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훌륭한 군인>(문예출판사, 2013)을 읽고 비판적 리뷰를 섰다. 작가의 오리엔탈리즘적 인식과 비윤리성에 대한 것에 초점을 맞췄는데, 물론 페미니즘적 관점에서도 비판의 십자포화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어마무시했다.

 


그래서 그 핵심, 그러니까이 소설에서 불륜이 왜 일어났는지 나름 생각해 보고 작품 속에서 동인을 찾아봤는데, 이건 뭐 너무나 당연한 거라 맥이 빠진다. 오래 전 데이비드 흄이 <인간오성론>에서 설파한 바로 그 내용이기에.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는 타자를 알 수 없다는 거(아마도 이 생각을 철학적으로 논한 사람은 흄이 처음이지 않을까 한다).

 

이 내용이 174페이지 나와 있다.

 

이 세상 그 누가 다른 사람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 그 누가 다른 사람의 마음 또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이 대강 어떻게 행동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모든 경우에 어떻게 행동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럴 수 없다면 성격이라는 말은 아무에게도 소용이 없다. 플로렌스가 파리에서 고용했던 하녀가 그런 경우다. 우리는 상인들에게 지불할 돈을 그녀에게 백지수표로 맡기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반지를 훔쳤던 것이다. 우리는 그녀가 그런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고, 그녀 자신도 자신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에드워드 애쉬버넘도 그런 경우이리라. (p174)

 

이 소설에서 이 부분만큼 중요한 부분이 있을까? 회상의 주체 존 다우얼이 애쉬버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는 부분이고, 이 생각은 소설 끝까지 변치 않고 다우얼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는 부분이다. 그를 담고 싶고 그처럼 여자들을 사귀고 싶지만 비주얼적으로 전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다우얼에게 에쉬버넘은 그의 대리자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든다. 


물론 애쉬버넘과 레오노라 다우얼과 프롤렌스 모두 서로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결혼했고, 또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상대를 알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노력해서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방을 이해는 할 수 있는데, 오해가 잘못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결국에는 파국에 이르는....뭐, 인간사가 거의가 그렇겠지만..


역시나 다시 정리해봐도 진부한 주제다.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결혼 생활은 결국은 파국'이라는..

 

 

* 요즘 대작위주로 작업을 진행하기에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고 여기에글을 쓸 시간도 거의 없어요. 8월 이후 작업의 결과물에 대해서 보고 형식으로 페이퍼를 양산할 거 같은데, 그 전까지는 여력이 없네요. 다른 서재 방문도 여력이 안 되고...여러모로 서재활동이 뜸할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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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5-20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작!
기대합니다~~

yamoo 2023-05-22 09:46   좋아요 1 | URL
대작 6월 말까지 40호 그림 5개를 그릴 듯합니다.
현재 20호 1개 40호 2개 그렸네요...큰 그림이 작은 그림보다 쉽긴한데 구도 잡기가 작은 그림보다 힘든 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5-20 1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명작을 읽다 보면 같은 이야기가 표현만 다르게 쓴 문장들을 만나요. 기대기대!!!

yamoo 2023-05-22 09:48   좋아요 1 | URL
그쵸~
인간사에 대한 주제는 비슷비슷하고, 이야기도 비슷한데 문체와 구성 그리고 나라별 문화적 차이가 다름의 양상인듯합니다..ㅎㅎ

기대하셔도 좋을 듯합니다!!ㅎㅎ
 

어느 순간부터 신간을 거의 사지 않고 있습니다. 정기적인 신간 구매는 올재 클래식이 발매될 때만 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중고서점을 둘러보다가 구매합니다. 알라딘 중고서점뿐만 아니라 황학동, 낙성대, 신림, 천호 등 시간 날 때마다 중고서점을 찾아갑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책이 탑으로 쌓이고, 그 중에서 걸출한 책들을 골라왔다는데 뿌듯함을 느낍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보면 미친 지랄도 가지가지 한다고 할 것입니다. 누렇게 뜬 책들을 보고 히죽히죽 웃거나 더러운 책을 스담스담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지요. 하지만 책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가 하는 행동에 충분히 공감을 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수집가는 수집가를 알아보죠.   

 

책이 쌓이니, 당장 읽지는 못해도(지금은 베르그손의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읽을 만한 걸출한 책들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합니다. 이런 책들이 왜 지속적으로 발간되지 못하고 대부분 절판되고 있는지 참으로 의아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계속 출간되는 책이 있지요. 복잔 되는 책도 있습니다.) 좋은 책인데 말이죠. 다시 재판되면(절판된 책들) 장정을 갈아입고 매우 비싼 가격을 몸에 달고 나올 거 같습니다. 이미 검증되고 있는 현상.       

 

이 페이퍼는 이런 책들에 대한 소개 내지 ‘자랑질’ 정도가 되겠습니다. 읽은 지 오래 되었고, 스담스담했던 책이라 자랑질은 충분히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본격적으로 다시 읽는 건 올 겨울이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뭐, 신간 마실은 서점에서 둘러보고 혹하는 책들을 즉시 살 수 있지만, 절판된 걸출한 책들은 당장 구할 수 없는 그 희소성에 가치가 담겨 있는 듯합니다.        

 

어쨌거나, 다시 들춰봐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들입니다. 보통 2000년대 초반 출간 됐거나 10년 전에 나온 책들 중 다시 간행되는 책들이 있습니다만, 내용 변화 없이 가격만 올리는 경향이 있어 좀 거시기 합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봤다가, 중고서점에서 눈에 띠어 구매하게 된 책이 대부분. 혹시 중고서점에서 아래 책들이 보이걸랑 냉큼 구입하시면 좋겠습니다!

 

 

<세계문학비평 용어사전>, 이명섭 편저, 을유문화사, 1998

용어사전류는 어느 정도 레벨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할 책이다. 요즘 문학용어 사전들이 꽤 많이 번역‧출간되고 있는 듯하다, 그 중에서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책이 을유문화사판 <세계문학비평용어사전>이 아닐까 한다. 갖고 있는 문학용어사전 책이 몇 권 있는데, 대부분 하드커버에 어느 정도의 분량이 되기 때문에 좀 비싸다. 2만 원을 가뿐히 넘는 책이 대부분. 하지만 이 책은 정가가 12000원밖에 안 한다. 최고디! 두깨는 여타 문학용어사전과 비슷한 정도. 물론 편자가 외국 저자 책을 번역하고, 여기다가 임의적으로 용어를 추가하여 짜깁기 비슷한 책이 됐지만, 내용 자체는 꽤 좋다. 문학용어 사전 한 권 사 놓을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반드시 건져야할 아이템이라 하겠다. 중고서점에서 건지면, 5천원 미만으로 데려올 수 있어, 극강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책이다. (알라딘은 책 이미지를 확보하라! 사진찍어 올려야 하다뉘!)

 

 

 

<20대 경제생활 첫걸음>, 양석조 & 김신욱, 북스토리, 2010

흠, 이 책으로 말할 거 같으면, 자신이 실물 경제에 대해 잼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반드시 읽어 둬야할 경제 실용 지침서다. 특히 자신이 직장인이라면, 거기다가 경제에 문외한이라면 이 책보다 더 유익한 책은 없을 듯. 사회 초년생인 20대에 타겟을 맞춘 책이지만, 경제를 잘 모르는 30, 40대가 봐도 무방한, 아주 강력한 책이다. 세금(세금 적게 내는 방법), 보험(줄줄 세는 내 보험료), 연말정산, 부동산(임대체 계약에서 부동산 매매까지), 주식, 회계(회계 장부를 보고 작성하는 법), 어음, 수표 등 회사생활과 일상 경제생활에서 모르면 손해 보는 알짜 정보가 아주 옹골차게 들어찬 책!

 

 

 

 

<복식의 역사>, 블랑쉬 페인, 까치, 1997

복식사 책을 꽤 많이 들춰 봤지만, 이 책만큼 알찬 책은 드물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20세기까지 복식의 역사를 밀도 높게 알려주는 일종의 교과서. 하지만 일반 교과서처럼 딱딱하지 않다. 근데 하도 분량이 많아(글자가 깨알같이 작게 편집되어 있다) 읽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삽화도 상당수 들어가 있다! 최대한 많은 내용을 한 권에 담으려고 노력한 듯(그만큼 알찬 내용이 갑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다른 복식사 책에서는 볼 수 없는 기본적인 의류 도식이 부록으로 대거 첨부되어 있다는 점. 거지같은 편집에 비해 가독성은 좋은 편인데, 도판과 그림이 모두 흑백이라 그게 매우 아쉽다. 이 책이 올 컬로로 재단장해서 나오면 아마도 5만원은 가뿐이 넘을 듯하다.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네거트, 문학동네, 2007

커트 보네거트가 절필을 선언한 이후 발간한 에세이집. 방송인이자 작가인 스터즈 터클이 이 책이 출간되자 “하느님, 감사합니다! 다시는 책을 내지 않겠다던 보네거트가 약속을 깨뜨리게 해 주셔서.”라고 말했다니, 영미 문학계에서 보네거트의 위상을 짐작하게 해 준다. 보네거트 하면 신랄한 풍자와 품격 있는 유머 그리고 날쌘 재치로 유명한데, 이 책을 펴서 한 페이지만 읽어 보아도 보네커트에게 회자되는 저 명성이 빈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보네거트 소설을 많이 읽어 보진 못했지만, 이 에세이집은 정말 최고다! 이걸 이렇게나 늦게 만나다니...

