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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필
요한 하리 지음, 이지연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2월
평점 :
도둑맞은 집중력의 요한 하리가 이번엔 비만 치료 신약에 대해 썼다. 역시 필력이 뛰어나며 책 전반에 걸쳐 여러 전문가 의견과 각 계의 연구결과 및 사회문화적 현상을 토대로 도출한 깊이 있는 분석을 보여준다. 가독성이 뛰어남은 물론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식시장에선 노보노디스트와 일라이 일리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들은 원래 유명한 회사였지만 바로 비만 치료 신약을 개발했기에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비만 치료 신약은 이미 상당히 일반화하였다. 국내에서도 시판중이고, 유명한 건강방송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이를 다뤘다. 그리고 헐리우드 및 세계의 유명인사들은 갖은 방법으로도 안되던 몸매관리를 비만 신약을 통해서 드디어 해내고 있다.
요한 하리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이러하다. 늘 그렇듯 그는 사회의 여러 저명인사와 모임에 나가곤 하는데 자기와 친숙한 몸매를 보이던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날씬해져 있던 것을 발견하면서부터다. 더구나 이들은 파티에서 자신과 같이 탐식을 하곤 했는데 정말 음식 보기를 돌 같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한 하리는 그들이 비만 신약 치료제를 투약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효과는 매우 우수했으며 이에 자신도 이를 처방받기 시작한다. 효과는 놀라웠다. 그는 항상 먹을 것을 탐했고, 그 중에서도 건강에 좋지 못한 것들만 먹었는데 이런 음식의 섭취량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글루카곤은 혈당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글루카곤 유전자는 여러 요소로 구성되는데 기다린 사슬 같은 구조로 이 중 작은 한 토막이 GLP-1이다. 그리고 이는 인슐린 생성을 촉진한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나면 장에서 GLP-1 수치가 급증한다. 이는 배불러 먹었다는 신호로 뇌에 그만 먹으라는 신호, 즉 포만감을 보낸다. 이로 인해 GLP-1은 발견되자마자 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보았다. 당연히 약제로서의 가능성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GLP-1 체내에 투입하면 고작 수분만에 분해가 되어 효과가 극히 미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한 발견이 이 문제를 해결한다. GLP-1의 유전자 코드가 할러몬스터라는 도마뱀의 독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GLP-1 유사물질은 독인 만큼 당연히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수 시간을 지속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더욱 개선하여 급기야 GLP-1 유사물질이 일주일이나 체내에 머무르게 개선했다.
처음에 GLP-1 유사물질은 당뇨 약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당뇨 개선 외에도 처방 환자들의 체중이 무려 25-30kg이나 감소하는 현상이 다수 관찰되자 2022년 노보노디스크 경영진은 비만환자에게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하는 대규모 임상실험을 진행한다. 68주 임상에서 실험군의 체중은 무려 15%나 감량되었다. 하지만 투약을 중단하자 1년만에 감량 체중의 66%가 회복되었다. 이는 이 약을 평생 복용해야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환자에겐 재앙이나 제약회사에겐 쾌재를 부를 일이었다. 지금 노보노디스트는 두 가지 형태의 세마글루타이드를 판매한다. 당뇨환자에겐 오젬픽, 비만환자에겐 위고비를 처방한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GLP-1과 GIP라는 다른 장호르몬도 자극한다. 마운자로는 평균 체중을 21%감량시킨다. 그리고 개발중인 트리플 G는 이름처럼 무려 3가지 호르몬을 자극한다. 현재 비만 치료제는 주사형태다. 가격은 비싸다. 한달에 수백달러가 필요하다. 경구약이 개발중인데 이는 비용을 하루 1-2달러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 이 신약은 매우 효과가 강력하다.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질 가능성으로 인해 벌써부터 패스트푸드 업계와 고관절과 무릎 관절 기기 기업이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비만치료제엔 부작용이 있다. 우선 메스꺼움이다. 음식에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변비와 트림이다. 음식이 적게 들어가고 노폐물이 이로 인해 오래 머물러 나가기 어려워 생기는 현상이다. 또한 갑작스런 심박수 상승도 있다.
비만치료제가 각광 받는데는 바로 세계적 비만 유행이 자리한다. 세계 보건 기구에 의하면 1975년 이후 전 세계의 비만은 3배나 증가했다. 여기엔 인간의 먹을 거리의 변화가 자리한다. 즉, 초가공식품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과 비만의 증가는 일치한다.
