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을 주문하려고 살펴보고 있었다. 올해는 분홍에 꽂혀지만 청보라를 거부할 수 없어 분홍과 청보라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수국이 도착했다. 친구가 보낸 게 분명했다. 친구가 신청한 구독은 끝났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다. 사진을 보냈더니 모른다는 답이 왔다. 어쨌거나 내게 온 수국은 은은하게 예뻤다. 강렬하고 화려한 수국이 아닌 다소곳한 수국이라고 할까. 수국수국의 시간이 이어진 것이다.






어제는 예약된 치과 진료가 있었다. 스케일링과 검진이었는데 비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취소할까 하다가 그냥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가로수에 수국이 있었다. 아파트 화단에도 수국과 목수국이 있었다. 작년에도 있었던가 기억하려 했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수국의 계절이었다. 자귀나무도 꽃을 피웠다. 예전 같으면 6월인데 덥다고 했겠지만 이제는 6월이니 덥다가 익숙하다. 여름인 것이다.





주문한 책도 왔다. 세 권의 소설이다. 모두 여성 작가의 소설이다. 조해진의 『우리 세희』, 백 솔뫼의 『다가오는 이마와 검은 털 고양이』, 이서수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이다. 조해진의 소설은 읽지 못한 소설도 있고 쓰지 못한 리뷰도 있지만 꾸준히 읽는다. 처음 그의 소설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 좋아서. 그렇게 말하자면 박솔뫼의 소설도 그러하다. 박솔뫼의 소설은 많이 읽지 않았지만 이번에 나온 짧은 소설이 급 궁금해졌다. 아, 김지연의 짧은 소설도 읽어야 하는데. 오랜만에 위픽 시리즈도 하나. 이서수가 소설에서 보여주는 여성 연대를 기억한다. 그들의 연대가 끈끈하고 단단하기를 바란다. 이 소설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수국도 좋고 소설도 좋다. 수국은 조금씩 시들고 있다. 수국과 소설을 짝꿍처럼 담아보려 했지만 아쉬움만 남는다. 수국을 바라보는 소설, 소설을 바라보는 수국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향하는 마음이라고 말이다. 소설과 수국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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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06-2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을 좋아하는 수국. 청색 한방울 머금은 청보라 수국 너무 예뻐요😍

독서괭 2026-06-2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이 정말 아름답네요!! 마지막 사진 책과 책 보는 소녀 북엔드와 수국이 어우러져 멋집니다😍

오후즈음 2026-06-2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수국 너무 예뻐요 저도 주문해야겠어요

blanca 2026-06-2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 지는 게 너무 아쉬워요. 저는 박솔뫼 작가 <원준이와 정목이 영릉에서> 읽고 정말 너무 좋았던 기억 나서 찾아 읽다 요새는 좀 뜸했는데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요새 산수국도 참 이쁘더라고요.
 


얼마 전 이불을 버렸다. 침낭도 버렸다. 그 가운데 몇 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손님이 오면 사용하려고 예쁜 이불이라서 버리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것들이 사라진다고 해서 어려움이 생기는 일은 없었다. 단지 버리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소유한다는 것, 그것이 내 것이라는 어떤 욕심이 자리했던 것이다. 둘러보면 그런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도 나는 버리지 못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오랜만에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코스피를 보면서 지금껏 주식을 하지 않는 나는 잘못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그렇다고 주식을 하는 모두가 이익을 낸 건 아니다. 게으르고 무지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런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내가 단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삶의 목적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속 인물이 대사처럼 목적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이런 마음은 미국의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만든 잡지 「플레인 Plain」에 실린 27편의 에세이를 담은 책 『간소한 삶』를 읽으면서 깊어졌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따라가는 삶. 과감하게 무언가를 내려놓고 버리는 삶. 그들이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는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지금 사는 삶이 어떠냐고 묻는다. 농부, 시인, 평범한 주부이자 엄마, 할아버지, 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필자가 경험에서 우러난 고백을 들려준다. 이 책을 읽고 당장 내 삶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알고 있다. 그러나 한 번씩 생각날 건 분명하다.

