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여러분.

3월 도서 안내합니다.


3월은 '조앤 스콧'의 [젠더와 역사의 정치] 입니다.

뭔가 표지부터.. 살짝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막상 펼쳐보면 대박 어려울지도..

하여간 힘을 내서 함께 읽어봅시다. 

읽는 중에는 백프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우리의 몸 어딘가에 남아있을거라 생각합니다.

















4월은  '수지 오바크'의 [몸에 갇힌 사람들] 입니다.

















5월은 '클레어 혼'의 [재생산 유토피아] 입니다.


 















지난번에 언급했듯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2025년 5월 까지 진행하겠습니다.

2018년부터 쉼없이 달려왔네요.

자, 남은 시간들도 힘내봅시다. 함께 읽으면 읽히더라고요.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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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5-02-2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이팅~~~
전 이미 책 구입했습니다.
빨리 시작해 보겠습니다!^^

관찰자 2025-02-2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젠더와 역사의 정치.......... 어려울거 같은데.....ㅠㅠ

건수하 2025-02-2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책 얼른 구해야겠네요. 어려워도 파이팅입니다 ^^

바람돌이 2025-02-2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2018년부터였군요. 진짜 대단해요. 하나의 주제로 5년이 넘도록 같이 책읽기를 주도하시는 다락방님 그리고 회원님들 모두 존경해요. 읽다 말다 하는 저는 부끄러워서.... ㅠ.ㅠ

단발머리 2025-03-0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늘내일 중으로 땡투할 예정입니다. 그 사람이 저인줄 아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월읽기도 화이팅이요!! 어렵지만 재미있을 예정, 아님 기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3-05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번달 책 흥미로워 보입니다. 잠자냥님은 이미 갖고 있네요? ㅋㅋ
 

외국에 나가면 야외 테이블에 앉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재작년에 이탈리아 갔을 때는 40도를 육박하는 더위에 실내를 고집하긴 했지만, 풍경 좋은 곳에서 야외테이블에 앉는것은 로망 아닌가. 드레스덴에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슈니첼 먹던 경험은 잊을 수 없을 것이며, 프라하에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기억도 그렇다. 싱가폴에서도 야외 테이블을 더 좋아했는데, 실내가 지독히 춥기 때문이기도 했다. 냉방에 온 마음과 에너지를 다 쏟는 나라 싱가폴.. 한국의 중년여성은 많이 추워요.. 햇볕을 받으면서 야외 테이블에 앉는 것은 참 행복이다. 최근에 멜번에서도 느낀건, 태양과 낯선 도시는 행복이라는 거다. 난 이 두 개만 있으면 행복해! 멜번에서 앤드류랑 마주 앉아서도 태양이 좋고 바람도 불어 아, 너무 좋아 행복하다, 했더니 '널 행복하게 하는건 쉽네!' 라고 했더랬다. 그런데,


야외 테이블의 단점이 있었으니, 온갖 살아있는 것들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이 음식을 먹는 나 외에 다른 숨쉬는 것이 먹기 위해 찾아온다. 사실 '온갖' 이라고 했지만, 그냥 '새' 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해운대 바닷가에 갈매기.. 그런 수준으로 이 야외 테이블에 새들이 달려드는데, 싱가폴 에서도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가 새들이 바닥에 돌아다녀서 마음이 좀 불편했더랬다. 그뿐인가, 식당 문을 열고 닫을때는 심지어 식당 안으로도 들어온다. 싱가폴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태연한데, 나는 좀 충격이었다. 맥도날드 실내에 새들이 바닥에서 돌아다니고 있어. 오 마이 갓..


그러나 싱가폴의 새는, 하, 내가 놀랄만한 것도 못되었다. 멜번은 대단하다! 여긴 새들과 공존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그냥 바닥에 새들이 수두룩하다. 크로아상과 함께 커피 마시던 나는, 아아 내 크로아상으로 와서 덤비는게 아닐까 싶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자리를 떠서 빈 테이블, 아직 치우지 못한 접시 위로 새들이 날아들기 때문이었다. 내가 먹고 있으면, 내 접시에도 덤비는게 아닐까. 나는 걱정이 되었다. 새들아, 오지마.. 난 너네랑 그렇게 막 친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멜번 3대 커피집 중 하나인 '마켓레인' 에서 커피와 크로아상을 마시고 있었다. 멜번은 커피 맛있기로 세계 1위 도시라고 한다. 근데 그중에서도 3대 커피집이 있는데 내가 거길 갔었단 말이지. 이때가 마지막날 아침이어서, 나는 디카프가 아닌 카페인 커피를 주문했다.



핸드드립용으로 좋을만큼 볶은 커피란다.  그런데, 아아, 새들아 새들아 새들아...




그러나 이 새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보타닉 가든이라는 어마어마한 야생의 공원에 가서 그 안에 까페를 갔을 때, 그 안에는 전망 때문인지 사람들이 정말 많아 빈자리가 별로 없었는데,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는 이미 새똥이 있었다. 직원이 와서 닦아주었는데, 와 새들이 엄청 날아다니고, 사람이 앉아있든 말든 개의치않고 막 음식을 노려. 우리 근처에 여러명의 젊은여자들이 앉는 테이블은 막 주문한 음식이 나온 모양이었다. 꺅 소리가 들리고 성급히 일어나고 새들이 그 테이블로 막 찾아오고... 오 신이시여. 

나랑 앤드류는 커피만 주문해서 다행히 우리 테이블에 새가 오진 않았는데, 문제는 우리 위의 파라솔이 우리를 통째로 감싼게 아니라 파라솔과 파라솔 사이 빈틈이 있어서, 거기로 언제든 새똥이 날아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나가다가 새가 똥을 싸서 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봤다. 우리 테이블에 이미 질러둔 새똥과 또 길바닥에 새똥... 우리 테이블 위에 새가 똥 쌀 수도 있겠는데? 라고 하자 앤드류가 맞다고, 저쪽 자리 비면 옮기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얘들아..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 마시다가 새똥 공격을 당할 수가 있어............. 참고하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멜번이 그립다. 아주 그립다. 6개월 머물렀던 싱가폴보다 멜번이 더 그립다. 어쩌면 멜번은 고작 며칠 있었고 싱가폴은 6개월이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멜번이 너무나 그립다. 다시 그 도시를 걷고 싶다. 커피를 좀 더 많이 마실 걸 그랬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여행이었다면 커피도 좀 사오고 그랬을텐데, 나는 싱가폴로 와서 짐을 챙겨 한국으로 떠나야 했다. 버릴거 버리고 나눠줄거 다 나눠줬는데도 캐리어가 세 개다. 이걸 어떻게 핸들링 하고 가야할지.. 그러나 뭐 어떻게든 되겠지. 두 개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세 개를 사용해야 했다. 싱가폴에서 과자도 좀 사가고 싶은게 있는데, 그것도 못사간다. 더이상 어디 쑤셔넣을 수도 없고 내가 들고 다닐 수도 없어. 캐리어가 세 개야. 하여간 그래서 멜번에서 커피를 못사온게 너무 한이 된다. 가서 실컷 커피도 마시고(방광 이슈 ㅠㅠ) 또 막 사오고 싶다. 그래서 다시 가고 싶다. 좀 더 걷고 좀 더 마시고 그리고 좀 더 사오고... 싱가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이 좋은 태양을 받고 있어도, 멜번에 있던 내가 생각난다. 멜번앓이중..


쒸웬과 수다떨고 앤드류랑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런데 최종적으로 내가 내린 결론은, 중년의 한국여성과 대화하고 싶다는 거였다. 중년의 한국여성이야말로 내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에 대해 그렇다. 나와 친한 친구들 그리고 나를 좀 아는 사람들은, 내가 외로움에 대해 말할때 그 외로움이, 그러니까 인간이 본질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그 외로움이 뭘 뜻하는지를 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외로움은, 지금 당장 섹스할 사람이 없는 외로움이 아니다. 나는 그런거는 하나도 외롭지 않다. 집에 가면 나를 안아줄 사람이 없는 그런 외로움, 그런거 아니다. 나는 그런 외로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도 없다. 외로움이라는 것, 내가 생각하는 외로움은, 이 세상에 나같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데에서 오는 외로움이다. 내가 어떤 것을 보고 분노할 때, 내가 어떤 것을 하고 행복할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는거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해해보고자 노력할 수 있을뿐,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면 삶은 풍성해진다. 그러나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누군가 채워줄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 때부터 비극이 시작되는 것 같다. 그건 결코 누군도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인데, 그런데 외부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면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앤드류가 아직 호주에 있고 내가 싱가폴에 있을 때, 톡으로 대화중에 나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하고 나는 이걸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앤드류는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나는 누나네 집에서 개 두마리랑 함께 놀 때 하나도 외롭지 않았어' 라고 했다. 아.. 내가 말한 외로움이 그에게 가 닿지 못하는구나. 어쩌면 이것은 나의 영어가 짧아 더이상의 설명을 부연하지 않은데에서 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쒸웬을 만났을 때, 우리는 외국에 혼자 살고 있다는 얘기를 하다가 외로움 얘기로 넘어가서인지, 아예 다른 외로움으로 그는 접근했다. 갑자기 자기 폰을 이용해서 AI 남자 캐릭터 만들어 내게 보여주면서 한국말로 말걸어보라는거다. 그러면 한국말 해준다고. 이건 AI 남자친구라는거다. 헐.. 나는 그거 필요없어, 나는 그런 외로움을 말한게 아니야,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랑 똑같지 않다는 외로움이야!! 

그래,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럴 때 AI 남자친구는 도움이 된다니까? 미래에는 다들 이걸 갖게 될거야. 말 걸어봐.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내가 안녕, 나는 클락키를 걷고 있어, 라고 했더니 AI 남자 캐릭터가 마주 인사하며 뭐라고 다정한 말들을 막 건네더라. 하여간 좀 기괴했어. 나는 이런걸 원하는게 아니야, 나 필요없어!! 했더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지금도 이걸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앞으로도 사람들은 많이 사용하게 될거야. 좋은 남자친구가 될거야, 이러는거다. 야 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러면 너도 AI 걸프렌드가 있어?


그는 아니라고 했다.
아닌걸까, 정말? 아닌데, 왜 나한테 그렇게 적극 추천해? 왜? 


