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한강 작가땜에 들썩 들썩

우리가 언제 이렇게 문학으로 들썩일 수 있었을까요? 

덕분에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니 너무 좋습니다. (다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많이 사야죠. 그래야 작가도 살고, 출판사도 살고, 그래서 출판사는 더 좋은 책을 많이 내고..... ㅎㅎ)


여러 기사들 중에 한강 작가가 아버지에게 매년 보내는 책 선물 이야기가 있었어요.

기사회 된 중에 너무 반가운 책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 알라디너들이 너무 좋아하는 엘리자베스 스트라트의 <올리브 키터리지>



















"고통스럽지만 고통이 모두의 것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줘서 한편 정화와 위안이 되었어요:

너무 멋진 한줄 평 아닌가요?


덕분에 이 책도 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른 책들도 많이 많이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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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4-10-1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기사 봤는데 <올리브 키터리지> 읽어봐야 할까요? ㅋ 메리 올리버는 읽었는데~

이런 멋진 부녀지간이라니 멋집니다~~

바람돌이 2024-10-13 19:35   좋아요 2 | URL
멋진 부녀지요. 저도 나중에 우리 딸이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ㅎㅎ
새파랑님라면 올리브 키터리지 좋아하실거 같아요. 강추합니다

망고 2024-10-13 2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뉴스에서 봤어요 얼마나 반갑던지요 노벨문학상 탄 작가님이 추천했던 책을 감명깊게 읽었던 저. 갑자기 수준이 한껏 올라간 느낌이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4-10-13 21:10   좋아요 1 | URL
그죠. 왠지 우리들의 스트라우트 사랑이 인정받은 기분이랄까? 별게 다 좋네요. ㅎㅎ

다락방 2024-10-14 0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봤어요. 그리고 앗 올리브 키터리지!! 했지요 ㅎㅎ

바람돌이 2024-10-14 09:41   좋아요 0 | URL
같은 책을 좋아한다는건 이상한 연대감을 가지게 하네요. 이것도 팬덤문화? ㅎㅎ
아 정말 올리브 언니 나오는 다음편 루시는 언제 번역될까요? 팬심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죠. ㅎㅎ
 

이번 명절에는 알아서 제사를 없애준 친정어머니에게 감사여행이랄까 동생네 가족과 친정 부모님 모시고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멀리 사는 남동생네는 이번 명절은 그냥 쉬겠단다. 그래라, 우리 끼리도 신난다. 

숙소가 딱 남원과 함양의 경계인지라 전라도와 경상도를 왔다 갔다하는 일정이다. 

가기 전에는 함양 상림에 꽃이 예쁘게 피었던데 산책도 하자, 실상사도 가고 지리산 둘레길 산책도 하자 하면서 계획을 세웠지만 현실은 낮 기온 35도.

아 정말 이 추석 무렵에 이 날씨 실화냐 하면서 함양 상림은 패스하고 근처 맛집 가서 쇠고기 버섯 전골 진짜 맛나게 먹고, 구경은 전부 드라이브 하다가 예쁜 카페 보이면 커피 마시고 그리고는 숙소 가서 또 밥 먹고. 

밖에만 나가면 에어컨 있는 곳은 어디냐 했다는.....


그래도 오랫만에 나들이 온  지리산은 어딜 가나 아름다웠다. 

오도재 길은 일부러 드라이브 코스로 만들어 놓은 듯 아름다웠지만 이 사진을 찍는 잠시 동안도 미치도록 덥고 습했다. 





오랫만에 온 실상사. 그 실상사 앞 장승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우뚝 서있다.

차량으로 진입하다보면 놓치기 쉬운데 이 곳을 간다면 가장 먼저 찾아서 인사해주고 싶은 장승이다. 

다듬어 지지 않았지만 그 표정하나만큼은 어떤 고뇌를 안고 방문하더라도 일단 그 마음부터 풀어주는 그런 표정이다.






절 터의 규모에 비해서 남아있는 건물은 작고 아담하다. 

