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파리 여행을 갔을 때, 오랑주리 미술관에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전날에 지베르니를 갔었지만, 비가 내려 빛이 있는 모네의 정원과 연못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아쉬움이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된 수련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수련 연작 8작품은 이상했다. 그림이 너무 어두워 세부적인 형상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 색깔들도 거의 비슷하게 보여 모네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그렸나 생각될 정도였다. 화가가 말년에 백내장을 앓아 거의 시력을 잃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영향 탓인가도 생각되었다. 미술관 중앙에 있는 벤치에 앉아 몸을 돌려가며 그림들을 감상했지만 의문은 풀리지 않았고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미술관을 나가려고 일어서는데 갑자기 수련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미술관 천장에 있는 채광창으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모네의 수련은 그 빛을 받아 깨어나고 있었다. 미술관 오픈 시간에 맞춰 들어갈 때의 흐린 날씨 때문에 수련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고 날씨가 개기 시작하자 햇빛이 채광창으로 들어와 밝은 색깔이 채색된 모네의 수련이 그제야 제대로 보인 것이었다. 나와 딸아이는 다시 그곳에 오랫동안 머물며 수련을 감상했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전체의 모습을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보기도 했다. 너무 환상적이었다. 만약 하루 종일 그곳에 있었다면 빛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는 수련의 색채를 더 다양하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대개 우리는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 위협적이고 산만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주위 자극들은 무디게 만들거나 아예 무시한다. 모네의 그림은 우리가 이해하는 모든 것의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들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산들바람이 중요해지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중요해진다. 아이가 옹알거리는 소리가 중요해지고, 그렇게 그 순간의 완전함, 심지어 거룩함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경험을 할 때면 가슴에 가냘프지만 확실한 떨림을 느낀다. 이와 비슷한 느낌이 모네가 붓을 집어 드는 영감이 되었으리라 상상한다. 그리고 지금 이 그림을 통해 모네가 느꼈을 전율이 내게 전해져온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중에서]

 

미술관에서 나와 튈르리 정원의 조그만 호숫가에 앉아 있을 때 든 생각은,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내가 보는 세상의 모습이 정말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라는 당연한 것이었다. 스쳐가듯 잠깐인 찰나적 순간에 느낀 것들이 내가 아는 것의 전부이지만 많은 것을 깨달은 것처럼 살아가는 허세와 자기만족이 우습기도 했다. 오랑주리 미술관의 모네 전시실이 모네의 요청으로 자연광에 의해 수련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가 직접 본 것을 더 믿기에 그 날 만약 날씨가 계속 흐렸다면 나에게 어두운 색채의 수련만 남아 있었을 것이다.

 

발자크는 소설 미지의 걸작에서 노인 프렌호퍼의 입을 빌려 장황하게 자신의 예술론을 펼친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그 말들이 감동적이고 숭고하기까지 하지만 정작 우리는 위대한 예술 작품 앞에서 작가의 그러한 표현과 고통에 가까운 노력을 세세하게 느끼기보다 그저 말문이 닫힌 채로 한순간에 정복당하고 만다. 예술 작품이 주는 압도적 아우라는 말과 생각을 멈추게 한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에서의 페트릭 브링리의 말처럼 예술만이 가진 특별한 힘에 반응하듯말보다는 내 속에 있는 감정에 그냥 저장되어 버린다.

 

철저하고 자신만만한 예술적 신념으로 프렌호프는 완벽한 작품을 완성해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프렌호프의 그림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완벽했지만 그것을 알아볼 안목을 가진 관람자가 없었거나, 예술가 스스로 생각한 것이 틀렸거나, 너무 앞서 가 시대에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때 예술가는 좌절하지만 그것 역시 예술가의 숙명이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개성, 열정, 자아의 도취로 완성되어진 예술은 자신에게만 머물 수 없고 누군가가 봐주어야 한다.

 

발자크는 생애 내내 돈을 원해, 여러 가지 사업을 벌여 실패했고, 빚을 갚고자 소설을 무지막지하게 써댔다. 사업과 문학이 통하고 공존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진한 커피를 마시며 집중적으로 글을 쓴 그의 뚝심만은 인정하고 싶다. 인상파로 시작해 죽을 때까지 인상파로 끝낸 모네의 뚝심 역시 대단하다. 자신만의 신념으로 완성한 작품을 남에게 평가받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이고 그것으로 좌절하고 고통 받지만, 그래도 한결같은 열정으로 계속 나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예술에서 현실을 직면하고 세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부서지기 쉬운 우리의 감정들 중 그 어떤 것도, 영광과 불행으로 점철되는 운명의 감미로운 형벌을 시작하는 예술가의 젊은 열정 같은 사랑과 닮은 것은 없다. 오만함과 수줍음, 모호한 믿음과 확실한 절망으로 가득 찬 그 열정.-p.71

 

예술의 임무는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이네!

자네는 비루한 모방자가 아니라 시인이야!“

-‘미지의 걸작’,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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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4-06-19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이 아름다워요..!😍 잘 읽고 갑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4-06-19 16:25   좋아요 1 | URL
등대지기 님,
용기 주셔서 감사합니다🥰🥰
 

냉장고에 음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식재료가 밀려있고, 딸아이가 수업 마치면 바로 집으로 온다고 해서 오전에 미리 저녁 준비를 했다. 닭볶음탕과 어묵국을 만들었다. 결혼하고 딸아이가 태어나기 전, 요리학원에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배운 닭볶음탕의 레시피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편으로 썬 생강, 마늘, 양파, 마른 고추(마른 고추가 포인트다.)로 먼저 향을 내고 거기에 손질한 닭을 노릇하게 구우면 닭의 잡내가 없어져 닭볶음탕의 맛이 좋아진다.

