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손이 두부 -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일공일삼 107
모세영 지음, 강전희 그림 / 비룡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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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손이는 왜란 전 진주에 살던 조선인 아이다. 막손이의 아버지는 진주의 유명한 도공이고, 막손이는 감각이 뛰어나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막손이에게 맛있는 두부를 해주곤 하던 어머닌 막손이가 어려서 죽고, 아버지도 왜란이 일어나 포로가 되어 끌려가다 육지를 밟지 못하고 배에서 죽는다. 

 막손이는 진주에서 끌려온 도공들의 보호를 받으며 허드렛일로 버티나 그들을 잡아온 도사번의 번주는 한푼이 아까운 나머지 막손이를 하급 무사의 노비로 보내버린다. 하급무사의 아내인 신지부인은 세 아이의 어머니로 매일 상급무사 아내들의 잡일을 도와주며 연명하는 처지다. 때문에 모든 집안일과 아이를 돌보는 일은 소위 '마그소니'의 일이 되어 버린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던 막손은 나무를 하러 간 산속에서 조선인 호재 아저씨와 마주한다. 그는 원래 경상도의 양반으로 의병으로 싸우다 포로가 되어 막손이 처럼 노비러 전락한다. 양반임에도 평민인 막손이에게 호재는 정성을 다했고 막손은 그런 그가 아버지처럼 여겨진다. 호재 아저씨의 주인은 이에무라 부인이었는데 그녀는 신지부인과 다르게 착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당시 일본은 도자기 뿐만 아니라 두부 만드는 기술도 형편없었던 듯 한데 막손은 호재 아저씨를 도와 맷돌을 이용해 두부를 만들게 된다. 이에무라 부인은 이를 시장에서 팔게 되고 두부는 없어서 못파는 지경에 이른다. 이에무라 부인은 가난에서 벗어나 곧 가게도 차릴 수 있을 정도로 형편이 나아진다. 하지만 두부소식을 들은 도사번 번주의 수하 가와치와 그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겐조는 음모를 꾸민다.

 겐조는 두부를 만들어 내는게 막손임을 알게 되고 그를 납치하여 두부를 만들게 한다. 겐조는 그 두부를 팔아 가와치와 더불어 막대한 돈을 벌게 된다. 사라진 막손을 찾던 호재아저씨와 아키라는 막손을 납치한 것이 겐조임을 알게 되고 그를 구해낸다. 막손은 다시 호재아저씨와 두부를 팔게 되게 겐조와 가와치는 번주의 벌을 받게 된다. 

 왜란 때 일본의 군사력은 막강했지만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조선에 뒤쳐지는게 많았는데 끌려간 도공에게서 두부를 상상한 것이 재밌는 소설이었다. 어른 보다는 청소년용으로 재밌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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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 코끼리와 코요테 인생그림책 28
나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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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코끼리를 따라다니는 코요테. 코끼리는 그에 저항할 힘도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다. 그런 코끼리에게 코요테는 죽음은 사라짐이 아닌 다른 것으로의 순환이라는 것을 깨우쳐주고 깨달음을 얻은 코끼리는 편하게 잠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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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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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은 고전이기에 읽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왠지 그래야만 교양인이 될 것만 같고, 그리해야 문화 시민이 되는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고전은 워낙 오래전에 쓴 것이라 현대의 소설들에 비해 재미와 공감대가 부족하다. 그래서 책을 항상 들기 힘든 편이다. 이 책 그리스인 조르바도 아마 약간의 강제성이 부과된 지금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책을 대여하기도 쉽지 않아 전자도서관을 이용했는데 다 읽고 나니 후회가 전혀 없다.

 우선 책이 무척 재밌다. 책은 시간 상 대충 100년 정도 전으로 보이며 공간은 그리스 에게해 문명의 발상지인 크레타 섬이다. 아마 끝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은 주인공이 있고 그와 항상 함께하는 65세의 세상의 풍파를 모두 겪은 그리스인 알렉시스 조르바가 있다. 그리스는 오랜 기간 터키인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나 막 독립한 상태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대립하기 시작했고, 민족의 개념이 강하게 대두되던 혼란기였다.

 주인공은 막 독립한 자국 그리스의 지식인이자 자본가다. 그는 새로운 국민국가로 선 나라에 대한 고민, 이념에 대한 고민을 않고 있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론 부처를 흠모할 만큼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화를 찾고 싶은 이중적 모습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혼란스러움을 피하고자 크레타로 향한다. 그리고 배에서 조르바를 만난다. 둘은 이상하게 끌리고 조르바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직접 고용하라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 사내가 묘하게 맘에 든다.