한 편으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30여 년 전에 나온 책이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냐고 말이다. 곳곳에 기독교적 색채와 ‘아미쉬 공동체’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미디어와 AI에 의존하며 우리가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확인하게 된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그것에 매몰된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혼자가 편하고 간편하고 빠른 속도에 익숙해 잠깐의 기다림도 참지 못하고 조바심을 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 그 안에서 우리가 놓치는 게 무엇인지 말이다.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놀라운 상품을 생산하고 더 많은 곡물을 재배하지만 누군가는 굶주림과 가난에 죽어간다. 책에서 마주한 삶은 과거 우리가 살아온 모습의 조각이다.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시간을 내고 서로를 배려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즐거운 마음을 나누는 일. 물물교환, 품앗이, 직접 옷을 만들어 입고 잼을 만들어 먹는 일,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삶. 지금 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찾는 행복과 기쁨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이 의미가 있다.

우리 삶에서 돈이 자치하는 자리를 줄이며 균형을 찾는 일은 상당히 도전이 될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가치를 이해하고 우리가 쓰는 돈의 연결고리와 그것이 미치는 효과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돈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 (71쪽)






음식에 관한 한 가장 멋진 점은 물론 먹는 것 그 자체다. 그러니까 함께 먹는 것이다. 혼자 먹으면 별 재미가 없다. 음식을 나누며 우리가 뜻깊은 일을 함께 기념하고 이웃을 사귀고 베풀고 감사하고 삶을 나눈다. 향연과 축제, 작은 파티, 공동식사를 생각해보라. 우리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음식 자체가 아니라 식탁에서 생겨나는 유대감이다. (158쪽)

우리가 정말 바라는 삶은 무엇일까? 하루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삶, TV 플러그를 뽑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두려움. 그러나 TV는커녕 라디오를 꺼도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토록 원하던 고요를 느끼고 아이와의 대화는 풍요로워지고 노래를 부른다. 책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한정된 삶일까?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더욱 그러하다. 스마트폰 대신할 수 있는 다른 놀이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잠재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정보에 혼란스럽고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일, 나만 그럴까? 어느 순간 나만의 기준을 사라지고 주변의 삶을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주어진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살아간다. 정체를 모르는 욕구 불만에 계획 없이 무언가를 사들이고 대화는 단절된다. 단답형의 대화, 줄임말로 이어지는 문자.

더 이상 가까운 이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는 나를 발견했을 때 깜짝 놀랐다. 손의 감각에 의지할 뿐 도어록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 때도 있다. 스마트폰에 메모했으니까.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과거로 회귀한 듯 모두가 자급자족하며 공동체의 삶을 꾸리며 『간소한 삶』처럼 살라는 게 아니다. 그렇게 살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놓친 게 무엇인지는 인지하고 살아야 한다.

리 부모님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숨을 거두고 우리 아이들이 낯선 사람들의 울타리 안에서 지내는 게 정말 중요할까? 부모와 아이들을 갖다 맡긴 후 이론적으로 복잡한 관계로부터 ‘자유’를 얻게 된, 늙지도 어리지도 않은 사람들의 삶은 과연 좋아졌는가? 좋은 삶이란 서로서로 복잡한 관계를 맺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그것이 온전한 삶의 핵심이다. (305쪽)

『간소한 삶』을 읽다 보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 많은 이들이 그러할 것이다. 주제적인 나로 살고자 하는 소망을 생각한다. 그와 같은 삶을 살 수 없겠지만 주변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월든』의 한 구절을 생각하게 된다. 내면의 소리, 내가 외면하는 소리, 그러나 어딘가에서 계속 들려오는 소리.


인간은 언제나 자기영혼이 하는 진실한 얘기를 들어야 한다. 그것은 희미하지만 꾸준한 소리다. (『월든』, 286쪽)


같은 의미로 최근에 읽은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의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화면이 지배하는 세상, ‘스크린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한다. 스크린의 지배를 받지 않고 내가 스크린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메타버스, AI, 기후변화, 가상현실과 적절하게 조화하며 그 안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아 살아가야 하니까.


누군가 당장 변화를 찾아 행동할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와는 다른 삶이라 치부할지도 모른다. 나에게 맞는 간소한 삶을 찾는 일. 그게 필요하다.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고 소중한 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삶을 향한 시작을 『간소한 삶』을 통해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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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19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주식은 책입니다! 그리고 제 주식은 단 한 번도 마이너스로 간 적이 없습니다! ㅎㅎ

자목련 2026-06-19 12:01   좋아요 2 | URL
이제부터 저도 제 주식은 책입니다!
잠자냥 님의 댓글이 무지 든든합니다. ㅎㅎ
점심 맛있게 드시고요!

hnine 2026-06-1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은 소로의 월든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이번엔 구입을 해야할 것 같아 알라딘에 들어왔는데 이 글을 읽게 되었네요. 간소한 삶을 위해선 우선 마음 부터 간소하게 정리하며 살아야 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간소함보다 우선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목련 2026-06-21 10:07   좋아요 0 | URL
마음부터 간소하게 정리하는 일, 정말 그게 시작인데 자꾸 욕심이 파고듭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채워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잊어버려요. 나인 님, 소로와의 즐거운 만남 이어가시길 바라요.
 



