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 Entanglement 얽힘 4
예소연.전지영.한정현 지음 / 다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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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의 말은 진위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긍정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잘하지 못한 일에는 잘할 수 있다는 격려가 담겼고 잘했을 경우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부정의 말은 실낱같은 희망의 싹을 짓밟는다. 환경이나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렇다. 어렸을 때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상급 학교의 진학을 선택할 때였다. 근거리의 학교에 진학하기를 바랐던 어른들의 말을 솔직하지 못했다. 그 시절 가장 혹독한 말은 모두 할머니 입에서 나왔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다. 여자가, 딸이 무슨...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를 썼다.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원하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형편이 어려우니 엄마를 도와주면 어떻겠냐, 혹은 미안하지만 이번엔 네가 양보를 하면 좋겠다는 말을 했더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그랬더라도 고집을 피웠을 것이다. 모든 행동이 엄마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남을지 알면서도 말이다.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 을 읽으면서 왜 그 시절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할머니의 권력에 엄마는 말을 아꼈다.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했고 하고 싶은 말도 삼켰다. 엄마가 내게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서러울 정도로 알고 싶고 듣고 싶다.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에 수록된 세 편은 숨기고 감춰진 말들, 그러니까 해야 하는데 무언의 압력이나 사회적 통념이란 이유로 여성의 일상 속에서 하지 못한 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지영의 「나쁜 가슴」은 가장 현실적이고 보편적이라 우리가 그동안 그것이 얼마나 나쁜 말이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인지 묵인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는 순간, 여성은 사라지고 모성만 강조된다. 모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산후조리원에서 아이에게 모유를 주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하다. 하지만 그게 어렵고 안 되는 산모는 많다. 화자 ‘유진’은 엄마라 불리는 것도 익숙하지 않는데 모유 수유의 어려움마저 엄마의 탓으로 돌린다. 산후조리원장의 입장에서는 그게 당연하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엄마라는 단어는 산모들의 기분을 묘하게 우울하게 만들었다. 우리 중 누구도 제 이름이 아닌, 엄마로 통칭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나쁜 가슴」, 14~15쪽)


“나쁜 가슴이 뭐 어때서요?”

그녀의 말에 내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의 공허한 눈 속에서 슬픔과 절망, 무엇보다 단단하게 뭉친 분노를 발견했다. 내 마음이 그녀의 눈에 비친 것만 같았다. (「나쁜 가슴」, 26쪽)


모유가 적은 산모에게 나쁜 가슴이라 말하며 산모를 죄인 취급하는 원장의 말.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고 싶은 마음, 역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로 존재하고자 했던 마음은 왜 부정당하는 것일까. 이 단편은 우리 사회가 모성을, 출산한 여성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준다.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대단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이다.





사회운동에 참여해 대학원 무기정학 처분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고모를 바라보는 조카 ‘성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정현의 「가짜 여자친구」도 다르지 않다. 여학교에서 은밀하게 일어나는 교사의 성추행과 폭력을 대하는 미온적 태도. 가만히 있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연대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차별과 폭행을 옹호하고 당연시하는 말들이야말로 영원히 금지되어야 할 말이라고.


전지영의 「나쁜 가슴」과 한정현의 「가짜 여자친구」이 사회와 개인 사이를 오가는 금지된 말들에 대한 것이라면 예소연의 「나의 체험학습」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말과 관계에 관한 것이다. 소설 속 ‘수이’는 가장 가까운 이와 이별한 반복된 경험으로 상대에게 진심을 내놓지 못한다. 단단한 관계를 원하면서도 헤어짐을 떠올리기 때문에 항상 불안과 함께다. 과거의 일은 그저 우연에 불과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이라 여기는 수이에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미미 이모와의 만남은 관계의 새로운 확장이다.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엉뚱하면서도 진중하다. 침묵하고 이별할 순간을 두려워하는 대신 뭐든 말하고 함께 해나간다.


