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 가서 달리기를 하는 것도 내 로망이었지만 요가 역시 마찬가지. 동남아시아 가면 요가를 해봐야지, 라고 언젠가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치앙마이 여행을 앞두고 검색을 해보니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치앙마이에서 요가를 했더라. 나는 그렇게 요가하는 곳을 두어군데 알아두고 왓츠앱으로 예약을 시도했다. 한 군데는 미리 예약을 완료했고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도 확인해두었다. 그런데 좀 더 시설이 좋아 보이는 한 곳은 숙소에서 걸어서 가기엔 좀 무리가 있어 보였다. 일단 치앙마이에서의 넷째날 하루는 예약해두었으니 하루 정도만 더하자, 그런데 예약하기 전에 거기를 한 번 가보자, 하고 답사겸 둘째날 요가센터를 찾아갔다. 일단 지도를 보고 네번째날 예약해둔 곳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날은 더웠고 나는 계속 걸었다. 이십분 정도 걷고나서 드디어 발견, 응 그래 여기구나, 하고 알아둔 뒤에 이제 아직 예약하지 않았지만 봐둔 곳을 지도에서 찾았다. 앗.. 50분을 더 걸어야 되는데... 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걷지 않았는데, 정말 100미터 정도밖에 안걸었는데 요가센터가 하나 또 있다. 어? 이건 뭐지? 하고 부랴부랴 검색했다. 이곳도 예약하면 외국인이 수련할 수 있는 곳인것 같았고 구글맵에서의 후기가 괜찮았다. 오, 좋았어. 나는 인스타 디엠으로 예약문의를 해두었다. 그리고 어쨌든 보기로 한 곳을 보자, 하고 열심히 걸어갔다. 가고 가고 또 가도 나오지를 않고, 요가 시작이 아홉시인데 내가 일어나서 이 길을 걸어오면... 요가 하기 전에 미리 지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중간에 가기를 포기했다. 우체국에 가고 싶었던 나는 다시 목적지를 우체국으로 바꾸었고, 그 사이에 인스타 디엠으로 답장이 와서 셋째날 요가할 곳도 예약해두었다. 그리고 둘째날은 걷고 또 걸어 지친 채로 잠이 들었다.
첫째날 밤은 잘 시간을 놓치기도 했고 낯선 곳이기도 해서 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둘째날은 하도 돌아다녀서 그런지 금세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셋째날, 나는 인스타를 통해 예약해둔 곳으로 찾아갔다. 앗, 그러고보니 가격도 물어보지 않았네 껄껄. 자 어쨌든 가보자.
당연히 수업 시작보다 조금 일찍 갔는데, 나보다 조금 일찍 온 사람들이 있었다. 한 명은 태국여성이었고 한 명은 그녀와 함께온 백인 남성이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왔다는 백인 여성도 한 명 있었다. 나는 우선 준비된 매트에 앉았는데 나중에 태국여성이 내 옆에 앉고 그녀의 양옆으로 나와 백인여성이 있어서 백인 남성이 뒤에 자리해야했다. 저 백인 남성은 태국 여성을 따라온 것 같은데 옆에 앉는게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그녀에게 내가 그와 자리를 바꿔줄게, 하고 자리를 바꿔줬다. 그녀와 그는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 거의 시작시간이 되어갈때쯤 내 옆에 젊은 아시아 여성이 앉았다. 그리고 수련에 앞서 선생님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셨고 수련하러 온 사람이 다섯명밖에 안되어서인지 모두에게 이름을 물었고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었다. 나는 캘리포니아 여성은 캘리포니아라고 들었는데 백인 남성이 애기할 때는 멍때리느라 못들었다. 그러다 내 차례가 와서 나는 사우스코리아 에서 왔고 이름은 뭐다, 얘기했다. 그리고 나는 요가의 비기너라고 했다. 내 옆자리 사람이 마지막으로 자기소개를 하는데 이름이 한국 이름이었고 사우스코리아에서 왔다고 했다. 오옷? 나는 그녀를 보고 그녀도 나도 보고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했다. ㅋㅋㅋㅋㅋ

이렇게 가정집에 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간판이 달린게 아니었다면 나는 여기가 그냥 일반 가정집이라 생각하고 무심히 지나쳤을거다. 그런데 마침 이 길을 지나던 구글맵에서도 요가센터라고 말해주었고 어어? 하고 살펴보니 이런 간판이 있었던거다. 후훗.

