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5 소설 보다
강보라.성해나.윤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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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 아니다. 『소설 보다 겨울 2023』 소설집을 통해서 작가의 소설을 만났고 『스무드』라는 소설로 다시 만난 시간으로 3편의 소설 중의 하나이다. 작가의 인터뷰도 편집되어 있는 특징을 지닌 계절별로 만날 수 있는 소설집이다. 이번 봄 시리즈는 책표지도 인상적이다.

성해나 작가의 『스무드』 소설에는 입양된 한국인 부부와 그들의 자녀가 등장한다. 외모는 동양인이지만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김치를 먹어본 적이 없는 듀이라는 인물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않은 상태로 성장한 미국인이다. 한국에 출장 온 듀이라는 인물이 한국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질적이고 차별적인 두 공간을 통해서 전해진다.

한국에서 만난 갤러리와 관련된 한국인들은 영어가 유창하여 듀이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의 안온한 성곽이 되어주고 있는 소설 속의 아파트는 유명한 작가의 예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전시기간동안 게스트룸에서 보내게 된다. 아파트 입주주민을 위해 고용된 셰프가 특별히 듀이를 위해 준비한 한정식 요리가 낯설기만 하다. 젓가락 사용법도 전혀 모르며 한국요리는 어색한 맛이라고 느끼면서 한국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듀이가 마사지를 받고 싶다고 말하자 아파트 중역이라는 사람은 난색을 보이며 아파트 산책로를 거닐어 보라고 권유한다. 수입한 나무들로 조성된 산책로를 가진 이 아파트는 외부와도 분리된 공간이라 한국은 권위적인 곳이며 차별적인 나라라고 듀이는 감지하게 된다.

잠시 서울 도시를 혼자 걷다가 듀이가 경험하게 되는 이색적인 경험이 등장하게 된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무리를 발견하며 경험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무리가 흔드는 두 나라 국기가 상징하는 의미와 이들이 향하는 축제가 어떤 의미인지 듀이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휴대폰이 방전되어 더욱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 듀이는 우연히 영어를 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이 무리의 사람들과 잠시 보내면서 경험한 것은 또 다른 한국의 공간이며 다른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듀이에게 건네는 음식들, 휴대폰 충전 서비스, 방명록 사인을 관리하는 중년 여성이 듀이에게 당신은 아주 소중하다는 말을 듣고 감정에 미묘하고 어색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가족들도 자신에게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 타인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존재의 의미가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듀이는 아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안부 외에는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가 없는 사이였기에 듀이는 자신에게 일어난 감정적 변화를 아버지에게 전하면서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누구와 함께 보내고 있는지 알리게 된다. "저 지금 이승만 광장에 있어요. 아주 좋은 사람들과 함께요." (103쪽)

듀이가 만난 그들이 추앙하는 인물, 대통령이 누구이며 어떤 인물인지 듀이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그들의 자신에게 보여준 친절과 그들의 대통령 이승만은 낯선 인물이라 그들의 축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뱀술과 개고기, 우범지대로 알고 왔던 나라였는데 직접 방문하고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선입견들이 와해되기 시작한다. 이상한 여정에서 만난 무리의 사람들은 아주 좋은 사람들이라고 느끼게 되는 듀이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듀이의 입장에서 경험한 축제 현장의 노인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매만진 소설이라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다. 대구, 미군부대, 이승만은 상징성을 지니는 의미이다. 단단하고 높다간 성벽처럼 둘러진 아파트라는 곳과 두 나라의 태극기를 흔드는 집회 속의 노인들은 듀이에게 적잖은 한국을 대표하는 의미가 되어버린다. 같은 것을 추구하지만 상이한 라이프 스타일, 생활공간, 삶의 격차가 대조적인 두 무리를 아이러니하게 매만진 소설이다.

소음과 혼돈을 배제하고 그들만의 성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노인들이 흔드는 두 나라의 태극기와 그들이 나누어주는 음식들은 이질적이다. 듀이가 경험한 한국은 하나의 집단이지만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보여준 소설이다.

