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름이 익숙하고, 또 그 명성(?) 때문에 한번쯤은 읽어 봐야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들이 있다. 헨리 밀러와 노먼 메일러가 그렇다. 둘 다 세계문학전집류에 자신들의 작품과 이름을 올릴 정도로 영미문학 쪽에서는 유명하다. 그런데 노먼 메일러는 여혐으로 너무나 유명한 작가라(미국의 페미니스트들하고 입씨름한 전력도 유명하고, 자신의 아내에게 거의 죽기 직전까지 칼부림 폭력을 행사한 미친놈이기도 하다), 아, 이 인간 책은 걸러야지 했는데,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남회귀선>은 최근 읽었다. 좀 궁금하기도 했다. 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이렇게 여자들이 꼬였을까? 단지 작가라서?

헨리 밀러에 관한 기억은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들하고 모여서 19금 영화를 몰래 봤는데 그 영화가 <북회귀선 Henry & June>이었다. 사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한국어 제목은 잘못 되었다. 이 영화는 헨리 밀러와 그의 연인이었던 아나이스 닌(Anais Nin)의 관계를 다룬다. 그렇다면 제목이 <헨리와 아나이스 Henry & Anais>이어야 할 텐데 왜 <헨리와 준 Henry & June>인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에는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헨리의 아내 준June이다. 헨리 밀러와 사랑에 빠졌던 아나이스는 그의 아내 준을 만나자마자 또 사랑에 빠져버리는데 아나이스는 이 일들을 모두 일기로 기록한다. 이 일기가 바로 "Henry and June: A Journal of Love 1931~1932"로 국내에서는 펭귄클래식 57번 <헨리와 준>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현재 이 책은 절판인데.... 난 책장에 있지롱. 아니 왜 안 팔고 갖고 있는가?! 이런 변자냥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영화 <북회귀선>은 아나이스 닌의 일기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런데 왜 <북회귀선>이라 이름 지었느냐 하면은?!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또한 아나이스 닌과 준과 함께 파리에서 머물던 시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책 내용은 거의 계속 섹스하고 섹스하고 섹스하고 성병 걸리고 성병에 걸릴까 고뇌하고 섹스하고 섹스하고 성병 걸리고 성병에 걸렸다고 징징대고…. 휴..... 영화도 그런가 싶으냐면 차라리 고딩 시절  몰래 본 그 영화가 책보다 덜 야했던 거 같기도 하다. 말대가리 헨리와 준, 또는 말대가리 헨리와 아나이스보다도 준과 아나이스의 케미가 더 야릇했던 기억만 남는다. 아마도 준을 연기했던 우마 서먼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그랬을지도.





영화 <헨리와 준>에서 아나이스-헨리-준




아나이스 닌과 준



아무튼 최근에 <북회귀선/남회귀선>을 읽은 까닭은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을 읽기 전에 밀렛이 대차게 까고 있는 영미권의 주요 남작가들-D, H. 로렌스, 헨리 밀러, 노먼 메일러-의 작품을 먼저 접해보기 위해서였다. D, H. 로렌스 작품은 이미 여럿 읽었기도 했고 그의 작품은 나머지 저 여혐 작가 두 사람과 동일선상에 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기에 헨리 밀러 작품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랬는데........와 진짜 문장마다, 구절마다 욕이 쳐 나온다.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미친놈” “지는...” “지는 창남 아닌가” 몇 번이나 투덜거렸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을 보자.

*정신 건강을 위해 피하고 싶은 분들은 인용 구절은 건너뛰시라.


제르멘은 ‘요람’ 속에서부터 창녀였다. 그녀는 위가 아프다든가 구두가 닳아 버렸다든가 하는 사소하고 표면적인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 말고는, 완전히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고 실제로 그것을 즐기고 있다. (대체 원문으로 뭐라고 써댔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Germaine, on the other hand, was a whore from the cradle; she was thoroughly satisfied with her role, enjoyed it in fact, except when her stomach pinched or her shoes gave out, little surface things of no account, nothing that ate into her soul, nothing that created torment.)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남자’이다. 남자! 제르멘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그녀를 간질이고, 그녀를 황홀하게 몸부림치도록 만들 수 있는 존재, 그녀의 장미 숲을 양손으로 잡고 기쁜 듯이 자랑스레 뽐내며, 결합된 느낌, 생명의 느낌을 맛보면서 비빌 수 있는 것을 가랑이 사이에 갖고 있는 남자. 자신의 양손으로 잡을 수 있는 아래쪽 부분—그것만이 제르멘이 인생을 경험하는 유일한 장소인 것이다. (But the principal thing was a man. A man! That was what she craved. A man with something between his legs that could tickle her, that could make her writhe in ecstasy, make her grab that bushy twat of hers with both hands and rub it joyfully, boastfully, proudly, with a sense of connection, a sense of life. That was the only place where she experienced any life -- down there where she clutched herself with both hands.)



.............. 영문이나 한글이나...... 이런 썩을........ 자 계속 읽어보자.



“그따위 창녀를 상대로 쿵쾅거릴 바에야, 가게 앞의 테라스에 금방 뜨거워지는 여자들이 얼마든지 있단 말이지. 정말이야. 모두들 안아 달라고 이리로 찾아온다고. 그러면서도 그걸 큰 죄라도 짓는 일처럼 여기고 있어…… 가엾은 바보들이야! 서부 지역에서 오는 학교 여교사들 가운데는 정말로 처녀가 있어……정말이야! 온종일 변소에 웅크리고 앉아 그것만을 생각하는 치들이지. 그런 여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그다지 수고롭지 않아. 하고 싶어 못 견디는 여자들인걸. 지난번에 나는 유부녀를 데리고 잤는데, 그 여자는 반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더군. 그런 걸 생각이나 할 수 있나. 거 참, 대단한 정도가 아냐…… 뜯겨나가는 줄 알았어. 처음부터 끝까지 미치광이처럼 계속 신음하는 거야. 그런데 그 계집이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 줄 알아? 이리로 이사를 오고 싶다는 거야. 그리고 생각해 봐, ‘날 사랑해요?’ 하고 묻는 거야. 나는 그치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데 말이야. 대체로 나는 여자들의 이름 따위는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남편 있는 여자들 따위! 내가 이리로 데리고 오는 유부녀들을 보면 자네는 틀림없이 환멸을 느낄 거야. 이치들은 처녀보다 더 지독해. 유부녀들은 말이야, 남자가 안아주기를 기다리지 않아—자기들이 먼저 조르지. 그리고 끝난 다음에 사랑이니 연애니 지껄이는 거야.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정말 여자가 싫어졌어!” (헨리 밀러, <북회귀선/남회귀선> p.114)

반 노든은 프랑스 여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프랑스 여자는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치들은 돈을 원하거나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 프랑스 여자들은 본질적으로 다 창녀야. 나는 오히려 처녀를 상대하는 편이 낫더군.” 그는 말한다. “처녀는 어느 정도 환상을 안겨 주니까. 적어도 투지를 일깨워 주지.” (같은 책, pp.115~116)



읽다 보면 헨리 밀러의 말대가리를 계속 쳐다보면서 째려보게 되고 한 대 패주고 싶다가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뭐 이런 작품이 다 있나? 여자들은 왜 이런 놈을 사랑했지? (헨리 밀러 결혼 다섯 번 함!!!!!!) 싶어진다. 페니스와 그로 인한 매독과 임질 같은 바이러스 덩어리가 뇌를 가득 채운 작가가 쓴 작품이라는 생각만 든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머릿속에는 섹스만이 가득할 뿐이고 심지어 그 섹스는 사랑을 기반으로 한다기보다는 단지 욕정, 욕망, 배설, 배설, 배설, 배설일 뿐이다. 그리고 여자는 배설하는 그릇으로만 존재한다.

케이트 밀렛은 이 인간을 어떻게 깠는지 살펴보자. <성 정치학> 헨리 밀러 편은 이렇게 시작한다. “줄곧 자신의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작가들이 있다. 헨리 밀러(1891~1980)는 오늘날 미국 문학계에서 분명 주요한 생존 작가지만, 학계의 현학자들은 여전히 그를 학문적 관심 대상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는 우리 시대의 글쓰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임이 틀림없으나 공식 비평은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계획적으로 지독하게 무시하고 있다. 밀러가 지난 2, 30년 동안에 찬양된 ‘성적 자유’를 대변하는 작가라는 점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어서 밀렛은 헨리 밀러를 예찬한 자들의 인용을 열거한다. 밀렛이 인용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밀러의 성취는 참으로 놀랍다. 그의 작품은 섹스를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우스우며 (…) 고도로 시적이고 용의주도하다. 그의 글에서는 아니꼬운 웃음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밀러의 작품들이 동시대 작가들과는 달리 “청교도적 충격에 기인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 번쯤 청교도와 이교도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고 경탄했다는 로렌스 더럴의 평가도 인용한다(로렌스 더럴 실망이다!!).

