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랑하는 존재
뤼카스 레이네벌트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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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잘못은 [롤리타]를 읽게될 (남성)독자의 수준을 너무 높이 잡았다는데 있다고 나는 생각해왔다. 롤리타 에 등장하는 성애의 대상 어린아이의 육체에 대한 찬미가 이어지고 그리고 그 소녀를 욕망하는 추잡한 중년 남성 험버트가 나오는데, 험버트는 수시로 롤리타가 얼마나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엇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이 미성년자를 성착취함으로써 그 아이의 가능성 무한했던 미래가 어떻게 제약받는지도 보여주고. 그러나 책 뒤편의 해설과 당시의 남성 독자들은 이것을 험버트의 사랑 이야기로 읽었다. 오, 신이시여. 미친.. 나보코프는 필요한 장치들을 마련해두었지만, 그러나 그 장치들은 제대로 독자에게 가 닿지 못했고, 독자들은 언제나 그렇듯 자기 좋을대로 읽어대기 때문에, 이것은 아이에 대한 사랑이었으며, 그동안 다른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했을 이 남성 독자들은, 그러나 미성년자를 향한 육체적 욕망에는 공감했던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 역시 미성년에 대한 중년 남성의 성적 욕망이 다뤄진다고 해서 읽지도 않으려고 했다가, 그러나 몇몇 칭찬하는 감상 글들을 보고 아, 그러나 그런 고통스런 폭력 뒤에 무언가 다른 할 말이 있는가보다 했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은 이미 나보코프가 한 것의 반복이었다. 미성년을 향한 추잡한 욕망, 미성년의 육체에 대한 찬미. 그 사이사이 이것이 범죄이고, 그러므로 처벌을 받는 가해자에 대해 언급이 되며, 이 사실이 감춰야 할 것이라는 것을 가해자 역시 알고 있다고 나온다. 그러나 그 욕망을 잠재울 수 없어서 결국 열네살 소녀를 향해 사십구세 남성이 자신의 욕망을 다 실현해버리는데, 흐음. 글쎄다, 나는 잘 모르겠다.


문학이 무엇인가, 라고 한다면 아마 각자가 답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겟지만, 나는 아주 많은 부분, 일상적인 이야기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냈다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우리의 보통 삶도 어떻게 벼려진 문장이냐에 따라 찬란하게 읽힐 수 있는 것 말이다. 그렇다고 보면, 뤼카스 레이네벌트는 그것을 아주 잘 해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말이지 이 젊은 미성년의 육체가 찬란하거든. 너무나 찬란하고 빛나는 육체인 것이다. 단,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 그 육체를 욕망하는 중년 남성의 시선에서 보아서 그렇다. 그녀는 이 중년 남성의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며 찬란히 빛나는 육체이다. 그 육체에 대한 욕망은 아주 뜨거운 것이어서, 그는 매일 조금씩 그녀에게 더 가까워진다. 처음엔 무릎에 앉히고, 그 후엔 포옹하고, 그 다음엔 키스, 그 다음엔.. 그렇게 욕망의 실현이 점점 더 극에 달할수록의 조급함과 흥분이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나는 아주 드물게, 이런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문학이 아름답게 찬란한 문장으로 일상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굳이 그래야 하는건가, 라는 생각 말이다. 이게, 이렇게 쓸 일인가?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소녀를 이렇게 찬란하게 그려낼 일인가? 열네살 소녀에 대한 욕망을 이렇게 간절하게 보여줄 일인가? 그러자 문학이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문학이라서, 그래서 괜찮은 것인가? 난 잘 모르겠다. 섣불리 '안돼!'라고 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런데 '문학에선 다 가능하지' 라고도 답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작가는 이것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다. 또한 이 가해자에게 어떤 어린 시절이 있었는지도 보여줌으로써, 비뚤어진 욕망과 범죄가 어떻게 대물림 되는 것인지도 보여준다. 수많은 문학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면, 문학이란 것이, 학창 시절 배웠던 것처럼, 해피엔딩의 결말이나 권선징악적 교훈을 가진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잘 모르겠다. 이미 이런 문학이, 그러니까 미성년자의 육체에 대한 찬미 그리고 그에 따른 욕망과 범죄를 다룬 [롤리타]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크게 변주가 없는 이 책이, 굳이, 다시 찬란하고 아름답게 새로운 대상을 만들어냄으로써,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시간이 흘렀고, 지금 이 열네살 소녀의 취약함은 롤리타의 상황과는 다르다. 이 열네살 소녀는 어릴때 오빠가 사고로 죽었고, 엄마는 도망가서 아빠와 또다른 오빠와 셋만 살고 있다. 소녀를 보살펴줄 엄마가 없고, 아빠와 오빠는 소녀를 방치한다. 소녀의 머릿속에는 수시로 히틀러와 프로이트가 찾아와 말을 걸고, 이 소녀는 책을 읽고 팝송을 듣고 머릿속에서 항상 자기 자신과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년이 되고 싶다. 소년이 되고 싶다. 소년들이 가진 갈퀴-고추-를 갖고 싶다. 그리고 마을의 수의사는, 자신에게 갈퀴를 줄 수 있다 말했다. 그러니까 그녀는 환경적으로도 취약했지만 정신적으로도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었고, 가해자는 그것을 알면서 이용했다. 이 취약함이 롤리타의 것과 다르지만, 또 그렇다면 얼마나 다른가.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추악한 욕망과 범죄의 대물림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찬란할 일인가, 이렇게 간절할 일인가, 라고 말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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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4-28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롤리타>를 안 읽어봤는데요. 길게 읽지 않아도 알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책도 읽지 않은 저는, 다락방님의 이 문장 ˝추악한 욕망과 범죄의 대물림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찬란할 일인가, 이렇게 간절할 일인가, 라고 말이다.˝ 쪽으로 쏠립니다.
수의사의 욕망과 궤변이 아름다운 문장과 표현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렇다면 이름값 쫌 하는 좋은 문학상도 척척 하사하는 그 마음들과는 반대쪽이죠.

제가 오늘 아이랑 같이 읽은 지문에서 <벌거벗은 임금님>이 나왔거든요. 옷을 입지 않은 임금님을 보고 재단사들, 신하들, 마을 사람들이 감탄을 해요, 멋있다고 ㅋㅋㅋㅋㅋㅋ 아이 하나만 ‘임금님은 벌거숭이다!‘라고 말하잖아요. 벌거숭이를 벌거숭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26-04-30 14:00   좋아요 0 | URL
알라딘만 보더라도 올라온 후기는 저 빼고 모두들 극찬하고 있더라고요. 음, 저는 문학을 아주 좋아하고 그래서 저도 모르게 문학에 기대하게 되는 지점도 있지만, 그런데 아름답다는 것으로 문학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고 용인할 수 있는가.. 라면 잘 모르겠어요. 안된다고 단호히 말하기도 좀 그렇고 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고 말이지요. 저는 이 책이 오독의 가능성이 너무 클 것 같습니다. 모든 책은 오독의 가능성을 품지만, 이건 정말 저 좋을대로 오독해서 받아들이고자 하는 남자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알라딘에 올라온 평 중에도 ‘사랑에 나이는 있다‘ 라는 게 있던데, 이걸 사랑으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좀 아니라고 보거든요.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고, 그것은 피해자 쪽이지만, 하여간 좀 난감한 책이었습니다.

잠자냥 2026-04-30 14:20   좋아요 0 | URL
출판사 무료 제공 도서 읽고 쓴 리뷰들이라서…..🤣

다락방 2026-04-30 14:21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지 않습니다... 안좋은 책에 별 줘야 되니까..... 으.....

망고 2026-04-2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가해자에게 너무 이입한 간절하고 찬란한 문장. 읽으면 불쾌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26-04-30 14:00   좋아요 0 | URL
이게 아무리 이것이 범죄라고 수시로 밝히고 있어도, 뭔가 가해자의 변명을 대신해주는 느낌이 들어요. 사랑이 아니라 폭력인데, 가해자가 자꾸 사랑사랑 하니까.. 좀 거시기합니다..

책읽는나무 2026-04-2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어보니 저도 만약 이 소설을 읽는다면 저 또한 다락방 님과 비슷한 고민과 생각이 들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이걸 문학이란 포장으로 용납해야 할 스토리인 것인지….소설을 읽다가 이런 문제와 맞닿을 때 정말 고민스러워질 때가 많더군요.

다락방 2026-04-30 14:02   좋아요 1 | URL
작가는 충분히 문학성을 가진 사람이고 잘 쓸 수 있는 사람인데, 그런데 왜 하필 이 이야기를 하고자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가에게도 의도하는 바가 있었겠지만, 저는 그것이 잘못 해석될 여지가 너무 클 것 같다고 생각됐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이런 소재를 참 싫어하기도 하고요. 읽는 내내 수시로 ‘이 책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blanca 2026-04-29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리타> 완전 동의해요. 이거 읽었다 하면 사람들이 다 이상하게 보고 심지어 나보코프까지 비정상적 성적 취향을 가졌다 여기는데 절대 아니잖아요. 정말 아무도 못 이를 경지에 이른 작가 같아요. 섣불리 건드려서도 함부로 얘기해서도 안되는 소재 아닐까 싶어요. 제대로 여과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만들어버리면 뭔가 어설퍼지고 오히려 문제작이 되는 것 같아요. 다락방님 혹시 <정욕> 기억나세요? 잘 썼는데, 거기에 나온 소아 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참 불편했던.... 지금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 있는데 이거 관련도 한번 써야 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26-04-30 14:07   좋아요 1 | URL
저는 롤리타 읽기 전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읽으면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었거든요. 필요한 장치를 다 해두었고, 궁극적으로 그 책을 읽으면 ‘아동대상 성폭력은 아동이 취약한 환경에서 일어나며 피해자의 미래를 망가뜨린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책 뒤의 해설을 보거나 당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것을 세상 비극적인 사랑으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험버트의 슬픈 사랑... 그래서 아, 나보코프가 거기까진 몰랐구나, 남성 독자의 수준이 이렇게까지 낮을 줄 몰랐구나, 생각했어요. 그게 정말 치명적 잘못이다... 나보코프여, 당신이 잘못하셨습니다...

[정욕]은 롤리타와 같은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얘기하는데, 그런데 그게 되게 불편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욕은 오히려 소아성애의 변명을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소아성애를 범죄로 보는게 아니라, 이상성욕으로 인정하는 뉘앙스여서, 저는 그래서 정욕이 싫었습니다. 다른 이상 성욕(이를테면 물에 관련된 것이 책에 등장했죠)과 아동성애를 같이 보는 것 같아서요. 으.. 정말 별로였어요.

잠자냥 2026-04-29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네 살의 육체에 그런 생각이 든다는 말이군요...;

지난주인가 이혼숙려캠프에 나온 커플 중(이혼하려고 나온 커플) 나이 차이 열두 살인가 나는 부부가 있었거든요? 남자는 40대였나? 여자는 20대 후반인가. 암튼.... 애들이 벌서 셋인데 큰 애 나이를 계산하다 보니 너무 이상한 거예요. 아니. 여자가 열아홉에 애를 낳은 건데.... 여기서부터 동공지진(여기서 패널들도 약간 의아해하기 시작).... 알고 보니 성인인 남자가(당시 30대) 고3 학생을 임신시켜서 결혼한 부부였어요. 이 커플의 문제가 더 뭐냐면, 무려 학교에서 교직원(행정직)이었던 남자가!!! 여학생을 꼬셔서 임신시키고는 결혼한 거였다는 거죠. 결혼했으니까 만사 오케이입니까?! 헐.... 이 미친놈이 마치 자기가 능력자인 냥 웃으면서 말하는 꼬라지도 가관이었지만 함께 나온 다른 부부의 남자(이 남자도 중년)가 말하길 자기 딸이 열아홉에 성인하고 임신해서 결혼해도 별 문제 없을 거 같다고 대답. 헐............................

대다수 성인 남자들은 미성년자에게 그러는 게 범죄라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6-04-30 14:11   좋아요 0 | URL
미성년자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분명 존재하고, 소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것들까지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 가해자의 시선으로 읽는 것이 오독의 여지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편하더라고요. 이게, 문학이란 이름으로 이렇게 다루어지는 것이 맞는가, 하는..