 

보통 식구들이 밖으로 나가고 한참이 지나 아침을 먹기에 늘 점심 먹는 시간이 늦어지는데, 따끈따끈한 새 요리가 두 가지나 되어 그냥 이른 점심을 먹었다. 내가 했지만 맛있다. 5월이지만 초여름 날씨에 불 옆에서 일했고, 이른 점심을 먹은 탓에 나른했지만 이 상태에서 누우면 나중에 나를 자책할 것이 뻔해 그냥 밖으로 나를 내몰기로 했다. 언니가 보내준 스타벅스 기프트카드가 있어 책을 들고 거기서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벅스에서 읽으려고 가져온 책은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너무 좋다. 지나온 삶, 직업, 예술에 대해 패트릭 브링리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뼛속에서부터 느낀 것들을 아름답고 충만한 문장으로 풀어 낸 책이다. 매 챕터마다 일상과 메트의 경비원으로서 보고 만난 것들을 서술했는데, 계속 감탄하며 읽게 된다. 경외하게 될 정도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도 저자를 통해 다시 배웠다. 평가되어진(작품의 가격이나 평론가 중심의), 중요한 것만을 암기하듯 대하는 예술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감상인지를 알면서도 우리는 매번 그렇게 하고 있다. 편견이나 생각을 버린 상태에서 열심히 봐야 만 느껴지는 것들을 그동안 얼마나 간과하며 살았는지도 새삼스레 깨달았다. 예술은 결코 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닌, 나와 연결되어져야만 하는 것이었다. 일상과 매일 지겹도록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 내 주변에 있는 흔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해주었다.

 

 

내가 읽어서 좋다고 한 책이 어떤 이에게는 별로인 것도 많다. 그럴 때, 나는 그분의 감상을 대체적으로 존중하는 편이다. 어떤 사람은 그 책을 좋다고 한 사람을 원망하며, 다시는 추천한 책을 읽지 않을 거라고 하며 책이 별로라고 징징대기도 한다. 그럴 땐 기분이 팍 나빠지면서 내가 읽으라고 했어? 내 감상이 그렇단 말이야. 당신은 아마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꼭 남 탓을 하는 사람일거야!!’라고 조용히 생각한다. 그리고 내 삶의 신조로 삼는 시를 그 분에게 들려주고 싶은 기분도 든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별로라고 할 때, 나는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자신이 있다.

 

도대체 왜 이 책이 좋지 않을 수가 있나요?

자신의 삶을 한 번 뒤돌아보세요.

그리고 느껴 보시라고요!”

 

[여기 있는 예술 작품으로서의 조지아 오키프는 우리에게는 없는 미덕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멈춰 있다. 그녀는 영구적이다. 그 주변으로는 그녀의 성스러운 아름다움과 지루하고 평범한 세속의 영역을 분리하는 액자가 들러져 있다. 때때로 우리에게는 멈춰 서서 무언가를 흠모할 명분이 필요하다. 예술 작품은 바로 그것을 허락한다.

-p.151~152]


스타벅스에는 엄청 다양한 음료가 있지만 나는 거의 카페 라떼를 마신다. 아메리카노는 내가 원두를 갈아 드립으로 내린 커피가 제일 맛있기에 디저트를 주문하지 않는 한 카페에서 잘 마시지 않는다. 스타벅스의 라떼는 커피 맛이 너무 약하고 밋밋한 우유 맛이 강한 단점이 있다. 스타벅스에서 라떼를 주문하려면 샷 추가가 필수인데 주문할 때 깜빡했다. 좋은 책에 커피가 영 별로다. 커피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은 커피를 마시는 일은 고역이다.



 

 

 

 

 

 

 

 

 





책을 읽고 감상을 적을 때마다 매번 힘들다. 거의 똑같은 방식과 문장으로 글을 쓰지만, 내가 가진 빈약한 단어로 표현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글쓰기 힘든 만큼 작가와 번역가를 존경한다. 특히 외국어로 된 글을 한국어로 번역해 내는 번역가의 작업이 얼마나 고될지 알 것 같다. 번역할 책을 수백 번 읽어야 하고,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썼을지, 어떻게 하면 그대로 잘 옮길지 무수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번역가 스스로도 그런 감각과 실력, 내공을 갖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단어를 익히고 매번 공부해야 할지, 생각만 해도 치열하다.

 

번역가 권남희의 스타벅스 일기는 번역가가 낸 책이라 선택했다. 내가 생각하는 번역가라는 직업과 맞아 떨어지는 문장과 내용을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그저 평범한 사람 수준의, 스타벅스 홍보대사가 쓴 것 같은,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스타벅스에 온 다른 사람을 관찰한 일기가 전부였다. 스타벅스에 가고, 별을 받고 옆 사람을 관찰하고, 진상 손님과 엄청나게 긴 음료의 이름을 나열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뿐이다.

 

안도현의 시를 다시 생각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첫 문장인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p.15, ‘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김욱동 옮김)”를 마음에 새겨도 이건 아니다. 패트릭 브링리의 글과 너무 비교된다. 왜 좀 더 잘 쓰지 못했을까? 안타깝다.

 

 

혼자서 카페에 가는 건, 내가 를 만나는 것이다. 카페에 있는 주변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 카페에 있는 사람들의 수다소리와 큰 웃음소리, 계속 누군가와 전화하는 소리가 거슬릴 수 있지만, 혼자서 카페에 가는 순간, 그것들은 무시될 수 있다. 그냥 오롯이 가 공부하고 책을 읽고 일을 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이번에는 잊지 않고 카페 라떼에 샷을 추가했다.


지난 2월 여수 여행을 갔을 때, 들렀던 여수 스타벅스 돌산점이다. 엄청나게 큰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고, 서울에 있는 매장과 다르게 테이블이나 의자가 편해서 좋았다. 4층 루프탑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여수 바다가 보였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좋은 카페가 많아 굳이 스타벅스에 안 가도 좋은데, 언니가 스타벅스 기프트카드가 있다고 해서.갔다.


5월 초에 엄마를 보러 갔을 때, 언니와 간 부산 가덕도의 카페, ‘구디너프이다.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그냥 멍 때리는 것도 좋다.


5월도 거의 가고 있다.

요즘 산책길에서는 담장에 활짝 피어있는 장미를 많이 만난다.


밤에도 빨간 장미는 강렬하다.