하여간 웨스턴 가이(오세아니아는 웨스턴이 아닌가요) 랑 아시안 가이랑 얘기해보고... 즐겁고 행복했지만, 그래 정말로 즐겁고 행복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나는 그것보다 더한 어떤것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내가 영어를 더 잘하게 된다면, 어느나라 가이를 만나도 소통이 될 수 있는 부분인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더한 어떤 것, 좀 더 깊은 것이 필요하다. 내 영혼에는 그보다 더한 어떤것이 필요해.

내가 무슨말 하는지 알지, 얘들아...
그래서 어제도 '아 한국 중년 여성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고 생각한 것이다. 유 노 왓 아 민?


그런 한편, 영어로 쓸 소설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고민이 있다.

원래 내 계획은 처음부터 영어로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까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생각은 일단 한글로 쓰고 그걸 영어로 내가 번역하는거다. 문제는, 그것 역시 어려울 것이니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아야 할텐데, 이럴 경우 영어로 완성된 내 소설은 비도덕적인가?

그리고 가장 큰 고민, 사실 이것 때문에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나는 소설을 읽을 때 작가가 소설 안에 드러나는게 너무 싫다. 주인공에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게 싫다. 주인공과 작가는 거리두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내가 이걸 할 자신이 없다. 주인공과 나 사이에 거리두기. 이게 안될것 같아서, 그게 진짜 제일 큰 고민이다. 

내가 지금처럼 알라딘에 페이퍼를 쓰고 리뷰를 쓰고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해서 책으로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글 안에서의 '나'와 실제 그 글을 쓰는 '내'가 분리될 필요가 없는 글의 형태이기 때문이었다. 에세이는 말 그대로 작가 자기 자신이 드러나는 글이니까. 나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었고, 에세이는 거기에 적합한 형태였다. 그러나 소설은 다르다. 일단 소설을 사랑하는 나부터가 작가와 주인공의 거리두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내가 소설을 쓰고자 할 때 역시 가장 중요하게 가져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자신이 없어... 


이걸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생각중이다. 고민하다보면 답이 나오겠지.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겨드랑이 냄새에 대한 글도 써야 하는데, 너무 길어지니까 그건 다음 기회에.. 흠흠. 



지금은 이 책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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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2-15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말이니….? 🤣

오우! 사람들이 외롭다는 감정을 그렇게 인식한다는 게 놀랍네요?! 전 인간의 근본적 외로움은 아무리 연인이 있다해도 해소할 수 없는 어떤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잠자냥 2026-02-1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저도 다락방 님과 같은 이유로 소설을 쓰지 못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작가 자신이 작품에 너무 드러나는 작품도 좀 별로입니다. 지금 읽는 책도 좀 그렇네요. ㅎㅎ

망고 2026-02-15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주 어릴때부터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고 느끼고 있었는데요 그게 옆에 가족이 있든 친구가 있든 상관없는 외로움이었는데...여기서 앤드류 좀 실망ㅋㅋㅋㅋㅋㅋㅋ내가 실망해서 어쩔건데?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2-15 16:34   좋아요 0 | URL
나도 좀 실망했어….🤣

독서괭 2026-02-1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중년여성 하나 추가요✋ ㅋㅋ
근데.. 자기 자신이 아예 투영 안 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시작은 자전적 작품부터 시작하는 게 제일 쉽지 않을지.. 마음에 안 들어서 어디 내놓지 않더라도요.

단발머리 2026-02-16 11:37   좋아요 0 | URL
크흐 ㅋㅋㅋ 독서괭님! 댓글 너무 좋아요. 내 맘에 쏘옥! 😘💕

그렇게혜윰 2026-02-15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페이퍼 너무 좋네요^^ 웰컴 투 코리아! 새는 저도 너무 무서운데 낯선 도시에서의 태양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젊어지는 기분 들어요!

hnine 2026-02-15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저를 비롯해서 대체로 외로움에 대한 역치가 낮은가봐요.
그리고 사람은 원래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끝까지 거기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것도 인간이고요.


단발머리 2026-02-16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밤 야외테이블에서 맥주 마시며 이야기했다면 앤드류도 다락방님이 말하는 외로움에 대해 이해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만약 ㅋㅋㅋㅋ 진짜 그래도 해피해피~ 하다면 저도 실망 추가요!

웰컴 투 코리아, 다락방님!
이제 한국에서 맛난 거 맘껏 드시길요!!
 

한국에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고 있다.
















캐리어 두 개에 다 담기 위해서는 짐을 줄이고 또 줄여야 한다. 이곳에 와서 구입한 주방용품이나 청소도구 등은 한국촌 사이트를 통해 나눔을 신청했고, 오늘 여자분이 와서 빨래건조대를 가져갔고, 남자분이 와서 냄비며 기타 식재료를 모조리 가져갔다. 남자분이 집 앞에 왔다고 해서 내려갈게요, 하고 내려가서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같이 올라오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가 말했다.


"혹시 제가 마시다 남은 발베니 드릴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자 그가 눈이 동그래지며 되물었다.


"발베니요??? 저야 주시면 너무 좋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진짜 끝까지 갈등했거든요. 발베니는 가져가고 싶어서. 그런데 짐을 줄여야 돼서 발베니를 포기해야 해요... " 하고 집에 들어와서 남은 발베니를 보여주었다. 너무 좋아요, 가져갈게요 했다. 지난번에 한국에서 친구가 오면서 나에게 선물해준 것이었다. 얼음을 얼리지 않는 삶을 살고 있고, 콜라는 가급적 안마시는 편이라, 나는 냉장고에 있는 차가운 물을 꺼내어서 발베니를 조금 타서 마셨더랬다. 여전히 속이 쓰리다.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것이. 그리고 가지고 있던 캔맥주도 주었다. 다섯개는 남겼는데, 오늘밤과 내일밤의 나를 위해... 그런데 지금 하나 마시고 있다.


문제는 연습장이었다. 학교 수업때 쓰던 노트. 지난번에 한국갈 때 3레벨에서 쓰던 노트는 가져갔더랬다. 그런데 이번에 4레벨과 5레벨에서 쓴 노트 두 권, 꽉 채운 필기와 공부의 흔적이 가득한 노트들을, 가져가고 싶었다. 곽아람은 [공부의 위로]에서, 자신이 서울대에 재학하던 시절 필기했던 노트들을 근거로 책을 한 권 써냈다. 나는 내 연습장으로 책을 쓸 수 있진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이 들어 공부한 흔적이니 가져가서 먼훗날 돌이켜보고 싶었던거다. 그렇지만, 무겁다. 짐이다. 나는 과감히 노트를 버리기로 했다. 안녕, 노트들...



오늘은 중국인 친구 쒸웬을 만났다. 내가 호주에 가있는 동안 그는 말레이시아에 가있었다. 그리고 나 한국 가기 전에 저녁을 먹기로 해서 오늘 저녁을 같이 먹었다. 차이나타운 지하철역에서 만나서 같이 좀 걷다가 중국음식 파는 식당에 들어갔다. 뭐 먹겠냐고 해서 나는 너무 배가 고팠고, 그래서 제일 심플한 볶음밥을 선택했다. 일전에 친구들이 싱가폴 왔을 때 중국음식점에서 볶음밥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있었단 말이지. 그러자 그는 알겠다고 하면서, 메뉴판을 펼쳐보이며 이중에선 어떤거 먹을까 이러는거다. 그래서 고르면서 '흐음 나눠먹고 싶은가보구나' 생각했는데, 그리고나서는 또 메뉴판 넘기면서 여기서는 뭐 먹을래? 이러는거다. 뭐지... 얘 몇 개 고르라고 한 다음에 자기가 선택하려고 그러는건가? 그러더니 또 메뉴판 넘기면서 또 고르래... 얜.. .뭐지? 그러면서 돼지 귀 볶음 맛있어 이거 추천할게, 해서 나는 싫다고 했고, 그리고 나서는 소의 위 볶음.. 을 트라이해보라고 정말 맛있다고 해서 나는 별로 소의 위 같은거 먹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 싫다고 하면 거시기할 것 같아서 알았다고 했다. 채경이한테 물어보니 한국에서 곱창 먹는거랑 비슷할 것 같은거다. 하여간 그렇게 골랐는데, 아니, 얘가 주문을 이 네 개를 다하는거야?! 그래서 


"너무 많이 주문한 것 같은데"


했더니, "아니야, 우리 메인은 두개잖아 하나는 야채고." 그러나 그 야채도 고기 넣고 볶았고 볶음밥은 왜 안쳐??? 그러더니 자기는 흰밥 따로 시킴. 그러니까 메인메뉴랑 먹을 밥... 을 나는 볶음밥을 주문한게 되는것인가봉가...






이걸 다 먹었다니까? 그리고 리뷰 쓰면 디저트 빙펀 준다는 안내에 쒸웬이 리뷰를 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빙펀 받음 ㅋㅋㅋㅋㅋㅋ



그는 식당에서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이건 네거야, 하면서 초콜렛을 내밀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사온거라 했다. 나는 예상하지 못한 선물에 깔깔 소리내서 웃었다. 하하하하하. 올케 줘야지. 올케가 초콜렛 좋아한다. 아니, 음식도 저렴한 거 먹자고 하면서 이건 또 어떻게 사올 생각을 했지? 껄껄. 결과적으로 저렴한 음식을 먹지도 않았다. 십만원 나왔어. 둘이 사이좋게 나눠냈다. 


저녁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깔깔웃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좀 추워졌다. 이제 나가자, 했더니 응 좀 걷자, 고 그가 말했다. 그렇게 차이나타운을 걷는데, 지난번에는 보지 못했던 붉은등이 보인다. 오, 이거 차이니스 뉴 이어 때문이야? 라고 물었더니 맞다고, 루나 뉴 이어 때문에 해둔거라고 했다.



차이나타운은, 밤에 사람이 진짜 너무나 많았다. 와 정말 많았어. 쒸웬은 여긴 진짜 중국같다고, 중국도 나이트마켓에 진짜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정말 사람이 많은건 싫다고.. 그런데 우리가 걷는 곳이 어디든, 모두 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걷다가 자꾸 멈춰야 했다. 대단한 군중이었다..


