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예가체프 G1 게뎁 첼첼레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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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책 읽을 때, 비오고 눈 올 때, 숲에서 나무를, 바다에서 파도를, 강에서 윤슬을 보며 마시는 것이다. 커피는…머리 아플 때, 피곤할 때, 속상할 때 들이키는 것이다. 여기에 그 어떤 것도 갖다 붙이면 안 된다. 그저 커피 열매를 따는 사람과 맛있게 만드는 사람의 노고에 감사만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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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5-22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알라딘 새 원두 출시 늘 기다려지죠!?
이것도 왠지 맛날 거 같아요. ㅎ

페넬로페 2026-05-22 11:43   좋아요 1 | URL
에티오피아 커피는 언제나 환영이예요. 맛있을 것 같아요.

coolcat329 2026-05-22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얼마 전 구입한 원두 이제 마시기 시작했는데 또 새로 나왔군요! 거기다가 에티오피아라니...ㅠㅠ

페넬로페 2026-05-22 13:34   좋아요 0 | URL
새로운 커피 따라가기도 힘들죠? ㅎㅎ
커피는 언제나 좋아요.

잠자냥 2026-05-22 14:09   좋아요 2 | URL
심지어 500g 사신 쿨캣님....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6-05-22 14:58   좋아요 2 | URL
그것도 잠자냥님 리뷰보고 혹해서...😚

페넬로페 2026-05-22 15:02   좋아요 0 | URL
저도 기억합니다.
쿨캣님, 커피 끊는다는 결심을요. ㅎㅎ
과하지 않게 맛있게 마십시다.

독서괭 2026-05-22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게뎁 첼첼레… 왠지 이름이 이상할수록 맛있을 것 같아요 ㅋㅋㅋ

페넬로페 2026-05-22 15:04   좋아요 1 | URL
이 이름 뜻이 뭘까요?
원산지 이름 같기도 해요.

잠자냥 2026-05-22 16:12   좋아요 2 | URL
게뎁 첼첼레(Gedeb Chelchele)는 예가체프 남동쪽 게데오 존의 고지대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스페셜티 커피 생산지랍니다! 등급: G1은 결점두가 거의 없는 최상위 등급이라는데요, 쿨캣님 빨랑 마셔보고 싶어서 발동동 구르실 듯 ㅋㅋㅋㅋㅋㅋㅋㅋ
 
악령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59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박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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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소설로 기획된 이 작품에 풍자가 가득하다. 허무, 관념, 신이 이중적 구조로 얽히며 폭력과 죽음, 웃음이 뒤섞인다. 악령 들린 자들은 돼지떼에 실려 타인을 파멸시키고 스스로 사라진다. 독보적인 도선생님의 필력이 대단했지만, 그가 자주 인용하는 용서와 참회는 이곳에서만은 많이 과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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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 타자기 위픽
박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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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의 작품을 아직 읽지 않아 작가에 대해 잘 모른다. 어쩌면 앞으로 그의 작품을 읽지 않을 수도 있고, 읽더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소설의 제목에 찰스 부코스키라는, 살아있는 작가의 이름이 들어 있어 흥미로웠다.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는 순전히 제목 때문에 읽은 책이다. 박지영 작가에게 찰스 부코스키가 주는 의미는 무엇이며, 왜 제목에 그의 이름을 넣었는지 궁금했다. 사실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를 읽다보면 찰스 부코스키보다 타자기가 더 중요한 단어라는 걸 알게 되지만 왜 하필 찰스 부코스키였을까?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은 만 40세와 만 66세에 해당하는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이다. 이 소설은 두 번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으로 시작된다. ‘건강‘60여 년의 생이라는 단어에서 이 단편 전체가 노년에 대해 서술된 것 인줄 알았다. 몸의 쇠락, 가난과 소외, 외로움에 대한 노년의 삶을 이해하지만 지겨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첫 부분에서부터 너무 흥미로운 내용이 나와 생각할 것이 많았다. 책을 읽는 동안 를 거기에 대입시키고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재미있기도 했다.

 

소설 속 두 번의 생애전환기에는 다음 생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자율적으로 선택 가능(p.13)'하다. ’생애 전환 시행령이 국민 법안으로 채택된 후, 첫 번째 생애전환기(40)에는 이대로 계속 살 것인가, 아니면 전환 할 것인가의 가부를 결정한다. 이때 바로 전환된 생으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 평균수명 120세를 기준으로 보통 두 번째 생애전환기(66)에 전환을 많이 한다. 그때 자신이 최종 선택한 형태의 삶으로 전환된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늙어간다는 건 어느새 재앙이 되었다. 병을 달고 사는 세월이 길어지고, 그 기간만큼 다른 사람의 도움과 의료비용을 필요로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늙음을 관리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부담해야 할 세금도 매년 증가한다. 개인적으로도 늙음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며 삶에 대한 의미를 없애버린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나머지 삶을 사람이 아닌 다른 것으로 전환해 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좋은 이유에도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사회적 비용과 전환을 원하는 것에 대한 적절한 배분, 그것에 대한 관리 등, 어쨌든 이 제도도 국가의 관리 하에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내가 전환하고 싶은 것으로 무조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전환하고 싶지 않다는 인간의 의지도 사회적 비용 때문에 비판받을 수 있다.

