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무실에서 알라딘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어제 술(쑥부침개+와인)을 마신 탓인지 오늘은 꼭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다. 출근길에 부러 맥도날드에 들러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를 주문해 가지고 와 사무실에서 마시는데, 으앗, 첫입부터 너무 썼다. 아니.. 이거보다 더 진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마시던 나인데..이게 왜 쓰지? 다시 마셔보았다. 역시나 썼다. 으앗. 이걸 어쩐담?

하는수없이 어제 사두었던 츄러스랑 같이 먹었다. (응?)


왜 이 아메리카노가 쓰게 느껴질까. 어쩌면 그간 사무실에서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내려마시던 커피에 길들여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원두를 주문할 때 핸드드립용으로 분쇄 옵션을 선택하고 사무실에서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내려마시면 맛이 진하지가 않다. 그래서 원두를 많이 넣는데, 아무리 그래도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같은 맛은 나지를 않아. 내심 아쉬워하며 그냥 마시던 터였는데, 아쉽다고 하면서도 그 맛에 길들여져버린 모양이었다. 맥도날드 아메리카노가 쓰다니...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사무실에서 내려마시는 원두로 돌아서야 하는걸까. 그래야 하는걸까. 그렇다면..... 흐음.... 핸드드리퍼 살까? (그거 아냐) 좀 저렴한 거 사서 기분이 꿀꿀할 때면 향을 음미하며 내리면 좀 낫지 않을까? (그러지마) 매번 하는 건 귀찮아도 어떤 날에는 핸드드립 하고 싶지 않을까? (어리석은 생각이야) 매번 하면 스트레스여도 어쩌다 하면 .... (너 니 성격 알잖아, 잘못된 선택을 하지마..)


그렇게 혹시 알라딘에서 드리퍼를 살 수 있나 검색해보았다. 나는 커피를 공부한 것도 아니고 공부할 것도 아니라서 좋은건 필요 없었다. 저렴한 게 있다면 갖고 있다가 어느날 내리고 싶다면 내려 마시면 되잖아?


















검색해보니 이 두 종류의 드리퍼가 나왔고 가격은 3,600원으로 저렴했다. 회사에는 이미 오른쪽(칼리타 드리퍼)용 여과지가 있으니까 드리퍼만 사면 되잖아? 했는데, 후기를 보니 왼쪽(하리오 드리퍼)이 훨씬 낫다는 게 아닌가. 응? 그래서 빨간 드리퍼 후기를 보니 그건 다 평이 괜찮았다. 저렇게 커피 나오는 부분이 넓으냐 좁으냐에 따라서 커피 맛이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내가 그 맛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같은값이면 후기가 좋은 걸 사는게 낫지 않을까.


저 원뿔형 빨간 드리퍼를 사도 내가 가진 여과지를 쓸 수 있나 보았더니, 저건 또 저것대로의 여과지가 필요했다. 흐음..


















왼쪽이 하리오 여과지 오른쪽이 칼리타 여과지.


아니, 저 드리퍼를 사면 여과지를 또 따로 사야한단 말인가... 흐음...... 나는 망설이기 시작한다.....이를 어쩌나. 기존에 사둔 원두는 산수유이고 아직 남았는데, 요즘 이걸 내리면 딱히 향이 잘 나질 않는다. 아마 로스팅한지 좀 되어서가 아닐까. 새로운 커피를 사서 새로운 향을 가득 맡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데, 여동생이 알라딘에 에티오피아 새로 나왔는데 산미 강하니까 참고해, 라는 말을 하는게 아닌가. 뭔데, 뭐가 새로나왔는데.


















사...사.....사고싶다. 나는 '마시고' 싶은 것인가, '사고' 싶은 것인가.

어쨌든 그래서 드리퍼, 여과지, 커피...를 넣었더니 '으응 드리퍼 저려미네~' 하면서 좋아했다가 갑자기 장바구니 금액 넘나 늘어나버리는 것. 인생이란 무엇인가요?????????? 소비란 무엇이죠? 구매란 무엇인가요????????? 갑자기 장바구니 금액 커지니, 아아, 이를 어쩌나, 아무것도 사지말까... 어차피 나란 여자, 핸드드립 하면서 온갖 스트레스 다 받을텐데, 그냥 커피 메이커에 내려 마시면 되고, 그러면 여과지도 안사도 되고, 남은 커피나 내려 마시면 원두도 안사도 된다. 어머님은 늘 내게 말씀하셨지, 돈은 안쓰면 모이는거라고....



엄마...



나 아직 동백 원두도 안마셔봤는데... 알라디너라면 동백 원두는 필수코스 아닌가요?


















그래서,

혼란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왜 알라딘에서 책지름에 대한 고민에 커피 지름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야 하는것인가..

알라딘 탈퇴할까..




책이나 살까.



















아, 맞다. 나 어제부터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읽고 있는데, 읽기 싫다... ㅠㅠ

그렇지만 조카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으니 꾹 참고 읽기로 한다..


















그대 맘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대가 말한 온갖 작품을 가슴 속에 새기고 듣고 보고 외워도 우리의 거린 좀처럼 좁혀지질 않네요

얽매이는 기분이 들면 안되니까요

나는 다가서다가도 물러나요

보여주고 싶지만 드러낼 순 없기에

그대의 옷자락 끝만 붙잡고 있는걸


(심규선, 담담하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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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4-0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다락방님. 알라딘 탈퇴라뇨. 그냥 필터 하나 더 구매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걸로 사소서..
라고 말하다가 나도 혹 하고 있음... 하나 살까? 드리퍼랑 커피랑 필터랑...? ㅡㅡ+

다락방 2020-04-03 10:27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이게 이거 살까 그러면 이것도 사야되잖아, 다살까... 이러다보면, 으음, 탈퇴가 답인가? 이렇게 된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또 막 다 비싼게 아니라서 더 고민돼요. 앗싸리 비싸면 뒤돌아서겠건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상틈에 2020-04-0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적으로 하리오는 신 맛을 더 좋게 하고 칼리타는 반대로 신 맛이 죽습니다. 에티오피아나 케냐 쪽 좋아하시면 하리오 추천욤. 참고로 내리는 거 자체는 하리오가 쉽고 편해요. 거의 들이붓는 수준.ㅎㅎ;;

다락방 2020-04-03 10:37   좋아요 0 | URL
하리오 후기에 안그래도 신맛이 더 좋아진다는 게 있더라고요. 너무 신기해요. 어떻게 드리퍼가 신맛을 조절할 수 있는지. 물 들이붓는 수준이라면, 하리오가 제게는 좀 더 낫겠네요. 후훗. 전 천천히 내려가는거 너무 못견디겠는 터라... 에티오피아, 하리오는 셋트로 가야겠네요. 사려면 이렇게를 셋트처럼 사야겠어요. 하하하하하.

