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교육 사용 설명서 - 학생 주도 수업을 위한
전상현 지음 / 테크빌교육(즐거운학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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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산업혁명을 앞두고 다양한 교육방법이 등장하는 가운데 주목받는 하나가 메이커 교육이다. 메이커교육은 글자그대로 학생이 도구를 이용해서 자신이 생각한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방법이다.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학생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식을 체계화하고 창의적으로 구체적인 결과를 배우는 가정을 통해 배워나가는 것이다.

 메이커 교육의 3요소는 매체와 학습자, 교사다.

 매체는 학생들이 무언가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과 지식을 쌓는데 쓰일수 있는도구라면 뭐든지 괜찮다. 종이부터 최신 3d 프린터까지 모두 포함된다.

 학습자는 관찰을 통해 선지식과 선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정보를 구성하고 학습한다. 자신의 생각과 글을 이미지로 표현하고 모둠원과 이야기하는 과정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수정해나가며 학습하는 것이다.

 교사는 학습자의 자유로운 생각이 허용되는 분위기를 만들고 생각의 가지치기를 도우며 협업을 위한 의사소통을 중재한다. 즉 코칭이나 퍼실리테이터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책에는 이런 메이커 교육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나온다. 종이를 통한 페이퍼 크래프트, 오븐에 넣으면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종이인 슈링클스, 종이전자회로, 트러스구조를 통한 무게 견디기 실험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메이커 교육엔 두가지가 힘들다고 한다. 우선 무언가를 계획하고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과 학생들 간에 서로 다른 배경지식이다. 이 두가지를 수업 사전에 자신이 만들거나 유투브등을 활용한 디딤영상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무척 인상적인 교육이지만 문제점도 보인다. 우선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만들기 활동엔 많은 시수가 필요하니 여러 교과를 함께 통합해 편성한다. 그러다보니 일부 교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위계를 잃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많은 만들기 활동을 통해 다양한 역량을 함양하겠지만 지식을 체계적으로 잘 쌓아갈수 있을지도 다소 의문이었다. 하여튼 이런 생각도 고리타분하게 느낄만큼 알찬 책이었다. 메이커 교육에 관심있는 분께 추천한다. 마냥 어렵게 느껴질수 있는 메이커 교육을 사례중심으로 잘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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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탄생 - 시대와 대결한 근대 한국인의 진화
최정운 지음 / 미지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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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우리 사회가 반지성주의와 교육만능주의 그리고 서구에 대한 지적의존으로 인해 교육지옥과 힘의추구라는 폐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본다. 한국사회는 지난 백여년간 사회 자체와 그 속의 개인이 엄청난 정체성 변화를 겪었음에도 자신들을 성찰하는 연구가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저자가 이 독특한 한국인의 정체성의 변천에 대해 자신의 연구결과를 담은 것이 이 책이다. 다 읽어보니 총 두권인것 같은데 '한국인의 탄생' 편에서는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까지를 다루고 다음편에서 현대편이 이어지는 것 같다.

 한국인의 정체성 변천을 연구하려다보니 저자는 곧 어려움에 봉착한다. 한국인의 사상과 철학을 담아놓은 체계적 저술이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상당기간동안 부재했던 것이다. 이는 거대한 혼란기로 인함인데 자신들이 신봉하던 성리학이 부정당하고, 서구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며, 일제에 강점당한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그럴만하다. 그래서 저자가 주목한 것은 바로 소설이다. 소설에 담겨진 인물상과 저자의 의도 파악을 통해 당대 한국인의 변화를 살펴볼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먼저 근대 이전의 소설에 주목하는데 우선 홍길동전이다.

 

1. 근대이전(홍길동전)

 한국인이 언제나 마음편하게 자신들의 작은 문제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소환할 만한 인물이 있다면 홍길동일 것이다. 홍길동이 비교적 편한 해결책인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바로 아이같은 외모와 폭력없이 상대를 해치우는 강력한 도술이다.

 작가인 허균은 연산시절의 혼란함에서 소설의 모티브를 따왔음에도 홍길동전의 시대를 하필 세종대로 설정했다. 이는 홍길동이 시대가 불러낸 영웅이 아닌 그런 것과 상관없는 천상의 영웅임을 설정하기 위해서이고 영웅의 시대적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함이었다. 허균은 사실 역성혁명을 하기 위한 대리목적으로 홍길동을 만들어낸 것이지만 당시 역성혁명은 성리학에 반하는 것이고 이에 물든 백성들의 정서에도 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허균은 충분히 역성이 가능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홍길동이 단지 율도국 하나만을 세우게 함으로써 혁명의 가능성만을 보여준다. 더구나 홍길동은 도술이 무척 뛰어나 적들을 농락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폭력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와 같은 폭력성과 혁명의 거칠음이 없기에 이후에도 한국인들은 부담없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홍길동을 쉽게 소환할 수 있게 된다.

