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 영화에 대해서 복잡한 생각이 든다.
여행, 작가..라는 단어들에 끌려 보게된건데, 일단 보면서부터 역시 '이 영화도 중학생도 안 볼 영화 내가 본다 시리즈에 들어가겠군' 했단 말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의 나이 차이가 너무 커 보여서 내가 뭔가 잘못보고 있나, 나에겐 남자가 지나치게 젊어 보이는데 외국 사람들이라 내가 나이를 잘 가늠하지 못하는건가 생각이 들어 이 두 배우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내가 잘못본게 아니었다. 여자주인공 '로라 던'은 1967년 생이고 남자주인공 '리암 햄스워스'는 1990년 생이었다. 이들 사이에는 23년 이라는 나이차이가 있다. 사랑은 국경도 없고 나이도 없다지만 나로서는 너무 놀라웠단 말이지. 그런데 문제는 이 나이차이가 아니었다. 이 나이 차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게 요즘 트렌드인가 싶다. 요즘 중년의 여성이 아주 젊은 남성과 만나 사랑하는게 트렌드이고, 이 영화도 거기에 맞게 제작된것인가, 했는데, 다시 말하지만 사랑이야 뭐 성인 여성과 남성이 서로 통하는데 나이랑 언어가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이 둘의 합이 정말 내게는 아니올시다 인거다. 자기들은 좋다는데 내가 보기엔 둘이 되게 겉도는거다. 서로 사랑하고 상대와 섹스하는데 너무 어색해.. 손발이 오글거려. 현실에서라면 뭐랄까 살짝 내외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자기들은 좋다는데 '좋은거 맞아?' 막 이런 느낌이 든다.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매력적인데 이 둘이 그렇게 어울리지는 않아? 너무 안사랑하는 것 같아서 '좋다고? 정말?' 막 이렇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 적어도 나에게는...
자,
성공한 유명작가 '캐서린(로라 던)'은 남편과 이혼하고 지금 쓰는 소설의 마무리 작업을 하기 위해 모로코의 수련원으로 온다. 모로코의 한 호텔에서 유명 작가들을 초대해 글을 쓰는 공간을 지원해주고 여러가지 프로그램도 마련해준 것. 캐서린은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도 않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싫다. 그녀는 호텔에 미리 얘기해 프로그램들은 빠지겠다고 하며 조용히 글을 쓰기만을 원한다.
여기에는 처음 낸 작품이 대박 터져서 유명해져버린 '릴리(다이애나 실버스)'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을 한껏 누리고 싶고 이곳에서 다른 작가들과 문학과 예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 그들과 어울리다보니 남자친구인 '오웬(리암 햄스워스)'와는 좀 거리가 생기게 되는데, 오웬은 투자회사에 근무하고 학창시절엔 스포츠맨이었던 터라, 사실 릴리를 따라 여기에 오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가 없다. 대화 자체가 잘 되지를 않아. 모두가 함께 모여 문학에 대한 퀴즈를 내고 풀 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쪽지에 대한 질문을 찾아낼 수 없었고 이에 기권하자 여자친구 릴리는 사람들에게 이해하라며 '그는 스포츠잡지만 읽거든' 이라고 말을 한다. 이에 오웬은 크게 상처받고, 그간 우연히 오웬과 몇 번 마주쳐 대화해봤던 캐서린은 그런 오웬의 표정을 보면서 그의 기분이 어떨지 짐작하고 그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오웬은 오웬대로 그리고 릴리는 릴리대로 서로에게 서운해하게 되고 상처를 주게 된다. 랜덤하우스에서 자신의 다음 책에 대한 선인세를 주겠다는 소식에 뛸뜻이 기뻐한 릴리는 오웬이 자신과 함께 기뻐해주길 바라지만, 오웬은 지난밤에 자신을 무시했던 그 일에 대해 잊지 못해 온전히 기뻐해주지 못한다. 그들의 서운함은 쌓이면서 결국 폭발하게 되는데, 사실 릴리는 오웬이 문학에 대해 그리고 예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좀 짜증이 났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둘의 사이는 릴리의 바람으로 인해-수련원의 다른 작가와 섹스했다-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녀가 다른 남자랑 섹스했다는 사실은 아직 오웬과 연인관계인 사이에서 잘못이겟지만,
그러나 나는 릴리가 오웬에게 가졌던 서운함이나 짜증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릴리가 가질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책읽기 글쓰기에 대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충분히 서운할 수 있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자신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들고 마음껏 얘기할 수 있으니 그간 그 대화가 부족했던 것이 더 다가오지 않았을까. 릴리는 이 수련원에서 다른 작가들과 함께 정말이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에 대해서 대화할 수 없다면, 그 사이가 단단하고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건 언젠가는 부서질 위태로운 관계가 아닐까. 깊은 사이가 아니라면 이 얘기 안해도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깊은 사이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면, 서로에게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웬은 자신의 일에서 스트레스 받는 부분, 지금 자신의 양심에 걸리는 부분에 대해서 마찬가지로 릴리에게 털어놓을 수 없고, 릴리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서 오웬과 대화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언제가 됐어도 결국 돌아서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밀란 쿤데라의 싸인을 자랑하고 싶어도 상대가 밀란 쿤데라를 알아야 자랑을 하지, 모르면 자랑이 안되잖아?
