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록을 남겨야 하기에 늦었지만 부랴부랴 정리해 놓는다. 작년 한 해는 극장 개봉작을 딱 1편 봤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극장가서 본 딱 1편이다. 헌데 작품이 기대 이상이라 3번 가서 봤다. 나머지 영화들은 넷플릭스에서 내게 추천해 준 것들이 대부분. 드라마도 역시 그렇게 봤다. 넷플에서 최신 영화 중 좋은 영화 찾기란 해가 갈수록 더 힘들어 지는 듯하다. 어쨌거나 작년에 본 영화와 드라마를 정리해 본다. (서재에 리뷰를 남긴 작품은 그냥 살짝만 언급했다.)

 

••••••••영화••••••••


소울메이트 ★★★☆

김다미 때문에 본 영화. 허나 전소니를 재발견한 영화. 드라마 <은중과 상연>보고 바로 떠오른 영화. 비슷한 여자의 우정을 주제로 그린 작품. 원작 영화가 있는 작품이지만, 섬세한 연출이 볼만했다. 이것도 알라딘에 리류를 남겼다.


계시록  ★★☆

이것도 네플에서 엄청 광고해서 보게 됐는데, 대실망만 남긴 작품. 이것도 빡쳐서 알라딘에 리뷰를 남겼다.


카브리올레

최악의 영화 중 한편이다. 금새록 때문에 찾아본 영화인데 이건 뭐 망작이다. 하도 열받아서 알라딘에 리뷰를 남겼다.


브로큰(2025) ★★

간만에 본 하정우 주연의 영화. 조폭 영화 계열이지만 약간 색다른 소재. 시나리오에 비해 연출력이 떨어져 몰입하기 힘들었던 작품. 초반부 스토리 전개가 매우 허술하여 이후 전개는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강호령(김남길)은 도대체 왜 문영을 찾아다니는 걸까? 개연성 없는 플롯 전개를 보는 내내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영화는 끝났다. 난 이걸 왜 본 거지??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A House of Dynamite) ★★★★

넷플릭스 2025년 하반기 대작 중 하나. 유명한 배우는 죄다 나온다. 한 가지 사건(미국의 본토를 공격받는 것)을 놓고 3가지 시선에서 영화를 풀어가는 연출. 이런 영화는 이미 봐 온 것이지만, 사건 자체로 볼 가치는 충분하다. 미사일로 미국의 본토가 공격받는다는 공상적인 내용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다큐 형식의 영화. 산만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현장성을 느낄 수 있고, ‘실제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미국은 아마도 이렇게 반응하겠지라는 걸 영화적으로 잘 연출한 작품.


엑스테리토리얼 ★★★

은퇴한 전직 특수요원이 공항에서 어린 아들을 잃어버렸다가 찾는다는 얘기인데, 소재와 주제가 좀 식상한 면이 단점. 나름 의미도 있고, 개연성도 괜찮은 영화다. 주인공 잔느 거소드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본 배우인데, 연기를 꽤 잘하여 식상한 장르의 영화를 흡입력 있게 바꾸어 놓았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배우다. 참고로 엑스테리토리얼(exterritorial)은 영토밖이라는 의미.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 중 가장 재밌게 봤다. 예상을 뒤엎는 플롯 전개! 다니엘 크레이그의 연기는 보면 볼수록 놀랍다. <대홍수>를 보고 실망감을 달래기 위해 본 영화인데 진짜 비교된다. 잘 만든 영화와 못 만든 영화의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감독의 역량이 영화의 처음과 끝이라는 걸 <대홍수><웨이크 업 데드 맨>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꼭 보시라!


대홍수 ★★

재난 영화인 줄 알고 보다가 SF물을 보게 된 희대의 사기적 영화. 연출력이 형편없는 감독이 자본을 많이 가지면 어떤 영화를 생산해 내놓는지 볼 수 있는 모범적인 작품. 반전은 이렇게 형편없는 영화가 넷플 비영어권 시청률 압도적 1위 찍고 있는 이상한 영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극장판 You're next ★★★☆

<나히아> 시청자에게만 어필할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나히아를 안 보고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TV시리즈 1-2기를 압축하여 만든 극장판. 시리즈 모르고 보면 재미의 강도가 떨어질 수 있겠다. 열혈 만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선택지.

 

귀멸의 칼날 극장판 무한성편 ★★★★★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영화. 한국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역대 1위에 등극한 작품.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작품!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

연초에 방영하여 대박친 드라마. 캐릭터가 발군인 작품. 주지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드라마로 다시 보게된 배우.


나의 완벽한 비서 ★★★

내가 좋아하는 배우 이준혁이 주연으로 나온다기에 기대에 차서 본 드라마. 나름 재밌었지만 로맨스물이라 그냥저냥했다. 이준혁은 액션도 잘하지만 로맨스도 잘한다는 걸 이 드라마를 통해 입증되었다. 전천후 배우.


열혈사제 ★★★★

이 유명한 작품을 25년에야 봤다. 유쾌하고 발랄한 열혈사제 김남길을 보는 재미는 기대 이상이었다. 더군다나 여기서 금새록이라는 새로운 배우를 발견하여 여러 작품을 찾아보게 보게 된 작품.


사랑의 이해 ★★★★

<열혈사제> 이후 금새록 때문에 찾아본 작품. 예상외로 주제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작품이라 인상 깊게 봤다. 드라마 보면서 그렇게도 욕을 많이 한 건 처음이라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 드라마. 내 회화 주제의 아비투스를 완벽히 구현해 내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몰입했다는.