나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삭막한 이 도시가 아름답게 물들 때까지

고갤 들고 버틸게 끝까지

모두가 내 향길 맡고 취해

웃을 때까지

keep it up

-by Young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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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4-05-24 16: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미술관 책 샀는데 아직 안 읽고 있어요 얼른 읽어야지! 정말 책 추천 해달라고 해서 해줬더니 나중에 별로라며 뒷말하는 사람들 가끔 있는데 너무 기분 나쁘죠ㅠㅠ 그런 사람들이랑은 점점 넌 멀어지나봐~가 됩니당
바다가 보이는 카페 너무 좋아요😍 5월의 장미도 예쁘고요

페넬로페 2024-05-24 17:05   좋아요 3 | URL
책에 대한 취향이 다 다르고 각자의 의견이 존중되는게 맞는데, 꼭 남 탓을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ㅎㅎ. 그런 사람 좀 별로죠!! 그런 사람에게 저 시를 읊어주고 싶었어요. 제가 바다를 좋아해 바다에 자주 가는데, 요즘은 좋은 카페가 너무 많아요. 근데 가격에 비해 커피맛은 그다지 좋지 않아 살짝 안타까워요. 장미가 지기 시작하네요. 망고님, 남은 5월, 행복하게 잘 보내시길 바래요^^

책읽는나무 2024-05-25 1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저 책 사려다 매번 다른 책에 밀렸어요.
책이 역시 소문 자자한만큼 좋은가보군요?^^
근데 책도 책이지만 늘 페페 님의 글이 더 편안하고 냉철해서 읽기 좋아요.
저는 카페가면 무조건 라떼를 시켜 먹는데(쓴 아메리카노 마시게 될까봐요.^^) 스벅 라떼는 한 번씩 우유 비린 맛이 느껴질만큼 밍밍할 때가 있어 스벅이 왜 이럴까? 생각했었거든요. 샷을 추가하면 되군요.
여수 바다도 가덕도 바다도 다 멋있네요.
커피 마시며 바다멍 때리기 좋은 곳이네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늘 후렴구만 듣다가 덕분에 이제서야 전곡을 들어봤습니다.
가사가 좋네요.
예전엔 장미가 넘 흔해서 그리 이쁜 줄 몰랐었거든요. 근데 작년부턴가? 장미가 참 예뻐서 한참 보게 되었어요. 다들 장미를 최애로 꼽는 이유를 알 것 같은 느낌도 들었구요. 길을 가다 저렇게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 만나게 되면 정말 넋을 놓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은 페페 님 페이퍼에서 눈과 귀가 호강합니다.^^

페넬로페 2024-05-25 13:35   좋아요 2 | URL
항상 제 글 잘 읽어주시는 책나무님께 감사드려요.
그냥 저는 이 책이 참 좋았어요. 예술에 대한 깊은 조예도 좋았지만 점점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요.

스타벅스에서는 라떼 마실 때 꼭 샷 추가가 필수예요.
보통은 너무 맛이 없어요
다른 음료는 차거나 너무 달아 싫더라고요.

저는 아이돌 노래 잘 안듣는데 워낙 팬텀싱어 좋아하고 거가 나온 음악가들 좋아해서 이 곡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들어보니 노래도 좋고 가사도 의미 있더라고요.
지나가다 마주치는 장미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ㅎㅎ

미미 2024-05-25 1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페에 가면 라떼를 주로 골라요!
다음에 꼭 샷 추가해볼래요ㅎㅎ

안도현의 저 시, 이런 저런(책, 음악, 영화,...) 불호에 다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영화였는데 누군가 노잼, 개 재미없음...이러면서 평점 테러하면 페페님과 비슷한 반응을 하곤 합니다. 이 책 사두길 잘했네용💕

페넬로페 2024-05-25 13:58   좋아요 3 | URL
다른 카페에 가면 괜찮은데, 스타벅스 라떼는 영 그렇더라고요. 우유맛이 많은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안도현의 저 시를 좋아합니다. 남을 평가하기 이전에 꼭 먼저 읊어보거든요. 그런데도 아닌 것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합니다. ㅎㅎ
미미님, 어서 이 책 읽고 감상 써 주세요, 기대됩니다^^

singri 2024-05-25 1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책 너~~~~무 좋다고 막 쓰고 그랬는데 여기서 또 보니 또 좋네요.

페넬로페 2024-05-25 14:01   좋아요 3 | URL
singri님!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느낌 받아 너무 반가워요.
저도 좋습니다🥰😍😀

서니데이 2024-05-25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도 이 두 권의 책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새 책 그대로입니다.
5월이 되면서 장미가 예쁘게 피는 계절이 되었는데, 사진 속의 장미 사진도 환하고 참 예쁘네요.
주말이 되어 안부인사 남기고 싶어서 왔어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4-05-25 21:1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두 권 다 구입하셨군요~~
봄부터 계속해서 종류가 다른 꽃이 피는데, 장미가 그 절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는데~~
예쁜 장미가 다 지는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5월도 이제 마지막 주만을 남기고 있어요.
서니데이님, 남은 오월, 잘 보내시길 바래요^^

서곡 2024-05-26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번 달에 제가 뭘 크게 놓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바로 장미꽃 구경이네요 ㅎㅎㅎ 잘 보고 갑니다 페넬로페님 오늘 일요일 잘 쉬시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4-05-26 10:56   좋아요 1 | URL
요즘 어디를 가도 담장 밖으로 장미가 인사를 하더라고요 ㅎㅎ
색깔도 예쁘고요.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직은 날씨가 좋아요.
서곡님께서도 즐거운 휴일 되시길요^^

은오 2024-05-27 0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벅 라떼 밍밍하고 맛없는 거 진짜 공감이요ㅠㅠㅋㅋㅋㅋ 저는 스벅 가면 오늘의 커피 마시거나 아니면 아예 달달한 쪽으로 선택 ㅋㅋㅋ
책이 별로라고 추천한 사람을 원망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런 인간은 알라딘 절대 오지 마라!! 추천한 책 중에 잘 맞는 책도 있고 안 맞는 책도 있는 게 당연한 거슬...

