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올리브에게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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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루리 작가의 신작소설로 전쟁의 참혹함과 소중한 부모와 가족들과 갑작스럽게 헤어지는 예고되지 않은 슬픔과 불행을 나나 올리브라는 인물을 떠올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들을 통해서 펼치진 소설이다. 길을 잃고 가야 할 곳을 찾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구전을 통해 전해진 올리브나무가 있고 배트맨 개가 있는 집은 큰 희망이 되어주었음을 많은 인물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쟁과 군인에 의해 파괴되는 수많은 영혼들을 소설들을 통해서 보면서 비폭력주의와 평화주의를 향한 열망은 더욱 강열하면서도 굳건하였는데 이 소설은 또 다른 아픈 이야기이며 온전한 것이 없는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떠나지 않고 올리브나무가 있는 집에 남아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먹이고 재워주면서 떠나보낸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듣게 된 소설이다.


사랑한 사람과 추억이 있는 올리브나무는 그녀의 결혼생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만 전쟁은 젊은 남자들을 한순간 삼켜버리게 된다. 젊은 그녀는 홀로 그의 딸을 키워내고 집에서 결혼을 하면서 사위도 가족이 되지만 또다시 사위마저 전쟁은 자신의 남편처럼 되돌아오지 못하게 불행을 맞이한다. 손녀와 딸이 있었지만 전쟁은 멈추지 않고 집을 떠나자는 권유에도 그녀가 고집을 부리면서 폭격을 당하면서 그녀의 딸과 손녀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의 곁에 있었던 그때의 개 한 마리와 어린 소녀는 살아남으면서 그녀는 나나로 어린 소녀에게 기억된다. 나나가 어린 소녀에게 보여준 사랑과 보살핌이 나나 올리브라는 익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었던 이유도 편지를 통해서 설명된다.

나나가 떠나지 않았던 집, 나나 올리브도 나나처럼 그 집을 떠나지 않고 살아간 이유가 드러나면서 마지막 집이 요양원이 아닌 이 집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자머리로 불렸던 인물의 사연과 항상 문을 열어놓는 이유가 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 전해지기 시작한다.



잿빛으로 뒤덮인 참혹한 전쟁터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드러나지만 이들의 희망과 바램은 언제쯤 평화라는 이름으로 찾아올지도 막막하다. 군인이 잘 때도 군화를 벗지 않은 이유처럼 이들은 오랜 세월 그들이 경험한 참혹한 전쟁의 기억은 쉽게 지워질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반쪼가리 자작>, <카시지>소설과 <흔적 없는 삶>넷플릭스 영화도 기억나는 소설이 된다.



망가져버린 삶이지만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이유와 구멍이 난 삶이지만 그 구멍을 채우는 것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흘러가는 소설이다. 배트맨 조로와 나나와 나나 올리브, 그리고 사자머리라 불린 인물, 수리를 잘했던 소년 등이 그러하다. 딸과 손녀가 묻힌 곁에 나나가 묻혔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나나가 살아간 이유를 나나 올리브를 통해서도 응시하게 된 작품이다.


엉망인 사람도 살 수 있나? 망가진 인생도 살아도 되나? 수도 없이 생각해 왔어. 실패해 버린 내 인생을. 그런데 당신의 편지를 읽고 보니 알겠어. 어떻게든 살아내며 무언가가 남아. 192


군인 / 불안해서 잠을 자지 못한다고... 군화를 벗은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 P143

함께 할 수 없게 하는 상황이 회오리 바람이 아니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회오리 바람인 거예요. - P165

나한테, 전쟁이 회오리 바람이었던 적은 없어요. 나한테는 언제나, 나나 당신이 회오리 바람이었어요. - P166

구멍이나 버렸다고 해서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야. - P182

그 구멍들을 채워 주는 것들이 생길 테니까. - P184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슬픔을 안고 있어요. 그 사실이 나를 버티게 해요. - P104

