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날들을 바란다. 그러니까 장마에 대한 이야기다. 밤마다 무섭게 쏟아지는 장맛비. 아침에는 말 그대로 밤새 안녕했냐는 안부를 전한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감사하게도 큰 피해가 없고 지인들도 안전하다. 내가 안도하는 날들, 누군가 어려움에 힘든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자연재해라 해도 피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는 걸 우리는 경험상 알고 있다. 그런데도 놓치는 부분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


장마의 날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지나가는 얕은 바람이 반갑고 잠깐의 햇볕이 고맙다. 어제오늘은 장마와 거리를 둔 날씨 덕에 젖은 마음을 말리는 중이다. 이런 책도 마음을 말리는 데 좋다. 7월의 책은 한국 단편소설.





작년 7월에 깜짝 출판으로 기쁨을 안겨준 김연수의 단편. 김연수의 단편집은 아니다. 음악소설집으로 김연수, 김애란,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음악이 흐를지 궁금하고 기대가 크다. 프란츠 출판사의 책은 처음이다.


그리고 이런 소설도 있다.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떠올리는 제목의 김화진의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이 책은 단편소설 시리즈로 로맨스 소설인 것 같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양장으로 단편을 출간한 위픽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직 자두를 먹지 못했다. 올여름의 자두를 먹어야 하는데 구매를 못하고 있다. 온라인 주문을 하까 싶다가도 온라인에서 과일을 산 친구의 후기가 별로여서 주저한다.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과일을 먹기 힘든 날들이 올지도 모른다. 금값인 사과를 떠올리니 그렇고 기후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걸 생각하면 서글프다.









올해의 자두는 먹지 못했지만 여름엔 수국이 있다. 올해도 나는 수국을 주문했다. 풍성한 수국이 예쁘다. 수국수국한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그래도 이 여름, 수국을 보는 걸로 만족해야 하나. 맛있는 자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먹어야 한다. 여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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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4-07-1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크와 아이보리의 컬러 조합. 제가 코디에 자주 사용합니다요. 물론 상의가 핑크요 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7-12 10:10   좋아요 1 | URL
잠깐 오늘 물감 님은 어떤 옷을 입으셨을까 상상해봅니다^^

망고 2024-07-1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자두 비싸더라고요. 근데 저희집 자두나무에도 자두가 별로 안달렸어요ㅠㅠ
수국은 정말 너무 예쁜 꽃! 자목련님 수국에 저 잎줄기 꺾어다 화분에 심으면 뿌리가 나옵니다 수국 한번 길러 보셔요😁

자목련 2024-07-12 09:53   좋아요 0 | URL
마트에 자두가 없어서 구매를 못하고 온라인을 뒤적이고만 있어요.
자두 먹어야 하는데 ㅎㅎ
잎줄기에서 뿌리가 나오나요? 정말 신기하네요!

독서괭 2024-07-12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이 아름답네요~ 아직 자두를 못 드셨다니! 전 자두 먹을 때마다 입덧할 때 생각이 납니다 ㅋ
장마 피해 더이상 없으면 좋겠어요 ㅜㅜ

자목련 2024-07-12 09:55   좋아요 0 | URL
수국은 정말 예쁩니다!
아가들도 자두를 좋아할 것 같은데 맞을까요?
다음 주에 또 비가 온다는데 걱정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는 마녀, 『마녀의 역사』 란 제목을 보고 마녀사냥, 마녀재판, 화형 같은 게 떠올랐다. 정확하게 마녀에 대한 개념도 모르면서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만들어진 이미지와 이야기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마녀는 누구일까? 그 시작은 언제였을까. 그리고 왜 우리는 지금까지 마녀사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마녀의 역사』 란 책은 그런 궁금증을 불러온다.


책은 중세에서 근대까지 유렵에서 벌어진 마녀사냥, 마녀재판에 대해 들려준다. 누가 누구를 주도적으로 마녀로 만들었고 재판에 이르렀는지 말이다. 풍부한 자료와 해설, 그리고 강렬한 일러스트로 마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그 시대에 빠져들게 만든다. 초기의 마녀는 병을 고치고 사회를 지키는 존재였다고 한다. 고대 중동에서는 여신을 숭배했다. 고대 마녀들은 사회에 꼭 필요했다. 그러다 전사, 싸움, 남성 중심으로 남성 우위 문화와 종교의 발전하면서 마법과 마법을 쓰는 여성들에 대한 시선이 변화하였다. 기독교가 발전하면서 요술에 단호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요술을 쓰고 마법을 쓰는 것은 기독교와 대립하며 악마와 결부된 것이라 여긴 것이다.