고맙습니다, 같이 가, 혹은 그러지 마.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에 대해 생각했다. 둘 중 하나가 그 말을 내미는 순간 나는 이별에 대해 생각하고 만다. 그러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되고 그 순간 마력이 솟구쳐 그 말은 우리를 이별의 순간으로 데려간다. 나는 몇 번이나 그런 식의 헤어짐을 겪었고 이제는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다. “갈까?” “ 가자.” 우리는 금지된 말을 하지 않고도 제법 자유롭게 대화할 줄 안다. (「나의 체험학습」, 84쪽)


나는 언제나 관계라는 것이 명명백백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러한 점이 나를 질리는 사람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나 돌고래나 개나 언제든 누군가를 떠날 수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사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일지도. (「나의 체험학습」, 117쪽)


언제나 그렇듯 세 작가의 얽힘 코멘터리를 읽으며 개운한 기분이 든다. 독자들이 이 시리즈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얽힘 코멘터리가 아닐까 싶다.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를 읽고 저마다를 사로잡는 불안과 쌓아두고 숨겨둔 말들이 하나씩 발화했으면 좋겠다. 어떤 불안은 자꾸 꺼내야 없어지기도 하니까. 하지 못한 말들의 무게에 억눌려 위축된 마음이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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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는 친구들을 만났다. 내가 가장 여유롭고 친구들은 바쁘기에 일정을 조율하고 맞춰 얻은 시간이었다. 언제나 친구들과의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 다시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마음은 급하고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낸다. 많이 웃고 많이 먹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다음 만날 약속을 정하는 일은 더 가쁘다. 다음 만남을 기대하며 정신없이 살아갈 것이다.


다들 바쁘게 살아가고 나는 느리게 산다. 나무늘보처럼 산다. 목적 없이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그런 날들도 있는 거라고 친구는 말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런 시간을 종결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의 보폭이 조금은 넓고 빨라지기를 원한다.


좋은 책들이 내 마음의 속도를 올려줄 것이다. 2월의 책은 보뱅 (땡스투는 아프도록 아름답다는 잠자냥 님께)의 『세상의 빛』, 시의적절 시리즈 김상혁의 2월 『그냥 못 넘겼어요』, 이문재 시인의 시집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까지 세 권이다. 시집을 정리하면서 신간 시집을 사는 마음은 뭘까.





한결같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한 책들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다 보면 나만의 문장을 꿈꾸게 된다. 나만의 문장을 갖는 일, 나만의 문장을 쓰고 싶은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건 좋은 일이다. 좋은 문장을 얻지 못해도, 쓸 수 없는 문장을 바라더라도 문장을 염원하는 일은 벅차다.



잔가지 맨 끝

늦겨울 이른 봄

처음 눈뜻 새순이

뒤돌아보며 말한다

무서워요

앞에 아무 것도 안 보여요

가지가 말한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안 보여

줄기가 말한다

네가 하늘을 보고 있는 거야

계속 올려줄 테니 앞만 보거라

뿌리가 말한다

하늘이 너를 보고 있는 거야

지근 네가 맨 앞인 거야

(「새봄」, 전문)


맹렬한 추위가 마음을 가둔다. 좀 풀린다 싶더니 다시 추워졌다. 입춘이 지났다고 방심한 탓일까. 추워도 봄은 오고 추워도 꽃은 핀다. 그렇게 계절이 흐르는 걸 느낀다. 봄이 오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봄은 새봄일 것이다. 작년과는 다른 봄, 단 한 번의 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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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공현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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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를 만났을 때 느꼈던 좋았던 점이 전부였다고 말하면 너무 가혹한 말일지도. 그런데 뭔가 아쉽고 끝맺음이 덜 된 것 같다. 생각할 여지가 있으니 좋은 건가? 뜨개질의 올이 풀린 것 같다고 할까. 기대가 많았기에 그랬을 수도 있고 내가 잘못 읽었을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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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에 친구와 나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대화를 나눴다. 그것은 작가 한강에 대해서였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은 친구는 책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도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책을 좋아했던가. 모르겠다. 현재의 나는 책을 좋아하고 책을 사들이고 책을 쌓아둔다. 친구는 내게 한강의 책 가운데 『소년이 온다』의 내용이 뭐냐고 물었다. 대표적인 한강의 소설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솔직하게 그 소설은 읽기 힘들 거라고 답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도 마찬가지라고. 내가 좋아하는 단편집을 추천했지만 친구는 장편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알라딘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려고 하자 친구는 극구 말렸다. 친구에게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이었고 내게는 사는 것이었다. 마침 곁에 둔 『디 에센셜 한강』을 건넸다. 이 책이 정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책을 구매했고 천천히 읽었다. 아니, 게으르게.


