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지
조세핀 하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녹색광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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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이해(理解)를 불허한다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파동, 이런 것을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때문에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아닌 타자의 이해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떻게 그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 어떻게 그런 관계에서 사랑이 싹틀 수 있어? 파국이 뻔한데 어떻게 거기서 벗어나지 못해?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이런 말들은 그래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이해할 수 없는 관계에 놓인 당사자들은 타인의 이해를 구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타자들이 이해할 수 없음, 그 금기 또는 금지나 마찬가지인 상황, 상태, 관계에서 더욱 불꽃이 타오르기 마련이다. 금기가 열정을 불러온다. <데미지>의 ‘나’와 ‘안나’의 관계가 바로 그 이해할 수 없음의 사랑이다. 그러나 그들은 타인들의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애초부터 그 따위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

타자들은 왜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가? ‘나’는 모든 것을 가진 남자이다. 어느덧 쉰이라는 나이에 이른 그는 인생의 정점에 있다. 의사가 되었고, 부유한 집안의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잘생기고 똑똑한 아들, 예쁘고 똑똑한 딸은 번듯하게 성장했다, 그는 의사라는 신분, 아내 집안의 도움과 조력으로 정계에 입문, 어쩐지 욕심이 없는 듯한(정치에서 사적으로 바라는 게 없는 듯한) 무심한 태도로 사람들이 마음을 사로잡아 승승장구, 차기 영국 총리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는 그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안정적이고 안온한 날들을 보낸다. 그 여자 ‘안나 바턴’을 만나기 전까지는 모든 게 완벽했다. 아니, 실은 무언가 공허하고 때로는 헛헛하지만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최면을 걸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 여자, ‘안나’가 나타난 것이다. 그냥 가벼운 바람인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하필이면 안나는 아들 ‘마틴’의 연인. 그것도 바람둥이이던 아들이 결혼을 꿈꿀 정도로 푹 빠진 연인이다. 어떻게 아들의 연인을 욕망할 수 있느냐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노라고, 그저 당신은 노망난 늙은이라고 정신 차리라고 질책하는 것은, 어떻게 그런 사랑이 가능하냐고,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단지 욕정이 아니냐고 되묻는 것은 그에게는 이미 소용없는 일이다. 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들려도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젊고 잘생긴 데다가 심지어 자신보다 8살이나 어린 남자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는 여자가 연인의 아버지로부터 욕망이 들끓는 시선을, 추파를 받는다니,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불쾌할 것이다, 오 불쌍한 안나, 가련한 안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은 사랑을, 욕망을 알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일면만을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이기적이다
안나 또한 그에게, 그러니까 연인의 아버지인 그에게 반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 표현은 틀렸다. 그를 알아보고, 그가 자신과 동류의 인간임을 알아보고 욕망을 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나가 마틴을 사랑하지 않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안나는 마틴은 마틴 대로, 연인의 아버지인 그는 그대로 욕망한다. 아니, 이 표현도 틀렸다. 그들이 자신을 욕망하도록, 갈망하도록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도록 내버려둔다. 쉽게 손에 잡히지 않음으로써 부추긴다. 이 여자는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팜파탈? 단순히 팜파탈이라고 하기엔 그녀의 내면이 복잡하다. 그래서 이 관계, 삼각관계라 부르기도 애매한 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의 조합은 그렇게 유지된다. 안나와 마틴은 표면적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연인 사이로, 약혼하고 조만간 결혼할 사이로... 그리고 그 이면에서는 ‘나’와 안나가 은밀하게 내내 서로를 갈망하는 사이로. 물론 마틴은 꿈에도 알지 못한다. 아버지와 자신의 연인이 그렇게 서로의 몸을 탐하는 숨겨진 연인 사이라는 것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 뻔뻔한 것들! 이기적인 것들! 마틴에게 상처 줄 것을 뻔히 알면서 예비 시아버지와 예비 며느리가 어떻게 그런 사이가 될 수 있지? 정말 이기적이다. 정말 추잡하다! 짐승만도 못한 것들! 쯧쯧! 비난과 손가락질이 난무하리라. 그러나 사랑은 이기적이다. 심지어 자신이 사랑하는 그 상대에게조차 이기적이다. 사랑은 언제나 내 욕망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너의 욕망, 너의 갈망부터 채워주고자 하는 사랑이 이 세상에 얼마나 존재할까? 과연 있기는 할까? ‘나’는 안나를 처음 보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이제껏 쌓아올린 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오직 그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안나를 찾는다. 이기적 욕망이 먼저이다. 안나는 또 어떠한가? 마틴에게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줄 것임을 알면서도 ‘나’ 그러니까 연인의 아버지를 받아들인다. 그와의 정기적인 밀회를 약속하기까지 한다. 마틴이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는 것을 십분 활용한다. 안나에게는 그래서 ‘마틴’, ‘나’ 말고도 또 다른 남자들이 존재한다. 언제나 나의 욕망이 먼저이다. 사랑은 이토록 이기적이다. 