페넬로페 2024-05-27 23:00   좋아요 1 | URL
다음엔 스벅가면 저도 라떼 말고 오늘의 커피를 주문해 봐야겠어요. 앱에 다양한 것이 있지만 저는 귀찮아 그저 라떼에 샷 추가만 ㅋㅋ
책에 대한 호불호가 있는데, 저는 책을 선택하는 것에도 자신의 삶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알라딘에서는 그것만 존중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stella.K 2024-05-28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고 싶기는한데 지금 당장은 못 읽을 것 같아요. 이러다 잊힐지도 몰라요. ㅠ 그래도 몇년이 걸리더라도 읽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책은 10년만에 읽은 책도 있어요. ㅋ
커피는 저도 얼마 전까지 우유를 조금 타서 마셨는데 역시 그냥 마시는 게 좋은 것 같더군요. ㅋ

페넬로페 2024-05-28 11:35   좋아요 1 | URL
저는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은데 눈도 안 좋고 집중력이 떨어져 요즘 한 달에 읽는 양은 얼마되지 않아요.
책들이 메모앱이나 장바구니에 가득 차 있지만 그냥 지나가 버려요. 책도 인연이 닿아야 읽을 수 있는게 아닌가 생각되더라고요.
그래도 집착은 많이 없어졌어요. 그냥 꾸준히 조금씩이나마 읽어가면 좋겠다는 바램이어요.

마셔보니 커피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게 젤 맛있더라고요. 같이 뭘 먹어도 어울려요^^

희선 2024-05-29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싫으면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면 좋을 텐데, 그걸 꼭 나타내는 사람이 있기도 하더군요 그렇게 말하면 그 책이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건지... 자신이 싫으면 안 읽으면 되지...

생각은 자유고 책 읽는 것도 자유기는 하죠 느끼는 것도... 저는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거 보면 안 맞을 때가 더 많기도 합니다 아주 가끔은 저도 괜찮게 여기기도 하는군요 그럴 때 다행이다 하기도...


희선

페넬로페 2024-05-29 08:52   좋아요 1 | URL
책도 자신의 취향이 많이 들어가는데 저하고 안 맞는 책을 읽기가 힘들죠.
그래도 한 번씩은 남들은 왜 그 책을 좋아할까 생각해 보려고 하기도 해요.
어쨌든 제가 좋다는 책을 같이 좋다고 해주는 분은 반갑더라고요^^

그레이스 2024-05-31 0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케이가 부른 버전이 제일 좋아요^^
강추!

페넬로페 2024-05-31 10:53   좋아요 1 | URL
영케이 너무 좋죠~~
저런 아들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ㅎㅎ
 
















슈테판 츠바이크는 발자크 평전초반부에서 발자크의 어린 시절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19세의 나이에 자신보다 32살이나 많은 51세의 베르나르 프랑수아 발자크와 결혼한 발자크의 어머니, ‘안 샤를로트 살랑비에는 장남인 발자크에게 그 어떤 사랑도 주지 않았다. 발자크는 태어나자마자 유모의 집에 맡겨져 만 네 살이 될 때까지 살았다. 그 뒤에 다른 집에 하숙을 했고 일주일에 한 번만 부모가 있는 집에 올 수 있었다. 일곱 살이 되어 방돔의 오라트리오 수도회가 운영하는 기숙학교에 들어가 7년 동안 있었다. 그곳은 학교였지만 발자크에겐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이 대세가 되고, 부르주아 계급이 모든 것을 장악해 나갈 때, 발자크의 부모에게도 돈은 중요했다. 그들은 소르본 대학 법률학부에 입학한 발자크를 공부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는 변호사와 공증인의 사무소에서 서기로 일해야 했다. 설움과 불만을 가득 안은 채 청소년기를 보낸 발자크는 20세가 되어 작가가 되겠다는 선언을 함으로써 부모의 뒤통수를 친다. 당연히 반대한 부모에게서의 경제적 지원은 끊어지고, 파리 레디기예르 거리 9번지의 다락방에서 발자크는 공장 식 글쓰기를 시작한다.

 

그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작가로서의 성공과 생활비를 벌기 위한 이중적인 것이었다. 발자크는 희곡 크롬웰을 집필해 프랑스 국립극장(Comédie-Française)에서 상연할 계획을 세웠지만 그 작품은 실패했다. 발자크는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찍어내듯, 비슷한 내용의 작품을 엄청난 속도로 써대기 시작한다. 작품의 의미와 예술은 생각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소설공장이었다.

 

[그가 그 속에 몸을 감추고 수상쩍은 사업을 했던 익명이라는 외투를 잘 알게 된 오늘날 우리는, 이 수치의 세월에 그가 문학적인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기 소설에서 찢어낸 넝마조각으로 남의 소설을 깁고, 다시 남의 소설에서 플롯과 상황을 훔쳐내서 자신의 졸작에 이용하곤 하였다. 온갖 종류의 짜깁기를 뻔뻔스럽게 맡았고, 남의 작품을 다림질하고 늘리고 고치고 물들이고 유행에 맞게 뜯어고쳤다. 그는 온갖 것에 다 손을 댔다. -p.95, ‘발자크 평전’]

 

발자크 평전의 번역자 안인희 선생은 역자 서문에서 그의 소설이 가지는 결함의 목록은 상당히 길게 이어진다. 몇 가지만 꼽아보아도 질낮은 감상주의, 신문 연재소설 투의, 때로 터무니없는 줄거리 전개, 극단적인 과장법, 치명적인 문체의 결함등을 들 수 있다.’ 썼다.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초반부를 읽고 난 다음 완독한 발자크의 소설 골짜기의 백합은 츠바이크의 해설로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 방해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 발자크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그럴 것 같다. 아는 것이 병이다.) 주인공 펠릭스의 어린 시절이 발자크의 어린 시절과 거의 비슷했고, 이 책 전반에 걸쳐있는 과도한 표현과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무리한 에피소드가 혹시 발자크의 공장 식 글쓰기 때 묻어있는, 아무리 서울에 살아도 끝까지 고쳐지지 않는 사투리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다. 특히 인용한 안인희 번역자의 글에 계속 발목이 잡혀 발자크 소설의 본질이나 위대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한 번씩 보이는 우울한 표정이나 딴 생각, 침묵에 여자는 그 이유가 궁금하고 그의 사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펠릭스나탈리 드 마네르빌 공작부인에게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나타나는 상념이나 성격의 기복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 긴 편지글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살아 온 이야기와 지금 어떤 유령의 지배를 받고 있고, ‘격심한 고통을 안겨주는 옛 감정(p10)’이 나타나는 사연을 설명하며 나탈리의 이해와 더 깊은 사랑을 바란다.

 

이 구절은 발자크가 1828년 다브란테스 공작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과 비슷하다.