이처럼 종교든, 집단이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목적을 위해, 또는 정치적으로 상대를 무너뜨리고 악의적 소문을 내고 흠집 내는 일은 어느 시대나 똑같이 자행되어 왔다. 그 방식과 형태만 다를 뿐이다. 책에서 만난 마녀사냥을 통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잔혹함에 경악한다. 여기 공작부인의 경우를 보자. 공작부인이 마녀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잉글랜드 남동부 서리주의 하급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왕족과 결혼한 ‘엘리노어 코브햄’은 왕위 계승자의 아내였다. 그러니 곧 잉글랜드의 왕비가 될 수 있었다. 그녀는 왕비 자리를 노리고 요술을 쓴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의 목적은 그녀와 남편을 무너뜨리는 거이었다. 앨리노어가 신비 신앙(점성술)에 의존했다는 것, 그로 인해 왕비가 될 수 있을지 점쳤을 게 문제였다. 당시 강력한 권력을 지닌 교회는 신앙으로부터 일탈한 자를 벌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요술로 고발당한 왕가의 여성은 헨리 4세의 과부 ‘잔’도 있었다. 의붓자식 헨리 5세르 저주한 혐의였다.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4세와 결혼을 위해 요술을 벌였다고 규탄 받은 ‘엘리자베스 우드빌’도 있다. 이쯤에서 조선시대 궁궐을 떠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단 한 명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여러 후궁들의 다툼, 때와 장소만 다를 뿐 욕망을 채우기 위한 모습은 다르지 않다.


교회에서 이단을 근절하고자 대부분 여성을 마녀로 표적 삼았다는 건 안타깝다. 종교개혁자들도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마르틴 루터는 여성은 허약하므로 요사스러운 약속에 끌린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 16세기부터 17세기 유럽의 마녀사냥으로 기록상 적어도 4만 명이 처형당했다고 한다. 기록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어느 시대든 반사회적 선동가가 출현해 민중에게 불안과 편견을 심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재난의 원인으로 특정한 그룹이나 개인을 희생양으로 만든다. 희생자는 유대인, 이미, 정부, 유럽연합, ‘지옥에서 찾아온 이웃’ 등 다양하나, 그것이 누구든 이 사회적인 병의 증상은 거의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알아야 한다. (『마녀의 역사』, 89쪽)


마녀 사냥꾼이 등장은 당연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마녀 분간법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몇 개를 언급하자면 과부이며, 고양이, 두꺼비 등을 기르고, 매주 교회에 가지 않고, 해가 진 뒤 밖을 나돈다, 혼잣말이 많다. 현대 사회에 적용하자면 내 이웃은 마녀가 분명하다. 그런가 하면 악의적인 마술로부터 몸을 지키는 방법도 흥미롭다. 고양이 시체를 벽에 묻는 관습, 마녀의 의자라 불리는 굴뚝의 튀어나온 돌, 밝은 색 유리로 만들어진 구체인 마녀의 공, 마녀에 대항하는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는 식물 마가목.


중세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마녀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고찰로 마녀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놀랍고 흥미로운 역사 속 마녀의 이야기는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사는지 말이다. SNS, 인공지능, 딥페이크를 통해 또 다른 마녀사냥을 하는 건 아닐까. 소문의 진위,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할 것이다.


