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하우스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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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여름에 보았다. 독특하고 괜찮았었다. 노르웨이 어촌의 풍경, 아름답지만 황량하고, 춥고 거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것이 그려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욘 포세만의 독특한 문체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의 또 다른 저작인 보트하우스를 보게 되었다. 

 다 본 느낌은 재미보단 난해하다이다. 물론 책은 어느 정도 재밌다. 읽다보면 책에 빠져들게 되는 어느 정도의 서사와 인물 간의 이야기를 제공한다. 끝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는 주인공은 오랜 만에 친구 크누텐을 만난다. 주인공은 서른이 훌쩍 넘어 마흔이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직업이 없고 해놓은 것이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주인공을 크게 나무라지 않는 아직은 젊은 어머니와 같이 산다. 그런데 주인공은 항상 불안하고 그렇게 불안해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더 불안해하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된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반면 크누텐은 주인공과 어릴 적 같이 하던 사이다. 모든 것을 함께 하며 놀았고 마을 인근의 빈 보트하우스를 아지트 삼아 놀곤 했다. 주인공과 다르게 크누텐은 음악교사가 되었고 결혼을 했으며 딸이 둘이 있다. 둘은 친했지만 어릴 적 여자아이들과의 관계로 인해 틀어지게 되었고 그렇게 헤어졌으며 안본지 10년이 넘게 되었다.

 그렇게 마주치려니 서로 부담이었다. 둘이 서로를 외면할 수 없게 만든건 크누텐의 아내였다. 그녀는 낚시를 하러 배를 타고 나갔고 그러다 주인공과 마주친다. 한눈에 매력적인 그녀지만 주인공은 크누텐의 아내임을 알아채고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그녀의 유혹은 강렬하다. 그리고 크누텐은 놀랍게도 그녀가 그럴 것이란걸 알 고 있다.

 크누텐의 아내 손에 이끌려 그의 집을 방문한 주인공은 어색한 이야기와 식사를 나눈다. 그리고 돌아가는데 놀랍게도 크누텐의 아내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렇게 책은 마무리 된다.

 책은 주인공의 독백에 가까운 크누텐과 자신의 불안, 아무것도 없는 처리라는 말이 거의 20번 가까이 반복된다. 이 점이 독특한 점이며, 대부분의 지면이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뤄지지만 같은 내용을 한 장에서는 크누텐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그 크누텐도 주인공처럼 반복적 독백을 일삼는다.

 가난하고 뭔가 이루질 못한 피폐한 삶을 드려내려 한 것 같은데 독특하지만 재미를 느끼긴 쉽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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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9-25 1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중론이 난해하다 더라구요
번역된 책 전부 사놨는데,,, 한권밖에 못읽었어요 ㅠ
 
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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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1994년 일본이다. 일본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은 대개 시점이 과거다. 이 점은 좀 독특하다. 하여튼 일본에서도 기차가 지상으로 다니다 보면 사람과의 접점인 건널목이 있게 된다. 이런 곳에선 불의의 사고가 가끔 발생할 수 있고, 이런 점은 영화에서도 자주 소재로 사용된다. 그중 시모키타자와 3호 건널목에서 최근 1년 기관사가 사람을 발견하고 급정거 하는 사태가 자주 벌어진다. 하지만 이미 정지가 늦어 사람을 쳤다고 생각한 기관사와는 다르게 희생자가 발견된 사례는 없었다. 그리고 한 여성 월간지에 바로 이 건널목에서 유령을 보았다는 목격담과 더불어 심지어 사진촬영까지 된 증거물이 제보로 등장한다.

 마쓰다는 30년 사회부 일간 신문의 베테랑 기자다. 하지만 아내와 사별한 후 실의에 빠져 신문사도 그만두고 지인의 도움으로 현재 여성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여성지와 좀처럼 맞지 않았는데 객관적 어투의 신문과 여성을 끌어당겨야 하는 여성지의 문체는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편집장 이자와는 마쓰다를 여성지로 끌어온 인물로 그에게 이 시모키타자와 3호 건널목 유령사건을 맡긴다.