마틴은 이 사랑의 게임에서 피해자이기만 한가? 마틴은 안나에게 섣불리 질문하지 않는다. 비밀 많은 그녀의 삶이 궁금하면서도 묻지 않는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그녀를 잃어버리고 말 것임을 알기에 침묵한다. 그토록 수많은 금발의 여자들을 만나고 버리고 만나고 버리고를 반복한 끝에 이제 이 검은 머리, 연상의 여인에게 푹 빠진 마틴은 그녀를 잃지 않으려고 묻지 않는 편을, 알면서도 눈감기를 선택한다. 이것은 과연 이타적인 행위인가? 이 또한 자신의 갈망을 채우기 위한 색다른 선택, 이기적 욕망이 아닌가? ‘나’, 안나, 마틴 이 세 사람 외에도 <데미지>에 등장하는 대다수 인물들은 결국 사랑 앞에서 자신이 먼저이다. 자기의 욕망이 먼저이다. 피터, 애스턴… 네가 없으면 나는 죽어, 너를 보지 못하면 나는 죽어이지, 너를 살리기 위해 내가 너를 떠나거나 너로부터 벗어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갈망이, 욕망이 아들을 파국으로, 자기를 파국으로, 가정을 파국으로 몰아갈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못한다. 왜냐하면 안나와 함께 있을 때 처음으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삶이 살아 있음을 경험하기 때문에.
 
사랑은 상처이다 
그러나 결국 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은 타자의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음에도 세상은 자신을 이해시키도록 해명을 요구한다. 설명할 수 없음, 설명이 되지 않음, 설명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음. 그런 관계는 끝내 세상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한데 왜 사랑하는 두 당사자가 아닌 세상이 그 사랑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러나 세상은 그렇다 치고 무시한다 치고. 이 두 사람과 얽힌 관계에 놓인 자들은 그 두 연인의 욕망의 파동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마틴, ‘나’의 아내 ‘잉그리드’, 딸 ‘샐리’… 그의 욕망은 그와 안나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 구성원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겨줄 것이다. 그런 ‘나’는 행복하기만 할까? 불행한 가운데서도, 불행해질 것을 알면서도 행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안나와 함께하는 순간에는. 그 행복이 피투성이 행복임을 알면서도 피범벅이 되기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안나와 함께하는 순간에는. 피 흘리면서도 생이 눈앞에서 생동하기 때문에….

그러나 안나는 그하고만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어떠한가? 안나와의 결혼 생활을 꿈꾸는 사람인가? 가능한 사람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안나는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리라. 서로 동류임을 알아본 것이리라. 그러나 이렇게 자기의 욕망에 충실한 자들은 타자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타인뿐만이 아니라 피투성이 사랑에 자기를 몰고 감으로써 자기 또한 종국에는 상처받고 만다. 그래서 사랑은 상처이다. 내가 피를 흘리고 너 또한 피를 흘리게 하는…. “모든 것을 바꾸는 찰나의 경험, 교통사고, 열어보지 말아야 했을 편지, 가슴이나 사타구니 안의 멍울, 눈을 멀게 하는 플래시 불빛.”(p.46)