로제트50 2020-04-0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맛나는 커피좋아하는데 칼리타드리퍼가 있고요 ㄱ-
오늘 구매는 에티오피아 셋트에 책 끼워서 *^^*

다락방 2020-04-03 11:10   좋아요 0 | URL
아 뭔가..여러분들 댓글을 읽으니 제가 에티오피아 셋트를 구매해야할 것만 같은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이 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티오피아 셋트에 책 끼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티오피아 셋트... 아 어뜨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02moon 2020-04-03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젯밤에 알라딘 커피 원두 검색하고는 고민했어요. 책이랑 살까, 아침에 책 왔는데- 꽂을 공간 없는데 어디에 둬? 그래도 사고 싶은데 이러다가 알라딘 창 꺼버렸어요. 다시 고민해야 할까 봐요. 다른 지기님들 서재 돌아다니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책들 찾아내고 좋아하다가 또 흠칫하기도 하고. 끝이 없는 듯, 정말 알라딘 탈퇴가 답인 걸까요. T-T

다락방 2020-04-03 12:1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얼마전에 컴백하신 글 봤습니다, 302문님. 오랜만이에요. 후훗.

저는 아침에 에티오피아 셋트와 책을 구매했다가 다시 결제 취소했어요. 다음주에 월급날이 있으니, 그 때 구매하자, 하고요. 왜냐하면 제가 월급날에는 꼭 책을 구매하는데, 이번에 구매하면 월급날 어차피 또 할거라... 이중으로 구매할 것 같아서, 꾹 참자, 꾹 참고 월급날 한 번만 하자, 하고는 결제 취소를 눌렀답니다? 하하하하하.
제가 뭐하고 사는건지 모르겠어요. -.-

blanca 2020-04-0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 맘 이해해요. 저도 한창 커피까지 같이 지르면서 알라딘의 호구가 되어가는가 싶더라니까요. 해피포터 ㅋㅋㅋ 저도 애 때문에 사실 억지로 시작하기 전에 엄청 읽기 싫은 거예요. 진짜 표지가 솔직히 비호감--;; 그런데 시작해 보세요. 분명 후회 안 하실 겁니다. 나중에 막 감동 받아서 울었어요. 작가가 진짜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이건 이야기가 내렸다, 싶더라고요.
 

사도 바오로는 "여자들은 교회 집회에서 말할 권리가 없으니 말을 하지 마십시오. 율법에도 있듯이 여자들은 남자에게 복종해야 합니다.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집에 돌아가서 남편들에게 물어보도록 하십시오. 여자가 교회 집회에서 말하는 것은 자기에게 수치가 됩니다."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1434~35) p.98









한동일은 이 책에서 여자들이 '미사보'를 쓰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종교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한 얘기였는데, 남자들은 머리에 무언가를 쓰면 자신의 머리, 그리스도를 욕되게 하는 것이지만 여자들은 머리에 무엇을 쓰지 않으면 남편을 욕되게 하는 것이었다고. 남자는 하느님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여자가 머리에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그것은 머리를 민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별 이상한 논리를 다보겠지만, 어쨌든 머리를 가리는 것이 남편을 그리고 신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는 것임은 잘 알겠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윤김지영 선생님을 처음 뵀을 때가 생각났다. 첫 책이 나오고 독자와의 대화를 하셨는데, 그 때 철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미사보'라고 하셨다. 성당을 다니고 있었는데 여자들만 미사보를 쓰고 있었고 본인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써야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 왜 여자들만 써야하느냐 물으면 대답은 항상 '원래 그래' 였다는 거다. 원래 그런게 어딨어, 하다보니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고 철학을 공부하려다 보니 프랑스에 가서 하자, 하게 된 것. 그렇게 윤김지영 교수님은 지금 철학자가 되셨다.

 

 

성당 미사보에 윤김지영 선생님이 언제나 바로 생각나지만, 위의 인용한 구절을 읽고서는 대뜸 '남자가 더 모르는 게 많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은 교회에서 말도 하지 말고 궁금한 건 집에 가 남편에게 물으라는데, 그런데 남편이 모르면? 남편이 나보다 더 아는게 없으면? 그때는 어떡하나?? 왜 남편은 아내에게 모든 걸 답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물론 저 당시에 저렇게 말할 수 있었던 까닭은 여성에게는 그만큼 교육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일테고.

 

 

그러나 교육이란 게 그렇다. 모두 알지 않나. 학교 교과서로 배운 거 달달 외워서 법대나 의대를 갈 실력이 된다해도 그것이 바로 지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 네이버용 지식을 머릿속에 가득 넣어서 얄팍하게 이것저것 아는척 할 수는 있지만, 자기 자신이 스스로 호기심을 갖지 않고 의문을 갖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단순히 아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아는 것은 그저 아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응용으로 연결되어야 하지 않는가.

 

 

학창시절에 어느 과목 선생님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한데, 그 선생님이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해준 적 있다. 지금 당장은 국어가, 영어가, 수학이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지만 이건 나중에 우리가 삶을 살아갈 때 필요하다, 무언가 모르는 게 생겨서 그것을 알고자 할 때, '그렇다면 이것을 어디서 찾아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가 뭔가 모르는 게 생겼을 때 해결할 방법을 어디서 찾아야할지를 지금 우리의 교과 과정이 알려주는 거라고. , 이건 과학쪽에서 찾아볼 수 있겠구나, 아 이건 역사를 들여다보면 되겠구나, 하고. 그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렇게나 오래 기억이 난다.

 

로마의 여성은 공적 생활에 참여할 수 없었고 법적 지위도 없었습니다. 또 오늘날의 초등교육에 해당하는 교육 이외의 모든 고등교육에서 배제되었지요. 그러나 지배계층과 남자들이 정해놓은 틀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그 틀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해낸 여자들도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p.103)

 

 

 

여성이 교육에서 배제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게 생기면 남편에게밖에 물어볼 수 없는게 그 당시 여자들의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많은 여성들이 배움은 짧아도 숱한 과정에서 '흐음,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라든가 '흐음, 이 사람이 말하는 게 다는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숱하게 하지 않았을까. 다시 말하지만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명문대를 간다는 것이 그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고 관찰하면서 호기심을 갖고 생각하고 깨닫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반드시 배움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니까.

 

 

 

아주 오래전에 <엄마의 바다>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너무 오래전이라 프로그램 제목이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맞는지 모르겠지만, 여자주인공인 고현정은 학원 선생님인 최민수와 오랜 연인관계였다. 김나운은 그런 고현정의 단짝 친구였는데, 김나운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최민수의 동생 허준호와 요샛말로 썸을 타게 된다. 고현정과 김나운의 직업이 뭐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어쨌든 이들은 대학까지 졸업했고 최민수도 졸업했지만 허준호는 그렇지 못했다. 허준호의 직업이 뭐였는지도 역시 생각나지 않지만 극중에서 배움이 짧고 좀 건달로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그가 김나운에게 호감을 갖게 됐는데, 어느날 허준호와 김나운이 같이 티비를 보면서 영어 대사를 알아듣는 김나운을 놀란 듯이 허준호가 보는 거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묻는다.

 

 

"너는 저 영어 알아들을 수 있어?"

 

 

이때 김나운은

 

 

", 고현정은 나보다 더 잘해."

 

 

라고 답했었는데, (정확한 워딩은 아니다. 오래됐으니) 그 때 허준호가 한참이나 기가 죽었던 거다.

