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물들다 - 감성 수채화 컬러링북
박미나(미나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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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영감을 꽃과 식물을 통해 아름다운 감성 수채화를 선뵈는 박미나 작가의 신간도서가 출간되어 기쁜 마음으로 펼친 컬러링북이다. 꽃나무들이 아름다운 꽃향기와 멋진 자태를 뽐내는 아름다움에 발걸음이 멈추게 되는 계절이다. 화사한 봄꽃이 가득히 유혹하는 향기가 산책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이 책도 다르지가 않는 기쁨을 주는 컬러링북으로 책갈피도 포함되어 있는 도서이다.

물로 그리는 맑은 그림을 수채화라고 부른다는 글귀가 좋았다. 물로 섞이고 퍼지도록 그리는 기법을 유지하라고 작가는 알려주면서 실패하지 않는 수채화 기법이 전해진다. 한계가 없는 다양한 시도에 대해서도 일러준다. 수채 전용 코튼지에 채색하면 완성도가 높다는 팁도 전한다. 새로 돋아나는 작은 잎을 채색하는 기법과 시드는 잎을 채색하는 기법까지도 작가가 알려준다.

오랫동안 응시하는 시간과 관찰이 요구되는 것이 예술이다. 터치하는 기법에 따라, 마른 후에 덧칠하는 것과 젖은 상태에 번지는 기법으로 채색하는 기법처럼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채색이 완성된 그림은 다르게 될 것이다. 인생도 다르지가 않음을 작가의 수채화 기법을 통해서 보게 된다. 맑은 그림처럼, 수채화처럼 지금 살아가는 인생도 어떤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질 것이다. 봄이 오는 것을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꽃나무와 풍경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더불어 감성에 취하도록 아름다운 수채화 컬러링북도 한 페이지씩 넘겨볼 수 있다는 기회까지도 감사하는 계절이다.

한계를 스스로 정하지 않는 삶이 되어야 한다. 수채화 기법을 알려주는 작가의 글을 통해서도 기운을 느끼게 된다. 여유로운 시간과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정서적 감성을 충만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으로도 적합한 컬러링북이다. 박미나 작가는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 『빨강 머리 앤의 정원』을 통해서 수채화 작가로 인지도가 있는 작가이다. 미니 레슨도 책에서 진행되는 만큼 성큼성큼 한 걸음씩 나아가는 취미활동으로도 적합한 컬러링북이다. 채색이 완성된 그림은 액자에 넣어서 인테리어를 할 수도 있는 감성 인테리어로도 적합한 수채화이다.

미나뜨 작가가 알려주는 수채화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파트 1과 파트 2로 나뉘는 구성으로 알차게 구성된 31가지 꽃도안들이 풍성한 컬러링북이다. 두꺼운 두께감만큼이나 아름다운 감성 수채화를 완성하는 취미활동을 가져보면 좋을 컬러링북이다. 책 사이즈의 도안도 있고 엽서 사이즈의 도안도 2개가 구성되어 있으며 책 마지막 표지 안에는 엽서로 사용 가능한 작가의 수채화 엽서도 있는 신간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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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3
장애령 지음, 문현선 옮김 / 민음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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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방문했던 경기도 박물관의 야외 영상물에 등장하는 독립운동가들과 일본군에 고문,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독립운동가의 아내, 아들이 전쟁 현장에서 사망하는 영상물이 지금도 기억 속에 또렷하게 잔영으로 남는다. 나라를 빼앗긴다는 것, 빼앗겼다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다. 이 충격을 여러 영화, 생존자, 희생된 많은 인물들의 기록물들을 통해서 이해하게 되는데 이 소설에서도 애국 청년들과 매국노의 첨예한 대립을 통해서 빼앗긴 나라의 국민이 겪는 모멸감과 박탈감이 어떻게 죽음까지 각오하게 되는 저항운동이 되는지 보여준다. 소설에 등장하는 젊은 여대생 지아즈가 그러하다. 목숨을 잃을 각오까지 하고 매국노를 살해하겠다는 암살에 가담한 지아즈를 통해서 소설은 시작된다.

