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0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종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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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반드시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찾으려는 건 아니지만, 읽다 보면 아 작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구나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는 책을 읽는 것 같다 세상의 다른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런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대해서라면 책을 읽으면서 수차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가에 대해 묻고 또 물어도 나는 어떤 답도 할 수 없었고 나는 책을 읽는게 아니라 글자를 읽고 있는 것이다 라는 생각 때문에 자괴감이 몰려오기를 수차례였다 결국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다 읽었다 만세 했지만 내가 과연 읽었다는 말을 할 수 있을지 이건 그냥 본게 아닐지 제임스 조임스 왜 이럼 하는 얘기가 나왔고 해설을 읽으면서 문학 평론가들이 위대한 소설로 율리시스를 꼽았다고 햇을 때 그런데 그들은 읽고 이해하고 와 완전 짱임 이래서 뽑은건지 오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율리시스를 세계적인 소설이다 훌륭한 소설이다 하면 나 좀 멋져보이겠지 이런 생각에서 한 건지 모르겠다 나는 사실 후자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일전에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었을 때도 평론가들이 이것은 사랑 이야기다 라고 평가했다고 해서 평론가들도 진짜 타이틀만 평론가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구먼 이게 무슨 사랑이라는거냐 이 소설은 소설 때문에 부작용이 생긴게 아니라 평론가들 때문에 부작용이 생긴 거라고 강하게 생각했더랬다 율리시스에 대해서도 평론가들 진짜 뭐 알고 이해하고 그런거임?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고요 그런데 해설을 읽다 보면 각 장마다 일리아스와 어떤 식으로 같고 또 다른지 비교해둔거 보면 아아 그러나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보는 율리시스란 한낱 독자의 입장에서 보는 율리시스와 이렇게 다르단 말인가 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나도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율리시스의 위대함을 반드시 느끼고 말테야 하는 다짐 같은건 생기지 않았다 결코 게다가 나는 이 소설을 쓴 제임스 조임스가 어쩔 수 없이 남자구나 라는 생각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숱하게 섹스 여자나 남자나 섹스 애기하는 것도 그렇지만 몰리의 입장에서 나를 벽에 밀어넣고 섹스해준다면 살인자라도 괜찮다고 하는걸 보면서 정말 이런 생각을 하는 여자들이 그래 어쩌면 잇을 수도 있을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마는 그러나 일반적이지 않은데 보통 살인자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이 놈으로부터 빠져나갈까 어떻게 해야 이 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까 하면서 스티븐 킹 식으로 차라리 내가 이 새끼를 죽여버리자 하는게 더 타당한 결론인 것 같은데 나를 벽에 밀고 박아주기만 한다면! 하는 거 보면 좀 아니고요 이 소설이 외설로도 평가받았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다기엔 너무나 훌륭합니다 라고 내가 변명해주지는 못하겠다 미성년자 생각하면서 고추를 입에 무는 그딴 상상을 성인 여자가 한단 말이죠 그래요 누구나 입밖에 내지 않고 속으로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는 것이지마는 그런데 실제로 여자가 저런 생각을 하기는 하는지 그러니까 일반적이지 않잖아요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만 소설에 등장하는건 결코 아니지만요  게다가 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남자들이 여자들을 그런 식으로 취급하는 건 당연하지 라고 생각하는 것도 너무 남자 입장에서 쓴 글이네요 남자가 여자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이 그러니까 딱히 잘 될 리 없잖아요 그런데 나는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들을 참 좋아해서 <애러비>같은 단편은 막 두 번 읽고 그랬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 단편을 쓴 사람이 이런 장편을 썼다는 걸 보면 그래 이 작품은 분명 어딘가 대단하긴 대단할텐데 나는 잘 모르겠다고 까페를 돌아다니면서 캐모마일 티를 마시고 아이스 캐모마일을 마시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어떤 날은 베이글을 먹기도 했고 어떤 날은 샌드위치를 먹어가면서 율리시스를 읽었다 사람들이 많아 시끄러운 까페에서도 읽었고 아침 일찍 조용한 곳에서도 읽었지만 집중을 해서 읽는다고 해도 검정것은 그저 글자일 뿐이었고 이 책을 두 달에 걸쳐 읽기 시작했는데 척 봐도 읽기 어려워보여 제법 일찍 시작했건만 이렇게 딱 마지막 날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인데 오늘은 강남역에 외출해야 했고 강남역 가는 지하철안에서도 읽었고 또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고 잠실의 크리스피 크림에서도 읽었는데 자꾸만 잠이 쏟아졌고 그렇지만 잠은 집에 가서 자야되는 거잖아요 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 그러나 나는 지금 그 전쟁터를 다니지 않지 불면으로 밤을 지새울 때면 율리시스를 읽는게 좋지만 어떤 날은 율리시스를 읽어도 잠이 안오긴 했어 보통 읽든 말든 그건 당신의 자유고 읽는다해도 읽기 전과 뭐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라는 의미로 별을 셋을 주곤 했는데 지금의 별 셋은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모르겠고 읽었지만 읽었다고 할 수가 없어서 별 셋을 주는 것이고 크리스피 크림 옆에 도넛 가게에서는 베이글을 팔았는데 아몬드 베이글이 무척 맛있어 보여 그걸 사서 와구와구 쩝쩝 먹었어 내가 원래 베이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며칠전에 만난 고등 동창이 런던베이글에서 베이글을 사다준거야 그런데 맛있어서 생각이 났어 나도 런던 베이글에서 사고 싶었지만 두 번이나 갔건만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어서 그냥 돌아놔왔지 금요일 오전에 일찍 가면 런던베이글을 살 수 있을까? 금요일 점심에 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만나기 전에 사서 친구에게 줄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지난주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1은 고등학교때 운동을 잘해서 체육 선생님이 너 체육특기생으로 대학갈 생각 없냐고 불렀던 친구였고 다른 한 명은 전교1등 했던 친구였다 남동생은 전교1등이 누나를 왜 만나냐 라고 말했고 남동생에게 나는 전교1등 전교꼴등 모두의 친구야 라고 말했고 이 얘기를 그 친구에게 하자 니가 그렇다는 걸 니 남동생은 아직 몰랐구나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20년 만에 만났는데 친구들 너무 열심히 살고 자식들도 잘 키우고 그래서 너무 마음이 좋았다 다들 안만나고 있는 동안에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왜 자꾸 나한테 남자 만나라고 하는거야? 나는 너네들한테 싱글 되라고 말하지 않잖아 우리 그런 후진 말 하지 않기로 하자 남자 만나라니 왜 만나야 해 나의 비혼 친구들은 나한테 남자 만나라고 안하는데 아직도 남자 만나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다니 그런거 없어도 나는 매우 비지하고 해피한걸 그러다가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요즘은 박보검 이 괜찮은 것 같아 달리기도 열심히 하고 잘생기고 보이는 것만 보면 매너도 좋은 것 같아 너무 착하게 생긴 남자는 매력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사실 착하고 매너 있고 성실하고 돈 잘벌고 운동 잘하고 또 뭐가 필요함 박보검이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는데 그 책은 이제 절판이 되어 구할 수도 없어 잘 지내나요도 절판이 되어 구할 수가 없지 오늘로 백수가 된 지도 한달 이 다 되었네 세상에 시간 왜 이렇게 빠른거야 앞으로의 한달도 너무나 바쁘게 흘러갈 것 같아 나는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가끔은 두렵고 가끔은 불안하고 가끔은 설레고 그래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라고 물으면 모두들 너는 잘 할 수 있을거야 라고 말해주고 사실 나도 내가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훅 하고 무서움이 찾아와 그렇지만 나는 괜찮을 것이다 괜찮을 것이다 휴우 책을 몇 권 정리하고 당분간은 율리시스 읽고 고생한 나에게 재미있는 책을 읽는 시간을 주도록 하자 이 리뷰는 율리시스를 쓴 제임스 조이스에 대한 복수다 물론 제임스 조이스가 이 리뷰를 읽을 일도 없고 읽는다해도 이게 뭐가 복수임? 하겠지만 그렇다는 얘기다 율리시스 다 읽고 책장 덮으면서 내가 으르르렁 율리시스 같은 리뷰 써주마 했고 율리시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내가 왜 이렇게 썼는지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하여간 이렇게 마친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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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6-30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하는 1인! ㅎㅎ
마지막 장면에 왜 그렇게 yes를 많이 하나 했더니 당시에 저는 미처 몰랐는데,,, 상상 이상이더군요
하룻 동안 더블린을 돌아다니는 여정과 등장인물들이 각각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동시성,,, 심리 탐사.... 뭐 이런 것들이 현대문학 기법의 예가 되는듯요.
작가들에겐 하나의 전범인가봐요 ;;;
다 읽으시느라 수고하셨네요.

다락방 2025-06-30 22:06   좋아요 1 | URL
해설을 읽으면서야 ‘아아 그게 그런 이야기였어?‘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해도 다시 본문을 읽을 엄두는 안났고요. 와 진짜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썼을까, 하다가 그래도 뭔가 엄청난 생각을 하고 썼겠지, 했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5-06-3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작가님의 별셋에 이런 평가라니 저는 읽는걸 포기해야 겠습니다. 독서슬럼프 올까봐 시작도 못하겠어요 ㅋ

다락방 2025-06-30 22:05   좋아요 1 | URL
와 저 친구랑 같이읽기 한 책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겁니다. 정말이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억지로 읽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권하지 않습니다. 휴..

독서괭 2025-06-3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보다 훨 낫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6-30 22:06   좋아요 1 | URL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렇습니다!! ㅎㅎ

독서괭 2025-06-30 22:10   좋아요 0 | URL
참 전 런던베이글보다 굴뚝에 빠진 베이글이 더 맛있는 것 같더라구요. 요긴 택배도 된대요~

다락방 2025-06-30 22:43   좋아요 2 | URL
네?? 굴뚝에 빠진 베이글이요?? 그런 것도 있어요? 아놔.. 세상에 먹을 거 많아서 미치겠네요. ㅎㅎ

망고 2025-06-30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재밌는 다락방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제임스 조이스한테 고마운걸요ㅋㅋㅋㅋ율리시스 안 읽었다면 이런 글이 나왔겠어요?😆

다락방 2025-06-30 22:43   좋아요 1 | URL
망고 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에요??

