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편이 나왔다. 이거 포스터 가져올라고 영화 검색했다가 밑에 달린 영화감상 후기를 보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들 2편 다 너무 싫어해. 별 하나씩 주면서 '노아 입금 안됐냐'고 달고 ㅋㅋㅋㅋㅋㅋㅋ스토리 왜이러냐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꽁냥꽁냥 하지 않느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만 내가 느낀 감상과는 매우 다르다. 나는 어제 이거 보면서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져나와 무슨 열여섯살짜리들이 인생 이렇게 깊은 깨달음을 이나이때 벌써 얻어.. 했던 것이다. 그래서 좋은 영화였다, 나는.




라라 진(라나 콘도르)과 피터 케빈스키(노아 센티네오)는 전편에서 썸타면서 갈등했던 시기를 지나 2편에서 본격적으로 연인 사이가 된다. 이들은 열여섯살이다. 열여섯살의 라라진은 이게 자신의 '첫 연애'라고 말한다. 그러니 피터는 라라의 '첫 남자친구' 되시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첫 연애상대였던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라라 진에게 그게 열여섯에 찾아왔다면 내게는 그보다 훨씬, 훨씬 늦게 찾아왔다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이는 그것뿐. 나 역시 누군가의 첫 여자친구이면서 여자친구 노릇을 대체 어째야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비단 첫 연애에서만 그런건 아니었다. 반복되는 그 다음 연애, 그 다음 연애에서도 그랬고, 나이 들어 하는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누군가의 여자친구라는 정체성에 그다지 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어떤 상대에게 나는 확신을 주지 못했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사랑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어떤 상대에게 나는 서투른 사람이었다. 이렇게나 나이를 먹어도. 그리고 이렇게나 서투르기 때문에 했던 실수들이 있다.



라라 진이 내가 삼십대 후반...에 했던 실수를 이 영화 속에서 한다. 그러니까 열한살에 좋아했던 남자, '존'에게 보냈던 편지에 답장을 받게 되고 거기에 다시 답장을 보낼 생각을 하면서 이 일을 첫 남자친구인 피터에게 말하지만, 결국 존과 같이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피터에게 말하지 않는 거다. 또 자신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존에게는 자기에게 남자친구 피터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여기에 어떤 대단한 악의는 없다. 라라 진은 존에게 말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얘길 꺼내지 못했고 피터에게도 역시 마찬가지. 거기에는 말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과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니까 말하지 않아도 되지' 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이걸 굳이 말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맞는'것인지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을 것이고. 그러나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걸 뒤로 미루다가 상대가 먼저 알아버리면, 나는 당연히 거짓말 한것밖에 안된다. 내게도 정확히 이런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미리', '제때' 말하지 않아서 상대로 하여금 빡치게 만들었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거 풀어주느라고 내가....

아니, 근데 다른 이성이 관여된 일이라면 사실 일찍 말하나 늦게 말하나 빡치지... 늦게 말하면 더 빡치긴 하지만.

그러니까 나는 막 관계가 시작될랑말랑하는 사이에 상대가 '이렇게 저렇게 알게된 여자가 나한테 밥 같이 먹자고 했다' 이 말만 듣고도 딥빡이 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 내가 열여섯살이었냐 하면 서른여섯도 넘었을 때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내가 나 때문에 짜증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응? 무슨 초심?) 라라 진의 얘기를 하자면, 다시 말하지만, 이 커플은 열여섯살로 고등학생이다. 그러니까 '교내 연애'를 하는 거다. 이들이 커플이 된건 학교가 다 알고 그래서 이들이 교내에서 어깨동무를 한다던가 손을 잡고 다닌다든가 하는 것 역시 모두에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참... 여러가지로 이 상황에 대해서 낯설다. 물론 외국영화 보다 보면 흔하게 등장하는 장면이긴 하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애정표현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은.. 나는 너무 거시기한게.. 아니 어떻게 다른 학생들 다 보는 앞에서 막 뽀뽀폭탄 응? 막 그런거 하고? 막 그래? 물론 나라고 해서 길거리에서 막 그런 것도 안하고 막 그랬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 내일되면 또 볼 사람들인데 나처럼 길 한가운데에서 아무도 나를 모르고 그만 나를 알고 나만 그를 아는 그런 상황도 아닌데... 


나는 여중,여고,여대를 나왔고, 여중여고여대를 차례로 졸업하는 동안 이성과 연애를 해본적이 없다. 다시말해, 교내에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대학때 그 흔한 캠퍼스커플이라도 해봤으면 좋았겠지만, 그걸 해보지도 못했고 이성애자여서 대학에선 불가했지. 사실 남녀공학이었어도 했을 것 같진 않다. 나의 성격상 씨씨하면서 꺄르르꺄르르 교내에서 뽀뽀하고 다니는 건 진짜.. 아 이 나이 먹고 생각해도 못하겠어. 오히려 젊을 땐 했으려나. 취업하고 직장에서 사내연애를 한 적은 있고, 사내에서 키스를 한 적은 있지만 그건 아무도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은 출근하기 전이였고..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아, 그러니까 무슨 얘기를 하려던 거냐면, 

라라 진에게 이 연애는 첫 연애다. 교내에서 어깨동무를 하든 키스를 하든 모두 처음이란 얘기다. 그리고 이 연애는 교내에서 다른 아이들에게도 알려지는 연애이다. 누가 누구와 커플인지는 교내에서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 이들이 사귀는 와중에 발렌타인 데이가 있었고, 아아, 이 학교를 보라지, 이들은 교내 아카펠라 그룹을 서로에게 선물로 보내 노래를 들려준다. 쉬는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수업시간에도 이 그룹들은 누군가를 찾아가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는 거다. 라라 진 역시 그런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교내의 누군가가 라라 진에게 다가와 얘기하는 거다.



"기대해, 라라 진. 작년에 피터가 젠에게 매 시간마다 노래 보내줬어."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내가 이 연애가 첫 연애라고 할 때, 그러나 상대에게 나는 첫 연애상대가 아닐 때. 상대에겐 연애 경험이 있고 나에겐 없을 때. 상대는 연애가 익숙하고 나는 아닐 때. 당연히 여기에서 오는 고민들은 천가지 만가지도 넘을 것이다. 그런데 라라 진과 피터에겐 그보다 더한 문제가 있었으니, 피터가 누구와 사귀었었는지를 라라도 알고 교내 모든 아이들도 안다는 것이다. 라라 진을 사귀기 전에 피터는,'젠'과 사귀었다. 발렌타인 데이에 노래를 보내주고, 지금 라라 진과 했던 모든 것들을 이미 젠과 다 해본 것이다. 라라 진에게는 처음인 것들이 피터에게는 처음이 아닌 것. 라라 진은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 하고 궁금해하는 것이 다른 애들에게는 '작년에 피터가 젠에게 한거니까 너도 해줄거야' 같은 이미 '아는 것'인 거다.


라라 진과 피터의 첫데이트에 고급 레스토랑에 갔다. 라라 진은 너무 설레인다. 예쁘게 차려입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오늘이 나의 첫데이트야, 라고 말하며 두근거리는데, 다음날 젠은 라라 진에게 말한다. '너 인스타 보니까 어제 그 레스토랑 갔더라, 나 한참 가서 거기 그 음식 질렸어' 라고. 이 때 라라 진은 어떤 감정을 느껴야할까? 라라 진은 자신에게 처음인 모든 것들이 피터에게는 이미 젠과 한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속이 쓰리다. 그렇다고 피터에게 '젠하고 갔던 레스토랑은 안되고, 젠하고 했던 놀이는 안되고' 라며 요구를 해야할 것인가.



이건 정말이지 미치는 상황인거다.