약한영웅 ★★★☆

<약한영웅1>을 재밌게 봤고 시즌 2를 방영한다고 해서 봤는데, 1보다는 재미의 강도가 좀 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학원 액션물은 그리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지만 그래도 액션은 볼만 했음. 


악연(카르마) ★★★★

박해수, 신민아, 이희준, 김성균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매우 스타일리쉬한 작품으로 매 에피소드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라 신선했다. 배우 이희준을 다시 보게 만든 드라마.


  ★★★☆

원작 카툰을 드라마로 각색한 작품. 배우 소지섭의 복귀작. 전작인 <회사원>과 비슷한 조폭 영화 계열. 액션의 타격감은 좋지만 줄거리는 식상한 면이 많다. <회사원>을 재밌게 봤다면 본 작품도 재밌게 볼 수 있을 듯.


트리거 ★★★☆

<열혈사제>를 재밌게 보고 김남길 주연 드라마를 찾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김남길이 주연을 맡으면 진짜 기본은 하는 거 같다. 믿고 보는 배우 리스트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 드라마 플롯 구조는 엉성하지만 시사성과 사회성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총기난사의 본질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작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

<트리거>와 비슷한 범죄물. 하지만 이 드라마는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 권일용을 모델로, 경찰청 내에서 프로파일러가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는지 보여주는 과정을 보여준다. 연쇄살인범이 어떻게 범죄를 설계하고 실행하는지 프로파일러가 범죄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결하는데, 이게 매우 신빙성 있게 연출되어 시청자로 하여금 몰입감을 선사해 준다. 드라마 초반부에 진선규가 항상 갖고 다니던 책 <마음의 사냥꾼>이 클로즈업 될 때 무척 반가웠다. 미국 유명 프로파일러 존 더글라스의 책으로, 이미 소장하고 있는 책이었기에.

은중과 상연 ★★★★

하반기에 매우 재미있게 본 작품. 두 배우가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내용이라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김고은과 박지현의 걸출한 연기가 그런 우려를 말끔히 없애 주었다. 서사와 감정이라는 가치를 이토록 잘 드려낼 수 있다니, 배우들의 연기가 참 인상 깊었다. 특히 박지현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김고은의 상대역이라 부담이 많이 될 수 있을 텐데 박지현 밖에 안보였다. 그녀의 차기작도 찾아보고 싶게 만들 정도.

고백의 대가 ★★★★

25년 하반기 대작. 전도연, 김고은, 박해수, 진선규 등 라인업이 호화 찬란하다. 드라마는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다. 간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전도연은 여전한 클래스를 보여준다. 내가 생각하는 고백의 대가가 전혀 다르게 전개되어서 그런지 더 몰입했는지도 모르겠다. 김고은은 영화 <파묘>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연기력이 일취월장하는 듯하다. <은중과 상연>의 류은중 역과 본 드라마에서 열연한 모은은 캐릭터가 완전 다른데 이질감이 전혀 없다. 캐릭터를 구현하는 그녀만의 능력이 놀랍다. 조연들의 연기도 좋다. 강추할 만한 작품.

 

 

완결을 본 것 위주로 100~300자 평을 달아봤다. 보다가 만 작품들도 많은데 완결을 못봐서 100자 평을 달지 못했다. 다만 어느 정도 평가는 가능하기에 별점만 부가해 놓기로 한다.

<미지의 서울> ★★☆,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 <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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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6-01-08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야무~님 보신 것 중에 ‘귀칼‘ 하나만 봤네요.^^; 그러고 보니 갈수록 영화나 드라마 볼 일이 생기 질 않는데 어떻해야 하죠? ㅎㅎ

yamoo 2026-01-09 10:26   좋아요 1 | URL
저두 예전에 그랬는데...지인들이 자꾸 이거 엄청나니 꼭 한 번 보라고 해서 한 두 편 보다가 나중에는 찾아서 보게 되더라구요..ㅎㅎ 엄청 재미있는 드라마가 많아요. 마힐 님두 보기시작하시면 그때부터 보게 됩니다. 우선 안보셨다면 <비밀의 숲>드라마를 꼭 봐보세요. <이태원 클라쓰>도 재밌습니다. 시간 순삭이에요..ㅎㅎ 귀칼을 재밌게 보셨다면 <비밀..>과 <이태원..>도 재밌게 보실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카스피 2026-01-08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퀴칼 하나만 본 듯 싶어요.나머지 영화나 드라마는 야무님 평점을 보면서 재미있는 것만 골라 봐야 될듯 싶어요^^

yamoo 2026-01-09 10:30   좋아요 0 | URL
귀칼 재밌으면 나중에 애니 정리한 포스팅 할 예정이니 거기서 재밌는 애니 보셔도 될 듯합니다. 넷플 영화는 좋은 작품이 별로 없고, 드라마는 너무 많아요. 작년 한 해 돌아보면 제가 아직 못 봤던 재밌는 작품도 있을 겁니다. 일단 제가 본 것 중에서 <은중과 상연>, <자백의 대가>, <악연>, <악의마음을읽는자들> 등은 재밌습니다~

페넬로페 2026-01-08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겹치지는 않지만
그 중에서 악연과 트리거, 은중과 상연을 좋게 봤어요.
악연은 욕이 많이 나와 불쾌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의 연결이 너무 좋았어요. 은중과 상연보고 아파서 고통에 시달리면 스위스로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고백의 대가도 괜찮았고요.
근데 저는 사랑의 이해는 정말 별로였어요. 완전 고구마 100개 이고 인물들도 잘 이해가 안됐어요. 그나마 금새록 캐릭터가 제일 나았어요 ㅎㅎ

stella.K 2026-01-08 20:20   좋아요 2 | URL
사랑의 이해 유연석 나오는 거 아닌가요? 저도 보다 결국 포기했는데.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더라구요. <얄미운 사랑>은 볼만했는데. 로콘데 처음에 되게 웃겨요. 뒤로 갈수록 별로 웃을 일은 줄어드는데 그래도 뭐 끝까지 보게는 하더라구요.ㅎ

