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당신의 눈길에서 피어나는 사랑 - 잠자냥
“그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는 영화에서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서나 사람들은 만난다. 중요한 것은 늘 일어나는 이런 만남들 이후에 이어지는 일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히로시마 내 사랑>, p.9) 사강의 <엎드리는 개>는 처음에는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었다고 한다. 장 우그롱의 소설을 영화화하려다 이를 거절당하자 그 작품의 모티프들을 기반으로 사강이 새롭게 써낸 소설이 바로 이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을 읽노라면 영화를 보듯 선명하게 그려지는 이미지들이 ...

인종차별 - 다락방
그간 아시아나 유럽 의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내가 인종차별을 직접적으로 체험한 적은 없었다. 일전에 한 번 언급한 적 있지만, 홍콩의 공항에서 같은 아시아인에게 중국에서 왔냐는 물음을 듣고 아니다, 한국이다 답했더니 너네들은 다 비슷하다며 눈을 찢는 시늉을 내 눈앞에서 본 적은 있지만, 아 이것이 그 인종차별이구나, 했지만, 그 당시에 그 행위를 내 앞에서 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건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건 아니었다. 자기도 아시아인이면서 왜 저럼? 하는게 다였다. 그것이 그간 내...

반유대주의의 기원 - 단발머리
친구들은 생일에 책을 선물해 준다. 나는 어떤 선물보다 책 선물을 좋아하는데, 친구들이 골라서 선물해 준 책도 좋고, 친구들이 골라라~~ 해서 선물 받은 책도 좋다. 문제는 친구들이 생일이 아닐 때도 책을 선물해 준다는 것인데, 그래서 매일은 아니지만, 매우 자주 내 생일이 돌아오는 형국이며. 그 아름답고 예쁜 책들을 요리조리 쌓아놓고 찍은 사진들은 공장 초기화로 모두 날아가 버렸으니, 사건의 여파는 여기에까지 미치는 모양이다.친구가 선물해 준 『유대인의 역사』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무언가를 외워야 할 필요 없이 저자의 서술과 설...

˝책이 도락이라 저금은 제로...˝ - 나귀님
작년 이맘때였나. 예전에 얼핏 들었던 "럭키 댄스" 어쩌구 하는 일본 노래가 갑자기 생각나서 유튜브를 뒤지다가 80-90년대 일본 음악에 흥미가 생겨서 여러 곡이며 가수를 접하게 되었다.(알고 보니 내가 찾던 노래는 밴드 C-C-B의 "럭키 찬스를 다시 한 번"이었다. 영어 가사도 가끔은 유용한 듯).그렇게 알게 된 노래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이 블랙비스킷츠라는 혼성 그룹의 "타이밍"이었는데, 검색해 보니 1990년대 중반에 무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일본인 남성 코미디언 두 명과 대만인 여성 가수 한 명이 재미 삼아 결...

내 미모는 내가 알아요 - 구단씨
르네는, 예뻐지기만 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뛰어난 패션센스는 물론이고 성격도 미치게 매력적이다. 그녀의 단 한 가지 불만은 통통한 몸매. 이 몸 때문에 그녀의 자신감은 떨어지고, 매력과 재능을 꾹꾹 누른 채로 어느 허름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본사의 온라인 담당, 남들에게 얼굴 안 드러내고 일하는 자리에 배치된 그녀다. 시켜만 주면 누구 못지않게, 남들 앞에서 그녀의 전문성을 뽐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매일 간절히 소원을 빌지만,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는 없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매일 스피닝에 열중하는...

체호프가 쓴 햄릿, 모스크바에 간 셰익스피어 - cyrus
셰익스피어(Shakespeare)는 1564년에 태어났고, 체호프(Chekhov)는 1904년에 숨을 거두었다. 우연하게도 올해는 두 극작가가 특별히 주목받는 해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지 460주년, 체호프가 세상을 떠난 지 120주년이 되는 해다. 위대한 극작가를 말할 때 셰익스피어와 체호프는 당연히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 독자는 ‘4대 비극’와 ‘5대 희극’에 포함된 작품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의 매력에 푹 빠진다. 연극인은 체호프의 ‘4대 장막극’을 절대로 모를 수 없다.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은 대학교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

버지니아 울프 탐험하기 - 건수하
<자기만의 방> 을 필사하다가 8월에는 좀 쉬었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좀 읽어보고 싶어서 찾아보았다. 퀜틴 벨이라는 버지니아의 조카가 쓴 책이 유명하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적이 없는 것을 알았고, 허마이오니 리라는 사람이 쓴 책은 800쪽짜리 2권으로 되어있길래 (절판이기도 하고), 버지니아 울프의 동성 연인이었던 비타 색빌웨스트의 아들 (나이젤 니콜슨)이 쓴 가벼운 전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이것을 읽어보기로 했다. 어머니의 연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알라딘 중고 등급 상-최상만 사고 중은...

기록되기 전엔 아무 일도 진짜로 일어난 게 아니란다. 그러니 너도 가족과 친구들에게 많은 편지를 써야 한다. 일기도 꼭 쓰고." 기록을 하면 고통은 줄어들고 기쁨은 두 배가 된다. - P11


오래된 영화 - Laika
아주 오래된 영화를 보았다. <냉정과 열정 사이>! 나는 영화를 좀처럼 보지 않는 인간이라 이 영화도 한때 엄청 인기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늘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 건 피렌체 두오모 성당이 나온다는 것 뿐이었다. 과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곳은 연인들의 성지라서 연인들은 그곳에 가서 사랑을 맹세한다나, 아무튼 그런 문장으로 영화가 시작한다.이 영화의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헤어져놓고도 서로를 못 잊어서 남의 나라까지 와...