소중하다는 말을 표현하면서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입양된 부모에게서, 타인에게서 한번도 듣지 못한 말을 듀이는 낯선 한국에서 처음으로 듣게 되면서 감정이 동요하게 된다. 따뜻한 말의 힘을 발견하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행인들이 축제 무리에 섞인 듀이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조차도 이해할 수 없지만 듀이는 아주 좋은 사람들의 친절에 처음으로 감정이 움직였음을 보여준다. 두 공간, 두 집단의 사람들을 소설에 담으면서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해준 기발함과 예리함을 만날 수 있었던 작품이다.

갤러리를 포함한 이 아파트의 모든 공간은 주민만 출입할 수 있다. 위용 넘치는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건 입주민뿐... 그게 이상했다. 대단히 차별적이군. 한국은 이런 나라인가. 67

갤러리는 사적인 동시에 권위적이었다. 통창 대신 고측장을 설치해 외부 시야를 철저히 차단 - P66

갤러리를 포함한 이 아파트의 모든 공간은 주민만 출입할 수 있다. 위용 넘치는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건 입주민뿐... 그게 이상했다. 대단히 차별적이군. 한국은 이런 나라인가. - P67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하는 그들의 애국심에 ...속으로 다소 과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 P72

당신이 아주 소중하대요. 타인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가족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감정의 가느다란 실검이 점점 벌어졌고 뜨거운 무언가가 바깥에서 밀려 들어오듯 온몸이 날아올랐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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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5 소설 보다
강보라.성해나.윤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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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라 『바우어의 정원』, 성해나 『스무드』, 윤단 『남은 여름』을 만날 수 있는 3편의 단편소설집이다. 모든 작가들과 인터뷰한 글도 구성된 소설집이라 작가의 소설을 넘어선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글도 야무지게 만날 수 있다. 강보라 작가의 『바우어의 정원』에서 "살면서 여성으로서 겪은 상처를 독백 연기의 형태로 들려주세요."라는 연출가의 제안을 받는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게 된다. 그중에 은화라는 인물과 정림이라는 배우도 오디션을 보고 난 후 서로 나누는 대화들이 꽤 의미심장하게 전해지는 소설이다.

여성의 몸은 신비로운 존재이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 유산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해진다. 출산과 유산을 구분하는 사회유산도 출산과 다르지 않는 의미라고 받아들이는 사회가 언급되면서 두 여성이 자신의 상처를 되짚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사연을 심사위원들 앞에서 극화하는 상황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은화는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은화는 거절하지 못하고 오디션 현장에까지 도착하여 연극할 때 친했던 후배 정림을 만나게 된다.

은화의 남편인 무재도 다르지가 않다. 아르바이트 강사 일이 계약직이 되고 정규직까지 이어지게 되었던 무재도 저항할 수 없는 삶의 중력을 떠올리게 된다. 은화, 무재, 정림의 노동과 삶이 담담하게 언급되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은화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한 감정적 이유로 연기 활동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활동을 잠시 쉬라는 남편의 제안까지 듣는 상황이다. 은화가 놓쳐버린 것은 무엇이었는지, 드디어 마주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게 바라본 작품이다.

어린 은화가 배우로 잘 간직하려고 했던 것을 지금의 은화는 문득 떠올리게 된다. 그것이 작고 파란 불씨 하나가 되어 그녀의 정원에서 고요히 타올랐다고 전한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자신의 것이었던 것이 있는가. 그것을 배우로서 잊지 않고 잘 간직하는 힘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은화는 남편인 무재가 제안한 초원이라는 학생을 만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잊었던 과거의 비참함이 지금 그녀를 깨워냈음을 보여준 소설이다.

학교폭력이 어떤 방식으로 비화되는지도 소설의 초원을 통해서 보여준다. 사실이 아닌 거짓이 진실로 포장되는 것이 비일비재한 사회임을 초원이라는 학생을 통해서 은화도 학창시절 경험한 학교폭력의 피해자였음을 회상하면서 초원을 만나서 돕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암컷을 유혹하고자 자신의 깃털 색과 비슷한 파란 물건을 강박적으로 수집하는 새틴 바우어라는 새를 통해서 인물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치료 목적으로 모인 내담자들이 쏟아내는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이야기가 마치 새틴 바우어라는 새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은화는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이 드러낸 여성으로서 겪은 상처도 다르지 않음을 자각하게 된다. 후배 정림이도 자신의 세 번의 유산 경험을 오디션에서 언급한 후 뒤늦은 찝찝함헐값에 팔아넘긴 기분이라고 은화에게 말하게 된다. 이 배우들이 뒤늦게 깨닫는 것들과 외마디의 외침이 강열한 잔상을 남긴다.