 

60년의 삶을 그저 그렇게, 평생 과민성대장증후군을 달고 산 승혜는 두 번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앞두고 있다. 첫 번째 생애전환기에 이미 전환하겠다고 정해 놓았다. 미리 다른 종으로의 전환을 선택해 노후 자금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어 보다 여유 있게 살아왔다. 노인이 되어 가난하게 홀로 아프게 살기 싫어 별 고민 없이 전환을 선택했다. 전환을 결정하면 3지망까지 희망하는 생을 적어야 한다. 승혜가 1지망으로 적은 것은 맥반석이었다. 맥반석 정도는 쉽게 될 줄 알고, 2,3 지망은 적지 않았다.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난 이런 경우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생각했다. 나 역시 당연히 전환을 받아들일 것 같다. 복잡하고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내가 희망하는 1지망의 생은 벚나무가 되는 것이다. 높이 자라는 나무가 되는 것도 좋고, 봄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워서도 멋지다. 잎이 하나하나 떨어져 땅에 모여지는 모습도 아름답다. 여름이면 잎이 무성해진 벚나무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준다. 가을에 곱게 물든 잎은 낙엽이 되어 거리를 풍성하고도 운치 있게 만든다. 2지망은 소설이 쓰여지는 종이. 3지망은 천천히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승혜는 맥반석으로의 전환을 거부당한다. , 그러면 나도 벚나무로의 전환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세상과 사람에 대해 준 게 별로 없기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그늘을 만들어주며 예쁜 낙엽이 되는 벚나무로 전환되는 것이 거부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인간에서 다른 것으로의 전환도 어려운 결정인데 원하는 것이 바로 채택되지 않는 것 또한 힘들 것이다. 생태계의 균형과 소요될 자원이나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지구인의 삶은 언제, 어디서든 만만치 않다. 결국 승혜는 타자기로의 생을 부여받는다. 똑같은 무생물이지만 자연 상태의 무생물로의 전환은 더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했다. 타자기가 된 승혜는 기억예치소라는 곳에 있다가 여름이 지난 바닷가에서 해변의 타자기가 되어 생을 마감한다. 이 과정에서 아름다운 얘기가 너무나 많다.

 

작가의 말에서 박지영 작가는 너는 늙어서 뭐가 될래?’라고 묻는다면 해변의 타자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작가 아버지의 말의 잃어버림, 자신의 노화를 겪으며 불안과 소멸의 방식을 농담의 형태로 고민(97)'해 보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것이 이처럼 좋은 소설로 승화된 것 같다. 상상된 재미있는 소재로 인간의 존엄과 늙음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마냥 무겁게 느껴지는 늙음을 이 책이 잠시나마 경쾌하게 해주었다. 기능을 잃어가는 육신보다 쓸쓸하지만 해변의 모래를 뒤집어 쓴 타자기로 남는 것이 더 견디기에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밥을 먹다 남편과 딸아이에게 이 소설의 내용을 들려주며, 당신들은 무엇으로 생애 전환을 하고 싶은가 물었다. 남편은 독수리라고 했고, 딸아이는 큰 고래라고 했다. 그들은 상상의 나래를 펴며 독수리와 고래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다른 인간으로의 전환을 말하지 않는 것에 다소 안도했지만 그래도 내 가족의 열정과 그에 따른 피로가 느껴져 마음속으로 웃었다. 나의 벚나무와 함께.

 

찰스 부코스키는 타자기를 사랑했던 여러 작가 중 한 명이다.

 

[온점. 마침표.

그것이 인간 여자 고승혜가 해변의 타자기의 생을 거쳐 전환된 마지막 생의 모습이었다. 마침내 승혜는 고요히 단단하고 가장 강한 작은 돌, 하나의 마침표로 남았다. -p,92]

 

고요히 단단하고 강한 온점. 마침표.

