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 영화에 대해서 복잡한 생각이 든다.

여행, 작가..라는 단어들에 끌려 보게된건데, 일단 보면서부터 역시 '이 영화도 중학생도 안 볼 영화 내가 본다 시리즈에 들어가겠군' 했단 말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의 나이 차이가 너무 커 보여서 내가 뭔가 잘못보고 있나, 나에겐 남자가 지나치게 젊어 보이는데 외국 사람들이라 내가 나이를 잘 가늠하지 못하는건가 생각이 들어 이 두 배우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내가 잘못본게 아니었다. 여자주인공 '로라 던'은 1967년 생이고 남자주인공 '리암 햄스워스'는 1990년 생이었다. 이들 사이에는 23년 이라는 나이차이가 있다. 사랑은 국경도 없고 나이도 없다지만 나로서는 너무 놀라웠단 말이지. 그런데 문제는 이 나이차이가 아니었다. 이 나이 차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게 요즘 트렌드인가 싶다. 요즘 중년의 여성이 아주 젊은 남성과 만나 사랑하는게 트렌드이고, 이 영화도 거기에 맞게 제작된것인가, 했는데, 다시 말하지만 사랑이야 뭐 성인 여성과 남성이 서로 통하는데 나이랑 언어가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이 둘의 합이 정말 내게는 아니올시다 인거다. 자기들은 좋다는데 내가 보기엔 둘이 되게 겉도는거다. 서로 사랑하고 상대와 섹스하는데 너무 어색해.. 손발이 오글거려. 현실에서라면 뭐랄까 살짝 내외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자기들은 좋다는데 '좋은거 맞아?' 막 이런 느낌이 든다.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매력적인데 이 둘이 그렇게 어울리지는 않아? 너무 안사랑하는 것 같아서 '좋다고? 정말?' 막 이렇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 적어도 나에게는...


자, 

성공한 유명작가 '캐서린(로라 던)'은 남편과 이혼하고 지금 쓰는 소설의 마무리 작업을 하기 위해 모로코의 수련원으로 온다. 모로코의 한 호텔에서 유명 작가들을 초대해 글을 쓰는 공간을 지원해주고 여러가지 프로그램도 마련해준 것. 캐서린은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도 않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싫다. 그녀는 호텔에 미리 얘기해 프로그램들은 빠지겠다고 하며 조용히 글을 쓰기만을 원한다.

여기에는 처음 낸 작품이 대박 터져서 유명해져버린 '릴리(다이애나 실버스)'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을 한껏 누리고 싶고 이곳에서 다른 작가들과 문학과 예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 그들과 어울리다보니 남자친구인 '오웬(리암 햄스워스)'와는 좀 거리가 생기게 되는데, 오웬은 투자회사에 근무하고 학창시절엔 스포츠맨이었던 터라, 사실 릴리를 따라 여기에 오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가 없다. 대화 자체가 잘 되지를 않아. 모두가 함께 모여 문학에 대한 퀴즈를 내고 풀 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쪽지에 대한 질문을 찾아낼 수 없었고 이에 기권하자 여자친구 릴리는 사람들에게 이해하라며 '그는 스포츠잡지만 읽거든' 이라고 말을 한다. 이에 오웬은 크게 상처받고, 그간 우연히 오웬과 몇 번 마주쳐 대화해봤던 캐서린은 그런 오웬의 표정을 보면서 그의 기분이 어떨지 짐작하고 그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오웬은 오웬대로 그리고 릴리는 릴리대로 서로에게 서운해하게 되고 상처를 주게 된다. 랜덤하우스에서 자신의 다음 책에 대한 선인세를 주겠다는 소식에 뛸뜻이 기뻐한 릴리는 오웬이 자신과 함께 기뻐해주길 바라지만, 오웬은 지난밤에 자신을 무시했던 그 일에 대해 잊지 못해 온전히 기뻐해주지 못한다. 그들의 서운함은 쌓이면서 결국 폭발하게 되는데, 사실 릴리는 오웬이 문학에 대해 그리고 예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좀 짜증이 났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둘의 사이는 릴리의 바람으로 인해-수련원의 다른 작가와 섹스했다-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녀가 다른 남자랑 섹스했다는 사실은 아직 오웬과 연인관계인 사이에서 잘못이겟지만,

그러나 나는 릴리가 오웬에게 가졌던 서운함이나 짜증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릴리가 가질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책읽기 글쓰기에 대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충분히 서운할 수 있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자신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들고 마음껏 얘기할 수 있으니 그간 그 대화가 부족했던 것이 더 다가오지 않았을까. 릴리는 이 수련원에서 다른 작가들과 함께 정말이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에 대해서 대화할 수 없다면, 그 사이가 단단하고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건 언젠가는 부서질 위태로운 관계가 아닐까. 깊은 사이가 아니라면 이 얘기 안해도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깊은 사이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면, 서로에게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웬은 자신의 일에서 스트레스 받는 부분, 지금 자신의 양심에 걸리는 부분에 대해서 마찬가지로 릴리에게 털어놓을 수 없고, 릴리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서 오웬과 대화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언제가 됐어도 결국 돌아서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밀란 쿤데라의 싸인을 자랑하고 싶어도 상대가 밀란 쿤데라를 알아야 자랑을 하지, 모르면 자랑이 안되잖아?


나는 애초에 릴리가 이 공간에 오웬을 왜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다. 남자친구라고 당연히 함께 가자고 하고 남자친구니까 당연히 함께 이곳에 온 것이, 심지어 오웬은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무작정 따라나선 것이, 서로에 대한 사랑의 행위라고 생각한 것일까. 둘이 한 방에서 지내는 며칠간 그들은 서로에게 가장 멀어진 사이가 되었고, 한 방을 배정받았지만 같이 있는 시간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쩌면 헤어지기 위해서 함께 있는 시간이 필요한걸지도 모르겠다. 그런점에서 이 여행은 그런대로의 수확이 있는 것일테다.


그런 한편 나는 릴리가 그 작가들 틈에서 '내 남자친구는 스포츠잡지만 읽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 말은 릴리로서는 웃자고 한 얘기라고 하지만, 거기의 누구도 그것을 정말 웃자고 한 얘기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오웬은 그걸 농담으로 들을 수가 없다. 그는 거기에서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이고, 그건 그에 대한 무시였다. 문학과 예술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시.

나는 내가 릴리였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애인에게 그런 무시를 하진 않았다고 해도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 어느 누군가에게 책을 읽지 않는 것 혹은 책에 대해 모르는 것에 대한 무시를 보인 적이 있었다. 내가 그랬던 적이 지금 딱, 하고 생각났는데,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여러번의 순간에도 나는 릴리가 되었던 적이 있었을것이다. 그게 뭐라고, 그게 뭐라고 그것에 대해 무시하는가. 릴리의 발언을 보는데 거울치료 받는 기분이었다. 너 이랬었지? 이게 니가 한 행동이야.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잘하는 것이 다른데, 그것이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무시할 수 있는 권리가 도대체 어디있단 말인가. 나의 농담이나 장난이 상대에 대한 무시에 기반한다면, 그것이 농담이나 장난일 수 있을까? 그것은 멸시이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든다고 처음에 말한 건,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었다.


이 우연한 장소에 와서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새로 발견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건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내가 생각하게 됐다는 것,

그리고 릴리의 그 당시 발언에 대해서 나 역시 내가 누군가를 무시했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웠다는 것.


주인공의 케미가 영 좋질 않고 내용 자체도 상투적인데-그러나 모든 사랑은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툭, 툭, 걸리면서 깊이 생각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었던 거다.



자, 그리고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본격 넘어가면,

처음에 혼자서 조용히 글 쓰고 싶었던 캐서린은 자꾸 오웬과 만나 대화하게 되면서 호감을 키우게 된다. 오웬 역시 자꾸 캐서린만 보게 돼. 