때로 내가 지금 사귀는 현재의 내 애인에게 있었던 과거의 여자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가 있지 않나. 나는 친구들과 그런 이야기를 더러 했었다. 그의 전여친이 나보다 더 젊었다거나 나보다 더 예뻤다거나 하는 것들을 떠올리면서 '지금 나랑 사귀는 걸 후회하진 않을까', '지금 나랑 사귀면서 전여친과 비교하진 않을까' 같은 것들을, 나도 모르게 생각하며 고통스럽지 않나. 그거 바보같은 생각이란 거 알면서도 그럴 때가 있잖아. 게다가 전여친과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면? 상황상 계속 보고 지내고 있다면? 내가 쿨하게 그걸 넘길 수 있을까? 괜찮아, 저 여자는 전여친이고 현재의 여친은 나니까, 나는 그의 사랑을 확신해, 세상 씐나, 브라보! 하고 살 수 있을까? 이건 스물여섯, 서른여섯, 마흔여섯이 되어도 골치 아픈 문제다. 물론 마흔 여섯쯤 되면 어느정도 '인생은 그런것이니 함께 끌고 나갈 수밖에..'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것이 막 그렇게 쉬운 건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라라 진은 열여섯이고, 심지어 지금 내 남친의 전여친을 학교에서 만나고, 이전에 베스트프렌드이기도 했어. 대환장할 노릇인거다. 여기에서 어떻게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섹스 때에도 나타난다. 그러니까 차 안에서 애정행위를 하던 도중, 그의 입술이 나의 입술에서 목으로 내려갈 때쯤, 아 너무 좋다 진짜 짱이야 아랫배가 저릿저릿하다 이런 거 느껴야 할 그 때, '얜 어쩜 이렇게 잘할까, 어쩜 이렇게 능수능란할까' 같은 거 생각하게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갑자기 옆에 젠의 모습이 등장해서 '걔가 왜 잘할까?' 이런거 속삭이고 있어. 와 진짜 대환장... 이걸 어쩌면 좋으냐 말이다. 나는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상대는 능숙하면, '오 너가 능숙하니 나를 이끌어줘'이게 어디 되느냔 말이다. 이새낀 어디서 뭐하다 왔길래 이렇게 잘하는거지.. 이렇게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거잖아. 잘한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들여 반복된 경험이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고 뭐겠는가. 그렇다면 '처음'인 나는 또 그 앞에서 쪼그라들 수밖에 없고. 휴.. 이 고통의 시간을 열여섯 라라진이 겪고 있는 거다. 



이게 라라 진이 열여섯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까?

노.

아니다.

이건 다시 말하지만, 서른여섯에도 찾아오는 문제다. 



섹스를 두려워하는 라라는 결국 입밖으로 내고 만다. "너랑 젠은 많이 했었지?" 라고. 피터는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며, 자신이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졌느냐고 되묻는다. 라라진은 절벽에서 점프하는 걸 비유하는데 '넌 해봤지만 난 해보지 않아서' 라고 두려워하자 '너가 떨어져내릴 결심을 하면 같이 가주겠다, 무서울 테니까' 라고 말한다. 피터 역시 열여섯살이고, 물론 이것은 영화이지만, 한국의 웬만한 마흔살 남자보다 훨씬 성숙하다 하겠다. 성숙한 건 물론 피터 뿐만이 아니다. 라라 진도 마찬가지. 라라 진은 결국 자신의 앙숙이 된 친구 젠을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피터는 젠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젠을 극복 못하는 건 나였다, 라는 이야기를. 그리고 할머니가 '정'이란 걸 알려준 적이 있다며, 이런 독백을 덧붙인다.



'두 사람 사이에 끊어질 수 없는 연결을 말한다.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어도 그 사람을 향한 애정이 마음속에 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항상 서로 연결돼 있을 것이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피터와 젠 사이에 정이 있다고 피터 탓을 해서는 안 된다'



아니 이것이 무슨 열여섯의 깨달음이여... 서른여섯도 하기 힘든 것인데..... 만약 내 애인이 내 눈앞에서 전여친과 다정한 모습을 본다면, '저건 저들 사이의 정이야, 정이 있다고 그걸 탓하면 안돼' 같은 걸 내가 깨달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으앗 생각만 해도 너무나 괴롭다... 그러니까 내가 내 애인의 여사친의 존재를 아는 것과는 좀 다른 거잖아. 전여친은.. 나랑 애인이랑 지금 하는 걸 이미 나보다 먼저 해본 사람이잖아. 그런데 그 존재를 여전히 만난다고 하면... 나랑 사귀는데.......아 골치가 아프다 진짜. 이런 거 생각하기 싫어. 피곤하다... 연애란 무엇인가..




라라 진은 연애란 게 참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첫 데이트도 성공적이고 두번째 데이트도 마음에 들었던 날, 스노우볼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다.


'연애라는 게 참 재미있다. 한순간 모든 게 뒤집혔다가도 마법처럼 온 세상이 반짝거린다. 그리고 차분히 가라앉으면 다시 바로 동화속이다.'



연애, 너무 재미있지. 그런데 고정된 '여자친구'의 역할을 내가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골치 아파지기 시작하지. 여자친구란 무엇인가, 여자친구라면 으레 이렇게 해야하나, 같은 것들이 압박을 해오면 다 때려치고 싶어지지. 역시 자유가 중요하다... 프리덤!




나보다도 훨씬 철든 연애를 하는 이 열여섯 커플을 보는 건 참 재미있고 좋았지만, 나는 참... 첫장면부터 의문이었던게, 이 열여섯 고등학생 커플들이, 딱히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고급레스토랑에 가서 데이트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게다가 피터는 이 고급 레스토랑을 작년에 젠 하고도 여러번 왔었어. 그 돈 어디서 났냐? 엄마가 준거야? 용돈 받아 쓰는데 그렇게 좋은 레스토랑에 막 가도 돼? 나는 이것이 너무 걸리는 것이다. 열여섯에 내가 데이트를 했다면 나는 끽해야 죠스떡볶이나 그 뭣이냐 롯데리아 가지 않았을까. 삼십대 중반에 했던 연애들에서도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은 내가 스테이크 먹으러 레스토랑에 데려갔을 때 '스테이크는 너가 처음이야' 했었는데(세명이나!) 내가 유독 경험치 없는 남자들만 사귀었던건가..이 남자들 내가 처음 사귄 여자도 아니었는데도 스테이크는 처음이래. 니네 대체 뭐 먹고 살았냐... 피터는 열여섯에.. 아니 열다섯에...... 쓰벌. 내가 피터랑 사귀었으면 나의 경험치는 어디까지 갔을 것인가.

아 빈곤한 나의 연애경험이여..... 슬픔이 파도가 되어 덮쳐온다 ㅠㅠ



그리고 계속 걸리는 게...

여차저차해서 피터와 라라 진이 헤어졌는데, 라라 진에게는 계속 애정을 표현하는 '존'이 있었단 말야? 그래서 존하고 같이 봉사활동 하다 뒷마당 눈밭에 있다가 키스를 하게 되는데, 키스를 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거다. '내가 사랑하는 건 피터야!' 하고. 존에게 미안하다 말하고 이제 피터를 찾으러 가는데, 그래, 여기까진 알겠어, 이것이 로맨스 영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보러 지금 당장 가고 싶지, 더 늦기전에 사랑한다 말할거야! 이거 당연히 해야지. 이건 당연한거야. 그런데,


라라 진.. 너 지금 존하고 봉사활동 하는 중이었잖아. 니가 갑자기 그렇게 뛰쳐 나가버리면... 봉사활동 시간 어떻게 채우려고? 그거 나중에 채울거야? 뭣보다, 너랑 존이랑 둘이 멤버 전부인데 니가 가면 뒷정리 존이 혼자 다해야하잖아? 내가 여기서 딥빢이 오는 거다. 아니... 남자 찾아 사랑 찾아 간다고 뒷정리 존에게만 맡기는 거 너무 내 타입 아니어서... 하아-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불렀을 것 같다. 너 가긴 어딜 가, 뒷정리 다 하고 니 할일 다 하고 가야지! 하고. 아 너무 .. 일을 대하는 자세가 내 타입 아니어서... 막판에 엄한 데서 스트레스 받아버린 나여............. 얄짤없다, 맡은 바 일은 다 하고 가라.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영화가 너무 짧았다. 이렇게 갈등들만 나오면 어쩌나 싶지만 사실 연애란 게 갈등의 연속이다. 라라 진은 반쪽짜리 연애는 싫다고 하지만 온전히 가지려면 갈등과 고통까지도 모든걸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걸 깨닫고 그래서 그 다음에 어떻게 할건지는 당사자의 몫일 것이다. 모든 걸 감수하고 너랑 함께 하는 걸 택하든지 이런 걸 감수하면서까지 연애를 지속하고 싶지 않아 뒤돌아설 것인지.



피터와 라라가 싸우는 것도 나는 좋았다. 싸움은 당연히 피곤한 거지만, 이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고 존중이 있다. 그러니까 다른 남자랑 있었다고, 그것을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서 염산을 들이 붓는다든가 발가벗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다든가, 사람들한테 헛소문을 퍼뜨린다든가 하는 행위를 일절 하지 않는 거다. 그건 범죄니까. 범죄를 전여친에게 하는 건 솔직히 사람이 할 짓은 아니지 않는가.