거기 상처받은 짐승은 고통에 부르짖으며 눈물을 흘린다. 죽음과도 같은 삶이 형벌처럼 주어진다. 아들을 잃은 눈물, 가족을 잃은 눈물, 안나를 잃은 눈물을 내내 흘리리라...... 그러나 그런 중에도 가족을, 아들을 잃은 슬픔보다 안나를 잃어버린 슬픔과 고통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더 농도 짙으리라. 멈췄어야 한다고, 다 잃기 전에 그만두었어야 한다고, 그토록 많은 걸 가진 자가, 그런 욕망에 모든 걸 걸다니 어리석다고, 이해할 수 없노라고,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당신의 삶을 통제했어야 한다고 타자들은, 세상은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른다. 그러나 통제할 수 있었다면, 떠날지 머물지 고뇌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면 그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갈망을 결코 품어본 적이 없노라 그 누가 자신할 수 있을까. <데미지>는 사랑의 이런 속성들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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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6-05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인가 봅니다. 사랑은 이기적이다… 하긴 그렇죠.
아니… 그래도 아들의 연인은 너무했다…..

잠자냥 2026-06-05 15:30   좋아요 1 | URL
ㅋㅋㅋ 이거 영화 안 봤죠?
영화 보면 욕 나옴 ㅋㅋㅋㅋㅋㅋ (‘나‘가 제러미 아이언스라 용서가 좀 되긴 하지만....)
근데 원작은 그래도 심리 묘사에 치중해서 그런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음.

왜 안 자? 자라 괭.

독서괭 2026-06-05 15:38   좋아요 0 | URL
영화 안 봤어요~~ 하.. 이것도 도서관에 신청해야 할까요?
잡니다 Zzz

잠자냥 2026-06-05 16:15   좋아요 0 | URL
원서요? 도서관에 있을 거 같은데...?
야한 부분 영어로 뭐라 했는지 궁금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6-05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쉰이요?? 저 영화에서 제레미 아이언스 최소 예순 이상으로 생각하고 봤는데.. 쉰이면 너무 젊은데요?? 충격..
저는 영화에서 제레미 아이언스랑 줄리엣 비노쉬가 앉아서 해괴망측한(?)섹스를 하면서 남자가 여자 옷을 찢던 장면이 강하게 남아있어요. 옷 찢지마.. 라고 부르짖으면서 봤기에..
이 영화 좋아하진 않았는데 이상하게 마지막, 제레미 아이언스가 혼자 지내던 장면이 여운이 깊어요. 그건 그렇고. 제가 아까 헐레벌떡 급박하게 책을 사버렸습니다. 리뷰가 올라올 줄은 모르고.. 😭

잠자냥 2026-06-06 00:33   좋아요 0 | URL
잘했어 🙆🏻‍♀️ ㅋㅋㅋㅋ

네 쉰입니다. 아들이 스물다섯, 안나는 서른 셋.

아니 근데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응큼한 여자. 그걸 아직도 기억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그런 건 기억 1도 안 남.

잠자냥 2026-06-05 20:4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근데 락방이가 쉰이 젊다고 느끼는 거 ㅋㅋㅋㅋㅋㅋ 영화 볼 때보다 그 나이에 가까워져서 그런 거 아닌가요? 🤣🤣🤣🤣🤣🤣
 
엔니오 모리코네의 말 - 영화를 음악으로 기억하게 한 마에스트로의 고백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엔니오 모리코네.주세페 토르나토레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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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이라는 장르 자체를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엔니오. 그가 그토록 엄청난, 방대하고도 깊이 있는 음악을 창조할 수 있었던 배경들(생의 여러 순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한 분야의 거장이 되기 위해선 공부(<미션> 사운드트랙을 만들 당시!)와 연구, 자기 일에 대한 열렬한 애정은 필수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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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05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스타일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그러지 않으면 이미 만들어진 것을 재탕하게 됩니다. 작곡가는 음악사에서 일어난 모든 것을 알아야 해요. 단, 공부하면서 감탄에 그치면 길을 잃게 됩니다.˝

