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집 2 비꽃 세계 고전문학 25
찰스 디킨스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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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0 찰스 디킨스.


엄마가 좋은 책들, 하면서 거의 백권쯤 되는 청소년 전집 같은 걸 주워왔다. 유명 고전들을 얄팍하게 축약하고 해설 덧붙여 수능 논술 대비 어쩌구 하고 책 잘 모르지만 자식한텐 뭐라도 읽히고 싶은 부모들 속여 파는 기획전집들. 나는 책깨나 읽었다는 양반이 보는 눈도 없이 저런 허접스레기들 들고온 게 성가셔서 엄마가 두고 볼 거야? 묻는다. 엄마는 아니, (큰어린이) 보라고. 아냐, 권해서 읽힐 만큼 좋은 책 아냐, 쟨 이제 원전 볼 땐데 가뜩이나 시간도 없고 책도 안 보는데 (이따위 읽힐 수 없어…) 이거 그냥 다시 갖다 버려.
그렇게 T해 버리고 힘들게 책 들고 들어왔던 엄마는 현타 온 표정으로 분리수거장에 책들을 가져다 버리고 돌아온다. 그렇지만 시집보다 얇은 헤겔, 니체, 부활, 이런 걸 보고 순간 참을 수 없었다...
불효 새끼의 고백을 들은 친구는 말한다. 그 나이 때 어른들은 작은 일로도 스스로 가치 없다고 느낀다고. 지금은 타계하신 자기 어머니가, 책 한 줄 다큐 한 편 평소에도 안 보던 엄마가 인간으로서의 가치 운운할 때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엄마한테 잘해 새꺄, 한 거지 뭐. 그런데도 수긍 안 하고 불효 새끼는 고집을 피운다.

우린 고정관념을 일찌감치 버리자. 인간이 인간으로서 어떤 가치에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은 거짓이다. 잘못이다.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고 존재이다.
친구는 나야 말로 그걸 버리라고, 그러면 지금보다 인생이 3배는 편해질 거라고, 넌 너무 정의롭다고 말한다.
오…가치에 봉사하는 삶을 버리라는 말을 들어버렸다. 내가 그랬던 것인가… 반체제 불순분자인 줄 알았던 나새끼는 공동체와 실정법 이상의 이상을 바라며 반항했던 것인가… 나도 몰루.

디킨스의 황폐한 집과 함께하는 연말 내 독서는 황폐했다. 책 탓은 아닌데, 그냥 11월 만큼은 신나게 안 읽히는게 늘상 12월은 그래왔다. 소설 안에는 법원과 소송에 빌붙어 이렇게 저렇게 먹고 사는 법조인과 관련 업자들이 있고, 거기서 뭔 콩고물이라도 바라고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빚독촉 오지게 하는 악덕 채권자들과, 희망 없는 소송이 로또만큼 대박 이익을 가져다주길 기다리고 재판에 사로잡혀 있다가 현생을 제대로 못 살고 죽은 사람들도 나온다. 잔다이스 소송 피후견인 중 하나였던 리처드 놈도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도 그렇게 재판에 사로잡히고 만다. 혹시나 하는 유산을 기대하며 어영부영 삶을 이어가고, 1권에선 외과의사 할래! 하더니 금세 때려치고 변호사할래! 하고 도제로 갔다가 또 때려치고 결국 군인이 되었다. 빚도 오지게 쌓았다. 소송에 관심 갖고 정신 못 차리는 리처드를 보고 꼬마아줌마 에스더는 정신차리라고 설득도 해보고, 리처드를 사랑하는 다른 피후견인 에이다가 편지 써서 타이르게도 해보고 온갖 수단 다 해봐도 이미 미친놈한텐 소용이 없다.

슬슬 에스더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 비밀 관련된 인물들은 죽거나 입을 다물거나 협박과 빚독촉에 곤란해지거나 한다. 오, 이런 와중에 흥미로운 사건이 하나 나온다. 크룩 씨네 세입자 하나, 대서일 하던 양반이 죽었다. 아편 과다복용. 그런데 그 집주인, 소위 뒷골목 대법관, 고물상 주인 크룩 아저씨도 얼마 안 가 죽었다. 뭔 편지 뭉치라는 비밀 서류를 법정 근처 한량들, 거피랑 위블한테 넘겨주기로 약속해놓고 죽어버렸다. 죽음의 방식이 특이하다. 맨날 술 퍼 마셔서 알코올에 쩌들어 살다가 농축농축농축- 자연 발화로 사망… 연말에 술독 빠져 사는 친구들도 저절로 몸이 불탈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이백년 전 디킨스 아조씨가 알려줬어요. 다른 건 몰라도 소주 맥주 하이볼 퍼부은 니 간은 불탈 것이니... 소중한 간을 아껴주셔요. 찡긋