어제 리뷰 썼던 정희진 선생님 책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몇 달 전 거리에서 ˝자연의 섭리˝를 외치며 ˝짐승도 그 짓은 안 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동성애 반대 서명운동을 하는 이들을 만났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자연의 질서를 지키려면 환경운동이 먼저 아닐까요.˝ 실제로 ‘짐승도 안 하는 짓‘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성애자 남성이다. -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정희진, P69




당연하게도 피터는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다. 보통의 인간. 그러므로 피터와 라라 진은 서로가 원망스러 싸울 때 조차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들은 열여섯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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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2-2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임 계정 파놓고 묵혀둔다고 레벨 업 저절로 되지 않듯...나이 먹는다고 연애 레벨이 자동으로 오르지는 않는 것 같아요...경험치는 쌓이는데 왜 레벨업은 안 되니...영화감상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0-02-20 16:3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열반인님. 분명 어느 부분은 어느만큼 성숙하고 성장하기도 했겠지만 감정을 조절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서투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연애에 있어서는 더 그런것 같기도 하고...
연애 레벨도 만렙 찍고 내려왔으면 좋았겠지만 저는 앞으로도 만렙을 찍을 것 같지도 않고 만렙 근처도 못갔는데 이제 내려온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락방 2020-02-20 17:00   좋아요 1 | URL
정말 맞네요. 연애에 만렙이 존재할까요? 사람이 다 다른데 이 사람과 사귀면 이런 연애가 저 사람과 사귀면 또다른 연애가 진행이 될테고 그러니 만렙이란 건 존재할 수 없겠어요. 스스로가 만렙이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이겠어요. 거짓말쟁이거나. 강연 듣는다고 해도 연애 혹은 사랑이 나 혼자 하는 게 아닌이상 강연은 과연 어디까지 먹힐 수 있을 것인가...

저는 사랑을 포기하진 않았고요, 연애를 그저 놓았을 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2-20 17:00   좋아요 1 | URL
아니 댓글 달았는데 반유행열반인 님의 댓글이 사라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2-20 17:09   좋아요 0 | URL
써 놓고 창피해서 지웠어요...죄송해요... 사기꾼이라도 궁금하니 자칭 연애 만렙 있으면 데려다 놓고 구경하고는 싶네요...아 사기꾼 관상은 이런 거구나 ㅋㅋㅋ하고... 놓은 연애 다시 들어올려야 할 날이 오겠지요. 어떻게 사랑스러운 다락방님을 감히 안 사랑하겠어요 ㅎㅎ창피하다고 지우고 더 창피한 거 올림...사랑 고백...

다락방 2020-02-20 17:18   좋아요 1 | URL
사랑고백은 창피한 게 아닙니다!!!!! 창피해하지 마시고 앞으로 더 사랑해주세요!!!

=3=3=3=3=3=3=3=3=3=3=3=3=3=3=3=3=3=3=3=3=3=3=3=3=3=3
 
















이 책을 검색해보면 구매자평 다섯개에 리뷰 하나가 있고 별은 평균적으로 5개다. 9.7 이라고 점수가 표기된 걸 보면 아마 누군가는 별을 넷 준게 아닐까 싶다. 나는 그 리뷰들을 다 읽어보진 않았고 그저 별 평균을 검색해봤는데 그건 내가 이 책에 결코 별 다섯을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몬 베유의 삶 혹은 시몬 베유의 삶에 대한 이야기에는 감히 어떤 말도 덧붙일 수 없을 정도로 존경스럽다고 말하겠지만 이것이 한 권의 '책'이라는데 있어서는 내게 매우 읽기 싫은, 읽기 힘든 책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읽기 힘들다고 할 때는 그 내용이 힘들기 때문일 때도 많지만, 이건 정말이지 말그대로 한 문장을 읽고 다음문장으로 넘어가기가, 한 장을 읽고 다음 한 장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두번씩 읽어야하는 문장들이 많아서 독서 자체가 느렸는데, 나는 지금도 왜 그렇게 두번씩 읽어야 하는 문장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완독한 모두에게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물론 완독했지만 정말 힘들었어. 마침 이 책을 같이 읽고 있던 친구에게 '나만 이 책 잘 안읽히는거냐' 물으니 그 친구 역시 '두 번 읽는 문장이 많다'고 했다. 하아. 잘 모르겠다, 왜 두 번 읽어야 했는지. 그것이 번역의 탓인지, 프랑스의 정치와 문화를 내가 모르는 탓인지, 낯선 용어들이 수두룩한 탓인지. 두 번 읽는다고 해도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는 문장이 자꾸 튀어나와서 힘겨운 독서였다. 휴...




시몬 베유에 대한 책은 기존에 두 권을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은 안읽고 넘어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얼마전에 '한나 아렌트'의 전기를 읽고 너무 감탄해 쓴 페이퍼에 몇몇 알라디너들이 '시몬 베유가 [나, 시몬 베유] 에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비판했다'고 하는 게 아닌가. 아아, 온몸으로 짜릿해지는 순간이었다. 한 명의 대단한 여성을 다른 대단한 여성이 비판할 수 있다니. 나는 꼭 읽고 싶었다.



더욱이 나는 연합군의 침묵에 대해, 악의 평범성이나 집단적 책임을 말하는 한나 아렌트와 같은 지식인 마초이스트들과는 달리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의 비관주의는 나를 거북하게 만든다. 나는 심지어 이것이 손쉬운 속임수라고도 생각하는데, 누구에게나 죄가 있다는 말은 누구에게도 죄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나라를 살리기 위한 방편을 백방으로 찾기 위해, 나치의 책임을 보편적 책임에 녹여내어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비인격성을 부여하고자 했던 절박한 독일인이 찾아낸 해결책이다. 양심의 가책이 일반화되면 개인적으로는 선한 마음을 가졌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용서한다. '내게는 책임이 없어. 모두가 그렇듯이.' 수많은 저서에서 역사의 비극이 닥쳐올 때마다 모두가 죄인이며 책임자이기 때문에 누구도 어떤 것도 할 수 없었고, 인간의 야만성에서 예외란 존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를 상징적인 인물로 추대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나 아이히만 재판에 대해서 아렌트가 남긴 말에 대해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악의 평범성을 신봉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비관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은 우선적으로 그들 자신의 비겁함인 동시에 당시 의인들이 무릅썼던 위험이다. 이들은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랐으면서도 자신이 알지 못하던 사이인 유대인들을 돕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했다. 그들의 행위는 악의 평범성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해주었다. 의인들의 공로란 우리가 그들에게 진 빚만큼이나 실로 어마어마하다. 어떤 개인들을 구함으로써 그들은 인간됨의 원대한 크기를 증언해주었다.

어딘가에서 수용소 내부에서 사람들이 잘못된 행동을 일삼았다는 구절을 읽을 때면 나는 즉시 덤벼든다. 신만이 우리가 어떤 조건에서 살아남았는지,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아시리라(사실은 신도 몰랐으리라 생각한다). 자기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쓰러져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웃의 시체를 보고도 휩쓸려버리지 않는 것을 잘못된 행동이라는 말로 일컬을 수 없다. (p.77-79)




한나 아렌트는 도대체 유대인을 학살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보러 갔다가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얘기하게 된다. 나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읽을 때 그것이 어떤건지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한나 아렌트도 유대인이었고, 유대인 학살이 일어나는 가운데 살았던 사람이니까. 시몬 베유 역시 마찬가지. 유대인이고 그 지독한 시간을 견뎌냈다. 그러나 시몬 베유가 한나 아렌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시몬 베유는 학살한 사람보다, 잔인한 짓을 저지른 사람보다 '의인'에 더 집중했던 사람이었다는 거다. 위의 인용문에서처럼 악의 평범성을 비난하면서도 의인에 대해 얘기하지만, 시몬 베유는 나중에 프랑스의 정치인으로 일하면서도 프랑스가 유대인의 학살에 가담했던 아픈 역사를 인정하면서 그보다 더 강한 마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을 도와주고 싶어했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한나 아렌트는 악에 집중했다면 시몬 베유는 그보다 선에 더 집중했달까.




이 책, [나, 시몬 베유]를 읽으면서 인상적인 건 시몬 베유가 스스로 내린 결정들에 대해 스스로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p.258)'고 하는 부분이었다.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면서 그 때 반대를 겪었던 상황도 얘기하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 일에 대한 회고록을 쓰면서 자신이 그때 내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이, 내 기억에 의하면 두번 정도 나온다.


한나 아렌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얘기한 후에 많은 유대인들로부터 질타를 받는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 여기지 않는다.



