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 학교수업이 즐거워지는 9가지 인지과학 처방
대니얼 T. 윌링햄 지음, 문희경 옮김 / 부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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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학습하는 과정을 단순화하면 환경-작업기억-장기기억의 순이다. 환경이 뭔가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면 인간은 그것을 해결하거나 이해하기 위해 관심과 주의를 기울인다. 이 관심과 주의가 일어나는 부분이 작업기억이다. 의식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여튼 문제는 이 작업기억은 용량의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간은 한 번에 혹은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한다. 이 작업기억에서의 일이 훌륭히 처리되면 해당 자극은 장기기억으로 넘어간다. 학습이 일단된 것이다. 책은 이런 인간의 기본적 인지과정을 전제로 하여 교육적 논의를 전개한다. 최근 2022개정교육과정은 개념기반교육과정을 그 토대로 하는데 개념의 이해와 그것의 확장적용을 목표로 한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개정교육과정의 이해에 함의가 있다.

 아이들은 학교를 대개 싫어한다. 많이 좋아하기도 하는데 대개의 경우 학습보다는 친구들과의 관계와 함께 노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를 싫어하는 것은 학교가 학습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그 과정에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쉽고 성공적이라면 싫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적응을 위해 인간의 뇌는 모르는 것에 호기심을 갖는데 하지만 이것을 생각하여 학습하는 것이 어렵다. 인간은 호기심이 생기면 새로운 생각과 문제를 탐색하는데 여기서 이것이 지나치게 쉽거나 지나치게 어렵다면 쉽게 포기한다. 이런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설계와 도움이 교육에선 무척 중요해진다. 

 인간의 인지구조를 고려하면 학습이나 생각에는 4가지 요소가 성공적이어야 한다. 우선 환경에서 정보를 얻어야하고, 장기기억에서 관련도니 사실이나 절차를 불러 와야 하고, 작업기억안에 이를 해결할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 중 하나만 실패해도 생각이나 학습은 성공적이지 못하게 된다.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고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단순 지식의 효용성은 많이 감소했다. 물론 과거 교육이 이해와 적용을 바탕에 두지 않은 단순 암기를 시키면서 그것을 안다고 간주한 것은 큰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시대건 인간에게 단순 지식의 양은 상당히 중요하다. 지식이 있어야만 뭔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학습을 하면서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는 것과 연관시켜 이해를 하게 되는데 그래서 학습에서는 비유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지식이 풍부해야 상위적 사고인 비판적 사고나 창의적 사고, 문제해결능력 등이 배양된다. 우리의 학습 대상은 주로 글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글은 상당히 많은 틈새를 가지고 있다. 틈새는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저자가 글을 쓰면서 모든 것을 다 설명한다면 그야말로 사전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는 독자의 일정 수준을 전제로 하여 많은 것을 생략하는 틈새를 글에 남기게 되며 바로 이 틈새를 이해하기 위해서 독자는 적지 않은 배경지식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배경지식은 갖는 이점은 많다. 어휘를 제공하며 저자가 생략한 논리적 틈을 스스로 메울 수 있게 하고,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의미덩이를 만들어 작업기억의 용량을 확보하고 개념을 서로 쉽게 연결하며, 모호한 문장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저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점은 무엇보다도 작업기억을 충분히 마련해준다는 점이다. 2차대전에 일어난 제노사이드에 관한 책을 읽는다면 당시의 국가들의 모습과 정치적 상황, 주요 지도자들, 위치 등이 배경지식으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책의 논의인 제노사이드에 대해 집중할 만한 작업기억이 확보되는데 그러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면 그런 부수적인 요소에 집중해 책의 논의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초등학교 4학년의 슬럼프의 요인이 배경지식때문이라 파악한다. 초3까지는 기초 문해력에 초점을 두어 글자해독에 초점을 두고 평가도 그에 집중한다. 하지만 초4는 그러한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기에 이해력 평가에 초점을 두게 된다. 여기서 학생 개개인이 갖는 배경지식이 영향을 미친다. 가정형편이 우수하여 다양한 체험과 서적을 접한 아동은 배경지식이 많아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되고 반대는 형편없이 지는 것이다. 