잠자냥 2025-07-0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 만나지 마…. 🤣🤣
벌써 한 달이에요?!😱😱😱

관찰자 2025-07-0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율리시스> 읽기 싫다.ㅋㅋㅋㅋ 아니, 뭐에요 다락방님. 리뷰로 우리 모두를 설득해 버리셨어.ㅋㅋ 율리시스, 너무 너무 읽기 싫다.ㅋㅋㅋㅋ

blanca 2025-07-0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예술가의 초상> 몇 장 읽고 <율리시스>는 도전도 안 하기로 했어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 의식의 흐름 기법에 도저히 적응이 안되더라고요. 제임스 조이스 ㅋㅋ 살아 있었다면 화냈을라나요? 아, 글구 제발 서로의 인생에 이제 어떤 틀을 만들어 놓고 조언하기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젠 그런 조언으로 타인의 인생을 변화시키려는 의지 자체도 그리 칭찬 받을 나이 아니고요.

단발머리 2025-07-0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 그렇게 재미없다시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길고 재미있는 리뷰를 ㅋㅋㅋㅋㅋㅋㅋㅋ 문단 나누기도 할 수 없는 그 답답함을 마음껏 느끼고 갑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다락방님!
이제 평생, 나 <율리시스> 읽어봤는데 재미 없더라~ 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7-01 11:14   좋아요 1 | URL
아 정말 그게 부러워요.
율리시스? 읽어봤는데 별거 없어~
그렇게 말해 보고 싶네유 ㅋㅋ

단발머리 2025-07-01 11:27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댓글 보고 나니 한 살이라도 젊을때 얼른 율리시스 읽어야겠다, 그런 생각이!ㅋㅋㅋㅋ

응, 나도 이년 전에 그거 읽어봤거든. 별로 재미 없더라. 그냥 그저 그랬어ㅋㅋㅋㅋ상상해 봅니닼ㅋㅋ

잠자냥 2025-07-0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락방아 이 글 북플로 썼니.... 문단 줄 띄어쓰기 하나도 안 된 거 보니 ㅋㅋㅋㅋㅋㅋ 새롭구나.
pc에서 보면 ...... 😹😹😹

다락방 2025-07-01 13:12   좋아요 0 | URL
율리시스 본문이 이렇게 되어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런 리뷰를 썼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7-01 14:34   좋아요 0 | URL
역시 난 똑똑하군... 율리시스땜에 의도한 것인가 싶었어요. ㅋ
(이 리뷰 장평자간줄간격만 봐도 읽기 싫어지는 율리시스.. 전 안 읽고 죽기로 결심 ㅋㅋㅋ)

햇살과함께 2025-07-0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절대 읽지 않겠습니다 ㅎㅎ
벌써 한달이 지났군요? 알차게 잘 보내고 계셔서 더 빠를 듯요.
 
재생산 유토피아 - 인공자궁과 출생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정치적·윤리적·법적 질문
클레어 혼 지음, 안은미 옮김, 김선혜 감수 / 생각이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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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선의를 가진 기술이 발전한다해도 불평등한 사외, 여성을 혐오하는 사회에서는 악의적인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누구를 위해 우리는 생각하고 행동하는걸까. 클레어 혼은 이런 질문을 끝없이 던지는데, 그 질문들을 마주하는 순간들마다 함께 생각해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다. 


다만,


'우리는 여성만이 잉태한다는 그릇된 생각을 거부해야 한다' -p.248


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클레어 혼은 임신한 트랜스 남성, 젠더퀴어 등을 예로들며 여성만 임신하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 '트랜스 남성'과 '젠더 퀴어'가 임신했기 때문에 '여성만이 임신하는 건 아니다' 라고 말해야하는가? 클레어 혼은 끊임없이 불평등한 사회를 언급하며 기술의 발전 이전에 일단 불평등한 사회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그래야 선의의 기술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주장에는 너무나 동의하지만 '여성만이 잉태하는 건 아니다'라는 그녀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그리고 클레어 혼의 주장대로라면,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우생학적인 것이다.


그녀의 어떤 주장이 나의 생각과 어긋난다해도 이 책이 좋은 책임은 분명하다. 새삼 내가 질문하는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물론 이 책에서는 직접적인 질문을 수차례 던지지만, 소설을 읽을 때 마주하게 되는 은유적 질문들도 너무나 좋다. 하여간 책이 최고다.

그다음 문제는 체외발생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자신을 낳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로부터 기꺼이 제거되었든 가용로 제거되었든, 과연 어떤 일을 겪게 될 것인지 이다. 누가 이 아기들을 책임지게 될까? 입양을 준비한다면 몇째 주에 예비 부모를 찾아야 할까? 이들을 품은 인공자궁은 어디에 둘 것이며,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게 될까? 아기를 품는 일이 그저 아기를 담을 용기를 찾는 일만큼 간단하다는 가정에는 임신한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시각도 뚜렷이 담겨 있다. 임신을 이어가고 싶지 않으면 태아를 인공자궁으로 옮기면 된다고 말하는 평론가들은 이 아이들에 대해 누가 무엇을 책임질 것이냐 하는 꽤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미심쩍다는 듯이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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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5-29 1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이것 저것 생각을 골똘하게 만들어 주는 책인 것 같아요.
동의가 되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또 동의가 안되는 부분들도 많고 또 어떤 질문들에선 확실한 답이 없기도 하구요.
기술 발전이 임신 출산 육아 돌봄 세계에서는 발전이 더뎌 그렇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여러 사회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에 연루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간다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책을 읽고 나서도 계속 그 질문들이 맴돌던데…이런 책들이 좋은 책이라고 하는가 보죠?^^

다락방 2025-05-29 15:31   좋아요 2 | URL
이 책을 읽는 일이 참 즐겁더라고요. 작가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같이 생각해보면서 정말 짜릿했어요.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도 일단 질문이 던져지면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과정을 주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쓴 글을 읽는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요.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나 많고 그만큼 또 모르는 걸 알게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기쁩니다. 우리 앞으로도 열심히 책 읽고 이야기 나눕시다, 책나무 님!

단발머리 2025-05-29 1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의 질문이 참 좋았어요.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가 있고, 제가 그것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여러 개 보여서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꼭 ㅋㅋㅋㅋㅋㅋㅋㅋㅋ 5월 안에 읽으리!
완독 축하드립니다, 다락방님!
내내 수고 많으셨는데, 특히 이번달은 바쁘셨을텐데.... 각별히 수고 많으셨어요!
딱 1년 뒤에 컴백하시는 걸로 ㅋㅋㅋㅋㅋㅋ 그게 어떤 읽기든, 어떤 장르든 말이에요. 같이 읽기로 돌아오실걸로 알고 있을게요!

햇살과함께 2025-05-29 22:14   좋아요 2 | URL
저도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5-05-29 22:15   좋아요 2 | URL
앗싸! 일단 햇살과함께님 오셔서 2명 모였구요!! 🎉

독서괭 2025-05-30 17:21   좋아요 1 | URL
저두요! 일단 6월부터 하우스메이드 원서읽기 같이 하구요! 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5-05-30 20:32   좋아요 1 | URL
괭님도 추가!!
하우스메이드 다락방님도 같이 읽는 건가요? ㅎㅎ

단발머리 2025-05-30 22:14   좋아요 1 | URL
네~ 다락방님 하우스메이드 같이 읽습니다.
햇살과함께님, 같이 가시지요~ 🤗

햇살과함께 2025-05-31 20:26   좋아요 0 | URL
하루키 먼저 해치우고요. 제가 읽을 수준인지 책 한 번 찾아보고요 ㅎ

다락방 2025-05-31 20:27   좋아요 2 | URL
이 책을 골라놓고 나서 이 책의 어떤 지점들이 혹여라도 너무 나와 다른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유익한 질문들을 많이 던져주어서 정말 좋았어요. 좋은 읽기 그리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책이 정말 좋은거구나 생각했고요.
네, 컴백하겠습니다.
그리고 영어책 같이읽기에 대한 페이퍼 썼으니 여러분 확인하시죠!! 함께 갑시다!

독서괭 2025-05-30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려요! 저도 거의 다 읽었는데.. 내일까지 끝내 보겠습니다!

다락방 2025-05-31 20:29   좋아요 0 | URL
독서괭 님, 끝내셨나요?!

독서괭 2025-05-31 20:30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 아직요…..
김소영님 책 읽느라고 ㅋㅋ

독서괭 2025-05-31 20:31   좋아요 0 | URL
앗 펴보니 정말 조금 남아서 다 읽었습니다 ㅋㅋ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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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었던 건 내가 궁금한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하는것. 나 역시 아마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을것처럼, 이 나라의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너무나 놀랐고, 그래서 그를 비롯한 그의 지지자들이 '극단적 소수'이며 그들이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들을 두려움과 위험에 빠뜨렷는가가 궁금했던 거다. 이 책은 어떻게 사악한 지도자가 국민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가, 에 대한 이야기일거라고 짐작했다. 생각해보라, 계엄이라니. 그 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다수의 의견일 수는 없지않나. 이건 윤석열이란 대통령을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고를 떠나서 당연히 '극단적 소수'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책은 내가 기대한 지점과는 약간 어긋나면서 그러나 크게 다르지는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트럼프라는 대통령이 미국에서 어떻게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혐오를 조장하고 불안으로 내모는가에 대한 것, 거기에는 그러나 트럼프라는 개인의 '악함'이나 '모자람' 혹은 '멍청함' 보다는 그렇게까지 만들었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제도가 있었던 거다. 