나는 애초에 릴리가 이 공간에 오웬을 왜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다. 남자친구라고 당연히 함께 가자고 하고 남자친구니까 당연히 함께 이곳에 온 것이, 심지어 오웬은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무작정 따라나선 것이, 서로에 대한 사랑의 행위라고 생각한 것일까. 둘이 한 방에서 지내는 며칠간 그들은 서로에게 가장 멀어진 사이가 되었고, 한 방을 배정받았지만 같이 있는 시간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쩌면 헤어지기 위해서 함께 있는 시간이 필요한걸지도 모르겠다. 그런점에서 이 여행은 그런대로의 수확이 있는 것일테다.
그런 한편 나는 릴리가 그 작가들 틈에서 '내 남자친구는 스포츠잡지만 읽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 말은 릴리로서는 웃자고 한 얘기라고 하지만, 거기의 누구도 그것을 정말 웃자고 한 얘기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오웬은 그걸 농담으로 들을 수가 없다. 그는 거기에서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이고, 그건 그에 대한 무시였다. 문학과 예술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시.
나는 내가 릴리였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애인에게 그런 무시를 하진 않았다고 해도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 어느 누군가에게 책을 읽지 않는 것 혹은 책에 대해 모르는 것에 대한 무시를 보인 적이 있었다. 내가 그랬던 적이 지금 딱, 하고 생각났는데,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여러번의 순간에도 나는 릴리가 되었던 적이 있었을것이다. 그게 뭐라고, 그게 뭐라고 그것에 대해 무시하는가. 릴리의 발언을 보는데 거울치료 받는 기분이었다. 너 이랬었지? 이게 니가 한 행동이야.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잘하는 것이 다른데, 그것이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무시할 수 있는 권리가 도대체 어디있단 말인가. 나의 농담이나 장난이 상대에 대한 무시에 기반한다면, 그것이 농담이나 장난일 수 있을까? 그것은 멸시이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든다고 처음에 말한 건,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었다.
이 우연한 장소에 와서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새로 발견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건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내가 생각하게 됐다는 것,
그리고 릴리의 그 당시 발언에 대해서 나 역시 내가 누군가를 무시했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웠다는 것.
주인공의 케미가 영 좋질 않고 내용 자체도 상투적인데-그러나 모든 사랑은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툭, 툭, 걸리면서 깊이 생각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었던 거다.
자, 그리고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본격 넘어가면,
처음에 혼자서 조용히 글 쓰고 싶었던 캐서린은 자꾸 오웬과 만나 대화하게 되면서 호감을 키우게 된다. 오웬 역시 자꾸 캐서린만 보게 돼.
캐서린의 방이 물이 나오지 않아 공사하는 얼마간 캐서린은 호텔의 창고에서 조용히 글을 쓰려고 하고 그러다 우연히 오웬과 릴리가 싸우는 걸 엿듣게 된다. 캐서린의 오웬에 대한 호감도 분명 내면에 있었고, 게다가 오웬 젊고 잘생겼고, 그런데 그가 여자친구랑 싸웠네? 지금 기분이 엿같겠지? 만약 '젊은' 캐서린이었다면, 혹은 '젊은' 나였다면, 그 자리에서 나가 오웬에게 말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캐서린은 그냥 그걸 듣고 그걸 들었다는 사실조차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캐서린이야말로 그들의 나이 차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을테니, 자신이 먼저 나가고 말하고 호감을 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나는 그러기 때문이다. 일전에, 그러니까.. 한 2년 전이었나, 무척 호감이 가는 남자가 있었고 그랑 따로 만나는 사이가 되고 싶었는데, 내가 그걸 '먼저' 제안하기에는 그의 젊은 나이가 나에게 참 걸리더라. 이건 주책일 것 같은거다. 놓치기 아까운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햇지만, 그러나 간혹 놓쳐가면서 살아야 되는 것 같다. 나는 그에게 따로 연락하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나름 내 식대로 정리를 했는데, 그러니까, '만약 네가 원한다면 응하겠다, 그러나 내가 먼저 원하지는 않겠다'는 거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에게서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그에게서 연락이 오질 않으니 나는 내가 그에게 연락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그가 그렇게 젊지 않았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의 젊음은 나를 멈칫하게 했고 더 들어가지 못하게 했는데, 나는 아마 그런 일이 앞으로 또 생겨도 역시 또 멈췄다가 뒷걸음질 칠 것 같다. 그냥 나란 인간 자체가 그런거다. 그런데,
오웬은 한걸음 더 다가선다. 캐서린에게.