일상을 산다. 하루를 산다. 똑같은 날들이 지루하고 때로는 지겨워서 뭔가 이벤트가 있기를 바란다. 아주 작은 이벤트는 신선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러오기도 하니까. 그러다 제법 큰 이벤트가 발생하면 그 뻔한 일상이 뻔한 하루가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대단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마음을 졸였고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어찌할 수 없는 앞에 한없이 작아지고 무기력하게 말이다.

6월이 되었는데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달라지고 싶었는데 달라져야 했는데 말이다. 지난 주말에 친구가 다녀갔다. 친구는 이사 문제로 정신이 없었다. 사는 집을 팔았는데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 보관 이사를 했고 당분간 살 공간을 원룸을 구했다. 그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끝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나를 만나러 왔다. 주말에 늦잠도 못 자고.

내가 고집을 부렸다. 나를 만나러 오라고. 겨울에 얼굴을 보고 두 계절이 지났다. 만나지 못했던 날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고 그 시간은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아쉬움을 남기고 친구는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오래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 무기력에서 벗어날 생각, 줄어들지 않는 불안과 찾아야 할 일상에 대해서 말이다. 어떤 일에 대해, 어떤 시간에 대해, 어떤 요일에 대해 내가 부여한 의미들에 대해서. 그 시간이, 그 요일이, 그 느낌이 찾아오는 것들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했기에 나는 힘들었다. 의미를 부여했기에 나는 그것들이 두려웠다. 일어난 일들에 대해, 되돌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잔뜩 부여한 의미. 그게 문제였다.




나를 아끼는, 나의 소중하고 귀한 친구는 다시 컴퓨터를 켜고 무언가를 쓰는 루틴을 찾으라고 말한다.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라고. 그래서 나는 커피를 마시고 좋아하는 잔을 구매했다.계획에 없던 일이다. 다시 충동의 일상을 살기로 했다. 그리고 읽으려고, 궁금했던 책을 기록한다. 이 책들은 5월의 책이다. 읽기는 느리고 더디지만 6월의 책도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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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이었던 어제는 지구의 날 소등행사가 있었다. 작년에는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올해는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동참했다. 저녁 8시에 시작해 10분간 불을 끄는 일, 그 잠깐의 10분이 꽤 오래 느껴졌다. 10분의 침묵과 어둠이 가능했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침묵과 고요, 그것이 주는 평온함을 가만히 떠올렸던 시간이었다.


목요일이다. 목요일의 아이는 길을 떠난다고 했던가. 정확하지 않다. 아무튼 목요일이고 오늘은 세계 책의 날이다. 그리고 내 생일이다. 세계 책의 날과 생일이 되었다.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다 보니 이렇게 좋아하는 책과 생일이 같은 해도 맞이한다. 그러니 세계 책의 날을 축하하며 도착한 책을 기록한다. 가까이 지내는 선배 언니가 보낸 책 선물과 커피. 쨍한 핑크 책등이 인상적인 『언어의 무게』. 나는 읽지 않은 책이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이라 하니 언니는 다행이라며 좋아하면 좋겠다고 했다. 읽기 전이지만 나는 벌써부터 좋다. 커피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이다. 그러니 이 글을 쓰는 지금이 참 좋다.





박상수 시인의 시집 『메신저 백』과 이름도 어려운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소설 『슬픔의 물리학』은 믿고 읽는 이들의 리뷰 덕분에 구매로 이어졌다. 『메신저 백』은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수록된 시가 모두 긴 시라서. 마지막에 산문도 한 편 실렸다. 박상수 시인의 시집을 구매한 기억은 있는데 시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물론 그 시집도 책장에 없다. 왠지 찬찬히, 오래 읽어야 할 것 같다.


