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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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89쪽 삽화)


중고등학교 때 누구나 인상깊게 보았을 이 인류의 진화도의 문제점은 사람들에게 인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단선적이고 직선적으로 변화해왔다는 착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삽화가 강력한 비인간화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삽화를 이용한 실험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백인 미국인보다. 무슬림이나 라틴아메리카인들 아시아인들을 오른쪽 완전한 인간보다 덜 진화한 인간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인간종인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살고 있던 시절 지구상에는 여러 종의 다른 인류가 살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네안데르탈인인데 실제 신체적 조건이나 뇌의 용량같은 면에서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보다 훨씬 뛰어난 인종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들이 야만적이어서 뒤떨어져서 멸종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만 다음의 의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 

결국 저 그림이 보여주는 시각적 착각에서 일단 먼저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현재의 인간종인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았을까?

이 질문은 사실 이 책에서 처음 하고 있는 질문은 아니다.

가장 최근에 이를 집요하게 파고 든 것으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있다. 

이 책에서는 협동의 능력을 중심으로 이론을 펼쳤었다.

어떤 책에서는 바느질 도구인 바늘의 존재가 호모사피엔스를 기후변화속에서도 영역을 확장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도 한다.

이런 질문에 대한 생물학계의 대답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도대체 왜 많은 학자들이 이 질문에 이렇게 집착하는가이다.

인간의 기억에도 없는 먼 시대의 호모사피엔스의 생존조건과 이유가 지금의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에 대한 대답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중요성에 대한 대답까지 보여주는 유의미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가설은 "자기 가축화 가설"이다. 

생물학자답게 이들의 질문은 왜 수많은 야생 늑대들 중에서 개만이 우리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어떤 늑대는 인간과 절대 함께 살 수 없는데 왜 어떤 늑대무리들은 인간 옆에서 개로 진화했을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런 가축화에 대해서 별 생각없이 그저 인간이 길들였겠거니라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이를 위해 시베리아까지 가서 여우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똑같은 조건의 새끼여우들 중에서도 친화력이 좋은 여우와 그렇지 않은 여우가 나뉜다.

친화력이 좋은 여우들은 인간의 손짓에 응하는 능력을 보인다. 

우리가 개와 놀 때 대부분의 개는 공을 던지고 사람이 손짓으로 가리키면 그 방향으로 달려갈 줄 안다. 

눈이 있으면 당연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침팬지는 인간의 손짓을 이해하지 못하는 반면, 훨씬 친화적이고 인간을 많이 닮았다고 하는 보노보는 개와 마찬가지로 손짓언어를 이해한다고 한다.

이 러시아에서의 여우실험이 보여주는 결론은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늑대들 중에 유독 친화력이 높은 녀석들이 인간에게 스스로 다가온 것이란 것이다. 

그 결과 개가 된 이 친화력 있는 늑대무리들은 전 세계의 늑대종들이 거의 멸종되고 있는 지금 종의 번성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것을 '자기 가축화가설'이라고 이름붙였는데, 이들의 논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렇다면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은 것 역시도 이런 친화력, '자기가축화'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얘기한다.

생후 8-9개월만 되어도 인간 아기는 걷지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성인 침팬지가 절대 이해 못하는 손짓언어를 이해하며 다른 사람의 기분을 느끼는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준다.

호모사피엔스들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 바로 친화력이며 이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환대와 친화력으로 이어지고 고도의 협력체계로 이어진다.

이런 논지는 유발 하라리가 말한바와도 비슷한데, 이를 생물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차이일뿐이다.


저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기 무리에 대한 또는 무리에 속하게 된 이들 사이의 친화력은 맹점을 가지는데 그것은 다르다고 인식된 이들 또는 우리를 공격하는 이들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반대 대응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인류가 무수히 많은 전쟁을 벌이며 같은 인간을 죽이는 역사를 펼쳐온 이유이기도 할 텐데 사실상 이 부분의 논지에 대해서는 생물학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아 다른 차원의 논의가 더 필요하리라 느껴진다.

다만 이 책에서는 굉장히 인상적인 해석이 하나 등장하는데 그것은 나치시절 유대인을 도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대인을 숨겨주고 그들의 탈출을 도왔던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고 한다.