법원 주변의 비밀과 음모와 지난한 소송은 구질구질하고 추악하지만, 에스더나 우드코트 선생 같은 고귀한 인물들도 등장한다. 우드코트 선생은 소송에 사로잡혀 가난하고 고독한 플라이트 할머니를 다정하게 치료해주고, 항해 도중 자신이 탄 배가 난파되자 생존자 구조와 치료에 최선을 다한다. 에스더는 캐디와 피피, 찰리, 죽은 갓난아이와 그 엄마처럼 집안 사정과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가여워하고 돌봐준다. 고아 떠돌이 조가 아픈 채 갈 곳 없을 땐 에스더의 하녀인 찰리가 그를 돌봐주다 그만 열병(아마도 천연두)이 옮아 심하게 앓게 된다. 앓는 찰리를 에스더가 또 간호해주고, 에스더마저 감염되어 오래 앓고 그 후유증으로 얼굴이 망가진다. 여기서 배트맨의 투페이스처럼 좌절하고 맛탱이 가서 깽판칠 법도 한데, 에스더는 각오 단단히 하고 거울보고 달라진 자신의 외모에 익숙해지려고 애쓴다. 와… 궁금하긴 하다. 장원영이 천연두로 얼굴이 안 예뻐져도 이렇게 완전 러키비키잖아...할 수 있을지… 하여간에 에스더는 그런 인물이다. 자기 아픈 와중에도 에이다한테 옮길까 봐 절대 근처 못 오게 하고, 얼굴 변한 이후에도 우리 에이다가 많이 놀랄까 봐 이렇게 저렇게 배려하면서 자기 얼굴 공개하고 그랬다. 이런 인물들이 곱게 보이는 거 보면… 이런 인물들 곱게 그려둔 거 보면 찰스 디킨스 아조씨도 나름 휴머니스트일지도… 그거 보고 수긍하는 나놈도 어쩜 말로만 인간은 망했다, 하지 아직 희망을 못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토킹혼 변호사 놈이 데드록 부인 들으라는 듯 내가 들은 얘긴데, 이거 다른 사람 얘긴데, 하면서 그녀의 비밀을 공개적으로 주절주절 읊어서 난 네 비밀을 알아, 그리고 독자들도 혹시나 파악 안 됐으면 알길 바라...이렇게 친절하게 요약+폭로해주고 2권이 마무리 된다. 자신이 낳은 아이가 살아 있는 것도 인지 못하고, 그 아이는 고아처럼 자라고(다행히도 잘 자람), 뒤늦게 그 존재 인지하고 다가와서 아임유어마더, 그런데 오늘 이후로 우리가 만나는 일은 없을 거야 엉엉 하는 장면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사랑의 일이든, 쾌락의 일이든, 의지에 반하는 폭력의 결과든, 사람이 만들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왠일인지 그 사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간은 지나치게 크게 의미 부여를 해 놔가지고 새 생명이 등장해도 이걸 축복하고 보호하기 보다는 불명예니, 수치니, 이러면서 흑과거 치부하고 감추게 되는 이야기가 이백년 전에도 있었는데 오늘날에도 끝없이 존재한다. 내가 봤던 거 중에 제법 슬펐던 실화는 아이 엄마가 아이 낳고 죽었는데, 엄마의 남편되는 사람이 친자확인해보니 유전자 불일치 하는 거 보고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하는 걸 거부했고, 그래서 아이가 한동안 민법 아래 못 들어오다 어찌저찌 출생신고는 하고 친자 부인 소 제기해서 죽은 엄마 쪽에만 올리고 그런 식으로 매조지되는 사건 기사에서 접한 사연이었다. 호적이나 호주 같은 건 다행히도 사라졌는데, 가족관계 증명서에 아이에 관해 책임질 부모 이름 뚜렷이 적는 건 중요하게 여겨져서, 그런 부모들이 불분명해지거나 부인할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아이들은 이리저리 떠밀리고 사람들은 그걸 보며 애를 만든 사람들을 욕하기 바쁘지 아이가 법적 주체로 들어오게 돕고 무사히 자라도록 조치 취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연예인의 혼외자 문제에도 왜 남의 집안 일에 관심이 그리 많은지 환승이냐 양다리냐 애는 뭔 죄냐 결혼을 얘랑 해라 쟤랑 해라 훈수도 비난도 지랄도 풍년이다. 소설 보다 뉴스보다 하면, 이백년이고 삼백년이고 더 지나도 이게 달라질까? 인간은 참 편협하고 이미 보편적으로 규정된 삶과 공동체와 관계의 형태 이상은 상상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구나… 뭐 나도 다르겠냐 싶지만 그래도 에스더처럼 꿋꿋이 자라는 캐릭터 보면 인간 다 망한 건 아닐지도 몰라,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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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한테 나 자신보다 다정해. 친애하는 에스더, 나는 불행한 개자식이야, 자리도 잡을 수 없는. 하지만 어떻게 자리를 잡겠어? 문제투성이 집안에 산다면 누구도 자리를 잡을 수 없다고. 어떤 일을 시작해도 도중에 중단할 저주를 받았다면 누구도 어떤 일에든 적응할 수 없다고. 그게 바로 나야. 나는 온갖 기회와 변화를 내포한 분쟁 상태에서 태어났고, 이 분쟁은 법률 소송(suit)과 양복 정장(suit)이 다른 걸 깨닫기도 전부터 나를 애매한 성격으로 만들었어. 현재까지도 애매한 상태로 만들고.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말이라면 무어든 곧이곧대로 믿는 에이다를 더는 사랑할 자격조차 없는 놈이란 생각마저 들어.”

