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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야무입니다.  한 무리의 지인분들과 함께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감상했습니다. 한 분이 후기 써 달라는 부탁을 하시는 바람에 몇 자 적어봅니다.

 

사실 이 전시회를 몰랐습니다만, 우연히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고, 과천 현대미술관 사이트 들어가서 둘러보고 부랴부랴 관람했습니다. 5.4. 2시간 가량 둘러봤지만 작품이 예상보다 많아 다시 보기를 기약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다른 약속이 있었기에.

 

그리고 19일 다시 전시를 보게 되었는데, 다시 보는 그림들이었지만 처음 본듯한 작품도 있어서 역시 전시는 꼼꼼히 봐야 한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한 전시였는데, 5월이 막빠지였고 19일이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그나마 도슨트 설명을 듣는 분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4일하고는 완전히 판이한 날. 그땐 정말 관람객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추상미술 그것도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분야인데 이런 기획이 있다는 자체가 신선했습니다. 아쉽게도 추상미술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시가 아닌 기하학적 추상미술만 다루어 아쉽긴 하지만 제 작업의 출발선상에 있는 전시라 안 볼 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론 대만족. 물론 세세한 부분, 그러니까 디피 부분과 조명 부분은 참으로 아쉬웠지만(1층 옆 사진 전시관도 마찬가지) 추상미술 관련 도판에서도 거의 볼 수 없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의 추상미술은 시기적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집니다. 50년대 이전, 즉 일본 유학 중 서구 추상미술의 세례를 받은 1세대와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가 출범한 때를 기점으로 한 2세대로 말이죠.

 

사실 57년은 한국추상미술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분깃점인 해였습니다. 이 해에 현대미술가협회와 더불어 모던아트협회, 창작미술가협회, 신조형파, 백양회 등이 동시에 출현했기 때문입니다.

 

1세대가 개인 위주였다면 2세대는 이러한 협회를 위주로 단체 경향이 강하고 협회 강령을 내걸고 집단적으로 추상작품을 발표하던 시절이라, 추상 작가와 작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이때 프랑스에서 도입된 엥포르말(비정형 추상)과 더불어 미국의 모더니즘(특히 클레멘트 그린버그) 회화에 영향을 받은 다수의 작가들이 발생했는데 19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가 출범하면서 그 경향은 폭발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한국의 서양 평면은 사실주의 구상계열이 대세라 추상화 작업하는 작가들은 별로 인기가 없었습니다. 전시를 해도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고,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이번 전시회에서 전시된 작품들은 거의가 위 협회들 즉 현대미술가협회, 모던아트협회, 창작미술가협회, 신조형파, 백양회, 아방가르드협회에 소속되어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전시되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한국 미술 전시회에서 1세대부터 2세대에 이르기까지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이렇게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는 거의 없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매우 의의가 있고, 더군다나 한국 추상미술 작가들 중 50-70년대 국전에서 수상한 이름만 들어본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볼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였습니다.

 

대표적인 작가가 김인환, 변영원, 김한(1931년 함경도 출신 반추상 화가 김한이 아님), 최상철, 한영섭, 조용익, 김종일, 최종섭, 함섭, 최창홍, 문복철 등입니다.

 

한국의 대표적 기하학적 추상미술가라고하면 대체로 몇 사람 꼽습니다. 유영국, (이규상), (김환기), 한묵, 이승조, 이태현, 하종현, 서승원, 최명영, 하동철, 윤명로, 김태호 등입니다. 한국 현대미술 전시에서 이들의 작품이 빠지는 것은 별로 없죠.


(이규상과 김환기 작가를 가로 친 이유는 이규상 작가는 작품 수가 너무도 적어서, 그리고 김환기 작가는 엄밀히 말해 순수한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그린 적이 없기 때문)

 

하지만 제가 위에서 언급한 김인환 ~ 문복철 작가 등의 작품군은 전시회에서 잘 다루지 않는 작가군이고, 전시된 작품들도 실물로 보기는 처음인 작품들입니다. 특히 변영원 화백의 입체 파적인 작품(국전에 출품한 작품)은 단연 발군이었습니다.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그리기 전 초기 작품이 정말 좋았습니다.

 

전시는 1관과 2관으로 나뉘어 졌는데, 1관은 시기적으로 1세대 작가들인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의 작품을 메인으로, 하인두, 전성우, 변영원, 이상욱 등을 배치했고, 2관은 60-70년대 활동했던 2세대 작가들로 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관이 2관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1930년대 기하학적 추상이 건축 및 디자인과 연결되어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기 이전의 다양한 시도가 보기 좋았고, 책 표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1세대 추상미술가 중에서 완전한 추상을 추구한 작가는 유영국과 이규상 두 분뿐이 없습니다. 남아 있는 자료가 이를 뒷받침 해 주고 있습니다. 이 두 분은 구상 작품을 개인전이나 단체전에 선 보인 적이 없던 작가였습니다. 반면 김환기 작가는 구상에서 추상으로 이행했고 뉴욕으로 건너가 완전히 단색화 추상화가로 굳어졌죠.

 

어쨌거나 유영국과 이규상 두 분의 초기 작품들을 볼 수 있어 정말 좋았고, 무엇보다 이규상 작가의 두 점의 실물을 영접할 수 있어 광영이었습니다.

 

1-2관을 여러번 둘러보고 느낀 건 우리나라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추구한 작가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도 지금도 인기가 없었던 기하추상을 지속적으로 추구했던 작가들의 작가정신에 경의를 표했다고 할까요.

 

평론가들에 의해 한국 기하학적 추상은 정체성이 없다고 박한 평가(서양의 아류밖에 안된다)를 받고 있지만, 전시를 둘러보면 당시 작가들이 한국적 정서를 기하학적 추상에 덧입히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전시는 그 결과물을 확인하게 해 주는 자료이 보고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전시를 계기로 추상미술이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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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5-23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4월 초에 갔었어요. 저는 지금 떠올려보니 왠지 이성자 화가의 작품, 붉은 바탕에 색동 반원이 떠오르네요. 아마 이 전시에 작품이 출품된 유일한 여성 화가라서 그런가요,

yamoo 2024-05-23 15:06   좋아요 0 | URL
엣지나인 님 오랜만입니다!!

엣지나인 님두 갔다 오셨군요! 이성자 화백의 두 점은 타 추상미술 도록에도 잘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붉은 바탕에 흰 산맥들 위로 떠오른 작은 색동 반원 달의 형상들...아마 200호 쯤 되는 대작이었는데 저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맞은 편에는 한묵 화백의 작품들이 있었죠.^^

당시 여서 화가들은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잘 다루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요. 엄밀히 말하면 이성자 화백의 작품은 기하학적인긴 하지만 2백호 작품은 서정추상 쪽에 가깝습니다. 아무튼 70년대까지 한국 추상회화에서 여류화가들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기에 이번 전시에서도 이성자 화백 정도만 소개된 듯합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가 있다. 고교를 졸업하면 모두가 알 수 있는 고사다. 진나라 진시황이 죽고 호해가 즉위하자 환관 조고가 권력을 잡아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자 모든 대신들이 이에 따랐다는 이야기. 이 고사는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휘두른다는 의미로 회자되는데, 여기서 핵심은 권력을 가진자의 말(언어)’이다.

 

이와 결은 다르지만 유사한 서양 우화가 있다.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다. 이 우화는 임금이 새로운 패션을 좋아하니 사기꾼들이 그 심리를 이용하여 바보들에게는 절대 옷이 보이지 않는다고 사기를 친 거다. 방점은 사기에 있다. 임금은 바보이고 싶지 않아 벌거벗은 상태로 행진을 하고 모인 백성들은 벗은 임금을 보고 경악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나는 현대 추상미술 중 일부 작품, 그러니까 대가의 유명 작품을 보면서 지록위마와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를 떠올린다. 특히 이우환의 일부 작품과 이강소의 일부작품을 보면서 이 생각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우리는 분명 임금의 알몸을 보았지만 지록위마라고 말하는 조고와 같은 권위를 갖춘 사람들 때문에 우스꽝스럽다고(사기 친다고) 말할 수가 없다.

 

누구는 말할 것이다. 니가 현대미술을 모르니까 그런 소리를 한다고. 알면 알수록 위대한 작품인데 모르니까 니가 보는(니가 추구하는 시대에 멈추어서) 방식이 구식이라서 이해할 수 없는 거라고 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추상미술의 역사와 계보를 공부한 이후에도 이런 생각을 떨칠 수 없어서 그러는 거다. 더욱이 추상 작업을 하면서 이 생각은 굳어졌다.

 

피카소가 왜 위대하고, 추상회화에서 잭슨 폴록이 왜 그토록 유명한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위에 의해 부여된 유명세라는 사실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술을 모르더라도 사람들이 그림을 처음 본 느낌은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 여기서 말하는 진리는 단번에 느끼는 시각 이미지에 대한 아름다움에 대한 선취의식이다.

 

선취의식이라는 다분히 개념적인 어휘를 사용하였지만 쉽게 말해서 논리학의 “ab이고 bc이면 ac”라는 추론이 배우지 않아도 사람이라면 아는 진리라는 것. 이건 가르쳐서 아는 게 아니다. 초등학생 정도의 지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단숨에 아는 논리학의 대표적인 명제이다. 나는 회화라고 해서 절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내가 이글을 쓰는 목적은 소위 미술 문외한 들이 추상회화를 보고 느끼는 바로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힘주어 말하기 위해서다.

