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사유하게 한다. 사유를 촉발하는 힘까지 예술의 일부이다. (18쪽)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현대의 질문에 이 책은 사유라고 대답한다. 인간과 자연 세계에 대한 그리고 그들의 관계에 대한 사유의 촉발이다.  영화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기존에 알고있던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하는 것, 또는 보지 못하던 것들을 보게 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 가진 힘이라는데 동의한다. 이 책은 그런 전제하에 영화와 미술을 종횡무진하며 이 시대의 예술이 어떻게 다른 사유의 힘을 보여주는지를 찬찬히 읽어나간다. 

  한국사회의 자살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것이 통계수치로 보여질 때와 예술로 보여질 때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다르다. 사는게 증발하거나 죽는 것보다 행복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영화나, 굳이 상기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의 사람들을 우리 앞으로 끌어내서 보여주는 것도 결국 예술의 힘이다. 

 카프카가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은 예술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내게 그런 충격적 각인을 가장 강렬하게 안겨준 것은 아주 오래전 봤던 이안 감독의 영화 <결혼 피로연>이었다. 1993년 당시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나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부서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지금이야 이 영화에서 말하는 동성애코드는 그야말로 너무나도 평범할 뿐만 아니라 진부하기까지 하지만 이 영화가 개봉했던 당시는 달랐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동성애자라는 말 자체가 금기시되던 시대였고, 기본적으로 정보 자체가 없었던 시기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 진보를 자처하던 나 역시 동성애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 자체가 없었고, 뭔가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정도에 머물렀다.

그 때 본 이 영화가 나의 내면을 깨뜨리는 도끼가 되었던 것은 "아 동성애라는게 특별한게 아니구나! 저 사람들(물론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서겠지만) 정말 그냥 사랑을 하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듯이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도 그냥 사랑을 할 뿐이구나, 이상하거나 다른게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게 동성일수도 아니면 이성일수도 있는거였구나" 

이 영화는 적어도 내게는 나의 내면의 얼어붙은 동성애 혐오코드를 깨뜨리는 도끼였던 것이다. 

이안 감독이 있었기 때문일까? 대만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물론 대만 사회 내부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 듯하다. 내가 대만여행을 갔을 때 한창 총통선거기간이었다. 한국어가 약간 되던 택시기사에게 당신은 누구를 지지하느냐라고 하니 국민당을 지지한단다. 이유가 뭐냐니까 민진당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해서 싫다고 딱 잘라 말했었다. 

그러나 결국 민진당이 선거에서 승리했고, 대만의 작은 변화는 어떤 식으로든 주변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테다. 근거없는 혐오에 바탕을 둔 차별들이 없는 세상은 이런 노력들에 의해서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겠지라고 하면 지나친 낙관일까?





뱅크시가 자신의 작품을 웹에서 팔면서 문제를 냈다.

<먼저 '예술이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50단어 이내로 대답해야 했다. 좋은 답을 쓰면 무료로 물건을 받을 수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물론 결제를 해야 했다.(스톰지 조끼를 원했던 변호사 친구는 '예술은 생각하게 하고 토론을 유발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둘 다 사회에는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썼다. 불행히도 우편 배달원은 찾아오지 않았다. - 221쪽>


아쉬운건 이 온갖 대답이 가능한 질문에서 당첨된 대답이 무엇인지 책에서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뱅크시와 그의 작품을 떠올리면서 계속 머리속을 맨도는 것은 결국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예술이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이었다. 그가 웹에 냈던 문제와 같은 질문을 뱅크시를 좋아하는 기간 내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9년에 뱅크시는 소더비 경매에서 자신의 그림 '소녀와 풍선'이 낙찰되는 순간 액자에 설치되어있는 자동 파쇄기가 작동하면서 그림이 파쇄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뱅크시쪽의 입장으로는 그림이 반만 파쇄된것은 기계의 오작동이었고, 원래는 모두 파쇄하려 했다지만 실제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이 퍼포먼스는 뱅크시가 기존에 보여주었던 예술에 대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 

뱅크시는 이렇게 말했다. "갤러리에 간 당신은 단지 백만장자들의 장식장을 구경하는 관람객에 불과하다."라고.....