나는 한강 작가를 좋아한다. 한강 작가가 무얼 말하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 차분한 슬픔이, 애써 고르고 고른 순수한 언어가 좋았다. 어렵게 다가왔지만 자꾸 그렸다. 어쩌면 그의 소설을 읽을 당시 내 감정과 상태가 그러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여전히 그의 초기 소설을 아낀다. 『디 에센셜 한강』에 수록된 작품은 그런 이유로 읽으면서 조금 울컥했고 많이 아팠다. 어떤 면에서 한강의 소설은 상실과 애도로 가득한 생을 버티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것 같다. 아니,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강에게 그것은 문학이자 언어였을 것이다. 유일하고 고유한 목소리.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는 남자와의 이야기인 『희랍어 시간』을 다시 읽으며 나는 조마조마했다. 아름답게 보이기만 했던 소설이 아니었다. 처음 읽는 기분이었다. 처음 읽는 기분이 맞을지도 모른다. 한순간 그 삶이 깨질 것 같아서, 무너져내릴 것만 같아서. 그들이 겪는 상실과 고통을 나는 알 수 없으니 느낄 수 없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이 바라는 간절함이 나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서. 절망의 순간을 지나왔다고 여겼지만 여전히 절망의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게 부끄러웠다. 말을 잃은 그녀가 시력을 잃은 희랍어 강사의 집으로 돌아와 그를 위해 안경점에 가려는 마음에 안도했다. 그것은 당연한 마음이 아니었기에. 이상한 일이었다. 과거에 옮겨 적었던 문장은 보이지 않았다. 오롯이 두 사람의 실루엣만 내게 들어왔다. 그들의 움직임, 사소한 떨림, 귀 기울이고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몸짓.


그런 기분은 단편소설 「회복하는 인간」과 「파란 돌」을 읽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의 소설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다. 그게 맞았다. 「회복하는 인간」을 읽으면서 이런 내용이었던가. 나는 「회복하는 인간」을 「노랑무늬영원」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육체적 고통 따위는 아무런 문제도 아니라는 마음. 그렇다면 한강이 주목하는 고통은 무엇일까. 내면을 가득 채운 고통은 무엇일까. 인간으로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가. 그러나 반가운 점도 있었다. 「파란 돌」을 읽으며 한강의 소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파란 돌」에서 등장한 삼촌의 그림은 『바람이 분다, 가라』에 등장하는 먹그림을 불러왔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강의 「어깨뼈」를 떠올렸다. 한강의 소설 곳곳에서 느껴지는 봄의 기운. 겨울을 견디고 봄을 기다리는 이미지가 한강의 그것은 아니었을까 혼자 짐작했다.


나도 모르게 떨리는 손이 가슴으로 올라왔습니다. 가슴뼈 사이 오목한 곳, 어떤 장기도 없는, 그렇게 아파보기 전에는 그런 장소가 몸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곳이었습니다. 당신은 잠시 우두커니 서 있다가 손을 뻗어 내 손을 가볍게 쥐었습니다. 담담하게, 무언가를 위로하듯이. ( 「파란 돌」, 263쪽)





그래, 나는 이런 문장에 반하고 반했었다. 감히 만질 수 없는 감각과 숨죽여야만 들을 수 있는 소리. 그 모든 것은 슬픔에 기반된 것이었다. 그러나 슬픔에 싸였거나 갇힌 게 아니었다. 슬픔과 함께 성장하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눈이 되어 사라지고 말을 잃고 시력을 잃어도 멈출 수 없는 삶은 이어지고 계속된다는 당연하고 당연한 삶의 의무에 대한 위로이자 토닥임이었다. 거대한 역사의 슬픔을 통해서 한강이 전하고 싶은 게 이런 것이었지 오래전 나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부재로 존재하는 것, 그것이 나와 우리를 버티게 만드는 그것이었다. 사라졌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신적인 곳이 어디냐고 누군가 물은 적이 있지. 그때 나는 어깨라고 대답했어. 쓸쓸한 사람은 어깨만 보면 알 수 있잖아. 긴장하면 딱딱하게 굳고 어려우면 움츠러들고 당당할 때면 활짝 넓어지는 게 어깨지. 당신을 만나기 전, 목덜미와 어깨 사이가 쪼개질 듯 저려올 때면, 내 손으로 그 자리를 짚어 주무르면서 생각하곤 했어. 이 손이 햇빛이었으면. 나직한 오월의 바람 소리였으면. 처음으로 당신과 나란히 포도(鋪道)를 걸을 때였다. 길이 갑자기 좁아져서 우리 상반신이 바싹 가까워졌지. 기억나? 당신의 마른 어깨와 내 마른 어깨가 부딪힌 순간, 외로운 흰 뼈들이 달그랑, 먼 풍경(風磬) 소리를 낸 순간. (『내 여자의 열매』 속 「어깨뼈」)


