하니, 참... 없다. 나중에 꼭 가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으며, 이 책 뒤에 적힌 도슨트가 알려주는 미술관을 잘 관람하는 법을 머리 속에 저장해 두기로 한다.


도슨트 역할을 책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술관에 가기를 내켜하지 않는 사람에게 미술관을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각 미술관은 그 작가들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러니 이 책은 그 작가들에 대해서 알려주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이 동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작가와 그림에 얽힌 주변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책은 그 점에서도 성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감상하면 좋은지를 알려주고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화가의 작품에 대한 열정, 치열함을 드러내주어서 좋다. 그림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각오로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 돈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그림이 아니면 지탱이 안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릴 수밖에 없었던 화가들.


이들은 고난에 처해서도 그림을 그린다. 그것이 고난을 이겨내는 한 방법이기도 했을 터였다. 김광섭의 죽음에서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나오고, 이중섭의 가족 그림은 헤어짐 또는 제주도의 피난 생활에서 나온 점, 장욱진의 '자화상'은 전쟁통에 화가의 소망을 담아 그렸다는 것, 김창열 화가는 '한국전쟁 후의 콱 막힌 비참과 절망을 안으로 응결시키는' (84쪽) 그림을, 나중에는 이를 물방울로 승화시켜 그렸으며, 박수근의 자신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우리네들의 삶을 화폭에 담았다. 여기에 정말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나혜석은 어떤가. 


그리고 이응노의 '군상'. 누구나 소중한 한 존재로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었던 화가의 그림. 이 '군상'에 들어있는 우리 역사. 소설가들이, 시인들이 소설로, 시로 우리 역사를 표현했다면 이응노는 그림으로 우리 역사를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역사인지는 궁금한 사람은 책을 보면 된다. 


<이응노, 군상. 이 책 206-207쪽>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게 해주었으니, 미술관에 가기 힘들다면 이 책을 통해서 가자. 그리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직접 미술관에 가자. 그러면 이 책은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ingri 2024-11-07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미술관 찾아가는 산책 느낌으로 거장들을 말해서 좋았어요.
애들과 성심당 빵집갔다가 들렀던 이응노 미술관이네요ㅎ 바로 옆 시립미술관에서 백남준 프렉탈거북선 기억도 나고요.

양주 장욱진 미술관은 넘 멀어서 갈 길이 요원하지만 넘 예뻐서 언젠가 가봐야지 했습니다 장욱진 까치 보고 싶어요;

kinye91 2024-11-07 16:14   좋아요 1 | URL
이 책에 소개된 미술관 한번씩 가보고 싶어요.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면 책에서 보는 것과 다른 느낌을 받겠지요.
 
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제시대에 태어나 우리나라 근대 미술을 일구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화가들만이 아니라 그들과 교류를 했던, 소위 문학과 미술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들에 대한 소개도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책은 근대 한국의 예술가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은 '화가와 시인의 우정'이다. 화가와 시인의 우정 하면 우선 떠오르는 사람이 이상과 구본웅이다. 이들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이상 역시 그림도 그렸으므로, 화가와 친하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고. 


이상과 구본웅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언급된다. 처음 듣는 사람도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 근대 예술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음을 깨달으라고 하는 듯이.


백석과 정현웅, 정지용과 길진섭, 김기림과 이여성, 이태준과 김용준, 김광균과 최재덕, 박수근과 박완서, 김환기와 그가 사랑한 시인들이라고, 이러한 예술가들에 '미술과 문학이 만났을 때'라는 제목을 붙여서 서술하고 있다.


김환기...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에서 따온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이니, 미술과 문학의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박완서를 소설가로 만든 '나목'에는 박수근이 나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이여성은 정치인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방면에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또 이여성이 화가 이쾌대의 형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고.


이런 이야기 다음에는 화가 부부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 사람이 아니라 함께 그림에 종사하던 사람들. 일제시대에 태어났단면 가부장제가 극성을 부리던 때인데도, 자신의 부인을 화가로 인정하고, 또는 남편을 화가로 인정하고 서로의 작업을 인정하던 사람들 이야기.


도상봉과 나상윤, 임용련과 백남순, 이중섭과 이남덕, 유영국와 김기순, 김환기와 김향안, 김기창과 박래현이 나온다. 물론 다 화가 부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림에 대해서 안목이 있고, 인정을 해주는 관계임에는 틀림없다.


3부는 가혹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냈던 화가들 이야기다. 시대를 앞서갔다는 이유로,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개인적인 어떤 이유로 고난을 겪은 사람들. 그러나 그것에 굴하지 않고 자기 세계를 개척해 간 사람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혜석, 이미륵, 김재원, 배운성, 임군홍, 이쾌대, 변월룡, 이인성, 오지호가 그들이다.


4부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을 꽃피운 사람들이 나온다. 미술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런 사람들에 의해 한국 근대 미술은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다.


이대원, 장욱진, 박고석, 김병기, 이성자, 백영수, 변시지, 권진규, 문신이 그들이다.