엉망인 사람도 살 수 있나? 망가진 인생도 살아도 되나? 수도 없이 생각해 왔어. 실패해 버린 내 인생을. 그런데 당신의 편지를 읽고 보니 알겠어. 어떻게든 살아내며 무언가가 남아.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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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 2026 -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는 해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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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세종도서로 선정된 『서울 선언』, 『갈등 도시』의 저자의 신간도서로 대한민국 도시 트렌드서이다. 여행을 여기저기 많이 다니면서 생경하게 펼쳐지는 풍경과 함께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 분위기, 현수막까지도 놓치지 않고 관심을 가지면서 여행을 하는 여행자 구름모모라 이 책은 너무나도 흥미로웠던 정보가 풍성한 도시 트렌드서이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도시가 궁금해서 직접 여행을 떠나 직접 느끼는 분위기를 떠올리면서 읽은 내용이라 도시 현수막의 주민들의 호소와 아우성, 분노와 격분의 감정 소용돌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된 내용들이 사진자료들과 간결하면서 사실적 문제들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내용들이 전해진다.

부동산 경제적 관점과 더불어 인문학적 관점까지 접목하면서 짚어내는 도시가 해결해야 할 행정적 문제까지도 저자는 짚어주면서 서술한 내용들을 무수히 종합적으로 떠올리면서 읽은 도시 트렌드서이다. 생활하고 있는 거주지 주변에 자주 등장하는 교통 정책, 항의하고 반발하는 현수막, 세계적 정서까지도 접목하면서 분석할 수 있었던 책이다.


역사적이고 국제적인 흐름까지 분석하면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이제는 권위주의와 비권위주의라는 저자의 분석까지도 짚어내는 내용도 등장한다. 러시아, 중국, 북한, 인도에 대한 내용, 폭로된 러시아 연방보안국 비밀문서를 통해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강한 경계심에 대해서도 전해진다.


국제정세와 더불어 기후, 인구, 산업, 교통까지도 다양한 자료 사진들과 함께 조목조목 짚어낸다. 문제가 드러난 것들까지 자료까지 제시해 주면서 꼼꼼하게 짚어내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대통령이 각종 부동산 비리에 휘말리고 개발 계획 정보에 유리한 행정, 정치권 인사들의 부정적인 일까지도 저자는 매섭게 질타한다. 더불어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이 과장된 공약으로 국민을 우롱한다는 사실도 꼬집는 내용도 등장한다.


2025년 대선과 2026년 지방선거를 짚어가면서 총선과 대선이 끝나고 드러나는 진실들로 시작하는 책이다. 대선과 지방선거의 공약을 지키는 공직자들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어김없이 국민은 선거가 끝나면 매몰차게 등 돌리는 현실에 매번 쓴 잔을 마시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현실임을 이 책을 통해서도 떠올리게 된다.


지켜지지 못할 공약들이 부동산 시장을 먼저 흔들어 놓는 것을 수차례 지켜보았기에 앞으로 교통 공약, 정책 공약을 어떤 자세로 듣고 바라보는 통찰력이 필요해진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등장하면서 한국의 지리학적 의미와 함께 정치적 흐름까지도 함께 생각하도록 이끌면서 한국, 타이완, 일본, 미국이라는 칩 4 동맹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지자체들의 갈등을 보여주는 사진 자료의 현수막과 법무부가 마늘 캐줄거냐고 현수막의 내용도 의미심장한 현실적 문제, 생존 문제로 이해하게 된다. 취수원 문제로 결사반대 현수막이 걸리는 이유도 저자는 설명해준다. 경남 하동 어업에 큰 타격을 준 취수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였는지 함께 짚어볼 수 있었던 문제이다.