-인생살이가 이렇게 짧다는 건, 모든 기억이 이렇게 좁은 공간에 들어있다는 건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정말 아플 때는 어떤 일을 어떤 시기에 겪었는지조차 구분할 수 없어서 극도로 혼란스러웠습니다. 한없이 행복한 꼬마 아줌마 시절과 어린 시절과 소녀 시절이 동시에 몰려들어, 각 단계마다 저를 괴롭힌 걱정과 어려움은 물론, 그걸 순서대로 나열하려는 당혹감에 끝없이 시달렸습니다. 이런 상태를 안 겪은 사람이라면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그것 때문에 얼마나 커다란 불안감에 시달렸는지 모를 것 같습니다.

-똑같은 이유로 제가 혼란에 휩싸인 시기를 – 기나긴 밤 같지만 그 사이에 낮도 많고 밤도 많을 게 분명한 시기를 – 거대한 계단을 열심히 오르는데, 꼭대기까지 가려고 몸부림치는데, 예전에 정원에서 본 벌레가 바닥을 기어가다 방해물과 맞닥뜨리자 방향을 틀어서 다시 기어가던 것처럼 방향을 틀어서 다시 힘겹게 올라가던 시기를 말하는 게 두렵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느낄 때도 있지만, 대체로 막연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찰리와 얘기하고, 찰리의 손길을 느끼고, 찰리가 곁에 있다는 걸 충분히 깨달을 때도 있지만, “아, 끝없는 계단이 또 나오는구나, 찰리……또 나오고 또 나오고……하늘 끝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라고 투덜대면서 다시 힘겹게 오를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요, 그래요, 그래! 아가씨는 내가 살짝 산만한 걸 보고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살짝 산만한 게 저엉말 이상하거든, 안 그런가요? 저엉말 혼란스럽기도 하고. 머리 쪽이. 내가 보기에도 그래요. 하지만 아가씨, 대법정에서 수많은 세월을 보내는 동안 내 눈으로 똑똑히 본 게 있다오. 책상에 있는 재판장 지팡이와 봉인.”
그게 무슨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는데요? 제가 가만히 물었어요.
“빨아들이는 거.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거라오, 아가씨. 사람들한테서 평화를 빨아내고. 이성을 빨아내고. 선량한 표정을 빨아내고. 좋은 성격을 빨아내고. 심지어 밤에 깊이 잠자는 시간조차 빨아낸다오. 차갑게 반짝이는 악마들!”

-“아가씨, 용감한 주치의는 작위를 받아야 마땅해요. 분명히 작위를 받을 거예요. 아가씨 생각도 그렇죠?”
자격만 본다면, 그렇다. 가능성을 본다면, 아니다.
“왜요, 피츠 잔다이스?”
할머니가 매섭게 반발했어요. 저는 평화 시기에 봉사한 사람은, 아무리 훌륭하고 위대한 봉사라도, 대단히 많은 돈을 국가에 헌납할 때 말고는 영국에서 작위를 내리는 전통이 없다고 대답했어요.
“맙소사, 어떻게 그런 말을? 학문, 지혜, 탁월한 인류애, 각 분야를 발전시켜서 영국을 위대하게 만든 모든 사람이 작위를 받는다는 건 아가씨도 알잖아요! 주변을 둘러보고 생각해보세요, 아가씨. 이 땅에서 작위를 훌륭하게 여기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바로 그거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내가 보기에, 아가씨 머리가 약간 산만하다는 뜻이에요!”
안타깝게도 플라이트 할머니가 자기주장을 확신하다 못해, 순간적으로 화까지 냈어요.

-펜을 먼저 받은 신랑이 십자가를 삐뚤삐뚤 그려서 서명했어요. 신부도 자기 차례에 똑같이 서명했어요. 신부는 제가 지난번에 왔을 때부터 알던 사이로, 마을에서 제일 예쁠 뿐 아니라 학교 성적도 탁월했기에 저는 깜짝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그러자 신부가 옆으로 다가와서 맑은 눈에 진정한 사랑과 존경이 어린 눈물을 머금은 채, “신랑은 착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아가씨. 하지만 아직 글씨를 못 쓰는데 – 저한테 배울 건데 – 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신랑을 창피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조그맣게 속삭였어요. 노동하는 사내 딸도 이렇게 고상한 영혼을 지녔는데, 제가 두려울 게 뭐겠어요!

-수많은 일이 하나로 엮여서 저를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부모의 죄악이 자식에게 내려온다는 속담은 제가 아침에 겪은 공포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똑똑히 깨달은 거예요. 저 역시 여왕과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태어났으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앞에서 제가 태어났다는 이유로 받을 벌은 없으며, 여왕 역시 그런 이유로 받을 상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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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12-31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책소개를 보니,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고 추리소설이기도 하다는 말이 있네요 스티븐 킹이 좋아한다는 말도 있어요 찰스 디킨스 소설은 겨우 한권 읽은 듯합니다 다른 건 이야기로 듣기만 했네요 올리버 트위스트나 크리스마스 캐럴... 이건 여러 가지로 만들어지기도 했군요 거기에 나온 인물과 같은 사람이 여기에도 나왔을 듯하네요

반유행열반인 님 2024년 마지막 날이네요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 2025년 잘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몽상과 거울 아침달 시집 35
양안다 지음 / 아침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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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양안다.

