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인 <남아 있는 나날> 과 <나를 보내지마>를 재독했다. 민음사 모던클래식으로 나왔었던 작품들인데, 리커버판으로 다시 나와서 일단 구매를 해놓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읽었다. 재독한 감상은 ˝역시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감탄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1인칭 시점으로 쓰여있는데,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가장 큰 특징은 가장 주관적인 서술이라고 본다.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나의 주관으로 쓰기 때문에, 옆에서 관찰하고 쓰는 3인칭 시점이나, 모든 걸 다알고 쓰는 전지적 시점 보다는 객관적일 수 없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진실함이 잘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주인공의 시점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고 실제 감정을 추측하는 재미도 있다. 간단히 리뷰를 해보자면...




N25024 <남아 있는 나날>

˝언제까지나 뒤만 돌아보며 내 인생이 바랐던 대로 되지 않았디고 자책해 본들 무엇이 나오겠는가?˝


예전에 읽었을 때는 너무 무미건조해서 조금 답답하게 읽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가, 직업의식이란 이런거다 라고 말해주는 작품이었다.


과거 영국인 ‘달링턴‘경을 모셨지만 이제는 미국인 ‘패러데이‘를 모시게 된 집사 ‘스티븐슨‘은, 과거 ‘달링턴 홀‘에서 28명의 직원을 거느린 최고의 집사였지만 지금은 4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구시대의 집사이다.


그는 새주인 ‘패러데이‘의 배려로 그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6일간의 휴가를 얻게 된다. 그리고 품위 때문에, 책임감 때문에, 마음은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과거의 부하직원인 ‘켄턴‘양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여정을 떠나면서 지난날의 영광과 아쉬움을 회상한다.


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평화를 위해 물밑에서 일한 정치가 ‘달링턴‘경을 모시는 집사였던 그는, 주인의 업적을 위해 보고도 못본척, 듣고도 못들은척 하며 ‘달링턴홀‘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달링턴홀‘이 최고의 저택이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생 내내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바친다.


그러면서 그는 제대로 된 휴가나 여행도 못가고,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도 전하지 못하고 떠나가는 걸 묵묵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집사라는 책임감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는 사적인 모든 걸 내려놓았다.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에게는 ‘달링턴홀‘의 명성과 ‘달링턴‘경의 성공이 전부였다.


하지만 독일 나치에 대한 ‘달링턴‘경의 정치적 선택은 결국 잘못된 것이었고, 이 선택으로 인해 ‘달링턴‘경은 정치적으로 몰락하게 되며 ‘달링턴홀‘의 명성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스티븐슨‘은 다른사람들로부터 왜 ‘달링턴‘경‘의 정치적 선택을 말리지 못했는지 추궁당하기도 하고, 집사로서의 입지도 줄어들게 된다. 이후 ‘달링턴홀‘의 주인은 미국인 ‘패러데이‘로  바뀌지만 ‘스티븐슨‘은 ‘달링턴홀‘의 집사로 남게 된다.


나치와 협조한 ‘달링턴‘경의 정치적 선택은 분명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스티븐슨‘은 ‘달링턴‘경의 정치적 선택은 평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독자에게 호소하며 주인의 몰락을 대단히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집사인 자신이 설사 주인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되더라도 주인의 선택을 막을수는 없었다고 변명하며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 사적인 것을 포기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그는 무려 20년만에 ‘켄턴‘양을 만난다. ‘스티븐슨‘은 그녀에게 과거에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할수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품위 때문에 망설일까? ‘스티븐슨‘은 더이상 위대한 집사도 아니고 이제는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섰지만, 지금부터라도 남아 있는 나날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살아갈 수 있을까?

[어쨌거나 때늦은 깨달음에 의지해 과거를 뒤져 보노라면 그러한 ‘전환점‘들이 도처에서 눈에 띄게 마련이다. 우리의 저녁 모임을 중단하기로 한 나의 결정뿐 아니라 그전에 내 집무실에서 있었던 일도 그런 시각으로 보자면 얼마든지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그녀가 꽃병을 들고 들어왔던 그날 저녁에 만약 내가 약간 달리 반응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P.268




이 책의 초반부는 무미건조하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스티븐슨‘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이야기의 몰입감은 점점 켜져가고, 결말부분에서는 감탄을 자아낸다.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살아온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회한과 포기해야 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란 이런거구나 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어느 누가 위대한 집사 ‘스티븐슨‘의 삶을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게 인생이다, 그리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나만은 인정해 줘야 하는게 인생이다.


(추가로 이 책 뒤에 있는 역자 해설은 공감하기 힘들었다. 나는 역자와는 반대로 ‘스티븐슨‘의 고백에 설득당했고 공감했다. 나 역시 ‘스티븐슨‘ 처럼 직업이 인생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월급쟁이 이기 때문에...)