잠자냥 님 댓글에 나온 케이스는 그 결혼한 당사자도 징그럽지만, 가능하다고 말한 중년 남성도 징그럽네요. 그 남성은 자신의 딸을 여성으로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대한민국의 아주 많은 남자들은 딸을 여자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래전에 인터넷 게시글에서 읽었는데요, 약수터에 같이 갔다가 허리돌리기 운동기구 하는 (아마도)여섯살 딸아이를 보고, 딸아이의 아빠가 ‘오 나중에 허리 잘 돌리겠네‘ 이래서 아내가 완전 기겁을 해가지고, 왜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화를 냈다는 글을 봤거든요. 미친것 같아요. 그게 할 말이에요? 그 왜 유명한 남자 유튜버가 자기 두살짜리 딸 무릎에 앉히면서 방송한 것도 있잖아요. 자기 딸 낳아서 무릎에 앉히면 기분이 너무 좋다, 술집 가는거랑 차원이 다르다고... 정확한 워딩은 아마 다르겠지만 그런 뉘앙스여서 트윗에서도 한창 시끄럽고 그랬었어요. 남자들은 절반 이상 죽이고 시작해야 될 것 같아요.

잠자냥 2026-04-30 14:27   좋아요 0 | URL
그 이혼하겠다고 나온 부부도.. 결국 아내 쪽이 눈물 흘리면서 하는 말이 내 학창 시절/이십 대가 다 사라졌다고.
친구들은 학교 가고 취업하고 이러는데 자기는..... 서장훈이 지팔지꼰이라고 했는데.... 지팔지꼰도 있겠지만
애초에 그 남자가 미성년을 꼬시지 않았다면 그 여성은 대학도 가고 사회 생활도 하고 성인이 되어 연애하다 결혼했겠지요. 이십 대 내내 집안에만 갇혀서 애 낳고 사는 게 아나라....... 아 이 여자는 그와중에 남편이 생활비도 잘 안 줘서 쿠팡 알바도 하더라고요 ㅋㅋ

다락방 2026-04-30 14:39   좋아요 1 | URL
미성년자에게 지팔지꼰 이라고 하는건 좀 잘못된 지적이라고 보여집니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는게 맞지만, 그런데 미성년자였잖아요. 미성년자는 아직 판단에 미숙함이 있다고 해서 미성년자인 거 아닌가요? 전 예전에 배우 이지아가 (서태지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고 했다고 아주 사람들이 쥐잡듯이 잡는거 보고 그것도 끔찍했어요. 이지아 십대때 서태지랑 사귀고 결혼했는데, 미성년자의 결정에 대해서 니 결정에 대해 니가 책임져야지 그걸 후회한다고 하냐고 지적하는걸 보고, 왜 인간들은 특히 여자 미성년자에게 이토록이나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많은가 싶더라고요. 미성년자니까 그 서른살 남자의 꼬임에 넘어갔죠. 그 서른살 남자가 지금의 저를 꼬셔봐요, 제가 넘어가나. 저한테 쌍욕만 디지게 먹고 사라지겠죠. 저는 중년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미성년자가 지금와 돌이켜보니 후회스러웠던건 너무 당연한 것 같아요. (그 프로 보지 않고 쓴 댓글입니다)

하여간 미성년자 꼬신 사람들은 너무 한심하고 못났고 너무 빡치고 그냥 지들끼리 나라 만들어서 살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 나라에 미성년자는 존재하지 않게 하고 말이지요. 어디서 성인 유혹할 능력은 안되니까 미성년자 꼬신 주제에 아오 빡쳐 ㅠㅠ

잠자냥 2026-04-30 15:00   좋아요 0 | URL
저도 좀 거기 패널들 반응이 범죄를 범죄라 말하지 않아서 답답했습니다... -_-

그 남자 딱 봐도.... 외모 체격 직업 등등... 20대 여성이나 30대 또래 여성이 절대 안 만나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하아.
프로그램엔 그들이 처음 만날 당시 사진이 나오거든요? 근데 그 사진 보고 제가 너무 격분해서 한 말.
˝저 새끼 저거 딱 봐도 미성년자 아닌 여자들은 절대 안 만나줄 인간이니까 애들 꼬셨네...˝

다락방 2026-04-30 15:03   좋아요 0 | URL
패널들은 범죄를 범죄라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애초에 주의를 받은 것일까요? 어떠한 경우에도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라고 말이지요. 미성년자들이 성인 만나면서 또래보다 돈도 더 잘쓰고 더 어른스러운 모습에 끌릴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빕스만 데려가도 감동한다고 하니까 ㅠㅠ 그 점이 성인이 미성년자 꼬시는 못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은 돈으로 충분히 여자를 꼬실 수 있다!! 이런 미친놈들이 진짜 다 때려눕히고 싶어요. ㅠㅠ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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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진실은 어떤 고통은 반드시 그 사람이 말하고 싶어하는 속도로 말하고 싶어하는 분량만큼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애란이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 문학이란 말하는 이에 특화된 것이라며 바로 저렇게 말했다. 소설가이니만큼 문학에 대해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그런데 저 문장이 특히 좋아서 나는 김애란의 책을 부랴부랴 사서 읽었다. 그렇다면 김애란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나는 그것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하는 것도 역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김애란의 작품을 통해서 나를 만났다. 더 정확히는 모순된 나, 내적 갈등에 휩싸이는 나, 를 본 것이다. 그리고 결코 '선하지 않은' 나를 말이다.


선하지 않은 나, 는 나에 대한 것이면서 동시에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기도 할것이다. 정확히는 중산층에 속한 사람들 혹은 중산층 근처에서 맴도는 사람들 말이다. 대표적으로 나에 대해 얘기하자면, 나의 경우는 내가 번 돈으로 여행을 갈 수 있고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번 돈으로 강남에 집을 살 수 없고 명품백을 살 수 없으며 일류 호텔에 숙박할 수도 없다. 내 주변엔 대부분 나랑 비슷한 경제적 형편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우리는 고만고만한 사정을 가지고 늘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얼마전에 친구를 만난 나는, 그 친구에게  대출 받아 집을 사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대한민국에서 지금껏 살아보니, 전세를 살다가는 삶이 업그레이드 되기 힘들더라, 2년있다 전세보증금으로 다시 전세를 구하려면 집값이 올라 내가 살 집은 다운그레이드가 된다, 대출 싫다고 돈 모아서 집 사려고 하면 그건 어림도 없는 소리다, 집값은 우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팍팍 올라버린다, 그러니 대출을 받아서 일단 대출금을 갚아 나가면, 더이상 계약 기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게다가 운이 좋으면 내가 있는 대출 다 갚은 후에 내 집값은 오를 수도 있지 않냐, 는 것이 내가 말한 취지였다. 친구 역시 요즘 집을 사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대출을 끼고 사는것 말이다. 


주변에는 집을 산 친구도 있고 그리고 집을 산 친구를 시기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니가, 나랑 형편이 비슷한 걸로 생각했는데 어떻게 니가, 라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정말 있다. 다른 사람의 기쁜 일에 같이 기뻐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다른 사람들의 슬픈 일에는 진심으로 공감도 해줄 수 있고 위로도 해줄 수 있지만, 좋은 일에 축하는 조금 다른 얘기다. 나랑 비슷한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나보다 조금 더 나아가는 것 같다 싶으면, 그걸 받아들이기가 힘든거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 돈에 관련된 것이다. 집, 차, 연봉. 



누군가 '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대체적으로 돈에 관련된 것이다. 부족함 없이 잘 산다, 여유롭게 잘 산다는 말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그 잘 사는 것을 시기하고 질투하거나 그리고 그 잘 사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하고 그렇기 때문에 잘 살지 못하는 것을 감추고 싶어한다.


이 책 속의 첫번째 단편 <홈 파티> 가 바로 그 '자랑'과 '감춤'에 대한 얘기다. 비슷한 경제적 형편과 문화적 자본을 가진 자들이 정기적으로 함께 밥을 먹으면서 값비싼 찻잔을 자랑하지만, 그런데 못사는 사람들이 집도 없고 차도 없으면서 왜 명품백을 가지고 있을까, 한심하게 여기며 험담한다. 이때 그 집에 초대받은 가난한 연극 배우는, 그것은 자신의 가난을 감추고 싶어서가 아니겠느냐는 말을 한다. 사실 나는, 명품백을 가지고자 하는 이유가 감추고 싶어서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이 시선이 신선했다. 그리고 그것이 맞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가지고 다니면서 드러낼 수 있는 소품으로 가방만한 게 어디있을까. 그것은 과시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감춤이 될 수 있겠구나. 그리고 이 작품 <홈 파티>는, '이디스 워튼'의 <징구>를 생각나게 한다.


<숲속 작은 집>은 내가 가장 안타깝게 그리고 가장 찔리게 읽은 작품이다. 주인공 부부는 동남아의 근사한 숙박업소를 예약해 거기에 한달간 머무르는데, 거기에서 메이드에게 팁을 주는 문제로 신경을 쓴다. 이만큼은 적을까 혹은 많을까, 그렇게 팁을 두고 갔더니 방이 더 깨끗해지는 걸 보면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돈 줬다고 더 신경쓰냐, 하는 실망감까지. 신경써줘 고맙다고 신경써달라고 돈을 준거지만, 그런데 돈을 줬다고 신경 쓰다니, 하면서 실망하는 인간이 바로 나 아닌가. 나는 이 작품에서 '모순된 나'를 만났다. 나는 자본주의가 사회악이라고 생각하고, 자본주의만 뿌리 뽑아도 세상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한편, 내가 돈 쓰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본주의에 가장 길들여져 있는게 또 내가 아닌가 말이다. 돈 쓰는 일은 나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가. 돈 좀 더 쓰고 좋은 비행기 타자, 돈 좀 더 쓰고 좋은 호텔 가자고 내가 나에게 얼마나 많이 말하는가. 그리고 백화점에 가 결제를 할 때 신나거든. 이렇게 돈 쓰는 걸 좋아하는 내가, 그런데 자본주의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나란 인간은 얼마나 모순적이란 말인가. 게다가 이 작품속에서 아내는 호텔 메이드를 '메이드라고 부르지 말자'고 남편에게 제안한다. 그건 어쩐지 좀 아닌 것 같으니, 우리라도 그렇게 부르지 말자는 거다. 남편은 그렇다면 뭐라 부르냐, 묻고,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아내는,


-그냥 '청소해주시는 분'은 어때? -p.79


라고 말한다. 이내 남편은 풋, 하고 웃어버리는데,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그건 너무 설명적인데다가 비경제적이고 음, 이런 얘기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살짝 기만적인 느낌마저 들어" -p.79


나는 아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했지만, 그러나 메이드를 '청소해주시는 분'이라고 부르자는 것에 기만적인 느낌이 든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어떤 호칭은 그리고 어떤 지칭은 멸칭이기도 하지만, 그걸 가리는 것이 때때로 기만이기도 한 것은 사실이지 않나. 남편은 '섹스를 섹스라 하지 못하는 고지식한 사람이 떠오른다'(p.80) 고 하는데, 나 역시 그랬다. 메이드라 부르지 말고 '청소해주시는 분'이라고 부르자는 아내의 말은, 내게는 기만적으로 느껴졌고, 좀 더 솔직해지자면, 물론 그 안에 다른 사람을 멸시하지 않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는 하겠으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나'가 있는 것 같은거다. 그리고 이런 마음이, 나라고 없을까? 사실 내가 누군가를 어떻게 부르고 혹은 어떻게 지칭하는지에 과연, '깨어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이 없었을까? 나는 순수하게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바꾸거나 금지하려고 한걸까? 



<좋은 이웃> 에서도 역시 나를 만났다. 화자는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한 사람이 자기보다 더 경제적 형편이 낫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기분이 몹시 나빠지는데, 가끔 우리도 그럴 때가 있지 않나. 누군가 나보다 더 좋은 것을 가졌을 때, 이를테면 더 좋은 집에 산다거나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됐을때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 말이다. 



나는 김애란의 이 책을 읽으면서 김애란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 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것은 소설이고 문학이니 뜻하는 바가 있을테니 말이다. 김애란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이 책을 읽은 독자인 나로서는, 사람들은 그렇게 선하지 않다, 는 것이었다. 쿨한 사람은 없고 쿨하게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것처럼, 선한 사람은 없고 선하게 보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거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사람중의 하나이고. 


