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주 특별한 종류의 은행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돈을거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꿈을 꾸고 자유를 갈구합니다. 이 서점에 손님들이 나타납니다. 순식간에 그들은 친구가 되지요. 그리고 또 순식간에 나탈리처럼 변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책은, 특히 진정성이 있는 책은 당신을 뒤흔들기 때문입니다. 책은 당신 내부에 있는 욕망의 왕국, 가능성의 민족, 안 될 게 뭐야? (pourquoi pas?)"라는 무적함대를 일깨웁니다. - P7
그럴 때면 학생들은 세상이 확신보다는의심에, 방정식보다는 시에 가깝다는 사실을 일아 내곤 했다. 학생들의 진로는 종종 선택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수학을잘하는 학생들은 월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은 모두 엉망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조성되었고, 어쨌거나 그 뒤로 부모보다는 학교 당국에 의해서진로가 정해졌다. 이과를 선택하는 아이들은 예술이나 문학을 선택하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남자와 여자만 죽인 것이 아니라 문학을 죽이고 숫자를 남겼으며, 교사를 죽이고 기술자를 남겼다. - P17
나는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었다. 나를 성장케 하고 내 길을선택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독서 였다. 나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다른 세상, 다른 시대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해준 것도독서였다. 책을 읽을 때만큼 나 스스로와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은 없었다. 나를 나 자신과 친밀하게 연결해주는 타인들의 글은언제나 내 기분을 살펴가면서 신중하게 움직였다. 그 글들은 나를 알지 못했지만, 나는 그런 글과의 만남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글을 읽으며 웃고 울었다. - P23
내 기억 속에 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항상 여러 권의 책을 읽는 중이었다. 아침에 읽는 책, 저녁에 읽는책, 베란다 의자에 앉아서 읽는 책, 침대에서 읽는 책...... 책은 질투하지 않는다. 책은 새로운 친구에게 기꺼이 자리를내어주고 뒤로 물러난다. 그런 다음 책꽂이를 향해 손을 뻗은 어린아이로부터 다시 선택받게 될 때까지 수 세기 동안 꼼짝 않고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안다. 내 부모님의 책장 앞에서 나는 그런 아이였다. 종이가 누렇게 변한 문고판 책들은 나의 첫 번째 밤동무였다. 케셀Joseph Kessel, 지오노Jean Giono, 메리메 Prosper Merimée, 말로 AndreMalraux, 생텍쥐페리 Saint-Exupéry..…. 나는 잠들기 직전까지 이 대가들을 품에 안고서 그들과 함께 밤을 지새웠다. - P24
몇몇 학교나 가정에서 문학은 19세기에 멈춰 있다. 스탕달, 발자크 Honore de Balzac, 위고 같은 일련의 작가들은 학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적 훈련 과정의 관문으로 통한다. 그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플랑드르파, 낭만파, 인상파의 그림을 감상할 줄 알아야만 마침내 현대미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라디오 덕분에 오직 음악만이 이런 의무적인 관문을 통과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슈베르트 Schubert나 모차르트 Mozart 를 알기 전에 캣 스티븐스 Cat Stevens, 제네시스 Genesis, 조안 바에즈 Joan Baez를 들었다. - P36
어린 학생들이 감성을 키우려면 고전문학에서 시작하기보다는자신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더 나은 방법이다. 학창 시절 동안 이런 의무적인 과정을 거쳤던 수많은 어른들이막상 어른이 되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고전을 펼치는 데 저항감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한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발자크, 스탕달, 위고일 것이다! 나탕의 경우 역시 그랬다. 그가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실과 가상의 이야기를 섞어서 쓴 빅토르 위고의 마지막 소설 193년 Quatre - vingt - treize』을 읽으면서 고전문학에 대한 경계를 낮추기로 결심한 지는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나탕은 문학계의 안나푸르나로 명성이높은 일곱 권의 총서로 무려 2,400페이지에 달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를 고개를 파묻고 탐닉했다! 온통 프루스트 Marcel Proust와 함께 보낸 여름, 나탕이 작가의 우수 어린 사상에 푹 빠져서 스완의 대사를 읊조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문장을 따라가며 단어에 심취하는 모습을 나는 여름 내내지켜보았다. 대하소설‘이라는 용어는 종종 비하의 의미를 품고 있다. 하지만 대하(大河)란 수많은 유기물과 무기물을 휩쓸고서 결국 바다로흘러들어가는 개울, 급류, 강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냄새는 아주 적은 양으로도 하나의 공간 전체를 충분히 채울수 있다. 나는 책과 냄새를 아름다운 커플로 결합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글과 향기의 결합을 통한 이야기의 서술은 독자를 단지 단어에 의지할 때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데려갈 수 있다. 『천일야화 The Arabian Nights: Tales of 1,001 Nights』를 읽기에 페스(Fes)의 회교도 거주지 내 리아드 지붕보다 더 좋은 곳은 없으며, 폴 오스터 Paul Auster의 인물들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기에 뉴욕의 카페테라스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 P47
나는 삶이 잃어버렸던 색깔을 되찾는 데에 때로는 아주 사소한것들, 혹은 몇 권의 책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녀에게 미소를 보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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