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비밀 - 색의 상징성과 사회적 의미
미셸 파스투로 지음, 전창림 옮김 / 미술문화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색채는 물리계에서 실재하지 않는다. 색채는 태양광선의 파장이 사람의 눈에 의해 인지된 우연의 산물이다. (어떻게 보면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고마운 선물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색체는 실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재하지 않는 현상들 중 하나이기에, ‘잠정적 실체라는 특성을 띠고 있다. 이 기묘한 특성으로 인해 색채는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로지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서만 감지할 수 있는 색채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곧 색채는 인간의 정서를 표출하는 하나의 상징화된 통로였다. 그래서 색채는 이성적인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서를 상징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종교, 신화, 예술, 의식 등에 중요한 상징적 메타포로서 역할을 해 왔다.”

 

2011.8.30. 나는 알라딘 페이퍼에 색체, 그 빛깔의 유혹이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위 인용은 당시 발행한 글의 일부를 가져온 것. 이걸 재인용한 이유는 이후 색채에 관계된 다양한 책들을 봤지만, 색채의 특성을 잠정적 실체라고 당시에 표현한 것보다 더 나은 표현을 찾지 못해서다. (내가 명명한 조어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기특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무엇보다 색채는 인간의 정서를 표출하는 하나의 상징화된 통로였다. 그래서 색채는 이성적인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서를 상징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종교, 신화, 예술, 의식 등에 중요한 상징적 메타포로서 역할을 해 왔다.”는 부분. 이에 부합하는 걸출한 색채에 관한 책을 만났기에, 전에 써둔 페이퍼를 호출할 수밖에 없었던 거.

 

<색의 비밀>(미술문화, 2003)은 색에 관계된 문화사 책 가운데 아주 유용하고 걸출한 책이다. 무척 쉽게 서술되어 있지만, 그 밀도는 만만치 않다. 역사적으로 서구 문화권에서 색(Color)이 종교, 예술, 의식, 생활, 스포츠 등 중요한 상징적 메타포로서 그 사회적 의미를 어떻게 확장해 왔는지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 색에 대해서 우리가 몰랐던 내용들이 부지기수로 쏟아지는 책이다.

 

저자 미셀파스투로는 <파랑의 역사>로 널리 알려진 문장학과 상징학의 거두이다.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 <사과의 상징적 역사>, <문장학 개론> 등 국내에 번역 소개된 책들이 다수이기에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서양 상징사의 대가. 본 책은 대가가 풀어 설명해 주는 색에 대한 상징과 의미의 역사적 스케치이다. (스케치일 수밖에 없는 게 설명이 너무 간략해서)

 

이 책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내용이 무척 많은데, 일단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보색 관계는 출현한 지 얼마 안 됐다는 거. 보통 미술 시간에 빨강색의 보색은 청록색(또는 녹색)이라 배우고, 노랑색의 보색은 보라색이라고 배우지만 중세 시대 빨강의 보색은 흰색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많지 않다. [옛날의 색채 계단은 스펙트럼의 순서대로가 아니라(뉴턴의 실험이 행해진 것은 17세기 후반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 양단에 백과 흑이 오는 배열이었다(적색이 한가운데 있을 것이다). (p187]

 

“18세기까지 녹색이 빨강의 반대 색으로 생각되었던 적은 전혀 없었다. 빨강에는 흰색(원시시대 이래)과 파랑(12~13세기 이후)이라는 두 개의 반대색이 있다. 서구 세계에서 최초로 녹색을 빨강의 반대색으로 여기게 만든 것은 1750~1850년 사이에 출현한 원색과 보색에 관한 색채 이론이었다. 이 이론에 의해 빨강이 원색의 지위를 차지하고 색상환에서 녹색이 빨강의 보색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p99)

 

색은 역사적이고도 문화적인 그 시대의 산물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색의 의미는 과거와는 아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녹색은 교통표지판이나 병원(또는 약국) 그리고 기분을 차분하게 하는 벽지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린에 대한 이미지는 현재 매우 우호적이어서 그린색을 좋아한다고 하면 의례 평화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옛날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중세부터 이미 녹색은 악마의 색이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색을 피했다. 그러나 녹색은 오히려 행운도 상징한다. 녹색은 양면성 즉 행운과 불행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녹색은 요행수가 작용하는 상황이나 의식과 연결된다. 적어도 16세기부터 도박판은 녹색이며,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장도 그렇다. (탁구대, 축구장을 생각해 보라!)” (pp32-33)

 

재미있는 내용도 있다. 색 중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색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파란색이 나온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색 선호도 조사에서 서유럽, 미국, 캐나다에서도 항상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파랑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니 좋아하는 색은 다수가 좋아하는 색인 듯하다.