이는 어찌보면 굉장히 똥고집스런 면이지만, 나는 그들이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 결정에 대해 이미 진지하게 생각을 한 후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누가 내리는 어떤 결정이든 백프로 좋기만한 건 아닐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이나 내가 하는 행동은 누군가에게는 옳은 걸로 보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멍청하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나를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는 게 바로 그 이유 아니겠는가. (알고보니 나를 트윗에서 블락한 사람이 오백명 이상이더라 ㅋㅋㅋㅋㅋ) 그러나 중요한 건 나인것 같다.



언젠가부터 어떤 결정을 함에 있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내가 나중에 이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이다. 과거의 내 결정들이 나중에 생각해보면 부끄러웠던 적이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묻고 또 묻는다.'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나는 이런 결정을 내리는 내가 괜찮은가' 하고.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나서 시간이 흐르면 나는 나에게 '역시 내가 옳았어'라고 말하게 될 확률이 높다. 시간이 더 지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고, 또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 쪽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런 점에서 시몬 베유의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매우 좋았다. 맞아, 우리는 후회하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해.





수용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조직도, 음식도, 빛도 없었다. 어떤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끔찍한 협박을 하기도 했다. "우리를 이해해줘요. 몇 년동안 여자라고는 구경도 못 했다고요." 단테가 말한 지옥이 여기 있었다. 무척 점잖았던 한 헝가리 소년이 기억난다. 그는 열세 살이었는데 너무나 혼란스러워 보여서 우리는 안쓰러운 마음에 그를 거두었다. 소년은 이렇게 말했다. "남자들이 나를 버렸어요. 나는 혼자예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먹을 걸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더 이상 여자들이 없으면 남자들은 우리로도 만족할 거예요." 심장이 떨어져 내리는 듯했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물었다. '이 지옥을 탈출하고 난 아이들은 무엇이 될 것인가?' (p.67)




'대니 보일' 감독 '킬리언 머피' 주연의 영화 《28일 후》는 좀비 영화다. 살아남은 몇 안되는 인간들은 계속 살아남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데, 살아남은 인간들중 남자들은 여자 인간을 강간하려고 해서 주인공 무리는 그들과 싸우고 은신처를 벗어나야 했다. 이런 일은 왜 벌어지는가. 모두가 고통스럽고 위태로운 시간을 살고 있는데, 왜 그 안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지금 그는 얼마 되지 않는 여성들과 수많은 남성들과 함께 국립묘지(팡테옹)에 안장되어 있다. 의회장에서와 비슷한 성비일 것이다. 죽은 그의 얼굴에 나치 인장을 표기하며 모욕을 주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몹시 괴로웠다. 임신중단 연설을 하는 그에게 나치와 같다느니 태아를 가스실에 넣는다느니 하며 모욕을 가했던 남성 의원의 얼굴들이 겹쳐졌다. (옮긴이의 말, p.315)




시몬 베유는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선한 쪽이 더 많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하려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에게 누군가는 '나치'라며 모욕을 한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나치'라고 비난할 때, 거기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있는걸까. 상대를 나치로 만드는 순간 자신은 선한 이미지를 덮어 쓴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자기는 유대인을 숨겨주고 구해준 데 힘을 쓴 의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인걸까.


얼마전에 친구들과 페미니스트를 나치로 비유하는 숱한 일들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 중 한 명이 그랬다. '그러고보면 나치가 너무 악의 대표격 취급을 받는 것 같다'고. 이럴 때는 딱, 한나 아렌트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들에게 나치라고 침 튀겨가며 비난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평범하게 악을 재현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바로 이러한 무실체성을 한나 아렌트는 아돌프 아이히만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를 영혼 없는 괴물로 내세우는 데 반대한다. 그를 그런 식으로 악마화한다면, 비록 악마적인 위대함이라 할지라도 그에게 적합하지 않은 어떤 위대성을 부여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악마화는 사람들이 아무런 대항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내맡겨져 있는 검은 세력과 관계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일깨운다. (p.233)






얼마전에 알라디너이자 트친인 분이 댓글을 달아주셨다. '네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면 이사를 가서라도 너에게 나의 한 표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분께 '나는 털면 먼지가 수북하게 쌓이는 사람이라 안된다'고 거절했는데, 그건 전혀 거짓없는 진실이다. 일전에 다섯권짜리 람세스를 읽으면서 람세스의 아내인 '네페르타리'에게 감탄한 적이 있다. 오래전의 일인데, 왕의 아내로 살면서 정치에 이러저러한 조언을 해주는 거다. 그 일은 내게 너무도 어렵게 느껴졌다. 그 책을 읽으면서 어린 나는(사실 그렇게 어린 건 아니었지만), '왕의 아내는 되지 않을테다' 같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보건부장관, 유럽의회 의장이기도 했던 시몬 베유를 보면서도 나는 이렇게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몬 베유가 자신이 하는 가치판단을 믿었던 것만큼 나도 내 가치 판단을 믿는 사람이긴 하지만, 시몬 베유가 가진 지식, 세상을 두루 살피는 눈 같은 것은 나따위가 여기서 따를 수 없는 것이여... 내가 여성학을 아무리 공부해도 정희진 쌤처럼 될 순 없겠다,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리 가치판단을 열심히 하고 옳은 쪽을 바라보려한다 해도 시몬 베유처럼 큰 사람이 될 순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나 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기쁘다. 법조인이면서 정치인이기도 했던 사람, 남성들만 가득한 의회에서 낙태에 대해 발언할 수 있었던 사람. 크-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이런 여성들이 세상 곳곳에서 좀 더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리고 젊은 여성들이 '나도 저렇게 퇼테야!' 포부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여기에 그것을 전부 인용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가 있다. 나는 이 책이 1947년에 출간되자마자 무척 빠르게 읽고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이런 책을 이렇게 빠르게 쓸 수 있지?˝ 그나 남긴 업적은 여전히 내게 불가사의하게 남아 있다. 프리모 레비는 즉각적으로 완전한 명료함에 다다랐으나 이 명료함은 그를 자살로 몰고 갔다는 점에서 비극적이기도 했다.- P81

나는 갓 열여덟 살이 되어 제일 어렸기에 혈기 왕성한 레지스탕스들에게 둘러싸여서 질문 공세를 받아야 했다. 그들은 분별없는 질문을 던졌다. ˝정말 친위대원들이 개를 데리고 여자들을 임신시켰어?˝ 일상의 모든 부분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P88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인권운동가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이 여론과 미디어에 힘입어 정치계에 행사하는 압력에 대해서 일정한 정도의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국제적인 윤리‘라는 이름으로 묘사되는 모든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물론 사람들을 화해시키려는 시도는 칭송받아 마땅하나, 그들의 선한 의도와는 달리 인권운동이 실제로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 드물었음을 지적할 수밖에 없겠다. 인권운동가들은 오히려 한 쪽을 ‘선한 쪽‘이라 칭하고 다른 쪽을 ‘나쁜 쪽‘이라 손가락질하면서 반목을 급진화하는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보편‘ 인권에 대해 거북함을 느꼈던 또 다른 이유는 이 보편 인권이란 것이 실제로는 모두를 위하지 않았기 대문이었다. 적용되는 기준은 늘 이중적이었다. 중국과의 무역협정을 두고 협상할 때는 침묵이 금이었다. 푸틴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할 때는, 그의 시민 정신을 칭찬하면서 그의 부족한 인권 의식은 못본 체했다. 잣대가 향하는 쪽은 언제나 약자고, 강자는 표백된다. - P180

나이가 들면서 나는 점점 더 여성의 대의를 위해 투쟁하게 되었다. 내가 점점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살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얻은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항상 선생님들의 예쁨을 받는 학생이었다. 아우슈비츠에서는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한 여성이 일이 덜 고된 작업반으로 나를 지정해서 나를 보호해준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삶이었지만 나를 지켜준 사람들을 만나왔다. 이 모든 것은 여성의 권리에 대한 내 입장이 개인적인 복수심에서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여성을 위한 기회는 그저 운에 맡져겨 있었고 법이나 제도를 통해서 기대할 수 없었다. - P239

쇼아 기념 재단은 교육적이거나 역사적인 목적을 가진 문화 기획만을 후원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 특히 창작자들은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쇼아에 얽힌 기억과는 관계없는 몽상을 펼치곤 했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를 예로 들자면, 그는 자신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한 후원을 요청했다. 요청이 거절된 것은 당연했다. 수용소에서는 어떤 아이도 아버지 옆에 있을 수 없었고, 영화의 결말처럼 기적적이고 우스꽝스러운 해피엔딩은 해방을 맞은 어떤 수감자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어서 현실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이야기였다. - P251

비록 어떤 이들이 내 태도에 놀랐을지언정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P258

책에는 세계가 담겨 있다. 아이는 아이가 읽는 책과 책을 쓴 저자에 대한 의견을 제 몫대로 형성해나갈 것이다.- P260

낙태 수술을 즐겁게 받는 여성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문제는 그저 여성의 말을 듣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여성에게 낙태는 비극이고, 언제나 그러할 것입니다.- P270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만 40세 이전에 아이를 4명 낳기 전까지 낙태를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 결과 1967년 루마니아 신생아 수는 전년 대비 거의 2배로 늘어났으나 해가 갈수록 그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었따. 고아원에 맡겨지는 아이의 수가 크게 늘었고, 영양결핍과 유아사망이 만연했다. 1989년에 낙태 금지법이 폐지되기까지 모성사망비는 7배 증가했다.-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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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2-18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혁의 중심에 시몬 베유와 같은 여성이 있었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덮었더럤어요.
지금도 힘든 그 ‘낙태‘라는 문제를 굳건한 신념으로 철학으로 꿋꿋이 밀어붙였던 그 모습은 존경심까지 생길 정도.

