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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에서 아침을 ㅣ 트루먼 커포티 선집 3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평점 :
N25055
"내가 찾아낸 방법 중에 가장 효과적인 건 그저 택시를 잡아타고 티파니에 가는 거에요.
그런 사람이 있다,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 그들은 한곳에 머물수 없다. 잠시 붙잡아 두더라도 곧 떠난다. 그럼에도 슬퍼하거나 실망할 순 없다. 그렇게 자유로운 영혼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좋아했던 거니까.
트루먼 커포티 전작읽기 세번째 작품으로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읽었다. 오드리 햅번 주연의 영화도 있다는데 보진 못했지만 나도 제목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건 안다. 책을 읽고 나서 영화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만 읽어도 매력적인데 영상으로 보는 오드리 햅번의 '홀리 골라이틀리'는 얼마나 매력적일까.
["난 절대 추태를 부리지 않을 거야. 게다가 맹세컨대, 홀리를 두고 그런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네. 그런 생각 없이도 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 사랑하면서도 낯선 사이로 남을 수 있어. 친구이면서 낯선 사람."] P.18
이 책은 작가이자 화자인 '나'가 아프리카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십여년 전에 뉴욕을 떠난 '홀리 골라이틀리'를 떠올리면서 시작한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의 나이는 열아홉살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너무나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히피와 비슷한 느낌?
[언뜻 보기에는 보통의 원시 목각과 닮았다. 하지만 원시 조각은 아니었다. 여기 있는 이 조각은 홀리 골라이틀리를 빼닮았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검은색 물체가 사람을 닮을 수 있는 한계에서는 최대로 닮았다.] P.14
매력적인 그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대부분은 그녀에게 호감을 갖는다. 연애인 매니저, 재벌, 심지어 감옥에 갖혀있는 죄수까지도. 그녀는 배우로 성공할 수도 있었고 재벌집 부인이 될 수도 있었지만 안락한 생활 대신 술집과 사교계를 전전하며 그들에게 돈을 받고 생활한다. 여왕벌처럼 군림한다. 그리고 내가 사는 허름한 아파트 윗집에서 지낸다.
[난들 부자고 유명해지는 게 싫겠어요? 그것도 내 계획에 있답니다. 언젠가는 거기까지 이르도록 노력할 거고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난 내 자존심이 졸졸 따라왔으면 좋겠어요. 내가 어느 맑은 날 아침 '티파니'에서 아침을 먹는다고 해도 여전히 나이고 싶어요.] P.55
같이 사는 사람은 자주 바뀐다. 그리고 비좁은 그곳에서 매일 파티를 연다. 그녀를 추앙하는 많은 사람들이 매번 모인다. 그들 사이에서 질투가 날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정말 그들은 '홀리 골라이틀리'를 추앙한다. 도대체 어떤 매력때문에 아무 남자나 만나고 다니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끌리는걸까?
아마 어느 곳에도 속박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며, 법이나 규범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사람을 바라볼때 생기는 동경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심지어 그녀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고양이에게 이름도 붙이지 않는다.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지 않아서, 언제든 떠나야 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독립된 존재니까.
하지만 마음 한켠에 불안한 마음은 있다. 어느곳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만 살았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면 어쩌나 하는 것. 그녀는 마약사건에 연루되어 어쩔수 없이 뉴욕을 떠나게 되면서 이런 걱정을 잠시 한다. 과연 그녀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티파니에서 아침을' 볼 수 있을까?
["나 너무 두려워요. 친구. 그래, 드디어. 이런 식으로 영원히 계속될 수도 있으니까. 내던져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게 내 것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거야. 심술굿은 빨강,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P.154
그녀가 어디에 있든 언젠가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기를 바래본다. 그녀의 고양이가 결국 자신의 안식처를 찾은것처럼.
[그는 따뜻해 보이는 방안 창문에 앉아 있었다. 나는 고양이의 이름이 무얼까 궁금했다. 이제는 분명히
이름이 생겼을 테니까. 분명히 어딘가 자기가 속할 수 있는 자리에 다다랐을 테니까. 아프리카 오두막이든 어디든, 이젠 홀리도 그런 자리를 찾았기를 바랄 뿐.] P.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