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항하는 인간, 신에 맞서려는 인간.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느낌을 책을 덮는 순간까지 느꼈다.

‘인간의 권리‘와 ‘세계의 자유‘가 ‘놓친 고래‘가 아니면 또 뭐란 말인가? 모든 인간의 정신과 의견이 ‘놓친 고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들이 지닌 종교적 신념의 원칙이 ‘놓친 고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남의 말을 훔쳐 허세를 부리는 웅변가에게 사상가들의 사상이 ‘놓친 고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이 거대한 지구 자체가 ‘놓친 고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리고 독자여, 당신 또한 ‘놓친 고래‘이자 ‘잡힌 고래‘ 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 P207

암컷 학교와 수컷 학교 사이의 또다른 차이점이 성별의 차이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여러분이 40통짜리 황소 한마리를 공격하기라도 하면- 불쌍하기도 하지! ㅡ녀석의 동료들은 몽땅 녀석을 두고 달아나 버린다. 하지만 하렘 학교의 학생 하나를 공격하면, 그 학생의 친구들이 온갖 우려를 표하며 그녀 주위를 헤엄쳐 다니고, 때로는 그녀 가까이서 너무 오랫동안 머무는 바람에 자신들까지 희생물이 되어버리곤 한다. - P199

I. ‘잡힌 고래‘는 그것을 잡은 자의 소유다.
II. ‘놓친 고래‘는 먼저 잡는 자가 임자다. - P203

하지만 그럼에도 녀석을 쫓을 것이오. 그냥 내버려두는 게 상책인 녀석, 그 저주받은 녀석이 때로는 마음을 가장 강하게 사로잡는 매력을 뻗어내기도 한단 말이지. 녀석은 온몸이 자석이오! 녀석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소? 어느 쪽으로 갔소?‘ - P282

"흰 고래를 잡겠디는 너희의 맹세는 나의 맹세만큼이나 단단히 묶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 에이해브는 심장, 영혼, 육신, 허파 그리고 목슴 까지 그 맹세에 묶여 있다. 너희는 이 심장이 어떤 곡조에 맞춰 뛰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다들 여기를 봐라. 내가 마지막 두려움까지 모두 꺼 줄 테니!" 그러더니 그는 거센 입김 한 번으로 불꽃을 꺼버렸다. - P396

난 영감에게 순풍을 보고하러 온 거야. 그런데 무엇을 위한 순풍이지? 죽음과 파멸을 위한 순풍. 그렇다면 그것은 모비딕을 위한 순풍이로군. 그 저주받은 고래에게만 순조로운 바람이야. - P405

이리하여 흰 고래가 혜엄치고 노는 바로 그 어장에서 흰 고래를 찾기 위해 돛대에 오른 피쿼드호의 선원이 처음으로 심해에 삼켜지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에 그 사건의 의미를 곱썹어본 이들은 극히 소수였을 것이다. 사실 선원들 중에 이 사건을 불길한 징조로 여기고 비통해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이 사건을 앞으로 닥쳐올 재앙의 전조가 아니라, 이미 에견된 재앙의 실험으로 여졌기 때문이다. 선원들은 간밤에 들었던 날카로운 비명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제야 알겠다며 떠들어 댔다. 하지만 맨섬 출신의 노인은 그게 아니라는 듯 다시 한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 P423

이 늙은 에이해브는 지난 사십년 동안을 왜 그리도 바보ㅡ바보ㅡ늙은 바보처럼 살아온 것일까! 왜 고래를 잡겠다고 이처럼 분투하는 것일까? 왜 노를 긋고 작살과 창을 던지느라 팔을 지치게 하고 저리게 하는 것일까? 그래서 에이해브가 지금 더 부자가 되거나 형편이 나아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보게. 오오, 스타벅! 이렇게 지굿지긋한 짐을 짊어진 내게서 가련한 다리 하나마저 슬적 강탈해가야만 했다니, 이건 해도 너무한 게 아닌가? - P458

"오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고귀한 영혼이시여! 역시나 위엄 있고 지혜로운 마음을 가지신 분이시여! 왜 우리가 그 가증스러운 고래를 쫓아야 하는 겁니까! 저와 함께 갑시다! 이 끔찍한 바다에서 함께 달아 납시다! 집으로 가자고요! 저 스타벽에게도 처자식이 있습니다-형제 같고 자매 같고 어릴 적에 같이 놀던 친구 같은 처자식 말이에요. 선장님이 늙어서 얻은 사랑스럽고 그리운 처자식도 그와 마찬가지일 테죠. 갑시다! 함께 가자고요! 지금 당장 침로를 수정할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오, 나의 선장님, 우리가 다시 그리운 낸터킷을 향해 달려가는 길은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울까요! 선장님, 제 생각에는 낸터킷에서도 이처럼 온화하고 푸른 날들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 P459

