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5 - 2025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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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년정도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보곤 한다. 매년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기는 좀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다. 매년 일정 시기에 발간하기에 이것이 나오면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다가옴을 자연히 느끼게 된다. 이젠 제법 자리를 잡아 트렌드 코리아 연속편의 기획은 벌써 10년이 넘은 것 같다. 처음 접한게 분명 2010년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이 사회는 많이 변했다. 현재의 기조는 고착한 저성장과 빈부격차, 최근의 인플레이션이다. 이번 시리즈도 이 세 가지 핵심어의 변주로 보인다.


1. 2024년 고찰

 책은 항상 전년을 살피는 것으로 30% 정도를 할애하고 나머지를 내년의 예측으로 이어간다. 작년 한국 경제는 높은 환율로 판매 가격이 낮아져 수출이 호조였다. 하지만 고금리와 물가상승으로 내수는 죽은 한해였다. 작년 폐업한 자영업자의 수는 거의 100만에 달한다. 

 사람들은 가성비와 가심비에 시성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성비란 시간에 주목해 들이는 시간에 비한 효용이 된다. 그래서 2024년 상반기엔 콘텐츠 요약에 대한 언급이 증가했다. 릴리스AI는 유튜브 영상을 요약해준다. 그리고 비슷한 것으로 네이버의 스노우, 딥클릭 등이 있다. 다소 긴 영상은 그래도 줄일만 한데, 요즘은 3-4분에 불과한 노래도 1.5-2배로 감상하는 것이 유행이다. 영화도 숏폼이 유행이라 13분짜리 영화 밤낚시가 제법 인기를 끌었다. 

 기업은 이제 최저가보단 다양한 가격과 소비층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조건, 시간, 대상에 따라 바꾸는 버라이이터 가격전략, 판매 단위를 쪼개거나 상품 용량을 변경해 소비자가 지불하는 기준 가격을 바꾸는 가격프레이밍 전략으로 나타난다. GS25는 마감할인 전략을 폈다. 이는 자사 전용앱에서 소비기한 임박 제품을 최대 45% 할인해주는 형식이다. 이로 인해 판매량은 무려 4개월만에 67%가 증가했다. 

 기업들은 스핀오프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분유는 저출산으로 판매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성인용 단백질 브랜드나 골다공증용 분유를 개발 출시하고 있다. 그리고 기저귀도 성인용으로 전환중이다. 성인용 기저귀 시장은 이미 유아용을 넘어섰다. 학습지도 고령층을 공략한다. 인지강화용으로다. 유산균 음료 윌은 반려견을 공략해 왈을 출시했다. 기가 막힌 이름 붙이기다.

 저성장 시대다 보니 사람들은 자극을 추구한다. 하지만 지나친 자극추구에 대한 반작용으로 평온과 안정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완벽한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육각형의 완성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매운 맛과 단맛의 극단이 인기를 끌었다. 중동 초콜릿의 인기도 궤를 같이 한다. 유튜브에서는 자극적인 영상이 인기를 끌며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SNS피로증후군이 회자될 만큼 이는 피로도 준다. 그래서 최근 기초기능만 있는 덤폰이 유럽의 선진국에선 인기다. 사람들은 육각형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눈동자 색을 바꾸거나 턱선 살리기 껍씹기 등 비교적 할만한 것들이 인기다.

 사람들은 불경기로 인해 확실한 시그니처 소비를 한다. 디토소비가 유행이다. 이는 상품, 정보, 선택지의 과잉 속에서 소비자들이 정보탐색, 대안평가 등 제대로 된 구매 의사 결정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그져 특정 대리체가 제안하는 선택을 따르는 것이다. 이들은 인플루언서, 유명인, 유튜버들이다. 한편 시그니처 소비도 유행이다. 지역특색 시그니처가 인기인데 성심당, 양평 산나물 축제, 구미 라면 축제, 시몬스 테라스 등이 그것이다. 

 반려개념도 확대중이다. 반려 동물에서 반려 가전과 로봇이 등장했다. 돌봄 개념도 변화중이다. 더 이상 가족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래서 돌봄 시장이 확대중이다. 한국인의 1/4는 반려동물과 같이 산다. 2023년 반려견 용품의 쇼핑거래는 2조 5329억이었다. 팻푸드 시장도 1조 9814억이다. 영양제는 최근 3년 간 두 자릿수 성장세다. 반려동물 동반 숙박시설, 카페, 레스토랑은 증가중이며 같이 탑승가능한 비행기도 등장했다. 

 돌봄 기업은 큰 성장세다. 주간 보호센터수가 2017년 2500개에서 5000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비용이 무겁다. 월 평균 간병비용은 370만원인데 이는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중위소득인 224만원을 한참 초과한다. 그래서 가족이 돌보는데 가족돌봄으로 인한 GDP손실은 2022년 0.5%에서 2042년 3.6%로 폭증예정이다. 

 그래서 돌봄 가전이나 로봇 등 기술적 해결책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해결책은 효율성은 극도로 높이지만 사회적 고립과 양극화, 기술의존이라는 부작용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24년엔 C커머스가 유행했다. 이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의미하며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쉬인등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4년 3월 2700억을 투입해 5만 4천평의 물류센터까지 한국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들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하지만 품질과 제품 안정성, 부족한 소비자 보호 인프라, 개인정보에 대한 문제는 해결과제다. 

 2024년엔 스포츠 관람도 인기였다. 양적으로 성장했는데 이는 두 가지 이유로 여성관객의 큰폭 증가와 가성비다. 2023년 축구국가대표 A매치에서 튀니지전은 59%, 싱가폴전은 65%가 여성 관객이었다. 스포츠 경기는 재미도 재미지만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다. 프로야구는 거의 3시간을 즐길 수 있는데 가격이 고작 1-2만원대다. 같은 시간 영화나 식당, 테마파트는 수배의 돈이 들어간다. 


2. 2025년은?

 옴니보어는 잡식성을 뜻한다. 책에선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특정 문화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자를 지칭한다. 여성의 경우, 스포츠관람에 적극 나서고, 클라이밍, 크로스핏처럼 근육량을 증가하는 거친 운동을 즐기는 것이다. 패션에서는 젠더플루, 젠더리스패션이 유행이다. 이는 남녀구분이 적은 형태로 그래서 매장도 같고, 그저 사이즈로만 구분한다. 최근 음주율도 남자는 감소하는 반면, 여성은 증가중이다. 이처럼 음식, 운동, 패션, 전 분야에서 탈젠더 현상이 일어나는 중이다. 

 옴니보어 시대의 장재 고객은 인구학적 분류로 정의가 되지 않는다. 삶의 형식, 가치, 취향, 기분,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LG전자는 올레드 스마트 tv가 고가라 판촉에 고민이 많았는데 화면의 고품질을 중시하는 게이머 층을 공략해 성공을 거두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 아보행은 아주 보통의 행복이다. 이는 뭔가를 이루려는게 아니고 남에게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그져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등산이나 달리기 같은 별건 없어도 나만을 위한 운동, 도서의 필사, 나만의 위한 비싼 치약의 구매등이 이런 것이다. 이는 저성장의 고착화와 양극화, 빈부격차가 원인이다.