윌 엘즈워서-존스라는 어려운 이름의 영국인이 쓴 이 책 <뱅크시 - 벽 뒤의 남자>는 어찌보면 뱅크시 덕후가 그의 작품활동의 궤적을 꼼꼼하게 추적하면서 쓴 일종의 안내서이다.

뱅크시 스스로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이런 작업을 안하니 할 수 없이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뱅크시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꽤 유용하다. 

또한 뱅크시의 작품이 이후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경매에 올려지고 그것을 둘러싼 온갖 논란들에 대해서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 

뱅크시를 둘러싸고 있는 논란을 들자면 정말 끝이 없다. 

아무 설명없이도 이해가 가능할 정도로 쉬운 그의 그림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앞에서 말했던 사유를 촉발하는 힘으로서의 예술을 생각하면 뱅크시의 그림은 당연히 예술이며 그것도 뛰어난 예술이다. 

그는 온갖 사회의 권위에 대해 뻑큐를 날린다. 부당한 팔레스타인 장벽에 장벽 너머의 삶에 대한 꿈을 보여준다. 환상의 디즈니랜드가 아니라 현실의 삶을 보여준다. 무엇을 보여주든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그 외에 나머지 문제들은 사실상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뱅크시가 돈을 얼마나 벌었든, 그가 하드 그래피티계에서 말하는 그래피티계의 배신자든 아니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참고로 뱅크시는 많은 돈을 벌었지만 또한 많은 돈을 기부하고 있으며, 실제 뱅크시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은 뱅크시의 그림이 그려진 벽을 떼어가서 경매에 붙이고 하는 이들이다.)





뱅크시의 그림을 보겠다고 영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을 일부러 가기는 힘들고, 실제 뱅크시 그림이 어떤 식으로 어떤 장소에 그려졌는지를 실제 모습으로 보려면 이 책이 유용하다. 

이 책은 뱅크시라는 화가의 100% 진심 덕후인 저자가 "거리의 예술은 거리에 남아 있어야 한다"(12쪽)라는 확고한 신념하에 뱅크시의 그림이 실제 그려진 영국 곳곳의 장소를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심지어 가는 방법도 있다.(그런데 제일 큰 문제는 뱅크시의 이 그림들이 대부분 없어졌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에 의해서 희미해지다가 없어진 경우도 있고, 공무원이나 주인에 의해서 벽이 다시 칠해지면서 없어지거나 다른 그래피티 화가가 덧그리거나 심지어는 건물 주인 또는 벽을 사들인 사람들에 의해서 철거되어 경매장으로 가거나 등등) 

지금은 볼 수 없는 그림들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 책은 거리의 예술가로서의 뱅크시를 잘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하겠다. 






뱅크시의 작품들을 제대로 된 도판으로 보고자 하면 이 책이다.

애초에 화집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도판들이 훌륭하다. 

뱅크시의 그림은 머리 아프게 골머리 싸매며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보는 순간 내가 이 그림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바로 느낄 수 있다. 

또는 아 이건 뭐지 하면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계의 이면을 바로 깨달을 수도 있다.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는 것이 맞다. 뱅크시에 대한 구구절절한 어떤 해설보다도 그의 작품이 그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글자가 얼마 되지 않는 이 책에서 가장 웃겼던 뱅크시의 이야기는 그가 일반적으로 스프레이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래피티에 스텐실 기법을 쓰게 된 계기를 적은 에피소드다.


<열여덟 살 때, 난 친구들과 밤새 열차 벽면에다 커다란 은색 물방울 무늬 글자로 '또 지각이야'라고 쓰고 있었다. 경찰이 나타나자, 나는 가시덤불 사이를 헤치며 도망을 쳐야 했다. 나머지 녀석들은 차를 타고 급하게 도망쳤지만, 나는 덤프트럭 밑에서 흘러내리는 엔진오일을 얼굴에 맞으며 한 시간도 넘게 숨어 있어야 했다. 나를 쫓는 경찰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그림 그리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든지 아니면 애초에 그림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도 연료탱크 밑에 스텐실로 새겨진 글자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식으로 따라하면서 글자 크리를 90cm정도로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일이 있은 후, 집으로 돌아온 난 조용히 여자친구가 누워있는 침대로 기어들어가, 어젯밤에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친구는 심장에 안 좋으니 마약을 그만 하라고 했다. -15쪽>





위의 책과 같은 책인데 약간 편집이 다르다.