 

 

 

 

 

<퍼스의 미완성 체계>, 정해창, 청계, 2005

쇼펜하우어, 키에르케고, 베르그손, 후설 등의 공통점은 아마도 독창적인 사상을 전개한 철학자라는 사실. 여기에 찰스 샌더스 퍼스를 올려놓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는 철학자다. 철학보다는 기호학에서 더 많이 연구되는 학자인데, 그만큼 퍼스의 인식론을 연구하는 철학자가 우리 학계에 별로 없기 때문일 거다. 어쨌든, 미국에서(지금은 세계적으로) 가장 독창적인 철학자라고 평가받는 문제의 철학자다. 사실 미국에서 철학은 건국초기부터 ‘독창’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뭘 하든 영국의 따라지신세를 면치 못했는데, 퍼스로부터 미국은 사상사에서 한 획을 긋는 철학사조를 태동하게 된다. 그게 바로 프래그머티즘. 퍼스는 프래그머티즘을 잉태시킨 시조다. 철학사 어떤 책을 펴도 미국철학은 프래그머티즘이고 이는 퍼스부터 시작한다. 이 책은 미국 철학의 ‘숨겨진 영웅’ 퍼스를 일대기부터 시작하여 중요 사상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게 훑어 주는 고마운 책이다. 퍼스 입문서로 민음사에서 출간된 <퍼스의 기호사상>(민음사, 2010)이 유명한데, 정해창 교수의 이 책이 훨씬 더 쉽고 퍼스의 체계를 넓게 조감할 수 있다. 퍼스의 사상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강추할 수 있는 책이다.

 

 

 

<장엄한 불교 경전의 세계>, 김정빈, 책이있는마을, 2005

아주 옛날, 고려원이 망했을 때 김정빈의 ‘만화로 보는 불교이야기’ 5권을 구하지 못해 땅을 치고 후회한 적이 있다. 오, 근데 고려원이 망한 후 판권이 ‘책이있는마을’로 넘어갔다 보다. ‘책이있는마을’에서 출간된 김정빈의 ‘만화로 보는 불교이야기’ 5권 세트는 배판도 커지고 편집도 산뜻해(2색 인쇄)져서 보기 시원시원하다. 내용은 고려원판과 똑같다. 이 책은 불교이야기 시리즈 중 마지막 권으로 불교 경전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만화로 된 불교 입문서 중 황금가지에서 나온 ‘만화로 보는 불교’ 시리즈와 더불어 그 체계와 내용이 매우 탁월한 교양 불교 만화다. <장엄한 불교 경전의 세계>에는 불교의 주요 경전들이 모두 다루어진다. 아함경, 법구경, 금강경, 화엄경, 법화경 등 핵심 경전을 아주 간결하게 스케치한다. 다소 깊이는 부족하지만, 교양으로 읽어두기 그만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 교양서로도 부족함이 없는 멋진 책이다~

 

 

 

 

<현대물리학의 위대한 발견들>, 에드워드 스파이어, 범양사출판부, 1998

범양사라는 출판사가 있다. 주로 과학 교양서를 주로 출간하던 출판사인데, 이곳에서 총서 시리즈로 기획한 책들이 있다. 범양사 '신과학 총서'. 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간된 이 총서는 실로 1급 이론서를 포함하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외국 석학의 과학 교양서를 잘도 선별하여 출간해 왔다. 내가 소장한 책만도 한 10여권 이상 되는데, 정말 걸출한 과학책이 많다. 아서 케슬러의 <야누스>를 비롯하여 주커브의 <춤추는 물리>, 레더만의 <쿼크에서 코스모스까지>, 부어스틴의 <발견자들 1,2,3>, 브로노프스키의 <인간등정의 발자취> 등등. 프리초프 카프라의 주저(<현대문명과 동양사상>,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들도 범양사 이 총서에 들어있던 책이다. 아쉽게도 현재는 더 이상 출간되지 않는 듯하다. 어찌됐건, 표지는 안타까울 정도로 궁하지만, 내용은 매우 빼어나다. 이 시리즈 대부분이 일정 정도의 퀄리티를 갖고 있어, 총서 명만으로 구매해도 기본은 한다. 스파이어의 이 책 역시 뉴턴 이후 물리학에서 일어났던 기념비적인 여섯 분야의 발전(파동이론, 장이론, 통계물리학, 양자론,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들을 명쾌하고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다. 상당히 난해한 이론들이지만, 일반인들도 충분히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 밀도 있지만 쉬운 물리학사 책을 찾는 이들에게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책.

 

 

 

 

<에로틱한 발>, 윌리엄 A.로시, 그린비, 2002

원제는 <The Sex Life of the Foot and Shoe>. 타이틀 밑에 부제로 ‘발과 신발의 풍속사’를 달았는데, 그냥 부제를 책 타이틀로 달았으면 좋았을 책. 문화사(풍속사)로 분류할 수 있는 책들은 대체로 읽어두면 유익하다. 이 책의 미덕은 우리 신체의 가장 외진 곳이라 할 수 있는 발에 관한 성풍속 자료가 예상외로 많다는 거. 무엇보다 저자가 성풍속 자료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어, 무게감 있는 학문적 내용에 재미와 유머가 깨알같이 섞여 있다. 그래서 책 읽는 맛이 그만. 이 책을 읽으면 여자들이 왜 실용적이고 발이 편한 신발을 신기보다 불편하지만 섹시한 구두에 발을 우겨넣고 있는지, 문화사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아내나 여자 친구가 발 아프다고 하면서 하이힐을 신는다고 타박하지 않게 됨.) 발에 관한 전문가(저자 로시는 발치료 전문의)가 들려주는 이야기라 절대 흘려들을 수 없다. 패션과 건강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발과 신발. 이에 대한 문화사적 고찰이라 일독할 가치가 충분한 책. <구두, 그 취향과 우아함의 역사>(작가정신, 2005)와 같이 읽으면 금상첨화!

 

 

 

 

<한국전통사회의 정신문화구조양상>, 정종화, 고려대출판부, 1995

이거, 아주 걸출한 책이다. 혹시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보신다면 닥치고 구매하시길! 부제가 ‘속담을 통해 본 가치관의 비교문화적 접근’. 저자인 정종화 교수는 영문과 교수이다. 영문과 교수가 한국적 가치관의 실체를 찾고자 우리나라 속담을 모아 연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한국적 성격이 어떻게 형성됐고, 남녀 관계와 기타 인간관계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모두 속담을 통해 보여준다. 영문과 교수인 만큼 영어 속담과 우리 속담과의 비교는 자연스럽게 문화적 차이로 귀결된다. 리처드 니스벳 교수의 책과 같이 보면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특히 부록으로 정리된 ‘우리 속담’, ‘외국 속담(원어 그대로 실려 있음)’과 이를 번역한 ‘외국 속담 번역’은 [간이 속담 사전]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해당 페이지를 찾으면 용례와 의미를 빠르게 찾을 수 있으니까. 정말 희귀한 학술서다!(학술서인데 재밌기까지 함) 가격적인 면에서도 대박. 정가가 8500원밖에 안 해, 4천원 미만으로 데려올 수 있다. 이 책이 재간되면 아마도 2만원은 가뿐히 넘지 않을까. (다른 인터넷 서점에는 이미지가 있는데, 왜 알라딘에는 없을까?!)

 

 

 

 

<지명으로 보는 세계사>, 21세기연구회, 시공사, 2002

이 책을 읽고 21세기연구회가 펴낸 역사서를 모두 소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명으로 알아가는 역사 지식이 매우 쏠쏠하다. “지명은 도로 한쪽에 세워진 단순한 표지판이 아니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에도 자신만의 역사가 살아 숨쉬듯 그 곳에는 수천 년 인류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명은 전쟁과 민족의 대이동, 대항해가 만든 장대한 역사의 대사전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지명에 얽힌 역사적 이력과 그 의미를 아는 재미는 이 책을 읽는 사람만의 몫일 게다. 미국의 시카고는 ‘야생 양파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이고, 아프리카의 국가 짐바브웨는 ‘커다란 돌집들’을 의미한단다. 고대의 석조 유적, 대 짐바브웨에서 따왔다고. 우리나라 제주도의 의미도 소개돼 있다. “제주도의 ‘제’는 ‘물을 건너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주’라는 행정구역의 단위를 붙여 고려왕조는 ‘바다 저편에 있는 주’라는 지리적 감각에서 제주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p120) 제주도가 고려시대에 붙여졌다는 사실은 알았는데, 저런 의미가 있는 줄을 몰랐다. 전 세계 주요 나라와 도시 그리고 강, 바다, 산맥, 민족 등등 그 명칭에 내포된 역사와 의미를 알아가는 재미는 그만이다. 읽고 나면 세계 지리와 세계 역사에 대해 막 아는 척 하고 싶어진다. 그만큼 유익한 책.