영화만을 기억한다면 이 소설을 전부 이해한 것이 아니다. 영화는 원작소설를 영상미로 재해석한 작품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게 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소설 『연인』도 다르지가 않았다. 원작소설을 읽어야 작가와 작품성을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도 꼭 소설로 읽어야 작가의 작품성을 알게 된다. 읽을수록 작가가 집필한 『색, 계』소설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섯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책이며 그중의 하나가 『색, 계』이다. 사랑해 본 적이 없었던 젊은 여대생 지아즈는 사랑에 빠지는 게 어떤 것인지도 몰라서 이 선생이라는 사오십 대의 작은 남자인 비밀정보원을 사랑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매국노를 향한 분노와 애국심에 그녀는 나라를 위하는 일에 쓰임을 다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영화 <영웅>의 김고은이 연기한 궁녀였던 설희라는 인물이 떠올랐다. 연기를 하고 있는 지아즈의 아슬아슬한 상황들과 위험한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아찔한 걱정까지도 하는 그녀가 애처로웠다. 나라를 빼앗긴다는 것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것임을 이 소설 지아즈를 통해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나랏일에 무관심한 홍콩 사람들에 대한 불만도 토로된다. 나랏일에 적극적인 그녀의 성향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미인계로 매국노를 현혹하는 작전에는 이 선생이라는 인물이 부인을 속이면서 수많은 밀회를 즐기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선생의 부인이 마작을 하면서 다른 부인들과 나누는 모습에는 사치와 부를 과시하는 것만이 존재한다. 부인들이 누리고 있는 그 기회들은 누군가의 생명들과 맞바꾼 것임을 지아즈를 통해서 기억하게 하는 작품이다.

불안과 죽음이 눈앞에 있는 지아즈가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은 소설 중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반면 부인들은 안락하고 지루한 시간들을 보내는 오락과 사치와 무료한 일상을 보낸다. 길고 무거운 커튼이 지닌 전쟁 중인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유럽풍 물건들, 다이아몬드를 과시하는 부인들과의 대화중에도 위장하면서 연기하고 있는 젊은 여대생 지아즈와는 대립을 이룬다. 지아즈는 작은 식당에서 죽을 먹어도 좋았다고 전하는 인물인 반면 이 부인은 물건을 포기하지 못하는 살찐 이 선생의 부인이다. 마작을 하는 부인들은 지아즈의 비치반지를 보고 얕잡아본다는 것까지도 지아즈는 감지하게 된다.

사랑을 너무나도 뒤늦게 알아버린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버렸지만 모든 것이 너무 늦었음을 알게 된다. 공허해진 지아즈의 마음과 이 선생이 모두 총살해 버린 상황에서 그의 기억에 지워지지 않을 그녀가 있다는 것을 소설은 엄중하게 이야기한다. 미묘한 감정인 사랑을 끼워 넣을 수 없는 두 인물을 통해서 다루는 작가이다. 표정이 없는 지아즈를 무수히 떠올리면서 나라를 위한 일에 젊은 여자가 어떤 쓰임으로 이용되고 매국노를 암살하겠다는 엄중한 임무에 투입된 그녀의 이야기가 어떻게 막을 내렸는지 이 선생을 통해서 단편소설로 전하는 작가이다.

그들이 비밀리에 만났던 아파트는 영국인과 미국인이 주인이었으며 그들은 지금 모두 수용소에 있다고 전한다. 매국노가 빼앗은 것은 지아즈 무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알베르 카뮈도 『계엄령』 희곡을 통해서 자유인은 도형장과 납골당에 있고 노예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언급하였고,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소설에 등장하는 장면처럼 수용소가 지닌 의미는 상대적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권력에 거슬리는 자를 수용소로 보내는 것이 권력임을 이 소설의 귀퉁이에서도 발견하는 조약돌이 된다. 『삼체』 소설에서도 공개처형되는 교수가 전하는 의미까지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수용소'의 의미이다.

