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를 여행지로 선택한 후에는 블타바강과 가까운 숙소를 잡으려고 했다. 나는 이제 러너니까!! 블타바강을 옆에 두고 달리는거야 꺅 >.<
사실 요즘 달리기 너무 내 뜻대로 안돼서, 흐음.. 달리기가 하면 할수록 느는게 아니라 실력이 떨어지기도 하는건가.. 하면서 절망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달리는 몸으로 두는게 미래를 위해 나을것 같았다. 나는 달리기는 영 아닌것 같아, 하고 그만두면 나중에, 노인이 되어서 다시 달리기 시작하기 힘들것 같고, 지금 잘 못달려도 계속 달린다면 노인이 되어도 계속 달리는 사람일 수는 있을 것 같아서. 게다가 인스타그램에서 러너들이 여름 달리기는 너무 힘들지만 가을이 되면 실력이 나아져있을거라고들 한다. 그래, 그 말에 기대어 계속 달리는 사람이 되자. 노인이 되어도 달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천천히 쌓아두자, 하고 조금이라도 달리려고 하고 있다. 12km 달린게 최고 기록이었고 10km 마라톤도 나갔었지만, 그리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6km 는 그냥 달렸는데, 이제는 30분 이라도 달리자고 마음 먹고 있다. 내가 30분 달리면 4km 도 못달릴 때가 많은데, 히융, 이거라도 안달리는 것보다 낫지, 하고 일단 30분은 꼭 달리려고 한다.
내가 호텔에 체크인한 시간은 저녁 여섯시 즈음이었다. 한국시간으로는 자정이 넘어있었던 거다.
너무 피곤했지만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오고 샤워하고 짐을 좀 풀어두고 자려던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새벽 네시가 넘었었고 하여간 나는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 하, 시차.. 두시간마다 깼는데 이곳 시간 새벽 네시에 눈이 말똥말똥 해서 아무리 더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질 않아 침대에서 딩굴거리다가, 책을 좀 읽어보다가, 아아, 여섯시에 달리러 나가자, 하다가 여섯시가 되기 전에 달리러 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블타바강 옆을 달렸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달렸다 달렸어, 블타바강을!!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간혹 달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하여간 내 옆에 이것이 블타바강, 이러면서 달렸는데, 호텔을 나서면서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더니 점점 더 내리기 시작했다. ㅋ ㅑ ~ 낭만 미쳐버려. 블타바강 옆을 달리는데 그것이 심지어 우중런 이라니..




그런데 뭐 막 그렇게 블타바강이 멋있고 그렇지는 않아? 그냥.. 강일 뿐이야? 지하철 타고 강변역 지나갈 때 보이는 한강이 더 근사한 것 같아? 여하튼 내가 하고 싶은걸 했다!! 하고 기분 좋아가지고 달리기를 마치고 호텔에 들어왔는데, 아 좀 추웠어. 점점 더 비가 많이 와서 그런것 같다. 이렇게 일찍 달렸으니 그나마 우중런이라도 했지, 조금 늦게 나갔으면 달리지 못할 뻔했다.
그리고 오늘은 프라하성에 가봐야지, 하던 참이라 호텔에 돌아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후루룩 먹고, 길을 나섰다.
호텔에서 프라하성까지 천천히 걸어가야지, 하면서 걸어가다가 브런치도 사먹고(누룽지는.. 아침 간식)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걷다가 볼 거 있으면 보다가, 하면서. 그렇게 점점 더 프라하성에 가까워지는데, 오오, 가다가 다시 또 블타바강을 만난다. 이곳에서 만난 블타바강은 내가 달렸던 블타바강보다 훨씬 멋있었다!








블타바강을 건너서 언덕을 오르고 또 오르고 그리고 나오는 엄청난 계단을 또 오르고나면 드디어 프라하성이 나온다.
하아. 비가 오고 쌀쌀해서 옷 .. 긴팔 더 가져올걸, 하고 후회했었는데, 프라하성에 도착하고 나니 땀이 나고 있었다. 업힐은 달리기나 걷기나 힘드네요.. 그렇게 프라하성에 오르니 마치 전망대처럼 마을 풍경이 보이는데 너무 근사해서 엄마한테 전화해 보여주고, 아빠한테 전화해 보여주고, 남동생, 여동생한테도 전화해서 전망 보여줬다.