미국의 선거제도에 대해서 직접선거, 보통선거가 아니라 선거인단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고나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도대체 왜그럴까, 이 선진국인 미국이 도대체 왜 선거인단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걸까 의문이었지만 속시원한 답을 찾지는 못했었다. 그저 미국이라는 50개주의 연합국이 나름의 이유가 있는것인가보다 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보통선거의 표를 차지하면서도 선거인단제도로 인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힐러리 클린턴 같은 어쩔 수 없는 피해자가 나오는구나,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선거인단 제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문제를 가져오고 또 생각보다 그런 식으로 패자가 되는 일이 많다는 것도 알았다. 선거인단 제도는 더 많은 다수의 표를 받았다해도 대통령이 되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그렇게 실질적으로 더 '적은' 표를 가지고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었다. 이건 상원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모든 주가 인구수에 상관없이 두 명의 상원을 배출해야 하고, 그래서 인구 밀도에 따라 어떤 주는 상원이 과잉대표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상원에게는 하원에서 입법하고자 하는 사안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소수로 뽑힌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소수를 대표하는 대법관, 그리고 과잉대표되는 상원은 그동안 미국 역사를 통틀어 낙태 합법화를 무효화했고, 최저임금 상승도 방해했으며, 총기 소유 규제에 대한 것도 없던 일로 해버렸다. 미국의 국민 70프로가 낙태 합법화를 지지해도, 최저임금 상승을 원해도, 총기 소유를 하자고 아무리 외쳐도, 그 다수는 힘이 없었다. 


또한 민주주의 제도를 갖춘 모든 나라에서는 국민들 모두가 투표권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게 되는데, 미국은 '내가 유권자다' 라고 스스로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아, 미국이여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게다가 대법원 판사의 임기 제한이나 정년도 없이 종신제란다. 그렇다면 소수가 대표하는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가 언제까지고 대법원에 있다는 말이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이 책에서 표현한 대로 '한 세대는 필연적으로 미래 세대의 손을 묶게(p.213)' 되는 경우가 아닌가. 


선거인단 제도는 결국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상원은 공화당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미국에서도 선거인단 제도를 직접, 보통선거로 바꾸려는 시도가 아주 여러차례 일어났지만, 그러나 번번이 상원에서 막혔다고 한다. 제도가 국민을 힘들게 하는데 헌법을 바꾸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계속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니, 그러다보니 이 저자들이 책을 출간한 뒤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 어게인, 을 미국은 기어코 일어나게 만든것이다.


물론 선거인단 제도가 아니어도 어떤 나라에서는 다수가 나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은 대한민국이 그랬다. 국민 다수가 뽑은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리고 대통령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채 탄핵당해야 했다. 국민들이 이것이 옳지 못하다고 끊임없이 부르짖어서 우리는 이제 다시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지금의 국민들이 나쁜 선택을 다시 할 리 없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사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때도 그랬다. 나는 사람들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지는 않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더랬다. 그래서 나는 두렵다. 이번 대선이 아니라 그 다음 일들이 두렵다. 제2의 윤석열이 또 나올까봐 두렵지만, 사실 나는 지금 이 나라가 이준석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에도 두렵다. 



나는 이준석을 사악한 선동가라고 생각한다. 그가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느냐 하면, 사실 그의 뚜렷한 업적이라는 것은 없다. 그는 30년 이상을 백수로 지내다가 국회의원이 되어서 한 달에 세후 급여를 9백만원 이상 받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여성을 혐오하고 장애인과 싸운은 걸 공개적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그 생각을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젊은이들에게 '그래도 된다'는 싸인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 책의 초반에 나온 인용구에서 바로 이준석을 떠올렸다.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반민주적 극단주의자를 보호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이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반민주적인 극단주의자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다. 언론은 그들을 무시한다. 그리고 정치인과 기업가 및 사회적 평판을 우혀하는 제도권 인사들 모두 그들과의 접촉을 꺼린다. 하지만 유명 정치인들이 그들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할 때, 상황은 완전하 바뀐다. 극단주의자와 그들의 이념은 이제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받는다. 주류 언론 역시 다른 정치인을 두둔하듯 그들을 두둔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인터뷰나 토론에 초대한다. 경영자들은 그들의 선거 운동을 후원한다. 그들을 외면했던 정치 컨설턴트들은 이제 그들의 전화를 받는다. 또한 개인적으로 동조했지만 감히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못했던 많은 정치인과 활동가는 이제 거리낌없이 그렇게 한다. -p.74



『출근길 지하철』에서 '박경석'은 '실제로 이준석이가 그렇게 사실 왜곡해가지고 합리적으로 잘 포장해다가 전장연 직접행동 공격해대니까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그러자마자 전장연에 대한 혐오 발언이 대중들사이에서 압도적으로 증가를 했어요' 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준석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논의해보자고 박경석을 불러 토론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지만, 박경석을 비롯한 전장연의 시위를 비문명적이라 말하며 그것은 자신이 노상방뇨하는 것과 같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는 사람이다.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장애인들의 시위는 이준석이 노상방뇨하는 것과 동급이 되어버렷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언론은 자꾸 데려다가 마이크를 준다. 그에게 힘이 실리면서 여성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모든 젊은 남성들에게도 동시에 힘이 실린다.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이 끔찍하다.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항의를 하고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라는데, 이 나라에서 젊은이들은 성별로 의견이 갈린다. 극단적으로. 거기에는 나쁜 시민들이 지지하는 나쁜 정치인이 있다. 그를 정치인이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좀 저어되긴 하지만 말이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고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그를 탄핵해야 한다고 했을때,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은 나쁘지만', 탄핵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보엿다. 많은 국민들이 기막혀하고 놀랐듯이 나 역시 어떻게 그런 생각이 가능한지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계엄을 선포한 사람에게, 국민들의 자유를 앗아가려고 한 사람에게, 권력을 가지고 횡포한 사람에게 어떻게 계속 대통령의 권한을 주자고 그들은 주장할 수 있었던걸까. 그러다 거듭되는 그들의 부르짖음이 결국 그들 개인의 이득에 가 닿는다는 걸 알았다. 미국의 선거인단제도는 부조리하고 불합리한데, 각 정당들은 그걸 이용하고자 '게리맨더링'을 한다고 한다. '경쟁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몇몇 선거구에 집중적으로 몰아넣고 나머지는 다른 대다수 선거구에 골고루 분포시키는 방식으로 선거구를 구획함으로써 경쟁 정당의 표를 희석시킬 수 있다. 그런 경우에 경쟁 정당은 몇몇 선거구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선거구에서는 패하게 된다(p.262)' 는 거다. 그렇다. 선거구를 기획함으로써 권력을 잡고 싶은거다. 그러니까 어느 순간 정치인이 정치를 하고자 하는데에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은 사라진지 오래고 결국 자기 당선, 자기 권력을 위한 것이 되어버린거다. 나는 국민의 힘 다수 의원들이 계엄 후 보여준 태도에서 바로 그것을 보았다. 개인의 이익, 자신의 이익.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일단 그 대통령이 있는한 자신의 기득권은 보장받는다. 지금 살던대로 살면 된다. 그러나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라도 사라져버리면 그들의 기득권은 더이상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국민의 불안과 두려움 불안정을 인질로 잡아두고 자신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이기적임, 그게 그들에게 있었다. 



이 책의 42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결론적으로 프러시아 보수주의자들은 선거 패배 그 이상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사회에서 지배적인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p.42)


나는 이걸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국민의 힘 의원들은 윤석열의 탄핵 그 이상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사회에서 지배적인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치 세계에서는 권력이 권력을 만든다.(p.282)'



지금까지의 미국은 권력이 권력을 만드는 정치 세계를 갖고 그걸 유지해왔다. 그래서 저자들은 선거인단 제도의 개선부터 선거권 확보, 대법원 판사의 임기 제한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지켜야할게 무언지 이 책을 통해 제안한다. 대한민국의 정치도 권력이 권력을 만드는 정치였다.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잘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무수히 권력은 또다른 권력을 만들고 낳았고 유지했다. 민주주의 수호는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이 책의 저자들은 말한다. 정치 세계에서 권력이 권력을 만드는 것을 지속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가 광장에 나갔듯이 나쁜 지도자를 뽑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다행히도 우리는 직접선거, 보통선거 제도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 이준석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지 않는 것을, 제2의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지 않는 것을 우리는 할 수 있다. 사악한 소수가 지도자가 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다수를 이끌고자 하는 걸 처음부터 방어할 수 있다. 