 인간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에서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운세, 점 관련 앱의 설치가 증가하고 있으며 네잎 클로버를 띄운 라떼가 인기다. 몽쉘통통은 일부 제품에 웃는 얼굴을 그려넣었는데 행복한 몽쉘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토핑경제는 다양한 토핑 생태계를 구축해서 소비자가 상품을 재해석하고 참여할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3가지로 다양한 토핑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 최고보다는 최적을 찾는 것, 완성보다 변형을 추구하는 모듈이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꾸미기 용 액세서리 전문 판매가 인기다. 그리고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오 유행이며 SNS에서 스토리를 꾸미는 것도 인기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다닌다. 스미스앤래더는 수많은 컬러 중 좋아하는 색의 가죽을 조합해 나만의 자동차 키커버나 폰케이스를 구성할 수 있게 하여 인기다. 모듈러 시장도 인기다. 천편일률적 아파트에서 최근 사용자가 공간을 변형할 수 있게 설계하는 아파트가 인기다. 

 소비는 소속과 차별에서의 줄다리기에 가깝다. 이를 통해 소속 욕구와 차별 요구가 모두 실현되지만 둘은 반대이기 때문이다. Z세대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기에 마라탕, 버블티, 요아징을 좋아하지만 이들은 소비자 개인이 나만의 구성을 할 수 있기에 인기가 좋았던 것이기도 하다. 이런 식의 토핑 소비가 패션, 뷰티, 인테리어, 건설, 금융 전반에 확대중이다. 

 하지만 토핑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스타벅스는 커스톰 음료를 제공하는데 판매량의 76%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는 사원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긴다. 그래서 업체는 이를 자동화 중이다. 또한 토핑엔 기본이 중요하다. 아무리 토핑이 우수해도 그것의 기본은 케이스나, 도우가 부실하다면 토핑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OECD는 인구의 5%가 외국인이면 다문화국가로 분류한다. 한국은 합법체류외국인만 250만 이상으로 이미 그 비율에 도달했다. 충북음성은 인구의 16%가 외국인이다. 안산의 한 초등학교는 이주배경학생이 97.4%에 달한다. 이주배경학생의 비율이 30% 이상인 학교가 전국에 무려 350곳이다. 최근 채용시장에선 국적보다 능력과 적합성이 중시된다. 그래서 외국인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기업들은 이미 대비중이다. 삼성은 구내식당에서 한식, 중식, 일식과 함께 인도음식을 제공한다. 그리고 식자재의 구매부터 할랄인증 고기를 사용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수도 늘어나지만 소비력도 매년 급증중이다. 과거 외국인들은 적은 급여로 최소한의 생활을 하며 남은 돈을 본국으로 송금했다. 하지만 외국인도 Z세대다. 이들은 가족보단 자신을 우선시하여 송금도 자신의 계좌로 하는 편이다. 그리고 외국인의 소비는 과거 기초 의식주에서 교육, 건강, 의료로 확대중이다. 

 인간은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물건을 좋아한다. 그래서 콘텐츠에 물성을 부여해 소비자가 그것을 체험할 수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성화의 종류는 콘텐츠의 물성화, 브랜드의 물성화 ,기술의 물성화, 조직문화의 물성화가 있다. 케이팝 버추얼 아이들 플레이브는 미니 2집 앨범만 57만 장이 나갈만큼 인기다. 하지만 이들은 가상인간들인데 물성화로 홀로그램 사인부스를 마련해 같이 사진촬영이 가능하자 큰 인기를 끌었다. 

 2023년 겨울 선양 소주에 빠진 고래를 만나는 여정이란 행사가 있었다. 이는 실내에 물을 채우고 실제 배를 타고 여행하면서 즐기는 것이다. 관람과 간단한 게임의 결과에 따라 선양 소주를 체험하는 것이었다. 이는 브랜드의 물성화다. 

 기술의 물성화는 LG가 충북 진천에 지은 스마트 코티지다. 이 집은 작은 모듈러 주택으로 복층이다. 첨단 기술이 적용되 사용자는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조직문화의 물성화로 최근 기업들의 사옥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기업의 철학을 반영해 사옥을 디자인하고 구축한다. 

 트렌드 코리아도 기후위기에 주목한다.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도와 능력을 기후 민감성이라고 한다. 기후플레이션이란 말도 있는게 기후 변화로 인해 작물의 수확량이 줄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기후위기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벌레가 들끓어 봄에는 가정용 포충기와 벌레퇴치제 판매가 늘고, 집중호우에 대비해 차량용 탈출 망치가 인기이며, 뜨거운 아스팔트를 걷는 반려동물을 위한 신발도 인기다. 

 국내에선 이미 열대과일이 재배중이고 날씨 변덕이 심해 언제든 대응이 가능한 레이니 룩이 인기다. 기후 변화로 더위를 피해 떠나는 쿨케이션도 유행이다. 장소는 일본 삿포로와 북유럽이다. 기후비즈니스로 고단열 창호, 창문의 개폐없이 환기창 프로, 미국의 재난대비 돔주택이 있다. 볼보자동차는 열사병과 저체온증 대비 사용자의 실내데이터 시스템을 출시했고, 현대차의 나노쿨링필름은 기온을 여름에 10도나 내려준다. 

 기후복지도 각광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의 폭염기준은 대기온도에서 체감온도로 바꾸었다. ILO는 향후 70%의 노동자가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경고한다. 취약계층은 폭염과 혹한, 침수, 곰팡이에 더 취약하다. 그래서 경기도는 도민 전체 대상 기후 보험도 추진 중이다. 

 한편 대규모 기후재난에서 살아남고자 미리 대비하는 프레퍼족도 증가중이다. 이들은 동결건조식품, 통조림, 비상약품을 준비하고, 생존배낭도 갖고 있다. 코스트코는 소비연한이 무려 25년인 비상식량키트픞 판매했다. 150인분으로 물만 부으면 완성인데 가격이 11만원인데도 인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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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사의 멸종 -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 한승태 노동에세이 3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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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년 정도 전, 전자책을 한창 구매할 무렵, '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을 본 적 있다. 예쁜 분홍색의 표지와는 달리 르포 형식으로 작가가 직접 축산업계에 취직해 소위 고기로 태어난 한국 농장의 소, 돼지, 닭, 개들의 실태를 드러낸 책이었다. 참 좋은 책이었다고 기억한다. 무척 충격적이었고 그 일로 인해 동물의 실태와 권리, 더 얽혀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을 적지 않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모처럼 그 작가의 후속작을 만났다. 이번 책은 '동사의 멸종'이다. 책에서 말하는 동사는 네 가지로 '전화받다, 운반하다, 요리하다, 청소하다' 이다. 우리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엄청난 자동화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자동화는 인간에게 많은 편의성과 생산성의 향상을 줄 것이 분명해 보이나 그만큼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첨단기술은 마치 사이드미러 같다고 말한다. 즉, 생각보다 가까이 와있는데 그걸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체될 만한 대표적 일로 저자는 위의 4가지 동사에 해당하는 일을 골랐다. 선정 기준은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 그러면서도 우리 일상에서 누구나 자주하고 흔히 접하는 밀접한 것으로 골라냈다. 그래야 더 피부에 잘 와 닿을 것이고 아무래도 저자가 취업하기도 보다 손쉬웠을 것이다. 