이렇게 총 30개의 글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나오는 예술가는 이보다 조금 많다. 한 글에 여러 명이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이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이들 작품의 특징도 잘 설명되어 있으며, 생애를 간략하게 전달해주어서 그들을 이해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한국 근대 미술가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예술의 꽃을 피운 그들로 인해 우리 문화가 풍요로워졌음을 생각하게 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4-11-04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신 작가 전시 하면 가보고 싶어요.

kinye91 2024-11-04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이 책에 나온 작가들 전시 가보고 싶어요.
 
얼굴을 그리다 - 초상화가 정중원 에세이
정중원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상화' 


예전에는 많이 그려졌다고 생각했다. 사진이 없었으므로. 사진이 나온 다음에는 초상화는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아니다. 여전히 초상화가 그려지고 있다. 사진으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그 무엇을 초상화가 찾아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사진이 있는데 굳이 그림을? 그것도 요즘 사진이 얼마나 화소가 많아 화질이 뛰어난데...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데 사진만한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것이 아니다. 


사진도 나를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 때 어느 각도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찍었느냐에 따라 내 얼굴이 달라진다고 하니 말이다. 특히 내가 찍은 사진과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 속의 나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하니, 사진이 나를 똑같이 드러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림을 보면서 실물과 똑같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칭찬이기보다는 창의성 없다는 말과 통할 때가 많다. 실물과 똑같을 수는 없지만 (이것은 이 책의 뒤에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에 대한 이야기와 하이퍼리얼리즘을 참조하면 된다. 무엇이 정말 '나'인지...) 화가들은 똑같이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조선시대 초상들을 보면 실물과 똑같이 그리려고 했다고 한다. 실물에 있는 점 하나도 빼먹지 않아야 했다고 하니... 하지만 그것은 그림의 주인공이 지니고 있는 단점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지 똑같이 그렸다는 말과는 다르다.


즉 인물을 있는 그대로 그려 그 사람을 꾸미지 않고 표현했다고 해야지 똑같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 초상들은 그런 그림을 통해서 사람이 지니고 있는 내면을 드러내려 했다고 읽은 적도 있으니...


이 작가도 마찬가지다. 초상을 그리되 똑같이 그릴 수는 없다고 한다. 의뢰인이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은 시시각각 변하기 나름이고, 또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뢰를 맡아 그림을 그린 과정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처음에 그가 한 실수들, 그 실수들을 바탕으로 더 나은, 적어도 의뢰인이 만족할 만한 초상을 그리게 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초상은 똑같다를 떠나서 무엇을 드러내고 감추어야 하는지를 판단하고, 그런 판단에서 초상이 그려진다는 점을 잘 알려주고 있다.


또한 초상에는 사회의 모습도 담겨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 지폐 속 인물들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 또 표준 영정이라고 하는 세종대왕, 이순신, 율곡, 퇴계 등의 초상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를 돋운다.


세상에 표준 영정을 제정해서 다른 얼굴을 그리지 못하게 하다니... 아니 그릴 수도 있겠지. 다만 비난을 받게 되겠지만. 이는 획일화다. 다양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예술과 거리가 먼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얼굴도 본 적이 없는, 당시에 그린 초상이 남아 있지도 않은 조상들의 얼굴을 표준으로, 딱 이거여야 한다고 정해서 다른 상상을 막다니, 그것은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화폐에 들어가는 얼굴이야 나라에서 그렇게 정했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이밖에 다양한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양부터 우리나라까지, 그리고 초상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초상에도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까지를 살피고 있다.


그가 그린 초상화 그림도 볼 수 있어서 좋고, 많은 인물들의 초상화와 그 초상화에 얽힌 사연을 만나볼 수 있어서도 좋았다. 


이 책을 읽으니 사진 또 인공지능 시대라 해도 사람이 직접 자신의 관점, 마음을 담아 그리는 초상화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품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가보지 못했다. 미국에 있다는 것만 알았지. 미술관에서 작품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우리나라에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들을 경비원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경비원이라고 해도 좋고, 관리인이라고 해도 좋겠지.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눈에 잘 안 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도 경비원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 무언가를 물어보기 힘들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미술관이라고 해도,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이런 곳을 봐도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과천현대미술관도 마찬가지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비원들이 있지는 않을 테고.


경비원 하면 또 어떤 편견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단지 관람객들이 작품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존재, 작품에 손대지 못하게 하고, 규정에 어긋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존재.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아니다.


메트로폴리탄 경비원들은 작품 관리를 하는 역할도 하지만 작품 안내도 한다. 질문하는 사람도 꽤 있나 보다. 이 책을 보니, 물어보는 사람에게 안내를 해주는 일도 다반사로 나오니. (이 미술관은 이 책만 읽어도 규모가 어마어마함을 알 수 있다. 경비원들의 숫자에도 압도되고, 그들의 다양성에도 놀라게 된다. 또 당연하다는 듯이 정식 직원이 되었을 때 노조원이 되는 것도 놀랍다.)