다락방 2020-02-19 09:4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비연님. 똑똑하면서도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보건부장관도 유럽의회 의장도 그냥 똑똑하다고 될 수 있는게 아닌데, 굉장히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계속 사람들의 선함을 보고 믿으려고 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정말이지 치열하게 생각하고 싸우고 있기 때문에 세상이 변화하는 거라고 믿어요.

비연님과 저도 여러모로 화이팅!! (응?)
 

어제는 퇴근하면서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에 들러 피자 한 판을 포장했다. 오전에 이미 예약 주문을 걸어뒀었다. 엊그제 치킨 먹으면서 백종원이 뉴욕간 걸 봤는데, 피자를 세상 맛있게 먹는거다. 그거 보면서 엄마랑 '내일은 피자먹자!' 했던 터다. 엄마 내가 퇴근하면서 사올게, 해서 약속대로 사가지고 갔다. 커다란 피자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자 엄마는 피자는 정말 오랜만이라며 설레어하셨다. ㅋㅋ 뉴욕의 백종원이 피자를 먹을 때 핫소스 대신 (간)페페론치노를 뿌려 먹어보라며, 피자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매콤한 게 맛있다고 한 게 기억나, 식탁에 피자를 차려둔 뒤 나는 '기다려 엄마!' 하고는 페페론치노를 꺼내왔다. 아니, 우리집에 이게 왜있니, 엄마가 물으셨고, 이거 내가 일전에 사뒀지, 했다. 감바스 만들 때 쓰려고 페페론치노를 사러 갔는데 갈아둔 것 밖에 없어서 아쉬운대로 갈아둔 걸 사왔던 것. 그런데 이럴 때 써먹네? ㅋㅋㅋ 엄마랑 나는 백종원처럼 먹어보자, 하고는 피자 위에 페페론치노를 뿌렸다. 그렇게 먹어본 뒤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백종원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네. 피자의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맵네."


요란하게 매운 것도 아니라서 뭐랄까..계속 뿌려먹었는데, 피자를 다먹을 즈음엔 입술이 아파서 미치는 줄 알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피자를 먹고나니 뭔가.. 어떤 써운한(?)마음에, 엄마가 엊그제 담근 김치를 꺼내서 밥을 한 술 먹었다. 그제야 좀 편안해졌어... 그리고는 폼롤러를 가지고 거실로 가 엄마가 티비 보는 앞에서 맛사지를 좀 하기 시작했는데 엄마는 요즘 케이블에서 재방송 해주는 <전원일기>를 즐겨보시더라. 옆에서 나도 같이 봤는데,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기의 클라스가 다르다. 전원일기는 조연들마저도 진짜 완벽한 연기여서, 저건 진짜 연기가 아니다, 삶이다, 계속 감탄하며 봤다. 와, 진짜 연기.. 그리고 옷차림.... 화장까지. 정말 완벽하다, 완벽해!! 아아..사랑의 불시착 현빈 생각납니다. 현빈 잘생겼지만 연기 볼 때마다 안타까움 금할 수 없어라...


각설하고,



엄마가 즐겨 보시는 프로그램중에는 실제 일어난 범죄를 재연해 보여주는 것들이 있다. 프로그램의 정확한 이름은 생각 안나는데 엄마가 볼 때 옆에서 봤다가 너무 자극적이라서 이런걸 왜보냐고 물었었는데, 엄마는 그런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하셔.. 아무튼 어제도 그런 프로그램을 틀어두셔서 아빠랑 엄마랑 나랑 셋이 보게됐다. 나는 중간부터 봐서 처음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결혼하고나서도 그 사랑을 지켜가며 다정하게 잘 지내고 있던 터였다. 그런참에 남자가 사업이 잘 안됐던가..해서 무속인을 찾아간다. 무속인은 굿을 해야 한다 잘 풀린다 했고, 남자는 사채를 써서 굿을 하겠다 하고 아내는 돈을 마련해주고, 뭐 그런거였다.


남편은 이 무속인을 절대신뢰하고 절대의지하기 시작했다. 사소한 모든 것에 선생님, 선생님 해가며 무속인에게 전화해 의견을 물었고, 무속인이 하라는 걸 하고 하지말라는 걸 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내는 그렇게 무속인에게 의지하는 남편이 못마땅했지만, 그러지 말라고 말했지만, 사랑하는 남편이 그걸 절대 신뢰한다는데에야 어쩔 수 없이 따라가 같이 굿하는 옆에서 기도도 해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은 남편이 아쉬운 표정과 말투로 '당분간 여보랑 동침하지 말래' 라고 하는 거다. 동침하면 큰일난다고. 아내는 그게 말이 되냐, 같이 자자고 하고 남편은 '당신을 사랑하지만 안돼'라고 하는 거다. 이에 아내는, 무슨 큰일이 나겠어, 하고는 남편을 침대로 끌어들여 그들은 동침한다. 무속인이 하지 말라고 한 걸 한 것.




나는 언제나 믿는 것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니까 그것이 종교이든, 나 자신이든, 자연이든,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이든. 사실 나는 나 자신 말고는 딱히 믿는 게 없긴한데, 그건 타인이나 혹은 종교,자연,사랑..이라는 감정 같은 것일 경우 배신할 확률이 나자신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믿는다고 하면, 그건 믿지 않는 사람으로서 뭐라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누군가가 무엇을 간절하게 믿는다면, 거기에는 힘이 실리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 믿고 싶어하니까. 나는 '절대적으로' 혹은 '지나치게' 믿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지나침'은 누구의 어떤 기준일까.


믿는 것에는 힘이 생긴다. 우리는 자신이 믿는 것에 지나치게 힘을 줘버리는 경향이 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고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믿는 사람'은 그 힘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종교단체 내에서 폭력과 학대, 착취가 일어나는 경우가 바로 지나치게 힘을 줘버린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내가 믿는 이 사람이, 이 지도자가 나에게 잘못할 리 없지, 내가 잘못했겠지, 이것이 내가 믿는 이 신의 뜻이겠지. 믿지 않는 사람이 '그건 허구다', '너는 지금 휘둘리고 있다'고 말해도, 내부의 사람 귀에는 잘 닿지 않는다. 그것이 믿는 것이 주는 지나치게 강한 힘이다. 종교를 믿는다면 종교가 내게 힘이 있는 거고, 유령을 믿는다면 유령이 내게 힘이 있는 거다. 뱀파이어를 믿는다면 뱀파이어를 실제로 볼 수도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자기가 믿는대로 보고싶어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본다. 믿지 않는 사람이 '저거 뱀파이어 아니야' 라고 말해도 '내 눈엔 보여'가 될 수밖에 없다.



살다보면 좋은일이 생기기도 하고 나쁜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강하게 믿는다면, 좋은일과 나쁜일은 모두 내가 믿는 것이 내게 주는 메세지가 된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이게 다 신의 뜻이거나, 자연의 뜻이될 수 있고, 나쁜 일이 일어나도 마찬가지.



남편은 무속인을 믿었고 그래서 무속인이 동침하지 말라는 말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는 무속인을 믿지 않았고 동침하지 말라는 말을 지키지 않는다. 그리고 동침했다. 이 후에 이들 부부에게 나쁜 일이 일어난다면 이제 남편과 아내는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아내에게는 누가 뭐라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 라는 생각이 찾아오겠지만 남편에게는 '거봐, 동침하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했잖아' 가 될것이다. 남편은 굿을 하는데도 몇천만원을 들일 정도로 정성이었는데,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거봐, 굿을 하고나니까 이렇게 좋아지잖아'가 될 것이고, 나쁜일이 일어난다면, '아이코 정성이 부족했구나 굿을 또 해야겠어'가 될것이다.