 

 

 

또 있다. 이것 역시 아주 오래전의 예능에서 꽁트처럼 해준거라 프로그램명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사랑학개론>이엇을 거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됐고 결혼을 하게 됐는데, 여자가 남자보다 더 똑똑한거다. 어느날 뉴스를 보다가 남편이 뉴스에서 하는 얘기를 못알아 들으니까 아내가 '저거 몰라? 그거잖아~' 하면서 얘기를 해주는데, 남편이 버럭 화를 내는 거였다. 아마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한 번 그런 일이 있고난 후로는 남편이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

 

 

 

 

위의 103페이지에서 인용한 것처럼 그 당시 로마에서 여성들을 고등교육에서 배제한 것, 그리고 '모르는 건 집에 가서 남편에게 물어봐라' 로 결국 이어지게 한 건, 바로 이런 부분에서 나왔던 게 아닐까 싶다. 남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안된다는 것, 남편의 기를 죽이면 안된다는 것. 남편은 아내보다 위에 있고, 그러므로 남편을 존중하고 하늘같이 받들어야 하는 것, 당연히 고개를 숙이는 것이 여자이자 아내의 도리임을 사실화 하기 위해서는 여성에게 교육을 주면 안되는 거였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똑똑할 때, 그러니까 여자친구로서 혹은 아내로서 더 똑똑함이 드러날 때 그게 너무 신경질나서 예로부터 남자들은 그렇게나 자기보다 더 배운 여자들에 대한 경멸감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남자들이 그렇게나 이화여대를 싫어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 어디 하나 꿀릴 데 없이 너무 잘난 여자들이어서.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 이 얘기는 한 번 했던 것도 같은데, 남자 수학선생님이 여자 무용선생님 뒷담화를 수업시간에 한거다. 그러면서 말한게, '그 선생님이 이대거든' 이였다. '이대 나온 여자를 남자들이 싫어해', '그렇게 이대 나오면 싸가지가 없어' 였던 거다. 그렇게 남자 수학선생님은 이화여대 나온 무용선생님을 욕했지만, 이화여대 나온 무용 선생님이 남자 수학선생님을 욕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남자 선생님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를 모른다. 그러면서 이화여대에 대해서 '남자들이 싫어하는구나'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지. 그 때 그 말이 되게 강하게 남아있었는데, 그 수학선생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머저리였음이 드러났다. 이것까지 쓰면 너무 길어지고...

 

 

 

영화 그을린 사랑에도 교육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여자는 종교가 다른 남자로부터 아이를 낳았다. 여자가 사는 곳에서는 종교가 다른 남자와 사랑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명예살인에 처해져야 했다. 이에 여자의 할머니는 몰래 여자가 아이 낳는 것을 돕고, 아이의 발에 표시를 한 뒤 다른 곳에 보낸다. 그리고는 여자에게 말한다. 도시로 도망가라고, 도망가서 교육을 받으라고, 교육을 받아서 다른 삶을 살라고.







아마도 여자들은, 아니 남자들도, 알고 잇었던 것 같다. 여자들이 교육을 받으면 다른 삶을 살게 될 거라는 것을. 그래서 여자들은 교육을 원했고 남자들은 여자들이 교육받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모르는 건 집에 가서 남편에게 물어보라니.

 

 

스물다섯에 만났던 남자 친구 생각이 난다. 그 당시에 내가 먼저 좋아했고 내가 많이 좋아했었는데도, 사실 사귀면서 고개를 갸웃하게 될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 생각하면 내 가슴을 여러번 주먹으로 치게 되는데, 그를 기다리면서 도스트예프스키의 책을 읽다가 그가 와서 덮었더랬다. 그러니까, 그는 내가 책 읽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다. 그는 그날 데이트를 하다가 나랑 사소한 말다툼(기분 나쁜 말다툼이 아니라 웃으면서 하는거였다)끝에,

 

 

"너 책 읽지마. 책 그만 읽어. 신문도 읽지마."

 

 

라고 했던 거다.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는게 책을 읽어서라고, 이제 그만 읽으라는 거였다. 그 당시엔 웃으면서 넘어갔지만 지금 그 때를 생각하면 내가 진짜 자꾸 주먹으로 내 가슴을 친다..... 그는 그당시에 서갑숙의 책을 읽었더랬다. , 여러분이 아는 그거...나도 그가 읽길래 읽어보았다가........ 그만두자...... 어쩌다 읽는 책이 왜..................

(이보시게, 나는 책을 읽다 못해 쓰는 사람이 되었네.... )

 

내가 왜 그를 좋아했을까. 진짜 그를 좋아했던 나 때문에 가슴이 찢어진다 정말 ........ 하아- 그 당시에 나 좋다던 얌전한 남자 뻥 차버리고 이 마초를 만났는데 진짜 내 실수다 ㅠㅠ 내가 잘못했어 ㅠㅠㅠ 언젠가 별자리 보러 갔을 때 선생님이 그런 얘기 했다. 너 주변에 너 좋다는 얌전한 남자를 골라 사귀어라, 네 마음에는 흡족하지 않겠지만 그게 네 인생에 낫지 않겠냐, 안그러면 다시 마초가 온다, 마초 사귀면 너 자꾸 화난다....... 마초 뭐야 이것들아. 으윽...

 

 

..무슨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지??????????????????????????????????????????????????????????????

 

 

 

아무튼,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 너무 한심하다는 거다.

 

 

 

 

 

며칠전 퇴근길에 갑자기 벚꽃을 마주쳐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보니 여긴 항상 언제나 가장 먼저 벚꽃을 볼 수 있는 길이었다. , 언제 이렇게 핀거야. 분명 엊그제까지 못본것 같은데! 하면서 좋아했는데, 주말을 지내고 오니 더 활짝 피어 있었다. 스맛폰을 만지고 가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의 장관을 마주하고, 아아, 내가 왜 스맛폰 따위나 보고 있었을까 이렇게나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하면서 멈춰서 바라보았다.








 

 

부러 어딘가를 찾은 것도 아니고 퇴근길에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이 이렇다. 매해 이맘때쯤 항상 이 길을 걷는걸, 그래서 나는 좋아했었다. 낮이면 낮인대로 밤이면 밤인대로 벚꽃나무 길을 걷는게 좋았다. 꽃이 피면 활짝 핀대로 지면 꽃잎이 떨어진대로 좋았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모든 것들이 예정대로 되지 않는다고 우울해 있는데, 이렇게 때가 되니 꽃은 피었다. 참 신기하지. 꽃은 대체 뭐길래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이토록 인간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걸까. 그저 좋았다. 어쩔 수 없이 좋았다.어쩔 수 없이 그리웠다









4

 

-이응준

 

 

 

내가 기차같이 별자리같이

느껴질 때

슬며시 잡은 빈손을 놓았다.