밀렛은 이런 세간의 평가에 반박한다. 그녀의 이런 문장에는 포복절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해방된 남성 헨리 밀러라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아무리 매력적이라 할지라도 이는 애석하게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어지는 지적에서 케이트 밀렛은 밀러의 작품이 미국인의 성적 신경증을 보여주는 해석서라 볼 수 있으나 밀러의 가치가 우리를 그러한 고통에서 자유롭게 해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고통을 정직하게 표현하고 극화했다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가 보기에 밀러의 글에는 문화적 카타르시스 같은 해방감이 있지만 그것은 “말할 수 없는 것에 처음으로 목소리를 부여한 결과”일 뿐이다. 단지 외설적인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 아니다. “밀러가 실제로 표현해낸 것은 섹슈얼리티에 대해 우리의 문화와 특히 남성적 감수성이 느끼는 역겨움, 경멸, 적대감, 폭력성, 불결함”이며 여기서는 “여성 또한 마찬가지다. 섹슈얼리티가 성가신 짐을 지우는 대상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헨리 밀러는 스스로를 로렌스의 제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밀렛은 이렇게 통쾌히 응수한다. “그 선생이 살아서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몹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로렌스의 웅장한 종교적 분위기는 밀러의 단호한 신성 모독의 분위기와 전혀 닮지 않았다. 로렌스의 주인공은 악명 높은 엄숙함으로 자신의 임무에 착수하며 정교한 정치적 조약으로서 ‘성행위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중한 흥정술과 전문가적 심리 조작으로 문제의 여성을 예속시킨다. 그러나 밀러와 그의 공범자들(밀러는 깡패이므로)은 그저 여성과 ‘성교fuck’한 뒤 그녀를 크리넥스 티슈나 화장실의 휴지 버리듯 가뿐하게 내다버릴 뿐이다. 밀러는 냉정한 방식을 통해 ‘사랑이라는 사기’(에로티시즘이라는 가면을 쓴 일종의 권력 놀음)가 강도질만큼이나 단순한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밀러의 수법은 매우 단순하다. 여자를 만나고 속여서 ‘그 섹시한 궁둥이’와 성교하고 그런 다음 그녀를 떠난다. 밀러의 사냥은 원시적 방식인 사냥감의 발견, 성교, 망각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밀렛이 보기에 그의 작품이 지닌 주요한 결점-즉 ‘헨리 밀러’라는 등장인물과 너무 동일시가 잘 된다는 점 때문에, 밀러라는 남자는 그가 창조한 등장인물보다 더 현명하다고 생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리고 이 현명하지 못한 등장인물들, 그러니까 밀러의 생각이 대변하는 유형은 사회학적으로 볼 때 잔인한 사춘기 소년의 유형이다. 그러나 밀러가 이끌어내는 공감대는 그런 유형의 집단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계급과 연령대의 남자들에게 적용된다. 이는 섹슈얼리티와 여성에 대한 비공식적인 남성의 시각이다. 이런 밀러의 작품에는 남성 공동체의 분위기가 있다. 작품 내내 그와 유년기를 보낸 패거리들은 청년기와 장년기, 심지어 노년기에도 여전히 친구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남자들 사이의 기묘한 의사소통 도구로 창녀가 이용된다. “창녀의 질은 형제애적 생명력이 임의로 흐르는 도관(導管)”이다. 밀러의 작품에서 보이는 성적 유머는 남성 공동체의 유머이자 더욱 정확하게는 남자 공중변소의 유머이다. 그의 작품에서 섹스의 목적은 리비도보다는 자아를 만족시키는 데 있다. 희생자(여성)를 조롱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과정에서 감각적 즐거움은 잊히기 때문이다.

앞서 <북회귀선>의 인용에서 알 수 있듯이 밀러가 생각하는 이상적 여성이란 창녀다. 밀러에게 섹슈얼리티의 상업화는 남자에게 만족을 주는 편리한 일(설득보다 돈을 지불하는 게 더 쉬우므로)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존재를 완성시켜주기도 한다. 즉 여성을 절대적 음부라는 기능으로 효과적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밀러는 미국 관광객에게는 전형적 매춘부로 보이는 프랑스 여자 제르멘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녀는 타고난 창녀”이다. “음부”가 그녀의 “영광”이자 “결합된 느낌”, “생명의 느낌”이다. 게다가 “그것은 그녀가 삶을 경험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제르멘은 제대로 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데, 그녀는 무지했고 음란했으며 “그 일에만 온 정신을 쏟”는 “존재 전체가 창녀”인 여자이고 그것이 그녀의 미덕이다.

헨리 밀러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이 세계는 두 개의 성기- 여성과 남성의 성기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케이트 밀렛도 이를 지적한다. 그녀가 보기에 헨리 밀러는 여성을 단순한 ‘음부cunt’, 즉 물건, 상품, 물질로 바꾸어놓았다. 로렌스와 밀러 모두 환상성을 성 정치학에 이바지하게 했으나 로렌스의 방식은 실리적이고 정치적이었으며 그는 실제 여성(상당한 힘과 지성을 소유한 여성)을 감정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헨리 밀러에게 (수음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미분화된 생식기만큼 도전적인 것은 없었다. 음부 그 자체인 밀러의 작품 속 여성들은 그렇기 때문에 매번 등장하는 섹스 에피소드에서 “인격과 성행위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이들을 굳이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해도 전혀 상관없을” 듯하다.

영화 <북회귀선>을 볼 때도 그러했지만 <북회귀선>을 읽을 때도 에로틱하다기보다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는데 케이트 밀렛은 이 까닭을 이렇게 본다. “열렬한 ‘성교’가 부지기수로 묘사됨에도 실제로 섹슈얼리티의 많은 부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헨리 밀러의 작품 속에서는 육체적 친밀함도 없고 알몸의 심미적 쾌락도 없다. ‘거대한 젖꼭지’나 ‘궁둥이’ 같은 부분은 여성의 잃어버린 에로틱한 형태를 대체하는 빈약하고 희귀한 예비품으로 설정될 뿐이며 ‘생식기(남근과 불알이라는 스타 연기자)’를 제외하고는 남자의 육체를 묘사하는 데 그 어떤 단어도 소모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성교를 하는 것은 육체가 아니며 사람은 더욱 아니다. 밀러의 환상적 드라마는 음부와 남근이라는 모험에만 엄밀하게 제한된다. 밀렛에 따르면 밀러는 “몸이 따로 놀도록” 생명이 남녀를 갈라놓았다는 것을 보여준 뒤 “몸은 여자의 것이지만 음부는 네 것이야. 음부와 남근이 결혼한 거지”라고 설교한다.


내가 읽은 부분 중에 가장 통쾌했고 실제로 헨리 밀러가 읽었다면 분노했을 내용은 다음과 같은 구절이 아닐까. “밀러는 구두쇠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서도 섹스는 기이한 방식으로 돈과 연결되어 있었다. 미국의 경제적 도덕성이라는 풍조에서 보면 밀러는 40세까지 완전히 ‘실패자’였다. 즉 돈을 벌지 못하고 버림받아 초라하게 살아가는 사람, 직장도 없이 신문에 기고하는 일에 생계를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작가였다. 파리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어느 정도 돈 걱정에서 해방되기 전까지 밀러는 자신이 예술적이고 지적인 작업을 경멸하는 속물적 환경에 구속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 환경에서 유일하게 인정받는 남성적 성취는 돈이나 섹스에 한정되었다. 물론 밀러는 이단아이자 반항아였다. 하지만 그는 돈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그토록 증오하는 만큼 그것에 뿌리 깊게 물들어 있기도 했다. 그래서 밀러는 돈을 섹스와 바꿀 수 있었다. 이는 물욕 본능의 전이轉移이다. 여성을 상품으로 바꿈으로써 그는 또한 ‘성공’이라는 평판을 누릴 수도 있었다. 돈은 벌 수 없다 해도 여자는 벌 수는 있었다. 필요하다면 현찰을 빌려서라도 여자를 공짜로 얻어 성공을 거두려 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나은 ‘순응하는’ 동시대 사람들이 돈거래로 남의 돈을 빼앗았지만, 밀러는 여성의 ‘음부’를 빼앗아 ‘남성성’을 유지하려 했다.”

케이트 밀렛은 헨리 밀러라는 인간 자체를 얼마나 측은하게 생각하는지 혀를 끌끌 차며 글을 마무리한다. “그가 성적 태도에 독창적으로 공헌한 바는 성에 대한 케케묵은 경멸감을 최초로 충실하게 표현했다는 데 제한된다. 나머지 성적 에토스는 대단히 관습적이다. (....) 밀러는 남성 문화가 오랫동안 경험했으나 항상 조심스럽게 억눌러왔던 특성과 감상에 목소리를 부여했다. 즉 여성을 음부로 완전히 탈인격화하는 열망, 값싸게 착취하는 게임과 같은 섹슈얼리티, 실제 인간이라는 현실성이나 동료 인간을 다루는 복잡함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권력에 대한 유치한 환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격상 항문 배설보다 전혀 나을 것이 없는 유치한 배출에 대한 열망 등의 감상을 말한다. 아무리 해롭다 하더라도 그러한 금지된 감정의 해방은 의심의 여지없이 편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밀러가 폭발시키고 유행시켰던 그 수많은 경멸과 역겨움의 표현은 결국 해로운 것으로, 심지어 악의적인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밀러는 우리에게 몹시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그의 독살스러운 성차별주의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경증적 적개심과 노골적 욕지거리를 건전함과 혼동하는 점은 참으로 측은할 따름이다. 그것을 자유와 혼동하는 것 또한 그다지 슬프지는 않다 하더라도 매우 고약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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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7-05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헨리 밀러는 딱 요즘 세대의 인셀 같네요. 그 시대의 인셀, 헨리 밀러.. 열등감에 휩싸여서 오히려 여성을 더 멸시해야 하는, 그래야 자기가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그런 남자요. 게다가 그렇게 여자를 멸시함으로써 남성들과 유대애를 갖게 되는..

펭귄의 [헨리와 준]은 표지만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용은 전혀 몰랐거든요? 안읽을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섹스, 변태.. 넘나 싫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7-05 17:39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한줄 평이 딱입니다. 인셀 밀러 인셀 메일러…. 쯧쯧…

아니 표지에 넘어가지 마세요. 징짜 재미없음요. 다행이다…. 절판이라 다락방이 사지 않응 예정!!

건수하 2024-07-06 08:22   좋아요 0 | URL
인셀도 저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저런걸 자랑스럽게 이름까지 내걸고 내놓다니…
아나이스 닌이 헨리 밀러랑 그런 사이였는지 몰랐는데 실망이네요. 저런 인간이랑 다섯 번이나 결혼해 준 여자들은 왜 그랬답니까..