어린 은화가 비참함을 잘 간직할 거라고 말했던 다짐을 이제서야 떠올리듯이 삶의 중력에 이끌려 놓쳐버린 것은 없는지 잠시 멈추는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천천히 비참해졌다는 것이 무엇인지 은화를 통해, 후배 정림을 통해, 무재를 통해 천천히 곱씹어 보게 하는 소설이다. 그들의 삶의 중력은 무엇이었으며 그들이 보았던 세상의 아름다움이 천천히 비참함으로 변해버린 것들도 바라보게 한다.

정림의 연극을 관람한 후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관례적으로 보여준 무대인사 없이 사라지는 행동도 의미심장한 장면이다. 연극배우들의 중요한 신념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순재 배우가 60회 백상예술무대에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들려준 것들이 떠오른다. 리어왕 연극을 잠시 설명하면서 '부자들아 가난한 자들과 나누어라'라고 감동적인 대사를 남기며 무대를 장식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은화의 가슴에서 조용히 타오르는 것을 우리도 찾아내고 다시 불태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감각했고, 그러는 동안 천천히 비참해졌다. 어린 은화는 배우로서 그 비참함을 잘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만큼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그녀 자신의 것이었으므로. 작고 파란 불씨 하나가 그녀의 정원 안에서 고요히 타올랐다. 42

(연극배우가 무대에서) 인사 없이 사라지는 행동이 어쩐지 그들의 중요한 신념처럼 느껴져서 - P40

왜 뒤늦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지...... 왜 자꾸 뭔가를 헐값에 팔아넘긴 기분이 드는 건지...... 악! - P35

무재에게 초원을 만나겠다고 말하기로 결심했다... 희끗한 머리 위로 그보다 더 흰 눈이 정직하게 내려앉았다. 아득한 과거가 ... 마침내 그녀를 따라잡았다. - P42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감각했고, 그러는 동안 천천히 비참해졌다. 어린 은화는 배우로서 그 비참함을 잘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만큼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그녀 자신의 것이었으므로. 작고 파란 불씨 하나가 그녀의 정원 안에서 고요히 타올랐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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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정의의 사람들』 중의 에세이 <부조리한 인간>은 흥미롭게 읽은 내용이다. 읽을수록 『시지프 신화』와 에세이 『안과 겉』, 소설 『이방인』을 상기하게 된다. 페이지 여백의 메모들을 확인하면서 작가의 유명한 소설과 에세이를 다시 펼쳐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단단한 연결고리가 되면서 철학적 사고의 깊이가 더욱 단단해지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설 『페스트』의 인물들 중에 죽음을 다르게 받아들인 의사 어머니의 삶을 다시 회상하는 독서릴레이로 이어진다.

위대한 소설가는 철학적 소설가라고 『시지프 신화』에서 언급된다. <부조리한 인간> 에세이를 통해서 소설의 바탕이 되었던 알베르 카뮈의 철학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롤링 부인의 '호소문'을 언급한 괴테의 <잠언집>에서 괴테는 롤링 부인은 무시되었다는 사실이 각주를 통해서 설명된다. 롤링 부인은 프랑스에서 살롱을 열고 남편을 내무장관으로 만들었던 여인이었지만 과격파의 미움을 받아 교수형에 처하게 된다. 후세에 의지한 롤링 부인이 후세에 외면받았음을 카뮈는 언급한다.

부조리한 인간이 용납할 수 있는 도덕은 단 하나 신에게서 분리되지 않는 도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부조리한 인간은 신 밖에서 살고 있다고 단언한다. 종교 전쟁과 자기변명과 무죄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무죄는 무서운 것이라고 설명된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나름의 부조리이며, 해방과 기쁨의 외침이 아닌 하나의 쓰라린 확인을 의미하는 무죄임을 확인시킨다.

책임지는 사람은 있을 수 있으나 죄인은 없다는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부조리는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묶어 잇는 것으로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것은 아무것도 금지된 것이 없다는 뜻이 아님을 설명한다. 부조리는 행위의 결과에 한결같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부조리는 후회에 본래의 무용성을 회복시킨다는 것과 어쩌다 기분이 내켜서 덕이 높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짚어낸다.