가공식품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진열대에서 오래 버티지 못해 유통과 판매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킨다. 그래서 이들이 제조한 음식에는 설탕과 지방, 소금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야 박테리아가 덜 자라 오래 보관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량 제조과정에서 식재료는 고온의 열과 상당한 스트레스를 거치며 본연의 맛과, 향, 색을 상실한다. 그리고 금속 맛과 쓴맛이 생성된다. 이를 감추기 위해 수 많은 색소와 향이 첨가된다. 이 밖에 향료, 광택제, 방부제, 응고방지제, 요해제, 보존제, 착색제, 산유화제, 표백제 등 6천가지 화학물질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육류는 박테리아를 죽이고 유통해야 오래 가기에 수산화암모늄 가스를 주입한다. 이걸 핑크슬라임이라 한다. 내가 산 고기가 지나치게 냉장고에서 오래 보틴다면 핑크슬라임을 의심해야 한다. 액화 닭고기에 유화제를 첨가하여 너겟의 주재료로 삼는 것은 미트 슬러리다. 육류는 물을 넣어야 오래 지열되기에 물의 증발을 막는 육류용 접착제도 첨가된다.
이런 초가공식품은 본연의 맛은 전혀 없음에도 각종 첨가물과 향미료, 설탕, 지방, 소금의 첨가로 사람을 가장 기분좋고 행복하게 하는 블리스포인트를 마구 자극한다. 그래서 이들은 웬만큼 먹어도 포만감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과식하게 되는데 비만 식약은 바로 이 포만감을 자극한다.
초가공식품이 포만감을 못느끼게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덜씹기 때문이다. 초가공식품은 대개 매우 부드러워 거의 씹을 필요가 없다. 때문에 지나치게 빨리 위장간으로 내려가 사람은 미쳐 멈추라는 신호를 받기 이전에 과도하게 음식을 섭취한다. 다음은 설탕, 지방, 탄수화물의 강력한 조합이다. 그리고 식이섬유 및 단백질은 거의 없고 단순당 위주로 구성되어 인간의 혈당을 급격히 높이고 급격히 낮추는 작용을 일으키기에 많이 먹었음에도 금새 허기지게 하여 더 먹게 한다. 또한 언급한 것처럼 단백질과 섬유질이 현저히 부족하다. 이는 인체에 필수 요소이기에 사람은 이것의 최소량을 채우기 위해 가공식품을 정말 많이 먹게 된다. 그리고 음료형태다. 가공식품은 음료수도 많은데 상당히 고열량이다. 인간은 고체형태로는 과독한 열량섭취에 거부감을 느끼나 놀랍게도 음료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제로 음료도 그렇다. 제로 음식은 섭취시 열량이 거의 없지만 단맛이 강해 인체의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당이 들어오지 않으면 뇌는 속았다고 생각해 몸을 더욱 허기지게 만들어 더 많은 당분을 먹게 만든다. 가공식품은 또한 영양교란을 일으킨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자연의 음식을 맛보고 필요한 영양분을 얻어왔다. 누구나 특정 영양분이 부족하기에 특정 음식을 갈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공식품의 맛과 향은 영양과 무관하다. 이것이 인간의 오랜 시스템을 교란한다. 마지막은 장기능 문제다. 인간의 장에는 장내마이크로바이옴이 존재한다. 이들은 음식을 분해하고 인간에게 필요한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다양성이 중요한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30가지 이상의 채소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가공식품은 식이섬유가 없다. 그나마다 매우 단순하여, 밀과 콩, 옥수수가 거의 전부다. 이로 인해 현대인은 장내마이크로바이옴의 40%를 상실한 상태다.
이런 가공식품은 온 세계를 둘러싸 인간은 비만하기 매우 쉬운 상태다. 진짜 음식은 찾기 어려우며 상당수 저소득층은 서민들은 진짜 음식은 없는 식품 사막에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양결핍에 시달리면서도 하루에 500kcal를 추가로 섭취한다. 이는 빅맥하나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즉, 평생 하루에 건강한 음식을 먹는 사람보다 빅맥하나만큼을 더 먹는 셈이다.
비만이 야기하는 건강상의 문제는 상당하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인체의 주요 에너지원인 글루크스가 세포에 들어가게 돕는다. 당뇨가 생기면 인슐린 저항성으로 작용을 잘 하지 못해 바로 글루코스가 세포에 침투하지 못한다. 그래서 신체의 핵심부위가 위험해지는데 바로 심장, 신장, 신경, 눈이다. 당뇨로 인해 사람들은 시력을 상실하고 , 미국에서만 매년 당뇨합병증으로 12만이 다리를 절단한다. 시력 상실, 신부전증, 뇌졸증으로 수명이 무려 15년이나 감소한다.
비만이면 이 무서운 당뇨의 발병률이 남성의 경우 6배, 여성은 15배나 증가한다. 비만은 또한 허리와 무률, 고관절을 혹사시킨다. 남성은 과체중인 경우 무릎이나 고관절 수술 가능성이 176%증가하고 비만인 경우 320%나 증가한다. 체질량지수가 5% 증가할 때마다 심부전의 위험은 41%나 증가한다. 과체중과 비만은 허혈성 뇌졸종을 각각 22%, 64% 증가시킨다. 그리고 비만은 4-8%의 암과 관련한다. 체중이 증가하면 지방세포가 팽창하는데 그 한계에 도달하면 몸이 이를 손상이라 인지하여 신체 각곳에 염증을 발생시킨다. 항상 염증상태이기에 면역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실제 병이나 암세포에 대응역량이 약화되기에 각 종 암과 병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과체중이면 그래서 10년내 사망률이 20-40% 증가하고 비만이면 200-300%나 증가한다.
