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이 나와서 다시 구매한 해변의 카프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간다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모래 폭풍이 그쳤을 때, 어떻게 자신이 무사히 빠져나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너는 잘 이해할 수 없을 거야. 아니, 정말로 모래 폭풍이 사라져 버렸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해. 그 폭풍을 빠져나온 너는 폭풍 속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네가 아니라는 사실이야. 그래, 그것이 바로 모래 폭풍의 의미야. - P17

"눈을 감아서는 안 되네" 하고 조니 위커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규칙인세. 눈을 감아서는 안돼. 눈을 감아봤자 사태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으니까. 눈을 감았다고 해서 무엇인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아니, 오히려 다음에 눈을 떴을 때 사태는 더 악화돼 있을 거야. 우리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는 걸세. 나카타 씨. 눈을 똑바로 떠야 해. 눈을 감는 것은 약자가 하는 짓이야.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은 비검한 자가 하는 짓이란 말일세. 자네가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있단 말이야. 똑딱똑딱." - P305

"세계는 나날이 변화하고 있어, 나카타 씨. 매일 때가 되면 날이 밝지. 하지만 거기 있는 건 어제와 똑같은 세계가 아니야. 여기 있는 건 어제의 나카타 씨가 아니라고. 알겠어?" - P395

오시마 씨는 내 눈을 들여다본다. "자, 내 말 잘 들어, 다무라 카프카 군. 네가 지금 느끼는 것은 수많은 그리스 비극의 동기가 되기도 한 거야. 인간이 운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이 인간을 선택한다. 그것이 그리스 비극의 근본을 이루는 세계관이지. 그리고 그 비극성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바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의 결점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사자의 장점을 지렛대로 해서 그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어? 다시 말하면 인간은 각자가 지닌 결점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질, 즉 타고난 장점이나 아름다운 성질에 의해서 더욱 커다란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이 그 뚜렷한 본보기라고 볼 수 있어. 오이디푸스왕의 경우 게으름이나 우둔함 때문이 아니라 그 용감성과 청직합 때문에 그의 비극은 초래됐기든. 거기서 불가피하게 아이러니가 생겨나는거야" - P412

"경우에 따라서는 구원이 없을 수도 있어. 하지만 아이러니가 인간을 깊고 크게 만들거든. 그것이 더욱 높은 차원의 구원윤 향한 입구가 되지. 거기서 보편적인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어.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 비극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예술의 원형이 되고 있는 거야. 다시 말하지만. 세계의 만물은 은유라고 하는 메타포야. 누구나 실제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육체적 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야.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는 메타포라는 장치를 통해 아이러니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스스로를 깊게, 넓게 다져 나간다는 이야기야." - P413

"인간은 신의나 친애의 정. 우정을 위해 생령이 될 수는 없는 것 같아. 그래서 죽는다는 행위가 필요해. 신의나 친애나 우정을 위해 인간은 목숨을 버리고 영혼이 되는 거지. 살아 있는 채 영혼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한 역시 악한 마음이야. 부정적인 상념이지. - P468

"그렇지만 네가 말하는 것처럼 긍정적인 사랑윤 위해 생령이 되는 경우도 있을지 몰라. 그렇게 자세히 이 문제에 관해 따져 본 건 아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고 오시마 씨가 말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세계를 무너뜨렸다가 다시 구축하는 것이니까, 그 세계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있어." - P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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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잘해주는 게 아니라 걱정하고 아끼는 거야.

너무 노력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노력해야 해. 이모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노력해야 해.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래야 해.

노력은 힘든 거잖아요. 제야가 중얼거렸다

마음을 쓰는 거야. 억지로 하는 게 아니야. 좋은 것을 위해 애를 쓰는 거지.

제야는 일기에 이모의 말을 썼다. 언젠가는 이모의 말을 이해할 수 있길 바랐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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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님 작품은 단편도 좋다~!!

나는 내 영혼에게 말했다, 고요하라, 그리고 기다려라 희망없이

희망이란 그릇된 것을 위한 희망일지니, 기다려라 사랑 없이

사랑이란 그릇된 것을 위한 사랑일지니, 그럼에도 믿음은 있다

그러나 믿음과 사랑과 희망은 모투 기다림 안에 있다

기다려라 생각 없이, 너는 아직 생각한 준비가 안 돼 있율지니

그러므로 어둠은 빛이. 그리고 고요는 춤이 되리라 - P78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 P81

이모에게 그게 진짜냐고, 빗소리가 정말로 사월에는 미 정도였다가 칠월에는 솔까지 올라갔느냐고 물어보자, 이모는 얼굴을 조금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다고, 정말 빗소리가 달라졌다고 대답했다. 그뒤로 이모는 한 번도 그런 빗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매일 밤, 밤새 정감독의 팔을 베고 누워서는 혹시 날이 밝으면 이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 자다가 깨고, 또 자다가 깨서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러다가는 다시 잠들지 못하고, 또 움직이면 그가 깰까봐 꼼짝도 못하고 듣던, 그 빗소리 말이다. 바로 어제 내린 비처럼 아직도 생생한, 하지만 이제는 영영 다시 들을 수 없는 그 빗소리. - P90

