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진짜 기빨린다 ㅠㅠ


그러니까 앤드류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것처럼 젠틀했고 스윗했지만, 내 영어는 발전하지 않았고, 그래서 대화하다가 이해 못하는데 알아듣는 척 하는 부분도 좀 있었다. 때로는 다시 말해달라고 하긴 했지만, 그리고 때로는 같이 웃고 농담 하기도 했지만, 분명 뭐라는건지 모르겠는 부분도 있어서, 6개월 공부한 거 진짜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고, 그래서 앤드류한테도 6개월은 외국어를 익히기에 너무 짧아.. 이러고. 하아- 그래서 내가 또 이해못할까봐 그리고 이해시키지 못할까봐 신경을 하도 썻더니 오전부터 만나가지고 같이 밥 먹고 차마시고 드라이브하고 트램 타고 걷고 그러면서 기빨렸어.. 사람이 좋아도 기빨릴 수 있다. 외국어란 그런것이다.. 신이시여, 저의 외국어는 왜 이모양인가요? 왜 발전이 없나요? 흑흑.

하여간 우리는 만났다. 그가 호텔 로비로 와서 만났는데, 그의 차를 타고 근처에 가기로 했단 말이지. 그래서 주차된 차 앞에 갔는데 앤드류가 차 문을 열길래, 나는 반대쪽으로 가서 여기에 앉으면 될까? 하고 물으며 차 문을 열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여기라고 하는거다. 순간 뇌가 정지하면서, 그의 말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무슨 말이지, 지금 타지 말고 주차된 차 빼고 타라는건가, 조수석 타지 말고 뒤에 타라는건가, 하고 살짝 굳었다가, 잠시 후에야 아!! 운전석이 우리나라랑 반대지!!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쉬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 하고 그가 나를 위해 열어둔 문쪽으로 갔다. 그러니까 나 타라고 문 열어준건데, 나는 졸 자신감있게 반대쪽으로 가서 여기 타면 되지! 이런거다. 아 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시후에 뒤통수 맞은듯한 깨달음과 함께 그가 문을 열어둔 쪽으로 가서는, 한국에서는 반대라서... 하고 변명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사실 호텔 회전문만 해도 그렇다. 호텔에 들어서기 위해 회전문을 지나쳐야 하는데, 이게 문이 한국에서랑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거다. 싱가폴도 운전석이 반대이며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왼쪽에 서긴 하지만, 내가 회전문 반대로 도는건 처음 보는 것 같아. 나는 그 문앞에서 처음에 '나 들어갈 수 있는걸까' 당황했더랬다. 하여간 그렇게 차에 타고 드라이브를 했다. 원래 그의 계획은 호텔 주변 시내를 도는 거였는데, 그런데 내가 혼자서 이 근처를 돌아다닐 것 같으니 외부로 나가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나 이 동네 다 걸어서 다닐 거라고 했다. 그렇게 해가지고 Studley Park  라고, 내가 가볼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공원에 갔다. 공원이라고 되어있지만, 내가 그동안 가 본 한국 포함 여러 공원중에 가장 야생의 공원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보트를 타고, 달리기도 했다! 






이곳에 있는 까페는 분위기가 좋았지만 사람이 엄청 많아가지고 우리는 밥을 먹으려고 공원을 빠져나왔다. 베트남 쌀국수 먹으러 갔는데, 내가 베트남 쌀국수 좋아해도, 그 안에 있는 고기를 잘 안먹는다. 그러니까 나는 국에 들어간 고기를 별로 안좋아한단 말이야? 그런데 이 식당 옵션 중에는 베제테리안 쌀국수가 있더라. 오, 그래서 그걸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음식이 나오기 전, 마주앉아서, 그는 내게 물었다.

"자, 그래서, 너는 날 보러 여기까지 온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왜 대답할 수 없었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웃다가,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너도 보고... 라고 대답했다.

멜번은 싱가폴에서 가깝다. 한국에서는 열시간 이상 걸리며 직항도 없지만, 싱가폴에서는 일곱시간 반이 걸리며 멜번 직항이 있다. 2주 전에 코타키나발루 갔다 왔던것처럼, 나는 싱가폴에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호주를 언제든 오기는 왔을테지만, 그러나 시드니나 브리즈번이 아닌 멜번인 것은, 앤드류 때문인 것은 맞다. 이왕이면, 가서 앤드류 만나면 좋지.

나는 앤드류에게 말했다.

"우리 싱가폴에서 만났을 때, 내가 너에게 2월에 멜번에 가겠다고 했던거 기억해?"
"응 기억해."



스프링 롤이 먼저 나와서 먹다가 쌀국수가 나와서 국물을 떠먹었는데 맛있었다. 아, 역시 따뜻한 국물은 진리다! 하고 앤드류는 소고기 쌀국수 시켜서 같이 먹기 시작했는데, 외국인이지만 그는 젓가락질을 잘했다. 너 젓가락질 잘하네, 했더니 아시안 푸드 좋아해서 자주 먹는다고 했다. 이곳도 전에 와본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누들을 먹는데 소리가 하나도 안나는거다. 보통 한국에서는 후루룩 거리고 먹어 이렇게, 하고 내가 시범을 보였다. 자기는 소리를 내면 안되는거라고 배웠다면서 그런데 한 번 해보겠다고 하더니, 해보다가 이내 포기했다. 뜨거운데 어떻게 그렇게 먹냐고. ㅋㅋ 그래서 나는 어쨌든 양손을 사용해서 소리 안내고 먹으려고 했지만, 막 그렇게 면치기 하는 사람들처럼 소리나는 건 아니어도, 소리가 앤드류처럼 안나진 않는거에요... 그래서 앤드류에게 물었다. 혹시 내가 이렇게 소리내서 먹으면 너 짜증나? 그랬더니 전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하, 이게 처음엔 맛있었는데 너무 짰어... 여기 음식 왜이렇게 짜.. 어제도 홍콩식당 가서 맛있어보이는 볶음소고기 누들 먹는데 너무 짜서 다 못먹었단 말야. 그런데 이것도 짜서 다 못먹겠는거다. 뜨거운 물 달라고 해서 부을까, 하다가 그냥 좀 남겼다. 저 야채 다 건져먹고 싶었는데 짰어. 하... 나 완전 살빠져서 돌아가는거 아니야? 이렇게 밥을 잘 못먹어서 어떡해...


아무튼 그렇게 쌀국수집에서 수다 떨다가, 다시 차 타고 시내로 돌아와서 커피 마시러 갔다. 

여기에 오면서야 알았는데, 멜번은 커피가 굉장히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멜번은 커피의 도시라고. 돌아다니다보니 커피트럭에서도 커피빈을 팔더라. 아무 까페나 들어가도 커피가 맛있어, 라고 앤드류도 역시 말했다. 아직 멜번에 와서 돌아다니면서 스타벅스를 못봤다. 채경이한테 물어보니 스타벅스가 있다고는 하는데, 나는 아직 보질 못했다. 태양이 뜨거웠고, 그런데 바람도 살랑살랑 불었고 나는 너무 좋았다. 그는 내게 정말 좋은 때에 왔다고 했다. 시야도 맑았다. 날씨가 화창해서. 하여간 그렇게 걷다가 까페를 들어갔고, 나는 롱블랙을 주문했고 그는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서 아이스라떼를 주문했는데 아이스크림도 추가했다.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내가 제대로 앤드류와 직원의 대화를 들은게 맞나 싶어서, 너 아이스 커피에 아이스크림을 추가한거야?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가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일단 롱블랙... 아메리카노 생각하면 안되고요 ㅋㅋㅋ 양 디게 적어. 그런데 앤드류가 시킨 저 커피 맛있었다. 고소했어. 하여간 이 적은 롱블랙을 내가 마시고 방광 난리나가지고 ㅠㅠ 


이게 내가 카페인에 민감해서 보통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방광이 터진단 말이야? 그래서 스타벅스에서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마시곤 한다. 알라딘 에서 원두 사서 마셔도 방광이 베리 센시티브 해지는겁니다. 커피란 무엇인가... 여기에서 이 롱블랙 마셨더니 방광이 요동을 쳐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이곳은 커피의 도시라는데, 나는 커피를 마시지 말자고 생각했어... 이게 나 혼자면 힘들면 되는데, 누구랑 같이 있으면 부끄럽기까지 해.. 하여간 커피 마시면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너, 내가 여기에 온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


그는 happy 했고 excite 하다고 했다. 실제로 내가 그에게 톡으로 그 얘기를 하고 나자 I'd love to! 라고 했다. 아직 일정을 잡기 전이었는 나는, 그 얘기를 하고난 며칠 뒤 나의 일정을 그에게 공유했고, 그러자 그는 바로 캘린더에 적겠다고 했다. 그렇게 캘린더를 내게 보여주었다.(초록 일정은 그의 프라이빗이라 내가 지움)



저게 처음에 내가 알려준 일정 적은건데, 저기 보면 이렇게 써있다.


YUKYONG IS HER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호주에 여행을 계획했고, 그리고 그 계획중에는 앤드류가 있었지만, 나의 모든 날들을 그와 함께 보내고 싶은건 아니었다. 혹시라도 해외에서 온 친구 때문에 그가 부담을 느낄까봐 걱정이 되어, 니가 일하는 사람이라는 거 알고, 그러니까 부담은 갖지 말고, 시간이 된다면 만나자 라고 말했더랬다. 그가 싱가폴에서 호주로 돌아가서 새로 하게 된 일은 사업의 시작부터 함께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매우 바쁘다는 걸 들어 알고 있던 터였다. 게다가 주중에는 아침에 수영-일-gym 의 일정이고 주말에는 다음주 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장보고 준비해야 주중의 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다고 했던 터였다. 내심 나는 하루만 만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혹은 이틀? 나에게도 혼자인 시간이 필요하거든.. 하여간, 그래서 만났는데,


그는 내 나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이없네 ㅋㅋ 나한테 너 몇살이지? 물어서'내가 전에 얘기했잖아!' 했더니 잊었다고 했다, 나의 나이를.. 그래서 내가 너 몇 년도에 태어났지? 묻고, 내가 태어난 년도를 말했다. "너 나보다 열 살 많네." 어, 나는 알고 있었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랬더니 나한테 너 굿 룩킹이라고 그렇게 안보인다고 했다. 그건 너네가 원래 아시아인 나이를 잘 몰라서 그런건데..라고 생각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데이트 얘기를 했다.