 근대이전엔 소설엔 개인이 없다. 있다해도 성리학적 사고방식에 갇혀있고 선인과 악인으로 뚜렷히 구분되며 이렇다할 내면 표현도 적다. 소설의 주인공은 대개 영웅이나 특별한 주인공으로 그래서 제목도 대부분 - - 전이다. 내용도 권선징악이나 교훈을 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2. 근대소설의 등장

 서구에서 근대소설이 등장한다. 서구근대소설은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니며 자본주의라는 시대가 낳은 것이다. 자본주의로 인한 공동체의 붕괴로 근대소설엔 개인에 등장하며 개인을 부각시키는 다양한 도구가 등장한다(내면묘사) 그래서 근대소설은 어떤 개인의 생애를 기술하기 위한 문학형식인 경우가 많으며 그 안에서 인물은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며 세상과 공동체에 대항하여 맞서 갈등을 일으킨다. 근대소설은 아름다운 문체를 추구하지 않으며 천박한 문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실주의를 추구하는데 이는 진짜 사실이 아닌 없는 인물을 그럴듯하게 묘사하는 사실성의 추구다. 대표적인 예로 돈키호테, 파우스트, 돈후앙, 로빈슨크루스 등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개인주의의 신화적 영웅들이다.

 서구 역시 자본주의 등장 이전인 근대엔 서사시나 비극, 영웅담이 소설의 주류였으며 주인공은 개인이라기보단 우리의 경우처럼 공동체나 민족의 염원, 꿈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이였다. 그럼에도 근대 이전의 주인공들은 홍길동처럼 아이다운 경우가 많았으며 근대소설의 개인들은 성숙한 남성성을 표출한다. 그만큼 영웅에 아닌 개인으로서 세상에 부딪히는게 거칠고 힘들기 때문이다.

 

3. 구한말-대한제국까지(신소설-혈의 누, 치악산, 화세계)

  [피동적이고 주체성없는 약한 피해자 한국인]

 구한말에서 대한제국까지의 시기는 우리 역사상 가장 힘든시기중 하나였다. 사회의 시스템과 전통적인 공동체 질서는 완전히 붕괴했고, 외세의 침략이 눈앞에 있는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시기였다. 정계에선 매관매직이 판을 쳤고, 조정은 나라보단 자신의 살길을 찾았으니 일반백성들의 삶이야 어떠했을까. 

 이런 시기 서구 근대소설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 신소설이 등장한다. 이인직의 혈의누가 최초이고 귀와 성, 치악상등이 잇달아 등장한다. 작품엔 공통점이 있는데 주인공이 김옥련, 길순이, 이씨부인으로 모두 여성이며 각자 다른 처지지만 모두 끔찍한 운명에 처했고, 성격상 주체성이나 자의식 개성없이 끌려만 다닌다는 것이다. 이들은 피동적이고 내용이 없는 껍데기의 여성피해자로 우리나라 소설상 최초의 근대인이다. 강한 남성이 개인주의적 영웅으로 등장하는 서구와는 딴판으로 당시 시대상을 잘 반영한다. 소설의 다른 인물들은 이유없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한인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물질적 성공을 위해 전통적인 의를 무시하고 악행을 일삼는다. 하지만 이시기 소설은 아직 한국인의 금기인 비극으로 치닫진 못하고 끔찍한 운명에도 어떻게든 권선징악적인 해피엔드로 작품을 끝내는 경향을 보인다.

 1910년경에 이르러서는 주체성과 개성없이 피해만 입던 주인공들은 이 시기에 적응하여 영약하고 합리적인 근대적 인간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어쨌든 당시 사람들은 혼란한 홉스식의 자연상태에 높인 상황에서 강한 국가를 원했고, 그래서 이상스레 대원군의 인기가 오래도록 신화처럼 이어진다. 개화가 이어지며 언론을 통해 대한제국 정부의 무능은 더욱 드러났고, 반작용으로 오히려 일본과의 사회계약을 통해 강한 정부를 세우려는 일진회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일진회는 한일합방후 총독부의 명령으로 허망하게 사라질때까지 무려 100만에 달하는 회원을 가진 활발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을사늑약과 친일파들의 부역행위가 드러나며 일진회는 그 인기를 잃어간다. 반작용으로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과는 구분되는 조선인의 차별성이 부각되었다. 조선인은 구시대적 표현이었으며 일본이 만들어낸 일본국민과도 대비되는 민족이라는 단어가 채택되었다. 다음은 이 민족주의자의 탄생이다.