 

하지만 가장 혐오스러운 색에 대해서는 각자가 다르지 않을까? 어떤 이는 검정색이라고 할 수 있고 , 어떤 이는 베이색이라고(특히 내 어머니)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 이 질문의 답에 대해서는 거의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대체로 황색과 녹색, 갈색의 중간쯤 되는 색이다. 이 색을 옛날에는 거의 똥색이라고 불렀고 최근에는 카키’, 현재는 겨자색이라고 부른다.” (p44)

 

웨딩드레스 이야기도 나온다. 개인적으로 하얀 웨딩드레스가 언제부터 출현했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비교적 최근까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 전의 행실이 순결했음을 선언하는 수단이었다. (중략) 그러나 유럽의 젊은 여성이 옛날부터 항상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것은 아니다. 이 유행은 18세기 말 이후에야 출현한 현상으로, 이것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19세기에 이르러 개혁적인 프로테스탄트와 반개혁적인 가톨릭의 두 고전적 가치체계가 결합하여 이른바 부르주아적 가치관이 탄생했을 때부터였다.” (p171)

 

식품과 색의 관계에 대해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식품산업에서 사용하지 않는 색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연 식품과 식습관을 통해서 노랑, 녹색, 하양, 빨강 등의 색을 식품에 사용해 왔다. 검정색 계열에 속하는 식물은 드물기는 해도 존재하고는 있다. 그러나 파랑색 계열의 식물은 전혀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파랑은 일반적으로 의약품(정신안정제나 수면제)”에 한정되어 있지, 식품산업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pp178-179)

 

책의 부제는 색의 상징성과 사회적 의미이다. 미셸 파스투로가 다채롭게 풀어내는 색에 대한 상징과 사회적 의미는 실로 재미있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면이 다분하다. 사전 형식을 취하는 책이어서 그런지 내게는 윤덕노의 <음식 잡학 사전>처럼 나만 몰래 보고 싶은 책이다. '색(컬러)'에 관계된 책을 많이 읽어 왔지만, 색에 대해서 파스투로만큼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저자는 거의 못 본듯싶다.

 

“‘빨강, 파랑, 검정, 하양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즉시 이러한 색을 가진 사물을 보여 줄 것이다. 그러나 색을 나타내고 있는 그 단어들의 더 깊은 의미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색채론>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이 쉽지 않은 일을 파스투로는 이 책을 통해 아주 성공적으로 해 냈다. 책을 즐겨 읽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책을 만나는 건 축복이다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 행운을 이 페이퍼를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 드린다. ()

 

 

[]

색은 문화적 소산으로 사람이 지각하지 않으면, 즉 눈에 보일 뿐만 아니라 특히 뇌, 기억이나 인식 능력 혹은 상상력으로 해독되지 않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간주된다. 보이지 않는 색은 존재하지 않는 색이다.” 이 책 61페이지에 나온 대목이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2011.8.30.자 발행한 페이퍼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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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뭔가?!

서재 들어와서 떡 하니 떠 있는 서재의 달인 엠블럼.

오늘 내 서재에 들어와 처음 봤다!!

도대체 나같이 게으른 사람이 서재의 달인이라니..


올 해 선정은 뭔가 좀 이상하다. 내가 달인에 선정될 정도로 열심히 알라딘 서재에 글을 썼나? 전혀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서재의 달인에 선정된 것일까? 정말 이상하고도 오묘하고 알쏭달쏭하다.


근데, 뭐 서재의 달인 선정은 내 소관이 아니기에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게 아닌 거라, 아주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ㅎㅎ


그러고 보니 12월이고, 그제는 한 모임의 송년회에 다녀왔다. 정말 한 해가 저무는 느낌. 그와중에 보게 된 서재의 달인 엠블럼. 처음 든 뜨악한 생각이 점점 흐믓함으로 변해간다.


올 해는 지난 달 11월 15일 모던아트대상전 특별상(동상)을 수상한 것으로 공모를 마무리했다. 개인전은 8월에 했는데 개인전 주제로 작업한 작품을 시도전 3곳 및 민전 2곳에 응모했는데 모두 입상했다. 


맨날 입특선만 해서 좀 서운했는데 마지막 모던아트대상전에서 본상을 수상해 아쉬움을 풀었다. 작품도 꽤 팔렸고. 올해도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한다.


알라딘 서재에서도 뜻하지 않은 '서재의 달인' 선정이라니...2008년 8월 3일 알라딘 서재를 오픈해 첫 리뷰(카프카의 변신 시골의사)를 쓴 이래 처음 선정된 서재의 달인. 돌이켜 생각해 보니 참 긴 시간이긴 하다. 