그리고 곧 대통령 선거이다.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는 이러한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민주주의는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시스템이다." 패배는 가슴 아프지만 민주주의 안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 P29

정당이 지는 법을 배울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 때, 정권 교체는 일상적인 일이 되고 국민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 P36

결론적으로 프러시아 보수주의자들은 선거 패배 그 이상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사회에서 지배적인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 P42

두려움은 때로 사회를 독재로 되돌리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정치권력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더 중요하게는 기존의 지배적인 사회적 지위를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바로 그러한 힘으로 작용한다. - P52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반민주적 극단주의자를 보호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이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반민주적인 극단주의자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다. 언론은 그들을 무시한다. 그리고 정치인과 기업가 및 사회적 평판을 우혀하는 제도권 인사들 모두 그들과의 접촉을 꺼린다. 하지만 유명 정치인들이 그들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할 때, 상황은 완전하 바뀐다. 극단주의자와 그들의 이념은 이제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받는다. 주류 언론 역시 다른 정치인을 두둔하듯 그들을 두둔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인터뷰나 토론에 초대한다. 경영자들은 그들의 선거 운동을 후원한다. 그들을 외면했던 정치 컨설턴트들은 이제 그들의 전화를 받는다. 또한 개인적으로 동조했지만 감히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못했던 많은 정치인과 활동가는 이제 거리낌없이 그렇게 한다. - P74

오늘날 다수는 과거에, 때로 아주 먼 과거에 내려진 의사결정으로부터 제약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첫째, 헌법은 수십 년, 혹은 수 세기 동안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 세대는 필연적으로 미래 세대의 손을 묶게 된다. 법률ㅇ 이론가들은 이를 일컬어 ‘죽은 손의 문제problem of the dead hand‘라 부른다. 헌법 수정이 더 까다로울수록 죽은 손의 힘은 더 강력해진다. - P213

민주주의는 숫자의 게임이다. 즉,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당이 승리한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에서는 다수의 표를 얻은 정당이 통치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때로는 선거에서 승리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 P248

1992~2020년 동안 치러진 모든 대선에서 공화당은 2004년을 제외하고 보통선거에서 패했다. 다시 말해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공화당이 더 많이 득표한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해다. 그럼에도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그동안 ‘세 번‘이나 대통령이 되었다 이로써 공화당은 28년 중 12년간 대통령 자리를 유지했다. - P255

소수의 지배를 뒷받침하는, 그리고 당파적 편향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는 두 번째 기둥은 상원 제도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20퍼센트 미만을 차지하는 인구수가 낮은 주들만으로도 상원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그리고 전체 인구의 11퍼센트에 해당하는 주들만으로도 필리버스터로 입법을 가로막을 수 있는 충반한 상원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 P256

1980년에 태어나서 1998년, 혹은 2000년에 처음으로 투표한 미국인을 떠올려보자. 그가 성인이 된 이후로 민주당은 상원 선출을 위한 6년 단위의 보통선거에서, 그리고 한 번을 제외한 모든 대선의 보통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그는 공화당 대통령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 그리고 공화당이 임명한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법원 체제에서 성인기의 삶 대부분을 살아가고 있다. 과연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얼마나 신뢰할까? - P266

선거 제도가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게 과잉대표를 허용할 때, 그래서 정당들이 ‘유권자 다수를 확보하지 않고서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때, 유권자의 생각에 반ㄴ해야 할 압박이 줄어든다. 그럴 때 정당들은 그들의 주장을 확장해나가야 할 경쟁적인 압박에서 벗어나 내부에 집중함으로써 급진화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 P280

공화당은 시골 지역에 편향된 제도를 기반으로 전국적인 보통선거에서 계속 패하면서도 대선에서 승리하고 상원까지(그리고 결국 대법원도)장악했다. 말하자면 공화당은 경쟁해야 할 동기를 무디게 만드는 "헌법적 보호 장치"의 수혜자가 되었다. 그들은 전국적인 선거에서 자동적으로 먼저 출발하는 어드밴티지를 누렸고, 이를 통해 경쟁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 P281

반다수결주의 제도들은 전제적인 극단주의를 뒷받침할 뿐 아니라, 정치적 소수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이를 더 강화한다. 그럴 때, 정치적 소수는 그 힘을 가지고 다른 제도에 대한 그들의 통제력을 더욱 강화한다. 정치 세계에서는 권력이 권력을 만든다. - P282

1945년 이후로 사법심사 제도를 도입한 민주주의 국가들 모두 고등법원 판사에 대한 정년 및 임기 제한을 실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오랫동안 재임한 판사들이 미래 세대를 구속하는 문제를 완화하고 있다. - P308

선거인단 제도를 보자. 전 세계 모든 대통령제 민주주의 국가들이 2-세기에 걸쳐 간접선거를 폐지했던 반면,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는 그대로 남았다. 선거인단 제도를 개혁하거나 폐지하려는 시도가 수백 번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 P311

너무나 놀랍게도 미국에서는 헌법이나 법률이 보장하는 "투표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정헌법 제2조는 미국인에게 무기를 소지할 권리는 보장하지만, 헌법 어느 조항도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후 수정헌법은 인종(수정헌법 제15조)인아 성별(수정헌법 제19조)을 기준으로 투표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국민의 투표권을 적극적인 형태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많은 연방법도 모든 성인 시민에게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미국 정부는 역사적으로 투표를 어렵게 만들고 심지어 억압하기까지 했다. 지금도 미국은 유권자로 등록해야 할 책임을 전적으로 개별 시민에게 지운은 지구상 몇 안되는 국가(벨리즈 및 브룬디와 더불어)중 하나다. - P335

헌법은 결코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어쨌든 인간의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선거인단 제도가 설계자들의 예상과는 어긋난 임시방편의 차선책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매디슨이(해밀턴과 마찬가지로)상원의 평등한 주 대표 방식에 반대했음에도 필라델피아 제헌회의에서 수적으로 밀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이렇게 만들어진 제도에 신성한 부분이란 없다. 그리고 대단히 잘 설계된 헌법조차 때로 수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헌법이 작동하는 세상이 변하기 때문에, 그리고 때로는 대단히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법도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상태로 기능"할 수 없다. 국경은 변하고 인구는 증가한다.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이전 세대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한다. 평등이나 자유와 같은 근본 원칙은 그대로 남아 있겠지만, 사회 규범이 진화하면서 우리는 그 원칙을 정의하는 방식을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한다. - P346

민주주의 수호는 이타적인 영웅의 과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선다는 말은 우리 자신을 위해 일어선다는 뜻이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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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6 09: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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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6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06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06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몸에 갇힌 사람들 - 불안과 강박을 치유하는 몸의 심리학
수지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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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수치스러운 내 몸의 부분들이 있다. 수치라는 단어가 너무 강하다면 남들에게 내보이기 좀 꺼려지는 부위라고 말할 수 있을 것같다. 그런데 내가 왜 남들에게 내보일 생각을 하는걸까? 내 몸은 나이고 그 부위는 그 부위대로 존재하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그곳을 타인에게 보이기에 꺼려진다,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건, 처음부터 그랬던게 아니었다. 그 부위가 그렇다면, 그 부위의 살의 분포도가, 냄새가, 색깔이, 모양이 그렇다면 그건 문제야, 라는걸 학습해 얻게된 결과이다. 눈돌리면 닿는 모든 곳에서 그것이 문제라고 말해서, 아 문제구나, 그렇다면 해결해야지, 생각하게 되고, 마침맞게 그 때마다 나에게 문제를 지적했던 바로 그것이 '우리가 해결방법을 알려줄게' 라고 하고 있었던거다. 그리고 지금은 안다. 다이어트와 성형등의 미용산업이 우리에게 부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해야만 자기들이 돈을 벌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누군가 지적한 나의 문제 때문에 그들의 배를 불려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 소녀들의 50퍼센트 이상이 쌍커풀수술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쌍커풀 수술이 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내 주변에도 쌍커풀 수술을 한 사람은 많이 있지만, 그런데 소녀들의 절반 이상이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왜 쌍커풀 수술을 해야했을까. 왜 그래야 했을까. 우리는 쌍커풀 있는 눈이 예쁜눈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학습'당했기' 때문이다. 쌍커풀 있고 눈이 큰게 예쁜거야, 정말 미인이야, 라고 끊임없이 주입하고, 그 후에는 '우리 병원은 쌍커풀 수술을 해' 라고 해버리면, 그것은 '내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고, 그러니 당연히 그것은 해결방법이 아닌데 말이다.


우리가 가진 문제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사회가 우리에게 어떤식으로 세뇌를 시키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고. 그것이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알고 있다면 우리의 저항은 길을 찾을 수 있다. 여성학 책을 몇년간 여러권 읽어오면서 나는 이제 그쯤은 안다. 이 자본주의 사회가 여성에게 나약하기를 강요하고 꾸미기를 강요하면서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지금의 젊은 여성들과 함께 탈코르셋을 주장하면서 저항할 수 있다. 나는 쌍커풀 수술을 하는 절반이상의 여성에 포함되지 않는다. 나는 다이어트회사들을 비롯한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미용산업들의 배를 불려주는 일에 동참하지 않고자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알고 있고 다짐한 바였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내 신체에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점들은 어디이며 왜 그렇게 되었나, 그리고 나는 어느만큼 내 몸과 함께 자유로운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고 가장 좋았던 건, 내가 그동안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자신을 향한 폭력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거다. 왜 자신의 몸에 칼을 대고 피를 흘릴까, 하는 것을 내 몸이 내 환경으로부터 구성된 것이라는걸 알면서도 적용시키지 못했었다. 어떤 몸은 자신이 자라온 환경과 쌓아온 경험에 의해 극한의 경험으로 자기를 몰고가야만 비로소 자기의 실재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내 욕망은 대부분 온전히 내 안에서 자연 탄생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다. 그 욕망들 중 어떤 것은 나에게 해를 가해야만 비로소 실현되기도 한다. 그간의 경험과 삶이 나를 폭력적 섹스로 몰아넣어야만 비로소 해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 욕망과 행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자해에 대해 다른식의 접근과 이해가 가능했던 건,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 덕분이었다. 어릴 적에 폭력적 환경에 노출되고나서 위축되고, 성인이 된 후에 내가 나에게 폭력을 가함으로써 내 몸의 주체가 나라는 걸 인지하는 주인공을 보는 것이 힘들었지만, 자해라는 것이 단순히 '나에게 해를 입힌다'는 생각과 행위로 구성되는건 아니라는걸 알게된거다. 그런데 이 책, 수지 오바크의 [몸에 갇힌 사람들]을 읽으면서 어떤 몸은 멀쩡한 두 다리가 걸리적거린다고 느끼기도 한다는 걸 알았다. 어떤 몸은 강압적 섹스가 해방을 느끼게 한다는 것도 알았다. 여전히 나는 그들이 그런 욕망과 그런 행동을 갖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나는 그들이 아니고 그들의 몸은 내 몸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고 다른 환경을 살았으며 다른 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몸은 불안으로부터 온다는 것도 알았다. 욕망은 불안에서 출발하고 지금 미용과 성형산업이 판을 치는 자본주의 세상은 우리에게 더 불안함을 주입한다. 너의 신체는 아름답지 않아, 너의 신체는 건강하지 않아, 너의 신체는 부족해, 너의 몸은 개선할 점이 많아. 세상이 주입한 불안을 내가 끌어안고 나는 그걸 개선하기 위해 쌍커풀 수술을 하고 다이어트 약을 먹고 내 몸에 불균형한 식사를 공급한다. 다이어트는 여지없이 실패하고 항상 대체되는 다른 다이어트가 또 내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나의 실패가 있어야 비로소 성장하는 산업이라는 거, 좀 기분나쁘지 않나. 그렇다면 그런 산업따위, 나에게 어떤 실패를 있게 만들고 그 실패로 인해 부자가 되는 그런 산업 따위, 없어지게 만들고 싶지 않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랬듯이 사람들이 '불완전하게' 혹은 '부조리하게' 보이는 몸에 대한 욕망을 갖고 살기도 한다는 걸 인지하면서 동시에, 개인의 실패로 부자가 되는 산업에 좀 저항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주입하는대로 학습하고 그래서 돈 갖다 바치고 내 몸을 개선하려고 하는거 좀, 쪽팔리잖아? 애초에 내 몸이 왜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문제라고 지적한 이 똥같은 세상이 있었다. 



