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갈월동 98-8번지; 건축은 어떤 인간을 위한 것인가? - 페넬로페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경찰청 보안국 소속의 남영동 대공분실은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는 악명 높은 곳이었다. 그곳에 무고한 많은 사람이 끌려갔고 일단 들어가면 목숨만 붙은 채 만신창이가 되어 나왔다. 드러내지 않고 숨은 채, 조작하고 부풀려 인권을 파괴하고 인간의 육체를 훼손시켰다. 통행금지가 있고 오후 여섯시가 되면 온 국민이 태극기를 향해 멈춰 서 있어야 했던 시절, ‘불온’이란 낙인이 모든 것에 붙을 수 있었던 그 시절에, ‘남영동’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사람들은 공포를 느껴야 했다. 경험하지 않아도 치가 떨리는 끔찍함...

[공부의 위로], [H마트에서 울다] 환경과 나 - 다락방
며칠전 오전 수업만 있었던 날, 집에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Dhoby Ghaut 스테이션은 빨간 라인과 보라색 라인이 함께 다니는 역이고, 나는 여기에서 보라색 라인을 타고 Woodleigh 역에서 내린다. 환승역이니만큼 사이즈도 크고 사람도 많은데, 열심히 보라색 라인 타러 걸어가는 중에 익숙한 목소리가 '유공?' 하고 부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로이드밖에 없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돌아보았고, 거기엔 로이드가 서있었다. 우리가 지하철역에서 만난건 처음이고, 그게 아마 로이드는 놀랐나보다. 그...

어떻게 될지 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때. - Sarah
새해의 첫 달이 벌써 반절이 지나갔다. 새해 1월이 주는 좋은 혜택은 바로 시작하기 가장 좋은 달이다. 왜 시작하기 좋은 달일까? 영어로 새해가 New Year 이듯, 우리의 인생도 New 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Old year의 삶을 벗고 New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 그래서 사람들은 안 읽던 독서를 시작하려고 하고 안 하던 운동을 계획한다. New life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헬스장이나 서점들이 가장 매출이 많은 달이 1월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2월만 되면 사람들이 서점이든 헬스...

참을 수 없는 통속성 - 비의식
통속(通俗)이라는 어휘는 20세기 식민지 사회로 이행되기 전 조선사회에서는 그 사용례가 드문 말이었다. 굳이 그 용례를 살펴보자면 사대부 양반계층이 하위계층의 문화를 자신들과 구분하기 위해 아(雅)와 속(俗)으로 분별하는 용도로 사용했던 듯하다. 강용훈 교수는 통속에 대한 개념사 연구서인 『통속의 계보학』에서 “1906년 이후 《대한매일신보》, 《황성신문》에서 '통속'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식민지 지배권력이 속의 세계로 통치성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등장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20세기 일제의 식...

작년 한 해 동안 읽은 책 중에서 꼭 다시 읽어보고 ... - 곰돌이
작년 한 해 동안 읽은 책 중에서 꼭 다시 읽어보고 싶은 작가의 책 위주로 몇 권 구매를 했다. 물론, 처음 읽게 된 작가의 책도 있다. 앞서 읽고 평을 올려주신 분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도움받아 고를 수 있어서 반갑고도 감사한 마음으로 품에 들였다. 무사히 도착한 책들을 차가운 냉기로 가득한 상자 속에서 꺼내 한 권 한 권 만지작거리다가 빳빳한 종이에 지문이라도 남겨 정도 쌓고 분위기만이라도 느껴볼 겸 앞부분만 가볍게 읽어보았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헤르쉬트 07769>, <죔레가 사라지다&g...

꼭, 읽으려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 구단씨
가끔 단순노동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몸이 적응하기 힘들었다. 어떤 일을 해도 힘든 건 마찬가지라서, 일장일단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했다. 몸을 쓰면서 일하다 보니 아프지 않은 곳이 없더라. 심지어 손가락이 부어서 잘 굽어지지 않고, 젓가락질이 힘든 적도 있다. 그것도 며칠 지나면 그나마 적응되어 그냥 힘들다고 하면서 일하게 되더라는. 하지만 그런 일의 장점도 나름 있었다. 밤새 잠이 안 와서 짜증 났던 순간이 많았는데, 잠은 잘 오더라. 저녁 먹고 나면 초저녁부터 잠이 슬슬 온다. 엄마가 매일 저녁 일일 드라마를 보고...
 
책도둑 - 파트라슈
어린 시절에 책을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내 청소년기를 회상해보면 나는 책을 많이 읽었고 그 경험은 무척 행복했다. 한글을 깨우친 시절부터 눈에 띄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인쇄된 것은 무엇이든 읽었다. 읽기는 내 유일한 오락거리였고 즐거움이었다. 지독한 활자 중독자였고 독서광이었다. 읽지 못하는 글이 있으면 너무 아쉬웠다. 집에 복숭아 봉지 씌우기용 종이봉투가 널려 있었는데 외국에서 수입해 온 종이인지 온통 알파벳으로 인쇄되어 읽을 수가 없음에 크게 한탄했다. 글 읽기는 나에게 일종의 정언명령 같은 것이었다. ...

25년 좋았던 책 - 책읽는나무
이달 초에 올렸더라면 분위기 잘 타는 제목의 페이퍼였을텐데..그래도 아직 1월이 다 간 건 아니니까..그냥 기록해본다.(그리고 올해는 작년에 읽었던 책 중 참 좋았던 책은 이거랍니다!라는 페이퍼를 많이 볼 수 없어 좀 의아하기도 했구요.)(작년 12월 연말부터 시작해 띄엄띄엄이긴 했으나 줄곧 동생네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많았던 탓에 1월 첫달이 다 지나가려 하는 지금까지도 박살이 나버린 루틴으로 인해 정신 못차리고 있는 인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던지라 페이퍼 작성이 많이 늦어버린 것도 있지만…내가 작년에 어떤 각오로? 읽었던...