항상 뭔가 하다가 그만두고 했는데, 이렇게 꾸준히 뭔가를 해 오고 있는게 좀 신기하다. 얼떨결에 선정된 서재의 달인...자축이나 하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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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5-12-08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yamoo 2025-12-08 17: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런 축하인사 받기는 처음이라 좀 이상허네요..ㅎㅎ

딸기홀릭 2025-12-08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yamoo 2025-12-08 17:47   좋아요 0 | URL
제가 서재의 달인이라뉘....서재질 하면서 한번도 선정 안될 줄 알았습니다.ㅎㅎ 22년보다 활동이 더 미미했는데, 선정되다니...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요..ㅎㅎ
워쨌든 축하인사, 감사합니다!^^

마힐 2025-12-09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yamoo 2025-12-09 09:39   좋아요 1 | URL
거의 기대를 안하고 있어서 그런지 축하받는 게 정말 생소합니다..^^
암튼 감사합니다!ㅎㅎ

페넬로페 2025-12-09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본상 수상하신것도요.

yamoo 2025-12-09 09:41   좋아요 1 | URL
얼떨결에 되서 축하받는 기분이 참 오묘합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본상 수상은 처음이라 대회는 주최측의 의도가 엄청 중요하다는 걸 다시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5-12-09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에 처음 뽑히셨다니 자축하실 만합니다.
뭔가 꾸준히 한다는 건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여깁니다. 저도 사실 믿을 건 꾸준함의 힘밖에 없는 것 같아 꾸준함을 발휘해 보려 합니다. 서재의 달인, 에 등극하신 것 축하합니다!!!

yamoo 2025-12-09 15:06   좋아요 0 | URL
페크님은 글쓰기와 책읽기를 정말 꾸준히 하시는 듯합니다. 이런 서재나 블로그 하는 데 최고의 덕목...저는 그런 면에서 좀 꾸준함이 많이 부족합니다. 뜨문 뜨문 해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려던 것이 여기까지 왔는데...사실 글은 22년이 더 많이 썼어요. 헌데 요상하게도 올해만 서저의 달인이 됐네요..ㅎㅎ

감사합니다! 페크님^^

그레이스 2025-12-09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제가 미술사 모임에서 회원들에게 서재에 올리신 그림 보여줬더니,,, 다들 너무 좋다고 하네요.
그중 한 분은 미술전공이신데,,정말 좋다고 해서, 제 눈도 인정받았습니다.
축하드려요 ~~

yamoo 2025-12-09 17:55   좋아요 1 | URL
와우~!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헌데 그 그림이 뭘까요?? 개인전 할 때 대표 그림 2점 올린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쨌거나 개인전을 위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걸로 올해 응모한 5곳 모두에서 입상했기에 올 해도 일보 전진했다고 자평합니다. 항상 관심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2025-12-09 18:42   좋아요 0 | URL
개인전 그림도, 좀더 전에 그리신 유화도 ,,,
사실 회원분이 그림 다시 시작하는 걸 고민하시기에, 갑자기 생각나서, 보여드렸어요^^

잉크냄새 2025-12-09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도 처음 선정되었는데 느끼시는 감정이 비슷하네요. 겨우 30 여편의 리뷰와 페이퍼가 전부인데, 너무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 그래도 나쁘지 않은 기분. ㅎㅎ

yamoo 2025-12-10 10:48   좋아요 0 | URL
저는 아얘 이런 거 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22년이 25년보다 훨씬 많이 썼거든요~ 그래도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는 분들 분량에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분량이었습니다. 헌데 올해는 정말 좀 예외적인 선정이었던듯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요..^^;;

모나리자 2025-12-09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에 선정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
저도 처음 됐을 때 기뻤습니다.
엠블럼은 글쓰기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yamoo 2025-12-10 10:52   좋아요 1 | URL
약간 놀라울 뿐 기뻤다는 느낌은 별로 안들더라구요. 이달의 당선작 선정과 아주 유사한 기분입니다. 되면 기쁘지는 않은데, 적립금이 들어와 책을 주문할 수 있다는 약간의 공짜 심리??ㅎㅎ 헌데 당선이 안되면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서재의 달인 선정도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러니 내년에는 올해보다 좀 더 적게 쓸 생각입니다요..ㅎㅎ

근데 또 모르죠. 갑자기 1일 1그림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여기에 포스팅할지도...그럼 내년엔 무조건 서재의 달인 선정 되것지요..ㅎㅎ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우주리뷰상이 발표됐다. 나는 상금 규모 보고 응모할 생각도 안했고 언제부터인가 이런 리뷰상 응모를 할 생각을 안하게 됐다. 그 이유는 규모가 크고 상금이 클수록 프로에 준하는 글쟁이들이 죄다 수상하기 때문. 수상작들을 보면 응모할 생각이 샥 사라진다.