아주 좋은 책이었다. 

무릇 책이라는 거, 독서라는 건 이래서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두루 살피지 못한 곳을 살피게 하는 것도 책이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에 조금 더 다가가게 해주는 것도 책이 하는 일이 아닌가. 이 책은 나에게 그 일을 아주 잘해주었다. 읽기를 잘했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하여간 나는 다이어트 산업을 배부르게 만들 의도가1도 없으므로 지금처럼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새치 염색도 안하고 주름살도 안펴고 겨드랑이 털도 안깎으면서 살겠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402580396





개조의 유혹은 우선 몸들을 인종에 따라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으로 분류하는데서 시작된다. 다음은 계급이다. 한때는 노동계급, 중간계급, 상류계급의 몸들이 서로 다르게 보고 움직이고 입고 말했다. - P61

차별에 도전하고, 타인과 함께 혹은 타인을 대신하여 사회적 평등을 추구하는 기풍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개개인이 스스로의 발전과 위치를 책임져야 한다는 훈계만 남았다. 건강한 육체와 준수한 외모는 최우선과제가 되었지만, 개인의 몸은 조작을 동원하지 않고는 도저히 그 무게를 버틸 수 없다. - P62

사람은 어릴 때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평생 배울 수 없다. 아기와 엄마가 서로 옹알거리는 것은 원시언어나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특정한 얼굴근육들이 다듬어지고, 혀, 입술, 뺨, 턱이 만들어내고 귀가 처리하게 될 언어의 형태가 잡혀간다. 아기는 자기가 듣는 소리를 따라한다. 아기의 혀, 입, 턱, 뺨근육이 귀로 들은 소리를 정확히 모방하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조정연습이 필요하다. - P75

당신이 중국어나 코사(Xhosa,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용어 중 하나-옮긴이)어로 된 문장을 발음한다고 상상해보자. 설령 당신이 그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더라도, 정확히 발음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정한 나이를 넘어선 뒤에는 호된 훈련을 거쳐야만 정확한 발음이 가능하다. 아무리 성실한 학생이라도 어릴 때 모국어로 자연스럽게 습득하지 않은 외국어를 잘하게 되기까지는 애를 먹는다. 우리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스라엘 사람이나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말하는 이딸리아 사람을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소리를 내는 데 쓰이는 턱과 얼굴, 목구멍의 근육이 그들의 모국어에 맞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나 다중언어 사용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여러 언어드에 노출되지 않는 이상, 외국어를 발음할 때는 모음이나 억양, 강세가 아주 조금이나마 반드시 어긋나기 마련이다. 이처럼 언어를 말하는 것과 듣기만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 P75

젠더 불평등 때문에 여자아이들이 아기 때부터 줄곧 양육자의 관심을 덜 받는 게 사실이라면, 여성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가 한정적이고 제한적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육체적인 측면을 보면, 소녀들은 얌전해야 하고 소년들은 진취적이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훈육방식이 분명 아이드의 신체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몸에 대한 아이들의 경험은 생물학적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부모가 아이의 몸을 어떻게 다루는가, 아이에게 육체적으로 어떤 기대를 하는가, 부모 자식이 어떤 육체적 관계를 맺는가 하는 점에도 달려 있다. - P117

우리 시대의 몸들은 전시하는 장소가 되었다. 화려함, 생식력, 정력, 민첩성, 건강이 몸의 계율이지만, 그런 목표들은 휘발적이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추구는 영원히 달성할 수 없는 시도다. - P143

좋아하는 영화배우를 닮은 외모를 원하는가? 그렇게 만들 수 있다. 쌍커풀을 갖고 싶은가? 한국 소녀들의 50퍼센트가량이 쌍커풀수술을 바으니, 당신도 그 대열에 끼면 된다. 그건 일도 아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해치울 수도 있다. 음경이 너무 짧거나 가늘어서 고민인가? 길이를 늘리는 수술과 두툼하게 만드는 수술이 따로 있다. 출산을 경험한 음순과 질이 창피한가? 아니면 처녀막을 재생하는 게 좋겠다는 확신이 드는가? 그런 문제를 도와주는 의사도 있다. 피부색이 너무 옅은가? 크림이나 썬탠기구를 쓰면 짙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피부색이 너무 짙은가? 유전자침묵(gene silencing, 특정한 유전다가 발현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옮긴이) 기법을 비롯해 피부를 밝고 희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키가 너무 작다고 느끼는가? 넙다리에 10센티미터짜리 막대기를 박아서 키를 늘리는 수술을 모더니티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중국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하라. - P160

미용산업소과 스타일산업의 마케팅은 참으로 교묘하다. 잡지의 사설이나 신문의 스타일면 기사들은 지금까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문제들을 불러낸다. 2007년 초, 영국의 가장 성공적인 일간지 중 하나인 [데일리 메일](Daily Mail)에는 무릎의 미적 과제를 집중조명하는 특집기사가 실렸다. 평소와는 다르게 대책은 소개하지 않았지만, 좌우간 기사가 전하려는 메씨지는 분명했다. 무릎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 무릎도 신체의 다른 부분들처럼 노력과 관심을 쏟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교묘하게도, 달리 말하면 교활하게도, 스타일산업이 문제라고 진단하는 부분들은 미용산업이 고쳐주려 나서는 부분들과 같을 때가 많다. - P176

오늘날의 패션이 얼마나 숨가쁘게 변화하는지 생각해보자. 그런 변화는 대체로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일 수밖에 없다. 그것을 강박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유기적인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패션산업의 시녀들인 다이어트, 식품, 약학 산업도 각자 사악한 역할을 맡아, 몸은 전쟁터라는 인식을 구축하는 데 일조한다. - P181

다이어트식품 시장은 크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한가지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다음에 시도할 다른 방법들이 줄줄이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다이어트가 오히려 혼란스러운 식습관을 조장한다. 다이어트 때문에 몸무게가 늘 수도 있다. 다이어트는 ‘과체중‘에 대한 현명한 대응이 아니다. 정상적인 식습관을 불안정하게 만들 뿐이다. 단연코 그렇다. 요즘 소녀들 중에는 늘 다이어트를 하고 음식을 두려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엄마가 다이어트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음식에 대해 그런 접근법을 취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이어트를 지속한다. 하지만 그 결과 수많은 아이들이 다이어트 후 폭식의 패턴으로 빠져든다. 다이어트를 하는 소녀들은 폭식할 위험이 열두배나 높고, 음식을 다루는 일상적인 방법으로서 폭식을 하기 쉽다. - P185

다이어트는 도적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좋지 않다. 그저 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다이어트는 신체의 기본대사율, 즉 쎄트 포인트(set point)를 유지하려는 자가규제 과정을 교란시킨다. - P186

특정 식품이나 식품군을 절제하라고 권하는 이런 식단들은 사실 식사와 몸의 어려움에 대처하는 여러 방법들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뿐이다. - P187

다이어트가 정말로 효과가 있다면 딱 한번만 시도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다이어트회사들은 95퍼센트라는 높은 재발률에 의지한다.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수치를 뇌리에 새겨둬야 할 것이다. - P188

그들(다이어트회사들)은 고객들이 몇번이고 다시 돌아와 자기 제품과 써비스를 구입해주기를 바란다. 그들의 이익은 고객들의 실패에 달려있기 때문에, 그들의 프로그램은 당연히 실패를 낳도록 설계되어 있다. - P188

비만을 경멸과 혐오를 받아 마땅한 것으로 규정하는 경향, 뚱뚱한 사람은 당연히 스스로를 싫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도 차별받아야 하는 아웃싸이더라고 규정하는 경향은 갈수록 심해진다. 이것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그러니까 뚱뚱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직이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존중하지 않는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게 문제다. (*베이커-피츠는 몸을 지속적인 개선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 곁들여진 은근한 도덕적 뉘앙스를 성형산업이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 P196

흥미롭게도, 과체중이지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사망률은 말랐지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낮다. 그러니 어쩌다가 우리가 마른 몸을 건강의 시금석으로 간주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 P198

여성들에게 섹스란 제3자의 시각에서 자기 행위를 바라보는 것이 되었다. 여성들이 섹스를 흥미롭게 느끼는 까닭은 상대에 대한 자신의 반응, 유혹의 몸짓, 심지어 성적 친밀감의 표현까지도 영화, 텔레비전, 뮤직비디오의 이미지들을 참고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섹스는 연기가 되었다. 참가자들은 섹스라는 연기를 수행함으로써 비로소 에로틱한 감각을 느낀다. - P220