『마녀의 역사』를 읽으며 떠오른 책이 있다. 『세계의 악녀 이야기』다. 마녀와 악녀, 둘 중 누가 더 사회에 해를 입혔을까. 아니, 마녀와 마찬가지로 누가 그녀를 악녀로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역사에 남은 여성의 위대한 업적은 많지 않다. 대신 미모를 내세운 계략을 위해 이용되거나 부와 사치를 일삼에 민중의 적이 된 이야기를 떠올리기 쉽다. 어린 왕이 즉위했을 때 일정 기간 국정을 어머니나 할머니가 대리로 처리하던 수렴청정과 권력을 유지하려고 반대 세력을 몰살하는 드라마가 생각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모두 악녀일까. 어쩌면 그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드라마 <선덕여왕> 속 미실을 연기한 고현정의 잔인하고 표독스러운 포정이 자꾸만 악녀와 겹쳐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저자 시부사와 다쓰히코가 선택한 12명의 악녀는 악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책이 1964년에 나왔고 문고판 후기가 1982년에 쓰인 것으로 보아 적어도 60년 전에 나온 책으로 책에 등장하는 12명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고백하자면 나는 악녀로 선택된 12명 가운데 엘리자베스 여왕, 마리 앙투아네트, 클레오파트라, 측천무후, 마그다 괴벨스의 이름만 알고 있을 뿐 나머지는 알지 못했다. 그들을 기억하는 이유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만났기 때문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악녀들은 대체로 명문가에 태어났지만 근친상간이나 정략결혼으로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때문에 외도 상대 때문에 남편을 독살하거나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가 소개한 악녀는 어린 나이에 결혼한 것도 모자라 남편은 전쟁터에 나가고 시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우울한 삶에서 쾌락을 선택하거나 뛰어난 미모나 결혼으로 얻는 지위와 권력을 휘두르는 음란한 여성이다. 물론 하나같이 참혹한 결말을 맺는다.


책에 의하면 평생 처녀로 살다 간 엘리자베스 여왕은 수많은 남성과 관계를 맺었다. 여왕은 그들이 자신만을 사랑하길 원했지만 상대로 인해 마음고생도 심한 것으로 보인다. 쉰 세 살의 여왕이 사랑한 스무 살의 에식스. 점점 여왕을 등에 업고 거들먹거리는 그를 어떻게 봐줄 수 있겠는가. 야심이 강하고 폭력적이었던 네로 황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의 욕망은 실로 대단한다. 아들 네로에 의해 암살을 당해 생을 마감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측천무후도 다르지 않다. 황제의 여인이 되었지만 질투가 심해 황제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둔 여인은 독살을 하거니 알 수 없는 죽음에 이르렀는데 그 대상은 자식과 며느리까지 다양했다.


12명의 악녀는 만족할 줄 몰랐다. 아마도 자신이 잡은 권력이 영원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여기면 모두 제거하려 했다. 자식이든 연정을 품은 상대도 가차없었다. 중세 유럽의 여성들과 괴벨스의 아내 마그다 괴벨스는 성격이 다르긴 한다. 필요 없는 가정이지만 베를린 체육관에서 열린 나치당 집회에 가지 않았더라면 마그다의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여왕, 왕비로 사느라 성이나 궁정에 갇혀 밖을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삶이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다. 우리 역사를 봐도 그렇지 않은가. 궁궐 안에서 살아내느라 자신만의 탈출구가 필요했던 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 주술에 빠지고 약과 독에 취할 수밖에 없는 그들은 정신적으로 불안했을 것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저자의 설명처럼 말이다.


끊임없이 무언가에 쫓기듯 이것저것 놀이를 바꾸어가며 새로운 유행을 좇던 그녀의 광적인 향락 습성은 도대체 어떤 성격에 기인할까. 신앙심 깊은 엄격한 어머니로부터 경고를 받은 마리 앙투아네트는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머니는 대체 저에게 무엇을 하라는 말씀이신지요? 저는 따분해질까 봐 두렵습니다.” 왕비의 이런 표현은 18세기 말의 정신 상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붕괴 직전의 고요함일지도 모른다. 혁명이 발발하기 전, 모든 것이 충족되어 있던 귀족 사회에서는 따분한 이외의 그 어떤 정신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면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춤을 계속 춰야 했다. (『세계의 악녀 이야기』, 117쪽)