반유행열반인 2024-07-05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 책장에도 헨리와 준 있지요...진짜 몇 쪽 보다가 재미가 오지게 없어서 방치해 둔... 아나이스 닌 가십으로 유명한 거 외에 글 재주는 저 책만 봐선 글쎄다 그닥 하기엔 일기 안 읽어보고 뭐라하긴 그럴까 싶은데 또 남의 일기는 안네의 일기 본 걸로 충분한 거도 같고...그런데도 알라딘 서재와서 남의 일기들 같은 독후감은 부지런히도 훔쳐 보네요 ㅋㅋㅋㅋㅋ그래도 밀러나 사드 같은 변태라고 놀리진 말아주셔요...(미리 간곡히 부탁하지만 그래서 더 놀릴 거 같다...밀러랑 엮지마요...저는 착한 변태 하겠습니다...)

잠자냥 2024-07-05 17:37   좋아요 3 | URL
밀러나 사드 같은 유열 님!! 🤣🤣🤣 여름에 공부하느라 피곤하실 텐데 간간이 변태 소설로 머리 식히십시오!!!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징짜 <헨리와 준> 재미없지 않나요? 아나이스 닌 평가에 저도 동의합니다… 밀러랑 둘이 빨아준게 아닌가 싶음…. (아 이 댓글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

독서괭 2024-07-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길다.. 나중에 정독할게요 ㅜㅜ 퇴근해야지..

독서괭 2024-07-06 12:48   좋아요 0 | URL
저 성의성치학 대학 때 현대사상총서에서 나온 1990년판으로 읽었는데요 ㅋㅋ 초반부터 노먼메일러인지 헨리밀러인지 누구 소설 내용 일부가 인용된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너무 충격적이라.. 당시만 해도 순진했던 독서괭.. 근데 결국 성정치학도 그것밖에 기억에 안 남았다능…ㅜㅜ
헨리밀러 지적으로 두들겨패는 밀렛 넘 멋지네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4-07-05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밀렛.... 성림... 와 잘팬다 ... 키보드 없던 시절의 펜으로 패기 대장.... 크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 그런데 저런 책을 다 읽고 패다니 비위도 좋고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7-06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 때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은 못하고 서가에서 읽었는데요 대체 이게 뭐라고 유명한지 전혀 모르겠더라는요… 헨리 밀러도 짜증나지만 노먼 메일러도 다른 면으로 진짜 싫더라구요. 미셸 딘의 <날카롭게 살겠다~>에 페미니스트들이랑 지면에서 싸우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진상이더라는..

바람돌이 2024-07-0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걸 깔려고 읽은 밀렛이나 잠자냥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역시 멋진 분들!!
 

2024년 7월이다. 상반기가 다 지나갔다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올해는 5~6월에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2024년 상반기에 좋았던 책’ 페이퍼를 쓰지 않고 넘어가려고 했다. 읽은 책도 별로 없는 주제에 뭘 고르고 앉았담? 이런 생각이랄까. 그런데 이 페이퍼를 기다리고 있다고 7월 2일이니까 꼭 올려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아, 아, 아 그래? 그래, 그렇다면 하고 끼적여 본다. 도대체 몇 권이나 읽었는지 헤아려보니 2024년 상반기에만 90권을 조금 넘게 읽은 것 같다.....(뭐야 작년 상반기보다 많이 읽었잖아?;;;) 아무튼 그 아흔 몇 권 중에서 인상 깊었던, 한 번 읽어보시쥬, 권하는 책.

문학



앤드루 포터, <사라진 것들>
올해 상반기에 읽은 인상 깊었던 소설 중 원픽이 아닐까 싶다. 한때 찬란하게 빛났지만 서서히 부서지고 사라지고 소멸해가는 것들의 기록. <빛과 물질의 기억> 때부터 눈여겨보던 작가 앤드루 포터, 사실 나는 이 두 번째 소설 모음집이 더 좋았다. 앤드루 포터처럼 젊은 시기를 다 지나고 이제는 서서히 늙어가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그의 이 단편집에 실린 문장과 감성 분위기에 더 공감하고 푹 젖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윌라 캐더, <루시 게이하트>
윌라 캐더의 작품을 좋아하면서도 이 작품이 흄세시리즈에서 나왔을 때는 약간 반신반의했다. 흄세시리즈에서 출간한 작품들 읽고나면 약간 뭔가 부족하다 생각한 적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시작 부분 문장이나 묘사부터 마음을 잡아끌더니 단숨에 빠져들어 읽었다. ‘루시 게이하트’라는 캐릭터를 비롯해 주변의 다른 인물들의 면면까지 그려내는 방식, 이야기, 구조,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 등등 모든 면에서 좋은 소설, 좋은 작품이다. 루시를 둘러싼 인물들, 그 어느 한 사람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책장을 덮고 며칠이 지난 후로도 역시 좋은 작품이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유진 오닐, <이상한 막간극>
6월 말에 읽기 시작했는데 희곡 작품을 이렇게 오래 읽기도 처음이다. 498쪽. 정가 29,800원- 온라인 서점에서조차 햘인하지 않음! 우리나라에서는 압도적인 분량과 압도적인 공연 시간(5시간을 넘긴다고.....) 때문에 읽힌 적도 공연된 적도 없는 유진 오닐의 작품. 이토록 두껍고, 이토록 비싼 희곡집을 내 돈 주고 읽을 가치가 있을까요? 누가 묻는다면 네,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할 것 같다. 무려 네 번이나 퓰리처상을 받은 유진오닐에게 세 번째 수상의 영광을 안긴 작품-<지평선 너머>(1920), <애나 크리스티>(1922), <이상한 막간극>(1928), <밤으로의 긴 여로>(1957, 사후 수상)-으로 장장 9막에 이르는 동안 ‘니나 리즈’라는 팜파탈과 그녀를 둘러싼 여러 남자들의 욕망 사랑 배신 증오 콤플렉스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한야 야나기하라, <리틀 라이프>
역주행으로 인기 타고 있는 작품. 역주행 시작 전에 읽기는 했는데, 읽고 나서 이 작품이 역주행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거 보니 좀 신기하기는 했다. 사람들이 이 두꺼운 책 2권을 다 읽는다고? 싶기도 한데, 책을 손에 들면 빨려 들어가서 금세 읽기는 한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평생 고통 속에 놓여 사는 ‘주드’라는 인물과 그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몇 십 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통포르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1권을 읽을 때는 이렇게까지 고통을 생생&길게 표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은데 2권에 들어서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 작품 편집자가 작가에게 처음부터 절반으로 줄이자고 했다던데, 나도 그 의견에는 좀 공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별의 시간>
사두고 늘 도전했다가 읽다가 중간에 덮어두기가 일쑤인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이 책은 손에 들자마자 바로 다 읽었다. 리스펙토르의 작품들 중 난해함 정도에서는 가장 순한맛이 아닐까 싶다. 리스펙토르의 마지막 작품이라는데, 아마 이 언니도 다 늙어서는 자신의 독자들에게 내 작품 읽느라 그동안 고생했다 좀 쉬운 거 남겨줄게 아량을 베푼 게 아닐지. 작가 본인과 닮은 듯 다른 인물 마카베아의 비극적이면서도 강렬한 삶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게 되는 작품.




지넷 윈터슨,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지넷 윈터슨의 발견. (작품으로만 판단하자면) 이 사람은 똑똑하고 당차고 위트 넘친다. 그리고 용감하다. 자전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자, 페미니즘 문학이자 LGBT문학이자 그 모든 것이기도 한 작품. 가부장제, 종교, 정상성, 이성애 중심 세계에 던지는 신랄하고 통쾌한 질문. 아니 근데 이 작품을 스물세 살에 써서 스물다섯에 출간했다고요...? 헐 천재는 역시 다르구나.




나쓰메 소세키, <행인>
오랜만에 재독했다. 명작은 다시 읽으면 더 좋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작품.


비문학




샹탈 자케,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
읽는 동안 뇌가 찌릿찌릿 쫙쫙 펼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더는 가능하지 않은 시대- 비록 한때였지만 개천을 떠나 용이 되었던, 그것이 가능했던 시대를 살아낸 자들의 존재의 불안이나 고독 소외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 단순히 계급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자기가 속한 세계에서 늘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또는 그런 소외된 자로서의 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처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전향자(transfuge)라는 단어에 관해서도.




매기 팩슨, <비바레리뇽 고원>
이 책도 올해의 발견 중 하나. 선함의 뿌리? 친절함의 뿌리를 찾아서 떠난다고? 인간이 그토록 선한 존재인가? 인간은 아름답기보다 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인간의 어떤 면에 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 문장과 사유, 전달 방식, 말하고자 하는 바 모든 면에서 아름다운 책이다.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던 책인데 이런 책은 소장각이다(하지만 도서관에 신청한 나도 참 잘했어요... 누군가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제 나름의 무언가를 얻어간다면야....).




프레데리크 그로, <수치심은 혁명적 감정이다>
부끄러움, 창피함, 염치, 수치…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대개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 이 책은 수치심의 긍정적인 면을 살피면서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윤리, 수치심의 사회적 필요성을 제안한다.




피터 싱어,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피터 싱어 책은 가끔 읽어줘야 한다. 몇 년 주기로? 내가 좀 인간답지 못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펼쳐 읽으면 반성 모드였다가 막판에는 가슴이 웅장해지면서 그래, 인간이라면 이렇게 살아야지, 아니면 이렇게 사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다짐하게 된다. 이 첵의 부제는 “이기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실천윤리”- 이 말이 이 책에 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한다.




매슈 루버리, <읽지 못하는 사람들>
최근에 리뷰 남겼다.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훑어보면서 읽기와 문해력에 대해 탐구해 보는 책.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읽는다.” 정상적인 읽기가 과연 무엇일까, 대체 정상적인 상태란 무엇일까 생각할 계기도 마련해준다. 그러나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크게 얻은 깨달음은 역시 인간으로 태어나(아니 인간으로 어쩔 수 없이 태어난 김에)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구나 하는 것.




케이트 맨, <비정상체중>
뚱뚱한 몸에 대해서는 모두가 참견할 권리가 있다는 듯이 한마디씩 던지는 사회. 인종차별/성차별/소수자차별 등 모든 차별과 혐오에 PC함을 드러내는 이들조차도 비만혐오에는 공기처럼 젖어있다. 케이트 맨은 자신의 경험과 사례를 들면서 그런 비만혐오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조목조목 따진다. 단지 타인의 뚱뚱할 권리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고 나면 나 아닌 타인의 그 무엇에라도 간섭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남한테 관심 좀 끄고 살자 한국인들아........




