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그 항아리의 속사정 - 잠자냥
조지 손더스의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를 읽고 얻은 뜻밖의 수확은 톨스토이다. 이 책에는 손더스가 말하고 내가 격하게 동의하는 바, ‘70년에 걸친 러시아의 믿을 수 없는 예술 르네상스(고골, 투르게네프, 체호프, 톨스토이뿐만 아니라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오스트롭스키, 튜체프, 차이콥스키, 무소륵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등 다수가 활동하던 시대) 시기’에 쓰인 러시아의 단편 7편 전문이 실려 있다. 거의 읽어본 작품들인데 한 가지, 오잉?! 내가 이걸 안 읽었다고? 읽었는데 잊었나? 이럴 수가!! 했던 작품이 있다. &l...

설레고 싶은 계절, 무엇으로든... - 구단씨
진짜 봄이 오고 있나 보다. 제법 포근하다고 여겼던 2월에 갑자기 눈이 내리던 날, 아직 봄이 멀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종일 내린 비로 이제 겨울이 끝난 것 같다. 어제보다 기온은 살짝 내려갔지만, 그냥 딱 요즘 느꼈던 봄의 기운이 흐린 날인 오늘 더 느껴지는 게 좀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봄이 오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어차피 찾아올 봄이라면, 좀 즐겁게 가볍게 웃으면서 맞이하고 싶어서. 그래서, 어제는 햇살이 좋아서 나갔다. 어디서든 햇살을 등에 받으며 앉아 있고 싶었다. 알라딘 보관함을 뒤져서 책도 샀고, 도서...

판타지의 힘 - 스프링버드
어린이들은 상상의 친구를 만든다고 한다. 나도 꽤 공상을 하는 어린이였지만 상상의 친구를 만든 기억은 없다. 그러나 책 속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큰 기쁨과 위로를 선사받았다. 어린이를 소재로 하거나 어린이를 위해 만든 문학이나 영화를 보면 상상의 친구 모티브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예가 많은데, 그런 걸 보면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현실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깊고 생생한 욕구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혹은 현실이 아이들에게 너무 버거워서 그들을 도와줄 보조적 수단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

최근에 세계문학 단편선을 종종 사 모으고 있었다. 책... - 곰돌이
최근에 세계문학 단편선을 종종 사 모으고 있었다. 책을 처음 펼칠 때면 새 책을 만나는 설렘에 몇 편을 단숨에 읽고, 한동안 애정을 담아 이리저리 들춰본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다른 책들이 눈에 들어오면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옮겨 가고, 읽다 만 단편집들은 책장 한켠에서 조용히 기다린다. 누가 재촉하는 것도 아닌데, 읽지 못한 책들이 조금씩 밀려가는 느낌이 은근하게 마음을 눌러 온다. 그래서 비교적 얇은 편에 속하는, 흑인 문학의 거장 랭스턴 휴스의 작품을 다시 꺼내 들었다.41편의 단편 중 맨 처음에 실린 「...

달리기와 욕심과 재능과 나 - 다락방
언젠가도 얘기한 적 있었던 것 같다.중학교때 학급의 같은 반에 48명중 42등을 하던 학생이 있었다. 그런데 누가봐도 열심히 공부를 하더라. 어떤 수업 시간에는 코피를 흘리기까지 했고, 쉬는 시간에도 책을 부지런히 보았더랬다. 그런데 그 다음 시험에서 39둥을 했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성적표에 부모님 싸인을 받아와야 했는데, 그 때 그 아이의 엄마는 '집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더니 성적이 올랐네요' 라고 써서 보내셨더랬다. 나는 이 일이 되게 충격이었다.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 어째서 고작 42등에서 39등으로밖에 오르지 못한...

패배자와 생존자 『잘 자요, 엄마』,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by 서미애 - 아시마
패배자와 생존자 『잘 자요, 엄마』,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by 서미애 읽은 날 : 『잘 자요, 엄마』 2026.3.7.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2026.3.8. 바로 며칠 전 뉴스에 세칭 ‘모텔연쇄살인사건’의 범인 20대 김모 여인이 사이코패스 진단 평가(PCL-R) 결과 사이코패스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기사는 친절하게도 사이코 패스 진단 검사의 만점이 40점 이라는 것부터, 25점 이상이면 통상적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은 것이고 유영철의 점수가 38점,...

“그래서 열심히 살았니?” - 페넬로페
아무 의심 없이 이 소설의 제목인 ‘비행운‘을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 꼬리 모양으로 생성되는 구름‘이라는 뜻의 ’飛行雲‘으로 받아들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볼 때, 또는 더 높아서 비행기는 보이지 않고 비행운만 보일 때 드는 감정은 언제나 한결같다. 아련함과 왠지 모를 슬픔, 막막함과 동경.…다 늙어버린 지금도 그 모습만 보면 어릴 때 느꼈던 것과 똑같다. 살풋한 희망도 섞인 그 눈부심은 결국 어지러움만 남긴 채 사라지지만 여운은 길었다. 김애란 작가는 이 책 어디에도 제목에 대한 한자어를 남겨두지 않았다. ‘비행...