건물이 작으니 탑도 그리 크지 않고 그저 단정하고 소담하다는 표현이 맞아 보인다. 

그럼에도 사진 각도에 따라서는 아득해보이기도 하니 이건 사진의 사기일까 아니면 눈이 미처 보지 못한 공간의 깊이를 카메라가 찾아가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숙소로 가는 길에 표지판이 하나 보인다.  함양 덕전리 마애불이라는데  이 산골 동네에서 보기 힘든 보물이다. 

어 저기 한번 들러보자 해서 간 마애불은 이 동네에서 보기 힘든 정돈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불상의 아름다움을 보기에 급급한 우리와 달리 엄마는 항상 불심 가득한 절을 올린다.




숙소 민박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의 연봉들 그리고 벼가 익어가는 다랑이논의 풍경들

모든 것이 풍요롭고 아름다워.






그리고 다음날 집에 오는 길에 오랫만에 들린 천은사는 아니고 천은사앞 카페

카페 이름도 천은사에서...

뷰가 멋진 이곳에서 뷰를 바라보는 자리를 차지하고 커피 한잔씩. 

커피 맛은 별로였지만 뷰값으로 퉁친다.



저런 풍경을 보고 커피를 마신다면 조용히 멍때린다거나, 아니면 우아하게 책을 읽는다거나 해야 하는데....

현실은 저기 앞에 놓인 나의 티라미수 케익을 남편이가 진짜 아주 얇게 한쪽만 남기고는 몽땅 지 입에 다 넣는 바람에 열받아서 욕했다는.....

잠시 뒤 남편이가 온전한 케익을 재빠르게 다시 사와서 분노는 잠재워졌다.

누가 뭐래도 내꺼 왕창 뺏어먹는건 용서가 안된다


여행은 즐거웠지만 돌아온 현실은 추석 이틀동안 안동권시 장손집 며느라기 신세였다. 

친정어머니는 알아서 제사도 다 없애주시는데 울 시댁은 언제쯤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그러면 명절에 시부모님도 모시고 여행 갈 수 있는데말이다. ㅎㅎ


다들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모쪽록 많이 먹고 많이 즐겁고 일은 쬐끔만 하는 그런 명절이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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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9-18 0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플 보다가 댓글 달려고 노트북 열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정 어머니의 결단에 온 가족 행복한 여행 되셨네요. 와~~~ 너무 멋져요!
저는 지리산, 정확히는 지리산 근처에 15년 전에 가본듯 해요. 그 때도 기차 타고 가서 근처의 풍광은 많이 보지 못했구요.
바람돌이님 사진 기막히게 좋네요! 실상사 탑이랑 하늘이랑 구름이 아주 고급진 엽서 속 사진처럼 예쁘게 어우러져 있네요.
물론 저의 최애는 천은사앞 카페, 천은사에서의 커피 사진 되겠습니다.
시댁에도 이 행복한 바람이 불어 바람돌이님 여행 2번 뛰시는 즐거운 명절 곧 오기를 바래봅니다.
전 많이 먹고 일은 쬐금했으나 멋진 풍광 없는 추석이었습니다^^

바람돌이 2024-09-18 21:22   좋아요 3 | URL
제사가 없으니 진짜 맘도 편하고 자유롭게 휴일 계획을 짤 수 있어 좋네요. 휴일이 같으니 여동생네랑 같이 휴가계획 짜기도 좋고요.
제가 좋았던것만 사진 올렸는데 사실 숙소가 불편해서 죽는줄 알았어요. 밥만 맛있었던 숙소. ㅠ.ㅠ
여동생한테 내년 숙소는 제가 찾는다고 했어요. 그래도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밤에는 자유롭게 달 보면서 온가족이 맥주를 기울이던 순간들도 좋았네요.
시댁 제사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매년 달 보며 기원하렵니다. ^^