해일이 오면 우리 온몸으로 받아낼 수 있을까. (‘악보가 육체라면, 음악이 영혼이라면’ 중)

첫번째로 좋아하는 시인이 황인찬이고 두번째가 양안다라고 했는데, 이 시집을 읽는 동안 회의를 느꼈다. 미안해 안다야 너 쫓겨날 것 같아. 전에 읽은 두 시집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랑 ’작은 미래의 책‘은 뭔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은 있네, 였는데 이번 두툼한 이 시집은 뭔말인지도 모르겠고 잘 느끼지도 못했다. 시집의 구성은 조금 독특했다. 앞부터 시가 좌르르륵 나오고 중간에 꺼꾸로해도 자낙스라는 거울이 있고 대칭으로, 앞부분과 역순으로 같은 제목의 시들이 또 이어진다. 시집 구성은 재밌지만 시는 절반 넘어가도록 건지지 못해서 또 초조했다.

그러다가 시선집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가 눈에 들어와서 펼쳤다. 최승자가 옮긴 머레이 시랑, 미야자와 겐지 시랑, 이거저거 아무거나 펼치고 읽어도 세상에, 다 좋잖아. 그러니까 시를 읽는 내 눈깔이 내 뇌가 삐꾸인 게 아니고 시는 좋은 걸 잘 옮긴 걸 잘 골라서 읽어야 괴롭지 않겠구나… 시선집은 너무 좋아서 그만, 아껴 읽어야지 하고 덮어버림…그러고나서 양안다 시집 남은 걸 후다닥 읽어 치워버렸다. ㅋㅋㅋㅋㅋㅋ안다야 미안해.

12월이니까 12월이라는 시 두 편만 베껴 놔야 겠다.

-옷장은 닫혀 있었다. 창문도 닫혀 있었다. 거실에서 눈이 내리지 않았다. 암막 커튼은 물결치고 밤의 진폭을 증가시켰다. 올해가 끝나가고 있구나. 창밖에는 사람들이 연말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고 시간에 대해 배울 것이다. 밤은 빛을 사랑할 것이다. 어느 연인은 귓속말로 밀담을 나눌 것이다. 세상 모든 비밀이 폭로될 것이다. 세계는 유지될 것이다. 무질서를 사랑할 것이다. 떠돌이 개는 배를 불릴 것이다. 옷장은 닫혀 있었다. 거울은 닫힌 옷장을 향해 있었다. 오래 살기로 약속. 꼭. 그날은 눈이 내렸다. 12월에는 눈이 무척 느리게 내리는 것 같아. 너도 그래? 그래. 그랬던 것 같다. 필름은 온전히 손상되지 않았다. 표정이 기억나지 않았다. 목도리는 무슨 색이었더라. 장갑을 끼고 있었던가. 아니. 언 손을 맞잡고 있었다. 코트에 단추가 몇 개 있었떠라. 그런데 목소리는? 나는 눈빛을 사랑했지만 옷장은 닫혀 있구나. 귀가 멀어버렸구나. 전야제가 있을 것이다. 캐럴이 들릴 것이다. 나는 그것을 찬송가와 헷갈리곤 했다. 종교를 가져본 적 있어? 아니. 그러나 그때 눈빛에 매혹된 이후로 종교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밤새도록 허름한 기도가 계속될 것이다. 소원과 속죄가 반복될 것이다. 세계는 유지될 것이다. 그때 나는 언 손을 맞잡고 설원에 가고 싶었다. 끝도 없는 설원을 함께 기록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창문은 닫혀 있던 걸까? 나는 암막 커튼을 걷었다. 거실에서 눈이 내리지 않았다. 머릿속은 이미 눈보라. 익사할 것이다. (‘12월’ 전문)

-갑작스러운 날이었습니다. 아침이
잠들어 있는 동안 마당에는 새들이 한바탕 죽어 있었지.
창문은 입김을 잃고
머리채 흔들며 미치는 건 눈보라였습니까? 보세요. 얼어붙은 영혼이
너에게 손 내미는 것을. 내가 겨울을 시기하는 것이
당신을 절벽으로 몰아붙인다…...
-증상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재해는 늘 뜻밖의 일이었으니까요.
창문 바깥에
가득 차 있는 건 겨울의 매혹이었을지도.
예기치 않은 날씨 변화에 압도되는 건 너였다. 내가 작은 우산을 쥐고
죽은 새의 내장을 헤집는 동안…...이런 추위가 나를 못 견디게 해. 나의 증상이 너를 못 견디게 하는 것처럼.
들었습니까? 박제된
프리지어의 목소리를…... “추위에 매료되는 동안
약간의 현기증을 겪곤 해요.” 그러나 떠돌이 개들은
여전히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어붙은 영혼이 내민 손을 잡은 건
우리가 아니라 죽기 직전의 새들이었다. (‘12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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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4-12-26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옮겨주신 시 두편은 좋은데요. 계절발(?)일까요. 반님은 타이핑으로만 옮겨적으시죠? 문득 궁금.. 독후감이 평소보다 뜸하셔서 디킨스 독파하시나 궁금해서 두드리러 왔는데 못 본 글이 있었다😅 오예!