그녀는 너무나 비통하고 불행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서, 물질적인 의미에서는 자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몸은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항상 엉클어져 있었다. 그녀의 자해행위는 부분적으로는 신체적 자아를 느끼고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피를 철철 쏟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어야만, 비로소 자신의 존재가 물리적으로 실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자해를 통해서만 그녀는 평소 늘 무시하려고 노력하는 자기 몸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몸을 돌볼 수밖에 없었고, 자기가 몸속에 산다는 사실을 깨우칠 수밖에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몸에 상해를 가함으로써 몸을 일깨웠고, 그럼으로써 잠시나마 마음속의 혼돈을 잠재웠던 것이다. - P230

제인을 진정시키는 것은 폭력과 위허이 어른거리는 섹스였다. 그녀는 낯선 사람을 만나 관계했고, 섹스를 통해 폭력에 대한 환상을 실행하거나 시레로 폭력을 주고받았다. 그런 식으로 육체적 상처를 느껴야만 진정되었고, 그제야 육체적, 감정적 평형을 되찾았다. 그녀의 몸은 통증에 길들여져 있었다. 섹스할 때는 완력이나 강압이 있어야만 만족과 해방감을 느꼈다. - P230

오늘날 스타일산업들의 활동에는 소비주의가 널리 퍼져 있다. 다이어트, 식품, 제약, 성형 산업들도 옆에서 거든다. 앞에서 주장했듯이, 그 소비주의의 지령들은 사람에게 가장 결정적이고 기초적인 엄마와 아기의 관계에까지 침투하여, 발달중인 아이에게 신체적 불안을 안긴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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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5-04-24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려요! 저는 이 책에도 살짝 언급되었던 영화 피아니스트보고 강렬한 충격이..

다락방 2025-04-24 11:14   좋아요 3 | URL
햇실과함께 님, 저도 그 영화 보고나서 책도 읽었어요. 책을 먼저 읽었던가? 내가 살아온 환경이 내 욕망을 구성하는 대표적 케이스네요, 정말.

햇살과함께 2025-04-24 11:16   좋아요 0 | URL
오 책도 있었군요! 책도 보고 싶네요.

다락방 2025-04-24 11:17   좋아요 1 | URL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966687

이 책입니다!!

자목련 2025-04-24 1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5-04-24 11:20   좋아요 0 | URL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잠자냥 2025-04-24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쌍꺼풀 수술 안 했어요! 전 제가 쌍꺼풀 없는 줄 알고 살았는데 제 눈을 보는 사람들이 뭔 소리냐고 너 쌍꺼풀 있잖아! 해서 아 나 있구나.. 알았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그리고 의사들이 수술할 때 몸에 흉터 (너무 심하게) 생각해주는 거 좀 그렇더라고요.
여기 흉터 생겨서 없어지지 않을 수 있어요!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요?
아... 징짜 괜찮다고!!!!!!!

요즘에 거리 걷다 보면... 피트니스센터 광고하는 게 부쩍 많아진 느낌인데
거기 강사들이 남녀 가리지 않고 벗은 몸으로 프로필 사진 나열해놓은 거 보면...너무 싫어요.
태닝까지 한 사람은 훈제치킨 같기도 하고... 에효
이젠 하다하다 얼굴이 아니라 몸땡이까지 이 난리냐???! 싶음....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새치 염색도 안 하고 주름살도 안 펴고 겨드랑이 털도 안 깎으면서 살겠다.22222222222222

다락방 2025-04-25 08:03   좋아요 1 | URL
저도 쌍커풀 수술 안했어요! 저도 쌍커풀이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지난번에 수술할 때 닥터가 결혼할거냐 물어서 아닌데 그건 왜 물어보시냐 했더니 저 수술하면 배에 흉터가 남을거라고 하더라고요. 아니 제가 결혼할거면 ㅋㅋ 흉터 남으면 안되니까 수술을 안해야 하나요?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질문이어서 벙쪘어요. 제가 살겠다는데 흉터가 무슨 대수이며 설사 그 흉터를 싫어하는 파트너가 있다면 그 파트너랑은 헤어져야 되는거 아닙니까? 저에게 그걸 물은 닥터는 나이든 남자 닥터이긴 했습니다. ㅎㅎ

아무튼 먹고 싶은거 다 먹고 삽시다. 저는 어제 또 잔뜩 먹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blanca 2025-04-24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소녀가 한 명 있는데요. 중학교 때 우리 사이에 미모로 유명했던 친구인데 쌍커풀이 없는 가느스름한 눈매였어요. 아직 세속적 가치관에 물들지 않은 우리들은 알았던 거죠. 진짜 아름다움은 그런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는 걸. 우리는 그 친구가 아주 아름답고 예쁘다고 생각했고 쌍커풀이 있어야 한다거나 눈이 커야 한다거나 그런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저도 미용에 대한 다락방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참고로 저는 쌍커풀이 없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ㅋ

다락방 2025-04-25 08:05   좋아요 1 | URL
그런데 요즘에는 쌍커풀 없는 사람 찾는게 더 힘든 것 같아요. 없는 사람들은 쌍커풀 만드는 수술을 해서일까요? 정말 주변에 다 쌍커풀 있는 사람들 뿐이네요. 쌍커풀 없는 사람 보기가 더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저는 없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라고 하기엔 한 쪽은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심한 짝짝이눈 소중하다 지켜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04-2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해는 정말 이해를 못 하겠어요 노멀피플도 읽었는데 그저 불쾌하기만 했거든요ㅠㅠ 이 책을 보면 이해하게 될까요?ㅠㅠ

다락방 2025-04-25 08:05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이해를 못했었고 관종인건가 생각도 했었는데 거듭 책을 읽다보니 이제 처음과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망고 님도 아마 이 책을 읽으신다면 그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실 수 있지 않으실까 합니다. 이 책은 사이즈도 작고 얇으니 읽기에 부담 없으실 것 같아요. 추천합니다!!

관찰자 2025-04-24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이 리뷰에서 유독 ‘Y존 필러‘가 눈에 띄어서요. 저는 진짜 처음 들어봤거든요. 그래서 옆에 있던 50세 여자 부장님과 60대 남자 국장님께 ‘Y존 필러‘에 대해 말씀 드리니 너무 잘 알고 있더라는 말씀이에요. ;;; 근데 20대 남자 직원들은 아무도 모름.
이거 왜 그런걸까요?? 그리고 대체 내가 볼 수도 없는 ‘Y존‘에 필러를 왜 맞는 걸까요?

다락방 2025-04-25 08:06   좋아요 1 | URL
저도 와이존 필러라는 용어 자체를 엊그제 처음 접했습니다. SNS 에서 보았어요. 기사 읽어보니 질에 필러를 맞는거래요. 와... 저 너무 어처구니. 질에 필러를.. 오 마이 갓입니다. 여자들아 생명을 소중히 여기자 ㅠㅠ

잠자냥 2025-04-25 08:51   좋아요 0 | URL
엥?! 필러를…!??!?!?!? 왜?!?! 🤣🤣🤣🤣 젊어지나…?!🤣🤣🤣🤣

다락방 2025-04-25 10:38   좋아요 0 | URL
이성애에서의 더 쫀쫀한 섹스를 위해서가 아닐까요? -.- 궁극적으로 남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관찰자 2025-04-25 11:00   좋아요 1 | URL
옛날로 따지면 ‘이쁜이 수술‘인건데, 아니, 왜 이름부터 이쁜이 수술 이냐구요! 그리고 더 황당한건 제가 저딴 수술이 대체 왜 필요한거냐니까 50살 우리 여자 부장님 왈 ˝만족시킴으로서 만족을 얻는 사람도 있지!˝ 이럼. 아니 그딴 만족을 위해서 생명을 걸거냐구요. 그리고 아니 대체 왜 내 몸으로 남을 만족 시켜야 하냐구요!!

단발머리 2025-04-25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인용문들이 다 흥미롭네요. 저도 막 읽기 시작했는데 아주 잘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ㅋㅋㅋㅋ 듭니다. 25일인데 말이지요.

자신의 몸을 자신의 것으로 바로 인지하는 것 자체가 이 시대에는 참 어려운 일인거 같아요. 건강한 자아상은 반드시 몸과 연결되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전 다락방님 글을 읽으면서 해보았습니다.
완독 축하드립니다!! (부럽군요~~) 쌍커플 없고 새치 염색 안 하는 사람입니다 ㅋㅋㅋㅋ참고 바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4-25 10:37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 님이 말씀하신대로 건강한 자아상은 자신의 몸을 자신의 것으로 인지하는 데에서 시작할 것 같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연결될 것 같아요. 휩쓸려서 내 몸을 개조하는게 아니라 말이지요.

단발머리 님 읽기 시작하시면 금세 완독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완독후 재미난 글 써주세요. 빠샤!!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 6
미카 드 리언 지음, 허선영 옮김 / 한세예스24문화재단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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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는 출판사에 다니는 편집자이다. 그녀가 담당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이번에 로맨스랑 SFF 가 함께 있는 작품을 써내는 바람에, 그녀는 SFF 담당 '킵'과 이 작품에 대해 같이 작업하기로 했다. 평소 에마는 킵을 좋아하지 않았고 서로 만나면 으르렁대는 사이었다. 수많은 문학 작품들을 인용하며 서로를 야유했고 사실 그렇게 미워했던 만큼 혹여라도 작가를 빼앗길까 겁이나기도 해 같이 작업하는 건 피하고 싶었지만, SFF 를 잘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제안을 수락했다. 이 작품을 정말 잘 만들어내야 어려운 출판사를 다시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그들은 같은 직장 내의 원수였다가 한 작품을 함께 작업하는 동료가 된다. 에마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로맨스에 대해 킵에게 알려주고 킵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SFF 에 대해 설명해준다. 처음에는 작품에 대한 의견차이로 으르렁대다가 그들은 서로 조율해가며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나는 에마랑만 작업하겠다고 부르짖던 베스트셀러 작가조차도 킵에게 감사하며 자신의 작품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됐음을 인정한다. 작품은 크게 성공하고 출판사는 올해를 잘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하던 것과는 달리 조금 더 버텨낼 수 있게 되었으며, 출판사는 임프린트를 만들어 에마에게 편집장을 맡기고자 한다. 에마는 책을 읽는 것도 사랑했지만 책을 만드는 것도 너무너무 사랑해서 이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개인의 커리어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게 된거다.