마리 루티, <가치 있는 삶>
2022년 출간 때 사두고 이제야 읽었다. 마리 루티 책은 일명 바나나 책인 <남근선망과 내 안에 나쁜 감정들>, <가치 있는 삶>, <하버드 사랑학 수업>까지 읽었는데 <가치 있는 삶>이 가장 좋았다. 평온한 삶이 가장 좋은 삶인가? 고통과 불안에 몸을 맡기는 삶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고 그것에서도 나름의 얻는 게 있다고 말하는 마리 루티, 신간 나오면 또 읽을게요.... 그나저나 <잔인한 낙관>은 <가치 있는 삶>하고 좀 겹치는 부분이 있을 거 같은데.....곧 읽어보자!


상반기에 딱 한 권만 권하라면



이 책입니다. 여러 의미로 너무나 아름다운 책. 현재까지는 2024년의 원픽... 이 책을 깨뜨려 줄 책을 하반기에 만났으면 좋겠다........



하반기에는 먼저 이런 책들을 읽을 예정.


눈치챈 분들이 있을까 모르겠는데 지난 6월에는 6월 산책을 올리지 않았다. 산책, 그러니까 구매한 책탑 페이퍼를 올리지 않으면 책을 덜 살까 싶었는데..... 덜 사기는 개뿔 계속 사긴 사더라.... 심지어 밀리의 서재도 공짜로 한 달만 보고 끊는다더니 구독하기 시작.............. -_-;;;  아무튼 그렇게 산 책 중 7월에 읽으려고 찜해둔 거 두 권 소개하면서 이 페이퍼는 마무리......

 


리 배짓, <차별비용-LGBT 경제학>
이 책 제목만 보고는 좀 어이없어서 웃었다. 아니 뭐야, 차별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지 이젠 무슨 경제비용까지 따져가면서 차별하지 말자고 해야 하는 거야??? 개어이없네 싶었으나.... 30년 이상 LGBT와 경제학을 엮어 탐구한 저자가 ‘성소수자를 포용하면 실질적인 이득이 뒤따른다’고 주장하는데(근데 '포용'이 뭐니 '포용'이... 니미럴....) 방대한 양의 통계와 당사자들이 직접 겪은 경험으로 전달한다고 하니 어디 한번 들어보기로.... 근데 아무튼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좀 어처구니...없긴하다.....?




잉그리트 리델, <변화하는 천사-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
가장 최근에 산 책이다. 파울 클레 그림을 좋아한다. 이 책은 클레의 작품 중에서도 천사 그림만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저자가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영향을 받았다나 뭐라나... 책 받아서 펼쳐봤는데 역시 아름다운 그림과 글.



이렇게 읽고 사고 사고 사고 했더니 알라딘이 25주년 기념이라고 영수증 청구.... 우리 엄마가 보면 큰일 날 영수증. 재벌 다락방에겐 비할 바 못 되지만.... 내가 현재 거지인 이유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영수증.......-_-;;




우리 동네 인간들 책 많이 사네... 내 앞으로 67명이나 있다니....?




그나저나 마무리짤로는 역시 빵이죠. 밤식빵 굼터.. 무슨 빵으로 드시렵니까?



전 역시 이 우유밤식빵이 젤 맛나 보이는데요!? >_<



헐.... 이 녀석(3호)도 요즘 여기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무+벽의 조합이 시원한가 봄. 이눔아 넌 그 집 식구들 아니잖아!!! 내려와 ㅋㅋㅋㅋㅋㅋㅋㅋ 생김새 비슷해서 헷갈리는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보.



아무튼 계속 7월에도 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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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7-02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괭, 너 일단 고양이 사진 보고 좋아요 눌렀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7-02 14:35   좋아요 2 | URL
아닌데여 잠자냥 이름 보고 눌렀는데여 고양이 사진까지 아직 안 내려가서 몰랐는데 댓글 달려서 알았네요 ㅋㅋㅋ 마저 읽고 올게요 ㅋㅋ

다락방 2024-07-02 14:40   좋아요 4 | URL
일단 잠자냥 님 이름 보고 좋아요 눌렀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서괭 님 너무 좋아!!

잠자냥 2024-07-02 14:44   좋아요 2 | URL
잠,자.냥.부르다가 내가 누를 이름이여!

독서괭 2024-07-02 14:44   좋아요 2 | URL
제가 이름만 보고 일단 좋아요 누르는 분들이 몇 분 계신데 당연히 다락방님 포함입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4-07-02 14:44   좋아요 0 | URL
독서괭 이름만 보고 누르다 자기 욕한바지 글도 좋아요 눌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7-02 14:45   좋아요 1 | URL
자기 욕한바지는 뭡니까 ㅋㅋ

다락방 2024-07-02 14: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재브리핑에서 제목 보자마자 헐레벌떡 달려왓습니다. 잠자냥 님의 결산 페이퍼는 읽어줘야죠! 그렇지만 꼬박꼬박 잠자냥 님 글 읽었던 사람으로서는 익숙한 책들이긴 합니다. (꾸준한 독자임을 이렇게 어필한다.)

그나저나... 제가 재벌이 된 데에는 잠자냥 님 탓이 크군요. 오늘 이 페이퍼 읽으면서도 그래 그래서 내가 이것도 샀고, 이것도 샀고... 다 잠자냥 님 때문이닷!!

잠자냥 2024-07-02 14:45   좋아요 1 | URL
익숙하죠? 제 서재 꾸준히 오신 분들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페이퍼;;; ㅋㅋㅋㅋㅋ

우린 서로를 재벌 만들어주다가 알거지가 되어가는 신세인가효?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7-02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가게 식빵 전부 주세요!! 여기부터 쩌기까지!! ㅋㅋㅋ
저 흰 뱃살 만져보고 싶다..
휴, 이 목록 첫번째 문학 원픽 읽었다 좋아했는데 그 뒤에 읽은 게 하나도 없어!! ㅠㅠ 하다가 마지막에 마리루티 딱 나와주어 다행(?) 입니다 ㅋㅋ 그래도 가장 추천하시는 한 권은 아직 못 읽었군요..
잠자냥님도 준재벌쯤 되시네요 ㅋㅋㅋ

잠자냥 2024-07-02 14:48   좋아요 2 | URL
진짜 가져갈래요? ㅋㅋㅋ 저중에 시끄러운 빵들이 좀 있는데...ㅋㅋㅋㅋ
기승전결에서 기와 결은 읽은 독서괭! 장합니다!
준재벌... 엄마가 알면 기함할 준재벌.........준재벌인데 슬픈 준재벌...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7-02 14:51   좋아요 1 | URL
시끄러운 빵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줄 거면서..
책장만큼은 준재벌!

물감 2024-07-0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진 오닐은 들어보기만 하고 안 읽었는데 퓰리처상 4번이요? 갑자기 급 궁금해지네요. 도전해보겠습니다 ㅋ
<별의 시간>은... 찍먹했다가 바로 손사래 쳤는데... 이게 아량을 베풀었다니요....... 하 쉽지 안타

잠자냥 2024-07-02 16:45   좋아요 2 | URL
희곡 형식에 적응하기 어려운 분들이 희곡 좀 멀리하는 경향이 있기는 한데, 유진 오닐만큼은 읽어보세요~!! <밤으로의 긴 여로>가 일단 대표작으로 꼽히니까 그것부터 추천합니다.
<별의 시간>은 아량 맞습니다.... 제가 읽던 책 내려놓는 경우가 드문데 이 언니 책은 참 ㅋㅋㅋㅋㅋ 한 번에 완독이 쉽지 않아요! 최근에도 노랑책 <아구아 비바 > 펼쳤다가... 이 짧은 걸 여태 다 못 읽고 있다능 ㅋㅋㅋㅋㅋ

은오 2024-07-02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6월에 평소처럼 읽으셨으면 100권 훌쩍 돌파했을 잠자냥님... 1년 동안 100권 읽는 것도 대단한건데 잠자냥님은 이걸 상반기에 다 끝내버림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7-02 16:51   좋아요 1 | URL
곰탱이도 읽은 책 현재 211 돌파했던데 이것 좀 해봐봐....
의외로 올해 소설 오별 준 게 많아서 소설파 언니들이 그 페이퍼 재미나게 읽어줄 거 같은데...
자기 북플 자기 서재는 버린 곰탱이..........

독서괭 2024-07-02 17:48   좋아요 1 | URL
은오님 서재에 이렇게 소홀해서야.. 올해 한가위 퀴즈대회 대잔치는 못 하는 건가요? ㅠㅠㅠㅠ

은오 2024-07-02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 저도 <사라진 것들> 좋았읍니다. 빛과 물질보다 더요. 엥? 나도 늙어가나?
2. <루시 게이하트> 시작부터 좋았다는 문장 읽으니까 새삼 천생연분이다 싶고....
3. 아량을 베풀어준 <별과 시간>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이거 읽으니 오 생각보다 안 난해한데? 싶어서 호기롭게 수난 펼쳤다가 초반부터 수난을 겪고 다시 덮어둠............
4. 전 스물 세살에도 스물 다섯살에도 누워있었는데요. 역시 다르죠?
5. 비바레리뇽... 갑자기 읽고 싶은데 흠... 잠자냥님이 막 읽으셨을땐 그냥 패스했던 거 같은데 음... 궁금해짐. 보관함... 피터 싱어랑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올해 안에...
6. 이 페이퍼 14권 중에 8권이 저도 읽은 책!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도 8권 다 좋았어요. 작년만 해도 겹치는 책 별로 없었는데 역시 약혼한 사이가 되니까 다릅니다~!!
7. 어쩔 수 없이 태어난 김에 어쩔 수 없이 결혼
8. 어차피 계속 사실거니까 책탑페이퍼 꼭 올려주세요 ㅠㅠ
9. 전 역시 잠자냥님이 제일 맘에 듭니다. >_<
10. 뽀뽀

잠자냥 2024-07-02 17:47   좋아요 2 | URL
1. 2n살에 늙어간다 운운 곰탱이 언니들 돌멩이 세례 이어져….
2. 아무거에나 천생연분 운운 곰탱이 잠자냥 머리 터져…
3. 리스펙토르 순한맛에 다른 책 호기롭게 집어든 곰탱이 머리 터져…
4. 2n년 누워지낸 곰탱이 어머니 일어날 줄 모르는 딸램땜에 속 터져…
5. 잠자냥 때문에 궁금한 책 많아진 곰탱이 보관함 터져…
6. 겹치는 책으로 약혼한 사이 운운 곰탱이 잠자냥 머리 터져….
7.🤯
8.🤯🤯
9. 🤯🤯🤯
10. 🤯 터진 머리 꼬맬 바늘 급구!!


