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없이, 놀랄 만큼 많은 별들로 가득 채워진 밤하늘, 그별 무리 속에서 내가 알고 있는 몇몇 별자리들이 나타났다. 북두칠성, 큰곰자리, 그 별자리들을 찾아냈다. 하지만 내가 알지못하는 다른 별자리들 또한 중요한 별자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때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자취를 감춘 채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선을 이어 가며 모양을 연결하려고 애써 보았다... 하지만 모양을 식별해 내고, 별자리를 그리는 일에 갑자기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정원으로 시선을 돌렸다.하지만 이곳에서도 또다시 너무 많은 대상들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굴뚝과 파이프, 부서진 배수관, 처마의 돌림띠, 작은관목, 아니면 더욱 복잡하고 골치 아픈 조합체들, 이를테면 꺾어졌다가 사라져 버리는 오솔길이라든지, 그림자의 리듬과 같은 것들이 금방 나를 지치게 했다... 역시 여기서도 마지못해 형태와 패턴을 찾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겨웠고, 참을 수가 없었으며, 변덕이 났다. 그러다 문득 이것들이 내 주의를 끌게 된 궁극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의 뒤에‘ 혹은 ‘~의 너머에 무언가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의 ‘뒤에 있다는 사실, 굴뚝 뒤에 파이프가 있고, 부엌의 귀퉁이 너머에는 담벼락이 있고, 그건 마치...마치...마치… 카타시아의 입술이 레나의 작은 입술 뒤에 있는 것과 비슷했다. -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