 

일명 동조의 오류라는 실험이 있다. 누구나 다 알아 널리 회자되는 실험이다. 이 실험의 핵심은 명백한 거짓인데 다수가 확실히 참이라고 하면 소수가 따라간다는 거다. 명백히 에 있는 선분이 에 있는 선분보다 훨씬 길이가 길지만, 피험자 앞의 5명이 모두 에 있는 선분이 길다고 확신에 차 말하면 6번째 피험자는 머뭇거리면서 선분이 길다고 말한다는 실험이다. 다수가 확신에 차 말하면 결국 틀린 판단을 내린다는 거다.

 

추상미술도 이도 똑같다고 본다. 미술 문외한들은 6번째 피험자들이고, 허접한 그림을 명작으로 둔갑시키는 평론가나 컬렉터들은 확신에 찬 다수자이다. 실험과 다른 점이라면 이 다수는 권위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 그러니 대가의 반열에 오른 화가가 장난처럼 그린 그림은 허접한 그림이 아니라 수십 억이 호가하는 명작이 되는 거다. 나도 똑같이 그릴 수 있지만 내 그림은 낙서에 불과하다. 난 아무도 모르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 다음 그림을 보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 그림은 202112월 갤러리 현대에서 개최된 이강소 개인전 <몽유>의 한 점이다. 이 전시의 작품들은 대부분 위 그림과 비슷하다. 본 그림은 <>라는 작품으로 작품 캡션에 ‘Emptiness-14012, 2014, Acrylic on canvas, 250 x 485 cm’로 돼 있다. 열라 큰 작품으로 개인전 작품 중 가장 큰 그림에 속한다. 이 그림을 보고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강소 개인전에서 이 그림을 본 감상자는 난해하지만 뭔가 있는 거 같고, 뭔지 모를 포스가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더구나 크기가 2미터가 넘는 대작이다. 이 그림을 처음 본 사람들 대다수가 뭔지 모르지만 대가의 작품이니 심오한 철학이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나도 그렇게 확신하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그래서 큐레이터가 친절하게도 개인전에 대한 소개글로 이강소 작품을 안내한다. 읽어 보자.

 

갤러리현대는 이강소의 개인전 몽유(夢遊, From a Dream)616일부터 81일까지 개최한다. 몽유는 작가가 1990년대 말부터 2021년까지 완성한 회화 30여 점을 엄선한 전시로, 신작을 중심으로 화가이강소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남긴 역동적인 붓질과 과감한 여백이 아름다운 대형 회화, 여러 층위로 칠한 거친 추상적 붓질과 (중략) 캔버스에 무한의 공간성을 구현한 실험적 신작 회화 등을 함께 선보인다. 이강소가 지난 20년 넘게 전개한 회화적 언어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몽유(夢遊, From a Dream)꿈속에서 놀다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 전시 제목 몽유(夢遊)’는 이강소의 철학적 세계관을 함축한 키워드이자, 그가 작품에 담고 싶은 시대적 명제라 할 수 있다. 그는 무척 자명해 보이는 이 세계가, 실은 꿈과 같다고 해석한다. “나에게 이 세계는 엄청난 신비로 가득하다. 동시에 정신 차릴 수도 없이 복잡하고 가공스럽다. 만물은 생명을 다해도 그 원소들은 없어지지 않는다. 흩어지더라도 우주의 구조와 함께 알 수 없는 인과의 생멸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생멸의 연기는 우주 저 멀리까지 펼쳐질 것이다.”(작가 노트) 어린 시절부터 학습한 동양철학과 양자역학 등에 기반을 둔 그의 이러한 통찰은 작품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있다.

 

 

어떤가? 난해하고 심오함이 해결될 거 같은가? 어린 시절부터 동양철학과 양자역학을 공부하여(양자역학이 어린 시절 공부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그런 학문인가?? 물리학의 끝판왕인 양자역학을?!) 이에 기반한 통찰이 그림에 스며들어 있단다. 아하~ 관람자들은 난해한 느낌이 소개글의 언어로 구체화되어 각인된다.

 

만약 계급장을 떼고 즉 이강소라는 이름을 떼고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장사상의 진수가 보이는가? 시대적 명제가 담겨있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주억거려지나? 그가 작가노트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형상은 전혀 동양철학의 정수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동양철학이 뭔지 명확히 명명하지도 않아서다.

 

대충 노장사상이라고 하는데, 노장은 차라리 빈 캔버스가 노장의 사상을 더 잘 보여준다. 노자의 무위자연과 장자의 사상은 인위적인 것을 배척하는 사상이기 때문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불협화음에 대가의 작품이라고 노장 운운하는 꼴을 보면 미술 전문가가 문외한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필휘지의 역동적 붓자국은 큰 붓으로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빗자루 쓸 듯 휙 그으면 누구나 그을 수 있는 선이다. 크면 뭐든 있어 보인다. 정말 2미터 캔버스를 놓고 그 위에 빗자루만한 붓으로 검은 물감을 찍어 사정없이 휙 그어보라. 저거 보다 더 멋있는 획이 그어질 거다. 근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이강소가 그은 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미술계에서 대가가 되면 그가 뭘 그리든 대작이 되는 거다. 장욱진처럼 절대 작게 그리면 안 된다. 진실이 뽀록이 나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무미건조할수록 무조건 크게 그려야 한다. 작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그린 것이지만 다수의 권위자들이 대작의 탄생을 알려준다. 누가 봐다 그냥 그린 의미없는 그림이지만 사기꾼들의 사탕발림으로 대작이 되는 거다.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너무도 멋진 옷이라고 여기저기 찬사를 늘어놓는 사기꾼들과 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사기꾼들(일명 전문가들)이 찬사를 늘어놓으면 컬렉터들과 큐레이터들 및 미술종사자들은 맞짱구를 친다. 심오한 대가의 그림은 비싼게 당연하다고 빨리 사라고 부추긴다. 동조의 오류 실험에 참가한 다수 실험자들과 같다.

 

결국 피해자는 그림 문외한인 일반인들이다. 물론 점 하나 찍어 놓고 갖은 철학을 다 갖다 붙여 어마어마한 가치를 부여한 작가는 그래서 위대하다. 사기꾼들은 남의 돈을 사기치고 잠적하지만 이 작가는 2차 경매 시장에서 주인을 바꿔가며 가격을 올린다. 계속 높은 가격을 주고도 그림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게 바로 사기를 가치로 환원시키는 대가만의 능력이다.

 

하지만 본질은 아무것도 아닌 거다. 화가가 그릴 게 없어 그냥 그린 거다. 나는 확신한다. 작가의 철학적 노트는 이 허접한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미사여구다. 물론 현대미술이 철학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도 한 몫 했다. 그래도 납득은 돼야 한다. , 모더니즘이라고 우기면 할 말이 없어지긴 하지만.

 

여하튼 현대미술은 사기다. 고 백남준이 말한 의미는 이와는 달랐지만 어쨌거나 그림은 대가라는 이름과 붙어 있는 가격표가 그 모든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 아무리 허접한 그림이라도 대가가 그리면 명작이요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 거다. 대중이 멍청한 것이 아니라 현대미술이 자본의 놀음이라는 걸 간과해서 그런 거니 참으로 거시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덧]







욘 포세의 멜랑콜리아를 완독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너무도 심판 빡침을 견뎌야 했다.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최악의 소설 탑3에 포함될 거다. 이에 왜 최악인지 조만간 리뷰로 투덜거려 보겠다. 빡침을 희석시키기 위해 먼저 화풀이 페이퍼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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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0-23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더니즘은 정말 어렵습니다 ㅜㅜ
유명해서 유명한 경우가 없진 않을거 같아요. 그런데 권위라는게 한순간에 만들어지는게 아니니 ㅎㅎ
그래서 더 어려운거 같습니다~!!

yamoo 2023-10-24 09:08   좋아요 2 | URL
미술에서 모더니즘은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합니다만...삶과 완전히 유리된 거라 미술운동사에서 이론을 위한 유파라는 인상이 짙습니다. 그래서 아방가르드와 포스트모더니즘이 나왔지만 서도..^^;;

미술은 사기와 진실이 교묘하게 혼재되어 있어 진정한 복마전 같습니다..ㅎㅎ

여울목 2023-10-24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과거에 과천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보고 항의한 적이 있었습니다.작품자체가 아닌 작가의 유명세에 의한 작품을 전시했다고 생각되었기때문입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아 28권의 서양미술대전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시대에 따라 감상했습니다.(대략 컬러도판 5500점,흑백도판 8600점)

그 결과 저는 yamoo님이 지적하는 종류의 현대 미술을 몹시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작품자체가 말을 하는게 아니라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작품을 사상이 담긴 몇 개의 용어를 이용하여서 마치 심오하다는 식의 해석을 하기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이 해석한 작품에서 본인들이 주장한 내용을 느꼈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의 자아도취 혹은 사기라고봅니다. 어쩌면 굉장히 많은 숨은 의미를 아는 것처럼 유식한 척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yamoo 2023-10-24 09:13   좋아요 0 | URL
여울목님 반가운 의견입니다. 28권의 서양미술대전집을 다 읽으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피카소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몬드리안의 추상과 그의 설명은 충분히 수긍이 가죠.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사기라는 말이 제기된 최초는 아마도 추상표현주의부터일거라 생각합니다. 이로부터 모더니즘을 거치면서 아주 심화됐죠. 추상을 위한 추상(그러니까 사조에 반대하는 사조)을 추구해서인지 사기에 가까운 작업들이 너무 많아요.