 

 

누군가 속삭였다. 어쩔 수 없을

거라고. 귀를 막은 나는

녹슨 피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너의

여러 얼굴들을 되뇌었다.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꿇었다.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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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day_jung 2020-04-0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죽지‘ 않고 겸허히 서로 모르는걸 나눌수 있는 남성동료들 소중합니다.. 회사에 마초빌런이 몇분 계셔서ㅠㅠㅋㅋ

다락방 2020-04-01 09:07   좋아요 1 | URL
저는 회사에는 죄다 맨스플레인 쩌는 무능력자 남자들 밖에 없어요. 스물다섯의 남친도 사내연애였다능 ㅎㅎ
오히려 사적으로 만나는 남자사람들 중에는 다정하고 현명한 남자들이 있지요. 그래서 친구로 잘 지내고 있고요. 후훗.

2020-04-01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4-01 11:02   좋아요 0 | URL
한국 천주교회의 여성 신자들은 아직도 상당수가 미사보를 쓰지만, 유럽 교회에서는 요즘에는 미사보를 쓴 여성 신자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P.98


이 책에서도 한국이 아직도 미사보를 쓰는 여성 신도가 많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어차피 여자들은 써야 하는 것이니 이걸 쓰지 않겠다고 거부하기 보다는 쓰는 거 멋있잖아 라고 생각하는 게 쓰는 쪽에서는 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댓글 읽고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머큐리 2020-04-0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거리미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죠.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는 이제 갓 신학대를 졸업한 분이었고 미사 집전을 도와 주시는 수녀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었어요. 미사 후 미사를 참관하시는 중년의 신부님과 인사하게 되어서 묻게 되었습니다. 미사는 왜 신부만 하고 수녀는 하지 않느냐고. 신자들이나 일반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은 왜 꼭 신부여만 하느냐고 질문햇더니 굉장히 불쾌해 하셨습니다. 초면에 공격적인 느낌이셨나 봅니다. 그 거리미사는 아마 해고된 쌍차 노동자들을 위한 미사였어요. 사회문제나 계급문제에 대해서는 나름 진보적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이 젠더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감각한 모습에 좀 충격이었어요... 다락방님 글 보니까 갑자기 생각난 에피소드...ㅎㅎ

다락방님의 꾸준한 여성주의 책읽기를 항상 응원하면서... 참고로 다락방님 소개한 책들을 저도 주의깊게 보고 독서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락방 2020-04-01 14:05   좋아요 0 | URL
종교에서도 중요한 위치에는 여자를 주지 않죠. 그저 보조자로서의 여성을 인정할 뿐. 어느 종교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종교는 인류를 사랑하고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고 부르짖지만 정작 젠더감수성에 있어서는 아주 보수적인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종교에도 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해요. 제가 신앙으로 믿는게 아니라, 여성학 쪽으로요. 한편 정희진 선생님이 종교학을 전공하셨는데 여성학자가 된 것도 그런 지점에서 시작된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머큐리님은 저의 글쓰기를 응원해준다 하시고 꾸준히 읽는다 하시지만, 저는 어제 오늘 고민이 좀 많았어요. ㅠㅠ 제가 어디에 정리해서 올리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저는 제 글이 어떻게 끝맺게 될지 저도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제 의도는 그렇게 여성주의적 시점으로 혹은 남성을 비난하는 의도 없이 처음엔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쓰다보면 저도 모르게 자꾸 여성주의적 글을 쓰는거에요. ㅠㅠ

오늘은 점심 먹으면서 어떻게 이걸 좀 조절할 수 있을까 ... 고민하다가, 그냥 먹는 얘기를 쓸까, 먹는 얘기를 쓰면 굳이 여성주의적으로 가지 않을 수 있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흑흑 ㅠㅠ
 

4개국어를 하는 내 친구는 아직도 영어 사전을 뒤져서 boy 의 뜻을 찾아본다고 했다. 자신이 아는 게 아는 게 맞는지, 혹여 다른 뜻이 있는건 아닌지, 하고. 어쩌면 그런 친구의 성격이 친구를 4개국어 하게끔 만든건지도 모르겠다. 자유롭게 구사하는 게 4개국어지 간단한 생활 외국어는 두개 정도 더 할 수 있다고 들었다. 무언가 잘 하는 사람은 그만큼 거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 친구에게도 어떻게 그렇게 외국어를 잘하느냐 물었을 때, '미친듯이 외웠다'고 답을 들었더랬다. 정말 열심히 하기 때문에 실력으로 쌓이는 것 같다.



주말에는 '조정환'의 《증언혐오》를 읽기 시작하면서, 한국사람이 한국어로 쓴 책인데 영어사전을 꺼내왔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된 단어인 'moment'를 찾아봤다. 내가 아는 뜻 말고 혹여나 다른 뜻이 있는가 해서. 잠깐, 잠시, 순간, 때 등, 뜻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최근에 '주지훈' 주연의 드라마 《킹덤》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으앗, 좀비물이라면 부러 피하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미래는 예측불허... 이걸 봤다고 네이버 블로그에 썼더니 누군가가 '현빈 나오는 좀비물' 이라고 《창궐》얘기를 해주는 게 아닌가. 으응? '현빈'이 나오는 '좀비물' 이라고??????????? 나는 왜 정보 1도 없지? 창궐이란 제목은 들어본 것 같은데 제목 말고 정보값이 0 이라면...아마도 내 관심 밖의 것일 터. 그렇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영화를 검색해보니 무려 장동건과 같이 주연이더라. 당대의 스타배우 두 명이나 나오는데 나는 관심이 1이라니, 아마도 그 이유였던 것 같다. 잘나가는 남자들만 포스터에 있었겠지...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좀비가 나오는줄도 모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빈이여, 장동건이여.... (장동건 싫어한다는 커밍아웃 하고 갑니다)







아니, 나 좀비물 너무 싫어했는데 이게 이상하게 연결되어가지고, 그 뭣이냐,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보고 나니까 킹덤으로 좀비를 보게됐고, 으으 싫어싫어 이러면서 좀비 다 봤네. 그럼 내친김에 현빈 좀비물도 보자, 하고 보았는데, 한국의 좀비들은 너무나 진화하는 게 아닌가. 킹덤에서는 좀비들이 뛰어다니더니(아니, 좀비는 원래 느릿느릿 걷는 존재 아니었나요?), 창궐에서는 막 지붕타고 내려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영화속에서 현빈은 임금의 둘째아들인데 청나라에서 살다가 돌아온다. 그래서 궁에 들어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는데, 와, 무슨 ㅋㅋㅋ 이런 옷입고 잘생기고 멋지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옷 갈아입고 나오는 씬에서 나도 모르게 우앗, 멋지다, 해버림.




옷이 날개가 아니라 얼굴이 날개인 셈.