이 책이 가장 먼저 나온 책인데 책 가격을 생각해서 편집을 조금 손보고 책의 판형을 줄여 나왔던 것 같다.

내게는 뱅크시를 처음 알게 해준 소중한 책이지만 제대로 도판을 보려면 위의 책을 보는게 맞다.







문제는 최근에 나온 뱅크시 - 벽뒤의 남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절판이라는 건데 중고 가격이 최소 2배에 이른다. 아 진짜....

그러나 나는 이 절판된 책 3권을 다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페이퍼는 결국 자랑질 페이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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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28 07: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절판되 책은 비싸다는 교훈이군요 ^^
‘예술이 왜 중요한가‘의 당첨된 대답이 없는 이유는 예술은 답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

바람돌이 2021-12-28 14:36   좋아요 2 | URL
깨알같이 교훈을 찾아내시는 새파랑님 역시 예리하십니다. ㅎㅎ 예술이 왜 중요한가의 당첨은 분명히 있었을겁니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공짜로 뱅크시의 작품들을 받아갔거든요.

mini74 2021-12-28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랑질 맞는데요 ㅎㅎ 부러워요 ~~

바람돌이 2021-12-28 14:36   좋아요 1 | URL
솔직히 말이죠. 책자랑 할데는 여기밖에 없어요. 다른 곳에서는 아무도 저걸 자랑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음요. ㅎㅎ

잘잘라 2021-12-28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바람돌이 님 부러워요!!! 당장 벽 뒤의 남자를 주문하러 고고씽.....? 끽! 잠깐, 오늘 페이퍼에서 제일 좋았던 건 사실 바람돌이님의 ‘얼어붙었던 바다‘ 이야기!!! 바다 얘기, 도끼 얘기, 예술 얘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당~~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휘리릭~)

바람돌이 2021-12-28 14:38   좋아요 1 | URL
벽뒤의 남자 재밌었어요. 그런데 사실 뱅크시 보려면 역시 도판을 직접 보는게.... 물론 현장에 가서 직접보는게 최고겠지만 말이죠. 제 칭찬 잔뜩해주신 잘잘라님 바람과 함께 사라지기 전에 저의 감사 윙크는 받고 가세요. 찡긋!!!

라로 2021-12-28 1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자랑은 이렇게 하는 거군요!!!😂😂😂 한 수 배웠습니다!! 근데 저도 한국에서 동성애에 대해 금시초문 뭐 그랬는데요, <조선의 퀴어>라는 책 읽고 놀랐어요. 우리 조상들이 아주 개방적이었더라구요!! 우리가 그 이후로 동성애에 대해 모르게(?) 된 이유도 알게 되었구요. 암튼 글 잘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21-12-28 14:41   좋아요 1 | URL
다음번에 라로님의 자랑을 또 기다립죠. 배운대로 행하는 것이 우리 서재인들의 임무라죠. ^^
어떤 생각이 확 바뀌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찾기는 보통 어려운 경우가 더 많잖아요. 오랜동안의 경험과 공부 등에 의해서 조금씩 바껴가는게 더 많으니까요.
그런데 동성애에 대해서는 저의 경우 정말 저 영화가 기본 접근태도 자체를 확 바꿔버렸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인생영화가 되었다는...... ^^ 라로님이 말한 <조선의 퀴어>는 처음 듣는 책인데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오늘도 흥미로운책 하나 덕분에 얻었습니다. ^^

기억의집 2021-12-28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시사인 읽는데, 그 진보적이라 알고 있는 프랑스도 동성애에 대한 반대하는 사람이 많대요. 저는 프랑스나 유럽같은 나라는 전체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워 졌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프랑스 정치인들이 동성애자가 없다고 어느 분인지 그렇게 쓰신 것을 읽었어요. 근데 이 말이 맞는지 의문은 생기더라구요. 유럽에 대한 정치나 사회에 대해 잘 몰라서...