이 과정에서 킵에게 육체적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건 자연스런 흐름이다. 툭하면 근육이 보이는 탓에 아주 미치겠다. 에마는 운동을 싫어하면서도 건강한 대표적인 사람인데, 먹을 거 다 먹으면서도 킵으로부터 '완벽한 몸매'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가끔 친구에게 이끌려 하기 싫은 크로스핏 같은걸 하긴 하지만 그건 정기적인게 아닌데, 여하튼 우리의 여자주인공 에마는 완벽한 몸매이며 우리의 남자주인공 킵도 완벽한 몸매이다.


일전에 읽었던 대표적인 '원수에서 애인되기' 설정의 [헤이팅 게임]이 그랫던 것처럼, 이 책에서 에마와 킵도 으르렁대가가 연인으로 발전한다. 나를 싫어하는 건줄 알았는데 사실 나한테 반했었다고? 


사실 이들에겐 아직 정리되지 못한 전여친 전남친이 있다. 킵은 전여친과 친구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 에마 역시 자신도 전남친과 친구로 지낸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전남친은 에마가 여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계속 재결합을 요구한다. 킵으로서는 속상하지만 자신 역시 전여친과 친구로 지내는데 에마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할 순 없지 않나, 라고 힘들어하고. 읽는 나로서는 '나한테 끊임없이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전남친'을 '그런데 나는 친구로 생각해, 그렇게 말했어' 라면서 계속 만나는 에마가 너무 짜증이 났다. 헤어진 애인과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모두에게' 불가능한것도 아니고, '언제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섹스까지 해버렸다면 친구로 지내는 거 진짜 너무 힘들지 않나. 한 번 섹스한 사이가 두 번 하고 세 번 하고 일년 뒤에 다시 만나 또 섹스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섹스까지 하는 친구사이란, 그렇다면 친구 사이인가?


오래전 막 연애를 시작하던 참에, 아니 썸이라고 해야겠다. 썸을 타던 때에, 그러니까 나는 상대를 좋아하고 상대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고, 그래서 자주 연락하던 그 때에, 하필 구남친을 만나기로 한 적이 있다. 같이 밥이나 먹자는 거였다. 나는 썸남에게 '오늘 약속이 있다'고 했고 그는 내게 '남자냐'고 물었는데 나는 얼버무리며 '친구'라고 답했더랬다. 그는 나의 망설임을 눈치채고는 '남자가 무슨 친구냐, 전에 애인이었던 남자 앞으로 애인될 남자 둘 중 하나지 '라고 했는데 .. 하아 나는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은 전에 애인이었던 남자였고, 그 날 구남친을 대체 왜 만났던가. 나는 '요즘 만나는 사람 있다'고 했지만, 내 말을 들은 구남친은 다시 만나자고 하였으니 나는 이 날의 만남을 크게 후회하게 되는데.. 그것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그를 내가 정리됐다는 이유로 손쉽게 친구로 생각했다는데에 있었고, 무엇보다 그 당시 현재 좋아하던 남자에게 제대로 말하지 않아 화를 더 키운것이었으니.. 그는 내가 구남친을 만났다는 것을 나로부터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알게 되었고 크게 화를 내었다. 내가 묻지 않은 것도 아니었는데 너는 말하지 않았지, 라는 이유로.. 이 날의 만남은 여러가지 의미로다가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던 바, 썸남의 마음이 돌아설까봐 얼마나 걱정했던지.. 하아, 이미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렇게 썸남과 나는 내가 잘못하면서 혹은 그가 나를 화나게 하면서 애인 사이가 되기는 하였으니, 구남친은 정리해야 한다, 친구가 될 수 없다 는 쪽이 맞다고 본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어서 '꼭 그런 건 아니고', '어떤 사이에서는 친구로 지내는 것도 가능하기도 하다'는 것도 사실이 될 수 있기는 하다. 


그게 바로 킵의 경우였다.

킵은 전여친과 사이좋게 지내며 전여친이 결혼한 아이의 대부가 되어주었다고 하는데, '너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해?' 라고 에마가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에마의 구남친은 구질구질하게 자꾸 쫓아다니면서 다시 만나자, 다시 만나자 하고 킵의 구여친은 이미 결혼해서 아이도 있고 정리가 됐다니까? 그 관계가 친구로 정리되기는 했지만 그러나 그렇게 정리되기까지 킵에게는 커다란 상처와 후유증이 남았다. 그건 내가 '다른 사람의 두번째 선택' 이 될지도 모른다는것. 킵이 기존의 연애에서 깨달았던 건, 그녀가 제일 좋아한건 내가 아니었고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나는 차일 수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 너무나 좋아하는 에마에게 어쩌면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게 너무 가슴이 아픈거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도 친구가 될 수 있어, 라며 에마 앞에 자꾸 구남친이 나타난다니까? 킵과 사이좋아 암수 서로 정다웁게 이케이케 하려고 하면 닉으로부터 문자가 오는 겁니다. 하아... 난 이 연애 반댈세. 그렇지만 둘의 불같은 사랑으로 결국은 해피엔딩~


대부분의 로맨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은 현실속에 딱히 존재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잘생기고 크도 크고 능력도 있고 근육도 있고 다정한 남자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한단 말인가. 그런데 '미카 드 리언'의 이 책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는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 그건 킵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 그것도 로맨스 소설과 SFF 를!! 그래서 에마와 책속 등장인물이나 인용구로 티키타카가 된다. 나중에 에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에마와 대화하기 위해 로맨스 소설을 열심히 읽었다는 고백이 뒤따르긴 하지만, 와, 로맨스 소설 을 비롯해 문학을 많이 읽는 젊은 근육질의 남자라고요? 너무나 상상불가한 캐릭터로군요.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이 책의 두 주인공이 출판사에 다니는만큼 아주 많은 책이 언급되는데 그때마다 각주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이미 열심히 책을 읽었던 사람의 특권이자 뿌듯함이다. 아하하하하. 


자기 일에 열심이고 최선을 다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깨닫고 성장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재미있고 의미있다. 만약 내가 지금보다 몇 해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쩌면, 기꺼이 별 넷을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 책에 별을 넷 까지는 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샐리 쏜'의 [헤이팅 게임]을 읽은 사람인데다가, 이 작가 미카 드 리언이 [헤이팅 게임]을 읽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수많은 책들이 언급될 때 거기에는 [헤이팅 게임] 이 있었다. 원수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상대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던 이성애자들의 로맨스 정석, 헤이팅 게임. 이 책,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는 헤이팅 게임과 아주 많이 비슷하다. 성인 여남의 사랑 이야기가 비슷한거야 뭐 굳이 말할 바가 있겠느냐마는, 이 책은 그것 때문에 감점요인이 되는게, 정말이지 아주 많은 설정을 헤이팅 게임으로부터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런다고?


우선, 같은 직장에 다니며 서로 원수같이 대하다가 사랑하게 된다는 기본 설정이 같다. 그러나 이건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서로 원수처럼 지내다가 사랑하게 되는건 뭐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던가. 나도 뭐 저런 놈이 다있어, 하던 놈을 좋아해서 연애했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사실 굳이 밝히고싶지는 않으므로 패스하고. 그런데 말이다, 미카 드 리언이 좀 너무했다 싶을 만큼 많은 설정이 닮아있다.


헤이팅 게임에서 조슈아는 그냥 연애하는 상대 대신 진지한 상대가 되기를 원한다. 진지한 상대를 원하고 진지한 상대가 되기를 원하고 그렇게 진지한 관계를 원하기 때문에 쉽게 섹스하지 않는다.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에서 킵은 자신이 상대의 두번째 선택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항상 첫번째이며 가장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래서 자꾸만 한 반릉 뒤로 뺀 것처럼 행동하며 쉽게 섹스하지 않는다. 그래, 그것도 진지한 관계를 원하는, 세컨드 베스트가 아닌 더 베스트가 되기를 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고려하면 역시 특별한게 아니다. 그렇지만,


루시 커플이 다니는 회사도 출판사이고 에마 커플이 다니는 회사도 출판사이다.

조슈아는 형이 의사이다

킵은 형이 의사이고 동생이 변호사이다.

조슈아는 루시를 '숏케익' 이라 부른다.

킵은 에마를 '버터컵' 이라 부른다. 아니, 이건 진짜 너무 한거 아니야?

조슈아는 전여친이 자신의 형과 결혼했다.

킵은 전여친이 자신의 베프와 결혼했다.

조슈아는 회사 체육대회에서 루시랑 꼭 붙어 다닌다.

하필 킵의 회사도 체육대회가 있고 킵은 에마랑 붙어다닌다. 