그러나 영화가 왜 흥행하지 못했는지(흥행 못했으니까 나도 아무것도 모르는거겠지?) 그리고 내가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지를 영화를 보면서 알 수 잇었다. 나라를 구하는 건 남자들의 몫인데 좀비들하고 싸우면서 여자 전사 1이 나오긴 하지만 그마저도 그렇게 비중이 크지도 않다. 무엇보다 역겨운 건, 현빈이 형수님을 구하는 장면이었다. 좀비가 수두룩해 다들 칼로 얍얍 그러면서 싸우고 있는데 형수님은 벌벌 떨기만하고 그래서 현빈이 가가지고 '내 옷을 꽉 잡고 놓지 마시오' 이러는 거다. 그러면 형수님은 그냥 현빈 옷 잡고 뒤만 따라다니고 현빈은 형수를 구하면서 자기한테 덤벼대는 좀비를 얍얍 거리면서 해치우는거다. 하아-



글쎄, 나는 남자 감독이나 남자 작가들 그리고 남자 배우들이 이렇게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혼자(아니지, 자기들끼리)과거에 머물러서 앞으로 가는 여자들과 보조를 못맞추고, 자꾸 과거에 주저앉히려고 하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거다. 그러니까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여자들에게 '과거에 비하면 여자들 살기 훨씬 나아졌지'같은 개소리를 하게 되는건데, 지금은 과거가 아니다. 지금은 현재다. 그리고 여자들은 앞을 보고 달려가고 있고, 과거의 잘못을 현재까지 끌고 오지 말자고, 미래에는 달라지자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계속 과거에 머무르니까 영화를 만들어도 잘생긴 남자가 나와서 꺅꺅 거리는 여자를 보고 '내 옷 꼭 잡고 놓지 말고 따라와' 같은 걸 만들게 되는거다. 이런거 보면 '약한 여자를 지켜주는 남자' 해가지고 여자들 눈에서 하트 뿅뿅 나올 줄 아는가본데, 지금은 '남자가 여자 구해주는 서사'에 반하는 사람은 없다. 이 영화에 대해 관심을 1도 안가진 나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아마 내 주변 친구들 모두 이 영화 제목도 모르거나 혹은 제목만 들어본 경우가 허다할거다. 지금 때가 어느 땐데 내 옷 잡고 내 뒤만 따라와 같은 영화를 만들고 있어. 안된다. 그러면 사람들이 영화 안봐요. 게다가 이 감독은 《공조》감독이던데, 내가 공조도 봤던 터라 이 남자 감독이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뭘 드러내고 싶은지 너무 잘 알겠다. 내 여자, 내 가족 지키는 멋진 남자 그리면서 여자들은 울면서 내조하고 싶어하고... 이긍... 공조 2016년 창궐 2018년인데, '잘생긴 배우를 멋지게 드러내서 멋진 영화 만들자' 만 있지, 바뀌는 현재를 영화에 반영할 생각은 별로 없는 듯.




남자들아, 과거에만 있으면 안돼. 남자가 여자를 지켜주는 영화는 그만 만들어. 이제 그거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어. 여자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길 원하고, 궁극적으로는 보호가 필요없는 안전한 세상을 원한다. 세상을 더럽히는 것도 남자고 구하는 것도 남자인 영화 속에서 잠깐 스쳐지나가는 역할 같은 거, 그만하고 싶어한다고. 유 가릿?




독서는 도움이 됩니다. 바뀌는 흐름을 아는데 도움이 되고요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남자 감독들이여, 배우들이여... 독서를 해. 그리고 장동건..은 내가 일전에도 얘기한 바 있지만, 일기를 쓰도록 하자. 감독들 배우들 모두 일기를 쓰세요. 오늘 내가 뭐했나, 일기를 써. 오늘도 쓰고 내일도 쓰고 모레도 써. 그리고 며칠 지나서 몇 달 지나서 몇 년 지나서 읽어보란 말이야. 그러면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 어떻게 다른지 아니면 같은지를 알 수 있다. 일기장에 쓸 쪽팔릴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살아갈 수도 있어. 일기를 쓰자. 일기를 쓰면 '오늘은 베프 저새끼랑 불법촬영물을 돌려봤다' , '오늘은 성매매를 했다' 같은 거 ....다 기록으로 남게 되고, 그 기록을 안남기기 위해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아니, 이건 너무 내 생각인가... 내가 너무 또 머릿속 꽃밭인가...아직 인류애 잃지 못했나.....

아무튼 독서 하시고요, 무슨 책 읽어야 될지 모르면 그냥 내 페이퍼만 읽어도 된다. 내가 다 써머리 해주니까. 인용문도 다 올려주니까. 나 알라딘 여성학 분야 마니아 2위야.........




미래는 예측불허, 좀비 싫어하는데 최근에 너무 좀비물 왕창 봤네. 봤다고 해서 좀비에 정들고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한동일'의 《로마법 수업》을 읽으면서 출근했다. 저자 소개 읽으면서 완전 깜짝 놀랐는데, 아니,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Rota Romana의 변호사' 라는 게 아닌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한 것 같다. 한국인으로 살면서 어떻게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를 할 생각을 했을까. 세상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전혀 모르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니까? 게다가 읽다보니 이탈리아 유학하고 법 강의 들으면서 이탈리아어 몰라서 엄청 열심히 공부했던데, 진짜 대단하다. 이런 거 너무 진짜 대단하지 않습니까.




오늘 아침 읽은 39페이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로마에서는 재판관이 개인적으로 판결을 조작하거나, 여성에게 약을 먹여 성폭행을 한다는 것은 차마 반성을 촉구하거나 죄의 경중을 따지기도 힘든 극악무도한 범죄로 치부했습니다. 고대 로마 사회에서도 용인하지 않았던 일이 21세기의 대한민국 땅에서, 그것도 특권층들에 의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은 너무나 참담하지요.

로마에서 이런 자들은 사회 구성원 자격을 박탈하고 철저히 격리해버렸습니다. 유배 장소는 주로 지인들조차 접근하기 힘든 이탈리아 연안의 섬들이나 리비아 사막의 오아시스였고요. 이 때문에 '섬 강제유배'로도 불렸답니다. 재판의 판결을 조작한다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약물로 비열한 협잡질을 저지른 이들은 외딴섬에 고립시켜야 한다는 것이 로마의 정의였던 것입니다.

근래 한국을 뒤흔든 사법농단이나 젊은 연예인들의 일탈과 성범죄는 로마법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중범죄로 여겨졌던 사안들입니다. 특권을 가진 이들일수록 더욱 엄중하게 다스렸지요. 대한민국의 법은 과연 이들을 어떻게 다스릴지 우리 모두가 똑바로 응시해야겠습니다. (p.39)




그렇다. 똑바로 응시하자. 한국 너무 남자들 살기 좋은 세상인데, 남자들만 살기 좋다는 건 크게 잘못된거다. 좀비만 때려잡지 말고 성차별을 때려잡아야돼. 없는 좀비를 향해서 얍얍 거리지 말고 눈앞에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 차별에 대해서 얍얍 거리라고. 오케바리?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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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20-03-3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다락방님의 문체는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드네요~~^^ 열심히 아내를 돕겠습니다^^
글구 2개 국어 하시는거 맞네요... 유 가릿..오케바리... 님 글을 읽고 에너지 충천했습니다. 저도 독서모드에 들어갑니다..씨~유..ㅎㅎㅎ

다락방 2020-03-31 14:11   좋아요 1 | URL
초록별님 가족의 일이니 돕는게 아니라 같이 해야 맞는거지요. ^^

갑자기 무슨 2개국어지? 했더니 제가 영어 하네요? 유가릿?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초록별님 책 엄청 읽으시던데요. 좀 쉬엄쉬엄 읽으세요!! ㅎㅎ

비연 2020-03-3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킹덤> 덕분에 좀비물에 부쩍 관심 가지게 된 1인 여기 또 있습니다.. ㅎㅎㅎ
그나저나 로마법 훌륭하네요. 정말 똑바로 응시해서 봐야 하는 것이죠. 이번 사건 계기로 제발 남자들 중에 지각없는 분들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 도처에 이런 진리들이 있는데 도대체 뭘 보며 사는 건지...