부조리의 정신으로 추론한 결과는 윤리적 규칙들이 아니다. 발견한 것들은 인간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예증들임을 작가의 여러 소설들과 에세이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한 인간의 패배의 예증을 소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되었고 심판의 대상이 된 것은 패배한 상황이 아닌 패배한 인간 자신이었음을 『이방인』 소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정황은 현재에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모순되는 논리로 심판을 하고자 하는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읽은 부조리한 인간에 대한 내용이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미래를 박탈당한 어떤 세계에 대한 글이다. 희망을 불어넣고 인간을 분주하게 일하게 하고 있는 세계를 직시하게 한다. 희망을 떠올리며 달렸던 무수히 많은 계단들이 있다. 숨이 턱에 차올랐던 순간들은 회색빛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세계만을 맛보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는 단 한 가지 거짓되지 않은 사고는 열매를 기대하지 않는 불모의 사고라고 확언한다. 미래가 박탈당한 세계, 미래가 없는 시대는 누구인지 멈추어서 둘러보아야 한다. 마음껏 숨 쉴 수 없는 희뿌연 독성을 가득히 품고 있는 공기, 더 높은 높이와 성장만이 희망이라고 착각하는 세계, 발암물질 범벅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는 소비의 실체 등 걷고 있지만 왜 걷는지도 모르는 노예들의 출퇴근길의 움직임들이 떠오르는 내용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희곡도 떠올리게 되는 부조리한 인간을 사유할 수 있었던 내용이다.

영광이란 모두 덧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깊이 고찰하도록 이끄는 내용들이다. 모든 영광 중에서 가장 덜 거짓된 것은 스스로 체험하는 영광이며 중요한 것은 인생에서 얼마나 동일화되었는지에 대해 강조한다. 노력과 사명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마음을 다하여 여러 존재가 되고자 전력투구하라고 전한다. 자신을 되찾기 위해 자신을 잃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더불어 침묵도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비극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모든 것을 성취하고 모든 것을 살고자 하는 저 인간, 저 헛된 시도, 저 부질없는 고집, 그것은 부조리의 모순 그 자체라고 말하면서 운명에서 노래 부르는 피리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복 있을 거라고 말한 햄릿의 말을 인용한다. 질문이 많은 세계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힘을 불어넣어 주는 내용들이며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재독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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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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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특별증보판이라 무조건 펼친 책이다. 『자유론』이 추가된 이유도 설명된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선고문을 생중계로 들었던 순간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속에 자리잡는다. 초판 서문과 특별증보판 서문에서 저자의 희망이 간결하지만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책을 읽는 독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체감하는 만큼 종이책 읽기가 다시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이 사실이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램이 얼마나 진솔한 희망인지 공감하게 된다.

총 15권의 책들이 소개되면서 저자가 읽게 된 이유, 사연들, 책에서 인상 깊었던 인물들,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까지도 전해진다. 영상으로 가끔씩 시청하는 편이라 활자로 읽고 있지만 저자의 목소리, 표정, 진솔함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던 내용들이다.

다독을 한 작가의 경험들이 전해져서 소개된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도 받으면서 아직 읽지 않은 책이지만 한번은 읽어봐야겠다는 도전을 외치게 되는 책들도 추가된다. 편하게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뾰족한 의중을 충분히 전달받는 문장들과 어휘들을 야무지게 주워 담았던 책이다.

작가도 긴 세월이 지나서 다시 읽은 책에서 그때는 보이지 않았고 기억에도 없는 소설의 인물이 보였다고 말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재독이 지닌 힘은 새로운 발견의 시간으로 인도되기도 한다. 소개된 15권의 책들이 저자의 낡은 지도였다는 것과 삶의 선택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주었는지도 회고하게 된다.

삶이 존재하고 인간과 세상과 역사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혼동과 격동의 시대로 기억되는지 저자의 생각들이 전해진 내용들이다. 질문을 부여잡으면서 읽는 사람이 되었고, 지금도 읽고 있는 이유들을 이 책을 통해서, 소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서, 저자의 삶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다. 15권의 책들을 왜 손꼽았는지, 이 시대를 무관심하지 않게 살아야 하는 이유와 어떤 마음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도 저자의 서문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지난 시기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보았다. 8

길을 잃었다... 낡은 지도를 꺼내 살펴본다. 7

그들이 했던 고민고 사색은 많든 적든 내 것이기도 하다. 10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삶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라는 것을.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스스로 인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10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전체주의와 민주주의를 꽤 흥미롭게 떠올리면서 읽은 내용이다. 비상계엄령 선포와 탄핵까지의 과정을 전 세계인이 얼마나 위험하게 지켜보았는지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전체주의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하면서 가난은 누구의 잘못인지도 질문을 아끼지 않았다. 의문을 집요함은 독서와 사색, 행동과 성찰로 이어진다는 것을 들려주는 내용이다.