새파랑 2024-09-18 15: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 추석은 역대급으로 더운거 같습니다. 지금 9월 맞나요? ㅋ 풍경은 너무 예쁜데 정말 더우셨을거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4-09-18 21:23   좋아요 3 | URL
진짜 엄청 더웠어요. 그래서 차 밖으로 나간 시간이 얼마 안된다는..... 숙소에 에어컨이 없는것도 기함했는데 다행히 지대가 높아서인지 밤에는 그리 덥지 않았습니다. ㅎㅎ

꼬마요정 2024-09-19 0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잘 지내셨나요? 너무 반가워요^^
추석 때 지리산 가셨군요. 사진들이 전부 예술입니다. 제가 찍으면 절대 저렇게 이쁘고 분위기 있게 나오지 않아요ㅠㅠ
천은사 까페 가보고 싶다.. 하다가 커피 맛 별로에서 힝~ 아쉽다... 하게 되네요.
저희 집은 차례를 그냥 절에 올려서 집에서는 할 거 없답니다. 대신 시아버지 혼자시라 같이 점심 먹고, 친정 부모님이랑 간식 및 저녁 먹고 끝이네요. 연휴가 긴 줄 알았는데 벌써 끝났어요ㅠㅠ

바람돌이 2024-09-19 21:59   좋아요 3 | URL
많이 찍으면 그 중에 한 두개는 건질만한게 나옵니다. ㅎㅎ 천은사카페 빵도 별로고 커피도 별로였어요. 하지만 뷰는 예술이라 그 맛에 천은사 들르면 아마 다시 가볼듯해요. ㅎㅎ

추석 연휴를 진짜 연휴답게 보내시는군요. 부럽습니다. 연휴끝나고 쉬지도 못하고 오늘 출근했더니 진짝 떡실신할거 같애요. 날은 또 어찌나 더운지..... 내일 하루만 버티면 다시 휴일이라 그거 믿고 버팁니다. ㅎㅎ

희선 2024-09-20 01: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집은 아직 제사를 없어지지 않았군요 그런 거 안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듯합니다 시간이 더 가면 그런 날이 오겠지요 친정 어머님하고 여행가셔서 좋으셨겠습니다 더운 날이지만...


희선

바람돌이 2024-09-22 21:32   좋아요 2 | URL
요즘은 점점 제사를 다른 형식으로 대체하는 집이 늘어나는거 같아요. 오랫동안 제사에 시달리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부러울뿐이고요. ㅎㅎ 오늘은 처음으로 날씨가 가을날씨다워졌습니다. 저 여행할 때 진짜 더웠거든요.
희선님 계신 곳도 가을 바람 솔솔하길요. ^^

페크pek0501 2024-09-20 16: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멋지게 사시는군요. 명절에 여행을 가시게 된 것, 축하합니다. 점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날씨가 한여름이었죠. 저도 너무 더워서 날씨만이라도 선선하면 좋을 텐데 하면서 추석 연휴를 보냈어요.
여행을 하다 보면 알죠. 날씨, 라는 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죠. 올려 주신 사진으로 제 눈이 호강하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4-09-22 21:34   좋아요 3 | URL
엄밀하게 말하면 명전 전이죠. 명절에는 시댁에서 열심히 제사 준비하고 손님맞고요. ㅎㅎ
여행은 진짜 날씨가 여행의 질을 반 이상 차지하는거 같아요. 그래서 항상 날씨요정아 내게 와라 합니다. 하지만 그게 항상 오지는 않더라구요. ㅎㅎ
오늘은 진짜 처음으로 가을 바람이 불었어요. 페크님 계신곳도 가을바람 솔솔 불길요.