페넬로페 2026-01-08 20:38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저는 그래도 끝까지 봤는데 이 사회가 아직 차별이 여전한 사실도 속상했어요. 그럼에도 문가영 배우의 캐릭터도 별로 마음에 안 들었어요.

yamoo 2026-01-09 10:33   좋아요 1 | URL
<사랑의이해>는 정말 열받는 작품이 맞아요. 그치만 자본의 위계가 감정까지 지배하는 구조를 보는 건 큰 수확이었어요. 유연석의 찌질한 연기는 정말 기가막혔습니다! 이 드라마 보고 금새록 앓이를 했을 정도에요..ㅎㅎ

잉크냄새 2026-01-08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홍수가 별 2개인데 별 1개인 카브리올레는 과연 어느 정도라는 말인가요...ㅎㅎ

yamoo 2026-01-09 10:36   좋아요 0 | URL
카브리올레는 영화도 아닙니다. 대홍수는 그래도 서사가 있고 어설픈 장르의 변주라도 있죠. 카브리올레는 플롯이 개차반이고 연출한 사람이 영화의 본질을 전혀 모르는 초보라는 걸 명확하게 증명하는 망작이에요. 이태원 클라쓰 연출하고 뜨니 영화도 쉬워보였나봅니다..ㅎㅎ

stella.K 2026-01-08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야무님도 그러시는군요. 저도 갈수록 영화는 잘 안 보게되더군요.코로나 이후로 극장도 한번도 간적이 없네요. 그저 가끔 지니 tv 무료로 보게해 주는 영화를 보죠. ㅎㅎ 대신 드라마는 챙겨보는 쪽인데 보통 12회쯤 해 버겁기도하지만 한 회씩 끊어 볼 수 있으니까 그거 생각하고 보고있죠. 볼만한 것도 넘 많고.
tv로 볼 수 없는 건 거의 못 보고 있습니다. 중증외상센터도 그렇고, 폭삭속았수다도 그렇게 재밌다는데 아직도 한번도 못 봤습니다. 언제부턴가 노희경 작가가 ott로 가는 바람에 그것도 못 보고 있습니다. 이제 그녀와도 이별인가 봅니다. ㅠ
모번택시 보십시오. 그거 괜찮던데.ㅋ

yamoo 2026-01-09 10:41   좋아요 1 | URL
올만입니다! 스텔라님~
잘 지내시고 계신지...서재에 포스팅을 거의 안하셔서 잠수타신 줄 알았습니다..ㅎㅎ

스텔라님은 영화와 드라마 많이 보시는 줄 알았는데...아니군요. 드라마 많이 보셔서 제게 추천도 해주셨는데.. 드라마 회차가 길면 보는 게 버겁기는 하죠. 8회가 깔끔한 듯합니다. 아이유 주연으로 나온 드라마...아직 못봤습니다. 폭삭 1화 보고 말았구요. 아저씨 3화 보고 말았습니다. 봐야하는데 이상하게도 손이 안가는...

모범택시는 요새 재밌게 보고 있죠. 1과 2를 엄청나게 재밌게 봐서 3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근데 좀 연출이 과한 면이 좀 있어요 억지로 끼워 맞춘 플롯에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치만 뭐 볼만하죠..ㅎㅎ

stella.K 2026-01-09 11:1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작년에 드라마 제법 봤는데 정리를 안 해서 그래요. 기록이 중요한데 습관이 무섭다고 안니까 또 안하게 되더라요. 이러면 안 되는데. ㅠ 사실 모범택시는 그냥 만화죠. 저도 왠지 시즌 3은 기대해도 될까 싶은데 일단 보기는 하려구요. 그런 만화 같은 이야기 취향이시면 <컨퍼런스 맨> 추천합니다. 전 박희순 나름 좋아하는데 주종혁이란 배우 물건이더군요. ㅋ

페크pek0501 2026-01-0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광이시군요. 부지런해야 이런 것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일단 별표가 많은 것부터 주목하겠습니다. 별표 4개의 것들.^^
 



기대에 차서 본 영화가 있다. <대홍수>. 김다미가 선택한 차기 작품이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김다미 배우 팬이기에. 거기다 박해수까지 나온다고 하니 251월부터 넷플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장장 1년이다. 넷플에 개봉한 바로 그날 나는 기대에 차서 <대홍수>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재난영화 치고 전개가 너무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중간을 지나면서 뭔가 이상했다. 어디서 본 듯한 장르의 변주. 엔딩에 가까이 갈수록 당혹감을 넘어 헛웃음까지 났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면서 괜히 봤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너무 기대감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기대하듯 나 역시 이 영화를 재난 영화로 알고 보았다. <해운대>와 얼마나 다른 영화가 될지 기대했다는 얘기. 헌데 이 영화는 재난 영화를 위장한 SF 영화였다. 그것도 'AI 학습'이라는 대담한 소재를 타임 루프와 믹스하여 내 놓은 희대의 야심작. 모성애를 AI로 학습하게 하여 미래 인류를 창조한다는 주제.

 

이 야심차고 거대한 혁신적인 주제를 구현하려 했던 게 바로 <대홍수>였다. 이걸 그럴 듯하게 영화에 담아 내려면 시나리오보다 연출력이 받쳐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도저도 안되는 잡탕이 되는데, 김병우 감독이 딱 이랬다. 영화의 개연성과 핍진성은 어디나 팔아먹었는지 영화 플롯은 널을 뛴다.