전환하지 못할 내 삶도 그렇게 온점을 찍으며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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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5-21 0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맥반석이요? ㅋㅋㅋ 너무 의외네요. 페넬로페님의 벚나무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만.
생애전환기라는 말이 새삼 좋은 말로 느껴지네요. 그냥 늙어가는 게 아니라 전환하는 거..
저는 평소 까치를 좀 부러워했는데 - 천적도 없고 이미지도 좋고- 미국 국립공원에 있는 나무도 좋을 것 같아요 ㅋㅋ

페넬로페 2026-05-21 08:04   좋아요 0 | URL
소설 속에 왜 맥반석이 되고 싶은지 이유가 나오는데 그것도 괜찮을듯 싶더라고요. 생애전환기가 신체의 모습이나 건강 상태의 변화로 나눠 지다보니 조금 씁쓸한 기분도 느껴지는데 이 소설이 상상 속이나마 다른 시도를 해서 좋았습니다. 미래에는 정말 이런 전환도 가능할지 모르고요.
미국 국립공원의 나무도 너무 좋겠고, 까치도요.

잉크냄새 2026-05-21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하는 책이군요. 특히 생명없는 무생물로의 전환은 뭔가 시크해 보이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6-05-21 22:09   좋아요 0 | URL
내용이 그렇게 밝은 건 아닌데 소재가 너무 신박해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른 생으로의 전환을 상상하며 늙음을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갱년기 요가 - 한 권으로 완성하는 갱년기 리셋 솔루션
산토시마 가오리 지음, 한귀숙 옮김 / 버터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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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여성의 갱년기는 사회나 가정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내야 할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안 그래도 힘든데 갱년기의 습격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여성을 더 피폐하게 만든다. 이 책은 갱년기 여성에게 큰 도움은 안 되지만, 그럼에도 잠깐의 릴렉스에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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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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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많은 소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거의 나뉘어 출간된다. 분절된 책은 가벼워 읽고 휴대하기 편하지만, 1권을 읽고 바로 2권을 시작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가뜩이나 벽돌책은 앞의 내용과 뒤를 연결하기 쉽지 않은데, 읽기를 잠깐만 쉬어버려도 소설의 흐름을 따라잡기 힘들다. 그러나 안나 카레니나1권을 읽고 거의 한 달 반 만에 2권을 읽었지만 괜찮았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 잘 연결되었고, 2권만을 독자적으로 떼어놓아도 완성도가 높았다.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대작인 이유는 소설의 그 어느 부분에서도 형식이나 내용이 느슨해지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독이라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읽을수록 이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나싶게 새로운 것이 많았다.

 

사랑을 느끼는 것은 잠깐이다. 사랑은 대상을 향하지만, 어떤 사람의 숨겨진 내면의 모습도 들어있다. 안나에게 폭풍처럼 들이닥친 사랑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존재를 자각하게 한다. 안나에게 남편 카레닌은 아들 세료자의 아버지라는 역할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을 알게 된 이상 다시 카레닌에게 돌아갈 수는 없다. 안나는 거짓된 삶을 계속 살수 없었다. 찰나적으로 시작된 사랑은 안나를 카레닌의 둥지에서 벗어나 브론스키의 둥지로 옮겨가게 만든다. 그것은 여성으로서, 시대적 한계로써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브론스키 역시 남자라는 사실이 안나를 불행하게 할 것이다. 안나가 여자이기에 그녀가 추구하는 삶은 자립적이지 못하다.

 

이 소설의 실제 주인공은 톨스토이의 삶이 투영된 레빈이라고도 한다. 그는 자신의 영지에서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농업 혁명을 시도하지만 자주 벽에 부딪힌다. 농노 해방이후, 농민은 아직 농노와 노동자 사이에 어정쩡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들을 노동자나 민중으로 인식해 앞서나가는 레빈에 비해 농부들은 전근대적인 생각과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민중을 사랑하지만, 그들의 만사태평과 방종과 만취와 거짓말(p.12)’에 레빈은 좌절하기도 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지만 그럼에도 레빈은 농부의 생명력을 사랑하고, 그들을 향한 이해로 다가간다. ‘개인의 이해와 공공의 이해 사이에 놓인 필연적인 연관을 찾기 위해(p.30)' 분투한다.

 