캐서린의 방이 물이 나오지 않아 공사하는 얼마간 캐서린은 호텔의 창고에서 조용히 글을 쓰려고 하고 그러다 우연히 오웬과 릴리가 싸우는 걸 엿듣게 된다. 캐서린의 오웬에 대한 호감도 분명 내면에 있었고, 게다가 오웬 젊고 잘생겼고, 그런데 그가 여자친구랑 싸웠네? 지금 기분이 엿같겠지? 만약 '젊은' 캐서린이었다면, 혹은 '젊은' 나였다면, 그 자리에서 나가 오웬에게 말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캐서린은 그냥 그걸 듣고 그걸 들었다는 사실조차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캐서린이야말로 그들의 나이 차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을테니, 자신이 먼저 나가고 말하고 호감을 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나는 그러기 때문이다. 일전에, 그러니까.. 한 2년 전이었나, 무척 호감이 가는 남자가 있었고 그랑 따로 만나는 사이가 되고 싶었는데, 내가 그걸 '먼저' 제안하기에는 그의 젊은 나이가 나에게 참 걸리더라. 이건 주책일 것 같은거다. 놓치기 아까운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햇지만, 그러나 간혹 놓쳐가면서 살아야 되는 것 같다. 나는 그에게 따로 연락하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나름 내 식대로 정리를 했는데, 그러니까, '만약 네가 원한다면 응하겠다, 그러나 내가 먼저 원하지는 않겠다'는 거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에게서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그에게서 연락이 오질 않으니 나는 내가 그에게 연락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그가 그렇게 젊지 않았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의 젊음은 나를 멈칫하게 했고 더 들어가지 못하게 했는데, 나는 아마 그런 일이 앞으로 또 생겨도 역시 또 멈췄다가 뒷걸음질 칠 것 같다. 그냥 나란 인간 자체가 그런거다. 그런데,


오웬은 한걸음 더 다가선다. 캐서린에게. 

여러가지로 괴로웠던 오웬은, 술에 잔뜩 취해서 우연히 밤 수영을 즐기고 있던 캐서린을 마주치게 되고, 그러다 그녀에게 키스하게 되는거다. 캐서린도 이게.. 싫지가 않아. 사실, 좋다. 이렇게 멋지고 젊은 남자가 내 어깨를 물고 빨고.. 하는데 너무 좋아. 나도 사실은 니가 좋다. 그런데 그녀가 나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잖아? 나도 너가 좋은데 그런데 이래도 되는걸까 이러면서 강한 자제력은 생기지 않지만 그러나 어떤 멈칫함은 내가 가지고 있음을 밝혀야 하진 않을까 하는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그를 


kid 


라고 부르는거다. 그러면서 네가 그러면 나는 넘어갈 수도 있어, 그러는거야. 그러니까 듣는 kid.. 하던 행동을 멈춥니다... 네, 지금 나를 뭐라고 불렀어요? kid?????


그렇게 멀어지는 그대를... 아쉬워하며 불러보지만, 그러나 이미 마음 떠난 kid.......



떠나려는 그대를~ 나의 온 맘으로 잡고 싶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그대 뒷모습에 홀로 눈물만 흘리네~~



그리고 이 남자, 전날밤의 일을 그녀에게 사과하며, 나는 이제 이 호텔을 나갈거야, 떠날거야, 라고 작별인사를 합니다. 우리의 캐서린, 그에게 전화번호를 묻지 못하고 이걸 받아들이기만 해야하나, 상심하는데, 그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나랑 같이 갈래요?"



그녀는 그런 그를 따라 나섭니다... 아아, 이럴땐 어떡해야 하나. 나라면 어떡하나. 나였어도 따라 나설 것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가자 고고씽!! 그렇게 그둘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떠나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들을 함께 바라보며 기분도 좋고~ 눈누난나~ 그렇게 그들은 섹스를 하고... 두둥- 


나는 그들이 아직 연인이 되기 전, 아직 오웬에게 릴리가 연인이었을 때, 오웬과 릴리가 서로에게 점차 서운함과 실망이 커져가고 있을 때, 릴리는 릴리대로 릴리 좋은 사람과 놀고 오웬은 오웬대로 캐서린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됐을때, 그때 둘이서 함께 모로코의 길을 걸었을 때, 분주한 거리에서 사람과 차를 피해 오웬이 캐서린의 허리에 살짝 손을 대고 캐서린이 걷는 방향을 바꿔주었을 때, 바로 그때, 캐서린에게 다른 감정이 생겼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 장면에서 나는 바로 여기다, 여기에서 캐서린에게 그는 남자가 되었다, 라고 생각했다. 그 때 캐서린의 얼굴이 보인것도 아니고 어떤 말이 나온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카메라는 그 때, 캐서린의 허리에 살포시 놓인 오웬의 손을 클로즈업했다. 바로 그때, 캐서린에게 오웬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젊은 남성의 육체가 되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내게 복잡해졌다. 저런거, 너무 잘 알지 않아요? 저런 거 뭔지 너무 알지? 만약 그 손길이 없었다면, 캐서린이 그가 키스하는 걸 내버려둘 수 잇었을까? 캐서린이 그의 같이 가자는 제안에 응할 수 있었을까? 그 때 그 손이 거기에서 제 할 일을 했고, 제 할 일이란 바로 그녀의 감각을 깨우는 일. 샤라라랑~


그 장면 때문에 이게 미쳐버릴 것 같은 영화가 나에게 되어버린 것이다. 아니, 그가 나보다 이렇게나 젊어도 흑흑, 그래서 내가 애초에 감정 안생기게 할 수도 잇었는데, 흑흑, 내 허리에 닿는 너의 손은 흑흑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아 흑흑 ㅠㅠㅠ 그때부터 모든게 변했다.


그대가 웃는 웃음소리~  걸음걸이와 너의 모든 것이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아~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동안, 그 손길에 대해 생각했다. 그 손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나에게도 

캐서린에게도

오웬에게도.



캐서린은 오웬과 함께 지내면서 마무리짓던 작품이 들어있는 노트북을 도둑맞는다. 그녀는 자신이 이 남자에게 한눈을 팔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그의 곁을 떠난다. 오웬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오웬은 이렇게 번번이 글 쓰는 여자들로부터 짐짝 취급을 당한다. 내가, 고작 한눈 팔기 였던거야?


그렇게 헤어진채로 계절이 바뀐다. 여러차례 바뀐다.

캐서린은 새로운 작품을 썼고 독자들과의 대화도 나눈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술집에 들르는데, 거기에서 우연히 오웬을 마주친다. 오웬도 그의 친구들과 함께였고, 그래서 오랜만이라고 잘 지냈냐는 안부만 전한채로 동료들과 함께한 캐서린을 등뒤로 오웬은 술집을 나선다. 캐서린은 뛰쳐나가 그를 붙잡는다. 그때 너에게 그렇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한눈 팔기 아니었다고, 그 때 너는 나의 전부였다고...



하아-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어떤 일들은 왜 그렇게 벌어지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렇게 되어야만 했기 때문일 거라고. 왜 오웬은 여자친구의 여행에 따라나섰을까. 여자친구는 왜 남자친구에게 그곳에 함께 가자 했을까. 그곳에서 그들은 왜 함께 어울리지 못했나.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건 서로에게 더 잘 맞는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함이었을까? 왜 어떤 사람은 굳이 모로코까지 가서야 맞는 사람을 찾게 될까? 아니, 모로코를 가서라도 찾게 되면 그것이 행운인걸까? 그리고 모로코에 갔을 때, 거기에 왜 캐서린이 있었을까? 어떻게 그동안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각자 비행기 타고 와서 만나게 되었나. 이건 다 무엇이 벌이는 일일까, 왜 일어나는 일인걸까. 인생, 사랑, 참 재미있지 않나요.. 


요즘은 밤마다 그 손길에 대해 생각한다.




책을 샀다.




















보이는가, 저 단테의 [신곡]이!! 소리질럿!!!


아니 그러니까, 지난주에 이메일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오오~ 알라딘 기프티북이 도착해있는 것이다. 다정한 알라디너 님께서 그동안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읽을 수있었다는 멘트와 함께 선물해주신 게 아닌가.아니, 너무 뜻밖의 분의 뜻밖의 선물이라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서 깜짝 놀랐고, 그런데 이 분께 내가 선물을 받아도 되는건가, 등록해도 되는건가, 잠깐 고민했는데, 너무 이 책 갖고 싶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짧은 고민 후에 등록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차피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어...


고맙습니다, 제가 잘 읽을게요. 열심히 읽겠습니다. 만세!!