사실 가장 많이 나에 대해 떠올린 건, SNS 에서 누군가를 보며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에 대해 떠올렸던 나다. 그러니까 러시아였나 폴란드였나, 어디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삼십대 초반의 여성이 도심 한가운데 높은 곳, 거실에서는 통유리로 도시 뷰가 보이는 집에 사는 거다. 그녀는 그 집에서 살면서 피부 관리를 받으러 가거나 늘 여행을 다녔다. 나는 이십년이상 일했지만 저런 집은 감히 꿈도 못꾸는데, 내가 앞으로 이십년이상 더 일해도 저런 집에 살지는 못할텐데, 그런데 도시뷰는 내가 얼마나 꿈꿔오던 곳이던가! 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젊은 나이에 저게 가능했을까, 하면서 공간과 돈에 대해 생각했던 내가, 이 책에서 자꾸 보였다. 이것은 이상하다, 부조리하다, 왜 열심히 돈 버는 나는 저런 집에 못살고,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아 보이)는 저 사람은 저런 집에 살까.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가 얼마나 부조리한지 보여주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나. 그러면서도 자본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그 안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내가 또 있지 않은가. 그런 한편, 전세 기간이 되어 다시 살 집을 구해야 하는데, 지금 가진 돈으로 같은 수준의 집을 전세로 얻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하던 지인도 생각났다. 왜 어떤 사람은 열심히 일하는데 살 집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어떤 사람은 그런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나. 역시 자본주의는 개나 줘버려야 한다, 라고 생각하다가도 어김없이 그 안에서 즐기고 있는 나를 만나는 거다. 그리고 그런 내가, 김애란의 책에서 보였던 거다. 여기에는 그녀의 과시가, 그리고 그 부(rich)로 인한 다른 어떤 것의 감춤이 있었고, 드러난 부를 보고 부러워하는 (나의)질투가 있다.


오, 신이시여..



나는 모순된 나를 만나는 것이 괴롭다. 몹시 괴롭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모순된 나를 자꾸 보게 된다.

김애란은 문학이 하는 일은 화자가 말하고 싶은 속도로 말하고 싶은 분량만큼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무언가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천천히 세상을 바꾼다, 라고 했다. 김애란이 문학에 대해 하는 말에 동의한다. 그 말은 다 맞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내가 생각하는 문학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꾸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혹은 '삶'을 읽으면서, 결국은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 문학이 하는 일인 것 같다. 나는 모순된 나를 만나고, 그리고 괴롭다. 김애란이 보여준 어떤 이들의 민낯이, 그런데 가끔 나의 민낯이기도 해서 수치스럽다. 활자로 나의 수치를 들여다보게 하는 일이 문학이 하는 일인 것 같다. 그러니까 문학이 하는 많은 일들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나는 김애란의 이 작품들 속에서 과시하는 이도 그리고 질투하는 이도, 그리고 선한척 하는 이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인물이 없었다. 그래서, 수치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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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26-04-2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사랑스러우십니다. 그게 쉽나요~

다락방 2026-04-22 12:43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나이에 사랑스럽다니, 역시 저는 짱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4-2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모순된 나’를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발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듯..... 저는 모순된 나를 찾지 못해서 고통의 읽깈ㅋㅋㅋㅋㅋㅋㅋ

메이드를 ‘청소해주시는 분‘이라고 부르는 거.. 전 진짜 남편한테 공감했어요. 너무 기만적임.. ㅋㅋㅋㅋㅋㅋㅋㅋ 청소해주시는 분 운운할 때 실제로 제가 책 읽다가 현웃터짐ㅋㅋㅋㅋ 아니 왜 섹스를 섹스라고 못 하느냐고! ㅋㅋㅋㅋㅋㅋ 전 제가 남편이었으면 아마 끝까지 메이드라고 불렀을 걸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김애란이 말하고자 한 게 바로 그거, 인간은 선하지 않다... 같은데 그래서 저는 이 책 읽으면서 답답했던 거 같아요. 그래 알았어, 근데 그래서 뭐 어쩌자고! 이런 심정. 근데 다락방 님도 거기 동의하신다고요? “선한 사람은 없고 선하게 보이고자 하는 사람은 있다” 저는 그래도 사람은 치졸하고 못났어도 선한 사람이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 이건 인간 혐오자인 저랑 인간 사랑자인 다락방 님 의견이 갈리네요?! 신기방기 ㅋㅋㅋ

다락방 2026-04-22 13:12   좋아요 1 | URL
저는 메이드를 ‘청소해주시는 분‘ 이라고 부르자에서 진짜 모순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기만이라고 생각했고요. 이거야말로 ‘선하게 보이고 싶은 나‘의 대표적 모습이 아닌가 싶었고요. 오히려 멸칭이 아닌 메이드를 멸칭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메이드를 그냥 직업적 지칭으로 생각하고 부르면 되는데, 그걸 오히려 더 약자라고 생각해버린 것 같고요. 그래서 기만으로 느껴지고 그 말이 더 싫었던 것 같아요.

저도 잠자냥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서 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문제 제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 뒤가 잘 안보이고요. 그런데 어쩌면 그 뒤는 독자의 몫일지도 모르겟고요. 그래서 저도 별 다섯을 줄 수는 없는 책이었어요. 그리고 이 책에서 신형철이 김애란을 사회학자라고 부르잖아요. 그런데 그 사회학 이라는 부분에서는 김애란이 그런 면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그쪽으로는 역시 황정은이 최고이구나, 라고 생각했고요.

저는 ‘선하고자 하는 나‘가 인간의 기본값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잠자냥 님 댓글 읽고나니, 선한 사람... 이 없진 않은것 같고요. 저는 선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런데 선한 사람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 그런데 선하기만한 사람은 없지 않나, 라고 또 한편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선한 일을 한 사람, 선한 사람이라고 알려진 사람도, 어딘가의 누구에게는 또 끔찍한 사람일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선한 사람은 존재하긴 할것입니다. 구체적 예가 떠오르진 않지만 말이죠. 선한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독서괭 2026-04-26 12:10   좋아요 1 | URL
와 두분 평이 갈리는 지점이 재밌어요!! 근데 모순이 없는 사람이라니 잠자냥.. 역시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인 거야

잠자냥 2026-04-2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수하는 직접 읽으시오. 🤣

다락방 2026-04-22 13:57   좋아요 0 | URL
건수하는 직접 읽으시오 2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6-04-23 00:56   좋아요 0 | URL
????? 🙄

잠자냥 2026-04-23 08:35   좋아요 0 | URL
다락방 1등 알림 페이퍼에 “김애란 작가의 책을 읽어봐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고 건수하 님이 댓글 단 줄 아뢰오~

건수하 2026-04-23 08:43   좋아요 0 | URL
아 여긴 댓글 안 달았는데 여기 갑자기 있길래…. 근데 안 읽고 싶어서 고민인 거였어요… 😂

잠자냥 2026-04-23 08:56   좋아요 0 | URL
그냥 읽지 마시오.🤣

건수하 2026-04-23 09:16   좋아요 0 | URL
엊그제 회사 도서관 반납에 있는거 두고왔는데 오늘 가보니 대출중.. 일단 밀리에서 다운로드했는데 밀린 책들 많음 ㅎㅎ

잠자냥 2026-04-23 09:56   좋아요 0 | URL
저도 밀리에서 읽었습니다. 밀리에서 읽기 좋은 책.....(아주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6-04-22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내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난 듯한 느낌이 들어 참 불편했었어요.
그래서 계속 곰곰 생각을 많이 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근데 계속 소설이 떠올라 잊혀지지 않는다면 이건 내게 있어 가장 좋은 소설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죠. 그래서 저는 별 다섯!^^
(그래도 제겐 <비행운>이랑 <바깥은 여름>이 좀 더 좋았기도 했습니다만.^^)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쭉 읽고나니…김애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우리네들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저는 주거공간 부분이 참 많이 와 닿았었는데 다락방 님의 리뷰에서도 구체적으로 잘 표현된 부분들이 많아 완전 공감했네요.ㅋㅋ
그리고 특히나 선한 사람의 정의 부분에서 시선이 오래 머무네요. 다락방 님의 정의가 어쩌면 김애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과 비슷할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구요. 저도 선한 사람일지라도 내면 속엔 자신도 모르는 어떤 계산된 마음, 그리고 악인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스릴러물을 너무 읽고 있는 탓일지도?ㅋㅋㅋ)
어쩌면 살아온 인생의 무게가 저절로 교양과 매너를 장착하게 되었고, 또 어쩌면 자제력이란 게 훈련되어졌기 때문에 선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나는 선행이랍시고 베푼 행동이나 말이 분명 상대방에겐 폭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긴합니다. 제가 실제로 그런 일을 겪어 당황한 적 있었거든요. 약자에겐 그 선행이 결코 선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하더라구요. 소설을 읽으면서 지난 내 모습과 현재의 모습 모두 다 비춰져 참 부끄럽고 난감했었고 속 편하지 않았는데 이런 소설이 또 많이 나와야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지난 번 댓글에서 황정은 작가님도 언급해주셨는데 황작가님 같은 사람도 분명 있어야 하고, 다른 작가들도 여러 다른 요소와 각도로 ‘사회학자‘라고 불리는 소설가들이 많이 배출되고 소설도 많이 나왔음 좋겠어요.
리뷰 너무 좋아서 좋아요. 더 많이 누르고 싶은데 한 번만 눌렀네요.ㅋㅋㅋ

다락방 2026-04-23 15:56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선한 동기를 가지고 한 행동이 과연 선한 결과를 불러오는가, 선한 결과를 불러오지 않았다면 그것은 선하다고 볼 수 있나. 이건 되게 복잡한 문제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선한 행동을 많이, 아주 많이 할 수 있지만, 그러나 선한 사람이냐, 라고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망설여지게 되는것 같아요. 어떤 사람에게는 선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선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인간에게 선한 마음이 있는 것은 또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인간의 선한 마음이라는 것은, 측은지심일 때, 나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만 발휘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요. 이 책 속에서 화자들은 여행갈 경제적 여유가 있고 또 메이드에게 팁을 줄만큼의 여유도 되지만, 그러나 그에 기대하는 바를 가지고 있고, 또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장애있는 아이를 가르치는 나, 에 심취해있지만, 막상 그 아이네가 집 사서 이사간다고 했을때 어쩐지 속이 상한 내가 있고요.

학원에서 일하던 제 친구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학원 학부모들도 얘기하다보면 임대주택 아이들을 무시한다고요. 그런 현실의 반영이 김애란 책에 다 녹아있는 것 같았어요. 나보다 월등히 잘 살면 질투나 시기할 엄두도 못내지만, 나랑 비슷한 줄 알았다가 나보다 조금 더 잘사는 것 같으면 마구 질투하고 시기하는 약한 인간들을 그대로 녹여냈달까요.

사실 저는 김애란의 이 책 보다는 김애란의 인터뷰가 더 좋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문학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열심히 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단발머리 2026-04-23 2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괴롭게 하고, 부끄럽게 하고, 따뜻한 순간을 기억나게 하는 게 문학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읽는다고 모두 다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다락방님이 괴롭다고 쓰신 이 글이, 오히려 소설과 문학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 인간을 얼마나 더 인간답게 하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소설을 읽기 전에는 항상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해요. 점프하기 전에 약간 긴장되는 그건 순간이구요. 특히 한국 소설은 더요.

다락방 2026-04-24 22:59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의 댓글을 읽다보니, 역시 가장 중요한 일은 독자의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가 자, 이런 이야기야, 하고 펼쳐주면, 그 이야기를 읽고나서 그 뒤는, 독자가 생각하고 행동할 몫인거죠. 그리고 모든 독자에게 같은 종류의 자극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누군가 엉엉 울었던 작품이 저에게는 아무 감정도 주지 않을 수 있고요. 그러나 모두를 울리지 않으면 또 어떻습니까. 누군가에게, 그것이 단 한 명이라도 어떤 영향을 미쳤다면, 또 그정도라도 문학은 제대로 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김애란을 좋아한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는데, 문학에 대해 말하는 김애란은 좋았습니다. 그런 사람이 소설을 써주어서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소설은, 문학에 대한 어떤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쓰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런데 막상 저는 문학에 대한 신념..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네요. 흐음..

얼음장수 2026-04-2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 읽는 내내 찜찜한 마음이었는데 비슷한 이유였던 것 같아요.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도, 누군가를 구김없는 마음으로 축하해 주는 것도, 좋은 이웃이 되고 좋은 손님인 되는 것도 일정 수준의 자본이 있어야 한다는 처절한 모순과 역설이네요. 시집과 소설을 읽고 주식 어플을 확인하고, 주식 방송을 보고 나서 영화를 보고, 매일이 매순간이 모순인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6-04-28 20:27   좋아요 0 | URL
오, 얼음장수 님도 비슷한 마음이셨군요. 말씀하신대로 정말 그렇습니다. 어떤게 옳은 것인지 그리고 어떤게 더 정의에 가까운지, 사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또 행동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제가 실제 삶에서 취하는 행동은 자본에 찌들어서 그걸 즐기는 나인 것이지요. 그걸 볼 때마다 제가 지향하는 바와 제가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보통의 인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소설이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모순적이지 않게 살고 싶은데, 매순간 모순입니다.
 