매국노와 그들의 부인들이 살아가는 삶과 애국단이 되어 치열하게 수행하는 임무의 긴박함과 불안을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 작품이다. 대조되는 집단이 누리는 사치와 부를 향하는 멈추지 못하는 욕망이 부인들과 이 선생을 통해서 상징적으로 전달된 소설이다. 나라를 되찾고자 목숨까지 각오한 사랑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던 지아즈의 성공하지 못한 짧은 생애와 개인적인 경험으로 반박하는 사담까지도 소설에서 짚어내는 소설이다.



정말로 그녀를 얕잡아보는 눈치였다. 14 _ 마작하는 부인들

작은 음식점에서 죽을 먹었는데 그것도 좋았다 - P24

이 사람이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구나.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무언가 잃어버린 것처럼 허전해졌다. 너무 늦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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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을 읽다보면 고골의 『외투』 소설이 등장한다. 작가의 생애를 읽고나서 읽은 작가의 첫 작품이다. 외투 소설을 읽고 고골의 여러 소설들을 읽었기에 이 소설은 더 깊게 투영된다. 가난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 작품이다. 소설의 인물은 9등관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47세 남성이다. 시대적 흐름을 바탕으로 그는 늙은 노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인물이다.


작품을 읽어갈수록 가난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된다. 가난은 돈이 급하게 필요하지만 담보조차도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유일하게 담보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월급뿐이라고 소설 속의 남자는 전한다. 아직 지불되지 않은 월급을 담보로 대출을 요구하러 가는 이 남자는 자신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는 인물을 향해 비난을 퍼붓는다. 담보가 없으면 대출이 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기에 그의 비난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으며 그가 가난한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찾게 된다. 그의 무능함이었는지, 낭비벽이었는지 일상을 살펴보는 작업이 뒤따르는 소설이다.

고골의 소설 『외투』에서도 등장하는 내용처럼 그의 일상에서는 사치와 낭비는 찾을 수가 없다. 그의 비루한 삶과 외투, 모양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소설을 계속 읽게 된다. 현대의 계급사회문제까지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군가는 의뭉스러운 소득을 취하고 있음을 소설의 안나라는 여성을 통해서 짐작하게 된다. 누군가는 어침부터 저녁까지 노동 사회에서 일을 하지만 노동의 대가는 불공정하게 분배되고 있음을 『외투』라는 고골의 소설은 사실적으로 이야기한다.


고금리 대출을 찾아서 급전을 찾는 가난한 사람들의 급박한 상황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가난하고 보호해 주지 않는 젊고 어린 여자에게 악한 사람이 가난한 약자의 약점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악인은 가난하고 젊은 여자에게 손을 내밀면서 유혹하는 손짓을 보내기 시작한다. 이때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젊은 여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가난은 금전적인 가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든든한 보호벽이 없는 고아와 과부 같은 여자에게는 더욱 가혹한 것이 가난임을 보여준다.


또 다른 가난한 가족도 등장한다. 투자 실패와 실직으로 단칸방에서 5명의 가족이 소리도 내지 않고 살아가는 가족이 있다. 아이가 3명이지만 아이소리가 들리지 않고,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도 아이는 그것을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가난이다. 그 가정의 한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가 죽음이 빠르게 찾아오지만 슬픔과 눈물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 가난임을 이 가정의 생존한 다른 어린아이가 관에 기대어 있는 모습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슬퍼할 수 없는 울음과 슬픔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가난은 아내에게도 아이에게도 감정까지도 모두 빼앗아가버린다. 상대적으로 부자인 안나라는 여인은 고아와 과부를 향해서 생색을 내고 성경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율법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평가하기만 한다. 가슴으로 하는 사랑이 아닌 행위로만 하는 신앙인의 거짓된 모방에서는 어떠한 감동이 전달되지 않는다. 사랑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이 신앙인의 영원한 과제임을 안나를 통해서 작가는 보여준다.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가난을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사실적으로 전달한 소설이다. 태생이 부자였고 태생이 가난하였다는 것은 엄청난 간극을 의미한다. 그 가난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고 작가가 질문을 던졌으며 그저 피상적인 가난만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가난은 냄새로도 상징성을 띈다. <기생충> 영화를 통해서, 고골의 여러 소설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물가 시대에 누군가는 낮에는 직업을 가지고 밤에도 알바를 하면서 노동시장에서 쉬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시대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어린 자녀가 현금으로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가난의 폭풍에 던져진 인생은 발버둥을 쳐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맴도는 허무한 시대임을 이 소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작가가 살았던 가난한 삶을 무수히 떠올리면서 읽다보니 인물의 삶이 허구의 인물로만 관통되지 않았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백치』, 『악령』, 『지하로부터의 수기』 작품들을 집필한 유명한 작가이다. 한 권씩 릴레이 독서를 할 계획이다.