여기에 오기 전에 이미 앤드류는 내게 자신이 데이트를 시작했음을 알렸다. 그동안 바빠서 도저히 여유가 없었는데 1월 부터는 루틴이 완전히 자리 잡았고 이제 와이프도 찾고 싶어서 데이트를 시작했노라고, 그리고 내게 그걸 말해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는 말했고, 나는 들었다. 그리고  그 얘기를 오늘 했다. 그는 결혼도 하고싶어했고 아이도 갖고 싶어했다. 사실, 나 처음에 좀 충격이었어. 내가 아시아인이어서일 수도 있고, 내가 올드 퍼슨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그 데이트를 여러명과 동시에 한다는게 베리 쇼킹이었어, 라고. 내가 올드 퍼슨이라고 하자 그가 내 나이를 물었던거다. 그런데 너 몇살이지? 하고. 그가 데이팅 앱을 사용하고, 데이트를 한 여자랑만 하는게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진짜 대충격이었었다. 내가 보는 이 젠틀한 사람은, 젠틀하지 않은건가? 그러나 그는 데이팅 앱을 사용했던 싱가폴에서 어떤 섹슈얼한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더랬다. 어? 데이팅 앱은 섹스의 용도로 사용하는게 아닌건가? 심지어 싱가폴에서는 연애를 염두에 둔것도 아니었다. 호주로 돌아갈 거니까. 데이팅 앱에 그렇다는 걸 미리 써두고 또 만나서 얘기하기도 했단다. 그러니까 거기 있는 동안 혼자이니 사람을 만나고 싶어 앱을 이용했던 거다. 그건 혼자 여행다니는 내가 한 번도 고려해본 적 없던 방법이었다. 하여간 당시에 이래저래 좀 충격이었는데, 우리가 그 때 그 대화를 했기 때문인지 내 인스타 피드에는 데이팅 앱 광고가 뜨기 시작했고, 국제연애 커플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다보니, 국제연애를 하는 한국여자들이 말하는게 있었다. 그들은 한 여자를 사귀기 전에 동시에 이 여자도 만나보고 저 여자도 만나보고 여러차례 데이트를 한다는 거였다. 보통 한국 여자 입장에서는 '우리 데이트 했으니까 썸타는거지' 라고 생각하고, 데이트 몇 번 이어지면 '우리 사귀는거겠지' 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그런식으로 진행되지 않아 컬쳐쇼크였다는 거다. 그러면서 나 역시도 데이팅앱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알게 됐고, 그리고 샐리 루니의 책도 읽고, 하여간 그 모든 것들을 접하면서, 데이팅 앱과 데이트를 대하는 태도나 생각이 내가 가진 것과 그들이 다르다는 걸 알게된거다. 나는 이 얘기를 그에게 했는데, 그는 맞다고 하면서,


"그냥 데이트 하는 거잖아. 밥 먹고 차 마시고 서로 알아가는거지."


그러니까 이건 연애가 아니기 때문에 이 사람과도 해보고 저 사람과도 해볼 수 있는 거였다. 그러다가 누군가와 진중한 관계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서로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을 각자 정리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남자도 여러명의 여자와 데이트를 해보고, 여자 역시도 이 남자랑 데이트 하면서 다음주에는 다른 남자랑 데이트를 할 수도 있는거였다. 서로 그렇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너 그 데이트는 어땠어?' 이렇게 묻기도 한다는 거였다. 나는 '한국에서 내 친구가 데이팅앱으로 남자 만나 데이트를 했는데 그에게 고스팅 당했어!' 라고 하자, 그는 '맞아 그건 정말 나쁜 건데,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 나도 데이트 한 상대와 즐거웠다고 생각했는데 고스팅 당한 적 있어' 라고 말했다.


지금은 좀 많이 달라졌지만, 보통 한국에서는, 한 사람과 데이트를 하다가 사귀게 되고, 그런 다음에 손을 잡고 키스를 하게 돼. 이런 순서로 진행돼. 나는 동시에 여러명과 데이트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쇼킹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또 인스타그램도 보면서 이 다른 문화에 대해 받아들이는 중이야, 라고 얘기했다. 나는 데이팅 앱에 대한 편견을 좀 가지고 있었어, 라고 말하고 싶었다. 며칠전에 학교에서 편견 .. 이거 영어로 배웠는데 도저히 생각이 안나서, 데이팅 앱의 한쪽 면만 one side 봤어. 단순히 그건 섹스를 위한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 내 영어 무슨 일이야. 편견 왜 생각 안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배웠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긴 배운다고 다 기억하면 그게 천재지. 나는 천재가 아닙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생각하니, 그러니까 서로 알아가고, 밥 먹고 차마시는 거, 그냥 나도 다 하는건데, 그런데 다만 '데이트'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은거였네 싶기도 하다. 오늘만해도 싱가폴 돌아가면 쒸웬하고 밥먹기로 날잡았는데, 그렇게 날 잡고 밥 먹고 그러는거, 그거를 이 사람들은 다 데이트라고 부르는거잖아? 다만 나는 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데이트라고 딱히 표현하진 않았는데. 걍 친구 만나는 거니까.. 아니, 이건 친구니까, 연인 발전 가능성이 없으니까 데이트가 아닌건가. 

그런 한편, '알아가는 과정'은 어디까지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사람마다 기준은 다를테지만, 어떤 사람은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신체적 접촉이 전혀 없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 사람만 만나볼까, 하면서 키스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키스 역시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조슈아'가 나오는 소설 [헤이팅 게임] 에서는, 조슈아가 루시를 좋아하면서, 그리고 키스를 했으면서도,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러 가는 루시에게 "가서 데이트 하고 키스도 하고 와. 그 키스가 별로이면 이제 나만 만나"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사람에게 그 알아가는 과정은 섹스가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이 나에게 맞는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 섹스도 좀 해보자, 하는. 앤드류도 그런 얘기를 했다. 나는 섹스까지 해서 우리가 연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다른 남자랑도 섹스를 하면서 데이트를 할 수도 있지. 그럴 땐 당황하지, 하는 그런 얘기. 알아가는 과정, 그 '앎'에는 각자의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것이다.


앤드류랑 커피 마시다가 쒸웬 얘기도 했다. 그는 한국드라마를 너무 사랑해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자마자 왓츠앱에 등록하자고 했어. 그는 나보다 열다섯살 어려. 그리고 내 나이를 물어봐서 내가 얘기했더니 그가 자기보다 몇 살 많을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고 했어, 라고 했다. 그러자 앤드류는 응 이해해, 넌 그렇게 안보이니까, 라고 했다. 아니, 내가 하려고 한 말은 그게 아니고, 내가 나이가 많아서 좀 거시기하다.. 뭐 그거였는데... 



나는 사주팔자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했다. 그동안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빠서 호주에 돌아와서는 데이트를 전혀 못하고 있다가, 이제 해볼까, 하고 1월달 부터 시작했는데, 내가 또 '호주 갈게' 했던 것. 그와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흠, 만약 앤드류가 사주를 본다면 '1월달부터 사람들이 들어오겠네' 라고 얘기가 나오겠구나, 싶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잭 리처 읽으면서 역마살 장난아니네, 이랬던 것처럼. 그러나 사주를 본다면, '1월달부터 사람들은 들어오는데 거기에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이 있어' 라고 할지 '1월달부터 사람들은 들어오는데 지금은 때가 아니야' 할지는 모르겠다. 역시 사주명리학 공부를 좀 해보고싶네. 그러고보면 앤드류는 그동안 데이팅앱을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가 처음 사용한게 작년 싱가폴이었고, 그 때 나를 만났다. 그리고 호주 돌아가서도 사용할 생각은 있었지만, 바빠서 하지 못하다가, 이제 시작했는데 내가 여기에 왔고. ㅋㅋㅋ 이거 앤드류의 사주에서는 뭐라고 나올지 넘나 궁금한거다. 


그와 헤어지고 완전히 기가 빨려서, 혼자 술마시는 시간이 간절해졌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즐겁게 헤어졌는데, 나는 내 영어에 완전 절망을 해가지고. ㅠㅠ 어느 부분은 못알아들어서 내가 딴소리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우울해지다가, '그런데 그는 한국말 하나도 못하는데 뭐' 하면서 다시 자신감 뿜뿜 해보다가, 그런데 나는 영어 공부한다고 외국에서 살기도 했잖아 ㅠㅠ 이러면서 우울해지다가, 그의 말 알아들으려고 정신 집중했는데도 못알아들으면 하, 뭐라는걸까 싶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가 잘 전달한건지도 모르겠고. 아 기빨려.. 분명 농담하고 웃었던 시간들도 있었는데, 영어 못했던 순간들만 생각난다. 하- 긍정회로 돌려라, 나여.....


호텔에서 혼자 술마시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노트북 열어놓고 글 쓰면서 와인 마시는 시간, 맥주 마시는 시간이 필요했어. 그래서 술을 사고 싶은데, 여긴 편의점에서 술을 안팔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검색해서 술만 파는 주류판매점을 가서 기어코 와인 한 병을 사왔다. 와인 계산하는데 직원이 맥주들 가리키면서 다른건 더 안필요하냐고, '이거 지금 몇개 사면 얼마에 줘' 하는거다. 그래서 '나 곧 한국 돌아가서 못사 '햇더니, 오! 하면서 그가 내게


감사합니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 한국어 하네? 했더니, 감사합니다 밖에 못해, 저기 근처에 커피숍 직원들이 한국인들인데 그들이 감사합니다 알려줬어.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그렇게 호기롭게 와인을 사가지고 호텔에 둔 뒤에, 나는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쌀국수 남겨서 배고팠어. 오늘 아침은 가져온 누룽지를 먹었고(응?) 어제 저녁 국수도 남겼어. 이렇게 허약한 채로 지낼 수 없어! 그렇게 나는 어제 찜해둔 bar 로 향했다. 가보니 이곳은 그냥 로컬인가봐요. 길에도 까페에도 아시아인들 수두룩한데 여긴 어떻게 하나도 없고, 나만 혼자 외로이 아시아인... 하여간 나는 치킨슈니첼 과 와인을 주문했다. 와인은 스몰와인 빅와인이 있는데 빅와인을 선택했다. 한 잔에 많이 따라주는 거였다.




