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10월 마지막 날, 괴테마을에 다녀오다. - 그레이스
『파우스트』, 이번엔 전영애 역으로 읽었다. 민음사도 함께 병행했다. 몇 년 전에는 열린책들로 읽었었다. 이 책(『파우스트』 전영애 역, 길)은 마주보는 페이지에 독어 원문과 한글 번역이 나란히 있어서 비교하며 볼 수 있다. 아쉽게도 나는 독일어를 모른다. 하지만 어느 정도 발음규칙은 알고 있고, 눈으로 각운과 리듬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독어를 알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공부해 볼까?”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신곡』 읽을 때는 이탈리아어, 호메로스 읽을 때는 그리스어, 그리고 라틴어, 불어, 일본어……. 이런 식으로...

언어는 나의 칼이였다.(살만 루슈디1947-) - scott
마훈드여, 새로운 사상은 반드시 두 가지 질문을 받게 되오. 하나는 그 사상이 약할 때: 너는 어떤 존재인가? 타협하고 거래하고 사회에 순응하며 자기 자리를 찾아 살아남으려 노력하는가, 아니면 앞뒤가 꽉 막힌 고집불통에 꼬장꼬장하고 게다가 멍청하기 짝이 없어 산들바람에 휘어지느니 차라리 부러지는 쪽을 택하는가?─후자인 경우, 대개는 (백 번 중 아흔아홉 번쯤) 산산이 부서지기 마련이오. 그러나 백번째에는 세상을 뒤바꿀 수도 있소.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 중에서 1989년 9월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

주변자본주의적인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사고방식 - 건수하
뭐라도 더 까먹기 전에 적어보려고 적는다. 일단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놀랐던 건 이거다. 숲의 천이 succession 에 관한 것. (이미지 출처: 산림청 홈페이지)이런거 고등학교 때 배웠나? 여튼 오래 전에 배웠는데. 내가 배웠을 때는 이렇게 가로 방향의 그림이 아니었고 세로 방향으로 달라지는 그림이었는데 요즘엔 거의 이런 그림만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 개념을 배울 때, 실제로 가르치는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음수림이 안정적이고 완성된 형태라고 생각했다. 위키 백과에 '천이'를 찾아보면 천이 ...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까? - 자목련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은 무엇일까. 눈을 감아봐야 알까. 아니면 어둠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일까. 어쩌면 마음의 평정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제목만 보고 잠언 비슷한 글이 아닐까 짐작했다. 제목 때문에 에밀 시오랑이 생각나기도 했다. 생에 마지막 2년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로 모두 9편의 짧은 글을 만날 수 있다. 아내와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1940년~1941년에 쓴 글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신기하게도 그가 살아온 시대는 80년 전인데 마치 지금의 우리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

(공연) 바이올린 리사이틀... - 우주
공연보러 예당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막상 내가 사는 동네에 공연장이 들어서고 나서는 이상하게 가게 되지 않았는데....방송에서 공연장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불현듯 이제는 가봐(?)야 할 때인가 생각하다가 마침 베토벤소나타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있어 예매를 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찾아가는 공연장... 프로그램대로 연주를 들을수 있어 좋았다. 겨울로 가고 있는 시기에, 봄을 연주하는 음악을 듣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놀란건(클알못이라서..) 격정적인 베토벤소나타9번 마저....

달자의 파리 동네 책방 탐방기 - 프랑스 출판계도 먹여 살려 보자? - 달자
동네 책방에 요즘들어 유독 자주 방문하게 된다. 책방 주인이 일주일에 한번 정도 책 진열 구성을 바꾸는 것 같은데 그 때마다 책 구경을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만 내놓는게 아니라서 출간된 지는 좀 됐지만 참 좋아서 세상의 빛을 더 받기에 마땅한 책들을 그때 그때 선택하는 것 같다. 종종 책방 주인이나 점원의 자필 추천 문구가 표지에 끼워진 책들이 있는데 그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근에는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과 권여선 작가의 <푸르른 틈새> 책이 나란히 메인 매대에 올라와 있었...

나의 사랑하는 베네치아 책장(4-2) - 붉은돼지
3. 소설류 소설은 뭐 말하나마나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이 있겠고, 가여운 인간 <오셀로>도 바로 베니스의 장군이었다. 오세영의 <베니스의 개성상인>도 있다. 이게 2023년도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리고 베니스하면 역시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빠질 수 없겠다. 다들 아시겠지만 줄거리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중년의 고명하신 작가가 베니스로 휴양차 여행을 왔다가 어떤 미소년에게 그야말로 혼이 빠지고 넋이 나가, 도시에 전염병이 퍼진 것을 알고도 베니스를 떠...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 ‘아티스트웨이’에 영감을 준 글쓰기의 출발점 - 초란공
‘아티스트웨이’에 영감을 준 글쓰기의 출발점(feat. 세상 모든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어 한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원제: Writing without Teachers) 피터 엘보 지음 | 한진영 옮김 [페르아미카실렌티아루네] (2024) 피터 엘보(Peter Elbow)라... 온라인 서점 앱을 보다가 만난 이름이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곧바로 기억나지 않았다. 앱에서 저자의 다른 저서를 찾아보고서야 그가 글쓰기 책 ⟪힘 있는 글쓰기⟫의 저자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몇 년 전에 많...