우주리뷰상의 경우 이런 대회가 있는 줄 모르고 있다가 작년에 이 리뷰 대회를 열심히 준비하는 분이 있어 알아 보았고 이후 수상작들도 보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열심히 준비하신 분은 수상에 실패했는데, 그분이 쓴 걸 내게 보여줘서 수상작에 들어야 하는 리뷰가 어떤지 얼추 얘기해 준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작년 우주리뷰상 수상작들을 보고 느낀 게 이건 거의 준 평론가를 선발하는 대회가 아닌가라는 생각. 예상대로 전부 작가 지망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수상했다. 그래서 책을 좋아해서 책읽고 알라딘에 리뷰를 올리는 애호가들은 절대 이 상을 수상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상이라고 하지 말고 문학지에 공고해서 평론가(서평가) 선발이라고 하는 게 적절할 듯싶다. 무슨 리뷰를 A4 10장 분량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작년에 수상작 보니 그냥 문학지에 기고하는 평론 수준이고, 수상자들이 거의 작가 지망생이던데, 이런 걸 굳이 인테넷 서점에 왜 올리는지 의문이다


책을 사랑해서 독서감상문을 올리는 사람들 물먹이지 말고 그냥 문예지에 공고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 지난 수상작을 보면서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런 모집 공고를 인터넷 서점에 왜 내는지 의아해서 페이퍼를 쓰게 됐다. 기대하고 응모하는 아마추어들에게 만행을 저지르는 것 같아서. 서평공모전이라고 하지 말고 신인평론가 선발 대회라고 명명하시는 게 좋을 듯싶다.


[덧]

작년에 이 대회를 준비하며 열심히 A4 10장 정도 쓴 분이 매우 기대에 차서 응모하는 모습을 봤다. 매체에 서평도 많이 기고했던 분인데 수상에 실패하고 매우 의기소침해 있는 모습을 보니 이 대회 취지가 이상해서 페이퍼를 쓴다. 왜 문예지에 서평가 대회라고 하지 않고 리뷰상 모집 대회라고 하면서 평론가 수준의 글을 선발하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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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 2025-12-05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감 1000프로입니다. 난 A4 열장이라는 안내문 보고 ... 내가 놀 동네는 아니구나 했지요...

yamoo 2025-12-06 10:51   좋아요 1 | URL
공모 리뷰를 A4 10장...
그리고 리뷰대회라는 허울..
과연 A10장 분량을 리뷰라고 할 수 있을런지...뉴욕 타임즈 가장 좋은 서평도 A4 6장 분량이 안됩니다. 평론가 모집 공모를 보면 A4 10장 분량 정도 되더이다..문예지에 공고를 냈어야 했다고 봅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12-05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되는 글이네요. 저는 올해는 아니고 작년에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서 리뷰를 쓰고 투비에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투비에 올라온 글 중에 중간중간 꽤나 괜찮다고 생각되는 리뷰들을 몇 개 만났었는데 약 300편이 넘는 리뷰들 중에서 한 분인가 두 분만 수상하고(수정 작성 : 이 글 쓴 뒤 투비에 가서 확인해보니 세분이네요) 나머지 다섯 분은 투비가 아닌 다른 플랫폼 또는 개인적인 이메일을 통해 투고한 분들이 수상하시더군요. 그당시 리뷰 쓰면서 물론 배운게 없지는 않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허탈감도 많이 느끼게 되면서 내까짓게 과연 리뷰를 쓰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래서 올해는 우주리뷰상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예 들이댈 엄두조차 못내겠더라구요. 실제로 말씀하신 것처럼 수상작들을 보면 준프로들이 쓴 평론 또는 논문 수준의 글들이고 책도 딱 한 권만 리뷰하는 것이 아니라 두 권 또는 그 이상의 책들을 콜라보로 리뷰하는 것들을 보면서 웬만한 일반인들은 명함도 못내밀 대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상금이 100 만원 단위로 가다보니 그만큼 퀄리티가 올라가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같이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대회인 듯합니다.

yamoo 2025-12-06 10:54   좋아요 1 | URL
아무리 상금 100만원 단위라도 A410장은...이 대회 목적이 평론가급 글을 선발하는 거라는 거...심사위원들 봐도 신형철이 있네요..인터넷 서점 리뷰대회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는 대회입니다. 이메일로 송고해서 당선되는 걸 보면 이게 뭘 노리는지 알 수 있죠. 신춘문예 평론가 선발이 지지부진하니 평론가 리뷰 중간지대를 설정한듯보입니다. 당선되는 수준도 그렇고....이건 주최측의 독서애호가들을 후리는 양아치 짓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보여집니다..ㅎㅎ

호시우행 2025-12-05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진작에 그런 시간 허비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yamoo 2025-12-06 10:57   좋아요 1 | URL
이런 대회는 이전 수상작들을 보고 간단히 피해가는 게 상책인데...이걸 인터넷 서점에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주최측이 아주 양아치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만원 고료 내걸고 문예지에서 모집하면 될 것을..굳이 우주리뷰상이라고 떠들며 독서애호가들의 리뷰를 접수한 건 도대체 뭔지...그만큼 많이 접수되면 리뷰상에 권위가 생기나 봅니다..ㅎㅎ

stella.K 2025-12-05 16: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0만원을 한 사람에게 몰빵하지 말고, 10만원을 열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 훈훈하고 보기 좋을텐데 말입니다. 일본처럼 서점 대상 뭐 그런 걸로 키워 볼 생각인가 봅니다. 그 리뷰상 받은 글 작년에 책으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yamoo 2025-12-06 10:59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작년에 수상작 책으로 나왔죠. 그것만 봐도 수상작이 어느정도 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준평론가를 모집하는 대회라 생각됩니다. 신춘문예 평론이 지지부진하니 그 대상을 좀 넓힌듯한데...이건 모집을 문예지에 한정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A410장 분량의 리뷰...가당치도 않네요..

