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작가 등단 4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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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소설들 중에서 『인생』『원청』을 읽으며 작가가 호흡하고자 한 문장들을 다시 읽는다. 가독성이 좋은 소설이라 깊게 빠져들었던 이야기이다. 격동하는 역사적 상황들이 전개되면서 전쟁의 흉포한 상황 앞에 놓인 사람들이 이념적 확고함도 정립하지 못한 채 주체성을 잃어버린 안타까운 사건들도 전개된다. 전쟁은 다양한 상황으로 비유되면서 한국 현대사에서도 여러 사건들까지 떠올리게 된다. 『삼체』소설과 『공산당 선언』책 내용을 언급한 『청춘의 독서』책까지 떠올리면서 극우주의, 폭력주의의 단상까지 연상하면서 읽은 장면이다.



풍요의 시대이다. 배고픔과 빈곤은 소설에서 체험하는 상황이라 생의 절실함은 문학으로 채워놓으며 살아가는 시대이다. 극심한 가난, 끼니 걱정과 배고픔을 물로 해결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자식과 식구를 걱정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전개된다.


늙은 소와 일하는 노인이 사십 년 전 마을의 지주였던 선조의 덕으로 젊은 날 방종하였던 사연이 전해진다. 결혼생활과 기생, 도박으로 퇴락한 그의 지난날이 전해지면서 장인어른이 자신의 딸을 데려가려고 찾아온 심정까지도 전해진다. 자기 아버지의 삶까지 떠올리며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진귀해진다. 그가 장인어른 가게를 지나면서 보이는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증여와 상속제도가 자식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주는지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사건이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증여와 상속은 물질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부모의 유산은 정신적인 것임을 거듭 확인한 작품이다. 두 망나니가 되어버린 이유, 몰락한 인생을 펼쳐놓은 이유가 분명해지는 작품이다.



뒤늦은 깨달음이 찾아오면서 달라진 것들이 전해진다. 하지만 마지막 숨을 내쉴 때까지 깨닫지 못하는 인생도 존재한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직시하도록 이끄는 소설이다. 잘못된 결혼 풍습, 가정폭력, 아내를 경시하는 가부장제를 답습하고 분별하지 못했다면 노인의 인생은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인생은 잘 들여다볼 줄 아는 능력이 절실해진다. 누군가의 삶은 거울이 되고 답습하는 것이 정당한지 이해하는 힘이 필요해진다. 어리석음과 휘둘리는 삶은 후회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지인의 부고 소식에 죽음과 인생은 숙고의 시간으로 이어지면서 재독한 소설이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진지한 소설이다.



폐쇄적인 문화, 가부장제, 계급사회, 결혼풍습 등이 등장한다. 현대사회와 간극이 느껴지지만 여전히 가부장제를 고수하는 단단함과 유교주의 문화가 한국 사회에 재생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는 모순들까지 생각나는 작품이다. 아내를 아끼는 전환점이 찾아온 노인의 인생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의 전환점은 무엇이며 지속하며 누리는 인생인지 잘 들여다보게 자극을 준 소설이다.

노인의 아내가 죽음 앞에서 회상하는 인생도 들려준다. 노인의 두 아이, 사위, 외손자, 아내,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가 전해지는 소설이다. 작가의 소설이 좋아서 다른 작품까지 릴레이 독서하도록 신호탄이 되어준 인생책이다.

사람도 때가 되면 익어야 하는 법이라네. - P210

그때서야 비로소 내 여자를 아끼기 시작했지. - P77

당신이 돌아온 다음 모든 게 다 좋아졌어요 - P228

쉬씨 집안은 두 망나니를 낳았어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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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씽 The One Thing (6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
게리 켈러 & 제이 파파산 지음, 구세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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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씽 6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 출시되고 어린이판으로도 판매되고 있는 자기계발서이다. 부와 성공의 열쇠가 숨겨진 내용이라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자기계발서이며 베스트셀러이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인용하면서 목적의식과 생산성, 우선순위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다 보면 많은 저자들이 찰스 디킨스의 여러 책들을 언급한다. 『타이탄의 도구들』 책에서도 찰스 디킨스의 책 내용이 인용되면서 목표 추구를 잠시 멈추고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인지하라는 내용이 언급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우선순위와 생산성, 목적의식을 매만지는 내용으로 독자와 호흡한다.