꽉 차올라서 더 채울 게 없는데도 채우지 못한 것 같은 이런 이상한 슬픔과 빛, 소금과 허브로 잘 절여두었다가 건조시킨 후에 꽁꽁 싸매두자 일 년 뒤에 연잎 껍질을 풀면 비로소 오늘의 이 기분이 손에 배어나오도록, 우리 두 사람에서 시작해 우리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반짝이며 풍기도록, 양손을 활짝 펼쳐서 서로를 기다려주는 사람, 한 사람이 품에 들어오면 다른 한 사람이 날개뼈를 잡아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사람들처럼 녹아버리는 마음, 바람이 세서 피크닉은 어려울 것 같은 날에도 키 큰 나무 아래에서 눈을 감고 같이 누워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흩어지는 머리칼을 서로 정돈해주며 웃어주는 우리가 되자, (「다하지 못한 마음」 일부)


나는 이제 실패를 아는 사람으로서 돌아보면서 가기로 한다 돌아보면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어보기로 한다 믿음은 있어서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써 생겨나는 것, 그렇다면 있다 나는 벌써 있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감사를 반복하기로 한다 멀리서 종소리가 들리고 나는 강을 뒤로 하고, 이제 로비를 지나 숙소까지 돌아가는 일이 남고, 이것은 갔다가 돌아고는 구조, 회귀의 여정, 성숙의 파노라마를 완성하는 일에 실패할까 봐 내일부터는 하루에 한 번씩만 돌아보기로 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중얼거림을 반복하는 사람은 되지 못한 사람,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되지 못한 사람으로서 나는 증명할 수 없는 실패의 말을 받아 적으며 복도를 걸어간다 그때에도 강물은 녹고 빛은 부서진다. (「증명할 수 없는 사람」 일부)


'세계 책의 날'이니 오늘은 여느 때보다 책을 만지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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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6-04-23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쨍한 핑크색의 <언어의 무게> 책이 눈에 확 띄네요. 자목련 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충만하고 행복한 날 되세요.

자목련 2026-04-24 10:18   좋아요 1 | URL
그쵸, 핑크에 자꾸 눈이 가요!
축하 감사드려요. 화가 님, 맑고 환한 하루 보내세요^^

잠자냥 2026-04-23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 님 생일 축라해요! 🥳
책의 날 생일이라니…! 더 의미 있네요!

자목련 2026-04-24 10: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음력 생일이라 겹칠 수 있었어요 ㅎ

망고 2026-04-23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맛있는 거 드시고 좋아하는 책과 함께 하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자목련 2026-04-24 10:20   좋아요 0 | URL
책보다는 맛있는 거랑 함께 한 시간이었어요 ㅎㅎ
망고 님, 감사합니다!

blanca 2026-04-2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부신 날 태어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박상수의 시를 공유할 수 있어 더 특별한 날입니다.

자목련 2026-04-24 10:26   좋아요 0 | URL
4월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ㅎㅎ
박상수의 시집은 블랑카 님 덕분이고요. 잘은 모르지만 시집 전체가 편지를 읽는 기분이었어요.

곰돌이 2026-04-2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쓰는 삶을 사랑하는 자목련님, 생일마저 책의 날이시군요! ‘참 좋은’ 오늘이 되시길요. 생일 축하드려요.

자목련 2026-04-24 10:29   좋아요 0 | URL
올해는 남다른 생일로 기억할 것 같아요. 이렇게 알라딘에서 축하도 많이 받고요!
곰돌이 님, 즐겁고 신나는 하루 이어가시길 바라요^^

건수하 2026-04-2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생일 축하드려요 ^^ 책과 함께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자목련 2026-04-24 10:30   좋아요 0 | URL
건수하 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겁고 맛있는 하루 보냈습니다~

hnine 2026-04-23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생일 축하해요.
<언어의 무게> 저는 인상깊게 읽었어요.

자목련 2026-04-24 10:31   좋아요 0 | URL
나인 님, 감사합니다.
<언어의 무게>에 대한 기대가 커지네요!

다락방 2026-04-2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자목련 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자목련 2026-04-24 10:31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감사합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1등 축하드려요.
다락방 님은 정말 멋지고 대단해요!!

페넬로페 2026-04-2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생일 축하축하 합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자목련 2026-04-24 10:37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행복을 가득 느낍니다.

단발머리 2026-04-23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생일 축하드려요!
행복하고 편안한 생일 저녁 되시길요! 🎉

자목련 2026-04-24 10:3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배부르고 달콤한 저녁을 보냈습니다!

