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책과 돼지, 그리고 결혼이라는 장례식 - 잠자냥
주말 동안 토머스 하디의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를 읽었다. 하디의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이 막장 드라마 같은 스토리라서 흥미진진,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다. 그러나 그런 막장 드라마 같은 스토리임에도 그러한 스토리를 이루는 배경, 즉 사회나 제도에 관한 날선 비판과 빼어난 통찰력 때문에 역시 고전은 이런 맛에 읽는구나 싶어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짜릿했다.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고아나 다름없이 태어난 ‘주드 폴리’는 어린 시...

AI와 부자유친 (feat. 제프리 힌턴) - 단발머리
미국의 탈선이 궁금해 읽기 시작한 『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을 읽고 팔란티어에 대해 조금 알게 됐다. AGI 공포 확성기 김대식의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를 이어 읽었고, 『박태웅의 AI 강의 2025』를 거쳐 레이 커즈와일의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를 내처 읽었다. ​한결같이 내 글에 진지한 친구는 이 시리즈를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이런 선택이 시리즈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가 싶었다.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읽고 있고, 『기억 전달자』를 다시 읽고 있으니 말이다. 하라리의 ...

다시 읽기 참 좋은 책 - 젤소민아
며칠 전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 드립니다>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페이퍼를 간략하게 썼다. 그 책의 저자가 60세에 인생을 다시 살기로 작심하고70세에 졸혼하고 88세에 독서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쇼킹하고 감동적인 배경이 있어서.근데 책 제목이 어디선가 자꾸 기시감이 드는 거다.제인 오스틴이야 다룬 워낙 많으니 뭐. 제인 오스틴 소설 말고, 다른 사람이 제인 오스틴을 모티프로 쓴 책.대충 봐도 이 정도. (바로 아래에 사진이 안 붙어 아쉽)아무튼 다시 찬찬히 돌이켜 보니, 이 책이 떠올랐다!리리딩(Re-reading)다시...

단편소설의 매력에 점점 더 빠지고 있다. 누군가의 스... - 곰돌이
단편소설의 매력에 점점 더 빠지고 있다. 누군가의 스치는 감정이기보다 스포이드로 쏙 뽑아 올려놓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 순간에 내가 놓여 있는 듯한 문장과 마주할 때의 쾌감도 좋고, 핀 조명으로 주목한 것 뒤로 드러내지 않아 가려진 것, 그 보이지 않는 것을 헤아려보는 시간이 나에게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주기도 한다. 짧지만 잊지 못할, 그 찰나의 감정을 바로 흘려보내지 않고 조금 천천히 놓아주고 싶어진 내면의 변화 때문일지도 모른다. 잘 흘려보내고 싶다. 좋은 것은 오래도록 기억하게 어떤 식으로든 남겨두고, 스스로...

니체 그리고 아모르 파티 Amor Fati (1) - 차트랑
먼저, 이 글의 단초가 되어주신 글쓴이 1께 심심한 고마움을 전해드린다. 어느 글을 읽다가는, "위대한 일은 놀이처럼 되어야한다" (p140), 라고 쓴 인용문을 마주했다. 순간, 나의 시선은 마치 어둠의 정적을 만난듯 움직이지 못하고 한동안 그 문장에 머물렀다. 나의 시야에 그 문장 이외의 것은 들어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에 앞서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 사람은 노예다”(p77) 라는 인용문에 1차 충격을 받은 탓일지도 모른다. 이 대목에서 글쓴이 1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 당시 자신의 놀란 심경을 밝...

[페이퍼] 프루스트의 작품론과 작품 - 겨울호랑이
프루스트는 각 예술 장르를 대표하는 인물로 네 명을 설정하는데, 소설가 베르고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뱅퇴유, 여배우 라 베르마, 그리고 화가 엘스티르로 각각 문학, 음악, 연극, 미술을 대표한다. 이들과 직접 대화하며, 혹은 그들의 작품 앞에서 마르셀은 점점 예술 세계에 눈을 뜨고 이해의 깊이를 더해 간다. _ <프루스트의 화가들>, p89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작가 지망생인 화자가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는 작품의 방향성과 주 무대인 19세기 프랑스 사교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등장인물을 ...

월요일엔 월요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 Jeremy
오늘 깜박정신과 늦잠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해 설마,하며 Limit Buy 로 걸어놓은 특정 주식,의도치 않게 모조리 쓸어 담게 된 뒤.이것은 거의 수습 불가능.사자마자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수직 낙하를 경험하며거의 무념무상 해탈의 반열에 올랐는데.막내동생이 $xxxK Loss 나서 기가 막히다며 카톡 보내왔길래전체 Portfolio 액면가 너와 비교도 안 되게 적은나 역시 $oooK 날아갔지만어차피 팔기 전까진 Cyber money 나Game money 라고 자가최면 걸고 있는 중이라고."아, 괴로운 금요일의 주식장이 끝났군, ...