우아하고 너저분한 과학 - cyrus
옐로스톤(Yellowstone)은 엄청 뜨거운 국립공원이다. 이곳 지하 밑에 엄청난 양의 마그마 덩어리가 있다. 옐로스톤의 온천과 간헐천은 섭씨 100도에 이른다. 특히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 간헐천은 최대 50m까지 온천수를 뿜어낸다. 전 세계 관광객들은 지구가 내뿜는 뜨거운 분수 쇼를 보기 위해 옐로스톤을 방문한다.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열두 번째 모임(11월) 선정 도서]* 빌 브라이슨, 이덕환 옮김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까치, 2020년)빌 브라이슨(Bill Bryson)의 《거의 ...

어떤 기억은 놀랍도록 정확하다 - Laika
얼마 전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였던....) 때 썼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엄마가 베란다 창고에서 커다란 박스 두 개를 꺼내왔는데 그 안에 일기장, 상장, 스케치북 같은 것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초등학교 이후로 이사를 그렇게 많이 다녔는데 그동안 이걸 버리지 않고 이고지고 다녔다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인 7살때부터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쓴 일기장이 모두 남아 있었다.(초등학교 5,6학년 때 일기장이 없는 걸 보면 고학년 때는 일기 쓰기 숙제가 없었나보다.)일기장을 대충 정리만 하고 집어넣었어야 했는데 나...

간밤에 읽은 책 |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 하나의책장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저자 이두형갈매나무2024-10-28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심리치료자기계발 > 힐링당신은 완벽한가?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것은 모두 이루어질 수 있는가?수용은 억지로 받아들이기, 인정하기가 아니다. 우리가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삶에는 기쁨과 즐거움뿐 아니라 노여움과 슬픔도 존재한다. 내 삶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 어찌할 수 없는 슬픔과 좌절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깨닫는 것'이 수용이다.잘 풀리지 않는 인생이 힘겨울 때마다 과거 탓, 남 탓, 세상...

진실의 어둠보다 소중한 것 - blanca
작품은 좋지만 작가 개인으로는 도저히 호감을 가질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작품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작가를 만나보고 싶은 경우도 있고. 작품도 좋고 작가 개인으로도 매력적인 경우가 내겐 체호프다. 톨스토이가 위대한 작가인 걸 알지만 중간중간 틈입하여 교조주의적 연설을 시작할 때는 좀 숨 막힌다. 반면 체호프는 유연하고 너그러운 위트가 있으면서도 심오하다. 내 말이 맞다고 애써 강변하지 않는다. 내 이야기가 최고라 도취되지도 않는다. 어떤 머뭇거림의 왈츠 속에 그 특유의 예리한 직관이 빛난다. 재미있게도 톨스토이와 체호프는 서로 합이...

단테 『신곡』 중 <지옥>에 대한 단상 - 페넬로페
1. ‘지옥’을 재독하다 2년 전(2022년), 그 유명한 단테의 신곡을 처음 읽었을 때, 신곡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베르길리우스를 따라가는 단테처럼 겸손했고 공부하는 자세였다. 오랫동안 도서관 독서동아리에 참여하여 주로 클래식을 읽다보니 고전에 대한 경외심이 나에게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었다. 노트에 1곡부터 34곡까지의 내용을 요약하며, 제1원부터 제9원까지 죄를 지은 사람들이 각기 어떤 벌을 받는지 자세히 필사하며 읽었다. 2년 후(2024), 단테의 신곡을 재독하며 그때 필사한 노트를 꺼내보았다. ‘참 열심히도 읽었구나!’...

최근 읽은 최진영 작가님 책 여덟권 간단 리뷰 - 새파랑
최진영 작가님의 전작읽기를 진행중이다. 한번 빠지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인지라 매주 한권씩 야금야금 사서 읽고 있다. 북플에서는 인지도 대비 그렇게 많이 언급되시는 작가님은 아닌데, 나는 그저 좋다. 왜 좋냐하면 일단 비슷한 나이대(라 믿고싶다..)에 비슷한 취향(음악?), 그리고 비슷한 감성 때문이다.작가님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우울하다. 이렇게 우울해서 어찌 살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해피엔딩인 작품도 없고, 교훈도 없고, 희망은 희박하고, 주인공은 다 상처투성이에다가, 작품이 끝난 이후에도 과연 행복이란게 있을까란...

사랑과 계약의 교차점에서 - dbTlla
『결혼 계약』은 사랑의 이상과 현실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치밀하게 파헤치는 작품이다. 오노레 드 발자크는 이 소설을 통해 결혼이라는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제도가 인간의 욕망, 경제적 야망, 그리고 법적 억압의 무대가 되는 과정을 예리하게 묘사한다. 결혼이 단순히 두 사람의 연합이 아니라, 가족 간의 재산 관계와 사회적 계약의 일환임을 발자크는 강렬하게 드러낸다.소설의 주인공은 사랑과 결혼, 그리고 돈 사이에서 갈등하며, 독자는 그들의 선택을 통해 결혼이라는 제도가 얼마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놓여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사랑의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