"영감 당신은 녀석을 절대로, 절대로 잡을 수 없을 겁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이 짓을 그만두세요. 이건 악마의 광기보다 더 지독한 짓입니다. 이틀 동안이나 추격했고, 보트가 두 차례나 산산조각났으며, 당신의 그 다리는 또 한번 당신 몸에서 떨어져나간데다, 당신의 사악한 그림자는 영원히 종적을 감췄습니다. 선한 천사들이 떼지어 몰려들어 당신에게 경고하고 있어요. 뭘 더 원하나요? 이 흉악한 고래가 우리를 최후의 한 사람까지 몽땅 힘쓸어버릴 때까지 녀석을 추격해야 하나요? 우리가 녀석에게 이끌려 저 바다 밑바닥까지 내려가야 하나요? 우리가 녀석에게 이끌려 지옥에라도 들어가야 하나요? 아아, 이 이상 녀석을 쫓는 일은 불경스러운 신성모독입니다!" - P489

"농락당했구나, 바보처럼 농락당했어." 길고 가는 한숨을 들이마시며 그가 말했다." 그래, 파르시여! 자네와 다시 만나게 되였구나. 그래, 자네가 나보다 앞서나갔군. 그렇다면 이것이 이것이 바로 자네가 약속했던 그 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자네가 했던 약속의 마지막 한 글자까지 지켜줘야겠네. 두번째 관은 어디에 있지? 항해시들은 모두 모선으로 돌아가라! 너희 보트는 이제 무용지물이니까. 제시간에 보트를 수리할 수 있거든 내게로 돌아오고, 그럴 수 없거든 죽는 건 이 에이해브 하나로 족하 다ㅡ다들 앉아! 내가 서 있는 이 보트에서 뛰어내리려 하는 자가 나온다면 내가 작살 맛을 보여주겠다. 너희는 남이 아니라 내 팔과 다리다. 그러니 내게 복종하라. 고래는 어디 있지? 다시 아래로 잠수했나?" - P506

이제 조그마한 새들이 여전히 아가리를 떡 벌리고 있는 소용돌이 위를 시끄럽게 울며 닐아다녔고, 시무룩한 힌 파도는 소용돌이의 가파른 측면을 때렸다. 그러고는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고, 거대한 수의같은 바다는 오천 년 전에 넘실거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그 자리에서 넘실대고 있었다. - P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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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작품. 김연수 작가님 작품을 다 읽어봐야 겠다.




두번째 밤이 지나간 뒤,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우리는 생각 한다. 모든 것이 산산조각날 때 세상에는 지혜가 가장 흔해진 다고. 그때야말로 우리가 지혜를 모을 때라고, 평범하고 흔한 그 지혜로 우리는 세상을 다시 만들 것이라고. - P14

나는 진짜 기타를 처음 손에 넣었지,
오 달러 십 센트에 샀지.
손가락에서 피가 날 때까지 기타를 쳤어.
69년 여름의 일이었지. - P34

그날 다리 밑까지 함께 간 친구들은 담배를 나눠 피웠다. 그 러려고 어두운 철교 밑으로 간 것이었다. 그 친구는 내게도 담배를 건넷다. 마치 브라이언 아담스의 앨범을 복사한 카세트 테이프를 건네듯이. 나는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어둠 속의 아이들이 깔깔 웃었다. 친구들이 피우는 담배 불빛이 어둠 속에서 빨갛게 타들어갔다. 그 어둠 속에서도 시냇물은 쉬지 않고 흘렀으리라.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밤이었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조금씩 변해갔다 - P36

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야. 과거는 다 잊어버리자. 내가 어떤 집에서 태어났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누구를 만나 사랑했고, 어떤 꿈을 가졌었는지는 다 잊어버리자. 대신에 오로지 미래만을 생각하기로 해. 이제까지는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미래가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도록 말이야. - P57

청붕오리를 보는 일도, 아내와 밥을 먹는 일도, 또 둘이서 잠드는 일도 모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됐다고. - P65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만으로 말입니다. 제가 소설을 쓰고 출판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 P114