세실 2024-09-21 0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천은사에서 카페뷰 넘 좋은데요. 멍 때리기 최적의 장소네요. 가고 싶어라!
티라미수는 양보 못하죠. 남편분 센스 있으시네요.
시댁도 언젠가? ㅎㅎ

바람돌이 2024-09-22 21:36   좋아요 2 | URL
진짜 카페뷰가 멍때리기 좋은데 현실은 대가족과 수다떨기였습니다. 언젠가 평일에 남편이랑 둘이 가서 멍 한번 때려보고 올게요. ㅎㅎ 남편은 센스있는게 아니라 항상 제걸 물어보지도 않고 덥석덥석 먹어치우다 욕듣는 노센스입니다. ㅎㅎ 시댁제사요? 시부모님 + 시삼촌 계신 동안은 불가능입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4-09-23 1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애불상을 보니...

오래 전에 답사 다니던 시절
생각이 나네요.

가을이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바람돌이 2024-09-25 21:22   좋아요 3 | URL
예전에는 진짜 각잡고 답사다니는 팀들 많았죠. ㅎㅎ 저는 이제 왠만한 곳은 다 가본듯해서 그냥 지나다 어 저기 팻말 있네 아니면 어 저기 오랫만에 한 번 더 가볼까 뭐 이러고 갑니다. 이번 마애불은 저도 처음 보는거라 우와 남쪽에서 이런 마애불 보기 힘든데 하면서 좋았어요.

감은빛 2024-09-27 1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도 올해부터는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고 어머니께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저도 조금 죄책감을 덜어내고 부산에 안 내려갔어요.
매년 여름 휴가를 부산으로 가기 때문에 추석은 점점 안 가게 되더라구요.
일년에 겨우 두 번 밖에 없는 명절이지만, 그 명절에 부산으로 가는 것이
또 너무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잖아요.
기차표는 없고, 도로는 주차장이고, 어디든 사람으로 넘쳐나는 그 지옥 같은 시간에
왜 사서 고생을 해야 하나 싶더라구요.
명절이 아닐 때 좀 더 여유있게 부산을 다녀오겠다고 말씀도 드리고 실천도 하고 있어요.

가끔 바람돌이님께서 올려주시는 사진들 너무 좋아요.
이번에도 한 장 한 장 차분히 보았습니다. 너무 멋져요!
 

 그는 무자비한 전체주의 권력에 대한 무력한 개인의 공포를 정밀하게묘사한 작가이다. 독자가 카프카 문학에 매혹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카프카 문학의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불안에서 자신의불안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카프카〉일 수 있고, 카프카는 <누구나〉일 수 있다.

카프카는 막스브르트에게 자신이 죽은 뒤 미출간된 작품들을 모두 태워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그러나 친구 막스브로트는 정확히 반대로 행동했다. 그는 카프카의 문학 작품뿐 아니라 일기, 편지, 전기 등을 출간했고, 카프카가 오늘날세계 문학에서 지닌 신화적 위치에 오르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카프카의 작품은 1930년대 들어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문학평론가는 물론 정신분석가, 철학자, 종교 해설가에 이르기까지 카프카가 남긴 유산에 대해 각자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해왔다. 이러한 극단적인 다의적 모호성이야말로 카프카의 글이 지닌 위대함이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고,
다방면에서 시대를 초월하기도 하며 동시대성 역시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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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유명한 비유처럼 우리 모두는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왕국의 이중국적자다. 하지만 질병의 왕국으로 이주할 때 필요한준비물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전 세계를 휩쓴코로나19로 언젠가 질병의 왕국에서 사용할 본인의 여권을 한번씩 들춰본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포스트 코로나 혹은 영원히지속될 것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느닷없이 질병의 왕국으로이주할 이들을 위한 기본 매뉴얼이 절실하다. - P19

뜻밖의 비극에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 소식을 전해들은 모든 가족, 친척들이 저마다 자신의 지난 과오와 크고 작은지병, 사소한 악행에서 이유를 찾았다. 경미한 교통사고였는데도굳이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를 찍었다고 조카가 저주를 받을 리없다. 임신인 줄 모르고 초기에 먹었던 두통약이 손녀의 중병을야기할 리 없다. 그만큼 모두에게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일이었다.
아무도 나에게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 발병 원인은 나한테서찾는 것이 가장 쉬웠다. - P39