멀티태스킹의 허상을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전반적으로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도식화들로 구성된다. 위대함으로 가는 변화의 첫 단계가 소개되는데 도미노로 설명되기 시작한다. 특히 거짓말에 대해 깨닫게 도움을 준다. 선택이 만들어낸 어리석음의 역사가 전해지는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책내용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이 책에서도 찰스 디킨스가 워싱턴을 묘사한 글이 소개되는데 인상적이다.



2장에서는 중심을 잃지 않는 법이 전해지며 3장에서는 단순함의 놀라운 힘에 대해 설명된다. 총괄적으로 목적의식과 생산성, 우선순위가 명확하게 정리되기 시작한다.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 이유가 설명된다. 복잡한 세상을 이길 수 있는 힘은 멀티태스킹이 아닌 단순함의 힘, 한 가지에 집중하는 이유로 이어진다.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힘

한 가지에 집중하라!


일과 삶에 균형이 있다는 착각을 깨우는 내용이 전해진다. 성공과 철저한 자기관리의 상관관계까지도 설명되면서 선택적 집중의 가치, 습관의 중대성, 삶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것들이 설명되는 내용들을 만나게 된다. 더불어 성공에 대한 잘못된 믿음에 대한 내용과 성공의 핵심,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내는 시작점에 대한 내용도 설명된다. 하나를 향한 열정, 성공의 목록들, 지속적으로 실천한 것들, 선택과 집중까지도 상기하면서 읽은 내용이다.


질문하는 깊이는 어느 정도이며 파장은 어느 정도인지도 상기시킨다. 저자가 언급하는 내용들의 핵심들의 총체적인 깊이와 파장을 깊게 조우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성공으로 향하는 길에서 작가의 소설, 연구 기록들이 언급된다. 업무 효율성을 높인 사례까지도 설명된다. 보통 사람의 하루와 생산적인 사람의 하루를 비교 분석하는 그림도 인상적이다. 주어진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지만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목적의식이 중요해진다. 이룩한 성공과 이루고 싶은 성공을 생각하면서 숨겨진 보물찾기를 찾는 기분으로 재독한 책이다. 뚜렷한 우선순위를 가지고 일하고 있는가,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가, 현재 소득에 몇 배를 곱하고 있는가, 남다른 성과를 이루고 있는가, 정신이 팔리는 것에 자신을 놔두고 있는가에 대해 꾸준히 질문하게 하는 내용이다.




탕진된 국고,

마비된 정부,

쓸모없는 대표자 등을 보라.

가장 비열하고 한심하고 심술궂고

비굴하고 굽실거리고 비겁한 당파심이

삶의 모든 측면에 침입하는 모습을 보라.


_찰스 디킨스가 워싱턴을 묘사한 글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






정신이 팔릴만한 곳에 스스로를 놔두지 마라. 물리적 환경. 주변 사람들도 중요하다. - P256

현재 소득에 2,4,10, 20... 곱해라. - P259

남다른 성과를 얻으려면 단 하나를 파고들어야 한다 - P259

성공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뚜렷한 우선순위를 가지고 일한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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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와요, 북유럽살롱 - 북유럽 사람들이 오늘도 행복한 이유, 궁금해요?
정민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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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우선, 다음으로 공간, 그리고 건물, 반대의 접근은 성공할 수 없다." 덴마크 건축가 얀 겔의 말에 긴 멈춤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는 어떤 패턴을 유지했고 지속하고자 하는지부터 둘러보는 것과 동시에 우리의 삶과 개인의 삶까지 유심히 짚어보게 하는 건축가의 말이다. 괴상한 건물들이 밀집한 지역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선호하지 않는 건물들이 생겼고 이러한 건물들을 지나칠 때마다 그곳에서의 삶은 불안정해 보이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찾지 않는 지역이 되어버린 것을 상기하게 된다.

마음이 닿는 건물에 공간과 삶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마음이 무한히 밀어내는 건물들은 그곳의 공간과 삶까지도 닫혀버리고 무관심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건물의 경제적 지표, 경제적 가치는 중요해지지 않는다. 그곳의 삶이 우선되지 않았음을 알기에 공간과 건물에 대한 관심마저도 멀어졌음을 일깨우는 건축가의 말이다. 유독 괴상한 건물들을 좋아하지 않았는지 덴마크 건축가의 말을 통해서 깨우친다.