 

4. 1910년대까지(근대소설-무정)

[민족주의자의 탄생]

우리 민족이란 개념은 고통속에 탄생했다. 구한말 조선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일차 부정에 그 반작용으로 새로운 강한 권력을 찾았던 일진회를 포함한 친일행위에 대한 이차 부정이라는 이중의 부정속에서 탄생한 개념이었다. 국가가 없던 시기에 탄생했기에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일치하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했고 이같은 성향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민족주의자들은 1880년대부터 백성의 교육이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했다. 러일전쟁과 일진회의 행위에 대한 반작용, 민영황의 자결로 인한 고취는 개화민족주의를 형성했다. 이들은 교육을 통한 서구와 같은 사회건설이 목표였다. 반면 여기에 일제에 대한 강한 투쟁을 포함하는 것이 저항민족주의다.

 이 같은 분위기를 한국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는 이광수의 무정에 반영된다. 무정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형식은 한국 최초로 내면을 갖춘 근대적 인물이다. 내면을 가졌으므로 개인은 욕망을 가진 주체이자 그것을 자제하는 주체가 된다. 구한말의 주체없는 인물에서 진일보 한것이다. 당시 민족주의자들은 민족개화를 위한 지식이 필요했으나 이는 조선자체가 아닌 유학이라는 밖에서부터 얻어지는 것이었다. 민족주의자들은 이것에 목말라 했으나 그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조선안에 있던 모든 지식과 문화가 부정되고 외세에서만 구원을 얻을 수 있던 당시 상황은 지식과 체계를 모두 서구에 의존하는 지식의존주를 낳았으며 이는 오늘날까지도 강력하게 한국사회에 자리잡고 있다. 당시 민족주의자들은 본인들이 민족주의자이면서도 아직 민족을 강력하게 경험하지 못했고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정엔 이형식이 사랑을 통해 민족주의자로 눈을 뜨고 유학길에 오르지만 그들에게 환호하는 조선사람들은 아직 민족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인들에게 민족이 강력하게 등장한 것은 3.1운동이다. 3.1운동으로 민족이 비로서 확실히 등장했고, 일진회나 여러 다른 잘못된 길로 들어선 모든 이가 하나의 민족으로 통합하는 계기가 된다.

 

5. 1920년대(김동인의 소설들)

[강한 조선인의 추구]

구한말을 거쳐 일제시대초기까지 조선인은 피해자였고, 약자였다. 하지만 민족주의자가 등장하고 민족개념이 등장하며 비로소 강한 조선인 상이 요구되었다. 이 시기는 이런 강한 조선인을 소설상에 어떻게 상정할지를 고민한 시기로 평가된다.

 1920년대인 김동인이 있었다. 주로 연애소설을 쓴 것으로 평가되지만 저자가 보기엔 김동인은 약한 한국인과 강한 한국인을 대비시켜 강한 한국인을 꾸준히 발견하고자 노력한 사람이었다. 김동인은 -다로 끝나는 현대 한국어 문어체를 확립했다. 기존엔 -더라, -라. 등의 표현이 많았는데 -다의 표현이 자리잡아 화자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주어가 확실히 주체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김동인은 또한 그 또는 그녀라는 3인칭 표현을 확립하여 화자의 사고 구조를 근대화하였다. 그리고 이광수가 만들어낸 내면을 서간체와 고백체, 일기체등의 도입으로 더욱 소설안에 확립하였다.

 김동인은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위를 남의 행위를 의식함으로 인해 하게되는 사람들을 그려낸다. 김동인은 인간을 나누는 기준으로 약함과 강함을 독창적으로 제시하였고 약함의 이유로 당시 등장한 모더니즘 도시사회의 남을 의식하는 허영에서 찾아냈다. 그는 1920년대 말부터 소설에서 꾸준히 강한자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만든 강한 조선인은 약한자에 비해 내면도 없고 말과 생각없이 그저 강하게만 행동하는 괴물같은 존재였다.

 

6. 1930-40년대

[강한 조선인의 등장]

 1930년대에서 40년대를 거치며 서울은 대도시로 성장한다. 인구는 40만에서 100만에 달했고, 대중문화가 발달하고 익명의 대중사회가 되었다. 1910년대에서 민족개화의 의무를 띄었던 지식인들은 이젠 넘쳐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민족개화는 커녕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업에 시달렸다. 이런 모습은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와 이상의 날개에 잘 등장한다. 

 이 시기에 등장한 이광수의 유정은 한국에서 최초로 결말이 비극인 소설이다. 주인공인 최석은 지식인이자 부유하고 경성학교의 교장으로 지인의 딸을 키우게 된다. 문제는 주인공과 지인의 딸이 사랑에 빠진다는 점이다. 교장인 최석은 실제론 사랑을 자제했음에도 모함을 받고 모든 것을 잃게된다. 가족에게서도 제자들에게도 비난받는다. 만주와 시베리아 여행을 통해 그는 자살을 선택한다. 이런 사랑안에서의 갈등이 강한 조선인을 탄생시킨 비결이었다. 사랑해서는 안될 사랑을 상정해 갈등과 고뇌를 겪게 하고 이성과 욕망사이에서 두 힘의 갈등이 최대화해 강한 조선인이 탄생하는 식이었다.