1. 전화받다.

 전화받다는 콜센터 상담원을 말한다. 콜센터 상담원은 상당히 많다. 웬만한 마트, 제조업체, 기업들은 상담서비스센터를 운영한다. 저자가 경험한 콜센터 업계는 개인정보 유출에 상당히 민감했다. 그래서 상담원은 출근해서 자기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되고 업무 외에 개인적 메모는 금지되며, 심지어 동료와의 업무이야기도 안된다. 콜센터의 취직한 수습기간의 마지막은 업무 중 알게된 사실에 대해서 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여러 장의 서약서 서명으로 마무리된다. 

 콜센터엔 몇 가지 금기어가 있다. 우선 '보상'이다. 그리고 보상 다음으로 금기시 되는 말은 언제까지 뭘, 어떻게 하겠다는 확답이다. 그리고 마 고객과 절대로 절대로 싸우지 않는 것이며 마지막은 절대로 전화를 먼저 끊지 않는 것이다. 다만 과거보다는 조금 나아져서 고객이 욕설이나 폭언 등을 하는 경우에는 두 차례에 걸쳐 경고 후 상담사가 먼저 통화를 종료할 수 있고, 성희롱의 경우는 1회 경고 후 끊을 수 있다. 성희롱은 발생하면 즉시 관리자에 보고 후 겨우 30분 정도 휴식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에 회사는 상담사에게 고객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지 못한다. 여러 사람이 사단이 난 후에야 간신히 생긴 프로토콜 같다.

 콜센터 상담사의 일거수일투족은 철저히 모니터링된다. 그들의 행동은 4가지다. 소프트폰이란걸 업무 중 사용하는데 이는 컴퓨터와 연결되어 버튼이 통화, 대기, 이석, 작업으로 구성된다. 통화는 고객과 통화하는 것이고, 대기는 통화대기 중, 이석은 화장실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 작업은 상담이력서를 쓰거나 작업 처리를 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전화상담사의 하루 업무요구량은 65콜 정도다. 초보때는 조금 봐주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올라도 이것을 소화하지 못하면 관리자의 갈굼이 시전된다. 콜센터는 기본적으로 혼자하는 일이기에 직원문화도 없고 상호간 교류도 거의 없다. 팀이 있긴 하지만 자리가 한 달에 한 번 바뀌며 고된 감정노동이기에 퇴사가 잦아 회사는 한 달에 한번은 새직원을 선발한다. 

 콜센터에는 한달의 한명 법칙이 있다. 한달에 한 번은 상담사가 진상고객을 상대하다 울면서 뛰쳐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 그들은 다신 여기로 돌아오지 않는다. 또 다른 법칙은 마지막 콜의 저주다. 가장 고약한 전화는 특이하게도 퇴근 직전에 온다는 것이다. 누구나 퇴근이 임박해서 일하고 싶지 않기에 콜센터에서는 마지막 콜을 피하기 위해 작업버튼으로 적당히 버티다 대기로 넘어가 통화를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관리자에게 모니터 되고 누구나 쓸수 있는 방법이기에 수 싸움이 상당하다. 

 콜센터는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실시간으로 관리자에 의해 콜에 대응한 정도가 나타나기에 직원의 자율권의 거의 없다. 특히 한창 바쁠때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이석 버튼을 누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콜센터에서 방광염이나 치질은 흔한 질병이다. 

 고객은 콜센터에 전화하며 그들이 거의 모든 것을 알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콜센터 직원에겐 웬만한 어떠한 정보도 없다. 배송에 관련 된 것이면 그들 역시 회사가 달라 배송사에 알아봐야 하고, 재고에 관한 것이면 역사 고객처럼 따로 알아봐야 한다. 그래서 콜센터에 전화하면 그들도 다른 부서로 전화돌리기 바쁜 것이다. 거기에 홈페이지는 통한 구매는 복잡하고 어려운 점이 많아 고객에 불만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의 무능함과 무책임으로 인한 땜질은 모두 상담사가 맞는다.

 그래서 상담사는 이런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통화 중에는 죄송합니다. 그리고 통화 후에는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이다.


2. 운반하다.

 택배상하차를 소위 까대기라 칭한다. 워낙 몸만 쓰는 일이기에 여기엔 나이, 이름, 경력 유무 정도만 바로 일하는게 가능하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투명하게 속이 비치는 소재의 가방에 담배, 물병, 간식거리 등이 잔뜩 들어있다면 십중팔구 택배상하차 종사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곳은 반입을 허가하는 가방이란게 집락백이나 PVC소재의 속이 비치는 투명백 정도이기 때문이다. 

 택배상하차는 기본적으로 일용직이기에 관리자를 빼면 모두 근무시작 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이후 안면인식앱으로 출근 등록을 한 후 혈압을 측정하는데 정상치를 벗어나면 일을 하지 못한다. 

 처음 일하는 자는 노란 헬멧을 착용하는데 초짜라는 뜻이다. 하차반은 주황색, 상차반은 파랑색, 분류반은 흰색을 쓰고, 관리자는 야광띠를 두른 흰색 헬멧을 쓴다. 

 까대기는 기본 3인 1조다. 경력이 적은 둘이 짐을 내리고 경력이 높은 최고참이 크기 형태 별로 짐을 분류한다. 까대기엔 죽음의 레일이 작동한다. 레일은 항상 빠르게 움직이는데 여기에 몸이 맞춰 움직이니 쉴틈이 없고 고되다. 레일은 시작 위치에 바코드 리더기가 있어 이것을 통해 화물의 종류와 수, 지역, 트럭기사의 차량번호, 연락처까지 알 수 있다. 레일은 세 갈래로 하나는 중소형 화물, 하나는 대형, 하나는 이형이다. 

 택배 상하차 조에 요구되는 하루 작업량은 트럭 9대 정도다. 이 정도를 하면 그들은 하루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은 처음엔 빠르게 하는데 그래야 뒷 차량을 조절하며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해 상하차엔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데 이는 트럭기사와 관련한다. 회사에서 지불하는 요금이 시간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하차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록 회사의 비용이 증가하기에 살인적 수준의 속도가 요구된다. 

 컨테이너 안은 무척 깜깜하고 먼지로 가득하다. 대개 상자는 던져버리는데 그래봤자 파손되는 경우는 별로 없고 파손되면 기업이 책임진다. 어찌보면 그런 파손보다 속도를 중시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되는 것 같다. 레일은 일정한 속도로 흐르기에 각 작업 조마다 작업 속도가 드러난다. 레일에 촘촘히 박스가 깔려 있다면 작업을 빠르게 하는 것이고 듬성듬성하다면 느린 것이다.

 까대기에서 쉬는 시간은 수분보충의 시간이다. 땀이 물처럼 흐르기에 반드시 수분 보충이 필요하며 땀이 너무 많이 나기에 의외로 화장실을 잘 가지 않게 된다. 노동강도는 살인적인데 하루 12대 트럭을 처리하면 한 트럭엔 1000개 정도의 상자가 있다. 각 상자의 무게가 5kg이라면 상하차하는 둘이서 하루 25톤을 들고 내리는 것이다. 