성별도 연령도 계층도 심지어 정치적 성향도 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보이는 유일한 공통점은 그들 대다수가 친한 가족 중 유대인이 있었거나 가장 친한 친구가 유대인이었거나 하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저자들은 의미심장한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친화력에 있었듯이 지금의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단초도 역시 이 친화력을 이끌어내는데 있다는 것이다.

인종분리정책이나, 인종차별적인 정책이 계속된다면 네안테르탈인들이 멸종했듯이 호모사피엔스인 우리 인간들 역시도 멸종할지도 모른다.


제목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생존 조건으로서의 친화력을 말하는 것이다.

생물학의 논의가 사회학이나 역사학으로 넘어가는 순간 전적으로 납득하기에는 비약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인간사회에 대해서 생물로서의 인간이 가지는 특성과 존재조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쨌든 다정함과 친화력이 지구를 멸망시킬리는 없을테니, 이런 논지를 통해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유의미한 접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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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01-11 06: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이렇게 물흐르듯 일목요연 잘 쓰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
모여서 소통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고 보여져요. 생존조건으로까지 지칭되는 것이 어쩌면 옳을지도 모르겠다고, 리뷰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네요.

바람돌이 2022-01-13 23:36   좋아요 1 | URL
에고 hnine님 무슨 말씀을.... 만약 실제로 이 책을 읽으시면 제 리뷰가 얼마나 구멍뻥뻥인지 잘 아시게 될거예요. ㅠ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 희망을 가졌달까? 우리 인간에 내재하는 친화력이 우리 생존의 힘이었다는데서 우리 인간의 암담한 미래가 구원을 찾을 수 있지도 않을까싶은 그런 기분요. 여기 알라딘 서재만 하더라도 다정한분들이 너무 많잖아요. ^^

mini74 2022-01-11 07: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호 친화력이 생존의 비결이군요. 우리집 저 까칠한 강아지는 어떻게 살아남은걸까요. 내용이 쏙쏙 들어와요 바람돌이님 ~~잘 읽었습니다 *^^*

바람돌이 2022-01-13 23:38   좋아요 1 | URL
까칠하지만 미니님옆에 있잖아요. 그게 다정한거 아닐까요?? 우리집은 심지어 사람 둘(딸래미들)조차 까칠합니다. ㅎㅎ

새파랑 2022-01-11 08: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이유가 아주 오래전부터 증명되었군요~!! 욱(?) 안하는 다정한 바람돌이님을 응원합니다 ^^

바람돌이 2022-01-13 23:40   좋아요 2 | URL
이런 이론들이 진짜 사실인지는 과학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알수 없지만 그래도 저는 그렇게 믿고싶었습니다. ㅎㅎ 네 올해는 새파랑님 말씀처럼 욱 안하는 바람돌이로 거듭거듭 새로워지려고요. 꼭요. ㅎㅎ

희선 2022-01-12 0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친하게 지내고 다정하다가도 자기 편이 아니다 여기면 아주 돌아서기도 하는군요 그런 건 없어야 할 텐데... 자신과 다르다 해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좀 더 좋은 세상이 되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1-13 23:43   좋아요 2 | URL
어떤 사람과 손절하게 되는데는 뭔가 경계선이 있는듯해요. 단순히 내편이 아니다라기보다는 침범하면 안되는 어떤 선요. 그 선을 넘기 전에는 뭐 뼈아픈 소리도 아니면 다른 생각도 다 그런대로 넘길수 있는데 말이죠. 다만 그 경계선이 사람마다 다르다는게 또 인간관계의 어려움이겠죠. 어쨌든 저는 그렇더라구요. ㅎㅎ
 