다락방 2020-03-31 14:13   좋아요 0 | URL
저는 정말 좀비 싫은데 싫다고 하면서 창궐까지 다 보았습니다. 창궐은 끝으로 갈수록 돌았네요. 아무리 칼 맞아도 안죽는 천하무적 장동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지금 엔번방 사건 보면서도 그게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 남자들이 더 많을 것 같아서 너무 짜증나요. 당장 오늘만해도 산부인과 인턴이 여성 신체 더 만지고 싶어서 수술실에서 나가지 않았다는 뉴스기사를 보았지 않겠습니까? 대체 남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ㅠㅠ

유부만두 2020-03-3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킹덤 재미있게 봤어요. 무서워서 대낮에 핸드폰으로 설겆이 하면서 최대한 몰입 덜 하는 식으로요. 전 이상하게 스릴러 영화는 봐도 좀비 흡혈귀 영화는 못봤었거든요? 그런데 이건 꽤 재미있게 봤어요. 좀비와 역병이라는 코드가 현실과 겹치기도 해서 그런가봐요. <종말일기Z> 재밌다고 해서 챙겨놨어요. 하지만 현실이 이렇지 않을 때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20-03-31 14:15   좋아요 0 | URL
저도 좀비 때문에 무서워가지고 아 어쩌지 했는데 생각외로 그렇게 막 악몽꾸게 무섭진 않더라고요. 휴.. 그보다는 회 거듭할수록 주지훈이 왕으로 거듭나는 성장이 느껴져서 재미있게 봤어요.
종말일기z 재미있다고 해서 저도 책으로 구입한지 몇 년째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그자리에 있네요. 아놔. 그거 정말 재미있다고 꼭 읽어보라는 추천을 동시에 두 명의 남자사람에게 들었더랬지요. 그래서 당장 주문했는데... 읽기까지는 이렇게나 오래 걸리다니.... 로마법 수업 다 읽으면 종말일기 읽을까봐요. 페스트도 읽어야 되는데.. 독서란 무엇인가.....

단발머리 2020-03-3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읽다가.... 반지의 제왕에서 인형처럼 예쁜 에오윈이 위치킹을 죽였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인간/남자는 날 못 죽여. 위치킹이 그러니까 에오윈이 난 남자 아니야! 하면서 단칼에~~ 샤샤삭!!!!
장돈건에게 일기 쓰라는 말을 누군가 전해줬으면 좋겠네요. 뭐든 용서하고 싶어지는 외모였는데 이젠 아무것도 용서가 안 되는... 쩝.

다락방 2020-03-31 15:01   좋아요 0 | URL
저 아까 점심 먹으면서 끝까지 다 봤거든요. 창궐요.
남자들은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을 못버리나봐요. 마지막에는 무슨 애들 보는 만화인줄 알았어요.
장동건 현빈 둘다 이름값 있는 배우라서 그런건지, 악당인 장동건은 아무리 칼에 찔려도 안죽고요 -.-
영웅인 현빈은 모든 싸움을 끝내고 궁궐 지붕 위에 올라서있고 백성들이 몰려와서 함성 지르고요... 진짜 영웅주의에 쪄들어있구나 싶고... 감독만 그런게 아니라 배우도 그렇구나 싶었어요.
근데 참 이상하죠. 그렇게 영웅 부각시키는 작품을 보면 뭐랄까, 영웅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 이런거에 매달린다는 생각만 더 강하게 드니 말예요.


실제로 조선시대에 싸우는 여전사가 있었을까 하면 거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있어도 역사에선 철저히 지워졌겠죠. 그런데 영화에서 남자 뒤에 숨어서 도망만 다니는 여자 보니까 확 짜증이 나더라고요. 으휴..

잘생기면 잘생겨서 못생기면 못생겨서 여성을 성적도구화 시키는 것 같아요. 결국 그냥 어떻게 생기나 남자들은 그런것 같아요. 전 사실 그렇지 않은 남자는 없다고 생각해요..이놈이나 저놈이나.....

Forgettable. 2020-03-31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빨리빨리의 민족이라 역시 좀비도 빠른 ㅋㅋㅋ 너무 무서운 좀비입니다!!

다락방 2020-03-31 21:21   좋아요 0 | URL
느린 좀비도 무서운데 빠르기까지 하니 환장하겠어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4-01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ㅋㅋ 현빈은 과거에서나 현재에서나 한양에서나 서울에서나 옷 쨘 갈아입을 때 제일 멋진가 봅니다! ㅋㅋ 남자들아 과거에 살지 말자는 명언에 좋아요 꾹 누르고 가요!

다락방 2020-04-01 09: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뭣이냐 사랑의 불시착 양복 갈아입는 씬도 멋졌는데 저렇게 도포 입은 것도 멋지네요. ㅋㅋㅋㅋ 마네킹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20-04-0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대사) 안하고 옷만 입고 왔다갔다 했으면 좋겠다. (먼.......................산)

다락방 2020-04-01 10:52   좋아요 0 | URL
진짜 이대로 안돼. 그들도 앞으로 나가야 한다. 이긍....
 


처음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시작할 때는 이렇게나 오래 하게될 줄은 몰랐다. 언제까지 할것이다 라고 정해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은 몰랐는데, 1년을 함께 하고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여 '이걸 앞으로 더 해야할까 이제 그만둬야할까' 의견을 물었을 때, 모두가 계속하자고 답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한 달에 한 권,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읽자고 약속한' 책을 읽는 것은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모두가 알겠지만, 시험기간에는 텔레비젼도 더 재미있고, 소설책은 더 읽고 싶어지는 거 아닌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소설 읽을 때마다 얼마나 꿀맛인지 모른다. 으앗 너무 재미있어~ 하면서 읽게 된다니까?


그러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두꺼운 분량의 책들도 읽어낼 수 있었다. 만약 이 같이읽기가 아니었다면, 백래시를,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를, 페미사이드를 한 달 내에 완독하는 일은 아마 없었을지도 모른다. 시도하다 던져두고 시도하다 던져두었겠지. 아, 특히나 보부아르 제 2의성!! 그건 정말 완독을 못했을 거다. 으...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단순히 우리가 같이 읽는다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글도 써야 한다. 페이퍼든 리뷰든 읽으면서 또 읽은 후에 글을 쓰다보니, 아무래도 그런 독후활동이 다음 독서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다른 책을 읽으면서 '아 그 책에서도 그랬지' 하고 떠올릴 수 있는 건, 나는 이 독후활동이 한 일이라고 믿는다.


얼마전에 3월도서를 완독한 신입멤버는(응?) 이 같이읽기 도서로 읽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책이 올해 최고의 도서라고 한다. 물론, 올해는 아직 9개월이나 남아있으니 얼마든지, 언제든지 번복 가능하지만. 