맛없없... 이건 다 먹었다.



맥주도 한 잔 더 주문했다.



숙소에 와서는 원래 바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와 완전 기진맥진. I was exhausted. 아홉시에 기절하듯 잠들었는데, 또 열두시에 깨버려가지고 지금 시간 새벽 두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 자꾸 내 영어 생각이 나... 

그냥.. 영어 못하는 사람을 할까.. 영어 잘하는 사람을 하려니까 잘 안되가지고 힘들잖아. 그냥 못하는 사람으로 살까. 그러면 편할텐데.. 왜 잘하고 싶어가지고 이렇게 슬픈 마음이 들어. 앞에서 얘기하는데 나는 속으로 '아 뭐라는거지' 이러고 ㅠㅠ 그러다가도 내가 사람 만나는거지 영어 테스트 하러 온거 아니잖아 이러면서 내가 나 자신을 위로하고 달래고 그랬다. 나는 왜 영어를 잘하고 싶어가지고 괴로운가..


내가 영어 못하는 나에게 절망한채 잠들어서 그런지 꿈에서 학교 기말시험 결과 보는 꿈 꿨다. 아, 정말이지 영어란 무엇이란 말인가.



아, 까페에서 옛날 노래들이 나왔다. 그 뭐냐 섹시백 이랑..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베이비 원 모어 타임 나왔는데, 까페 나와서도 흥얼거리다가 우리는 hit 이란 단어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hit 은 단순히 때리다는 뜻만 있는게 아니라고, 힛트송처럼 인기있는 걸 가리키기기도 하고 '섹스'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했다. hit one more time 은 나를 더 때려달라는 걸 수도 있지만 사실 섹스를 한 번 더 하자는 거기도 하다고. 왓? hit 에 sex 가 있다고? 그랬더니,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Did you hit that?


이라고 쓰면, 너 섹스했어? 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게 자기들끼리 쓰는 말이기는 하지만, 아무에게나 다 쓸 수 있는건 아니라고. 그래서 그 문장 다시 말해줘, 하고 들은 다음에 '내가 너 다음에 만나서 디드 유 힛 댓? 해도 돼? 하니까 막 웃으면서 된다고 했다. 나 그거 외울래 다시 말해줘봐, 하고 걷다가 메모장 꺼내서 메모했다. ㅋㅋㅋ 그리고는 '와 나 이렇게 한 문장 배웠고, 방금 내 영어 실력이 improve 되었어'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지금 두시 넘었는데 언제 자서 언제 일어나냐. 내일은 또 나름 내일의 계획이 있는데... 계획 안지키면 어떠냐, 걍 호텔방에서 빈둥대면 되지.. 라고 하지만 나는 사실 호텔에서 빈둥댄 적이 없어... 빈둥대라, 나여.. 머릿속으로는 호텔에서 딩굴자 라고 생각하지만 호텔에 가만히 못있고 자꾸 밖으로 텨나가버려... 



오늘은 앤드류 차 타고 이동한 시간들이 있어서 많이 걷지 않았는데 그래도 지치네, 영어 빡세, 라고 동생들에게 말했더니, 여동생이 내게


"거짓말하지마, 그래도 이만보 걸었지?" 


해서 앱을 보니 15,861 걸음 걸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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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2-08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도 무사히 잘 끝내시고 홀가분하게 호주 여행을 하시는 것도 보기 좋네요.^^
왠지 자신에게 해주는 보상같아 보아요. 시험을 끝내고 나면 자신에게 그동안 애썼다고 보상을 해주는 시간은 참 소중합니다.

앤드류씨는 여전하네요.ㅋㅋㅋ
그리고 데이팅 앱이 또 우리와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놀랍기도 한데…선입견을 확 바꾸긴 쉽지 않네요. 그래도 확실히 독서의 역할이 큰 것 같긴 합니다. 샐리 루니 책 앞부분 쪼끔 읽었고 그때 잠깐 다락방 님이 언급하셨던 데이팅 앱에 대한 생각을 좀 달리하게 되긴 했는데 이번에 다락방 님 글을 읽고 나니 앤드류의 생각과 더불어 선입견을 많이 고칠 필요가 있겠단 생각도 들긴 합니다.
암튼 현지인과 이런 긴 대화를 한다는 것도 다락방 님 영어 실력이 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외국인인데 다 알아듣는다는 건 쉽지 않잖아요. 우리네 같은 나라에 살아도 다른 지역사람들 사투리를 듣고도 못 알아듣기도 한데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과의 대화라면?ㅋㅋㅋㅋ 암튼 집중해서 대화하느라 기가 빨린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이해가 갈 것 같아요. 이제 우리 나이엔 뭐든 조금만 집중시간이 늘어나면 에너지 소모가 큰 나이잖아요.ㅋㅋㅋ
암튼 모처럼 호주 가셨으니 맘껏 즐기고 오세요. 한국 들어오면 후회하지 않게요.^^

잉크냄새 2026-02-0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studley park를 study park로 읽었네요. ^^ 역시 공부하러 떠난 곳이네요.

단발머리 2026-02-08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팅앱을 사용하는 것보다 저는 그게 더 신기하네요. 여러 명이랑 ‘데이트 중’입니다. 근데 생각해보니깐 그걸 미리 말해둔 상태라면… 그런 경우 한국에서 제일 유사한건 ‘어장 관리‘일까? 생각하는데, 어장 같은 경우는 호감 정도이지 엄밀하게 ‘데이트’는 아니란 말이지요. 흠… 데이트의 의미가 달라서 그럴 수도 있겠어요. 전, 미리만 말하면 된다 주의에요. 내가 싫어하는 건 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앤드류 사진 멋져요ㅋㅋㅋㅋㅋ팔만 보이지만.. ‘자, 그래서, 너는 날 보러 여기까지 온 거야?’의 상남자, 앤드류 ㅋㅋㅋㅋㅋㅋ😉
 

밤 아홉시에 출발하는 비행기였는데 지연이 되어 밤 열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비행기는 호주로 출발했다. 내가 탄 젯스타 항공은, 수하물을 20kg 까지 허용하고, 무료 좌석지정도 가능하지만, 기내식은 주지 않았다. 기내식은 내가 돈 주고 사먹어야 했는데, 자 뭐가 있나, 하고 미리 살펴보니 대부분 샌드위치였고, 죄다 만 원이 넘어갔다. 뭔일이래... 하여간 나는 비행기에서 사먹는 대신 준비해가겠다! 해서 나를 위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평소에 샌드위치라면 거의 90프로의 확률로 햄치즈 샌드위치를 먹는데, 이번 여행을 위해 햄치즈 샌드위치를 만들려면 햄을 또 사야했고, 그렇다면 또 햄이 남아버... 안되겠다, 있는 재료를 활용하자 생각했다. 마침 인스타에서는 '또' 바게트에 버터 넣고 초콜렛 잘라 넣는 영상을 보여줬단 말이지. 초콜렛을 대체 왜 잘라넣는가.. 라고 처음 영상 볼 때만 해도 생각했었는데, 반복해 보고 나니, 흐음 해볼까?싶어졌다. 이 빵은 반드시 바게트여야만 할 것 같았다. 식빵은 이걸 커버칠 수 없다. 나는 쇼핑몰로 갔다. 처음 간 까페에서 파는 바게트는 상당히 컸는데, 흠, 저걸 다 사면 또 남겠는데 싶어 다른 빵집을 갔다. 오, 여긴 스몰한걸 파네? 나는 그것을 사왔고, 비행기에 준비해가기에 앞서 맛이나 보자 싶어서 만들어보았다. 나의 냉장고에는 버터가 있었고, 또 친구가 미국에서 보내준 초콜릿이 있었단 말이지. 좋아, 해보는거야! 평소에 웬만해서는 초콜렛을 안먹고 어쩌다 땡길 때만 먹기 땜시롱 초콜렛이 거의 통째로 남아있었다. 나는 인스타에서 본대로 바게트의 배를 갈라 그 안에 버터를 쳐발쳐발하고 초콜렛을 부숴 넣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일까? 뺑 오 쇼콜라 같은, 그런 맛일까? 자, 어디 한 번 먹어보자.




오 맛있어! 맛있다! 맛있는데?

그리고 나는 강하게 확신했다.

이 빵은 반드시 바게트여야만 한다. 식빵도 안되고 크로아상도 안된다. 이건 바게트여야만 해! 바게트와 버터와 초콜렛의 조합이 엄청나다. 이거 하모니가 엄청난데? 생각보다 초콜렛이 그렇게 달겨 느껴지지 않고 빵과 버터가 잔뜩 고소함을 줘서 참 좋으다. 나는 금세 하나를 뚝딱 먹어치우고 다시 또 하나를 만들어서 랩으로 둘둘 감싸 비행기에 가지고 탔다. 비행기에서 배고플 때 꺼내 먹었다. 뚝, 하고 두껍게 초콜렛 들어간 부분에서는 초콜렛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호주에 도착했다. 밤비행기 안에서 좀 자고 싶었는데 자지 못했다. 

한국에서 출발하고 한국으로 도착하는 비행기가 아니라, 외국의 도시에서 또다른 외국의 도시로 갈 때는, 조금 더 긴장이 된다. 모든게 영어로 진행되어야 한다. 짐을 부칠 때에도 발권을 할 때에도 모두 영어이고 입국 심사며 게이트를 찾아가는 것까지 모두 영어, 그리고 비행기에서도 사소한 모든 것들이 영어이다. 그래서 조금 긴장을 하게 된다. 아직도 기억하는게, 이탈리아에서 몰타갈 때, 그 때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있었는지! 혹여라도 내가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놓치는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몇 번 해보았어도 여전히 외국에서 외국을 가는건 긴장된다. 외국에서 외국갈 때는, 당연히 대한항공이 없다. 돈 더주고 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하여간 나는 호주에 도착했다!