"네 쪽에서 더 자주 연락하지 그랬니?‘"
라고들 말했지만, 그건 그렇지 않다. 관계라는건 실로 양쪽을 연결한 종이컵 전화기 같은 것이어서, 한쪽이 놓아버리면 다른 쪽이 아무리 실을 당겨도 그전과 같은 팽팽함은 뇌실아나지 않는다. - P118

사랑이란 제 쪽에서 타인을 바리볼 때의 감각이었다. 그것에는 절대적인 크기가 없었다. 멀어지던 그 순간부터 그녀의 살갓이 와닿을 때의 촉감이나 자신을 쓰다듬떤 손길은 전혀 되살아나지 않았다. 멀어지던 바로 그 순간부터 풍화는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그녀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목소리는 어땠는지, 심지어는 그 얼굴이 어떻게 생겼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됐다. 지훈은 그녀의 강의를 평생 잊을 수 없었다. 누구도 스스로 존재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존재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 P143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고적으로‘라는 말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이어지지 않았어도 전쟁 전의 유럽이 그토록 평화롭고 풍요롭게 기억될 수 있었을까? ‘회고적으로‘라는 말은 그뒤에 일어난 끔찍한 일, 즉 전쟁을 겪고 난 뒤에야 그 시절이 제대로 보였다는 뜻이다. 벨 에포크를 살아가는 사람은 그 시절이 벨 에포크인지 어떤지 알지 못한다. 한 번의 인생이란 살아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죽은 뒤에야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므로 잘 살고 싶다면 이미 살아본 인생인 양 살아가면 된다. - P214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별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예요"라고 연구원은 말한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것, 그것이 관찰자로서의 책임감이 아닐까요" - P238

프랑스의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는 이런 문장을 썼다.

다음 여덟가지가 사랑의 결과다. 사랑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고통을 진정시키고, 죽음을 떼어놓고, 사랑과 관련되지 않은 관계들을 해체시키고, 낮을 증가시키고, 밤을 단축시키며, 영혼을 대담하게 만들고, 태양을 빛나게 한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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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문장이 많았다.

힘든 밤을 지새우고, 사랑에 외면당하고, 선의를 짓밟히는 것. 젊은 시절 한번쯤 이런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자기에게 주어진 행운을 고집과 교만으로 인해 놓쳐 버리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며, 가슴 아픈 말 한마디로 친구를 괴롭히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고, 고통을 줄 뿐인 아름답지 못한 몸짓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 이런 시간을 보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 P45

우리가 살고 있는 감성적인 낮 시간의 삶은 절대로 순수하지 않다. 온몸의 감각이 깨어 있으며 우리의 분벌력은 미세한 감정의 흔들림, 상대방 목소리의 높낮이, 삶의 미세한 변화, 친구의 익살스러운 말 한마디에 숨겨진 의미까지 신경 쓰면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하지만 밤의 영혼은 반씀 눈을 감은 채 그저 낮 시간을 관망할 뿐이고, 낮에 경험한 의존과 억압 속에 수개월 동안 영혼의 절반만 깨어 있는 채 살아가다가 근심에 싸여 있는 잠 못 이루는 밤에 멍에를 풀어낸다. 그렇게 밤이 되어서야 우리 앞에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 우리를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 P46

슬픔에 잠긴 채 혼자 멀리 떨어져 있다면 가끔은 아름다운 시의 구절을 읽고,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수려한 풍경을 둘러보고, 당신 생애에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라! 당신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렇게 했다면 곧 기분 좋은 시간이 찾아올 것이며, 미래는 든든하게 여겨지고, 삶은 어느 때보다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 P58

행복과 고통은 우리의 삶을 함께 지탱해 주는 것이며 우리 삶의 전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을 잘 이겨 내는 방법을 아는 것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산 것이리는 말과 같다. 고통을 통해 힘이 솟구치며 고통이 있어야 건강도 있다. 가벼운 감기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푹 쓰러지는 사람은 언제나 ‘건강하기만‘ 한 사람들이며 고통받는 것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고통은 사람을 부드럽게도 만들고, 강철처럼 단단하게도 만들어 준다. - P66

혼자 걷는 길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도착지는 모두가 다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고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 P80

기억하자면 끝이 없다. 그러나 그 수많은 순간들 중에서 어떤 것은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리고, 어떤 것은 잊어버리고 어떤 것은 새롭게 되새겨야 하나? 그 어떤 것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아무리 씁쓸한 경험이라도 안 된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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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나를 이슈미얼로 불러달라. - P37