 보다 제대로된 강한 민족주의자로서 강한 조선인은 임꺽정에서 등장한다. 임꺽정은 홍길동과 마찬가지로 필요에 따라 한국인의 필요에 따라 현재도 소환된다. 차이가 있다면 홍길동은 무해함과 비전복성으로 주로 생활문제의 해결을 맞는다면 임꺽정은 체제를 전복시키는 거친인물로 필요로 하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 임꺽정은 홍길동과는 다르게 거친 외모에 백정출신이고, 홍길동의 말도안되는 도술정도는 아니고 현실적인 힘을 갖는 편이다. 또한 왠지 현실적이지 않은 홍길동과는 다르게 소설에서 강하게 현실에 뿌리박고 있다. 임꺽정 자체는 다소 비현실적인 인물이지만 그의 가족과 그의 동료들이 처한 비참한 조선의 현실은 매우 현실적이기에 꺽정도 자연스레 현실성을 얻는다.

  임꺽정에 등장하는 또 다른 두개의 독특함은 반지성주의와 민중이다. 민중은 오래전에 등장한 말로 서구의 개념이 아니고 동북아 삼국의 지식인이 만들어낸 말이다. 그러나 특유의 아나키스트적인 뜻으로 말이 탄생한 중국과 일본에선 이미 오래전에 좌우파의 공격으로 사장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국에선 임꺽정이란 소설에서 살아남아 오랜 세월을 묶다 민주화의 시기에 폭발하여 자리잡게 된다. 반지성주의는 역설적으로 당대지식인들이 갖고 있는 것이었다. 지식을 통해 개화가 되고 무언가 이루어질줄 알았지만 상황은 무기력하게만 흘러갔다. 민중은 개화되지 않고 식민지 조선은 해방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일본은 더욱 강대해져만 갔다. 일부 지식인들은 친일로 돌아서기까지 한다. 그런 무력감에 반지성주의가 작품에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소설 임꺽정에서 꺽정은 글을 모른다. 심지어 언문조차 모르며 글을 배우려는 시도자체를 거부한다. 그러면서도 알것을 다 알고 일을 처리해내가며 두목이다. 힘이 가장 센자가 두목이 되는 것은 좀 이례적인 것으로 로빈훗이나 양산박에서도 두목은 무력순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정치력과 두뇌가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임꺽정에선 무력순이다. 반지성주의가 더욱 드러나는 점은 무리중 글을 유일하게 아는 서림이 잔학하고, 세속적이며 악한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하여튼 강한 조선인은 해방을 앞두고 마침내 등장한다. 전통문화에서 개인이 부재하고 영웅만있던 시점에서 구한말의 시대적 혼란으로 주체성 없는 피해자 개인이 등장한다. 그들은 각자도생에 성공해 영악한 인물이 된다. 그리고 조선의 부정과 일본이라는 강한 권력의 부정이라는 이중 부정을 통해 민족주의가 탄생한다. 민족주의자는 지식인이었으며 3.1운동을 통해 민족도 탄생한다. 그리고 민족을 이끌 강한 조선인 상이 요구되며 약함과 강함의 대비과정에서 강한 조선인이 탄생하고 이는 임꺽정에서 완성된다. 하지만 강한 조선인의 등장과 그 강함이 해방으로 연결되지 못한 상황과 반지성주의는 해방후 시대적 혼란속에서 반지성주의적 상황에서 힘을 추구하는 문제상황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반지성주의가 지식과 지식인에 불신과 의혹, 증오와 질투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 형성에 큰 장애를 미쳤다고 생각한다, 나아가서 개화주의자들의 교육만능주의는 이와 결합해 현재의 최악의 교육지옥을 형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럴듯한 분석이다.

 책을 읽으며 근대의 역사적 상황과 소설을 통한 민족적 과제 해결을 위한 한국인 상의 변천을 느낄수 있었다. 재밌고 흥미로웠다. 다음권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다소 작위적인 면도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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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스포트라이트 vol. 1 - 미래형 교육전문가를 위한 교육 이슈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팀 지음 / 테크빌교육(즐거운학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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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교사와 장학사, 연구원등 여러명이 모여 교육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갖고 엮어낸 책이다. 경력도 다양해서 3년차부터 수십년차까지 폭이 넓었다. 교육의 3주체를 말하면 보통 교사와 학생, 학부모다. 그런데 그동안 교육정책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교수진과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현장감이 없고, 정권의 입맛에 휘둘리며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정책을 양산했다.