 트럭은 난이도로 구분된다. 소위 꿀차는 가벼운 짐으로 가득하면서도 한 종류의 상자로만 가득한 것이다. 택배 상하차는 무게는 차치하더라도 박스 종류가 단순한게 좋다. 높낮이가 맞아야 쌓기도 내리기도 편하고 같은 자세로 계속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똥차는 무거운 짐이 가득한 차다. 가벼운 것이라도 잔바리라고 다양한 형태의 짐이 많으면 계속 자세를 바꿔 효율이 떨어지기에 똥차다. 쓰레기차는 그래서 온갖 종류의 짐으로 꽉 찬차다. 폭탄차는 책, 농산물, 액체로 가득한 차다. 특히 액체가 가장 무겁다. 

 그럼에도 밤새 상하차를 하고 퇴근하면 마음이 가볍고 뿌듯하다고 한다. 내가 직접 세상에 뭔가 도움이 되는 엄청난 일을 밤새 해낸 느낌. 조금만 하다 못하겠다고 나가 떨어진 사람을 대신해 내가 해낸 것 같은 느낌을 아침햇살이 맞이해준다. 최저 시급에 가까우나 제법 묵직한 일당도 그럴듯하다. 하지만 몸과 수명을 깎아내 하는 일이기에 절대 지속적 직업이 될 수 없다.


3. 요리하다.

 주방에서 일하려면 요리사 자격증 보단 보건증이 필요하다. 폐결핵, 장티푸스, 감염성 피부질환 등이 없어야 한다. 특히 장티푸스 검사를 위해서는 항문에 면봉을 2-3cm 넣어야 하는데 이게 보통 고역이 아니다. 콜센터, 택배상하차와는 다르게 식당은 유난히 경력자를 선호한다.

 저자는 뷔페 식당에 취업한다. 여긴 핫파트, 콜드파트, 멀티파트로 주방을 구분한다. 핫파트는 수프, 국, 밥, 튀김, 찜등 불을 쓰는 요리를 콜드파트는 샐러드 나물, 과일, 게장등을 다룬다. 멀티파트는 고기를 썰고 양념을 재우고, 디저트와 유부초밥을 한다.

 주방은 생각보다 무서운 곳이다. 엄청난 화력의 화구가 곳곳에서 불을 뿜고, 큰 칼과 날카로운 것 투성이인데다 사방이 복잡하고 미로 같으면서도 심지어 바닥이 미끄럽다. 의의로 요리를 잘 할 필요가 없는데 요즘은 대부분 조리 법이 계량화 되어 있어 그것대로만 몇번 해보면 통상의 맛을 누구나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뷔페에선 요리에 타임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시간 개념은 아니고 뷔페 음식이 한 번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5-6인분이다. 마감시간이 가까워지면 타임개념이 좀 변해 1/2에서 1/3정도의 음식만 나가고 한창 때면 한방에 2타임 분량의 음식을 한다. 

 주방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요리와 프렙, 청소다. 요리는 글자 그대로 요리를 하는 것이다. 말이 쉽지 정신 없다. 뷔페에선 음식이 항상 자리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손님이 생각하기에 늘 늦지 말아야 하며, 개별로 주문하는 것들도 받아내야 한다. 동시에 여러 개를 조리해야 하기에 늘 정신이 없다. 프렙은 요리를 위해 재료를 준비해놓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 하거나 요리 중 틈틈이 한다. 파스트 프렙이 가장 힘든데 삶은 면이 굳지 않게 참기름으로 버무려 한 타임 분량을 소분해 놓는 것이다. 뷔페는 마감까지 음식이 가득해야 하기에 대량의 음식물 쓰레기가 항상 발생한다.  청소를 시작하면 싱크대부터 화구, 튀김기, 웍, 냉장고까지 철로된 모든 것을 닦아 내야 한다. 바닥청소가 가장 고통스러운데 음식찌꺼기가 낀 모든 곳을 닦아내야한다. 바닥을 청소하면 필히 개수구가 막히는데 이 경우 거의 어깨까지 하수구로 집어 넣어 막힌 곳을 손으로 빼내야 한다. 모든 쓰레기통을 비우고 새 비닐을 씌운 다음 주방 설비의 물기를 모두 닦아내야 청소가 끝난다.

 주방은 극단적은 습관의 장소다. 미로처럼 복잡하고 혼잡하기에 바로 손이 가는 곳에 물건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초보가 함부로 물건을 이동시켰단 사단이 난다. 주방은 일의 경계가 모호하기에 서로 다툼이 잦다. 내가 못하면 다른 사람이 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못하면 내가 해야 하기에 항상 서로가 잘 하는지 주시한다. 거기에 서열도 무척 강하다. 


4. 청소하다.

 청소는 고령을 선호한다. 60대를 선호하고, 적어도 50대 중반은 되어야 한다. 여태까지 저자가 일한 직종에선 나이를 묻고, 좀 친해지면 여자친구가 있는가를 묻는다. 하지만 청소에서는 고령자들이 많아 양친이 살아계신지를 묻는다. 

 청소는 여태까지의 일 중 급여가 가장 적은 편이다. 연가는 연중 15일이나 3일만 허용되며 나머지 12일에 대한 보상이 이 적은 급여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은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하는데 그 건물에서 결혼식이 있기 때문이다. 

 청소에선 흡연장 청소가 고달프다. 흡연장 자체가 건물 바깥에 있기에 하루 종일 바깥에서 일해야 하고, 금방 쓰레기통이 가득차기엔 툭하면 치워달라는 호출이 온다. 겨울철이면 흡연자들이 무신경하게 뱉어낸 가래와 침등이 얼어붙어 꽃삽으로 긁어내야 한다. 하역장엔 쓸만한 물건이 많다. 사물실이 하나라도 철수하면 괜찮은 물건들이 쏟아지는데 이런 것들이 청소업체 직원들의 것이 된다.

 눈이나 비라도 오면 청소는 힘들어진다. 비가 오면 비를 않고 오는 사람들이 바닥을 금방 진흙 투성이로 만든다. 이를 계속 닦아내야 한다. 눈이 오면 지상주차장, 화단, 건물 외곽의 눈을 쓸어야 하기에 힘들다. 하지만 가장 힘든 일은 외벽의 유리 닦기다. 곤돌라를 타고 유리외벽을 닿는 전문업체는 3층까지만 작업을 해주기에 2층은 청소작업자의 몫이다. 매우 긴 막대기를 이용하여 외벽을 아슬아슬하게 닦아야 하기에 힘도 많이 들고 위험하다. 