[스토킹]은 이수정 교수의 책인데, 아니 이런 책의 존재를 모르고 잇었는데 회사 동료의 책상 위에서 이 책을 본거다. 오오, 이런게 있어? 하고 책을 구경했는데, 동료는 서점에 갔다가 눈에 띄어서 샀다고 했다. 범죄 이야기 좋아해서 샀다고. 나는 이수정 교수가 항상 미성년자 대상으로 한 범죄와 스토킹에 대해 누누이 말해오던게 있었던 걸 알고 있었으므로 읽어보려고 샀다. 이다혜 기자와 함께 진행하던 팟캐스트에서도 스토킹 언급을 했었고, 그 때 내가 급박하게 스티븐 킹의 [미져리] 사서 냅다 읽어버린 기억이 있다.


[창신동 여자]는 하이드님 서재에서 보고 알게 되어 구매했다. 읽기 전에 약간 각오가 필요할 것 같은 책이다. 




주말에 네살 조카 보러 다녀왔다.

조카는 고모 하룻밤 자고 갈거야? 물었고 나는 그럴 거라 했다. 조카는 내게 '가지마' 라고 말했고, 다음날 아침 제 엄마에겐 '고모가 매일매일 왔으면 좋겠어'라고 했단다. 그리고 수시로 내게 '고모 좋아'를 말했다. 조카를 많이 안았던 시간이었다. 말과 행동이 모두 너무나 귀여운 우리 조카. 조카에게 나는 '고모는 세상에서 우리 조카가 제일 좋아' 라고 말했는데, 조카는 내게 '나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라고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 조카랑 숨은그림찾기 엄청 열심히 했다!!














저녁에는 대패삼겹찝을 해줬는데, 안먹어본 거는 먹지 않으려는 조카에게 '한 번만 먹어봐, 한 번 먹어보고 맛없으면 안먹으면 되잖아' 했더니, 알겠다고 한 입 먹고서는


"맛있네?"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잘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요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나는 무럭무럭 자라서 조카에게 대패삼겹찜 해주는 고모가 되었다. 진짜 짱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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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1-0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린책들에서 나온 신곡 구입했어요. 1/10 읽었네요.

다락방 2024-11-04 12:16   좋아요 0 | URL
오오!! 저도 곧 시작하겠습니다. 빠샤!!

blanca 2024-11-0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론리 플래닛 봤고 비슷한 이유로 몰입하기 어려웠어요. 그리고, 이런 얘기 그렇지만 남녀 배우가 전혀 연기 중에도 서로에게 케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연기인 게 보였어요. 그리고 꼭 그랬어야 할까, 연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았겠다 이런 생각도 했어요. 아, 그리고 다락방님, 신곡을 드디어 시작하는 거예요? 저도 아직 안 읽어봤어요. 다락방님의 여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고모 좋아, ㅋㅋㅋ 저 이말 아직 못 들어봤구요. 주말에 아기 조카가 고모인 저를 이모라고 부르더라고요. 에혀. ㅋㅋ

다락방 2024-11-04 12:34   좋아요 1 | URL
이 영화를 본 사람이 저 말고 또있다니, 그런데 그게 블랑카 님이라니 ㅋㅋ 블랑카 님과 대화하다 보면 정말 저랑 비슷한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영화에서의 커플은 정말이지 역대급 노케미 로맨스 커플이었덕 것 같아요. 저도 그 생각했어요. 이 두 배우들도 자기들이 겉도는 거 알 것 같다, 고요. 와 진짜 역대급으로 합이 안맞는 커플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들의 사랑에 설득력이 없어요. 니네가 사랑한다고? 정말? 막 이렇게 되는.. 하하하하하.
블랑카 님, 신곡은 11월과 12월 두 달에 걸쳐 알라딘의 여러분들과 함께 읽기로 했습니다. 함께하시죠!! 고고씽!!

제 조카도 저에게 고모, 고모 하다가 이모 라고 잘못 나올 때가 있어요. 제 조카에겐 이모가 세 명에 고모가 두 명이랍니다? 하하하하하. 물론 이모들과 한 공간에 있어본 적 없지만, 저는 제 조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이모 고모 다 통틀어서 저 일거라고 강하게 확신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1-04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신곡…!
어머머 선물…!!!
소리질럿!!!👏👏👏

그레이스 2024-11-04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봤어요^^
작가들의 모임, 그 안에서의 갈등, 로맨스,, 등
그들이 하던 게임과 그 안에서 한사람을 따돌리는 유치한 심리들,,,
노트북 잃어버렸다고 방금 사랑에 빠졌던 남자를 떠나는 그녀.. 중요하긴 하겠죠 ㅎㅎ
재밌었어요
사람은 한꺼풀 벗기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달자 2024-11-05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영화 자체보다 다락방님의 후기가 더 재밌는 것 같아요. 근데 마지막에 자기가 노트북 도둑맞았다고 오웬을 떠나버린 건 좀 ... 너무 성급한 일반화같긴 하네요 오웬은 무슨 벼락이야.. 글 쓰는 여자한테 트라우마생길듯...
 

여러분, 10월의 책 버섯.. 다 읽고 계십니까? 완독하신 분들도 계시고 여전히 읽는 분들도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튼 다들 화이팅 입니다. 저는 다 읽고 이 페이퍼 등록 후에 리뷰도 등록할 참입니다. 참.. 부지런한 다락방인 것입니다. ㅎㅎ


11월에 우리 함께 읽을 책은 '다나카 미쓰'의 [생명의 여자들에게] 입니다.

사실 이 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짐작조차 못하겠지만, 우리 함께 읽어보십시다.















12월은 '마리아 미즈'의 [마을과 세계] 입니다.
















그 후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자, 여러분 어쨌든 계속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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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0-31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1월의 저 책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다락방 2024-10-31 14:01   좋아요 5 | URL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진행하면서 제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다양한 분야-여성대상폭력, 성매매, 자본주의, 가사노동, 환경 등등-의 책을 읽자고 생각해서 책을 선정하는데, 저 책의 존재를 아는 순간 그러고보니 일본 여성학자의 글은 다같이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일본의 여성학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얘기를 하는지 한 번 들어보자, 하고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단발머리 2024-11-02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해서 자랑하려고 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 바로 밑에 11월의 책 ㅋㅋㅋㅋㅋㅋㅋㅋ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한 템포 쉬고 들어갈게요! 만세만세 만만세! (후련해서 업됐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04 09:07   좋아요 1 | URL
저도 11월의 책은 준비되었지만 일단 10일 까지는 읽고 싶은 책 좀 마음껏 읽어보려고 합니다.
완독하신 거 축하드리고요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잠깐 쉬면서 읽고 싶은 책 좀 읽읍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전에 [오리엔탈리즘] 읽을 때에도 단테의 [신곡]이 언급됐었는데, 아마 그 때부터 흐음 이제 단테 신곡을 읽어야할 때인가, 했던 것 같다. 

단테의 신곡이야 뭐 워낙에 유명하지만 그래도 읽고있지는 않았는데, 그러고나서 읽는 책들에도 계속 단테의 신곡이 언급되는게 아닌가. 오리엔탈리즘 읽은 후에는 누스바움의 [교만의 요새]에 나왔었고 최근에 읽으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도 단테는 언급되었다.

예전부터 한번쯤 읽어봐야지 하다가 이제 바로 그 때가 되었나, 하고 11월부터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자, 하였고, 그러다 알라딘에서 여러분들이 같이 읽자 해서 그렇다면 우리 같이 11월부터 단테의 신곡을 읽자! 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그 분들 역시 나처럼 언젠가 신곡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가 마침 이 때 손을 들게 된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읽으려고 준비한 책은 민음사 고전 시리즈의 단테 신곡 이었다.


















뭐 딱히 고민할 필요도 없이 민음사 책으로 골랐다. 

집에 민음사 고전이 많으니 나란히 꽂아두기에 좋을것이고. 고민없이 샀고 그렇게 고민없이 받았는데,

11월에 함께 읽기로 한 잠자냥 님은 삽화가 실린 한 권짜리 책을 구입했다 하셨다.