고프가 지적하는 것은 비인간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인원화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을 유인원으로 부르거나 유인원에 비유하다 보면 사람들의 심리에 도덕적 배제 가 발생하며, 이렇게유인원화의 표적이 된 개인이나 집단은 기본 인권을 지켜줄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된다. 편견보다 유인원화가 현재 미국 사회에존재하는 인종 간 격차를 더 잘 설명해주는 것이다.
- P218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우리가 친화력을 지닌 동시에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 종임을 설명해준다.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펄럭이는 귀나 얼룩이 있는 털 같은 신체적 변화와는 달리 이 부산물은 실로 가공할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와 다른 누군가가 위협으로 여겨질 때, 그들을 우리 정신의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는 것이다. 연결감, 공감, 연민이 일어날 수 있던 곳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다정함, 협력,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종 고유의 신경 메커니즘이 닫힐 때, 우리는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연결해주는 이 현대 사회에서 비인간화 경향은 오히려 가파른 속도로 증폭되고 있다. 편견을 표출하던 덩치 큰 집단들이 보복성 비인간화 행태에 동참하며 순식간에 서로를 인간 이하 취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를 보복적으로 비인간화하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 P226

윈스턴 처칠 Winston Churchill은 "민주주의가 최악의 정부 형태"
임을 인정하면서 "나머지 모든 정부 형태를 제외하면" 이라는단서를 붙였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리가 내면의 어두운 본성은 잠재우고 선한 본성을 발휘할수 있음을 견실하게 증명해온 유일한 정부 형태가 민주주의다.
1776년 토머스 페인이 썼듯이, "그리하여 이 정부가 탄생했으니, 세계를 통치할 도덕적 능력의 부재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 형태를 채택해야 했던 것이다.14 지금까지는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해준 것이 이 체제였다.
- P244

사회지배 성향과 우파 권위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에게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공통적 특성은 자신들의 집단 동질성에 위협으로 느껴지는 외부자들에 대해서 극도의 불관용을 보인다.
는 점이다. 사회지배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외부자들에게 위협을 느꼈으며, 우파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하나됨과 균질성" 을 보이지 않는 외부자들에게 위협을 느꼈다. 그들이 느끼는 것은 규범적 질서에 대한 위협이며, 이는 다양성과 자유로 이루어져 있었다.
- P247

가치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거나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치거나 다문화주의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등의 행동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노력이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대상은 이미 관용을 실천하는 사람들인 듯하다.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문화 감수성 훈련이 본래자리잡고 있던 불관용 이데올로기를 오히려 더 공고하게 만들수도 있다.
- P251

나치 지도자 헤르만 괴링 Hermann Göring)른베르크 감옥에서 말했듯이, "지도자는 언제든 국민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 아주 쉬운 일이다. 그저 우리가 공격받고 있으며 평화주의자들에게는 당신들이 나라를 위험에 노출시키고있다고 말한 뒤,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면 된다. 어떤 국가에서는 원리는 동일하다.  - P255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학자들은 집단 간 갈등을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접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갈등을 완화하는 최상의 방법은 서로를 위협으로 느끼지 않게하는 것이었다. 불안이 낮은 상황에서 여러 집단이 함께할 수있다면 학자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이야말로 집단 간 갈등을 감소시키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위협받는다는 느낌이 우리 뇌에서 마음이론 신경망의 활동을 꺼버린다면, 위협 없는 접촉은 이 스위치를 다시 켤 수 있을것으로 보였다.
- P260

체노웨스는 시위, 보이콧, 파업 등 평화적 운동이 환경 개선이나 성 인권 보호, 노동 개혁 같은 "연성적 권리"에는 통할지 모르겠으나 "독재자를 타도하거나 새국가 체제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효과를 볼 수 없을 것" 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체노웨스는 1900년 이래로 정권 교체라는 어려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벌어졌던 전 세계의 주요 폭력 및 평화 시위 관련 자료를 모두 수집했다. 놀랍게도, 평화 시위의 성공률이 2배 더 높으며, 폭력적 국가 체제가붕괴될 가능성은 4배가 더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 P273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증오에 대해 명쾌한 예측을 제시한다.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외집단을 비인간화할 때, 즉 외집단구성원을 인간 이하의 무언가로 말하는 것이 이를 듣는 상대방에게 최악의 폭력 행위를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또한 사람을 동물이나 기계에 비유하거나, ‘쓰레기‘ 기생충 ‘체액‘ ‘오물 등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언어로 묘사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형태의 증오언설이라고 본다.
- P277