12명의 여성은 악녀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먼 훗날 그들은 재조명될 것이다. 역사는 돌고 악녀의 계보는 추가되고 이어질 것이다. 『세계의 악녀 이야기』는 책으로 만나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같았다. 『마녀의 역사』와 『세계의 악녀 이야기』는 제대로 역사를 읽고 기록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책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기록은 중요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일도 마찬가지라는걸. 마녀와 악녀란 프레임을 만드는 게 일조하고 있는 게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세계에는 아직 요술의 혐의로 목숨을 잃는 지역이 있다. 이성이 시대라 불리는 현대를 사는 우리도 이러한 상황을 성찰해야 하며,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상에는 밝은 면이 있다. 오랫동안 추하고 고독한 외지인이라고 비웃음을 사고 두려움을 받아온 마녀들은 우리들에게로 돌아왔다. 긍정적인 존재로 다시 태어난 현대의 마녀 위키와 그들의 마법은 20세기에 착실히 인기를 모아, 긍정적이고 힘차게, 드높은 의지를 품은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암흑의 시대를 잊어서는 안 되지만 21세기의 마녀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려 하고 있다. (『마녀의 역사』,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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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은 읽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고 어떤 소설은 읽었다고 착각한다. 박완서 작가의 『나목』도 그런 소설이었다. 읽은 건 같은데 내용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박수근 화가, 한국전쟁, 그 정도만 생각났다. 읽었다고 하면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고 읽지 않았다고 하면 방송이나 지인이 언급한 내용에 읽었다고 여긴 것이다. 읽고 있는데 읽은 것 같다. 그러니까 제대로가 아닌 대충인 것이다.


대학 때 교양 국어 수업을 들었다. 강사가 박완서 작가를 닮은 분이셨다. 그 수업이 좋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학점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친구는 아이가 어렸을 때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렸다. 종종 통화를 할 때면 책 목록에 대해 말하곤 했는데 당시 친구가 빌린 목록 가운데 박완서 소설이 있었다. 초등학생용 도서였다. 나중에 통화할 때 『나목』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친구는 제대로 읽었을 것 같다. 대신 내게는 『나목에 핀 꽃』이 있다. 좋아하는 동생이 선물한 책인데 시간의 두께가 가득하다. 이 기회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매년 의식처럼 구매했던 젊은작가상을 올해부터는 수상작품 가운데 읽은 소설도 있어서 사지 않기로 했는데 읽고 싶은 작가의 단편이 있어 구매했다. 김멜라와 김남숙 소설만 읽을 것 같다. 다른 소설은 작가노트만 읽을지도 모른다.


카뮈의 에세이를 읽은 기억이 없다. 카뮈의 에세이 『결혼·여름』도 이번 여름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실은 녹색광선에서 나온 『결혼·여름』를 구매하고 싶었는데 가격을 생각하며 미뤘는데 이번에 책세상에서 나온 걸 보고 구매했다. 예쁜 건 녹생광선의 책이 진짜 예쁘다. 덥다. 조금이 아니라 제법 많이 덥다. 읽는 즐거움이 더위를 잊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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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6-17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나목 갖고 싶게 만들었네요.
요즘 드라마 ‘졸업‘ 보고 있는데 고등학교 국어에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가르치더군요.
가끔 국어 교과서도 좀 훑어봐야겠구나 싶더군요.
나목은 저도 읽었는데 내용이 기억이 안 나네요.ㅠ

자목련 2024-06-19 10:22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예쁩니다. 읽는 맛이 좋다고 할까요.
국어 교과서 본 기억이 없는데 궁금해지네요.
 

엊그제부터는 오디를 먹는다. 줄지 않는다. 매년 오디를 맛볼 수 있는 건 권사님 덕분이다. 작년에 앵두를 주신 권사님이다. 크기가 오디였다. 손으로 잡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오디 물이 들었기 때문이다. 젓가락으로 집어먹다가 비닐장갑을 끼고 먹었다. 아, 나는 이런 어른이 돼버렸다. 오디나무의 열매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손으로 마구 따먹었는데 말이다.





어렸을 때 먹었던 오디의 크기는 아주 작았다. 그리고 이렇게 검붉은 쪽에 가까운 색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개량종 오디나무가 아닐까 싶다. 이상하게도 어릴 적 먹었던 오디의 맛이 그리워진다. 형언할 수 없는 단맛의 기억은 이렇게 크고 탐스러운 오디의 맛과 비교할 수 없다. 뇌가 기억하는 맛이라고 할까.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맛일지도 모른다. 잡히지 않는 맛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오디의 맛을 지울 수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작았던 열매는 조금씩 커지고 어제보다 힘이 센 더위가 몰려온다. 작년에도 이렇게 더웠던가. 6월에 정말 더웠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더웠다는 것 정도다. 아직 선풍기는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곧 꺼낼 것 같다. 올여름에는 얼마나 많은 비가 올까 걱정이다.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습기를 하나 장만할까 싶다고 말했다.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제습기는 정말 좋은 기능이 많다고. 정작 제습기 상품 목록을 보내온 건 친구였다. 사용하고 있는 제습기가 있지만 하나 더 있다면 편리할 것이다.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


나의 읽기 효율은 낮아지고 있다. 나이 탓을 해야 할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니까. 그러나 읽고 싶은 마음은 아직 충분하다. 김연수, 김기태, 비비언 고닉의 책을 샀다. 비비언 고닉의 에세이 『끝나지 않은 일』는 이 책에 대한 좋다는 평가가 가장 많은 듯하다. 그래서 기대가 크다. 천천히, 나중에 읽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 열기가 조금 식은 후에 말이다. 게으름을 대비한 생각이다.






