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예쁜 여자들이 빠지기 쉬운 세상의 함정은 또 오죽 많은가. 오로지 얼굴만 내세우는 미인들의 그 백치미는 또 어떤가. 평생 자신의 외모를 가꾸며 살아가도록 태어나지 않고 평생 자신의 두뇌를 의지하며 살도록 태어난 것을 나는 하늘에 감사한다. - P35

나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많이 남자들에게 당했으면서도 여전히 남자에게 환상을 품는 것에 정말이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내가 선택한 이 운명 말고, 다른 운명의 남자가 어딘가 꼭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여자들의 우매함은 정말 질색이다. 남자는 한 종(種)이다. 전혀 다른 남자란 종족은 이 지구상에 없다. - P46

남자가, 이미 검은 발톱을 드러낸 남자가 뜻밖에 회개하는 경우는 결코 많지 않다. 아니 절대 없다. 만약 있다면 그것은 남자가 모든 것을 잃었을 때다.
모든 것을 다 잃고 나면 가증스럽게도 다시 여자 마음을 얻어 기대보려는 것이 남자들이란 족속이다.
검은 발톱은 부러진 것이지 사라진 것이 아니다. 게다가 발톱은 다시 자란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특히 남자는 여자에 대해 반성할 줄 모른다. 알고 있더라도 실천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이 남자다. - P109

좋은 게 좋다니.
나는 평소 그런 소리를 가장 싫어한다. 도대체가 앞의 좋은 것은 무엇이고 그래서 얻어진 뒤의 좋은 상태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마치 바보들의 대화처럼 들린다. 논리나 분석은 전혀 없는 이해조차 불분명한 말장난들. - P110

『알프스의 소녀』는 여자애가, 그리고 『괴도 루팡』은 남자애가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여선생을 경멸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에 입학해서였다. 가사 시간에 바느질과 요리를 가르치면서 걸핏하면 여자니까 당연히 이런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나이 많은 가사 선생과 그 여선생을 나는 똑같은 차원에서 경멸했다. - P113

신호를 기다리는 사이 옆자리 여자의 가슴을 툭 치는 중년 사내의 희고 살찐 손, 번들거리는 얼굴. 나는 거의 구역질의 지경에 이르고 만다. 나는 언제나 진화되지 않은 미개인 사내들 때문에 욕지기를 느낀다. 그들만 아니면 세상은 얼마나 밝고 부드러우며, 또한 멋진가. - P134

인기 여배우가 백지수표를 받고 몸을 팔 수 있다면, 인기 남자배우도 여자한테 팔려갈 수 있는 것이다. 왜 안 되는가. 남자들의 동물적인 욕정, 노출된 여자들은 모두 노리개로 파악하는 공공연한 매춘, 구애의 권리는 남성에게만 있는 것으로 아는 이 사회의 고정 관념을 나는 역으로 깨부술 수도 있다. - P149

개인적인 치정 놀음이야 간섭할 바가 아니지만 왜 하필이면 가정이 있는 유부남을 택했냐는 여러분들의 비난은 그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바로 여러분 남성들이 유포하고 심화시켜온 성의 개방과 확장에 관한 논리에 의하면 그것은 제약 없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렇기에 낮에는 짐승의 세계로 치닫는 이 땅의 성문화를 개탄하고 밤에는 동료들과 밀실에 앉아 영계를 주문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아닙니까. 입으로는 열심히 인신매매를 성토하면서 바로 그런 수단으로 공급된 밤의 여자들을 끼고 앉아 세상을 논하는 유능한 여러분들. 술자리에서도 어김없이 집에 전화를 걸어 내 딸과 마누라가 무사한지 잘도 챙기는 착한 여러분들. - P227