 

열연한 김다미가 아까웠다. 아이를 찾는다는 암시는 첫 사건 종결 때 김다미 대사로 나타난다. 엄청난 실패의 타임 루프는 김다미가 입은 티셔츠 숫자로 표시된다. 숫자가 만 단위를 넘어서면서 김다미는 여전사가 된다<오블리비언><엣지오브 투마로우>가 오버랩되는 건 영화를 본 모든 사람이 느끼는 지점이지 않았을까.

 

어쨌든 영화에 다량 실망하여 평점 5점을 줬다. 감독의 깜냥에 혀를 내두르며, 능력이 안 되는 감독이 엄청난 자본을 받으면 이런 작품이 탄생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앞으로 김병우라는 감독이 만든 작품은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헌데 영화를 본 이후 각종 인테넷 뉴스에 본 영화의 혹평이 다량 게재됐다. 혹평도 정도껏 하라는 기사도 떴다. 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하지만, 이렇게 못 만든 영화가 영화 리뷰 기사에 꾸준히 게재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느꼈다.

 

예상을 깨는 건 이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결과였다. <대홍수>는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비영어권 부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1.5.까지 계속 1위였다. 이렇게 허술하게 만든 영화가 넷플 비영어 부분 압도적 1위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건 뭐지?!! 그렇게도 넷플에 잘 만든 영화가 없다는 반증이가? IMDB 평가도 하위권이고 로튼토마토 지수도 형편없는데 <대홍수>가 왜 인기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 많은 사람이 시청한다고 좋은 영화는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이걸 논리학에서는 '다수의 오류'라고 한다지. 베스트셀러가 모두 좋은 책이 아닌 것처럼 시청시간이 길다고 '영화의 좋음'은 담보할 수 없다. <대홍수>는 다수의 오류에 완벽히 부합하는 영화라 아니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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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1-06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독시>에 이어 <대홍수>까지. 감독 2연타석 삼진입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 영화의 인기가 개나 소로 이어져 오히려 질적 하향을 불러오고 있지 않나 싶어요.

yamoo 2026-01-07 10:56   좋아요 0 | URL
<전독시>도 보다가 말았죠. 이 감독은 연출력이 형편없더군요. 잉크님두 두 작품 모두 보셨나봅니다. 한 작품이 뜨고 열풍이 이어지면 후광효과로 어정쩡한 작품도 흥행에는 성공하나 봅니다. 평가는 박하며 비난하지만 보긴 다 보니까요. 저도 작품의 질적하향에 대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간간히 좋은 작품 나오면 어느 정도 상쇄되겠지만 말입니다..^^;;

페크pek0501 2026-01-07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봐야겠군요.^^

yamoo 2026-01-07 18:08   좋아요 0 | URL
보세요! 김다미의 열연은 볼만합니다. 보시면 평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나는 왜 모르고 있었을까?! 이 아이템이 보니까 2024년 여름에 출시됐던데,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항상 다이소에 이 아이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많았는데...


최근에 쓰던 향수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한 달 쓰면 없어질 분량. 그렇다. 나는 향수 덕후는 아니지만 어떤 계기가 있어 향수를 쓰고 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향을 주로 산다. 싸지만 유명한 뭐 그런 거. 내가 가을부터 겨울까지 줄창 쓰는 향수는 그 유명한 엘리자베스 아덴 그린티 향수.


이 시리즈 중 라벤더 향이 가장 좋아 5년 째 주 향수로 쓰고 있다. 100밀리리터를 사면 한 3년은 쓰는 듯하다. (왜냐하면 이것저것 복수로 사용해서) 어쨌거나 내가 아주 좋아하는 향이라 계속 쓰고 있는데, 가끔 올영이나 아트박스에 가서 대박 세일을 하면 향수는 몇 가지씩 꼭 산다. (여자 향수라도 내가 좋으면 쓰는 편)



그렇게 사서 쓴 향수가 폴로와 페라리 정도. 아트박스에서는 브랜드가 기억나지 않지만 70퍼센트 세일할 때 '버버리 터치 포맨' 과 가장 비스무리한 향수 100미리를 사서 아덴 라벤더와 번갈아 쓰고 있다. 폴로도 가끔..ㅎㅎ 아! 나르시소 로드리게스도 있었구나!ㅎㅎ(아트박스에서도 향수를 십수 가지 팔고 있다! 100밀리도 꽤 많다!ㅎ)


그래서 쓰던 향수를 더 구매할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차에 점심 먹고 자주 들르던 다이소에 가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발견한 게 향수였다! 다이소에도 향수를 팔다니!! 무척 놀라 가격을 보니 1천원~5천원까지 다양하게 있는 거다. 너무 싸서 그냥 거기 있는거 하나씩 다 사왔다. 



일단 다이소에는 최근에 못보던 재밌는 아이템도 꽤 들어오는데, 부직포로 만든 테블릿 피씨 가방도 들어왔다. 첨 보는 거라 냉큼 샀다. 1천원인데 진짜 이쁘다!! 위에 손잡이 달린 것만 3천원. 이거 다른 매장에서 봤는데 하나당 만원이었다!ㅎㅎ


가방 위 향수~. 왼쪽에서 두번째 흰 상자 향수가 5천원이고 나머지 것들은 3천원이다. 상자 포장지 옆에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 향기가 적혀 있는데, 재밌는 건 뿌려보면 전혀 표기된 향기가 나지 않는다는 거...ㅎㅎ 거의 대부분이 바닐라와 머스크가 대세인 듯하다..ㅎㅎ 근데 그리 쌔지 않고 뭔가 달달한 게 섞여 있는 느낌..