그리고 지하철역에서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나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고 그는 싱가폴에 좀 더 오래 머물러야 한다. 그에겐 남은 학업과정이 있고 나는 한국에 가서 좀 더 논 다음에(?) 일을 찾아야 하니까. 남동생이 이제 충분히 놀았다고 그만 돌아오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가는데, 와 인생 진짜 꿀잼이네 싶었다. 싱가폴에 와서 공부하고 호주에 여행가서 좋아하는 친구 만나고 싱가폴에 돌아와서 중국인 친구 만나고. 멜버른에서 앤드류 만나고 호텔에 돌아와서 쒸웬하고 저녁 약속 잡는데, 그 상황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이게 뭐지 ㅋㅋ 멜번에서 싱가폴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랑 약속잡는 나의 삶... 개꿀잼이다. 


그리고 쒸웬과 영어로 얘기할 때가, 앤드류랑 영어로 얘기할 때보다 더 편하다. 우리는 서로 영어를 배우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것 같다. 쒸웬하고 영어로 얘기하고 오면 기가 안빨려. 그런데 앤드류랑 얘기할 때는 진짜 내가 되게 집중해서 들으려고 엄청 노력한다. 되묻기도 하고 표정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단어는 '이거 무슨 뜻이야? 묻기도 한다. 


그렇게 물었던 단어 중에 altitude 가 있다. 같이 걷던 정원에서 보게된 단어인데, altitude 가 뭐야? 물었더니 그가 열심히 설명해줬다. 그가 설명하기 위해 잠시 멈추고 그리고나서 설명을 하는데, 당연히 그 모든 설명도 영어로 이루어지고, 어느 정도 이해한 나는, 그러니까 altitude 는 air pressure 를 포함하는거지? 라고 했더니 맞다고, 관계가 있다고 하면서 설명을 했다. 사실 altitude 학교 수업 시간에 본 단어인데 기억이 안났어. 어휴 똥멍충이.. altitude 는 고도란 뜻이다.


나는 앤드류가 단어에 대해 내게 설명해주려는 그 멈칫함이 그리고 가급적 잘 설명하려고 하는 의지가 좋았다. 반년 전에 싱가폴에서 만났을 때에도 나는 아마 언급한 것 같은데, 앤드류는 내가 살면서 만난 남자들중 가장 sweet 한 남자다. 이런다고? 싶을 정도로 다정함이 가득하다. 이것이 앤드류 개인의 것인지, 아니면 백인남자의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최근에 인스타에 자꾸 브리저튼 시리즈 주연배우들의 영상이 올라오는데, 남주인 베네딕트 역의 배우가 여주인 소피 역의 배우에게 진짜 엄청 다정한거다. 아예 몸이 그쪽으로 기울어져있고, 소피가 말할 때 되게 열심히 쳐다보는거다. 그래서 이게 앤드류란 개인의 특성인것인지, 백인남들의 특성인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앤드류에게도 말했다. 이런 인터뷰를 봤다, 웨스턴 맨들에게 그런 다정함이 보인다. 몸이 점점 가까이 오면서 잘 들으려고 한다, 너도 싱가폴에서 나 처음 만났을 때 점점 더 closer 해졌다, 라고 했더니 앤드류는 true true 라고 했다. 나는 너 되게 sweet 하다고 생각해, 라고 말했다. 그런 한편 그의 태도를 스윗하다고 생각하는 나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나는 그러니까, 그런 사람인가? 백인 남자를 선망하는 전형적인 아시아인 여성? 내가 그건가? 그래서 앤드류를 좋아하나?? 그렇게 백인 남자들에 대한 책을 읽었으면서?? 이거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해서 나는 멜번에서 때로는 슬펐다. 그 답이 '그렇다' 일까봐. 답을 내리지 못하는게 아니라, 답을 피하는 것일까봐.




일전에 싱가폴에서 만났을 때,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앤드류는 '호주에서는 그냥 건넜는데 여기는 초록불 반드시 기다려서 건너야 해'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한국도 그래. 초록불 기다려야 해. 빨간불에 건너면 불법이야' 라고 말했더랬다. 

그런데 멜번에서 걷는데 자꾸 앤드류가 빨간불에 걷는거다. 그래서 내가  '야 레드라잇이잖아' 했다. 그랬더니 괜찮다는거다. 아이참. 나는 번번이 레드라잇을 지적했고, 그는 자꾸 건넜다. ㅋㅋㅋㅋㅋㅋㅋㅋ호주에서는 그냥 건너면 돼, 라고 그가 말했다. 아닌것 같은데.. 하여간 그렇게 오후에 다시 길을 건너는데, 그가 중간에 멈췄다. 그런데 내가 양옆을 보니 차가 안오는거야? 그래서 내가 앤드류에게 말했다.


"우리 그냥 건너도 될 것 같은데."


그러자 앤드류는


"너는 항상 빨간불에 건너면 안된다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말했다.


"You teach me!!"


둘다 길 한복판에서 깔깔대며 웃었다. 나는 '니가 이렇게 나를 가르쳤잖아'의 의도로 말을 했고 앤드류도 이해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웃었지. 그런데 시간이 지난 후에 채경이한테 물어보니, 그 때 맞는 표현은 


You taught me. 혹은 You taught me that. 


이라고 했다. 아.. You taught me that 이 좋네... 내 영어는 왜케 똥멍충이야. 시간과 돈을 들여 싱가폴에 왜 있었던거임? 하여간 재미있었다.


호텔에서 앤드류를 오랜만에 재회했을 때, 그는 나를 보자마자 힘껏 끌어안고 볼에 키스를 했다. 아, 이것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인사하는 호주의 방식인가보구나, 했다. 왜냐하면 싱가폴에서 매일 만났을 때에는 그가 나를 끌어안고 볼에 키스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이게 재회의 반가움을 표시하는구나, 생각했다. 아니면 싱가폴에서는 우리 사이에 sexual tension 이 있었고, 지금은 없어서 가능한건가? 그런데 나는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건지 몰랐다. 해본 적이 없어서 그대로 흉내낼까 해도 일단 키 차이가 너무 나서 그의 볼에 뽀뽀를 할 수가 없... 그래서 그냥 마주 힘껏 끌어안았다. 그 날 헤어질 때도 우리는 포옹을 했는데, 그는 엄청 꽉 끌어안으면서 빅허그, 라고 소리내어 말했다. 이건 친밀함의 표시인가? 하여간 그 때도 다정한 포옹과 작별의 입맞춤을 하며 헤어졌는데, 그 다음에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하루종일 놀고 헤어지기 전에, 그러니까 그가 운전하는 차가 내 호텔 근처에 도착했을 때, 저기 내 호텔이 보여서 나는 말했다.


우리 헤어질 시간이야.


그러자 그는 '너를 호텔에 최대한 가까이 내려주고 싶지만, 주차할 곳이 없으면 너를 포옹할 수가 없어. 그러면 우린 차에서 헤어져야 해' 라고 말했다. 이대로 차 안에서 헤어지는 건 너무 싫은데, 생각했는데 그게 내 표정에 다 드러났다. 그는 바로 다시 말했다.


"나는 상황을 그렇게 두지 않을거야."


그리고는 주차할 곳을 찾았다. 여기다, 여기서 내려서 우린 작별할 수 있어, 라고 했다. 그리고 우린 내려서 포옹을 했다. 나는 백팩을 메고 있었는데, 그는 내 백팩과 등 사이로 손을 넣어서 나를 힘껏 안았다. 재차 볼에 입맞추고 이마에도 입을 맞추고 다시 포옹을 하고 그리고 헤어졌다. 얘네는 헤어지는 인사도 개다정하네. 나는 너 간 다음에 갈게, 하고 그가 떠나는 걸 지켜보았다. 


나는 너랑 차안에서 헤어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거라는 그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나는 그 말이 왜그렇게 다정하게 들렸을까. 


다음날은 내가 돌아가는 날이었다. 그는 나의 안전한 비행을 바란다는 톡을 보냈다. 나는 공항으로 가는 길이라고 답장을 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탔다. 일곱시간 넘게 비행을 한 후 싱가폴에 착륙해서 아직 비행기 안, 나는 핸드폰을 켰다. 수십개의 톡이 도착해있었다. 그중 가장 보고 싶었던 건, 동생들의 톡이었다. 왜냐하면, 동생들은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가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갑상선에 혹이 있어서 조직검사를 했고 그 결과를 보려고 여동생과 남동생이 엄마랑 같이 병원을 갔고, 그런데 그 결과를 듣기 전에 내 비행기는 출발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양성종양으로 암이 아니며 그러나 1년마다 추적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 정말 다행이네. 


그리고 앤드류로부터 톡이 와있었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뱅기 안에서 육성으로 터져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이런 말도 하는 사람이었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쒸웬으로부터 문자가 와있었다. 너 기말성적 나온거 확인했냐는 톡이었다. 으앗!! 나왔어?!! 너 확인했어? 그는 가장 높은 스코어인 HD 를 받았다고 했다. 으앗. 나도 확인해야겠다. 


3레벨과 4레벨에서 나는 HD 를 받았다. 3레벨 기말에서는 뚜안도 HD 였지만, 4레벨에서는 뚜안이 D 를 받았더랬다. 그리고 패스하지 못한 몇몇 학생들. 그리고 어떤 학생들은 C, 그리고 패쓰.. 하여간 나는 당연히 5 레벨에서도 HD 를 받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시험을 치르고나니 굉장히 불안했다. 리스닝이 진짜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틀린것 같고 저것도 틀린것 같고.. 그래서 스트레스가 대단했다. 오죽하면 멜번에서 지내는 동안 밤에 성적 공개되는 꿈도 꾸었단 말이지. 뚜안은 여기에서 그 다음 과정을 들을 것이기 때문에 HD 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말 오래, 열심히 공부했다. 나는 하.. 뚜안은 HD 나오고 내가 D 나오는거 아니야 싶었다. 막상 시험을 치니, 이거 패쓰는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두려워졌고. 시험지를 제출하고 나가는 뚜안에게 나를 기다리라고 말했었고 그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만나서 어땠냐고 물으니 뚜안은 리스닝 괜찮았다는거다. 난 어려웠는데! 게다가 열심히 공부했던 그는, 그거 교과서에서 본 지문이고, 이건 여기에서 본 지문이야 하면서 놋북 꺼내서 막 알려주었다. 하 쉬바.. 그래? 난 기억이 안나는데. 집에 가는 내내 나는 얼마나 불안해했던가..