"아빠,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는 것 같지?" 하면서 카메라 방향 돌려서 쫘악 스캔해 보여드렸는데 아빠는 그렇다고, 드론에서 찍은것 같다고 하셨다. 요즘 엄마랑 아빠랑 집에서 우리는 걸어서 세계속으로, 세계테마기행을 자주 보기 땜시롱 ㅋㅋㅋㅋㅋ
영상도 찍었는데 그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하여간 참 좋은 시간이었다.
그 유명하다는 프라하성 스타벅스에도 갔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바깥 전망 좋은 자리는 죄다 닫아두었고 실내 자리만 열려있었다. 실내 자리는 좀 좁고, 사실 별 의미가 없어서 굳이 앉진 않았다. 화장실이나 들렀다 갈까 했는데 화장실이 자꾸 밑으로, 밑으로, 지하로 지하로 내려가라는거에요. 그런데 유럽의 오래된 건물 가면, 그러니까 교회나 성당 같은데 가면 왜 그런거 있잖아. 빙글빙글 회전하는 좁은 돌계단 혹은 나무계단.. 스타벅스 화장실이 자꾸 내려가도 화살표만 있고 화장실이 나오질 않아... 도대체 어디까지 내려가라는거야? 혼자였던 나는 좀 무서워져서 그냥 화장실 안갈래, 하고 다시 올라왔다. 휴.. 빡세라..
그리고 이제 프라하성을 내려간다. 돌바닥이 미끄러워서 다운힐에 어떤 사람은 미끄러질 뻔 하기도 했다. 나 역시도 몇해전 포르투갈 리스본 갔다가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질뻔해서 완전 조심스레 내려갔는데, 오늘 내가 신고온 신발은 다행스럽게도 미끄럽지 않았다.
몇해전에도 프라하에 며칠 머무른 적이 잇었다.
그 때도 친구랑 마지막 날 프라하성 갔다가 영국 가자, 했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핳 내가 너무 한식 먹고 싶어지는 바람에 한국식당 찾아가느라 프라하성 가기를 포기햇었다. 나의 한국 음식에 대한 갈망에 짜증내지 않고 호응해준 내 친구 사랑해.. 그렇게 그 때, 한국음식 때문에 프라하성을 포기했었지. 프라하까지 와서 프라하성 안보고 한국음식 택하는 사람이 누구다? 바로 나다.. 그게 나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프라하에 오면 꼭 프라하성 가야합니까? 한국음식을 먹을 수도 있는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프라하성과 인연은 인연이었나보다. 이렇게 몇 년후에 다시 오게 된걸 보면.
내려가면서 점심도 사먹고 그리고는 그 유명하다는 간식도 사먹었다. 일명 굴뚝빵 이라 불리는 뜨르들로!!
이것도 여행프로그램에서 보았던건데, 사실 이게 굳이 먹고 싶었다기보다는, 이거 먹는다고 아빠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부러 샀다. 그래서 아빠, 걸어서 세계속으로에 나왔던 굴뚝빵 사먹어요! 하고 사진 보내드렸다.


맛은 보면서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런 맛이다. 음.. 사진 보여줬더니 여동생은 시나몬롤 생각난다고도 했고 남동생은 핫도그? 라고 했는데, 핫도그 겉껍질에 시나몬 가루 뿌린 바로 그런 맛이라고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다.
사실..
그동안 혼자 여행했다는 사실을 아빠께는 말씀 드리지 않았었다. 친구랑 같이 가는 것조차도 외국 여행이라면 정말 싫어하셨던 거다. 때로는 "취소하면 안되냐?" 고도 하셨었다. 걱정이 정말 너무 많으시고 또 내가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니라서 말이다. 여자 혼자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라도 볼라치면 아빠가 별로 안좋아하셨던터라 그동안 숨겨왔는데, 어차피 이제 아셔야 하기 때문에 치앙마이 때부터 말씀드렸다. 어떻게 혼자가냐고 아빠가 완전 당황하시는데, 아빠 사실 나 그동안 혼자 많이 다녔어, 했고 엄마도 옆에서 "얘 혼자 잘 다녀" 하고 도와주셨다. 아빠는 이제 그렇게 힘이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뭐라 못하시고 수긍하셨지만, 이번에도 혼자간다는 사실에 적잖이 걱정하시는 것 같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다고 안심시켜드리려고 부러 간식도 사서 보여드리고 영상통화도 했다. 그간 여행하면서 엄마랑 여동생, 남동생한테는 부지런히 사진도 소식도 전했고 아빠한테는 엄마가 전했는데, 이번엔 좀 길게 있기도 하고 또 열시간 이상 비행한 유럽이다 보니 내가 직접 안심시켜드리자 싶었던거다. 그래서 영상통화해 전망도 보여드리고 잘 먹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이렇게 간식 사진도 보내드렸다.
내 나이가 몇인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빠 입장에서 걱정하시는걸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아마 내 조카들이 지금보다 더 커서 혼자 여행한다고 하면.. 나 역시도 엄청 걱정할 것 같아서 말이지.
오늘 하루 엄청 돌아다녀서 프라하 온지 며칠은 된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다. 물론 아침에 달리긴 했지만, 3만보 이상을 걸었다.
아까 오후에 들어와서 '더는 안나가! 쉬자!' 하고 잠깐 누워서 깜빡 졸다가, 아 썬크림 발랐으니 세수라도 해야 하는데, 세수할 거면 샤워를 하는게 낫겠지, 하고 샤워까지 다 했는데, 배고프군, 하면서 컵라면에 맥주 한 잔 먹다가, 저녁을 먹었으니 조금만 걷다 올까, 하고 물이나 사러 가자, 하고 다시 나갔다 왔다가, 지금은 호텔 cafe 에서 글 쓰고 있다.