그러니 그들이 작품에 대해서 문외한일 수가 없다. 특히 이 글을 쓴 패트릭 브링리는 작품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 그 작품들이 어떻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앞으로는 이 책을 따라서 '메트'라고만 하겠다) 오게 되었는지도 공부한다. 또 작가에 대해서도. 그러니 그는 메트 경비를 하면서 작품을 지키는 역할도 하지만 작품을 설명하는 역할, 메트를 알리는 역할도 한다.


그런 과정이 이 책에 잘 드러나 있다. 왜 자신이 메트에 오게 되었는지, 메트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근무하게 되었는지, 메트에서 근무하는 장점이 무엇인지, 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함꼐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형의 죽음으로 상실에 빠진 그가 메트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작품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치유해 가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예술이 위로를 준다는 말을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치유성, 위대함을 강조하지 않는다. 강조한다고 해서 그것을 읽는 사람이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그 작품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자신이 그 작품을 어떻게 보는지를 이야기해준다. 그냥 들려주는 것이다.


말 없는 작품이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네듯이, 그는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메트에 대해서, 메트의 작품들에 대해서, 메트에 근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또 메트에 온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에게 이야기 한다. 그냥 들려준다. 


소곤소곤. 한번 들어봐. 하는 식으로.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아, 메트의 이곳에는 이런 작품들이 있고, 또 저곳에는 저런 작품들이 있으며, 그 작품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느낄 수가 있다.


메트의 경비원들은 조용히 있는 듯하나, 그 조용함 속에서 작품과 대화하고, 관람객들과도 대화를 한다. 그런 이야기를 그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 메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 방문해서 작품들을 보고, 또 푸른색 옷을 입은 경비원들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메트에 근무하면서 형의 죽음에서 자신의 아이들의 탄생과 자람까지, 세월이 흐를 동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에 들어서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많은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도 하는 책이니...무엇보다도 꼭 메트가 아니더라도 우리들도 힘들 때 이와 비슷한 치유의 과정을 거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니, 이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읽으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를 열어두고, 그곳에서 작품들을 찾아 함께 보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핸드폰으로 찾아도 되지만, 책상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조금 더 크게 보는 재미도 좋았다고나 할까.


작품을 찾을 수 있게 정리도 잘 해놓았고, 또 부록도 있어서 좋지만, 그것들이 없더라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에 방문해도 된다. 그래서 검색을 이용해 찾아보면 책에 언급되지 않은 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으니, 그런 즐거움을 누려도 된다.


무엇보다도 천천히 읽으면서 - 경비들이 하는 일이 전시실에 오랫동안 서 있는 일이니 - 작품을 내 삶에 받아들이는 일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 점을 일깨워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 인간을 말하다 - 예술로 만나는 삶의 기쁨과 슬픔 전원경의 예술 3부작
전원경 지음 / 시공아트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술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준다. 다른 동물들과 구별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예술 아닌가 하는데... 이 책은 미술과 음악을 통해서 우리 인간들이 지닌 요소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다양한 인간 요소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젊음, 사랑과 결혼, 실연과 이별, 병과 죽음, 예술가의 고독, 밤, 미녀와 팜 파탈, 신화, 노동과 휴가, 집과 식탁, 친구, 자연과 계절, 미인과 누드, 여행과 유학, 경제, 군주의 초상, 정치


인간들의 삶이 바로 이런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 책은 이러한 삶의 요소들을 미술과 음악을 통해 생각해 보게 하고 있다.


다양한 그림들이 나와서 눈을 호강하게 해주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큐알 코드로 그와 관련된 음악들을 들을 수 있게 해주고 있어서 귀도 즐겁게 된다.


무엇보다 삶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점에 이 책의 장점이 있겠다. 결코 짧은 분량이 아니지만, 장황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만큼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가 겹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작가가 그린 그림이, 작곡한 음악이 어디 한 분야에만 머무르겠는가. 인생의 다양한 면모를 그림과 음악을 통해서 나타냈기 때문에, 이 책에 같은 작가가 여러 번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삶이 반복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그 반복이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 다양한 변주들을 통해서 우리 삶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예술을 통해서 그러한 삶의 다양성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의 후반부에 예술과 정치 부분이 있는데, 예술가와 정치가 아니다. 예술가는 사람인만큼 당연히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지녀야 한다. 그것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작가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것과 작품성은 별개의 것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즉, 정치적 잣대로 작품을 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작품에 굳이 정치적 잣대를 들이밀 필요도 없고. 작품을 작품 자체로 보면서 그 작품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가 정치든 경제든 아름다움이든 무엇이든 작품을 통해 잘 드러냈는가를 평가해야지 외적인 기준으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을 지금 우리 사회에 적용한다면 예술을 좌파, 우파로 나누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작품 속에 주제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주제를 드러내는데 성공했는지 아니면 어거지로 그냥 밀어붙이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삶의 부분들을 미술과 음악을 통해 들여다보게 해주고 있는 이 책. 더위로 지쳐가는 요즘, 시간을 내서 읽으면 어느 정도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