다인종 국가 한국임을 여행 다니다보면 자주 확인하게 되는 만큼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도 인문학적인 접근도 필요해진다. 인프라를 한 곳에 집중하는 거창군 지자체의 문제와 소외된 지역 주민들의 불편함을 외면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니지만 냉정하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지도 파악해야 하는 이유도 들려준다. 부동산, 경제도서에만 머무르는 책이 아님을 책장을 넘길 때마다 확인한 책이다.


대통령들부터가 각종 부동산 비리에 휘말렸으니 29



대통령들부터가 각종 부동산 비리에 휘말렸으니 - P29

행정, 정치권 인사들이 부정을 저지르는 일도 끊이지 않았죠.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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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71
찰스 디킨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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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찰스 디킨스 소설 『위대한 유산』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읽는 『두 도시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필수 고전소설이다. 두께감에 비해 가독성이 좋아서 시간가는 줄도 모른 채 푹 빠져서 읽은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역사소설이다. 각주 설명과 오리지널 일러스트 41점까지 수록되어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준 현대지성 클래식 필수 고전소설이다.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이 솟구치던 시대였고 불신이 드리우던 시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사람들 앞에는 모든 것이 놓여 있었고, 또한 아무것도 없었다... (프랑스 혁명) 그 시대는 우리의 현재(19세기)와 너무 흡사 25

첫 문장과 문단이 이 작품을 대변하면서 그 시대의 모습과 현재 이 시대를 동시에 펼쳐놓는 시간을 가지면서 읽은 필수 고전소설이다. 굶주림과 가난, 핍박과 억압, 불공정과 불공평이 어떻게 분출되었는지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역사소설이다. '자유, 평등, 박애,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구호로 시작한 프랑스 혁명이 시작된 이유부터 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부패한 성직자의 비호 아래 자행된 불공정한 사건들, 방탕한 자들이 자행한 범죄들에 분노한 민중의 함성을 들려주면서 이들의 구호가 어느 순간 섬뜩한 또 다른 시대의 시작이 되어가고 있음을 면밀하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삼체』 소설에서도 등장하는 광기가 이 소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톱장이가 말하는 장면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이 남자 목을 잘라야지, 싹둑! 이 여자 목을 잘라야지, 싹둑! 아이 목도 싹둑! 온 가족 목을 싹둑! 루시는 ... 몸서리를 쳤다." (453쪽) 복선이 되면서 결국 한 가정을 모두 파멸시킬 음모까지 드러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군상이 있는 반면 책임감을 느끼는 인물들도 등장하고 지속적인 헌신, 타인을 향한 사랑이 어떠한 형태로 각자의 삶에 투영되고 있는지 보여준 현대지성 클래식 찰스 디킨스 필수 고전소설이다. 은행 직원이 구해낸 두 살 소녀 아이를 세월이 흐른 뒤 수소문하여 만나고 그녀의 인생을 외면하지 않은 로리라는 78세 인물이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한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죽은 아버지가 다시 살아난다는 기묘한 사건이 꽤 흥미로웠고 진실로 드러나는 그 사건의 배경은 서서히 하나둘씩 충격적인 사건들과 함께 드러난다.

프랑스와 영국을 배경으로 프랑스 혁명과 단두대와 수많은 희생자의 핏빛으로 물이 드는 땅을 소설 첫 장면의 포도주를 통해서 복선으로 등장시킨다. 절대 군주, 봉건 귀족, 요부, 교회의 탐욕을 거침없이 지적하면서 굶주림에 시달린 민심까지 매만지는 작품으로 현시대의 부패한 권력과 종교의 모습까지도 떠올리게 한 프랑스 혁명 역사소설이다.