『디 에센셜 한강』에서 만난 산문은 정말 처음이었다. 처음이라서 새로웠고 더 깊게 집중할 수 있었다. 작가 한강이 아닌 소녀 한강, 딸 한강, 인간 한강을 마주하는 순간이라고 할까. 피아노를 열망하던 어린 한강을 상상하며 읽은 「종이 피아노」는 비슷한 경험이 있어 더 애틋했다. 딸이 원하는 피아노 학원을 보내주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형편이 나아졌을 때 피아노 학원에 엄마 아빠를 위해 일 년만 다녀주라는 그 마음. 그리하여 중학교 3학년이 되어 다니게 된 피아노 학원의 이야기 「저녁 여섯 시, 검고 긴 바늘」은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언제 기회가 되면 피아노에 대해 말할 수 있기를.


그런가 하면 「여름의 소년들에게」는 『소년이 온다』를 읽기 전이나 읽은 후에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이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이었을까. 친구가 궁금해했던 『소년이 온다』를 읽게 될까. 아니면 읽지 못하게 될까. 친구는 한강의 다른 책을 더 읽게 될까. 아니면 멈추게 될까. 다음에 친구를 만나면 우리는 한강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이다. 예상하지 않았던 대화지만 예전과 같으면서도 다른 그 무언가에 대해서.


‘언어’라는 나이 불충분하고 때로 불가능한 도구가, 결국은 그것을 읽을 누군가를 향해 열려 있는 통로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자각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마침내 첫 문장을 쓰는 순간, 내는 백 년 뒤의 세계를 믿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쓴 것을 읽을 사람들이 거기 아직 살아남아 있으리라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백 년 동안의 기도」, 340쪽)


저마다 독립적이었다고 여겼던 한강의 소설이 동그라미가 되었다. 동그랗게 커지고 있었다. 내가 만난 소설이 그 동그라미의 일부였고 전체였다는 게 기쁘다. 잘 모르고 끝내 알 수 없더라도 읽을 수 있고 읽는 일이 작가와 나를 연결하는 통로라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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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1-27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희랍어 시간>을 사서 읽었었어요. 참 좋더군요. 그리고 <여수의 사랑>도 좋았구요. 한강의 소설은 애잔하게 아픈 것 같아요. 그래도 어딘가 강한 힘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한강 디에션셜>은 책을 선물해주시겠다고 하셔서 저 책을 선물해주십사. 부탁해서 받은 선물이에요. 아직 읽진 않았지만요.^^˝
제법 많은 목차를 가지고 있군요.
서점을 가면 늘 한 켠에 마련된 한강 작가 코너가 눈에 밟혀 기회가 되면 한강 작가의 소설을 한 권씩 사가지고 와서 수집하고 있네요. 책들이 이쁘니까 자꾸 눈길이 가고, 소설을 쓰는 작가를 상상하며 떠올리곤 합니다.^^

자목련 2026-02-02 15:12   좋아요 1 | URL
<여수의 사랑> 좋아요! <흰>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말씀처럼 한강의 소설은 아프고 슬프고 상처가 가득한데 그 안에서 작은 빛을 발견하고 나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서점에 갈 때마다 눈에 밟히는 작가의 책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에요.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 Entanglement 얽힘 4
예소연.전지영.한정현 지음 / 다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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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데, 해야 하는데, 주춤하는 말들이 있다. 당신에게 상처가 될까 봐, 관계가 끝날까 봐서. 끝내 발화가 되지 못한 어떤 말들, 마침내 터져 나오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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