바람돌이 2021-12-29 10:00   좋아요 1 | URL
반대하거나 하는 사람은 어디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동성애에 대한 혐오발언을 하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나 부끄러움이 하나도 없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남자다움을 증명한다거나 하는 분위기가 문제인거 같아요. 심지어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들조차 그런 발언을 대놓고 하잖아요. 프랑스 사회는 그런면에서 우리 사회와 조금 차이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적어도 동성애에 혐오하더라도 그것을 대놓고 얘기하지는 못하는 정도? 저도 그쪽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건 마찬가지라서 짐작일뿐입니다. ㅎㅎ

희선 2021-12-29 0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절판된 책 세권 다 있으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바람돌이 님은 뱅크시를 바로 알아보셨군요 저는 이름 올해 들어봤어요 라디오 방송에서 뱅크시 전시회 한다는 말이 나오고 얼마 뒤 책이 나왔다는 거 알았습니다 제가 몰랐던 거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1-12-29 10:04   좋아요 2 | URL
뱅크시를 일찍 알아본건 그냥 우연이었을 뿐이고 제가 뱅크시를 알게 됐을 때도 이미 그는 유명인이었습니다. ㅎㅎ 근데 뱅크시 - 벽뒤의 남자를 보니 그 뒤에 뱅크시 그림이 진짜 많이 올랐더라구요. 아 저도 진작에 그림하나쯤 사놓을걸, 이베이를 통해 사면 되는것을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합니다. ㅎㅎ 지금 서울에서 뱅크시 전시회 하던데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보러 갈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 전시는 뱅크시전시답지 않다는 느낌도 많이 들더라구요. ㅎㅎ

han22598 2021-12-31 15: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낚였네요. ㅎㅎㅎ 바람돌이님의 자랑질 페이퍼에..
뱅크시뱅크시..이름만 듣다가...이번 기회에 구글링 해서 몇개 작품을 봤어요...
느낌은 그림이 어렵지 않네요 ㅎ
바람돌이 덕분에...이렇게나마..미술,예술 분야의 귀동냥 지식이 늘어갑니다. 감사해요^^

바람돌이 2022-01-02 23:52   좋아요 0 | URL
자랑질을 사랑스럽게 여겨주시는 이곳 지인님들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못하는 자랑질을 합니다. ㅎㅎ
뱅크시 그림은 어렵지 않음으로 해서 누구나가 우리 사회의 부조리나 문제들, 권력이 가진 속성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시대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한명의 뱅크시 팬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

희선 2022-01-01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지만 0시가 넘었으니 새해지요 2022년에 하고 싶은 거 하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바람돌이 님 식구도 모두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1-02 23:53   좋아요 1 | URL
꼬박 새해가 이틀이나 지나고서야 답글을 남깁니다. 한해동안 관심과 애정어린 댓글들 감사합니다. 희선님도 늘 건강하시고 가족분들 모두 건강복 잔뜩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
 

원칙적으로 거리의 작품은 거리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생각이다. 그래피티 작품이 있어야 할 곳은 거리다. 간단하다. 거창하게
‘거리 예술품의 민주주의‘라든가 ‘분배의 정의‘ 같은 것을 논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무의미한 논쟁을 벌이는 이 순간에도 그래피티 작가들은 기찻길과배수관을 오고가는 위험을 감수하며 작품을 창조해낸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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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내가 하던 생각이기에, 길지 않게 한마디만 하겠다.
무엇보다 그래피티는 싸구려 예술이 아니다. 비록 한밤중에몰래 작업을 해야 하고, 엄마한테 거짓말을 늘어놓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래피티는 가장 정직한 예술 중에 하나다.
그래피티는 누굴 선동하거나 선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이걸 전시하기 위해선 그저 통네에서 가장 좋은 벽만 있으면 충분하다. 작품을 보기 위해 어느 누구도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는 건 물론이고,
벽은 당신의 작품을 발표할 최고의 장소로서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왔다.
공무원들은 그래피티가 쓸모없는 생각만을 내뱉으며, 도시에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래피티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사회를 부정하는 상징이라고 말하지만, 그래피티는 단지 세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위험할 뿐이다. 정치인과 광고쟁이 그리고 그래피티 작가들.
사실 우리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들은 바로 기업의광고들이다. 그것은 건물과 버스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자신들의 거대한 슬로건을 휘갈겨 써 놓고는, 마치 우리가 자신들의 물건을 구입하지 않으면 손해라도 보는 것처럼생각하게 만든다. 그들은 우리의 얼굴에다 대고 쉴 새 없이떠들어 대지만 정작 우리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어쨌건, 그들이 이 싸움을 시작했고, 벽은 그들을 상대할 최선의 무기가 되어 주었다.
누군가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경찰이 되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더 좋아 보이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거리의 테러리스트(vandals)‘가 된다.
- P10