독서괭 2024-07-02 17:46   좋아요 2 | URL
랩인 줄 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4-07-02 18:27   좋아요 3 | URL
며칠 전에 김밥 말아먹었는데 김밥 옆구리 터져 속상!!
어젠 만두도 옆구리 터져 속상!!
근데 자냥 님은 속 터져도 왠지 기뻐 보여요.ㅋㅋㅋ

※ 저도 <사라진 것들> 1번으로 올라와 좋았어요. 은오 님의 수준 높은 감수성 찬양합니다.^^

망고 2024-07-02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뇌가 쫙쫙 펼쳐지면 안 좋은거 아닌가요? 뇌에는 주름 쪼글쪼글 있어야 좋은거라던데...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네 노릇노릇 식빵들 보들보들 폭신폭신 맛있어 보여요😻 넘 귀여워요😭

잠자냥 2024-07-02 17:4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아 이 사람아 ㅋㅋㅋㅋㅋ 그만큼 좋았다구!!🤣🤣
시끄러운 식빵 맛 좀 볼래요?!

구단씨 2024-07-02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은 아니고, 제 옆에 쌓아둔 책과 겹치는 목록이 있어서 반가워요~!!! ㅎㅎㅎ
많이 읽으셨고,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
저는 올해 상반기에, 작년에 안 읽은 것 만큼이나, 안 읽었네요. 마음과는 다르게 말이죠. ㅠㅠ
이제는 더위와 꿉꿉함이 찾아오니, 또 못 읽을 핑계를 대고 있어요.
그래도 책 쌓아두니, 기분이 좋은 건 왜일까요. ^^

잠자냥 2024-07-02 17:49   좋아요 0 | URL
쌓아둔 책탑 보면 기분 좋죠?!! 이제 그 책탑에서 구단씨 님의 올해의 책들 줄줄이 발견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4-07-02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도 한 번 들어가 저의 기록을 확인하고 왔어요.
잠자냥 님보다 제가 구매금액이 몇 백 모자랐어요.
다행이네요.ㅋㅋㅋ
그리고 전 제가 사는 시에서 딱 100등!!!!!ㅋㅋ
책 사는 사람들 의외로 많은가 봅니다?!!
만약 다락방 님이 우리 시에 기거하셨다면 몇 등이었을까요? 1등이었을지도?ㅋㅋㅋ
그나저나 아직 상반기밖에 안지났는데 90 권 조금 넘게 읽으셨다니?
에잇! 우유밤식빵이나 주십쇼!
달달하면서 맛나 보입니다.
갑자기 <빵 굽는 타자기> 책 제목 생각나네요. 읽어보진 않았지만요.
냥이들은 곁에서 빵을 구워주고 자냥 님은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책을 팔고....이러면서 부자 되겠죠.

언젠간!!!
좋은 책들 많네요.^^

잠자냥 2024-07-03 09:48   좋아요 1 | URL
나무 님 책탑도 한동안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젠 안 올려주시고... ㅠㅠ
책 사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도 또 사는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다락방이 자기네 동네에서도 1등 하지 못한 거 보면...?!).
90권 좀 넘은 숫자는 아마도 분량이 얇은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ㅋㅋㅋ
책 읽을 때 마음만큼은 부자입니다~!! 서재의 대다수 분들이 그렇겠죠?

단발머리 2024-07-03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진짜 요즘에 책 안 읽나봐요. 잠자냥님이 엄선해 주신 책 중에 2권이 예전에 읽은 책이고 (소세키, 마리 루티) 나머지는 표지만 아는 책들이어요. 분발하게 만드는 페이퍼네요.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일단 급하게 찜해둔 책은 <사라진 것들>이랑 딱 한권으로 골라주신 <계급 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입니다.
다른 분들도 안 되지만, 잠자냥님의 상반기/하반기 정리 페이퍼는 스킵하시면 안 돼요.
알차고, 재미있고, 책을 사게 만드는 페이퍼에요. 이 페이퍼를 알라딘이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7-03 14:12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은 최근에 공쟝쟝 님하고 같이 읽는 책 위주로 읽어서 더 그런 게 아닐까요?
딱 고른 그 두 권 올해 꼭 읽어보세요!!

단발머리 2024-07-03 15:32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님이랑 같이 읽는 책은 한 달에 1권인데 말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
그 두 권 올해 꼭 읽을 거예요! 아니, 이번 여름에 반드시 읽어내고야 말겠어요!!!!!!!!
(feat. 의심스러운 과한 결심)

단발머리 2024-07-03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교하고 그러는거 나쁜 거지만, 우유밤식빵 진짜 이쁘네요. 넘나 뽀얗고 윤기 좌르르~~~~~~~~~~~~~

잠자냥 2024-07-03 14:13   좋아요 2 | URL
우유밤식빵 너무 예뻐서 뜯어 먹을(?)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에도 한입! 먹지는 못하고 한입 뽀뽀! 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24-07-03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피터 싱어 좋아합니다! 인류애 충전.. ㅎㅎ 냥이들 사랑해

잠자냥 2024-07-03 14:14   좋아요 1 | URL
인류애 충전한 닝겐이 너희들 사랑한다고 했다고 즤집 냥이들에게 전해드릴게요!

달자 2024-07-0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반기에만 90권… 아니 다들 그렇게 책 읽을 시간은 어떻게 내시는 건가요…!!! 멋져멋져.. 읽으셨던 책들 쭈욱 읽으니 잠자냥님 상반기 서재 브리핑 겸 요약본 읽는 느낌이네요ㅋㅋㅋㅋ 이렇게 또 몇권은 장바구니에 넣구 갑니다 총총

잠자냥 2024-07-04 11:52   좋아요 0 | URL
이 서재에는 저보다 또 많이 읽는 분들이 부지기수라는 게 더 놀라운 사실 아닙니까?!
하반기에오 열심히 읽어보게습니다.....

건수하 2024-07-0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수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90권...!!
게다가 읽은 책이 한 권도 없다...

전 요즘 독태기인가봐요. 주말 내내 책 안 잡을 때도 있고 읽어야 할 책이 있는데 까먹고 그래요...

전 식빵이라면 다 좋아합니다. 근데 특히 통곡물식빵을 좋아해요 ㅎㅎ
저희집은 다 까만 애들이라 혹시 셋째를 데리고 온다면 흑백이 아닌 애로 데리고 오고 싶네요.

잠자냥 2024-07-04 11:52   좋아요 1 | URL
건수하 님 독태기 맞나봐요. 북플에서도 자주 안 보임!
건수히 님네 세번째 빵이 궁금해집니다..ㅋㅋㅋㅋ

건수하 2024-07-04 13:47   좋아요 1 | URL
요즘 두 까만빵들이 서열 정리하는지 여기저기 소변 뿌려서 ㅠㅠ
세 빵을 한꺼번에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흑흑
셋째는 은퇴할 때쯤에 생각해보기로...

펠리웨이 사다놓고 나니 왜 잠잠해진거죠?

잠자냥 2024-07-04 14:20   좋아요 0 | URL
그거 때문인 거 아닌가요? 그게 생각보다 효과가 있는지 저희도 이사 때랑 합사할 때 써봤는데 애들이 잠 쿨쿨 자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7-04 14:24   좋아요 1 | URL
아직 개시 안했는데 평안해져서요... ^^
그러다 말 때가 된 건지, 아니면 사료를 바꿔줘서 둘 다 잘 먹는데 맘이 편해져서 그런지...
알 수 없는 빵들..

자목련 2024-07-04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목록도 반갑지만 냥이들이 더 반가운!!
제가 읽은 책도 무려 네 권이나 보입니다. 네 권 모두 좋았고요.
식빵, 먹을 수 없지만 입맞춤하는 자냥 님이 부럽습니다. ㅎ


잠자냥 2024-07-04 11:53   좋아요 0 | URL
냥이들 오랜만에 많이 등장했죠?
막냉이는 오늘도 뽀뽀~!! ㅎㅎ

꼬마요정 2024-07-06 0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빵 셋 다 주세요!!!!
냥이들 너무 귀여워요. 책과 고양이, 책장은 완벽한 조합이죠 ㅎㅎㅎㅎ
저희집 냥이들도 빵굽기 장인들입니다만 잠자냥 님네 냥이들도 정말 완벽한 사랑둥이들이에요^^
(앞에 책 목록 다 휘발.....음... 뭘 읽으라고 하셨지??)
 

무수히 많은 작가와 출판사로의 신간 알림 신청을 받아보고 있다. 그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새로운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될 것이 딱히 기대되지 않는 작가도 있는데 대표적인 작가가 안톤 체호프와 나쓰메 소세키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전집까지 갖추었고 다 읽은 마당에, 이런저런 에세이집도 거의 다 읽은 판에 왜 신간 알림 신청을 해두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럼에도 간혹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던 새로운 에세이 같은 게 나오려나 싶어서 해둔 것 같다.