 예식으로 인해 주말에 출근하면 힘들다. 특히 음식물 짬 처리가 힘든데 이것들을 모두 비우면 온갖 음식물이 튀어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남은 음식들이 작업자들의 몫이 되기도 하기에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청소일은 일이 고되고 어렵고 급여도 가장 적지만 퇴근 시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더군다나 성취감도 제법 되는데 난장판을 치워서 깨끗해지면 그것이 사람을 기쁘게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렇게 네 동사에 따른 네 가지 직업의 장을 생동감 있게 몸으로 정리하고 마지막은 약간 소설 느낌으로 픽션과 논픽션을 섞에 '쓰다'라는 장을 만들었다. 저자의 과거 이야기부터 이어져 인공지능으로 인해 작가라는 쓰기의 동사가 사라져가는 과정을 상상해 그려냈다. 저자가 말한 네 가지 동사의 직업은 무척 고되고 사회적으로 무시받는 직종이다. 그것들은 무척 힘들고 급여도 적으며, 사람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갉아낸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사람은 자신이 뭔가를 해내 이 사회와 타인에 도움을 준 느낌이 들면 공통적으로 기뻐한다. 콜센터 상담원은 자신의 상담이 도움이 되어서 고객이 감사를 표시할때, 상하차는 그 많은 걸 해치우고 퇴근의 아침햇살을 맞이 할때, 요리는 고객이 맛있게 먹을때, 청소는 더러운 곳이 깨끗해져 있을 때이다. 사람은 이런 것에서 삶의 만족감과 노동을 통해 자신의 의미를 찾는다. 그렇기에 이런 힘들고 말이 안되는 일도 사람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지탱한다. 그런 것마저 사라질 때를 저자는 걱정하는 것 같다. 인간에게 큰 위기의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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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 부패의 역설이 완성한 중국의 도금 시대
위엔위엔 앙 지음, 양영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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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시진핑은 10여년 전 집권했을 때 중국의 반부패 척결을 강하게 내세웠다. 물론 이 반부패는 자신의 정적 제거에 주로 쓰인 듯 하며, 그의 권력 기반 강화의 수단에 불과했다는게 중평이다. 사실 중국의 역사는 부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대한 영토를 하나의 중앙정부가 통치하게 되면 지역에 많은 위임이 이뤄질 수 밖에 없으며 여기엔 부패가 빠질 수가 없다. 그 부패가 심하여 불평등이 심해지면 나라가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부패를 척결하고 평등지수를 높이고, 다시 부패해며 흥망성쇠하는게 적어도 근대 이전의 중국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는 현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부패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수많은 후진국, 중진국과는 다르게 중국은 부패했음에도 세계 2위의 경제국으로 성장하여 미국과 정면대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중국의 부패는 다른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 듯 하다. 

 저자는 부패를 일단 4종류로 나눈다. 중국은 한국인구 만큼인 5천만의 공무원과 50만 정도의 상급공무원이 있다. 이들을 엘리트와 비엘리트로 나눈다. 그리고 이들이 받는 부패에 따라 받기만 하면 도둑질, 뭔가 이권이나 공적 편익을 봐주면 교환으로 분류했다. 그래서 하위 공무원이 하는 받는 행위는 바늘도둑, 고위는 소도둑이 된다. 그리고 교환성격의 부패는 하위 공무원의 것은 급행료, 고위 공무원의 것은 인허가료다. 교환은 시간 단축을 원하는 것으로 여권을 발부받거나, 면허증, 개인의 집을 준공완료 받는 정도가 된다. 반면 인허가료는 큰 규모의 것으로 각 지방의 토지개발권이나 사업허가권등의 행위가 된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먼저 중국과 다른 나라의 부패를 비교한다. 우선 러시아인데 러시아는 소련의 붕괴과정에서 정치과 경제를 같이 개혁하면서 사실상 중앙정부가 무너졌다. 이로 인해 모든 형태의 부패가 만연했고, 성장을 저해하는 심각한 부패가 많았다. 인도는 빈국이지만 민주주의 국가다. 반면 중국은 중앙집권 국가로 지방의 엘리트가 많은 권한을 갖는다. 그렇기에 인도에서는 급행료수준의 부패가 성행하며 중국은 인허가료가 많다. 

 물론 중국도 과거엔 통행료나 바늘도둑, 소도둑 수준의 부패가 많았다. 하지만 인허가료 쪽으로 부패가 많아지게 된 것은 중국의 독특한 정치체제와 경제 정책 때문이다. 중국인 일견 상당한 중앙집권적 일당독재로 보이며 그것이 맞지만 내면을 살피면 다층적 정치체제를 갖는다. 특히 지방은 상당한 자율권을 갖는다. 중앙정부가 비전과 광범위한 정책을 제시하면 지방정부는 그에 따라 경제적, 사회적 발전 계획을 직접 실행한다. 

 중국은 대개의 후진국이 그러하듯 자원이 부족해 공무원에게 충분한 급여를 제공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한국 역시 과거 공무원의 급여가 지금도 적지만 무척 적었기에 각종 수당으로 벌충해주거나 사소한 부패가 만연했다. 중국도 그러하다. 하위 중국 공무원의 월 소득 중 공식적 급여는 고작 24%에 불과하다. 그외 부가적 보상이 76%이다. 이 부가적 보상은 자신이 소속된 지자체의 예산에서 받는 수당과 자신이 소속한 부서가 받는 수수료, 벌금, 사용료, 보조서비스 중의 일부다. 

 중국은 지방정부의 예산이 부족하기에 중앙정부는 각 개별부서의 수수료, 벌금부여권리, 그 수입을 소비할 권리를 놀랍게도 부여한다. 이는 일정 정도의 부패를 감수하고서라도 지방 부서의 자력갱생을 위한 조치며 공무원들의 부족한 소득중 상당수는 여기서 벌충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득은 자신이 소속한 지자체가 어디이며 자신의 부서가 어디냐에 따라 또 천차만별이다. 중국 변방 위구르 자치구에 교통과에 소속된 공무원과 상하이의 건설과에 소속된 공무원의 소득은 아마 수십배에 달할지도 모른다. 

 이런 부패에도 중국이 발전하는 것은 엘리트, 비엘리트들의 소득이 이런 부패 외에도 자신들의 지역의 성장에 더 의존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앙정부가 각 지역의 경제 성장을 성과로 경쟁시키고 엘리트의 경우 정치적 성장을 위해서는 여기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했다. 지방 공무원의 소득은 엘리트이건 비엘리트이건 무척 적기에 자신의 지역의 경제적 성장과 개발은 그 자체로 공무원의 소득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부패한 중국이 그럼에도 발전하는 이유로 이런 독특한 부패 시스템은 제시한다. 우선 부패가 인허가료 위주라는 점이다. 이는 특정 기업과 정실주의로 흐르지만 사업을 위한 많은 방벽을 빠르게 제거한다. 또한 이익 공유 정치 시스템이다. 인허가료로 지역의 기업에 의해 개발되고 발전하면 그 이익은 공무원과 지역기업이 공유한다. 그리고 부패의 폐해 억제다. 고위공무원은 지역의 경제개발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득을 불러 옴을 알기에 개발을 방해하고 사업의 자유를 억압하는 통행료같은 부정적 부패는 제거한다. 마지막은 지역간 발전적 경제체제다.