다른 대중 예술과 달리, 미술계에서의 성공은 관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중들은 매일같이 콘서트홀과 극장을 가득 메우고,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책을 읽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음반을 구입한다. 이처럼 우리는 대중 예술 전반에 걸쳐 그것을 생산하고 퀄리티를 유지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미술은 그러지가 않다.
우리가 보는 미술 작품은, 단지 소수의 선택되어진 화가들의 작품일 뿐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전시를 기획, 홍보하고 작품을 구입하여 전시하면서미술 작품의 성공은 결정된다. 세상에서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몇백명도 안되다. 갤러리에 간 당신은 단지 백만장자들의 장식장을 구경하는관람객에 불과하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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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가 평소에 보여주었던 아이러니로 이 웹사이트는 자신의 부고를 실었다.
그 글은 PONW가 새로운 세대의 예술을 사람들의 집으로 직접 배달했던 날에 대한이야기로 시작하여 이렇게 끝맺었다. 재난이 닥쳤다. 우리의 많은 아티스트들이성공했고, 스트리트 아트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며 주류 문화로 들어갔다. 우리가 만든예술은 또 다른 상품이 되었다. 우리가 한때 독선적으로 비난했던 미술시장의 일부가 될수 없거나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만두려는 것이다. 하지만 물론 뱅크시의 의향과상관없이 그는 미술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 P219

뱅크시와 미술시장의 관계는 연어와 어부의 관계와 비슷하다. 뱅크시는 시장을싫어하고 돈으로 좋은 미술과 나쁜 미술의 차이를 결정하는 방식을 싫어하며, 창의적인아티스트보다 신뢰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선호한다. 그는 재빠르게 꿈틀거리며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저 멀리 도약하지만, 여전히 미술시장은 해마다 조금씩 그를휘청거리게 한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뱅크시는 네 차례에 걸쳐 시장을 크게 공격했다.
네 번 다 아주 성공적이었고, 몇 건으로는 큰돈도 벌었다. 하지만 그가 미술시장을무너뜨렸던가? 그건 아니다. 그가 자신의 작품 가격을 올렸던가? 물론이다.
- P229

뱅크시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가디언의 조너선 존스는 이렇게 썼다.
"이번만큼은, 이 예술가는 예술을 오로지 상품으로만 여기는 시스템 전체에 강력한한 방을 먹였다. 소더비에서 벌어진 사건은 뱅크시의 가장 위대한 작업이다. 그는해야 할 말을 했다. 예술은 돈에 질식되어 죽어가고 있다. 시장은 상상력을 돈벌이로,
반항하는 예술을 권력자의 집을 꾸미는 장식물로 바꾼다. 이제 할 수 있는 유일한 반란은예술작품이 팔리는 순간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이다.‘
- P238

그의 작품 이면에는 설득력이 있든 없든 간에아무튼 거창한 이론은 없다. 관람객은 자신이 본 것에 곧바로 가닿을 수 있다. 병크지는우리로 하여금 그가 다루는 주제를 생각해보게 만들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그림을 숙고할 필요도 없고 누가 설명해줄 필요도 없다.
- P243

그렇다. 뱅크시의 작품은 동시대의 다른 많은 작품들보다 훨씬 쉽다.
비평가들이야 좋아하지 않겠지만, 뱅크시는 완전히 새로운 관람객들을 예술세계로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사업가인 마크 실러는 전 세계 거리미술 아카이브
‘우스터 콜렉티브‘에 이렇게 썼다. 앞서 앤디 워홀이 그랬던 것처럼 뱅크시는 여태까지예술을 감상한 적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이 무엇인지를 거의 혼자서 다시 정의했다."
- P245