우리에게는 남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슬퍼요. 145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돈을 빌리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135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세상은 흉악하고

사람들은 공정하지 않아요. 94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문학이란 좋은 겁니다. 아주 좋은 겁니다.

문학이란 참 심오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굳세게 하고 깨우쳐 주지요. 90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어떤 사람은

장군 견장을 달도록 정해져 있고,

또 어떤 사람은

9등 문관으로 근무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은 명령을 하고

어떤 사람은 불평 한마디 없이

순종하도록 정해져 있는 겁니다. 115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유품이라고 해 봐야

거위 깃털 펜 한 다발,

관공서 서식 용지 한 묶음,

양말 세 켤레,

바지에서 떨어진 단추 두세 개,

실내복 같은 헌 외투가 전부 93

_외투 / 니콜라이 고골 / 민음사

계장 대리는 호화롭게 살았다. 82

_외투 / 니콜라이 고골 / 민음사






세상은 흉악하고 사람들은 공정하지 않아요. 94

문학이란 좋은 겁니다. 아주 좋은 겁니다. 문학이란 참 심오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굳세게 하고 깨우쳐 주지요. - P90

어떤 사람은 장군 견장을 달도록 정해져 있고, 또 어떤 사람은 9등 문관으로 근무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은 명령을 하고 어떤 사람은 불평 한마디 없이 순종하도록 정해져 있는 겁니다. - P115

우리에게는 남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슬퍼요. - P145

돈을 빌리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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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3-29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특유의 소설속 비극적인 환경과 인물들이 너무 좋더라구요. 릴레이 독서를 응원합니다~!!
 
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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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 문학을 한 권씩 읽을 계획으로 고른 첫 번째 소설이다. 에밀 졸라와 도스토옙스키, 플로베르에게 영향력을 준 작가라는 설명에 이끌려서 고른 작품이다. 파리의 도시와 파리 시민들의 관습, 문화들이 사실적으로 전달되면서 그 시대의 결혼 문화와 관습을 엿보게 된다. 딸을 결혼에 필요했던 지참금과 사교문화와 부인들의 영향력이 전해진다. 비밀스러운 연인이 되는 정부가 되는 것을 희망하는 젊은 법대생 청년의 내적 갈등과 선택이 어떤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도 드러낸다.

파리라는 도시에 소외된 장소에 하숙집이라는 건물이 있다. 그곳을 찾는 이들도 다양하고 그들이 지불하는 돈과 방의 크기, 제공되는 서비스도 차별성을 띈다. 하숙집의 주인은 빈방을 가난한 유학생들에게도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이 하숙집에 머무르게 된다.

다양한 하숙인들이 소개되면서 그들이 누구이며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설명된다. 하숙인들 중의 한 명이 고리오 영감이다. 처음에는 그리오 선생님이라고 불렸다가 고리오 영감으로 불리게 된 사연도 전해지면서 재력과 돈의 위력이 얼마나 영향력을 주는지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제면업자였던 고리오 영감의 아내는 일찍 죽게 되고 두 딸을 향한 부성애가 특별하다는 것이 작품 속에서 전해진다. 자신이 가진 재산들을 하나둘씩 가져가는 두 딸의 결혼생활을 엿보게 될수록 영감이 착각하는 사랑의 정의가 무엇인지 되묻게 되는 소설이다.

