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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7월
평점 :

늘 같은 상태로 머무르는 세상에 행복이 있다고 말하는 대화 내용에서 움직임보다는 관조의 가치,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멈춤의 가치가 언급된다. 사회가 강조하는 편협한 목소리를 의심하고 깊게 생각하는 희미 필요함을 작가는 들추어낸다. 바쁘게 살고, 분주하고, 경쟁하며, 상대적 우월감을 가지며 쉬지 않고 일을 하는 현대인의 삶을 살펴보게 한다. 반면 작가는 세상을 향한 아우성을 작품으로 표출되면서 현대인이 잃어버린 중요한 가치를 되찾게 일깨워준다. 관조하는 삶, 멈추는 삶의 가치를 여러 작가들을 통해서 다시금 확인하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반추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이 장면에서 토베 얀손 작가의 글이 떠올랐다.
과잉의 문제에 대해서도 작가는 지적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넘쳐나는 것들이 경제성장이라는 지표가 되어 거짓된 성장으로 둔갑을 하는 것을 자주 목도하게 된다. 시멘트 건물이 성장의 지표가 되지만 사실은 텅 빈 건물이 되어 유령처럼 부유하는 성장의 결과로 찬사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넘쳐나는 자동차, 제조된 물건들을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과열된 과잉의 지표, 성장이라는 가치로 훼손된 대지와 자연, 환경은 순환하는 구조로 고스란히 우리들을 병들게 하는 악순환으로 돌아온다는 것까지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어패류로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내리고, 멈추지 않는 공장의 굴뚝의 희뿌연 연기와 오염된 강물의 발암물질이 조망권을 자랑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호흡기로 순환되는 것이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님을 인지하게 된다. 과잉이 정답이 아님을 숙고하게 한다.
나무가 사라진 땅은 농지로 변하고 남자를 죽이고 여자를 범하는 이들이 누구였는지 역사 속의 많은 인간들이 범한 과오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라진 나무들과 숲을 지키고자 하지만 그들의 욕망이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고 정당화되었는지 역사는 고스란히 기록하면서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잊히지 않고 부활하게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아웃랜드>에서도 이러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몰지각한 행동을 일삼은 이들이 누구였고 나라가 누구였고 사라진 사람들은 누구였는지가 중요해진다. 그들이 믿었던 신과 사라진 사람들이 믿었던 신이 누구였는지도 짚어내면서 신을 믿는 사람들이 가져서는 안되는 폭력성을 한국 현대사에서도 목도하게 된다. 극우주의가 앞세우는 신은 결코 폭력을 부추기는 신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폭력성을 정당화하고 부끄러움조차 잊어버리는 모습을 지금도 지켜보게 된다. 작가가 언급하는 장면들과 시대성이 고여있지 않고 지금도 균열을 찾아서 어김없이 드러내는 것을 여실히 떠올리게 한다.
복수와 용서, 무시에 대해서도 들려주는 장면이 있다. 누군가는 복수를 하고, 누군가는 용서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은 무시를 하는데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며 어떤 대응력이 자신을 헤치지 않는 삶의 현명한 방식인지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보여준다. 감정을 더 이상 오염시키지 말라고 말하면서 사건은 깊숙이 서랍 속에 넣어두고 감정은 꺼내버리고 무시하라고 권유한다. 두려워하는 존재가 자신이라고 말하는 대화 장면도 인상적이다. 매일 자신과 싸우면서 하루하루를 승리하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떠올리게 된다. 나태하고 우울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고자 자신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거듭 상기시키는 장면이다.
믿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들려준다. 우리가 너무 쉽게 믿어버린 것들이 하나둘씩 연대적으로 열거되면서 마지막 순간에, 뒤늦게 깨닫는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일깨워주는 장면이다. 보편성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도 더불어 인지하게 한다. 의심 없이 믿고 믿어왔던 것들이 무엇인지 함께 되짚어보면서 과포장된 것들이 범하는 것들을 너무 쉽게 믿지 않아야 하는 이유들을 쉽게 설명하는 소설이다.
안정제와 수면제 사용에 과대한 대해서도 언급된다. 프랑스가 세계 1위 수면제 소비 국가라는 사실도 소설은 언급하면서 한국 사회문제까지도 둘러보게 한다. 불안을 호소하는 사회, 과잉 진료까지도 더불어 살펴보게 된다. 제약회사와 병원 진료, 건강검진이 지닌 문제들까지도 차분히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첫 여름, 완주』소설에서도 이상 증세로 성우 활동을 할 수 없는 인물이 등장한다. 자신을 아프게 한 것들이 무엇이며 무엇이 자신을 치유하고 있는지도 소설을 통해서 보여준다. 화려함 뒤에 가려진 어두운 진실들을 볼 수 있는 힘, 분별하는 힘이 필요하지만 포장된 언론, 광고에 의해 진실을 보는 힘은 노력하는 사람들, 경험하는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진실이다. 소설의 허구가 때로는 현실을 고발하는 멋진 장소가 되어준다. 꿈을 없애는 벤조디아제핀이라는 성분에 대해서도 언급되는 만큼 쉽게 믿어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거듭 확인한 작품이다.
삶에 실패라는 건 없어. 성공 아니면 교훈이 있을 뿐이지.
삶을 실패하였다고 좌절하지 말라고 말한다. 삶에 실패라는 것은 없고 성공 아니면 교훈만이 있다고 강조한다. 실패였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교훈이었고 거듭 반복하지 않는 중요한 경험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삶은 성공만 하는 탄탄대로가 아니며 누구나 실수도 하지만 실패는 없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도록 조언하는 멋진 명대사에 방점을 찍었던 소설이다.
깊이 생각해봐요. 움직임보다는 관조를,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멈춤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셨죠. - P84
현실의 과잉 때문에 죽을 수는 있지만 꿈의 과잉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 P71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많은 안정제와 수면제를 소비한 적이 없어요. 프랑스가 세계 1위의 수면제 소비 국가...수면제는 꿈을 없애는 벤조디아제핀이라는 성분... 벤조디아제핀은 꿈을 사라지게 하고 중독과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죠.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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