 이런 독특한 부패로 성장한 중국에 언급한 시진핑의 반부패 정치가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회주의적 자본가가 더 이상 법을 우회하거나 특권을 얻기 위해 후견인에 의존한 기존의 비즈니스 활용을 피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은 상당히 엄격하다. 지난 10년 간 많은 수의 관료가 조사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이 있었던 기업인들은 연루되어 수감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해외로 도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공직 사회의 경직이다. 과거엔 개발 이익을 공유했기에 이런 부패에 적극적이었고 이는 자신의 정치적 성공으로 가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엄격한 부패 단속은 관료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이로 인해 개발이나 사업에 대한 인허가도 소극적이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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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회주택 - 당신의 주거권은 안녕하십니까?
최경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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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지난 반 세기 동안 근대화와 더불어 엄청난 도시화를 이뤄냈다. 가족은 핵가족화 되었고, 대개 가장이 제조업에서 일을 했으며, 직장과 산업장이 분리되는 구조였다. 현재 한국의 자가주택거주비율은 55-60%다. 한국정부는 한 때 이를 100으로 만드려 했으나 전 세계 어디에도 그런 나라는 없다. 일단 집값은 차이는 크지만 어느 나라나 비싸다. 땅과 막대한 건축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자가를 가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경제적 이유로 혹은 자신의 생각에 의해 임차를 선택한다. 

 한국은 주거 형태가 또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1995년 자가거주는 53.5%였으나 2019년에는 58%로 늘었다. 하지만 전세는 29.7%에 달하던 것이 15.1%로 크게 줄었고 월세는 14.5%였던 것이 23%로 늘었다. 자가 비율을 조금 늘어나가 전세가 월세로 크게 전환한 것이다. 

 여기엔 도시화율이 크게 관여한다. 도시화율이 증가하면 농민이 도시로 모여들며 신규 주택이 대규모로 필요해진다. 주택 수요도 늘고 건축이 이뤄지는데 다주택자들이 신규주택을 대거 매입하며 이를 세입자에게 공급한다. 하지만 도시화율이 정체하면 신규 주택 건설이 잦아들며, 이 순환이 깨어지게 된다. 

 한국의 전세는 거의 한국만의 유일한 제도다. 한국에 전세가 정착한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강제 저축 효과다. 전세 기간이 짧고, 전세 보증금의 상승에 거의 제한이 없었기에 세입자는 전세 기간중 저축을 많이했다. 또한 전세 보증금 자체도 저축이라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주택의 품질이다. 도시화로 신규주택이 계속 공급되고 다주택자들은 이를 사면서 자금의 상당부분을 전세로 충당했기에 전세 주택은 대개 신규인 경우가 많았다. 다음은 안정성이다. 전세는 사실 상당한 금액을 채무로 내주는 것이지만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한 과거에 생각보다 안정적이었다. 마지막은 사회적 인식이다. 신혼부부가 흔히 특히, 남자가 많이 듣는 말은 자네 전세집이라도 있는가였다. 즉, 한국인은 월세보다는 전세를 갖고 있는 것을 주거면에서 더 좋게 인식했다.

 하지만 이런 전세 시장은 한계를 맞고 있다. 한국민 상당 수가 주거를 전세에 의존하다보니 정부는 1900년대 부터 전세자금보증대출을 시작했다. 이후로 전세자금보증대출이 크게 증가해왔는데 2021년에 이르러서는 그 금액이 180조에 이르렀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와 반전세의 보증금 총액은 1056조다. 180조가 공적자금인 셈이므로 17%에 해당하는데 이 정도의 금액이 우리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즉, 서민을 위한 공적 주거 안정자금이 실상은 집주인과 투기자를 배불리는 금액으로 자산시장을 고가로 형성하게 이바지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전세에 대한 대안으로 3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기존의 전세 보증금은 내리도록 임대인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반면 월세로 전환되는 세입자들에 대해서는 월세 보조를 확대하여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이자와 월세가 비슷하게 만들어 자연스레 월세 전환을 유리하게 여기게 하는 것이다. 비슷하다면 전세는 항상 보증금에 대한 위험이 따르기에 세입자들은 월세로 전환하게 된다. 그리고 집주인들에겐 전세자금 목돈 대신 비교적 저리로 대출을 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방안은 환매보증부 지분 공유형 주택의 확대다. 공급자나 공공이 지분의 50% 임차인이 50%를 소유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세가 집값의 50%를 넘어가므로 세입자는 자기 집을 전세보다 싸게 마련할 수 있다. 지분획득은 수년에 걸쳐 분할납부하게 되면 자금이 안정적 일 수 있고,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이미 세입자가 지분을 소유하기에 이것을 같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은 사회주택으로 이 책의 주제다. 사회주택이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거관련 사회적 경제적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등을 말한다. 사회주택은 유형이 한국의 경우 매우 다양하다. 전대형은 타인의 건물을 전체 임대한 후 개조하여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도시에 버려진 호텔이나 낡은 고시원을 리모델링하여 임대하는 방식이 그렇다. 위탁운영형은 공공주택의 운영관리 업무를 위탁하는 것이다. 토지임대부형은 토지 개발은 공공소유고 건물지분은 사업자가 소유하는 것이다. 공동출자형은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분리하지 않고 그 지분은 공공과 사업자가 같이 소유하는 것이다. 자체소유형은 모든 사회주택 사업자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사회 주택의 선진국은 유럽의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가 있다. 네덜란드는 약 300개의 주택협회들이 사회 주택을 무려 240만호를 공급했다. 이는 비율 상은 세계1위에 해당하고, 절대량으로도 3위다. 네덜란드의 인구가 1700만인 것은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네덜란드는 수도 암스테르담에 전체주택의 40%인 19만호를 사회적 주택으로 공급했다. 이런 주요 도시의 사회주택 공급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계층 분리와 슬럼화를 방지해 사회 통합의 주요 물리적 조건이 된다. 오스트리아는 사회 주택이 92만 3천호로 전체 주택의 17%다. 역시 수도 비엔나에 43%의 비중으로 사회주택을 공급했다. 덴마크는 임대자 전체의 43%이데 그 중 절반이 사회주택을 임대한다. 특이한 점은 임차인이 임차주택을 재임대하는게 제한적 조건하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세 나라는 사회주택과 사회 통합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세 나라는 임대료 체계도 매우 단순한데 주택의 품질이 비례하여 임대료를 책정한다. 물론 좋은 주택의 경우 임대료가 높아지므로 이에 대한 주거 보조비를 나라가 지급한다. 사회 주택의 공급자도 매우 다양하고, 여러 수요를 만족시키면서도 접근이 쉽고 단순하다. 반면 한국은 공급자가 지방 공기업이나 LH 로 매우 소수이지만 임대료 체계와 입주 조건과 시기가 매우 제각각이다.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도 누가 언제 어디에 입주하느냐에 따라 주거비와 장소, 기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단점이 있다. 