하여간 그래서 떨리는 마음으로 착륙한 비행기 안에서, 자리에 앉아서 나는 부랴부랴 놋북을 꺼내 열고 폰과 테더링을 시켜서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아 제기랄. HD 는 아닐 것 같고.. D 나 C 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시험을 못친것 같아. 그런데 HD가 아니면 진짜 내 자신에게 너무 쪽팔려서 접싯물에 코박고 죽고 싶을 것 같은데.. 내가 나를 너무 미워할 것 같아. 수치스러울 것 같아... 공부 좀 열심히 할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뒤늦은 후회를 하며 그렇게 겁나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성적을 확인했다.




흑. ㅠㅠ 했다. HD 야 ㅠㅠ 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사실 이거랑 영어 실력은 크게 상관은 없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내가 가장 높은 스코어를 받아도 영어 못하잖아? 그런데 이게 뭐라고 그렇게 안심이 되는지. 나는 쒸엔에게 나도 HD 라고, 너무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쒸웬은 "중간고사도 기말고사도 너가 나보다 점수 높았는데 니가 왜 걱정을 해?" 했다. 흑흑 너무나 걱정됐어. ㅠㅠ


나는 같은반 친구 뚜안에게 물었다. 뚜안은 D 를 받았다고했다. 다른 친구 A 와 J 는 C 를 받았다고 했다. 휴... 그리고 사람들이 다 나가고 있는데 얼른 놋북을 덮고 나도 비행기를 나섰다.



(이거 약자 궁금해하는 분 계셔서 올려본다)



싱에 다시 도착하고 나서 확인한 문자메세지들이 다 기분이 좋네. 엄마가 암이 아니라는 소식, 호주가 내가 떠난걸 슬퍼해서 비가 많이 왔다는 앤드류의 톡, 그리고 나의 HD... 하아-


아, 오늘 쒸웬하고 이야기하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내 입에서 한국어로 '심지어' 가 나왔다 ㅋㅋㅋㅋㅋ 쒸웬이 그거 뭐냐고 했고 내가 빵터져서, 아니 내가 지금 영어랑 한국어가 믹스됐네. 심지어는 코리안이야 라고 했더니.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이냐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음.. even though? 했다. 아니, 한국어 이렇게 갑자기 튀어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 심지어 전과 후는 영어였다. 영어중간에 갑자기 '심지어' 툭 나온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채경이한테 물어보니 '심지어'는 even though 가 아니라 even 이라고 했다. 하..쉬벌.. 내 영어 진짜 개똥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가면 아이엘츠 시험 보고싶은데 괜히 돈지랄만 하는건 아닌가 모르겠다. 쒸웬은 아이엘츠 6 인 상태로 싱가폴 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나는 최소한 7이상은 받아야 되는거 아니냐? 그런데 막 4 나오는거 아니야? 



아무튼 인생은 개꿀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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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2-1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놀고먹어도 심지어 HD🤣
아무튼 어머니 소식 다행입니다!

다락방 2026-02-14 14:10   좋아요 0 | URL
네 어머니 소식도 다행이고 성적도 다행인데, 성적이 좋다고 해서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 참.. 거시기합니다. 왜이러는 것인지.. 에휴 영어의 길은 참 머네요...

clavis 2026-02-1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축하드려요 HD받으시고 곧 귀국하시네요..
저도 만나고 헤어지는 상황이 생겨서 그런지
락방님이 앤드류랑 헤어지는 장면에서 엉엉 울었지 뭐에요.
저에게도 필리핀이 마음 한 구석에 살아 있나봐요..ㅠ

글을 너무 잘 쓰셔서 락방님 글을 읽다보면 저를 그 상황으로 데려다주는 것 같아요
이제 영어로 소설 쓰시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서시는 것 같아 저도 설레입니다.
아침부터 갑자기 잘 울었으니, 저도 락방님처럼 솔직하고 당당하게 저 자신을 사랑하면서
오늘 하루 잘 보낼게요..Welcome back to Korea!!

다락방 2026-02-14 14:16   좋아요 1 | URL
아이고, 클래비스 님. 아침부터 우셨습니까.
저는 지금 멜번앓이 중입니다. 가서 더 많이 커피를 마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치킨슈니첼 한 번 더 먹었어야 하는데 싶기도 하고요. 까페에서 멍때리는 시간을 좀 더 가졌어야 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은 멜번에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시가고 싶습니다. 멜번앓이중입니다 흑흑 ㅠㅠ

좋은 성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그러나 영어 실력이 그에 비례해 늘은것 같진 않아서 걱정이고요. 그냥 한국가서도 듀오링고도 계속 하고 스픽도 계속 해야겠구나 싶습니다. 6개월은, 제 경우엔, 영어를 익히기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만요.

하아.. 영어로 소설 쓰기. 이걸 해야 하는데요. 이미 너무 많이 말해놔서 꼭 지켜야 하는데 말입니다. 어떤 소설을 써야할지 열심히, 열심히 생각해야겠어요.

클래비스 님, 잘 보내세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계속!

독서괭 2026-02-1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거 로맨스소설인가요??? 다락방님 이미 쓰고 계신 거 아닌가요!!
상황을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너랑 포옹 못 하고 헤어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거야)
오마이굿니스…
볼도 모자라 이마에 뽀뽀?? 이남자 이거이거…
아 개꿀잼.. 전 다락방님 글이 개꿀잼입니다 ㅎㅎ
어머니 결과 좋으셔서 넘 다행이예요. HD 받으신 것도 축하드려요. 전 그럴 줄 알았어요!ㅋㅋ
귀국 환영합니다~~ 조심히 오세요!

다락방 2026-02-14 14:18   좋아요 1 | URL
너무 다정해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어쩌면 하는 말마다 그렇게 다정한지.. 제가 영어를 더 잘했다면 더 많이 웃고 농담할 수 있었을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농담들에는 제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을 것 같아서 신경이 쓰입니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하는데, 저는 딱히 공부랑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어휴..

아무튼 성적도 좋고 엄마도 괜찮으셔서 한국 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호주 가고 싶습니다.

독서괭 2026-02-1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노트 아까우시면 pdf문서로 저장해두시면 어때요? 아이폰은 메모장에 문서스캔 기능이 있어서 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6-02-14 14:19   좋아요 1 | URL
노트를 진작에 버렸기 때문에 스캔을 할 수가 없습니다.ㅏ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런데 문서스캔 기능이라니. 나중에 만나면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세요. 스맛폰을 전혀 스맛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올드 퍼슨 이라서.. 흠흠.

독서괭 2026-02-14 14:48   좋아요 0 | URL
제 글에 설명 적었습니다 ㅋㅋ

꼬마요정 2026-02-1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어머님 소식도 축하드리고, 점수도 축하드려요!!^^
그런데 벌써 돌아오실 때라구요? 시간이 진짜 빨리 지나갑니다. 싱가폴 가신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호주도 갔다 오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라니... 발베니를 두고... ㅠㅠ

앤드류는 한국에 안 오나요? 한국에서도 재회하셔야 할 것 같아요!!! 앤드류 못 잃어... 백인남이라 다정한 게 아니라 그냥 다락방 님이 보게 된 백인남들이 스윗한 게 아닐까요. 한국 남자도 스윗한 사람 있듯이 말입니다. 음... 이것도 회피일까나요...

쒸웬이랑 먹은 볶음밥이랑 채소 볶음이랑 너무 맛나 보입니다. 맛있겠다....

다락방 님 글 보면 영어 잘 하고 싶단 생각이 마구마구 드는데 막상 노력은 안 해요ㅠㅠ 주짓수 도장에 저랑 같이 하는 주짓떼라가 러시아 사람이거든요. 그 분은 한국어를 잘 못하고 저는 러시아어를 못해서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데 저의 영어는 그냥 날 것 그 자체의 단어 나열이라 슬퍼요. 영어 잘 하는 사람들은 대화도 하고 기술도 가르쳐 주고 그러던데 저는....

다락방 2026-02-14 14:24   좋아요 0 | URL
축하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님.
시간이 정말 빨라요. 벌써 돌아갈 때가 되었다니.. 집에 가서 엄마 김장김치 먹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막상 돌아가려니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나는 과연 이 반년을 잘 보냈는가.. 싶기도 하고요. 더 잘 보낼 수 있었는데 게을렀다는 생각도 합니다. 매순간 그래서 사람은 충실하게 열심히 살아야하는건데 말입니다.

저는 앤드류에게 한국에 오라고 했고, 앤드류도 그러고 싶어하긴 하지만, 사실 앤드류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 하고 싶은 것은 자기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자기의 가족을 만드는 거에요. 와이프와 아이들요. 아마 한국에 오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하.

쒸엔이랑 먹은 것들중에 특히 볶음밥하고 야채볶음이 맛있었어요. 등갈비 처럼 생긴 요리는 좀 돼지냄새가 나더라고요? 아무튼 먹고 수다 떨고 걷고.. 하여간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영어는 도대체 뭘까요, 꼬마요정님. 왜이렇게 잘하고 싶은걸까요.. ㅠㅠ

단발머리 2026-02-1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미 다락방님 HD라 확신!하고 있었는데도 읽어 내려가면서 얼마나 쫄리던지 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의 콩닥콩닥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말입니다. HD 정말 대단합니다, 다락방님!! 부럽고 또 부러워요~~~~

빅허그와 볼뽀뽀의 경험이 일천한 저로서는 스윗한 앤드류를 칭찬해주고 싶네요. 제가 기억한 바로는, 영화에서는 데이트가 끝나고 헤어질 때 여성이 남성에게 볼뽀뽀를 하는 거 같은데 말이에요. 그렇다면 다락방님이 캥거루처럼 폴짝 날아올라야 했던가...
영화 같은 예쁜 장면일텐데 말입니다. 이렇게요~~ 😘

다락방 2026-02-14 14:27   좋아요 1 | URL
와 저는 진짜 이번에 리스닝이 너무 안들려서 ㅠㅠ 좋지 않은 성적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HD 가 아닌 저를 너무 챙피해할 것 같았어요. 막상 받게 된다면 어떻게든 제가 저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애를 쓰긴 했겠지만, 처음 느끼는 감정은 부끄러움 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게 뭐야, 이 나이 먹고 여기까지 와서 고작 이러기야? 하면서요. 너무나 두근거리고 걱정했기 때문에 성적 확인후엔 안도했고요, 그런데 안도하다가도 ‘성적은 좋은데 영어는 왜 이모양이지?‘ 하기도 했고요. 하여간 복잡합니다.