결혼한 여자의 사랑은 왜 항상자기파괴적인가. 국가가 복지로 책임졌어야 할 돌봄이 가족에게전가되고, 모든 가족구성원이 함께 나눴어야 할 책임은 사랑이라불리며 여자에게 전가된다. 그렇게 여자의 사랑은 이름을 잃고주인을 살해한다. 그 과정이 너무 가혹할 때는 운명이라고도한다. - P42

 그러니까 진짜비극은 아이의 병이 아니었다. 팔자 센 엄마의 운명에 원인을돌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모든 고난을 극복하라는 가스라이팅이바로 비극이다. 이 오래된 관습이 여자의 진짜 사랑을 파괴한다. - P42

윤이는 언제나 나를 이해하거나 용서했다. 그리고 자기도사과를 잊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매일 밤 차곡차곡 쌓아 올린일대일의 관계, 둘 간의 사랑과 믿음, 온전히 두 사람만 알 수있는 관계의 역사, 이것은 모성이 아니다. - P49

보이지 않는 돌봄노동의 강도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자기도모르게 모성 신화를 강화하고 여성을 억압하는 공모자가 된다.
불평등한 돌봄노동은 그렇게 모성 신화의 스테로이드제가 되어온갖 부작용을 남기며 내성을 키운다. - P56

나의 간병을 통해서야 나는 알았다. 아이에 대한 나의 감정이상호호혜적인 사랑에 기반한다는 것을. 내 돌봄이 모성에서발현된 헌신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의리와 도덕에 더 가깝다는것을 의도치 않고 실현하게 된 이 모종의 윤리가 사실은 이세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누구와도 이런 종류의사랑을 다시 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이가 아닌 그 누구도 나를이렇게 사랑해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감정을 모성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 P62

이제 나는 안다. 일하는 엄마가 졌던 돌봄 부채를 일거에중도상환한 지금에서야 주저 없이 확신하게 됐다. 여성의 야망은마치 식욕처럼 사회로부터 통제받는 욕망이라는 것을.  - P88

엄마의 몫은 전체이자 마지노선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코로나팬데믹이나 경제불황, 가혹한 회사 탓도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일과 돌봄을 저글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지금껏일과 돌봄이 구분되지 않는 삶을 꾸려왔고, 그래서 돌봄이자신의 또 다른 일인 것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가 단한 번만이라도 돌봄에 절실해지기를 바랐다. 자신의 일만큼이나돌봄에 치열해지기를 기대했다. 그건 엄마의 의무가 아니라부모의 의무다. - P98

 그들이 사용하는 사랑의 언어는천편일률적이고, 현실을 외면한 채 관념으로만 존재한다.
그래서 그것은 키치다. 소도시 변두리에 느닷없이 들어선, 먼나라의 르네상스 양식을 조야하게 흉내 낸 왕궁예식장 같은키치다. 책에서 본 성평등을 흉내 내고 아직 실현되지 못한인간해방을 추종하고 있지만 결국 그 본질은 가부장제인 가짜성곽이다.  - P100

다시 말하면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의 붕괴,
정치의 실패다. 사람들 간의 숱한 갈등이 폭력 사태나 전쟁으로이어지지 않고 대개 공동체 안에서 해결되는 것은 정치가작동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생명 존중, 인권보호처럼 모두가 동의하는 공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견이나차이를 어떻게든 극복하고 협력하며 우리는 그것을 정치라고부른다. - P110

피곤한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드센 딸이 되고 싶지 않아서화를 숨기고 마땅히 느낄 법한 불편을 자신의 예민함으로 형질전환해온 인정투쟁의 연대기가 비단 나만의 역사일까.  - P113