극야일기 - 북극 마을에서 보낸 65일간의 밤
김민향 지음 / 캣패밀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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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향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 반려묘 '찌부'를 데리고 북극으로 간다. 그녀가 북극으로 갔을 때에 그곳은 극야였다. 백야가 하루종일 낮을 의미한다면, 극야는 하루종일 밤을 의미했다. 빛이 드는 시간이라고는 하루에 고작 한두시간 뿐이고 온통 어둠으로 채워진 날들 속에서, 그녀는 찌부를 예뻐하고 찌부를 염려하고 일을 하고 동상에 걸리고,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이 책에 대해 얘기할 때는 '애도'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애도라는 것은 각자에게 다른 모습으로 찾아든다는 걸 고려했을 때, 그녀의 애도는 늘 어둠인 곳에서 그리고 늘 추운 곳에서 홀로 해내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혼자라는 걸 알고, 그러나 찌부랑 함께 있고,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꿈을 꾼다. 


그리고 그녀는 대부분 혼자였다. 집 밖으로 나가면 어둠과 눈과 얼음 뿐이어서 고요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랑 이야기를 나누고, 홀로 걷노라면 집까지 태워줄까, 하는 친절한 주민들을 만나지만, 춥고 어두운 곳이니만큼 어딜가나 북적거리는 다른 도시와는 다른 곳에, 그녀가 살고 있다. 오로라를 열 몇차례나 볼 수 있는 장소에서, 그녀는 물탱크의 물을 다 쓰면 전화를 걸어 물을 배달시키면서, 언 손을 녹여가면서, 고장난 변기가 고쳐지기를 기다리면서, 악취를 참아가면서, 그곳에서 혼자 지낸다. 무언가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는 있지만, 집 앞까지는 배달해주지 않는 곳에서, 그래서 우체국으로 직접 가 찾아와야만 하는 곳에서, 그리고 배송 시간도 아주 오래 걸리는 곳에서, 그녀는 고양이 찌부와 먹고 마시고 자고 애도한다.


그 일상들 속에 그녀가 찍어 올린 사진이란 얼마나 근사한 것인지. 그곳의 추위와 고독이 손에 닿을듯 생생하다. 대부분 환한 빛과 초록의 싱그러움에 대한 사진들만 보다가 흑빛의 혹은 남색이나 보랏빛의 사진을 본다는 것,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진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신비로운지, 그리고 얼마나 추운지. 어떤 사람들은 일본을 어떤 사람들은 하와이를 어떤 사람들을 베트남을, 수시로 찾는다고 하지만, 이토록이나 춥고 고독한 마을을 한 번 찾고 두 번 찾고, 머무르는 기간을 좀 더 늘리고, 또다시 찾는다는 건 얼마나 다른지! 그렇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글과 그림에 감탄하면서, 그리고 함께 애도하면서, 나는 그녀가 나와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했다. 어쩌면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를까. 


나는 언제나 여름을 찾아다니고, 낮에 돌아다니고,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그녀는 겨울을 찾아갔고, 늘상 밤인 곳을 살고, 그리고 늘 혼자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지만, 나는 이렇게 춥고 어두운 곳에서 오래 혼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늘 찌부가 있었으니 혼자라고 볼 순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반려묘와 둘인 삶에 대해 알지 못하니까.



엄마는 외할머니를 해양장으로 모셨다. 가끔 그곳으로 찾아가 할머니에게 인사하신다. 그리고 강이나 바다라도 볼라치면, 저기 어딘가에 우리 엄마가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하셨다. 엄마는 바다를 좋아하시고, 할머니도 바다를 좋아하셨다고 한다. 

나는 외할머니와 엄마와는 다르게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한다. 엄마는 바다를 보면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 너무 좋다며 하염없이 바라보는 걸 좋아하시는데, 나는 산에 가서 흙을 밟고 나무를 보고 냄새 맡는 것이 위안이 된다. 그렇다해도, 엄마가 바다를 좋아하시는 걸 알아서, 좋은 바다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우리 엄마, 여기 오면 되게 좋아하시겠네.


포르투갈의 코스타 노바에 갔을 때, 엄마 생각이 한참 났다. 코스타 노바의 바다는 북대서양이다. 그동안 내가 보아온 바다 중에 최고의 바다였다. 내가 대서양을 바라보며 서있다니. 이 바다가 너무 좋아서 꼭 엄마랑 같이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 여기 보면 되게 좋아하셨을텐데. 가만있자, 여길 어떻게 엄마를 모시고 오지. 직항으로 일단 리스본까지 열다섯시간 반에, 포르투까지 기차로 세시간 반, 그리고 다시 기차로 한시간 걸려 아베이로까지, 그리고 거기서 택시 타고 이십분 걸려 코스타 노바로 와야 하는데. 하루 만에는 무리겠구나, 일단 환승으로 어딘가에서 이삼일 머무른 뒤에 포르투갈에 도착해야 겠다. 그리고 또 하루이틀 쉰 다음에 여기 와야겠구나. 여정이 너무 길어, 엄마 힘드시겠네. 그런데 우리 엄마, 이 바다를 얼마나 좋아하실까. 나는 머릿속으로 엄마를 여기 모시고 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방법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애도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바다를 보면 우리 엄마가 참 좋아하겠다, 생각하지만, 먼훗날의 나는 바다를 보며 엄마를 그리워해야겠지. 그 때가 되면 엄마랑 어떻게 와야하나 계획을 세울 수도 없겠지. 바다를 보며 머무르는 시간이 좀 더 길어지겠지. 우리 엄마, 바다 좋아했는데, 라고 과거형으로 떠올리게 될 때가 있겠지. 언젠가 반드시 그런 날이 오고야 말겠지만, 그게 인간의 숙명이지만, 그러나 그 시간이 아주아주 오랜 후에야 찾아오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 우리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곳이 많다. 맛있는 것도 더 사드리고 싶다. 바다 좋아하는 엄마, 바다 더 보여드려야 한다.








춥고 어두운 곳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책을 읽고, 나는 밝은 곳에서 살아계신 부모님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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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3-2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찌부가 반려견인 줄 알았어요. 고양이를 데리고 그렇게 먼 곳까지 갈 수 있군요?! 울집 고양이들 상상해보니 일단 가방에 담으려면 푸코&한나 빼고 다 사라짐!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님 어머니는 동해만 보시더라도 다락방 님 하고 함께이면 거기가 코스타 노바일걸요?!

다락방 2026-03-22 21:3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저 고양이를 어떻게 데려갔을까 싶더라고요. 고양이 나이도 많았어요.
엄마 모시고 서울 바깥으로 한 번 다녀와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울엄마 맛있는 것도 사드려야죠. 나는 비록 백수지만... 하하하하하.

망고 2026-03-20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북극으로 갈 생각을 했을까요? 정말 용감한 선택인 것 같아요 혼자서 북극이라니....
바다 사진 깨끗하고 맑고 참 좋네요 엄마 한테 저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는 다락방님 마음도 참 아름답습니다😭

다락방 2026-03-22 21:34   좋아요 0 | URL
예전에 미국 생활할 때 북극에 갔던 적이 있었대요. 그런데 저자에겐 참 좋았는가봐요. 이번에 이 책에 써진 것처럼 두달 이상을 머무르다 와서, 1년 후에 또 갔더라고요. 와 정말 대단하다 싶었어요. 저는.. 극야에는 못갈 것 같아요. 저는 빛과 따뜻함을 찾아 다닙니다.

망고 님, 저 오늘 바질, 고수, 로즈마리 씨앗 심었어요!! >.<

단발머리 2026-03-2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가 정말 좋네요. 대서양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저는.... 코스타 노바에 엄마를 모시기 위해 이리저리 생각해보는 다락방님 마음이 참 좋네요. 다락방님 어머님이 부러워요.
다락방님 어머님이 다락방님에게 좋은 엄마시지만,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요. 그 좋은 엄마의 딸이 엄마를 좋아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깐요. 다락방님 엄마는 정말 좋으시겠어요. 딸이 다락방님이라서요~~

다락방 2026-03-22 21:36   좋아요 1 | URL
세상에, 대서양이라니요. 기분이 정말 끝내줬어요! ㅋㅋ

엄마 오면 좋아할텐데, 라는 마음에서 그치는 건 제 타입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모시고 올것인가, 라고 생각해보고, 답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해야지요. 아무래도 이래저래 시간은 걸리겠지만, 어떻게든 한 번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는 가끔 제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그러나 엄마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만큼이라도 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국어 학습담 - 외국어 학습에 관한 언어 순례자 로버트 파우저의 경험과 생각, 2022 세종도서 교양 부문
로버트 파우저 지음 / 혜화1117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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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학습하기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은 뭘까? 가장 쉬운 방법은 뭘까?

요즘 SNS 를 보면, '그'동안 당신이 들인 시간과 노력은 헛되었다, 이 방법만 알면 3개월만에 영어 능통자가 된다','그동안 네가 학습해온 영어는 실제생활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온라인 튜터와 함께라면 현지인들의 영어를 할 수 있다' 고 광고한다. 그렇게 광고하는 사람들은 실제 자신이 공부한 방법으로 효과를 보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려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여러개의 외국어를 구사하는 '로버트 파우저'는 외국어를 학습하기에 쉬운 방법은 없다고, 재차 얘기한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 그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규칙 동사? 싫지만 무조건 외워! 오늘 까먹었어? 당연해, 계속 반복해.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암기하고 반복하는 것이 외국어를 학습하는 바른길이며 또 유일한 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학습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 로버트 파우저는 자신에게 그것은 외국어로 된 텍스트를 읽는 것이라고 했다. 신문이어도 좋고 소설책이어도 좋다. 로버트 파우저는 한 외국어를 습득하고자 하면, 그 외국어로 된 책들을 꾸준히 읽었다고 한다. 이건 결국 외국어 실력이 되어 그에게 쌓였다. 새삼, 우리가 알라딘에서 영어책을 같이 읽는 것은 얼마나 좋은 방법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로버트 파우저는 놀랍게도 이 책을 한국어로 썼다. 그는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고 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영어, 한국어, 일본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 에스페란토와 이탈리아어까지 공부중에 있다. 흥미를 느끼는 외국어가 있다면 그 나라에 가서 일정기간 거주하며 현지인들과 대화해보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그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더 여유로운 경제적 상황이기도 하다는 뜻일테다. 게다가 아마도 그는 어느 나라에 가도 환영받는 입장이 아니었을까. 서문에서 로버트 파우저는 자신이 외국어 학습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었던 것은, 백인 남자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시작한다.


그가 이 책에서 제안하는 것은 자신의 외국어에 대한 성찰을 해보자는 것인데, 그것을 표로 만들어보는 거다. 내가 하고자 하는 외국어는 무엇이며 그것을 왜 하고 싶은가, 라는 목표 설정. 그리고 현재 어느 상태에 있고, 어떤 학습법을 해나갈 것인가 를 그려보자는 거다. 그의 이런 제안에 있어서 내가 뭐든 표로 그리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라서 그냥 넘기긴 햇지만(표는 그리기도 싫고 누가 그려놓은 거 보기도 싫다), 그러나 '목표'에 대해서는 우리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었다. 내가 영어를 왜 공부하고 싶은가, 하는것. 내가 '왜' 공부하고 싶은지를 알면, 학습이 중단될 때마다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왜' 공부하고자 하는지를 알면, 길을 잃었을 때 다시 제자리로 올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왜' 공부하고자 하는지를 안다면, 학습법도 그에 맞게 변화를 이루어 갈것이다. 이를테면, 외국어로 글을 쓰고 싶다, 면 외국어로 된 글을 많이 읽어보고 또 직접 써보는 걸 시도해보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읽고 쓰기는 어떤 목표가 되었든 필요한 과정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 외국어를 잘하는 로버트 파우저가 '그건 나의 언어적 재능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그런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국어를 배우고자 한다면 노력에 또 노력을 해야한다. 그리고 로버트 파우저는,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방법이라는 것이다. 대학에서 외국어 강의를 하는 그 역시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언어란 것이, 특히나 외국어란 것이 사용하지 않으면 바로 그 순간 다 잊혀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는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에도 일본어와 한국어를 꾸준히 마주하려고 한다. 잊지 않기 위해서. 그러니까 누군가가 '나는 3개국어를 해' 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꾸준하게 그 언어들을 보고 듣고 익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테다.


나는 외국어에 관심이 많다. 나는 외국어를 학습하고 싶다. 지금 싱가폴에 와서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그러나 내가 이곳에 와서 영어를 공부한다고 해서 영어가 내 것이 될지, 내가 모국어처럼 영어를 구사하게 될지에 대해서라면 확신할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영어를 잘 할 수 있는게 아니라면, 나는 왜 여기 와있는걸까? 이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를 수차례 묻게 되는데, 그러나 내가 여기에 온 것이 여기에 오지 않은 것보다는 나았다, 라는 것만큼은 확실히 대답할 수 있다. 나는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외국어가 가득한 곳에 와있고, 그래서 누군가와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낯선 언어로 말을 걸거나 또 들어야 하며, 그리고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낯선 문화 속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로버트 파우저만큼 외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은, 로버트 파우저만큼 외국어를 학습하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암기하고, 읽고, 쓰는데 들이는 시간이 현저하게 적거나 없다. 게다가 로버트 파우저는 '암기' 를 받아들이라는데, 그 암기가 내게는 너무나 어렵다.