N25025 <나를 보내지마>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나는 흐느끼지도, 자제력을 잃지도 않았다. 다만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차로 돌아가 가야 할 곳을 향해 출발했을 뿐이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간을 다른 생명과 구별짓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작품의 배경은 인간복제와 장기이식이 가능한 미래의 영국이다. 어떻게 보면 SF 소설이라고도 할수도 있지만 SF 느낌이 나진 않는다. 단지 소재만 SF적인 요쇼를 가져왔을뿐 이야기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런데 인간적이란게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은 주인공인 ‘캐시‘가 ˝간병사˝로 일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헤일셤‘이라는 기숙학교에서 보낸 시절과 성인이 된 이후의 상황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대적 배경 자체는 완전히 다르지만 이야기의 구성 자체는 <남아 있는 나날>과 대단히 비슷하다. 초반만 잘 지나가면 중반부터 몰입부는 엄청나며, 작가가 조금씩 흘리는 힌트속에서 비밀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세명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캐시‘, 그리고 그녀의 친구인 ‘루스‘, 마지막으로 ‘루스‘의 연인었다가 마지막에는 ‘캐시‘의 연인이 되는 ‘토미‘가 바로 그들이다. 세명은 모두 ˝클론˝, 즉 복제인간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체인 ˝근원자˝가 누군지도 모른채 ˝헤일셤˝이라는 곳에서 자란다. 그들은 가족과 집만 없을 뿐이지 일반 청소년처럼 ˝헤일셤˝이라는 학교에서 지내면서 정상적으로 학습하고 친구들과 서로 교감하면서 성장한다. 일반 인간과 크게 다를바 없이.


그러나 ˝헤일셤˝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기원이 누구인지, 존재의 목적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일을 하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 확실한건 없었다. 자신들의 존재의 목적을 궁금해 하는 것 자체가 금기인것처럼 서로서로 조심하면서 말을 아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왠지 모를 낙관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헤일셤˝을 졸업하고 자신들의 직업을 학습하는 곳으로 보이는 ˝코티지˝라는 곳으로 옮겨간다. 그곳에서는 개인이 희망하면 외출을 하기도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왜 그들은 그곳에서 도망가지 않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추측컨데 아마 그들은 어디로든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세뇌받은게 아닐까 싶다. 자신들의 존재 목적을 위해 자의든지 타의든지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평범한 사람의 인생도 이와 다를바 없다.


그들은 ˝코티지˝에서 자신들의 모체인 ˝근원자˝에 대해서도 궁금해한다. 일반적인 사람이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찾듯이, 그들 역시 부모와 같은 ˝근원자˝를 궁금해하며, 찾아나서기 까지 한다. 그들은 자신의 ˝근원자˝가 근사한 사람이길 기대하지만, 그들은 안다, 자신의 근원자는 사회의 하층민이었다는 것을, 대부분의 ˝근원자˝는 장기기증을 위해 자신을 내어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후 ˝클론˝인 그들의 존재 목적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들은 ˝회복센터˝라는 곳에서 ˝클론(기증자)˝을 돌보는 ˝간병인˝으로 일하다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장기를 떼어주는 ˝기증자˝로 바뀌게 되고, 4번의 장기기증까지 하게 되면 거의 죽게되는 운명이다. (아마 4번째의 기증이 심장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대부분은 4번의 장기기증까지 가기도 전에 죽는다. 한마디로 그들 ˝클론˝은 인간의 생명연장을 위한 소모품이었다. 희생을 위해 태어난 생명체, 그럼에도 인간과 똑같은 몸과 마음을 가진 생명체.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거나, 운명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같은 ˝클론˝끼리 서로 도와주고 걱정하고, ˝간병인˝으로 근무하면서 ˝기증자˝를  마지막까지 보살펴주며 이별에 진심으로 아파한다. 4번쨎기증을 앞둔 남자주인공 ‘토미‘는 자신의 ˝간병인˝이자 사랑하는 사람인 ‘캐시‘에게 자신의 죽어가는 마지막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멀쩡한 지금의 모습만을 ‘캐시‘가 기억해주길 원해서 먼저 이별을 고한다.

[˝어딘가에 있는, 물살이 정말이지 빠른 강이 줄곧 떠올라. 그 물 속에서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서로 부둥켜 안지만 결국은 어쩔 수가 없어. 물살이 너무 강하거든. 그들은 서로 잡았던 손을 놓고 서로 헤어지게 되는 거야. 우리가 바로 그런 것 같아. 안타까운 일이야, 캐시. 우린 평생 서로 사랑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영원히 함께 있을 순 없어.˝]  P.482




˝클론˝인 그들 역시 사랑하고 미워하고 걱정하고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실제 사람 보다도 더 감정의 깊이가 깊은, 그래서 어떤면에서 보면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인간이었다. 이러한 ˝클론˝이 사람과 다를게 뭐가 있는가, 아니 오히려 더 사람답다고 느껴지는건 왜일까? 감정이 매말라버린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걸까? 사람다움,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었다. 사람이 동물인 이유는 본능이고, 사람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감정이다.