이렇게 미리 자리가 준비되어 잇었고 나는 이 중 아무곳에나 앉으면 되는거였다.
치앙마이 요가를 예약하기 위해 알아보면서 신기했던게 수업이 다 한시간반씩 진행되는거였다. 나 한국에서 한시간짜리만 했었는데.. 물론 한시간 짜리 수업 중에 특별히 80분도 있긴 했지만 90분은 없었다고.. 하여간 좋았어 경험해보자, 90분 요가! 하고 간것이었다.
처음 요가했던 이 samasati house 에서 내가 참가한 수업은 인요가와 사운드 힐링 이었다. 인요가를 90분간 진행하고 30분은 사운드 힐링이라고 했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었고 선생님이 말하는 모든 영어를 당연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일단 선생님이 어떤 포즈라고 말하면서 동작을 취해주어서, 이미 동작을 경험으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따라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동작이 진행중인 과정에 선생님이 덧붙이는 얘기는 절반이상 못알아들은것 같다. 그건 동작에 대한건 아니었고, 자기 자신에게 반복해 속삭여주라는 주문이었는데, 하여간 잘 모르겠고 하여간 90분간 하기는 했다. ㅋㅋㅋㅋㅋ 인요가는 한 동작에 좀 오래 머무르는데 스트레칭이 되어 시원하기도 하지만 오래 머무는게 되게 힘들기도 하다. 그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았던 모양으로 혹은 방향으로 움직여서 그 자세에 한동안 머무르는건 결코 쉽지 않다. 신음소리가 나면서 중간에 멈추게 되는 일도 제법 있다.
그렇게 인요가를 마치고 드디어 사운드 힐링의 시간, 모두 매트위에 사바아사나로 누워서 몸을 이완시키는거다. 싱잉볼과 또 무슨 음악인지 하여간 계속해서 몸을 이완시키는 사운드가 들리는데, 와, 진짜 이거 릴렉싱이 장난이 아니라서 나 잠을 충분히 자고 나왔는데도 내 소리에 내가 잠든걸 깨닫게 되고 그랬다. 왜 그거 있잖아. 잠들때 소리나는거. 그 뭐라고 해야하지, 입에서 소리가 난다고 해야하나, 하여간 그래서 자꾸 또 잠들라 그랬네, 하면서 깨고 또 잠들라 그랬네, 하면서 깻다. 한번은 코고는 소리에 눈을 번쩍 뜨기도 했는데, 그러니까 내 소리에 내가 놀라서 깬거다. 휴..
대단한 이완이다. 이래도 되는것인가..
그리고 사운드 힐링까지 모두 마치고나자 일어나서 몸을 좀 움직여주는데, 저기 저쪽에 한 명이 그대로 계속 누워있다. 딥슬립 중인것 같았다. 잠시 후에는 그녀도 일어나서 엄청난 릴렉싱이어서 잠들었다고 했다. 지구촌 사람들 다 똑같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요가하면서 신경쓰이는 건 내 옆자리 한국여성이었다. 굉장히 젊은 여성이었는데 자신이 요가하는 걸 촬영하고 있었던거다. 나름 카메라 구도를 잘 맞추고 하는것 같기는 했지만, 혹시라도 내가 그 안에 등장할까봐 자꾸 힐끗대야했다. 싫어 ㅠㅠ 요가할 때 핸드폰은 꺼내지 말아야 하는거 아닌가요. 혼자 하는거면 몰라도 ㅠㅠ 게다가 수련 중에 뭔가 구도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핸드폰 들고 옆자리로 이동해서 하다가 잠시 후에 다시 핸드폰 들고 자기 자리로 이동하더라. 그거 촬영 안하면, 계속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수업이 모두 끝난후 결제를 하려는데 500바트라고 했다. 힉!! 너무 비싸네. 두시간.. 이라 그런가. 게다가 현금만 받는다고 한다. 아.. 나 현금 그렇게 많이 안찾아왔는데.. 그런데 다른 한국여성이 자기는 스캔으로 하겠다고 하는걸 듣고 나오긴 했는데, 나오면서 갸웃갸웃 스캔으로 결제하는게 뭐지? 물어볼까? 하다가 일단 달리자, 하고 런닝화의 끈을 단단히 매고 달리기 시작했다.