 

[내 고통이 나를 나이들게 만들었습니다.스물세 살이 될 때까지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당신은 아마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p.52, ‘발자크 평전’]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냉대로 시골의 보모에 맡겨진 펠릭스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란다. 그런 이유로 항상 우울하고 체념이 몸에 배여 있으며, 명상에 빠지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다섯 살에는 기숙학교의 통학생으로 보내지고, 그 뒤에 오라토리오회 수도사들이 운영하는 학교로 갔는데 그곳에서 8년 동안 지낸다. 부모의 후원이 없어 가난하고 비굴하게 천민처럼 살아야 했다. 열다섯에 파리에 있는 기숙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스무 살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방치되고 위축되어 산 탓에 펠릭스의 몸은 그 나이의 남성에 비해 왜소했다. 긴 전쟁으로 나폴레옹이 몰락하고 부르봉 왕가의 루이 18세의 귀환을 축하하는 축제에서 그는 한 여인(그녀는 펠릭스를 아이로 착각했다.)을 보고 사랑에 빠졌으며, 그녀의 어깨에 입맞춤을 한다.(이 소설 속 장면에 많이 놀랐다.) 침울한 펠릭스의 성격을 치유하기 위해 그의 어머니는 펠릭스를 앵드르 강변의 프라펠 성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맡긴다. 펠릭스는 단지 느낌만으로 사랑에 빠진 그녀가 그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오랫동안 걸어서 골짜기(클로슈구르드)의 백합인, 모르소프 백작의 아내 앙리에트 드 모르소프를 찾아가 만난다.

 

펠릭스와 앙리에트의 플라토닉 사랑이 시작되고 그들은 서로를 의지한다. 왕정주의자인 모르소프 백작은 나폴레옹이 집권하자 10년 동안 망명생활을 했다. 나라 밖에서의 오랜 생활로 정신적으로 약해지고 병을 얻는다. 그는 망명생활 중 체념에만 빠져 있어 루이 18세가 집권해도 요직을 차지할 능력이 없었다. 두 아이인 마들렌과 자크도 병약했다. 모르소프 백작의 결함에서 오는 뒤틀림과 광증은 정신병적인 발작으로 이어졌고 앙리에트가 그 모든 것을 참으며 받아내고 있었다.

 

그 뒤로 클로슈구르드에서의 여러 에피소드, 펠릭스의 파리 진출, 출세 등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그것은 그 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다. 사람의 활동과 출세는 자신이 지지하는 권력이 집권했을 때 가능하고 남들보다 엄청난 혜택을 본다. 펠릭스가 갑자기 루이 18세의 인정을 받고 큰 활약을 하는 것이 잘 납득되지 않았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을 밀어주는 것은 똑같다. 이러한 것이 시대를 초월해 보편적 세상과 인간상, 인간의 심리를 잘 서술해낸 발자크 인간극의 가장 큰 역할과 위대함일 것이다. 펠릭스가 파리로 떠날 때, 모르소프 부인은 그에게 파리의 사교계와 궁정에서의 행동지침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그 구절은 딸아이에게 권해주고 싶을 만큼 상세하고도 의미가 깊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길을 떠나는 레어티즈에게 아버지인 플로니어스가 해 준 말처럼 유익했다.

 

펠릭스는 앙리에트가 흘리는 눈물을 사랑의 영성체, 성혈(聖血)(p.103)’처럼 생각하며 받아 마시며 순수한 사랑을 약속하지만, 파리에서 그는 육체적 사랑에 눈떠 영국 여자인 레이디 더들리와 사귄다. 그 소식을 듣고 앙리에트는 상심하며 삶의 끈을 놓아 버린다. 사랑은 어느 한쪽으로만 존재할 수 없고, 육체적인 사랑을 욕망하지만 그것을 희생시켜야만 하는 것엔 한계가 있고, 그 끝은 당연히 불행할 수밖에 없는가?

 

이 소설은 펠릭스의 긴 편지를 받은 나탈리 드 마네르빌의 짧은 답장으로 끝난다. 어떤 독자는 나탈리의 편지 때문에 이 소설이 납득되고 좋다고 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이 주된 내용인 소설은 그것이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사랑으로 끝나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나탈리의 편지는 이 소설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발자크의 개입 또는 장식으로 보인다. 이 편지가 없었다면 어릴 때부터 불행을 겪어 오고 앙리에트와 사랑에 빠지고, 또 그녀를 배신하며 전형적인 사회적 인간으로 변신하는 펠릭스의 마음, 회한, 우울을 훨씬 더 잘 살려주었을 것이다.

 

발자크의 인간극 중, ‘시골 생활 전경에 속한 이 소설의 표현들과 에피소드가 약간 과했지만 역자의 그 속에서 현실의 인간 유형을 찾기보다 어느덧 역으로 현실세계에서 그의 인물들을 발견하게 된다(p.402)’는 말처럼 현실에서 비슷한 인물과 인간이 엮어가는 행동,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발자크 소설을 읽는 재미다.

 

[“그래요, 살고 싶어요!” 그녀는 내게 기대기 위해 나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거짓이 아닌 실제의 삶을 살고 싶어요. 여태껏 내 삶에서 모든 것이 거짓이었어요. 며칠 전부터 얼마나 많은 기만이 있었는지 세어 봤답니다. 아직 살아보지도 못한 내가 죽다니, 말이 되나요?”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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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4-29 16: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잖아요. ㅎㅎㅎ 보기에 열 댓 정도일 뿐인 펠릭스가 겁대가리 없이 백작부인의 목에다가 입술을 대고 쭈욱.... 우아.... 19세기 프랑스 소설 아니면 생각도 못할 장면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발자크. 크... 안 읽으려 해도 눈에 띄면 꼭 읽고야 마는 나쁜 작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흑흑...

페넬로페 2024-04-29 16:25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납득이 잘 안 되지만 자꾸 그렇게만 생각하면 앞으로 발자크 잘 못 읽게 될까봐 그런 상황 그냥 덮어두고 읽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여성이고 남성이고 다 정부를 둬서 괜찮않을까? 같은 생각도 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발자크 읽어야 해요
독서 동아리에서 읽고 있거든요 ㅎㅎ

Falstaff 2024-04-29 16:33   좋아요 1 | URL
여태 읽은 최고의 발자크는 <잃어버린 환상>이었습니다. 근데, 최고로 장황합니다. 막 미쳐 넘어가기 바로 전까지 말입죠. ㅋㅋㅋㅋ 그래서 인기가 없는 거 같더라고요.