아직도 뱅크시가 예술계 정상에 올랐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면, 이게 바로 그증거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에게 했던 조언을 그대로 따랐다. 시장을 뒤집은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그는 갤러리도 없고, 딜러도 없고, 이름도 없고, 여전히 거리에있고, 늘 그렇듯 아웃사이더이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섰고, 아마도 그걸 좋아하면서싫어할 것이다. 뱅크시는 자신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바로 그것, 백만장자의 집을꾸미는 트로피가 되었다. 뱅크시는 인터넷에서 사고팔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터넷은그가 거리의 무법자로서 경력을 시작할 때 전 세계를 상대하는 갤러리로 삼았던 곳이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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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스틀 『이브닝 포스트』의 특별판‘에는 관람객들이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를보여주는 지도가 실렸다. 심지어 우루과이에서 온 관람객도 있었다. 하지만 관람객대다수가 전에는, 혹은 오랫동안 미술관에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할것이다. 뱅크시는 새로운 관람객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통계라는 수단으로 관람객들을분류하면 대다수는 ‘부유한 성취자‘, ‘도시의 자산가‘, ‘편안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더할 나위 없이 대중적이고 거의 공짜에 가까운 이런 전시조차 뱅크시가바랐을 법한 관람객들에게는 충분히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다.
- P125

그의 작업이 알아보기 쉽다는 이유로 폄하되는 것은 뱅크시를 짜증나게 하는 게틀림없다. 당시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평소의 삐딱한 스타일을 잡간접고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많은 비평가들이 이린 종류의 예술을 좋아하지않는 건 검증이나 해석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설명하거나 맥락에 끼워 넣을 필요가 없는작품은 그들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을 테니까요. 애초에 나는 이해하기가 나무 쉽기 때문에.
예술이 아니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요."
- P127

프로그램의 첫 페이지에서 뱅크시는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인용하며,
디즈멀랜드가 ‘흔한 사탕발림의 판타지랜드‘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가족 나들이‘를제공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 어리벙벙한 놀이공원은 이렇게 말한다. ‘얘들아, 미안해.
의미 있는 일자리가 없는 것에 대해, 전 세계적인 불의에 대해… 동화는 끝났어, 세계는 기재앙을 향해 넋을 놓고 걸어 들어가고 있어, 어찌면 현실 도피밖에 답이 없을지도 몰라.‘
- P131

하지만 놀이터를 장악하고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든 이는 이 놀이터의 왕자인뱅크시 자신이었다. 주차금지 표시인 듯싶은 게시물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재앙이될 가능성이 없다면 예술이 아니다. 그리고 디즈멀랜드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것은 1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극비리에 지어졌는데, 뭘 짓고 있느냐고묻는 사람들에게는 ‘그레이 폭스Grey Fons‘라는 영화를 촬영할 세트라고 둘러댔다. 아무튼뱅크시는 하고 싶었던 걸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여러분은 그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생각하게 됩니다‘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말이다.
- P134

실수가거의 없는 이 팀이 그리도 숨기려는 것은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뱅크시의 정체성이아니라, 여러모로 아웃사이더가 이제는 인사이더라는 사실이다. 여태까지 뱅크시 팀은필사적으로 이를 수호해왔다.
- P173

뱅크시의 주장은 분명하다. 그가 그림을그리기로 선택한 맥락은 아주 중요하다. 맥락 또한 작품의 일부다. 작품을 맥락에서떼어낸다는 건 원작을 파괴하는 짓이다. 그는 벽에서 떼어낸 자신의 그림은 어떤 것도인증하지 않았다(하지만 드물게 예외를 두었는데, 판매 수익금이 자선단체에 기부되는경우였다).
- P177

붓을 놓았을 때 그림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경험으로 배웠어요. 오히려그림은 그때부터 시작되죠. 대중의 반응이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내요. 예술이란 사람들의논쟁 속에 살아나는 겁니다.‘
- P184

하지만 뱅크시가 자신의 작품이 놓인 맥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말이 무슨의미인지는 명확하다. 뱅크시가 2012년 5월 런던 북부 우드그린에 있는 파운드랜드매장 벽에 노예 노동을 그려 넣자 곧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걸 보고 감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60주년 축전을 위해 재봉틀 앞에 웅크리고 앉아 만국기를만드는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딱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런던의 지저분한 구석.
대부분 저임금 국가에서 수입된 값싼 물건들을 파는 가게 옆이다. 이 그림을 보러 온사람들 대부분은 미술관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모두들 소핑하던중에 한숨 돌리며 중요한 예술작품을 보고 즐겼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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