와, 전날 많이 걸어서인지, 날이 더워서인지, 요가를 두시간 해서인지.. 달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ㅠㅠ 나 10km 마라톤 어케 나갔다 왔냐 ㅠㅠ 이렇게 힘든데. 결국 3킬로미터 정도 달리고 달리기는 멈췄다. 아 힘들어...
숙소에 돌아와 남은 현금을 체크해보았다. 다음날 예약해둔 요가는 300바트 라고 했는데 300바트 약간 넘는 현금이 내게 남아있었다. 하.. 호텔 픽업서비스 카드로 계산할걸, 현금 좀 더 찾아올걸. 환전할 수 있는 곳이 많이보이긴 했지만 내가 가진 한국 현금이 없는데. 이런.. 나는 왓츠앱으로 요가센터에 문의했다. 혹시 카드로 결제 가능하니? 그곳에서는 유감스럽지만 오로지 현금으로만 가능하다고 했다. 흐음. 일단 300바트는 내일 써야하니까 남겨두자. 그렇게 빨래방 가서 난리를 쳤던거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편의점에서 사두었던 바나나를 두 개 먹고 나는 요가센터로 향했다. 오늘은 요가한 후에 달리지말자, 너무 힘들더라, 요가만 하자, 하고 요가센터에 도착했다. 역시 일찍 도착햇는데 나보다 더 일찍 온 사람들이 있었다. 아시안 여성 한 명과 아시안 남성 한 명 그리고 백인 남성 한 명이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수업 시작 전에 몸을 풀고 있었다. 뭔가 분위기가 여기에 한두번 온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았다. 오.. 살짝 쫄리는데?

satva yoga 라는 곳인데 치앙마이 요가 후기 찾아보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다녀왔더라. 여긴 반야외에서 하는 시스템이었다. 단독주택 거실에서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이렇게 매트가 준비되어 있고 반대편도 똑같이 준비되어있다. 열명 이상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이 자리가 다 찼다. 예약하지 않았다면 가지 못했을 것이다.
여긴 특이하게 고양이.. 들도 있었다. 수업 내내 왔다갔다 하는건 한마리였는데, 화장실을 가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가면 거기 소파에 늘어져있는 고양이가 한마리 더 있다.

사람들이 다 좋다고 사진 찍고 웃고 그랬고 나도 큰 거부감은 없었지만, 매트에서 고양이 털을 봤을 때는 좀 별로였다. 치앙마이 다니다보면 곳곳에 고양이가 막 돌아다녀서 친고양이적인 곳이로구나 알 수 있는데, 나는 요가할 때 고양이랑 같이하고 싶진 않았다. 자꾸 돌아다니는데 너무 신경쓰이고, 나는 고양이털 알러지도 있어서 털 보일 때마다 옆으로 치우느라 ㅠㅠ
하여간 여기는 전날 요가했던 곳보다 만족도가 더 큰 곳이었다. 완전 제대로 몸 움직이다 왔는데, 저기 보이는 저 대나무들 잡고 몸을 비틀고 늘리고 아주 난리가 나는거다. 맨 위에는 하얀 철봉이 있는데 거기에 매달리기도 시킨다. 네? ㅋㅋㅋㅋㅋ 저 밧줄같은거 잡고서도 몸을 막 이리 뻗고 저리 비틀고 하여간 난리.