캥거루처럼 폴짝 날아올라야 했던걸지도 모르지만, 제가 몸이 무거워서 폴짝.. 해봤자 바닥에서 1센치 떨어질 것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애를 써보지만 볼에 닿을 수 없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어릴적에 영화에서나 보던 볼뽀뽀 문화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아!! 쓰다가 생각났는데, 호주에 있어서 그랫나보네요. 싱가폴은 또 싱가폴이니까...(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그렇습니다. 빅허그 좋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6-02-1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베니가 뭔 줄 몰라서 찾아보고 왔...헐 이 술 비싸네요😆
우선 다락방님의 성공적인 시험 결과 축하드리며 아울러 앤드류와의 달콤한 뽀뽀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어머님 소식 정말 다행입니다 다락방님도 멀리서 걱정 많으셨을 텐데 참 다행입니다🙏

다락방 2026-02-14 14:29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얼마인지는 모릅니다. 친구가 싱가폴 올 때 사다준 거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급적 다 먹으려고 했지만... 남아버렸.. 그러니 그런 발베니를 준다는 소식에 싱가폴 거주남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끝나고 발베니 먹어야겠다고 좋아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이것이 너의 복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싱가폴에서 만났을 때는 더 깊었는데(?) 호주에서는 고작 뽀뽀여서 ㅋㅋ 달콤하지만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다운 법.... (먼 산을 본다)

하여간 이제 곧 돌아갑니다, 한국으로. 만세!!

hnine 2026-02-14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이 아니라 뭔가 다시 시작된 느낌이 들어요.. ^^

다락방 2026-02-14 20:14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부디 좋은 시작이기를 바라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감은빛 2026-02-1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HD 와 D 그리고 C 가 무슨 단어의 약자인지 궁금합니다. 결과적으로 다락방님은 매과정마다 가장 좋은 성적을 받으셨군요. 대단하세요! 축하드립니다! 무사히 잘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6-02-15 14:23   좋아요 0 | URL
HD: High Distinction: 85~100%
D: Distinction: 75~84%
C: Credit: 65~74%
P: Pass: 50~64%
F: Fail : 0~49%

입니다.

책읽는나무 2026-02-15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D 점수 당연히 받으실 줄 알았습니다. 다락방 님 아니면 누가 받나요?ㅋㅋㅋㅋ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노력한만큼의 결과입니다.
어머님의 소식은 참으로 다행스럽네요.
그래도 이제부터 신경쓰시면서 조심하셔야겠군요.

그나저나 빅허그랑 볼뽀뽀는 어떤 그림일까? 상상해봅니다. 특히 빅허그란?ㅋㅋㅋ
그리고 한국에선 좋아하는 마음이 좀 더 강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몸이 더 기우는 법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백인남들은 통상적으로 몸이 기울어 있다니…좀 헷갈릴만 할 것 같아요. 이제부터 저도 다정하게 몸을 좀 상대방 가까이 기울여 보는 연습을 해볼까. 싶네요.ㅋㅋㅋ
그림이 예뻐 보여요.^^
 















인간의 삶이 재미있고 또 고통스러운 것은, 감정을 가진게 나뿐만은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도 감정을 갖지만 너도 감정을 갖고 그녀도, 그도 감정을 갖는다. 그뿐인가, 어른도 갖고 아이도 감정을 갖는다. 사람에겐 모두 저마다의 감정이 있고 또 저마다의 생각이 있으며 저마다의 사정도 있다. 


이 단편집의 첫번째 단편 <불타는 비밀>은 기존에 다른 책으로 먼저 읽은 작품이었는데 이 책으로 다시 읽었다. 병약한 아이가 엄마와 쉬러 온 호텔에서 다정한 아저씨를 만나 우정을 쌓는다. 우린 친구가 되었다며, 자신에게 흥미를 보이는 이 아저씨를 너무 좋아한다. 아저씨도 나를 예뻐하는 것 같아. 데헷데헷 너무 좋아. 아저씨 너무 좋아, 엄마 우리 아저씨랑 같이 밥먹자. 나는 아직 어리지만 이제 다 큰 기분이다. 그렇게 나는, 아저씨의 친구가 되어서 아저씨와 진실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저씨는 사실 내가 아니라 나의 엄마를 유혹하기 위해 나에게 다가선 것이었으니...


자기에게서 관심이 멀어지고 엄마와만 놀려고 하는 아저씨가 너무 미워서 아이는 둘 사이를 방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른의 입장에서, 그러니까 아이의 엄마를 유혹하려는 남자의 입장에서 아이는 영 성가신 존재이며, 엄마의 입장에서는 유혹 좀 당해서 일탈 해보고 싶은데, 아, 요놈이 자꾸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려고 한다. 나도 다른 남자랑 한 번 자보자!! 



오늘 오전엔 마리나베이를 달렸다.

사실 마리나베이를 달리려면 지하철을 타고 나가야 하고 심지어 갈아타기까지 해야해. 그래서 막상 아침에 눈을 뛰니 침대에서 딩굴면서, 아 가기 싫은데 가지 말까, 했다가 싱가폴 떠나기 전 마리나베이를 한 번 더 달려보고 싶다, 안그러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다. 그렇다. 나는 호주에서 잘 못먹어서 살 빠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하나도 안빠졌... 왜 평소보다 덜 먹었는데 안빠지죠? 흥!!

아무튼 그렇게 마리나 베이에 가서 달리기 시작하다가, 아, 여기는!! 하고 멈춰섰다.


마리나 베이의 어느 한 위치, 그곳에서 멈춰섰다. 거기는 내가 싱가폴에 온지 며칠이 지난 후, 학교 때문에 볼일을 보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들르게 된 곳이었다. 바다가 보였고 날씨가 좋았고, 그리고 나는 그때 아, 여기가 마리나베이구나, 하고 계획하지 않았는데 도착한 곳에서 기분이 너무 좋아 잠시 벤치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던 바로 그곳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리고 싱가폴에 와서도 그 힘든게 끝나지 않아 스트레스로 가득했을 때, 우연히 호텔 로비에서 만난 외국인과 친구가 되어 함께 밥을 먹고 외국어로 수다를 떨면서 얼마나 즐거웠던지. 그래서 그 때 그 마리나 베이에서, 아 내가 싱글인 것은 얼마나 좋은가. 싱글이기 때문에 여기에 와있고 싱글이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든 거리낌없이 뭐든 할 수 있다!! 내가 싱글이기를 얼마나 잘했던지!! 인생 진짜 꿀잼이다!! 했던 곳이다. 



다시 저 <불타는 비밀>로 돌아가서, 만약  호텔의 그 낯선 신사가 유혹하려는게 나였다면, 나에게는 방해하는 사람이 없고 그러므로 그 신사와 나 사이에는 거리낄 것이 없다. 그런데 내가 유혹을 당하고 싶어? 그러면 그냥 넘어가면 된다. 그와 나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방에 갈 수도 있다. 나는 그래도 된다. 망설일 이유가 별로 없다. 만약 내가 망설인다면, 그건 그 신사가 못생겼다거나 후지게 말한다던가.. 뭐 어떤 이유가 있어서이지, 그것이 내 옆을 계속해서 따라다니며 내가 자신에게 속해있음을 드러내는 다른 존재 때문은 아니라는 거다. 아, 싱글이란 얼마나 좋은가요? ㅋㅋㅋㅋㅋㅋㅋ 계속 유혹하고 싶고 계속 유혹당하고 싶고 언제나 다른 상대랑 섹스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결혼은 안하는게 진리다. 아,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에서 콕 찝어서 얘기하고 싶은 단편은 <어느 여인의 인생의 스물네 시간> 이다. 하..


이제는 육십이 넘은 여인이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그가 열린 사고를 갖고 있는 것 같으므로,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십년 전 자신의 하루를 얘기한다.. 남편이 죽고나서 혼자가 된 사십대였을 때, 그녀는 도박장에서 한 청년을 만난다. 도박을 하는 그의 손짓은 몹시 다급해보이고, 그 손에서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읽혀서, 그녀는 그가 전재산을 도박으로 잃고 죽으려고 마음 먹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둘 수가 없어,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청년에게 다가가, 그러지 말아라, 내가 돈 다 잃은 너에게 호텔을 잡아줄게, 거기서 일단 오늘 편히 자고, 그리고 내가 내일 너가 너의 나라로 돌아갈 돈을 줄테니 절대 나쁜 생각을 하지 말아라, 한다. 그는 낯선 여인의 친절로 노숙을 하지 않을 수 있었고 자살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부모님이 준 돈 다 날려먹어서 콱 죽어버려야겠다고, 그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이 구원자가 나타난거다.


그는 악인이 아니었고 은혜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착실한 청년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감사하고 그녀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와 한 호텔에 있게 되고, 그를 안심시키며, 그래서 잠든 그의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모든 욕정이 다 드러났던 손과 얼굴, 그리고 지금은 해맑게 천사 같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  그렇게 그의 얼굴을 한없이 바라보다가 그녀는 그의 이름도 모르는채로, 그 호텔의 이름도 모르는채로 낮 열두시에 카지노에서 만나자고 한다. 모든 일을 바로잡겠다고. 


그녀의 기분이, 그녀의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의 자식들에겐 딱히 그녀가 필요한 것 같지도 않고, 그녀 자신도 스스로에게 관심이 없었다. 목적 없는 인생이었는데, 갑자기 그녀는 누군가의 구원자가 되었으며 삶에 의욕이 생겼다. 나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다! 오늘 나는 그를 만나 그의 일을 처리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어제 우연히 만난 그 때는 그가 도박에 모든 것을 잃었고 또 밤이어서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낮에 다시 보게 될 나를 기억할까? 