여러가지로 괴로웠던 오웬은, 술에 잔뜩 취해서 우연히 밤 수영을 즐기고 있던 캐서린을 마주치게 되고, 그러다 그녀에게 키스하게 되는거다. 캐서린도 이게.. 싫지가 않아. 사실, 좋다. 이렇게 멋지고 젊은 남자가 내 어깨를 물고 빨고.. 하는데 너무 좋아. 나도 사실은 니가 좋다. 그런데 그녀가 나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잖아? 나도 너가 좋은데 그런데 이래도 되는걸까 이러면서 강한 자제력은 생기지 않지만 그러나 어떤 멈칫함은 내가 가지고 있음을 밝혀야 하진 않을까 하는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그를
kid
라고 부르는거다. 그러면서 네가 그러면 나는 넘어갈 수도 있어, 그러는거야. 그러니까 듣는 kid.. 하던 행동을 멈춥니다... 네, 지금 나를 뭐라고 불렀어요? kid?????
그렇게 멀어지는 그대를... 아쉬워하며 불러보지만, 그러나 이미 마음 떠난 kid.......
떠나려는 그대를~ 나의 온 맘으로 잡고 싶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그대 뒷모습에 홀로 눈물만 흘리네~~
그리고 이 남자, 전날밤의 일을 그녀에게 사과하며, 나는 이제 이 호텔을 나갈거야, 떠날거야, 라고 작별인사를 합니다. 우리의 캐서린, 그에게 전화번호를 묻지 못하고 이걸 받아들이기만 해야하나, 상심하는데, 그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나랑 같이 갈래요?"
그녀는 그런 그를 따라 나섭니다... 아아, 이럴땐 어떡해야 하나. 나라면 어떡하나. 나였어도 따라 나설 것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가자 고고씽!! 그렇게 그둘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떠나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들을 함께 바라보며 기분도 좋고~ 눈누난나~ 그렇게 그들은 섹스를 하고... 두둥-
나는 그들이 아직 연인이 되기 전, 아직 오웬에게 릴리가 연인이었을 때, 오웬과 릴리가 서로에게 점차 서운함과 실망이 커져가고 있을 때, 릴리는 릴리대로 릴리 좋은 사람과 놀고 오웬은 오웬대로 캐서린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됐을때, 그때 둘이서 함께 모로코의 길을 걸었을 때, 분주한 거리에서 사람과 차를 피해 오웬이 캐서린의 허리에 살짝 손을 대고 캐서린이 걷는 방향을 바꿔주었을 때, 바로 그때, 캐서린에게 다른 감정이 생겼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 장면에서 나는 바로 여기다, 여기에서 캐서린에게 그는 남자가 되었다, 라고 생각했다. 그 때 캐서린의 얼굴이 보인것도 아니고 어떤 말이 나온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카메라는 그 때, 캐서린의 허리에 살포시 놓인 오웬의 손을 클로즈업했다. 바로 그때, 캐서린에게 오웬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젊은 남성의 육체가 되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내게 복잡해졌다. 저런거, 너무 잘 알지 않아요? 저런 거 뭔지 너무 알지? 만약 그 손길이 없었다면, 캐서린이 그가 키스하는 걸 내버려둘 수 잇었을까? 캐서린이 그의 같이 가자는 제안에 응할 수 있었을까? 그 때 그 손이 거기에서 제 할 일을 했고, 제 할 일이란 바로 그녀의 감각을 깨우는 일. 샤라라랑~
그 장면 때문에 이게 미쳐버릴 것 같은 영화가 나에게 되어버린 것이다. 아니, 그가 나보다 이렇게나 젊어도 흑흑, 그래서 내가 애초에 감정 안생기게 할 수도 잇었는데, 흑흑, 내 허리에 닿는 너의 손은 흑흑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아 흑흑 ㅠㅠㅠ 그때부터 모든게 변했다.
그대가 웃는 웃음소리~ 걸음걸이와 너의 모든 것이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아~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동안, 그 손길에 대해 생각했다. 그 손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나에게도
캐서린에게도
오웬에게도.