아, 호주는 비자 발급이 필요하다. e 비자인데, 이게 몇 년전에는 피씨로도 신청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스맛폰으로만 된다. 아마 워홀이나 다른건 피씨로도 될것 같은데, 내가 필요한 관광비자는 스맛폰으로만 신청 가능하단다. 비행기며 호텔이며 다 예약해뒀고, 앤드류한테도 나 멜번 갈거야, 너 회사 다니고 바쁘니까 시간 되는 날 같이 밥이나 먹자, 했더랬는데, 아니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비자 발급이 자꾸 에러가 생기는거다.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또 시도해도 1. 내 사진이 아예 찍히지를 않거나 2. 간신히 찍어도 인증메일이 오지를 않는다. 인증메일이 와야 그 다음을 진행할 수 있는데 말이다. 결제를 하고, 질문에 답하고 그런 것들. 와, 오전 수업 끝나고 점심 먹기 전에, '이거 마치고 점심 먹자' 했는데 오후까지 밥을 못먹었다. 대단한 스트레스였다. 너무 스트레스여서 돈 더 주고 여행사에 맡기고 싶었는데, 일단 이걸 대행해주는 한국 여행사는 신청자가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스맛폰으로 진행하는 걸 대신 해주는 역할인가보았다. 그래서 싱가폴에서 신청할까, 하고 알아보다가, 검색했더니, 호주 공식 사이트...인데 피씨 신청 되는것 같은데? 스맛폰만 된다고 했는데? 하면서 하여간 그걸 신청하고 결제를 하라 그래서 카드 번호 넣고 승인까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확인 과정이 남았는데, 어? 비자.. 20달러라고 했는데 왜 89달러가 결제... 이게 뭐야? 하고 얼른 캡쳐하고 검색해보고 채경이한테 물어보고 했더니, 호주의 비자발급대행업체가 마치 정부인것처럼 해가지고  하... 나는 얼른 카드사에 전화해서 이러이러하니 취소해달라 했는데, 그거 가맹점에 직접 연락해야 해, 하는게 아닌가. 나 아직 완료 안해서 비자 발급도 못받았는데, 그런데 취소를 못해준다고? ㅠㅠ  채경이는, 보통 이런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 카드사가 알기 때문에 취소해준다고 했거늘. 할 수 없다, 나는 채경이를 통해 가맹점에 이메일을 보냈다. 야, 이거 취소해줘, 나 마지막 과정 안해서 비자 발급 못받았어, 했다. 그렇게 진행해놓고 다시 검색하니, 역시 스맛폰으로만 되는게 맞았다. 하... 시간은 흐르고, 나는 '가지 말까' 생각했다. 호텔값은 아직 결제 안되었으니 취소 하면 되고, 비행기는... 그냥 포기할까.. 저가항공이라 환불 안되는데, 그냥 날릴까... 그러나, 무엇보다 걸리는건, 내가 만약 이 여행을 포기한다면, 앤드류에게 '나 멜번 갈거야, 시간 되면 보자!' 했던 나의 말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게 아닌가. 미안, 앤드류, 나 못가게 됐어... 이런 말 하기가 진짜 끔찍하게 싫은거야. 다들 그러지 않나요? 나는 한다고 했는데 그걸 지키지 못하는 것을 강박적으로 싫어한다... 하여,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다. 침착하게. 그런데 일단 밥을 먹자. 밥을 먹으면서 이걸 어떻게 헤쳐갈지 생각해보자. 그런데 이렇게 영원히 사진이 안넘어간다면, 영원히 인증메일을 못받는다면... 한메일, 네이트, 지메일 다 했건만 .. 메일 계정을 다시 만들어봐야 하나, 나는 밥을 차려 먹으면서도, 그런데도 계속 안된다면, 나는 어째야 하는가... 에 대해 생각하다가, 아아, 나는 나를 사랑해, 진짜 나를 사랑해, 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자고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기 마련. 나는 이것이 통신의 에러라고 생각한다. 채경이가 호주 비자 발급에서는 그런 일이 자주 생기는데 와이파이 꺼보고 엘티이로 해봐, 이랬었거든? 내가 이걸 다 해보고 폰도 껐다 켜보고 했지, 그런데 안됐단 말이야. 정말로 벼락같은 깨달음. 인증메일을 받기 위해 내가 입력한 정보가 넘어가야 하는데, 지금 그게 안되고 계속 뱅글뱅글 돌잖아? 여긴 싱가폴이니까, 싱가폴 유심폰으로 해보면 되지 않을까? 나는 밥을 먹고, 가지고 있는 두번째 폰, 아이폰이 아니라 갤럭시, 싱가폴 유심 칩을 끼운 폰으로 다시 시도했다. 세 번만에 비자 발급을 완료했다. 만세!! 나는 앤드류에게 '미안 못가게 되었어, 다음에 만나자!' 같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만세!! 와- 대단한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이 방법을 찾아낸 나를 매우 쓰다듬는다. 기말시험 망쳐서 나를 매우 치고 싶었지만, 그러나 결국 이 방법을 찾아냈어. 나는 어쩜 이렇게 애가 잘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긴장한 채로 오늘 아침에 도착해서 E 티켓도 줄 서서 받고(긴장긴장) 입국 심사도 다 마치고, 자, 이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자. 사람들한테 물어가며 머신 앞으로 가서 티켓을 발권한다. 흐음, 왕복이 훨씬 저렴한데, 그런데 내가 올 때 어떻게 올지 미리 알고 이걸 왕복으로 한담? 나를 구속하지 말자, 하고 편도 티켓을 끊어서는 줄 서서 기다렸다가 스카이버스를 탔다. 짐을 1층에 싣고 2층에 타려는데, 1층 짐 싣는 곳이 가방이 꽉차서, 윗 선반에 올려야 했다. 그런데 위로 올리기에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서 시도를 해도 잘 안되는거다. 하 쒸- 이거 그냥 여기에 두고 내가 짐 움직이지 못하게 발로 붙잡고 있어야 하나, 하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가 오셔서는 '너 같이 들어줘야겠는데?' 하셔서 고마워, 하고는 둘이 함께 내 캐리어를 윗선반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이거 17킬로 밖에 안되었는데 윗선반으로 올리기는 진짜 너무 무거운거죠. 이 할머니가 같이 시도하시다가 '지저스!!' 하셔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미안해서, 아 정말 미안해 너무 무겁지, 하고 결국 우리는 해냈다! 내가 땡큐 베리 머치라고 연달아 말했다. ㅋㅋ 그리고 할머니는 어떤 젊은 여자가 양보한 1층 자리에 앉으시고, 나는 2층으로 올라가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만세!



그리고 시내로 도착하니 몇 분 걸으면 또 바로 호텔이야. ㅋ ㅑ ~ 그런데 너무 이른 시간이잖아요. 아침 열 시도 안된 시간... 당연히 체크인 안되겠지, 가방 맡기고 빅토리아 마켓이나 가자, 하고 호텔에 들어가서는, 나 지금 체크인 할 수 있니? 물어보니 바로 안된다고 하지 않고, 잠깐만 우리가 준비됐는지 확인해볼게, 하더니 바로 체크인이 되는거에요. 세상에!! 아침 열시도 되기 전에 호텔 체크인을 했어. 만세!! 나는 그렇게 키를 받고 룸으로 들어왔다. 여기가 아파트형 호텔이라서 청소 안해준대, 대신 필요한게 있으면 리셉션에 얘기하면 타올 같은거는 준다고 했다. 청소.. 왜 안해주나요 히잉. 청소 되는 일반 호텔로 갈걸 그랬나. 하여간 깨끗하게 지내보자. 아무튼 아파트형이라서 거실과 방 분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싱가폴 내 집보다 좋다. 룸 분리되어 있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취사도 가능하지만 난 여행중이니까 취사할 생각 음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을 못자서 피곤해가지고 사실 체크인 되면 일단 바로 잠을 자고 오후에 나가자 싶었는데, 막상 체크인 하고 나니 빅토리아 마켓이 너무 궁금한 거에요. 그래서 꾀죄죄한채로 나갈 순 없으니까, 샤워를 일단 한 번 싹 해주고, 머리도 말리고, 옷도 갈아입고, 그리고 퀸 빅토리아 마켓을 향해 전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반지 껴봤는데, 살까 엄청 고민하다 안샀단 말이지. 30달러 였다. 카드 결제도 된다고 하던데.. 살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생각해보자. 알 딥따 큰 반지였어.



아니 참나원 ㅋㅋㅋ 쒸웬이 <메이드 인 코리아> 보기 시작했다고 톡을 보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빈이 일어 하는 영상 보내가지고서는 '일본어랑 한국어랑 비슷해? 왜 한국인들은 다 일본어를 잘해?' 물어보는게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응, 한국어랑 일본어랑 same structure 야. ' 라고 말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세상에, '너도 일본어 어떻게 말하는 줄 알아?' 묻는게 아닌가. 하- 그래서 내가 답했다.


Little bit. HaHa. I'll speak when we meet.


내가 이제 쒸웬(나랑 삼겹살 먹은 중국인 친구) 만나면 일본어 하는 걸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런데 내가 지금 와따시와 간꼬꾸진 데쓰 밖에 못하기 때문에 얼른 듀오링고로 일본어 좀 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세상 꿀잼이네. 호주의 호텔에서 중국인 친구와 일본어에 대해 얘기하기. 

하- 근데 내가 밤에 자려고 버텼는데, 그래야 내일 아침에 일어나고 루틴이 안무너지니까, 그런데 내가 비행에, 잠 못잔거 까지 합쳐져서 너무 졸려가지고, 아까 저녁 먹고 들어와서 씻고 기절해버린거야. 그리고 밤 열한시에 일어났... 나는 어쩌란 말인가요... 오늘밤은 이렇게 끝난건가요... 이러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내가 먹을 거 사둔 것도 없고....... 저녁 먹은건 자면서 다 소화됐..........