남편이 강하게 믿는이상 무속신앙은 아주 큰 힘을 가진다. 누가 뭐라할 수 없을 만큼.




그리고 이제 남편은 이혼서류를 가지고 왔다. '우리가 같이 살면 누군가 한명이 단명한대, 서류상 만이라도 이혼을 해야한대' 라면서. 아내는 이혼하기 싫고 그 말을 믿지도 않지만, 이미 한 쪽이 그걸 믿어버린 다음에야 벌 수 없다. 아내는 이혼하기 싫다고 아무리 말을해도 이미 그걸 믿고 따르려는 자에게 더이상 대응할 수 없다.



"엄마, 엄마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어? 남편이 저렇게 무속신앙을 믿어서 이혼하자고 하면?"

"이혼해야지. 저렇게 정신이 나가버렸는데 같이 살기도 싫다."



그러자 아빠가 옆에서 말했다.



"주님께 기도해서 나를 고쳐달라고 해야지! 고쳐달라 해서 같이 살아야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아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랑 나는 빵터졌다. 엄마는 아빠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하고 이혼하겠다는 게 아니라, 저 상황에서 저런 남편이라면 이혼하겠다는 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서류상 이혼을 마치고 남편과 아내는 그래도 여전히 사랑해하고 꽁냥꽁냥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느날 남편이 사라졌다.


믿는 것은 힘이 있고, 믿는 이상 힘이 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믿는대로 보이는것이다, 는 얘기를 하면서 보다가, 남편이 사라져서, 아아, 이것은 또 무엇인가... 하게 되었는데, 이 무속신앙을 강하게 '믿는' 남자는.. 아아, 예상외의 전개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믿음... 이 문제가 아니었어. 졸라 철학적으로 접근했던 나여... 이렇게 훌륭한 생각 뿜어냈던 나여... 나따위.. 난, 어느 면에서는 결코 남자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남편의 핸드폰으로 수차례 연락해보지만 핸드폰은 꺼져있다. 찾아 헤매기도 하고 또 집에서 기다리기도 하지만 그렇게 3개월이 흘렀고, 그제야 아내는 무속인을 찾아간다. 무속인을 찾아가서 멱살을 쥐고 흔들며 '내 남편 내놔!'라고 말한다. 무속인도 여자였고 아내는 무속인이 아내를 뒤로 빼돌렸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 무속인은 니 남편을 왜 내게서 찾냐고 하는데, 그때 무속인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하하하하ㅎ하하하하하하하하. 다음장면은, 무속인과 아내가 동시에 경찰서에 뛰어가는건데, 하하하하하하하하. 거기에는 3개월간 연락도 없고 사라졌던 남편이 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속인은 아내보다 먼저 달려들어 남편의 멱살을 쥐고 '내 돈 내놔!' 라고 하는데 하하하하하. 그렇다. 이 남편은 결혼사기범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벌써 여덟번째 이혼을 한참이었던 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주로 재력있는 여자를 찾아내어 사랑고백을 하고 결혼한 뒤 크게 한 탕 하고 이혼하고 다른 여자를 찾아 또 반복하는 것. 아아, 나는 정말이지 어떤 면에서는 결코 남자를 이길 수가 없어. 이미 재력가였던 아내와 이혼하고 무속인과 결혼을 약속하며 돈을 뜯어냈다. 이 남자는 그 무속인의 신고로 경찰에 잡힌 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삶의 아이러니... 무속 신앙에 빠진 게 아니라 결혼 사기범이었다니.... 하하하하하... 삶의 아이러니. 다른 사람의 나쁜 앞날 점치며 굿을 하지만 결혼사기범앞에 돈뜯기는 무속인이라니. 삶의 아이러니... 결혼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이 무엇이길래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에게 그렇게 큰 돈을 주는가...... 여자들이여, 남자들한테 돈 주고 싶다면 푼돈만 주자.....이게 뭐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종교란 무엇인가.... 신앙이란 무엇인가....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우리는 누굴 믿어야 하나. 나를 믿어도 나를 내가 배신할 때가 있는데 우리가 다른 것을 믿는 것은 과연 계속해도 좋을 것인가..... 남편은 무속신앙을 믿었고(물론 믿는 척한거지만), 아내는 남편을 믿었고, 무속인은 사랑을 믿었어.....

몇개월전에 개봉했던 영화 [토이스토리 4] 에서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 사랑받고 싶었던 캐릭터가 나온다. 그런데 사랑받을 수 없게 되니 절망하고. 사랑을 간절히 원했으니 그게 오지 않으면 절망하는 거다. 반면, 혼자 자유로운 캐릭터도 있었다. 주인을 찾고 싶다는 욕망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기 삶을 살던 캐릭터. 그렇기에 자유로운 캐릭터.

사랑은 사랑을 믿는 사람에게 힘이 세지만, 그러나 결코 사랑이 유일한 답이 될 수는 없다. 사랑 너무 믿지마요...



믿는다는 것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다가 결혼사기범에게 뒷통수 맞은 얘기였다.



마침, 정희진의 신간을 읽다가 종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어 옮겨오겠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에서 발표한 신자 숫자를 합치면 총인구보다 많다. (p.37)



















남편이 새로운 사기대상인 무속인을 찾았고 그렇게 양다리(?)를 걸치다가 아내와 이혼하고, 그 후에 또 새로운 사기대상을 찾는 걸 본 아빠는 말했다.


"한 명 사랑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저렇게 여러명을 사랑하냐."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아빠는 사랑을 하니까 한 명만 해도 힘든거야. 저남자는 사랑을 안하니까 두명이든 세명이든 여러명이든 가능한거고. 사랑을 안하면 쉬워. 사랑을 하니까 어려운거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응 알지."




나는 역시 나를 믿어야겠어... 내가 믿을 건 나뿐.....





언젠가부터 노래를 잘 듣지 않지만 최근엔 테일러 스위프트를 종종 듣는다. 음악을 잘 듣지 않게된 순간부터 그러나, 그 해의 중심 혹은 사인이 되는 노래는 간혹 있어왔다. 어느 해에는 '에피톤프로젝트'의 <회전목마>였고, 어느 해에는 'Frances'의 <Don't worry about me>였다. 요즘은, 그러니까 2020년의 노래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Me>다. 내가 어떤 기분에 처해있어도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아아, 갑자기 둠칫 두둠칫 몸이 반응해버려. 리듬을 타고 흥에 나를 맡긴다.. 둠칫 두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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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0-02-1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증 하나, 사랑의 불시착 현빈이 왜 안타까운 것인지..저 그거 너무 몰입해서 보고 있어서..궁금합니다.

다락방 2020-02-14 11:06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연기 못하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현빈 정장 입은 거 보고싶어서 보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북한사람 연기 제일 못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북사랑 2020-02-1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미노피자에서 어제의 백선생님 방송에서, 종교인 통계까지 다락방님 글은 넘 재밌다 못해 중독성이 있어요^^

다락방 2020-02-14 17:31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흐흐흐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2-1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롸..? 무속인이랑 바람낫나..?햇는데.. 결혼사기범전개...ㅋㅋ 믿을 건 다락방님 자신뿐 이라는 결말이 맘에 와닿아요! 오늘 전 피자는 어렵고 피자빵이나 하나 사먹어야겠네요 ㅋㅋ

다락방 2020-02-17 07:52   좋아요 0 | URL
ㅋㅋ 이 프로그램 보면서 울엄마아빠도 무속인이랑 바람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제부한테 얘기해주는데 제부도 무속인이랑 바람났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그 어느 추리소설보다 놀라운 반전을 품고 있었습니다. 결혼사기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우리는 자신을 믿고 열심히 살아갑시다!!
 

내가 줌파 라히리의 단편 <지옥 천국>을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 페이퍼에서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ㅋㅋ


어제 퇴근길에 지하철역에서 진선미 의원님을 만났다. 벌써 이 역에서 마주친 게 내 기억에만도 세 번이야. 진선미 의원님 좋아하므로 만날 때마다 반가워하며 인사했는데, 항상 돌아서고난 후에 후회를 했다. 으윽, 뭐라도 드릴걸, 으, 이 말을 좀 할걸, 으, 사진이라도 찍을걸.