역시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데 마찬가지로 이미 아는 동작들이어서 따라하기에 무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놓칠 때가 있어서, 나중에 선생님이 핸즈온 해주시는데 나 혼자만 다른 동작 하고 있더라. 아니... 다들 왜 그 동작 하고 있어요? 그거 하라고 했어요? 나는 당황스러웠네.
여기에도 한국 여성들도 있었고 중국 여성들도 있었고 하여간 사람이 많았는데 자기 소개는 시키지 않아서 몇 명 말고는 국적을 다 알 수는 없었다. 하여간 거기도 젊은 여성들이 또 영상을 찍고 있는데, 찍다가 수업 중에 고양이 찍고 또 이렇게 찍다가 휠 저쪽으로 옮겨서 폰 다시 기대고... 저기, 그거 안하면 안되나요? ㅠㅠ 그나마 나랑 반대편에 있는 여성들이 찍는 거라 전날만큼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내가 나올 걱정이 없었으므로.
대나무가 높이마다 걸려있던만큼 사실 여기서는 머리서기라던가 이런거에 더 잘 도전해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약간 돌핀자세 에서 머리서기 시킬 때는 남들은 그거 하는데 나는 서는것 자체를 못해가지고 선생님이 다가왔다. 팔꿈치까지 이렇게 대고 다리를 들어올리고, 라고 선생님이 말하는데, 나는 팔꿈치를 대면 설 수가 없어요, 선생님..
야이 캔 낫 스탠드
라고 말하자 선생님이 오! 라고 하시더니 그러면 이케이케 해서 이쪽 다리 올려보기만 하라고, 그것도 괜찮다고 했는데, 그렇게 다리 올리다보면 머리가 땅에 박혀버려서.. 하아- 비루한 몸뚱아리, 비루한 육체...
나중엔 저기 매달린 끈 하나에 거꾸로 매달리기 하는데, 선생님이 시범 보여줬지만 뭐 어쩌라는건지.. 당황스러워 하노라니 선생님이 와서 다리를 여기에 걸고, 손은 여기 더 낮게 잡고.. 해서 시키는대로 했더니 거꾸로 매달릴 수 있게 되었다.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올라오라는데, 저기요 선생님.. 어떻게.. 올라오나요? 그래서 내가 손을 들었더니 선생님이 너 도움이 필요해? 물어서 그렇다고 했다. 선생님은 다시 와서 자 발은 이렇게 하고 손은 이렇게.. 해서 또다른 이완자세를 취했고, 그렇게 좀 머무르다가 똑바로 설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했던 요가는 얼라인먼트 요가라고 내가 처음 해보는 것이었는데 아주 좋았다. 몸이 제대로 균형을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나는 이 요가가 처음이라 챗지피티한테 물어보았다.

만약 치앙마이에 또 오게 되고 또 요가를 하게 된다면 나는 비록 고양이가 돌아다녀도 이곳에서 할 것 같았다. 그간 해보지 못했던 요가라 좋은 경험이었다. 이곳의 문제는 그런데 사실 고양이가 아니라, 모기였다. ㅠㅠ
후기를 보면 요가센터에 준비되어 있는 모기약을 반드시 몸에 뿌리라고 하는데, 그런 후기를 많이 본 만큼 뿌렸지만.. 하, 어김없이 물려버렸고, 요가센터에서도 물리고 빨래방에서도 물리고 아마도 식당에서도 물린 것 같은데 지금 왼쪽 오른쪽 발목과 종아리가 아주 난리다. 모기 물린게 몇 방인지 ㅠㅠ 불쌍한 내 발목 ㅠㅠ 불쌍한 내 종아리 ㅠㅠ
아무튼 그렇게 나는 치앙마이에서 요가를 했다.
낯선 도시에서 달리기만 하는게 아니라 요가까지 하다니. 진짜 인생 개꿀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