우엇!!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민음사책을 샀기 때문에 검색이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의 존재를 몰랐어. 그런데 삽화라니!! 너무나 뽀대나잖아? 아아.. 나는 이 책의 존재를 아는 순간 살짝 후회하게 된다. 나도.. 검색 한 번 해볼걸.. 삽화... 보고싶은데... 이러다가,


이 책은 민음사에서 세 권으로 나온 걸 한 권으로 합친거라 분량이 어마어마하고 그래서 큰 어려움없이 포기할 수 있었다. 무려 천 페이지가 넘는 책을 주로 출퇴근길에 독서하는 내가 들고다닐 수가 없다. 물론, 들고 다닐 수 있다. 오리엔탈리즘도 들고 다녔고 그 뭐야, 다락방의 미친 여자도 들고다녔으니, 들고 다니려고 한다면, 들고 다닐 수 있다. 그렇지만, 


들고 다니고 싶지 않아 ㅠㅠ 무거워 ㅠㅠ 


그러니 무겁다는 이유로, 들고다니기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는거다. 이 책이나 그 책이나 단테 신곡인것을... 하고 민음사 그대로 읽자, 하였는데,


하아.. 인생이란 무엇이고 독서란 무엇인가. 우연이란 무엇인가. 혹은 신의 계시(응?)란 무엇인가.


일요일 저녁에 갑자기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 소설이 읽고 싶었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윽- 프로파일러 나오는 소설 읽고 싶어!! 이럴 때가 있어. 게다가 나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끝내고 지쳐있었으며 세계 끝의 버섯 읽기를 앞두고 있었단 말이다. 얼마나 소설을 읽고 싶었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프로파일러 나오는 소설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렇다, 내가 이럴 때를 대비해 그런 소설쯤은 갖춰두는 그런 사람. 책장 앞으로 가서,


가만있자, 내가 프로파일러 나오는 소설을 사뒀을걸? 하고 책장 훑다가 그러취!! 바로 이거야!! 하고 꺼내들 수 있었던거다. 여러분, 책은 일단 사서 쌓아두면 언젠가 읽게 됩니다.. (아님)
















이미 단테 얘기를 한 뒤에 이 책을 올렸으니, 이 책 제목의 '지옥'이 단테의 지옥이라는 걸 다들 짐작할 수 있을 터.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전혀 짐작도 못했다. 이 지옥이 그 지옥인줄 몰랐어요.. 그런데.. 세상에, 여기에 단테의 신곡중 지옥편이 나오는 겁니다. 


클라라 라는 소녀가 유괴된 지 1년만에 발견된다. 이에 검사와 형사들이 함께 그녀를 유괴했던 범인을 찾고자 하는데, 일년만에 발견된 소녀의 등에는 문신이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그 문신이 단테의 신곡중 한 장면이라는 걸 알게 되는거다.


"외상 후 증후군이 있습니다. 지금도 말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퇴원하기 전에 일주일가량 집중 언어치료를 할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내일 새벽 클라라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보도될 겁니다. 하지만 언론으로부터 클라라를 보호해야 합니다. 사진 촬영도 금지하고, 인터뷰도 차단할 겁니다."

수사팀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내부에도 보안 요원을 보강해야 합니다."

"이미 그렇게 했습니다." 하우저가 말했다.

"문신 내용은 뭐죠?"

하우저가 큰기침을 했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입니다."

멜라니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단테의 『신곡』은 여러 편의 서사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330년 이 서사시가 그림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나무에 유화를 그린 거죠. 그 이탈리아 출신 화가는 40세에 자살했습니다. 여덟 번째 시에서 그......" 하우저는 노트북을 보았다. "어둠과 증오와 영원한 저주의 세계인 지옥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클라라의 등에 있는 문신은 정확하게 이 모티프를 모방하고 있습니다."

낯설게 들렸다. 예술에 문외한일 것 같은 사람의 입에서 문화 역사적 세부 사항까지 줄줄 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도 자신의 과제를 했을 뿐이다.

"여덟 번째 시라면, 이미 일곱 편이 있다는 말인데......" 멜라니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다 생각이 걱정으로 바뀌었다. "총몇 편의 시가 있죠?"

"34편입니다." - P64



검사인 멜라니는 총 34편의 시가 있다는 얘기에, 클라라의 등 문신이 8편이라는 얘기에 당장 수사 범위를 넓힌다. 클라가가 발견된 곳으로부터 1.5km 를 수사하는 것이 형사 하우저의 지시였는데 그 범위를 3km 로 넓혔고, 분명 피해자가 더 있을거란 생각에 수사를 지시하는데 아니나다를까 연달아 소녀들의 시체가 발견되는 거다. 그녀들의 등은 훼손되어 알아볼 수 없게 되었어도 연관된 살인이 틀림없음이 밝혀지는거다.



여러분, 재밌쥬? ㅎㅎ


아니, 단테의 지옥.. 이 여기에 또 나오다니. 단테를 여기서 또 만나다니. 아아 지옥이란 무엇인가 신곡이란 무엇인가 단테란 무엇인가.. 11월에 단테의 신곡을 읽기로 한 일은 너무나 잘한 것 같다. 그런 한편,


신곡의 삽화들이 너무나 궁금해지는게 아닌가. 

저 열린책들의 삽화가를 보니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이던데, 그런데 마흔살에 자살했다고? 이 소설에서 그걸 거짓으로 말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싶어서 알라딘에 들어와 책 검색해 작가소개 보니 귀스타브 도레는 오십세이상 살았던데? 그렇다면 [지옥이 새겨진 소녀]에서 언급한 40세에 자살한 화가가 귀스타브 도레는 아닌것 같고. 윌리엄 블레이크도 그렸다는데 그도 마흔살에 사망하진 않았고, 보티첼리도 아니고,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작가 '안드레아스 그루버'는 [지옥이 새겨진 소녀]에 단테의 신곡을 그린 화가가 자살했다는 순전히 개뻥..을 집어넣은건가.. 그렇지 않을것 같은데, 그 화가가 누구인지 모르겠네. 


하여간 그래서 삽화 있는 신곡.. 을 사고 민음사 반품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아 아무리 삽화가 있어도 천페이지를 사서 들고다니며 읽을 수 없다. 나는 들고다니며 읽어야 해. 그렇다면 삽화 있는 책을 사서 열장씩 찢어가지고 다닐까... 아아 그것도 안돼. 내가 이런 고민을 하자 같이 읽기로 한 e 는 그냥 민음사 신곡도 가지고 열린책들 신곡도 가지라고 말했다. 


아..안돼..그건...과소비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과소비는 금물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삽화...... 아니야, 나 어차피 그림 잘 보지도 않아. 이게 안가지고 있으니까 그거 갖고 볼까 이러는거지 막상 있으면 보지도 않아. [코스모스]도 사진 잘 안봤어. 그러니까 민음사에 만족하자, 하다가 아니 그렇지만....



뭐 이러고 있다는 얘기다. 하여간 지옥 때문에 혼란스럽네.



단테 신곡, 여러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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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0-29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찢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0-29 11:37   좋아요 3 | URL
걍 마 확 찢어버릴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10-29 13:40   좋아요 3 | URL
삽화 있는 책을 굳이 사서는 찢다니...... o_o!!

삽화있는 책은 집에서 보시고 민음사는 들고 다니면서 보시면 되죠.
(어쨌든 하나 더 사시라는?)

다락방 2024-10-30 08:02   좋아요 1 | URL
결국 저는 한 권 더 사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4-10-29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 삽화… 저도 갖고 싶네요. 힝 저는 열린책들로 2009년판 있는데ㅜㅜ <지옥>편 재밌어요. 이런 게 죄가 되나 싶은 것도 있고 가슴 아픈 사랑도 있고… ㅎㅎㅎ 맨 밑에 있는 이들은 다들 아는 사람들이고… 인간 역사에서 이름 날린 사람들 중 지옥에 있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ㅎㅎㅎ

다락방 2024-10-29 12:3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도 얼른 읽고 싶네요! 신곡 읽고나면 ‘언제 한 번 신곡 읽어야겠어..‘란 생각은 그만해도 되겠지요. ㅎㅎ
저는 일단 삽화 없는 제가 산 민음사로 읽어야겠어요.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하하하하하.

