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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평점 :
일제시대에 태어나 우리나라 근대 미술을 일구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화가들만이 아니라 그들과 교류를 했던, 소위 문학과 미술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들에 대한 소개도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책은 근대 한국의 예술가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은 '화가와 시인의 우정'이다. 화가와 시인의 우정 하면 우선 떠오르는 사람이 이상과 구본웅이다. 이들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이상 역시 그림도 그렸으므로, 화가와 친하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고.
이상과 구본웅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언급된다. 처음 듣는 사람도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 근대 예술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음을 깨달으라고 하는 듯이.
백석과 정현웅, 정지용과 길진섭, 김기림과 이여성, 이태준과 김용준, 김광균과 최재덕, 박수근과 박완서, 김환기와 그가 사랑한 시인들이라고, 이러한 예술가들에 '미술과 문학이 만났을 때'라는 제목을 붙여서 서술하고 있다.
김환기...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에서 따온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이니, 미술과 문학의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박완서를 소설가로 만든 '나목'에는 박수근이 나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이여성은 정치인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방면에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또 이여성이 화가 이쾌대의 형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고.
이런 이야기 다음에는 화가 부부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 사람이 아니라 함께 그림에 종사하던 사람들. 일제시대에 태어났단면 가부장제가 극성을 부리던 때인데도, 자신의 부인을 화가로 인정하고, 또는 남편을 화가로 인정하고 서로의 작업을 인정하던 사람들 이야기.
도상봉과 나상윤, 임용련과 백남순, 이중섭과 이남덕, 유영국와 김기순, 김환기와 김향안, 김기창과 박래현이 나온다. 물론 다 화가 부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림에 대해서 안목이 있고, 인정을 해주는 관계임에는 틀림없다.
3부는 가혹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냈던 화가들 이야기다. 시대를 앞서갔다는 이유로,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개인적인 어떤 이유로 고난을 겪은 사람들. 그러나 그것에 굴하지 않고 자기 세계를 개척해 간 사람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혜석, 이미륵, 김재원, 배운성, 임군홍, 이쾌대, 변월룡, 이인성, 오지호가 그들이다.
4부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을 꽃피운 사람들이 나온다. 미술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런 사람들에 의해 한국 근대 미술은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다.
이대원, 장욱진, 박고석, 김병기, 이성자, 백영수, 변시지, 권진규, 문신이 그들이다.
이렇게 총 30개의 글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나오는 예술가는 이보다 조금 많다. 한 글에 여러 명이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이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이들 작품의 특징도 잘 설명되어 있으며, 생애를 간략하게 전달해주어서 그들을 이해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한국 근대 미술가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예술의 꽃을 피운 그들로 인해 우리 문화가 풍요로워졌음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