헤이팅 게임을 읽지 않았다면 이 작가는 어떤 작품을 썼을까? 헤이팅 게임 읽고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이 느낌적 느낌.. 그런데 재미는 헤이팅 게임 쪽이 더 있다. 나는 너무나 비슷한 심지어 똑같다고 느껴지는 이 설정들이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헤이팅 게임 언급이 안되는 것도 아닌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책을 다 읽고 뒤에 작가의 말을 읽는데 작가는 '알리 헤이즐우드'와 '테사 베일리' 로 부터 인스타 좋아요를 받았다고 했나 팔로우가 되었다고 했나, 하여간 그래서 기쁘다고 써놨다. 흐음.. 갑자기 로맨스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졌다. 만약 내가 여기서 한국어로 한국 로맨스를 쓴다면, 이게 영어로 번역되지 않는 이상 알리 헤이즐우드가 나를 알 리가 없잖아? 테사 베일리가 한국 로맨스에 어떻게 좋아요를 누르겠나.  미카 드 리언 의 이 책은 다른 나라에도 번역, 소개되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영어로 쓰여졌기에 더 가능성 있지 않나 싶은거다. 이 로맨스의 월드는 정말이지 내가 알 수 없는 세상인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딱히 로맨스 소설이 읽히는 것 같지 않고(아닌가요?) 로맨스 장르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작가도 없잖아? 그런데 외국만 하더래도 영화속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이 로맨스 소설 작가란 말이지. 산드라 블럭도 로맨스 소설 작가를 연기했었고 거기에서 채닝 테이텀은 로맨스 소설 단골 표지 인물이었더랬다. 브룩 실즈 역시 로맨스 소설 작가로 이름을 날리는 연기를 했었다. 이게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엄청 잘 나가는 직업인것 같은데(물론 소설이 잘 팔려야 가능한거지만), 그러니 필리핀의 미카 드 리언이 알리 헤이즐우드를 알고 테사 베일리가 미카 드 리언을 알고.. 이 '아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뭔가 영어로 로맨스를 쓴다는 것은 한국어로 로맨스를 쓰는것과 다른것 같은거다. 접근성과 시장성에서 확 달라지는 느낌적 느낌? 그래서 나의 장래 희망 갑자기, 급 생겼다. 그것은 바로바로


영어로 로맨스 소설 쓰기!!


내가 영어 빡시게 공부해서 영어로 로맨스 소설 써가지고 세계 시장을 죄다 흡수해버리겠다!! 졸라 영어로 인터뷰해주마. 아주 어릴 때부터 '인간으로 태어나서 언젠가 한 번은 책 써서 타임지 표지모델 돼야겠어' 생각했었는데, 책은 썼지만 아직 타임지 표지 모델은 못했잖아? 내가 내 나이 예순쯤 되면, 영어로 로맨스 소설 써가지고 타임지 표지 모델 한 번 해보겠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거 한 번 해봐야지.



갑자기 이런 결론 미안합니다..


이만 총총.

물론, 그녀의 작은 아파트는 개방된 벽마다 책꽂이가 있고, 책으로 쌓은 탑이 바닥 전체에 흩어져 있었다. 세 마리고양이는 미로에서 길을 찾는 햄스터처럼 책으로 쌓은 탑 사이를 누비며 다녔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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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3-11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상상도 못한 결론으로?? 영어로 로맨스소설을!! 하지만 우리에겐 AI가 있으니 가능합니다!!
다락방님 로맨스소설 리뷰는, 다락방님의 다양한 연애경험과 일치하는 부분이 꼭 하나씩은 있어서 더 재미나네요 ㅎㅎ 역시 풍부한 연애경험은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아무튼 다락방님이 연애소설 내시면 꼭 읽습니다!!
근데 저렇게 설정을 많이 따와도 되는 건가요. 원작을 못 뛰어넘었으니 문제 삼지 않으려나..

다락방 2025-03-12 08:06   좋아요 1 | URL
어제 이 리뷰 써놓고 로맨스 소설을 머릿속으로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야한 부분.. 인데요. 야한 부분을 과연 내가 잘 쓸 수 있을 것인가.. 흠흠. 여하튼 야한 부분까지 쓰고 설레게도 쓰고 해가지고 뉴욕에 가서 출판사에 기고하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박 한 번 터뜨려보자, 만세!!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면 더 좋고! 그 돈 벌어서 이탈리아에 집 사자!! ㅋ ㅑ ~ 멋있지 않습니까. 하여간 지켜봐주십쇼. 제가 알라딘을 계속 하면서 제가 잘나가는 흐름도 함께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영어로 로맨스 소설 쓰기, 뭐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중년 로맨스.. 로 가면 안팔릴까요? 흠흠.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3-11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진짜 너무 비슷한 거 아닌가요? 아니에요. 완전 베끼기인가 ㅋㅋㅋ그게 로맨스소설에서 많이 차용하는 틀인가봐요.
일단 제가 발견한 거는 증오에서 사랑으로 가는 거(바로 이 책), 그리고 친구에서 연인으로 가는 거. 직업이랑 가족관계까지 비슷해서 뭐... 그래도 책에 대한 이야기 많이 나온다고 하니 그 부분은 작가의 몫으로 남겨둬야겠네요. 저도 독서괭님이랑 비슷한 생각인데, 다락방님의 연애경험과 겹쳐지는 지점 때문에 다락방님 리뷰가 더 흥미롭고 실감나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남자가 무슨 친구냐, 전에 애인이었던 남자 앞으로 애인될 남자 둘 중 하나지 ‘ 제가 땅 치며 웃은 지점입니다. 100% 동의하지 않지만, 아주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25-03-12 08:10   좋아요 1 | URL
샐리 쏜이 이 책을 읽는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라는 생각을 자꾸 했어요. 너무 많은 걸 가져와가지고요. 진짜 베끼기 같아요. 이래도 되는걸까요? 한국의 독자가 헤이팅 게임도 읽고 이 책도 읽어서 그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같이 책 쓰는 사람들끼리 이러면 안되는 것 같아요. 전 버터컵 이라고 부르는 것도 너무 싫더라고요. 그게 무슨 책에서 가져온 표현 같았는데 하여간 오글거리고 좀 별로였어요. 너무 헤이팅게임 스러웠고요.

저도 완전히 동의하진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당연히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에 애인이었던 남자 앞으로 애인될 남자중 하나..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다고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카로운 자식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는 이제 영어로 쓰게 될 로맨스 소설을 머릿속에 구상중입니다. 제가 한 번 잘 해볼게요, 단발머리 님. 그 때가 되면 제가 쓴 영어 로맨스 소설 읽어주세요! 중년의 뜨거운 로맨스는.. 안팔릴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5-03-12 10:59   좋아요 0 | URL
그 로맨스 소설은 영어로 쓰여져야 하고요 ㅋㅋㅋㅋ 그래야 많이 팔림 ㅋㅋㅋㅋㅋ
한결같은 락방님의 열혈독자로서 로맨스 소설 독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구상 너무 길게 하지 마시고요(하찮은 독자의 하찮은 잔소리 ㅋㅋㅋㅋㅋ) 일단 쓰기 시작하세요! 전체적인 에피소드 배열은 대강 얼개가 나오고 바뀔 수도 있고 그러잖아요.
중년의 뜨거운 로맨스라니 ㅋㅋㅋㅋㅋㅋ 아, 벌써부터 더워요! 찬물 한 컵 들이켜야겠어요!

다락방 2025-03-12 12:26   좋아요 1 | URL
일단 쓰려면 영어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뒤에 본격 작업에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요. 제가 알라딘에 페이퍼 쓸 때 딱히 머릿속에서 뭘 구상하지 않아도 손이 알아서 쓰듯이, 영어도 잘하게 되면 로맨스 소설도 그냥 키보드에 손 가져다 대는순간 다다다닥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영어로 로맨스 소설 써가지고 부자 되겠어요!! 단발머리 님, 조금만 기다려욧!!

단발머리 2025-03-12 15:29   좋아요 0 | URL
꼭~~ 어느 정도까지, 어느 경지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유용하고 아름다우며 부커상 후보에 빛나는 영어 소설 문장 놓고 갑니다. 암요, 저는 기다릴 거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 … let me get you out of this city. You‘re not young, and you‘re scrawny and you never exercise. You‘re at risk. So let me pick you up and we‘ll go.˝ He added, ˝Just for a few weeks.˝ (7p)

Everyone needs to feel important.

I thought again about how my mother-my real one-had said this to me one day. And she was absolutely right.
Everyone has to feel like they matter. (244p)


다락방 2025-03-12 15:24   좋아요 0 | URL
You never exercise 인데 운동하라고 잔소리하는게 아니라 그러므로 내가 너를 도시 바깥으로 데리고 나갈거라는게 너무 좋지 않나요? 너 왜 그동안 운동 안했냐며 타박하지도 않고요.

뜬금없이 생각났는데 단발머리 님, 혹시 브루노 마스랑 레이디 가가가 함께 부른 노래 <die with smile> 아시나요? 거기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If the world was ending I‘d wanna be next to you
If the party was over And our time on Earth was through
I‘d wanna hold you just for a while And die with a smile
If the world was ending I‘d wanna be next to you


아마도 윌리엄의 져스트 폴 어 퓨 윜스 에서 져스트 폴 어 와일.. 이 바로 연상됐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5-03-12 15:2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그래서 제가 저 사람 좋아하기로 했나요? 운동 안 하는데, 내내 운동 안 하는데, 위험하니깐. 아예 도시를 떠나자~ 이래가지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루노 마스와 레이디 가가 조합은 모르는 일입니다. 저 노래 들으러 갈께요. 영어로도 연상 가능하신 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샤라랑~~~ 💘💓💕

다락방 2025-03-12 15:41   좋아요 0 | URL
저 노래 부를 때의 브루노 마스를 사랑합니다. 표정이 진짜 간절해 보이거든요. (아마도 고음을 내는 탓이겠지만). 이 노래가 이번 그래미상에서 아마 듀엣상 탔을겁니다. 단발머리 님, 들어보세요!! 꺅 >.<

단발머리 2025-03-12 16:10   좋아요 0 | URL
공식 뮤직 비디오 보고 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저 브루노 마스 좋아합니다. 명랑하고 쾌활하게 잘생겨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래도 물론 잘합니다. 키는 작습니다.
그래미까지 섭렵하시는 다락방님~~ 앞으로도 좋은 곡 많이 추천 부탁드려요. 오늘 브루노 노래 정주행 갑니다.

잠자냥 2025-03-1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제 영미문학 카테고리에서 다락방의 책 발견하는 것인가요?! 화이팅!!!!🥳

다락방 2025-03-12 10:54   좋아요 0 | URL
과연.. 기다려봅시다! 지금은 의욕충만인데 실력이 없어서 못하고 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