 그래서 교육의 실패 그 첫번째 책임은 이들에게 정책을 맡긴 정부에 있다. 두번째 책임은 교사다. 잘못된 정책임을 알면서도 수수방관해왔다. 사실 교사집단엔 오랜기간 정책을 수용하고 시행하며 상명하복하는 자세만이 요구되어왔으며 이를 수동적을 수용해왔다. 마지막은 학부모다. 우리 학부모는 학교교육에서 경쟁을 필요악으로 여기며, 과정보다는 항상 결과를 중시하고, 학교교육에서 공동체적 삶보다는 내 아이의 성장만을 중시해왔다. 이런 사고속에 올바른 교육시스템도 왜곡시키고, 좋은 교육정책도 반대하는 행위를 해왔다. 전면적인 의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책에 나온 교육정책중 우선 독서교육에 눈이 갔다. 현행 독서교육은 독서를 학력향상에 이용하고 지나치게 많은 전시성 행사를 진행하고, 너무 많은 도서목록을 제시해 학생들로 하여금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의 독서교육이 독후활동에만 치중하고 있으며 그 독후활동도 토론이나 논술등의 형태로 주로 주지활동형태에 국한된다.

 때문에 독서교육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학력향상보다는 독서자체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독서는 호기심을 해결하고, 사고력을 신장시키며 높은 정서적 만족감과 지적 만족감을 제공한다. 학력의 도구로 독서교육을 진행하면 대부분의 인구가 그런것처럼 학교졸업과 동시에 독서도 끊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동아리형태의 활성화도 추천된다. 독서에 보다 관심을 갖는 학생들을 모아 수업외 동아리로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다음은 독서 전 활동과 독서중 활동의 강화다. 독서 전 활동은 책을 읽기전 도서를 선정하는 과정으로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살피는 과정이다. 독서중 활동은 더욱 깊은 활동으로 윤독이나 통독으로 독서과정을 함께하여 서로 모르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나누게 된다.

 다음으로 관심간 정책이슈는 자유학기제다. 자유학기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진로탐색과 다양한 교육활동 및 자기성찰의 시간을 제공하고자 만든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좋은 정책 중 드물게 짧은 시간내에 높은 지지를 받으며 안착한 느낌이다. 물론 내실이 있진 않다.

 자유학기는 다양한 활동으로 학생을 수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었고, 자유학기중 국가수준의 성취기준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교사로하여금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누릴수 있게 하였다. 또한 교육활동을 채워넣기 위해 교사들간의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활성하하였고, 이로 인해 학교간 교육과정도 다양화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활동을 보장할순 없기에 학생선택권 보장엔 여전히 한계가 있고, 도입된지 얼마되지 않아 운영프로그램의 전문성 문제가 있다. 그리고 자유학기에 창의적이고 역동적으로 운영되던 교육과정이 이후엔 그전에 고리타분한 교육과정으로 돌아가 연계성 문제가 발생하며, 아직 경쟁적 교육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자유학기중 학생들의 학력을 염려하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은 학습생태계다. 20세기는 대량생산체제로 학교도 이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식주입위주의 표준화 교육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21세기는 다르다. 교육을 학교에만 맡기는 시대가 지난 것이다. 지역과 학교, 학급, 개인의 분절성을 극복하고 학습을 둘러싼 학교와 지역사회의 작용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을 학습공간으로 여기는것이 학습생태계다. 현재 각 지역에서 운용하는 혁신교육지구, 마을교육공동체, 꿈의 학교, 꿈의 대학이 그 예다. 즉, 보육과 교육, 복지를 통합하는 것이다. 학습생태계는 공공성과 지역성, 앎과 삶의 일치성, 공동체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 책은 영재교육, 대안교육, 돌봄정책, 초등3교시 하교정책, 학부모교육방안, 고교진로교육, 학교생활종합기록부 등 많은 정책을 담고 있다. 초등과 중등, 교육3주체의 각 방안이 있다보니 책의 저자들 대담처럼 많은 부분을 넘나들수 있다. 교육정책에 관한 관심은 항상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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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인간이 되었나 - 불, 요리, 폭력, 패션 그리고 섹스를 통해 본 인류 진화에 대한 색다른 탐험
애덤 러더퍼드 지음, 김성훈 옮김 / 반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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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특별한 점은 대체 무엇일까? 이런 고민에서 쓴 책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무척 다르기에 최상위 포식자임에도 많은 개체를 유지하고, 지구의 다른 좀을 쥐락펴락 하고 있지만 사실 인간은 다른 생물과 공통점도 많다. 우선 다른 생물들처럼 동일한 유전암호를 쓴다. 이 암호는 딱 네글자인 A,C,T,G다. 별개의 세포조직에서 생명체를 이룬다는 사실도 같으며, 많은 세포들이 공통의 매커니즘으로 환경에서 에너지를 추출한다는 점도 같다.  