점하나 찍고 무슨...ㅎㅎ 그냥 웃고 말지요..ㅎㅎ 가격은 뭐..^^;;

호시우행 2023-10-23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벨상 수상 작가의 소설이라 한번 읽어보려 했는데, 리뷰글을 읽고 ‘뻑‘이 가네요. 그래서 ‘전문가의 오류‘라는 말도 있지요. 오류면 다행이지만 첨부터 나쁜 마음을 먹고 한 짓이면 바로 사기지요.

yamoo 2023-10-24 09:16   좋아요 0 | URL
노벨 문학상 중에서 가장 개연성이 없고 일관성도 없으며 미친소리로 채워진 작품입니다. 5페이지 짜리 단편을 300쪽이 넘는 장편으로 만든 그 해괴한 문체는 대단하긴 합니다...ㅎㅎ 이런 소설을 읽는 건 정말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아요...네~ 정말 그래요..ㅎㅎ

겨울호랑이 2023-10-24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 미술 뿐 아니라 현대 예술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작가와 감상자들 간에 널찍한 간극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작품 세계는 그렇지 않아도 어렵게 느껴지는 예술을 더 멀리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yamoo 2023-10-24 13:29   좋아요 1 | URL
현대미술이 특히 그렇죠~
근데 작가의 설명을 들어 충분히 이해할만하고 의미있다고 여겨지는 작품들은 30퍼센트 정도밖에 안되는 듯합니다. 이강소만하더라도 그의 그림 설명은 전혀 설득이 안되고 반감만 듭니다. 그냥 그렸다고 하면 될텐데...저렇게 그려놓고 그냥이라고 하면 없어보일테니...그냥 포장하는 거라 봅니다.

모더니즘이 삶과 예술을 완벽히 유리시키는데 성공했지요. 그래서 모더니즘 이후 어려워진듯합니다

stella.K 2023-10-24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술도 그렇지만 문학도 난해하게 쓰는 작품들이 있잖아요.
그런 작품이 노벨문학상 받는 거 여럿 봐온지라 저는 일단 노벨문학상에
리스트를 올린 작품은 제껴두는 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전에 욘 포세 작품 하나 읽고 빡 쳐서 팔아버렸습니다.
저는 야무님이 이 작품 좋게 읽으신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근데 노벨상 등에 업고 욘 포세 우리나라에서 잘 팔린다고 하던데
울나라 사람들 허세 작렬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책 산 사람 십중팔구는 책꽂이에 그냥 꽂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ㅋ

yamoo 2023-10-24 20:11   좋아요 1 | URL
멜랑콜리아 읽고 빡쳐서 뒤지는 줄 알았어요...읽는 시간 아까워서...
별 내용도 없고 미친 사람처럼 한 말 또하고 또하고...그리고 보니 미쳐서 정신병원에 감금되고...하~ 내용이 없어요...내용이...지루하고..이런 작품이 어떻게 노벨상을 받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빡친 포인트가 스텔라 님하고 비슷한가 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24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 일전에 댓글 달아주셔서 한 번 와봤습니다. 올려주신 글을 읽어보니 왜 yamoo님께서 심하게 빡치셨을지 조금은 짐작이 되네요 저는 미술쪽은 잘 모릅니다만 저 위에 이강소 라는 분의 그림이 어찌보면 욘 포세의 멜랑콜리아랑 비슷하게 느껴지셨을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사람이 노벨문학상 받았다는 이유 하나로 갑자기 유명해져서 어떤가 하고 책을 읽어봤는데 마치 저 이강소 님의 그림처럼 딱히 의미없어보이는 글자들의 나열처럼 느껴지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 짐작이 섣불렀을수도 있으나 올려주신 글의 맥락에 비추어 볼 때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yamoo 2023-10-25 09:14   좋아요 1 | URL
개인적으로 처음 들어본 작가가 노벨상을 받았던 적은 다수 있었습니다. 노벨상을 주는 문학심사 위원회가 선정하는 상이니 내가 모르는 작가일 확률이 높을 수 있죠. 그래서 읽어 본 바로는 대체로 좋은 작품들이 다수 였습니다만 욘 포세의 작품은 정말 예외였습니다. 주제를 구현하는 방식과 서사 구성을 통해 소설 장르가 주는 재미의 매력이 거의 없었죠. 문체는 그런대로 봐줄만했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겠죠. 문체만 좋은 작가는 널렸습니다. ㅎㅎ 지루하더라도 주제가 선명하면 그런대로 만족하는 부류이지만...이 소설은 헛소리의 성찬이고...주인공 얘기와 중간에 삽입된 비드메의 종교 얘기는 정말 뜸금없는 얘기였고 2권의 라스가 정신병원에서 고향에 돌아왔던 회고도 화가로서의 고민과 좌절을 담기에는 너무 뜬금없는 미친놈 얘기라 전혀 공감이 안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작품이었다는..

제가 빡친 이유는 시간과 돈이 낭비됐기 때문이에요. ^^;;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25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 감사합니다. yamoo님 덕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라고 하여 무조건 우러러 보는 제한된 시각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확장하여 비판적 사고도 해볼 수 있는 눈이 조금은 뜨인듯 합니다.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yamoo 2023-10-26 09:59   좋아요 1 | URL
수상작이 모두 좋은 건 아니죠.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성향과 안 맞는 작품도 있습니다. 예컨대 주제 사라마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푸르스트의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잘 쓴 작품이 좋은 작품이 아는 부류는 항상 있습니다. 노벨문학상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해 심사위원들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어 그 취향이 아니면 비판의 시각을 피할 수 없죠. 뭐 다른 예술도 매한가지라고 봅니다만..^^;;

페크pek0501 2023-10-29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가가 되면 그가 뭘 그리든 대작이 되는 거다.˝ - 좋은 의견 접수합니다!!!
궁금한 부분이었거든요.^^

yamoo 2023-10-30 22:26   좋아요 0 | URL
대가가 될때까지가 힘들지 대가가 되면 무슨 그림을 그려도 명작이 됩니다. 미술계는 명성이 최고로 중요하더라구요. 아무리 잘 그렸어도 아무리 훌륭한 그림이라도 명성이 없으면 소리없이 사라져요. 하지만 이름이 나면 허접한 그림도 잘 포장됩니다...대표적인 예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ㅎㅎ

그레이스 2023-11-07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록위마 ! 적절한 말이네요^^

yamoo 2023-11-07 18:54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럼 제가 이 포스팅을 한 게 의미가 있었네요. 아싸~~
동지들이 꽤 있으니!!^^

그레이스 2023-11-07 18:58   좋아요 0 | URL
저 아직 안읽어서 잘 모르지만 리뷰하신 내용에 지록위마가 딱이네요
샀으니 읽어는 봐얄것 같아요
가끔 수상작 중에 말씀하신 그런 작품들도 있는듯요 ^^;;
 

지난 104일은 한국파스텔화 협회에서 주관하는 제33회 파스텔화 공모전 시상식이 열린 날이다. 내 작품도 말석에 이름을 올리고 갤러리 라메르 3층 한구석을 차지했다. 평일이라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8일 가족과 함께 입상작들을 둘러보고 작품의 사진을 찍어 남겼다. 입상작들 대부분 가족이 와서 사진 찍고 관람하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사실 이 공모전에 입상할 줄은 정말 몰랐다. 파스텔화 공모전이기에 건성 파스텔로만 그려야 해서(오일파스텔 약간) 제한 사항이 있었다. 건성 파스텔로 그림을 그린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에 공모전 공고를 보고는 그냥 한 번 그려봤다. 한 번도 다뤄 본 적이 없기에 유튜브에서 건성 파스텔 그림 그리는 것 보고 바로 그려 보았다.

 

그릴 대상과 주제는 이전부터 생각해 두었던 터라 연습 삼아 A4 크기로 2, 그리고 A3 크기로 한 점을 그렸다(요 그림은 나중에 소개해 보기로 한다). 나름 생각대로 잘 나온 듯해서 다음날 바로 30호 크기(약90*70cm)에 공모전에 낼 그림을 그렸다. 이전 입상작들을 보니, 추상화도 몇 점 보여 그리긴 했다. 이게 잘 그린 그림이 아니란 걸 나는 안다. 주로 드로잉 위주였으니까. (미술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이 그림을 보여 줬는데 당장 응모하라고 해서 응모를 결정했다!ㅎㅎ)

 

그런데 공모전 요강에 드로잉 작품을 적극 권장했다. 그래서 그렸긴 했는데, 지난 3년 치 입상작들을 보고 실제 접수는 안하기로 마음먹었었다. 다들 풍경이나 정물화를 너무 잘 그렸던 거다. 보통 파스텔화는 커 봐야 A3 크기인데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크기는 가로 90에 세로 70센티 정도 였다. 그렇게 큰 작품은 파스텔 유튜브 작가도 그리지 않았다.