"나는 너희 엄마를 사량하는데, 너희 엄마는 너희를 사랑한단다"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닥터강이 덧붙였다. "대개 그런 것이다." - P122

그는 비로소 이 세계에 그토록 많은 고통이 필요한 까닭을 단숨에 이해한다. 그건 고통을 느낄 때에만 인간은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현실은 고통을 원리로 건설됐다. "고 결론내린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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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작가님의 장편우 어렵지만 재미있고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나도 사랑이라는 걸 한번 해보죠."
그 말에 나카지마가 한쪽 눈을 치켜떴다가 다시 감았다.
"그건 네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거야." - P28

"6월이 되면, 아마도"
그녀가 다시 내 말을 따라 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면서 덧붙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럼 그때까지 전 일요일마다 누구의 눈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읽나요?" - P36

그 아름다운 암고양이가 곁에서 사라지자, 나는 다른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혜매게 됐다. 사랑에 빠지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전에 없이 더 또렸해진다는 건 바로 그때 알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란 한 사람의 아름다움을 대체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어떤 아름다움도 그리운 단 하나의 얼굴에는 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P37

먼저 사랑이 오고, 행복이 오고. 질투심과 분노가 오고, 그리고 뒤늦게 부끄러움은 찾아온다. - P51

다만 나는 그 만년필이 정희가 사랑한다고, 내가 그랬듯이 사랑한다고 써서 내게 보내주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내가 산 만년필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죽기 전에 그 만년필로 내게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제 말은 들리나요? 어쩌면 이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겠어요‘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쓰리라는 사실은 미처 짐작도 못한 채로 내가 산 만년필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런 만년필이 총영사관 경찰 보조원의 손에 넘어가리라고는 상상조차 한 일이 없었다. 그런 사실들 앞에 나는 무기력했다. 내 손이 최도식의 손만큼 야비하기라도 했다면, 내 입이 사토처럼 비열하기라도 했다면. - P63

그걸 알겠어요. 이미 너무 늦었지만. 그러기에 말했잖아요. 지금까지 내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금까지. 그러니까 당신과 그렇게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때, 이 세상은 막 태어났고, 송어들처럼 힘이 넘치는 평안 속으로 나는 막 들어가고 있다고. 사랑이라는 게 우리가 함께 봄의 언덕에 나란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면, 죽음이라는 건 이제 더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뜻이겠네요. 그런 뜻일 뿐이겠네요.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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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너무 좋다. 작가의 체념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너무 좋다.

거짓말 아니야. 난 정말 여기가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해. - P73

어떤 첫사랑은 쓰레기통에 처넣고 싶은 악몽이지만 어떤 첫사랑은 가장 이르게 빛나는 셋별처럼 그곳에서 인생보다 더 긴 시간 반짝인다. 가만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건. 그 이유를 이론적으로 풀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명 가능하다고 신기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째서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지 이론으로 아무리 설명해도 행성들 고유의 아름다움과 신비는 여전한 것처럼. - P100

난 이런 게 진심이라고 생각해. 좋아한다는 말이나 뭐 그런 것보다, 이런 게. - P106

혜지는 느껴진다고 했다. 나는 혜지를 싫어할 수가 없다. 혜지도 나를 싫어하지 않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것 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난 울상을 지었다. 좋아하고 그 마음이 전부인 사람 앞에서 내가 지을 수 있는 표정이란 아직 그런 것뿐이니까. - P106

어떤 사람들은 이유를 듣고 싶어 하잖아. 고아인 이유, 동성애자인 이유, 사실 이유가 어디 있냐, 그냥 그렇게 태어난 사람도 있는 거지. 근데 반드시 이유나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걸 들어야만 납특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 P134

내게로 오고 내게서 떠나는 사람을 내가 어쩔 수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이 들 두려있다. 진심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마다 방패를 먼저 꺼냈다. 당신을 사랑한다거나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진심에는 노력이, 때로는 가장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 P153

소진이 타고 떠날 기차가 역에 탕기까지 1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사이 커피는 충분히 식을 것이있다. 더는 욕심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P165

우선 우주한테는 네가 미세 먼지인지 몰라도 나한테는 네가 미세 먼지가 아니야. 나토 미세 먼지가 아니다. 그리고 너나 나나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고 분명히 있어. 또 네 말처럼 우리가 아무리 미세 먼지 같은 그런 존재라고 해도 나는 우리가 사라지는 게 아쉽고 슬프다. - P228

다 같으면 이렇게 많이 존재할 이유가 없잖아. 단 한명이면 되지.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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