 주거권의 기본 요소로는 안정적 거주 기간과 부담 가능한 거주비가 있다. 사회 주택은 2015년 도입 당시 2년 단위 계약 갱신이 4회까지 가능해 최대 10년의 거주가 가능하다. 또한 2년 갱신마다 최대 5%이내의 임대료 인상이 가능해 예측 가능하면서도 부담이 가능한 거주비를 확보했다. 사회 주택은 계속 거주 뿐만 아니라 적시 이주도 가능해야 하고 안전하고 최소한의 면적과 설비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사회주택은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주체가 건물의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부터 향후 운영까지 책임지게 되면 매우 다양한 형태의 건물과 운영 방식이 조합되어 나타날 수 있다. 과거 한국은 1980년 재정한 택재개발촉진법에 의해 중앙에 의해 대규모 그리고 천편일률적 주택 공급을 단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화율이 정체되고 1인가구와 고령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여 매우 다양한 형태의 주거형태가 요구된다. 때문에 사회주택은 도시와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물리적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의 사회 주택은 단순 주상 복합에서 벗어나 주거와 카페, 오피스 기능과 역할을 결합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의 유기적 연계와 통합도 같이 하고 있다. 사회 주택은 주거민들 간의 커뮤니티가 활성화 된 경우가 많다. 가장 단순한 것은 부엌과 거실을 공유하는 형태이나 최근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커뮤니티 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 주체가 제공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공동체들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사회 주택 내 공동체가 활성화 하면 운영 사업자 입장에서도 운영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줄고, 만족도가 높아 공실이 줄며, 주택 관리 비용이 줄고, 주택의 품질이 잘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사회 주택의 한 예로 유니버셜 하우징이 있다. 이는 성별, 나이, 장애, 국적에 관계 없이 모두가 차별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주택을 이용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현관, 복도, 엘리베이터, 복도에 이르기까지 휠체어 이용자가 가능한 설계를 한다. 한국은 현재 등록 장애인이 전국민의 5%이며 거동이 불편해지는 75세 이상 고령자가 10%이다. 양자를 합치면 15%에 달하고 양자는 점차 늘어나는 경향이 크기에 유니버셜 디자인은 점점 보편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저런 시설로 인해 주거 면적이 줄어들게 되므로 양자를 적절히 조화하는게 사업성의 핵심이다.

 2022년 10월 건립한 은평구의 다다름하우스는 성인 발달 장애인을 위한 사회 주택이다. 성인 발달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과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보통의 성인 발달 장애인은 부모에 의지하거나 장애인 거주 시설에 입소한다. 하지만 2019년 기준 서울시의 발달 장애인 수는 약 2만인데 비해 그들을 수용할 시설은 182개소로 720명만 가능하다. 96%가 가족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 주택에는 중간 집도 있다. 중간 집은 병원에선 퇴원했으나 아직 가정에서 정상 생활은 무리 인 사람들이 단기간 거주하는 집이다.

 사회 주택은 도시 재생과 딱 어울린다. 과거 급격한 도시화에 생선된 주택은 천편일률적이고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들은 재개발의 시기가 도래했는데 과거 처럼 재개발은 더 이상 경제적 수익이 나질 않는다. 때문에 대규모이든 소규모이든 다른 형태의 재생이 필요하며 사회주택은 그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살기 좋은 도시는 다양성과 선택권이 보장되고 편의시설이 구축되어 구성원들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경제, 사회적으로 다양한 주민이 살아야 상권이 건강하게 활성화하고 각종 서비스도 다양하게 제공된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도움이 된다. 

 사회경제적 기반의 미래도시는 공동체와 건물, 도시의 3요소다. 공동체는 사람, 건물은 하드웬어, 도시는 철학에 해당한다. 녹색탈탄소로 사람은 지역워킹그룹, 제로웨이스트, 다운 에너지가 필요하며, 건물은 에너지 전환(수소), 친환경공법, 스마트시키가 필요하다. 공동체 관계의 철학으로 사람은 주택협동조합 공동체와 지역 그룹, 돌봄과 세대 간 연결이 건물은 연결의 건축, 돌봄, 제로 에너지 발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경제에서 사람은 청년 스타트업, 마을기업, 소셜섹터(공유)가, 건물은 공유(교통공간), 유통(도농 1인가구), 금융의료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런 미래 도시를 충족시키는 형태가 사회 주택이다. 즉, 사회주택의 미래 사회의 변화로의 대응(인구나 산업, 문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그리고 끝없이 안정되기를 바라면서도 올라야만 유지되는 집값의 상승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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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생이 온다 -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김경록 지음 / 비아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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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생은 50년대생과 그 자녀인 70년대생, 즉 베이비붐 세대에 낀 세대다. 하지만 그들은 그 수가 절대적으로 많으며 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2008년 경제위기를 모두 피할 수 있었던 세대다. 이는 그들이 위기의 시기에 직장을 지킬 수 있었단 의미이며, 2000년대와 2015년 이후의 자산 폭등기에 수혜를 누릴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960년대 생은 경제 후진국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퇴임을 앞둔 지금 35000달러의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선진국에서 퇴임하게 된다. 이들은 1980년대에 대학에 진학했는데 당시 대학 정원이 크게 늘기 시작해 고학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 임금이 매년 20%씩 상승하여 고임금도 누릴 수 있었다. 또한 1990년대부터 북방외교로 인해 비즈니스 기회도 확대되었다. 즉, 직장과 사업상 기회가 많아졌다. 

 이들은 이처럼 한국 사회의 성장으로 많은 수혜를 보았지만 끼인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한국에서는 마처세대로 불린다. 마지막으로 부모 봉양을 하면서 처음으로 자녀의 자녀의 부양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들은 양자를 챙기는데 부모를 봉양하면서 자녀를 부양하는 소위 더블케어세대가 되기 때문이다. 

 60년대생은 퇴임의 대열에 들어섰는데 이들은 대개 퇴임을 예상하지 못한다. 50-60대의 2/3은 직장에서의 자신의 퇴직을 예상하지 못한다. 또한 퇴직 관련 교육을 퇴임전 받은 사람도 겨우 4.3%에 불과하다. 이들의 퇴직 연령의 중간값은 54세이며, 55세 58세 60세에 가장 많은 퇴직을 경험한다. 평균 근속연수는 25.3년 정도다. 

 이는 심각한 수치다. 왜냐하면 한국의 국민연금은 명목소득 대체율을 40%로 상정하는데 이는 전제조건으로 근속기간 40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의미이고 이는 노년의 심각한 소득 부족을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대부분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후 재취업을 통한 점진적 은퇴기간을 거의 10년 이상 겪에 되며 73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완전한 은퇴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50-60년대생의 퇴직자 83%가 재취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재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2개 이상의 일자리를 경험한다. 이들은 사실상 일자리 노마드 세대가 된다. 재취업하면 근로조건도 크게 변화한다. 퇴직 전에는 89%가 정규직이지만 퇴직 후 첫 일자리에서는 46%만 상용직이다. 그리고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퇴직 전에는 36%만 경험하지만 퇴직후에는 55%가 이곳을 경험하게 된다. 단순 노무직도 퇴직 전에는 경우 4%만 경험하지만 퇴직 후에는 20%가 첫 직장으로 경험하게 되고 3번째 직장으로는 33%가 경험하게 된다.