프라하 힐튼호텔은 일단 와이파이가 구리다.
하루치를 무료로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고, 그 하루가 지나면 또 그걸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긴 한데, 유료로 돈을 내면 프리미엄 와이파이를 살 수 있단다.. 프리미엄 와이파이, 더 좋나? 더 빠른가? 싶지만 그렇다고 돈 내고 프리미엄 와이파이 살 의향 같은거 1도 없다.
타올은 실밥이 풀리는건지 샤워후 닦고 나면 뭔가 막 날린다. 영 파이야.. 드라이어는 왜케 힘이 약한지.. 게다가 냉장고 청소도 딱히 청결하지 않은것 같고 말이다.
그런데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이게 너무 좋다. 일단 이 카페가 24시간 오픈이다. 내가 늦은밤이나 새벽에 올 일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언제든 이용할 수 잇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좋은건, 사이즈가 너무 커서, 내 방 불을 다 꺼도 호텔 안의 불빛이 내 방을 밝혀준다는거다.

이게 내 방에서 보이는 풍경인데,
그래서 내 방 불을 다 꺼도 완전히 까맣지가 않다. 이게 나는 너무 좋다. 정말이지 위안이 된다.
치앙마이에서는 부띠끄 호텔에서 묵었는데, 그렇다보니 바깥의 소음이 다 들렸더랬다. 그게 나에게는 참 좋았다. 내가 여기서 잠드는데 바깥에 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지금 힐튼 호텔에서의 불빛도 바로 그런 식의 위안이 된다.
하노이의 롯데호텔에서는 도시의 불빛이 다 보여서 위안이 되었던것처럼.
호텔에 도착해서 저 풍경 찍어서 가족 단톡방에 보내면서, 나 프라하 힐튼이고, 이렇게나 큰 호텔에 있으니까 내 걱정들 하지 말라고 보냈더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경험이 쌓일수록 나에 대해 더 잘알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내가 '혼자'인걸 좋아하는 건, 바로 '군중 속에' 있을 때라는 것이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볼 것도 없는 곳에서 혼자인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소리들이 들리는 곳에서 내가 혼자있는 걸 좋아한다는거다. 일전에 친구를 만나 '나는 군중속에 혼자인 걸 좋아하더라고, 까페에서 책 읽고 까페에서 글 쓰는게 좋아' 라고 했더니 친구도 그렇다고 했다. 친구는 나랑 사주에서 일주도 같아 굉장히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심지어 그 친구는 혼자 살면서도 무조건 까페에서 일하고 까페에서 공부한다고 했다. 재택근무 하는 날이면 아침 먹고 나가고 점심 먹고 나가고 저녁 먹고 나간다고.
백수가 된 뒤에 나도 하루에 두번씩 나갈 때가 있다. 나는 혼자인게 좋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이면서 혼자인게 좋다. 무인도에 떨어지기도 싫고, 애인과 둘이 고립되는것도 싫다. 어드리프트 였나, 그 항해영화에서 사랑하는 애인하고 둘이 배타고 항해할 때, 으으 나는 항해 안해, 그 배에서 며칠간 사랑하는 남자랑 둘만 있는 삶, 싫다..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있을거라면, 그것도 세상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있을 때 좋다.
그래서 나는 집에 있으면 밖으로 나가고, 한국에 있으면 외국에 나가는가보다.
블타바강 얘기하려다가 왜이렇게 길어짐??
여기 시간은 지금 밤 21:23 인데 서울은 지금 04:23 이다.
서울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서서히 잠에서 깨어날 시간이고, 이곳에서는 서서히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나 멀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