 

 

 

 

<사이언스 퍼스트>, 로버트 E. 아들러, 생각의나무, 2003

고대에서 현대까지 최초의 발견을 이루어낸 35명의 과학자를 다룬 과학사 책. 기원전 6세기 탈레스에서부터 20세기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까지 지난 2600년 동안의 멋진 과학적 사건들과 발견들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과학 교양서. 저자는 과학사 전문 저술가다. 과학자가 아닌, 네이처지에 기고하는 출판물 전문 저술가이기에, 이런 책은 이론의 깊이를 기대하면 안 된다. 하지만 밀도 높은 과학 전문 이론서는 이해하기 너무 버겁다. 그래서 핵심 과학자와 그들의 업적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이런 책이 인기 있는 건 당연한 일. 쉽게 과학사를 정리할 수 있으니까. 물론 빠진 간극은 어찌 할 수 없다. 보통 밀도 있는 과학사 책은 시대순으로 과학자 10여 명이나 10여 개의 주요 과학 원리들을 다룬다. (보통 도서관에서 확인해 보니 그렇더이다.) 400페이지 내외. 이런 책들은 읽기 쪼금 빡빡하다. 그에 비해 <청소년을 위한 과학자 이야기>(신원, 2002)같은 책은 30명의 과학자를 다루지만, 매우 쉽다. 대상이 청소년을 위한 과학사이기에. <사이언스 퍼스트>는 밀도 높은 이론서와 청소년용 과학책의 딱 중간 정도 수준인 듯. 과학 교양서로는 아주 그만인 책이다. 보통 과학자를 다룬 과학사 책은 아주 유명한 과학자들로만 채워진다. 뉴튼, 갈릴레오, 패러데이, 돌턴, 코페르니쿠스, 멘델, 왓슨, 케플러, 허블, 아인슈타인, 괴델, 라부아지에, 다윈, 플랑크 등의 학자 가운데 저자가 10여 명을 선별한다. 대체로 그렇다(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꺼내보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생소한 과학자가 꽤 많이 등장한다. 레우 키포스(우주는 원자와 공간으로 구성된다), 아리스타르코스(잊혀진 태양중심이론), 이븐 알하이삼(시각의 비밀), 안토니 반 레벤후크(미생물 탐험가), 험프리 데이비(웃음가스), 레이먼드 다트, 바바라 매클린턴, 디디에 퀼로즈, 키스 캠벨 등등. 과학사에 많이 다루어지지 않는 학자들이 꽤 포함되어 있다. 이 책과 함께 <과학의 열쇠>(교양인, 2006)을 함께 읽으면, 과학사가 손에 꽉 잡히지 않을까 한다.

 

 

 

 

<미국 문화의 몰락>, 모리스 버만, 황금가지, 2002

버만의 논의대로라면, 미국은 얼마 가지 않아 초강대국의 힘을 잃을 거다. 원제는 <The Twilight of American Culture>이고, 부제는 ‘기업의 문화 지배와 교양 문화의 종말’. 버만은 로마 제국의 몰락으로부터 미국의 운명을 예견한다. 저자는 로마의 멸망을 몇 가지로 제시하는데,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정신의 타락과 지식의 몰락’ 등이 그것이다. 버만은 이런 요인들이 미국 사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소비주의의 만연으로 일반교양 문화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그 예로 미국 엘리트 층의 처참한 교양 수준을 알린다. 버만은 1999년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제이 리노가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한다. 리노는 당시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포함되었다면서, 8개의 질문을 던졌다. 이중 가장 충격적인 질문만 거들떠보겠다. [문5. 숫자 3의 제곱은 무엇입니까? 한 학생은 27이라 답했고, 다른 학생은 6이라 답했다. / 문6. 물이 끓는 온도는? 학생 중 섭씨 46도라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 문7. 지구가 자신의 축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리노가 받은 두 가지 답변은 광년과 24개의 축. / 문8. 지구에는 달이 몇 개 있는가? 질문 받은 학생은 2,3년 전 천문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고 A학점을 받았지만 모르겠다고.] 1/5과 1/2 중 어느 것이 더 큰지 모르는 학생도 많았단다. 글을 왜 읽느냐고 되묻는 학생들도 있었다니! 이로부터 버만은 미국의 몰락이 멀지 않았다고 진단하고 있는데, 타치바나 다카시가 일본 청년을 진단한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와 그 내용이 비슷하다. 우리나라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 여튼 이 책은 아주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흥미진진하다. 아직 읽지 않은 분이라면 얼른 데리고 오시길! 알라딘 중고서점에 자주 출몰하고 있으니까~

 

 

 

 

<대중매체의 기호학>, 박정순, 나남출판, 1997

기호학에 대한 지식을 함양하고자 책을 찾다 보면 죄다 어려운 책들만 보인다. 뭐가 개론서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거. 일단 번역본은 번역 자체의 장벽 때문에 더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한길 크세주 총서 중 한권인 <기호학사>가 나름의 쉬운 입문서 구실을 한다지만, 그래도 번역서라 조금은 짜증이 날 수 있다. 우리나라 학자가 쓴 기호학 입문서를 찾아 다녔지만 계속 허탕을 쳤다. 논문 모음을 제외하고, 한 학자가 단행본으로 출간한 ‘기호학에 대한 입문서’ 구실을 하는 책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번역서와 논문 모음집을 제외하고 쉽게 정리된 '기호학 입문'서는 검색조차 안 된다. 헌데, 아주 우연히 대학 교과서 코너를 두리번거리다가 박정순 교수의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신문방송학 코너에 있는 책이라 손에 쥐기 쉽지 않았는데, 책을 열어보니 알고 싶던 내용들이 죄다 들어있던 거! 총 9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서론과 1, 2장은 안 봐도 무방. 커뮤니케이션 접근방법과 모델에 대한 내용이기에 없는 셈 쳐도 된다. 3장부터 알고 싶은 기호학 일반 이론들이 펼쳐진다. 저자는 대학원생들과 미디어 전문가를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기호학 개론서로 딱이다. 일반 기호학의 기초 개념들을 소개하고, 이 개념들이 텍스트 분석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소개하는 내용이기 때문. 3장에서 9장까지의 내용은 정말 기호학 입문에 대한 알찬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기호학이 뭔지 알고 싶은 분들은 이 책 한 권이면 한 방에 정리될 거임. 개인적으로는 기호학 이해에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됐다. <기호학으로의 초대>같은 책이 매우 빈약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이전 판 이미지도 올려주시길!)

 

 

 

 

<역사를 보는 눈>, 호리고메 요조, 개마고원, 1998

역사철학에 대한 가장 유명한 책은 아마도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일 게다. 헌데 번역으로 인해 읽기 쪼금 힘든 게 사실. 이 책을 추천해 줬다가 어렵다는 평을 하도 많이 들은지라, 이제는 좀 조심스럽다. 책과 별로 친하지 않은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역사철학 분야는 읽어 줘야 한다. 관점을 넓히기 위해서도 필요하니까. 역사철학 분야는 유명한 책이 꽤 된다. 마르크 블로크의 <역사를 위한 변명>이나 개디스의 <역사의 풍경>, 에릭 홉스봄의 혁명 3부작 등. 읽으면 매우 유익하다. 역사를 보는 자신만의 눈을 형성할 수 있기에. 하지만 읽기 만만치 않다. 호리고메 요조의 <역사를 보는 눈>은 이 모든 난관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책이다. 부제가 ‘역사를 알고, 역사를 배우려는 교양인의 필독서’인 만큼,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역사철학 입문서 구실을 한다. 이 책에는 ‘역사의 주관성과 객관성’, ‘역사의 시대구분’의 중요성, ‘역사의 필연과 우연’, ‘역사와 자연과학(역사는 과학인가)’, ‘역사와 역사관’ 등 아주 굵직굵직한 역사철학의 주요 주제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하지만 읽으면 바로바로 머리에 꽂힐 정도로 쉽다. 저자가 그만큼 내공이 아주 깊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250페이지도 안 되지만 역사철학의 주요 주제는 거의 훑을 수 있는 아주 알찬 책. 개정판도 있는데, 구판을 사는 게 유리하다. 내용이 거의 똑같기에. 중고서점에서는 3천원 미만으로 데려올 수 있으니, 완전 대박이다~(이전 판본 이미지는 왜 없는 거지??)