그러나 약속장소에 나가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향해 달려온다. 그녀에게 감사하는 얼굴, 순진하고 무고한 얼굴, 예의바른 태도. 그녀는 그를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가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가 예비 외교관 시험 합격해 아버지로부터 받은 돈으로 경마를 해보고 돈을 땄던 일, 그러다가 도박의 광기에 자기를 맡겨 시간과 학업과 돈을 탕진하게 된일. 도박 빚을 만들고 누나한테 갚게 하고 그러다 숙모의 귀걸이를 훔치고..  그녀는 그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 도박에 미친놈이구나, 세이 굿바이 하자, 했어야 했다. 정말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가여워한다. 이렇게 해맑은 청년이 어쩌다가...  그녀는 돌아갈 여비와 귀걸이를 찾을 돈을 줄테니, 반드시 오늘 출발해 가족에게 돌아가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약속한다. 그는 그녀를 경배하며 감사한다. 신앙심이 깊은 그를 성당으로 데려가 맹세까지 시킨다. 그리고 그에게 돈을 준다.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 그에게 돈을 주면서, 가족 약속에 갔다올테니 일곱시에 기차역에서 만나자고 한다. 우리 일곱시에 기차역에서 만나 작별인사해요. 세이 굿바이- 아련~



그녀는 실망했다. 자신에게 가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 청년을 보고 실망했다. 나 가지 말라고 잡아주지. 그러나 그녀는 가족 모임에 가야했고, 그렇게 참여한 가족 모임에서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내내 청년이 나를 여자로 보지 않았던 것 같아서 고통스러웠다. 솔직해지자면, 만약 그가 그녀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면 자식들을 다 버리고 그리고 체면도 버리고, 당시 사람들이 모두 손가락질했겠지만, 기꺼이 그를 따라가고 싶었다. 내가 그에게 여자였으면, 그가 나를 여자로 봐주었다면!! 아, 도무지 모임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녀는 아프다는 핑계로 자신이 머물던 호텔로 돌아와 짐을 싼다. 나는 청년을 따라갈 것이다. 청년과 함께갈 것이다.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 나는 그 청년과 지내고 싶어! 그녀의 마음엔 열망이 가득하다. 그런데 시누이가 찾아온다. 몸은 괜찮아? 이러면서. 아, 시간이 가는데, 이렇게 가면 안돼, 아아 일곱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아 시누이 왜 집에 안가, 예의상 대화해주다가 시누이가 통 갈 생각을 하지 않아 더이상 참지 못하고, 집에 가버려!! 나 가야 돼!! 하고 체면이고 뭐고 그냥 짐 다 싸가지고 얼른 기차역으로 간다. 나는 청년을 보아야해, 청년과 함께 보내고 싶어, 내 마음의 열 to the 망!! 그러나 일곱시가 한참 지나고, 기차역에서 청년을 볼 순 없었다. 아... 아...


아!!



다 끝났어.. 다 끝났어. 그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어. 그녀는 울고싶다. 그를 놓쳐버렸다. 나를 이렇게 만든 그 청년을 놓쳐버렸어. 나는 그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데. 그녀는 절망한다.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와의 추억을 곱씹는 일. 그녀는 차례차례, 어제 그를 만났던 곳을 둘러보며 그를 생각하기로 한다. 그를 만나 함께 있었던 모든 곳이 그립다. 공원의 벤치, 도박장, 싸구려 호텔...  그런데!!



아니, 이게 누군가! 

도박장에 그가 있다! 그가 있다! 이미 떠난줄 알았던 그가


있!!


다!!


내가 헛것을 보는게 아닐까? 그가 있어! 그를 다시 보고 있어, 나는!! 꺅 >.< 내 사랑은 불발이 아닌가요?           그러나!!



그는 도박장에 있었다. 그녀가 준 돈으로 도박을 하고 있었다. 눈이 도박에 미쳐서 뒤집어져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당장 일어서라고 하지만 그는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하겠다더니 그 말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결국에는 재차 재촉하는 그녀에게 화를 낸다. 너 때문에 졌어, 어제도 너가 나타나서 내가 졌는데 오늘도 너 때문에 지고 있어!! 라고 한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 개새끼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나는 체면도 버리고 자식도 버리고 이 남자 따라갈 생각에 미쳐있었는데, 이 남자는 도박에 미쳐서 나 따위 안중에도 없고, 내가 돈을 준 사람이라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돈을 줬다는 사실이 중요해서, 그러니까 돈을 가진게 중요해서, 그녀에게 예의바르게 대하던 것도, 그 맑던 미소도 다 내던지고, 이제 나때문에 도박에 졌다고 승질을 낸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의 사랑 갈 곳을 잃어... 내 사랑, 구덩이 속에 빠졌네. 내가 준 것은 사랑이었는데 그가 받은 것은 무엇인가. 아아, 여자여, 왜 남자를 사랑하나요... 그와 나 사이에 있는 이 거대한 구덩이, 그 구덩이에 내 사랑이 빠졌다. 그러나 그는 그 구덩이의 존재도 모르고 그러므로 그 구덩이에 빠진 것이 뭔지도 모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이 이야기를 읽다가 너무나 울고싶어졌다. 울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내 안에 사랑과 욕망이 들끓었고 삶에 대한 의욕도 치솟았는데, 그런데 정작 나를 그렇게 만든 상대는, 도박 말고는 생각할 수 있는게 없었어...남자, 고쳐쓰는 거 아니라는 걸, 그녀는 이번 기회에 알았겠지. 그렇게 지금은 예순이 넘은 그녀가 마흔이 넘었을 때 일어났던 일을 낯선 신사에게 고백한다. 그 때 그랬답니다. 그리고 나는 그 길로 도망쳐서 아들네 집으로 갔지요.....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커다란 실망이었지만 그리고 절망이었지만, 그러나 이 일이 그녀의 삶에 없는 편이 더 나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삶이 다시 의욕을 찾으려고 했던 그 순간이, 존재했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사랑은 사실 불발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어떤 사랑은 상대가 알아채지도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그러나 거기에서 오는 고통은 또 얼마나 큰가. 나는 진짜 도박장에서 눈 뒤집힌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한 남자'를 봤을 때의 그 절망을, 와,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내 자신이 싫어질 것 같아. 하, 나는 어쩌자고 이런 사람을... 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그런데 그런 사람을 사랑한 것이 나의 잘못인가요????




인생에서 특별한 시간은, 대부분 길게 유지되지 않는다. 짧다.

하..밤이 깊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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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2-13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싱글로 있는 거 “계속 유혹하고 싶고 계속 유혹당하고 싶고 언제나 다른 상대랑 섹스하고 싶은” 거 아니에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근데 이런 생활 상상만 해도 기빨린다 ㅋㅋㅋㅋㅋㅋㅋ)

<어느 여인의 인생의 스물네 시간> 진짜... 너무 답답했어요. 아니 왜 그 미친놈의 도박 자금을 대주고 앉았느냐고!

인간의(특히 여자들의) 불행은 내가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고,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거 같습니다... 구원이 필요해 보이는 대상은 대부분 결국 바뀌지 않음... ㅋㅋㅋㅋ

“내 사랑, 구덩이 속에 빠졌네.” ㅋㅋㅋㅋㅋ 빵 터졌습니다. 기형도 <빈집> 패러디죠?

다락방 2026-02-13 13:11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섹스를 싫어합니다. 안하고 싶습니다. 진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혹하고 유혹당하기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싱글인 것은 아닙니다!! 오해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그녀가 자신을 구원자로 생각한 것도 그렇고 도박 자금 대준 것도 그렇지만, 그녀의 마음과 정성이 상대에게는 정말이지 전혀 영향이 없는, 고려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게 비극이더라고요. 이게 이 이야기에서는 도박이었지만, 다른 어떤 것이 될 수도 있잖아요. 어떤 남자는 그게 친구일 수도 있고 일일 수도 있고 섹스일 수도 있고, 하여간 남자의 목적은 ‘내‘가 아니고 ‘나와의 관계‘ 혹은 ‘나와의 사랑‘ 이 아니라 아예 다른 것인데, 나는 그 남자에게 사랑과 돈까지 모두 쏟아붓는... 대환장.. 이게 미치겠어요. 왜그러냐 진짜 그러지마라.. 또한, 다른 사람을 구원자 삼아도 안되고 내가 다른 사람의 구원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결코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위험합니다. 몸을 갈아넣는 짓이에요. 안돼... 구원이 필요한 대상은, 잠자냥 님 말씀대로, 안바뀝니다. 아.. 짜증나.

맞습니다. 기형도 빈집 패러디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패러디 하기 너무 좋은 문장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2-13 14:29   좋아요 0 | URL
뻥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2-13 14:41   좋아요 0 | URL
제 말 좀 믿어주십쇼, 형님!!

잠자냥 2026-02-13 14:43   좋아요 1 | URL
가엾은 다락방 거짓말에 갇혔네ㅋㅋㅋㅋㅋㅋㅋ

(하면 혼날 줄 알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2-13 22:1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혼나면 뭐 어때요?
근데 다락방님은 정말 안 원하시는 것 같은데요.. 앤드류와 너무 순수해.

다락방 2026-02-14 00:41   좋아요 1 | URL
제가 원하지 않는걸까요, 원할 수 없는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2-1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런 내용의소설? 완전 재밌네요ㅋㅋ 다락방님이 이렇게 써두셔서 더 재밌는건가! 너무 안타깝지만...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라는 말은 역시 진리군요...

다락방 2026-02-14 00:41   좋아요 1 | URL
재밌죠!! 츠바이크가 정말 이야기를 어찌나 잘썼는지 제가 너무나 속상해했답니다. 그런데.. 제가 쓴 글이 더 재미있을지도 몰라요. 제가 얘기해서 재미있다고 책 읽은 사람들이 보면 다 니 얘기가 더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은 아마도 제 감정이 지나치게 들어가있어서인가봉가.. 하여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 재미있어요. 아니 그렇지만.. 빡친다... ㅠㅠ

단발머리 2026-02-1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약속장소에 나가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향해 달려온다. 그녀에게 감사하는 얼굴, 순진하고 무고한 얼굴, 예의바른 태도.