돌아보아야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 - blanca
종종 듣는 <윤고은의 EBS 북카페>에서 화요일마다 방송하는 '무리하는 시인들'에서는 김소연, 김상혁 시인이 나와 그 주에 인상 깊게 읽은 시를 낭송하고 그 감상평을 전해준다. 나는 시집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고 시를 써본 적도 거의 없어서 사실 이 코너를 애정하게 될 줄 몰랐다. 우연히 듣게 된 방송에서 김소연 시인이 낭송해주는 시는 흡사 음악처럼 귀를 울렸다. 시어 하나하나, 그 시어 사이로 끼어드는 의도된 공백까지 시인이 읽어주는 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들렸다. 걷다가 '헉'하고 한번씩 멈추게 될 만큼 ...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 망고
한 달 넘게 이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다가 놓다가 했다. 오랫동안 읽느라고 더 그랬는지 마지막에는 이 책이 정말 지겨워져서 그만 읽고 싶기도 했다. 어쨌든 다 읽고 나서 속이 후련했다. 이제 다른 책 읽어야지 하고 있는데 자꾸만 이 책 생각이 나는 거다. 롤런드의 이야기가 뭔가 정리되지 못 한 개운하지 않은 맛으로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백자평으로 롤런드는 14살 때 피아노 교사와의 관계가 삶에 영향을 미친 건 맞지만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고 썼다. 롤런드는 너무 어릴 때 교사와 성적인 관계에 있다가 결국 학교...

병 자랑은 하지 마라 - cyrus
잘 낫지 않는 질병에 걸리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건강이 나빠진 상태를 보여 주기 싫어서 병에 걸린 사실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에게 충언할 때 쓸 수 있는 속담이 있다. ‘병 자랑은 하여라.’ 병에 걸린 사실에 혼자 불안해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는 증상을 알려서 치료법을 찾으라는 뜻이다.몸과 정신이 아픈 경험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러나 질병을 터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아픔이 동등하게 관심받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아픔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동정심을 일지만, 다른 누군가의 아픔은 외...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 구단씨
벌써 몇 년째, 엄마 집을 정리하고 있다. 말은 정리라고 하는데, 그래봤자 가끔 가서 오래된 것들을 몇 개씩 버리고 오는 게 전부다. 시간도 없고, 이걸 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 결정을 못 하기 일쑤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살다 보니, 항상 마음이 급하다. 어제는 엄마 집에 남은 오래된 앨범을 들고 왔다. 무겁다고 낑낑대면서 정리하다 보니, 우리 남매가 자라면서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마치 오래된 편지를 버리기 전에 읽어보는 것처럼, 앨범에서 사진을 한 장 한 장 떼어내면서 그 시절을 소환했다. 항...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의 끝은 단 하나다. - scott
1867년 오스트리아와 합동 제국이 되기 전 헝가리는 크로아티아 왕국과 트란실바니아공국까지 지배 하면서 중부 유럽에서 강력한 왕국으로 군림 하고 있었다.헝가리의 강한 통치력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방패막이가 되어서 루마니아의 중심부가 되는 왈라키아-몰다비아공국과 보스니아, 루멜리아, 실리스트르 지역(이 지방은 1차 대전 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세르비아,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불가리아가 되었다)을 통치했던 오스만 제국이 유럽 중심으로 진격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오스만 제국은 중세시대 부터 존재 했던 불가리아왕국...

니체가 있다. - 그레이스
소설의 서두는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를 떠올리게 한다. “대서양 상공에 기압계상 최저기압이 자리하고 있었다.”로 시작한 묘사는 카메라처럼 대기와 달과 태양계로 상승했다가 다시 하강해서 “대기 중의 수증기 장력은 최고치를 나타냈고, 대기 습도는 낮았다”고 언급한다. 갑자기 땅으로 쑥 내려와 자동차들의 질주를 실타래 같은 보행자 무리를 앵글에 담는다. 그 이미지 안으로 소리가 삽입된다. “한층 강렬한 속도의 선들은 다소 느슨하게 움직이는 보행자 무리를 가로지르는 순간 굵어졌다가, 나중엔 더 빨라지더니 약간의 진동 끝에 다시 고른...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 - 자목련
책장을 정리 중이다. 이제는 많다고 할 수 없는 책들을 골라낸다. 요즘 가장 자주 들여다보는 건 시집이다. 욕심껏 사들인 시집, 시인의 첫 시집,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좋아하는 작가가 읽고 있거나 추천해서 구매한 시집. 그리고 내가 좋아서 계속 좋아하려고 구매한 시집들을 본다. 그리고 발견하고 질문한다. 아, 나는 이 시집도 갖고 있구나, 나는 이 시집을 읽었던가. 허연의 시집 『오십 미터』도 그러했다. 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쓴 글을 검색하고 책장을 살피니 정갈한 자세로 있었다. 이 시집이. 그러니까 이 글은 미안하고 미안...

<책 이야기> 새해에도 주목할 책 5권 - 페크pek0501
‘AI 대전환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6」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는 말을 우리는 흔히 듣는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다음 글을 읽으면 공감하게 되리라. 인간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불필요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보는 사회가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 스스로 부정과 긍정 사이의 균형을 찾는 능력을 박탈하기 때문이다. 슬픔은 우리가 무언가를 잃었을 때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게 만드는 중요한 감정이다. 분노는 부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