그래서 어제는 일단 인사한 다음에, 아 뭐라도 드리자, 라고 생각하고 가방을 열었지만 드릴만한 게 1도 없었던 슬픔의 새드니스...하다못해 초콜렛이라도 들어있지 그랬니, 가방아... 어째서 읽다만 책 두 권만 들어있어 ㅠㅠ 그래서 잠깐 '이 책을 꺼내서 드릴까?'생각하다가, 관뒀다. 그렇게 인사만 하고 돌아서 가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치킨 주문하려던 걸 잠시 멈추고(네?), 다시 돌아가서 , '제가 항상 뵀어도 사진을 못찍었는데 찍어주실 수 있나요?' 여쭸다. 의원님은 '제가 감사하죠' 하면서 옆으로 오라고 하셨고, 심지어 팔을 이렇게 내밀어 주시며 '팔짱 끼세요' 해주셨어. 힝 ㅠㅠ 그래서 아무튼간에 내가 사진을 찍는데, 아마도 보좌관인건지.. 옆에 계신 직원분이 '제가 찍어드릴게요' 하고는 '저희 걸로 찍을까요?' 하시길래, '아뇨 제 폰으로 찍어주세요' 하고 내 폰을 내밀었단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사진을 찍었는데, 직원분이 '저희걸로도 찍을게요' 하고서는 또 찍으셨어. 여튼 그렇게 나는 사진을 찍은 것이다.





내가 진짜 연예인 봐도 사진에 관심 1도 없는 사람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선미 의원님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진짜 이런 사진 찍는 사람이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찍고 너무 흥분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원합니다, 지지합니다 뭐 이렇게 생각나는 흔한 멘트만 쳤는데 ㅠㅠ 돌아서면서 여러가지 하고 싶은 말이 막 떠오르는 거다. 후원했다고도 할걸(작년엔 안했지만), N번방 신경 써달라고 할걸... 으윽, 아쉬운 거 투성인거다. 아무튼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았어. 갑자기 천국에 간 기분이 되어서 매우 기분이가 좋구나~ 나는 그렇게 이 사진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송하고 축하(?)를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는 '너가 좋아하는데 잘됐구나'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제는 엄마였다. 그쪽도 그쪽 카메라에 내 사진을 찍어갔다는 걸 안 엄마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다.



"야, 이제 진선미 의원실에서 전화오겠네."

"그치."

"도와달라고 너 스카웃 하겠구나."

"일이 그렇게 되는거지."

"너 직장 때려쳐야겠네."

"응."

"그러다 니가 국회의원 되는걸로 마무리 되겠네."

"엄마 생각도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다시 정신 차리고 치킨 시켜가지고 와인 꺼내와서 축배를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치킨은 예정에 있었음)




어제는 잠자리에 들어서 '매우 좋은 하루였다' 하게 되었는데, '아 다 좋으네' 하면서 그 기분을 오늘까지 유지시키고자 오늘 핸드폰의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직원들에게 보여주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아니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들이 진선미 의원님을 몰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니미럴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나는 진선미 의원을 모를 수도 있다는 걸 상상을 못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내가 사진을 보여주자 다들 저 사진속의 코로나 예방에만 신경을 쓰는거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람들이 호응을 안해. 그래서 내가 '진선미 의원 몰라요?' 물어보니 다들 네.. 한다. 하아. 자랑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지... 하아. 시무룩. 털썩.



내가 일전에 이런 페이퍼를 쓴적이 있다. ☞ https://blog.aladin.co.kr/fallen77/5595062


이 페이퍼 속에는 내가 쓴 이런 구절이 있다.


<영화속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밀란 쿤데라와 함께 찍은 사진이라고 으스댈 수 있었던 것은, 밀란 쿤데라가 어떤 사람인지 여자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밀란 쿤데라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백 번 말한들 무슨 소용일까. 이게 얼마나 으쓱한 일인지 도무지 알아줄 수 없는데.>


이 페이퍼를 2012년에 썼던데, 아아, 나란 얼마나 현명한가. 세상 살아갈 모든 지혜를 살면서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나는.. 정말 대단해. 나는 짱이야!




어젯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좋은 하루였다', '좋은 하루의 마무리였어' 할 수 있었던 건, 진선미 의원님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의 책친구들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학책을 같이 읽는 친구들과는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제 그 중 한 명이 '요즘 참 좋다'고 하는거다. 책을 읽고 거기에서 오는 것들을 같이 이야기나눌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나는 그 친구가 이 분위기, 이 모임의 성격 자체를 스스로 좋아하는 게 너무 좋다. '요즘 너무 좋다' 같은 걸 느끼는 일은 사실 누구나에게 언제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같은 상황이어도 그걸 깨닫지 못할 수 있고, 같은 상황이어도 그 분위기를 싫어할 수도 있는 건데, 이렇게 책 얘기하는거 너무 좋다, 요즘 너무 좋다, 고 말할 수 있다니.. 정말 좋잖아! 내가 참 잘했다...(다시 셀프칭찬하기)

어제는 정말이지 뿌듯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사실 궁극적으로 바라는 형태의 친구가 아닐까. 어제는 내 삶이 참 다행한 축복들로 이루어졌구나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내게는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있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은 여성학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


여러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가 이렇게나 좋습니다.

내가 이걸 하다니...............





















아, 지옥천국!

지옥천국에 대해서 얘기해야지, 까먹지 말고.
















어제 정희진쌤의 신간 1권을 읽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이 책은 2권까지 나와있는 상태. 으응, 이거 1,2권이구나, 해서 두 권을 다 샀고 뭐 먼저 읽을까 하다가 1권 먼저 시작했는데, 여러분...

이 시리즈 5권까지 나온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앞으로 살 것이 세 권이나 더 나온다는 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기분 뭔쥬알죠. 좋으면서 싫은거.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계속 읽을 수 있다니 너무 좋은데, 그거 다 돈주고 사야하니까 또 막 좋기만한건 아닌 그런 기분. 작가를 응원하며 계속 써주길 바라는데, 그런데 계속 쓰니까 계속 사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지옥천국이구나, 하였다. 우걀걀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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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3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2-14 10:03   좋아요 0 | URL
저도 진선미가 강동구 의원이라 너무 좋아요! ㅎㅎ

테레사 2020-02-1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방에 들어있는 것이라곤, 읽다만 책 두권이라니....ㅎㅎ 역시 다락방님 답네요. 저는 읽다만 책 한권과 바나나, 브로콜리, 시금치와 그것들에 뿌려먹을 참깨드레싱을 가지고 있었는데...아 ..가방아..나의 가방아...

다락방 2020-02-14 10:04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간식도 가방에 막 있고 그러는데 이 날은 없었네요. ㅋㅋㅋㅋㅋ
바나나만 들어 있었어도 꺼내서 드릴 수 있었을텐데.. 으으...

blanca 2020-02-1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다락방님이 정말 부러워요. 저는 벼르고 별렀던 대장내시경의 충격적인 여파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살도 더불어 한 3키로 빠졌다지요. 몸이 안 좋으니 세상만사 다 우울하네요. 다락방님이라도 행복하고 활기찬 하루 보내고 계시니 대리 만족됩니다.

다락방 2020-02-14 10:05   좋아요 0 | URL
아, 그 힘든 대장내시경 말씀이십니까! 대장내시경 할 때보다 하기 위해 약 먹는 게 너무 고통스럽지 않나요? 그 포카리스웨트맛의 약... 먹으면 너무 춥고...
몸 안좋으면 정말 급속하게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어서 빨리 컨디션 회복하실 수 있기를 바랄게요. ㅠㅠ

vango 2020-02-1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가방엔 뭐가 들어 있을까나?

텀블러 독서대 다이어리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쬬꼬렛

다락방 2020-02-14 10:06   좋아요 0 | URL
독서대 까지 들어있다니.. vango님 가방도 제 가방 못지않게 무겁겠어요! >.<

카스피 2020-02-1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좋아하시는 정치인과 사지을 찍으셨다니 넘 좋으셨겠네요^^

다락방 2020-02-17 13:44   좋아요 0 | URL
네 무척 좋았답니다. 흐흐

잠자냥 2020-02-1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이 국회의원 나오시면 제가 이사를 가는 한이 있더라도 락방 님 지역구로 가서 1표 찍어드릴게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0-02-17 13:45   좋아요 1 | URL
아니, 잠자냥 님! 이런 아름다운 댓글이라니요. 제가 잠자냥 님의 표를 얻고 싶어서라도 국회의원에 나가고 싶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트윗에서 저를 블락한 사람이 5백명도 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그냥 조용히 책이나 읽는 사람인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감사합니다! >.<

잠자냥 2020-02-17 14:09   좋아요 0 | URL
블락 500명에서 커피 뿜을 뻔했어요. ㅋㅋㅋㅋㅋ 원래 인기 많은 분이 미움과 질시도 많이 받는 법. ㅎㅎㅎ아무튼 아쉽네요. 락방 님이 나가시면 여성 문제 해결에 누구보다 앞장서실 거 같은데... 다음에 진선미 의원님 또 만나면 N번방 사건 신경 꼭 써달라고 말씀드리세욧~!!