이렇게 비만이 위험하기에 비만 신약은 하나의 구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GLP-1 신약의 잠재적 위험도 하나 둘 보고 되고 있다.
우선 급작스런 감량으로 인한 얼굴과 엉덩이의 처짐 현상이 있다. 그리고 갑상선 암 위험이 있다. GLP-1 수용체가 갑상선에 많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췌장이상이다. GLP-1 작용제는 소화효소를 생상하는 췌장세포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췌장염 유발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위장 마비다. 음식 섭취의 저하로 소화기관이 느려져서 음식물을 소장으로 내려보내기 어렵다. 다음은 근육량 감소다. 급격한 체중감소는 근육량 감소로 이어진다. 만약 근손실이 심각한 노년층이 GLP-1 신약 복용으로 이게 가속화한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영양손실도 야기될 수 있으며 GLP-1의 수요증가는 약 공급이 이에 못미칠 경우 가격상승으로 인해 건강상 반드시 필요한 이들이 이것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유사품을 저렴하게 이용해 건강의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다.
GLP-1 신약의 다른 효과는 바로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다. 2013년 쥐의 뇌의 측좌핵에 GLP-1을 주입하는 실험이 있었다. 이 부분은 보상중추의 핵심이다. 보상중추는 특정 행위에 쾌락을 주어 생명의 유지와 번식을 가능하게 한다. GLP-1을 주입한 쥐는 정크푸드 섭취는 줄었으나 정상식품 섭취엔 영향이 없었다. 그리고 알코올 중독 쥐에게 GLP-1을 주입하자 놀랍게도 알코올 섭취가 60%나 감소했다. 헤로인이나 펜타닐에 중독된 경우도 마찬가지 였다. 이는 GLP-1이 생존에 필수적인 욕구는 어느정도 유지시키면서 중독의 치료에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GLP-1을 이용한 중독 치료 연구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GLP-1 신약이 인간의 보상시스템 전체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상당히 우려스럽게 제기된다. 보상시스템은 생명유지와 번식 이외에도 그것 이상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간의 욕망과 깊게 관련한다. GLP-1은 이것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사람의 우울증을 증가시킬 수 있고 사회 문화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려 생산성과 문명의 발전 자체를 저해시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23년 유럽 의약품청은 오젬픽에 대해 일부 사용자에게 자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임산부가 복용할 경우 태아의 뇌에 작용해 자녀의 장기적 보상시스템에 영구적 변화를 일으킬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비만 치료 제의 우려로 인해 저자는 또 다른 해결책을 탐색한다. 우선 사람이 탐식하는 이유는 생존과 즐거움, 마음의 위안, 과체중에 대한 심리적 보호 역할, 어릴 때 학습한 음식에 대한 생각과 감정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1950년대만 해도 대부분이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만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미 남성의 70%, 여성의 90%가 불만족한다. 이는 상업적 광고와 소셜미디어 때문이다. 이들은 물건의 판매를 위해 사람들에게 계속 그들이 뭔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런던 세인트 조지 병원의 100명 대상 조사결과 자신의 허리를 25%, 엉덩이는 16%나 더 크게 생각한다. 그래서 긍정적 신체 이미지를 갖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신체로 가능한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로 인해 사람은 걷거나 ,산책하거나, 책을 읽거나, 등산하는등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를 당연시 하지 않는 것이다. 다음은 신체 이미지는 구현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즉 운동을 하는 것인데 축구, 댄스, 농구, 등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일본을 찾는다. 일본은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부유해졌지만 비만해지지 않은 나라다. 일본의 비만률은 겨우 4.5%에 불과하며 심지어 이마져도 매년 0.8%씩 감소하고 있다. 일본음식은 매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한끼에 보통 60-65가지 재료가 들어가며 프랑스 음식은 고작 20개이며 가공식품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음식은 5가지 맛과 5가지 조리법, 5가지 색을 중시한다. 단맛, 짠맛, 쓴맛, 감칠맛, 신맛이며, 썰고, 굽고, 끓이고, 튀기고, 찌는 것, 검정, 흰색, 초록, 노랑, 빨강이다. 이는 영양소의 균형을 확보하는 건강한 방안이다. 일본은 음식가 사회문화 자체가 과식을 매우 어렵게 한다. 이들은 이렇게 먹을 뿐만 아니라 소식을 하는 특유의 풍습이 있다. 그렇기에 평균수명이 세계 1위이며 건강수명마저 그렇다. 요한하리는 일본의 이런 비만과 거리가 먼 음식문화가 하나의 답이라 생각한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