나는 외국어를 잘하고 싶고, 살아가면서 바이링구얼 보다는 멀티링구얼이 되고 싶다. 그러나 '되고 싶다'에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잊고 산다. 그러다보면 되고 싶은 사람에 가까이 다가서질 못한다. 스페인어를 학습하겠다고 듀오링고를 열심히 하다가도, 어느 순간 어렵게 느껴지는 지점이 오면 그 뒤의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멈추게 된다. 하, 여기서부터 어려워지니 처음부터 다시. 나는 스페인어를 듀오링고에서 삭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했는데, 그러다보니 처음이 너무 쉬운거다. 그렇게 쭉쭉 진도를 나가다보면 또다시, 어려워지는 시점이 오고 거기서 또 진도를 못나가고 헤매다가, 하아, 최근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나는 고작 인삿말 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이 되는것인가. 로버트 파우저 처럼 여기에서도 살아보고 저기에서도 살아보며서 그 언어를 학습할 수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할 수 있는 한에서 방법을 찾아봐야 할텐데. 그리고 내게 맞는 학습 방법이 무엇인지도!


그러나 나는 로버트 파우저처럼, 외국어를 알아가는 것이 무척 즐겁다. 나는 아직도, 지난 여름 로마에 갔다가 짧은 이탈리아어로 커피와 크로아상을 주문해 먹었던 것을 잊지 못한다. 그 때 얼마나 짜릿했는지! '외국어를 사용할 때면 또다른 내가 된 것 같다'(p.168')' 는 로버트 파우저의 말은, 내게도 역시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이탈리아어를 잘하게 된다면 그 대화는 더 길어질 것이고 그리고 더 큰 기쁨을 느끼겠지. 그리고 스페인어를 한다면 그 경험을 스페인에서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일어를 한다면 일본에서도 그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낯선 길을 지나다가 간판이나 안내문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면, 또 그 기쁨은 얼마나 클까. 외국어를 할 줄 알게 된다면, 내가 보는 세상이 그만큼 확대될 것이고 세상이 확대되는 만큼 나의 사고도 확대되지 않을까? 그런걸 상상하노라면 너무 짜릿해서, 그래서 외국어를 잘하고 싶다고 바라게 된다. 그래서 자꾸 이렇게 외국어를 학습하는 사람,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의 글을 읽고 싶어지는 것 같다. 내가 되고자 하는 바의 사람이 있으나 그렇게 되기 위한 노력을 덜하고 있으니, 나의 의지에 노력을 더하는 불씨로 삼고자 말이다. 내가 외국어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외국어를 공부하고 잘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일이 즐거웠다.



자, 다시, 수없이 '다시' 라고 말했지만 또 다시,

외국어 학습을 열심히 해보자. 암기해보자. 진도를 나가보자. 영어랑 스페인어랑, 지금은 듀오링고에 일본어를 더했다. 내 욕망은 이탈리아어와 독일어에도 닿아있으나, 현실은 스페인어도 진도가 안나가고 듀오링고에서도 멈춰있어.. 다시, 꾸준히 해보자.


사실 내가 가장 효과있다고 생각한 방법은 그전에는 로버트 파우저가 말했듯이, '읽기' 였다. 영어책 읽다 보면, 하나가 됐더라도 모르는 단어를 외우게 되니까 말이다. 책 한 권을 읽다보면 반복되는 단어들이 있고, 그 단어들이 학습되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외국어로 공부를 하러 나와서 외국인들을 만나다보니,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인것 같다.  내가 thigh 씨프 라고 얘기하면 그건 싸이, 라고 고쳐주고, 내가 better 라고 하면 '아 너는 prefer 한다고' 바로 고쳐주는건, 외국인들과 대화할 때였다. 그래서 내가 싸이를, 프리퍼를 잊지못해..


회사 다니던 시절 해외영업부 과장은, 한 영화를 팔십번 보면서 대사를 아예 통으로 외웠다고 했다. 그랬더니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그러니까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될 것 같다. 누군가에겐 영화 대사를 외우는게, 누군가에겐 외국어로 책을 읽는게, 누군가에겐 대화를 하는게 가장 좋다고 해도, 나에게 맞는게 뭔지는 내가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알아가야 할 것이다. 하여간 뭐가 됐든 방법을 찾았다면 찾은대로 그리고 찾지 못했다면 찾는 과정에서도 외국어는 학습될것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 빠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천천히, 느리게라도 학습하다보면 결국에는 어딘가에 닿아있지 않을까. 그리고 닿았다면, 이 책에서 로버트 파우저가 강조했던 것처럼, 그것을 놓지 않고 계속 붙잡고 있는게 중요하다. 그래야 계속 그 언어를 '할 줄 아는'을 넘어서 '사용하는' 사람이 될테니까 말이다.




'어제의 내'가 홀연히 등장하여 '오늘의 나'를 돕는다 (p.133)



이 책의 소제목 중 하나인데, 너무 좋지 않나. 결국 나를 돕는 것은 나인 것이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도왔듯이, 오늘의 나는 미래의 나를 돕기 위하여 열심히 암기하고 학습하여야 할것이다. 그 뒤에 만나는 것은 '또다른 내가 된 것 같은 느낌'일 것이니, 얼마나 좋아. 하여간 외국어를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진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미국인 백인 남성‘인 나의 위치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 구조적인 위치는 물론 ‘외국어 학습자‘로 서의 위치 역시 돌아볼 지점이었다. 전 세계 패권국가이면서 제국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초강대국 주류 문화 계층에 속해 있는, 미국인이자 백인 남성이다. - P9

외국어는 배울 것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부인할 수 없다. 배워 나가는 길은 시원하게 앞으로 뻗어나가는 직선이 아니다. 전진과 후퇴를 번갈아 맛볼 것이다. 좋은 날이 있으면 답답한 날이 있다. 그러나 묵묵히 해나가다 보면 단계마다 고비마다 각별한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이 길의 가장 좋은 동반자는 좋은 교사도, 탁월한 교수법도 아니다. 외국어 공부를 그 자체로 즐기며 힘들지만 앞으로 나아가 보겠다는 각자의 마음고 태도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학습 스타일을 발견하게 되고, 어느덧 외국어 공부에 끌려가지 않고 주체적으로 해나가는 스스로를 만나게 될 것이다. 또한 평생의 친구를 얻게 될 것이다. - P114

쉬운 방법이란 누구에게 쉽다는 걸까? 불특정 다수의 모든 사람에게 쉬운 방법이란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가? 그런 방법이 과연 나에게 맞아떨어질 확률은 얼마나 되는걸까? 쉬운 방법이란 말에 끌려 책을 펼치긴 하지만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 어떤 방법도 쉬울 수 없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외국어는 원래 배울 게 많고,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니 그렇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쉬운 방법을 찾아 헤매기보다 스스로에게 맞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바로 외국어 성찰이다. - P132

‘어제의 내‘가 홀연히 등장하여 ‘오늘의 나‘를 돕는다 - P133

일본어를 처음 배울 때 교수님은 이 두 가지 동사 변화의 이유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외우라고 강조했다. 외국어 학습자 중에는 매우 분석적으로 배우려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유형의 수강생은 모든 단어 변화에 논리적인 설명을 요구한다. 이런 질문이 너무 많으면 진도를 예정대로 나가기 어려워진다.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교수님이 미리 경고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모든 언어에 불규픽적인 부분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를 만나면 분석적으로 알아보려고 하기보다 무조건, 그대로 외우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일본어 교수님의 말씀이 맞았다. - P136

여러 언어를 공부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외국어 그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이유일 수 있지만 낯선 언어를 깨우쳐 나가는 과정, 그것을 점차 익혀 자유롭게 말과 글을 통해 소통하는 걸 매우 즐긴다. 공부할수록 새로운 언어 체계와 구조를 발견하는 것도 흥미롭고 배워 나갈수록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고, 글과 말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즐겁다. 외국어를 사용할 때면 또다른 내가 된 것 같다. 마치 무대에 선 연극배우 같다고 할까. - P168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발음이다. 말하기와는 좀 다르다. 문법과 어휘를 배우는 것도 재미있지만 발음 연습을 할 때만큼 흥이 나지는 않는다. 새로우 발음을 연습해서 직접 소리를 낼 때면 또 다른 나와 만나는 것 같다. 마치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새로운 세상 앞에 서서, 내 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만끼하는 것도 같고, 그로 인해 앞으로의 인생이 더욱 풍부해질 것 같은 느낌이 무척 좋다. 그리고 그때마다 일종의 해방감도 느낀다. 책을 읽을 때도,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을 때도 즐겁지만 내가 멋지게 발음을 해냈다는 순간의 성취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 P168

미국인인 내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한글로 된 글을 읽고 쓰는 걸 보며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강의 시간에 만나는 학생들에게도 수없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부드럽게 권유한다.

"배우고 싶은 외국어로 된 글을 많이 읽으세요."

바로 다독多讀이다. 내 경험으로는 새로운 외국어를 배울 때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것은 물론 아니다. - P169

자율적으로 공부한다는 것은 스스로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단계적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게 학습해 나가는 것이다. 학창 시절의 우리에게 스스로 정한 목적과 목표가 따로 있었을 리 없다. 이미 교육 과정이 설정한 목표가 정해져 있고, 무조건 그것을 따라야만 한다. 하지만 성인이라면 이제 이야기는 다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목적을 정하고, 단계적 목표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무슨 의미일까. 지금까지의 기억은 잊을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즉,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외국어 학습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거라는 의미다. - P200

아일랜드의 유명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 는 영어 이외에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에 능숙했고, 라틴어와 노르웨이어의 고어를 대학에서 공부했다. 글을 쓰면서 언어적 자극을 위해 여러 외국어를 꾸준히 공부했다.
정치가 중에 카를 마르크스와 함께 공산주의 이론을 정립한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 의 모어는 독일어였지만 그는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폴란드어, 그리고 아일랜드어를 할 줄 알았다. 외국어 공부가 취미였던 그는 외국의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면 상대방의 언어로 쓰기 위해 노력했다. - P211

1784년 제퍼슨이 쓴 편지의 일부다. 그는 말을 배우기 위해 자신만의 학습법을 찾았다.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파리 인근 작은 마을의 프랑스인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다. 가족 중에 여자와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 독해를 위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과 프랑스인 가족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균형 있게 나눠야 한다. 약 석 달 동안 여자와 아이들을 통해 습득한 프랑스어는 남자에게 약 1년 동안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 P214

꾸준히 노력해서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다다랐다고 해서 그걸로 끝이 아니다. 외국어 학습을 중단하는 순간 외국어 실력은 그 자리에 멈춰있지 않고 곧장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한다. 그것도 무서운 속도로.
망각은 공부를 하면서도 일어난다. 어제 분명히 외웠는데 오늘 생각나지 않는 단어가 한두 개가 아니다. 일정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해서 안심은 또한 금물이다. 긑도 없이 사라지는 것만큼이나 익혀야 할 새로운 표현과 단어가 끝도 없이 눈앞에 매일매일 등장한다. 언어의 변화에 따라, 본인의 기억 능력에 따라 개인차는 있겠지만 사라지는 것과 새로 익힐 것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건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이다. 그래서 차라리 외국어 학습의 전제를 미리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게 속 편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나는 외국어는 무조건 배울 게 많고 어렵다는 전제다. 나만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면 포기하고 싶을 때 마음을 다잡는 힘이 된다. - P227

또 하나는 외국어는 잊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는 전제다. 오늘 공부한 것을 다 잊어도 그게 외국어의 속성이라면 지칠 때마다 조금 위로가 된다. - P228

오랫동안 외국어 공부를 해온 내 경험에 의하면 외국어 학습은 직선일 수 없다. 한 번 배운 걸 다 기억하고 앞으로 앞으로 쭉 뻗은 직선처럼 직진만 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 열심히 공부한 것 가운데 일부는 잊어버리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또 그 가운데 일부를 잊어버리고 다시 반복해서 기억하는 과정을 끝없이 반복한다. 앞으로 나아간 것 같은데 어느새 뒤로 물러나 있고 열심히 해도 늘 제자리를 맴돈다. 좌절이 늘 등뒤에 따라디는 느낌이다. 수많은 학습자들은 수없이 반복되는 과정을 견디지 못하거나 학습법의 부족 또는 머리가 나쁜 탓이라며 스스로를 괴롭히곤 한다.
그러나 희망을 잃을 필요는 없다. 언제까지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붙잡고 있으면 어느 순간 한 계단 성큼 뛰어오른 것 같은 희열이 우리를 기다린다. 이 희열을 경험하면, 그 경험을 두고두고 기억하면 어제 외운 것이 당장 오늘 떠오르지 않아도 덜 좌절할 수 있다. - P230

외국어 학습 비법이라고 하는 것들이 주로 강조하는 것은 ‘이렇게 하면 암기 시간과 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단적으로 말해 이는 불가능하다. 어떤 방법을 써도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학습 노동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 노동은 주로 암기에 집중된다. 그러니 특별한 비법을 찾기보다 암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쪽이 훨씬 정신 건강에 이롭다. 다만 암기에 도움이 되는 학습 행위를 찾아볼 필요는 있는데 내가 찾은 방법이 바로 많이 써보고 소리 내어 읽는 것이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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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1-14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정리혐오증 ㅋㅋㅋㅋ 여기서도 발견 ㅋㅋㅋㅋㅋ ‘표는 그리기도 싫고 누가 그려놓은 거 보기도 싫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의 멀티링구얼의 꿈 응원합니다~
싱가포르에서의 나날이 줄어들고 있어서 안타깝구먼...