 인간의 독특한 점으로 우선 도구에 주목한다. 도구의 정의는 좀 복잡하다. 동물이 자신의 힘을 연장해서 물리적 작용을 가하는데 사용하는 동물의 몸 외부에 작용하는 사물이란다. 주먹도끼부터 최신 스마폰까지 도구에 들어간다. 인간의 주요 특징으로 도구에 주목 할 만한 것이 동물중 도구를 사용하는 종이 겨우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구를 만들려면 예지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며 또 그것일 정교하게 운동제어 행위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복잡한 도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과 그로 인해 다시 영향을 받는 인간을 생각하면 도구는 인간의 주요 특징중 하나로 봐도 무방할 것 같긴 하다.

 다음은 큰 뇌다. 그런데 인간보다 큰 뇌를 가진 동물은 생각보다 좀 된다. 특히 대왕고래는 뇌무게만 8kg에 달한다. 그래서 체중 대비 뇌의 중량비유로 비교해본다. 이러면 좀 상위권으로 가긴 하지만 여기서도 돌고래들에 밀란다. 거기에 체중대비 뇌의 중량비유로 본다면 그 수치가 보다 나은 남성이 여성들보다 똑똑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설명이 나오질 않는다. 그러면 뇌의 밀도나 뉴런의 수다. 이것도 좀 낫긴 하지만 몇몇 미생물은 뉴런의 수가 인간보다 많으며 새의 경우 작은 뇌에도 엄청나게 밀집해있다. 이것이 새가 작은 뇌의 크기에도 우수한 지능을 가진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인간의 뇌는 제법크지만 그것만으로 특별하다고 보기 어렵단 결론이 나온다. 뇌의 크기와 밀도, 체중대비 상대적 비중, 뉴런의 수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인간은 최고는 아니지만 이 지표에서 모두 최상위권이다. 거기에 진화과정에서 획득한 도구의 제작과 사용이 용이한 손의 형태와 이것을 가능하게 한 직립보행, 거기에 문명을 전달하는 말을 할수 있는 능력, 이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간의 뇌를 최고로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만일 돌고래에게 말을 할수 있는 능력과 손이 주어졌다면 그들은 우리보다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은 독특하게도 성행위다. 모두 동물이 다하는 것이지만 인간만의 독특한 점이라면 인간의 경우 성행위가 지나친 낭비라는 점이다. 성행위의 목적은 마땅히 번식이다. 그런데 인간의 경우 성행위 대비 번식 성공률이 고작 0.1%에 불과하다. 1000번의 성행위에서 단 한명의 아이만 태어나는 셈이니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따로 없다.

  인간의 성행위가 독특한 점은 스스로 하는 자위행위와 동성애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의외로 이는 동물에게서도 많이 나타난다. 영장류중 80종의 수컷에게서 그리고 50종의 암컷에게서 자위행위가 관찰되었다. 돌고래의 성행위는 더 기가막힌다. 한 수컷 돌고래는 바다장어를 자신의 성기에 감아서 자위를 한다고 한다. 손이 없으니 별짓을 다한다. 돌고래의 성행위는 더 경악스러운데 수컷의 무리들이 암컷 하나를 몰아넣고 집단 강간을 한다. 동물에게 이 표현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저자도 의문을 제기했지만 하여튼 그렇다.

 동성애의 경우 인간만의 특징으로 착각하지만 동성애는 자연에도 만연하다. 동성과 성관계를 오히려 더 많이 하는 경우도 쉽게 관찰된다. 번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성애가 자연계에 만연한 것에 대해 진화학자들은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왔는데 몇가지 단서가 있다. 우선 완전한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개체는 드물다는 것이다. 동물의 성적 성향은 완전한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의 어느 한점에 위치하고 그렇다보니 동성애적 성향이 강한 개체도 이성애를 완전거부하는 경우는 드물어 자손이 남겨졌다는 것이다. 다음은 게이삼촌가설과 할머니가설이다. 벌이나 개미처럼 자신이 번식을 하지 않더라도 유전적 유사도가 높은 형제자매의 번식을 돕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과 유사한 생각이다. 실제로 동성애 남성의 할머니, 고모, 이모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동성행위가 유전적 적합도를 높이는 행위라는 하나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도 동성애가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답은 주지 못한다. 애초에 진화엔 목적이 없기에 그냥 생겨난 것이 위와 같은 요인으로 유지되었을 수도 있으며 어쩌면 지니치게 높은 번식 의지에 비해 교미 기회가 적어서, 혹은 암수의 형태적 구분이 아주 극단적으로 완벽하진 않으므로 외모적 유사성에 의한 착각? 일 지도 모를일이겠다.