 배경지식은 기억에도 영향을 미친다. 배경지식이 많은 사람이 특정 분야를 배울 때 관련 지식을 더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는 누적 효과를 미쳐 배경지식이 부족한 학생과 기억에서 점차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되고 이는 더 많은 학습능력의 차이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기초 개념 교육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교과의 모든 지식을 제한된 학교교육에서 실행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여러 교과과정에서 주요 공통개념을 넣고 여러 가지 주제를 하나 이상의 개념틀로 바라보고 이해하도록 가르치는게 중요하다. 개념기반교육과정의 핵심개념은 여러 교육에 적용될 수 있으며 여러 교과에서 공통 핵심개념을 프로젝트로 묶어 학습하게 하는 것이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학생이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보에 주목하지 않아 작업기억에 아예 안들어가는 경우다. 즉, 재미가 없어 집중하지 않은 것이다. 장기기억에서 정보를 끌어올리지 못하거나, 장기기억에 정보가 아예 없거나, 작업기억에서 관심을 기울였으나 결국 이해하지 못해 장기기억으로 넘기지 못한 경우다. 기억의 향상에는 반복과 정서적 관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그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자료가 학생들에게 의미를 두게 하는 것은 교육적 함의를 지닌다. 경험중심 교육과정을 주장한 듀이나 마크프렌스키 같은 교육학자들은 학생의 학습을 모두 실생활과 관련시킬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학교교육내용을 그렇게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이 제시하는 좋은 방법은 학습자료를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다. 

 이야기는 많은 강점을 지닌다. 이야기는 4가지 원칙이 있는데, 4C다. 하나는 인과성(casuality)로 사건이 인과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다른 요소는 갈등, 복잡성, 인물이다. 이야기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인간이 바로 이야기구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 주변의 환경을 이야기로 연결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인간의 뇌가 주변의 것을 중요한 부분만 압축하여 인과적으로 연결하여이해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변 환경의 모든 것에 집중하고 이해하기에는 뇌의 의식이 너무많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야기는 이해 및 기억의 쉽게 재미있다. 

 학교교육의 목표는 본질적으로 추상화의 성공이다. 추상화는 학교에서 배운 구체적인 사실에서 일반적 원리를 찾아내어 이를 일상생활에서 부딪힐 새로운 문제의 해결에 창의적으로 적용해내는 것이다. 이는 개념기반교육과정의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고도의 과정이다. 추상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학생이 풍부한 지식을 익히고 있다는 뜻이다. 지식이 풍부해야 주어진 주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지식의 단편들을 훨씬 풍부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체를 볼 줄 알기에 하나의 지식을 다양한 맥락에 적용할 수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며 일부가 변해도 전체 시스템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추상화가 되면 지식의 전이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 전이, 즉 추상화를 위해서는 문제의 표층구조가 아닌 심층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수학을 예로 들면 학생들은 단순 수식 문제는 대개 해결한다. 하지만 이것이 서술형으로 등장하며 표층구조가 달라진다. 하지만 결국 다양한 서술형 문제도 같은 단원의 수학에선 심층구조가 같은데 이를 파악해야하는 것이다. 심층구조를 익히게 하는 방법으로 좋은 것은 다양한 예시다. 학생에게 다양한 예제를 제시하여 경험을 쌓게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교육에서 연습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연습은 정신 작업에 필요한 공간을 줄여 작업기억을 확보하게 한다. 연습은 어려운 기술을 습득하는데 필요한 기초기본기술과 지식을 탄탄히 하여 이를 돕는다. 그리고 한 번 익힌 것을 잘 망각하지 않게 하며, 지식의 전이 가능성을 높인다. 연습을 많이 하게 하면 해당 지식이나 절차가 자동화된다. 이는 자전거나 자동차 운전을 처음 배울 때 상당히 의식적으로 집중하나 오랜 시간을 들여 연습하여 익숙해지면 거의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이 처리되는 것과 같다. 자동화하면 해당지식과 기술을 수행하는데 작업기억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다른 일을 학습하거나 처리할 여유를 갖는다. 그래서 운전하면서 뭔가를 먹거나, 이야기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게 위험하나 가능한 것이다. 