2024-10-29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10-29 12:34   좋아요 1 | URL
오오 말씀 감사합니다.
삽화 보고 싶어 한 권 더 살까 싶기도 하고, 삽화 없이 제가 이미 준비한 책으로 읽고 싶기도 한데, 일단 준비한 책으로 읽어보다가 삽화 있는 거 사던가 해야겠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뽀대 소장용.. 책은 뭐니뭐니해도 뽀대죠!!

독서괭 2024-10-29 15: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삽화본은 잠자냥님에게 소장가치 있는지 확인해보신 뒤 있다고 하면 소장용으로 사고 민음사는 읽고 처분하는 데 한표요.
제가 가진 건 뭔지 찾아보니 한참 밑에 있네요. 열린책들에서 나온 절판된 구판입니다. 하지만 저는 새 책 살 생각은 1도 없고.. ㅋㅋㅋ
신곡 읽기는 운명인가 봅니다. 11월에 함께 읽어보어요! (사실 잊고 있다가 이 글 제목 보고 흠칫한 독서괭..)

햇살과함께 2024-10-29 17:19   좋아요 1 | URL
괭님이 열심히 부채질(?)한 것 같던데 잊으셨어요? ㅋㅋㅋ
저도 손들어요~

독서괭 2024-10-29 21:14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다락방 2024-10-30 08:16   좋아요 3 | URL
제가 민음사 고전은 거의 팔지 않고 가지고 있긴 합니다. 책장에 꽂아두면 뽀대가 좀 나가지고 ㅋㅋㅋ 민음사랑 문동 세계문학전집은 거의 구매하면 가지고 있어요. 하하. 안읽었든 읽었든.. 그러니 아마 단테 신곡도 읽고나면 팔지 않고 가지고 있을것 같긴 합니다. 문제는 그렇다면, 삽화가 있는걸 사느냐... 아니냐.....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 단테 신곡 읽기 곧 시작합니다!!

petrichor 2024-10-30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처음 댓글 남겨봅니다. 저도 신곡 구입할 때 여러 출판사를 두고 고민 했었거든요. 신곡은 주석이 없으면 읽기가 어려운데 민음사 시리즈는 각주가 아니라 미주였던걸로 기억해요. (미주는 아무래도 보기에 불편해서요) 저는 열린책들 3권짜리 구매했고 가볍고 좋았습니다. 사실, 열린책들 삽화본도 있고 서해문집에서 나온 한 권짜리도 가지고 있는데 두껍고 무거워서 한번씩 펼쳐보게 되더라구요. (물론 삽화가 있으면 좋긴합니다) 써놓고보니도움이 안되는 글이네요.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4-10-30 08:1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리뷰에서였나, 민음사는 미주라고 했던 걸 본 것 같아요. 미주는 넘나 불편한데.. 그래도 샀으니까 그냥 민음사로 열심히 읽보는 걸로 해야겠어요. 과소비 방지.. 삽화본은 읽다가 정 궁금해지면 사던가 해야겠어요. 물론 읽기 전부터 사고 싶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댓글 처음이신가요? 저는 왜이렇게 petrichor 님 닉네임이 익숙하죠?

유부만두 2024-10-30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길사에서 나온 33만원 짜리 도레 신곡 판화집이 훌륭합니다. 들고다니기엔 무리지만 (크고 5킬로 넘음) 훌륭해요. 훌…. 열린책들과 사이즈로 차이가 있어요. 검색하니 25만원(1킬로그램 버전)으로 새로 보급판 나왔네요.
역자는 민음사 판의 박상진 샘입니다.

다락방 2024-10-30 08:21   좋아요 0 | URL
방금 구경하고 왔어요. 와 그림은 멋있는데 ㅎㅎ 고려조차 할 수 없는 가격이네요. 재벌되면 그 때는 한 권 갖출 수 있겠어요. 하하.

petrichor 2024-10-3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처음인데 어디서 보셨을까요ㅎㅎ 민음사 버전도 궁금해요. 다락방님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땡쓰투 한 적 있는데 그때 보셨을지도)

다락방 2024-10-30 12:23   좋아요 1 | URL
저랑 북플 친구이셔서 아마도 글 쓰실 때마다 즐찾브리핑에 떴던 것 같아요! 익숙한 닉네임 입니다. 후훗.
단테 신곡은 읽으면서 수시로 감상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

은하수 2024-10-3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뿜뿜하네요.
민음이냐 열책이냐 저도 고민을 했지만...
전 들고 다닐 일도 없고 삽화도 좋아하니 고민없이 열책으로 구매해도 되겠군요!^^
함께 하는 분들 계시니 힘이 납니다~~~~

다락방 2024-10-30 12:24   좋아요 1 | URL
같이 읽어보십시다, 은하수 님. 아직 구매전이시라면 망설임없이 삽화로 고고!! 저처럼 들고 다니며 읽으실 게 아니라면 삽화 있는 쪽이 아무래도 낫지 않을까요? 후훗. 우리 11월 12월 두 달에 걸쳐 단테 신곡 열심히 읽어봅시다. 빠샤!!

그레이스 2024-10-30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4-10-30 15:12   좋아요 1 | URL
ㅋㅋ 감사합니다!!

hnine 2024-10-3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읽어보려고요. 여러분과 함께.

다락방 2024-10-31 16:44   좋아요 0 | URL
오 예!! 웰컴 입니다!!

단발머리 2024-11-0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길사에서 나온 33만원짜리 도레 판화집 사고 싶어요. 미리보기 보고 왔고요 ㅋㅋㅋㅋ
신곡 리뷰, 페이퍼 너무 기대됩니다~~ 💕

다락방 2024-11-04 09:08   좋아요 1 | URL
한길사 도레 판화집... 이건 사고 싶지만 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세상에 가격 무슨 일이랍니까 정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혹여라도 단발머리 님 구입하게 되신다면, 나중에 저 만날 때 들고 나와 좀 보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신곡 읽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빠샤!!
 

토요일 아침엔 일어나 일자산에 다녀왔다.

나 말고도 누군가가 그 산을 뛰고 있었다.

전날 저녁에 이미 7km 달리기를 했던 터라, 나는 산을 오르는 일이 힘들었고 뛰기는 더 힘들었다. 그전보다 더 많이 걸었다. 걸어도 힘들었다. 그렇게 집에 오자마자 요가센터에 갔다. 그동안 얼마간 요가를 하지 않고 있다가 다시 시작했는데, 와, 오랜만의 빈야사는 온 몸의 근육을 제대로 건드려주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또 신음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신음소리는 나만 내는 건 아니었고, 같은 수업을 받고 있던 다른 수련생들로부터도 나왔다. 하하하하하. 하여간 기절하는 줄 알았네.. 덕분에 다음날 제대로 근육통에 시달렸다.


다음날인 일요일은 근육통에 시달리면서 한강에 달리기하러 나갔다. 

얼마전에 한강을 15km 달린 친구가 송충이 없다고 알려주었는데 정말 송충이가 없는지 확인하러 가야했다. 게다가 10km 이상 천천히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마침 여동생도 전날 케익을 사들고 서프라이즈로 방문했었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라 말하지 않고 깜짝 방문을 한것. 충동적으로 '내일 한강 달리기 콜?' 했더니 여동생도 좋다고 해서, 다음날 내 옷들을 빌려주고 힙색도 빌려주었다. 다행히도 런닝화는 이미 신고 왔고. 

그렇게 웜업으로 우리는 한강까지 걸어갔다. 걸어가서는 여기에 온 기념으로 사진도 찍고 그리고 우리는 함께 앱을 작동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동생은 항상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달려보고 싶었다며, 이렇게 달릴 수 있어서 너무 신난다고 했다. 그 기분은 나도 그랬고 그 바람은 나도 있었지만, 그러나 같이 달리는 것이 내게는 맞지 않았다. 왜냐하면, 동생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니까 동생이 이야기하며 달릴 수 있는 속도와 내가 이야기하며 달릴 수 있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었던 것. 우리 사이에는 한 30초 정도의 차이가 있었어.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나는 동생에게 너 먼저 가, 나는 좀 천천히 달릴게, 해서 나는 동생보다 쳐지기 시작했고 그 거리는 점차 멀어지더니 이제 동생이 보이지 않게 됐어. 한강에서 처음 달리는 동생을 앞에서 이끌어주고 싶었지만 ㅋㅋ 그것을 할 수 없었기에, 나는 동생에게 '그냥 이 길로 쭉 가면 돼!!' 라고 말해두었다.