 

파스텔로만 그 정도 크기를 매꾸려면 하루 이틀 그려서 될 게 아니었다. 정말 다들 어마무시하게 잘 그렸다. 유화나 아크릴화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건성 파스텔로 유화 느낌 나게 그릴 수 있다는 건 초보 화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상장을 나눠주는 주최측 사람에게 살짝 물어보니 입상작들 대부분 화력이 오래 된다고 한다.

 

그래, 내가 여기 입상한 건 정말 운이 좋았던 거였고, 남들이 거의 그리지 않는 드로잉으로 추상작품을 냈기에 가능했던 듯하다. 어쨌든 파스텔 공모전 입상은 고인물이 계속 입상한다. 입상자들 대부분 작년과 재작년에도 이름이 있었고 해마다 초대작가가 될 때까지 응모하는 듯하다. 어쨌건 여긴 입상작들을 대상포함 입선까지 60여 작품밖에 선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첫 소개는 파스텔화 공모전부터 시작한다. ^^

 

 

파스텔화 공모대전

올해로 33회째를 맞는 공모전이다. 파스텔협회전과 같이 진행한다. 그래서 협회 회원들의 그림과 공모전 참가자들의 그림이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 퀄러티 차이를 감상하는 것도 이 대회의 매력 포인트. 프로 작가와 지금 막 작가의 길에 들어선 신진작가의 그림 수준을 한자리에서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회라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외국 초청작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데, 확실히 이들의 작품이 해마다 최고의 수준을 보여준다. 여튼 파스텔 공모전은 그 이름에 걸맞게 파스텔로만 그림을 그려야하는 제한이 있다. 그것도 아주 크게(30호 이내)! 건성 파스텔을 주로 사용하고 오일파스텔은 곁다리로 사용해야 하는데 출품작들을 보면 유화그림을 그린 것 같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입상하는 작가들도 주로 파스텔로만 작업을 하는 분들이다. 개인적으로 파스텔화는 그림을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 초등학교 스케치북 크기로 그린 게 첫 그림이었고, 공모전에 한번 내 볼까 하고 연습 삼아 그려 본 게 A4 크기 3점이다. 습작 후 30호 크기를 5시간 정도 투자해서 완성했는데, 의외로 잘 그려진 거 같아 지인들에게 보여줬다. 사실 파스텔 공모전 입상작들을 보고 낼 마음이 사라졌는데 지인들이 멋있다고 막 내보라고 해서 공모전에 내 본 거였는데 덜컥 입상을 하게 됐다. 아마도 파스텔 드로잉 작업이라 후한 점수를 준 모양이다. 파스텔 드로잉은 상대적으로 작품 수가 적다. 그래서 공모요강에서도 드로잉을 적극 권장했다. 그래도 입상이라니. 운이 정말 좋았다. 여기 입상이 어려운 이유는 해마다 입상하는 사람이 계속 입상을 하는 고인물이 많다는 거라서. 헌데 여기는 다음 해부턴 응모를 안 할 작정이다. 여긴 매우 비싸다. 우선 출품료가 점당 5만원이고, 도록비를 무려 10만원이나 내라고 한다. 안내면 입상이 안 된다. 액자도 필수다. 액자값과 도록비만 합쳐도 20여만 원이 든다. 정말 짜증나는 대회다. 1차 사진 심사와 2차 실물 접수로 진행되는데, 실물 접수도 엄청 후미진 강북의 한 중학교라 찾아가기가 매우 더럽다. 그래도 그 파스텔 입상 한 번 해보려고 그냥 감수했다. 여긴 입상작을 총 60여 점 밖에 안 뽑는다. 그래서 좀 욕심이 났는지도 모른다. 입상작들도 너무 쟁쟁해서 내 작품이 거기 끼인다는 거에 약간 부심이 들 정도. 어쨌거나 여기도 비구상화를 뽑아주니 파스텔을 친숙하게 다룰 수 있는 분들은 응모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비싼 갤러리 중 하나인 라메르에서 전시한다.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올해로 44회 째를 맞는 대회. 꽤 유서가 깊은 대회다. 보통 명칭을 미술대전으로 쓰고 있지만 한국 미술협회에서 주관하는 미전을 제외하고는 통칭 민전이라고 한다. 괜찮은 민전은 그 역사가 얼마나 되느냐로 판명되는데 44회 동안 명맥을 유지했다면 그 자체로 대단한 거다. 왜냐하면 10회를 못 넘기고 단명한 미술대회가 허다하기 때문. 그런데 이 대회는 그 명칭에 비해서 실속이 없는 대회인듯하다. 작품 수준이 그냥저냥 해서. ‘현대미술을 추구하기 때문에 비구상 수상작 비율이 꽤 되긴 하다. 크기도 100호 이내라 100호를 내는 분들도 많다. 그만큼 외형은 미전을 많이 참조했다. 1차 사진 심사 없이 바로 실물을 접수해서 접수한 날로부터 3일 내에 수상작을 발표하는 걸 보면 외형상 미전과 거의 같다. 하지만 작품 퀄러티는 상당히 떨어지는 모습. 10호 정도도 입상한 걸 보면 여기는 내가 가본 전시회 중 퀄러티가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물론 캘러그래피나 서예가 없는 점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현대미술을 표방해서 그런 듯. 협회(사단법인 한국현대문화미술협회)도 비주류라 상금도 그렇고 시전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화라 촌평하고 싶다. 여기 부분별 대상 수상작은 타 대회 특선작만 못하다. 참고로 여기서 종합대상을 받으면 상금이 300만원인데, 이는 뭐 여타 전국 규모 미술공모전과 비슷하다. 여기 대회에서 종합 대상을 받은 이가 20대 학부생인데, 이 학생이 제42회 국전에서 장려상인 특별상을 받았다. 이를 보건대 이 대회는 군전이나 시전급 정도 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다만 이 대회의 장점이라면 시상식을 무려 프레스센터에서 한다! 그리고 모든 입상작들을 단상에서 한 명씩 호명하며 상을 주는데(입선도!! 그래서 시상식 시간이 무려 3시간 가량 된다.) 모든 대회 중 여기만의 특장점인 듯하다.

접수비 16, 도록 5(도록은 선택), 전시장은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대한민국 창작미술대전

마찬가지로 44회 째를 맞는 대회인데, 단체가 한국서화협회이다. 여기도 비주류. 서화로 출발하여 종합 미술대전으로 발전한 듯. 타 대회와 비교해 캘러그래피, 서예, 민화 및 공예 부문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기도 명칭에 비해 상장 대잔치를 하는 대회라는 인상이 짙다. 부문이 너무 많아서 상도 많은데, 심지어 삼체상 오체상이라는 것도 있다. 개인이 시리즈 3작품 모두 입상하면 삼체상이라는 걸 주는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작품들이 삼체상 오체상 수상자로 선정된 걸 본다. 부문에 따라서 인당 3점 내지 5점까지 응모할 수 있어 나타나는 현상. 국전의 경우는 2점까지 응모할 수 있지만 수상작은 무조건 1작품만 되는데, 여기는 상이 정말 많다. 참고로 이렇게 상이 많은 대회는 그저 그런 대회라 거르라는 기성작가들의 말이 있다. 여튼 여기도 1차 사진심사와 1차를 통과한 2차 실물심사를 통해 본상을 정하는데, 대체로 잘 그린 그림을 선발하는 대회다. 20호 이내로 크기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큰 작품은 기대할 수 없다. 창작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이색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이면 거의 선발되는 듯하다. 비구상 비중도 상당하다. 정말 질감이 좋고 잘 그린 그림들은 특선 이상 선정될 확률이 높다. 가작과 입선은 확실히 특선작에 비해 대다수가 잘 그린 그림은 아니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캘러그라피나 공예의 비중이 높고 예술의 전 분야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고 있어 상을 남발하는 대회라는 인상이 짙다. 같은 협회에서 3개 대회를 진행한다. 1분기에 국제현대미술대전, 2분기에 창작미전 그리고 3분기에 PCAF(회화와 캘러그래피 아트 페스티벌의 약자). 협회가 돈을 벌기 위해 눈이 벌겋다는 인상이 짙다. 한 해에 협회가 3개 대회를 진행하는 곳은 여기밖에 없는 듯하다. 확실히 그저 그런 민전 중 하나.

접수비 15, 도록 6(도록 구매 의무), 전시장은 대학로 홍익 아트센터.

 

 

신사임당 미술대전

우리나라에서 사람 이름 건 미술 공모전이 꽤 되는데, 사임당 미술대전은 그 중에서 가장 상금이 많기로 유명한 대회다. 대상작이 2천만원으로 미전의 2배다. 강릉시 미술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회로 일종의 시전이다. 근데 대상작이 미전보다 좋냐면 그렇지는 않은듯. 여기서 대상을 받으려면 한국화나 동양화를 그려야 한다. 수묵담채화로. 그냥 크게 잘 그리면 된다. 자신이 추상미술 작가라면 절대 수상할 수 없으니 응모하면 안 되겠다. 지난 3년 간 입상작들을 봤는데, 이 대회는 구상대회다. 비구상화를 입상작으로 선정하지 않는 듯하다. 물론 신사임당의 그림을 떠올리면 구상일 수밖에 없을 듯한데, 그래도 미술대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혹시나 해서 전부 입상작들을 검색해 봤는데 결론은 역시나 였다. 특히 신사임당 그림을 현대적으로 변형하면 대상의 반열에 오를 수 있으니 대회를 준비하는 분들은 참고하면 좋겠다.