자유가 아닌 방종, 억압으로 흉측한 열매가 맺힐 것이라는 경고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소설에서도 드러난다. 뜨개질을 하는 술집 주인 부인의 강인함의 이유마저도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감옥에 오랜 세월 갇혀지낸 의사인 박사가 정신이 온전할 때 기록한 글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또 다른 사건에 휘말리는 원인이 되는 작품으로 전개된다.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린 광기로 폭주하는 프랑스 혁명의 폭력에 프로스 양이 자유 이야기는 제발 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명장면이 등장한다. 모순과 어패로 무장하고 폭력을 단단하게 정당화시키는 자유라는 의미는 온전하지 않은 의미로 빛바래진 의미가 된다. 지금도 자유라는 의미를 자신들의 입맛에 버무리고 정의하는 것을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었던 폭력성을 무장한 사건들이 떠올리게 된다.

박사의 사위가 프랑스에서 재판을 받는 모습과 다시 체포되어 수감되는 장면과 재판하는 모습, 가난한 재봉사 처녀가 재판받고 단두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통해 이 시대를 고스란히 보여주기에 더욱 흥미롭게 읽은 찰스 디킨스 역사소설로 남는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질문을 아낌없이 던지면서 읽고 『향수』 넷플릭스 영화가 추구한 사랑이라는 본질을 잃어버리면 어떤 군상이 되고 사랑을 지속적으로 실천한 다양한 군상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실체를 작가는 이 소설의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도 다각도로 매만진 작품이다. <마녀> '유혹과 저주의 미술사' 책과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는 모나 숄레의 『마녀』에 등장한 희생된 여성들, <아웃랜드>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에 나오는 마녀로 희생된 여인도 떠올리게 된다. 참혹한 역사 속에서도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인물들을 보여준 현대지성 클래식 찰스 디킨스 고전소설이다.

제발 자유 얘기는 하지 마세요. 자유라면 이제 신물이 나요. 474



제발 자유 얘기는 하지 마세요. 자유라면 이제 신물이 나요 - P474

탐욕스러운 방종과 억압의 씨앗을 뿌린다면 어느 땅에서든 흉측하게 찌그러진 열매가 맺힐 것이다. - P604

얼마나 교수대를 높이 세워야 성난 민심이 진정될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 P382

부패한 성직자와 약탈자들, 방탕한 자들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오랜 세월 이어지면서 신앙의 뿌리까지 무너뜨려 버린 것이다 - P513

이 남자 목을 잘라야지, 싹둑! 이 여자 목을 잘라야지, 싹둑! 아이 목도 싹둑! 온 가족 목을 싹둑! 루시는 ... 몸서리를 쳤다. - P453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이 솟구치던 시대였고 불신이 드리우던 시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사람들 앞에는 모든 것이 놓여 있었고, 또한 아무것도 없었다... (프랑스 혁명) 그 시대는 우리의 현재(19세기)와 너무 흡사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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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리커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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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배우, 김성철 배우가 출연한 민규동 감독 영화의 원작소설이다. 원작소설이 얼마나 멋진 소설인지 궁금함에 구매한 소설로 구병모 작가 소설들이 유명하지만 이 소설이 처음으로 읽는 작품이었고 다른 작품들까지 더 궁금증을 증폭시킨 소설로 남는다. 감정은 다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감정은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을 헤치려고 다가서는 타인에게 자신의 목숨을 지키고자 보여준 정당방어가 치명적인 피살 방식이 되는 것을 지켜본 류라고 하는 인물은 조각이라고 어린 여성을 자신의 사업을 위해 고용하게 된다. 눈에 거슬리는 사람을 조용히 처리해 주고 정리해 주는 일을 비밀스럽게 진행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된 조각은 류에게 고용된다. 가족이 있었지만 가족들이 어디로 가버렸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가난한 집안의 아이 중의 하나의 삶은 그녀에게 어떤 선택이 없는 삶으로 인도되면서 류에게 느끼는 애정을 감추면서 방역이라고 명명하는 청부살인을 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