2024-12-26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수 2024-12-26 18:07   좋아요 1 | URL
홀리하게 엘리베이터 버튼 내가 누르랬다가 내가 누르면 발 쾅쾅 구르는 아동과 보냈습니다. 악!
오 타이핑으로 옮기시는구나. 마저 반님이 뿌려놓은 부스러기 밟고 과자집 가는(나오는?) 길 행복하지요 저도 얹어감 ㅋㅋ 갬동조언.. 저도 부스러기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진짜 심각했던 거 같음 ㅋㅋㅋㅋ 한량함 누리는 거 왜케 짠한지! 아픈 건 다 나으신 거죠? 바이러스 12월과 함께 잘가 훠이훠이
 
황폐한 집 1 비꽃 세계 고전문학 24
찰스 디킨스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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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9 찰스 디킨스.

‘나보코프 문학강의’ 덕에 찰스 디킨스를 처음 읽게 되었다. ‘황폐한 집’은 처음 듣는 소설이었는데, 무려 3권이나 되는데 전자 도서관에 있었다. 이런저런 익살이나 빈정거림이나 블랙 유머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아직 1권 밖에 못 봤어… 언제 다 봐… 재미있긴 한데 퍽 길다.

카프카가 ‘소송’이나 ‘성’을 쓰기 전에 이 책을 읽었는지 궁금했다. 이 소설 배경인 영국, 런던(맞나)에서도 길고 끝없는 소송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소모되고 소송 비용이 눈처럼 불어나고 많은 이들이 고통 받는다. ‘잔다이스 대 잔다이스’ 소송이라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얼 다투는지는 잊혀진 건지 자세히 나오진 않는다. 소송의 피후견인이라 하는 젊은이 에이다와 리처드는 사랑에 빠지고, 에이다의 말벗 겸 집안일 돌볼 ‘꼬마 아줌마’로 함께 데려온 에스더가 중심 화자처럼 주변을 관찰하고 이런저런 사건을 파악해 나간다. 나보코프는 ‘맨스필드 파크’에서 더부살이 패니를 중심인물 삼은 것처럼 하녀나 가정교사 같은 상대적으로 좀 덜 존중받는 인물을 관찰자나 화자로 삼는 것에 주목한다. 여기서도 에스더가 하는 행동이나 주변을 파악하는 걸 보면, 처음에는 조금 어리숙한 듯 하다가 점차 이것저것 관찰하고 오히려 주변 상황을 꿰뚫고 리처드가 진로 선택 제대로 못해 방황하는 걸 걱정하고 지적하거나, 잔다이스 아저씨가 고민하는 데 다가가서 위로하고, 사랑에 빠진 에이다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게 도우려고 애쓰기도 한다. 정작 에스더 자체도 뭔가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처럼 냄새만 팍팍 피워놓고 아직 이야기를 충분히 풀지 않은 채로 1권이 끝나지만…

법정을 둘러싸고 대법관부터 변호사들, 법률문서 대서하는 사람들, 재판 관련 문구 파는 사람, 심부름꾼, 소송 당사자들, 배심원들 우왕좌왕 많이도 나왔다. 정체 잘 모를 귀족들 이야기도 나오고 소송 걸면서 땅 가지고 분쟁하는 두 집도 나오고… 그런데 정작 법률과 소송은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재판 그 자체에 빠져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한다. 그리고 오래 전엔 아이들을 참 가혹하게 대했구나… 부모 없이 떠돌며 여기저기 천대받고 의심받는 빗자루질 하는 조가 그랬고, 사회사업한다고 미쳐 다니며 자기 아이 안 돌보는 뭐시기 부인네 아이들이 또 그랬다. 피피란 아이가 계단 여기저기 부딪히고 굴러떨어지며 방치되는 장면도 맴찢… 부모한테 용돈 다 털려서 기부하고 다니는 불만에 찬 어린이들도 안타깝고…
이 소설 안에서 사람들을 살게 만드는 건 법이나 제도보다 누군가를 가엾게 여기는 마음, 어린 아이를 도우려는 호의, 건넨 작은 돈, 음식, 친절, 위로, 뭐 그런 것들이었다. 자꾸 반복해서 보여주는 당연한 장면들인데 그 새삼스러운 것들이 이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꾸 잊히는 구나 싶었다. 법과 정의는 필요한 것이지만 과정과 절차에 매여 지나치게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자꾸 등장해서 디킨스가 뭘 말하고 싶은지는 참 또렷하지만… 이걸 2권 3권에서 또 어떻게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더 봐야겠네… 언제 다 보나… 재밌긴 한데 요즘 책 읽는 것조차 힘들고 그렇다. 감기도 심하고 복직할 마음도 심란하고ㅋㅋ 아파서 나가 걷지도 못하고 누워 앓다보니 한 주가 훅 갔다. 내 마음엔 법원을 세우지 말자… 그냥 다독다독이나 해 주자… 정신 없어 아무말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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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대법정이니, 영국 곳곳에서 건물은 무너지고 토지는 말라비틀어지고, 정신병원마다 미치광이는 녹초가 되고, 공동묘지마다 죽은 자는 가득하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원고는 뒤축이 닳아빠진 신발에 실밥이 드러난 차림으로 사람들을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돈을 빌리거나 구걸하고, 돈 많은 부자는 판결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단이 넉넉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추구하는 자는 돈과 인내심과 용기와 희망을 완벽하게 빨리다 머리가 깨지고 심장이 무너지는 터라, 고결한 법률가치고 “아무리 억울한 일을 겪더라도 법정만큼은 안 찾는 게 좋다”는 경고를 안 하는 사람이 없구나! (대법정 무섭다... 판사님 이 독후감은 모두 뒷산 고양이가 쓴 것입니아옹)