시트러스 계열도 있긴 한데 이것도 금방 날아가고 언제나 바닐라 향 비슷한게 지배적이다..ㅎㅎ 벤타 우드라는 이름의 향수는 우드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방향제 향에 가깝다. 쉽게 맡을 수 있는 섬유 유연제. 언뜻 우디향이 묻어 나긴 하는데 미들과 베이스로 갈수록 우드향이 좀 나긴 나는 듯...


어쨌거나 저 4가지 향수는 조금 다른 향을 갖긴 하지만 우리가 섬유 유연제에서 맡았던 냄새와 그리 다르지 않다.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강하거나 싫지 않은 그런 향이다. 난 존 바바토스 향을 극혐하는데, 그런 향과는 거리가 멀고 아주 무난하고 대중적이라 거부감이 없다.


다이소에서 유명한 미스토도 사서 뿌리는데, 미스트보다 지속 시간히 훨씬 길긴 하다. (일단 펴퓸이다!!ㅎ) 머스키 시더나 뮤겟 바닐라의 경우 4시간 정도 지속하는 듯하다. 정말 가성비가 끝내주는 향수다. 30밀리그램에 3천원이면 거저다. 올영에서 30밀리 향수 평균 단가가 3만원 정도 하니, 진짜 비교 불가다.



맨 왼편의 에이딕트 향수. 5천원 짜리인데 완전 섬유유연제 향이 나는데 빨래한 후 옷에서 나는 향이라 이것두 거부감이 없다. 지속성은 2시간 정도. 3천원 짜리보다 지속성 면에서는 아쉽다. 펜더 파리의 경우는 진짜 국적 불명의 향이 나는데, 이것도 역시 머스크와 바닐라 향이 섞여 있어 비슷한 느낌이다. 확 다른 향은 없는 듯..



'나이브 머스크'의 경우 표기에는 다음과 같이 돼 있다. 

미들 : 자스민, 뮤겟, 로즈, 그린

베이스 : 머스크, 샌더우드, 앰버, 파츌리, 시더우드, 바닐라

위에서도 말했지만 막상 뿌려보면 자스민이나 뮤겟 향은 하나도 안 난다. (뭐 이런...ㅎㅎ) 로즈는 약간만 나고 머스크, 앰버, 바닐라 향만 느껴진다. 나이브 머스크인데 머스크가 너무 약하다.


'머시크 시더'의 경우,

탑 : 시트러스, 푸르츠

미들 : 로즈, 자스민

베이스 : 우디, 머스크

시트러스는 금새 사라지고 과일향은 나지도 않으며 로즈향만 약간 있고, 베이스에는 우디향을 느낄 수 없다. 어쨌거나 나이브 머스크와 머시키 시더는 뿌려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별 차이를 못 느낄 정도. 바로 뿌려보면 차이는 나지만 뿌리고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느낌..


개인적으로 '벤타 우드' 향이 가장 좋았는데, 역시 우드 향은 별로 맡을 수 없다는 거...ㅎ

탑 : 레몬, 베르가모트

미들 : 라벤더, 파인, 로즈, 자스민, 그린 에큐칼립스

베이스 : 앰버, 머스크, 샌달우드, 시더우드, 베티버, 바닐라

탑노트에서 레몬과 베르가모트는 금새 날라가고 라벤더, 머스크, 바닐라만 혼재된 느낌. 어쨌거나 나쁘지 않은 향이다.


'코튼 머스크'도 있는데, 이건 정말 무난하여 계속 뿌려도 질리지 않는다. 밤에 잘 때 베개와 침대 주변에 마구 뿌릴 정도.ㅎㅎ 15밀리. 퍼퓸이 아닌 미스트라 싼듯하다. 어쨌거나 올영에서 8천원 주고 산 코튼 미스트보다 좋은 듯하다. 탑에 베르가못, 미들에 네롤리와 아이리스, 베이스에 머스크인데 미들노트는 거의 없는 듯하다.ㅎㅎ



아주 작은 사이즈의 향수도 있다. 보통 견본품으로 백화점 향수 매장에서 간혹 주기도 하는 사은품 크기와 모양. 5밀리 3개. 갖고 다니면서 뿌리기 참 좋다. 1천원. 뭘바라겠는가..ㅎㅎ 향수 이름을 보라. 와일드 코지다. 싼 향수가 이름은 좀 까리한 듯..ㅎㅎ


한동안 다이소 향수로 버닝할 듯하다. 저기 있는 향수 다 합쳐 10종에 2만6천원이다. 어디서 이렇게 싸게 향수를 득템할 수 있을까? 다이소 밖에 없을 듯..ㅎㅎ 코튼과 머스크 그리고 바닐라 향기가 다이소 향수의 대세 향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ㅎㅎ


20대 들에게 완전 인기 있을 듯....향수 3개 사서 마구 뿌려도 1만원도 안된다..ㅎㅎ 다이소, 진짜 요즘 미쳤다. 향수도 팔고..ㅎㅎ 헤어 젤도 대박이었는데...ㅎㅎ 표기된 향과 따로 노는 향수. 이 불협화음이 좀 재밌다. 분명히 난 우드 향수를 샀는데, 우드 향기가 안나는 30밀리 향수...근데 싫지 않은 향기...이 재미난 조합..천원으로 즐길 수 있는 향수 놀이..^^