두 작품은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하기에는 너무 다른 주제를 다룬다. 전자는 집사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역사소설이라면, 후자는 인간복제를 다룬 SF 소설이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마치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다 그리움이고 추억이라는 것처럼 지나간 기쁨과 슬픔들을 차분히 뒤돌아본다. 너무나 담담해서 더 울림이 있는 이야기들. 이런게 바로 문학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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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3-15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고 싶은 책도 정말 많은데, 좋은 신간이 또 나오니 책은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ㅠㅠ

새파랑 2025-03-16 08:26   좋아요 1 | URL
전 요즘 확 읽고 싶은 신간이 없어서 그런지 예전에 읽은 책들 중 좋았던 책들을 다시 읽고 싶더라구요~ 하지만 백수린 작가님 신간은 읽고 싶습니다~!!

은하수 2025-03-16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 중에서 이 두 작품이 가장 좋았어요.
말씀대로 너무도 담담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읽고 있는 저보다 오히려 담담해서 더 와닿았던 거 같아요!

새파랑 2025-03-16 08:29   좋아요 1 | URL
은하수님도 그러시군요. 너무 담담해도 담담한 작가님이였습니다 ㅋ 두 작품 모두 영화도 있다고 해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신작은 언제쯤 나올려나요 ㅜㅜ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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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23

역시 김연수 작가님이라는 감탄이 나오는 단편집이었다. 이전에 발표한 단편집인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나 <내가 아직 아이였을때>와는 다르게 모든 단편들이 좋지는 않았지만...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한 단편 안에서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사연들이 결국은 연결되는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구성을 보여준 작품들 중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세계의 끝 여자친구>,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 편이 좋았다.


사랑하는 애인의 죽음(작가)과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통역사)은 ‘상실 후 그리움‘으로 연결되고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내가 아는 나의 얼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웃음을 머금은 케이케이의 눈동자에 비친 얼굴이었다. 양쪽 눈동자에 하나씩, 모두 두 개의 얼굴.] P.10



메타세쿼이아 한그루를 통해 과거 시인의 편지와 현재 나의 망설임은 ‘전하지 못한 사랑의 아쉬움‘으로 연결되며 (˝세계의 끝 여자친구˝),

[누군지는 끝내 알 수 없게 됐지만, 그래서 죽는 순간까지도 당신만을 생각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영영 말해줄 수 없게 됐지만, 언젠가는 그 사람도 알게 되겠죠. 시인이 한때 이런 시를 썼다는 거. 그 메타세쿼이아가 두 사람이 갈 수 있었던 가장 먼 곳이었다는 거.] P.80



어머니가 죽던 날 내가 본 노을과 사진작가가 찍은 흑두리미의 노을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연결된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그 순간만은 그 누구라도 내가 바라본 노을을 그러니까 엄마가 죽던 날의 노을을 바라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엄마의 고통을 오직 진통제만이 이해했듯이 내 슬픔은 그 노을만이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고통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과 슬픔을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절망적으로 만들었다.] P.178




이러한 구성을 통해 김연수 작가님은 ˝개인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라고 말하려던게 아니었을까?


개인의 이야기는 어떻게든 연결된다. 그래서 당신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외롭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Ps. 다음번에는 김연수 작가님 책탑을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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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5-03-15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간이 나올 때도 된 거 같은데 말이죠. 음 그러고 보니 저는 이 소설은 읽지 않았네요!

새파랑 2025-03-15 13:31   좋아요 0 | URL
이 단편집 좋습니다~!! 다른 단편집들에 비해 세련된(?) 느낌이 있어서 수이님은 좋아하실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5-03-15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을 기대합니다!!!

새파랑 2025-03-15 17:25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모아봐야 할거 같습니다~!!

은하수 2025-03-16 0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님~~~
요즘의 책보다 오래전의 작품들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저도 김연수 작가님 책탑 구경하고 싶어요^^

새파랑 2025-03-16 08:24   좋아요 0 | URL
작가님 스타일이 예전이랑 지금이랑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ㅋ 전 둘다 좋아요~!

자목련 2025-03-1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작가!
신나는 책탑 올려주세요^^
 

최근에 책을 좀 읽긴 한거 같은데 인터넷을 할 시간이 없어서 리뷰나 100자평을 거의 못썼다. 그래서 읽었으되 못남긴 책들의 리뷰를 간단히 남겨보자면...


N25019 채털리 부인의 연인 - 상
N25020 채털리 부인의 연인 - 하

언제인지 모르지만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영화로 본적이 있었다..... 이미 영화로 봤다는 사실 때문에 책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었지만.... 사실 영화 내용도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파격적인(?) 고전의 대명사 이기도 해서 읽었다. 그리고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밑줄도 긋지 못하고 읽었다. 현재 시각에서 보면 표현이 그렇게 야하지도 않지 당시에는 상당한 논란을 야기했을만 하다. 지금읽어도 정말 관능적이다. 그리고 확실히 영화와 글은 다르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영화보다는 글이 더 취향인 것 같다.