 마쓰다는 기가 찼다. 심령이란걸 누가 믿겠는가. 그리고 그는 한 때나마 사회부 기자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지라 취재에 임하게 된 그에게 강한 사건의 냄새가 풍긴다. 건널목은 유령이라는 원혼이 서릴 만큼의 사건이 최근에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일년 전 그 건널목에서 한 여성이 살해되었다. 여성인 신원불상이었지만 범인이 워낙 확실했다. 범인은 야쿠자였는데 거의 반쯤 미친 상태가 되어 수감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쓰다에겐 밤 1시 3분이면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말이 없었고 귀신처럼 이상한 소리를 내는 전화였다. 마쓰다는 신원불상의 희생자를 뒷 조사 한다. 그녀는 유흥업계의 여자였고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였는지 동료들이 모두 싫어했다. 그리고 일한 업소마다 이름이 달랐다. 에리라는 유흥업계의 종사자가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다. 

 그녀를 구슬려 취재하는 과정에서 마쓰다는 이 살인 사건이 한 정치인과 관련이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는 오랜 다선의원이었고 최근 건설업계로부터의 청탁을 받은 비리로 인해 매우 간단한 수군의 벌금만 받은 상태였다. 마쓰다는 그 건설업계가 사실은 폭력단의 소유이며, 이 폭력단은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의원인 노구치 스스무에게 뇌물을 바쳤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뇌물은 돈이 아닌 바로 여자였고, 그 여성이 바로 희생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탈이 나자 폭력단의 노구치는 여성을 살해한다. 그래서 여성을 살해한게 야쿠자말단 조직원이었고, 경찰이나 검찰이 뒤를 밟지 못하도록 안 그래도 정보가 없는 그녀의 일말의 정보마저도 모두 지워버린 것이었다. 

 소설의 결말은 다소 권선징악이지만 다소 의외의 방향으로 끌려간다. 소설 도입부에선 유령이 단순한 속임수이거나 희생자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한 누군가의 주목을 이끌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유령이란 장치를 진짜로 등장시켰고, 끝까지 결말에서 진짜로 작용한다. 이 점이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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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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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사형제도가 존재하지만 김대중 정권 이후로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UN은 한국을 사형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국가로 분류한다. 20년 이상을 실행하고 있지 있다면 형법 상 사형제도를 없애도 될 것 같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국민감정이 엄연히 사형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형수와 무기수는 엄연히 다르다. 무기수는 장기간 수형생활을 하고 나면 가석방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사형수는 잘해봐야 무기수 정도의 지위로 내려오기에 평생 감옥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범죄자를 감옥 즉, 교도소에 보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한 행위에 대한 응보적 조치이고, 다른 하나는 그 대부분이 결국 사회로 돌아올 것이기에 다시는 일탈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화를 하는 것이다. 모든 국가의 교도소는 이 두 가지 기능을 실행하지만 무게 중심을 어디냐 두느냐는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다. 미국은 철처히 응보적 조치에 초점을 둔다. 그 증거는 재범률과 교도소에서 수형자의 생활로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재범률은 매우 높고, 교도소 안에서의 범죄도 많다. 거기에 그들은 상당한 노역을 한다.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웬만한 국가들이 보기엔 이해가 안될 정도로 교도소 내에서 수형자들의 자유도가 높으며 시설도 훌륭하다. 그리고 재범률도 낮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응보적 조치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재범률은 매년 변하지만 25%정도다. 즉, 범죄자 4명 중 1명은 다시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리고 교도소 시설도 매우 좋지 않다. 매우 비좁은 공간에 거의 군내 내무반 수준으로 죄수를 수용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각자의 사생활은 거의 없다. 여기에 냉방도 해주지 않는다. 가끔 교도소에 에어컨을 설치해야한다는 사회적 의견이 나오나 강력한 비토여론에 묻히기 일쑤다. 오죽하면 고 신영복 교수가 독재정권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할 때, 겨울이 좋다고 하셨을까. 그는 비좁고 냉난방이 잘 안되는 교도소에서 겨울은 서로의 온기로 버틸 수 있어서 좋았고, 여름은 그 반대로 싫었다고 한다. 사형제도가 엄연히 남아 있는 것도 응보적 조치에 초점을 두는 한 증거다.