레빈과 농부들이 함께 풀베기를 하는 모습은 압도적이다. 이론적인 레빈에게 낫을 휘두르는 솜씨와 더위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지치지 않고 화살처럼 똑바르게 풀을 베어 나가는 농부의 관록에서 레빈은 경외심과 노동의 참모습을 본다. 그들과 점심을 먹고 크바스를 마시며 행복을 느끼고, 그들과 가까워진다. 소설에서 이 풀베기의 장면은 시각적이고도 웅장하다. 레빈이 자신이 아닌, 농부의 시선에서 개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안나에게 직접 임신 사실과 결별 통보를 들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의 심리 변화도 재미있고 현실적이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던 자신의 삶에 균열을 가져 온 안나에게 카레닌은 그녀가 잘못했다고 단정하며 안나를 벌하기로 한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행복한 생활을 용납하지 않고 사교계에 알려지기도 원치 않는다. 그는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안나를 사랑해서가 아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다. 안나가 그것을 거부하자 카레닌은 안나에게 치욕과 고통을 주기 위해 이혼을 원한다. 조건은 아들의 양육권을 주지 않는 것이다. 안나가 브론스키의 아이를 낳다가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가자 카레닌은 그녀에 대해 연민을 갖지만, 안나가 회복되자 다시 안나를 고립시킨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작가는 테레자와 토마시의 반려견에게 카레닌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여기에 많은 의미가 있겠지만, 밀란 쿤데라가 카레닌을 싫어해서 개에게 그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는 말도 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사랑의 시작은 순간적이지만 그것을 지켜내는 데엔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결혼이라는 법적인 제도뿐 아니라 사회적 관습과 사교계의 시선, 자녀와 경제적 능력 등 여러 요소가 안정적으로 결합될 때, 사랑은 유지된다. 불륜으로 시작된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위태롭다. 공교롭게도 브론스키와 카레닌의 지위 역시 위협받는다. 어느 것 하나 그들에게 유리한 것이 없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확고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이 불리해지자 안나의 마음은 흔들리고 불안해진다


톨스토이는 카레닌의 심리 변화뿐만 아니라 안나의 마음과 생각의 변화도 탁월하게 묘사한다. 안나가 받은 모욕과 수치는 그녀를 고립시킨다. 그로 인해 야기된 불안은 안나를 피폐하게 만들어 브론스키와의 관계를 위태롭게 한다. 자신의 의도와 선택에 의해 안나는 점점 파멸되어 가지만, 그녀가 여성이었기에 짊어져야 할 무게와 편견, 비난은 분명 공평하지 않다. 만약 카레닌이 불륜을 저질렀다면 안나와 같은 무게를 짊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안나의 오빠인 스테판 오블론스키의 경우를 봐도 이것은 분명하다.

 

작가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도 그랬지만, <안나 카레니나>에서도 죽음에 대해 명쾌하게 서술한다. 레빈의 형, 니콜라이 레빈의 죽음을 통해 톨스토이는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여러 태도에 대해 묘사한다. 니콜라이는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다. 그런 니콜라이의 죽음 앞에 레빈은 쉽게 다가가지 못하지만, 키티와 마리야 니콜라예브나는 침착하고도 지혜롭게 대처한다. 그들은 죽음이라는 현상을 의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을 앞둔 인간의 고통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환자도 힘들지만,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건강한 사람의 견딤과 상실감도 힘들 수밖에 없다. 레빈은 형과 키티를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살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p.563).‘ 레빈은 형의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사랑과 삶에 강하게 이끌린다.

 

안나는 카레닌이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아들 세료자를 보러 카레닌의 집으로 간다. 안나의 사랑으로 카레닌은 세료자를 다정하게 대하지 않고 다그친다. 안나의 사랑을 응원하지만, 앞으로 세료자에게 닥칠 상황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안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리디야 이바노브나 백작부인도 혐오스럽다. 도대체 자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안나는 이탈리아 오페라 가수인 카를로타 파티의 공연을 보러가고 싶었지만 브론스키는 반대한다. 혼자 그곳을 간 안나는 모든 사교계 사람들이 그녀를 무시하고 혐오한다는 것을 느낀다. 안나는 브론스키와의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브론스키 역시 안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사랑했을 때의 안나의 똑같은 행동과 표정에 이제는 분노와 증오를 느낀다. 그의 마음에 짜증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두 주인공인 안나와 레빈은 성장 중이다. 안나는 자신에게 돌아가고 있고, 레빈은 이론과 사상에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삶과 사람을 사랑한다. 다만 그들의 성장이 파멸과 결실로 끝맺을 것 같다는 나쁜 예감이 든다. 안나에게 성장의 다른 말은 불행일지도 모른다. 여자인 안나에게 그 시대는 불리했고 지금도 여전하다.

 

[“알고 싶지 않아요. 내가 한 일을 후회하냐고요? 아뇨,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다시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할 거예요. 우리에게,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는가예요. 다른 것은 생각할 것도 없어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는 이곳에서 따로 지내고 서로 만나지도 않는 거죠? 왜 난 갈 수 없다는 거예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그녀는 눈동자에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광채를 띠고 그를 쳐다보며 러시아어로 말했다.

"만약 당신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면요. 당신은 도대체 왜 날 바라보지 않는 거죠?"

-p.64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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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5-14 1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인물 묘사가 입체적이고 탁월했으면 개에게까지 이름 짓고 저주했을까요? ㅎㅎ

페넬로페 2026-05-14 20:29   좋아요 1 | URL
정말이지 톨스토이의 인물 묘사와 상황 설정은 탁월합니다. 카레닌이 이해되면서도 밉더라고요.
쿤데라의 마음을 알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