N25021 노름꾼

최근에 머리 아픈 일이 많아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선택한 작품. 다시 읽어도 여전히 유쾌하고 좋았다. 어차피 인생은 한방이라며 빠지기 쉬운 도박, 하지만 일획천금을 노리다가 한방에 훅 가는게 대부분이다. 노름꾼들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끊지를 못한다. 자신은 특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잃더라도 자신은 딸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 때문인지도. 탐욕. 그러고 보니 노름과 인생은 어딘지 닮아 보인다.

[가령 빨간색이 열 번이나 나오고 나면 또다시 빨간색에 걸려고 결심하는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다. 하지만 노련한 노름꾼들 이라면 빨간색의 반대인 검은색에는 걸지 않을 것이다. 노련한 노름꾼은 그것이 <우연의 변덕> 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N25022 8월은 악마의 달

알라딘에서 평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여서 구매를 했는데,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솔직히 별로였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주인공인 ‘엘런‘의 행동을 ‘금기시되어 온 여성의 욕망‘을 표출했다고 보기에는 공감하기 힘들었고, ‘엘런‘이 자려고 하는 주변 남자들 역시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등장인물 모두 이성과 자는 것만이 목적인 발정난 짐승들이었다. 프랑스의 휴양지를 혼자가면 저렇게 노는건가? 라는 의문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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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5-03-15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월은 악마의 달_을 읽어보고 싶게끔 만드는 한줄평, 강렬한!

새파랑 2025-03-15 13:26   좋아요 0 | URL
앗 ㅋ 잠자냥님 별 다섯보고 구매했는데...
저는 잠자냥님처럼 깨어(?)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좀 놀랬습니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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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18

"더이상 세상의 일들을 집착하지 않게 되면서부터 인생이란 그저 사소한 우연의 연속처럼 보였다. 인생이란 납득하는 일이지, 따져보는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읽은 김연수작가님의 작품은 단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과연 그럴까 라는 의심반 기대반으로 선택한 다음 작품은 단편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였다. 표지가 좀 별로여서 이번에는 기대를 좀 내려놨으놔... 결과는 전혀 아니었다. 도대체 이렇게 좋은 단편만 모아놓을 수 있는게 가능한건가?


단편들은 모두 인상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쓸쓸함과 우울함이 가득하며, 사람과 사랑에 대한 질문들이 계속 나온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게 가능하긴 한걸까? 기록이라는게 진실을 다 담을 수 있는 걸까? 삶에 있어서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정도일까? 이 단편집을 다 읽고 나면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다.

[한 개인의 진실이란 깊은 밤, 집자리에 누워 아무도 몰래 끼적이는 비망록에나 겨우 씌어질 뿐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비망록이 씌어지는 곳은 그 사람의 마음속이니 사랑하고 서로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옆에 누운 사람의 비망록을 들여다보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P.284(이렇게 한낮 속에 서있다)


이 단편집은 겨울에 딱 맞는 책이다. 봄에 읽는건 계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모든 단편들이 좋았지만 그중 몇개만 골라본다면...




1. <그건 새였을까, 네즈미>

"그녀에 대해 말해야겠다."


제목을 보고 하루키가 떠올랐다면 내가 이상한걸까? 그런데 작품을 읽으면서도 왠지 하루키 느낌이 났다. 작가님한테는 죄송하지만...


배경은 런던, 세희와 나(네즈미)는 동거중이었고, 어느날 세희의 동생 세영이 영국으로 온다. 칠년만에 만난 자매는 지나온 세월 만큼이나 어색하다. 동생 세영은 한국에서 남편이 사고로 죽은 후 심한 정신적 고통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감을 갖게 하는 일이 어떤건지 알고 싶어서 동생 세영은 나(네즈미)와 섹스를 한다. 그리고 이를 목격한 세희는 나(네즈미)와 헤어지기로 한다. 왜 동생 세영은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감을 갖게 하는걸 궁금해 했던걸까? 남편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동생 세영은 나(네즈미)에게 이런말을 남기고 한국으로 떠난다.

"우린 이제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거야."


한국으로 돌아간 동생 세영은 자실을 하고, 세희는 이 소식을 나(네즈미)에게 알린다. 세희는 동생 세영이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서 자살했다고 생각하지만, 나(네즈미)는 그게 원인이 아니라는 걸 안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게 어디까지 가능한걸까?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 든다는 것은 무모한 열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열정의 대상이 된다는 건 확실히 부러운 일이었다. 어쩌던 그때 나는 그녀가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P.49






2. <뿌넝숴>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비 이야기라면 어떨까? 가슴의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서는 삶을 온통 뒤흔들어놓는 빗줄기 말이지."


'뿌넝숴'의 뜻은 '말할 수 없다'라는 중국 말이다. 우리는 현실을 어느정도까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을 다시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 있다면 진실을 전할 수 있을까?