무표정한 그녀의 삶처럼 그녀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 소유하는 것들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듯한 인물이다. 가족도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집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모른 채 살아가는 그녀이다. 그녀가 십 대에 일을 시작하면서 지금 60대 여성이 되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을지 하나씩 들려주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처리한 무수히 많은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들 중의 남겨진 한 명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우연히 아버지가 피살된 현장을 목격한 한 남자아이는 그 현장의 모습을 다른 감정으로 기억하게 된다. 그러한 아이의 반응에 우려하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처럼 그 아이는 성장하여 조각이라는 그녀 앞에 나타난 모습은 그녀와 다름없는 방역 일을 하는 유능한 젊은 청년의 모습의 투우이다. 투우는 아버지의 사건을 비밀스럽게 조사하고 현장에 있었던 그녀가 조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왜 그때 자신을 처리하지 않았는지, '잊어버려'라는 말을 거듭 상기하게 된다.

온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한 조각과 투우라는 두 인물의 일반적이지 않은 감정들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머뭇거리지 않는 두 인물의 잔혹성과 건조한 감정들이 그들의 삶이 얼마나 불행한지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러한 두 인물에게서 조각은 우연히 무용이라는 개를 키우게 되면서 생명을 향한 다른 경험들이 그녀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게 된다.

지킬 것이 없어야 하는 이유를 그들이 사랑하는 존재가 위험해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류의 아내와 자식이 처참하게 피살되고 류와 함께 당한 사건에서 조각만이 살아남은 기억도 조각을 맴돌게 된다. 태어난 아이를 지키고자 급하게 해외입양을 보낸 조각의 사연도 충분히 짐작하게 되면서 그녀가 그럼에도 자신의 일을 놓지 않고 지속하는 이유와 돌아오지 못할 날을 준비하는 시간까지도 세세하게 전해진다.

잔혹 소설이지만 낯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죽어가는 사람의 고통을 줄여주고자 하지만 하지 말라는 부탁을 들어주는 조각의 치열한 사건도 전개되면서 아이를 지켜내고자 고민하는 조각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녀의 치열한 고뇌와 갈등을 보게 된다. 무엇이 그녀를 변화시켰는지 변화되지 않는 사람이 변화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소설은 서서히 보여주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온전한 가족을 가졌다면 건조한 삶을 살지는 않았을 조각이다. 가난한 부모가 쉽게 자식을 남의 집에 보내버렸고 그것이 버려졌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조각에게 손을 내민 류의 친절이 잘못된 기회였음을 깨닫지도 못하고 그를 혼자 사랑하기도 한다. 긴 세월 그에게 배운 기술들이 그녀의 뇌리에 잔존하면서 살리는 일보다 죽이는 전문가의 킬로가 되면서 불행이 가득한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그녀가 보이는 소설이다.

한 줄기 빛을 보고 온기를 느꼈다면 그녀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뒤늦게 따뜻한 과일가게 강 박사의 가족을 보면서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변화를 경험하면서 투우를 자극하게 된다. "죽여도 되니? 안 그럴 생각이었어? "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서로 감싸안았다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이 강열하게 남는 명문장이 된다.


이 아이와는 어쩌면 다른 장소에서 다른 방식이나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서로의 목을 긋는 게 아니라 다만 감싸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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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 사람을 남기는 말, 관계를 바꾸는 태도
이해인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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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잘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 고찰한 저자의 에세이이다. 말이 가진 무게가 얼마나 위대한지 어린 시절의 골목길에서 성장한 추억 속에 자리잡은 골목길의 진정한 어른들, 시댁 어르신들의 위트있고 지혜로운 따스한 말에서 전해지는 말과 행동까지도 전해진다. 사람을 남기를 말과 관계를 바꾸는 태도가 무엇인지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어른들의 모습에 미소를 머금는 내용들로 남는 명장면이다.