엄마나 아빠가 부족해서 가족이 흔들리는 게 아니다.
이상적인 가정이 불가능한 근본적인 원인은 가족이라는 작은공동체의 불완전성, 그리고 돌봄을 오로지 개인에게 떠맡기는사회 구조에 있다. 남편이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것도 문제이지만 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가 실은 더 근본적인원인인 것이다. 그 구조를 바꿔내지 않으면 아내도, 남편도,
무엇보다 아이들도 영원히 피해자 위치에 머물게 된다. 가해자는없고, 피해자만 늘어나는 이 유독한 시스템은 가계를 통해 대를잇는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 P126

그중에서도 돌봄노동은 공공의 개입이 사실상 없다고봐도 좋을 정도다. 우리처럼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나라 어디에서도 이렇게 보호자가 폭 80센티미터도 안 되는간병인 베드에서 쪽잠을 자며 돌봄을 도맡지 않는다. 병원의간병서비스는 당연히 비급여항목이고, 간호간병통합병동은턱없이 부족하다. 무급 가족노동, 정확히는 여성 가족구성원의헌신에만 기댄다. 여성의 역할은 변화했는데 남성의 역할이가사노동, 돌봄노동으로 확대되지 못한 것처럼 국가의의료 정책도 돌봄노동, 간병노동에 대응하지 못했다. - P134

아이 컨디션에 따라 온라인스쿨과 학교 정상등교를 병행해도 되는지 문의했더니 학교에서난색을 표했다.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경우, 담임교사와특수교사, 보건교사 전부가 아이의 의료적 상황을 지속적으로추적해야 하고, 현장학습이나 급식 등 교장 선생님까지 나서야할 사안이 많아 어렵다고 했다. 윤이가 학교에 오지 않았으면하는 눈치였다. 어차피 난치병이라 당장 복귀도 어려운아이에게 공직자가 번외 열정을 쏟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아픈 학생과 동행할시스템이나 인프라가 전무했다. - P156

내러티브와 달리 일화는 철저히 개인을 중심에 두며,
플롯처럼 인과관계를 중시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 일화를이론과 결합하려는 시도가 바로 일화 이론이 된다. 일화 이론을알게 된 후, 나는 이번에 시도했던 읽다생각하다-쓰다-산다의순환이 앞으로도 내게 유효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개인과사회, 사랑과 정치, 이론과 경험, 인식과 실천이 더 이상 대립하지않고 결합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도 발견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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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에게 프랑스는 식민지 권력의 본산이 전혀 아니었다. 그곳은 정말로 모국이었고, 파리는 유일하게 그들의 삶에 광채를 부여하는 빛의 도시"였다. - P11

소외된 사람이란 자신이 될 수 없는 게 되려고 애쓰는 사람인데, 현재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사랑하지 않아서다. 새벽 두시, 잠이 들려는 순간에 난 혼미한가운데 절대 소외된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 P18

 아버지도 어머니나 마찬가지로 오로지 서구문화만이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믿었고 그걸 습득하게해준 프랑스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동시에, 어머니도 아버지도 피부색으로 인한 열등감은 조금도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총명하고 가장 지적이라고 믿었는데, 그확실한 증거는 자신들이 속한 "위대한 흑인 혈통의 전진.
이런 게 ‘소외된다‘는 걸까? - P20

내게는 이 이야기 전체가 특히나 이국적이었고 비현실적이었다. 노예제와 노예 매매, 식민지 억압과 인간에 의한 인간 착취,
가끔 상드리노가 들려줬던 경우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내게 말해준 적이 없었던 피부색에 얽힌 편견들의 무게가 대번에 내 두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백인은 흑인과 어울리는 법이 없다는 걸물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원인을, 내 부모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어리석음과 측정할 길 없는 맹목성으로 돌렸더랬다. - P137

 내가 속한 계층은 눈 씻고 찾아봐도 내놓을만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는 내가 속한 계층을적대하기 시작했다. 그 계층에 속했기 때문에, 나는 풍미도 향기도 없는 존재가 되었고 내가 이웃해 지냈던 프랑스 어린이들의형편없는 모사품이 되었다.
나는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었으니, 프란츠 파농이 내놓을글은 바로 나를 위한 거였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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