체호프도 마찬가지이다. 다가오는 7월 15일이 체호프의 타계 120주기라서 2024년에는 좀 새로운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될까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문학동네로부터 체호프 신간 알림이 띵똥! 날아왔다. 오잉!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신간 <상자 속의 사나이>를 훑어본다. 목차를 일단 훑어보니 아, 역시 이거 재탕&삼탕 번역판이로구나 실망......... 이걸 굳이 왜 사서 읽나..... 싶다가 잠깐 이건 좀 낯선 제목인데.... 검색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검색만 하지 정리는 또 왜 해...?

지금까지 내가 읽은 체호프 단편선은 민음사, 열린책들, 펭귄클래식 판이고 이런저런 단편모음집(대표 사례- 범우사에서 나온 체호프 선집. 현재는 절판)을 통해 체호프의 무수히 많은 단편들을 만나왔다......만 단편 특성상 솔직히 ‘개부인’ ‘강여인’(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빼고는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기는 하다.



 
정리한 김에 올려본다......(일을 이렇게 해......-_-)

+pc에서는 이미지 클릭하면 커짐






아니 그러고 보니 문학동네 <상자 속의 사나이>에 실린 ‘반카’와 ‘의사’는 내가 안 읽은 작품 같은데..... ‘약혼녀’(약혼자)도 기억에 없기는 해. 근데 왠지 어디선가 읽은 것 같기도 한데.... 하, 이 책을 살까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어차피 개부인 빼고는 기억 희미한데 살까.....? 체호프 타계 120주년 기념인데... 다시 읽을까....? -_-??

<반카>는 어떤 책에 실렸는지 검색해서 알아냈는데(<자고 싶다>, 스리피투스, 2012). ‘의사’는 도대체 어디에 실렸던 작품일까. 국내 초역작이면 분명히 문동이 광고하고도 남았을 텐데. 아무튼 정리해놓고 보니 <상자 속의 사나이>는 민음사 체호프 단편선하고는 겹치는 작품이 없고(그걸 노린 듯!), <사랑에 관하여>(펭귄클래식)와 <귀여운 여인>(시공사)를 합쳐놓은 판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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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6-18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부인도 기억 안나네요. 그렇지만 집에 개부인이 있는데..

잠자냥 2024-06-18 12:4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전 집에 개부인/민음사판/펭귄판 다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햇살과함께 2024-06-18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사야겠어요. 민음사랑 개부인만 읽었으니.
근데 전체 단편 다 모은 책은 왜 안내주나요.... 다 모아서 읽고 싶다...

다락방 2024-06-18 12:42   좋아요 1 | URL
저도 살까요? 열린책들만 읽었는데..

잠자냥 2024-06-18 12:4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민음사랑 개부인만 읽은 분한테는 문동버전 좋을 것 같아요. 저 펭귄판 <사랑에 관하여>에 상대적으로 달달(?)한 작품 많거든요(그래서 그랬나 마카롱에디션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 민음사판은 인생 너무 곳통스럽게 느껴짐......

전체 단편 다 모은 책 낼 수는 없을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체호프 단편이 보드빌까지 포함하면 우지막지하게 많아서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6-18 12:43   좋아요 1 | URL
다락방 또 살 궁리.......

햇살과함께 2024-06-18 15:0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전 달달보다 곳통 취향

라파엘 2024-06-18 15: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자냥님의 어제 글을 읽고 걱정하던 중에 오늘 제목을 보고 깜놀했는데, to be 가 아니라 to buy 로군요... 다행입니다 😅

건수하 2024-06-18 16:32   좋아요 5 | URL
저도 정확히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

잠자냥 2024-06-18 16:54   좋아요 5 | URL
안 그래도 저도 제목을 쓰다가..... 어제 쓴 글 때문에 오해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 ˝buy˝라고 써야 하나 잠깐 고민했었습니다....!😅

다락방 2024-06-19 07:41   좋아요 2 | URL
음.. 저만 혼자 buy 로 짐작했나요. 제목 보자마자 오 책 사는 갈등이군! 했는데요... 흠흠.

독서괭 2024-06-18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체홉 읽은 게 없네요 ㅋㅋ 집에 두권인가 있긴 한데!

잠자냥 2024-06-19 12:34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순간 녹색광선에서도 체호프 신간 발행!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1660594

stella.K 2024-06-19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친절한 일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정말 일을 이렇게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읭? ㅋㅋ
체호프는 번역판이 많아서 겹치는 것도 있고 고민될 것 같네요.
펭귄 클래식은 저도 있는데 말입죠. 전 우선 그거라도 읽어야겠네요.

잠자냥 2024-06-19 12:35   좋아요 1 | URL
펭귄클래식판 갖고 계시면 그거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은오 2024-06-24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은 살까 말까 고민하면서 결혼 할까 말까도 고민좀....

잠자냥 2024-06-24 17:20   좋아요 1 | URL
비혼주의자입니다!!!!

은오 2024-06-25 16:53   좋아요 0 | URL
그럼 동거라도...

잠자냥 2024-06-25 17:00   좋아요 1 | URL
건수하한테 이를 거야....
창의력 고갈 곰탱이

2024-06-25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25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젠가 백수로 지내던 시절, 작은 책상에 앉아 카버의 단편을 우리말로 옮겨본 적이 있다. 심심해서도 무료해서도 영어공부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카버의 문장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카버는 글을 이렇게 쓰는구나 마주해보고 싶어서였다. 체호프나 치버 또는 카버의 작품 같은 단편을 써보고 싶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지금의 나는 더는 소설을 쓰지 않는다. 쓰려고 하지 않는다. 단편도 장편도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 쓰고자 하는 욕망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레이먼드 카버를 읽는 일은, 그를 마주하는 순간은 당연히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의 나는 스스로 이렇게 다그쳤다. 카버는 그렇게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나날의 노동을 마치고 아이들이 잠든 때를 틈타 자동차에 처박혀서 소설을 썼다, 카버만 그런 줄 아니? 토니 모리슨은 애들 자는 틈틈이 식탁에서 글을 썼어. 그런데 너는 먹여살려야하는 가족이 있는 것도, 돌봐야 하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왜 글을 쓰지 않는 것이냐! 더는 나를 그런 이유로 다그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글을 써야 한다고 초조해하던, 스스로를 다그치던 그때의 내가 어쩌면 지금의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살았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최근 나는 인생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듯한-더는 내려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바닥, 나 자신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감으로 인해 바닥에 가라앉은 듯한 기분에 잠길 때가 많다. 그럴 때 <레이먼드 카버의 말>을 읽었다. 그의 삶의 어느 한때-아마도 알코올중독이 되기 전의 그 생활들-가 한 번 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니까 이런 문장들.... “아마도 내 글과 내 삶,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의 삶이 꿈꾸던 것과 다르리라는 걸 깨닫게 된 뒤부터 많이 마시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상한 일이죠. 누구도 파산을 하겠다거나 알코올의존자가 되겠다거나, 사기꾼, 도둑놈, 아니면 거짓말쟁이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시작하진 않잖아요.”(<레이먼드 카버의 말>, pp.80~81) 그렇다, 나 또한 파산하겠다거나 알코올의존자가 되겠다거나 거짓말쟁이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 인생은.

내 삶을 생각하다 보니 카버의 작품 속 인물들이 떠오른다. 그가 그려낸 문학 속 인물들은 대개 이렇다. 1987년의 한 인터뷰에서 카버는 자신의 작업에 종종 등장하는 주제들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 우리는 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그렇게 자주 잃어버리게 되는 건지, 우리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자신을 얼마나 잘못 관리하고 있는지, 하는 것들이죠. 그리고 사람들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스스로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얼 할 수 있는지 같은, 생존에 관한 것에도 관심이 있어요.”(p.12)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인간은 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그토록 자주 잃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게다가 내면의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못 관리하고 있는가……. 바닥까지 내려간 나는 나 스스로를 끌어올리기 위해 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

카버가 그려낸 인물 대다수가 그 삶에 별다른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면에서 불운하다. 그들은 결혼했든 하지 않았든 직장이 있든 없든 술꾼이든 아니든 경제적인 능력이 있든 없든- “어떤 상황이든 제대로 된 게 없는 상태”에 살고 있다.(p.170) 내가 카버의 작품을 좋아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이든 제대로 된 게 없는 상태”를 살아가는 이들. 그건 내 모습과도 마찬가지이다. 또 그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를 말로 표현하지 않을뿐더러 자신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 책에서 말하듯 카버의 단편에는 사회 언저리에서 삶을 낭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로 등장한다. 그들은 대개 망가진 냉장고라든가 낡아 빠진 거실 가구, 고물 차 같은 수명이 다한 소비재들에 둘러싸여 있고, 튀지 않게 주변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살아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름 없는 장소에서 이름 없는 일을 하면서 사는 이름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p.149)이며 그건 바로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카버가 살아온 생의 이력이기도 하다. 내 삶이 냉장고라면 냉장고는 이미 망가졌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대책 없이 그저 막막하다. 카버는 그런 진짜 두려움과 막막함을 누구보다 탁월하게 묘사한다. 그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가는 “그 사람들이 내 사람들”(p.12)이며 “그 사람들을 무시하는 글은 내게는 가능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그이기에 바로 “그 사람들”인 나는 카버의 말과 작품에서 공감과 함께 위로를 받는다.


어떤 인생들에서는 사람들이 늘 성공을 거두죠. 그리고 그렇게 되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에요. 다른 인생들에서는 사람들이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크고 작은 것들을 아무리 원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애를 써도 성공을 거두지 못해요. 그리고 물론, 이런 인생들이 써야 할 가치가 있는 인생들이죠.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생이요. 제가 해온 대부분의 경험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이 성공하지 못하는 인생과 관련 있어요. (p.89)


저 무뚝뚝한 얼굴의 남자가 하는 말과 그가 쓴 글이 진실로 다가오는 까닭은, 그가 털어놓았듯이 언제나 정직한 태도로 글을 쓰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속임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정직한 이야기가 잘 서술된 걸 좋아한다”(p.43)고 말한다. 그런 그가 아는 “최선의 예술은 실제의 삶에 근거”한다. 카버는 예술의 힘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을 통해 무언가를 바꾸는 것, 이를테면 누군가의 정치적인 입장이나 정치 시스템 자체를 바꾼다거나 고래나 메타세쿼이아를 구하는 것 같은 일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 소설이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편의 소설이나 희곡, 한 권의 시집으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생각이나 심지어 자기 자신을 바꾸던 시절이 우리에게 언젠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p.112)고 생각한다.   

