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에는 알아서 제사를 없애준 친정어머니에게 감사여행이랄까 동생네 가족과 친정 부모님 모시고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멀리 사는 남동생네는 이번 명절은 그냥 쉬겠단다. 그래라, 우리 끼리도 신난다.
숙소가 딱 남원과 함양의 경계인지라 전라도와 경상도를 왔다 갔다하는 일정이다.
가기 전에는 함양 상림에 꽃이 예쁘게 피었던데 산책도 하자, 실상사도 가고 지리산 둘레길 산책도 하자 하면서 계획을 세웠지만 현실은 낮 기온 35도.
아 정말 이 추석 무렵에 이 날씨 실화냐 하면서 함양 상림은 패스하고 근처 맛집 가서 쇠고기 버섯 전골 진짜 맛나게 먹고, 구경은 전부 드라이브 하다가 예쁜 카페 보이면 커피 마시고 그리고는 숙소 가서 또 밥 먹고.
밖에만 나가면 에어컨 있는 곳은 어디냐 했다는.....
그래도 오랫만에 나들이 온 지리산은 어딜 가나 아름다웠다.
오도재 길은 일부러 드라이브 코스로 만들어 놓은 듯 아름다웠지만 이 사진을 찍는 잠시 동안도 미치도록 덥고 습했다.
오랫만에 온 실상사. 그 실상사 앞 장승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우뚝 서있다.
차량으로 진입하다보면 놓치기 쉬운데 이 곳을 간다면 가장 먼저 찾아서 인사해주고 싶은 장승이다.
다듬어 지지 않았지만 그 표정하나만큼은 어떤 고뇌를 안고 방문하더라도 일단 그 마음부터 풀어주는 그런 표정이다.
절 터의 규모에 비해서 남아있는 건물은 작고 아담하다.
건물이 작으니 탑도 그리 크지 않고 그저 단정하고 소담하다는 표현이 맞아 보인다.
그럼에도 사진 각도에 따라서는 아득해보이기도 하니 이건 사진의 사기일까 아니면 눈이 미처 보지 못한 공간의 깊이를 카메라가 찾아가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숙소로 가는 길에 표지판이 하나 보인다. 함양 덕전리 마애불이라는데 이 산골 동네에서 보기 힘든 보물이다.
어 저기 한번 들러보자 해서 간 마애불은 이 동네에서 보기 힘든 정돈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불상의 아름다움을 보기에 급급한 우리와 달리 엄마는 항상 불심 가득한 절을 올린다.
숙소 민박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의 연봉들 그리고 벼가 익어가는 다랑이논의 풍경들
모든 것이 풍요롭고 아름다워.
그리고 다음날 집에 오는 길에 오랫만에 들린 천은사는 아니고 천은사앞 카페
카페 이름도 천은사에서...
뷰가 멋진 이곳에서 뷰를 바라보는 자리를 차지하고 커피 한잔씩.
커피 맛은 별로였지만 뷰값으로 퉁친다.
저런 풍경을 보고 커피를 마신다면 조용히 멍때린다거나, 아니면 우아하게 책을 읽는다거나 해야 하는데....
현실은 저기 앞에 놓인 나의 티라미수 케익을 남편이가 진짜 아주 얇게 한쪽만 남기고는 몽땅 지 입에 다 넣는 바람에 열받아서 욕했다는.....
잠시 뒤 남편이가 온전한 케익을 재빠르게 다시 사와서 분노는 잠재워졌다.
누가 뭐래도 내꺼 왕창 뺏어먹는건 용서가 안된다
여행은 즐거웠지만 돌아온 현실은 추석 이틀동안 안동권시 장손집 며느라기 신세였다.
친정어머니는 알아서 제사도 다 없애주시는데 울 시댁은 언제쯤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그러면 명절에 시부모님도 모시고 여행 갈 수 있는데말이다. ㅎㅎ
다들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모쪽록 많이 먹고 많이 즐겁고 일은 쬐끔만 하는 그런 명절이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