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건 '사고'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생존자들과 나눈 대화였다.
참사가 발생하면 우리는 가해자들과 그들의 잘못에 집중하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취재 과정에서 그것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점이 거듭 드러났다. 생존자들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서 배울 것이 훨씬 더 많았다. 이들이 참혹함을 겪으며 예방에 대해 명확한 관점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유일한 해답은 처벌과 응징이 된다. 하지만 피해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피해 예방의 수많은 경로를 찾을 수 있다.
메이지 길런의 부모가 떠오른다.
9개월 된 아기가 이웃집 바닥에 떨어져있던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약을 먹고 사망한 사건이었다. 언젠가 바닥에 약병이 떨어졌는데 그때 약을 모두 줍지 못했던 것이다. 메이지의 부모는 현재 오피오이드 알약 낱개 블리스터(플라스틱 성형) 포장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누군가 불가피하게 실수를 저질렀을 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고'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전부 치해 입은 사람들에게서 온다. 우리가 귀기울여야 할 사람은 그들이다. -'제시 싱어' 와의 인터뷰 <가해자 처벌보다 중요한 이야기> 중 (p.53)
어떤 일이든 '사고'라고 부르는 걸 받아들이지 말라.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의문을 제기하라. 인종·계급·낙인이 특정 사람들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런 상황을 발견하면 지적하라. 사고는 없다. 그 이유를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이야말로 무력감에 맞서는 치유제다. -'제시 싱어'와의 인터뷰 <가해자 처벌보다 중요한 이야기> 중 (p.55)
시사인의 이 인터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제시 싱어의 책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