일요일 달리기는 너무 힘들었다. 나는 10km 이상을 도전하고 싶었는데, 이래가지고는 5km 도 힘들것 같았다.


1. 처음 페이스가 엉망이었다. 

여동생하고 같이 달리려고 처음에 너무 빨랐어서 다시 내 페이스를 찾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다.

2. 비염이 너무 치명타였다.

요즘 코로 호흡하는 거 연습하고 잘 하고 있었는데, 이건 코가 너무 많고 막혀서 코로 숨을 쉬는게 불가한거다. 입으로 숨을 쉬면 자꾸 마르고 더 급속히 피로해지던데.. 나는 어떻게든 코호흡으로 다시 가고 싶었지만 그러다가는 아예 달리기가 불가할 것 같았다. 몇차례나 준비해간 휴지로 코를 풀어가며 어쩔수없이 입호흡으로 가쁘게 숨을 쉬며 달렸다. 달리지 말까, 몇차례 생각했다.

3. 전날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이 넘 심했다.

팔이며 어깨며 허벅지까지 죄다 너무 아파서 달리면 풀어지겠지, 했는데 풀어지지 않았다. 하아- 힘들어.. 나는 달릴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힘들게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누군가 내 옆에서 내 어깨를 톡톡 두 번 쳤다. 어? 여동생은 이미 나보다 훨씬 앞섰는데 이건 누구? 하고 돌아보니, 어떤 여성분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어깨를 너무 흔들고 있어요. 어깨 흔들지 마세요."

"네"

아아, 이 사람 전문적으로 달리는 사람이구나. 차림새부터 남달랐다.

"팔꿈치를 옆에 붙이세요. 그리고 팔을 치세요."

그런데 내 팔은 자꾸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그 분은 나보다 앞서 가며 앞에서 시범을 보이셨다. 

"팔을 치셔야 해요!"

그래서 나름 흉내를 내보려고 했다.

"등은 약간 앞으로 숙이고 턱은 좀 내리세요. 그리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세요."

나는 시키는대로 최대한 따라하려고 해봤다. 잘 되는것 같지는 않았다.  그분은 가시기 전에 팔을 치셔야 한다고 재차 말씀하시더니 바로 빠른 속도로 멀어지셨다. 나는 멀어지는 그녀의 등 뒤에 대고 "감사합니다!" 소리쳤다.

그런데, 그 가르침은 나의 몸에 스며들었는가?


모르겠다..


그래 어깨는 흔들지 말고.. 아 내가 어깨를 흔들면서 달리고 있었구나.. 이건 또 몰랐네. 팔은 치고.. 뭘 치라는 걸까 어딜 치라는걸까. 코치가 필요했던 내게 갑자기 나타난 코치였다. 물론 짧은 순간 사라졌지만.. 하하하하하. 하여간 가르침을 머릿속에 넣고 그대로 해보자고 했지만, 음, 이건 바로 고쳐질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외우고 적용하자. 그렇게 얼마간 달렸을까, 나를 코치해주셨던 분은 어느순간 돌아서 원래 자리를 향해 뛰고있는가 보았다. 나랑 다시 마주쳤고 그분은 활짝 웃으며 내게 몸짓과 함께 "화이팅!" 해주셨다. 나는 또 감사합니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것은 달리기가 길러주는 사회성? 사회적 달리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미있었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달리는 사람이 많은 한강에 와서 달리니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가르침도 얻네. 껄껄. 아마 전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내 달리기가 도저히 고쳐주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는, 그런 엉망인 달리기였는가 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선생님, 다음에 또 저를 보신다면 또 고쳐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나 그 날 나의 달리기는 전체적으로 엉망이었다. 10km 이상 달리고 싶었기 때문에 일단 5km 이상 넘겼을 때 다시 뒤로 돌아 왔던 자리로 가기로 했다. 그러면 10km 이상 달려지는 걸테니. 그런데 더 뛸 수가 없었다. 너무너무 힘들었다. 아 안되겠다, 오늘은 이만큼만 뛰자, 너무 힘들다, 너무나 내 몸상태 엉망이다, 하고 달리기를 멈춘 지점이 7km 였다. 단순계산으로 내가 출발한 곳까지 가려면 4km 를 더 가야했는데, 걸으면 대략 한시간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너무 오래걸린다. 나 혼자라면 상관없는데, 내게는 기다리는 여동생이 있었고 여동생은 또 나랑 함께 집으로 돌아가서 샤워한 뒤에 자기 집으로도 가야해서... 내가 걸어가는 걸로는 너무 시간을 빼앗는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지만 뛰기도 너무 힘들어. 하는수없이 나는 걷다가 뛰다가 걷다가 뛰다가 했다. 여동생은 나랑 몇차례 통화하다가 내쪽으로 왔고 결국 우리는 중간에 만나 함께 집에 갔다.



여동생은 송충이를 두 마리 보았다고 했고 나는 한마리를 보았다.

그러니까 송충이는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았다. 아마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더 살지 못하고 사라진 것 같았다.

가기 전에 '으 송충이 있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더니, 아빠는 말씀하셨다.


"송충이가 없다고 생각해. 그러면 송충이는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게 뭐야! 이러고 빵터지니 여동생이 옆에서 '근데 그 말이 맞지.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정말 처음 뛸 때는 없는것이 아닌가! 좋았어, 이제 한강 달리기 다시 시작이다!! 이랬는데 그러다 한 마리 보았네? 껄껄. 이정도면 다닐 수 있다. 아마 다음에 한강 가면 아에 송충이 없을지도. 


하여간 그렇게 일요일 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참깨라면 끓여먹고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가면서 여동생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고 다시 집에 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다 읽은 다음에 바로 기절해버렸다. 아.. 빡센 주말이었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 ㅋㅋㅋ 달리기에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경험이 좋은 자극이 되었다. 좋군 ㅋㅋㅋㅋ 한강 달리기 만세만세 만만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샀다.

















[유대문화론]은 단발머리 님의 서재에서 보고 알게 되어 샀다.

한강의 작품은 사실 [채식주의자]도 [소년이 온다]도 다 읽었던 책들인데,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며 재독해봐야지 싶어 또(!) 샀다. 하이고.. [여수의 사랑]은 아직 안읽어본 한강의 작품.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 발자크에 대한 부분이 좀 많아서 읽다가, 흐음, 보부아르가 발자크 엄청 까지 않았나 싶어서 발자크 부분 찾아보기 위해 책장에서 [제2의 성]을 꺼내왔다. 



사진 보니 좀 많이 뿌듯하네요? 껄껄.



아무튼 오늘은 간식이 좀 많아서 풍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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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0-2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를 하면서 달린다고요? 와 대박.... 숨차서 어떻게 이야기가 되나요??!
달리는 것에도 방법이 있군요. 그걸 코치해주는 고수도 있고. ㅎㅎ 운동도 사회적인 것 맞아요. 저도 테니스 칠 때 초보에 가까웠을 때는 고수들이 스윙을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많이들 말해주고 감....(근데 요즘엔 와 잘친다~ 이러고 갑니다. 캬 카 카카카카ㅋ ㅑ ㅋㅋㅋㅋ) 자전거 탈 때도 뒤에서 타이어에 바람을 더 넣어야해요! 뭐 이러고 가는 고수도 있고(고수들은 몸매랑 차림해부터 다르죠 ㅋㅋ).

전 토요일에 씨네큐브에서 <룸 넥스트 도어> 봤는데요, 다락방님 오시지 않았을까 해서 두리번 했으나 오지 않은 그대여...
아무튼 이 영화는 꼭 보세요. 두 명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정말 눈이 부신 영화입니다.

Forgettable. 2024-10-28 12:01   좋아요 1 | URL
오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이군요. 잠자냥님이 이렇게 추천해주시는 이유는 이것이 친구의 이야기이기 때문? 담주 토요일에 저도 보러가야겠네요.
자전거 뿐 아니라 테니스도 치시는군요. 저도 테니스는 쳐보고 싶은데..