영감이 법대생 청년에게 이야기하는 돈에 대한 철학과 후회가 전해진다. 이미 망쳐버린 영감의 인생에 두 딸과 돈은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점차적으로 사라진 영감의 돈과 재력은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모두 사라져버렸는지 거침없이 전달하는 사실적 소설이다. 사교문화와 사치, 허영에 물들어서 옷을 치장하는 딸의 모습과 냉정한 사위의 모습도 영감의 마지막 떠나는 무덤 앞에서도 찾을 수가 없는 흐릿한 가족으로 남는다.

영감이 놓쳐버린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짚어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영감이 선택한 두 딸의 결혼과 사위들이다. 그들에게 쥐여준 지참금과 착각들이 어떻게 무너지고 사라져버렸는지도 하숙집의 영감 생활과 비루한 삶에서 남김없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돈의 주인이 되지 못했던 영감이다. 착각하면서 살아온 영감의 사랑은 헛된 신기루가 되어버린다. 죽음이 눈앞에 있지만 두 사위와 두 딸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전해진다. 인생은 마지막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중요해진다.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고 떠난 영감의 모습과 『죽은 자의 집 청소』에세이 내용이 떠오른다.

영감의 죽음과 삶은 큰 영향력을 주는 내용들이다. 자식을 향한 사랑과 착각을 영감을 통해서 전해진다. 돈에 대한 철학을 확립해야 노년의 삶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어린 나이의 딸에게 뭐든지 가질 수 있게 해주었던 영감이다. 뒤늦은 후회와 두 딸의 방탕한 삶, 사치와 허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다이아몬드와 황금실이 지닌 의미는 상징적이다. 현대사회에서 던지는 황금을 향한 돌진, 묻지도 않는 투기에 쓰러지는 사람들을 무수히 보게 된다. 영끌과 부채로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지금도 듣는 시대이다. 『환락의 집』 소설의 내용과 인물도 떠올리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던 발자크의 소설이다.

사치와 허영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사랑과 오만이 인생을 망쳐버리는지 보여준 소설이다. 함께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했던 영감의 죽음을 냉정하게 농담하고 눈물조차도 없는 냉정한 하숙인의 모습들과 하숙집 주인과 일하는 여인의 모습, 사위와 딸을 보면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긴 한숨을 쉬게 되었던 소설이다. 사랑이 아닌 사랑을 혼자서 하였던 영감이 사랑했고 신뢰한 사위와 딸은 신기루와 같은 존재들이었음을 보여준다. 잘못된 사랑이었고 혼자만의 사랑이었음을 영감은 죽음을 앞두고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미련과 기대는 끝나지 않는다.

법대생 청년이 사교계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빠른 성공을 향한 욕망은 현대사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자와 가난이 대조적으로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소설이다. 가난의 마지막 자락이 무엇인지 남김없이 전하면서 부자의 사치와 허영과 오만, 냉정함도 거침없이 전달된다. 온도 차이가 극명한 이 두 집단의 삶을 법대생 청년과 고리오 영감의 이야기를 통해서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돈의 노예, 돈의 주인은 누구인지 질문을 던지는 멋진 소설이다.