 

 

 

 

<세계의 종교 이야기>, 폴 발타 외, 미래M&B, 2007

보통 ‘종교 이야기’를 다룬 책을 펼치면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다다. 뭐, 종교도 서양 중심이니, 이해는 한다. 근데, 위 3종교를 다룬 책들이 너무 많다. 타이틀이 ‘세계 종교’여도 매한가지. 헌데 이 책은 진짜 세계의 모든 종교를 다루고 있다. 더군다나 사전식이라 전 세계의 모든 종교에 대한 내용을 적게나마 모두 맛볼 수 있다. 컬러풀한 그림과 사진 그리고 지도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책의 편집 디자인 역시 빼어나다. 주제와 내용 그리고 그림과 지도가 3-4페이지(많게는 6페이지) 안에서 완결되기에 가독성이 아주 좋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이외에도 불교, 자이나교, 힌두교, 유교, 도교, 조로아스터교, 부두교 등 현재 예식이 거행되는 모든 종교를 다 담고 있다. 종교뿐만 아니라 역사 이전의 신화와 샤머니즘의 세계도 알차게 조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용의 체계성이 매우 빼어나다. 종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인 신과 신자, 기도와 제례, 봉헌과 계율, 신비주의 등 보편적 종교 주제를 책 앞에 배치했다. 그 다음 고대부터 현재까지 각 종교, 민족 그리고 지역별로 신앙의 기원과 체계, 교리, 제례 등을 흥미롭게 펼쳐 나간다. 앞부분이 종교사의 총론 격이라면, 뒷부분은 각론 격이라 할 수 있겠다. 고고학 자료에 기초한 탄탄한 구성과 동작 하나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은 삽화들은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종교사 개론 책으로 이 책만큼 쉽고 체계가 잡힌 책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정말 최고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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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8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문학비평 용어사전을 책 표지로 봐선 쌍팔년에 나온 것 같아요. 요즘 출간연도가 오래된 책을 소개하는 글을 많이 보기 힘들어요. 제가 아는 분 같은 경우 블로그 활동이 뜸해져서 정보를 많이 얻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야무님이 글을 남겨주시면 고마울 따름입니다. ^^

yamoo 2016-08-20 21:46   좋아요 0 | URL
흠, 그럼 `알라딘 검색 무력화 도서` 게시판을 활성화 시켜야 겠습니다. 출간 년도가 오래 되어 검색도 안되는 책이 알라딘엔 너무 많아서요....심지어 예스와 교보에도 있는 책 정보가 알라딘에만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이런 책에 대한 정보는 별로 인기가 없는지라...쿨럭~

그래두 열심히 활성화 해 보겠어요! 불끈~~!!

고양이라디오 2016-08-18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이렇게 좋은 책들을 소개해주시다니요!!!
한꺼번에 너무 많이 소개해주셔서 감당이 안됩니다ㅠㅋ

yamoo 2016-08-20 21:47   좋아요 1 | URL
헐~~~감사합니다!
좋은 책이라 생각되시면 차근차근, 생각날 때 한 권씩 보시면 될 거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이 진정한 페이퍼입니다. 이달의당선으로 추천합니다.
신간보다는 잊혀진 좋은 책을 소개하는 페이퍼가 저는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다만, 절판된 책이 많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지명으로 보는 세계사 정말 가지고 싶네요...

yamoo 2016-08-20 21:50   좋아요 0 | URL
감솨 합니다! 곰발님~

잊힌 책에 대한 소개를 꾸준히 해야 겠습니다. 물론 절판된 책이 대부분일 거라...쫌 헛불 켤 수 있는 페이퍼(읽는 분들이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지라..--;;)가 될 수 있는 공산이 커서 우려는 있습니다. 그래두 꾸준히 올려봐야 겠슴돠!ㅎ

지명으로보는 세계사....이거 중고서점에 눈에 띄면 얼른 구하세요. 재밌고, 유익합니다!^^

릴케 현상 2016-08-1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세계비평문학용어사전은 아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장도서 중 하나예요 서재결혼식을 통해^^ 저도 자주 뒤적이는 책이 되었죠 반갑습니다

yamoo 2016-08-20 21:5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일요일의마음 님! 반갑습니다^^

오, 이명섭 편저자의 위 책을 사랑하는 분이 있다니, 신기합니다! 서재결혼식을 통해 일요일의마음 님도 자주 뒤적이는 책이 되셨다니!! 좋은 책인건 분명하군요!ㅎ 제가 한 건 한 기분이에요^^

stella.K 2016-08-1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아~! 커트 보네거트 외엔 하나도 모르겠네요.
저 <에로틱한 발> 눈에 들어오네요.
가끔 예쁜 발이 있긴 하죠. 그런데 에로틱까지는 글쎄요...
암튼 읽어보고 싶네요.^^

yamoo 2016-08-20 21:53   좋아요 0 | URL
흠...모를 수 있습니다. 출간된지 오래된 책들이니까요.
문화사에 관계된 책들은 좋은 책들이 널려있는 거 같은데, 모두 소리소문 없이 절판되고 있는 듯해요.

어쨌거나 `에로틱한 발`과 `구두, 그 취향의 역사`는 강추드립니다!^^
 

1. <행복한 죽음>, 알베르 카뮈, 청년사   나의별점: ★★★★★

<이방인>과 비슷한 내용에 동일한 주인공. 뫼르소는 끊임없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만 현실적 삶은 부조리하고 공허한 삶이 지속된다. 무엇을 하든지 뫼르소는 채워지지 않는 행복에 좌절한다. 여자에게서도 친구에게서도 그는 만족을 찾지 못했다. 살인을 하고도 잘못인지도 모르는 뫼르소. 결국 그는 그 지루한 삶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완전히 정지된 삶. 뫼르소는 그 속에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순수한 시간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뫼르소. 하지만 그걸 깨닫고 얼마 안 돼 뫼르소는 늑막염에 걸려 죽어간다. 행복한 죽음...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무거운 책.

* <행복한 죽음>은 <이방인>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창작 의도를 확인 할 수 있어 의미가 있었습니다. 카뮈에 있어 행복한 죽음이 차지하는 작품의 위치는 중요한 것이더군요. 어떻게 해서 <이방인>이 태어났는지 알 수 있었답니다. 여기 포함된 단편 에세이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두대에 대한 단상>이 특히 그렇습니다.


2. <달콤한 인생>, 최인호, 문학동네 소설집   나의별점: ★★★★

최인호가 왜 우리문단을 이끌어가고 있는 두 사람 중 한사람인지, 이 사실을 아주 명징하게 깨닫게 해 준 소설집. 평범하고도 쉬운 소설 속에 그가 담고자 하는 얘기는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문단 후배 소설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최인호는 저 멀리 등 번호를 휘날리며 잡히지 않게 멀리 뛰어간다는 말을 했었는데, 정말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다작의 작가이자 소재의 끝이 안 보이는 작가. 이제 최인호의 평가는 확실히 달라질 것 같다. 문단에서 다작의 작가라서 그런지 좀 저 평가돼 있는 인상이 짙었는데, 소설집을 읽고 보니 그의 내공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 <달콤한 인생>은 작가 최인호를 재평가 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쉽고 간결한 단편에 상당한 정도의 의미를 담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최인호의 포스가 어느 정도인지 새삼 확인 할 수 있는 귀중한 단편집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갔지만, 그가 남겨준 소설들은 작가가 살아있을 때보다 훨씬 높은 평가 속에서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겁니다~


3. <라벤더 향기>, 서하진, 문학동네 소설집   나의별점: ★★

서하진의 소설은 재미없다. 그녀 자신도 자신의 소설이 재미없음을 알고 있다. 끝까지 읽는다는 게 고통스럽다. 그런데도 이런 작품집을 그녀는 계속 쓰고 내겠다고 한다. 음....서하진은 멀리해야겠다. 이 소설집은 죄다 역전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물론 작가가 의도적으로 썼으니까 그렇겠지만 하나같이 모든 작품들의 구성이 동일하니, 많이 식상했다. 소재의 참신성은 좋았으나 재미가 없는 게 흠이다. 정말 재미가 없다. 정말!


 

 

 

 

 

4. <사람의 행동을 결정짓는 심리코드>, 베아트 샬러, 흐름출판   나의별점: ★★★★

‘은밀하게 상대를 움직이는 101가지 심리효과’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행동의 원인이 되는 심리학적 이론들을 사례에 맞게 재구성한 책이다. 응용심리학을 쉽게 소개한 책으로서 사례별로 ‘OO 효과’라는 소제목(예컨대 에펠탑 효과, 후광효과, 체스판 효과, 바비인형 효과 등)으로 80여개가 소개되어 있다. 경제학과 마케팅 그리고 광고에서 심리학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유익한 책. 깊이는 살짝 없는 게 흠이지만 여러 심리학적 내용들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어 기분 좋은 책이다.


 

 

 

 

5. <디셉션 포인트 1,2>, 댄브라운, 문학수첩    나의별점: ★★★

<천사와 악마>를 해치우고 연속해서 본 댄 브라운의 책. <천사와 악마>가 재미 면에서 다빈치코드를 뛰어넘을 만 하다고 생각하여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집어든 책이다. 한데, <디셉션포인트>는 브라운의 이전 작들과는 달리 팩션 계열이 아닌 과학첩보 계열이다. 읽으면서 많이 이질적이었다.

 북극 밀른 빙붕에서 1억5000만년전의 운석이 발견된다. 그 운석에는 고대생물의 화석이 포함되어 있다. 이 밀른 빙붕의 화석을 포함한 운석을 놓고 정치인과 과학자들이 희대의 기묘한 싸움을 시작한다. 나사의 현 체제를 옹호하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 나사를 민영화시켜 재정적자를 해결하려는 차기 대선 주자 섹스턴 상원의원. 그리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우리의 두 주인공들...

 그런데 요상한 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재미만 있다는 거. 대중소설의 전형. 하지만 댄브라운 소설 가운데 가장 실망스런 작품.