다락방님 이렇게 사람들이랑 교류도 하며 달리는 거 보면 달리기는 정말 혼자하는 운동이 아닌 것 같아요. 몸이 안맞는다고 얘기하지만 계속해서 달리기를 하는 다락방님 정말 대단.. 저는 조금 해보다가 이건 나랑 안맞아 하면서 지레 겁먹고 포기했는데 말이죠. 계속해서 즐겁게 달리기 응원해요!!

잠자냥 2024-10-28 12:49   좋아요 0 | URL
일단 제가 알모도바르를 좋아하기는 하는데요. <룸 넥스트 도어>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다락방은 <그녀에게>는 싫어해요. ㅋㅋㅋㅋㅋㅋ
뽀 님도 재미나게 보시기를~!!

다락방 2024-10-29 11:36   좋아요 0 | URL
이야기를 하면서 달릴 수 있는 속도로 달려야 잘 달리는 훈련이 된대요. 그게 유산소 운동이고요.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은 5,6분 페이스로도 달리면서 얘기하지만 저는 7분대에도 얘기하면서 달리는게 곤란한 사람입니다. 아하하하. 아직 느린 달리기 꼬꼬마..언제까지 꼬꼬마일 것인가.. 저는 그런데 참... 잘하는 운동이 없는 것 같아요. (먼 산) 뭐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냥 하는거죠. 달리기도 요가도, 계속한다고 해서 제가 잘하는 사람이 될 것 같진 않습니다. 지금보다 어느 정도 나아지긴 하겠지만요.

저 <룸 넥스트 도어> 영화 줄거리 읽는데 ‘엇? 이건 내가 읽었던 그 에세이랑 내용이 똑같은데?!‘ 했더니, ㅋㅋㅋ 시그리드 누네즈 작가 작품이 원작이네요. 제가 그 책을 별로 안좋아라 했던것 같은데... 하하하하하. 그 영화는 딱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원작으로도 그렇고 감독으로도 그렇고...


뽀게터블 님/이젠 달리기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아서 중단을 못할 것 같아요. ㅋㅋㅋ 달리기에 대한 글 읽기를 좋아하는 분들도 계셔서.. 계속 달리고 써야 합니다. 아 인생 빡세고 바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오늘도 별 일 없으면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매일 달리고 싶지만 그건 참 안되네요. 게다가 이젠 저의 일과에 요가랑 필라테스 넣어버려 달리기가 줄어버렸어요... 24시간이 모자라!!

그레이스 2024-10-2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고수님이 조언을 보는데,,, 다락방님 달리기 자세가 그려지는걸 막을수 없었습니다.^^
운동할때 자세교정이 제일 힘든듯요ㅠ

다락방 2024-10-29 11:3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자세가 추한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깨 흔들며 달린다는 말에 완전 기겁했어요.
내가? 어깨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동할 때는 바른 자세가 중요하고 그래서 코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blanca 2024-10-2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일단 다락방님 서재에서 본 <보통의 달리기>와 <30일 5분 달리기> 정독했어요. 아직은 안 달렸어요. ㅋㅋ 조만간 꼭 달려보려 합니다. 그 여성분 너무 멋진 거 아니에요? 저도 달릴 때 누가 좀 그래주면 좋겠네요.

다락방 2024-10-28 16:4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제 친구 중 한 명은 달리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책을 한 권도 안읽었는데 블랑카 님은 책을 읽고 아직 달리기는 시작을 안하셨네요? 하하하하하. 블랑카 님, 얼른 달리기 시작하세요. 달리기 세계로 얼른 들어오세요. 함께 달려봅시다!!

햇살과함께 2024-10-2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금토일 빡세게 달리셨네요! 저도 달리기 시간 좀 늘어나면 한강 한번 가보려고요. 많이 달리지도 않으면서 자꾸 새로운 코스를 가고싶은 생각만 가득합니다 ㅎㅎ

다락방 2024-10-28 16:43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햇살과함께 님. 달리는 시간이나 거리가 늘어나면 다른 곳에서 달리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그리고 달리기 여행을 하고 싶어지죠. 낯선 도시에 가서 달리고 싶다, 이런... 뭐 누구나 그런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언젠가 햇살과함께 님과 제가 한강에서 같이 달리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꺅 >.<

치니 2024-10-2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대단한 운동량입니다! 짝짝짝!

저는 달리기 하던 초반에 제가 달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본 게 자세 교정에 좀 도움이 됐어요.
다락방 님도 혹시 다음에 여동생 님과 또 달리게 된다면 한번 영상을 찍어달라 해보심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글에서 언급한 부분(어깨를 벌리지 않고 팔을 몸통에 잘 붙인다든가 하는)이 많이 개선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다락방 2024-10-29 11:27   좋아요 0 | URL
저 여동생이 초큼 찍어줬는데 ㅋㅋ 앞에서 찍어준거고 진짜 보기 싫더라고요. 엉망진창 ㅋㅋㅋㅋㅋㅋㅋㅋ 제 동영상 너무 보기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나중에 찍어보긴 해야겠어요. 자세 개선을 위해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치니 님은 요즘 대략 어느 정도 달리세요? 시간이든 거리로든 일정량을 달리시나요?

치니 2024-10-29 14:06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달리기 많이 못해요 ㅠ 주중은 오전 수영을 하니까 그걸로 유산소 퉁치고 저녁엔 필라테스 두 번 가고 주말에야 겨우 달리기 시간을 낼 수 있는데, 비가 오면 또 못하고 ㅠ
한번 할 때는 애플워치 사용자 지정에서 페이스메이커 5킬로/40분으로 맞추고 달립니다. 이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듯요 ㅠ

다락방 2024-10-29 14:26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운동 완전 많이 하시는데요??!! 😱
 











영화 <타고난 재능: 벤 카슨 스토리> 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벤 카슨은 세게최초로 샴쌍둥이 분리수술에 성공하여 두 명 다 살린 의사라고 한다. 그 뒤로도 샴 쌍둥이 분리 수술을 몇 차례 더했으며, 또다른 아이의 발작증세를 잡기 위해 두뇌의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도 처음 시도해보고 성공해서 그 수술은 이제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고 한다.

너무나 대단한 능력이고 또 대단한 사람이지만, 이렇게 스토리로 먼저 접했다면 이 영화는 내가 관심가질만한 영화가 아니다. 아마 예고를 봤어도 나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목도 그렇고 포스터도 그렇고 줄거리도 그렇고 하여간 내가 딱히 관심 가질 영화가 아닌데, 아아, 인스타그램이여.. 인스타그램은 나에게 이 영화의 아주 일부를 보여주었는데, 바로 그 장면은 나를 사로잡아버렸던 것이다. 


벤 카슨은 아버지 없이 어머니, 형과 함께 가난하게 살았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하니 쉼없이 일을 했는데 그런 어머니는 일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심한 우울증도 앓고 있었다. 자식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문맹이었던 것. 글자를 익히지 못하고 사랑에 빠졌던 남자랑 아이를 낳고 키웠지만 그 남자가 유부남이었던 것이 밝혀졌고.. 아이들을 보면 혹시라도 자기처럼 세상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봐 너무너무 걱정이 되고 두려웠던 거다. 그게 너무 심해서 병원에 입원도 하게 된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이 아들들은 항상 텔레비젼 앞에만 앉아있고 학교 성적도 형편없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한 교수의 집에 청소일을 하러 가게 된다.

그 교수의 서재를 청소하면서 그녀는 여기에도 저기에도 책이 쌓여있는 걸 보고 온 벽을 책이  채우고 있는 걸 보게되는거다. 책을 치워가며 청소를 하다가 그녀는 교수에게 묻는다.


"혹시, 여기 있는 책들을 다 읽으신건가요?"


그러자 교수는 대답한다.


"거의요."


그 길로 그녀는 집에 달려가  언제나처럼 아들들이 보고 있는 텔레비젼을 꺼버린다. 그리고 아들들에게 단호하게 명령한다. 앞으로 티비는 일주일에 두 편만 볼 수 있으니 어떤 걸 볼지 선택하라고. 그리고 그것도 학교 숙제를 마쳐야만 볼 수 있다고 하는거다. 이에 아들들은 야유하며 그러면 티비 안보는 시간에 도대체 뭘 하라는거냐고 묻는다. 그 때 어머니가 그러는거다.


"말 잘했다. 앞으로 너네는 도서관으로 가서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읽어야 해. 그리고 매주 독후감을 작성해서 엄마에게 보여줘야 해."