아무튼 듀오링고 일본어 하러 가야된다. 나는 한국인 입니다 말고 다른 것도 한 문장 할 줄 알아야 될 거 아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개바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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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6-02-07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私は韓国人です。あなたは中国人です。今オーストラリアを旅行しています。

비자 해결하신 이야기 보면서 저도 가끔 그렇게 어이없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더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걸 또 어떻게든 해결하셨군요. 역시 다락방님!

다락방 2026-02-08 00:34   좋아요 0 | URL
해결하려고 하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건 스맛폰이 연결이 안되는 문제여서 정말 스트레스가 대단했습니다. 그 날 완전히 오후에 지쳐버렸어요. 스맛폰은 사람 편하라고 만든건데 대단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죠 ㅠㅠ

망고 2026-02-0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 발급 부분에서 읽기만 하는데도 너무 쫄려요🥶 인터넷으로 비자 발급할때 정부 사이트처럼 만들어 놓고 대행하는 사이트들이 많아요 진짜 잘 보고 해야겠더라고요
시장 사진 보니 참 좋습니다 중고책도 탐나고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with앤드류

다락방 2026-02-08 00:35   좋아요 0 | URL
망고 님 ㅠㅠ 비자 발급 진짜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았어요. ㅠㅠ 그리고 그런 대행사이트 처음 당한(?)거여서 그것도 해결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카드사 전화하고 채경이한테 물어서 이메일 써서 보내고 답장 기다리고 취소 기다리고 ㅠㅠ 결국 취소는 정상적으로 되었습니다. 하- 대단한 스트레스였어요. 왜 이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나는 호주로 가려는건가...

무엇보다 날씨가 좋아서 정말 좋아요. 날씨는 도대체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까요? 하핫.

단발머리 2026-02-0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 발급이 무척 어렵네요. 우아.... 저같으면 진작에 포기했을텐데... 끝까지 파고 들어 문제 해결에 성공한 다락방님께 박수 짝짝! 짝짝짝!
호주가 이렇군요 ㅋㅋㅋㅋㅋㅋ 저 호주는 안 가봤지만 저기 캥거루 인형은 눈에 익숙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거운 여행 도세요with앤드류 2!
중간 중간 소식도 많이 전해주시구요~~

다락방 2026-02-08 00:38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사진 올리면서 글 쓰기가 진짜 힘든 시스템이에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행 사진 많이 올리면서 글 쓰는 저의 인내심에 존경을 표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보통 도보 여행을 하기 때문에 먼 데나 외곽으로는 나가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앤드류의 드라이빙으로 외곽으로 나갔다 왔습니다. 역시 좋은 경험이었어요. 쌩큐 포 드라이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6-02-07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실행력! 이제 진짜 앤드류 보러 호주까지 간 겁니까? 와! 신난다.

다락방 2026-02-08 00:38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지난 8월에 앤드류에게 말했더랬습니다. 내년 2월에 호주에 갈게. 그리고 왔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 어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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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2-06 1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앤드류 만나러 갔니~~🤣

다락방 2026-02-06 14:26   좋아요 0 | URL
어떻게 알았니~~~~~

잠자냥 2026-02-06 14:51   좋아요 0 | URL
그 가을에 쌓지 못한 만리장성 쌓고 오시오....
안 그러면 안 만날 거야....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2-06 15:13   좋아요 0 | URL
님하.. 우리 just 프렌드..

잠자냥 2026-02-06 15:41   좋아요 0 | URL
친구 만나러 호주까지 가요?........
그것참 이해가 안 가네 ㅋㅋㅋㅋ 흥.

다락방 2026-02-06 15:48   좋아요 0 | URL
호주 온 김에 만나는 겁니다. 그리고 나 잠자냥 님 만나러 한국도 가잖아요. =3=3=3=3

잠자냥 2026-02-06 15:53   좋아요 2 | URL
앤드류가 없다면 호주에 가지 않는다락방
잠자냥이 없어도 한국에 와야 하는다락방

건수하 2026-02-06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arlton Draught is a draught Australian lager~

잠자냥님 빠르시다 ㅎㅎㅎ

다락방 2026-02-06 20:46   좋아요 0 | URL
네, 칼튼이 여기 맥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셔보았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6-02-06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앜ㅋㅋㅋㅋㅋㅋㅋ 비행기 타고 호주까지? ㅋㅋㅋㅋㅋㅋ 좋은 시간 되세요!
우리 왜!!!!!!!!!!!!!!!
우리 왜, 실시간 만남 없는거에요? 유튜브에서 라이브 켜면 되는 거 아니에요? 엥? ㅋㅋㅋㅋ
우리도 보고 싶다고!!!!!!!!!!!!!!!!

잠자냥 2026-02-06 15:40   좋아요 0 | URL
좋은 시간을…..

단발머리 2026-02-06 15:41   좋아요 0 | URL
보내고 있대요? 아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금하다, 진짜~~~~~~~~~~~~~~

그것이

알고

싶다!

잠자냥 2026-02-06 15:42   좋아요 0 | URL
아닌 난 좋은 시간을 보구싶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앤드류가 근육 키운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다락방 2026-02-06 15:49   좋아요 0 | URL
얘들아, 나 오늘은 앤드류 안만나… 진정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2-06 15:52   좋아요 0 | URL
그럼 이만.

잠자냥 2026-02-06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하필, 그때, 그곳에, 당신이.

그렇다면, 앤드류는 운명일까?

단발머리 2026-02-06 16:34   좋아요 1 | URL
왜 하필, 지금, 여기에, 당신이.

그렇다면, 다락방은 운명일까?

다락방 2026-02-06 20:47   좋아요 1 | URL
얘들아.. 우린 그냥 다정한 친구야.....

망고 2026-02-06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앤드류는 알아서 잘 만나실 것 같고 날씨 너무 부럽네요🌞 여긴 찬바람 불고 한파가 또 오고있는데😭

다락방 2026-02-06 20:48   좋아요 1 | URL
저 반년을 여름인 곳에 있다 왔는데, 왜 여기 와서 이 화창한 날씨 너무 좋아요? 외국에서 출발하고 외국 항공기 타는거라 살짝 긴장했는데, 도착해서 낯선도시+화창한 날씨 조합이 궁극의 행복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Forgettable. 2026-02-06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자마자 호주구나 했네요 ㅎㅎ 날씨 최고 ㅠㅠ

다락방 2026-02-06 20:49   좋아요 0 | URL
와 날씨 진짜 짱이에요! 엄청 화창하고 그런데 또 시원하기도 하고요. 야외에서 맥주 마시면서, 나는 이런 화창한 날씨를, 태양을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퇴사하고 여름을 찾아다니고 있네요. 반년동안 여름에 있다가 또 여름으로 왔어요!!

독서괭 2026-02-06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와아아아아아앙 앤드륙!! 소리질러!!!

다락방 2026-02-06 20:50   좋아요 1 | URL
아잉, 아니야 아니야... 그냥 온 김에 친구 잠깐 만나는거에요. 그는 그의 일상의 삶이 있고 나는 홀리데이...
3월엔 대만에서 Mary 가 한국으로 와요. 하하하하하. 우리 같이 치킨 먹을거에요. (갑자기 다른 얘기)
 

오늘은 final exam 날이었다.

3level 과 4level 에서 HD 로 통과했던 나는, 이번에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지만, 사실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고, 하려고만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수업 시간에 집중했으니 그거로 보자,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listening 이 너무 어려워서 답을 할 수 없는 문제가 몇 개 되었고, 그래서 하- 이래가지고 나 통과나 가능할런지..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에 시험때면 일찍 끝내고 먼저 나가던 나였지만, 이번엔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왜냐하면, Reading 도 어려웠거든. 하... 번역하고 이해하고 문제 푸느라 시간이 다 가서, 제일 걱정이 되었던 Writing 도 긴장하며 써야 했다. 제일 걱정했던 건 Writing 이었는데, 의외로 topic 이 생각했던 주제가 나와서 그건 어렵지 않았다. 하. 리스닝 때문에 너무 걱정돼. 나보다 먼저 시험지 제출하고 나가는 T 에게 '나 기다려!' 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는데 알겠다고 했다. 평소엔 이런게 필요치 않았지만 오늘 시험은 너무 어려워서 필요했다. 그리고 시험지 제출하고 나가서 리스닝 어려웠지! 했더니, 자기는 괜찮았다는거다. 자기가 공부한 거에서 다 나왔다고 했다. T 는 평소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이번에도 교과서랑 선생님이 준 프린트물을 다 읽어보고 들어보고 했다고 했다. 그래서 노트북을 꺼내서는 여기 있잖아, 여기 있잖아, 하면서 보여줬다. 하- 난...  lazy student 야.. 나, 통과가 걱정돼, 라고 하니 밖에서 기다리던 친구들은 너는 통과할거야, 너는 잘하잖아, 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에 너무나 걱정된다.


시험을 다 치고 집에 가면서 중국인 친구에게 톡을 보냈다. 너 오늘 시험 어땠어? 난 리스닝이 너무 어려웠어! 라고 하니, 그는 내게 'Terrible' 하다고 했다. 특히 몇 개의 질문은 정말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고. 다른 친구들과도 얘기했는데 어떤 친구는 특히 라이팅이 어려워서 몇 줄 쓰지 못했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리딩도 답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시험이 어려운 건 맞았지만, 그러나, 만약 내가 공부를 '정말', '진정으로' 잘하는 학생이었다면, 그래도 이 시험이 어려웠을까? 답 할 수 없었을까? 생각했다. 내가 평소에 열심히 공부하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 시험이 어렵고 답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거겠지. 만약 정말 잘하는 학생이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야, 이 나이가 되어서야, 내가 얼마나 공부를 못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공부를 잘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학생인지를 깨닫는다. 