 

 


6. <수상한 식모들>, 박진규, 문학동네  나의별점:  ★

이런, 빌어먹을! 젠장! 정말 모든 부정적 탄식들을 모두 뱉어내고 싶다. 재미있고 웃긴다고 해서,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추천을 날려줘서 본건데, 재미는 무슨 개뿔! 이건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식모와 호랑아낙의 연계성도 어설퍼 보이고, 호랑아낙의 계보를 찾는 그 역사적 작업도 조잡했다. 황당한 내용에 황당한 사건 전개. 억지스런 설정에 쓴 웃음만 나올 뿐이다. 나중에 뭐가 있겠지....했는데, 끝까지 있는 건 없었다. 여튼, 읽은 책 중 최악의 책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비주류적인 작품이라고 해서 김중혁이나 박민규를 생각한 것이 너무도 크나큰 실수였음을 고백한다.


 

 

 

7. <죽은자들을위한 변호:21세기 친일문제>, 복거일, 북앤피플    나의별점: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작가 중 한명이었다. (헌데, 지금은 아니다) <비명을 찾아서>를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고, 몇몇 산문들에서 보여준 그의 비판적이고도 냉철한 시선이 꽤 신선했었다. 그래서 그의 신간이 나왔다하면 바로 구입해서 보곤 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반대를 위한 반대에 자신이 가진 모든 기를 집중하는 모양이다. 결국 그는 극단으로 종종 넘어가곤 했다. 그리고는 나와 멀어졌다. 특히 이 책 <죽은자들을위한 변호:21세기 친일문제>가 컸다. 정말 너무한다. 일본의 한국식민통치는...결국 우리 근대화의 초석이 되었고...친일파 처단은 어려운 것이니...관두자는...논리... 일본 우익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탁석산과 더불어 끊임없이 자충수를 두는 작가. 제발 좀 그만했으면...

 

 


8.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예담   나의별점: ★★★

뭐랄까, 이상한 사람들의 모음이랄까. 아주 얇은 책인데 그 내용은 만만치 않았다. 아, 짚고 넘어가야할 한 가지. 최인호님의 <달콤한 인생>에 나오는 맨 마지막 단편 <이상한 사람들>은 이 책을 표절한 게 분명하다는 거다. 의심을 넘어선 확신~! 아주 똑같은 부분도 있었다!! 전체적인 소 단편 내용도 비슷한 느낌. 모티브 자체가 너무 흡사하다. 약간 배신감 같은 것이 들더라. 뭐, 지금 생각하니 작가가 아주 작게 각주처리를 한 것 같기는 한데~  그치만 똑같이 베끼면 안되는거 아닌가..--;;


 

 

 

 

9. <내 인생을 바꾼 이 한권의 책 >, 한국사회문화연구소, 정보나라   나의별점: ★★★

명사들이 주옥같은 명작들을 한 권씩 진솔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명작에 대한 나름의 독후감을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물론 책은 문학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천가의 자서전’ 그리고 과거의 ‘역사와 교훈’을 담은 책도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명사들이 어떻게 그 책이 자기를 바꾸었는지, 자기들이 읽은 수백 권의 책 가운데 1권씩을 골라 써 낸 독후감은 충분한 의미를 갖고 다가온다. 눈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글 읽기의 자세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를 되돌아보게 하는 기본이 될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10. <카르페디엠!>, 존 블룸버그, 토네이도    나의별점:

예전에는 자게서를 참 많이도 읽었더랬다. 쉽게쉽게 한권씩 읽을 수 있어 괜찮았는데, 언제부턴가 딱 끊었다. 아마도 이 책이 내가 골라서 읽은 자게서의 마지막이었을 거다. <카르페디엠>은 제목처럼 첨엔 좀 뭔가 있는 거 같은데, 플롯 구조가 너무 작위적어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뭐, 대부분의 자게서들이 대동소이하겠지만, 이 책은 좀 심했다. 미치 앨붐 류의 자기 계발서가 인기를 끄니, 출판사가 기획회의를 통해 여기에 영합하는 책을 펴낸 느낌이다. 천사와의 대화가 최대의 아킬레스 였다. 천사가 편지를 보낸 구절은 그냥 손이 오그라드는 뭐, 그런 거. 읽으면서 애써 진부함의 쓰나미를 맛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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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0-08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수상한 식모들... 이거 제가 알라딘 처음 글 올리 때 이 리뷰 썼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삭제했지만 말입니다. 그때 제가 한 말이 이런 후진 소설을 쓰는 작가의 재능도 놀랍지만, 이 소설을 뽑아준 심사위원의 놀랄 만한 심미안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라고 쓴 기억이 나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황당한 소설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yamoo 2013-10-12 10:50   좋아요 0 | URL
오우~! 수상한 식모, 리뷰도 올렸었었군요. 삭제하셨으면 다시 올려주세요~~ 곰발님의 혹평을 보는 재미를 주시길~^^

페크pek0501 2013-10-1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데요. 좋은 건 좋다고 하고, 후진 건 후지다고 해서 솔직함이 느껴집니다.
여기서 제가 읽은 책은 없지만 다른 책으로 읽은 작가는 다섯 명이 되네요.
워낙 유명한 작가들이라서요.
잘 읽었습니다. ^^

(그런데 1번과 2번은 존대어 문체로 쓰시다가 3번부터 바뀝니다.ㅋ)

yamoo 2013-10-12 10:53   좋아요 0 | URL
원래 제 성격이 그래요..ㅎㅎ 책도 영화도 뭐든 이런 식이에요..^^;;
이건 엔날에 읽었던 책들인데, 리뷰를 정리하면서 올린 것이에요. 읽어주셔서 감솨~!

1번과 2번은 아래 별표 덧붙임이 있는데, 고것만 존대어로 썼어요. 다른 책들은 덧붙일 말이 없구요~ㅎ
예리하신 페크님^^
 

8월 중순을 넘기기 전에 적어도 읽었던 책이 뭔지는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망각 속으로 잊혀지기에..벌써 중순도 넘어가고 하순으로 가고 있다. 이런~

기억나는 건 6월부터다. 이전에는 도대체 뭘 읽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큰일났다. 예전에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베르그손 저작읽기 들어간지가 좀 됐는데, 넘 게을러서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그러다 보니 다른 책을 읽을 염두가 나지 않아 바보가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교양 총서 위주로, 특히 얄팍하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주로 읽어 왔던 거 같다. 난 단지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지난 책읽기가 좀 얄팍했던 거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ㅎ 짧게 나마 느낌이라도 정리해 둔다. (언제읽었는지 정확한 날짜 순서는 전혀 기억이 없는지라 생각나는 대로)

 

 

중세 철학의 안내서 쯤 된다. 주제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생애와 업적. 이 책은 매우 쉽고 토마스의 사상이 뭔지 일목 요연하게 알려주는 알찬 토마스 입문서이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하나님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 왜냐면 기독교는 체험의 종교니까. 토마스가 본 환상이 어쩌면 그렇게 작가 김승옥이 본 환상과 비슷한지. 절필한 이유도 비슷하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한다. 확실히. 적어도 체험한 사람에게는!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해설서. 리바이어던 입문서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원전의 핵심부분을 수록한 살림 시리즈가 가장 좋은 듯하다. 무엇보다 해당 전공자가 해설을 하여 쉽고 깊이가 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여러가지 건질 게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는 초보자에게 홉스 입문에 대한 확실한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는 거다. 아마도 홉스 입문자에게 이보다 좋은 팁은 없으리라. 저자가 영국에 홉스를 연구하러 갔을 때 먼저 리바이어던을 읽겠다고 하니 담당 영국 교수가 다음과 같이 충고해 줬다고 한다.

"그는 플라톤의 <국가>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먼저 읽도록 요구했다. 그런다음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다음에야 <리바이어던>을 읽도록 허용했다" (p20)

 

한 마디로 <리바이어던>은 쉬운 책이 아니라는 거다. 국가-정치학-군주론을 읽은 다음 읽으란다. 그래 이 책을 다 읽었으니 순서대로 봐 주는 수밖에.(사실 국가, 정치학, 군주론은 다 읽었지만 다시 순서대로 훑으면서 홉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해 봐야 겠다)

 

 

아, 이 책은 내가 만나 본 서양 미술 그림책 중에 단연 최고의 책이다. 이 책은 서양 미술 입문자와 미술 문외한들에게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아주 세련되게 가르쳐준다. 이런 책이 소리소문없이 사장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써 놓았다. 느낌은 이정도로. 반드시 구입해서 읽어보시길 모든 분들에게 강추드린다!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를 발췌한 지만지고 고전선이다. 이 시리즈의 책들은 모두 원서의 발췌번역이라 원전을 읽기 버거운 사람들에게 유익할 수 있다. 비슷한 총서로 책세상 문고 고전의 세계가 있는데, 책세상 문고본 보다 가격이 높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다만 몇 권을 같이 읽어보니, 지만지고본 번역이 대체로 훌륭했다. <창조적 진화>가 어떤 책인지 알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은 그만이다. 번역도 좋고, 원서의 가장 많이 읽히고 중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창조적 진화>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빠른 시간에 <창조적 진화>의 엑기스를 원하는 분들에게 금상첨화인 책.