여러분 다이소 향수 강추합니다! 아주 무난하고 남녀 공용으로 뿌릴 수 있는 중성적 향수가 거의 다입니다요~~ 

30밀리에 3천원이면 너무 대박같다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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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2-23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향수를 좋아해서 이 글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yamoo 2025-12-23 09:27   좋아요 0 | URL
오~~다락방 님 올만입니다요!!
향수를 좋아하시는군요! 그럼 다이소 향수 써보시면 실망과 의외의 중간에서 나름 재미난 영역을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종류도 많아요..ㅎㅎ 베르가못과 레몬 그리고 장미 및 플로러 향을 구매했는데, 바닐라와 머스크에 달달한 향이 섞인게 나오는 신선한고 의외의 향을 만나 보실 수 있어요...ㅋㅋ

카스피 2025-12-23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다이소에는 안파는 것이 없네요.경기불황이다보니 다이소 판매가 많이 늘어나고 그래선지 취급하는 상품도 더 다양해 지는 것 같아요.

yamoo 2025-12-24 11:32   좋아요 0 | URL
진짜 먹는 것에서부터 이제는 향수까지 없는 게 없고....퀄러티도 상향 평준화 된듯합니다.ㅎㅎ 향수와 미스트...진짜 미친 가격이에요..ㅎㅎ

카스피 2025-12-27 00:47   좋아요 0 | URL
야무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cyrus 2025-12-25 0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찜하기’ 기능을 썼어요. 다이소에 가게 되면 야무님의 향수 리뷰 참고하려고요. ^^

yamoo 2025-12-27 10:52   좋아요 0 | URL
정말 쌉니다. 부담없이 1천원짜리 사 보시고 괜찮으면 3천원 짜리로..ㅎㅎ

페크pek0501 2025-12-28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네요. 20대에 외출시 꼭 향수를 뿌려야 하는 줄로 알던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은 사용 안 해요. 지하철을 타서 향수 냄새가 진동하면 멀리 피해 있죠. 향이 날 듯 말 듯 은은하게 퍼지는 향을 좋아합니다.^^

yamoo 2025-12-30 14:06   좋아요 2 | URL
은은하게 퍼지는 향수 딱 하나 있어요. 그리고 금방 휘발되는...저기 위 에이딕트 향수..5천원인데...이게 대박인게, 에이딕트 향수가 브랜드 지명도 가 있나봐요. 전용 사이트도 있는데 향수가 꽤 가격이 있네요. 50밀리에 3만원이 넘네요..너무 싼데 퍼퓸이라...이거 출시 되기 전에 30미리 5천원에 책정된 에이딕트가 도대체 어떤 향으로 출시될지 매우 핫했나 봅니다. 한동안 없어서 못 샀던 제품인데 1년 정도 지나니 누구라도 구입할 수 있게 풀렸나봅니다..ㅎㅎ 한 번 사서 뿌려보세요~~ 페크님!ㅎㅎ

서곡 2026-01-02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요 (다이소 정보 감사합니다 ㅋㅋ)

yamoo 2026-01-05 09:20   좋아요 1 | URL
서곡님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요!!^^
 
색의 비밀 - 색의 상징성과 사회적 의미
미셸 파스투로 지음, 전창림 옮김 / 미술문화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색채는 물리계에서 실재하지 않는다. 색채는 태양광선의 파장이 사람의 눈에 의해 인지된 우연의 산물이다. (어떻게 보면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고마운 선물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색체는 실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재하지 않는 현상들 중 하나이기에, ‘잠정적 실체라는 특성을 띠고 있다. 이 기묘한 특성으로 인해 색채는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로지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서만 감지할 수 있는 색채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곧 색채는 인간의 정서를 표출하는 하나의 상징화된 통로였다. 그래서 색채는 이성적인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서를 상징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종교, 신화, 예술, 의식 등에 중요한 상징적 메타포로서 역할을 해 왔다.”

 

2011.8.30. 나는 알라딘 페이퍼에 색체, 그 빛깔의 유혹이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위 인용은 당시 발행한 글의 일부를 가져온 것. 이걸 재인용한 이유는 이후 색채에 관계된 다양한 책들을 봤지만, 색채의 특성을 잠정적 실체라고 당시에 표현한 것보다 더 나은 표현을 찾지 못해서다. (내가 명명한 조어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기특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무엇보다 색채는 인간의 정서를 표출하는 하나의 상징화된 통로였다. 그래서 색채는 이성적인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서를 상징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종교, 신화, 예술, 의식 등에 중요한 상징적 메타포로서 역할을 해 왔다.”는 부분. 이에 부합하는 걸출한 색채에 관한 책을 만났기에, 전에 써둔 페이퍼를 호출할 수밖에 없었던 거.

 

<색의 비밀>(미술문화, 2003)은 색에 관계된 문화사 책 가운데 아주 유용하고 걸출한 책이다. 무척 쉽게 서술되어 있지만, 그 밀도는 만만치 않다. 역사적으로 서구 문화권에서 색(Color)이 종교, 예술, 의식, 생활, 스포츠 등 중요한 상징적 메타포로서 그 사회적 의미를 어떻게 확장해 왔는지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 색에 대해서 우리가 몰랐던 내용들이 부지기수로 쏟아지는 책이다.