다락방 2020-02-18 08:36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안티 많을 타입이라는 건 알지만 오백명 이상이 저를 블락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시대의 미움꾼입니다,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요, 잠자냥 님. 털면 먼지가 엄청나게 나는 사람이라 정치권엔 발을 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럼 이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을 안사리라 1월달에 결심했지만, 2월달에도 어김없이 책을 사고 말았다. 오늘 도착한 책은 이렇게 9권인데 이중 세 권은 선물 받은 것이고 여섯권은 내가 산 것. 어쨌든 다 오늘 도착했고 이렇게 쌓아놓고 보니 세상 근사하다. 언제나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사긴 했지만 오늘은 유독 이 책탑이 너무 마음에 들어...

내가 산 책들중 몇 권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겠다. 왜 샀느냐 하는 변명.. 같은 거랄까.




그제였나, 텔레비젼에서 아기를 보았다. 예능 프로였는지 광고였는지 모르겠는데, 작은 아가가 너무 예뻐서

"으앗, 아가들은 정말 너무 예뻐!"

라고 나도 모르게 말했는데, 옆에 있던 엄마가,

"너는 그렇게나 애기들 예뻐하는데 네가 낳고 싶진 않니?"

물으시는 거다.

"엄마..내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애를 낳아...어떻게 감당해..."

라고 말한 뒤에 좀 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말했다.

"엄마, 나는 겁이 많아서 내가 아기 낳아서 키우는 건 못하겠어."

그러자 엄마는

"니가 무슨 겁이 많니? 겁도 없는 애가?!" 하셨다.

일전에도 내가 무언가 무섭다고 말하자 엄마는

"너는 남자는 안무서워하면서 저건 무섭니?" 했더랬는데, 엄마에게 나는 딱히 겁나는 게 없는 사람인것인가...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에 겁이 난다는 건, 아기 낳는 게 겁난다는 게 아니다. 그 아이가 자라는 동안 일어날지도 모를 일들에 대해서 겁이 난다는거지. 사소한 부주의로 다칠까봐 그리고 아플까봐. 아이들에 대해서라면 나는 정말이지 걱정이 많다. 겨울왕국도 보다 끈 사람이여 내가...


아,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지? 토베 얀손하고 무슨 상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책을 주문하면서 '조카랑 같이 읽을 책'을 사고 싶었다. 종종 그렇게 한두권씩 넣고 내가 먼저 읽은 다음에 조카에게 주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책을 사고 싶었던 것. 그러다 마침 오래 보관함에 있었던, 토베 얀손의 [여름의 책]이 딱 보이는 게 아닌가. 오, 이 책이라면 괜찮겠다. 게다가 할머니와 손녀 이야기라는데, 우리 조카는 할머니를 매우 사랑해. 아웅. 얼른 읽고 조카에게 줘야지.




몇년전 처음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겼을 때, 참 부지런히도 정희진,권김현영, 한채윤의 강의를 쫓아다니고 또 글도 읽었다. 정말 열심히 그랬어. 그랬건만, 언젠가부터 권김현영과 한채윤의 글을 더이상 읽을 수 없다, 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는 읽으면 뭔가 읭? 스러운 것들만 자꾸 보여서... 뭐랄까, 내가 처음 공부했던 그 때로부터 아무것도 더 확장되지 않는 것 같은, 고정된 이미지랄까. 몇 년전에 그들에게 막 달려갔다면 지금은 그들을 지나쳐서 내가 또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이상 한채윤과 권김현영의 글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희진 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정희진 쌤에 대해서도 간혹 '흐음,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할 때가 있긴 하지만, 정희진 쌤의 글에 대해서라면 여전히, 나를 움직이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여전히 나에게는 어쩔 수 없이 가장 똑똑한 사람중 한 명이고, 그래서 정희진의 글이라면 놓치고 싶지가 않다. 게다가 정희진 단독저자라니, 너무 좋다!! 단독저자로 나온 책이라면, 바로 사야지! 그렇게 나는 거침없이 질렀다.






윤김지영 쌤의 역서다.

윤김지영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물론 나는 강의 듣는 사람으로) 여러가지로 흥분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갔던 기억이난다. 어릴 때부터 '이건 왜그러지?' 라는 의문을 품었다가 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그래서 철학 공부를 하기위해 프랑스로 간 사람. 크-

윤김지영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위해 나는 창원까지도, 부산까지도 갔더랬지.

항상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를 한껏 귀담아 들어주시고 계속 부지런히 공부하고 일하신다.

이렇게 역서가 나온 게 바로 그 증거.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한 달에 한권의 책을 정해두고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한 것 같아 계속 다른 여성학 책들을 읽고싶어진다. 그렇게 집에 여성학 책들이 쌓여만 가는데, 그게 나쁘지 않다. 누군가 내 책장에 와 본다면 내 책장만으로도 아마 나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함께온 '캐슬린 배리'의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도 어서 읽고 싶어서 미치겠다. 그렇지만 이렇게 읽고 싶어 미치겠는 책이 너무 많은 것이 함정... 으하하핫.


아무튼 책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도착해서 매우 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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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2-11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베 얀손 책은 ... 어른책 같아요. 동화나 아름다운 섬 생활 이야기랑은 좀 거리가 있어요. 전 재밌게 읽었어요.

다락방 2020-02-11 15:18   좋아요 0 | URL
앗. 읽어보고 판단해야겠네요. ㅠㅠ

그렇게혜윰 2020-02-1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가릿애트우드 좋아하는데 저 시리즈는 표지가 맘에 안들어서ㅠㅠ 내용은 분명 좋겠지만요^^;,;;

다락방 2020-02-11 15:19   좋아요 0 | URL
저도 표지때문인지 어쩐지 안끌려 안사고 있었는데 며칠전 단발머리님 페이퍼 보고 샀어요. 아아, 알라딘이란... ㅋㅋ

그렇게혜윰 2020-02-11 15:20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 곧 독서모임 책으로 정해질 것 같아용.....답정구매

다락방 2020-02-11 15:21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답은 언제나 구매...였던 겁니다..

단발머리 2020-02-11 15:45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시리즈라고 하더군요 2권은 홍수의 해, 3권은 미친 아담이라고요~~ (후다닥!)

다락방 2020-02-11 15:46   좋아요 0 | URL
세상에... 제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겁니까. 시리즈에 발들인거란 말입니까!?

단발머리 2020-02-11 15:47   좋아요 0 | URL
그그그...그러하옵니다! 서로 얼만큼 연결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다락방 2020-02-11 15:48   좋아요 0 | URL
책지옥이네요.. 아니면 애트우드 지옥인가........그러나 그런 지옥이라면 나는 좋네......

그렇게혜윰 2020-02-11 15: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3부작인 줄 모르셨구낭 ㅋㅋㅋㅋ현명한 소비자인 줄 착각할 뻔 ㅋㅋㅋㅋ

다락방 2020-02-11 15:50   좋아요 0 | URL
제가 책소비할 때는 특히나 더 현명함과는 거리가 멉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2-1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너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처음 보는 책도 많네요. 여성혐오의 시대,가 눈길을 끄네요@@

다락방 2020-02-11 15:47   좋아요 0 | URL
여성혐오의 시대는 안그래도 제가 눈독들이던 책인데, 트윗에서 제가 신뢰하는 엄청난 여성학책 독서가분이 읽고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거침없이, 고민없이 질렀습니다!!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다 읽으면 감상 쓸게요. 물론 그전에 단발머리님이 먼저 읽으실지도 모르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2-1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의 책>은 유부만두 님과 비슷한 의견입니다. ㅎㅎ 조카가 어른 되고 읽으면 좋아할 것 같아요. 아니면 적어도 고등학생쯤 됐을 때? ㅎㅎ (땡스 투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0-02-11 15:58   좋아요 1 | URL
아 그렇단 말입니까... ㅠㅠ 슬프네요. 재미없는 해리포터나 계속 읽어야겠어요 ㅠㅠㅠ
(땡스 투는 천만의 말씀입니다. 잠자냥 님을 알라딘 재벌로 만들어드리는 게 제 꿈입니다.)

얄라알라북사랑 2020-02-1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쌓아놓으신 책의 페이지를 다 더하면 2000? 1000?

친해지고 싶은 책들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0-02-14 14:34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북사랑님, 페이지수 다 더하면 3천도 훌쩍 넘을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