페넬로페 2024-04-29 16:35   좋아요 2 | URL
8월에 읽을 예정입니다.
책값도 만만치 않던데
더운 여름에 미쳐 버리면 어떡할까요! ㅎㅎ

그레이스 2024-04-30 08:52   좋아요 2 | URL
갑자기, 무더운 8월, <잃어버린 환상>... 걱정됩니다.
^^;;;;;

희선 2024-04-30 0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써서 작가가 되겠다고 하고 글을 많이 쓰다니 대단합니다 엄마한테 사랑을 받지 못하다니... 누구나 부모한테 사랑을 받는 건 아니지만,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좀 나을 텐데 그러지 못했군요 그런 게 발자크가 글을 쓰게 한 힘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글이란 뭔가 모자란 게 있어야 쓰는 걸지... 지금은 꼭 그렇지 않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4-04-30 08:46   좋아요 1 | URL
놀라운 집중력으로 많은 분량의 글을 쓴 발자크가 정말 대단하죠.
사랑을 받지 못해서 그런지 발자크 개인적으로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는데 그것이 어느 정도 자신의 작품에 들어 있는 것 같아요^^

미미 2024-04-30 0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 평전은 예전에 사두었고.. 그나저나 <골짜기의 백합>너무 궁금하네요. <잃어버린 환상>도요ㅎㅎ
올해는 더 덥다는데 더위를 식혀줄 소설 목록 준비가 시급합니다ㅋㅋㅋ

평전을 먼저 읽어둘까 나중에 읽어야하나 고민도 됩니다>.<

페넬로페 2024-04-30 11:58   좋아요 2 | URL
<츠바이크 평전>이 너무 좋더라고요.
츠바이크가 쓴 평전을 읽으면 결국 자신이 얘기한 작가를 넘어 버리잖아요. ㅎㅎ
평전을 읽으면 발자크의 작품을 읽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방해를 받기도 하고요.
그래도 소설은 작가의 상상이 훨씬 더 많이 들어있는 거니까 평전 먼저 읽어도 괜찮기도 할 것 같아요^^

새파랑 2024-05-01 0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과 페넬로페님 두분의 발자크 사랑이 대단합니다~! 저 이책 구매했어요~ㅋㅋㅋ 다 읽고 나서 리뷰를 찾아 읽어야 겠습니다~!!!

페넬로페 2024-04-30 23:20   좋아요 2 | URL
아직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ㅎㅎ
새파랑님께서는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요.
읽고 어서 리뷰 써주세요^^

그레이스 2024-05-01 06:39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도 저희 동아리 오세요~
저희 open talk 중입니다.^^
5월엔 <사기꾼>

서곡 2024-05-01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발자크평전 재미있게 읽고 고리오 영감 등 읽은 후 골짜기의백합 찜했었는데 시간이 참 잘도 갑니다 오월 첫날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4-05-01 15:09   좋아요 1 | URL
시간은 잘 가고, 매번 읽을 책은 쌓여 있고요.
5월이라는 단어에 시간이 훅 더 날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ㅠㅠ
서곡님께서도 5월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바래요^^
 

처음에는 인생 책 네 권을 어떻게 고를지 암담했고, 고민되었지만 알라딘 서재 친구들이나 작가들의 <인생네권>에 자극받아 그냥 쉽고, 가볍게, 의식의 흐름대로 골랐다.

 

페넬로페의 인생네권은~~~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은 고전의 전범(典範) 같은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것이 인용되고, 응용되며, 다양하게 변형된다. 지금 이 시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인간과 세상과의 관계가 소름끼친다. 특히 오이디푸스 왕은 삶이 정말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을 인식시켜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가르쳐주는 인생의 지침서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세 번 읽은 책이다. 중학교 때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라스콜니코프가 고리대금업자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도끼로 살해하는 것에 전율을 느꼈다. 그가 이 노파를 살해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했고, 세상의 누군가는 그렇게 해주어야 한다는 라스콜니코프의 주장에 동의했다. 중학생인 내가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40대에 읽었을 땐, 라스콜니코프가 노파를 살해한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의 자격이 의심되었다. 그 어떤 이유에도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도덕적인 면이 우선되었다. 50대를 훌쩍 넘어 최근에 다시 읽은 죄와 벌에서는 그저 <인간 라스콜니코프>만 보였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성마르게 하고,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지.그와 환경적으로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은 것 같은 라주미힌은 저렇게도 긍정적이고 활기찬데 왜 라스콜니코프는? 엄마의 마음으로 라스콜니코프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내게 세계를 보는 관점을 바꾸어준 책이다. 물론 그 전에도 세상의 불공평성과 폭력, 이기심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 책은 나를 한 발짝 더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나를 힘 빠지게도 했다. 아무리 아우성치고, 발버둥 쳐도 이놈의 자본주의 세계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패배감에 젖어 누군가가 희망을 얘기할 때, 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관주의자가 된 듯하다. 언젠가 성당에서의 성경 공부 시간에, '하느님이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난 이 책을 인용했다. 이 세상에 하느님이 없는 곳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ㅠㅠ

 

  

로버트 먼치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는 딸아이가 어렸을 때 밤마다 읽어준 책이다. 아이가 이 책을 너무 좋아해 수백 번 넘게 읽었을 것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그 아이가 커 가는 모습, 그러다 엄마는 늙어가고 다시 아이가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아 기르는 모습들. 매 순간마다 존재하는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아! 인생, 인생, 나는 늙어가고, 늙어가고.오래된 책 냄새가 많이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어 보니 왜 이리 슬픈지 모르겠다.

 

이번 생은 책과 함께 망했다

어쩔 수 없다. 그냥 그렇게 살다 갈 수 밖에.


알라딘 서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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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4-24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생은 책과 함께 망했다. --> 우와아아아 짝짝짝!!!