공간을 좋아한다. 여유가 흐르고 느긋함이 가득한 공간을 선호한다. 불안한 감정보다는 유유히 흐르는 라이프 스타일을 온 마음으로 끌어안게 된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의 슬로 라이프를 만날 수 있는 휘게 내용이 전해진다.

흐름을 거부하고 준비한 양만 판매하고 일찍 소진되면 영업을 종료하는 식당이 있다. 일찍 영업 종료를 하는 곳이라 늦으면 식사가 불가능한 식당이다. 장사가 잘되지만 삶을 최우선에 두는 용기를 응원하게 된다. 언론은 평균 소득, 평균 자산 등을 제시하면서 더 많이 일하고 더 오래 일하라고 불안을 부추긴다. 이러한 흐름에 동요되지 않는 분별력, 판단, 용기가 필요해진다.

자신이 선호하는 삶, 라이프 스타일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나를 알아야 나의 삶도 구축되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물건들이 집안을 가득히 채우는 맥시멈 라이프보다는 미니멀 라이프를 선호한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아서 구입한 텔레비전은 당근으로 판매했다. 더불어 TV 수신료도 납부하지 않으면서 소소한 비용 절감을 경험하고 있다.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파악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해진다.


"북유럽에 스며들자 슬로 라이프가 보였다." 문장에 눈길이 머물렀던 책이다. 가슴이 뛰고 설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슬로 라이프가 주는 온전한 의미를 깊게 조우하게 된다. 빨리빨리 재촉하는 한국 문화, 경쟁을 부추기는 경쟁문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기계를 멈추지 않고 노동자가 작동하는 기계 안에 들어가서 수리하다가 기계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재발생하면서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올해에도 목도하게 된다.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확인하면서 <노무사 노무진>드라마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성장만을 추앙하고 느림을 퇴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발상이 어떤 재앙을 불러놓았는지 되짚어보게 된다. 경제 성장과 실적 뒷면에 불안과 우울증, 스트레스로 탈모, 발치와 임플란트, 자살, 번아웃 등을 호소하는 사회적 문제도 제대로 응시하는 용기가 필요해진다.

"어떻게 이런 세상을 만들었을까?" 문장에 한국 사회가 끌어안고 있는 사회문제, 감추고 눈을 가리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도 함께 짚어보게 하는 슬로 라이프 철학이다. 경제적 자유로 조기 은퇴를 하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이유는 스트레스가 많았던 직장 문화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용기와 선택은 개인의 몫으로 남으며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 결과가 된다. "오래 머물게 된 건, 사람들 때문이었다."라는 문장도 오랜 시간 응시한 책이다.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공간, 오래 지속하고 싶은 삶, 오래 생활하고 싶은 건물이 무엇인지 자문하게 된다.


북유럽 세계사도 책을 통해서 이해하면서 그들이 기후환경을 어떤 마음으로 긴 추위를 이겨냈는지 짚어보게 된다. 더불어 산을 인위적으로 파괴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모습도 한국 사회의 현주소도 떠올린다. 스웨덴의 하지 축제인 미드솜마르, 우리 피카할까?라는 의미, 시나몬롤과 찻잔을 준비한 이야기, 리사이클 왕국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전해진다.

"스톡홀름의 여름은 축제로 시작해 축제로 마무리해야 한다."(37쪽) 바이킹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육아휴직과 옥상정원, 유기농법, 신선한 재료, 소셜 다이닝, 치유의 기능, 자연을 바라보는 경외심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오늘도 행복한 이유가 차곡히 쌓였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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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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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 아니다. 『혼모노』 소설, 『스무드』 소설을 읽었기에 반가움에 펼친 소설이다. 고상하지 않은 취향을 즐기면서 느끼는 죄책감과 불안감이 주는 기쁨을 포기하지 못하는 현상을 길티 플레저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감정을 부여잡고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그녀가 연애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을 향한 감정의 선을 넘어서 남자친구에게도 강요하고 현재는 남편이 된 그를 속이면서까지 몰래 광팬이 된 그녀가 같은 감정을 가진 클럽 회원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가지는 장소에 참석하게 된다.