서식지는 바뀌었지만 우리 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큰 규모의 집단 안에서 협력하며 살아갈 때 가장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종이다. 우리는 출신이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고류할 때 가장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건축물이 관용을 베풀 때 그 안의 개인들도 관용을 베풀수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려움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고 무례하지 않게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자신과 하나도 닮지않은 사람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 P284

우리가 사람과 동물 모두를 외부자로 여길 수도 있는 사람들과의 차이를 메울 방법을 찾는다면, 개와의 우정이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아픔을 느낄 능력에 의심을 품지 않을 것이다. 개에게서 사랑을 받아본사람이라면 그 사랑이 다른 사랑만 못하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았을 것이다. 우정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평등한 사상이다. - P299

오레오와 나눈 우정과 사랑으로 나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교훈을 얻었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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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린 가이드
김정연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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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린? 미쉐린? 미슐랭????

표지도 그렇고 이름도 그렇고 하여튼 음식 만화인줄 알았다.

1화 캘리포니아 롤의 시작을 봐도 딱 그렇다.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그대로 패러디한 전개다. 시작부터 아 뭐야 이렇게 노골적으로 <미스터 초밥왕>을 따라한거라면 이 만화는 영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반전이 기다린다. 

온갖 디테일을 가리키며 음식의 때깔을 칭찬하던 아저씨는 바로 캘리포니아 롤 모형을 주문한 업체 사장님이었던 것.

그러니까 사장님은 그냥 자기가 파는 음식을 모형을 보면서도 감탄하고 칭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옆에서 우리의 주인공 이세린은 그냥 우물쭈물... 아 뭐지? 그냥 보내준대로 만든건데 도대체 모형을 칭찬하는거야? 자기 가게 음식을 자화자찬하고 있는거야 하면서 궁지렁 궁지렁 난감해하는 중일뿐이다. 

그 궁지렁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낄낄거리게 된건 솔직히 말해서 저런 비슷한 일이 있을 때 내 모습과 너무 비슷해서다.

그러므로 주인공에 대한 호감도가 확 올라갔다.


이 만화의 시점은 전형적인 1인칭 시점인데 그게 좀 묘하다.

1인칭이라고 해도 작가와 주인공을 동일시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이 책은 자꾸 작가와 주인공 이세린을 동일시하게 되는 것이다.

분명히 이 만화를 그린 작가는 만화가이고, 음식모형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말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것은 1인칭의 시점과 더불어 이 책이 소재의 면에서 음식모형제작을 선택하고 그것을 제작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솔직히 만화의 초반에나 좀 신기했지 뒤로 갈수록 이 모형의 제작 과정 얘기는 살짝 지루해지기까지 하는데, 그럼에도 이 모형제작과정에 대한 얘기로 말미암아 독자는 이 책의 주인공 이세린에 대해 만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실존인물로 착각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원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이야기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경우가 많다.

그것은 읽는 독자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기가 좀 더 수월해지기 때문인듯한데, 이 만화가 취하고 있는 구성이 노리는게 바로 그런점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만화가 정말로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음식모형제작 사이 사이에 양념처럼 배치된 이세린의 어린시절, 가족, 독신직업인으로 사는 현재의 삶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어떤 면에서는 <82년생 김지영>에 대비되는  <92년생 이세린>의 삶을 얘기한게 아닐까 싶은거다.(대충 이세린의 삶의 궤적을 살펴봤을 때 90년대생쯤을 모델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다. 그리고 문학적 성취로는 이세린 가이드가 훨씬 낫다. 내 생각에 82년생 김지영은 문학이라기보다는 무슨 르포같았으니까 말이다)

3남매 중의 막내 고명딸로 귀여움을 받고 살았지만, 이세린 그녀의 역할은 바로 그 귀여움에 갇힌다.

그들의 부모 세대는 기존의 남존여비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도 여자의 행복은 괜찮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데 있다는 생각을 가진 세대이면서 부계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문화의 틀에 묶여있는 세대다. 

하지만 학교나 사회에서 다른 문화와 다른 교육을 받고 자라난 이 세대는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인간으로서의 독립성을 우선하는 첫 세대고, 그 간극에 대해 고민하고 저항하는 그럼으로서 빠져나오는 첫 세대이기도 하다. 