정작 『디 에센셜 김연수』야말로 아주 천천히, 아주 나중에 읽지 않을까 싶다. 우선은 사 두는 마음. 소장했다는 어떤 뿌듯함으로 말이다. 이렇게 김연수의 책이 한 권 더 늘어난다. 김기태의 첫 단편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기다렸던 책이다. 두 개의 단편으로 만난 그의 소설이 좋았다. 이 한 권에 담긴 다른 단편들도 분명 그러할 거라는 기대를 감출 수 없다.


주말인 내일은 비가 올 거라고 한다. 주말마다 내리는 비는 그 간격을 줄이고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 장마를 검색한다. 코킹 공사를 한 덕분에 장마에 대한 걱정의 일부는 줄었다. 얼마나 많은 비를 품었을까. 얼마나 무섭게 쏟아질까. 미리 걱정하지 않으려 해도 걱정이 달아나지 않는다. 오디처럼 검붉은 여름의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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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6-0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부터는 주말 마다 비가 오는 것 같아요. 날씨가 한여름처럼 기온이 올라가고요.
과일가게에서 오디를 본 적이 있긴 한데 물이 드는 과일인 건 몰랐어요.
자목련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자목련 2024-06-10 11:23   좋아요 1 | URL
하루하루 더위랑 친하게 지내야 할 것 같아요 ㅎ
서니데이 님도 시원하고 좋은 한 주 시작하세요^^

얄라알라 2024-06-0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산에 갔다 계곡 마른 걸 봤기 때문에 비 소식은 반갑네요^^ 그런데 저도 오디가 저리 검은 색인줄 처음알았어요. 보라빛인줄..^^

자목련 2024-06-10 11:22   좋아요 0 | URL
살짝 내린 비가 아쉬웠어요. ㅎ
오디는, 검은색에 가까운 보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youif 2024-06-19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 라는 말에 이끌려서 여기 왔네요
어려서 먹던 그 맛들은 이제 나이 들어서 찾을 수 없는 거겠죠
맛 있는 것들이 없다면서 ...
6월이 이렇게 더웠나 제가 나이가 들어서 면력이 떨어져 그런가하고
선풍기 만으로 결딜만 했던(집구조 덕분에) 여름이
조금만 움직여도 목으로 타고 내려오는 땀으로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울까 합니다
여름 잘 보네세요
오디 잘 보고 갑니다
 

지레 겁을 먹는 책이 있다.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압도 당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허먼 멜빌의 『모비 딕』도 그런 책 중 하나였다. 읽기도 전에 읽을 수 있을까, 읽다가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책. 고래를 잡는 포경선 이야기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어쩌면 나 같은 독자가 아무런 편견과 기대 없이 『모비 딕』를 읽기에 알맞은 독자일지도 모른다.