숨겨가면서 좋아하는 이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에는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감독을 향한 대중의 외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러한 감독의 행위에 옮고 그른 판단을 멈추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추앙하면서 지속적으로 감독을 향한 열정을 부여잡는 그녀를 보게 된다. 영화감독의 광팬이라는 사실을 남편에게도 숨기면서 지속적으로 팬의 자리를 고수한다.

오영이라는 인물도 자신과 같은 골수팬으로 콜롬비아 영화제 상영에 참석하고자 임상 시험 알바를 할 정도의 광팬이다. 클럽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오영은 같은 팬이지만 자신의 사랑은 저들의 사랑보다는 순도가 높다며 다른 격차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길티 클럽 회원들 앞에서는 알랑거리지만 뒷담화를 거침없이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다.

알고리즘에 의해 습관적으로 영상을 보는 것을 싫어하지만 중독되고 있다고 말하는 남편도 인상적이다.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차단하지 못하는 나약함이 드러난다. 중독되고 있는 영상을 여전히 보고 있는 알고리즘에 노출된 대중문화를 꼬집는 것으로 『필터월드』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상기되는 장면이다.

추천 알고리즘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정보와 검색을 놓치게 되었는지,

그것을 복원할 때까지는 알지 못할 것이다. 404 _필터월드

감독을 향한 확신, 의심하지 않는 태도, 깊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가 일관적인 그녀이다. 모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과 그녀의 삶은 일맥상통하게 된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그녀가 놓친 것들, 그녀가 하지 않았던 것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던 소설이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면서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문화의 흐름과 양상, 유행하는 문화와 예술들을 무수히 떠올려보게 된다. 수집하는 문화, 회원들과 교류하는 공간에서도 보이지 않는 계급들이 드러난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문화이지만 그 공간에 자본주의는 냉정하게 계급 구분을 확고하게 드러낸다. 더불어 향유하지 않고 수집만 하는 문화도 존재한다. 읽지 않고 책장에 장식하는 인테리어 목적의 오브제들이 그러하다. 이혁진 장편소설 『광인』에서도 아버지가 거실 장식장에 진열한 세계문학전집들이 그러하다. 필요한 문장도 인용할 뿐 읽지 않았던 고전문학은 자신의 삶에 과시성 문화로 예술이 진열되었음을 엿보게 된다.

보여주는 문화와 예술은 존재하지만 문화와 예술의 깊이를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사유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숙고하는 시간보다는 즐기는 문화로 흘러가는 예술이 감지되는 문화적 흐름을 읽게 된다. 주인공이 사랑한 것들, 수집한 것들,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던 것들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흩날리고 있는지 호랑이 만지기로 표명된다.

분별력이 필요해진다. 맹목적으로 믿는 것보다 진실을 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 절실해진다. 호랑이 만지기에 가려진 진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자신이 추앙한 것들이 진실이 아님을 알게 되고 아동 학대 사건의 진실을 보지 않고 뜨거운 불덩이로 달려들었던 그녀의 안타까운 날들이 하나둘씩 회귀되는 소설이다.

지금의 선택과 행동을 잠시 멈추면서 분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옮은 것, 잘못된 것인지 자신에게 질문을 아낌없이 던져야 한다. 유행처럼 번지는 예술과 문화에 휩쓸리는 사회적 문화를 떠올린 소설이다. 고급문화와 저급 문화가 구분되는 사회에서 고급문화를 선호하는 진짜 이유도 드러난다. 계급을 구분하는 저의마저도 속물성을 드러난다. 함께 하는 문화에 내재된 계급 문화가 존재하는 것까지도 작가는 신랄하게 직시한 작품이다.

자기는 그런 인간을 소비하고 싶어.

길우는 경악했다. 144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상처일 테니까요...... 그 일이. 그런 일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도 있었다는 거 다들 아시잖아요. - P170

모럴 / 인생이나 사회에 대한 정신적 태도. 어떤 행위의 옳고 그름의 구분에 관한 태도...그때까지 나는 무엇이 좋고 싫은지, 옳고 그른지 깊게 따지고 들지 못했으니까. - P147