매우 과격하고 관념적인 해법 ...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리와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권리... 그들이 비범하기 때문 23

위 문장을 읽으면서 떠올리는 상황과 사건, 인물들이 존재한다. 예시로 들려주는 레닌, 스탈린, 히틀러가 있으며 그들은 피 앞에서도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로 모든 종류의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열거된 인물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개인을 숭배하고 신격화하며 독재하는 전체주의를 주변에서도 목도하게 된다. "대량학살을 저지른 수많은 부하들은 끔찍한 정신적 번민과 고통에 시달렸다는 증거가 없다"(32쪽) 더불어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언급된다.

죄와 벌 소설의 두냐와 소냐에 대한 작가의 견해도 흥미롭게 전해진다. 소설을 집필한 작가의 뒷이야기와 소설가 니콜라이 고골을 비판한 평론가의 편지를 낭독한 이유까지도 설명하면서 고골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받았던 내용이다. 만년의 고골이 찬양한 것들과 탄압을 옹호한 것을 비판한 소설의 작가에게 사형선고와 강제노동을 집행한 이유까지도 설명되고 『악령』 작품까지도 소개된다. 작가들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한 권씩 차곡히 쌓아 올려놓는 『청춘의 독서』 목록 독서도 의미 있을 것이다.




대량학살을 저지른 수많은 부하들은 끔찍한 정신적 번민과 고통에 시달렸다는 증거가 없다 - P32

매우 과격하고 관념적인 해법 ...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리와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권리... 그들이 비범하기 때문 - P23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삶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라는 것을.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스스로 인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 P10

그들이 했던 고민고 사색은 많든 적든 내 것이기도 하다. - P10

길을 잃었다... 낡은 지도를 꺼내 살펴본다. - P7

지난 시기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보았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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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손턴 와일더 지음, 정해영 옮김, 신형철 해제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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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해제와 은유, 무라카미 하루키 추천도서라 펼친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928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타임 선정 20세기 최고의 영미소설이기도 하다. 9.11 추모식에서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최고의 소설 토니 블레이어가 낭독한 책이라 더욱 궁금함에 펼친 소설이다. 그 기대감은 놀라움으로 충족되었고 작가가 집필한 이유, 9.11 추모식에서 낭독한 이유도 공감할 수 있었던 명작으로 기억된다.

시편 90편 5절

너는 밤에 찾아오는 공포와 낮에 날아드는 화살과 어두울 때 퍼지는 전염병과 밝을 때 닥쳐오는 재앙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로다.

소설은 페루의 가장 멋진 다리가 무너진 사건에서 시작한다. 그 사고로 5명의 여행자가 골짜기로 추락한다. 갑자기 찾아오는 사고, 질병, 지진, 해일에 사람들은 신의 행위인지, 신의 의도인지 무수한 질문들을 저마다 속마음으로 던지기 마련이다. 그러한 후폭풍의 패턴을 작가는 소설에서 놓치지 않는다. 인간이 가진 무수한 질문들 중의 하나를 소설에서 시작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다리가 무너진 사건을 목격한 주니퍼 수사가 있다. 수사는 사건으로 죽은 다섯 사람의 삶의 중단에서 불가사의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통해서 밝혀진 것이 있었는지 소설은 전해진다.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 것일까, 아니면 계획에 의해 살고 계획에 의해 죽는 것일까? 15

'신의 의도'가 아닌지 의심될 만큼 놀라운 우연의 연속 13

불쌍하고 고집 센 사람들은 자신이 겪는 삶의 고통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늘 적절하고 견고한 증거를 요구했다...의심은 인간의 가슴에서 끊임없이 샘솟기 마련이었다. 16