 사형은 가장 강력한 응보적 조치이나 문제점이 많다. 일단 사람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이기에 반인권적 조치가 된다. 사람 죽이는 놈을 죽이는게 뭐가 문제냐 싶지만 이미 문명 국가의 형법은 함무라비 식으로 같은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형은 그것을 행하는 교도관에게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누군가는 실행하는 버튼이라는 것을 눌러야 하고, 그것을 한 사람은 여러 보호장치로 자기가 한 것이 분명치 않더라도 사람을 죽였다는 외상에 시달리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사형은 정치사회적 문제도 많다. 한국근현대사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사형은 독재자가 정적을 제거하기 매우 좋은 수단으로 쉽게 악용된다. 조봉암은 실제로 사형당했고, 김대중도 사형선고를 받았었다. 그리고 사형은 돌이킬 수 없다. 사람이 구축한 사법시스템은 당연히 허점과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사람을 사형시켜버리면 이후 반전의 기회란게 아예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기수로 살려 두었다면 억울한 이를 구제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이런 경우는 적지 않게 발생한다. 

 책 '13계단'은 이런 사형제도에 대해 고민할 만한 여러 가지를 던져준다. 책은 준이치란 사형수가 출소하며 일어난다. 그는 한 사내를 술집에서 시비끝에 죽인다. 시비는 상대방이 걸었고, 준이치는 다투다 밀쳐진 상대방이 넘어지며 후두부를 물체에 강타당해 죽게된다. 상당히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살인은 살인이었다. 상해치사로 그는 2년형을 받았다. 하지만 가석방으로 출소하게 된다.

 돌아오니 집은 엉망이었다. 가족은 범죄자를 배출한 가족으로 낙인찍혀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그 결과 동생은 고교를 자퇴했다. 부모는 희생자 유족은 7억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급하느라 가세가 크게 기울었다. 준이치는 망연자실했는데 그런 그에게 교도관 곤노가 다가온다. 곤노는 준이치에게 제안을 한다. 한 사형수가 있는데 그의 범죄가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보니 조사해볼 만한 사안이었다. 그리고 곤노는 거액의 수당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이 준이치에게 매우 크게 다가왔다. 총 1억 5천 정도의 보수금이었던 것이고 이는 부모님의 무거운 짐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을만한 금액이었다

 곤노와 준이치는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해당사형수는 살해동기도 마땅한 증거도 없음을 알 게된다. 사건은 여러 반전이 있는데 추리 소설치곤 많이 재밌진 않았다. 이야기의 설계는매우 훌륭한데 좀 쫄깃한 맛이 조금 부족했다. 오히려 수형생활과, 교화, 사형제도에 대한 고민이 좀더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유명한 일본 작가 가즈아키의 데뷔작으로 읽어볼만 하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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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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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은 '시선으로부터'이다. 책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 누군가의 시선을 소재로 제목을 정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랬는데 사실 저자는 중의적 의미로 책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책에는 한 가족이 나오는데 이미 작고한 그들의 어머니의 이름이 심시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제목은 두 가지 의미로 생각이 되는데 심시선이라는 사람이 만든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가부장적 문제, 서양의 오리엔탈리즘, 한국의 군사정권, 한국전쟁에서 자행된 학살문제가 다뤄지기 때문이다. 즉, 저자는 심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만들어낸 가족을 통해 이런 문제를 다루는 의미로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심시선은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한국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인데 가족들이 서울 북부와 의정부 족에 거주하는 바람에 피난이 늦었다. 그렇다보니 가족이 북한군 점령지에 머물 수 밖에 없었는데 일본에 유학을 갖다온 삼촌을 누군가 공산주의자로 밀고하면서 일가족이 거의 모두 학살당하게 된다. 시선은 친척집에 맡겨질 뻔 했으나 그 친척은 시선을 하와이로 보내버린다.

 당시 노동력이 부족했던 하와이 농장에서 시선은 고된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다 한 독일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였다. 우연히 만난 동양여자, 거기에 그림을 그리는 시선을 보며 그는 시선을 독일로 데려간다. 내가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말과 함께.

 시선은 그에게 많은 기대를 했겠지만 그는 성불능자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지역의 여자를 두루 섭렵하는 그런 인간이었다. 시선은 미술 공부를 하게 되었지만 폭압적이고 강압적이며 가부장적인 그에게 많은 육체적 심리적 폭행을 당한다. 그러다 요제프 리란 독일인을 알게 되고, 그와 함께 한국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 인간 마티아스는 시선에 대한 마지막 폭력으로 그녀를 원망하는 유서와 함께 자살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작품과 유산을 그녀에게 남긴다.