알고리즘에 자꾸 떠서 습관적으로 보게 되네. 이게 싫은데도 이상하게 중독돼. - P180

앞에선 알랑거리면서 뒤에서만 야금야금 까는 게 쟤도 비슷한 부류 같기는 했지만 - P162

임상 시험 알바까지 할 정도로 지속했다. - P141

코어 팬은 라이트 팬을 은근히 무시했다. - P140

자기는 그런 인간을 소비하고 싶어. 길우는 경악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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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뷔페
류즈위 지음, 김이삭 옮김 / 민음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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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건의 성추행, 성폭력 피해자가 존재한다. 경찰서에서 진술하고 조사받는 과정에서 여성 피해자가 느끼는 불쾌감과 모욕감을 호소하는 사례를 이 소설의 장면에서도 만나게 된다. 자괴감에 빠져드는 여성과 성평등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안주한 사회적 분위기를 질타하는 작가의 예리한 시선도 만날 수 있었던 소설이다. 아직도 여성을 위협하는 불평등한 사회 문제인 데이트 폭력, 강간, 언어폭력 등을 다루는 작품이다.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서에 상황을 진술하고자 동행한 여성 전용 요가원의 원장과 여성 회원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요가교실, 경찰서, 택시 안, 편의점, 혼자 늦은 밤 집으로 걸아 갈 때도 울지 않았던 요가원장의 저녁 수업부터 다음날 새벽까지의 이야기이다. 반나절도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여성이 여러 장소에서 듣게 되는 수많은 언어폭력, 성추행, 성폭력을 떠올리게 되는 상황들이 전해진다.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여성이 무수히 방어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들을 사실적으로 전하는 작품이다.

요가교실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경찰서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차 안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편의점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혼자 집으로 걸어갈 때도 울지 않았는데, 근데 어째서 집 안에서 운단 말인가. 58

남성들의 대화에서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해지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대기업에서는 성희롱 대화를 근절하는 교육이 진행되지만 일상은 여성을 향한 조롱이 넘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성희롱과 성추행을 암시하는 대화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존재하고 묵시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뚱뚱한 여자와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자를 비교하고 강간이라는 언어를 농담이라고 미화하는 남성들이 등장한다. 남자가 강간을 말해도 되지만 아름다운 여자가 강간을 말하면 안 되는 모순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모순적인 상황들을 수용하고 침묵하는 뚱뚱한 여성 회원에게 왜 대항하지 않았는지 질문하는 요가원장의 질문은 이 사회를 향한 질문으로 상응한다.

여성인 요가원장이 요가원과 경찰서, 택시 안, 편의점 등에서 두려움과 걱정이라는 감정에 휘둘러 살아가고 있는 상황들이 전개된다. 울음을 삼키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이유들도 서서히 드러난다.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들에 감정적인 동요가 수없이 밀려온 장면들이 많았던 소설이다. 페미니즘의 기원과 성평등이 퇴행하는 역사도 경험하면서 아직도 안전하지 않고 불안과 걱정, 두려움을 여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혼자서 감당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에 여성이 강간을 당한 이유가 첫 강간의 기억이라고 말하는 여성은 너무나도 많은 강간을 당해서 데이트 강간을 당한 기억까지도 떠올리게 된다. 죽지 않는 장생불로 약을 먹은 뒤 긴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은 여전히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며 많은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한다.

수준 낮은 농담, 저질스러운 농담을 한 친구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고 동거녀를 때리는 동거인의 사건도 등장한다. 폭력적이고 우둔한 행동의 결과가 적자생존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모습이라는 것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의 이야기에 나오는 명언 "지금은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 (54쪽)이 시의적절하게 등장한다. 단편소설이지만 강열한 인상을 남긴 작가의 소설이다. 나머지 단편소설들마저 기대감을 감추기가 어려울 정도로 소설에 빠져들게 한 작가이다.

장생불로 약을 먹은 뒤로 ... 생리를 하지 않았다. 다시는 임신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두려웠다. 여전히 너무나 두려웠다. 42


수준 낮은 농담... 분노한 동거인... 저질스러운 농담을 한 친구가 아니라 롄 엄마를 때렸다... 적자생존을 통해서 살아남은 이들이 이렇게 폭력적이면서도 우둔하다고? - P21

장생불로 약을 먹은 뒤로 ... 생리를 하지 않았다. 다시는 임신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두려웠다. 여전히 너무나 두려웠다. - P42

요가교실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경찰서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차 안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편의점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혼자 집으로 걸어갈 때도 울지 않았는데, 근데 어째서 집 안에서 운단 말인가.
- P58

지금은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 ...디킨스의 명언 <두 도시 이야기>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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