페넬로페 2024-04-24 16:22   좋아요 1 | URL
ㅎㅎㅎ~~
서곡님께서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군요^^

은하수 2024-04-24 15: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과 함께 흥한거 아니구요~~~??^^
책과 함께 하는 페넬로페님의 이번 생 쭈욱 응원할게요 ~~

페넬로페 2024-04-24 16:24   좋아요 2 | URL
책을 사랑한 반어적 표현이었지만, 한편으로 책만 읽어 아쉬운 마음도 조금 있습니다. 앞으로는 책과 함께 흥하는 인생을 살겠습니다. 은하수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곡 2024-04-27 12:08   좋아요 2 | URL
독서 외에 영화 미술 음악 감상 등으로 세계를 좀 더 넓히고 싶다가도 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독서가 제일 쉬웠어요 일까요 ㅎㅎㅎ 책과 함께 흥하는 생 저도 응원하고 또 열망합니다~~

페넬로페 2024-04-27 12:43   좋아요 1 | URL
전에는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읽었는데, 지금은 왜이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의 밀도가 점점 낮아지는 느낌입니다.
서곡님, 응원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4-04-24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 지글러의 책을 넣을까 하다 말았는데 넣었다면 페넬로페 님과 장 지글러로 만났겠네요. 제가 넣으려던 책은 [인간 섬] 이었어요.

페넬로페 2024-04-24 16:4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께서 장 지글러의 책을 좋아하신다는 거 알고 있죠~~
<인간 섬>도 읽어보겠습니다^^

stella.K 2024-04-24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죄와 벌을 넣고 싶었는데 역시 저는 부활을 거부할 수 없어서...ㅠㅠ

페넬로페 2024-04-24 17:35   좋아요 2 | URL
결국 도스토옙스키냐, 톨스토이냐의 문제군요 ㅎㅎ

Falstaff 2024-04-24 1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포클레스가 제일 앞에!! ㅎㅎㅎ 고스톱 치다가 다 잃고 막판에 쓰리고, 광박 씌운 기분입니다. ^^

페넬로페 2024-04-24 18:46   좋아요 0 | URL
‘오뒷세이아‘를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오뒷세이아보다는 ‘오이디푸스‘나 ‘필록테테스‘, ‘안티고네‘쪽이 더 당기더라고요.
막판에 쓰리고, 광박, 좋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4-04-24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페넬로페님의 네권의 범위가 엄청 다양하네요~!!

저도 1번, 2번 너무 좋아합니다 ㅋ

4번은 의미긴 있는 책이군요 ㅜㅜ

페넬로페 2024-04-24 21:11   좋아요 2 | URL
네 권을 저에게 의미가 있는 책으로 정했어요.
지금 다시 보니까 4번이 찡하네요^^

모모 2024-04-25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잘 보고 있어요, 응원합니다~^^

페넬로페 2024-04-25 00:1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모모님!
저도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희선 2024-04-25 0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죄와 벌》을 중학생 때 처음 만나셨군요 읽을 때마다 다르게 생각하시다니... 사람 세상에서는 사람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그게 잘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에서는 음식이 남아서 버리고 어딘가에서는 없어서 굶고... 따님한테 밤마다 책을 읽어주셨군요 그런 책 기억에 많이 남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4-04-25 08:26   좋아요 1 | URL
책을 좋아하다보니 책과 관련된 저만의 스토리도 많은 것 같아요.
인생 네 권 고르기 쉽지 않았는데 해 보니 또 재미있었어요 ㅎㅎ

그레이스 2024-04-25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읽다 울었어요 ㅠ

페넬로페 2024-04-25 15:28   좋아요 0 | URL
네, 내용이 슬픈데 주구장창 읽었어요 ㅎㅎ

페크pek0501 2024-04-28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죄와 벌은 생각나지 않아 인생 네 권에 못 넣었는데 넣을 만하다고 생각해요. 그 장편을 읽고 도선생이 천재라고 여겼거든요.^^

페넬로페 2024-04-28 14:06   좋아요 1 | URL
<죄와 벌>뿐만 아니라 도선생님의 작품중에서 경쟁되는 것이 많았어요. 작가의 여러 경험이 작품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아요^^
 














산책을 하다보면 유모차에 누워있는 갓난아기나, 엄마 아빠와 놀러 나온 아이들을 만난다. 얼마 전에 아기를 낳은 조카가 가족 단톡 방에 아기의 동영상을 자주 올려준다. 아기는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고 옹알이를 하며 잘 웃는다. 아이들을 보면 예쁘고 귀여워 저절로 마음이 환해지는 미소가 지어지지만, 한편으로 왠지 슬프기도, 씁쓸하기도 하다. 저 아이들이 헤쳐 나갈 세상이 아득해 보여서이다. 별것도 없는 세상에서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이 쓸모없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그것을 지켜내야 하는지 그들은 아직 모를 것이다.

 

<윌리엄 스토너>의 삶에도 반짝했던 순간은 몇 번 되지 않았다. 아무 희망 없이 노동만으로 농사를 지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집안에서 자란 스토너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머리가 좋아 공부를 잘해서일 것이다. 4년간 농과대학에서 공부하고 스토너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부모와 척박한 땅이 있는 고향이었다. 대학 2학년 때 그는 교양 과목인 영문학 개론수업에서 아처 슬론 교수가 읽어주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에 온몸으로 불안하게 흐르는 피가 느껴져자신의 진로를 바꾼다. 그는 대학에 남아 영문학을 공부하기로 한다. 처음으로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

 

[그대 내게서 계절을 보리.

추위에 떠는 나뭇가지에

노란 이파리들이 몇 잎 또는 하나도 없는 계절

얼마 전 예쁜 새들이 노래했으나 살풍경한 폐허가 된 성가대석을

내게서 그대 그날의 황혼을 보리.

석양이 서쪽에서 희미해졌을 때처럼

머지않아 암흑의 밤이 가져갈 황혼

모든 것을 안식에 봉인하는 죽음의 두 번째 자아

그 암흑의 밤이 닥쳐올 황혼을.

내게서 그대 그렇게 타는 불꽃의 빛을 보리.