접수비 16. 100호 이내. 도록비 선택. 전시장은 강릉 아트센터.

 

 

안견 미술대전

서산시에서 주관하는 대회로 여기 역시 시전으로 봐도 될 듯하다. 이 대회 역시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으로 구현하면 대상을 받을 수 있다. 올해 대상작도 신몽유도원도였다. 여기도 동양화와 한국화가 강세인데, 아주 간혹 추상화도 입상작으로 선정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응모해 보면 좋을 듯하다. 밑저야 본전이기에. 왜냐고? 한국에서 시행되는 거의 모든 미술대전에서 여기만 출품료가 없기 때문. 출품료뿐만 아니라 배송비도 안 든다. 정말 놀라운 대회다. 시전의 성격을 갖기에 1차 전체 출품작(사진심사) 중 몇 점을 1차 선발했는지 정확히 밝힌다. 몇 점이 출품되어 몇 점을 선정했는지 알려주지 않는 대회도 많다. 이런 대회는 가급적 참가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투명하지 않는 대회라는 인상이 짙기 때문. 어쨌거나 여긴 정말 작가에게 배려를 많이 해주는 대회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여긴 주관이 서산시다. 충청도라서 서울 사는 입장에서 매우 멀다. 근데 서울 출장소를 두고 있어 반입과 반출을 편하게 해 주고 있다. 전국 응모라 12개 지역 거점(서울 경기에 3)에 출장소를 두고 있다. 특히 입선작은 전시는 해 주고 가급적 시상식에 오지 말란다(장소의 협소로). 상장은 반품 시 포장해서 넣어주기까지 한다. 나는 이런 공모전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신기하다. 그래서 수상작들이 신사임당 미술대회보다 좀 떨어지는 감이 있어도 하등 불만이 없다. 출품료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기조대로 작품을 선발하는 그 자신감이 멋져서. 타 미술대전도 이 대회를 좀 본받아야하지 않을까 한다.

출품료는 무료. 작품 크기는 30. 도록비 없음. 전시장은 서산시 문화회관.

 

 

중앙회화전

이 대회가 중앙일보사에서 하는 중앙미술대전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올 해로 3회째를 맞는 대회인데 중앙미술대전에서 분리해서 회화전만 따로 시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별개의 대회인지 알 수가 없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주최자만 중앙일보사로 동일하다. 여기도 1차 심사와 2차 심사로 나뉜다. 1차 심사는 사진 심사고, 2차는 실물 심사인데, 여기는 정말 특이하게도 1차 심사를 통과하고 2차 실물심사를 안 받아도 입선으로 확정된다. 실물을 반입하지 않고도 상을 주는 곳은 중앙회화전밖에 없다. 그런데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2차 심사비가 무려 30만원이다. 1차 심사비 2만원에 비하면 10배가 넘는다. 30만원이면 일반 공모전 장려상 상금이다. 30만원 내고 2차 심사에 참여했는데 입선이나 특선이면 30만원만 날리는 거다. 그래서 주최측은 2차 참가를 안 해도 상을 주기로 했나보다. 아마도 1,2차 심사가 있는 대회에서 이러한 결정을 한 대회는 중앙회화전이 유일하다. 이런 대회강요는 정말 처음 본다. 보통은 1차 심사할 때 출품료가 결정되고, 2차 심사할 때는 작품만 반입하며, 만일 반입하지 않으면 탈락한다. 당연할 줄 알았는데, 중앙회화전 보면서 이 상식이 무너졌다. 어쨌거나 중앙회화전은 약 100일 이상 1차 심사작을 공모하여 2차 본선 심사 대상작 300점을 선발하는데, 300점 안에 들면 1차 발표날 중앙일보 전면광고에 300점이 실린다. 일간지에 자신의 그림이 실리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 회화만 선발하는 유일한 공모전이라 할 수 있다. 100일 이상 공모하여 800점 이상 응모했다는 건 평면 신진 작가들은 거의 다 참가하는 대회인지 않나 생각한다. 실험성 강한 작품도 상당수 선발되고 추상화 입상작도 많다. 자신의 작품이 실험성 짙은 작품을 추구한다 싶으면 여기 응모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듯. 작년까지는 40호인가 제한이 있었는데 올해부터 100호 이내로 확대됐다.

접수비 : 1차 사진심사 2만원, 2차 실물심사 30만원. 도록비 없음. 전시장은 인사동 한국미술관.

 

 

청송야송 미술대전

올해로 4회째 맞는 미술대회. 경상남도 청송군에서 시행하는 군전이다. 야송 이원좌를 기리는 대회. 신사임당 대회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한국화와 동양화가 주를 이루는 대회로 일종의 구상대회다. 비구상 작품은 선발하지 않으니 추상회화 작가들은 이 대회를 거르는 게 상책이다. 출품작이 150점도 안 되는 소규모 대회. 1차 사진심사와 2차 실물심사로 진행. 여기는 초기여서 그런지 출품작의 약 90퍼센트 정도를 1차 심사에서 통과시켜 준다(사실 이건 말도 안되지만 이렇게 운용하는 대회가 꽤 되는 듯. 근데 명색이 군전인데 이래도 되나?) 1차 통과는 입상이니, 상장이 나온다. 그래서 자신이 전국규모 미술대전에서 입상 이상의 경력을 원하면 출품해 봄직한 대회다.

출품료 5만원. 반입은 각자가 알아서. 30~50호 사이.

 

 

아트코리아 미술대전

올 해로 2회째를 맞는 대회다. 여기는 특이하게도 1,2차 모두 사진 심사로 진행하는데, 시상식 날 실 작품을 반입하게 하고 다음 날 전시를 시작한다. 작품 크기는 20호 이내. 여기는 회화 작품이 강세를 보이는 대회다. 입상작들을 봤을 때 특선 이상 작품들은 아주 잘 그린 그림들을 주로 선발한다. 비구상 작품도 꽤 많이 입상하니, 비구상 작가라면 놓칠 수 없는 대회라 하겠다. 경험 상 비구상을 비중 있게 뽑아 주는 대회는 그리 많지 않은데, 그나마 실험성 높은 작품들을 선발해 주는 곳이 국전 비구상, 중앙회화전 그리고 아트코리아 정도다. 여기는 심사의 공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라고 천명하여서인지 심사위원들을 아주 신중하게 선정하는 듯하다. 현재 최고의 평론가 중 한 사람인 김달진 님이 심사위원 중 하나로 위촉된 사실만 봐도 위원 선정에 협회가 얼마나 신중을 기하는지 알 수 있다. 경험상 평론가나 교수 비율이 높을수록 입상작 중 실험성 높은 작품이 많다. 이 대회도 입상작 수준을 보면 좋은 대회 중 하나라고 촌평해 볼 수 있다. 작품들이 고르게 수준이 높다. 올 해 대상 수상작은 나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놀랍게도 이 작가의 비슷한 작품이 중앙회화전에서는 특선밖에 안됐다. 입상작들 중 본상 수상작은 확실히 선발위원의 취향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어쨌거나 이 대회는 2회밖에 안됐지만 다시 참가하고픈 대회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특이하게도 1,2차 사진 심사만으로 수상작들을 가린다. 2차 사진 심사로 대상 및 본상 수상을 정한다는 게 매우 이례적이다. 본상 및 입상작들을 발표하고 나서 전시를 위해 실물 작품을 내라고 하는 아주 독특한 공모전이다.)

1점당 5, 도록비 없음. 전시장은 인사아트프라자.

 

 

이상으로 마친다. 내가 추상 위주의 작업을 하기에 비구상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응모하면 좋은 대회를 위주로 참가 후기를 남겨봤다. 이 외에도 여러 미술대회가 있는데, 힐링 미술대전 이나 평화미술대전은 구상대회다. 서리풀 미술대전은 청년작가 위주로 선발하는 대회이고, 경인미술대전은 시도전 중 가장 퀄러티가 높은 대회다. 3월에 접수해서 나는 놓쳤는데, 내년에 응모해 볼 요량이다. 내년에는 경인미술대전과 국전 그리고 아트코리아 정도만 응모해 볼까한다. 참고로 현역 중진작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어지간한 민전은 응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들끼리의 잔치라고. 한 해에 미술대전 하나만 응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여기서 말하는 미술대전은 오로지 국전의 후신인 대한민국 미술대전만을 말한다. 중진작가들의 전언이다. 나머지는 미술대전이라고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민전이라고.


[덧]

그제 주문하여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다. 몰랐던 작가였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니, 기대가 크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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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0-14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파스텔화! 축하합니다.
우리나라에 미전이 좀 되는군요.
외국에 비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의외로 욘 포세가 수상 이후 책이 잘 팔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언젠가 좋다는 말에 읽다 포기하고 중고샵에 판 기억이 있는데...ㅋ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yamoo 2023-10-16 09:22   좋아요 1 | URL
미전이 국전의 후신이라 그런가 봅니다. 중진 작가들도 미전만 쳐주고 민전은 쳐주지도 않더군요. 외국은 이러한 공모전이 거의 없다는군요!ㅎㅎ 없어도 자신의 그림을 팔 수 있는 루트가 우리나라보단 많은 듯 합니다.

