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소설을 쓰는 일에는 특별한 매혹이 있었다. 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일 년, 길게는 칠 년까지 걸리는 장편 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간들과 맞바꿈된다. 바로 그 점이 나는 좋았다. 그렇게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다는 것이.    - 12쪽


  노벨 문학상 수상 강연문 속의 이 문장이 나는 참 좋았다. 하나든 둘이든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한계까지 밀어부치는 힘이 부러웠고, 그럼으로써 달라진 자신을 만나는 작가가 경이로웠다. <소년이 온다>를 쓰는 동안의 가장 큰 기억은 압도적인 고통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은 내가 그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고통과 만난다. 내가 책을  다 읽는데 걸린 시간이래야 10시간 남짓. 물론 잔상처럼 남은 고통은 좀 더 시간이 들었지만 그런 고통을 1년 6개월동안 매일 느끼면서 책을 쓴다는 것은 어떻게 견뎌야 하는 일일까? 쳇바퀴 돌듯 별 다를것 없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 치열함이 과연 어디서 오는지도 알 수 없고, 인간으로서 버틸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일상의 힘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세계가 무너지는 일이 일어나도 사람들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오늘의 일을 묵묵히 해낸다. 압도적인 재난속에서도 누군가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을 위해 밥을 짓고, 텐트를 치고, 쓰레기를 처리하고..... 그리고 그 현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흐르는 시간과 함께 잊어간다. 그걸 어떤 경우에는 일상의 회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일상의 회복이나 일상의 힘이라는 용어는 괴로움을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이 도피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반복적인 일상 속으로 들어가며 나와 내 이웃에 일어난 일을 망각속으로 집어넣는 일. 비겁한 도피.


 살아갈수록 내 안의 비겁함을 끄집어 내는 책들을 읽을 때마다 생각만 많아진다. 생각만큼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안되는 이유를 따지는 것도 많아진다. 작가가 책을 쓰며 달라진 자신을 만난다면 독자는 책을 읽으며 달라지는 자신을 만나야 할테다. 그것이 나와 세계를 이어주는 한 줄기 빛이고 실이 될테다.


 <희랍어 시간>을 끝내고 작가는 빛과 따스함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했단다. 마침내 삶을, 세계를 끌어안는 그 소설을 눈부시게 투명한 감각들로 충전하겠다고.(15쪽).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작가가 다음에 쓴 소설은 <소년이 온다>였다. <희랍어 시간> 속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각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는 세계와 연결되는 끈을 잃고 고립되어 가는 사람들이 한줄기 가느다란 실을 찾는 이야기였을까? 내가 세상과 단절을 당할 때, 또는 내가 세상 속 다른 고통들에 눈 감으로써 단절시킬 때 - 그게 아냐 눈을 떠봐, 입을 열어라고 말해주는게 문학의 힘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생각은 많아지는데 결국 고민은 나에게로 돌아온다. 


 표지 속 작가의 북향 집 작은 정원에 만들어진 여린 빛창을 두고 두고 보며 희망을 생각한다. 언젠가 저 작은 빛창이 작가에게 따스함으로 다가가는 작품을 만들어 주겠지. 아마도 그 때는 세상이 이토록 야만적이지는 않겠지라는 어리석은 희망을 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 희망으로 살아낸다고 그렇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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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5-31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편한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바람돌이 2025-06-01 23:48   좋아요 1 | URL
불편한 독서 맞네요.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해주어서 저는 좋았습니다
 

  경주에 새로운 미술관이 지난 4월에 개관했다. 잘 알려진 유현준 건축가님이 설계로 만들어졌고, 내가 즐겨 듣는 유튜브 방송 셜록현준에서 소개가 됐었다. 오랫 만에 친구들과 함께 아침 개관시간인 10시에 맞춰 경주에 도착했더니 일요일이라 그런지 벌써 줄이 제법 많이 서있다. 그래도 엄청 붐비지는 않아서 들어가자 마자 있는 1층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서 통창으로 펼쳐지는 노서동 고분군의 전망과 함께 오랫만에 만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여기 정말 조용할 때 책 한 권 들고 와서 커피 마시며 읽으면 딱이겠는데 주말에는 불가능할 듯하다. 어쩌다보니 6월에 평일 휴일이 하루 있는데 그 날 오면 로망을 달성할 수 있으려나?