다만 좋은 소설은 “한 세계의 소식을 다른 세계로 전해주는 것”(p.113)이며 “우리가 그것을 쓰는 동안 치열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그 자체로 아름다우면서, 세상을 견디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또 다른 종류의 즐거움 또한 느낄 수 있도록, 그저 그 자리에 있으면” 된다고, “아무리 희미하더라도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빛을 발하는 불꽃을 던져주는 어떤 것으로서” 존재하는 데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그렇게 쓰인 문학은 “우리에게 부족한 걸 자각하게 하고, 우리가 사는 과정에서 우리를 위축시키는 것들, 여태 위축시켜온 것들의 정체를 깨닫게 하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사람다워지는지, 실제보다 더 크고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줄 수 있다.”(p.248)고 말한다.


<횡재>
다른 말로는 안 돼. 왜냐면 딱 그거였거든, 횡재.
횡재, 지난 십 년.
살아 있었고, 취하지 않았고, 일을 했고, 사랑했고 또
훌륭한 여자로부터 사랑받은 십일 년
전에 사내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여섯 달 정도
더 살 거라는 소릴 들었지. 그때 사내는
내리막길로만 가고 있었어. 그래서 사내는 어찌어찌 사는
방법을 바꿨지. 사내는 술을 끊었어! 그리고 나머지는?
그 뒤로는 죄다 횡재였어. 매 순간이, 사내가, 그러니까,
어떤 게 쪼개져서 다시 사내의 뇌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그 말을 듣던 순간까지 포함해서. “날 위해 울지 마.”
사내가 친구들에게 말했어. “난 운이 좋은 사람이야.
난 나나 다른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
십 년을 더 살았어. 진짜 횡재지. 그걸 잊지 마.”



<말엽의 단편>
어쨌거나, 이번 생에서 원하던 걸
얻긴 했나?
그랬지.
그게 뭐였지?
스스로를 사랑받은 자라고 일컫는 것, 내가
이 지상에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는 것.


단편 못지않게 시를 즐겨 썼던 카버. <레이먼드 카버의 말>을 다 읽고 나서는 그의 시집 <우리 모두>를 꺼내서 내가 좋아하는 시를 몇 편 다시 읽어본다. 카버가 진실이 담긴 작품들을 써내고, 말년에나마 그 불운했던 생에서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생을 살았노라 생각하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시에서 밝혔듯이 스스로를 사랑받은 자라고 생각하며 이 지상에서 사랑받았다고 느끼며 죽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나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요즘의 나는 많이 우울하다. 아마도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나를 어떻게 구원할 수 있을까.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저 매일 조금씩 썼다”는 이자크 디네센의 말을 좋아했고, 또 그 자신이 그랬던 사람. 그리고 존 치버가 말했듯이 “소설은 어떤 상황에 빛과 공기를 던져 줘야 하는데, 그게 불쾌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p.269)고 생각했던 사람. 정말 하찮은 일자리를 잡았을 때에도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을 얻어내려고 했던 사람, 물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 잡아야만 했던 일자리 때문에 절망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사람, 그러나 그럼에도 “사람은 거기에서도 무엇이 최선인지를 찾아내려”(p.156)하며, 이런 상황 속에서 사는 사람이 구원을 얻으려는 희망, 어떤 통찰의 순간, 인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는 계시 같은 걸 구하려고 한다는 걸 믿었던 사람, 그런 카버가 쓴 시와 단편은 곧 인생이고, 인생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처한 나는 그의 말에서 답을 찾아보려 애를 써본다. “아무리 희미하더라도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빛을 발하는 불꽃을 던져주는 어떤 것”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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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7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7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고 2024-06-17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은 집사2님과 귀여운 냥이들 그리고 지하에 가둬 둔 은곰탱이까지 주변에 사랑이 가득한 분이십니다 힘내세요😄

잠자냥 2024-06-18 08:44   좋아요 1 | URL
거기에 망고 님 다정한 댓글까지~ 🥰

페넬로페 2024-06-17 1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망고님 글에 플러스~~
거기다가
테니스도 잘 치고
자전거도 잘 타고
무엇보다
글을 너무 잘 씁니다.
힘내시고
소설가의 꿈, 버리지 마시길요🥰😍

잠자냥 2024-06-18 08:47   좋아요 1 | URL
글 잘 쓰는 게 (현재로서는) 제 인생에 도움이 되었는가 약간 의문이지만 페넬로페 님 말씀은 감사히 새겨 듣겠습니다!

달자 2024-06-17 1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을 멀리서 응원하는 많은 사람 중 저도 포함입니다 💕

잠자냥 2024-06-18 08:49   좋아요 0 | URL
프랑스에서 온 응원도 잘 받을게요! 달자 님 제가 보낸 기운 받아서 최근 일어난 그 골치 아픈 문제 다 잘 해결되길 또 한번 기원합니다! 일단 베드버그 사라졌죠?!

2024-06-18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8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4-06-18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헛 저 어제 도입부만 살짝 보고 “그렇게 키운 영어실력으로 잠자냥은 다락방퀴즈에 영어로 댓글 달다가 2등에 머물게 되고..” 하는 댓글 쓰려고 했는데 안 쓰길 잘했다..

잠자냥님 많이 힘든 시기를 지나고 계신가봅니다. 항상 응원할게요..😘😘😘
저위에 주고받은 많은 비댓은 당연 은오님이겠죠?

잠자냥 2024-06-19 12:35   좋아요 1 | URL
아 왜 그렇게 댓글 쓰지 그랬어요. 심각한 글에서 웃음 포인트!
비댓은 안 알랴줌 ㅋㅋㅋㅋㅋㅋ

2024-06-24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24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24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24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4-06-24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잠자냥 님께서도 요즘 힘드시군요...
누구나 다 표현하고 살아가지는 못하니까요. 정말정말 힘내세요!
제가 드릴 수 있는 위로의 말이 너무 궁색해서 맘이 그러네요.

조금 전에 저도 성공하지 못하는 인생, 그리고 지금과는 많이 다른 한 세계를 가슴 아프게 경험하고 왔더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네요. 그런 세계를 경험하고 왔는데 나는 왜 지금이 더 행복해 보이지 않고 왜 한없이 우울해질까요...
한동안은 그 작품의 여운에 취해 있어도 괜찮겠죠? 역시 작가들은 위대해.. 진짜 이런 생각밖에 안든다니까요. 필립 로스 선생 그만 읽을랬더니 안되겠네요. 진짜
˝문학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잠자냥˝ 이 말에 저도 위안을 받아 보겠습니다~~

잠자냥 2024-06-25 17:23   좋아요 1 | URL
은하수 님 응원 찐하게 잘 받았습니다!!
필립 로스 그 글도 잘 읽었고요. ㅎㅎ 문학에서 계속 같이 구원받아요 우리~!!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집>)

크리스티앙 보뱅의 <마지막 욕망>을 읽는 내내 기형도의 시가 떠올랐다. 두 작품 모두 사랑을 잃어버린 이의 심정을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형도의 <빈집> 속 ‘나’는 사랑을 잃어버린 후 문을 잠그고 빈집에 갇히기를 선택한다. ‘나’의 침잠과 은둔을 뜻할 수도 있고 사랑을 잃어버린 후의 세계가 더는 이전의 세상과 같지 않음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보뱅의 작품 속 ‘나’는 사랑을 잃고 세상을 등지기로 한다. ‘나’는 좋아했던 오래된 책들의 페이지를 열 때면 사랑하던 이, 그러니까 ‘당신’이 준 철필을 사용하곤 했는데 이제 그 철필로 천천히 ‘나’의 정맥을 연다. 칼날은 먼저 옷감 속으로, 다음에는 피부 속으로, 마지막으로 살 속 깊숙이 파고든다. 가장 먼 곳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곳으로 긋는 칼날…. 저항이 점차 줄더니 곧 사라진다. 피는 마치 블랙베리나 라즈베리의 거품처럼 솟았다가 솜털처럼 미지근하게 흘러내린다. 나는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등지기를 선택함으로써 욕망, 한때 자신을 사로잡았던 그 욕망의 세계 또한 벗어난다. 그렇기에 이 죽음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시도한 나의 욕망일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다 그 사랑을 잃어버린 후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위대한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 아니라 고통”(마리 루티, <하버드 사랑학 수업>)이라는 말처럼 사랑의 세계에는 온갖 고통이 존재한다. 어떤 이는 욕망하는 이의 마음을 얻지 못해 고통스럽고, 또 어떤 이는 기적처럼 원하는 이의 마음을 얻어 함께 똑같은 언어로 이루어진 사랑의 세계 안에 살다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떠남으로써, 또는 그 둘의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가 더는 전과 같지 않음을, 사랑이 무너져 감을 지켜봄으로써 고통스럽다. “사랑이 시작되는 이유도 별로 없지만, 사랑이 끝날 때는 더더구나 아무런 이유도 존재하지 않”기에(<마지막 욕망>, p.129) 저무는 사랑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인간의 목숨만큼이나 욕망과 사랑의 세계도 유한하기에 소멸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렇기에 너를 잃어버린 나는 문을 닫아걸거나 세상을 등지거나 또는 그와 비슷한 여러 형태의 은둔으로 담을 쌓는다. <마지막 욕망>의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후 더는 살아갈 욕구를 느끼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은 또 다른 사랑을 꿈꾸지 않겠지만 사랑을 잃고도 사람들은 살기 위해,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다음에 찾아올 사랑은 조금은 다를지도 모르리라 기대하면서. “인생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는 마음을 열수록 우리는 더 취약해진다는 사실”(마리 루티, <하버드 사랑학>)을 알면서도 또다시 그 취약함에 기꺼이 자기를 내던진다.
 