물론 그동안 test 등에서는 1등을 유지해왔지만, 그건 내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다른 애들이 못해서였다. 평소에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는 애들과, 수업은 잘 듣는 나에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실력이 달라졌다. test 를 보면 여전히 나보다 점수가 낮지만, 그런데 듣기랑 말하기 실력이 월등히 좋아지더라. 역시 젊을 때 어학연수를 와야 하나... 하여간 나는 오늘 시험을 망쳤고, 그래서 우울하다. 공부를 안했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건 욕심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근사하게 마무리 하고 싶었던 나는 이래저래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집에 와서는 냉장고를 털어야 했다. 이곳에서 거주할 시간이 얼마 안남았는데, 냉장고엔 아직 먹어야할 게 많았다. 물론, 냉장고 밖에도. 일단 오늘은, 냉동실의 새우랑 고추를 꺼냈다. 그래서 감바스를 했다. 간소한 감바스. 페페론치노를 넣는 대신 매운 고추를 넣었다. 재료가 그것뿐이라. 냉장고에 있는 맥주도 꺼냈다. 와인을 마시고 싶었지만, 와인은 새로 사야했고, 냉장고에 소주는 있었다. 



오른쪽은 피자다.

그러니까 냉동 피자. 나는 이게 전자렌지에 데워 먹으면 되는줄 알고 샀는데, 사고 보니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이 있어야 해서 계속 먹지 못하고 있었다. 채경이한테 물어보니 일단 전자렌지에 해동한 뒤에 프라이팬에 구워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이거 되게 오래 돼서, 냉털해야해.. 맛은 없었다.



학교에서 기말 시험을 볼 때면, 특이한 광경을 보게 된다. 학생들이 수트케이스를 가지고 시험 보러 온다는 거다. 그걸 복도에 세워두고 시험을 보고, 그걸 가지고 바로 공항으로 간다. 내 경우엔 공항에 가긴 했지만, 집에 들렀다 가는 시간대이거나 며칠 후에 가서 그런 적은 없었는데 오늘도 그랬다. 오늘도 시험 뒤에 T 가 얼른 집에 가서 공항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베트남에 가야 한다고. 그는 그 다음 과정을 밟을 예정이고 그건 4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4월에 돌아올거라고 했다. 그리고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모두 오늘과 내일 새벽 중국으로 간다고 했다.



나는 집에 와서 게으르게 보내면서 유튭을 보다가 sns 를 보다가, 설거지를 하면서 영화를 재생해두었다. 평소에 본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은 별로 없는데, 몇몇 영화에 대해서라면,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틀어두기도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면 properly 대답할 수 없지만, 음, 노팅힐은 그냥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서이고, 다른 몇몇 영화들은, 어딘가가 좋아서이다. 정확히 어디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하여간 오늘 그냥 중간부터 재생한 영화는 < The Idea Of You> 이다. 나는 이 영화를 사소한 이유로 좋아하는데, 그걸 뭐 굳이 다 말해서 뭐하냐마는, 하여간 오늘 설거지하면서 싱크대에 틀어둔 영화에서는,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어떤 지점이 눈에 띄었다.


그러니까, 40세의 여성이 25세의 유명 남가수와 사랑에 빠진다. 설정 자체가 사실 현실에서 일어나긴 힘든 일이긴 한데, 하여튼 이들은 만났고, 남자는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녀를 좀 더 알고 싶다. 딸이 팬이라는 이유로 딸과 딸의 친구들을 데리고 코첼라에 갔던 여자는, 우연히 유명 밴드의 멤버와 마주치게 되고, 그와 잠깐 대화하게 된다. 그녀는 그를 알지만, 그러나 그는 그녀를 모르는 상황에서, 공연전 싸인회, 그는 딸들의 친구가 있는 앞에서 그녀의 이름을 묻는다. 그녀의 이름을 몹시도 알고 싶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Solene 솔렌느 라고 말한다. 너 프렌치야? 아니, 우리 조부모님이 프렌치야. 그런데 그 때, 딸의 친구들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덧붙인다.



She actually owes a contemporary art gallery in Silver Lake.


실버레이크에서 화랑을 운영하고 계세요.


자,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이 가수는 그녀를 찾아올 수 있었다. 검색해서 찾아올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과 그녀가 가진 화랑과 위치. 검색하면 찾을 수 있었고, 그래서 그는 그녀를 찾아왔다. 찾아와서, 그녀와 사랑을 나눌 수 잇었다. 결국 연인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이 장면에서, 그녀는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는 그 말에서, 이것은 얼마나 다른 미래를 가져오는가를 생각했다. 만약, 나였다면, 그러니까 딸을 데리고 코첼라에 간게 나였고, 그리고 그 가수를 만난게 나였고, 설사 그 가수가 나를 만나 반했다고 해도, 자, 정말 그렇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그럴 때 딸의 친구가 '그녀는 양재동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라고 나에 대해 다른 정보를 더 말한다한들, 그는 나를 찾아올 수 있었을까? 만약 내가 전업주부인데 딸을 데리고 코첼라에 갔다면, 같은 상황에서, '그녀는 전업주부에요' 라는 말에, 그는 나를 찾아올 수 있었을까? 내가 내 이름으로 검색할 수 있는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이 젊은 남자는 나를 찾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건 불가능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사랑 역시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거다. 솔렌느는, 그녀의 이름으로 된 화랑을 가지고 있었다, 는 것. 물론, 그에게도 찾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지만.


나는 화랑을 가진 것이 더 유리했다거나, 화랑을 가진 것이 그녀가 가진 특별한 능력이라거나, 화랑을 가지는 것이 결국 여자들이 목표해야 할 것이라거나 하는 그런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정말 아니다. 그 점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왜, 하필, 그녀는 화랑을 가지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어른 로맨스 소설을 쓰는 '산드라 브라운'의 소설에서, 남자가 여자를 만났는데, 여자는 아직 생사를 모르는 남편을 가진 유부녀였고, 그 때 그는 그녀에게 말한다. '왜 하필 비행기에서 여자를 만나야 했다면, 그게 당신이었을가?' 그러니까, 나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왜 하필 그가 만나야 했던건, 화랑을 가진 여자였을까. 찾아가기 쉽게, 찾아갈 수 있게. 그래서 그 다음이 생길 수 있게.


그들이 사랑을 했고 그것이 공개됐고 그래서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었고 이별도 해야햇지만, 하여간 이 사랑이 시작되기는 했다. 진행되기도 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솔렌느가 화랑을 가진건 주요한 조건(?) 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솔렌느의 팔자였던걸까. 이렇게 될 팔자. 인생의 이 시점에 젊은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질 팔자. 솔렌느는 코첼라에서 이 젊은 남자가수를 만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 이 남자랑 연애하고 싶다'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것은 그저 그 때의 해프닝일 뿐이었다. 물론 그 만남은 인상적이었고, 그가 부른 노래는 자신을 향해 부른 노래인것 같았지만, 그래서 뭐? 이 유명한 젊은 남자 가수가 나랑?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 하게될 그런 일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그녀는, 화랑을 가지고 있었고, 그 화랑의 이름을,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그가 알았고, 그래서 그는, 그녀를 찾아왔다. 그래서 이 관계가 시작됐다, 그 말이다. 그렇다면 이 단어를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왜, 


하필??



왜 하필, 그가 사랑에 빠진 나이든 여자가, 나이차이 나는 여자가, 세상이 시끄럽게 요동칠 그런 여자가, 자기 이름으로 된 화랑을 가지고 있었는가. 일이 이렇게 되도록 말이다.



나는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다. 전업주부가 사랑할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 유명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는 평생 자기 집을 떠나본 적 없는 여자가 일생의 사랑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는 왜 하필, 그 때, 그곳에 왔을까? 이런 것들이 적용된다는 거다.



왜 하필, 그 때, 그곳에, 당신이.


그렇다면, 사랑은 운명일까?



I don't know.



Anyway,

나도 내일 비행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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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2-0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여주가 ‘화랑‘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물론, 그 당시 여주가 이혼한 상태인것도 중요할 거 같아요. 왜냐하면, 여주가 화랑을 가지고 있고, 결혼 상태라면, 이 영화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게 뻔하잖아요. 남주는 찾아오고, 여주는 이러면 안 된다고 하고.... 그럴 수 있을 거 같고요. 저, 좀 말리지 말아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주가 화랑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 엄청 중요하죠. 전, 화랑 보다는 그 여주가 화랑의 대표라는 점이 중요할 거 같은데요. 일테면 여주가 아주 근사한 기업(하이닉스로 할게요. 주가 반영 ㅋㅋㅋㅋㅋㅋㅋ)의 부장님이라고 해보자면요. 그 여주와 남주가 마음을 확인했다손 치더라도 아.... 유럽 여행 같이 갈 수 없을 거 아니에요. 그니깐, 대표라서 가능한 거죠. 마음대로 휴가갈 수 있는. 그래서 다시 그 지점으로 오는 거죠. 다락방님이 위에 써두신 그 문장 바로 거기요. 여주가 화랑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대표였기에, 그 화랑의 이름과 여주의 이름을 가지고 남주가 똭! 찾아올 수 있는.

사랑은 항상 그렇게 온다죠. 하필, 당신이, 그 때.
시험까지 잘 마무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즐거운 여행 되시기를 바랍니다. 심쿵한 순간이 생기시면 사진 좀~~~

다락방 2026-02-05 16:1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어떻게 그녀는 하필 이혼했고, 하필 화랑을 가지고 있고, 하필 대표일까요? 검색해서 나오는 사람이라는 거 이럴 때는 참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안좋은 경우가 현실적으로 훨씬 더 많을 것 같긴 하지만, 세상에, 젋고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자가 내 이름을 가지고 내가 가진 화랑에 찾아와서는 작품 구경하면서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다 살게요 하다니.. 오 마이 갓이죠. 하필 그는 또 왜 예술 작품을 좋아해요? 그렇다고하면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것인가 싶고요. 저를 만났다면 무슨 얘기를 했을까요?
게다가 사실 일정대로라면 솔렌느 대신 전남편이 그 자리에 갔어야 하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남편에게 일이 생겼고, 그래서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자기 일정 포기하고 그곳에 간 솔렌느, 그곳에서 그녀는 그를 만나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슨 운명의 수레바퀴..

네, 그렇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옵니다.

하필, 당신이, 그 때, 거기에.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단발머리 님. 아자아자!!

잠자냥 2026-02-0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와 한국은 여러 번이지? 🤣🤣🤣

다락방 2026-02-05 16:09   좋아요 0 | URL
ㅋㅋㅋ 한국은 다음주에 가고요, 오늘은 다른 곳에 갑니다. 가서 소식 전할게요!