이 부분부터 느껴지는 불안감ㅋㅋㅋㅋㅋㅋ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츠바이크를 너무 좋아하고, 또 츠바이크의 모든 글을 사랑하지만, 다락방님 문장으로 읽는 츠바이크 너무 좋아요. 제 생각에, 제가 이 소설을 읽었다면 더 더 더 재미있게 읽었을 거 같아요. 이제 옆쪽에 츠바이크 카테고리 하나 만드시고 차근히 하나하나 읽어주세요~~
혼돈의 시간들은 이렇게 예고 없이 오고가는 거 같아요. 그게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일테고요.
사랑도 오고, 욕망도 오고, 혼돈도 오고, 기쁨도 오고!
 

내일은 싱가폴로 돌아가는 날이다. 


앤드류의 일정에 적힌 것과는 다른데, 그건 내가 처음 알려줬을 때 적은걸 내가 찍은 거고, 그 뒤에 내가 일정이 바뀌었다. 아무튼 그래서 내일은 내가 비행기를 타야 하고, 앤드류는 오늘 연차를 냈다. 굳이 연차까지.. 회사 끝나고 저녁만 먹어도 되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연차 말고 반차는 어때? 라고 던졌었던 적이 있어가지고, 연차 내지말라는 말을 더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가만 있었다. 아침 열시반까지 호텔 앞으로 온다는데, 흐음, 차라리 오후에 와서 저녁을 먹지, 라고 생각했지만, 뭐 연차낸 김에 저녁에는 쉬고 싶겠지, 라고 생각하고 알았다고 했다. 나는 열시반에 만나면 점심 먹고 헤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침 열시 반에 만나서 저녁 여덟시반까지 놀았다. 하... 나의 영어여... 너는 어디로 가느냐..... 아무튼 만나서 아점 먹고 도심을 걷고 보타닉 가든 엄청 큰데 거기 걷다가 커피 한 잔 마시고, 보타닉 가든 안에 있는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Shrine Of Remembrance 도 갔다가 하니 오후가 되었다. 와, 보타닉 가든 엄청 커가지고 시간 많이 걸렸어. 문제는, 하, 진짜... 대장과 소장..누가 문제인거니? 호텔에 가만히 혼자 있을 때 신호가 오면 얼마나 좋으니? 왜, 하필이면,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약간의 긴장을 가지고 만난 상대랑 함께 있을 때, 왜, 배는 요동을 치는거야? 대환장.. 게다가 야생의 정원에서 이러기 있긔없긔? 내가 카페인에 예민해서 아점 먹을 때는 부러 오렌지쥬스 먹었다. 세계에서 커피 맛있기로 유명한 1위 도시에 있으면서 커피를 부러 생략했다고. 방광 요동칠까봐. 그런데 아점 잘 먹고 걷다가... 하... 앤드류가 20분쯤 후에 까페가서 커피 한 잔 하자, 화장실도 가고. 라고 했는데, 나는 이미 배가 꿀렁꿀렁. 이십분만 참자고 나에게 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참을 수 없게 되고, 하 쉬바 ㅠㅠ 저기, 나 화장실을 가야할 것 같아, 라고 참다가 말했는데 자기도 가야겠대, 그래서 그래 이제 우리 목적지는 화장실이 되겠구나 했는데, 저기 화장실 이정표가 보이고 400 m 가면 된대, 앤드류 이거 봐, 화장실 이쪽으로 가래, 하니까, 나 믿어, 난 여기 와봤고, 저기 까페가 거기보다 가까워, 하는거다. 어.. 알았어. 해가지고 일단 따라가면서 '아 혼자이면 나는 이 400 m 를 보고 달려갔을텐데' 하면서, 역시 여행은 혼자 하는게 진리다, 막 이렇게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앤드류가 손으로 저쪽 가리키면서, 저기, 까페 보이지? 해서, 어! 어! 하고 반가워했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면서 앤드류 남자 화장실 가고 나는 여자 화장실 가면서 입구 가리키며 여기서 만나자 하고 들어갔는데, 하, 내가 원래 화장실 가면 짧게 있다 나오는데, 오늘은.. 오래 걸린거야. 왜, 왜그래, 왜그러는거야 대체... 하... 한참 있다가 나가서 앤드류 보는 나의 마음.... 너 괜찮냐고 하는데 응 이라고 하면서 접싯물에 코박고 죽어버리고 싶은.... 누가 봐도 응아 하고 나온... 하..... 내 몸뚱아리야. 내가 이럴까봐 어제 술도 안마시고 잤는데...

아무튼 다녀오고나니 속이 편해졌어. 하.. 그리고나서 걷는것쯤은 일도 아니다! 한참 공원을 걸으면서 선인장도 잔뜩 구경하고, 대나무도 구경했다. 중간에 고사리 같아 보이는게 있어서, 오 이건 한국의 고사리 같아! 하고 얘기하는데, 얘기하다가 순간, 내가 하는 말이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모르겠는 순간이 잠깐 왔었다. 고사리 를 내가 말했거든. 그래서 어떤 한 문장을 했는데 한국어랑 섞였는데, 얼만큼 섞인건지, 영어가 얼만큼인지 갑자기 모르겠는거야! 그래서 내가 , 아 나 지금 내 머릿속에서 한국어랑 영어가 섞였어, 했다. 후아..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파킹해둔 차를 타고 이제 바다로 향했다. 나 바다 보여준다고. 만약 내가 혼자 여행온 평소와 같았다면, 이렇게 외곽으로 나가 바다를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차를 타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바다를 내가 어떻게 가냐. 그런데 집에서 한시간 걸려 운전해서 우리 호텔 앞에 온 앤드류는 나랑 도심의 정원 구경하고(이건 내가 가자고 했다, 내 입을 매우 친다. 장이 요동칠 줄 몰랐어... 과민성 방광이지만 과민성 장은 아닌데 왜, 하필 오늘 ㅠㅠ가든에서 ㅠㅠ 쇼핑몰이었으면 좋았을텐데 ㅠㅠㅠ) 그리고 다시 그 차를 타고 한시간 걸려 바다로 갔다. 바다는 앤드류 집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앤드류 집에서는 바다가 보였다. 나이스 뷰.. 너 좋은 집에 사네. 하면서 집 구경 했는데, 인상적인 건 책이 없다는 거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이 없어도 이렇게 없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실에 헬쓰기구는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집 발코니에서 바다가 보여서 너무 좋아가지고, 우리는 음식을 포장해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앤드류는 운전해 오는 동안 나에게 '너 호주 와서 피시앤칩스 먹었어?' 라고 물었다. 아니, 나 런던에서만 먹어봤어. 했더니, 너 여기서 그거 먹어봐야 돼, 그거 먹자,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좋아, 하고는 피시앤칩스를 포장했다. 그거랑 오징어링이랑 딤섬이랑 하여간 여러가지 시켜서 포장해가지고 앤드류 집 테라스에서 먹을라고 했는데, 너무 써니한거다. 그래서 부엌에서 먹었다.



그렇게 부엌 식탁에 한 상을 차려두었다.



개인 접시 가운데가 잘라둔 피시앤칩스인데, 하, 얘들아... 이거 상어래... 앤드류가 애초에 사기 전부터 나한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피시앤칩스는 shark 라고 했다. No kidding 이라고 했더니, 키딩이 아니라고 했다. 내가 이걸 앞에 두고도, Are you sure? 했더니, 100percent 란다. 오 마이 갓. Am I eating shark now? 했더니, 맞다면서 사진도 찾아서 보여준다.




나는 사진을 향해, 아 임 쏘리 샤크.. 했다.


맛은 다른 피시앤칩스랑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저기 보면 구운 생선? 이 있는데, 앤드류가 각자의 접시에 나눠주면서 생선껍질 정말 너무 맛있다고 나눠가지고 나도 준건데, 앤드류는 다 먹었지만, 사실 나는 먹을 엄두가 안나는거다. 나.. 생선껍질 싫어.. 고등어구이 먹을 때도 껍질 안먹는다고.. 그런데 앤드류가 겁나 맛있다고 자꾸 그래서, 오케이 알았어, 하고 조금 먹었다. 나쁘지 않고 먹으려면 먹을 순 있었지만, 그런데 안먹고싶어 ㅠㅠ 그래서 내가 앤드류 접시에 주면서, 이거 너 먹어 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 알겠다고 그러면서 럭키데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라면 먹고싶네요.


그런데 이 저녁에 문제가 있었으니, 맛은 있었지만, 게다가 앤드류의 냉장고에서 나온 맥주도 좋았지만, 나는 다시 집까지 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한단 말이지. 이 맥주를 마음껏 먹을 수가 없는 거다. 가다가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떡해? 여기 올 때 보니까, 이 미친 주택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주택 밖에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제나 화장실 걱정이 앞서는 나는, 아니 여기 사람들은 걷다가 화장실 가고 싶으면 대체 어떡하냐 싶더라. 패스트푸드점? 놉. 슈퍼마켓? 놉. 아무것도 없고 그냥 집만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어느 정도 가다 보니까 식당과 까페들이 나오고, 그래서 우리가 음식을 포장할 수 있었지만,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나는 이 맥주를 마음껏 먹을 수 없었으니, 저렇게 한 잔 마시고 한 잔 더 마시다가 남기고는 나 finish 라고 했더니 오 진짜냐고 했다. 응.. 갈 길이 멀어. 자가용 한시간, 오전에 이미 화장실로 요란 떨었던 나는, 또다시 화장실 얘기를 할 수가 없기에... 맥주를 참았다. 머릿속에는 '숙소 가서 와인 퍼부을테다'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바다를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나가다가 동네 고양이가 와서 앤드류에게 아는 척을 했는데, 아, 진짜.. 앤드류 이웃 여자분도 와서 고양이 아는척을 하는거다. 둘다 고양이 다 좋아했어. 하여간 그녀의 이름은 몰리인데, 고양이 쓰다듬으면서, 이 앤드류의 오지랖 어쩌죠? 세상에서 저보다 더 오지라퍼가 있는줄은 미처 몰랐어요.


"이쪽은 몰리고 이쪽은 유공이야."