삶과 죽음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인도된다. 외줄타기하는 기분으로 삶과 죽음을 경험하고 있는 인간들은 자신의 삶과 죽음을 도통 진지하게 숙고하지 않는다. 태어남과 삶, 죽음을 어떻게 소비하고 뒤늦게 깨닫는 어리석음과 무의미의 향연을 멈추지 않는지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진지하게 관찰하게 된다. 부모와 자식, 쌍둥이 형제, 수녀원장, 선장, 카밀라 여배우와 세 자녀, 피오 아저씨, 페피타라는 어린 소녀, 피오 아저씨의 아버지를 잘 살펴보면서 읽었던 소설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요구하는 것들과 의심, 삶의 고통이 지닌 의미를 진지하게 살피게 한다. 자신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리석은 사랑을 하다가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고 미처 깨닫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갑자기 한꺼번에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남겨진 사람들은 뒤늦게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카밀라 여배우 피오 아저씨와 자신의 아들을 추억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얼마나 무정한 사람이었는지 알게 된다. 수녀원장도 자신이 너무 바쁘게 살았다면서 뒤늦은 후회와 참회를 한다. 소프라노가 부르는 노래 가사를 수녀원장은 처음으로 듣는 순간이 찾아온다.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수녀는 자신의 애정의 색깔이 부족했음을, 인생 전체에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좀 더 있어야 했음을 깨닫는다.

나의 애정에 저런 색깔이 좀 더 있었어야 했는데. 나의 인생 전체에 저런 특성이 좀 더 있어야 했어. 난 너무 바쁘게만 살았구나. 197

두 사람은 나를 사랑했는데 나는 실망만 시켰어. 198

권력에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도 등장한다. 수사가 연구한 방대한 책은 이단 심사단에 의해 불태워진다. 더불어 수사도 감옥에 있다가 화형을 당하게 된다. 수사가 감옥에서 생각한 것들과 화형을 당하는 순간에 보았던 것들과 그의 생각들이 소설에 전해진다. 그가 연구하고 도출한 내용도 등장하면서 사고나 질병으로 죽는 재앙이 지닌 죽음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흥미롭게 전하는 소설이다.

종교적 가르침과 재앙에 의해 목도하는 죽음을 인간이 어떻게 해석하고 살아가는지 꼬집는 작품이다. 잘 살아보겠다고 뒤늦게 깨닫는 후작 부인이 맞이한 것이 무엇이며, 너무 늦지 않게 잘 살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하는 이유도 섬세하게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진지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삶은 무수한 질문들을 다양하게 던진다. 삶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힘이 중요해진다. 후작부인과 딸의 관계가 던진 질문처럼 『고리오 영감』 소설의 영감이 죽음 앞에서 말하는 것도 다르지가 않았다. 사랑을 하였지만 어리석은 사랑을 하지 않는 삶이 되어야 한다. 수녀원장이 깨닫는 것처럼 종교적 삶을 살지만 애정의 온도가 미지근하지 않는지도 지속적으로 매일 자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폭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도출된다. 페피타라는 영특한 어린 소녀가 고난과 외로움 삶을 홀로 감당하도록 던져진 이유에는 수녀원장이 있었다. 사랑을 얼마나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 소설이다.

사랑하는 방식이 서툴고 과하고 부족하여 어리석은 몸짓으로 삶을 낭비하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것이 '용기'임을 보여준 작품이다. 용기가 사랑과 어우러지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종교와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타인의 삶을 무참하고 피폐하게 만들어버리는지도 전하는 작품이다. 마녀로 사라진 무수히 많은 여성들, 화형과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들을 현시대에서도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 시대의 우매한 인간들의 다양한 권력적 횡포도 접목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던 소설이다.

두 사람은 나를 사랑했는데 나는 실망만 시켰어. - P198

나의 애정에 저런 색깔이 좀 더 있었어야 했는데. 나의 인생 전체에 저런 특성이 좀 더 있어야 했어. 난 너무 바쁘게만 살았구나. - P197

불쌍하고 고집 센 사람들은 자신이 겪는 삶의 고통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늘 적절하고 견고한 증거를 요구했다...의심은 인간의 가슴에서 끊임없이 샘솟기 마련이었다. - P16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 것일까, 아니면 계획에 의해 살고 계획에 의해 죽는 것일까? - P15

‘신의 의도‘가 아닌지 의심될 만큼 놀라운 우연의 연속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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