다락방 2026-01-14 11:59   좋아요 1 | URL
저는 일단 어디서든 뭐가 됐든 표가 나오면 자세히 안보고 넘어갑니다. 이 책에서도 표 잘 안봤어요. ㅋㅋㅋ 표를 못보겠어요. 표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러요. 표, 그래프 이런거 극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펼쳐놓은 활자가 좋습니다.

싱가폴에서의 날들이 줄어들고 있어 아쉽고 또 다른 데를 가고 싶고 그러네요.. 하하하하하.
멀티링구얼이 되려면 암기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암기.. 정말 넘나 싫은것입니다.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6-01-14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다락방님 글, 너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글입니다.

그가 이 책에서 제안하는 것은 자신의 외국어에 대한 성찰을 해보자는 것인데, 그것을 표로 만들어보는 거다. 내가 하고자 하는 외국어는 무엇이며 그것을 왜 하고 싶은가, 라는 목표 설정. 그리고 현재 어느 상태에 있고, 어떤 학습법을 해나갈 것인가 를 그려보자는 거다.

이 부분이요. 저는 아직까지도 ‘왜~~ 잘하고 싶은가‘ 이 부분이 약한 거 같고요. 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제가 기대하는만큼 나아지지 않는 거 같아요. 생각은 많이 했었거든요. 근데 아직도 답을 모르겠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는 ‘생각 없이 그냥 하자‘를 결론으로 삼았습니다. 여전히 흔들리는 청춘, 격동의 단발머리 되겠습니다.

한국은 오늘 아침에 영하 10도였습니다. 지금은 영하 4도구요.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다락방 2026-01-14 12:21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다보니 확실히 목표가 있는 쪽이 없는 것보다 공부하기에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됐거든요. 그 목표는 뭐 거창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제 경우엔 ‘영어로 글을 쓸 수 있도록‘, ‘영어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영어로 대화할 때 문장을 완성시켜서 할 수 있도록‘ 저오가 있었는데요, 사실 읽다보니, 나의 목표는 ‘재미‘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다른 나라 말을 조금이라도 할 줄 알게 된다는게, 그저 재미있어서 말이지요. 그렇다면 그 재미는 바이링구얼보다 멀티링구얼이 더 많이 느낄 것이며... 뭐, 그런 생각들을 좀 했습니다. 단발머리 님은 왜 잘하고 싶은가에 대해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영어를 좋아하시는거죠? 저는 좋아하는 것도 이유가 되는것 같고 또 목표가 되는것 같거든요. 사람도 좋아하면 더 잘 알고 싶어지잖아요, 더 가까이 가고 싶고... 그런거 아닐까요? 하여간 흔들리는 청춘이여, 열심히 공부해봅시다. 우리 일단 바이링구얼을 목표로!!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이라뇨!
여기는 어제 비가 쏟아졌어요. 집에 가는 길에 비가 쏟아져서, 지나가던 여자분 우산 없이 쫄딱 맞길래 지하철까지 쒸워줬고요. 세상에, 어찌나 쏟아지는지 바지는 다 젖었어요.

단발머리 님, 따뜻하게 지내세요!!

망고 2026-01-14 1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 영어 선생님이 저런 말을 늘 하셨어요 몇달만에 영어 완성, 이것만 하면 영어 능통자 이런 광고문구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꾸준히 시간을 들여서 외우고 쓰라고요. 근데 이게 정말 맞는 말이긴 한데 꾸준함과 오랜 시간은 너무 무시무시한 말이잖아요ㅋㅋㅋㅋ요행을 찾고 싶은 인간의 심리상ㅋㅋㅋㅋ 재밌게 꾸준히 하는 방식을 아는게 중요한데 그걸 찾는 과정은 역시 스스로 공부해 보며 찾는 방법이 최고겠죠^^
다락방님은 외향적이셔서 낯선이들과 직접 대화하며 배우는 즐거움을 찾으셨구요 어쩌면 외국어 학습에서 가장 좋은 방식인 것도 같습니다

다락방 2026-01-14 13:20   좋아요 1 | URL
맞아요, 꾸준하게 하는 방법, 나에게 맞는 방법을 알고싶다면 시도를 해봐야 하는거죠. 그리고 그 과정도 학습의 일부일테고요. 저는 제게 맞는 공부법을 너무 늦게 찾아서 그 점이 야속한데, 왜 늦게 찾았냐면, 학창 시절에 공부를 안해서.. 그 때 좀 열심히 했다면 방법도 더 빨리 찾았을 것이고 그러면 지금은 좀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보긴 합니다만, 부질없는 짓이죠. 하핫.

저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게 참 좋아요.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겁습니다. 후훗. 그렇지만 책 읽기도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고, 영화 대사 외우기도 좋은 방법 같아요. 엊그제는 <노팅힐>을 다시 봤는데, 그런데 발음이 너무.. 알아듣기 힘든 발음이더라고요. 저는 영화 백번 보고 외우기 선택한다면 노팅힐을 선택하고 싶은데, 휴 그랜트 발음이 너무 영국식이라..잘 못알아듣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습니다.

아무튼 꾸준히, 꾸준히!!

march 2026-02-1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어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고 영어를 시작했어요. 뭔가 숙제를 하지 않은 찜찜함이 계속 따라다니는 기분? 요즘 너무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실력은 그다지....그래서, 이 글을 정말 정독했네요. 어쨌든 꾸준히 저와의 싸움을 해나가는 수밖에 없겠어요. 무엇보다도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는 것이 다행스럽다면 다행스운거겠죠? ^^

다락방 2026-02-19 16:51   좋아요 0 | URL
외국어는 지치지않고 꾸준히 반복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싱가폴에서 돌아온지 며칠 됐다고 벌써 영어 하나도 안하고 다 까먹은 것 같아요. 열심히 하자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march 님, 열심히 꾸준히 지치지않고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그러자고요!!
 
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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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롤런드에게는 이렇다할 직업이 없다.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딱히 이거다, 라고 말할만한 게 없다. 시를 쓰지만 딱히 시로서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풀타임 직업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7개월된 아들을 두고, 아내가 집을 나갔다. 싱글 대디가 된 그는 돈벌이가 여유로운 것도 아니라서 국가에 한부모 보조금을 신청해 타게 된다. 나는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그가 심히 걱정스럽다. 늘상 아이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돈은 어떻게 벌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아내는 이런 상황에서 집을 나갔단 말인가. 아내는 집을 나간 상황이 있겠지만, 아니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어린 아이를 두고 간단 말인가, 너무나 원망스럽다.


그리고 경찰이 찾아온다. 아내가 사라졌을 때 남편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게다가 형사는 그 집을 둘러보다가 시인이라는 롤런드가 써둔 시를 보게 된다. <나에게 평온이 필요할 때, 그녀는 죽어 있어야만 한다 p,44> 라고 적힌 글을 읽고, 형사는 그에 대한 의심을 풀 수가 없다. 아내가 자신에 대한 걱정을 하지 말라며 엽서를 보내와도, 형사는 그를 의심한다. 설사 아내는 안죽였어도, 당신은 과거에 다른 누군가를 죽인거 아니야?


그가 평온이 필요할 때 죽어 있어야 했던 여자는 그의 어릴 적 피아노 선생님이다. 기숙 학교에서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던 선생님. 그가 열네살일때 스물다섯이던 선생님. 그가 열한살일 때 이미 그를 만졌던 선생님. 세상에 미사일이 쏘아지고 그렇다면 그걸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죽는거 아니냐는 말을 친구들과 하다가, 그는 '나를 찾아오라'고 말했던 피아노 선생님을 삼년만에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섹스를 하고 연인이 된다. 그러니까 남자 아이가 아직 열네살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섹스라는 단어를 쓰는게 아니라 강간이라는 단어를 써야하는데, 그런데 그들은 어쨌든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리고 서로에게 집착하며 섹스에 탐닉한다. 


어른인 선생님이 아이인 그를 처음 만진것부터 잘못되었지만, 그리고 그녀를 찾아온 사춘기의 소년을 몰아내지 않고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에게 사랑이라고 말하며 욕망을 채운것도 잘못되었지만, 그녀의 집착은 그를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방해했고, 나는 그 점에 더 분노했다. 그는 그녀가 정해주는 시간에 그녀에게로 가야했고 그리고 그녀 옆에서 섹스해야했고, 그리고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야했다. 그가 학업에 집중할 수 없는건 뻔한 일이었으며 그는 결국 모든 과목에서 낙제를 한다. 자신의 성적에 충격을 받은 그에게 학교 선생님들은 한 번 더 기회를 줘보기로 한다. 그는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 지역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과학 선생님에게 인상적인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에세이를 써서 에이플러스를 받기도했다. 그는 보기 드물게 똑똑한 학생이라고 선생님들은 생각했고, 그래서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보자고 학교장을 설득한 후다. 롤런드는 그에게 주어진 다시 한 번의 기회를 마땅히 기뻐하며 감사히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피아노 선생님은 그런 그를 말린다. 학교에 돌아가지 말라고 한다. 롤런드가 있어야 할 곳은 그녀의 침대라고 말한다. 심지어 열여섯이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곳에서 결혼하자고 그를 설득한다. 아니, 그래도 결혼은 좀 아니지 않나, 그렇게 롤런드는 그녀를 떠난다. 그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공부를 마친다면 좋았겠지만, 그러나 그는 학교에 돌아가지 않기를 선택하고, 그리고 돈을 번다. 그리고 자라고, 어른이 되고, 여자들을 만나고, 섹스를 좋아하고, 그러나 풀타임 직업을 갖지는 못한 채로 지금 한 아이의 아버지가, 싱글 대디가 된 것이다.


나는 롤리타를 생각했다. 험버트의 성적 노예가 된 롤리타. 롤리타 옆에는 롤리타를 지켜줄 어른이 없었고, 롤리타를 이용하는 의붓아버지 험버트가 있었다. 롤리타는 연극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롤리타에게 집착하고 롤리타와의 관계를 철저하게 숨겨야하는 험버트는, 롤리타가 즐거워하는 테니스도 못하게 하고 롤리타가 재능을 보이는 연극도 못하게 한다. 그렇게 롤리타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더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그렇게 롤리타에게 올 수 있었던 어떤 미래들을 차단한다. 롤리타가 험버트를 벗어나 도망을쳐도, 그녀에게 펼쳐진 미래는 또 그녀를 이용하려는 다른 남자의 기다림이었다. 


롤리타는 나보코프의 1955년 작품이다. 나보코프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언 매큐언의 레슨은 2022년 작품이다. 이언 매큐언 역시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그 아이의 미래를 어떤 식으로 방해하는지. 그러나 이 70년 사이에 세상은 변했다. 롤리타의 편이 되어준 사람은 없었지만, 그리고 롤리타가 쓰여졌던 당시 많은 평론가들의 험버트의 '사랑'을 이야기했지만,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롤런드가 범죄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똑똑히 인지하고 있다. 가해자의 서사가 그 범죄에 변명이 되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내가 집을 나가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였던 롤런드는, 얼마후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가진 남자가 되었지만,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시를 가지고 다시 그를 찾아온 젊은 형사는 그에게 말한다.