직설적이지 않고 따뜻한 말을 재치있게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연습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 진짜 어른들이다. 지식을 가득히 쌓아 올리고 부끄러움을 모른 채 당당하게 살아가는 무수한 가짜 어른들이 너무 많은 시대에 에세이 책 한 권에서 마주한 소시민의 진짜 어른들을 발견하는 기쁨에 그럼에도 이 세상이 따스한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어른이 있어서 그들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따스한 말과 행동에 성장한 또 다른 지금의 우리가 있음을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면서 진짜 어른의 참된 모습을 더불어 학습하고 기억하며 노력하는 다정한 사람이 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 책이 그러하다.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는 책 제목이 강열하게 마음을 흔들었다. 말의 무게와 말의 질감이 어떠한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거듭 확인하게 되는 시간속에서 실수도 하고 후회도 하지만 반복하지 않고 강인하게 살아가면서 스스로 습득한 지혜가 얼마나 유연한 강인함을 가지는지 배우의 모습을 통해서도 저자가 글을 통해서 보여준다.

차별과 편견으로 가득한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이혼을 하고 홀로 자식을 키워낸 배우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을 자갈길이었을 것이다. 그 시대의 여성이 지금의 부모님 세대이고 그들의 단단한 사고는 쉽게 무너지지 않기에 배우가 자발적으로 스스로 선택한 이혼과 자녀양육의 긴 여정을 짐작하기가 여럽지가 않은 상황이다. 그러한 그녀가 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소신을 단단하게 유지하고 고수한 삶의 여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감은 인상적으로 남는다.

"경쟁을 믿지 않습니다"라는 소감문은 인상적인 말이 되어 남은 말이 된다. 순위를 매기고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이지만 배우는 결과를 다르게 해석하고 서로를 인정하면서 자신이 활동한 것의 승리자로 수긍하는 모습이 우리가 배워야 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실패가 아닌 모두가 승리자라는 인식은 파격적이고 경쟁을 배척하는 단단한 사고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베스트셀러 순위가 서점가에서 발표되지만 눈여겨보지 않는 책을 좋아하는 독자이다. 감동받은 작품들은 순위에서 밀리고 상업성이 다분한 책들이 순위를 차지하는 순위라 한 번도 흡족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문학, 소장 가치를 가지는 책들은 스스로 발굴하여야 하고 찾아다녀야 하는 고단한 여정이지만 같은 결을 가진 독자들을 통해서 책을 발굴하는 여정은 기쁜 시간으로 채우게 된다. 이 책도 우연히 책 제목에 이끌려 펼친 에세이이다. 가독성 좋고 사이즈도 작아서 부피감과 무게감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방에 쏘옥 들고 다니면서 기다림의 시간에 가득히 몰입할 수 있는 챕터의 분량을 가진 책이다.

직장인의 일상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 다정함에 대한 무수한 고찰의 흔적들을 글로 남기면서 노력하는 자구력의 힘을 발견한 책이다. 구원은 어디에 있는지 저자가 발견한 놀라운 기적을 전하는 다정함에 대한 책이다.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자신을 꽉 채우고 있는 다정함이라는 좋은 문장을 끈끈하게 붙잡고 있는 이유가 무수히 스치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고 있는 내용이다. 다정함의 철학, 실행하는 힘, 일 순위로 내려놓고 채워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독자들과 호흡하는 따뜻해지는 온기로 가득해지는 지혜를 채우는 내용이다.

평생 무기가 될 다정함 8

평생 무기가 될 다정함 - P8

다정함을 호구로 보는 멍청이는 그 선을 넘나들다가 큰코다치는 법이다. 당신은 굳이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니까. 다정하게 대해주는 그런 사람을 곁에 두자. - P7

넘어질 때마다 그날그날 쥘 수 있는 것을 움켜쥐고 일어났다. 그렇게 나는 살아냈다. 인생의 난기류는 피할 수 없다. 우리 모두 겪는다. 그 고통이 오래갈 수는 있지만 반드시 착륙은 한다. - P25

저는 경쟁을 믿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영화에서 승리자들입니다. 오늘 밤 저는 운이 조금 좋아서 여기 있을 뿐입니다. 윤여정 미나리 수상소감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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