지금 멜랑콜리 읽고 있는데 초반부인지만 느낌이 좋지 않아요. 물론 적응기라 여기고 있습니다. 화가 얘기라 관심이 가는 소재이기에 계속 읽어볼 요량입니다..^^

곰돌인데 2023-10-14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멋집니다.

미술 공모전에 관심 많았는데, 정보와 용기 얻어 가네요.
감사합니다.

yamoo 2023-10-16 09: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미술공모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쓴 페이퍼이기에 쓴 보람이 있네요~~^^ ㅎㅎㅎ

cyrus 2023-10-15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사실 저는 국내 미술계가 어떤지 잘 몰라요. 미술관보다는 책으로 미술을 접하다 보니 미술 보는 눈이 넓지 않고요, 국내보다는 서양미술에만 너무 쏠려 있어서 저 스스로 한국미술과 동양미술을 어떻게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yamoo님의 글을 통해 국내 미술계 동향을 알 수 있어서 좋아요. ^^

yamoo 2023-10-16 09:26   좋아요 0 | URL
서양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국내 미술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죠. 국내 미술계를 아는 이들은 미술대학 출신들이나 컬렝터들이죠. 이들을 제외하곤 국내 미술 생태를 거의 알 수 없다고 할 수 있죠..ㅎㅎ

미술관련 책 90퍼센트가 서양미술 소개로 채워져 있기에, 한국미술가에 대한 책들은 정말 찾는 사람들만 찾습니다.

한국미술과 동양미술에 대한 공부 교재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어요...ㅎㅎ 한국작가론은 몇몇 책이 있긴한데, 동양작가론은 없습니다.ㅎㅎㅎ

겨울호랑이 2023-10-15 1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yamoo님 축하드립니다! 미술전에 대해 잘 몰랐는데 참가 규정도 까다롭고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드네요...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작품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기 비용을 들여 전시를 하더라도 미술에 대한 일반의 적은 관심을 생각해 본다면 정말 미술 자체에 대한 사랑 없이는 계속 하기 어려운 활동인 것 같네요...

yamoo 2023-10-16 09: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호랑이님^^

미술공모전은 참가 안하면 몰라요~~
특이한 건 공모전 중 아마도 미술공모전만 참가비가 있는 듯해요. 논문공모전이나 독후공모전의 경우 책값만 들고 참가비가 없어요. 심사위원 선정하는 건 비슷한데, 요는 전시비용에 충당하려고 참가비를 받는 듯해요. 대관료가 어마무시해서뤼..

작품을 만드는 건 암 것두 아니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죠. 작품을 완성하고 사진을 아주 잘 찍어야 하고 액자도 해야하죠. 액자값이 ㅎㄷㄷ 합니다. 전시 디플레이도 작가가 해야할 경우도 많고요..도록도 찍어야하고 광고물 만들어야 하고..개인전 한 번 하면 수백~수천 드는 듯해요. 이런 개인전을 1년에 3번만 해도 거덜날거 같은데..젊은 신진작가가 1년에 4-5번 개인전 하고 단체전 10여번 하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집이 아주 부자가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이력이에요...돈 없는 작가는 활동 접고 얼릉 취업해야죠. ㅎㅎ

페크pek0501 2023-10-18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무 님, 축하합니다. 역시 재능을 타고나셨군요.ㅋ
그림은 출품료라는 게 있군요. 글 투고는 비용이 들지 않고 재료비도 거의 들지 않는데...
대학에서 미술 전공 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 빈자들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앞으로 쭈욱~~ 좋은 소식이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yamoo 2023-10-19 14: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재능이 아니라 운인듯합니다..^^;;

출품료가 있는데, 전시장 대관료가 발생하기에 아마도 대관비용이 상당하여 이를 충당하고자 춮품료를 받는듯합니다. 그래도 이건 주최측에서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참가자에게 떠넘겨 장사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안견 미술대전처럼 주최측에서 모두 전시비용을 부담하는게 맞는 듯보입니다. 그런 자금력이 없으면 미술대전을 시행하면 안되는게 맞는듯한데...우리나라 미술단체는 워낙 영세하여 춮품료로 상금주고 대관비용을 처리하는 듯합니다. 땅집고 헤엄치기라고 봅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반입과 반출도 진짜 번거롭고 개인전하면 도록 인쇄와 디스플레이도 모두 작가가 해야됩니다. 돈은 돈대로 들고 노가다를 해야하죠. 어후~~

얄라알라 2023-10-19 1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이렇게 공모전마다 휩쓰시는!!! 정말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와!!!!!! 와르르르 박수!!!!

yamoo 2023-10-19 14:05   좋아요 1 | URL
흠...올해 전국규모 공모전 11개 냈는데 8개 입상했어요.
작가 선정 공모는 10군데 냈는데 3군데밖에 선정 안됐습니다..^^;;

올핸 운이 좋았고, 내년에는 어떻게 될런지 잘 몰루겠지만 확실한 건 내년에 2회 개인전을 할 예정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3-10-19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yamoo님, 축하드려요.
파스텔화로 그린 그림은 어떤 느낌이 날지 궁금합니다. 생각보다 한국에 미술전이 많군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한번쯤은 입상되기를 원할 것 같습니다.

욘 포세의 멜랑콜리아도 읽어 보고 싶더라고요^^

yamoo 2023-10-20 08:59   좋아요 1 | URL
맨 위에 사진 첨부했어요. 파스텔화도 파스텔을 어느정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구요. 비싼 재료일수록 발색과 질감 차이가 큽니다. 하나의 재료를 마스터하는 건 지난한 과정이듯합니다.ㅎㅎ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모두 공모전에서 입상하기를 바라죠..^^

욘 포세 멜랑콜리아...지금 절반 읽었는데...이것만 읽고 욘 포세는 안 읽을 듯합니다. 이 사람 문체가 저와 잘 안맞아요. 서사가 재밌는 것도 아니고 현재까지는 삶의 어떤 통찰을 담아내는 페이소스도 없는 거 같습니다. 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는지 현재까지는 도무지 몰겠다는...끝까지 읽어봐야 알 듯해요..ㅎㅎ

그레이스 2023-10-23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그리시는군요.
축하하고 응원합니다~^^

yamoo 2023-10-23 10:14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일주일에 못 그려도 4-5개는 그리는 듯해요. 이번 주말에는 파스텔로 작은 그림 5개를 그렸어요..ㅎㅎ

야송미술관 2023-10-25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야송미술대전 비구상작품도 수상합니다아아아아~~ 올해 우수상수상했어요
그리고 사진심사 10%탈락은 아니고 20~30% 정도입니다.
청송야송미술대전 열심히 하고 있어용요요요

미술대전에 대한 개인적인의견과 추천 너무 잘 읽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yamoo 2023-10-26 10:48   좋아요 0 | URL
하하...그렇습니까? 우수상 축하드립니다!!ㅎㅎ 야송미술전 입상작 중 비구상 작품을 본 적이 없어서뤼..^^;; 저는 야송미술대회에 좀 큰상 좀 타보려는 욕심에 중앙회화전에 입상한 작품을 훨씬 크게 그려 응모했지만 탈락했습니다..ㅎㅎㅎ 서양화 응모작 115점 중 24점만 떨어뜨렸더락구요(거의 80퍼센트 입상률. 이런 대회는 처음^^;;)..ㅎㅎ 그 중에 제 그림이 포함됐다는 거에 헛웃음이 났어요...ㅎㅎㅎ 심사위원들의 성향 차이가 이렇게도 크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심사위원들 중 교수 비중이 높냐, 작가 비중이 높냐에 따라 수상적 성향도 많이 다른 듯합니다. 제 작품은 심사위원(교수와 작가) 중 교수가 압도적 많을 때 항상 좋은 성적을 낸 듯합니다. 위원 중 작가 비중이 높은 대회일수록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는...^^;;
 

각종 미술대회(전국 규모 미술 공모전)에 참가한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이하 미전=국전)과 민전 그리고 시도전에 대한 인상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특히 비구상 작가들은 꼭 읽어보기 바란다. 다 같은 민전이 아니다. 미술대전이라는 타이틀로 공모전을 열지만 여기에는 구상 작품만 선발하는 대회가 있다. 주최측의 성향을 잘 파악하여 응모해야 하는데, 구상을 주로 선발하는 공모전에 비구상을 아무리 잘 그려봐야 소용이 없기에 그렇다. 처음에는 모르고 응모했다가 탈락해서 이전 대회 수상작들을 대회마다 둘러봤는데, 그제야 알았다. 공모전에 응모하기 전에는 꼭 주최측의 의도를 알아야 하는데, 그 표본이 전 대회 수상작들이다.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해 봐도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포스트는 찾을 수 없었다. 하도 답답해서 미술대회 참가 경험을 토대로 각 미술대전의 특징과 인상을 적어 본다. 내가 서양화 비구상 평면 작업을 하기에 분야는 평면(서양화 및 동양화)에 한정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알아서 참고하시면 좋을 듯하다. 우리나라 미술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재미로 봐주시면 좋겠다. 너무 분량이 많아 2회 분으로 나누어 올린다.