오아르 미술관 외관. 바로 보이는 통창이 1층 카페와 2층 전시실과 연결되어 있다. 어느 층을 가도 왼쪽이 노서동 고분군이 바로 보인다.바깥 풍경을 미술관 안으로 끌어들인 위치 선정이 이 미술관의 최고 매력이 되었다.






1층 카페에서 바라보는 풍경. 내부의 첫 열과 둘째 열은 바깥을 향해 앉을 수 있게 되어있다. 내가 들어갔을 때는 창쪽에 사람이 다 사진 찍는다고 바글바글이라 테이블과 의자를 못찍었는데 여기 의자 굉장히 편하다. 관람객을 위한 편의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1층 카페도 전시실로 꾸며져서 이사라 작가의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아이들이 보면 좋아할 듯.....

벽에는 "작은 상상 하나가 마음이 문을 열고, 예술이 우리를 다시 동심이 세계로 데려가길 바랍니다."라는 작가의 말이 있다. 내게는 너무 동심이라 딱히 뭐라 말하기는.....






오아르 미술관은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One-day Artistic Rendezvous)"이라는 뜻이란다. 개관 전시로 일본의 젊은 작가인 에가미 에츠의 지구의 울림이라는 전시다. 강렬하면서도 유연한 붓터치와 화려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가까이서 보기 보다는 좀 떨어져서 볼 때가 더 좋았는데, 그래도 전시 제목이 왜 지구의 울림인지는 딱히 잘 모르겠다. ㅠ.ㅠ







2층 전시장 맞은 편에는 역시 같은 화가가 그린 팝스타들의 그림들이 있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데 여기 그림들이 좀 더 재밌었다. 티켓 인증샷!

대부분의 그림 중 이미 돌아가신 존 레넌, 앨비스 프레슬리, 심지어 바흐까지는 알아볼 수 있었으나 이 그림은 누구지? 나는 데이빗 보위인가 했으나 제목에 힌트가 없다. 미술관 전시실 지키는 분께 여쭤봤는데 작가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지칭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여기 보러 오는 분들이 BTS의 지민이 아닐까라고 많이 추측한다고.... 그러고 보니 그런 듯도.... 다른 벽에 역시 알 수 없는 여성 아티스트 그림이 있는데 이 그림이 지민이라고 하면 그 여자분의 그림은 로제라고 우리끼리 결론 내렸다. ㅎㅎ







오아르 미술관의 백미는 루프탑이다. 경주문화재청에서 지붕은 한옥이 지붕을 따라 무조건 경사져야 한다고 해서 유현준 건축가님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고민이 많았던 만큼 아름다운 루프탑이 만들어졌다. 루프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야외의 빛을 충분히 끌어와서 계단 자체가 예술이 되고, 루프탑에 올라가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 만들어진다. 이건 진짜 사진으로 설명이 안되고 직접 가서 보는게 최고다.









미술관에서 충분히 놀다가 10분 정도 산책길을 따라 밥 먹으러 가는 길. 친구의 추천으로 전복솥밥집으로 갔는데 맛있어서 과식. ㅠ.ㅠ






식사 후 다음 코스는 경주박물관. 식당에서 걸어서 30분거리여서 배부른 김에 걸어가기로.... 차 주인들만 차량 이동. 걸어가는 길에 보이는 경주의 일상적인 풍경들.









박물관의 전시는 딱히 달라진게 없고, 다만 외부 전시로 많이 대여되었는지 약간 전시품들이 줄었다. 특별전으로 상형청자전이 열려서 오랫만에 좋아하는 청자 구경 실컷한다. 상형청자란 상감무늬를 넣지 않은 순청자 중에서 이런 저런 모양을 만든 청자를 말한다. 나는 상감청자보다 이런 순청자 상형청자를 훨씬 좋아해서 취향저격이다. 많은 상형 청자 중 인상적이었던 원숭이 연적 - 연적이니 작은 크기인데 항아리 들고 낑낑거리는 표정이 너무 예뻐서 한 컷







그리고 본 전시실에서 본 당나라 의상을 입은 여성의 모습으로 만든 토우. 그렇게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전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확 달라보이는 모습이었다. 사진으로는 별로 안 예뻐서 실망 중.....