이세린의 엄마의 꿈 중 이세린이 가장 잘 되는 것은 영부인이 되는 것이고, 이웃집 엄마 친구는 덜떨어진 자기 아들과 이세린을 엮어주려하고, 친척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가족을 비하하는 말을 내뱉는다.




3화 비빔밥편에 나오는 이런 친척모임의 한 장면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는 폭력에 대해 불괘하면서도 집안의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가짜 웃음을 짓는 명절 분위기 딱이다. 

물론 저기에 술이 한잔 걸쳐지면 제대로 대화하고 항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는 너네 집은 뭐 별거 있냐? 돈 좀 있으면 다냐 뭐 이르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할 테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이세린은 여성이라면 또 피해갈 수 없는 외모타령에 시달린다.

이 외모 타령이 흔히 못생기거나 뚱뚱한 사람에게 가해질거라는것도 편견이다.

내 시댁 사촌 시누 중 한명은 키가 굉장히 크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서 살이 찌진 않았지만 원래 타고난 골격이 큰 편이라 아주 늘씬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어쨌든 내가 보기에는 진짜 부러운 키에 부러운 외모였다.

그런데 시댁의 행사 때 가족들이 모였다가 이 시누만 보면(당시 고등학생) "넌 또 컸냐? 지난 번 보다 더 크네, 아고 키 커서 좋겠다. 야 모델같다" 이런 말을 한 명도 빼지 않고(우리 시집 식구가 굉장히 많다.) 하는거다. 

어느 순간 이 시누 울음이 빵 터졌다. 

자기는 키가 너무 큰데 자꾸 크는게 스트레슨데, 식구들이 칭찬이랍시고 다 한마디씩 걸치니까 결국 터진거다.

이세린 역시 마찬가지다. 이세린의 경우는 너무 살이 안쪄서 당하는 외모 비하다.




남성이 키가 작을 때 사람들은 속으로만 생각하지 앞에서 대놓고 저렇게 떠들지 않는다.

혹시 기죽을까봐, 또는 실례가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데 여성의 외모에 대해서는 어디서든 한마디씩 해줘야 된다고 생각하는 무슨 자동 패치라도 장착한건지....

내 식사는 항상 평가당한다라는 이세린의 저 독백이 마음에 콕 와서 박힌다.

물론 내 경우는 이세린과는 반대의 이유로 평가당한거지만.....



그래도 자기 일을 가지고 작업장도 있을 정도로 어느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독립된 삶을 사는 우리 이세린.

이제 무엇을 해도 무서울게 없을 거 같지만 세상은 참 만만치 않다.




혼자 사는 여성, 아니 같이 살더라도 여성 혼자 있을 때 어쩌다 배달을 시키면 누구나가 맞닥뜨릴 저 상황은 너무 실감이 나고 너무 공감이 가서 오히려 짜증이 났다.

내 경우도 딸이 온라인 수업으로 혼자 있을 때 점심을 배달음식으로 먹게 되면 배달 왔다 갔을 시간에 꼭 전화해서 딸이 무사한지를 확인하게 된다.

배달하시는 남자분들은 무슨 세상 남자들이 다 범죄자냐고,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거냐고 불쾌해 하시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가 되는 사람들의 마음은 저절로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이세린이라는 90년대생 여성이 살아가는 이야기로 읽으면 이 만화는 더 풍요로운 재미와 공감을 안겨준다.

다만 내가 너무 심각한 얘기만 해서 이 만화가 무지하게 심각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역시 만화니까 유머감각 넘치는 장면들도 꽤있다.

가장 내가 깔깔거렸던 장면



김첨지 이 시발놈아!!! 

아 진짜 욕은 카타르시스다.

올해 욕 안하기로 해놓고 이 장면에서 낄낄거리며 김첨지 이 시발놈아를 따라하는 난 도대체 뭐냐? 

새해 목표 달성은 정말 갈길이 멀구나.....