˝창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문제는 보통 앞에 놓인 백지, 즉 형태와 의미와 가슴을 줘야 하는 흰 종이입니다. 그건 작은 드라마입니다. 백지를 어떻게 채울까요? 거기에는 앞으로 생겨나서 발전될, 가능하고 때로는 불가능한 모든 것을 찾아나가야 할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그 생각, 그리고 한번 해보겠다는 갈망은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절대 사라져서는 안 돼요.˝
 
데미지
조세핀 하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녹색광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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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데미지다. ‘모든 것을 바꾸는 찰나의 경험, 교통사고, 열어보지 말아야 했을 편지, 가슴이나 사타구니 안의 멍울, 눈을 멀게 하는 플래시 불빛.’… 살 것 같은 삶을 살다 이제 죽은 것 같은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그의 남은 생이 참 쓸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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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6-04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한권의 녹색광선!!

잠자냥 2026-06-04 10:38   좋아요 1 | URL
이번에는 연보라돌이!!

페넬로페 2026-06-04 0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레미 아이언스가 생각나요.

잠자냥 2026-06-04 10:37   좋아요 2 | URL
이 작품은 영화 때문에 도리어 원작이 피해 본 경우가 아닌가 싶어요. 저도 워낙 영화가 강렬해서 굳이 원작 안 읽어도 될 거 같아서 여태 안 읽었던 책이거든요. 영화보다는 원작이 좋은 거 같습니다.

다락방 2026-06-05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데미지가 원작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저도...

다락방 2026-06-0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투가 안된다니... 하아-

잠자냥 2026-06-05 13:20   좋아요 0 | URL
잠깐만! 나 이거 좀 이따 리뷰 올릴 거야 ㅋㅋㅋㅋ 거기에 땡투해!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6-05 14:42   좋아요 0 | URL
리뷰 올렸떠! ㅋㅋㅋㅋ 이달의 당선작 적립금 받은 걸로 사~!! ㅋㅋㅋㅋ
 
캐릭터 심리 사전 - 선인부터 악인, 평범부터 극단까지 심리학자가 총망라한 400개 인간 성격 지도
린다 N. 에델스타인 지음, 지여울 옮김 / 부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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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인간.” 우앙!! 재밌어! 캐릭터 창조를 위해 읽었다기보다는 인간의 심리, 또 나의 내면이 궁금해서 읽음. 심리학자가 밝힌 성격과 행동에 관한 풍부한 자료 때문에 진짜 몰입해서 읽었다. 그나저나 성인 성격유형 중 ‘불꽃유형’ 진짜 개피곤(극혐)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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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03 0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복잡한 존재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성적 능력이 “정상”에 속하는지에 대해 신경을 쓴다. 실은 다른 사람보다 성적 능력이 우월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식은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의 능력과 비교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성적 능력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남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제로 쾌락을 누리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 매력이 중요해진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외모에서 드러나는 매력이 실질적인 정보의 대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람의 성 활동은 범위가 아주 방대하고 대부분은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어떤 성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행동이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때이다. 어린이나 동의하지 않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 행동, 강압과 폭력이 동반되는 성 행동은 범죄의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자신의 성적 능력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남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제로 쾌락을 누리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 왜케 웃기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6-03 13:53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26-06-03 18:32   좋아요 1 | URL
‘자신의 성적 능력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데 저는 왜 제 실력이 별로인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일까요? 그것은... 자신을 낮추는 여자 고유의 성향 탓일까요? 흠흠.

잠자냥 2026-06-04 10:39   좋아요 0 | URL
비교해보는 겁니다! ㅋㅋㅋㅋㅋ🤣
 
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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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버지에 관한 글이라 에르노의 작품임에도 여태까지 안 읽고 미뤘던 책. 문득 오늘 읽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자신이 멸시하던 세계로 떠난 딸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는 아버지, 더는 행복하지 않은, 소외의 기억이 도리어 더 큰 그 세계를 기억하는 딸. 그 간극, 균열이 느껴지는 지점이 참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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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6-02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이 책을 참 좋아합니다.