 

 

베르그손 핵심 사상을 담고 있는 베르그손 철학의 정수. 철학책으로는 유일하게 192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읽고 있으면 철학서가 아니라 문학작품을 읽는 착각이 들정도로 아름다운 문장들이 널려있다는데, 번역서는 베르그손의 아름답고 완벽한 문체를 되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번역이 좋지만 중간중간 한국어 문장이라고 볼 수 없는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훌륭한 번역이다. 계속 읽어가야 할 책이라 목표를 10회독으로 잡고 있다. 고 박홍규 교수가 베르그손 강독을 하면서 베르그손 저작들은 통째로 암기해야 한다고 자주 말했다는데....충분히 그럴만하다 생각한다. 불어를 전공한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있다. 제발 번역할 때 한국어 문장에 유의하여 번역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말은 주어 동사 서술어 순이다. 줄표는 최대한 적게!

 

문지 스펙트럼 총서 우리시대의 지성 시리즈 중 5번째 책. 이 시리즈를 전부 모으고 있기 때문에 헌 책방에서 구입한 책이다. 특히 우리시대의 지성시리즈는 6권 아도르노와 현대사상을 제외하고 모두 갖고 있다. 문지스펙트럼 총서 중에서 가장 퀄러티가 뛰어난 시리즈인데, 주경철의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매우 쉽고 유익하다. 문지스펙트럼 총서 산문 시리즈 중에서 읽고 만족한 몇 권 중에 꼽을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주경철이 소개하는 서양사 명저 소개 쯤된다. 서평도 아니고 리뷰도 아닌 학부생들에게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의 책이다. 학교 강의 자료를 묶어 책으로 냈다는데, 리뷰보다 훨씬 낫다는 게 주관적인 평. 여기 수록된 책들은 그야말로 서양사상사 연구의 필독서들이다. 수록된 주된 저서들은 다음과 같다.

브로니슬라우 게레맥의 <빈민과 걸인의 역사>, 노베르트 엘리아스의 <매너의 역사>,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의 역사>, 자크 르 고프의 <연옥의 탄생>, 페르낭 블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카를로 진즈버그의 <밤의 전투>, 윌리엄 맥나일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인용이 불명확하여, 어떤 게 책의 내용이고 어떤 게 저자의 생각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거. 그것만 제외하면 아주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십자군 전쟁에 대한 책들은 꽤 많다. 두꺼운 개론서에서부터 얇은 살림 문고본까지. 정말 다양하다. 뭘 읽을까 고민하다가 책의 편집이 가장 화려해서 골라든 책이다.시공 로고스 총서. 물론 내가 컬렉션하는 책들 중 하나다.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가니 2400원에 팔고 있어 냉큼 집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책에 매우 실망했다. 사진과 도해는 나무랄데없었는데 번역이 구렸다. 시공 로고스 총서를 몇 권 읽어보니 번역이 별로 좋지 않고 채계가 없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 책은 그 단점의 결정판. 화보 보듯이 자료 감상하는 선에서 그쳐야지 많은 걸 바라면 안 돼는 그런 책.

 

추천에 의해 구입한 책이다. 와~ 이 책 완전 유익하다. 우리는 대체로 페르시아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른다. 페르시아가 중동의 어느 나라를 가르키는지 헷갈려할 때도 있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들 중 페르시아 문화를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책은 페르시아 문화에 대한 개론서이다. 관심이 없다면야 읽을 필요가 없을수도 있지만 자신의 교양을 위해서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페르시아 문화에 대해서 궁금했던 점이 아주 얇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알차게 들어있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 온 살림지식문고본 중(총서를 100여권 모으고 있고 한 70여권 읽었다)에서 그 퀄러티가 10위 안에 들 정도다. 누구에게라도 강추할 수 있는 책이다!

 

역시 살림문고본이다. 살림문고본을 열심히 사서 모으고 있다. 읽는 속도는 역시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70여권 정도 읽었다. 퀄러티가 들쭉날쭉하지만 그래도 이 문고본은 평균 이상은 한다. 이 책은 타이틀이 <유럽왕실의 탄생>이지만 애석하게도 유럽왕실이 아니라 잉글랜드 왕실의 탄생이다. 왜 책 제목을 그따위로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저자는 잉글랜드가 유럽왕실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사를 차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것이다. 영국 왕실의 역사는 거슬러 올라가면 프랑스, 스웨덴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타이틀을 달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잉글랜드 왕실의 탄생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용은 아주 유익하다. 잉글랜드 왕실이 유럽에서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역사를 알 수 있기에.

 

박신영의 <삽질정신>. 내 스마트 폰에 아주 유혹적인 광고가 떠서 구입할 요량으로 도서관에서 탐색차 본 책. 뭐, 난 모르고 있었지만 광고계에서는 꽤 유명한 친구다. 공모전의 여왕으로 불려, 공모전 상금으로만 혼수비용을 마련했다는 그녀. 하지만 책은 대실망이다. 광고 공모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팁을 준다는 게 이 책의 콘셉이었는데, 그냥 자기자랑에다가 아주~ 피상적인 얘기로 시종일관하고 있다. 자기의 노하우를 아주 힘들게 오픈했다는데, 도대체 광고 공모전에서 입상하기 위해 파워포인트 입문단계를 그리도 자세히 언급할 필요가 있는지. 여튼 뭘 건질려고 보려는 사람에게는 완전히 비추인 책이다.

참고로, 공모전의 여왕이라하길래 참가하는 대회마다 대상을 탄 줄 알았는데, 수상경력 중 동상 안에 들었던 상은 20여개 대회 중에 5개 정도 된다. 대상은 두 번. 그녀의 업적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수상 실적에 따른 자기 피알로 공모전의 여왕이라는 건 좀 무리인듯.

 

사실 이 책은 어느 서점에서 2년 전에 1000원 주고 구매한 책이다. 자계서들은 거의 사질 않는데, 새책이 너무 싸서 그냥 냉큼 샀다. 20살 근처의 후배들에게 줄 요량으로. 어찌하다 보니 그냥 책을 집에다 방치해 놓고 있었다. 얼마 전 알라딘에 책을 팔기 위해 갖고 갔었는데, 신간 40%세일이라 구매하지 않는단다. 신경질이 도져서 그냥 읽기로 했는데, 아뿔싸....이 책 정말 좋다. 20대가 아니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자계서 중에 이런 정도의 실천적 지침이 있는 책은 사실 매우 드물다. 사람마다 모두 개성과 기질이 달라 저자의 방법이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특이하고 폭넓은 경력으로 인해 저자의 조언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자인 나카지마 다카시는 현재 경영컨설턴트, 경제평론가, 저널리스트, 작가, 출판기획자 그리고 대학 및 비즈니스 스쿨 강사로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저자가 주최하는 강연과 세미나는 외국계 기업에서 폭발적인 인기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독서와 시간관리 그리고 인간관계와 프로의식에 관해서 이처럼 구체적으로 콕콕짚어 이야기하는 책은 별로 없다. 특히 20대에 유용하니 자신이 현재 사회초년생이거나 '청춘'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일독하면 매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버리지 않고 읽은 것이 대어를 낚은 느낌이다~ㅎ

 

이 책 역시 지인을 주려고 쟁여 놓았던 책인데, 정리를 하려고 펴든 책이 순식간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수집하는 매니아에게는 별로 볼 게 없는 책이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책과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을에게 책에 대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준다는 점이다.  2주에 책을 한 권 읽기 위해서 책을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구매하며, 어떻게 생각을 정리해 놓는 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통계수치상으로 우리나라에서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3천만이 넘는다. 그래서 이런 책은 필요하다. 개인 차는 있지만, 어느 순간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은 도래하기에~

역시 처분하려했던 책이 대박을 친 사례다. 자계서라고 모두 거시기한 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ㅎ

 

이거, 겁대가리를 상실하지 않고는 출간할 수 없는 책이다. 초학자가 제정신을 갖고 이런 책을 출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 비트겐슈타인을 전공한 저자가 우리나라 문학 비평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가한 책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이라 회자되는 김윤식과 김우창을 깐다. 오~~정말 용감하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책의 페이지가 넘어간다. 비판서가 실로 재미있다! 철학자 특유의 비판정신이 살아 있어 앞으로의 저작들이 기대되는 저자이다. 이런 책은 널~~리 읽혀져야 한다. 아주 널~~~리!

 

 

중동과 회교도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싶어서 펴든 책이다. 사실 이 분야의 지식의 별로 없어 좀 알아 볼 요량으로 쭉~ 읽는 와중에 <이라크의 역사>다음으로 본 책이다. 하~ 그런데, 살림문고를 그렇게 애독하고 있었지만 이 책처럼 함량미달이 책은 없는 듯하다. 저자가 정말 글을 못쓴다. 더군다나 완전 중구 난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의 나열, 그러니까 권력자들과 왕조의 나열에 불과하다. (무슨 '이란'이라는 나라 이름이 처음부터 나오는가) 살림문고라 분량상 참고 끝까지 읽었는데, 남는 건 압둘~, 모하메드~, 무함마드~, 알~ 등의 이름과 티므르조, 사파비조, 잔드조, 팔레비조 등의 왕조 이름뿐이다. 누가 무슨 나라를 세우고 또 무슨 전투에서 져서 아들 누가 어디로 도망가서 어디에서 무슨 왕조를 세우고....이런 식의 끝없는 반복. <이라크의 역사>는 짜임새가 있어 좋았는데, 이 책은 최악이었다. 재미도 드럽게 없고!

