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5039, N25040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난 사람은 끝끝내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울어야만 한다. 그 가운데에 약간의 변화쯤 있다 하더라도 속지 말라. 그것은 다만 그 ‘불행한 운명‘의 굴곡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과거 한국문학의 천재였던 이상의 삶을, 현재 한국문학의 천재인 김연수가 재구성한 작품이 <꾿빠이, 이상> 이다. 특이하게도 이 책의 주인공은 이상이 맞지만 이상이 살았던 시대는 단지 소재일뿐, 이상 사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다 가상의 이야기이냐? 그건 아니고 왠지 사실인듯한 이야기를 다룬다.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진짜냐 가짜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믿느냐 안맏느냐가 문제일 뿐.


<데드마스크>, <잃어버린 꽃>, <새> 세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작품은, 언뜻 보면 연관없어 보이지만 김연수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상의 작품집과 오감도를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상의 작품집은 너무 어려웠다. 잘 읽히지도 않고 내용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도 읽은 <날개>와 <봉별기> 외에는 쉽게 읽히지 않았고, 그나마 중편인 <12월 12일>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오감도는 내 이해 범위 밖이었다... 그럼에도 이상이 천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꾿빠이, 이상>을 쓰기 위해 김연수 작가님이 정말 고생하셨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김연수 작가님 입문용으로는 다소 어렵긴 하지만, 이상을 좋아하거나  아직 김연수 작가님의 안읽은 작품을 찾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추가) 리뷰를 대충 쓴 대신 마무리는 김연수 작가님 책탑으로~!!


다 좋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해보자면,

장편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단편집 :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입문용 : <너무나 많은 여름이> 이고,


아직 안읽은 김연수 작가님 소설은 <7번국도>, <스무살> 두편 남아있다. 전작읽기 도전은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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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4-30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작 읽기 도전, 을 응원합니다!!!

새파랑 2025-05-01 07:55   좋아요 0 | URL
넵 감사합니다~! 얼마 안남았습니다~!! ㅋ

그레이스 2025-04-30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 멋져요~
이상하게도 저는 아직 김연수를 못 읽어봤네요
정말 이상하게도^^ㅋㅋ
몇권 있는데...

새파랑 2025-05-01 07:56   좋아요 1 | URL
김연수 작가님 저의 최애 작가입니다. 읽으시면 깜짝 놀라실겁니다~!!

페넬로페 2025-04-30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의 작품 읽기와 책탑 멋지네요.
새파랑님께서 추천하신 책만 안 읽은 것 같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5-05-01 08:00   좋아요 1 | URL
앗 ㅋ 저의 추천작을 추천합니다~!! 다 좋긴 하지만~!!!

coolcat329 2025-05-01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새파랑님 진정 김연수 작가의 찐팬이네요. 저는 에세이 한 권만 읽어봤는데 추천작들 읽어볼게요~

새파랑 2025-05-01 11:33   좋아요 0 | URL
저는 김연수 작가님 에세이는 아직 안접했습니다 ㅋ 소설은 장편 단편 다 좋습니다~!!!
 
내가 그대를 잊으면 - 트루먼 커포티 미발표 초기 소설집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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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38 트루먼 커포티가 10대 때 쓴 단편집. 나는 10대때 뭘 했었나 반성해본다...제목과 표지가 정말좋은데 포함된 단편들도 모두 좋다. 자전적인 느낌이 많이 남. 이제 그의 장편들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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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많이 남아서 다시 읽는중.

성근 눈발이 다시 날리고 있었다. 희끗한 눈송이들을 바라보며 잠시 서 있을 때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 P235

생명이 꺼지면 영혼은 고통 없는 곳으로 간다는 말을 당신은 믿습니까.

그 믿음에 의지해 때로 사람들은 피 흘리는 동료, 신음하는 개를 앞당겨 죽입니다. 하지만 사실일까요. 전장에서, 동물병원에서 그들의 고통을 사라지게 할 때, 정말 사라지는 것은 그들을 지켜보던 우리의 고통 아닐까요. - P259

나약합이 죄의 시작일 수 있다는 걸. 간절함이 알 속의 죄를 깨어나게도 한다는 걸. 문밖이 낭떠러지인 줄 알면서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어리석음을. 모든 일들의 시작이 자신이있음을, 그러니 자신을 제거하는 것만이 단 하나의 논리적인 길임을 확신하는 순간을. 무의미로 무의미를, 어리석음으로 어리석음을 밀봉하려는 마지막 결단을.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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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이리 읽으면서 아픈지 모르겠다..