캐서린은 오웬과 함께 지내면서 마무리짓던 작품이 들어있는 노트북을 도둑맞는다. 그녀는 자신이 이 남자에게 한눈을 팔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그의 곁을 떠난다. 오웬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오웬은 이렇게 번번이 글 쓰는 여자들로부터 짐짝 취급을 당한다. 내가, 고작 한눈 팔기 였던거야?
그렇게 헤어진채로 계절이 바뀐다. 여러차례 바뀐다.
캐서린은 새로운 작품을 썼고 독자들과의 대화도 나눈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술집에 들르는데, 거기에서 우연히 오웬을 마주친다. 오웬도 그의 친구들과 함께였고, 그래서 오랜만이라고 잘 지냈냐는 안부만 전한채로 동료들과 함께한 캐서린을 등뒤로 오웬은 술집을 나선다. 캐서린은 뛰쳐나가 그를 붙잡는다. 그때 너에게 그렇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한눈 팔기 아니었다고, 그 때 너는 나의 전부였다고...
하아-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어떤 일들은 왜 그렇게 벌어지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렇게 되어야만 했기 때문일 거라고. 왜 오웬은 여자친구의 여행에 따라나섰을까. 여자친구는 왜 남자친구에게 그곳에 함께 가자 했을까. 그곳에서 그들은 왜 함께 어울리지 못했나.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건 서로에게 더 잘 맞는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함이었을까? 왜 어떤 사람은 굳이 모로코까지 가서야 맞는 사람을 찾게 될까? 아니, 모로코를 가서라도 찾게 되면 그것이 행운인걸까? 그리고 모로코에 갔을 때, 거기에 왜 캐서린이 있었을까? 어떻게 그동안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각자 비행기 타고 와서 만나게 되었나. 이건 다 무엇이 벌이는 일일까, 왜 일어나는 일인걸까. 인생, 사랑, 참 재미있지 않나요..
요즘은 밤마다 그 손길에 대해 생각한다.
책을 샀다.
보이는가, 저 단테의 [신곡]이!! 소리질럿!!!
아니 그러니까, 지난주에 이메일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오오~ 알라딘 기프티북이 도착해있는 것이다. 다정한 알라디너 님께서 그동안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읽을 수있었다는 멘트와 함께 선물해주신 게 아닌가.아니, 너무 뜻밖의 분의 뜻밖의 선물이라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서 깜짝 놀랐고, 그런데 이 분께 내가 선물을 받아도 되는건가, 등록해도 되는건가, 잠깐 고민했는데, 너무 이 책 갖고 싶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짧은 고민 후에 등록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차피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어...
고맙습니다, 제가 잘 읽을게요. 열심히 읽겠습니다. 만세!!
[스토킹]은 이수정 교수의 책인데, 아니 이런 책의 존재를 모르고 잇었는데 회사 동료의 책상 위에서 이 책을 본거다. 오오, 이런게 있어? 하고 책을 구경했는데, 동료는 서점에 갔다가 눈에 띄어서 샀다고 했다. 범죄 이야기 좋아해서 샀다고. 나는 이수정 교수가 항상 미성년자 대상으로 한 범죄와 스토킹에 대해 누누이 말해오던게 있었던 걸 알고 있었으므로 읽어보려고 샀다. 이다혜 기자와 함께 진행하던 팟캐스트에서도 스토킹 언급을 했었고, 그 때 내가 급박하게 스티븐 킹의 [미져리] 사서 냅다 읽어버린 기억이 있다.
[창신동 여자]는 하이드님 서재에서 보고 알게 되어 구매했다. 읽기 전에 약간 각오가 필요할 것 같은 책이다.
주말에 네살 조카 보러 다녀왔다.
조카는 고모 하룻밤 자고 갈거야? 물었고 나는 그럴 거라 했다. 조카는 내게 '가지마' 라고 말했고, 다음날 아침 제 엄마에겐 '고모가 매일매일 왔으면 좋겠어'라고 했단다. 그리고 수시로 내게 '고모 좋아'를 말했다. 조카를 많이 안았던 시간이었다. 말과 행동이 모두 너무나 귀여운 우리 조카. 조카에게 나는 '고모는 세상에서 우리 조카가 제일 좋아' 라고 말했는데, 조카는 내게 '나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라고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 조카랑 숨은그림찾기 엄청 열심히 했다!!
저녁에는 대패삼겹찝을 해줬는데, 안먹어본 거는 먹지 않으려는 조카에게 '한 번만 먹어봐, 한 번 먹어보고 맛없으면 안먹으면 되잖아' 했더니, 알겠다고 한 입 먹고서는
"맛있네?"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잘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요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나는 무럭무럭 자라서 조카에게 대패삼겹찜 해주는 고모가 되었다. 진짜 짱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