[세상 가장 작은 소리에도 쫑긋 귀를 세우는 사람들로, 세상에는 그렇게 귀를 기울이는 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꽃이 피었다가는 또 져버리는 거야. 그렇지 않다면 어찌 봄이 왔다고 해서 그렇게 많은 꽃들이 피어오르겠는가 말이야.] P.77


이 단편은 6.25.전쟁에 참가했던 중국의 노병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동료들이 죽어가는 전쟁속에서 노병은 한쪽 다리를 잃고 손가락을 잃지만 조선인 구호대에 의해 살아남는다. 그녀의 피를 수혈받아서, 그녀와 사랑을 나누면서. 전쟁사에는 단지 숫자로만 죽음이 기록되지만 그게 전부일수는 없고 진실일 수는 없다. 책에 씌어진 이야기보다는 몸으로 겪은 이야기가 진실이다.

[사실 전쟁은 재미있지만, 전쟁 이야기는 재미없어. 전쟁에는 진실이 있지만, 전쟁 이야기에는 조금의 진실도 없으니까. 내가 전쟁이란 삶을 닮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P.69






3.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나는 이렇게 썼다."

시작부터 '왕오천축국전'이 나온다. 2인칭 시점을 가장한 전지적 시점의 작품인 <다시 한달을...>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주인공인 너(?)는 방에 틀어박혀서 집에 있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다. 집에 있는 책을 다 읽자 드디어 방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는 곧장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으려는 기세를 보인다. 그의 그런 행위는 책속에서 여자친구가 자살한 원인을 찾기 위해, 위안을 받기 위해서였다. 왜 그녀는 유서에서 그에 대한 언급도 없이 그렇게 자살했을까? 언급되지 않은건 은밀한 존재였거나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둘중 하나일텐데...

["부모님, 그리고 학우 여러분! 용기가 없는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야만의 시대에 더이상 회색인이나 방관자로 살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후회는 없어"] P.139 (유서내용)


도서관의 책을 읽던 중 그는 여자친구가 죽기전에 읽었던 마지막 책인 '왕오천축국전'을 발견하고 그 책을 가져온다. 이후 아홉달 동안 그와 여자친구가 등장하는 소설을 쓴다. 그는 '왕오천축국전'이나 '등반일지' 처럼 일어났던 일들을, 인과관계에 맞는 것들을 소설로 써간다. 하지만 소설을 써내려 갈수록 소설 속 여자친구의 삶 속에서 그가 점점 지워진다는 걸 알게된다. 여자친구와 소통하지 못했던 부분은 글로 쓸 수 없었기에, 그가 모르는 달의 이면이 많았기에...

[하지만 그가 결국 깨단게 된 것은, 아무리 해도, 그러니까 자신의 기억을 아무리 '총동원해도' 문장으로 남길 수 없는 일들이 삶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P.141


이후 그는 1988년 한국 낭가파르바트 원정대에 들어가고, '왕오천축국전'에 등장하는 그곳으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여자친구가 자살한 이유를, 그에게 남긴 유서의 의미를 찾을수 있었을까? 아마 그와 함께 한 검은 그림자가 알려줬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검은 그림자의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껄껄거린다. 여기인가? 아니. 저기. 조금 더. 어디? 저기. 바로 저기.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바로 저기. 문장이 끝니는 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꿈들의 케른, 더이상 이해하지 못할 바가 없는 수정의 니르바나, 이로써 모든 여행이 끝나는 세계의 끝.] P.177



위의 세편 이외에도 다른 작품들 역시 매우 좋았다. 여기 실린 작품들을 쓰기 위해서 김연수 작가님이 관련 역사를 깊이 연구하고 다양한 책들을 읽었겠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괜히 위대한 작가가 아니구나, 역사에 대한 관점을 조금만 다른게 바라본다면 이렇게도 이야기를 쓸 수 있는구나 라는 감탄을 했다. 김연수 작가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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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2-25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겨울 얼마 안 남았는데요. 김연수 작가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안 읽었네요. 새파랑님이 이토록 열렬하게 얘기하시는데다 좋아하는 작가니 읽어야 하는데... 내년 겨울에 읽을까요? ^^

새파랑 2025-02-25 22:39   좋아요 1 | URL
아직 겨울입니다 ㅋ 너무 추워요 ㅡㅡ 한라산을 보니까 아직 정상에는 눈이 쌓여있더라구요~!!!

페넬로페 2025-02-26 0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이 책 조금 읽다가 슬그머니 내려 놓았는데, 새파랑님께서 좋다고 하시니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 겨울에 읽어야겠네요.

이상하게 저는 이 맘때, 꽃샘 추위때가 많이 춥더라고요.

새파랑 2025-02-26 07:37   좋아요 1 | URL
김연수 작가님이 의외로 문장을 어렵게 쓰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에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게 나름 매력 포인트이지만 ㅋㅋ 아마 다시 읽으면 좋으실 겁니다~!!!