감은빛 2025-12-05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러 상이 있는줄도 몰랐어요.
알라딘이 주관하는 대회니까 알라디너들이 많이 참여할텐데,
수상작의 기준이 그 정도로 높다면 문제인 것 같네요.
더군다나 요 위에 남겨주신 댓글 보니 알라딘 서재나 투비 이용자도 아닌
외부 사람들이 상을 쓸어간 거라면 더 고개가 갸웃해지는 부분입니다.
물론 상의 취지에 따라서는 그럴수도 있겠지만.

yamoo 2025-12-06 11:00   좋아요 1 | URL
알라딘이 주관하는 대회가 아니라 주관하는 곳은 다른 곳이고 알라딘에서 협찬?...맞나요...이곳 리뷰자들이 많으니 많이 응모바란다는 취지...북스오브리뷰지에 후원은 아모레퍼시픽...준평론가 모집 대회...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ㅎㅎ

페크pek0501 2025-12-06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콕 집어 잘 쓰시는 야무 님. 그래서 우리를 속 시원하게 해 주죠.
에이포 10장이면 열 개 담긴 단편집을 택해 단편 한 개당 한 장씩을 써야 하는 건가요? 장편 한 권으로 열 장을 쓰는 건 불가능할듯요. 열 장을 채운 모든 분들께 아차상, 이라도 드려 선물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성의에 감사를 표하는 센스!!!가 필요해 보입니다.^^

yamoo 2025-12-06 17:07   좋아요 1 | URL
에이포 10장을 쓰는 건데, 단편은 모르겠고, 장편의 경우 한 권으로 열장을 씁니다. 1권 장편이지만 인용하는 작품은 적어도 3-4편은 됩니다. 수상작을 보시면(공지돼 있어요..ㅎㅎ) 문학 전공해서 계속 평론 비슷한 글을 써 온 사람들이란 걸 알게 됩니다..ㅎㅎ 대학원 석사 논문 수준의 글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사람들...물론 논문으로는 가치가 없지만 평론으로는 뭐 괜찮은 글들..ㅎㅎ

blanca 2025-12-06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인적으로 이건 엄연히 리뷰상이 아니라 평론상이고 인터넷 서재에 홍보할 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평론가 지망 학생들을 위한 거라면 서평지에만 공고해도 충분합니다. 평론과 리뷰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대회의 취지를 다수가 오해할 여지를 주는 건 아쉽네요.

yamoo 2025-12-06 17:14   좋아요 1 | URL
엄연히 평론을 선발하려고 에이포 10장 분량을 조건으로 넣은 거겠지요. 평론상...이러면 너무 거창하고 응모작이 별로 모이지 않을 듯하니...인터넷 서점 중 리뷰가 가장 활발한 알라딘을 택해 우주리뷰상이라고 타이틀을 내걸어 알라딘 리뷰어들의 응모를 끌어낸 거겠죠. 응모작은 많으면 많을수록 대회 권위가 세워지니까. 이메일로도 응모가능하다는 거 자체가 평론상 선발하려는 의도를 가진 대회죠. 알라딘 리뷰 대회에서 리뷰를 이메일로 받는다?! 조건에 안맞겠죠. 어쨌든 우주리뷰상은 알라딘 노출은 제한하고 그들만의 세계로 추방하는게 좋을 듯합니다. 문학 계간지나 월간지 있잖아요. 거기에 광고내면 되지 알라딘과 콜라보는 이제 안하는 게 좋겠습니다..ㅎㅎ

이환한 2025-12-08 0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우려(?)들입니다. 보태어 써보자면, 기자였던 가수 한대수의 기사와 가사가 엄연히 달랐듯이, 알라딘에 쓰는 글과 우주리뷰상에 제출하는 글은 달라야 할 겁니다. 내년에 응모할 분들은 구글에 ‘학술적 글쓰기‘와 ‘의식화‘ 를 쳐서 함 보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길 기원합니다.
앞으로 에이포 열장을 에이아이가 뚝딱 쓸수 있겠지만 감정, 그러니까 ‘이 책이 좋네 싫네 허접하네 어렵네 감동적이네 안 읽고 꽂아만 뒀는데 어예노‘ 등을 느끼는 감정은 쉽게 안 될 거고, 그러므로 그것이 이곳의 강점이지만, 응모자를 추측해보자면 아마도 지금 당장은 오랫동안 많이 읽어왔고 써왔던들 백만원 값어치가 안 되는 글이라는 게 황금카네이셔너들의 진실입니다. 프로페셔널이라면 오히려 그렇게 많이, 쉽게 리뷰를 못 쓰겠지요(feat.김민기_늙은 군인의 노래).
키워드: 100만원 vs 서재의달인마크, 깔아주기, 구별짓기, 60년대급상금, 민속박물관 작가재현 직원모집, 알라 업은 제임스딘은 알라딘을 알라알라 알라셩 알라리알라, 하늘의 별 재배치