 또한 연습은 전이를 촉진한다. 연습을 통해 많은 경험을 얻어 학생이 여러 다양한 표층구조를 가진 문제들이 사실 같은 심층구조를 갖고 있음을 파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전문가와 일반 학생의 차이다. 전문가는 해당 분야에서 탄탄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어 대부분의 지식을 의미덩이로 묶어 낼 수 있어 상당한 작업기억을 갖고 있다. 전문가는 문제와 상황에 대한 표상을 장기기억에 보관하는데 이런 표상은 대개 추상적이다. 그래서 전문가는 부수적인 곁가지를 무시하고 곧바로 심층, 즉 유용한 정보에 파고드는게 가능하다. 즉, 쉬게 말해 문제의 본질을 바로 파악하고 접근하느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전문가는 실용적인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습득하고 정신 과정을 자동화하여 작업기억의 공간을 절약한다. 그리고 이 남은 작업기억을 문제 해결을 위한 자기와의 대화에 활용하고 효과적인 자기검증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전문가는 지식의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교육적 함의들은 결국 교사의 이해와 노력에 의해 실천이 가능하다. 교사는 대개 초기 5년간은 교수능력이 발전하다가 이후엔 정체된다. 교직에서 경력이 수십년 된 사람과 5-6년 된 사람이 큰 차등이 없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다. 교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수법을 개발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자신의 교수법에 대해 평가를 받고,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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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에 확신을 더하다 - 여섯 명의 현직 초등교사들이 이야기하는 메타인지 측정 확신평가
강동훈 외 지음 / 북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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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평가는 대입 시험인 수능이 객관식 평가인 만큼 사실상 선다형 평가 문항이 지배하고 있다. 혁신교육이나 IB등 여러 가지 교육 방안이 도입되고 있지 않지만 아직 까지 그리고 앞으로 적지 않은 기간 선다형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이 진학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선다형 평가는 지배적인 것이 문제여서 그렇지 그 자체가 그리 나쁘진 않다. 점수로 학생의 성취도가 수치화 되고 수학 계산 능력이나 고등 사고력이 아닌 단편적 지식의 측정엔 그런대로 쓸만한 도구다. 

 선다형은 고등사고력이나 진짜 실력을 측정하지 못한다는 문제 외에도 소위 찍기의 문제가 있다. 선다형은 보기가 4개이면 25% 5개이면 20%라는 행운의 정답률이 문제다. 물론 이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의 찍기이고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학생이라면 거의 두 개정도로 답을 좁혀 고민하여 찍기에 정답확률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게 선다형의 최고 문제점이다.

 확신 평가는 이런 선다형 평가의 고민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제시한다. 토니 가드너 메드윈은 1995년 확신평가를 적용하고 연구했다. 확신 평가는 매우 간단하다. 자신이 푼 문제에 대해 확신 수준을 기입하고 그것에 대한 반대 급부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생은 자신이 푼 문제에 대해 확신수준은 1-3점 정도로 부여한다. 그리고 채점하여 맞추면 그대로 점수를 부여하고 확신이 강하면서 틀린 경우 큰 마이너스 점수를 부여하는 식이다. 

 이런 확신 평가로 학생 점수가 부여되면 학생은 요행으로 맞추는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되어 선다형 평가의 큰 단점인 찍기에 대한 시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확신평가는 평가결과를 보고 학생의 정의적 피드백이 가능하며, 문제 해결과정에서 학생이 정확히 알고 풀었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게 가능하고, 문항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기초적 선다형이므로), 개별 맞춤형 피드백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

 확신 평가를 학습자 유형을 8개로 분류한다. 1차 평가를 통해 확신도 높고 정답이 높으면 심화 문제를 부여한다. 여기서 심화도 맞추면 완성형 학생, 틀리면 보류형으로 분류한다. 1차 평가에서 확신은 있었는데 정답이 아니라면 동형 문항을 낸다. 이걸 맞추면 과신형, 틀리면 오류형으로 분류한다. 1차 평가에서 확신이 없었는데 정답이라면 역시 동형문제를 낸다. 이걸 해결하면 신중형이되고 틀린다면 행운형으로 분류한다. 마지막으로 확신과 정답이 모두 없었다면 기본형 문제를 제시한다. 이것을 해결하면 기초형으로 틀리면 지원형으로 분류한다.