전에 유부만두님이 경주박물관에 도서관 생겼다고 하신게 기억나서 '천년서고'라는 이름의 도서관을 찾아갔으나 도서관은 평일에만 운영한다. 굳게 잠긴 문을 보고 슬퍼하며 새로 만든 연못만 구경.







연못을 한바퀴 돌아 오른쪽에 보이는 이디야 카페를 지나가면 다리가 하나 나온다. 그 다리를 건너가면 새로 생긴 수장고 건물이 등장한다. 건물만이 아니라 내부 전시장도 지진에 견디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데 문화재 복원과정을 영상과 함께 전시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에서 나와서는 덕동호쪽으로 이동해 커피 한잔 하고 아쉬운 하루 여행 끝. 경주 가시는 분들 카페는 복잡한 황리단길 보다는 덕동호쪽에 멋진 곳들이 더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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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5-26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셜록 현준 유튜브에서 경주에 미술관을 지었다는 영상을 보고 반가웠었어요.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공간이 있으니 언젠간 찾아갈 수 있으니 넘 좋다. 생각했었거든요.
카페가 참 멋지던데 역시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군요.
근데 그림이 진짜 지민이 같네요?ㅋㅋ
루프탑도 엄청 궁금했었는데 사진도 멋집니다.
경주 시내가 확 펼쳐져 풍경 또한 멋졌겠어요.
박물관의 도서관 저도 궁금했더랬는데 평일에 찾아가야하는군요.
여러가지 꿀팁이 많네요.
수장고, 덕동호쪽의 커피.
나중에 저도 경주를 찾게 된다면 구경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5-05-27 09:30   좋아요 1 | URL
아 진짜 여긴 사람없을 때 가서 1층 카페에서 멍때리고 있고싶은 곳인데 불가능하겠죠. ㅎㅎ 다음에 평일에 가보고 평일은 사람이 많은지 알려드릴게요. ^^

드팀전 2025-05-27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지요? 다음에 경주가면 가보겠습니다. 그냥 지나가다 안부인사드려요

바람돌이 2025-05-27 21:03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 진짜 너무 오랫만이에요. 너무 반갑고 좋네요. 잘 지내시죠? 작년엔가 책읽는 나무님이랑 프레이야님 만났을 때 드팀전님이랑 바람구두님 안부도 궁금하다고 우리끼리 얘기했었는데요. 이렇게 가끔이라도 출몰해주시어요. ^^

희선 2025-05-28 0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술관에서 바깥을 보면 고분이 보인다니, 그것도 멋지네요 그것 또한 미술품과 다르지 않겠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박물관도 있군요 도서관은 문 안 열어서 아쉬웠겠습니다 경주엔 여러 가지 많을 듯하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5-05-28 09:05   좋아요 0 | URL
제가 부산 살아서 좋은게 경주가 가깝다는 것도 있어요. 그냥 휴일에 바람이라도 쐴까하면 갈 수 있는 거리. 도서관은 다음주 평일 쉬는 날이 있어서 한번 가보려구요.
 

  5월 초 밀양 저수지 위양지에는 이팝나무 꽃이 핀다. 요즘 많이 걷지는 못하시는 시부모님과 산책으로 걷기에 딱인 것 같아 다녀왔었다. 늦가을의 쓸쓸한 풍경만 기억하던 나에게 이팝나무 핀 위양지는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가는지라 그냥 패스할까 하다가 사진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오늘 페이퍼 쓰는 김에 사진만 몇 장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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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5-25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국 소설에 나올법한 ㅋㅋㅋ 그림 같은 풍경이네요~~

바람돌이 2025-05-25 23:07   좋아요 1 | URL
하하 그 정도는 아니구요. 여긴 아기자기한 곳입니다. ^^ 마 사진 찍으면서 천천히 한바퀴 도는데 30분도 안걸림요.

망고 2025-05-25 2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거울에 비친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요😍

바람돌이 2025-05-25 23:07   좋아요 2 | URL
물거울이라는 단어가 더 아름다워요. ^^

꼬마요정 2025-05-25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예뻐요!!