이환한 2025-12-08 0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년 만에 드디어 ‘서재의 달인‘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31일에 제 방을 비울건데 죄송하지만
이 글도 아마 지워지겠지만 달인이 되는 과정을 본 것은 처음이라 님의 글을 읽어온 저 또한 퍽 기쁨을 알려드리고저 합니다.
그대여! 영광의 마크를 프린트 해서 오리고 삔침을 꽂아서 가슴팍에 다시길(크리스마스 코사지).

거듭 축하인사를 보냅니다. 짝짝짝~ ~ ~!

yamoo 2025-12-08 10:27   좋아요 0 | URL
헛! 서재의 달인 엠블럼이 달릴줄이야...저는 오늘 첨 봤네요...^^;; 이게 뭔지...글을 많이 쓰지도 않았는데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고...저는 아무 감흥이 없어요...ㅎㅎㅎ
진짜 2008년 서재 오픈하고 저 서재의 달인 엠블럼을 처음 다네요..ㅎㅎ
제 글을 읽어오셨다니, 거듭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간혹 댓글로 만나뵈었는데, 이제 서재를 접으신다니 좀 서운합니다. 어쨌든 축하인사를 전해주셔서 거듭 감사드립니다. 알라딘 서재를 떠나셔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수입] Yusuke Kobayashi - How A Realist Hero Rebuilt The Kingdom: Part 1 (현실주의 용사의 왕국 재건기: 파트 1) (2021)(한글무자막)(Blu-ray + DVD)
Various Artists / Funimation Prod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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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줄창 넷플릭스로 애니를 보고 있다. 재미 없는 것도 많지만 내 취향이라고 넷플에서 추천해 주는 작품들은 의외로 재밌는 작품들이 많다. 제목과 포스터는 정말 '이게 재미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게 하지만, 막상 보기 시작하면 꽤 재밌다. (넷플의 추천 마법은 정말 신기하다.)


그렇게 보게 된 작품이 <나 혼자만 레벨 업> 이틀만에 다 볼 정도로 몰입도가 장난아니었다. 그리고 넷플이 계속 추천해 준 작품이 <무직전생>. 역시 제목과 포스터는 정말 재미없게 보였지만 일단 보니 시간이 순삭이었다. 


이세계 애니가 내 취향이 아닌 듯했는데, 막상 보니 의외로 좋았다. 전생해서 주인공이 막강한 능력을 가져 적(마물)을 퇴치한다는 유치한 줄거리이지만, 이 뻔한 줄거리를 강력한 연출력으로 볼 거리를 제공하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현실주의용사의 왕국재건기> 역시 이세계물 장르이다. 하지만 여타 이세계 판타지물과 현저히 다른 요소가 있다. 그게 바로 처세와 정치의 대표 고전인 <군주론>과 <손자병법>을 애니에서 만나볼 수가 있다는 거. 


다시 말해서 이 작품은 이세계 왕으로 불려온 주인공이  (현실의) <군주론>과 <손자병법>의 핵심 내용을 통해 쓰러져가는 이세계 왕국을 재건한다는 스토리다. 이세계 판타지물에서는 정말 드문 정치 이야기. 정말 참신한 작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플롯의 짜임도 좋고 연출력도 괜찮다. 다만 음악과 캐릭터가 좀 약한 편이다. 하지만 매 에피소드의 내용이 <군주론>과 <손자병법>에서 따온거라 주제 집약도가 매우 좋다. 


'용병은 그 나라를 결국에는 파멸로 이끈다'라거나, '군주의 잔인함은 상황에 따라 나라에 좋은 덕목이 될 수 있다'는 <군주론>의 내용을 에피소드 내용에 잘 적용하여 작품성을 보장하고 있다. 심지어 12화의 타이틀은 <손자병법>에 나온 "적을 포위할 땐 반드시 퇴로를 열어줘라"이다. (11화 역시 '이도대강)