 마지막은 인간의 진화과정이다. 진화엔 목적이 없고, 방향도 없기에 인간의 진화만이 특별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 만들어진 면에는 독특한 우연과 특별한 면이 있다. 우선 우리 유전체의 8%는 우리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다. 놀라운 점인데 바이러스는 DNA없이 RNA만으로 자신의 유전체를 다른 생물세포를 통해 복제한다. 이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우리 유전자체 다른 생물이 꾸준히 침투해온 것이다. 실제로 태반은 4500만년전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바이러스 유전자에서 유래한 것이다. 태반은 그 이전부터 있었는데 이 기능의 획득으로 더 잘 기능하게 되었을 것이다. 놀랍게도 생쥐는 우리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이는 다른 바이러스로부터 다르게 얻은 것이다. 또한 인간은 염색체가 23쌍인데 다른 영장류들은 대개 24쌍이다. 60-70만년전 아마도 과거 2-3번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선조가 생겨났는데 그래서 지금 인간의2번 염색체는 유독크다. 전체 DNA의 8%나 되고 12개의 유전자가 있다.

 말을 하게하는 FOXP2유전자도 그렇다. 유전자는 복제를 여러개 해두는 경향이 있는데 영장류에서 이 유전체 복제가 유독 쉽게 일어난다. 실제 우리 유전체중 5%가 복제본이며 그 중 무려 삼분의 일이 인간에게만 존재한다. 여기서 다양한 변이가 일어나게 되어 진화가 촉발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FOXP2 유전자가 다른 생물에 비해 많다. FOXP2유전자는 오래된 것으로 다른 동물들이 내는 소리와 연관한다. 인간은 여기에 더 많은 변이가 일어나 말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이 말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목뿔뼈란 다양한 근육과 인대를 연결하는 독특한 뼈가 필요하고 혀가 필요하며 인지, 추상, 묘사능력을 갖춘 섬세한 심리적 기반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말을 듣고 해석할 청각적 장치와 두뇌 장치 말이 전달될 공기가 필요하다. 유전자 하나만으론 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다양한 인간의 독특성에 주목한다. 분명 인간이 독특한 것은 분명하나 인간을 그렇게 만든 많은 변화는 진화과정속에서의 우연과 그것을 촉발한 환경, 그리고 여러개가 서로 이를 뒷받침하며 일어났다. 도구는 분명 독특하지만 직립보행으로 인한 손의 독립, 그리고 도구를 쥐고 개발할수 있는 엄지방향의 변화가 필요했다. 거기에 큰 뇌와 도구 발달을 가속화하고 전달할 언어도 필요했다. 이 모든게 생물학적 우연으로 인한 진화기반과 문화가 갖이 작용하여 일어난 셈인 거시다. 결국 인간은 매우 특별하면서도 전혀 특별하지 않은게 책의 결론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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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 천 년의 믿음, 그림으로 태어나다 키워드 한국문화 1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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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 블로그]

 조선후기 추사 김정희의 그림 중 세한도라는 것이 있다. 바로 요것인데, 국보 180호라고 한다. 그림은 썰렁하고 황량하기 그지 없다. 느낌상 겨울이 분명하고, 집이라고 하나 있는데 문하나가 전부고 대충 그린 느낌마저 없지 않다. 그리고 사람도 동물도 하나 없다.

 이번에 본 책은 이 세한도의 탄생배경에 관한 책이다. 김정희의 삶과 이상에 대해 알수 있었던 책으로 자연히 세한도는 그 연장선에 있다. 김정희는 한때 잘나가는 집안의 사람이었다. 영조와 인척지간으로 정조때만해도 가문의 위세가 자못대단했다. 하지만 영조 사후 안동김씨가 득세하고, 자신의 집안이 그 반대 쪽에 위치하면서 수난이 시작된다. 1830년에 아버지는 전라도의 고금도로 그리고 1840년대에는 자신이 무려 제주도에 위리안치된다. 모함을 받아 일전에 숱한 고문이 있었으며 그 결과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의 관작마저 박탈된다, 그나마 아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본인의 목숨을 건지고 제주도로 귀양 간 것이 다행이었다.

 세한도는 귀양생활중 김정희가 남긴 그림이다. 김정희는 젊어서부터 그림과 북학에 관심이 많았다. 1644년 조선이 물심양면으로 사대해온 명이 망한다. 우리는 청에 당했어도 설마 명까지 하던 조선인들에게 명의 멸망은 충격이었다. 특히, 조선과 중국의 지식인들의 충격이 컸다. 그도 그럴것이 일단 사대하고 배울 대상이 사라졌다.  도덕이나 학문적으로 완벽하다고 느꼈던 나라가 일개 야만민족에게 망한 것이다. 이런 사태의 원인을 찾아야 했다. 우선 명의 멸망은 도덕적 쇠퇴와 그로인한 사상적 혼란에서 찾았다. 성리학의 피상적인 도학적 공리공론이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간파한 것이다. 이후 학문의 흐름은 경학의 핵심적인 요소로서 실용적인 경세의식을 강조한다. 때문에 경학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고증적 방법론이 떠올랐고, 실용적인 연구와 학문에 대한 관심이 증폭한다. 조선의 실학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처음에 조선인들은 무관심했다. 청은 야먄의 나라였던 것이다. 하지만 명의 잔존세력이 결국 제거되고 청이 안정화하자 청문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다. 주체는 정조였다. 그는 청의 문물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했다. 북학이 시작되었고, 청의 주요 지식인들이 사망한 후 수십년이 지나서야 그들을 공부하던 조선인들에게 그들과 현시대를 함께하며 학문을 연구하자는 병세의식도 자리잡았다. 정조 사후에도 북학의 유행은 가속화하였고, 중국 북경에 다녀오는 연행은 조선 지식사회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잡게 된다. 인싸의 필수 요소가 된 것이다.