바람돌이 2025-05-26 09:30   좋아요 1 | URL
이쁘죠? 근데 실제보다 사진이 좀 더 잘 나온 느낌이에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5-05-26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풍경 예술인데요?
밀양에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다니!

바람돌이 2025-05-27 09:29   좋아요 1 | URL
그쵸. 밀양에 저런데가 있다는걸 저도 작년에야 알았어요. 그래서 작년 가을에는 나뭇잎이 다 떨어져 쓸쓸한 곳을 걸었다죠. 올해 이팝나무 꽃이 필때 꼭 가자 해서 갔는데 역시 좋네요. 가을에 단풍들 때 가도 좋을듯해요. 밀양은 시내쪽의 의열기념관과 항일운동테마거리가 생각보다 잘 꾸며놓아서 재미있습니다. 위양지랑 묶으면 하루코스 나들이로 좋을듯요. 아 그리고 시내에 있는 카페 열두달도 추천합니다. 폐교된 대학을 리모델링했는데 2층의 인테리어가 근사하더라구요. ^^

수이 2025-05-27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국 무협영화에 나올법한 영화 같은 풍경에 반하고 갑니다. 뿅.

바람돌이 2025-05-27 16:26   좋아요 1 | URL
사진이 지나치게 잘 나왔다는걸로... 그래도 날씨 탓인지 저날 사진이 너무 잘 나왔습니다. 시내쪽으로 조금만 가면 연포탕 맛있는 집도 있습니다. ㅎㅎ

희선 2025-05-28 0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팝나무 멋지네요 저기 풍경 자체가 멋집니다 언제든 좋을 듯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5-05-28 09:04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이팝나무 필때가 제일 좋다네요. 그래서 저날 갔을 때 비가 부슬 부슬 오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작가는 어릴 때부터 다른 것인가? 정녕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말은 진리인 것인가? 이 책에서 한강 작가님이 8살 때 쓴 시라고 내놓은 걸 보니 이게 도대체 무슨 8살이야싶다. 그 무렵 나의 일기장을 보면 딱 4문장이다. "아침에 학교에 갔다. 그리고 집에 왔다. 저녁밥을 먹었다. 참 맛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은 저녁밥을 먹었다가 친구들과 놀았다로, 참 맛있었다가 참 재미있었다로 바뀌고 이 두가지 예제가 무한 반복 되는 것이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아름다운 금실이지.


여기서 첫 번째 의문 과연 8살이 이런 의문을 가지고 시를 쓰는 것이 가능한가?

두 번째 의문 8살이 문장부호까지 야무지게 맞춰서 글을 썼다. (책 속에 한강 작가님이 사진 찍어서 올린 시집페이지가 있다. 정말 물음표 마침표 완벽하게 찍었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 시골 동네에서 혼자서 학교 입학하기도 전에 한글을 떼서 동네 천재 소리를 들었던 내가 

참 맛있었다와 참 재미있었다를 무한 반복하고 있을 때 한강 작가님은 고도의 추상 능력을 구사하며 사랑에 대해 논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 정도는 돼야 노벨 문학상을 받는것이구나. 작가가 되지 않기를 참 잘한거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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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5-22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결론이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5-05-23 15:50   좋아요 1 | URL
이 글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 글입니다.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랄까요? ㅋㅋ

수박 2025-05-22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저도 동의하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5-05-23 15:52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가 작가가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아니면 문장의 결론이 이상하고 문맥에 맞지 않다 중 어느 것에 동의하시는 것일까요? ^^ 반갑습니다. 수박님

단발머리 2025-05-22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다른 결론이었으면, 바람돌이님 못 만났을 수도 ㅋㅋㅋㅋㅋㅋ화면으로만 만나는 사이?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5-05-23 15:54   좋아요 1 | URL
다른 결론이었으면 제가 여기서 이런 글을 쓰지 않고 책을 팔고 있겠지요. 그래서 단발머리님을 알게 되어서 저는 좋습니다. ㅎㅎ

2025-05-22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3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5-05-24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포기하시고 곁에 계셔주셔 감사합니다.ㅋㅋㅋ

바람돌이 2025-05-25 21:32   좋아요 2 | URL
ㅎㅎ 역시 아름다운 댓글입니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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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바이크 글의 강점은 무엇보다 상황과 심리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정교하고 섬세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생생한 묘사가 가능한 것은 글의 대상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관찰하고 생각하고 되새겼다는 말일 것이다. 그 상황 속에 온 몸이 잠기도록 깊게 침잠해들어가며 마치 자신이 그 일을 겪고 있는 것처럼 대상과 내가 하나가 될 때 츠바이크와 같은 묘사가 나오는게 아닐까?