 

 

동종계열 최강의 입문서! 입문학 초학자들을 위해 학자 이름을 달고 출간된 책들이 꽤 많다. '30분에 읽는' 시리즈를 비롯하여 '한길 로로로 총서',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하룻밤지식여행'시리즈, 살림문고 시리즈 일부 등 꽤 많다. 그 중 '니체'로 검색해서 뜨는 책 중 가장 쉽고 체계있게 철학자 니체에 대해서 알려준다. 특히 니체 철학이 탄생 배경인 근대철학사가 아주 간결하게 압축되어 있는데, 이 책의 최고 장점 중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들과 저작들의 핵심 그리고 니체에게 영향을 준 철학자와 니체가 끼친 영향 등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니체 철학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부터 읽으면 니체 사상이 한 손에 잡힌다. 이런 수준의 개론서를 만나기는 정말 쉽지 않다. 가격과 분량대비 최고다.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이다.

 

김성곤 교수의 영화 에세이. 영문학자인 그가 더이상 영화평론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나의 바람과는 달리 그는 영문학 논문 뿐만 아니라 영화 에세이도 줄기차게 출간하고 있다. 가벼움과 볼거리의 대명사인 할리우드 영화를 재미로만 감상하지 말고 거기서 미국 문화의 코드를 읽으라고 넌지시 가르쳐 주는 책. 몇 몇 영화의 거슬리는 평가를 제외하고는 읽을만하다. 뭐, 잘난척하는 투의 개념들을 사용하지 않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다. 그가 할리우드 영화 속에 감추어져 있는 미국 문화의 코드들을 건져 올려 보여주는 건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쭉~~영화를 보면서 에세이를 써온 저자만의 내공이 곳곳에 담겨있다. 그런 면에서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타이틀과 내용 뭐 하나  나무랄데 없는 진중권 저서 중 갑 중의 갑. 물론 내가 읽는 그의 6권의 책들 중에서. 진중권 하면, 독설이 빠질 수 없다. 이 책 역시 매우 독설의 수위가 높은데, 그럼에도 책의 완성도는 가히 최고 수준이다. (그가 늘 하던) 보수 측에 대한 원색적 비판이지만 글의 구성이 독설에 아우라를 부여하고 있다. 젊은 날 그의 비판의식의 정수를 오롯이 담고 있다고 여겨지는 책. 왜냐하면 요즘 진중권의 책을 보면 초기 저작들보다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 드니까. 어쨌든, 이 책은 정말 강추한다!

 

 번역가들이 반드시 봐야 할 필독서다. 하지만 번역가들, 특히 프랑스 철학이나 독일 철학 번역가들은 이런 책들은 거들떠도 안 보겠지. 정말 슬픈 현실이다. 책을 보면 어떤 문장이 나쁜 문장인지 구분해서 설명해 놓았는데, 대부분 철학 번역서들의 문장들과 대동소이 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 인문 번역서들은 '쁜 문장'의 보고쯤 된다. 나쁜 문장을 찾고 싶으면 동문선 인문 시리즈 아무거나 집어들어서 아무 페이지나 펴면 몇 십개의 '나쁜 문장'들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

얄팍한 살림 문고본 이지만 좋은 우리말 구사를 위해서 필독해야할 좋은 책이다. 학생들과 인문서 번역가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역시 알라딘에서 2700원에 데려온 책이다. 현재까지 시공로고스 총서 13권 모았다. 사실 <교황의 역사>는 갑인공방에서 나온 큰 하드커버 책이 있다. 내용은 매우 체계적인데, 휴대하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이 책을 구매한 거다. 물론 좋은 그림과 사진이 갑인공방에서 출간된 것보다 훨씬 많다. 그래서 좋다. 하지만 내용은 중구난방이다. 체계있는 교황의 역사를 생각했는데, 완전 오산이었다. 그래도 초대교회와 교황과의 관계, 그리고 당시 교황들이 바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았던 건 예상치 못한 소득이었다. 번역도 그리 나쁜 거 같지 않고, 체계없이 그냥 교황의 역사를 훑는 다는 생각을 가지면 얻을 게 꽤 많은 책이다. 근데, 경험상 시공로고스총서는 해당 주제에 대한 그림과 사진을 감상하는 수준에서 그쳐야지 많은 걸 바라면 안 된다. 이것만으로도 책 값은 한다. 뒤에 추가로 붙어 있는 자료는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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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정리는 요기까지고, 나머지는 그냥 완독한 책들. 헐~ 느낌 정리도 한번에 하려니 힘들다. 아래 책 중에서 입문서인 <푸코>와 <물질과 기억>이 꽤 괜찮았다. 총서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퀄러티가 높았다는~

이번 여름 얄팍한 독서 경험으로인해 결심한 것이, 살림에서 나온 <e시대의 절대사상>시리즈와 하룻밤지식여행시리즈 그리고 30분에 읽는 시리즈를 모두 독파하기로 했다. 전에도 간간히 읽어 왔지만 교양 입문서로는 가장 쉽고 문외한들에게 실로 유익하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으니!

 

 

 

 

 

 

 

 

 

 

 

 

 

 

 

 

 

 

 

 

 

 

 

 

 

 

 

 

현재 읽고 있는 책

 

 

 

 

 

 

 

 

헤겔레스토랑은 세미나 다음 책이라 구입하긴 했는데, 세미나에 나가지 않은지 꽤 됐고 베르그손 저작 때문에 한참 후에야 읽을 거 같다..서문만 읽었는데도 숨이 막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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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3-08-22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팍해도 대부분 만만치 않은 책들이네요. 저는 읽을 엄두가 잘 나지 않는. ^^

yamoo 2013-08-23 14:44   좋아요 0 | URL
아니어요~ 얄팍해서 하루만에 해치울 수 있는 책들이어요. 위 시리즈 중에서 야클님께서 관심있어하시는 책을 뽑아 읽으시면 제 말씀이 뻥이 아니라는 걸 아실 거에요. 정말이에욤!^^

흠, 근데 관심이 없으면 읽기 지루할 것두 같네요~ 에구~

박람강기 2013-08-2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솜씨는 여전하시군요...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yamoo 2013-08-23 14:45   좋아요 0 | URL
헐~ 감사합니다. 근데, 여전하다는 말이...저를 아시는 분 같은데...뉘신지..

궁금하다궁금하다궁금하다..^^;;

박람강기 2013-08-23 16:12   좋아요 0 | URL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냥 가끔씩 들러 눈팅만 해온 팬(?)입니다..ㅎㅎ
너무 오랜만에 좋은 글 써주셔서 반가운 마음에 댓글 달았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oren 2013-08-22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께서는 저 짧은 두세 달 동안에 어쩜 저리도 다양한 책들을 읽으시는 걸까요? 그저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네요.

야무님의 글을 보니, 문득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플라톤의 '국가'가 꼼꼼하고도 세세하게 검토되었던 걸 읽은 기억도 떠오르네요. 그리고 야무님 덕분에 읽었던 베르그손의 책들도 새삼스럽구요. 저는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을 읽고 곧바로 그의 책들을 모두 샀는데, '물질과 기억',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은 아직까지 읽기를 미뤄두고 있답니다.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를 감명깊게 읽고 나서 '서평'을 꼭 써야지 하고 마음먹었다가, 그 책에 여러번 인용된 다윈의 '인간의 유래'를 읽느라 그만 놓쳐버렸어요.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는 쇼펜하우어의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라는 책 내용과 닮은 측면이 꽤 많아서(거의 명백한 '표절'이 아닐까 싶은 부분들이 많아서 너무 놀랐어요. 인터넷을 뒤져 보니 실제로 그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계시는 '철학자' 분의 글도 있더라구요) 제 개인적으로는 꽤나 놀랐던 책이었는데, 베르그손 고유의 섬광과도 같이 빛나는 통찰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참 강렬했던 것 같아요.

yamoo 2013-08-23 14:48   좋아요 0 | URL
에이~ 오렌님에 비교하면 전 얄팍한 책만 읽은 거죠.ㅎ
압도적인 두깨의 고전을 찾아 주로 읽으시는 오렌님이 전 부러울 따름이에요!

다윈의 <인간의 유래>를 다 읽으셨으면 창조적 진화의 페이퍼가 곧 올라오겠군요~ 완전 기대되는 걸요^^

근데, 쇼펜하워의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포함된 글인가요? 아님, 단행본으로 된 한나의 책인가요?? 입수해서 읽어봐야겠어서 문의드려봅니다~

oren 2013-08-23 15:48   좋아요 0 | URL
쇼펜하우어의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는 주저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보론' 격의 책이지만, 그가 주저를 발표한 이후(주저가 너무 어려워 세상 사람들이 도대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엄청난 실망 속에 절필하다시피 지내다가) 무려 17년 만에 발표한 '완전히 따로 쓰여진' 책이에요. 자연과학과 형이상학을 이어주는 사상 최초의 책이라고 평가받고 있어서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를 읽는데도 굉장한 도움을 얻었던 책이지요.