이세계 판타지물에서 현실정치학의 보고인 <군주론>과 <손자병법>의 핵심을 볼 줄을 미쳐 몰랐다. 이 두 책의 내용을 애니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작품. 그만큼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이 이세계로 소환될 때 있었던 곳이 도서관이고, 주인공이 없어져 마지막에 땅에 떨어진 책이 <군주론>이다. 이 작품이 뭘 노리고 있는지 처음부터 보여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군주론>의 21세기 아니메판. 넷플 시청자면 강추할 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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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2-03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 만화(현실주의용사의 왕국재건기)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일본의 무수한 이세게물 만화대비 어떻게 보면 참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 매우 이채롭단 생각을 했지요.하지만 역시 만화는 만화라고 느낀것이 이세계 왕이 느닷없이 왕자라를 양보하는 대목으 현실 세계에선 절대 있을수 없는 일이지요.
아무튼 연재가 계속 진행 중인지 완결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애니로도 나왔다고 하니 한번 시청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yamoo 2025-12-03 17:53   좋아요 0 | URL
매우 이색적인 만화입니다. 왕자리를 양보하는 건 뭐...그럴 수 있겠지요. 만화니까. 이세계인데 뭘 못하겠습니까...ㅎㅎ
근데 정치학 경제학 처세술 등 학문적 배경이 작품의 근간이 되어서 그런지 내용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경제학적 기본 이론도 상당히 나옵니다. 이세계 애니 중 이런 애니가 있다는게 좀 신기하다랄까요. 재미도 있어요..ㅎㅎ

감은빛 2025-12-05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스쳐 지나가며 이 글을 얼핏 보고 넷플릭스에서 한번 찾아보았지요.
야무님 추천이시니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편당 분량이 짧아서 한 서너편을 죽 봤는데, 확실히 만화라 유치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독특한 만화이기는 하더라구요.
뒤쪽에 전쟁하는 내용도 나오는 것 같던데 나중에 시간나면 더 봐야겠어요.

yamoo 2025-12-08 11:38   좋아요 0 | URL
2기로 끝났는데, 하렘적 요소도 있긴 하지만 기본 스토리는 왕국의 재건이라 정치와 경제 쪽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전쟁의 전략과 전술 내용도 흥미진진하고요. 어쨌거나 이세계 애니 장르 중 특이하고 재미있는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확실히 성인도 즐길 수 있는 무거운 주제를 재밌게 잘도 풀어낸 작품^^
 
최초의 현대 화가들 - 대표작으로 본 12인의 예술가
다카시나 슈지 지음, 권영주 옮김 / 아트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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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현대미술과 관련된 책들을 잡다하게 읽고 있다. 그냥 손에 걸리는 대로 읽는 편인데 개중에는 좋은 책도 있고 아쉬운 책도 있다. 물론 설치미술이나 행위예술 또는 비디오아트와 관련된 분야가 포함되어 있고, 이 분야가 현대미술에서 그 위세를 불려 가서 그런지 몰라도 최근에 외국에서 출간된 책 중 이쪽 분량이 상당히 늘고 있다.

 

나는 여전히 회화나 조각 이외에는 불편한 시각이 많아 실험성이 짙은 설치미술, 행위미술, 비디오아트 등이 포함된 책은(그것도 많이!) 아직은 별로라는 느낌이 강하다. 뭐 어째겠는가, 내 취향이 그런데. 이렇게 읽어 가는 와중에 만난 책이 <최초의 현대화가들>(아트북스, 2005)이다. 일본 작가가 쓴 현대미술가론쯤 된다.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다.

 

저자는 다키시나 슈지. 1932년 생. 일본 국립서양미술관 관장을 역임한 현대미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동경대 졸업 후 프랑스 파리1대학과 루브르 미술관에서 서양 근대미술사를 전공했다니, 믿고 볼 수 있는 서양미술 전문가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쓴 책을 신뢰하는 편인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전문가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평이하지만 수준 높은 '작가론'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화가를 선별하고 정리한 저자의 시각이. 누구나 알 만한 작가와 생소한(?) 작가의 비율이 5:5 정도라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모르는 작가는 건너뛰고 아는 작가만 읽어도 좋다. 나중에 생소한 작가 순으로 읽어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잘 다루지 않는 움베르토 보초니, 에밀 놀데, 쿠르트 슈비터스, 프랑시스 피카비아 등의 대표작을 잘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반갑고 귀한 책이다.

 

예술을 이야기할 때, 무엇보다도 작품이 출발점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작품은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동시에 예술가는 작품으로 비로소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한 송이의 들꽃에 우주의 신비가 숨어 있듯이, 한 점의 작품에 예술가의 내면세계가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단 한 점의 작품으로 예술가의 전모를 논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머리말중에서

 

이 책의 집필 의도를 가장 잘 나타낸 부분이다. 화가의 대표작 한 점을 매우 심도 있게 분석하여, 왜 최초의 현대 화가로 자리매김 되었는지 논평하는 책이다. 그런데 쉽다. 우리나라 평론가 그 누구도 본 책의 저자처럼 쉽고도 간결하게 작가의 대표작으로부터 작가의 전모를 잘 드러내는 글을 본 적이 없다. 그랬다면 책을 읽고 그 누가 연상됐겠지.