나는 그런 친절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네. '저분은 누구입니까?' 하고 물으면 '돈 많은 장인입니다. 부자이지요.' 401

내 딸들이란 나에겐 악과 같은 존재였고 내 정부와 같았네. 이것이 딸년들일세. 이 애들은 모두 값진 물건과 장신구 같은 것이 필요했네. 403

황금과 보석으로 덮힌 이 더러운 사회는 묘사할 수 없을 걸세. 391



"영감이 죽은 것은 본인에게는 참 다행인 일이에요. 불쌍한 영감은 일생 동안 줄곧 불행했을 테니까요."과부가 말했다. - P425

나는 불쌍한 인간일세. 내가 딸들의 무질서한 행동의 원인이지. 그 애들의 버릇을 망쳐 놓았어. 그 애들은 쾌락을 맛보고 싶어 하네. 그 애들 뜻대로 안 되는 게 하나도 없었지. - P405

나는 여기서 항상 겨울처럼 지내왔다네. 나는 슬픔을 삼켰지. 나는 모욕당하고 경멸 받으려고 살아온 셈이야. 나는 딸들을 지나치게 사랑했기 때문에 - P404

나는 그런 친절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네. ‘저분은 누구입니까?‘ 하고 물으면 ‘돈 많은 장인입니다. 부자이지요.‘ - P401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싶었네. 하지만 내가 안 것은 나 자신이 이 세상에서 잉여 인간이라는 사실이었어... 나는 내 딸년들 집에서 쫓겨났네. 오! 하나님! 당신은 내가 겪은 가난과 고통... 늙어갔고, 변했고, 녹초가 되었고, 머리가 하얗게 되는 동안에 내가 받은 비수의 공격이 몇 번인지 알고 계십니다. - P402

내 딸들이란 나에겐 악과 같은 존재였고 내 정부와 같았네. 이것이 딸년들일세. 이 애들은 모두 값진 물건과 장신구 같은 것이 필요했네. - P403

황금과 보석으로 덮힌 이 더러운 사회는 묘사할 수 없을 걸세.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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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가까운 적, 성병
엘렌 스퇴켄 달 지음, 이문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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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성병 11가지에 대해 자세하게 전하는 성병학자 전문의의 신간도서이다. 세계적으로 젊은 층에서 성병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매독, 임질, 헤르페스, 클라미디아, 생식기 사마귀, 질편모충염, 사면발니, HPV 관련 자궁 경부암, 미코플라스마, 옴, HIV와 AIDS 등의 성병 원인과 치료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도서이다.



성병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유언비어에 대해서도 제대로 자리잡는 내용들이다. 전 세계 37개국 번역, 50만 부 판매된 『질의응답』라는 책의 저자이다. 성병 관련 의학서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출간된 도서로 쉽게 재미있게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수치심을 느끼고 환자가 병원을 찾기 전에 질병의 증상을 확인할 수 있고 성병 예방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성병의 역사와 남성 중심의 산부인과 의학사까지도 언급된다. 노르웨이 성 건강 전문센터, 성병학과에서 일하면서 생식기 질환에 관한 내용들이 쉽게 설명되는 내용들이다.





<벌거벗은 세계사> 방송을 보면서 알게 된 매독과 원작 소설을 드라마로 시청한 <파친코>에서도 성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여인의 이야기도 등장하며,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소설 『8월은 악마의 달』에서도 성병이 등장하는 만큼 제대로 성병을 이해하는 것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책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세계화되는 문화만큼이나 한국 사회의 젊은 연령층에서도 성병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해 보인다. 쉽게 옮을 수 있는 병명들과 증상들에 대해서도 설명되면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상대방에게도 알려야 하는 이유들이 설명된다. 무지하다는 것과 무책임하다는 것은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다는 것을 여러 소설들과 드라마, 방송들을 통해서도 인지할 수 있는 만큼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남기고 태어나는 신생아들에게도 죽음의 병이 되었던 성병들이 무엇이었는지도 인지시켜주는 내용들이다.



덮고 숨기는 성병이 아닌 증상이 어떻게 어느 부위에서 시작되는지 이해하는 것도 필요해진다. 약의 효과가 좋아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 시대인 만큼 빨리 치료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자는 강조하는 책이다. 매독 등과 같은 성병도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책이다. 매독이라는 성병 역사를 알게 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으며 은밀한 질병이지만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려준 저자의 성병 가이드이다. 저자의 다른 도서 『질의 응답』, 『남자 사전』, 『여자 사전』도 관심이 가는 도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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