그레이스 2025-02-26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비슷한 데가 있나봐요
김연수 작가랑 하루끼 작가!
전에도 새파랑님이 그런 얘기 하신 기억이...!

새파랑 2025-02-26 16:52   좋아요 1 | URL
하루키옹 초반 4부작의 주인공 이름이 네즈미(쥐) 여가지고 그런 느낌이 더 들었습니다 ㅋ 두분다 문체가 멋집니다~!
 
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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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13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단어가 바로 존재의 과거형이라고 했다 절망도 과거로 흘러기야 있을 수 있고 시간도 지나간 것이 있어야 시간이 되는 것처럼˝


이 작품은 진정한 명작이다.


윌리엄 포크너는 <고함과 분노>를 세번 읽어도 이해가 안된다면 네번을 읽으라고 말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네번을 읽었다. 문학동네 판으로 세번, 열린책들 판으로 한번. 문학동네 판으로 세번 읽고나서 아하~! 열린책들 판으로 또 읽고나니 엄청나다~!! 이랬다. 나도 <고함과 분노>를 조금은 이해를 한 독자가 되었다.


이 작품은 미국 남북전쟁 후 백인 남부사회의 몰락을 시간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다루고 있는데,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해 한번 읽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건 순서와 기억은 뒤죽박죽이고 온갖 비유(특히 종교)가 포함되어 있으며 계속되는 시점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등장인물 이름에도 함정이 있어서(동명이인이 있음) 처음에는 정말 햇갈린다.


특히 1장 벤지 섹션의 경우 한번 읽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이동이 계속되는 데다가 백치인 벤지의 관점으로 문장이 묘사되기 때문이다. 사실 <고함과 분노>기 어렵게 느껴지고 중간에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1장 벤지 섹션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몇번 읽은 후 해설을 보니 1장 벤지 섹션이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였다. 다 읽고 나서도 막 생각이 나며, 퍼즐을 맞추는 재미가 있었다. 벤지는 말을 못할 뿐이지 바보는 아닌걸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인물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만 알고 시작하면 그나마 쉽게 읽을 수 있다.




콤슨 집안(백인)

1. 제이슨 콤슨 : 콤슨 집안의 가장이자 4남매의 아버지. 알코올 중독자로 콤슨 집안(백인) 몰락의 시작. 처음에는 몰랐는데 책을 반복해서 읽을수록 콤슨 집안에서 그래도 가장 개념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2. 캐롤라인 배스콤 콤슨 : 콤슨 집안으로 시집온 배스콤 가문의 여자이자 4남매의 어머니. 행동하지 않고 걱정만 많고 집안에 대한 자존심만 쎄다. 집안 몰락의 가장 큰 원흉이라는 생각이 든다.

3. 퀜틴(남자) : 4남매의 장남. 2장의 화자. 자세한 설명은 밑에서.

4. 캐디 : 4남매의 장녀이자 퀜틴의 동생. 이 작품의 핵심 인물이다. 콤슨 가문의 몰락을 가장 잘 상징하며, 이 작품의 모든 사건은 그녀가 순결을 잃음으로써 시작된다.

5. 제이슨 : 4남매의 차남. 3장의 화자.자세한 설명은 밑에서.

6. 벤지 : 4남매의 막내이자 백치. 말을 하지 못하고 울부짖기만 가능하며, 그의 울부짖음이 ‘고함과 분노‘ 그 자체이다. 태어날때는 외삼촌의 이름을 따서 모리 였으나 백치임이 밝혀진 후 어머니의 자존심(탐욕?)으로 이름이 벤저민(벤지)로 바뀌게 된다. 이름이 바뀐다고 운명이 바뀌진 않는다.

7. 퀜틴(여자) : 캐디의 딸. 캐디가 가장 믿고 따랐던 오빠의 이름인 퀜틴을 딸에게 그대로 지어준다. 캐디의 사생아라 할 수 있고, 할머니(캐롤리안)의 반대로 콤슨 집안에서 성장하게 되며, 어머니(캐디)를 만나는게 금지되어 있다.

8. 다머디 : 4남매의 할머니.

9. 모리 배스콤 : 4남매의 외삼촌. 콤슨 집안에 언제나 손을 벌리지만 누나(캐롤리안)는 그런 동생을 언제나 옹호한다.




딜지 집안(흑인)

1. 딜지 : 콤슨 집안의 가정부로, 실제적으르 콤슨 집안의 살림을 도맡아 하고 4남매와 퀜틴(여자)를 키운다. 벤지를 끝까지 따뜻하게 대해주는 유일한 사람.

2. 로스커스 : 딜지의 남편. 류마티스를 앓고 있다.

3. 버시 : 딜지의 3남매중 첫째인 아들. 벤지가 아주 어렸을 때 돌본 흑인.

4. 프로니 : 딜지의 3남매중 둘째인 딸. 러스터의 엄마다.