-그는 도덕적으로 엄격하고, 인색하거나 비열한 행위를 경멸하며, 자신의 진정성을 비난받느니 차라리 죽는 편을 선택할 신사다. 한마디로 명예를 존중하며 완고하고 진실하고 기개가 높고 편견이 심한, 완벽하게 비이성적인 인물이다. (결론이 웅장. 비이성적인 새끼야)

-젊은 사내가 실수로 잉크를 몸에 쏟은 모습으로 인도에서 저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링컨 법학원에 있는 켄지와 카보이에서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젊은 사내는 친절했어요. 짐을 삯마차로 옮기는 걸 감독한 다음에 제가 올라타도록 거들고, 저는 런던 어디서 큰불이 났느냐고 물었어요. 거리마다 짙은 갈색 연기가 가득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거든요. 그러자 젊은 사내가 대답했어요.
“어이쿠, 아닙니다, 아가씨. 이건 런던 명물이랍니다.”
저는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고, 젊은 사내는 다시 말했어요.
“안개요, 아가씨.”
“아, 그렇군요!” (아니 그거 무진의 명물 아니었어?!)

-“안개가 정말 짙네요!”
제가 말하니, 거피가 마차 발판을 내리며 대답했어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겉모습으로 판단하건대, 아가씨한테는 오히려 잘된 것 같네요.”
좋은 뜻으로 하는 말 같아, 저는 얼굴이 붉어지는 걸 가볍게 웃어넘기고, 거피는 문을 닫고 마부석에 올라탔어요. (안개 좀 알게 되서 인사치레 했다가 허튼 소리 들었는데 못 알아 듣는 에스더. 여기서 디킨스씨 개그 좀 치시네 했다.)

-노인이 살짝 고갯짓해서 세입자를 가리키며 이어나갔어요.
“톰 잔다이스는 여기에 자주 왔다오. 재판 일정이 잡히면 주변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조그만 상점 주인한테 말하는 습관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대법정 소송은 피하라고, ‘그건 천천히 돌아가는 맷돌에 온몸을 갈아대는 것과 똑같으니까. 천천히 타오르는 불길에 온몸을 태우고, 벌침에 한 방씩 물리며 천천히 죽어가고, 하나씩 떨어지는 물방울에 익사하고, 조금씩 미쳐가는 것과 똑같으니까’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었거든. 어린 아가씨가 지금 서 있는 바로 그곳에서 하마터면 그대로 자살할 뻔했지.”
우리는 공포에 휩싸이고, 노인은 손가락으로 고물상 통로를 천천히 가리키며 이어갔어요.

-스킴폴 선생은 아침 식사 때도 간밤처럼 명랑했어요. 식탁에 벌꿀이 있어서 꿀벌에 대한 담론으로 나아갔지요. 자신은 벌꿀은 반대하지 않지만(꿀벌을 좋아하는 걸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은데), 벌꿀을 가지고 교만한 억측을 펴는 건 반대한다. 바쁘게 일하는 꿀벌을 모델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자신이 볼 때, 꿀벌은 꿀 만드는 걸 좋아한다. 꿀을 만드는 게 싫다면 안 만들 거다. 꿀벌은 자신의 취향을 그렇게 자랑할 필요가 없다. 모든 인간이 온 세상을 윙윙대며 날아다니다 무어든 길을 막는 물체에 부닥치고, 자신은 일하러 가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친다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게다가 꿀벌은 꿀을 다 만드는 즉시 연기를 맡고서 쫓겨나는 신세가 아니더냐. 맨체스터 노동자가 면직물을 짜는 목적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 생각한 거다. 자신이 볼 때 수벌이야말로 누구보다 명랑하고 현명한 사상을 실천한다. 수벌은 있는 그대로 말한다. ‘미안합니다. 나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세상엔 볼거리가 널리고 구경할 시간은 짧으니, 나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돌아다니길 싫어하는 분에게 먹을 걸 구걸하겠습니다.’ 나는 수벌 철학을 아주 좋은 철학으로 여긴다. 수벌은 꿀벌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늘 애쓴다. 그래서, 자신이 아는 한, 늘 간편하게 산다, 상대가 꿀만 내준다면, 그리고 꿀이 얼마나 있는지만 안 속인다면! (어린이처럼 묘사되는 스킴폴 선생을 세 글자로 말하자면 식충이)