덧붙이자면 이 장면은 실제로는 꽤 의미심장한 장면인데 왜냐하면 바로 앞페이지에서 여중생들이 먼저 흉내내는게 밥상을 뒤집어 엎으면서 에잇 이놈의 재수없는 집구석이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다른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너네 아빠라고 외치고 친구가 정답 이러면서 웃기다고 데굴 데굴 구르는거다.

그래서 저 시발놈이라는 욕은 김첨지뿐이 아니라 차마 대놓고 말을 못했던 밥상 뒤엎던 모든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생각이 막 든다. 지 기분 나쁘면 지가 차리지도 않은 밥상을 뒤엎고, 치우지도 않던 그 모든 아버지들말이다.


결론 - 이세린 가이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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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키라 2022-01-05 02: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만화책에 그것도 귀여운 캐릭터가 욕하는 장면은 첨이네요 ㅋ 욕하는 아이 표정을 상상하니 이밤에 저도 낄낄요 😂

바람돌이 2022-01-05 09:53   좋아요 2 | URL
이세린이 중학생때 경험을 말하는 부분이에요. 여중생에게 저정도 욕은 뭐 욕도 아닌걸요. 그냥 일상어....ㅠ.ㅠ 한편으로 진짜 웃기고 또 한편으로는 의미심장한 부분이었습니다.

새파랑 2022-01-05 07: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페이지 예전에도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 다시 봐도 재미있네요 ^^

바람돌이 2022-01-05 09:53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이 장면은 누가 봐도 막 웃을듯요. 재밌었어요. ^^

오거서 2022-01-05 07: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리뷰에도 마지막에 반전이 있군요. 욕해서 나쁜 놈을 물리칠 수 있다면 해야 하지 않을까요… ^^

바람돌이 2022-01-05 09:55   좋아요 2 | URL
문제는 욕해서 나쁜 놈이 물리쳐지는게 아니라 제가 물치쳐지는 느낌이랄까? 진짜 나쁜놈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계속 욕하고 살아야 하는데, 저의 올해 결심은 주변의 조금 나쁜 사람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요. 그 사람들 때문에 일희일비하고 화내고 하는거 이제 좀 안할려고요. ㅎㅎ

coolcat329 2022-01-05 0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미있는 부분 정리 잘 해주셔서 저도 아침부터 낄낄 거렸네요.
이 책 저희 아이가 재미있게 읽는거 봤는데 방학이니 다시 빌려 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1-05 09:56   좋아요 3 | URL
아이들도 보면 재밌을텐데 저희집 딸은 권해주니까 그림이 내 스타일 아니야 이러고는 팽!!!
그놈의 취향은 얼마나 확고해주시는지 말이죠.
하긴 저도 딸이 좋아하는 만화책 취향 아니라고 안봐주긴 합니다.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01-05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랑 웃음포인트가 비슷하셨네요 ㅋㅋㅋ저도 저 장면만 딱 찍어 놨어요.

바람돌이 2022-01-05 13:34   좋아요 4 | URL
아 저 장면은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는듯하지 않나요? ㅎㅎ 너무 공감가는 욕이라서 그런걸까요? ^^

scott 2022-01-05 16: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이 이세린에서 가장 재밌는 곳만 콕콕 찝어 주셨네요.
저도 82년 작품보다 이 작품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ㅅ^

바람돌이 2022-01-06 09:20   좋아요 3 | URL
오우 스콧님 역시 저랑 같은 생각! 어쨌든 내가 좋다는걸 같이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좋은 기분!
오늘 아침은 스콧님덕분ㅇ[좋은 기분으로 시작합니다. ^^

mini74 2022-01-05 17: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만화 좋아해요.ㅎㅎ

바람돌이 2022-01-06 09:20   좋아요 2 | URL
은근히 웃기고 심심한듯하면서 재밌더라구요. ^^

stella.K 2022-01-05 19: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은 욕을 사랑해요!
사람들이 제가 욕을 하면 찰져서 좋다고 대리만족을 하더라구요.ㅋㅋ
사람들이 왜 욕쟁이 할머니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1-06 09:22   좋아요 3 | URL
저도 욕을 사랑해요. 욕할 때 찰진것과 쌍스러운것이 진짜 경계가 아슬아슬한데 그걸 또 진짜 찰지게 잘하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제 친구 중에도 있는데 말이죠. 스텔라님도 그런 분이셨군요. 아 좋아요. 찰진욕쟁이!!!
저는 그러너 능력이 없어서 그냥 욕 안하는걸로....ㅠ.ㅠ
 