 

그도 그런 것이 이런 방식의 작가론은 쓰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 한 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내면세계와 작가가 지향했던 바를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내공이 깊어야 하기에 그렇다. 폴 세잔의 대표작 하면, 누구나 사과를 떠올린다. ‘세잔의 사과라고 회자될 만큼 미술사에서 세잔의 사과 그림은 매우 유명하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세잔의 대표작은 <대수욕도>이다. 208×249cm의 대작이다. “이 작품이야말로 진짜 나 자신의 그림이 될 테지.”라고 말할 정도로 고심해서 그리려고 하던 나 자신(세잔)의 그림’. 지금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1899년부터 1906까지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을, 이 대작을 완성하기 위해 바쳤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화가의 대표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 대표작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림을 보는 방식을 배울 수 있어 좋다. 그림을 좋아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 다름 아닌 그림을 보는 방식인데, 이걸 가르쳐 주는 책이 별로 없다.

 

그림을 보는 방식과 그림이 왜 좋은지 그리고 왜 작가가 이 그림을 그렸는지 알려면 미술관에 가서 도슨트 설명을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혼자 미술책을 보며 그림 보는 방식을 스스로 깨치려면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다. 매우 답답하고 지쳐간다. 헌데 이 책은 그런 고민을 한 방에 날려주는 아주 고마운 책이다. (다음과 같은 서술을 보면 왜 고마운지 단박에 알게 된다.)

   

그에게(브란쿠시에게) <공간속의 새>는 단순히 조형적인 아름다움만을 노린 작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새의 비상이어야 했다. 왜냐하면 브란쿠시는 이 작품에서 다름 아니라 새의 존재와 본질을 하나로 종합하는 일을 실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p113)

 

책의 부제는 대표작으로 본 12인의 예술가’. 12명의 예술가를 선별해서 대표작 12점만을 소개했으면 우리나라 저자들의 책과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12명의 대표작 12점과 그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전 작품들, 그리고 연관된 다른 작가의 작품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아 본작이 탄생했는지 그림의 이력을 볼 수 있다는 거.

 

본 책에 수록된 12점의 대표작들은 화가들이 없던 걸 그린 게 아니었다. 이전 선배 대가들의 작품에서 어떤 구성과 부분을 차용하여 자신만의 색깔로 변형해 표현한 결과물이었다. 세잔에게 있어서는 푸생의 <플로라의 승리>, 피카소에게 있어서는 오귀스트 프레오가 그리고 조르조 데 키리고에게는 뵈클린이 있었다. (물론 클레나 슈비터스는 이와는 좀 달랐다.)

 

그래서 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그림은 잘 모른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지침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림들을 볼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지 알 수 있다는 말씀. 그만큼 유익하고 쉽고 알찬 책이다. 아주 좋은 책인데 한 부분에서 오류*가 발견되어 아쉽게 별 하나를 뺐다. 그래도 누구에게나 강추할 수 있는 책이다.  ()

 

 

* 104p 피카소 <게르니카>를 논한 부분 ; 피카소에게 이와 같은 화면 구성의 힌트를 준 것은 역시 죄 없는 여자들과 아이들의 학살을 테마로 한 로마파의 거장 오귀스트 프레오의 부조 <학살>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프레오를 로마파라고 했는데, 찾아보니 프레오는 낭만주의 조각가로 나온다. 도대체 로마파는 어디 유파인지 모르겠다.

 

<<덧>>

사실 이런 책을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다! 12인의 현대화가가 누구인지 직접 책을 읽고 확인하시길!

1. 이 책에 수록된 쿠르트 슈비터스를 보고 그의 독일어 작품집을 구매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영향을 깊게 받아 나의 조형 언어를 형상화하게 됐다.

2. 에밀 놀데는 내가 그리 좋아하는 화가는 아니지만 지크프리드 렌츠의 <독일어 시간>의 모티브 화가라 해서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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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1-29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짝짝짝. 반가운 리뷰입니다.
˝무엇보다 그림을 보는 방식을 배울 수 있어 좋다.˝ - 이 점이 맘에 듭니다. 적은 작품을 가지고 논한다면 깊이 있는 분석을 담아 설명하는 책이겠군요. 반드시 구매하겠습니다. 예전에 제가 읽은 이런 종류의 책과 얼마나 다른지 잘 살펴보겠습니다. 그림에 관심이 있어 화집을 많이 갖고 있어요. 감솨^^

yamoo 2025-12-01 10:10   좋아요 1 | URL
출간된지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현대회화 작가론을 다룬 책 중에서 가장 쉽고 유익한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자평하고 있습니다. 다카시나 슈지는 서양미술 전문가이지만 현학적인 설명을 전혀 하지 않고 일반일들도 쉽게 그림을 보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끔 친절히 설명해 준는 게 장점입니다. 우리나라 현대미술 전문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글쓰기를 보고 주고 있는 사람...이런 류의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은데, 거의 없는 게 이분야의 실상이라...이 책의 장점이 두드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