-“지상에 있는 지옥 불 가운데 대법정처럼 지독한 곳은 어디에도 없어. 그런 곳은 개정 기간 중 가장 바쁜 날에 땅속에다 지뢰를 파묻어, 위쪽과 아래쪽, 높은 놈과 낮은 놈은 물론 거기에 관여하는 놈 모두랑 기록과 법률과 선례까지 모조리 모아놓고 화약 천 톤을 터트려서 깡그리 날려버려야 해, 조금이라도 개혁하려면!”
그분이 굵직한 목소리로 강력한 개혁 방법을 열심히 내놓는 모습에 누구나 웃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웃으니, 그분 역시 머리를 꼿꼿이 들고서 널찍한 가슴을 흔들며 주변이 또 마구 흔들릴 정도로 커다랗게 “하하하!” 웃어댔어요. 그런데도 자그마한 새는 아무렇지 않았어요. 완벽하게 안전한 느낌으로 머리를 이쪽저쪽 홱홱 돌리며 식탁을 쫑쫑쫑 뛰어다니다, 반짝이는 눈을 갑자기 돌려서 주인을 쳐다보는 게, 자신과 똑같은 새라고 여기는 것 같았어요. (장비 같은 입 걸고 불 같은 보이손 선생1)

-...해군본부 위원회 놈이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다리를 – 두 다리를 – 분질러 버린 다음, 48시간 안에 군의관 대우 체계를 완전히 안 고친다면, 그 다리를 고쳐주는 의사는 해외로 모조리 유형을 보내야 한다고.”
“일주일은 여유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잔다이스 아저씨가 묻자, 보이손 선생이 단호하게 소리쳤어요.
“안 돼! 안 될 말이야! 48시간! 도시든 성당이든 사목회든 멍청이만 가득한 모임에서 그런 말이나 주고받는 놈들은 하나같이 수은광산으로 끌려가서 짧은 여생을 강제노동하며 살아야 마땅하다고. 밝은 대낮에 그런 말이나 해서 영어를 오염시키는 일이 없도록. 젊은이들이 그렇게 훌륭한 일에 용감하게 뛰어드는 걸 이용해서 야비하게 이익이나 챙기는 놈들은, 젊은이들이 인생 황금기를 바쳐가며 비싼 돈으로 오랫동안 공부하고 사회에 봉사하는데 쥐꼬리만 한 봉급만 주는 놈들은, 하나같이 목을 분지른 다음, 두개골을 외과의 협회 회관에 진열해서 두개골이 얼마나 두꺼울 수 있는지를 젊은 의사들이 실제로 만져보면서 일찌감치 깨닫게 해야 한다고!” (장비 같은 입 걸고 불 같은 보이손 선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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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Tlla 2024-12-19 2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디킨스의 작품을 재밌게 읽지만 분량이 많고 전개가 느려서 다시 읽을 엄두가 잘 안나요. 하지만 빈유행열반인 님의 리뷰를 읽으니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12-19 22:20   좋아요 0 | URL
어맛 맞춤형 독서 AI인 줄 알았습니다 ㅋㅋ 먼저 이 긴 걸 다 읽으신 것도 대단하시고...친절한 해설 감사합니다. 빈유행인 것도 들켜버렸다...

반유행열반인 2024-12-19 22:22   좋아요 0 | URL
어마맛 내 맞춤형 해설서 다 날아가버림 ㅋㅋㅋ스포일러 방지 특공대 출동한 것인가!!!!

dbTlla 2024-12-19 22:39   좋아요 1 | URL
북플에서 댓글을 달다 보니 오타가 생기네요. 죄송합니다. 반유행열반인 님. ㅎㅎ (이번엔 오타가 없죠? 😅)

반유행열반인 2024-12-19 22:39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ㅎㅎ저도 오타대마왕이에요ㅎㅎㅎ

유수 2024-12-19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 얇은 거지만 저도 오늘 디킨스 읽었는데!!

반유행열반인 2024-12-19 23:12   좋아요 1 | URL
으하하 통했다!!! 전 본 게 거의 없네요 ㅎㅎㅎ 이거 재밌는데 넘 길어... 언제 다 보죠...

유수 2024-12-19 23:13   좋아요 1 | URL
반님은 할 수 있다. 저는 선좋아요중댓글후정독 들어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12-19 23:14   좋아요 1 | URL
ㅋㅋㅋ이런 허접독후를 정독까지야... 그저 송구하고 늘 감사하옵니다...

유수 2024-12-19 23:49   좋아요 1 | URL
인용괄호가 역시 재밌어요. ㅋㅋ아쉽다. 감질난다. 수벌 갖다붙이는 거 웃기고요. 이제 밑밥수거해라 2권!

반유행열반인 2024-12-20 09:33   좋아요 0 | URL
우후후 이 콩깍지 오래도록 안 벗겨지심은 기쁜일인지 죄송할 일인지... 작은 웃음 드린다면 그저 제 행복... 대문호니까 떡밥 회수도 프로겠지?!?!

2024-12-19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20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20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12-20 10:45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그래서 어제도 어린이들한테 치킨 튀겨줄까? 붕어빵이랑 같이? 이러고서 같은 거 먹었어요 ㅋㅋㅋ 애들이 좋아하는 거 먹어주면 고칼로리 몸보신이 아닐까!!! (이러고 아침엔 오트밀요거트랑 드립커피랑 단백질 음료 깨작깨작 처묵처묵)
 
세일러와 페카 삼부작 zebra 13
요쿰 노르드스트 지음, 이유진 옮김 / 비룡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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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5 요쿰 노르드스트.