잉크냄새 2026-04-2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자목련 2026-04-24 10:38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 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어제 점심에 벚꽃을 보고 왔다. 일부러 시간을 냈다. 지금 아니면 볼 수 없으니까. 매년 피는 벚꽃인데 만날 때마다 벅차다. 올해는 더 풍성하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보다 나무는 더 자랐을 것이고 더 많은 것을 품고 있을 테니. 나무는 그 자리에서 자신을 지키고 성장한다. 눈 닿은 곳마다 벚꽃이 가득했다. 떨어진 꽃잎이 아까울 정도였다. 정말 황홀해서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싶었다. 넋을 놓는 순간이라고 할까. 하지만 이면 도로가 없는 시골길이고 많지 않지만 차들도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동영상을 찍었는데 조작 미숙인지 저장된 게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벚꽃터널을 지나는 그 순간의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은 남았으니 충분하다.









지척에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주하는 풍경은 경이롭다. 낮에는 기온이 높아 4월의 여름인가 싶었다. 야트막한 동산에는 연둣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파트 화단의 크기가 작은 수수꽃다리의 연보라도 곱고 생기가 돈다.





표지가 벚꽃처럼 고운 김혜진의 단편집과 벚꽃처럼 황홀한 맛의 커피까지 좋은 게 많다. 땡스투는 꽃향기가 입안에 가득하다는 님에게. 김혜진은 정말 성실한 작가인 것 같다. 4월의 절반이 지났다. 남은 절반은 벚꽃의 기억과 소설의 즐거움, 맛있는 커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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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6-04-15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벚꽃에 가려서 잘 안보이지만 은행나무에 새 잎이 나기 시작한 걸 오늘 아침에 봤어요. 가을이 되어야 존재감을 뽐내는 나무가 사실은 지금부터 자기 존재를 내뿜기 시작한다는걸 새삼스럽게 발견했네요. 그러니 벚꽃이 진다해도 뭐가 슬플까요? 그저 다음에 또 다른 아름다움이 늘 있으니 말이죠. 김혜진 작가의 책이 봄빛이네요. 저도 그 봄빛을 한번 느껴봐야 하겠어요. ^^

자목련 2026-04-15 10:37   좋아요 2 | URL
맞아요, 벚꽃은 지고 또 피니까요. 장미가 피면 또 반하겠지요. 빠른 계절의 순환에 정신을 못 차리겠지요. 김혜진의 단편집은 봄빛 그 자체입니다!

잠자냥 2026-04-15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전 올해 벚꽃 가득 제대로 못 봤는데 자목련 님 덕분에 봅니다.
그리고 지금 제 입안에는 땡투향기가 가득합니다. ㅋㅋㅋㅋㅋ

자목련 2026-04-16 09:00   좋아요 1 | URL
실제는 더 어마어마한 풍경이었어요.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에는 역부족이더라고요.
오늘의 수많은 땡투 중 하나도 저입니다 ㅎㅎ

blanca 2026-04-15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감탄 나오는 풍경이에요. 빨간 머리 앤 만화 생각나네요.

자목련 2026-04-16 09:01   좋아요 1 | URL
아, 빨간 머리 앤 만화를 생각해주시다니요. 저도 그랬거든요!!

독서괭 2026-04-15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벚꽃 너무 아름답네요! 미국 오니 벚꽃이 안 보여요~ 올해는 못 보려나봐요 ㅠ

자목련 2026-04-16 09:01   좋아요 2 | URL
미국엔 더 크고 멋진 나무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래도 벚꽃을 못 보는 건 아쉬울 것 같습니다.

망고 2026-04-15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환상적인 벚꽃터널 풍경입니다😍 바람 불어서 꽃잎이 우수수 날리면 딴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풍경이에요
저도 요즘 벚꽃보러 다니는데 갑자기 더워져서 꽃도 일찍 폈고 지금은 거의 지고 있더라고요 이제 곧 작약이 피고 수국을 만나게 되겠죠😄

자목련 2026-04-16 09:02   좋아요 1 | URL
저희 동네도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피더라고요.
맞습니다. 저는 지금 작약을 검색하고 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6-04-16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벚꽃이 꽃대궐을 이루었군요.^^
이곳은 벚꽃잎 한두 장 달려있으려나요?
이렇게 가버린 꽃구경을 윗쪽지방 알라디너님들의 사진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게되네요.^^
그나저나 김혜진 작가의 책표지 왜 이렇게 이쁜가요? 끝나가는 봄을 다시 붙잡는 느낌입니다.

자목련 2026-04-16 09:04   좋아요 1 | URL
제가 사는 지역에서 남쪽의 꽃 소식은 가장 빨리 마주한 포근한 소식이었어요.
김혜진 작가 표지, 봄이 가득해요. 말씀처럼 봄을 곁에 둔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