6월에 대초원을 방문해보라. 수십 마일에 걸쳐 무릎까지 오는 참나리 사이를 헤치며 거닐 때, 뭔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그 한 가지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물이다. 그곳엔 한 방울의 물도 없는 것이다! 나이아가라가 커다란 모래 폭포에 지나지 않다면 당신은 그것을 보기 위해 수 천 마일을 역행하겠는가? - P40

왜 늠름하고 건강한 영혼을 지닌 늠름하고 건강한 청년들 대다수는 언젠가 바다로 가게 되길 그토록 열망하는가? 처음 배를 타고 항해하면서 당신과 당신이 탄 배가 이제 육지에서 벗어났다 말을 난생처음 들었을 때, 그토록 신비한 떨림을 느꼈던 것은 왜인가? 왜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바다를 신성하게 여겼던가? 그리스인들은 왜 바다의 신을 따로 두고 그를 제우스의 형제로 삼았을까? 이 모든 일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 P40

하지만 어쨌거나 크게 웃는다는 것은 무척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런 좋은 일은 꽤나 드물고, 그래서 더욱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만일 어떤 사람이 남을 위해 자기 자신을 재미난 웃음거리로 삼는다면, 그가 수줍어하며 물러서지 않고 기꺼이 자신을 웃음거리로 삼아 웃음거리가 되도록 해주라. 그리고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 소재를 잔 뜩 가진 사람은 당신이 짐작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임을 명심하라. - P83

몸의 온기를 제대로 향유하려면 몸 어딘가가 반드시 추워야만 하는 고로,이 세상 모든 특성은 오로지 대조를 통해서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자체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만일 누군가가 자신은 모든 면에서 편안하다고, 그것도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래왔다며 우쫄덴다면 그는 더이상 편안한 사람이라 할 수 없다. - P125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를 한 번 끝냈다 해도 뒤에는 두번째 항해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며, 두번째 항해를 끝냈다 해도 뒤에는 세번째 항해가, 그뒤에도 또다른 항해가 영원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세상에서의 우리의노고란 그처럼 모두 끝이 없고 견더내기 힘든 것들이다. - P135

그래그래, 그가 한 번도 크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는 건 나도알아. 그리고 귀항하는 동안에 잠시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도 알지. 하지만 그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잘려나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타리의 날카롭고 찌릿한 통증 때문이었어. 그가 지난번 항해에서 그 저주받은 고래에게 다리 하나를 잃은 후로 좀 침울해하는 것도 알아. 때로는 극도로 침울해하고 몹시 사나워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걸세.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한번 더 말하건대, 젊은이, 잘 웃지만 형편없는 선장보다는 침울하지만 훌륭한 선장과 함께 배를 티는 편이 더 낫다네. - P169

만일 내가 나 자신에게 완전히 솔직했더라면, 배가 망방대해로 나가자마자 철저한 독재자로 변할 사람을 단 한 번도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 이렇게 긴 항해에 나선다는 사실이 썩 내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음속으로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의심이 들더라도, 그 문제에 이미 관여하고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조차 그 의심을 감추려고 저도 모르게 애쓰곤 하는 법이다. 나의 경우가 딱 그랬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P196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 포경 보트에 태우지 않겠 다"고 스타벽은 말했다. 이 말은 가장 믿을 만하고 쓸모 있는 용기란 위험에 맞닥뜨렸을 때 그 위험을 똑바로 헤아리는 데서 생겨난디는 뜻일 뿐만 아니라, 두려움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겁쟁이보다 훨씬 더 위험한 동료라는 뜻이기도 했다. - P226

우리가 내면에서 느끼는 강인한 기상, 그것은 우리 내면 아주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외적 특징이 사라진 듯 보일 때도 손상되지 않은 채 거기 그대로 남아 있으며, 용맹함이 꺾인 사람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극심한 괴로움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애통해한다. 그토록 수치스러운 장면 앞에서는 아무리 경건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지경까지 이르도록 내버려둔 운명의 별들을 꾸짓고 싶은 마음을 완전히 억누르지 못할 것이다. - P228

이 세 항해사 스타벅. 스터브, 플래스크는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바로 보편적 규정에 따라 피쿼드호의 포경 보트 세 척을 지휘 하는 자들, 즉 포경 보트 지휘자들이있다. - P233