관찰자 2026-02-0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하필?˝이 이렇게 로맨틱하게 쓰이는 말이었던가요. 저는 항상 ˝왜 하필 나한테만 이런 일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썼는데요.ㅠㅠ. 아무려나 다락방 님에게는 항상 ˝왜 하필, 이런 곳에, 너가?˝ 라는 상황과 만나길 기대합니다.

다락방 2026-02-05 16:0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관찰자 님도 저도 모두 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길까, 이건 어떤 우연일까 생각하는 일이 좀 더 많아지기를 바라봅니다. 후훗.

잠자냥 2026-02-05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닝은 누군가 만나면 이렇게 말하세요.
˝알라딘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다락방이라는 이름으로.˝

근데 한 가지 궁금하다. 타이거 맥주 박스째 사놓은 건 다 마셨나요?

다락방 2026-02-05 15:04   좋아요 0 | URL
제가 처음에 한 박스 사둔건 다 마시고 그 다음에 또 한 박스를 샀거든요? 그걸 지금 다 못 마시고 있어서 걱정이 큽니다. 와인은 더 안사고 있으니 괜찮고, 친구가 준 위스키는 한국으로 가져가면 되고, 그런데 이 맥주는 가져가자니 진짜 책도 버리고 갈 정도로 짐이 많은데 어떻게 가져갈 것이며... 그래서 기부하고 가려고요. 물품 몇 개 나눔하는데 그 때 오는 사람들한테 맥주 가져갈래요? 해야할 것 같아요.

잠자냥 님, 와서 맥주 좀 마시고 가요.....

잠자냥 2026-02-05 16:00   좋아요 0 | URL
🐯 맛없어…. 🤣

다락방 2026-02-05 16:09   좋아요 0 | URL
전 맥주가 너무 소화가 안돼요. 그래서 잘 못마시겠어요. -.-

독서괭 2026-02-05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하필, 싱가포르에, 그 호텔 로비에, 그녀가, 다락방이 있었을까?
- by 앤드류

다락방 2026-02-06 21:19   좋아요 1 | URL
전 그것에 대해서라면, 그 고통스러운 시기에, 신(God)도 저를 보기가 안타까워 선물을 주신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핫. 너 고생이 많다, 다락방아. 외국어로 얘기하면서 잊어버려라, 하고 말이지요. 하하하하핫.

독서괭 2026-02-05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다락방님!! 너무 자신에게 엄격하지 마시고 충분히 잘했다고 토닥여주세요. 그리고 다락방님은 시험점수로는 평가될 수 없는 영어가 엄청나게 느셨을 겁니다 ㅎㅎ
맛있겠네여 감바스..

다락방 2026-02-06 21:20   좋아요 1 | URL
하- 제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제 영어가 늘은 것 같지가 않아요. 지금은 제 나름대로 변명을 만들어 자기 세뇌를 시키고 있습니다. ‘6개월은 외국어를 익히기에 너무 짧다‘ 고요... 하하하하하.

blanca 2026-02-05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거, 이 나이에 대단한 거 맞아요. 빈말이 아니라 정말이에요. 싱가폴에 어학연수를 가고 싶을 수는 있지만, 그걸 진짜 실행하고 마무리까지 하는 다락방님 같은 사람은 상위 1프로입니다.

다락방 2026-02-06 21:21   좋아요 0 | URL
하하, 블랑카 님,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더 잘했어야 했는데 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 다 지난 일이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블랑카 님, 이제 다시 직딩이 되기 전까지 씐나게 살아봐야겠어요!! >.<
 


















1월 31일에 겨우겨우 다 읽었다.

지은이 미셸 자우너에게는 한국인의 정서가 흐르고 있으니 읽기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응?) 그렇지 않아서 당황했다. 독서괭 님은 '유의어 사전 옆에 두고 책 쓴 느낌이다' 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다. 단어를 찾아보면 다 비슷한 뜻인데 그걸 최대한 다른 단어로 쓰기 위해 노력한 느낌이랄까. 어쩌면 그것은 미셸 자우어가 학교의 쓰기 수업 중에 배운 기술일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 학교에 다니면서 쓰기 시간에, 접속사에 대해 한 번 쓴 단어를 다시 쓰지는 않도록 하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But 이 문장에 나왔다면 그 다음에도 똑같이 but 을 쓰지 말고 however 를 쓰라는 식으로 가르침을 받는다. 그러니 접속사도 많이 알면 알수록 쓰기가 더 유려해지는 건 뭐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책 맨 끝에 감사의 말에 보면 글쓰기를 가르쳐준 스승님에 대한 언급이 있다. 



I must first thank Daniel Torday, a vital mentor who had to read a lot of really, really horrible writing while I was in college and somehow still managed to believe in me after it all. I owe what seems like everything I know about writing to your teaching. -p.241


가장 먼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멘토 대니얼 토데이에게 감사를 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시절에 당신은 엉망진창이 내 글을 무수히 읽었는데도 어떻게든 나를 믿어주고, 글쓰기에 대해 내가 알게 된 거의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다. -전자책 중에서



아마도 저 대니얼 토데이 선생님이... 같은 단어 쓰지 말라고 조언한게 아닐까. 진짜루 모르는 단어-그러나 같은 뜻-가 많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는데, 처음엔 사전 찾아가 안되겠다 싶어서 번역본 전자책 샀다가, 그래도 읽기가 더뎌서 다음부터는 그냥 안찾고 번역본도 안보고 대충 눈으로 훑고 감으로 읽었다. 그만큼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 이번엔 쉬운 책 골라보자고 고른건데도 어려우니, 어쩌면 그것은 영어이기 때문인가봉가..



엄마에 대한 책이라면, 사실 읽기 전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 여자사람들은, 눈물이 나올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아프고 병든 엄마, 그리고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거라면, 뭐 그건 말 다했지. 반칙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당연하게 몰입하며 읽게될 것이다. 이 책에서도 어린 시절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고, 사춘기시절 엄마에게 반항하고, 젊은 시절 마음대로 살려고 하다가 엄마의 암 소식을 듣게 되고, 그 후에 엄마의 옆에 있으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엄마는 돌아가신, 그런 미셸 자우어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미셸은 어린 시절 엄마랑 다니면서 한국 음식도 먹어보고 또 2년마다 엄마와 함께 한국에 가서 외할머니, 이모들, 그리고 사촌 오빠랑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 외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은미 이모도 암으로 사망하고, 그리고 엄마까지 돌아가신 지금, 서로의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나미 이모와 미셸이 핏줄로 얽혀있다. 미셸은 나미 이모랑 계속 연락하고 나미 이모는 미셸이 올 때면 언제든 환대해준다. 음악으로 성공할 지 알 수 없었던 미셸이 드디어 음악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미셸의 밴드가 이제 아시아 투어를 가게 되었다. 당연히 마지막 목적지는 한국이다. 회사에서 그들을 공항으로 픽업하러 오고, 숙소를 마련해주고, 밥을 사준다. 이렇게 되길 꿈꿔왔는데, 드디어 이렇게 된 순간, 300 명이라는 외국의 사람들이 내 공연을 봐주러 오게된 지금, 내가 성공한 모습을 가장 보여주고 싶은 엄마는, 내 모습을 볼 수가 없다.



When we got onstage, I took a moment to take in the room. Even at the height of my ambitious I had never imagined I'd be albe to play a concert in my mohter's native country, in the city where I was born. I wished that my mother could see me, could be proud of the woman I'd become and the career I'd built, the realization of something she worried for so long would never happen. Conscious that the success we experienced revolved around her death, that the songs I snag memorialized her, I wished more than anything and through all contradiction that she could be there. -p.232


무대에 올랐을 때 나는 잠깐 서서 홀을 둘러보았다. 내 야심이 정점에 달했을 때조차 엄마의 모국, 내가 태어난 도시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엄마가 이런 내 모습을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란 여자, 내가 쌓은 커리어, 내가 절대로 이루지 못할 거라고 엄마가 그토록 오랫동안 걱정한 일을 이렇게 떡하니 이루어낸 모습을 보고 얼마나 자랑스러워했을까. 우리가 맛본 성공이 엄마의 죽음을 둘러싸고 있고, 내가 부르는 노래가 죄다 엄마를 추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완전히 모순이긴 해도 엄마가 공연장에 있었으면 좋겠다느 생각이 더더욱 간절했다. -전자책 중에서



미셸의 안타까움, 아쉬움이 내게도 전해졌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공유하고 싶은 감정이 '자랑스러움'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슬픔을 나눠주고 짊어지는 건 사실 내가 별로 좋아하는게 아니다. 그러나 자랑스러움이라면 다르다. 내가, 네가 사랑하는 내가, 이렇게나 잘 해냈어, 나를 봐, 자랑스럽지? 나는 내가 자랑스러울 때 그 감정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드러내고 싶다. 그래서 나를 자랑스러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크게 잘못된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있다. 자랑스러운 일을 해서 그걸 자랑하려면, 나쁜짓을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미셸이 성공했을 때, 밴드를 만들고 한참 시간이 지난뒤, 자신도 그리고 가족도 그 성공을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엄마의 나라에 가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다니, 그 누구에게보다 더 엄마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그 공연장에 엄마가 계셨다면, 그러면 얼마나 엄마는 미셸의 성공을 기뻐했을까. 얼마나 자랑스러워했을까. 그래서 그 성공에 함께 하지 못하는 엄마 때문에 나 역시도 마음이 아팠다. 나의 부모님은, 다른 사람들의 부모님과 다르지 않다. 결국 어떻게든, 죽음을 맞이한다. 내가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고 해도 부모님의 죽음은 현실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그 전에 내가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을 차마 다 보여드리지 못할 확률이 아주 높다. 


버락 오바마 생각이 났다. 버락 오바마의 어머니 역시,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걸 보지 못한채 돌아가셨다. 오바마에게는 오바마를 지지하고 또 자랑스러움과 고통까지 함께 나눌 가족이 있었지만, 그러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난 후였다. 미국의 대통령이 된 걸 보여드렸다면, 오바마의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장 자랑스러운 모습을 우리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대한 열심히 자랑스럽게 살아볼 일이다.