우선 본인이 생각하는 권위있는 대회라고 생각하는 공모전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권위있다는 건 심사의 공정성과 수상작들의 평균적 수준을 말한다. 이것도 지극히 주관적이라 하겠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이전의 국전. 올해로 42회째를 맞았다. 두 차례 부정 심사 사건으로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이전 시대(소위 국전시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다. 참가해서 출품작들을 쭉 보았는데, 타 대회와는 비교 불가 수준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100호 이내인데 거의가 100호를 낸다. 그만큼 타 대회에 비해 그 퀄러티가 압도적으로 높다. ·군전 및 도전보다 분명히 한 두 단계 위의 대회라는 걸 응모작을 보면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참여하는 작가들 수준이 정말 많이 다른 듯하다


시도전에서 본상 이상을 수상한 작가들도 미전에서는 수상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종종 발생한다. 대개는 시도전 본상(장려상 이상)을 받는 작가들이 미전에서 입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 미술학원 선생님들이 국전 도전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입상하면 미술학원이 잘된다나. 어쨌거나 미전(=국전)은 전체적으로 다른 미술 공모전에 비해 출품작들의 수준이 평균적으로 매우 높은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도 본상 수상작 중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수상작이 있고, 특선작이 입선작보다 못한 작품들이 꽤 있다. 비구상 심사 기준을 완벽히 위배하는 작품임에도 심사위원들은 잘도 본상으로 선정하는 듯하다. 미전도 출품작 전시회를 보면서 한계가 뚜렷하긴 했다. 제발 심사위원들 중 교수 비율을 좀 높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접수비 16, 도록 12(도록은 선택). 전시장은 안산 예술의 전당.


 

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


미전이 두 차례 심사의 불공정이라는 홍역을 치루고 그 위상이 격하된 반면 불교미술대전은 심사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공모전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런데 불교미술대전은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건 미술 평론가나 교수들이 계속 지적해 온 병폐인데, 2023년까지 불교미술대전을 주관하는 주최 측은 자신들의 기조를 바꿀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걸 어떻게 아냐고? 내가 여기에 출품했고, 출품하기 전에 내가 색면추상을 주로 작업하는 작가라는 걸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평면 회화를 전공했던 입체를 전공했던 분명히 말하지만 일반 미술작가들은 이 공모전에 절대 진입이 불가하다. 불화를 그리지 않는 한. 일단 앞에서 지적했던 불교미술대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대략적이나마 언급해 본다.


불교미술대전에 입상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불교적 이미지를 직접 형상화해야 한다. 미술대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에 불교적 사유를 현대미술에 접목하여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줄로 아는데, 여긴 이게 아예 불가하다. 그냥 고려시대 양류관음상 그림을 복제하는 수준으로 그려서 내야 수상의 영광을 얻을 수 있다. 수상작 8할 이상이 부처나 나한도와 같은 도상이다. 1회부터 올해까지 불교미술대전이란 타이틀은 바뀌어야만 한다. 여긴 미술대회가 아니라 기능대회다. 단순히 과거의 문화제를 복제하는 차원을 넘지 못한다. 홈페이지 들어가면 역대 수상작들을 전부 볼 수 있는데 불교적 이상을 현대미술 작품으로 구현한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없다. 진정한 불교미술대전이 되려면 불교적 사유가 과거에 집착하며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세계를 포착하여 재해석되고 재창조되어야만 한다. 여전히 과거 유물의 복제화 단계로만 머물러 있어서는 미술인들의 조롱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지난 수상작들을 검색하면서 여기 응모를 할까말까 고민 끝에 사무국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지난 수상작들이 전부 불교화만 있는데, 나는 색면추상을 한다. 나와 같은 추상화도 응모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사무국 담당자는 올해부터 미술대전이 현대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응모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주제만 불교적이면 된다고 해서 응모해 봤다. 무슨 주제냐고 해서 해심밀경에 나오는 유식삼성설을 주제로 잡았다고 하니 출품해도 된다고 해서 출품했다. 나중에 수상작들을 보고 맥이 빠졌다. 전부 이전 수상작들과 대동소이한 작품들만 선정했다. 여긴 변화가 필요하지만 절대 변할 거 같지 않다.


그리고 여긴 출품하기 위한 서류가 매우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한 건 작품설명서부분이다. 되게 신기한 게 다른 미술 공모전의 경우 300~200자 내외의 작품설명이나 이미지 첨부로 끝난다. 헌데 불교미술대전은 응모 원서에 작품설명 부분 이외에 따로 작품설명서를 작성해야 한다. 가로15×세로13cm의 이미지를 첨부하고 그 아래에 작품소개, 제작의도, 제작기간 및 세부제작 과정을 약 300자씩 총 1000자 가량 써야 한다. 이건 뭐 대학 논술 시험도 아니고 여간 고역이 아니다. 글하고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쥐약이다. 난 이러한 분량을 요구하는 공모전은 처음 본다. 미전도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여튼 이 대회는 개선이 필요한 대회인데, 개설될 것 같지가 않아 자신들만의 축제로 내버려둬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현대 미술을 전공하거나 현대 미술 작가분들은 절대 여기 응모할 필요가 없겠다.


접수비 15, 도록비 없음. 200호 이내. 특이하게도 접수할 때 자기 작품을 얼마로 할 건지 물어봄. 보험처리 때문이라고. 200호 이내라서 겁나 큰 그림이 되게 많다. 전시장은 아라 아트센터



중앙회화전


이 대회가 중앙일보사에서 시행하는 중앙미술대전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올 해로 3회째를 맞는 대회인데 중앙미술대전에서 분리해서 회화전만 따로 시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별개의 대회인지 알 수가 없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주최자만 중앙일보사로 동일하다


여기도 1차 심사와 2차 심사로 나뉜다. 1차 심사는 사진 심사고, 2차는 실물 심사인데, 여기는 정말 특이하게도 1차 심사를 통과하고 2차 실물 심사를 안 받아도 입선으로 확정된다. 실물을 반입하지 않고도 상을 주는 곳은 중앙회화전밖에 없다. 그런데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2차 심사비가 무려 30만원이다. 1차 심사비 2만원에 비하면 10배가 넘는다. 30만원이면 일반 공모전 장려상 상금이다. 30만원 내고 2차 심사에 참여했는데 입선이나 특선이면 30만원만 날리는 거다. 그래서 주최측은 2차 참가를 안 해도 상을 주기로 했나보다. 아마도 1,2차 심사가 있는 대회에서 이러한 결정을 한 대회는 중앙회화전이 유일할 듯. 이런 대회강요는 정말 처음 본다. 보통은 1차 심사할 때 출품료가 결정되고, 2차 심사할 때는 작품만 반입하며, 만일 반입하지 않으면 탈락한다. 당연할 줄 알았는데, 중앙회화전 보면서 이 상식이 무너졌다


어쨌거나 중앙회화전은 약 100일 이상 1차 심사작을 공모하여 2차 본선 심사 대상작 300점을 선발하는데, 300점 안에 들면 1차 발표날 중앙일보 전면광고에 그림 300점이 실린다. 일간지에 자신의 그림이 실리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튼 우리나라에서 회화만 선발하는 거의 유일한 공모전이라 할 수 있다


100일 이상 공모하여 800점 이상 응모했다는 건 평면 신진 작가들은 거의 다 참가하는 대회이지 않나 생각한다. 실험성 강한 작품도 상당수 선발되고 추상화 입상작도 많다. 자신의 작품이 실험성 짙은 작품을 추구한다 싶으면 여기 응모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듯. 작년까지는 40호인가 제한이 있었는데 올해부터 100호 이내로 확대됐다.


접수비 : 1차 사진심사 2만원, 2차 실물심사 30만원. 도록비 없음. 전시장은 인사동 한국미술관. 참고로 여기 1차 심사비는 진짜 저렴하다. 그래서 최고의 가성비는 1차 심사만 통과하면 2차를 포기하는 거다. 2만원에 상장과 도록을 받을 수 있다! 2차 참가를 안하는 작가도 있는 듯한데, 나는 과감히 안냈다. 실물 심사로 본상 수상에 실패한 경험만 3회나 된다. 내 그림은 현재 내가 잘 안다....ㅎㅎㅎ



[덧]

미술공모전 당선작을 모아 놓은 도록이 있다. 철 지난 도록도 많은데 이런 걸 왜 파나 했더니 자료집으로 의의가 있다고. 신진작가들의 경우 미술대전 지난 도록을 보는 것도 작업을 하는데 영감을 얻을 수 있다. 헌데 너무 비싸다. 2013년도 것도 올해 것과 마찬가지로 12만원. 살 사람이 아무도 없을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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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후편을 이어 갑니다~



'대상에 대한 철저한 재현', '재료와 형상의 추구'.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실상이고 졸업생들의 현실이다. 이게 내 주관적 생각이라면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의 비전문적인 비판이라고 개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말하면 달라지겠지. 내 논조와 아주 비슷하게 한국미술계를 통렬히 비판하는 전문가가 있어 소개한다.

 

동국대 미술사학과 윤범모 교수. 그의 책 <한국미술론>(칼라박스, 2017)에 보면 그의 매서운 전문적 비판의식을 엿볼 수 있다. 지난 30여 년간 발표한 주요 논문 20여 편을 모아 엮은 책으로 한국미술사를 종횡무진 연구한 역정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윤범모 교수는 한국 미술,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묘사. 독창적 철학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한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1만 건 이상의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고 한다. 1만 건은 정말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1달에 약 천 여 건의 전시회가 개최된다는 말인데, 실로 엄청난 수다.