사람의 기질과 마음이론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선택된 감정반응이 협력적 의사소통능력과 더불어 포용력도 향상시켰을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자연선택이 사람들이 서로에게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에 영향을미침으로써 문화적 인지능력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곧 사람에게도 자기 가축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P112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자연선택이 다정하게 행동하는 개체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여 우리가 유연하게 협력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켰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친화력이 높아질수록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이 강화되는 발달 패턴을 보이고 관련 호르몬 수치가 높은 개인들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욱 성공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가설은 첫째, 감정반응이 격하지 않고 관용이 높을수록자연선택에 유리해졌고 이것이 협력적 의사소통이라는 새로운유형의 능력과 연관되며 둘째, 우리의 외형과 생리 작용, 인지능력의 변화가 다른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축화징후와 유사하다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 P122

가축화된 늑대나 유인원의 뇌는 인상적이다. 하지만 가축화된 사람의 뇌라면, 마법에 가깝다. 극도로 문화적인 종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 종 안에서 독특한 유형의 친화력이 진화함으로써 더 큰 규모의 무리, 더 밀도 높은 인구, 이웃한 무리 사이에서 더 우호적인 관계가 가능해졌을 것이며, 그럼으로서 더큰 규모의 사회연결망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것이 더 많은 혁신가 사이에서 더 많은 혁신의 전파를 촉진했을 것이다. 문화의톱니바퀴는 느릿느릿 불규칙하게 돌기 시작해서 빠르고 맹렬해졌을 것이다. 그 결과가 기술의 지수증식과 행동 현대화의 출현이다.
- P123

세로토닌은 우리 두개골의 형태를 변화시킨다. 테스토스테론 같은 남성호르몬은 우리의 얼굴과 손 형태에 변화를 가겨은다. 우리 눈의 하얀 공막은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 모든 변화는 현생인류 이전 단계의 후기 인류 시기부터 친화력 선택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P151

차이는 사람 아기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때 나타났다. 2세의 사람 아기는 완전히 발달되지 않은 상태의 뇌를 가지고도,
훨씬 성숙한 뇌를 가진 유인원들보다 우월한 사회적 기술을 보였다. 4세가 되면 사람 아기가 모든 과제에서 다른 유인원 아기들을 능가했다. 물이 든 컵을 쏟지 않게 멀쩡히 내려놓을 줄도 모르고 때맞춰 화장실에도 갈 줄 모르는 그 아기가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읽을 줄 아는 것이다. - P152

우리 종에게 집단 내 타인이라는 새로운 범주가 출현한 것은 8만 년 전 중기 구석기시대로, 이 시기 이후로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고 인구밀도는 더 높아졌을 것이다. 인류학자 킴 힐Kim Hill은 성별과 상관없이 모두가 이웃 집단에 받아들여지고,
집단을 초월해 가족으로 결속하게 하는 이런 수준의 포용력은다른 영장류에게서 관찰된 바 없다고 말한다.  - P164

우리는 대부분 고통받는 아이를 보게 되면 마음이 아프다.
배우자와 사별한 동료에게는 위로를 전하려 하며, 투병하는 친척에게는 돌봄의 손길을 주고 싶어 한다. 우리는 모두 한때 낮선 사람이었던 사람들과 친구가 된 적이 있다. 우리에게는 연민과 공감능력이 있으며, 집단 내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능력은진화를 통해서 획득한 우리 종 고유의 특성이다.
하지만 이 친절함은 우리가 서로에게 행하는 잔인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본성을 길들이고 협력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우리 내면에 최악의 속성의 씨앗을 뿌힌 것도 동일한 뇌 부위에서 모두 일어나는 일이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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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다정함은 일련의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협력, 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대략 정의할 수 있는데, 다정함이 자연에그렇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속성이 너무나 강력하기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다정함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누군가와 가까이 지내는 단순한 행동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어떤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협력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등의 복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P20

