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헐의 회화는 비밍중적이라는 점에서도 다른 매너리즘 예술과 공통된다. 이 점 역시, 우리가 그의 양식 전체를 건강하고 소박하며 분열되지 않은 자연주의로 간주하는 것이 그렇듯 잘못 이해되어온 점이다. 사람들은 이 화가를 ‘농민 브뤼헐’이라고 불렀고, 서민들의 생활을 묘사한 그의 예술이 곧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에 빠졌다. 그러나 실제는 오히려 정반대이다. 예술에서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모사한다든가 자신들의 사회적 환경을 묘사하는 것은 대체로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사회계층, 말하자면 사회에서 그들의 위치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억압되어 있거나 상승하려는 계층은 그들이 목적으로 설정한 생활상태의 묘사를 보기 원하지, 그들이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오려하는 현재 생활상태의 묘사를 원하지 않는 법이다. 소박한 생활에 대해 감상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란 일반적으로 그런 생활을 넘어서 있는 사람들이기 쉽다. 이런 사정은 오늘날에도 그러하고 16세기에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마치 오늘날의 노동자나 소시민이 영화관에서 그들 자신의 협소한 생활환경이 아닌 부유한 사람들의 생활을 보고 싶어하고, 19세기의 노동자연극이 민중극장이 아닌 대도시의 상류층이 애용하던 극장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듯이, 브뤼헐의 예술 역시 농민들을위한 것이 아니라 농민들보다 사회적 신분이 높은 계층, 아무튼 농민이 아닌 도시인들을 위한 것이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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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돼. 세상 모든 일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니까. 류타. 넌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행동할 거야. 그리고 거기서 뭔가가 만들어질 테고. 물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 것도 받아들이는 힘을 길러야 한단다. 안다는 건 그런 거야. 모르고 있으면 배울 수 없지.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성장할 수도 없어."
히로키 씨는 "지식은 인생 최고의 무기란다"라고 강조했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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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을 가볍고 빠르게 달릴 때 느낄 수 있는 기운을 사랑했다. 오직 나만의 기록을 향해 달리는 데서느낄 수 있는 환희와 내가 진짜 내 인생의 주인공이된 것만 같은 기분이 좋았다. 새벽녘의 출발선 앞에서, 카운트다운 속에서, 작은 레이스 배낭을 메고 이마에 헤드램프를 두른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리는 길 위에서 느끼는 에너지는 다시 돌아온 일상을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도 내가 달린 산, 그 산을 달린 나를 생각하면 뿌듯했다. 계속 달리고 싶었다. - P73

사랑하는 산 위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오늘도 작아진다. 세상에 잘 달리는 사람은 너무 많다.
나만큼 달리는 사람은 그보다 더 많다. 달리면 달릴수록, 그래서 긴장될수록, 불현듯 불편한 마음이 내안에 치고 들어오기도 한다. 애초에 사회가 아닌 산에서조차 타인과 경쟁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산을 달리는 모습을 과시하려던 것도, 그로부터 존재감을 찾으려던 것도 아니었다. 자연을 상대로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건 더더욱 아니었다. 산은 인간의 욕망의 전시장이 아니니까. - P84

하지만 할 수 있다면, 내 심장과 다리가 따라와준다면, 이 모든 걸 그 자체로 인정하며 최선을 다해 기꺼이 즐기고 싶다. 그건 그만큼 내가 이 스포츠를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이니까.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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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0-07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달리기,라면 언젠가 한 번은 도전할 수 있을 거 같고, 하면 잘할 거 같기는 해요. (왕년의 계주 대표)
아...... 근데 산은.... 산은 진짜 우아~~~~~~~~

다락방 2024-10-08 08:52   좋아요 2 | URL
이 작가는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산다람쥐 같습니다. 산을 막 뛰어댕겨요. 스물일곱에 히말라야도 다녀온 사람.. 하여간 산 사랑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사랑이 있어서 가능한거죠. 보통 사람들은 와- 이건 너무 다른 차원의 일인 것입니다!!
 

"죽은 사람을 떠올리며 언제까지고 울기만 한다는 건 그 사람의 삶이 아닌 죽음을 보는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죽었다는 사실보다 살아 있었을 때 일을 봐줬으면 좋겠군요. 그런데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죽었다는 사실에 눈이 가버리는 경우죠. 그 사람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걸 모르면 남은 사람들은 죽음에서 결코 눈을 떼지 못할 겁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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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건 '사고'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생존자들과 나눈 대화였다.

참사가 발생하면 우리는 가해자들과 그들의 잘못에 집중하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취재 과정에서 그것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점이 거듭 드러났다. 생존자들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서 배울 것이 훨씬 더 많았다. 이들이 참혹함을 겪으며 예방에 대해 명확한 관점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유일한 해답은 처벌과 응징이 된다. 하지만 피해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피해 예방의 수많은 경로를 찾을 수 있다.

메이지 길런의 부모가 떠오른다.

 9개월 된 아기가 이웃집 바닥에 떨어져있던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약을 먹고 사망한 사건이었다. 언젠가 바닥에 약병이 떨어졌는데 그때 약을 모두 줍지 못했던 것이다. 메이지의 부모는 현재 오피오이드 알약 낱개 블리스터(플라스틱 성형) 포장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누군가 불가피하게 실수를 저질렀을 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고'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전부 치해 입은 사람들에게서 온다. 우리가 귀기울여야 할 사람은 그들이다. -'제시 싱어' 와의 인터뷰 <가해자 처벌보다 중요한 이야기> 중 (p.53)



어떤 일이든 '사고'라고 부르는 걸 받아들이지 말라.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의문을 제기하라. 인종·계급·낙인이 특정 사람들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런 상황을 발견하면 지적하라. 사고는 없다. 그 이유를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이야말로 무력감에 맞서는 치유제다. -'제시 싱어'와의 인터뷰 <가해자 처벌보다 중요한 이야기> 중 (p.55)



시사인의 이 인터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제시 싱어의 책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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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8-13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좀 사람이 빡빡해서 가해자 처벌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올려주신 내용 읽으니 바로 설득이 되네요.
피해를 넘어서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그 분들은 정말 대단하세요 ㅠㅠㅠ

다락방 2024-08-14 09:06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 님, 저는 설득이 되어 이 인용문 가져오면서도 ‘그래도 가해자 처벌은 중요해‘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호 시사인의 이 기사가 너무 좋아서 이 책도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 피해로 슬퍼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애쓰다니요. 인간은 정말 뭘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