양분이 되었던 것과 함께 소진되어

반드시 목숨을 다해야 할 죽음의 침상처럼

젊음이 타고 남은 재 위에 놓인 불꽃

그대 이것을 알아차리면 그대의 사랑이 더욱 강해져

머지않아 떠나야 하는 것을 잘 사랑하리.]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죽음을 말하고 있다. 살아있음에도 죽음을 인식해야 우리는 더 지혜롭게 살 수 있다. 스토너는 너무 어린 나이에 이 소네트에 감동받았다. 이 시가 그에게 공부에 대한 열정을 주었을지는 몰라도, 삶에 미리 죽음을 끌어당겨 섞어버린 것처럼 스토너는 평생을 살아간다. 아내 이디스와 딸 그레이스, 부모님, 그가 사랑했던 캐서린에게 한 번도 진정으로 책임이란 걸 지지 않았다. 피하고 견딤으로, 사회에서 벗어나기 좋은 대학이라는 곳에 매몰되어 숨어 지낼 수 있었던 게 그의 삶이었다.

 

평론가 이동진은 이 소설을 “‘스토너패배한 자의 변명과 후일담을 담은 소설이 아니다. 삶에는 근원적인 고독이 엄존하고 그 고독에는 영광과 상처가 공존한다고 말하는 소설이다. 삶의 가치가 삶 자체일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작품이다. 그 가치가 사랑과 우정이라도 그렇다. 가치가 훼손되고 목적이 좌절되며 소망까지 상실되어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 사람의 단순한 세월이 꼬박꼬박 묵직하게 흘러간다. 미련하지만 끝내 위엄을 잃지 않은 인간에 대한 성실하고도 위대한 문학이다.” 라는 감상을 남겼다.

 

이동진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이 책을 읽을 때, 순간순간 치받는 분노와 속상함도 많았다. 스토너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가 한 선택과 체념이 분명 불행을 가져올 것인데도 무심하고 무기력한 스토너가 이해되지 않았다. 스토너는 자신의 전공인 문학속의 세계에서 세상이 변화되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

 

스토너에 대해 그런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스토너가 바로 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먹먹하기도 했다.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해야 잘 되는지가 보이지만 사실 내 인생은 그렇지가 않다. 나또한 용기를 내지 못했고, 나를 먼저 생각했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세상에 등 돌리는 일이 많았다.

 

죽음을 앞둔 스토너가 회한에 빠지지 않고 그가 그 자신이었음을 느끼고 자신이 쓴 책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좋았다. 남들 눈에 실패작으로 보이는 삶도 괜찮다.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저 온전히 자기의 느낌과 생각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삶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나이가 된 나는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점점 더 관대해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이렇게 물러지면 안 되는데, 라고 생각하지만 난 스토너를 이해하며 삶이 별것 아니라는 여유와 냉소를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 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 것 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팔다리에 나른함이 조금씩 밀려들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감각이 갑작스레 강렬하게 그를 덮쳤다. 그 힘이 느껴졌다. 그는 그 자신이었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유쾌한 소설을 읽었다. 읽는 내내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아졌다. 뭉클함도 있어 숙연해질 때도 있었다. 인간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단순화시켜 쿨하게 사는 순례 씨가 부러웠고 존경스러웠다. 이 소설 여기저기에서 툭 튀어나오는 유머코드도 의미심장했고 통쾌했다.

 

유능한 세신사였던 75세 순례 씨는 땀 흘리지 않고 버는 돈을 불편해한다. “순하고 예의바르다는 뜻의 순례(順禮)에서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라는 마음으로(p.13) 살고 싶어 순례(巡禮)라고 개명했다. 그녀는 자기 소유의 4층 건물인 순례 주택을 싼 값에 사람들에게 임대해주고 있다. 남자 친구 박승갑 씨의 외손녀인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오수림을 잘 키워주었다. 순례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순례 씨를 닮아 있다.

 

순례씨와 수림은 가족보다 더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는 나이를 초월한 친구 사이다. 그들은 서로를 최측근이라 여긴다. 가깝고 정이 깊지만 그들은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 지켜야 할 것과 허용되는 것이 분명하고 아주 독립적이다. 순례 씨는 어른이다. 그런 어른이 키운 중학교 3학년인 수림이는 영민하고 단단하며 감사할 줄 안다.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순례 씨가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글쎄.”

막연했다.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순례 씨 생각 동의.” -p.53]

 

정말이다. 사람은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도, 어른답게 살기도 어렵다.

 

 

스토너와 순례 씨의 삶을 잠깐 들여다본다. 그들은 똑같이 열정을 가졌고,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선택해서 살았다. 하지만 더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순례 씨다. 누군가 나에게 누구처럼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난 머뭇거리지 않고 스토너가 아닌 순례 씨처럼 살고 싶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제부터 나의 롤 모델은 순례 씨이다.

 

[“수림아, 이 지구에 내 최측근이 딱 한 명 있는데 누구지?”

오수림.”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행복하게 살아야 해.”

순례 씨는 감사라는 말을 잘 한다. 순례 씨가 좋아하는 유명한 말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가 떠올랐다. 나도 순례자가 되고 싶다. 순례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내 인생에 관광객은 되고 싶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p.9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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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31 0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장 가까운 사람 자기 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사람 있다니 좋을 것 같네요 그런 사람은 한사람이면 되죠 소설에 나온 사람이지만 부럽네요 소설이라고 해서 꼭 현실과 다른 건 아니기도 하겠습니다 소설 속 사람과 같은 사람이 현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죠


희선

페넬로페 2024-03-31 09:15   좋아요 1 | URL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도 저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분명 현실에서도 있을거예요.

hnine 2024-03-31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은실 작가를 어린이, 청소년책들로만 읽어 알고 있었는데 순례주택은 꼭 그런 것 같지 않아요. 오랜만에 작가의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우리 인생은 어떻게 보면 스토너의 삶을 닮은 시기가 있고 또 어느 시기는 순례씨의 생각과 삶과 비슷하기도 하고, 그렇게 복잡하게 진행되기도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

페넬로페 2024-03-31 10:25   좋아요 0 | URL
이 소설이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 있더라고요. 오히려 청소년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았어요.
네,
hnine님 말씀처럼 인생은 여러 시기를 거치는데 스토너의 삶을 닮은 시기가 훨씬 더 많지 않나 생각했어요. 이제부턴 순례 씨처럼 살고 싶어졌어요. 巡禮하는 자세로요 ㅎㅎ

새파랑 2024-03-31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순례씨 보다는 스토너~!! 심심해 보이고 무난해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이 그렇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특별할건 없지만 유일한 나의 인생~!!

페넬로페 2024-03-31 14:56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은 스토너~~
근데 스토너처럼 너무 쉽게 사랑하는 여자를 보내시면 안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