 당대 중국의 지식인들은 서화를 중시했다. 그림과 시를 표현방법만 다르지 하나로 보고 함께 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조선사회는 시를 중시한 반면 그림은 천시했다. 때문에 연행을 통해 서화와 시를 모두 중시한 추사 김정희는 사실상 조선에서 최초로 학예일치를 이룬 사람이 된다. 전통시대 그림은 전문화가나 민간에서 그린 그림과 문인들이 그린 그림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문인들이 그린 문인화는 북종화와 남종화로 구분하는데 남종화는 사물의 형상보다는 작가의 내면세계를 묘사하는데 중점을 둔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그래서 당연히 남종화가 된다.

 추사는 연행을 통해 짧은 만남이었지만 옹강경이라는 당대 최고 학자의 제자가 된다. 완원이라는 학자와도 교분을 쌓았다. 추후 서신을 주고 받으며 학문적 교류가 계속되고 추사의 학문적 깊이는 더해갔다. 추사는 학문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당대의 대표적인 학자들의 작업을 점차 연구해갔다. 당대의 두부의 시를 알고 싶다면 명청대에서 대표작에서 시작해, 송대, 원대, 그리고 두보로 접근하는 식이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두보의 아류가 되지 않고, 그와 동등한 입장에서 같은 경지에 오를수 있다고 본 것이다.

 추사는 호 가 무척 많았다. 무려 백개에 달했다고 하는데, 조선시대 이름에 관한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지금 현대인은 하나의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가지만 과거의 양반들은 그렇지 않았다. 일단 태어나며 어릴적 이름은 아명이 주어진다. 아명은 대개 깊고 큰 의미보단 다소 우스꽝스럽고 귀여운 이름이다. 그러다 성인식은 관례를 하게되면 우리가 아는 이름이 부모로부터 주어진다. 김정희가 그것이다. 그리고 학문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주로 스승으로부터 '자'가 주어지며 학문적 교류를 하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자신이나 친구들이 그에 걸맞는 '호'를 붙여준다.  자신의 이름이 성인이 되어가며 부모로부터 주어지다가 스승 및 친구 자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즉, 조선시대의 이름짓기는 주체성의 확립이자 홀로서기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여튼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생활을 하며 그린 것이다. 그는 유배지로 향할적만 해도 자신의 친우가 안동김씨의 일파중 하나여서 오래지 않아 풀려날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유배생활 3년만에 죽자 희망은 사라진다. 그리고 젊어서부터 그렇게 친하던 친구들도 하나하나 교류가 끊어져간다. 정계에서 안동김씨들의 위세는 사그라들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 자신이 추천했던 이상적이란 역관만이 추사에 최선을 다한다. 연행을 자주다니는 직업이다보니 추사가 원하는 청의 책이나 서화등을 구해준다. 추사는 이상적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세한도를 그에게 준다.

 세한도는 당대 그림들과는 좀 다르게 조선의 종이로 만들어졌다. 황량한 마음을 사치품은 중국 종이에 담을 수 없어서다. 또한 종이를 이어 붙여 길게 그렸다. 나무는 네 그루엔데 노송인 소나무는 종을 알 수 있지만 나머지 3종은 침엽수일 뿐 알수 없다. 소나무나 잣나무등 침엽수가 겨울에도 버티기에 사대부로 부터 한결같은 마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오래 사랑받았다. 노송은 보통 추사자신으로 보는데 아직 소나무이지만 오랜 유배로 꺾이고 망가지며 외로움이 느껴진다. 노송의 가지로 제목과 인장이 연결된다. 이런 독특한 인장으로 인장도 세한도에선 작품의 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이상적은 이를 북경에 가져간다. 당대 중국학자들은 워낙 유명했던 추사와 그의 작품 그리고 이들의 우정을 보며 감탄한다. 세한도의 이런 배경을 알고 나니 그림이 더욱 쓸쓸히 느껴진다. 세한도는 자신의 신세에 대한 처량함과 그러면서도 아직 굴하지 않음 그리고 친우에 대한 우정이 담긴 그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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