 시선은 한국으로 돌아와 요제프와 사이에서 아이 둘을 났지만 향수병을 못이긴 요제프를 독일로 돌아간다. 시선은 한국에선 마티아스로 인한 상처로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되지만 대신 글을 쓰며 한국의 문학계와 예술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도움을 준  광고업체 사장 홍낙한과 결혼하게 된다. 

 시선은 요제프 리와의 사이에서 세 아이를 그리고 홍낙한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둔 딸까지 총 네 아이를 키우게 된다. 시선은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던 사람들은 몰래 숨겨주기도 한다. 그녀는 말년에 건강악화로 죽게되고 절대 제사를 지내지 말란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의 첫째 딸 명혜가 제사를 지내자고 동생들에게 제안하게 되고, 이들 가족들이 모두 시선의 10주기를 맞이해 그녀가 자랐던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선의 딸과 손주들은 모두 시선으로부터 나온 만큼 매우 독특한 직업과 성격을 갖는다. 반면 대조적으로 아들이거나 손주, 사위인 남자들은 매우 평범하게 나온다.

 시선의 일대기를 서술했지만 책은 가족들의 일상과 그들이 겪언 사건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로 쭉 이어지며 매 장마다 시선이 과거에 인터뷰했던 내용이나 방송내용들이 나오고, 시선에 대한 가족들의 회상으로 인해 시선의 일대기를 알 수 있다. 

 가족들은 시선으로부터 나온만큼 직업도 독특하다. 예술품 복원가, 괴수제작자, 광고업체경영자, 잠자리 연구자 등이다. 심지어 아직 학생인 손주도 새 연구를 꿈꾼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대화나 생각은 모두 재밌고 독특하다. 직업 세계를 드러내는 부분도 재밌는데 아마도 저자가 이런 직업의 사람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가족의 일대기를 통해 적절히 드러내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가족의 내용이 많아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진 않는다. 저자는 그런 느낌으로 책을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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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리커버 특별판)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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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전체를 아우르는 서사는 없다.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해서 책 말미가 되면 청소년기가 된 듯 했고 갑작스레 어른이 되어 사회의 이런 저런 면을 평하는 식으로 책이 진행된다. 다만 어릴 적부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어른에 대한 단상이 일관적이고 자세히 서술된다. 그 일관성은 어두움과 죽음, 그리고 불만 같았다.

 저자가 묘사하는 주변의 자연환경은 항상 지저분하고 어둡다. 꽃이나 나무는 썩고 시들고, 애벌레는 즙을 내고 터져있고, 주위의 동물들도 계속 죽음을 맞는다. 표현하는 어른들도 그렇다. 그들은 아이를 존중하지 않고 폭력적이며, 원하는대로 아이가 해주기만을 원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고, 그래서인지 저자는 늘 그들의 늙음과 삶의 피폐함, 같이 다니는 죽음을 그들에게 묘사한다. 

 그래서 책은 항상 어둡다. 집에 송아지가 죽는 장면이 있었다. 왜 인지 모르지만 당시 마을엔 가축을 죽이는게 불법이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고기가 먹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삼촌과 작당해 멀쩡한 태어난지 얼마 안된 송아지의 다리를 가격한다. 그리고 잘 회복되지 않게 밀기울을 발라 버리고 수의사를 부른다. 그도 공범이다. 그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듯, 대충 보더니 송아지가 살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그들이 원하는 합법적 살상을 허락해준다. 죽이는 건 불법이지만 병들어 죽을 수 밖에 없다면 도살해서 고기로 먹기 위해 죽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송아지는 도살되고 가족은 만찬을 즐긴다. 그리고 이후 어미소는 새끼를 그리워하며 빈 축사를 보고 운다.

 주인공은 이런 장면을 무척이나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어릴 적의 감수성과 윤리성이다. 이런 저자가 보기에 세상은 온통 더럽고 불친절하고 사랑이 없으며 죽음으로만 가득차 있다. 그걸 좀 담담하고 독특한 문체로 서술하는데 이걸 이해하기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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