 

저자 미셀파스투로는 <파랑의 역사>로 널리 알려진 문장학과 상징학의 거두이다.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 <사과의 상징적 역사>, <문장학 개론> 등 국내에 번역 소개된 책들이 다수이기에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서양 상징사의 대가. 본 책은 대가가 풀어 설명해 주는 색에 대한 상징과 의미의 역사적 스케치이다. (스케치일 수밖에 없는 게 설명이 너무 간략해서)

 

이 책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내용이 무척 많은데, 일단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보색 관계는 출현한 지 얼마 안 됐다는 거. 보통 미술 시간에 빨강색의 보색은 청록색(또는 녹색)이라 배우고, 노랑색의 보색은 보라색이라고 배우지만 중세 시대 빨강의 보색은 흰색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많지 않다. [옛날의 색채 계단은 스펙트럼의 순서대로가 아니라(뉴턴의 실험이 행해진 것은 17세기 후반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 양단에 백과 흑이 오는 배열이었다(적색이 한가운데 있을 것이다). (p187]

 

“18세기까지 녹색이 빨강의 반대 색으로 생각되었던 적은 전혀 없었다. 빨강에는 흰색(원시시대 이래)과 파랑(12~13세기 이후)이라는 두 개의 반대색이 있다. 서구 세계에서 최초로 녹색을 빨강의 반대색으로 여기게 만든 것은 1750~1850년 사이에 출현한 원색과 보색에 관한 색채 이론이었다. 이 이론에 의해 빨강이 원색의 지위를 차지하고 색상환에서 녹색이 빨강의 보색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p99)

 

색은 역사적이고도 문화적인 그 시대의 산물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색의 의미는 과거와는 아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녹색은 교통표지판이나 병원(또는 약국) 그리고 기분을 차분하게 하는 벽지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린에 대한 이미지는 현재 매우 우호적이어서 그린색을 좋아한다고 하면 의례 평화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옛날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중세부터 이미 녹색은 악마의 색이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색을 피했다. 그러나 녹색은 오히려 행운도 상징한다. 녹색은 양면성 즉 행운과 불행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녹색은 요행수가 작용하는 상황이나 의식과 연결된다. 적어도 16세기부터 도박판은 녹색이며,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장도 그렇다. (탁구대, 축구장을 생각해 보라!)” (pp32-33)

 

재미있는 내용도 있다. 색 중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색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파란색이 나온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색 선호도 조사에서 서유럽, 미국, 캐나다에서도 항상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파랑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니 좋아하는 색은 다수가 좋아하는 색인 듯하다.

 

하지만 가장 혐오스러운 색에 대해서는 각자가 다르지 않을까? 어떤 이는 검정색이라고 할 수 있고 , 어떤 이는 베이색이라고(특히 내 어머니)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 이 질문의 답에 대해서는 거의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대체로 황색과 녹색, 갈색의 중간쯤 되는 색이다. 이 색을 옛날에는 거의 똥색이라고 불렀고 최근에는 카키’, 현재는 겨자색이라고 부른다.” (p44)

 

웨딩드레스 이야기도 나온다. 개인적으로 하얀 웨딩드레스가 언제부터 출현했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비교적 최근까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 전의 행실이 순결했음을 선언하는 수단이었다. (중략) 그러나 유럽의 젊은 여성이 옛날부터 항상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것은 아니다. 이 유행은 18세기 말 이후에야 출현한 현상으로, 이것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19세기에 이르러 개혁적인 프로테스탄트와 반개혁적인 가톨릭의 두 고전적 가치체계가 결합하여 이른바 부르주아적 가치관이 탄생했을 때부터였다.” (p171)

 

식품과 색의 관계에 대해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식품산업에서 사용하지 않는 색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연 식품과 식습관을 통해서 노랑, 녹색, 하양, 빨강 등의 색을 식품에 사용해 왔다. 검정색 계열에 속하는 식물은 드물기는 해도 존재하고는 있다. 그러나 파랑색 계열의 식물은 전혀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파랑은 일반적으로 의약품(정신안정제나 수면제)”에 한정되어 있지, 식품산업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pp178-179)

 

책의 부제는 색의 상징성과 사회적 의미이다. 미셸 파스투로가 다채롭게 풀어내는 색에 대한 상징과 사회적 의미는 실로 재미있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면이 다분하다. 사전 형식을 취하는 책이어서 그런지 내게는 윤덕노의 <음식 잡학 사전>처럼 나만 몰래 보고 싶은 책이다. '색(컬러)'에 관계된 책을 많이 읽어 왔지만, 색에 대해서 파스투로만큼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저자는 거의 못 본듯싶다.

 

“‘빨강, 파랑, 검정, 하양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즉시 이러한 색을 가진 사물을 보여 줄 것이다. 그러나 색을 나타내고 있는 그 단어들의 더 깊은 의미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색채론>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이 쉽지 않은 일을 파스투로는 이 책을 통해 아주 성공적으로 해 냈다. 책을 즐겨 읽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책을 만나는 건 축복이다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 행운을 이 페이퍼를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 드린다. ()

 

 

[]

색은 문화적 소산으로 사람이 지각하지 않으면, 즉 눈에 보일 뿐만 아니라 특히 뇌, 기억이나 인식 능력 혹은 상상력으로 해독되지 않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간주된다. 보이지 않는 색은 존재하지 않는 색이다.” 이 책 61페이지에 나온 대목이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2011.8.30.자 발행한 페이퍼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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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5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15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건 뭔가?!

서재 들어와서 떡 하니 떠 있는 서재의 달인 엠블럼.

오늘 내 서재에 들어와 처음 봤다!!

도대체 나같이 게으른 사람이 서재의 달인이라니..


올 해 선정은 뭔가 좀 이상하다. 내가 달인에 선정될 정도로 열심히 알라딘 서재에 글을 썼나? 전혀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서재의 달인에 선정된 것일까? 정말 이상하고도 오묘하고 알쏭달쏭하다.


근데, 뭐 서재의 달인 선정은 내 소관이 아니기에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게 아닌 거라, 아주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ㅎㅎ


그러고 보니 12월이고, 그제는 한 모임의 송년회에 다녀왔다. 정말 한 해가 저무는 느낌. 그와중에 보게 된 서재의 달인 엠블럼. 처음 든 뜨악한 생각이 점점 흐믓함으로 변해간다.