 

'우리나라에서 집에 그림을 사서 거는 가구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자. 당신이 직장인이면 당신 동료와 선후배를 한번 살펴보라. 그림을 사는 직원은 아마도 거의 없을 거다. 


우리 회사의 경우도 그렇다. 직원들 중 집에 그림을 걸어 놓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과에는 아예 없고 옆에 과도 그리고 이전 부서였던 곳도 역시 집에 그림을 걸어 놓는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달에 천 여 건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건 정말 기형적인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전시회 숫자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프리즈와 아트페어에 몰리는 인파를 봐도 참 아이러니 하다. 이들이 정말 그림을 정기적으로 구매해서 그림을 감상하는 자들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우리나라 상황을 윤 교수 다음과 같이 정리해 준다.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수준은 형편없다. 창작 발표라기 보다 자원 낭비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혹평할 수 있다. 대관료만 내면 전시할 수 있고, 또 대관전시로 미술계에 등단하는 구조, 이런 도떼기시장 같은 미술계 관행은 커다란 문제다. 성격 없는 전시, 독창성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그가 말하는 바를 계속 따라가 보자. “그 여느 때보다 상상력과 시대정신, 독창성 등의 키워드가 중요한 시대다. 작가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나, 그런 경우가 드물어 걱정이다. 무슨 장기자랑 출전선수처럼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묘사했지, 작가 자신의 독창적 철학이 없다. 소통구조를 외면하고, 상상력과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무슨 걸작을 꿈꿀 수 있겠는가.”

 

윤범모 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무릎을 치고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내가 미술대전에 출품하여 입상한 작품들을 죽 둘러보면서 들었던 생각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전통과 권위의 그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도 어디서 본 듯한 작품들이 대거 입상한 걸 목도했기에. (심지어 작년 대상 수상자는 작년과 거의 비슷한 그림을 출품하여 우수상을 수상한다.)

 

핀터레스트의 그림 이미지만 검색해도 비슷한 그림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한국화는 어느 대회나 본상수상작들이 항상 비슷비슷하다. 캔버스에 뭔가를 덕지덕지 붙여 이게 부조인지 공예인지 모를 작품들이 난무한다. 그럼에도 이런 작품들은 대회에서 입상했기에 항상 볼 수 있다.

 

뽑아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계속 이런 작품들이 횡행하겠지. 심지어 비구상 대회에 구상적 이미지가 강한 작품도 심사위원들은 잘도 뽑아준다. 우주에 우주선을 그린 그림도!! 구상 그림들은 잘 재현한 작품들, 그러니까 오랜 시간을 들여 형상을 잘 그린 그림들이 주로 입상한다. 신진작가를 선발하는 미술대전 입상작들을 보면 대개 그렇다.

 

구상계열에서 동양화건 서양화건 풍경화(, 바다 산 등), 동물 그림(고양이, , 호랑이, 조류 등), 정물화(, 인물 등), 팝아트(캐릭터) 등이 8할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니까 수상작은 누가 누가 공을 들여 대상을 잘 재현했는지에 달려 있다.(그래서 요즘 보면 자개나 전선 등 캔버스에 이상한 것들을 마구 붙이고 있다.)


현재 잘나가는 젊은 비구상 작가가 그랬다. 추상회화에서 철학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좋은 형상으로 작업을 해 작품을 완성하여 전시하면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의해 의미가 정해지니 작가의 철학적 사유는 없어도 된다고 조언한다. 심지어 어느 작가에 따르면 자기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미술대전은 이런 작가들의 형상에 대한 경쟁 지대다. 그 이름만 달랐지 똑같은 복사판 대회(수상작 전시회). , , 바다, 하늘, 정물, 동물, 팝아트 등등. 말과 해바라기는 미술대회 입상작에서 정말 빠지지 않는 소재다. 누가누가 잘 그리는지 경쟁하는 게 학교 사생대회와 다르지 않은 듯하다. 동물 그림과 식물 그림에 무슨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겠는가.

 

아무 문화센터나 화실에 가서 그림 강좌 5년만 꾸준히 배우면 누구나 대상을 잘 재현할 수 있다. 취미미술 학원에 가보라. 대상을 충실히 재현한 잘 그린 그림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들을 작가라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미술대학 졸업생들과 신진작가 그림들이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작가적 철학?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책도 읽지 않는 작가들에게 철학은 너무 먼 나라 얘기다.

 

구상 그림만 그런 게 아니다. 비구상은 정말 처참할 정도다. 누구나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감성만 주야장천 그린다. 새로운 형상을 창출할 수 없으니 어디서 본 듯한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자신의 내면의 아픔과 느낌 운운한다. 레퍼런스만 넘쳐나고 그걸 넘어서는 작가적 개성은 전무하다.

 

왜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다. 대학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 후 미술대학이 생긴 지도 60여 년이 넘었다. 디자인 대학까지 합치면 매년 5000명 이상의 미술 전공자들이 사회로 배출된다. 60년이라면 30만 명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광복 이후 현재까지 배출된 미술인 30만 중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있기는 한 것일까? 김환기, 백남준, 이우환이 있지 않냐고? 그들은 일본에 가서 철학을 공부해서 유명해졌지 한국 미술대학이 길러낸 작가들이 아니다.

 

한국 미술대학의 부실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부 학생이건 전문가이건 우리나라 미술대학의 부실함과 경쟁력 없음을 우려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술 교육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교수층이 바뀌지 않는 이상.


물론 우리나라가 빈곤국에서 출발하여 고도 압축 성장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입지전적의 나라라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른 문화적 불균형은 어쩔 수 없었겠지. 먹고 살아야 했기에 문화적 소비는 최소한으로 해 온 게 사실이다.  60-70년대에 비싼 그림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인 선진국이 됐다. 작년 프리즈에 몰린 구매 인파만 봐도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지긴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그림을 구매하는 층은 극소수다


5집 건너 한 집이 미술품을 구매한다는 통계자료를 본 적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미술에 관심이 있는 가구가 별로 없다. 각자 직장에서 이 사실을 확인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을 거다. 


이러한 미술을 향유하는 문화. 누가 조성했을까? 나는 그 책임이 한국 미술인들에 있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그럼에도 매해 1만 건 이상의 전시회가 열린다!!) 자기들끼리 파벌을 형성하고 세력을 키우느라 미술문화의 저변을 넓히지 못한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진국 중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후진적인 미술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는 매우 드문 사례이지 아닐까. 2000년대 이후 상황만 놓고 봐도 비싼 그림은 많아졌지만 우리의 미술적 토양은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미술인들의 폐쇄성만 더욱 견고해 지고 있는 듯해서다.

 

현재 아트페어나 해외 경매에서 잘나가는 젊은 작가들은 모두 미술대학에서 낙제생들이었단다. 이들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 미술대학 경쟁력이 형편없는 것이겠지. 정말 미술인들이 뼈를 깍는 노력이 있지 않고는 해결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이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학생 중 작가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적은지는 각종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유럽과 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여건 보다는 훨씬 좋을 거다. 우리는 우선 내실을 다지고 일반인들이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저변을 넓혀야 한다.

 

그 중심 역할을 미술인들이 해야 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아닐까.

 

 

 

[]

수년 간 미술 언저리를 배회했다. 미학 책 읽고 그림 책 읽으며 미술모임과 각종 전시회에 따라다니면서 얼추 배웠다. 물론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아 직접적인 경험은 못해봤지만 주위에 미술대학 졸업생들의 전언들은 수도 없이 접했다. 그러다가 그림을 컬렉팅하면서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정말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면서 매우 암담한 우리나라 미술 세계의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피상적이겠지. 우리나라에서 미술을 하면 결국에는 가산을 탕진한다는 말이 빈발이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진짜 부를 쌓은 자만이 미술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운 현실을 딛고 굿굿이 전업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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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9-16 2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학계도 카르텔이 심각하던데 미술계도 만만치 않네요.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부끄러운 예기지만 전 미술작품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모릅니다. 물론 전시회는 가물에 콩 나기로 한번씩 다녀 본 게 다죠.
자기 관심분야 밖에는 잘 모르니 클났습니다.ㅠ
철학이 없는 것도 문제네요. 김환기, 백남준, 이우환이 철학하다
그림을 그렸군요. 첼리스트 장한나가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지 않고
철학을 공부했다던데 선택을 잘하는구나 했습니다.
울나라 미술계가 이렇게 공부를 안하는 줄은 정말 몰랐네요.
그래도 야무님은 계속 더 공부하실 거죠?^^

yamoo 2023-09-18 09:45   좋아요 1 | URL
아...그렇군요. 스텔라님은 우리나라 미술을 향유하는 다수층에 포함되시는군요~
보통 우리나라에서 전시관람을 많이 다니고 미술책도 읽는 사람 중에 그림을 사는 사람들은 예상보다 훨씬 적더군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나라 그림값은 비싸도 너무 비싸죠.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십만원 미만으로도 원화작품을 살 수 있는 곳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갤러리나 개인전 또는 아트페어, 경매 등에 한정되어 있는 듯합니다.

우리나라 미술계는 재료에의 탐구가 무척 중요한 듯합니다. 책을 읽거나 공부하기 보단 재료의 탐구를 최고로 쳐주는 것 같아요. 그 재료가 그 작가의 정체성을 나타낸다나 뭐라나...그렇습니다..

네, 저는 책을 계속 읽고 있죠. 책 읽는게 최고의 공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3-09-16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18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18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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