다른 사람 종이 멸종하는 와중에 호모 사피엔스를 번성하게 한 것은 초강력 인지능력이었는데, 바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이다. 우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와 하나의공동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함께 일할 수 있다.  - P29

친화력은 자기가 축화 self-domestication 를 통해서 진화했다.
수 세대에 걸친 가축화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지능을 쇠퇴시키지 않으면서 친화력을 향상시킨다. 어떤 동물이 가축화될 때는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많은 요소가 변화를 겪는다. 가축화징후" 라고 불리는 현상의 변화 패턴은 얼굴형, 치아크기, 신체 부위별로 각기 다른 피부색에서 나타난다. 호르몬과 번식주기, 신경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가 연구에서발견한 것은 조건이 일정하다면 자기 가축화가 타인과 협력하고*소통하는 능력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 P31

하지만 우리의 친화력에도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우리 종에게는 우리가 아끼는 무리가 다른 무리에게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위협이 되는 무리를 우리의 정신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다. 그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연민하고공감하던 곳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공감하지 못하므로 위협적인 외부인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으며 그들에게는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다.
- P32

자기가축화 가설을 단순히 또 하나의 창조론에 불과하다고볼 수는 없다. 이는 우리와 다른 사람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우리 종의 경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진정한 해법으로 고려해볼 강력한 도구다. 또 이것은 우리 종이 살아남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의를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경고다.
- P36

개는 늑대로부터 갈라져 나온 이래로 많은 면에서 우리와더 닮도록 진화해왔다. 사람이 전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진화를도운 유전자가 개에게도 있어서 개는 조상인 늑대와 달리 사람이 채집하거나 경작한 양식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고지대에 적응하면서 진화한 인류의 유전자가 티베탄 마스18티프종에게서도 발견되는데, 이 유전자로 인해 두 개체군 모두산소가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도 온몸에 체내 산소를 전달할 수있다. 또 서아프리카 지역 사람들에게는 말라리아에 대한 항19체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그 일대 가정에서 키우는 개에게도 이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P56

자연이 일반적으로 수천 세대에 걸쳐 성취하는 것을 벨랴예프와 류드밀라는 인간의 한 생애 안에 이루어냈으며 그 결과로하나의 공식을 수립했다. 즉, 사람에게 친화적인 동물이 더 높은 번식 성공률을 보일 때 가축화가 발생한다는 공식 말이다.
- P70

두려움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난 여우는 협력적 의사소통 같은 사회적 기술을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홀로 대면해야 했던 문제도 협력적인 파트너들과 함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은증진되었지만, 반면 인지기능에 관해 예상했던 가설은 우연에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인지기능 같은 사회적 지능은 두려움이 친화력으로 대체될 때 우발적으로 발생한 또 다른 능력이었다. 여우 실험은 우리가 개에게서 관찰한 협력적 의사소통기술이 가축화의 산물임을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어주었다. - P75

개는 사람이 길들이지 않았다. 친화력 높은 늑대들이 스스로 가축화한 것이다. 이 친화력 좋은 늑대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종 가운데 하나가되었다. 현재 그들의 후예는 개체수가 수천만에 달하며 지구의모든 대륙에서 우리의 반려동물로 살아가고 있으나, 얼마 남지않은 야생 늑대 개체군은 슬프게도 끊임없이 멸종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 P80

사람에게 다가왔던 늑대들이 그러지 않았던 늑대들보다 친화력이 강력한 선택압으로 작용할 정도의 큰 이익을 누렸다는사실을 기억하자. 이 압력은 행동과 외모만이 아니라 심지어 인지능력까지 진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어떤 종 안에서 관용과친화력을 지닌 개체군이 살아남는 자연선택이 일어났는데, 그형질 변화가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집단 내부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또한 자기가축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 P98

그렇다고 보노보를 무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유인원의 친척가운데, 오직 보노보만이 우리를 괴롭혀온 치명적인 폭력성에서 벗어난 종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죽이지 않는다. 탁월한 지능과 지성을 뽐내는 인간이 하지 못한 것을 보노보가성취한 것이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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