올 해는 지난 달 11월 15일 모던아트대상전 특별상(동상)을 수상한 것으로 공모를 마무리했다. 개인전은 8월에 했는데 개인전 주제로 작업한 작품을 시도전 3곳 및 민전 2곳에 응모했는데 모두 입상했다. 


맨날 입특선만 해서 좀 서운했는데 마지막 모던아트대상전에서 본상을 수상해 아쉬움을 풀었다. 작품도 꽤 팔렸고. 올해도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한다.


알라딘 서재에서도 뜻하지 않은 '서재의 달인' 선정이라니...2008년 8월 3일 알라딘 서재를 오픈해 첫 리뷰(카프카의 변신 시골의사)를 쓴 이래 처음 선정된 서재의 달인. 돌이켜 생각해 보니 참 긴 시간이긴 하다. 


항상 뭔가 하다가 그만두고 했는데, 이렇게 꾸준히 뭔가를 해 오고 있는게 좀 신기하다. 얼떨결에 선정된 서재의 달인...자축이나 하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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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5-12-08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yamoo 2025-12-08 17: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런 축하인사 받기는 처음이라 좀 이상허네요..ㅎㅎ

딸기홀릭 2025-12-08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yamoo 2025-12-08 17:47   좋아요 0 | URL
제가 서재의 달인이라뉘....서재질 하면서 한번도 선정 안될 줄 알았습니다.ㅎㅎ 22년보다 활동이 더 미미했는데, 선정되다니...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요..ㅎㅎ
워쨌든 축하인사, 감사합니다!^^

마힐 2025-12-09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yamoo 2025-12-09 09:39   좋아요 1 | URL
거의 기대를 안하고 있어서 그런지 축하받는 게 정말 생소합니다..^^
암튼 감사합니다!ㅎㅎ

페넬로페 2025-12-09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본상 수상하신것도요.

yamoo 2025-12-09 09:41   좋아요 1 | URL
얼떨결에 되서 축하받는 기분이 참 오묘합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본상 수상은 처음이라 대회는 주최측의 의도가 엄청 중요하다는 걸 다시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5-12-09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에 처음 뽑히셨다니 자축하실 만합니다.
뭔가 꾸준히 한다는 건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여깁니다. 저도 사실 믿을 건 꾸준함의 힘밖에 없는 것 같아 꾸준함을 발휘해 보려 합니다. 서재의 달인, 에 등극하신 것 축하합니다!!!

yamoo 2025-12-09 15:06   좋아요 0 | URL
페크님은 글쓰기와 책읽기를 정말 꾸준히 하시는 듯합니다. 이런 서재나 블로그 하는 데 최고의 덕목...저는 그런 면에서 좀 꾸준함이 많이 부족합니다. 뜨문 뜨문 해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려던 것이 여기까지 왔는데...사실 글은 22년이 더 많이 썼어요. 헌데 요상하게도 올해만 서저의 달인이 됐네요..ㅎㅎ

감사합니다! 페크님^^

그레이스 2025-12-09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제가 미술사 모임에서 회원들에게 서재에 올리신 그림 보여줬더니,,, 다들 너무 좋다고 하네요.
그중 한 분은 미술전공이신데,,정말 좋다고 해서, 제 눈도 인정받았습니다.
축하드려요 ~~

yamoo 2025-12-09 17:55   좋아요 1 | URL
와우~!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헌데 그 그림이 뭘까요?? 개인전 할 때 대표 그림 2점 올린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쨌거나 개인전을 위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걸로 올해 응모한 5곳 모두에서 입상했기에 올 해도 일보 전진했다고 자평합니다. 항상 관심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2025-12-09 18:42   좋아요 0 | URL
개인전 그림도, 좀더 전에 그리신 유화도 ,,,
사실 회원분이 그림 다시 시작하는 걸 고민하시기에, 갑자기 생각나서, 보여드렸어요^^

잉크냄새 2025-12-09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도 처음 선정되었는데 느끼시는 감정이 비슷하네요. 겨우 30 여편의 리뷰와 페이퍼가 전부인데, 너무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 그래도 나쁘지 않은 기분. ㅎㅎ

yamoo 2025-12-10 10:48   좋아요 0 | URL
저는 아얘 이런 거 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22년이 25년보다 훨씬 많이 썼거든요~ 그래도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는 분들 분량에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분량이었습니다. 헌데 올해는 정말 좀 예외적인 선정이었던듯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요..^^;;

모나리자 2025-12-09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에 선정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
저도 처음 됐을 때 기뻤습니다.
엠블럼은 글쓰기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yamoo 2025-12-10 10:52   좋아요 1 | URL
약간 놀라울 뿐 기뻤다는 느낌은 별로 안들더라구요. 이달의 당선작 선정과 아주 유사한 기분입니다. 되면 기쁘지는 않은데, 적립금이 들어와 책을 주문할 수 있다는 약간의 공짜 심리??ㅎㅎ 헌데 당선이 안되면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서재의 달인 선정도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러니 내년에는 올해보다 좀 더 적게 쓸 생각입니다요..ㅎㅎ

근데 또 모르죠. 갑자기 1일 1그림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여기에 포스팅할지도...그럼 내년엔 무조건 서재의 달인 선정 되것지요..ㅎㅎ

cyrus 2025-12-14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막바지에 상복이 터졌네요. 본상 수상과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

yamoo 2025-12-15 07:10   좋아요 0 | URL
시간이 가고....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ㅎㅎ 결과론적이지만...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