"자네들 중 누구라도 의마가 주름지고 아가리는 비뚫어진 대가리 하얀 고래를 발견한다면, 자네들 중 누구라도 꼬리 오른쪽에 구멍이 세 개 뚫린 대가리 하얀 고래를 발견한다면, 자네들 중 누구라도 내가 말한 흰 고래와 똑같은 녀석을 발견한다면, 내가 그자에게 이 금화를 주겠다! - P307

"에이해브 선장님!." 타시테고가 발했다. "그 흰 고래는 사람들이 ‘모비딕‘이라고 부르는 고래와 같은 놈이 틀림없습니다. - P308

"말도 못 하는 멍청한 짐승에게 복수라뇨!" 스타벅이 소리쳤다. 녀석은 맹목적인 본능에 따라 선장님을 공격했을 뿐입니다! 미친 짓이에요! 멍청한 짐승 때문에 격분하는 건 말이죠, 에이헤브. 선장님, 제게는 신성모독으로 보입니다. - P310

은하수의 새하얀 심연을 바리볼 때, 우주의 비정한 공허함과 광대무변함을 희미하게 보여주면서 소설에 대한 생각으로 우리의 등을 찌르는 것은그 색의 무한함이 벌이는 짓일까? 혹시 흰색은 본질적으로 색 이라기보디는 가시적인 색의 부재인 동시에 모든 색의 결합체인 것은 아닐까? 광활한 설경이 소리 한 점 없이 텅 비어 있으면서도 의미로 가득차 있는 것, 색이 아니면서도 모든 색이 응집된 무신론 같아서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꺼리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 P367

그가 자신의 목표를 밝혔을 때 야만적인 선원들이 아무리 열렬하고 충동적으로 환호를 보냈을지라도, 선원이란 원래가 다소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는 족속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속에 살면서 그 변덕스러움을 들이마시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멀리 떨어져 있고 무식한 대상을 추격할 때는 이무리 그 추격의 끝자락에 생명과 열정이 약속되어 있다 할지라도 중간중간 일시적인 흥밋 거리와 일거리를 던져쥐서 최후의 돌진이 있기 전까지 건강하게 붙들어 두는 것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 P395

또한 폭풍이 오기 전에 그것을 에언할 따름인 깊은 정적이 어쩌면 태풍보다 더 무서운 법인데, 사실 정적은 폭풍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일 뿐이지만 겉보기에는 무헤해 보이는 라이플총이 그 안에 치명적인 화약과 탄알과 폭발음을 담고 있듯이 정적도 그 안에 폭풍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용되기 전에 노잡이들 주변에서 고요히 뱀처럼 꼬여 있는 빗줄의 그 우아한 휴식ㅡ이것이야말로 이 위험한 물건의 다른 어떤 모습보다 더욱 진정한 공포를 맛보여준다. 하지만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모든 인간은 포경 반줄에 에워싸인 채 살고 있고, 모든 인간은 목에 교수형 밧줄을 두른 채 태어났다. 하지만 인간들이 이 고요하고 미묘하며 늘 곁에 있는 삶의 위험을 깨닫게 되는 것은 갑자기 방향을 튼 죽음과 마주하게 됐을 때뿐이다. 그러니 만일 여러분이 철학자라면, 포경 보트에 앉아 있더라도 작살이 아닌 부지깽이를 곁에 두고 저녁의 난롯가에 앉아 있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큰 공포에 사로잡히 지는 않을 것이다. - 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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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의 데뷔작. 그냥 날것의 느낌이 든다.

나는 진짜를 찾을 거야. 그래서 행복해질 거야. 행복이 뭐냐고? 행복은 진짜다. 나는 아직까지 진짜를 본 적이 없으니까, 그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딱 보는 순간알수있다. 장담한다. 진짜란 그런 거니까. - P111

사랑한다는 말은 어떻게 표현하지? 오랫동안 그 문제로 고민을 했지만, 사랑한다는 걸 행동으로 어떻게 나타내야 하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 결국 할머니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은 할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벽에 그 글자를 붙여두기만
했는데, 할머니는 가끔 그 글자를 멍하니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맛있다. 밥 먹어. 잘잤어. 할머니가 ‘사랑해‘란 글자를 보며 상상하는 어떤 단어든, 결국은 다 사랑에 포함되는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사랑은 원래 그런 거니까. - P255

가족이 원래 그런 거야.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잊을 수없지. - P590

지금까지의 내 경혐으로 미루어보건대, 불행에 대한 예감은 실현되고야 만다. 사람들이 불안해하면서 불행을 자꾸 떠올리면 불행이 옳거니, 여기가 내 자리구나 하면서 냉큼
달려드니까. - P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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