  이 책에 실린 단편 <거대한 침묵>은 츠바이크가 당대 유럽의 상황에 대해 쓴 에세이다. 그는 그의 장기를 여지없이 발휘해 나치당이 점령한 유럽의 친구들과 친척, 동료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묘사한다. 그 고통을 짐작하고 묘사하는 과정은 작가가 지금 바다 건너 안전한 미국이 아니라 폭력의 한 가운데 유럽에서 그것을 자신이 직접 겪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처음에는 고통과 비명이 소리들, 저항의 소리들이 들려온다. 하지만 거대한 폭력 앞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침묵이 들려온다. 그 끔찍한 침묵을 츠바이크는 이렇게 표현한다.


 침묵, 뚫을 수 없는 침묵, 끝없는 침묵, 끔찍한 침묵, 나는 그 침묵을 밤에도 낮에도 듣는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로 내 귀와 영혼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어떤 소음보다 견디기 힘들고, 천둥보다, 사이렌의 울부짖음보다, 폭발음보다 더 끔찍하다. 그것은 비명이나 흐느낌보다 더 신경을 찢고 더 슬프다. 수백만 사람이 이 침묵 속에서 억압받고 있음을 나는 매 순간 깨닫는다. 그것은 고독의 정적과 전혀 다르다.  -101쪽


  츠바이크는 1942년 2월 브라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이 도망쳐 온 곳에서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저렇게 되새김 한다면 이 지독할만큼 예민한 작가의 정신이 버텨내기가 힘들었겠구나 싶어지는 것이다. 


  뛰어난 작가의 글을 읽는 다는 것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곳을 보게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는 시간이다. 그것이 소설이든 에세이든 학술서든 모두 마찬가지이다. 츠바이크의 여기 실린 글들이 주는 울림의 비밀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보다 예민한 감각을 가진 이가 나에게 세상이 더 많은 면들을, 다른 면들이 이렇게 많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더 많이 본다고 해서 삶이 무조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의 차이는 명백하다.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무심함으로 인해 일으킬 수 있는 수많은 잘못으로부터 나 자신을 구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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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5-22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민한 작가의 정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울림과 희망을 줄 수 있고, 또 그럴 테지만, 본인으로서는 무척 힘들었을 것 같아요.
츠바이크의 글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생각하는 바람돌이님과 같은 독자가 있어서 그나마 츠바이크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5-05-22 14:41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저는 한강작가의 책을 읽을 때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답니다. 특히 작별하지 않는다는 책 내용보다 작가님의 고통이 더 크게 느껴졌었어요. 그래서 참 걱정도 되고 했는데 이번에 나온 에세이 빛과 실을 읽다보니 그 한강 작가님은 참 강한 사람이구나 느껴져 마음이 좀 놓이기도 하구요.
우리는 작가가 아니니까 둔하게 둔하게 살아요. ^^

새파랑 2025-05-2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의 심리 묘사는 정말 대단한거 같아요. 소설이든 산문이든 평전이든 안좋았던적이 없었습니다 ㅋ

바람돌이 2025-05-22 14:42   좋아요 1 | URL
저도요. 츠바이크 책은 읽을 때 다 좋았어요. 그래도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소설이 정말 좋더라구요.

레삭매냐 2025-05-22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그것 참 -

츠바이크 선생이 꿋꿋하게 생존하
셔서 더 좋은 작품들을 남겨 주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상상을
해보았답니다.

곁에 두고 계속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바람돌이 2025-05-22 14:44   좋아요 2 | URL
맞아요. 오래도록 좋은 글을 더 많이 썼더라면 후대의 우리 독자들에겐 더 큰 기쁨이었겠죠. 이분의 책은 다 좋아요. 이번 책은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