투명하게 사라져버린 새를 새라고 부를 수 있을까? - P7

모든 별은 태어나서 존재하다가 죽는다. 그것이 별의 생리이자 운명이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모든 물질은 별로부터 았다. 별들과 같은 생리와 운명을 배고 태어난 인간은 별들과 마찬가지로 존재하다가 죽는다. 다른 것은 생애의 길이뿐이다. - P17

나에게 중요한 건 그리는 순간이니까. 그게 전부니까. - P28

내 어머니의 손을 닮았던 삼촌의 손을 기억한다. 인주의 집에서 처음 삼촌을 만난 날, 저런 손을 가진 남자도 있구나, 생각하며 놀랐다. 먹이 묻은 손, 음식을 만드는 손, 뜻 없이 인주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 살결이 거칠어 보이는 손, 푸릇한 멍들이 손등에 앉은 손, 무언가를 많이 참아본 사람의 손, 불현듯 내 손을 뻗어 크기와 온기를 재보고 싶던 그 손. - P49

난 말이지, 정회야,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 - P52

나를 사랑한다는 그 어떤 남자의 말은,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말일 수도 있고, 나를 오해하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고, 내가 그를 위해 많은 걸 버려주길 바란다는 말일 수도 있지. 단순히 나를 소유하고 싶거나, 심지어 나를 자기 몸에 맞게 구부려서, 그 변형된 형태를 갖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고, 자신의 무서운 공허나 외로움을 틀어 막아달라는 말일수도 있어. - P52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내가 처음 느끼는 감정은 공포야. - P53

당신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도 단언할 수 없다. 모른다고밖에는, 모든 것이 덩어리로 다기왔다고 밖에는. 스며들고 빈저갔다고밖에는. 당신의 그림속에 떨고 있던 모세혈관들치럼. - P63

누군가의 죽음이 한번 뚫고 나간 삶의 구멍들은 어떤 노력으로도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차라리 그 사라진 부분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아 익숙해지는 편이 낫다는 것을 그때 나는 몰랐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그것으로부터 떨어져나오기 위해 달아나고, 실제로 까마특히 떨어져서 평생을 살아간다 해도, 뚫고 나간 자리는 여전히 뚫려있으리란 것을, 다시는 감쪽같이 오므리들 수 없으리란 것을 몰랐다. - P64

이 상황의 모든 것이 이상한 비현실감을 띠고 물러서는 것을 나는 느낀다. 그가 체머리를 떨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 불과 몇 초의 시간동안 깨닫는다. 두렵지 않다는 것을. 내 삶이 얼마나 헐벗어 있었는지를. 잃거나 부서질 것을 겁낼 어떤 귀중한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 P117

확신할 수 있는 것 따윈 없어
확신할 수 있는 건 모두 죽었어. 썩어서 사라졌어. - P144

한번도 종교를 가져본 적 없지만,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기도해본 적은 있습니다. 가장 많이, 간절하게 기도한 내용은 죽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도를 들이주는 누군가가 정말 존재했다면 난 이미 여러번 죽었을 겁니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건, 그때마다 내가 그만큼 더 강하게 살아 있길 택했다는 걸 뜻합니다. 이건 말장난이 아닙니다. - P146

내가 아픈 곳은 달의 뒷면 같은 데에요. 피 흘리는 곳도, 아무는 곳도, 짓무르고 덧나는 곳, 씩어가는 곳도 거기에요. 당신에게도, 누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아요.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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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6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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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37

"내일 날이 맑지 않더라도...내일은 또 다른 날이 될 거야."


어느날 과거의 특정 순간의 기억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똑같은 장소에 다시 갈 때, 혹은 어떤 생각을 할 때, 혹은 음악을 들을 때 그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때 그랬었지, 그때 누군가를 좋아했었지, 그때 정말 기뻤거나 슬펐던 과거의 감정들. 과거의 나는 미래의 내가 이 순간을 애뜻하게 떠올릴 줄 알았을까? <등대로>를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등대로>는 큰 사건 없이 이야기가 진행된다. 줄거리를 보자면, 과거에 등대에 가려고 했으나 날씨기 안좋아 등대를 못갔었고(1부), 이후 많은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변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라졌지만(2부), 현재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등대에 가려고 하는(3부) 이야기이다. 줄거리만 보면 엄청 간단한데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버지니아 울프 작품답게 문장들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여있고, 주인공 격인 렘지부인, 릴리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 자신들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게다가 타인에 대한 감정은 시도때도 없이 바뀌고 이에 맞춰서 화자도 계속 바뀐다. 텍스트만 따라 읽다보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생기기도 했다.

[바로 지금, 고통스럽게도 인간관계의 불완전함, 가장 완벽한 관계에도 흠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진실에 대한 본능적 갈구 탓에 진실을 직시하려 하지만 견딜 수 없던 바로 그 순간에, 고통스럽게도 자신의 무가치함이 입증되었다고 느끼고 이런저런 거짓과 과장 탓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순간에, 고양된 기분의 여파로 이처럼 비참하게 초조해진 바로 이 순간에, 카마이클 씨는 노란 슬리퍼를 신고 발을 질질 끌며 지나가고 있었고, 내면의 어떤 악마적 충동으로 그녀는 지나가는 그를 소리쳐 부를 수밖에 없었다. ] P.86




머리속에 있는 생각을 모두 글로 끄집어 내어 한편의 그림처럼 묘사한 작품이 <등대로>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등대로>를 읽으면서 각 파트별로 같은 장소에 대한 세편의 그림을 그려봤다.


