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일러와 페카 삼부작 ㅣ zebra 13
요쿰 노르드스트 지음, 이유진 옮김 / 비룡소 / 2024년 11월
평점 :
-20241215 요쿰 노르드스트.
작가 이름조차 생소한 이 그림책은 스웨덴어가 많았다. 예전엔 스웨덴에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젠 어떤 장소에 대한 기대조차 잘 안 생긴다. 펀딩으로 사전예약 하던 책인가 본데, 난 그냥 충동구매했다. 해피버쓰데이 오르골 받는 구매액 채울라고 둘러보다 대충 추천 올라오는 거 집어 담은 듯…(야 뭔 과자 사냐)
의외로 작은어린이가 좋아했다. 오늘은 트릴로지의 세일러와 페카의 일요일을 읽을 차례였는데, 한참 전에 읽어줬는데도 일요일! 하고 펼치기도 전에 다음 부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침 일요일이라 딱 맞네, 했더니 맞다고 손뼉치면서 또 좋아했다. 이런 걸 보면 아직 애기라 귀엽다.
세일러는 오래 전 바다를 누비던 선원이었고 지금은 그냥 동네 돌아다니고 멍멍이랑 둘이 산다. 소소하게 차 고장나고, 누구 부르러 가고, 아프고, 교회에 가고, 술집에서 칼부림하는 거 보고 놀라서 도망치고, 서사는 별 거 없는데 그림이 귀여웠다. 멍멍이 페카도 귀엽고, 청바지 입은 올빼미 갑툭튀 이런거도 조금 귀여웠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세일러랑 페카가 차려입고 교회 가느라 택시 부르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 보고 윤석열이다, 해 버림… 아저씨 죄송해요ㅋㅋㅋ그런데 좀 닮았다구…
얘들은 일요일에 교회 갔다가 펍? 바? 어딘가에 가서 당구 치고 음식 시켜 먹고 당구치다 싸우는 사람들 보고 도망치고 그랬는데 난 뭘 했더라… 토요일은 감기가 너무 심해서 막 온몸 두들겨 맞은 듯 아파서 종일 누워 앓았다. 밤에도 자다 깨다 춥다 덥다 앓다가 새벽녘 되니 몸살은 좀 덜해졌다. 대신 오늘은 기침이랑 콧물이 캑캑 줄줄 난리야… 어린이들이랑 떡볶이를 해 먹고, 저녁은 레토르트 자장면을 끓여줬다. 장강명 소설 원작인 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봤다. 흠. 주계나, 주미나, 뭔가 나랑 내 동생이랑 이름 비슷한 자매도 나오고, 그런데 저 주인공이랑 나랑 은근 닮은 듯 하지만 나는 한국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잘 안 해 봤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이런 밈에 너무 수긍해 버린 건지? ㅋㅋㅋ 읽는 중인 디킨스의 ‘황폐한 집‘ 에 나오는 윌리엄인가, 리처드인가, 하여간에 남자 아이 하나는 처음엔 해군 한댔다가, 다시 육군 할래? 하니까 그럴까, 하다가, 갑자기 와 외과의사할래요! 이러는 장면이 나왔다. 해군이나 선원이 되려는 마음은 뭔가 여기저기 떠돌고 넓은 세상 보고 싶은 욕구의 상징처럼 문학 여기저기 등장한다. ’길 위에서‘에서도 샐인가 하는 놈이 배 타고 싶어하는게 나왔던 것 같기도… 요즘의 나는 제법 여기저기 근교를 떠돌아다니긴 하는데 그냥 결국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올 거리만큼 벗어났다 오는 것 같기는 하다. 게임 대항해시대의 항구를 직접 찍고 다니는 여행자의 블로그나, 해외 희귀 곤충 수집한다고 채집 여행 다니는 만화가 겸 곤충연구대학원생 블로그 같은 거만 보면서 멀리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는 전해 듣기만 하지. 그러고보면 책은 스웨덴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그린 그림도 보게 해주고 좋은 여행 대체물(?)이로군… 그림책 보고 아무말이나 했다… 사실 책 자체가 정말 아무말이나 하다가 끝나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