당분간 배를 타고 나가서 세계의 바다를 두루 돌아보면 좋겠다는 화자 ‘이슈메일’을 따라 나는 포경선 ‘피쿼드’호에 탑승했다. 살짝 고백하자면 이슈메일이 배에 오르기 전까지 여관에서 만난 식인종 친구 퀴퀘그와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둘 사이의 묘한 긴장감, 퀴퀘그만의 의식(피쿼드에서도 그는 대단하다)이 흥미로웠다.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의 항해가 아닌 추운 날씨도 모자라 크리스마스에 항해는 시작된다. 이슈메일과 함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그러니까 ‘모비 딕’에 미친 남자 선장 ‘에이해브’는 모비 딕에 가려진 인물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에이해브에겐 오직 모비 딕만 중요할 뿐 그 외 에이해브를 구성하는 건 없다. 한쪽 다리를 잃게 만든 모비 딕을 향한 복수, 눈처럼 하얀 이마와 혹을 지닌 모비 딕이 그의 인생에 전부라는 말이다. 친절하게 수록된 ‘피쿼드’호의 항해 지도에서 볼 수 있듯 대서양에서 출발해 희망봉, 인도양, 일본 연해를 지나 태평양에 도달하는 항해 끝에 운명의 모비 딕을 만난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모비 딕을 쫓는 에이해브의 복수심과 욕망, 그리고 피쿼드에 승선한 선원들과 그들을 관찰하고 소설 내내 이슈메일이 설명하는 고래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정리해도 좋을 소설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다. 항해사도 작살잡이도 아닌 포경선이 아닌 상선에만 타봤을 이슈메일은 왜 ‘피쿼드’호에 탑승했고 고래에 집착하는가. 포경선에서 일어나는 작고 사소한 사건들, 선장 에이해브와 항해사의 갈등도 빼놓을 수 없다. 에이해브를 제외한 다른 선원들에게 모비 딕은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 그저 향유고래를 잡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다. 고래를 잡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니까. 그러나 어쩌겠는가 피쿼드 호의 대장은 선장이니 선장 에이해브의 명령에 따를 뿐이다.


거기에 넓은 바다에서 다른 포경선과 만나는 이야기, 모비 딕을 만나기 전 고래를 잡고 해부하고 기름을 짜는 이야기, 모든 걸 이슈메일은 하나도 빠짐없이 들려준다. 물론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고래에 관한 것이다. 그러니 고래 사전, 고래 설명서, 고래 해부학, 고래 역사서라는 말이 이 소설의 부제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또한 인생이라는 끝을 알 수 없는 항해, 그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역경을 철학적으로 풀어냈다고 할 수 있겠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가 끝났다는 것은 두 번째 항해가 시작된다는 뜻이니, 두 번째가 끝나면 세 번째가 시작되고, 그렇게 영원히 계속된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견딜 수 없는 세상의 노고인 것이다. (120쪽)


누구나 작살줄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모든 인간은 목에 밧줄을 두른 채 태어났다. 하지만 인간이 조용하고 포착하기 힘들지만 늘 존재하는 삶의 위험들을 깨닫는 것은 삶이 갑자기 죽음으로 급선회할 때뿐이다. 여러분이 철학자라면, 포경 보트에 앉아 있어도 작살이 아니라 부지깽이를 옆에 놓고 난롯가에 앉아 있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공포를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403쪽)


일정 부분 지루한 면도 없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에이해브와 모디빅이 언제 만날지가 궁금했고 그 둘의 대결, 그러니까 인간과 고래의 한판 승부를 기다렸다. 망망대해 거친 바다를 항해하면서 다른 포경선과 만날 때마다 에이해브는 언제나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흰 고래를 보지 못했소?” 모비 딕을 기다리는 에이해브는 84일 동안 바다에 나갔지만 물고기를 잡지 못한 산티아고를 떠오르게 했다. 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모비 딕을 떠올려야 맞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한낱 인간과 거대한 자연이자 신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모비 딕의 대결이 나오기를 기다린 것이다. 『모비 딕』를 향한 다양한 해석과 찬사도 그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마침내 그토록 기다렸던 모비 딕을 만났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놈이다. 나는 모비 딕의 결말을 모르기에 에이해브와 모비 딕의 팽팽한 대결에 빠져들었다. 에이해브가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과 모비 딕이 인간의 욕망에 붙잡히지 않기를 바랐다. 모두가 추앙하고 마주하고 싶은 거대한 존재 “눈처럼 하얀 이마와 혹”을 지닌 아름다운 존재로 남아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모비 딕을 추적하는 하루하루의 생생한 묘사는 압권이다. 마치 태풍 전야의 고요 속 긴장감 가득한 슬픔을 담은 잔인한 아름다움.