 작가 이름조차 생소한 이 그림책은 스웨덴어가 많았다. 예전엔 스웨덴에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젠 어떤 장소에 대한 기대조차 잘 안 생긴다. 펀딩으로 사전예약 하던 책인가 본데, 난 그냥 충동구매했다. 해피버쓰데이 오르골 받는 구매액 채울라고 둘러보다 대충 추천 올라오는 거 집어 담은 듯…(야 뭔 과자 사냐)


 의외로 작은어린이가 좋아했다. 오늘은 트릴로지의 세일러와 페카의 일요일을 읽을 차례였는데, 한참 전에 읽어줬는데도 일요일! 하고 펼치기도 전에 다음 부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침 일요일이라 딱 맞네, 했더니 맞다고 손뼉치면서 또 좋아했다. 이런 걸 보면 아직 애기라 귀엽다.

 세일러는 오래 전 바다를 누비던 선원이었고 지금은 그냥 동네 돌아다니고 멍멍이랑 둘이 산다. 소소하게 차 고장나고, 누구 부르러 가고, 아프고, 교회에 가고, 술집에서 칼부림하는 거 보고 놀라서 도망치고, 서사는 별 거 없는데 그림이 귀여웠다. 멍멍이 페카도 귀엽고, 청바지 입은 올빼미 갑툭튀 이런거도 조금 귀여웠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세일러랑 페카가 차려입고 교회 가느라 택시 부르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 보고 윤석열이다, 해 버림… 아저씨 죄송해요ㅋㅋㅋ그런데 좀 닮았다구…

 얘들은 일요일에 교회 갔다가 펍? 바? 어딘가에 가서 당구 치고 음식 시켜 먹고 당구치다 싸우는 사람들 보고 도망치고 그랬는데 난 뭘 했더라… 토요일은 감기가 너무 심해서 막 온몸 두들겨 맞은 듯 아파서 종일 누워 앓았다. 밤에도 자다 깨다 춥다 덥다 앓다가 새벽녘 되니 몸살은 좀 덜해졌다. 대신 오늘은 기침이랑 콧물이 캑캑 줄줄 난리야… 어린이들이랑 떡볶이를 해 먹고, 저녁은 레토르트 자장면을 끓여줬다. 장강명 소설 원작인 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봤다. 흠. 주계나, 주미나, 뭔가 나랑 내 동생이랑 이름 비슷한 자매도 나오고, 그런데 저 주인공이랑 나랑 은근 닮은 듯 하지만 나는 한국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잘 안 해 봤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이런 밈에 너무 수긍해 버린 건지? ㅋㅋㅋ 읽는 중인 디킨스의 ‘황폐한 집‘ 에 나오는 윌리엄인가, 리처드인가, 하여간에 남자 아이 하나는 처음엔 해군 한댔다가, 다시 육군 할래? 하니까 그럴까, 하다가, 갑자기 와 외과의사할래요! 이러는 장면이 나왔다. 해군이나 선원이 되려는 마음은 뭔가 여기저기 떠돌고 넓은 세상 보고 싶은 욕구의 상징처럼 문학 여기저기 등장한다. ’길 위에서‘에서도 샐인가 하는 놈이 배 타고 싶어하는게 나왔던 것 같기도… 요즘의 나는 제법 여기저기 근교를 떠돌아다니긴 하는데 그냥 결국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올 거리만큼 벗어났다 오는 것 같기는 하다. 게임 대항해시대의 항구를 직접 찍고 다니는 여행자의 블로그나, 해외 희귀 곤충 수집한다고 채집 여행 다니는 만화가 겸 곤충연구대학원생 블로그 같은 거만 보면서 멀리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는 전해 듣기만 하지. 그러고보면 책은 스웨덴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그린 그림도 보게 해주고 좋은 여행 대체물(?)이로군… 그림책 보고 아무말이나 했다… 사실 책 자체가 정말 아무말이나 하다가 끝나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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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처럼 걷고 다니느라 책이 잘 안 잡혀서 이 책 저 책 뜨적뜨적 보다 말다 합니다. 

전자책으로 두 종, 나보코프 문학 강의와 거기서 다루는 두 번째 소설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 읽고 있습니다. 디킨스 처음 읽는데 이렇게 나랑 잘 맞을 줄은!! 블랙유머 수다쟁이였어!!! ㅋㅋㅋ


양안다의 거울 같은 시집의 거울 절반 정도 봤습니다. 한참 오래 보는데 이번 건 참 안 읽히고 난해해…두껍게도 써 놨구나…

커피 공부를 할랬더니 분자식이 뒤범벅… 최낙언 선생님의 커피 공부책을 로스팅 부분 쯤 보는 중입니다… 그냥 눈으로 훑는데 의의를…화학 공부 안 하게 되서 참 다행이다… ㅋㅋㅋ

이옥 산문집은 서문만 봤구요…그치만 재밌겠다!!! 망한 자의 전집!!! 


얘 2권은 언제 보지… 1권보다 더 두껍네… 재미없던데…

얘들은 보고 싶은데, 맘만 먹고 기약없이 눈앞에 진열만 ㅋㅋ



과연 3월 전에 얼마나 더 읽고 갈 수 있을까요 ㅎㅎㅎ 더디 읽는 나놈 채근 좀 하려고 위시리스트? 독서 진행록? 남깁니다. 아, 알라딘이 이달 당선 적립금 줘서 좀 더 보태서 철학 만화책도 샀는데 아직 안 왔다요 ㅎㅎㅎ3권 세트 갖추니 뿌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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