게다가 한 멤버는 요즘 글솜씨가 너무 좋아졌는데, 그걸 언급하자 그게 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터였다. 우리랑 같이읽기 하고 또 글로 써내는 걸 하다보니 글솜씨가 점점 더 좋아지는구나, 하는 걸 그 분의 글을 읽으며 내가 느낀거다. 

이렇게 여러모로 좋은 점만 가득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니 어쨌든 2020년에도 계속 해보기로 하겠다.









자,

4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베티 프리단' 의 [여성성의 신화] 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책이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책. 여성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시작하게 되면 아마도 제일 처음 접하게 되는 이름이 베티 프리단이며 또 이 책일 것 같은데요, 같이읽기 하는 멤버중 한 명이 이 책을 아직 안읽었고 읽고 싶다고 해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저도 안읽었고... 그러니, 같이 읽어봅시다.


당연히,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던 분들도 이번에 참여해도 됩니다. 이 책 평소에 읽어보고 싶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같이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석 포함 7백 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같이 읽는 게 아무래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8백쪽 넘는 책들은 같이읽기를 했기 때문에 다 읽을 수 있었거든요. 


참여방법은 특별히 어려운 거 없습니다. 참여하겠다는 댓글 한 줄 달고 4월 내로 이 책을 완독하시면 되고요, 처음 같이읽기 할 때는 일주일헤 한 번 글 쓰기가 원칙이었으나 사실 아무도 안지키고... ㅎㅎ 쓰고 싶을 때, 그러나 반드시 한 번 이상은 이 책과 관련된 글을 써주시면 됩니다. 페이퍼, 리뷰, 백자평 모두 좋습니다.  관련 글을 쓰실 때에는 앞에 '[여성성의 신화]' 라고 붙여주시고요.


전자책도 있으니 이 무거운 책 가지고 다니기 힘들다 하시는 분들은 전자책으로 읽어도 좋겠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두꺼운 책은 종이책으로 읽으면서 페이지가 점점 조금 남게 되는 걸 느끼는 게 좀 짜릿할 것 같아..... 네, 뭐 그렇습니다.



4월,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 입니다.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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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20-03-2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꺼운 책을 읽을때 만큼은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더 선호하네요. 다락방님 말씀대로 어느정도 읽었는지가 눈으로도 확연히 느낄 수 있고 읽다가 바로 이해가 안갈땐 앞장도 휙휙 넘겨 보기가 아직까진 종이책 만큼은 아니어서요.. 그래서 이 책도 종이책으로 살 예정입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20-03-30 08:05   좋아요 1 | URL
그치요? 특히나 두꺼운 책은 종이책이 짱인것 같아요. 이 책도 꺼내보니(구입해둔지 오래) 정말 두껍더군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일찍 시작해야겠어요. 7백 페이지가 넘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쩐지 두렵지만, 또 열심히 읽어봅시다. 화이팅!!

수연 2020-03-2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입했습니다! 다락방님 :)

다락방 2020-03-30 08:05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읽지 못한 책이지만, 이 책은 수연님께 무척 좋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4월에도 열심히 읽어봅시다. 뽜샤!

유부만두 2020-03-3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여성주의 책 계속 읽으시는 분들 응원하고 존경합니다.
전 하라고 시키면 도망가는 청개구리과 인가봐요. 아니면 1월의 책이 너무 힘들어서 화들짝 놀랐는지도 몰라요.


다락방 2020-03-31 14:19   좋아요 0 | URL
이게 근육운동 처럼 계속 읽어야 더 읽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3월의 도서였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경우, 같이 읽었던 분들 중 세 분이나 매우 인상적인 책이라고 해주셨어요. 수연님은 올해 최고의 책, 단발머리님은 상반기 최고의 책, 블랙겟타님은 손에 꼽을만한 책. 하하하하.
저희랑 같이 읽는 거랑은 관계없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0-03-31 16:20   좋아요 0 | URL
제 근육은 두부근육 .. ㅜ ㅜ
추천하신 도서는 챙겨보겠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엄마와 함께 앉아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았다. 나는 그런 프로 잘 안보려고 하는데 엄마가 좋아하셔서.. 어쨌든 봤는데, 정작 엄마는 못보겠다고 들어가시고 나만 남아 끝까지 보았다. 그간 내가 존재도 알지 못했던 '벗방'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여자들이 벗는 방을 운영한다는건데, 그걸 보던 남자들은 메뉴에 쓰여진대로 어떤 행위를 요구할 수 있고, 그대로 bj가 해주면 거기에 따른 돈을 지불한다는 거였다. 그 안에서는 꽤 많은 돈이 오고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여자들은 그 많은 돈을 다 자신이 벌어들여야 했다. 그러나 그녀들이 거기서 가져가는 수입은 극히 일부. 그 방송의 직원을 모집했던 방송사가 수입의 일부를 가져가고, 기획사가 또 일부를 가져가고, 또 누가 일부를 가져가고...


그저 소통하는 방송일 줄 알고 들어갔다가 벗어야 한다는 걸 알고 여자들이 빠져나오려고 했을 때는 이미 계약서에 묶인 몸이었다. 남은 계약기간 동안 벌어들일 돈을 모두 지불해야만 그 계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인터뷰에 응했던 피해자중 한 명은, 돈도 안되고 계약서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어 눈감고 딱 한 번 벗는 방송을 찍었는데, 그 영상이 외국에도 유포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수습할 수 없었다고.


'마리아 미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읽다보면 성매매 여성에 대해 나오는데, 성매매여성이 일반 여성들과는 다른 사람임을 알리기 위해 신발에 노란끈을 묶었다는 역사가 나온다. 성매매 여성, 너희들은 일반 여성들과는 급이 달라, 하고 그들을 무시했던 성구매 당사자인 남자들은, 그런 여성을 달리 취급하면서 정작 그들 자신은 떳떳했는데, 주말에 본 그알에서도 그랬다. 방송국과 기획사 모두가 떳떳했다. 애시당초 처음 그 벗방의 이상함을 찾게됐던 남자는 그 방송을 시청하던 도중 자신의 약혼녀를 보게 되었다고 했다. 제보자로 나왔던 또 한 남자는 이 벗방은 사기라고 분노했다. 그가 분노한 이유는 여성들의 성을 팔아서가 아니라, 그가 그 방송을 보면서 돈을 많이 잃었기 때문이었다. 돈을 잃게끔 하는 가짜 아이템과 가짜 회원들이 있다는 것. 그는 그것에 분노했다. 거기에 분노해서 제보를 하고 인터뷰에 응한다는 게 나로서는 당황스러웠다. 안부끄러워? 여자들한테 벗으라고 돈을 줘놓고서, 그건 안부끄러워?



벗는 것도 여자고 그 영상이 유출됨으로써 자살을 시도하는 것도 여자다. 숨어 사는 것도 여자고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는 것도 여자다. 그런데 그 일로 인해 오고가는 돈은 남자로부터 나와서 남자에게로 간다. 나는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를 떠올렸다.