5. 티피 : 딜지의 3남매중 셋째인 아들. 벤지가 어렸을 때 돌본 흑인.

6. 러스터 : 프로니의 아들. 1928년 현재의 벤지를 돌보는 흑인.





˝아무도 이 싸움에서 이겨 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 심지어 싸워 본 적조차 없단다. 이 싸움터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절망만을 보여 줄 뿐, 철학자와 멍청이 들만이 승리라는 환상을 품지.˝

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시간‘ 이다. 각 장을 ‘시간‘이라는 주제로 요약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해석으로 틀릴 수도 있음~!)




1장. 벤지 섹션(1928년 4월 7일) / 시간에 갇혀있는자

1장에서는 현재 나이 33살인 벤지가 어린 소년 러스터와 함께 집 주변과 골프장 외곽을 돌아다닌다. 그 이유는 러스터가 잃어버린 25센트 짜리 동전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벤지는 그가 보고(추억의 장소) 듣는(특히 골프장에서 들려오는 캐디를 부르는 소리) 것을 통해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과거의 시간에서 보고 들은 것을 통해 또다른 과거로 이동한다. 현재와 과거를 어지럽게 왔다갔다 한다. 말을 할수 없는 벤지는 현재에서는 그저 자신의 감정대로 울부짖는다. 이것이 바로 ‘고함과 분노‘ 이다. 백치인 벤지에게는 과거가 현재이고 미래도 과거일 뿐이었다.


이런 벤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그의 누나인 캐디이다. 벤지는 매 순간순간 캐디와의 추억 속에서 살고 있으며 현재 시간에서 더이상 캐디가 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캐디가 올 것처럼 기다린다. 자신이 유일하게 따랐던 캐디였기 때문이다. 백치인 벤지는 캐디가 자신을 영영 떠난걸 모른다.


1장의 시간 순서는 뒤죽박죽이다. 왜냐면 벤지가 백치여서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지를 돌보는 흑인이 누군지를 확인하면서 책을 읽어나가야 시간의 순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버시 - 티피 - 러스터 순으로 시간의 전후를 파악하면 된다.) 그리고 러스터와 같은 시기에 등장하는 퀜틴은 4남매 장남인 퀜틴이 아니고 캐디의 딸인 퀜틴이다.(응?)

[다시 한번 소리가 났고 내가 일어나려고 하자 또다시 소리가 났다. 나는 울기 시작했다. 티피가 나를 당겼지만 목구멍에서 계속 소리가 났다. 계속 소리가 났지만 내가 울고 있는지도 몰랐다. 티피가 웃으며 내 위로 자빠졌고 내 목구멍이 계속 소리를 냈다. 퀜틴이 달려와 티피를 발로 걷어찾다. 캐디가 날 감싸 안았고 빛나는 베일이 보였다. 캐디에게서 나무 냄새가 나지 않았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P.62




2장. 퀜틴 섹션(1910년 6월 2일) / 시간을 벗어나려는 자

2장은 4남매 장남인 퀜틴의 시점으로 쓰여 있고, 그는 하버드대 1학년 생이며, 이날 아침 퀜틴은 더이상 시간에 쫓기면서 살기를 거부하는 의미로 자신의 시계를 박살낸다. 하지만 시침과 분침이 없음에도 시계는 째각째각 소리를 내면서 흐른다.


퀜틴은 학교와 주변을 정처없이 걷는다. 걸으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하지만 그의 의식은 현재에 있지 않고, 과거, 특히 캐디에게 매몰되어 있다. 그의 의식은 온통 캐디 캐디 뿐이었다. 성에 눈을 뜨고 문란해진 캐디, 캐디의 순결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캐디에 대한 어긋난 집착 때문에 계속 괴로워했고, 결국 캐디와 근친상간을 했다는 망상에 빠지기 까지한 퀜틴은 어떻게든 캐디를 잡아보려 했지만 캐디는 결국 결혼하고 콤슨 집안을 떠난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그럴수 없었던 퀜틴은, 흐르는 시간속에서 의식은 자꾸만 캐디와의 과거로 되돌아가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퀜틴은 시간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죽음, 자살을 결심한다. 하지만 퀜틴이 죽는다고 해서 시간이 멈추지는 않는다.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요. 아버지는 넌 그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나는 물속에서 살랑거리는 내 뼈들과 바람 같은, 아니 바람의 지붕 같은 깊은 강물을 내려다볼 것이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사람들은 쓸쓸한 해변의 깨끗한 모래에서 내 뼈조차 분간해 내지 못할 것이다. 심판의 날에 신께서 일어나라 하시면 쇠다리미만 위로 떠오를 것이다.] P.122




3장. 제이슨 섹션(1928년 4월 6일) / 시간에 쫓기는 자

3장 부터는 의식의 흐름 없이 이야기가 진행된다.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지고 1,2장에서의 미스테리가 풀리게 된다. 3장은 4남매 중 차남인 제이슨이 시점으로 진행된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아버지와 딜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4남매 사이에서 가장 외롭게 자란 제이슨. 아이러니하게도 성인이 되어서는 콤슨 집안의 가장이 된다.(장남인 퀜틴은 자살하고, 둘째인 캐디는 쫓겨나고, 막내인 벤지는 백치이고...) 콤슨 집안에 대한 열등심이 심했던 어머니 캐롤리안은 제이슨만이 베스콤 집안의 핏줄을 이어받았다고, 그만이 정상이라고 그를 감싼다.