 확신 평가에서는 완성형과 보류형, 그리고 기초형과 지원형이 적어도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즉 메타인지는 있기 때문에 과신형과 오류형, 신중형, 행운형을 진짜 실력에 따라 이 쪽으로 분류하려는 노력을 한다.

 책에는 확신 평가에 대한 예와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웹 등이 소개된다. 재미 있는 평가 방식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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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 김누리 교수의 대한민국 교육혁명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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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생각보다 병들어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소득이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인은 겨우 24%만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59%는 더 벌어져야 한다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공정한 운동장에서 능력에 따라 배분하는게 옳다는 능력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답니다. 또한 자녀에게 관용을 가르쳐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겨우 45.3%가 찬성했는데 이는 조사 52개국 중 당연히 5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김누리 교수는 한국이 이런 정신병에 빠진 야만의 트라이 앵글로 경쟁-능력주의-공정을 말한다. 한국인은 이런 야만을 내면화시켜 약탈적 자본주의와 천민 자본주이에 허덕여 고통받으면서도 그것을 놀랍게도 자신의 무능과 노력 부족으로 치환시켜 내면화해 저항조차 하지 않는다. 이는 에리히 프롬이 말한 정상성의 병리성 현상이다. 

 한국은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데 이렇게 된 이유로 저자는 3가지 정도를 꼽는다. 우선 일제국주의에서 시작한 사회적 다윈주의와 이후 미국의 시장 자유주의의 혼합이다. 둘다 무한한 경쟁을 옹호하는 체제로 이 둘은 한국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둘째는 사회 자체가 너무 불평등해 경쟁이 격렬하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자산을 국민소득으로 나눈 값을 피케티 지수라 하는데 이 값이 높을 수록 자본이 유리하고 노동이 불리한 세습자본주의 사회다. 한국은 이 수치가 무려 9인데 프랑스 혁명 당시 불평등했던 프랑스의 수치가 7.2에 불과하다. 마지막은 한국이 강력한 평등지향적 사회라는 점이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기존 기득권 세력이 완벽히 몰락하였는데 그렇다보니 강력한 평등지향과 경쟁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의 병리에 저항해야하는 사회의 주요 조직 중 하나가 대학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은 그런 일을 하기는 커녕 자본의 시녀로 완벽히 종속되어 있다. 물론 대학이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적어도 독재정권까진 대학은 권력에 저항했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대학은 지적 세계의 거주자가 아니라 시장의 소비재로 전락했다. 진리 탐구는 사라지고 기능적 정보만 넘쳐난다. 학생은 취업을 위해 소위 스펙 쌓기에만 열중한다. 그래서 지금의 대학은 학생회가 서지도 않고 온갖 사회 비리와 국제 문제가 터져도 조용하기만 하며 대자보하나 붙질 않는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신문사들이 감히 대학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적 탐구가 아닌 딱 재별이 대학에 원하는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한다. 취업률이 얼마나 높냐, 영어 수업은 얼마나 뒤느냐 등의 식이다. 거기다가 자본 권력은 대학자체를 구매하기도 한다. 삼성은 성균관대를, 두산은 중앙대를 매입했다. 그러다보니 교수마저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했고 학생은 자본의 도구로 기능하면서 그것이 어느 순간 정체성이 되어 버렸다. 이처럼 자본은 직접 대학을 인수화하거나 대학 평가로 이데올로기를 장악하면서 대학을 탈정치화해버렸다.  