내가 인스타그램으로 본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었던 거다.  교수의 집에 청소하러 가서 이 책들을 다 읽었냐 묻고 거의 그렇다고 대답하는 교수의 답을 들은 뒤 자신의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읽게 하는 장면. 나는 이 뒤가 너무너무 궁금해지는거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권씩 꼬박꼬박 책을 읽었어? 그래서? 그래서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됐는데? 이 영상만으로는 어떤 영화인지 몰랐던 터라 영화를 보게 되었고 그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주인공 벤 카슨은 학교에서 꼴지를 하는 아이었지만, 엄마가 시킨대로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성적이 오른다. 단어 시험도 잘 보게 되고 과학 시간에는 선생님의 질문에 멋진 답도 하게 된다. 얼마전에 궁금해서 도서관에 갔다가 돌에 대한 책을 읽었거든. 과학 선생님은 벤 카슨의 대답을 듣고서는 수업 끝나고 남으라고 한다. 그리고 벤 카슨과 둘만 남게 되었을 때, 선생님은 벤 카슨에게 이렇게 말한다.


"누가 너의 문을 열었지?"


크  .. 소름 돋는다. 그리고 선생님은 새로운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면서 과학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보여준다. 벤 카슨은 학교에서 보는 단어시험을 다 맞히고 티비에서 하는 퀴즈프로그램에도 다 답할 수 있게 되며 결국 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게 된다. 그렇게 예일대에 진학하고 존스 홉킨스 병원에 가 신경외과 의사로 일하게 되는것. 그러다 독일의 샴쌍둥이에 대해 듣게 된다. 그들의 부모는 벤 카슨에게 수술을 의뢰하는데, 벤 카슨은 계속 고민한다. 이 아이들을 분리는 할 수 있을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심한 출혈이 발생할테고, 그러면 사망에 이를텐데.. 어떻게 출혈을 막을 수 있지? 그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그 생각뿐이다. 출혈을 어떻게 막지? 어떻게 막을 수 있지?


그의 어머니와 아내는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거듭되는 고민을 하다 어머니가 설거지를 마치고 수도꼭지를 잠그는 걸 보면서 그의 머릿속에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아이들의 심장을 잠시 멈추는 것, 그렇게 피를 아예 나오지 못하게 하는것이다. 이건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고 이 수술에는 그래서 여러과의 전문의들이 다 투입된다. 수술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고 아이들의 분리는 성공하며 아이들 둘 다 살릴 수 있었던 것. 그가 고민하고 답을 내는 것도 너무 좋았지만, 그가 학창시절부터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그리고 지금 이 답을 찾기 위해 책상에 책을 잔뜩 들어놓고 공부하는 장면도 너무 좋았다. 책이 놓인 풍경은 왜그렇게나 좋은걸까? 아 너무 멋있어.


조카들 보여주고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식고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아, 핸드폰만 보지말고 책을 열심히 파고 들어서 일등하고 닥터가 되면 어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모가 안되길 잘한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아 이런 장면 보면 책을 파고 들어서 막 똑똑해지고 일등하고 싶지 않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닥터 되고 싶지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아........



물론 책을 읽는다고 해서 누구나 다 일등을 할 수 있는건 아니다. 나만해도 한글을 깨우친 그 어릴 때부터 닥치는대로 책 읽었는데, 우리집에는 책이 없어서 남의 집에 가면 책부터 꺼내읽고 피아노 학원에서도 책 읽고 사촌 오빠의 국어책까지 읽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등 한 적 한번도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등이 다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걍 공부 못하는 사람이 되었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 책을 읽는다고 다 일등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그건 있다. 내가 그나마 책이라도 읽었으니까 이만큼이라도 됐다는 것. 남동생도 나한테 자주 얘기한다. 누나가 책을 좋아해서 진짜 다행이다. 여기에서 책까지 안읽었으면, 어휴.... 막 이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은 내가 내보일 수 있는 여러개의 자아중에 지금 나와있는 자아가 최상의 자아라고 언제나 말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에게 열개의 자아가 있는데 그 중 지금이 최고의 자아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항상 '내가 더 나아질 어떤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면 결국 저런 답을 듣게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고 누구나 다 일등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다 닥터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기 전보다 조금 더 많은 걸 알게 되는건 맞는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더 잘 확률도 있고, 단순히 공부만 더 잘하는 것보다 직업적으로도 더 나은 성공에 이를 확률도 높다. 벤 카슨이 샴쌍둥이 분리술에 성공한것은 그가 존스 홉킨스에 갈 만큼 똑똑한 사람이어서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살리고 싶어하는 사람이기도 해서다. 그 아픔의 괴로움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 부모의 마음까지도 알 수 있는 사람. 책을 읽으면 누구나 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건 아니지만, 그러나 더 나은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특히나 더 책을 만나서 최상의 콤비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있겠지만 말이다. 



벤 카슨의 어머니가 만약 우리집에 왔다가 내 책장을 보고


"여기 있는 책들 다 읽었어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뇨, 안읽은 책이 더 많아요.."


이렇게 되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러니까, 나도 집이 넓으면 읽은책 쌓아둬서 읽은책이 더 많게 둘 수도 있는데 말이죠, 집이 좁으니까 읽는 족족 팔아가지고.. 남은게 안읽은 책들 뿐이라고요. 이건 공간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정말 드물게 내가 안 볼 것 같은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이거 보면서 생각했다. *** 님은 이 영화 존재도 몰랐을거고 이제 알게 됐어도 역시 볼 생각 전혀 없으시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전에 반차 내고 이비인후과 들렀다 왔다. 중간에 잠깐 까페에서 카푸치노 시켜가지고 책도 좀 보고. 

원래 아침 일찍 뛰려고 했었는데 하아- 비염이 너무 심해서 침대에서 나오지를 못했다.. 하아- 비루한 몸뚱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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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0-2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아침에 조용하다 했더라니~!!
저도 근데 어릴 때부터 책은 그렇게 읽어댔어도 1등한 적은 없습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여기 있는 책 다 읽었어요? 물어보면..... ˝아뇨, 안 읽은 책이 더 많...˝ ㅋㅋㅋㅋㅋ

비염 물러가고 책과 더불어 주지육림하는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이상, 저 영화 존재도 몰랐고 이제 알게 됐어도 역시 볼 생각 전혀 없는 잠자냥 올림-

다락방 2024-10-28 09:26   좋아요 1 | URL
주지육림 하기는 했네요. ㅎㅎ
지난주는 토요일에 처음 술을 마셨어요. 오랜만에 마시는거라 히말라야 먹는 걸 깜빡했고... 저는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기억도 못하는 채로 자버린 것입니다. 코고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여동생은 잠을 못잤대요. 그와중에 제가 식기세척기는 돌렸더라고요? 하하하하하.

하여간 책 읽기 좋아하지만 1등해본 적 없는 다락방은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10-2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제가 원하는 게 바로 저겁니다. 여기 있는 책 다 읽었어요? 거의 다요. 안 읽은 책들은 여기 한칸 뿐이예요.
이거요 ㅋㅋㅋ 죽기 전에 가능할까요? ㅋㅋㅋ

다락방 2024-10-28 09:2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여기있는 책들 다 읽었어? 라는 물음에 도대체 왜 그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쳐다보며 ‘거의 다 읽었지‘ 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현실은, 무슨 책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그걸 가능성있는 미래로 만듭시다. 빠샤!!

단발머리 2024-10-26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트 에코가 그랬다죠? 다 읽은 책 왜 꽂아두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을 책을 사던 사람이었죠, 저는요. 읽고 싶은 책이요. 지금도 읽고 싶은 책을 사는데 왜 안 읽은 책들이 점점 쌓여갈까요?
알라딘에서 큰 위로 얻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0-28 09:28   좋아요 1 | URL
저도 읽고 싶어서 사는데 왜 항상 지금 당장 읽을만한 책은 없는걸까요? 읽지 않고 쌓여가는 책들의 제목을 보면 ‘아 이건 참 이래서 읽고 싶었는데‘ 라는 생각도 나는데, 그런데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은 아니야, 이러면서 책을 또 사고, 또 사고... 하아-
이젠 정말 적게 사고 많이 읽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