냉혹하며 계산적인 제이슨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오직 돈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가족들과 딜지 가족을 함부러 대하고 주식시장에만 열성을 보이면서 그렇게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이런 그의 태도가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고, 캐디의 결혼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었던 은행 취직은 캐디의 파혼 후 물거품이 되었으며, 대학을 나온 아버지와 형은 알콜중독과 자살로 죽었지만 자신은 대학 근처도 못가봤기 때문이다. 피해의식의 결정체.


특히 어린시절부터 사이가 안좋았던 캐디(캐디와 사이가 안좋은 유일한 사람이 제이슨이다...)의 딸인 퀜틴(여성)도 돌봐야 하는 제이슨은 사사건건 퀜틴(여성)이 마음에 안들어 못살게 굴고 캐디가 딸에게 보내는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기까지 한다. 그의 횡포의 끝은 어디일까?

[거리로 나섰지만 두 연놈은 어느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도 미친 사람처럼 모자도 안 쓴 채 거리에 서 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결국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다. 저 집안 아이 하나는 원래 미쳤고, 또 하나는 물에 뛰어들어 자살했고, 다른 하나도 남편에게 내쫓겼으니, 남아 있는 놈 역시 미쳤다고 하지 않겠는가.] P.352




4장. 딜지 섹션(1928년 4월 8일) / 시간에 순응하는 자

4장은 3인칭 시점으로 쓰여 있지만 주요 화자는 딜지이며 그래서 딜지 섹션이라고 불린다. 콤슨가문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던 딜지, 콤슨가의 자손을 실질적으로 키운 딜지. 앞의 세 화자와는 달리 딜지만이 시간에 순응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3장에서 이어진 제이슨과 퀜틴(여자)의 갈등은 결국 4장에서 폭발하게 되고, 결국 콤슨 집안은 난리가 난다. 그토록 무시했던 흑인들도 아는 이유를 백인들만 뒤늦게 알게 된다. 아집과 위선으로 인해 무너진 남북전쟁 이후의 백인 사회를 묘사한 것일까?


제이슨은 자신이 착복한 돈을 갖고 도망간 퀜틴(여자)를 뒤쫓는다. 찾을 수 없는 걸 감지히면서도 그냥 뒤쫓는다. 추격 끝에 남는건 무엇일까? 과거의 영광에 대한 집착? 몰락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제이슨의 뒷걸음에서 왠지 모를 체념이 느껴진다.

[지난 10여 년 동안 그에게는 조카나 도둑맞은 돈이나 둘 다 특별한 실체가 있거나 개별적인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다. 단지 미처 일도 해보기 전에 기회를 박탈당한 은행 일을 상징적으로 대신할 뿐이었다.] P.460






처음 읽을때는 몰랐는데 이 작품의 내용이 이해가 되는 순간 <고함과 분노>가 정말 대단한 작품이란걸 느꼈다. 왜 이 작품이 고전인건지, 왜 수많은 사람들이 포크너를 칭송 하는건지 드디어 공감할 수 있었다. 예술적 표현의 극단이라는게,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게 바로 이런 걸까 싶었다. 정말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었다. 문학작품이 꼭 가독성이 좋고 교훈이 있어야만 하는건 아니다.

˝인간은 우연히 이 세상에 오게된 후 매번 숨실 때마다 이미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게끔 되어 있는 주사위를 매번 새롭게 던질 뿐인데도 언젠가는 반드시 닥치리란 걸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는 최후의 목적지를 대면하지 않으려 한다˝



짧은 독서력이지만 <음향과 분노>가 내 독서 인생에서 만난 가장 최고의 작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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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2-24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정말 👍👍👍👍👍
네 번을 읽으시다니!
저는 한 번 읽었는데 다시 읽어야 할까요? 재독할 기회가 되면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어 볼께요^^

새파랑 2025-02-25 08:47   좋아요 1 | URL
한동안 포크너의 이 작품만 읽었습니다 ㅋ 계속 읽다보면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열린책들 버전이 더 재미있더라구요 특히 3장~!!

coolcat329 2025-02-25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과 병행해서 읽어야겠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새파랑 2025-02-25 21:15   좋아요 0 | URL
열린책들 버젼이 좀 더 읽기 편하더라구요. 두 책을 병행해서 읽으면 더 이해하기 쉬울거 같아요. 같은 원작 다른 번역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