의지는 있지만 권력은 없는 노년의 삶 - 가상
책을 찾다가 띠지를 모아놓은 봉투를 발견했다.책의 아래쪽을 감싸는 띠지는 책을 읽을 때는 불편해서 따로 빼놓는데 다시 끼워두지 않았나보다. 띠지만으로는 어떤 책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바코드를 읽어야했다.몇 권은 팔아버렸는지 보이지 않아 띠지도 버려야했지만 대부분은 남아있어서 다시 끼워두었다. 그러면서 보니 읽지 않고 꽂아둔 책이 참 많다.샀던 시기에 읽어야했던 책들이 많다는 것은 내가 그 나이때 필요한 책을 잘 산다는 것이고, 이제는 읽어 무엇하리 생각하게 된 책이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겠지. 사정이 생겨...

우리는 집으로 되돌아가길, 혹은 진짜 자기 집을 되찾길 기다리며 다소 긴 기간 동안 임시 체류하러 요양원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니! 영구히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거기서 죽을 것이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어디서 인지는 안다. - P60


남겨진 구경꾼 - blanca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처음 읽었을 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감동을 받았다. 이제 그런 결말의 반전이 더는 새롭지 않은 시대라고 해도 여전히 이 부커상 수상작이 가졌던 강렬한 인상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내게 줄리언 반스는 젊고 예리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작가였다. 인문학적 소양과 픽션을 적절히 융합시킨 그의 소설은 어떤 것은 와닿았고 또 어떤 것은 내게 너무 난해했다. 그래도 줄리언 반스의 신작은 내게 언제나 챙겨보게 되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는 오십대 후반에 이미 죽음에 대한 에세이...

노인과 바다, 시니어들과 함께 읽다. - 그레이스
시니어들 모임에서 독서토론을 진행해본 적이 없어 조금 걱정이 되었다. 분명 난이도가 저마다 각각일 테고 기준을 어디에 두고 준비를 해야 할지 난감했다. 복지관 담당자는 현장에서 함께 읽도록 한 권을 여러 번에 나눠서 진행하도록 요청했다. 큰 글자 책을 무료로 나눠주고 함께 읽기에 적당한 문학을 골라달라고 했다. 분량과 큰 글씨 책이 상위 기준이 되어 버렸다.『노인과 바다』로 정하고 나는 나 나름대로 헤밍웨이에 대해 알아보았다. 분량을 정해서 1시간 반 동안, 읽고 한 두가지 정도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기에 다른 이야기를 하긴...

작가와 나를 연결하는 통로 - 자목련
지난 12월에 친구와 나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대화를 나눴다. 그것은 작가 한강에 대해서였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은 친구는 책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도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책을 좋아했던가. 모르겠다. 현재의 나는 책을 좋아하고 책을 사들이고 책을 쌓아둔다. 친구는 내게 한강의 책 가운데 『소년이 온다』의 내용이 뭐냐고 물었다. 대표적인 한강의 소설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솔직하게 그 소설은 읽기 힘들 거라고 답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도 마찬가지라고. 내...

계속하는 것 - 단발머리
1. 504 Words ​이 책은 작년에 완독했는데, 완독한 게 너무 자랑스러워서(?) 일부러 기록으로 남겨본다. 시작은 라파엘님의 추천이었고, 기억에는 독서괭님이 나랑 같이 구매하셨는데, 2023년에 시작한 단어 공부는 세월아~ 네월아~ 방황하다가 간신히 작년 말에 멱살을 부여잡는 필사의 노력 끝에 1독을 마치게 되었다. ​책소개 보면 자세히 나오지만, 한 단어를 네 번에 걸쳐 반복 사용함으로써 새로 나온 단어를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다. 1) 지문 속에서 단어의 정의를 익히고, 2) 빈칸 채우기/유의어/반의어 찾기를 하고, 3) ...

위대한 작가가 창조하는 최고의 등장 인물은 바로 ‘독자‘들일 것이다. - scott
한 때 호반의 도시 제네바에 살았던 시절, 이 도시를 거쳐 갔던 명사들이 살았던 방을 찾아 다녔다.어떤 호기심이 발동해서 인지 몰라도 명사가 살았거나 머물렀던 그 방의 분위기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1920년 독일 베를린에서 시린이라는 필명으로 시인과 번역가로 활동 했던 나보코프는 1923년 부유한 유대계 러시아 출신의 베라를 만나 2년 후 결혼한다. 나치의 압박과 추적을 피해 다녔던 나보코프 부부는 1937년 독일에서 프랑스로 건너가 <마법사>라는 책을 출간 하며 작품 활동을 펼친다. 3년 동안 프랑스 ...

사심 없는 마음을 위하여 - 스프링버드
동심을 어떻게 정의할지 고심했다. 모두가 동의하는 보편적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어린이 같고 어린이다운 마음, 실체로서의 동심이란 게 존재할 거라 막연히 믿었다. 하지만 적확하게 정의내리라고 하면 동심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동심이 실재하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웠다. 평균 키나 평균 체중처럼 '평균'이라는 개념이 흔하게 쓰이지만 실제로는 평균 키나 평균 체중이 허상이듯 동심도 그런 게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우리는 동심을 만난다. 하루 종일 식당에서 일한 엄마가 아픈 다리를 펴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