그는 남성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 자체를 은폐하면서, 이미 남성이라는 사실 자체로 그 폭력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직접 폭력을 휘두르는 자보다 더욱 교활하게 폭력을 행사한다.
후자는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반항을 유발시키지만 그는 여자들로 하여금 남자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게 하고, 여성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이 단지 남성을 잘못 택했기 때문일 뿐이라는 환상을 갖게한다. 백승하라는 인간을 굴복 · 변화시키고 그에 대해서 세상이 갖고 있는 환상을 깨버릴 수만 있다면, 남성에 대한 복수와 아울러 여성이 남성에 대하여 갖고 있는 환상을 깨버릴 수 있는 이중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아마조네스로서의 강민주에게 인기 절정의 배우인 백승하는, 아마조네스를 패망시킨 신화 속의 또 다른 남성 전사에 다름 아니다. 그는 적이다.(해설 中)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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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작된 종교 생활이지만 나는 미사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다 끝나고 집으로 갈 때면 아쉬움이 들었다. 성당 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들은 온통 녹록지 않은 고민거리들이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는 일상의 작은 우연도 신비를 간직한다. 나 역시 우연하고 의외인 일상의 일들을 통해 신을 감각하곤 한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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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레나와의 우정을 지키는 방법도 그것일지 모른다.
너무 늦기 전에 물러서는 것. 이제 그만 가라는 말을 듣기 전에 파티에서 먼저 나오는 것.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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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어디에도 체모는 보이지 않는다. 유아적 이미지선호로 풍성했을 체모를 다 밀어버렸나 하는 생각에 미티는불현듯 슬픔을 느낀다. 겨드랑이 털을 가진 그녀를, 성인잡지모델처럼 수북한 그녀를 보고 싶어진다. - P59

그러나 쾌락에 몸을 떠는 이 여자를 보니 미티도 그것을 갈망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한다. 차에 타는 것을 도와주고 안전벨트를 채워줄 때 맡는 겨드랑이 냄새까지 익숙한 베델 말고 다른 사람, 다른 식으로 만질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미티는 이웃집 커플의 삶에서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상상한다. 파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술에 취해 졸린 상태로 나누는 몇 마디의 대화. 섹스를 한 후 욕실에서 시원하게 쏟아내는 소변 줄기. 다음 날 아침 흰 시트 속에서 숙취로 괴로워하며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나누는 대화. 오, 신이여, 하룻밤만이라도 그런 것을 느껴봤으면.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봤으면. - P62

자신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굳게 믿으면 질문은 언제나 대답을 들을 것이고, 초대에는 다들 응할 것이며, 낯선 이들도 자신의 참견과 방해를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자신할까? 그럴 땐 어떤 기분이 들까? 그런 생각을 하니 레나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어진다. 자신이 당연히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레나가 가지고 있을지 모를 어떤 확신을 깨고 싶다. 그러나 그녀의 진지한 표정엔 그런 확신의 징표가 조금도 보이지않는다. 그녀는 미티가 타인의 애정을 갈구하지 않으려고 애를 쓸 때처럼 간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 P77

하지만 돈 있는 사람은 당연히 적도 있지. 서배스천이 말하곤 했다. 문제는 그 부자가 죽는다고 적들이 돈을더 버느냐는 것이었다. - P97

"준비됐어요?"
환하게 웃으려던 미티는 오전에 레나를 기다리기만 했지 일상의 할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앞니에 치태가 끼어 있고, 눈에는 눈곱이 있으며, 배 속에는 카페인 한방울도 없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루 종일 말할 때마다 입을 가리고 겨드랑이 냄새를 슬쩍 맡아본 후에 팔을 들어야 할까 봐그녀는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베델이 곧아래층으로 내려올 것이다. 미티는 레나와 세운 계획에 대해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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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우는 걸 좋아했지만, 라틴어까지 손댈 생각은없었다. 우리말 고어(古語)도 모르는데, 서양의 사어(死語)까지 배워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나 지적이고 호기심 많은나의 친구들은 이번에도 나와는 달랐다. 움베르토 에코의『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수도사들의 깊은 학식을 동경했던그들은 너무 재미있겠다며 무리지어 교양 라틴어 수업을듣기 시작했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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