적에게 다가갈수록 바다는 더욱 잔잔해져서 물결 위에 융단을 깔아놓은 듯했다. 바다는 한낮의 목장처럼 평화롭게 펼쳐져 있었다. 드디어 숨죽인 사냥꾼이 아직 낌새를 채지 못한 듯이 보이는 사냥감에 바짝 다가가자, 눈부신 혹의 전모가 또렷이 보였다. 그 혹은 독립된 별개의 생물처럼 바다를 헤엄쳐 갔고, 그 주위에서는 양털처럼 고운 초록빛 거품이 끊임없이 빙글빙글 맴도는 고리를 이루고 있었다. 혹 너머에는 살짝 치켜든 대가리에 복잡하게 새겨진 거대한 주름이 보였다. 보드라운 튀르크 양탄자 같은 물결 위에는 그 넓은 우윳빛 이마의 하얀 그림자가 반짝거리며 머리보다 앞서 달렸고, 잔물결은 장단을 맞추어 장난치듯 움직이는 골짜기 속으로 푸른 물이 번갈아 흘러들고 있었다. 양쪽에서 비치는 물거품이 올라와 고래 옆에서 춤을 추었다. (726쪽)


나처럼 지레 겁을 먹고 『모비 딕』 을 두려워하거나 시작도 못하는 독자가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설령 읽다가 멈추면 좀 어떤가. 한 편의 거대한 바다 뮤지컬 같은 소설, 바다라는 무대 위에 ‘피쿼드’ 승선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모비 딕을 만나 사투를 벌이는 대신 돌아올 수 있고 원하는 순간 바로 ‘피쿼드’에서 내려올 수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모비 딕과 에이해브의 목숨을 건 전투에서 누가 승리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어쩌면 그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에이해브에겐 항해 목표이자 삶의 목표였던 간절히 바랐던 모비 딕과 조우만으로도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쉽사리 이해할 수 없고 이해받을 수 없는 에이해브의 집착은 고래를 향한 이슈메일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 모든 건 하먼 멜빌의 고래를 향한 위대한 집념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그 놀라운 수고와 대단한 노력 덕분에 이제라도 『모비 딕』 을 만났고 흰 고래를 상상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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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3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07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4-05-0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드뎌 모비딕을 읽으셨군요! 뿌듯한 독서였을 거 같아요.
퀴퀘그하고 알콩달콩 재밌죠? ㅋㅋㅋ 둘이 그냥 결혼해라~!!
저는 에이헤브가(이런 인간 유형이) 싫어요;;;

자목련 2024-05-07 10:31   좋아요 0 | URL
드뎌 읽기는 했는데, 설렁설렁 읽었다는 게 맞을 것 같아요. ㅎㅎ
퀴퀘그와의 케미 좋았어요, 퀴퀘그도 살았더라면...

책읽는나무 2024-05-03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모비딕 완독 축하드립니다.
여전히 겁을 먹고 있는 독자라 선뜻 구입하기에도 좀 망설여지는 책이었는데...괜찮다고 다독여주시니...언제 한 번 용기내 보아야겠어요.^^

자목련 2024-05-07 10:33   좋아요 1 | URL
완독이라는 의미가 무색합니다. 고래에 대한 사전 같은 부분은 대충 넘어가기도 해서 ㅎㅎ
저도 읽었으니 나무 님은 더 즐겁게 꼼꼼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새파랑 2024-05-03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도 드디어 읽으셨군요~!!
인간의 복수심과 맹목성이 얼마나 비이성적일 수 있는건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 마지막 싸움을 위한 빌드업이 좀 길긴 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자목련 2024-05-07 10:34   좋아요 1 | URL
에이해브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정말 정말 피곤할 것 같습니다.
저는 결말을 몰라서 그 부분이 궁금해서 끝까지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ㅎ

stella.K 2024-05-0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생각인데 막상 읽어 본 사람들은 다들 좋다고 하더군요.
책이야 말로 백문이 불여일견이겠죠?
잃시찾도 그렇다고 하던데. ㅋ
근데 같은 책을 두 권이나 갖고 계시는군요. 혹시 특별한 이유라도...?

2024-05-07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4-05-0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그냥 좋다, 최고다. 뭐 이런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모비딕>은 말 그대로 ˝인류 문화 유산˝ 가운데에서도 앞 자리에 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게 야단맞은 이야기겠지만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창세기˝보다 더 근사합니다.

자목련 2024-05-07 10:39   좋아요 0 | URL
소설적 재미는 별개로 언급하신 <인류 문화 유산>에 동의합니다.
인간과 고래, 그 역사에 대한 어마어마한 자료 조사에 매우 놀랐어요.

잉크냄새 2024-05-03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표지 디자인이 참 인상적이네요.

자목련 2024-05-07 10:40   좋아요 0 | URL
네, 디자인을 잘 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