1부 : 창

일몰이 조금 지난 저녁 시간, 별장의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등대가 있다. 그 등대 주위로 파도가 높게 친다. 별장 옆으로는 몇명의 어른과 아이들이 거닐고 있고, 별장 안에서는 만찬이 이뤄지고 있다. 어른들의 표정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실망이 엿보인다. 그리고 아이들 옆에있는 엄마는 아이들을 달래고 있다. 등대를 가고싶어 하는 아이들, 그리고 날씨가 안좋아 등대에 갈 수 없다고 단정짓는 어른들.

[그날 오후에 다른 일로 이미 느꼈던 것처럼 사물에는 응집성과 영속성이 있다. 덧없이 흘러가고 사라지고 유령처럼 형체를 잃어버리는 것에 맞서 변화를 초월한 어떤 것이 루비처럼 빛을 발한다는 뜻이다.(그녀는 반사된 빛이 잔물결을 일으키는 창문을 힐끗 바라다보았다.) 그래서 오늘 밤에 다시 그녀는 이미 낮에 한 번 느꼈던 감정, 평화로움과 평안함을 느꼈다. 앞으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이런 순간들로 이루어진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 순간이 남을 것이다.] P.234




2부 : 세월이 흐르다

밖은 한밤 중이며, 집안은 적막이 느껴진다. 가족들은 촛불을 켜놓고 테이블 주위에 모여 있다. 이젠 더이상 아이들이 아닌 청소년들 처럼 보이는데, 숫자도 줄고 표정도 좋지 않다. 하지만 별장의 바깥에는 여전히 등대가 보인다. 희미하지만 빛나는 빛을 비춘다. 파도는 어둠에 가려 보이지는 않는다. 좋은 날씨일까, 나쁜 날씨일까.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빠의 모습은 어딘지 외로워 보인다.

[램지 씨는 어느 어둑한 날 아침에 비틀거리며 복도를 따라 걷다가 양팔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가 팔을 내민 전날 밤에 램지 부인이 다소 갑작스레 죽었기에, 그의 팔은 텅 빈 채로 남고 말았다.] P.287

[그해 여름 프루 램지는 출산 중에 죽었다. 정말 비극적인 일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녀보다 더 행복해야 할 사람은 없었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P.297

[포탄이 폭발했다. 프랑스에서 청년 이삼십 명이 포탄에 맞았고, 그중에 앤드루 램지가 끼어 있었다. 다행히도 그는 즉사했다.] P.299




3부 : 등대로

해가 떠 있고 별장의 창 밖으로 등대가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등대 주위의 파도가 잔잔하다. 그리고 등대 주위에 작은 배가 한척 보인다. 그곳에는 대여섯명의 사람이 타고 있는데 아마 등대로 향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등대와 작은 배를 그리고 있는 한 여인이 보인다. 한 가족이 등대로 가기 까지의 우여곡절을 다 보고 있었던 건까? 장소는 그대로다. 등대는 계속 거기에 있었다. 다만 시간이 흘렀을 뿐이고 많은 것이 변했다. 사람도, 감정도 말이다. 그래서 옛시절이 그립다. 변한게 없었다면 그리울게 있겠는가.

[그녀는 그림을 보았다. 어쩌면 그림이 그의 답일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그녀’가 지나가고 사라진다는 것, 그 무엇도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 그러나 단어들이나 그림은 그렇지 않다는 것. ] P.401



예전에 열린책들 버젼으로 등대로를 처음 읽었고, 이번에 민음사 버젼으로 다시 읽었는데, 확실히 재독하니까 안보이던게 보이고 훨씬 이해하기도 쉬웠다. 괜히 명작이 아니었다. 다음번에는 <댈러웨이 부인>을 재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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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4-24 1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등대로, 정말 좋게 읽었어요.
여성의 삶은 시대와 장소에 상관없이 비슷한 것 같아요.
램지부인과 앤드류 램지의 죽음과 그 이후 남겨진 가족의 삶이 슬퍼더라고요.

새파랑 2025-04-25 16:12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버지니아 울프 많이 읽던데 요즘은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거 같습니다~!
언제나 남겨진 사람은 슬픈거 같아요 ㅜㅜ

희선 2025-04-25 0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흘러서 바뀌는 것도 있지만, 그대로인 것도 있겠습니다 등대는 그대로겠네요 예전보다 낡았겠지만... 날씨가 안 좋아도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를 텐데 싶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5-04-25 16:13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바뀌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거 같아요. 사소하지만 인상깊었던 그 순간은 남아 있을거라는..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