"베인스 씨는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이건 범죄 문제예요." -p.481



롤런드의 삶은 순간순간 '그 때 그 일이 없었다면'을 생각하게 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은, 섹스에 집착하게 된 것은,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한 것은, 어떤 일에도 제대로된 성과를 낸 적이 없는 것은, 그 때 그 일 때문이 아닐까. 악몽을 꿀 때면 피아노선생님이 나왔지만, 그러나 그는 싱글 대디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갔다. 아이는 자랐고 다른 여자들과 연인이 되기도 했다.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지만, 축하카드의 문구를 써준 걸로 돈을 여유롭게 가질 수도 있었다. 그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었지만, 그러나 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했을 때, 그리고 나도 그 당시 원했다고 얘기했을 때, 그녀는 그에게  말한다. 너는 고작 열네살이었다고. 롤런드는 롤리타와 달랐다. 롤런드는 세상이 그 일을 어떻게 보는지 알고 잇었고, 사실 그러나 나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러나 그런 일이 자기 아들에게 일어나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도 안다. 어떤 것이 잘못이고 어떻게 잘못된건지 아는 일은 중심을 잡는데 필요하다. 롤런드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삶에 있어서 고난을 만나고 고통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러나 기쁨과 행복을 만난다.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들을 이해하기도 한다. 어릴 때 그 일이 없었다면 그의 미래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펼쳐졌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게 지금 불행한 삶을  사는 걸 뜻하는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감히 타인의 삶을 불행하다고 혹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남들이 그러듯이,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구나 그러하듯이,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된다. 아이가 있고 사랑하는 여자가 있고 부모를 떠나보내고 손주들을 만나게된다. 



롤런드의 이야기가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끝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롤런드가 만나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그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 롤런드는 통일전의 독일인과도 친구였고 지금은 정치적으로 꼴도 보기 싫은 정치인과 과거에 밴드를 같이하기도 했다. 그를 두고 떠난 아내는, 보잘것 없는 소설을 써서 그가 비웃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가 읽어도 크게 놀랄만한 대단한 소설가가 되어 노벨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노년이 되어 이제 자신의 삶을 백 장의 사진으로 정리하기 위해 천천히 준비하는 롤런드는, 망설이다가 그 백 장안에 피아노 선생님의 사진도 넣는다. 그의 인생에는 그 선생님이 있었다. 단순히 있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그녀의 존재가 거기, 그와 계속 있었다.



이 책이 의미를 가지는 건, 이 책이 단지 '아동 성폭행 피해자 롤런드'를 얘기 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에게 그런 일이 있었지만, 그러나 롤런드라는 한 인간의 인생 전체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이 그의 인생 전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일은 있었고, 그 일은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그러나 그의 인생이 그것 만으로 정의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았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역시, 그 사람들 고유의 인생을 살았다. 그의 인생은, 각자 고유한 인생을 살아갔던 사람들과의 총체적 합이다.


그의 아내 앨리스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은 아주 많이, 그 아내의 입장에 대해서 그리고 그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어린 아이와 남편을 두고 떠나버린 여자. 자신이 침몰할까봐, 자신의 엄마가 글쓰기를 포기하고 침몰했던 것처럼, 자신도 침몰해서 계속 우울하게 인생을 살까봐 기꺼이 버리고 돌아선 여자.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되었는가. 정말로 대단한 작품을 써냈다. 대단한 작품을 써내고, 또 써냈다. 매몰차게 아이와 남편을 무시하면서 보란듯이 성공한 작가가 되었다. 롤런드는 수시로 얘기한다. 만약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집에, 그녀가 떠나지 않고 우리와 살았다면, 그랬다면 그런 작품을 써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물론, 어떤 사람들은 부모의 역할도 해내면서 훌륭한 작품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가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떠났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글에 대한 이야기. 작가는, 세상에 글을 써내는 사람은, 그 글에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에 대해 얼만큼의 이야기를 해야하는걸까. 글을 써서 발표하는 것에 있어서 윤리란 어떤 것일까. 



롤런드의 인생을 그리고 앨리스의 인생을 좋은 인생이었노라 그리고 나쁜 인생이었노라 다른 사람이 판단할 수는 없다. 누구나 죽음을 앞두고는 어떤 일을 후회하고 어떤 일에 있어서는 만족하는 것일테다. 어떤 비극이 나에게 있었고 또 어떤 후회가 나에게 남았어도 또 어떤 자랑스러움과 어떤 행복이 공존한다. 아이었을 때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어떤 실수를 하고 또 어떤 행복과 안정을 느끼기까지, 이언 매큐언은, 그 삶을 살아냈기 때문에 써낼 수 있었다. 늙어가는 부모 그리고 결국 부모를 떠나보내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내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지 않았다면 어떻게 써낼 수 있을까. 


롤런드에게 의붓형이 있었다는 것을, 노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된다. 그리고 이것은 이언 매큐언에게도 있었던 일이다. 의붓형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된 일. 책 속의 롤런드가 그랬듯이 이언 매큐언도 기숙 학교를 다녔다. 그 기숙학교의 어떤 선생님은 실명으로 이 책 속에 존재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어느 정도 이언 매큐언의 이야기이구나,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었는데, 이언 매큐언은 감사의 말에서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 학교에 미리엄 코넬 같은 피아노 선생님은 없었다. -p.688, <감사의 말> 중에서





스스로 만든 지옥은 흥미로운 구조물이다. 누구나 평생에 적어도 한 번은 만들게 되어 있다. 어떤 이들의 삶은 그런 지옥일 뿐이다. 성격이 불행을 자초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롤런드는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자기 손으로 고문 기계를 만들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 P35

그의 오른쪼긍로 난 농로는 평평한 들판을 가로지른 후 크라우치하우스를 지나 워런 레인을 따라 오리 연못과 어워턴홀로 이어졌다. 앤 불린이 어릴 적에 그곳을 바문해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며, 나중에 헨리 8세가 그녀에게 구애하기 이해 그곳에 왔었다는 사실을 모든 학생이 알고 있었다. 앤 불린은 왕의 명령으로 런던탑에서 참수되기 전에 자신의 심장을 어워턴교회에 묻어달라고 간청했다. - P186

그는 일을 마친 후 침실에서 자신의 O레벨 시험(과거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보통 16세가 된 학생들이 치던 과목별 평가 시험) 결과가 은 갈색 봉투를 떨리는 손으로 뜯었다. 그느느 침대에 앉아 목록을 바라보며 특정한 한 글자가 다르게 보이도록 애썼다. 모두 열한 과목이었는데 단 한 과목도 통과하지 못했다. 모든 과목 옆에 ‘F‘가 찍힌 얄팍한 인쇄지는 그야말로 물리적 충격이었다. 영어마저도. 영어는 저능아만 낙제한다고 다들 말했다. 음악까지도. 그는 합격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럼 식스폼에 못 올라가고, 상급 영어와 프랑스어와 독일어도, 대학도 물건너간 일이었다. - P356

"넌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한 나이야."
"그래도 선생님을 만나러 갈 거예요. 전과 똑같을 거예요."
"난 네가 여기에 항상 있기를 원해."
"네."
"난 네가 학교를 떠나기를 원해. 네가 내 침대에 있기를 원해."
그는 공중전화 부스 문에 몸을 의지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 P361

"내가 이미 여러 번 부탁했잖아요. 아프다는 걸 당신도 알잖아요."
그러면 그는 심통을 부렸다. "다정하게 대해준 대가가 고작 이거야?"
그런 분위기에서 아버지는 부루퉁함과 격노의 조합을 능숙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술도 즉각 와인에서 맥주와 독주로 바꿔 교대로 마셨다. 로절린드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마친 뒤 곧장 침실로 가버렸고, 롤런드는 거실에 아버지와 함께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어색한 분위기를 의식하고 다른 화제로 넘어가고 싶을 때, 그리고 롤런드도 함께 넘어가주기를 바랄 때 늘 그러듯 이렇게 말했다. "신경쓰지 마라, 아들. 신경쓰지 마." - P371

그리고 올드타운을 지나 렉토리그로브를 따라 집을 향해 짧게 걸어가는 길에도 끔찍하고 부적절한 생각이 고개를 드렀다. 해방감. 그는 더 커진 하늘 아래 서 있었다. 넌 더이상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야. 넌 그저 아버지일 뿐이야. 이제 너와 네 무덤으로 가는 분명한 길 사이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아. 아닌 척하지 마-스픔만이 아니라 고양감도 온당한 감정이야. 그는 죽음에 관해서는 초심자였지만 처음 드는 감정을 의심할 줄은 알았다. - P420

그의 아버지에겐 친구가 없었다. 군대 동료, 장교클럽의 술친구는 상황에 의해 억지로 맺어진 관계였다. 그들은 수년 동안 그의 삶에 존재하지 않았다. 롤런드는 이제야 분명하게 알 것 같았다. 잔디깎이 사건은 작은 일례일 뿐이었다. 고립된 남자, 그는 동네 술집에서 편하게 어울리기엔 너무 독단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남의 말에는 귀를 닫았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능은 높으나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매일 보는 신문 외에는 관심사가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군대식 질서 의식과 시간 엄수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며 깊은 권태감을 가렸는데, 술이-적어도 그 자신에게는-모든 걸 견딜 만하게 해주었다. - P427

그는 걸음을 옮기며, 아이를 키우는 것 외엔 자기 삶의 모든 것이 비정형의 상태로 남아 있고 그걸 바꿀 방버비 없다는 생각을 했다. 돈은 그를 구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었다. 삼십년 전 비틀스에게 보내려고 쓰기 시작했던 곡은 어떻게 되었는가? 없었다. 그후로 무엇을 이루었는가? 아무것도 이룬 게 없었다. 백만 번쯤 테니스공을 치고, 천 번쯤 <클라임 에브리 마운틴>을 연주한 것 말고는, 자신이 쓴 진지한 시들을 읽을 때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의 아버지는 한순간에 쓰러져 죽었다. 어머니는 정신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뇌 검사를 받아보면 확실해질 터였다. 부모의 운명은 그의 운명을 말해주었다. 그는 부모의 운명으로 자신의 삶을 판단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자기 나이 때 부모님이 어땠는지 또렷이 기억했다. 그때부터 그들은 육체적으로 쇠약해지고 병든 것 말고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 P441

반면 앨리사는-그녀의 결단에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어느 바람 부는 화창한 평일 아침에 그녀는 작은 여행 가방을 꾸린 후 열쇠를 남기고 현관문을 나서며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때 그녀는 야망에 사로잡혀 그것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을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442

그는 잠들기 전에 귀사타브 플로베르의 [감정 교육]을 30쪽 정도 읽었다. 청년 프레데렉 모로는 나이 많은 유부녀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어느 저녁 사교 모임에서 작별인사로 그의 손을 잡았고, 그 직후에 집으로 걸어가던 그는 퐁네프 다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황홀한 상태에서 "더 높은 세계로 올라가는 것 같은 영혼의 전율을 체험한다". 롤런드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손을 잡다. 이 단계에서 둘 사이에 섹스의 가능성은 없었다. 그녀는 아마 그의 감정에 대해 전혀 모를 터였다. 롤런드의 문고본에 적힌 작품 소개에 따르면, 작가 플로베르 자신도 열네 살 때 스물여섯 살 유부녀와 사랑에 빠졌다. 그 여자는 거의 반세기 동안, 여러 차례 공백기를 두고 그의 삶에 남았다.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갈렸다. - P453

"베인스 씨는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이건 범죄 문제예요." - P481

"당신이 참아줄 수 있다면 하나 더 이야기하죠. 나는 당신이 다른 학교에 다녔는지, 지난 세월동안 뭘 하며 살았는지 몰라요. 하지만 당신이 프로 콘서트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았다는 건 알아요. 수년간 계속 찾아보고 알아봤으니까. 당신이 성공하면 내가 당신에게 끼친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하지만 그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르죠. 그리고 나 때문에 당신이 갖지 못한 것, 음악을 사랑하는 세상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너무너무 미안하게 생각해요. 당신에게 광기를 쏟아부은 것도." - P512

지금, 마침내 그가 갑작스러운 동작에 약간 현기증을 느끼며 일어섰을 때, 잔에는 위스키가 4분의 3이나 남아 있었다. 그의 뱃속에 들어가 수면을 망치느니 거기 있는 게 나았다. - P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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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5-12-0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롤런드의 아내가 훌륭한 소설을 썼다는 말을 들으니,
‘에밀‘을 쓴 루소가 떠오르는군요...

루소도 두가지 일을 병행하기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구요.

잘읽었는데 마음이 약간은 무겁습니다.

물론, 롤런드를 향한 마음은 한량이 없습니다!

추신ㅡ 그런데 말입니다.
˝자기 손으로 고문 기계를 만들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아무리 작가라지만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해낼 수 있는거지요?
하.... 저는 이런 참신하고도 독창적인 표현을 죽는 그날까지
해내지 못할겁니다 ㅠ



다락방 2025-12-09 17:2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차트랑 님. 자기 손으로 고문 기계를 만들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겠는데, 그런데 그 표현을 왜 저는 못할까요? 그래서 작가는 작가이고 독자는 독자인가 봅니다.