남성에게 자신의 몸을 파는 것보다 더 모멸적인 것이 있다면 또 다른 남성의 이득을 위해 남성에게 몸을 팔아야 할 때이다.- 《페이드 포》, 레이첼 모랜, P124












오늘 구독하고 있는 <뉴닉>에서는 엔번방 소식을 보내왔다. 엔번방 가입자 모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청원은 백만명 이상이 동의를 했다.








여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에 남자들이 돈을 쓴다는 게 너무 괴롭다. 남자들에게서 나온 돈이 남자들에게로 흘러간다. 여자들을 벗기고 괴롭히면서. 그리고 여자들을 협박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그러나 이런 일은 지금이 처음도 아니고 유일한 것도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남자들은 여자들을 죽이면서 살았다. 여자들을 죽이고 괴롭히면서 만족을 느끼고 돈을 벌었다. 어제, '마리아 미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읽는데, 그 오랜 역사, '마녀 사냥'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이미 숱하게 다른 책들에서 읽고 아는 바이지만, 역시나 괴롭다. 반복해본다고 해서 괴로움이 적어지는 것도 아니고 약해지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가 마녀라고 자백해도 죽지만, 마녀라고 자백하지 않아도, 자신의 무죄를 주장해도 어차피 죽는다. 마녀라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고문하고 또 고문한다. 심한 고문에도 마녀라는 자백을 하지 않으면, 마술 때문에 고문을 이겨낼 수 있는 거라고 한다. 고문에 못이겨 나 마녀 맞아, 해도 죽는것이고 나 마녀 아니라니까, 해도 죽는다. 어차피 '저 여자 마녀인 것 같다'고 찍히는 순간, 그녀는 죽는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그 마녀의 재산도 다 몰수당한다.



교회법에 따르면, 마녀의 재산은 상속자가 있건 없건 간에 몰수해야 했다. 몰수된 재산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전유했다. 재판에 든 비용을 공제하고 남은 모든 것은 정부 재정으로 들어갔다. 1532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가 공포한 '형사법전'에 따르면 이런 몰수는 불법이었다. 그러나 이 법은 그저 종이조각일 뿐이었다.

마녀 사냥이 돈과 재산을 모으는 욕망의 원천이라는 사실은 특별 위원회로 이어졌고, 특별위원회는 더 많은 사람을 마녀와 마술사로 모함했다. 피고가 유죄 선고를 받으면, 가족은 모든 재판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위원회 위원들이 매일 먹는 식비와 술값에서부터 시작해서, 화형에 쓰이는 땔감까지 이들이 지불해야 했다. 또 다른 돈을 버는 방법은 마녀 혐의를 받은 이를 가족으로 둔 부자집에서 그 가족을 석박 시키기 위해 학벌있는 판사와 변호사에게 주는 비용이었다. 이는 또한 가난한 사람이 유독 많이 처형된 이유이기도 했다. (p.195)



봉건계급(특히 좀 더 작은 공국의 제후로, 도시의 신흥 부르자우나 더 큰 공국의 제후와 경쟁하기 힘든 이들)뿐 아니라 도시의 자산가 계급도 마녀재산의 압수를 통해 자본을 축적했다. (p.197)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남자가 여자들을 죽여서 살았음을, 남자가 여자를 죽여서 부를 축적했음을. 벗방에서도 엔번방에서도 그 어떤 여자도 이익을 보지도 않았다. 부를 축적할 수 없었고 기쁨을 얻지도 못했다. 도망칠 기회를 잡아야 했고, 숨어야 했다. 죽는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들은 웃고, 유출하고, 유포하고, 즐거워하고, 돈을 벌었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죽여서, 여자들을 괴롭혀서 살아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엔번방 26만명의 신상공개를 요구한다. 돈 내고 본 게 무슨 잘못이냐고 말하는 남자들이 누구인지, 그렇게 뻔뻔하다면 신상을 공개해 두려울 게 무어랴. 여자들을 괴롭히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자본을 축적한 게 누구인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동안 그런 삶을 산 자들이 누구인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면서, 이제 그 일을 더는 못하게 해야 한다. 손가락질 해야 한다. 저거봐, 여자들 괴롭히면서 즐거워한 남자야. 저 남자가 바로 여자를 죽음으로 이르게 하고 자본을 축적한 남자야. 우리는 그렇게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해야 하고 비난을 해야 한다.

어제는 국가공무원 5급 공개채용 합격후 연수 도중 여성 연수생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적발된 남자가 연수원에서 퇴학당한 걸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여성의 신체를 불법촬영해놓고 퇴학이 과하다며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하다니, 그 뻔뻔함은 대체 어디에서 나올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들.

벗방의 남자 제보자들도 자신들이 입은 피해 때문에 빡쳐서 나온거지, 여자들의 고통에 죄책감을 느껴서가 아니었다. 불법촬영 당한 여성이 얼마나 괴로울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남자는, 자신의 퇴학이 과하다고 한다. 무엇이 과하고 무엇이 덜한가. 더이상 여성들이 죽음으로써 남자들이 살고, 남자들이 자본 축적하는 걸 방치해서는 안된다.



엔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를 요구한다. 그리고 전원 처벌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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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3-23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엔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 요구합니다.
앞으로도 벌어질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다락방 2020-03-23 10:33   좋아요 1 | URL
시간이 지나도 왜 그들은 나아지지 않는걸까요, 단발머리님...
마녀사냥 부분 읽는데 너무 빡쳐서 ㅠㅠ

스타브로긴 2020-03-2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시패스한 놈이 성범죄 저지르고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소송까지 제기했었군요. 저런 고시 후배 들어올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군요..

다락방 2020-03-23 12:05   좋아요 1 | URL
같은 직장에 근무하게 될 여자들은 두려움과 분노를 느낄테죠.

스타브로긴 2020-03-23 12:59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남자 여자가 아니라 인간으로 분노하여야 합니다.

공쟝쟝 2020-03-23 22:26   좋아요 0 | URL
우리 남녀 편가르지 말아요 웅앵웅... 이 이슈가 가시화되고 처벌이 논의 되게되는 과정까지의 여성주의자들의 분노와 목소리를 스킵하면 안되죠 ㅋㅋㅋ 인간으로 분노하기 전에 맥락 살피세요 ㅋㅋㅋ

공쟝쟝 2020-03-23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구한다 요구한다 요구한다!

다락방 2020-03-24 07:41   좋아요 0 | URL
여자 죽이지 말라는 게 왜이렇게 힘든건가요 쟝쟝님. 여자들은 계속 부르짖는데 결과가 되어 나오기는 너무 오래 걸리네요. 그나마 지금도 총선 때문에 부랴부랴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아닌지...

공쟝쟝 2020-03-24 08:55   좋아요 0 | URL
그래도 계속해서 공론화하고 목소리 낸 여성들 덕에 이정도의 처벌논의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엔번방 함께 청원해달라고 다락방님도 올리고 하셨잖아요!! 저들은 안바뀌겠지만 우리 힘을 키워요 빠워!!!! 다 뚝배기 깨자!!

잠자냥 2020-03-23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주빈과 26만명 다 까발릴 때까지!!!

다락방 2020-03-24 07:42   좋아요 0 | URL
어제는 여러가지로 기운없고 속상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지치지 말아야겠지요. 지치지맙시다, 잠자냥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