냉엄한 국제 사회 현실 속에 앞으로 한반도의 미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scott
1916년 약 3,700만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세계 제 1차 대전을 겪은 인류는 전후 전쟁에서 싸우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전투기 조종을 맡았던 조종사들은 전쟁터에서 '바람직하게' 싸우는 전쟁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주장 하기 시작한다.1차 세계 대전 당시 전투 비행기는 합판과 천, 금속, 고무 재질로 제작 되어 위 아래 두 쌍으로 달려 있는 날개는 지주로 연결 되어 있었다.좌석은 하나 였고 프로펠러와 동기화 된 기관총이 앞을 향해 있고 총알은 프로펠러 사이로 발사 되었다.차고에서 순식간에 조립해서 급박하게 움직이는 전쟁터로...

(사유하는미술관) 카트린 드 메디시스 - 우주
예술가들의 비하인드를 알게 되는 것이 두려운 건..그들이 만들어낸 작품과 일상에서 드러난 모습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있어서이다..그런데'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을 읽으면서..예술가들은 내게 더이상 인간계..가 아니라 생각하기로 했다. 무튼...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가에 따라 무서운 사람이 될 수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도 있을수 있다는 사실. 이 온도차는,쉬이 극복될 ..수없겠지만 그럼에도 놀랍다는 생각. 아니 권력에 욕심 가득했던 인물로만 기억하면 안될 것 같은 여인.카트린 드 메디시스."카트린 드 ...

파리, 카페, 그리고 고흐 - 최내경의 이야기 - Falstaff
.1. 파리가 사랑한 카페 20년 전인 2004년, 최내경은 파리의 유명 카페와 고흐가 마지막 몇 달을 보낸 오베르 쉬르 우아즈 여행기 <파리 예술 카페 기행>을 내고, 2009년에 몽마르트르를 중심으로 카페와 음식점, 그리고 공연장 이야기 <몽마르트르를 걷다>를 낸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올해 두 책을 보완한 성격이 짙은 <파리가 사랑한 카페>를 다시 냈다. 카페Cafe라는 말의 어원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는, 그저 유럽에 커피가 들어왔고, 부르주아 귀족들이 마시기 시작했으며, 젊은이들조차 ...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의 책들 - 그렇게혜윰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다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 올림픽 때 보다는 몰입하며 본 장면들이 있다. 셀린 디옹의 노래는 뭉클했고, 긴 막대 위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아찔했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리슐리외 도서관에서 책으로 대화하는 연인들의 이야기였다. 그냥 흘려보고 흘려듣다가 몇 번씩 멈춰가면서 본 장면이다. 영상은 유튜브에서 개막식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 사진의 출처인 MBC공식 유튜브 채널도 개막식 영상을 풀로 제공해주지만https://www.youtube.com/watch?v=CJbhTh...

완당의 글씨에서 인생을 보다. - 그레이스
이번에 다산초당을 찾은 것은 추사의 편액을 보기 위해서였다. 처음 갔을 때보다 길이 완만하게 닦여 있어 오르기가 편했다. ‘다산초당’이라는 글씨는 김정희의 글씨를 집자해서 당시 목수가 새긴 것이라 행서와 전서처럼 보이는 글씨가 섞여있고 고르지가 않다. 그 옆 동재에는 김정희가 직접 썼다는 ‘보정산방’이라는 예서체이지만 추사다운 독특한 글씨체의 현판이 걸려있다. 2주 전, 귀국을 앞둔 덴마크인 청년 A와 국립박물관에 갔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 1년을 있었는데 박물관은 보고 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내하기로 했다. 서화관에...

자신의 경계를 부단히 넓히고자 했던 삶의 여행자 - 초란공
자신의 경계를 부단히 넓히고자 했던 삶의 여행자<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박찬기 옮김 [민음사] (2004) 출근하면서 슬쩍 읽은 구절. “자신의 몸 주변을 바다로 둘러 싸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세계라는 개념도, 세계와 자신의 관계도 이해할 수 없다. 이 위대하고도 단순한 선(線, line)은 풍경 화가로서의 나에게 전혀 새로운 사상을 불어넣어 주었다.” 문인이면서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 그리고 필연적으로 면밀한 관찰자였던 괴테는 귀족 출신이라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

멜라닌 / 편견과 차별. 우리도 자유로운가 - 구름모모
짐작하였던 것보다도 질감이 촘촘한 소설이다. 빠르게 읽을 줄 알았는데 여러 날 여러 순간 몇 번을 멈추었는지 모른다. 작가가 소설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수많은 돌계단이 되면서 오랜 시간을 할애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작품으로 남는다. 점점 묵직하게 질문들이 많아질수록 차별과 편견이 만들어놓은 사회적 문제는 정치적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놓치지 않게 된다. 누군가를 자신들의 아래에 깔아놓고 이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면서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대물림하는 사회적 문제는 역사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성별, 세대, 인종, 국가, 종교...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곳에 속할 수 있는 현자가 아니었다. 나는 개인이었다. 작고 어린 파란색이었다. 나는 더 이상 백인을 우러르지도, 흑인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선망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았다. 인간을 무채색으로 만들고 나면 가진 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 일터와 인간관계의 지친 사람들, 애국심과 규율로 무장한 펑크에 숨어 떨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