 특히나 한국은 대학의 공영성이 매우 낮다. 대부분의 대학이 사립대학이며, 그 사립대학 마저도 공공의 재정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 OECD국가들의 경우 대학재정의 90%이상을 정부재원으로 충당받아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자유로운 학풍을 추구할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 고작 15%에 불과하다. 자본의 노예가 될 수 없으며 학생에게 막대한 등록금을 부과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과거 이승만의 잘못이 크다. 그는 북한에 맞서 토지 개혁을 단행한다. 유상매수, 유상분배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지주 자본들이 산업자본으로 전환하였다. 다만 학교설립을 하면 땅의 소유권을 유지하고, 다양한 특혜를 제공하였는데 그러다보니 한국이 이처럼 사립학교가 난무하게 된 것이다. 이는 각종 사학 비리와 교육의 자본 종속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은 지나치게 공정에 몰두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각종 학벌과 인맥의 부작용을 경험했기에 그에 대한 반발이라 생각된다. 오죽하면 지난 대선의 화두가 공정이었을까. 하지만 공정을 불공정과 특권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공정하기만 하면 그 게임의 패자에겐 막대한 불평등과 차별이 부여되도 괜찮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공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공정은 사실 정의 구현의 수단이자 과정에 불과하다. 공정은 규칙이지만 정의는 원칙이며, 공정은 상식이나 정의는 철학이고, 공정은 수단이지만 정의는 목적이며, 공정은 시장논리이지만, 정의는 사회의 논리다. 지금 한국에서 이런 기만적 공정을 가장 정당화하는 분야가 교육이다. 공정을 명분으로 기계가 채점하는 수능은 자유와 개성, 사유를 말살한다. 그리고 상대평가로 인해 학생은 경쟁을 하게 되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대와 공감을 잃고 인간성을 상실한다. 이처럼 경쟁교육은 한국인을 잠재적 파시스트로 만들고, 능력주의는 헬조선으로 만들었으며, 공정주의는 불평등과 차별의 사회를 고착화한다. 

 저자는 대안으로 독일의 사례를 제시한다. 독일은 2차 대전의 전범국이지만 68혁명 이후, 교육혁명을 이뤄내며 진보적, 도덕적 국가로 자리매김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2015년 시리아 난민을 무려 117만이나 수용한다. 이는 독일의 경제가 튼튼한 덕분도 있지만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관용의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를 시민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정치권은 재집권이 어렵기에 철학이 있어도 시행하질 못한다. 독일은 실제 2017-2019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국가로 선정되었으며 2015년 이후 무려 400만의 난민을 수용했는데 이는 전국민의 5%에 해당하는 수치다. 

 독일은 과도한 학습도 노동으로 치부하여 과도한 학습 노동을 법으로 규제한다. 대개 초1-2학년은 하루 30분, 초 3-4는 40분, 5-6학년은 92분, 7-10학년은 120분 이하다. 시험도 1주일에 2과목 이상을 실시 할 수 없으며, 하루에 1과목 이상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대부분의 학교가 1시에서 3시면 수업이 끝나고 오후에 학생들은 영화나, 연극, 공연, 연애 등 철저한 자유시간을 보낸다. 

 독일의 대학 시험은 아비투어는 90%이상의 학생이 합격한다. 독일은 대학 희망 3원칙이 있는데 학생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 원하는 시기의 진학이다. 물론 독일도 국문과, 법대, 의대 등 지원희망을 많은 학과가 있다. 국문과가 인기 있는게 특이한데 독일은 방송, 출판, 언론 등 글쓰기와 관련한 지적 영역이 넓어 이 분야의 직업이 폭넓기 때문이다. 의대의 경우 인기가 많아 대부분 대기 시간이 7년이며 이 정도를 기다리면 거의 대부분이 입학이 허용된다. 그래서 독일엔 어린 대학생이 적은 편이다. 또한 놀랍게도 학과 대기시간이 길수록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높다. 

 독일이 이렇게 된 것은 68혁명 때문이다. 우리의 통념과는 달리 독일 역시 전후 자신을 철저히 반성하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진 못했다. 상당한 나치협력자들이 정재계에 가득했다. 하지만 68혁명이후 사회 개혁을 이뤄내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당시 독일은 긴급조치법으로 68혁명을 주도하는 대학생을 대학에 가두었는데, 그들의 영역이 대학내로 제한되며 역설적으로 대학 개혁부터 시작해 사회개혁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독일에 68세대가 있다면 한국엔 86세대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독재와는 잘 싸웠을지 몰라도, 이후 제대로 된 사회를 구축하지 못했다. 한국의 86세대는 군부독재하의 비정상사회를 민주정부하의 비정상사회로 바꿨을 뿐이다. 이들은 정치적 정당성을 가진 새로운 기득권이 되어 많은 영역에서 비정상성을 심화시켰다. 86세대는 결국 한국교육의 경쟁주의, 능력주의 우열사고, 권위주의를 척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신자유주의 식으로 왜곡하고 악화시켰다. 

