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원작만화 <조명가게> 드라마를 보면서 등장하는 명대사들을 들으면서 이 책을 몇 차례나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죽음을 체험한 사람들의 공통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언어와 사고의 범주로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임사체험을 경험한 그들은 그들만의 경험을 잘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명가게>드라마에서도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들과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실존 인물이다. 희망을 가져볼 수 없는 상황인 중증 질병에 해당하는 암을 기적처럼 이겨낸 그녀만의 이야기들이 책에서 전해진다. 의사들도 이해하기 힘든 기묘한 일들이 그녀에게서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완치되는 기적들을 그녀가 직접 보여주기 시작하고 있음을 책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나는 더 이상 어떤 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그저 ‘허용할’ 뿐이다.
의사와 간호사들, 병원 직원들도 이해하기가 힘든 기적적인 치유의 과정들을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그녀가 경험한 임사체험은 그녀를 어떻게 변화시키는 동기가 되었고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버려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자문하도록 이끄는 내용으로 남는다.
책을 읽고 무수히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분명하고도 뚜렷하게 각인되는 하나가 분명해지는 책이 되어준 내용이 있다. 그녀의 몸에 있는 암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한다.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고 있는 이러한 현상에 의사들과 간호사들도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녀를 치유해 준 것은 무엇이며 무엇에서 시작한 치유였는지 저자는 책을 통해서 전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몸을 아프게 한 암의 발병 원민부터 그녀는 짚어내는 과정부터가 중요한 암 예방법으로 전해진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는지부터가 암의 치유의 출발선이 된다.
그녀가 성장한 나라의 종교와 부모의 성향이 그녀를 어떻게 억압하고 강요하였는지부터 살펴보면서 그녀는 자신을 아프게 한 암의 발병 원인을 찾는다. 엄격하고도 강요된 규율들이 그녀를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어떤 영향력을 억압하였는지 문화와 종교, 사회적 관습부터 살펴보게 된다.
한국도 다르지가 않는 사회이다. 남녀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같은 조건이지만 사회적으로 차별화되는 사회문화는 여전히 고수되는 상황이다. 부당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여전히 실존하는 한국사회이다. 하지만 여성작가들은 문학을 통해서 한국 사회가 여전히 얼마나 부당한 성차별과 가부장제에 희생되는 여성들의 역사가 우리들의 가정에서 여전히 실존하고 있는지 매섭게 꼬집는 여러 작가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한강 작가, 권여선 작가, 최은영 작가, 박서련 작가, 이슬아 작가가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이 작가들의 책들을 읽다가 작가가 작품으로 발현하는 응집되는 목소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던 것 같다.
엘리프 샤팍 장편소설 『이브의 세 딸』에서 "중앙 집권적인 권위가 적으면 적을수록, 자유는 더 커집니다!" (166쪽) 문장이 말하듯이 가정과 사회, 국가의 권력과 권위가 어느 정도 부여되느냐가 관건으로 남는다. 권위와 자유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우리는 현대사를 직접 목격하면서 더욱 통찰하게 된다.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격노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시작되었는지 확인하게 된다.
인도라는 사회와 국가도 이 책을 통해서 한 뼘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부모와 국가가 강요하는 것들이 그녀를 어떻게 아프게 하였고 암으로 발병하게 되었는지 문제들을 직시하게 한다. 가부장제가 어떤 문제들을 양산하고 결과적으로 비혼주의, 비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한국은 사회적 문제로 뒤늦게 문제를 파악하는 상황이다. 그녀는 이러한 사회적인 악습과 규범들과 싸우다가 암이 발병하였음을 자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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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관습에 대해 언급하는 서머싯 몸 작가의 세계문학전집 『달과 6펜스』, 크리스티앙 보뱅의 『흰옷을 입은 여인』 에세이,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는 모나 숄레의 인문사회학 책 『마녀』 책도 상기시키는 내용들이다. 이슬아 작가 소설 『가녀장의 시대』, 한강 작가 소설 『채식주의자』, 권여선 작가 소설 『각각의 계절』, 최은영 작가 소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구병모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등이 가부장제를 다루는 소설들로 기억에 남는다.
두려움이 어떻게 자신을 위협하고 아프게 하였는지도 상기된다. 두려워한 것들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진지하게 짚어보게 한다.
'나를 사랑하라'는 그녀의 엄중하고도 진실한 말에 다시 집중하게 하는 책이다. 이 말은 이기적인 의미의 사랑을 뜻하지 않는 의미이다.
이외에도 원자와 분자, 쿼크 등의 의미들도 사랑이라고 전한다. 그녀가 말하는 사랑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랑의 범주를 넘어서는 확장된 의미로 설명된다. 하느님에 대한, 신에 대한 존재가 아닌 '존재의 상태'를 의미한다. <조명가게>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 펼친 도서는 놓치고 있었던 것들은 없었는지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다행히 저자가 강조한 내용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매번 상기하면서 살아왔음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어주면서 책 내용을 다시 덮어쓰고 더 깊게 호흡하는 기회가 된 책이다.
내 삶을 만들어가는 창조자가 아니라
상황의 희생자였다.
병조차도 어느날 우연히 내게 '닥친' 외부 사건이었다.
내가 치유된 것은 내 파괴적인 생각들을 다른 생각으로 고쳤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생각들이 그저 말끔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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