미래를 사는 방식 - 자목련
‘만약에’로 이어지는 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결정된 어떤 일, 어떤 선택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만약에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 앞에 설까 생각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맨 처음이 아닐까. 그럴 수 없기에 그것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일은 수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더라도 단 하나의 선택으로 끝난다. 과거로 돌아가도 그 선택을 할 거라는 알기에, 그게 나라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윤리적 딜레마’란 주제로 김연수와 히라노 게이치로가 참여한 『근접한 세계』를 읽다 보...

생성형 인공 지능 시대에 진정한 창작이란? - scott
2011년에 출간 된 유발 하라리에 초대형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10주년 기념 서문에 이런 글이 실렸다. -인공 지능의 시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2011년 여름 <사피엔스> 집필을 마무리 하면서 이 이야기로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 책을 각별히 좋아하는 데다가 성공까지 거둬 감사한 마음이지만, 이 책을 통해 인류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전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휴머니티 2.0'은 여전히 진화해 가고 있고 그래서 다른 이에게 맡겨두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다.그러던 중 20...

도대체, 대체 역사소설이 SF 문학상을 받았을까? - cyrus
펭귄 클래식 독서 모임에서 시작된서울 독서 모임<달의 궁전>since 2011 필립 K. 딕 남명성 옮김 《높은 성의 사내》폴라북스2011년2026년 3월 14일 토요일, 오후 2시~4시장소: 투썸플레이스 을지로입구역점[진행]삽하나[큐레이터(도서 추천)]마욤, 헤르메스[발제]마욤[서평]레삭매냐<신들의 황혼에 대한 환상>2024년 9월 5일 작성https://blog.aladin.co.kr/723405103/15828942[사진]최해성[간식](화이트데이의 사탕을 맡은) 시진(파이 π 데이의 파이를 맡은) 최해성[...

앎의 문제, 인간 무능성을 깨우는 가장 본질적인 것: 오이디푸스 비극을 중심으로 - 비의식
왜 프로이트 자신의 정신분석적 발견에 ‘오이디푸스 콤플레스’ 라는 이름을 부여했을까? 이것은 21세기 오늘의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인 삶에 있어서도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은 계급주의적, 민족주의적, 인종주의적 유산을 과신하는 논자들이 자신들이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의 그 무참한 몽매성에 대한 하나의 역사적이고 실체적인 통찰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1. 고대 그리스 비극 공연의 의미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공연되었던 기원전 5세기의 상황으로 거슬러...

[의자의 배신] 우리보다 더 오래된 우리 몸 - 단발머리
지난주였다. 아니다, 지지난 주였다. ​건강 검진 결과지, 정확히는 채용 신체검사서가 필요하다 해서 검진을 받았다. 나는 이제 늙었나 봐.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안 마시는 게 너무 힘드네. 빛의 속도로 이어지는 검진 과정. 키 재고, 펑! 흉부 사진 찍고, 채혈까지 마치고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체중도 좋으시고(나는 키가 커서 체중이 좀 나가도 괜찮은 편에 속한다), 혈압도 괜찮으시네요. 이제 막 의자에 앉으려는 내게 의사쌤이 벌써 2문장을 말했고. 세 번째 문장은 의문문이다. ​운동은, 운동은 뭐 하세요? 아, 운동은. 운동...

불씨잡변과 그람시의 공백, 그리고 현대 - 차트랑
개인적으로는 조선 유학에 호감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중국의 사서(四書)와 조선 유학을 등가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여기서 유학은 주자학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 사서를 뜻한다. 공맹이 가르친 유학과 주자학 그리고 조선 유학은 질적으로 서로 아주 많이 다르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의 학문적 순수함이 조선으로 들어와 심하게 오염되었다고 생각하는 일인이다. 특히 조선 후기에 이르러 집권 세력의 유학론은 유학이기를 스스로 거부했다고 본다. 유학(주자학)은 고려 말에 들어왔지만 이 땅에 조선이 들어서며 그 꽃을 피우기 시...

전쟁이 끝나길 기다리는 시간 - 그레이스
이오니아 반란의 주동자 밀레토스의 아리스타고라스는 자신이 일으킨 전쟁을 이오니아에 있는 도시들과 사모스나 키프로스 같은 섬들과 스파르타나 아테네에 까지 확산시킨다. 아리스타고라스의 배후에는 페르시아로 끌려간 밀레토스의 참주 히스티아이오스가 있었다. 히스티아이오스는 밀레토스를 공격해온 다레이오스에게 일찌감치 항복하고 그의 수하에 들어가 페르시아에 봉사하고 있었다. 그는 밀레토스를 다시 차지하고자 자신을 대리하고 있는 사위 아리스타고라스에게 페르시아에 항거하라고 비밀리에 메시지를 전한다. 이 메시지를 받기 전 아리스타고라스는 페르시아에...

나무에 관한 책들 - 건수하
나무들이 달고 있던 잎에 활기가 돌고, 새 잎과 새 꽃을 피워내기 시작하는 시기, 이 두 권을 읽었다.고다 아야의 <나무>는 좋다고 추천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인데 정확히 왜 추천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 혹은 하기 어려운 책인 것 같다. 아무래도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주인공이 읽던 책이다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게 대체 무슨 책인지 궁금해했을 것 같다 (<퍼펙트 데이즈>를 안 본 나조차 아는 이야기다). 나무를 보고 작가가 느끼는 주관적인 감상 - 예를 들어 오래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