 저자는 교육개혁을 위해 교사의 역할을 강조한다. 실제 독일의 교육개혁과 사회개혁에도 교사의 역할이 지대했다. 독일의 연방의회의 경우 13-15%의 의원이 교사출신이다. 또한 OECD 평균 교사 출신 의원도 10% 정도이며 핀란드가 20%로 최고다. 하지만 한국은 사실상 0명이며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에 대한 사회적 주목이 이뤄지며 이번 총선에서 간신히 2명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한국의 교사는 정치적 권한이 모두 사멸된 상태다. 이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의무때문이다. 이승만정권은 정권을 위해 교사를 마구 정치운동에 강제 동원하였는데 교사의 정치 중립 의무는 이런 행위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생겨났다. 하지만 박정희가 이것을 악용하면서 정치적 권리를 박탈한다. 저자는 교사는 지적으로 훌륭하고 직업적으로 높은 윤리성을 요구 받는 집단이기에 교사는 이대로 정치적 금치산자로 묶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정치영역에서 사회적 손실이라 주장한다.

 저자는 대학의 개혁을 주장한다. 대학 개혁 방안으로 국가 차원의 대학 재정지원을 주장한다. 그리고 대학 차원의 대학 개혁도 요구하며 교수가 대학개혁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대입시험의 폐지, 대학서열의 폐지, 대학등록금 폐지도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 교육의 대전환도 주장한다. 능력주의에서 존엄주의로, 성장을 위한 교육에서 성숙을 위한 교육으로, 경쟁교육에서 연대교육으로, 지식교육에서 사유교육으로의 전환이다. 

 저자가 보기에 현대 한국의 과제는 인간 존엄성 회복과 사회 정의의 실현이다. 그리고 존엄교육은 능력주의 교육을 대체하는 것으로 자신이 얼마나 존귀하고, 타인 역시 얼마나 존귀한지를 인식하게 하는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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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의 시대
이진우 지음 / 다산스마트에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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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교육계는 바야흐로 에듀테크의 시대다. 교사 집단은 개별적으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선도하느냐, 마지못해 따라가느냐, 저항하느냐의 정도로 대응에 차이를 보이지만 거대한 그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가속화한 것은 아무래도 코로나 19다. 세계적으로 수백 만의 희생자를 가져온 병이지만 적어도 세계를 디지털의 세계로 이끈 것이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19의 역할이었다. 

 에듀테크는 많은 장점을 갖는다. 우선 교육계의 숙원인 개별화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상당히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제공하여 학생 중심 수업을 돕고 교사의 수업 설계 및 준비도 돕는다. 시공의 제약을 상당히 초월하게 해주며, 그 자체가 디지털 네이티브인 지금의 학생에게 상당한 동기유발을 한다. 또한 학생은 디지털 세상을 살아갈 수 밖에 없기에 에듀테크는 학생의 디지털 역량을 배양하고, 공교육에서의 실행은 그 자체가 디지털 격차를 줄여준다.

 책은 에듀테크에 대한 필요성과 시대적 배경, 교육에 대한 생각을 길게 풀어놓는다. 이는 업계에서 오래 종사한 저자의 현장경험과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 실제로 저자는 에듀테크를 도입하는 학교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한 에듀테크가 한 학교에 성공적으로 도입되려면 진압 장벽이 많다. 우선 그 기술의 선정이다. 다음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물리적 기반의 구축이다. 테블릿이 필요하면 1인 1기기 모든 학생이 무리 없게 인터넷에 접속 가능하게 할 망의 개설, 충전함의 설치 및 구매다. 그리고 이 모든 기기를 구입하려면 물품관리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구매하고 나면 교사의 교육이 이어져야 한다. 있는 힘껏 도입했어도 선생님이 의지와 역량이 부재해 사용하지 않는다면 교실 한켠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게 된다. 때문에 그것의 필요성에 대한 학교차원의 제고와 노력, 연수가 필수적이다.