"하이 나이스 투 밋 유"

"나이스 투 밋 유"


그런가보다 했는데 앤드류 세상에, 우리의 슈퍼 오지라퍼,


"유공과 나는 싱가폴에서 만났어."

"아, 친구의 소개야?"

"아니, 우리는 호텔 로비에서 만났지. 나는 잠깐 방문했고, 그녀는 영어를 공부하러 싱가폴에 왔어. 그녀는 영어로 소설을 쓰고 싶어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녀는 나이스하다고 했고 나는 샤이하다고 했다. 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멜번에 다락방이 영어로 소설 쓰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한 명 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어이상실 참나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진짜 영어로 소설 꼭 써야겠다. 아 나 어이없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우리는 바다로 갔다. ㅋ ㅑ ~ 하필 나이스 타이밍이라 해가 지려고 준비중이었어..





하- 집 앞에 이런 바다가 있다니... 진짜 너무 근사했다. 그리고 너무 좋았다.




아, ㅋㅋㅋ 중간에 공원에서 저 쪽에 표지판을 읽는데 나는 caution 은 읽었지만 그건 크게 써있었고 그 밑에 작은 글자들은 안보이는거다(노안이여..). 그런데 앤드류는 그걸 다 잘 보인다고 읽어주는거다(젊음이여..). 와, 너 저게 보여? 했더니, 가족들 모두 안경쓰는데 자기만 안경을 안쓴다고, 자기만 눈이 좋다고 하면서 럭키라고 했다. 그러더니, 나는 눈이 좋아서 미래도 볼 수 있어, 이러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네 미래는 어떤데?' 했더니.


안좋아. 가난해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가지고 빵 터졌는데, 나중에 도심을 걷다가 손금 이랑 별자리 봐주는 가게가 있어서 앤드류가 '저기가 미래를 봐줘' 이래서 내가 '미래는 너도 보잖아' 했더니 그치, 했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내 미래는 어때?' 했더니 ㅋㅋㅋㅋㅋㅋ



너는 일에서 성공을 거둬. 그리고 두 마리 고양이랑 살고, 남편도 두 명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내가 남편은 싫은데? 난 남편 싫어. I don't like husband 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둘다 길바닥에서 웃었다. 



장이 요동쳤던건만 빼면(대체 왜?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호텔을 나서기 전에 요동쳤으면 좋았잖아? 왜그래?), 대체적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날씨도 좋았고 걷기도 좋았으며 해가 지는 해안도로를 자동차 안에서 바라보는 것도 정말 좋았다. 친구의 집에 가서 구경한 것도 좋았고, 그 집에서 바다가 보이는다는 것도 좋았다. 아점을 먹다가 6젼전에 사귄 전여친 얘기를 했을 때는 즐거워서 웃었다. 사실 전여친 얘기가 아니라, 전여친의 여자조카가 당시 7살이었는데 앤드류와 사랑에 빠져서 ㅋㅋ 모두에게 보쓰기질 보이면서 명령했지만, 앤드류에게는 스윗하게 했다는거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빵터져서 웃었다. 그러다가 중간중간 뭔 말인지 모를 때는, 그가 웃으면 웃고 물음표가 없는 것 같으면 그냥 미소만 지었다. 씨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한 시간 걸려 호텔까지 나를 내려다주고 다시 한시간 운전해 집으로 가야하는 앤드류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오늘 정말 즐거웠다고 얘기하고 감사도 전하고 그가 차에 타는 걸 지켜보는데, 그는 차에 타기 전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Write a book.


하 써야겠네 책 써야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내가 오늘 아점은 이걸 먹었거든? 이거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절반씩.



그리고 중간에 디카페인 커피 마시고(호주에서는 디카프 라고 한다) 저녁에 저 위의 튀김 먹었잖아? 그래서... 지금 호텔 돌아와서 샤워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와인하고 컵라면 큰거 먹고 있다. 참깨라면. 내가 싱에서부터 가져온 참깨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야, 이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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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6-02-1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모습이 연인이 아니라면, 연차를 내고 종일 함께 보내고, 두 시간 걸려 운전해서 데려다주고 돌아가고... 마지막 만남이라 부르지 말아요, 흑. 너무 달콤하다. 장만 좀 잘 협조해줬더라면 완벽했을 텐데, 그것 마저 아름답네요 ㅋㅋㅋ

다락방 2026-02-11 10:44   좋아요 1 | URL
이놈의 장이 저를 너무나 괴롭힙니다. 왜 중요한 때에, 정말 그러면 안될 때에 이러느냐 말이죠. 이럴거라면 제가 호텔에 있을 때 그러면 좀 좋아요? 그러면 망설임없이 모든걸 말끔하고 편안하게 처리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하- 한국인 누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진짜로... 그 날 총 네 시간을 운전해서 너무 고단햇을겁니다. 집에 가자마자 기절했을듯..
아무튼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하하하하하. 바다 위에 지는 태양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 찍은게 있는데 제가 진짜 미친여자처럼 활짝 웃고 있더라고요? 여동생이 보더니 찐행복한 표정이래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 행복했습니다!!

잠자냥 2026-02-1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다락방 님 방광이 왜 그래요? 방광이 왜 그러냐고!
중요할 때 거사도 못 치를 방광 아닌가! 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외국인들이 요즘 왜 한식 맛있다고 난리인지 알겠어요. 참... 다 맛없어 보이는 음식입니다. ㅋㅋㅋ 상어고 나발이고 하나도 먹고 싶게 생기지 않은 비주얼.
그나저나 저런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니..... 둘은 정말 친구군요. 인정.
근데 연인도 아니고 친구랑 하루 종일 같이 있었어요!!!!!!!! 끄악 읽는 내가 더 너무 힘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2-11 10:57   좋아요 0 | URL
이번에는 문제를 일으킨게 장이기는 했지만, 방광은 언제나 저의 예민한 부분.. ㅋㅋㅋㅋㅋ
혼자 사는게 편합니다. ㅋㅋㅋㅋㅋ
아 저 진짜 살빠져서 가겠어요. 여기 음식들 잘 못먹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핟두입 먹으면 맛있긴 한데, 다 먹을만큼 맛있지가 않고 금세 느끼해져 버리고 힘들어요. 대환장지점.. 삼겹살에 소주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맨날 그리운 삼겹살.. 김치찌개도 그립고.. 하하하하하. 하여간 저는 한국사람인 것입니다. 한국음식 만만세에요. 제가 여행도 다니고 싱가폴에도 살아보고 그러면서 느낀건, 대한민국이야말로 여행오기에 최고의 나라 라는 것이었어요. 음식 다 너무 맛있어 여기가 지상낙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반나절 고작 몇시간만 같이 보낼거라고, 상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떻게 하루를 같이 보내요? 그런데 ‘이따 여섯시 전에 차 주차장에서 빼야하거든, 주차장 문이 그 때 닫힌대. 그러니까 그 전에 주차장가서 차 빼고 계속 놀자‘ 이래가지고 아???????????????????????? 하루종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저도 하루종일이라 겁먹었는데(저는 연인하고도 이건 좀...) 그런데 또 막상 놀다보니까, 또 괜찮더라고요? 운전 네 시간한 앤드류의 육체는 더 피곤했겠지만 ㅋㅋ 시간이 지날수록 ‘빨리 숙소가서 혼자 와인 마시고 싶다‘ 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오 정말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어쩌면 오늘 보면 언제 또 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찐행복 미소도 짓고 사진 찍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못생겼지만 행복해보여.. 크-

아무튼 요만큼의 영어 실력으로 젊은 백인남자랑 하루종일 같이 놀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뭐여 증맬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2-1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광 이슈마저도 완벽 잊어버리게 만드는 완벽한 하루였어요. 드라이브에 상어 고기(먹고 싶네요^^)에 집 앞의 바다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한게 없었네요. 앤드류의 ‘종일 놀기‘ 프로젝트 좋아요. 휴가 내고 종일 노는 그 열심과 친절, 집까지 공개하는 그 마음을 저는 참 좋아라 합니다.

슈퍼 오지라퍼의 친구 소개 대목 특히 좋았어요. 영어로 소설 쓰기의 결심이 누그러질 때마다 이 페이퍼 다시 읽고 가기~~ 이렇게 규칙을 정하는 것도 좋겠네요. 당신의 미래 독자, 앤드류 옆집사람 몰리가 기다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2-12 02:08   좋아요 0 | URL
한국에서 놀았다면 이렇게까지 방광과 장 때문에 긴장하지 않았을텐데, 외국에다가 자동차에다가..긴장하게 되는 상황이 이어졌어요. 휴..
저도 연차내서 하루 종일 놀아주는 앤드류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반나절만 놀아줘도 충분히 괜찮았을텐데.. 그 열심과 성의가 감사하죠. 나중에 한국오면 저도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 날이 올지 모르겠어요. 앤드류에게는 지금 여행보다 더 중요한게 있기 때문에... 흠흠. 하여간 현지에서의 집도 가보고 도심이 아닌 곳도 가보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중간중간 저만의 이유로 슬프기도 했지만, 앤드류와 보낸 하루종일은 참 즐거웠어요. 찐웃음이 나올만큼요.

그나저나 책 써야겠네요. 책 써서 앤드류에게 보내야겠어요. 아 미쳐버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몰리 것도 보내야 할까요? 껄껄.

독서괭 2026-02-11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종일 같이!? 앤드류가 정말 다락방님 많이 좋아하네요 ㅋㅋ 심지어 다락방님을 뛰어넘는 인싸 ㅋㅋㅋㅋ 벌써 호주에 다락방님 미래 소설 홍보해써 ㅋㅋㅋㅋ
하지만 앤드류에게 없는 것 한가지… 책… 이거 어쩌죠?

다락방 2026-02-12 02:10   좋아요 1 | URL
아니, 저는 그러니까 갑자기 정말 놀랐습니다. 몰리랑 인사시키는 건 그런가보다 했는데 갑자기 제 영어 공부와 제가 쓸 소설 얘기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 저기 잠깐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없어도 뭐 어떻습니까. 책이 너무 없어서 당황하기는 했지만(아니 그런데 집에 책이 아예 없는 건 참 신선하네요), 그런데 책 많다고 좋은 사람인건 아니니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모르겠다. 마음이 거시기합니다, 여러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