그러나 미셸에게는, 여전히 미셸을 지지하고 환대해주는 나미 이모가 있다. 이모와 이모부가 이 공연에 와있다. 



Before our last song, I thanked my aunt and uncle for coming, looking up at them on the balcony. "Emo, welcome to my hoesa," I said, extending an arm to the crowd. Welcome to my office. The band posed for a picture with our fingers in the heart pose Nami taught us, the sold-out crowd in the background. Dozens of kids left the venue with sleeves of vinyl hedl under their arms, fanning out into the city streets, my mother;s face on the cover, her hand reaching toward the camera like she's just let go of the hand of someone below. -p.233~234


나는 마지막 노래를 남겨두고 이모와 이모부가 계신 발코니를 올려다보며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모 제 회사에 오신 걸 환영해요." 그리고 청중을 향해 한 팔을 내밀어 환영의 인사를 했다. 밴드는 이모가 가르쳐준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홀을 꽉 채운 관객을 배경으로 사진 찍을 자세를 취했다. 청년 수십 명이 겨드랑이에 레코드판을 낀 채 공연장을 떠나 거리고 뿔뿔이 흩어졌다. 레코드판 재킷 사진 속 엄마는 마치 잍에 있는 누군가의 손을 막 놓은 것처럼 카메라 쪽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전자책 중에서



어휴, 이 부분에서 눈물이 나서 혼났다. 마침 이 부분에서 까페에 있었는데 울컥 눈물이 차올라서.. 이모가 거기 있어서 너무 좋은거다. 엄마에게 성공을 보여드릴 순 없지만, 그 누구보다 우리 엄마를 사랑했던 그리고 언제나 나에게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는 이모에게 이 성공을 보여드릴 수 있고 또 감사를 전할 수 있다니. 이모가 거기 있어서 정말 얼마나 다행이고 또 얼마나 좋은지. 이 부분이 너무 좋아서, 어쩐지 슬픈데 그런데 어쩐지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이런 감정은 뭔지 모르겠다. 내가 이모이기도 해서 이러는건지, 이모가 조카의 성공을 볼 수 있는 이 장면이, 이모에게 애정과 감사를 드러내는 이 장면이 나는 그렇게나 좋았더랬다. 이제 미셸의 엄마는 세상에 없고, 이제 나미 이모의 동생은 세상에 없지만, 그러나 미셸과 나미 이모는 깊은 유대로 얽혀있다.



이모와 이모부, 미셸과 미셸의 남편 피터는 함께 식사를 하고 노래방으로 간다. 이모는 <커피 한 잔>을 부른다. 미셸은 분명 전에 이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확신한다. 이모는 이 노래가 이모와 엄마가 참 좋아하던 노래라고 했다. 이모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어떻게든 따라 부르려고 노력하는 미셸. 거기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I could feel Nami searching for something in me that I had spent the last week searching for in her. Not quite my mother and not quite her sister, we exist in that moment as each other's next best thing. -p.238~239


이모가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게 느껴졌다. 지난 한 주 동안 내가 이모에게서 찾으려 하던 것이었다. 이모가 나의 엄마도, 내가 이모의 동생도 아니었지만, 그 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그 다음으로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전자책 중에서



We exist in that moment as each other's next best thing.


아, 진짜 밑줄 그었다. 너무 좋지 않은가. 그리고 너무나 다행이지 않은가.



다섯살 조카에게, 아니 이제 여섯살이 되었구나. 그 조카에게 나는 고모이다. 내가 그 아이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그 아이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이다. 남동생의 집에 놀러가서 조카랑 놀다보면, 조카는 항상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시간이 좀 흐르면 나를 데리고 자기 방으로 가서 수많은 인형들과 함께 놀기를 청하는데, 그렇게 놀다보면 조카 안에 나에 대한 사랑이 쑥쑥 커지는가 보았다. 놀다보면 어느새 안겨와서 내 볼에 자기 볼을 댄다. 나는 이 접촉이 너무 감사하다. 나는 너에게 필요한 존재도 아닌데, 나는 너의 부모도 아닌데, 그런데 너는 어떻게 이렇게 나에게 애정을 표현하니. 너무나 감사해서 눈물이 날 것 같은거다. 물론, 내가 그 아이를 사랑하는건 당연하지만, 그러나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내가 주는 사랑만큼 그 아이에게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애정이 느껴질 때면, 참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감동이다. 


물론 첫째 조카, 둘째 조카들에게도 그랬다. 그 조카들에게 나는 이모인데, 조카들이 어릴 때 우리 집에 오면 이모랑 헤어지기 싫다고 엉엉 울고, 내가 자기네 집에 간다고 하면 오기를 기다렸다가 옆에 찰싹 달라붙는 것이다. 나는 사랑을 주러 가는데, 그런데 사랑으로 충족되어서 집에 돌아오곤 했다. 내가 소중한 존재가 된 느낌, 그들에게 소중하다는 느낌. 그것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미셸과 이모가 서로에게 '그 다음으로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면서도 또 너무나 감사한 것이다. 그들에게 서로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사람은 소중한 사람을 잃는 상실감을 살면서 언젠가는 경험하게 되지만, 그러나 여전히 사랑하며 지지하는 사람이 내게 속해있다는 것 역시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인생에 있어서 그런 순간들을 놓치고 살지 않도록 신경써야 할 것 같다. 누군가가 소중하다는 느낌, 그리고 내가 그 사람에게 소중하다는 느낌. 이것은 아무때나 오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또한 누구나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그 소중한 사람에게 내가 자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이 살도록 노력해야지.



아, 그런데 공부해야 되는데 진짜 너무 하기 싫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이 살려면 공부 좀 해야 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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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1-3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성공한 모습, 혹은 나의 성공을 가장 보여주고 싶은 이유가, 그 사람이 나를 ‘자랑스러워‘ 했으면 좋겠다... 그 부분 너무 좋네요. 저도 100% 동의하고요. 저는 그런 삶이 멋있다고 혹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닌지라, 좀 멀리 느껴진달까요, 저는 그런 느낌이 강하더라구요.

저자와 이모에 대한 부분도 완전 공감됩니다. 저는 이모의 자리, 이모만이 가질 수 있는 엄마와 비슷한 바로 그 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좋거든요. 페미니즘 관련해서 책 읽다 보면 여성을 가장 억압하는 장소가 가정이고, 여성에게 ‘그 이상‘을 요구하는 자리도 가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의 교육 문제, 부동산 문제, 서울-지방 불균형 문제도 사실 자식 문제와 관련이 있고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싫기 때문에 저출산이라는 비슷한 맥락의 ‘자식 문제‘가 대두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소중하니까 집착하고, 너무 사랑하니까 강요하는 그런 거요. 그 끈끈함에서 한 발짝 떨어진 이모가 선사하는 사랑과 기쁨이 있다고 여겨져요. 한편으로는 다락방님이 글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그런 순간들은 정말 ‘순간‘이기 때문에 놓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할 거 같아요.

We exist in that moment as each other‘s next best thing.

제게도 이 문장이 베스트에요!!

다락방 2026-02-01 05:13   좋아요 0 | URL
그동안 절 보셔서 잘 아시겠지만, 제 경우에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자랑합니다. 그러니까 다정한 친구를 만났다면, 저는 그것도 가족에게 자랑합니다. 이 친구가 나한테 이렇게 잘해줬어, 나 정말 짱이지? 이렇게 말이지요. 저는 사소한 걸 다 자랑합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자랑스러워 했으면 좋겠다는게 많이 어렵진 않습니다. 사실 좀 더 큰 업적이나 성과에 대한 거라면, 저 역시도 크게 말할게 없지만, 그러나 성실히 살아온 것만으로도 또 자랑스러워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단발머리 님도 잘난척을 좀 습득하시면 어떻겠습니까. 하핫.

맞아요, 단발머리 님. 한 발짝 떨어진 이모가 주는 사랑은 또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여분의 사랑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사랑을 받는 입장에서 여분의 사랑이란, 필요치 않은게 아니겠지요. 저는 제가 조카들에게 여분의 사랑을 주는 역할인 것이 몹시 만족스러운데, 그러다보면 그 아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기도 하니, 이 얼마나 다행하고 행복하고 감사할 일인지요.

We exist in that moment as each other‘s next best thing.

이 문장은 이모와 조카 사이에도 적합하지만, 다른 모든 관계에 있어서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인 것 같아요. 연인 관계에서도, 특히나 이만큼 나이들어버린 위치에서라면, 우리는 상대의 ‘다음으로 가장 좋은 것‘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저 문장은, 참 좋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말이에요.

책읽는나무 2026-02-08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카가 셋 있는 고모라 다락방 님의 리뷰가 참 와 닿네요.^^
읽으면서 갑자기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하게 된 점이 있어요. 부모만큼 소중한 존재가 아닌 나에게 조카가 나에게 사랑을 주는 것도 생각해보니 좀 특별한 말처럼 들리고 그리고 내리 사랑을 해주니 조카들이 당연히 나에게 경계심을 풀고 다가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단 걸 깨달았어요.
아이들은 부모도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걸 알고 있긴 하지만 친척들의 존재도 늘 뇌리에 꽂혀 있는 것 같아요. 나를 특별히 사랑의 눈길로 바라봐주는 친척이라는 기억과 생각이 꽂히면 아이들은 그냥 헌신적 사랑을 베푸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무한 감동을 받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저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다락방 님처럼 좀 겸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ㅋㅋㅋ
조카들에게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늘 말해줘야겠어요.^^

자식들에게 확인하는 사랑과 조카들에게 확인받는 사랑의 의미는 비슷하지만 이건 분명 다른 느낌의 사랑이 맞아요.
그래서 미셸의 공연을 지켜본 이모의 심경도 이해가 갈 것 같고 미셸의 감정도 이해가 갈 것 같더라구요. 공연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라 조금 영화를 보는 기분도 들면서 해피엔딩같은 느낌도 들어 좀 좋더라구요. 미셸 이 사람은 심지가 굳고 참 긍정적인 삶을 유지해갈 사람이겠단 생각이 들어 좀 다행스러운 마음도 들었었죠.
암튼 바쁘신데 원서도 다 읽으시고 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