제가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 다윈의 <종의 기원>과 쇼펜하우어의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 등을 묶어서 페이퍼를 하나 쓴 게 있는데 그 글을 읽어보시면 조금 더 참고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 * *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에 관한 이야기
http://blog.aladin.co.kr/oren/6067699

yamoo 2013-08-23 18:27   좋아요 0 | URL
이럴수가~!!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이거 저번달에 도서관에서 보고 번역이 잘 돼 있어 사려고 찜해놓은 책이었어요! 김미영역자!! 근데...완전 망각..ㅠㅠ
아..점점 증상이 심해지네요~ㅜㅜ

oren 2013-08-23 21:20   좋아요 0 | URL
저 책을 직접 보시고도 깜빡 하셨다니 정말 놀랄 일이군요. ㅎㅎ

yamoo님의 말씀처럼 김미영 교수님의 번역은 정말 좋더라구요. 철학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분이고, 쇼펜하우어 철학을 깊이있게 공부한 분으로 알고 있구요. 그 분이 번역하신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라는 책도 제겐 아주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답니다. 그런데 제가 쇼펜하우어의 책들을 읽은 순서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완전히 거꾸로' 였더라구요. ㅎㅎ

쇼펜하우어의 학위논문이었던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라는 책의 소개글을 덧붙여 봅니다.

* * *

쇼펜하우어가 1813년에 완성하여 1847년에 개정·증보한 박사학위 논문으로, 인식주체의 선천적 능력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생각이 압축적으로 표현된, 그의 철학 전체의 핵심이 되는 작품이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이 논문은 그의 주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서론에 해당하는 것으로,<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읽어줄 것을 그는 독자들에게 요청한다.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는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등 앞선 철학자들이 ‘원인’과 ‘인식이유’를 구별하지 않음으로써 철학적으로 심각한 혼란이 초래되고 그것이 허구적인 신의 존재증명으로 오용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칸트를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생성, 인식, 존재, 행위라는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대해 치밀하게 논증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3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김성곤 교수는 영화책 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기는 해요...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도 꾸준히 영화에 대한 책을 내시는 것을 보면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yamoo 2013-08-23 14:50   좋아요 0 | URL
저두 발님과 같은 의견...ㅋㅋㅋㅋ
김성곤 교수가 정말 영화를 좋아하긴 하나 봅니다. 정말 영화에 대한 열정만은 대단하신거 같다는..보고 글쓰는 일도 보통일이 아닌데 말이죠. 언제 그 많은 영화를 보고 글로 옳기고, 또 영문학 책과 논문을 쓰시는지..가끔 생가하면 김성곤 교수 정말 부지런하시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5 16:46   좋아요 0 | URL
교수들은 책 안내죠. 일단 교수 되면 생활이 안정이 되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고
책보다는 논문을 써야 점수가 높잖아요. 그래서대부분은 논문에 시간을 투자한다고 하더라고요..

yamoo 2013-08-26 11:5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잡문을 책으로 묶어 내는 교수들이 있는 걸 보면...그런 교수들이 참 열심인 것 같아요. 물론 그 교수들 평가 점수 때문에 논문도 쓰는 걸 보면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이..ㅎ

강준만, 현택수, 김영식 교수 같은 사람들은 그래서 참 대단한 거 같습니다. 그 중 김성곤 교수도 포함해서요..ㅎㅎ
 

 

 자유, 인간의 소외 그리고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전경린이 가장 좋아하는 책 가운데 하나라고 해서 읽어 봤는데...재독하고 다시 음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얇은 책이지만 무게는 만만치 않은 그런 책이었죠.

 

 

 

 

 

  

 이 책의 초판이 나올 때에 대충대충 보다가 미친듯이 빠져 읽게된 책. 내가 지난 날 고민했던, 의문시했던 것이 한 편의 소설로서 보여지는 것에 놀라 감탄해 마지 않았던 책. 이 책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을 달리는데, 개인적으론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재독, 3독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2007년 부산여행 시에 같이 데려가서 읽었더랬습니다. <우리는 사랑일까>보단 투박하면서도 현학적이지만 그런 시각이 사랑을 해석하는 새로운 글쓰기로 다가 왔습니다.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던 사랑에 대한 소설책^^

 

 

 

알랭드 보통 저작의 입문서 구실을 하는 에세이집. 여러 책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를 따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느낌입니다. 이 책을 통해 알랭드 보통에 입문하시는 게 가장 좋을 듯. 이 작가의 작품의 평이 극과 극을 달리는데, 이 책을 통해 보통의 다른 저작을 읽을 지 말지를 판단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얇지만 알차다고 할까요~

 

 

 

 

 

옛날에 어느 책모임 주제도서 여서 꾸역꾸역 읽었던 책인데, 책장을 덮으면서 의외로 강한 인상을 받은 책. 나약하고 순수한 주인공이 소통의 부재로 어떻게 파멸해 가는 지 보여주는 매우 빼어난 소설입니다. 야스퍼스가 말한 `난파하는 실존`의 전형이 이 책의 주인공 요조 인거 같아 무척 몰입되었다는...무겁고  우울한 책이었지만 나름대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요조는 인간실격이었지만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지...고민하게 만들었던 책. 개인적으론 이 책에 실린 <직소>란 작품이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꽤 전에 '우리문학 알아가기'란 모임 에서 김승옥이 주제였기에 그의 산문집을 찾다가 빌려 읽게 되었는데...정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했던 책입니다. 무신론자였던 김승옥이 어떻게 신을 만나고 거듭났는지 매우 조심스럽고도 신실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크리스천들에게 강추할 수 잇는 책입니다. 신을 만나기 전 산문시대라고 하는 미발표 산문을 읽는 재미도 압권입니다. 하여간 한 편도 빠뜨릴 수 없는 글들입니다.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말까하는 작가라는 문단의 평을 뒤로하고 성경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작가 김승옥. 천재라는 그 분 산문의 절정을 느껴 볼 수 있는 귀중한 작품입니다.

 

 

 

 단재 선생님의 기념비적인 논술문을 엮은 책입니다. 고대사와 근대사에 길이 빛날 단재 선생의 주옥같은 명논문이 실려있습니다. 고사상 이두문명사/ 삼국사기 중 동서양자/ 삼국지 동이열전 교정/ 평양패수고/ 전후삼한고/ 조선 역사 일천년 제1대사건/큰 나와 작은 나/ 조선혁명선언 등 8편의 소논문으로 구성되어 잇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3편의 논설문이 아주 빼어나다는...그야말로 명불허전이라는~

 

  

 

 그리고 마지막으로..조선문화사서설, 범우문고

진짜 충격적인 책입니다. 프랑스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조선 문헌을 앍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반드시 필독해야 할 거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주옥같은 우리 책을 모르고서 지금까지 잘 도 살아온 게 부끄럽게 느껴지더군요. 모리스 쿠랑이라는 한 프랑스 인에 의해 우리 책이 소개되고 그의 같지도 않은, 그렇지만 중립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불편햇습니다. 그가 평한 '조선의 책은 좋지만 중국이나 일본 만큼은 아니다'라는 거에 반론을 제기할려고 해도 그의 문헌적 고증이 너무나 탄탄해서 쉽게 반박할 수 없는...그래서 우리 책을 좀더 연구해 봐야할 절실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서양인의 눈으로 조선의 문화, 그러니까 문자, 책, 사상, 문학 등을 서지학적 입장에서 고찰한 명저입니다. <조선 서지>라는 책의 서론 부분을 번역한 책인데 조선 서지라는 책을 반드시 구입해 읽어봐야 할 거 같습니다. 앞으로 이 책을 읽고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는 논거를 키우는게 남아있는 평생의 독서 숙제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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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01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yamoo님이다~!!!
위에서부터 쪼르륵 인간실격까지는 읽었네요.
밑에 세권은 구하기도 힘들 듯~^^

엄청 반갑네요, 잘 지내시죠?^^

yamoo 2011-03-02 22:24   좋아요 0 | URL
잘 못지네고 있네요..ㅜㅜ
알라딘 서재에 거미줄이 쳐질거 같아서뤼~

항상 관심가져주시는 나무꾼님 감사드립니다^^

stella.K 2011-03-0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만이어요. 잘 지내시죠?
조기 김승옥의 책 읽어봐야겠슴다.^^

yamoo 2011-03-02 22:25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두 오랜만이어요~ 넘 바쁘구 정신없구..그런 날이 계속되는군요..ㅜㅜ
김승옥 책 꼭 읽어보세요...스텔라님이 정말 좋아하실거 같다는~^^

따라쟁이 2011-03-08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 이 글을 이제서야 읽네요. 잘지내신거죠? 그러신거죠?

tekuppe 2011-04-2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yamoo님

오래간만이었습니다. ^±^

축구의 칼럼 이래입니다. ^±^

아, 최후의 책은 나도 읽고 싶습니다.
번역도 대단히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대학은 문학부므로.

그렇게 ….

나, 대한민국의 블로그에 들어갔습니다. ^±^
내가 본 일본의 사진을 가지고, 전해 가고 싶습니다.
번역기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한글이서투르다고 생각합니다만.^±^

2011-04-26 0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