두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누구나 그래야만 한다면 해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다른데 신경쓸 일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더 잘해낼 수 있겠지요. 왜, 여자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내와 엄마를 하면서 작가까지 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차트랑 2025-12-09 18:48   좋아요 1 | URL
일과를 마무리 하기 전에 한 말씀 드리고 갑니다.

다락방님께서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셔야합니다.

제가 죽어도 못할 일을
다락방님께서는 반드시 해내셔야하고
그렇게 하실 수 있다는 저의 믿음에 보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다락방님의 ‘Amor Fati‘ 입니다 !!!
설마 잊으시려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그럼, 저는 이만....




다락방 2025-12-10 00:57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차트랑 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잠자냥 2025-12-0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네 살이요?! 아니 저건 소아성애인데....-_- 저게 어떻게 사랑이라고.
아니 그리고 침대에서 깨워서 학교 보내도 모자랄 판에.... 아이고야.
여남이든 남녀든 여여든 남남이든 성인이 미성년자 성적으로 그루밍 착취하는 걸 사랑이라고 그리는 거 참 싫습니다....;;; (한쪽이 미성년자일 때 만났다가 성인이 되어 결혼하는 것도 전 그래서 좀 그렇더라고요.....)

아무튼 이 글 읽으면서 저도 <롤리타> 생각이 났는데(롤런드도 그래서 일부러 이름 비슷하게 지은 건가 싶기도...) 롤리타와 다른 결말이고 다른 결로 소설을 풀어나가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언 매큐언 저는 이상하게 손이 안 가는 작가라서 이 작품은 다락방 님 리뷰 읽은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이 작품 이언 매큐언 자전적 이야기라고 해서 성착취 그 부분도 자기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다락방 2025-12-09 17:30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나 소설에서 등장인물은 그걸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자기 변명이지만),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이 작품 속에서 미성년자와의 관계에 대해 피아노 선생도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러나 이 작품이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잠자냥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이 작품속 주인공의 이름이 ‘롤런드‘인 것은 롤리타를 생각해서 가져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롤리타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롤리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고요, 저는 이언 매큐언도 롤리타를 생각하며 쓴 것 같다고 계속 생각했어요. 그러나 세월이 흐른만큼 뒷부분은 다르게 풀어내고요.

저도 이언 매큐언은 여러권 읽긴 했는데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게 되진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신간이 나오면 또 관심을 갖게 되고 말이지요. 하여간 이 책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좋았습니다.

망고 2025-12-0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이 책 반정도 읽고 있기 때문에 다락방님 리뷰는 흐린눈으로 안본 듯 쓰윽 봤습니다ㅋㅋㅋㅋ저는 애초에 이런 내용이 들어있는 걸 알았다면 시작 안 했을거 같아요ㅠㅠ 피아노 열심히 배우는 내용일거라 예상하고 재밌을거 같아서 나오자마자 샀건만...ㅠㅠ

잠자냥 2025-12-09 14:26   좋아요 0 | URL
망고 님이 읽는 부분은 침대에서 그러고 있느라 정작 피아노는 치지도 못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12-09 14:27   좋아요 0 | URL
열네살짜리랑...너무 싫었어요ㅠㅠ

잠자냥 2025-12-09 14:31   좋아요 0 | URL
아 전 요즘에 한국에서 교사가 18세 제자랑 숙박업소 전전... 심지어 한 살 아들 동반... 그 기사 보고 이거랑 겹쳐서 더 싫었............

잠자냥 2025-12-09 14:49   좋아요 0 | URL
망고 님에게 <아름다운 청춘 Lust Och Fagring Stor, All Things Fair>(1995)을 추천합니다. 🤣🤣

망고 2025-12-09 14:42   좋아요 0 | URL
와 이 영화 뭐에요!!! 이런 영화도 있었네요... 유럽은 이런쪽으로 좀 관대한가... 프랑스 대통령도 떠오르고 그러네요ㅠㅠ

잠자냥 2025-12-09 14:49   좋아요 0 | URL
근데 전 이 영화는 좋아해요. 소재는 좀 그렇지만 명작입니다..... (다락방은 이 영화 알 거 같은데....?)
이언 매큐언 <레슨>도 그럴 거 같습니다. 소재는 그렇지만 좋은 작품인 영화/소설이 아닐까.

망고 2025-12-09 15:19   좋아요 0 | URL
이 책도 소재가 그래서 제가 읽기 괴롭다는 것 뿐 문학적으로 괜찮은 작품인거 같아요 아직 다 안 읽었지만ㅎㅎㅎ 저 영화 잠자냥님이 좋아하는 영하라구요? 오호~ 한번 봐볼까

다락방 2025-12-09 17:34   좋아요 0 | URL
망고 님, 책은 걱정말고 끝까지 읽으셔도 되겠습니다. 끝으로 갈수록 좋아지고요, 마지막엔 아 별 다섯을 줄까도 살짝 망설이긴 했거든요. 어떤 부분들에서는 헉, 하고 놀라다가 뭐야, 작가가 나를 이렇게 만들기 있긔없긔?! 이러면서 읽기도 했습니다. 끝까지 읽으세요, 망고 님. 인간은 결국 다른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하고, 그리고 모든 인간은 늙어가고 병들고 그리고 과거는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줍니다.


잠자냥 님/ 언급하신 영화는 제가 본 영화고요, 지금은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어렴풋하게, 소년이 선생님의 집에도 갔던, 그런데 선생님의 남편도 있었고 그 남편과도 친하게 지냈던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이 관계에서 빠져나가기 힘들어했던 여자...도요.

단발머리 2025-12-0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리뷰 읽어보니 이 책, 두께만큼이나 넓은 책인 것 같습니다. 롤런드의 삶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 아내가 훌륭한 작품을 써냈다고 하는데서 한편으로 시원하기도 하구요. 우치타 다쓰루라고 한국에 여러 책이 소개된 일본 작가가 있는데, 이혼하면서 8살인가 어린 딸을 자기가 키웠다고 하더라구요. 아이가 아빠랑 살겠다고 해서 ㅋㅋㅋㅋ도시락 싸주면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뒷바라지. 그래서 육아 때문에 대학 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약간 독학식으로 공부했는데 나중에는 일가를 이뤘죠. 롤런드의 아내는 롤런드를 떠나서 성공할 수 있었을 거 같아요. 보통의 경우에 그런 경우 여자가 희생하니깐요. 근데 롤런드가 힘들기는 했겠네요. 그래서, 결론은. 피아노쌤은 나쁘다....로.

다락방 2025-12-10 01:04   좋아요 0 | URL
<반면 앨리사는-그녀의 결단에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어느 바람 부는 화창한 평일 아침에 그녀는 작은 여행 가방을 꾸린 후 열쇠를 남기고 현관문을 나서며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때 그녀는 야망에 사로잡혀 그것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을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442>

제가 위에 인용문도 삽입하긴 했는데요, 앨리사(롤런드의 아내) 에게는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을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던거죠. 저는 이게 되게 인상깊었어요. 사실 내 고통을 감내하는 건 할 수 있어도,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을 준다고 하면 그건 꺼려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특히나 어린 자식을 두고 떠난다? 이건 보통의 마음먹기로 가능한게 아니잖아요. 그야말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알면서, 그런데도 두 눈을 질끈 감은거잖아요. 이것에 대해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런데 너무나 훌륭한 작품을 써냈대요. 롤런드의 생각처럼, 남편과 아이를 두고 떠나지 않았다면, 아내와 엄마로 계속 머물렀다면, 그랬다면 정말 불가능한 것이었을까. 이 점에 대해서 되게 복잡했어요. 앨리스에 대해 복잡한 마음을 더 써보고 싶었는데, 리뷰가 너무 길어지더라고요. 사실 되게 할 말이 많은 작품이거든요.

롤런드의 엄마 로절린드 얘기도 진짜 할 게 많아요. 중요한 건 스포일러가 될테니 더 말하진 않겠지만, 참전한 남편이 사망해서 재혼을 하고, 롤런드는 그 두번째 남편의 아들인데요, 이 남편이 폭력적이라서 아내를 때리거든요. 그러니까 이 엄마, 아내의 입장도 그리고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들에게 계속해서 말하는 아버지도. 그리고 다시 앨리사 이야기로 돌아가면, 앨리사 어머니가 평생 ‘책을 썼어야 했는데 남자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느라 그걸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것까지. 앨리사는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서 자신은 엄마처럼 침몰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도 되게 복잡했어요. 만약 앨리사의 엄마가 침몰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앨리사는 어떤 삶을 살게 됐을까요?

피아노 선생님에 대해서라면, 정말이지, 과거는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단발머리 2025-12-10 21:08   좋아요 0 | URL
˝앨리사 어머니가 평생 ‘책을 썼어야 했는데 남자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느라 그걸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것까지. 앨리사는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서 자신은 엄마처럼 침몰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다락방님의 이 문장을 보니 여러가지 생각을 드네요. 제가 좋아하는 <빨래하는 페미니즘>의 작가는 아이를 낳고 아이를 돌보려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파트타임으로 일했다고 하잖아요. 저자의 어머니가 미국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아주 유명한 교수였구요. 생후 한 달때부터 베이비시터의 손에서 자랐던 작가는 자신의 아이를 그렇게 둘 수 없었으니까요. 한 문단을 옮겨봅니다.


나는 나를 낯선 이의 손에 맡겨야 했던 부모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남의 손에 자란 내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는 말할 수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 중 한 분이 출장을 떠날 때마다 나는 원인 모를 고열에 시달렸다. 학교가 파한 후 빈집에 들어갈 때 귓가에 울리는 내 발자국 소리가 왠지 서글펐던 기억, 초등학교 학예회 때 꽉 찬 관중석 어디에도 부모님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주여 오소서」를 부를 때 느낀 외로움 등이 내가 치러야 했던 대가였다. 나는 연극이 끝난 후 무대 뒤에서 한 이웃 아주머니가 자기 자식에게 주려고 가져온 꽃다발에서 뽑아 낸 꽃 한 송이를 건네받은 적도 있었다. (238쪽)


전 이걸.... 퐁당퐁당이라고 봐요. 앨리사의 어머니가 앨리사처럼 자식(앨리사)을 버리고 떠나 책을 써서 성공했다면요. 제 생각에, 앨리사는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거예요. 평생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며 살았던 앨리사는 자신의 자식에게는 그렇게 못 했을 거예요. 엄청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자식을 떠나지 않으면서 자신의 꿈을 이뤘을수도 있구요.

성악가 조수미의 어머니가 밤마다 함께 걷는 산책길에서 그랬다죠.
˝너는 결혼하지 말고. 맘껏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거라.
한 남자의 아내가 아닌 만인의 연인이 되어라.˝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가 우리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자신의 선택을 어떻게 반추하는지가 중요하고요. 합리화하는 거라고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어쩌면 최선의 선택이었던 순간을 인정하는 거요.

아........ 왜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방에만 오면 말이 길어지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나 좀 말려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2-14 14:48   좋아요 0 | URL
ㅋ ㅑ ~
단발머리 님은 진짜 뭐랄까, 글쓸 맛 나게 하시고 댓글 달 맛이 나게 하는 그런 분이십니다. 빨래하는 페미니즘은 저도 읽었는데 그 부분은 전혀 기억나지 않고요, 그러나 단발머리 님이 가져오신 바로 그 부분은 정말이지 앨리사와 앨리사 어머니에 대해 제가 하고 싶었던 그 얘기를 그대로 가져온, 바로 그것이라 하겠습니다. 앨리사가 훌륭한 작가가 되었는데, 사실 저같은 경우도 그렇게까지 대단한 야망은 아니어도, 저는 어린 시절에 ‘내 아이가 뭐든 물어보면 척척 대답할 수 있는 사람, 양복입고 출퇴근 하는 사람과 결혼하겠다‘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하. 현실은 결혼을 안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생각 자체가 바로 우리 아버지가 그런 아버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갖게 된 생각이었습니다.
다시 앨리사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러나 앨리사도 자식이 있잖아요. 그리고 앨리사의 선택과 앨리사의 삶은, 앨리사의 자식에게 또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결심하게 하겠죠. ‘스테퍼니 스탈‘ 의 자녀도 엄마를 보며 무언가를 결심했을 수도 있고요. 그러고보면, 결이 다른 이야기가 되지만, 우리의 선택과 결심 그리고 행동은 단순히 우리에게서 끝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네요. 주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선택과 삶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잖아요.

하여간, 단발머리 님 계신 알라딘이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