잠자냥 2026-06-02 12:41   좋아요 0 | URL
이 책까지 읽고 나니 저는 아니 에르노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보다(<단순한 열정>, <집착>) 계급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빈 옷장>, <부끄러움>) 더 깊이 있게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어쩌면 제가 에르노의 작품 중에서는 계급을 다룬 책을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ㅎㅎ

다락방 2026-06-03 18:37   좋아요 1 | URL
저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사실 저는 [단순한 열정]은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계급에 대해 말할 때 저에게 더 잘 닿는것 같아요. 음, 그보다 제가 더 몰입을 잘하게 된달까요. 지금은 현저히 저랑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어느 부분만큼은 저랑 아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드는게, 계급에 대해 말할 때인것 같아요. 특히 남자의 자리는 압권인 것 같아요. 저는 남자의 자리가 최고였어요.

‘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저는 이 문장이 너무 강렬했어요! 아니 에르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문장입니다.

페넬로페 2026-06-0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 작품은 어느것부터 읽어야 할까요? 추천 부탁드려요.

잠자냥 2026-06-02 16:29   좋아요 3 | URL
아니 에르노 국내 번역서를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읽은 것들 위주로 추려보자면...

저라면 이렇게 시작할 거 같아요.
아니 에르노는 계급탈주자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한 편이라서 거기에서 촉발한 작품이 많습니다. 때문에 이 작가의 태어나고 자란 배경부터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가장 유명한 작품인 <단순한 열정>부터 시작하면 도리어 낭패...?) 아무튼 그래서 그런 계급 문제를 다룬 책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 <빈 옷장>, <부끄러움> 두 편 중 하나를 추천합니다.

아니 에르노 이 언니가 열정적인 사랑의 대가이자 거기에 따른 진솔한(적나라한) 고백 문학으로 또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종류의 책을 다음으로 읽습니다.

2. <단순한 열정> <집착> 중 한 권 / 그 외 <탐닉>(이건 저도 아직 안 읽었어요).

한데 아니 에르노가 어머니 및 아버지 이야기를 곁들여서 자신의 계급 이야기를 하는 것도 꽤 의미 있는데요, 그런 책 계열 중에 엄마/아빠 하나씩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3. <남자의 자리>(아버지 이야기), <한 여자>(어머니 이야기),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어머니의 치매와 죽음/ 돌봄의 문제)

번외 편으로 아니 에르노가 십대 소녀 때 이야기도 재미난데요.
4. <그들의 말 혹은 침묵> <여자아이 기억> 중 한 권

2에서 가지치기 한 책으로 볼 수 있는데 본인의 임신중단에 관한 엄청나고도 적나라한 고백의 글 <사건>까지 읽어보시는 것으로...(최근 민음사에서 과거 쏜살문고로 나왔던 거 세계문학으로 재출간했더라고요).

5. <사건>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는 아니 에르노 인생 총결산 <세월>로... 마무리! (저도 이건 아직 안 읽었어요)

6, <세월>

대부분 100~200페이지 남짓이라 금방 읽기 때문에 1~6까지 시간을 두고 다 읽어보시는 것 추천합니다.

페넬로페 2026-06-02 17: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6-06-03 18:39   좋아요 1 | URL
저는 [단순한 열정]으로 시작했지만, 단순한 열정으로 시작하면 그 다음으로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동의하니다. 저도 단순한 열정 읽고서는 아니 에르노를 멀리 했었어요. 그런데 다시 아니 에르노를 읽게 된건 [남자의 자리] 때문이었어요. 저는 [남자의 자리]로 먼저 시작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잠자냥 님의 추천 리스트가 너무나 근사합니다!!

다락방 2026-06-03 18:40   좋아요 0 | URL
아 잠자냥 님, 저는 [탐닉] 읽다가 포기했다고 썼네요.

2012년에 ‘이 책의 본문은 345페이지에서 끝나는데 나는 192페이지까지 읽다가 포기했다‘ 고 썼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6-04 10:40   좋아요 0 | URL
휴... 나 <탐닉>은 사뒀는데... ㅠ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