블랙베리나 라즈베리의 거품처럼 솟았다가 솜털처럼 미지근하게 흘러내리는 피는 죽음의 이미지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사랑은 나눌 때 느꼈던 것이기도 하다. 당신은 ‘블랙베리처럼 내 입술을 짓눌’렀으며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는 장미, 체리, 산딸기, 오렌지향이 피어난다. 그런데 사랑을 속삭이며 느끼던 블랙베리는 이제 죽음의 피가 되어 내 몸에서 흘러내린다. 보고 싶어 죽겠어, 죽을 만큼 사랑해, 죽고 싶을 만큼 좋아, 죽을 것 같아…. 사람들은 사랑을 말할 때 죽음의 표현을 종종 한다. 에로스(Eros)와 타나토스(Thanatos)- 사랑과 삶, 죽음의 충동은 묘하게도 공존한다. 열정과 광기로 촉발된 사랑은 죽음에 이를 정도로 파괴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두 사람의 사랑이 은밀할수록 더욱 그렇다. 애절하기 때문일까. <마지막 욕망> 속 두 사람의 사랑은 은밀하기 짝이 없다. 숨겨 둔 보물을 찾듯이 편지를 주고받고 그 편지는 오직 둘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쓰인다. “단어 밑의 단어들. 흑백의 생채기가 가득한” 그 편지들은 그들을 “휩쓸었던 광기, 몸짓으로 접힌 주름 속의 광기를 모사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것을”(<마지막 욕망>, p.60)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나’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딸을 둔 여자이고 그런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나의 남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륜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어떤 사랑. 그래서 은밀하고 애절할 수밖에 없던 그 사랑.

이 사랑은 생텍쥐페리의 <남방 우편기>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세상과 멀리 떨어져 저 하늘 위를 날아다니며 살아가는 ‘베르니스’와 이 지상에 속한 여인 ‘주느비에브’의 사랑은 보뱅의 ‘나’와 ‘당신’의 사랑과 조금은 닮았다. 다른 남자의 아내인 주느비에브를 사랑하는 베르니스…. 베르니스는 하늘 위에서 세상을 두루 살피며 마음속의 연인 주느비에브를 그리워한다. 지상에 발을 디디고 살기보다는 생의 거의 모든 순간을 하늘에서 보내는 베르니스는 관습, 관례, 법과 같은 이 세계의 법칙에서 벗어나 있다. 그것들이 그에게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주느비에브는 철저히 지상에 속한 여자로 그것들이 그녀 인생의 테두리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두 사람의 짧고도 뜨거운 사랑은 끝내 파국을 맞이하리라는 것은 누구나가, 어쩌면 그들 자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랑이 곧 탄생과 같은 의미를 지녔던 베르니스는 주느비에브가 살던 기존의 삶을 텅 비우려고 애쓰며 그녀에게 새 삶을 안겨주고 싶지만 어쩐지 그 노력은 물거품처럼 보인다. “어떤 순간에는 가장 단순한 몇 마디 말이 위력을 발휘해 아주 쉽게 사랑을 불타오르게 하지. 그건 맞는 말일세…. 하지만 삶은 분명 그와는 다른 것이라네.”(<남방 우편기>, p.188)라는 베르니스의 친구의 말은 그래서 뼈아픈 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자신이 속한 세속적인 삶에서 동떨어져 있기에 주느비에브는 베르니스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의 품 안에서는 아이의 죽음도, 남편의 원망과 질타도 잊을 수 있었을 테니까. 마치 <마지막 욕망>의 ‘나’가 이른바 ‘세상의 지성에 금세 지루해져버린’ 것과도 같다. “언제나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전쟁과 돈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들” “성찰 없이 그런 일을 과장해서 떠드는 잡담”, “영혼과 혀를 빠르게 고갈시키는 입에서 나오는 소음”(<마지막 욕망> p.71)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거짓으로 웃거나 침묵하다 마침내 거기서 벗어난 삶을 살아가는 ‘당신’을 사랑하기로 선택했던 ‘나’- 그런 그들에게 이제 “진정한 언어는 사랑이라는 말 외에는 아무것도”(<마지막 욕망> p.71)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사랑들은 결국 이 지상에서의 삶과는 완전히 유리될 수 없기에 사랑은 어느 순간 ‘나’ 또는 ‘당신’의 품을 떠나고 그것을 잃어버린 이들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혹은 죽지는 못하더라도 죽음과 같은 고통 속에 놓인다. 사랑이 이런 고통을 동반하기에 ‘나’는 이렇게 묻기도 한다. “사랑이 저주임을 알고 있느냐고, 당신에게서 삶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고서는 살아 있게 남겨두고, 일상을 벼락에 맞아 불타버린 황폐한 곳으로 만든다는 것”(<마지막 욕망>, p.59)을 알고 있느냐고. 또한 그 사랑으로 인해 ‘나’는 다정함과 잔인함이 욕망의 이면에 서로 달라붙어 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또 존재는 부재로 인해 성장했기에 부재를 피할 수는 없음도 깨닫는다. 더불어 탄생은 죽음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도, 때로는 나아가는 일이 포기나 멀어짐보다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음도 깨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상처를 주는 건 고통이 아니라 고통을 둘러싼 어두운 밤이며 밤의 외피임도 깨닫는다.  이런 깨달음 속에서 그런 ‘나’는 다시 사랑이 가능해진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달지 않은 달콤함. 폭력적이고 상냥한 부드러움…(<마지막 욕망>, p.22) 그래서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사랑을 잃고도 또 다시 사랑을 찾는 것이리라. “당신이나 내가 아니라 ‘우리’에게 머물러 기쁨을 주었던 사랑”(p.60)이 여전히 이 세계를 이루는 언어의 진정한 저자라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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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5-29 15: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을 써내기 위해서라도 잠자냥 님은 열심히 독서를 계속하셔야 합니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글을 써내는 잠자냥~

다락방 2024-05-29 15: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사랑을 잃고 빈집에 갇히는 것도 사랑을 잃고 죽음에 이르는 것도 반대입니다.

잠자냥 2024-05-29 15:36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사랑을 잃고 나는 먹네 / 잘 있거라, 허기진 밤들아 / 창밖을 떠돌던 겨울 찐빵들아 / 내 곁을 떠났던 식탐들아, 잘 있거라 / 수저를 기다리던 흰 국밥들아 / 망설임을 대신하던 식탐들아 /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굶주림들아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마구 먹네 / 가엾은 내 허기 빈집에 갇혔네

망고 2024-05-29 15:57   좋아요 2 | URL
우와!!!!!!!넘 아름다운 시다!!!!!😂

다락방 2024-05-29 16:07   좋아요 1 | URL
흥!!! 제가 그렇게까지 많이 먹진 않는다고요!!!

2024-05-30 0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30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30 0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30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케이 2024-05-30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시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네요. 저는 기형도의 <빈집>에서 ‘나‘는 문 바깥에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사랑도 가두고 종이도 가두고 밤, 안개, 촛불 하여튼 사랑이랑 관련된 모든 걸 다 빈집에 가두고 난 빈 껍데기처럼 심지어 앞도 못 보는 상태로 살겠단 뜻으로 생각했는데, 똑같은 시에 대한 다른 해석을 보는 게 신기하고 재밌네요!
사랑을 하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걸까요? 제 인생 통틀어 제일 부끄러운 시절은 20대 초반 누군가를 죽도록 짝사랑했던 시기인데요. 제 인생에서 통째로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추한 시기였거든요 ㅎㅎㅎ
내 사랑이 일방통행이어서 그랬던 걸까요? 서로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이 끝나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무덤덤해지기 마련인데 그런 사건으로 목숨까지 끊는 건 너무 억울한 것 같아요.
트위터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쓴 걸 봤어요. 정확하진 않지만 내가 최고로 행복하면서 끝없이 불안함을 느낄 때는 내가 가진 애정의 100%를 오직 한 사람한테만 쏟고 있을 때라고.
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사랑은 나를 피폐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위험해요.
그런 사랑을 할 기회가 있었어도 택하지 않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사랑은 그냥 책에서만 읽어야죠 ㅋㅋ

저는 애기 생긴 뒤 처음으로 내일 가평으로 여행갑니다.
말이 여행이지 뭐 애기들 뒷바라지 하다 끝나겠지요 그래도 좋네요.
잠자냥님도 좋은 주말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잠자냥 2024-05-30 14:14   좋아요 1 | URL
케이 님 해석도 흥미롭습니다.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게 또 시의 묘미겠죠!
사랑을 하면 정말 더 좋은 사람이 될까요??? 저도 돌아보면 사랑할 때 저의 가장 추하고 못난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해요. 인생 통틀어 제일 부끄러운 모습도 누군가와 사랑할 때 나타나는 것 같고요. 그래서 그런 괴물을 마주하면 현타도 오고 그렇습니다. 이럴 바엔 사랑하지 않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고요. ㅎㅎㅎㅎ
사랑 때문에 피폐해진 경험도 종종 있었어서 다시는 그러지 않는다! 하고도 또 그러고 있는 저를 보면 참 한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우아 드디어 아가들과 내일 첫 여행을!!
새로운 곳에 가서 싱기방기 눈동자 굴릴 아가들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귀엽습니다.
케이 님도 쌍둥이들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독서괭 2024-05-3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생텍쥐페리가 저런 작품도 썼군요. 처음 들어봐요. 야간비행은 예전에 사놓고 안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ㅋㅋ
저 최근에 옛날에 했던 라디오 방송(영어책 읽어주는)을 들었는데 첫 작품이 <어린 왕자>더라고요. 귀로 듣는 어린왕자는 또 다르더군요. 너무 좋았어요.
보뱅의 이 책은 사랑의 이면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흠.. 읽고 싶진 않다.. 잠자냥님 글로 만족! ㅎㅎ

잠자냥 2024-05-31 10:27   좋아요 1 | URL
<야간비행>보다 <남방 우편기>가 더 좋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시라능-
보뱅의 이번 소설은 지금까지 보뱅 작품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약간 당혹감을 안겨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