 근로조건도 크게 악화한다. 퇴직전에는 월평균 급여가 426만우너이지만 퇴직 후 첫 직장에서는 63%정도로 줄어들고 세 번째 직장에서는 54%까지 떨어진다. 60년대생은 퇴직하면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큰 규모의 1차 베이비 부머 세대가 퇴직하여 퇴직 이후의 일자리를 차지해 보렸고, 산업구조가 자본 집약적으로 변화했고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일자리의 수가 더욱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향후 10년간 한국은 줄 퇴직이 예정되어 있는데 종신고용으로 일자리는 경직되어 있어 더욱 어려움이 예상된다. 

 60년대생은 이들이 취업한 80년대 후반 3저 호황으로 수혜를 누렸고 취업이 매우 용이했다. 그리고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되어 노후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비를 할 수 있었으며 2000-202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3배로 늘어나는 초호황기를 직장의 중역으로 누릴 수있었다. 이들은 대학에 이전 세대보다 정원의 증가와 소득의 증가로 손쉽게 진학할 수 있었고 민주화를 경험하여 문화적 코호트를 갖고 있다. 

 이들은 1990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동질적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우위기로 소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가 상당히 커지고, 자산 가격도 폭등하면서 60년대생은 경제적으로 양극화한다. 이들중 수도권 부동산을 소유하고, 금융자산을 갖고, 대기업을 종사한 이들은 소득이 크게 증가하며 특권 중산층으로 분화한다. 이들은 소비를 통해 신분경쟁, 주거지의 분리, 교육경쟁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자식세대에게 이를 물려주려는 세습중산층으로 변모하고 있다. 반면 지방에 거주하며, 중소기업에 다니고 이렇다할 금융자산을 갖지 못한 이들은 중산층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었다. 

 60년대생은 이런 상황 속에서 부모 세대의 장수와 자녀 세대의 낮은 취업률로 이중고를 겪게 된다. 한국의 50-60세대 중 부모를 부양하는 이들은 62.4%이며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이들은 53.4%이고 양자를 모두 부양하는 이들은 34.5%에 달한다. 손주세대까지 돌보는 소위 트리플 케어는 5.6%다. 2017년 기준 더블 케어 가구는 성인 자녀 부양에 월78만원 부모 부양에 월 40만원을 쓰고 있다. 양자를 합치면 월 118만원으로 가구 월 평균 소득의 20%에 해당하여 이는 자신들의 노후에 상당한 지장을 끼치고 있다. 

 한국은 근속 기간이 25년정도로 선진국 대비 매우 짧다. 정년은 60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50-55세 정도에 퇴직한다. 이는 임금체계가 연공서열형이라 나이가 들수록 임금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져 기업체에서 퇴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실제 정년은 여타 선진국보다 10년 가까이 적어진다. 또한 한국은 제조업 위주의 국가이기에 고용유발계수가 작아 조기 퇴직이 많고 재취업도 어렵다. 서비스업은 고용유발계수가 9.2명이지만 제조업은 4.7명이고 그 중 반도체는 1.7명에 불과하다. 

 60-64세 인구의 30%가 그래서 3회 이상 재취업을 한다. 이들의 재취업은 동종취직, 이종취직, 동종창업, 이종창업, 단순노무로 구분한다. 퇴직자의 57%가 취직을 하며 17%가 창업을 하고, 임시직과 일용단순노무는 19.5%이고 상용단순노무직은 8.4%다. 창업의 경우는 소자본창업이 가장 많은데 이는 창업은 쉬우나 경쟁이 심해 성공률이 매우 낮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이 단순소자본 창업과 단순 노무직 취업인데 이것이 무려 30%다. 그리고 고령 인구의 취업은 재취업이 계속될수록 근무조건이 열악하다. 

 가장 좋은 것은 동종취업으로 이는 자신의 첫 직장에서의 경력과 생산성을 살릴 수 있기에 그렇다. 동종취직의 경우 재취업에 도움이 된 요소로 현직에서의 경력관리와 인적 네트워크가 꼽힌다. 이종취직은 낮춘 눈높이와 필요한 자격증의 사전 취득이, 단순노무의 경우 더욱 낮춘 눈높이와 지속적 구직 시도가 꼽힌다. 즉, 60년대생의 재취업전략은 퇴직이 예상보다 빨리 닥치기에 사전에 미리 퇴직을 주닙하고 현직에 있을때 전문경력을 확보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는 것이 된다.

 한국은 고령층이 많아져 액티브 시니어 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생각된다. 액티브 시니어는 글자그대로 활동적 노년층이다. 이들은 독립적이고 경제력이 있으며 적극적이고 젊게 사는 태도와 다양한 취미를 지니고, 여가에 가치를 두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보유한다. 한국의 액티브 시니어는 2010년부터 10년간 525만이 증가했다. 그리고 2030년이면 이들이 전 인구의 절반이 된다. 

 그래서 향후 액티브 시니어 시장이 중요하나 아직까진 예상보다 많이 미약한다. 그 요인으로는 우선 다양한 선호를 가진 고령층에 대한 공략 데이터가 적거, 고령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마지막으로 기존 진출 업계의 성공사례가 딱히 없다는 점이 꼽힌다. 그래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시니어 시장은 아직 규모 추정이 어렵고,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으며 고령층이 경제적으로 양극화 되어 있고, 기업이 시니어를 위한 공급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60년대생은 건강수명과 돈의 수명, 근로수명을 늘려야 한다. 이들은 60세에 은퇴하여 만약85세까지 생존한다면 25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는 무려 22만 시간이다. 이 중 절반이 필수시간과 와병시간이면 11만 시간이 남는다. 이중 여가에 6, 근로에 4를 쓰게 되는데 노년층은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티비 시청에 쓴다. 그러지 말고 이를 전문성과 기술계발에 쓰면 취업조건도 나아지고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도 많아 질 것이다.

 향후 한국은 1인 가구의 사회가 된다. 2040년까지 20년동안 1인 가구는 240만이 증가한다. 하지만 청년가구는 27만이 감소하며 고령1인 가구는 무려 250만이 증가한다. 1인 가구의 중심이 고령층인 것이다. 그래서 1인 가구의 유형은 월세에서 자가보유로, 가구의 빈공간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주택의 크기를 줄이고, 주택연금을 활용하고, 빈방을 잘 활용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노년엔 긴 생활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 30년의 노후에서 월 100만원의 현금을 위해서는 3억 정도의 자산이 필요하다. 저자는 주택 연금을 추천한다. 한국은 노년층이 재산을 대개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부동산의 전망은 어둡다. 인구는 줄고, 저성장이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은 역 모기지로 사망시점을 알 수 없어 대출기간이 불확실하다. 그래서 기관은 보험의 개념으로 보증료를 받는다. 가입자는 주택 가격 만큼 월 별 현금을 받고, 사망하게 되면 주택이 넘어가 부채를 모두 상환하는 구조다. 현재 주택연금은 공시지가 9억이하에서 12억으로 상향되었다.

 노년에 은퇴하면 사회관계가 모두 끊어진다. 그래서 저자는 부부, 친척, 친구, 사회관계를 모두 중시한다. 특히 은퇴부부관계가 중요하다. 퇴임전 부부는 근로와 육아로 바쁘다. 하지만 은퇴하면 오랜 시간을 서로 대면하며 갈등이 생긴다. 이를 위해 서로를 위한 개별공간을 만들고, 공감하며, 집안일을 잘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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