 시대는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지만 교육계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당장 초등의 경우 2022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영어와 수학에서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 사실 디지털 교과서 자체는 10년전에 개발되었다. 하지만 그 때는 단순히 교과서를 이미지로 변환하여 보여주는 정도에 그쳤고, 교과서 파일도 수백메가로 무거웠으며 일선 학교에 망과 디지털 기기도 전무하던 시절이었다. 이번 교과서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학생을 분석하고 지원하며 교사가 관리하게 한다. 당장 학교는 적어도 다음 학기에는 내년에 학생들이 학습할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선정해야 한다. 

 시대는 다가오는데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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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 성적의 판도를 가르는 뇌 최적화의 기술
대니얼 T. 윌링햄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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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혁명 이후 숙련된 공장 노동 인력이 필요해지며 학교교육이 현대국가에서 대중화되었다. 그 이후로 사회에서 더 좋은 직위와 돈을 얻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거의 반드시 공부를 잘 할 필요가 있었다. 문명 이후 인간에게 학습은 늘 중요한 것이었지만 이렇게 분과되고 실생활과 유리되어 보이는 것에 대한 대대적인 강요는 아마 사실상 처음이었다. 우린 아직 글쓰기 능력조차 유전자에 새기지 못했기에 이런 학문에 대한 학습은 더욱 취약하다. 

 그래서 현대 사회에서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은 소위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꾸준히 탐구하고 그것에 시달린다. 책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은 이런 공부를 잘 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상당히 많은 팁을 제공하고 있는데 다 읽고 보니 뻔하다는 생각이 좀 들기도 한다. 그래도 적정하고 일반적으로 적용될 만한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러 부분에선 의미가 있기도 하다.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상당히 방대한데 크게 수업시간에 집중하기, 필기하기,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기, 자신을 적절히 통제하기 정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은 상당히 많은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수업을 메타적 측면에서 바라본 경험이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업을 계획하는 것은 교사고 학생은 아직 인지적 능력이 부족해 처음 듣는 내용으로 가득찬 수업을 그렇게 상위에서 바라보는게 애초에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업은 계획되어 있고 교사는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게끔 그것을 만든다. 때문에 학생은 그것을 가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선 수업시간에서의 집중과 우리가 무엇을 배우려는 지에 대한 질문, 혹은 그것을 알기 위한 필기가 필요하다.

 필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과거 지식 위주 수업에선 교사가 암기해야할 내용을 정리해주고 그것을 단순히 받아 적기만 했지만 최근의 수업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교사는 필기를 매우 적은 내용만 제시하고 학생은 학습한다. 그래서 무엇을 필기해야 할지 자신이 결정하고 판단하여 적어야 한다. 그것이 매우 어렵다. 또한 필기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면 수업내용을 놓치는 주객전도가 발생하기도 한다. 학생은 제대로 필기를 하려면 수업 내용에 대한 구조를 파헤쳐야 한다. 그래야 중요한 것을 필기하게 되고 수업에 대한 메타인지도 가능해진다.

 최근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녹음 및 녹화한다. 이것은 다시 보기를 위해서다. 하지만 좀처럼 다시 재생하는 일이 드물다. 그래서 저자는 이것을 매우 제한하여 보조도구로만 쓸 것을 강변한다. 그리고 노트북을 쓰는 것도 지양한다. 많은 학생들이 노트북으로 필기하려 한다.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트북은 인터넷과 온갖 흥미거리의 종합도구다. 과연 필기만으로 활용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거의 반드시 다른 짓을 하게 된다.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 물론 적정수가 중요하다. 3-6명이다. 그 이상이 되면 주의가 분산되어 흩어진다. 친구들과는 서로 질문하기나 노트필기한 것을 공유하여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고 놓친 부분을 서로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다르니 강점과 약점도 다르기에 이런 면에서 상호보완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간은 생각만큼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잘 다루지도 못한다. 인간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고 공부를 잘 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지도 않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부산물이거나 아주 미약하게 제한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공부를 잘 못하고 하기 싫어하는 자신을 잘 다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자신의 장기적인 목표와 연관시키고, 적정량을 수행해야 하며, 수고한 자신에게 보상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에게 공부는 어떤 분야에서든 평생과제다. 그리고 상당부분 분야에 따라 타고난다. 아무리 뛰어난 타고난 물리학자더라도 축구에 대한 학습은 형편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느 부분이든 후천적 노력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개선도 가능하다. 그런 입장에서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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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4-07-06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에 당선,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