 그렇게 고용된 조르바와 보스가 된 주인공은 크레타에 도착한다. 그리고 크레타의 광산에서 갈탄을 파기 시작한다. 그들은 마을에 정착하고 머문다. 마을엔 오래된 과부이자 여인숙을 운영하는 프랑스 여인이 있었고, 조르바는 그녀의 애인이 된다. 마을엔 여러 과부가 있었지만 보스가 된 주인공은 한 젊은 검은 머리의 과부에 끌린다. 그녀는 마을 여러 남자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갈탄 광산의 수익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애초에 사업에 생각이 별로 없기도 하고 머리를 식히러 온 주인공은 조르바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다. 조르바는 일꾼들을 다그치기도 하고, 조련하며 일을 진두지휘한다. 그러다 갈탄 광산이 무너지고 이들은 돌파구로 산으로 케이블을 연결해 자원을 채취할 생각을 한다.

 조르바는 케이블 카를 건설한 자재를 사러 이동한다. 케이블 카 건설이 시작되고 이들은 건설을 위해 인근 숲을 구입하러 수도원으로 향한다. 세상과 동떨어져 깨끗해 보이던 수도원엔 의외로 세상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수도사들이 가득했고 거기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빌미로 이들은 헐값에 숲을 구매한다. 공사가 진행되던 중 조르바와 막 결혼한 프랑스 과부가 열감기로 숨진다. 그리고 주인공은 젊은 과부와 맺어지나 과부를 선망하던 한 마을 젊은이의 죽음을 계기로 마녀 취급을 받던 과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케이블 카는 공사를 마치고 기공식을 하던 날 기둥채 모조리 무너져 내리며 일부 마을 사람들과 수도사들이 다치게 된다. 주인공은 오히려 이런 대 실패에 더욱 홀가분해진다. 조르바와 이별하고 조르바는 즉자적인 성격처럼 루마니아로, 러시아로, 독일로 향한다. 그리고 독일에서 동광을 발견하고 사업에 성공한 후 숨을 거두게 된다. 책은 조르바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와 그의 마지막 장면을 묘사하며 끝난다.

 저자는 인간이 생물로 태어나며 갖는 수많은 욕망과 지능을 갖고 문명과 사회를 건설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욕망과 얽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주인공은 당대의 지식인으로 무엇보다 시대정신아니 국민국가니 이념같은 상위적 욕망에 엃혀 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것을 중시하면서도 무엇보다 싫어해 그것과 가장 거리가 있는 부처를 흠모한다. 반면 조르바는 일자무식의 인물로 그런 것들 보다는 일차적인 욕망에 충실한다. 그저 배불리 먹고 열심히 일하며, 하루를 살기 위해 돈을 벌고, 여자가 있으면 접근하고 취하며 하는 식이다. 저자는 이런 조르바 같은 삶이 생물로서 여러 곳에 얽매인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간은 유전자를 전달해야 하는 생존기계로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하며 그것을 위한 여러 욕망과 또한 그것을 잘 하기 위한 지능을 갖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 지능과 협력성을 토대로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 냈고, 그리고 그 사회와 문화가 유전자와 마찬가지인 밈을 만들어내 인간이 그것을 따르도록 또 다른 구속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이런 것들이 모두 의미 없는 것이며 진정한 자유를 위해선 이런 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부처는 일차적 욕망까지 모두 버리는 그야말로 해탈을 주장하지만 저자는 조르바를 통해 그런 것까지 버리려는 마음도 일종의 얽매임으로 보고, 조르바 같은 모습을 보이는게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자유인의 상태라 바라보는 것 같다.

 주인공은 조르바를 만나고 사업에 실패하며 이전보단 훨씬 자유로운 상태가 된다. 하지만 통찰력 있는 조르바는 보스는 아직 자유로워 진 것이 아니라 얽매인 줄이 다소 길어져서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것 뿐이라고 일갈하고 무엇보다 주인공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기본적 욕망외에도 수많은 관계로 얽히며 그것이 마치 진정한 자기처럼 여기며 스스로를 얽매인다. 자신이 얼마나 얽매였는지 한 번 바라보게 되는 것. 그게 그리스인 조르바가 주는 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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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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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건축학 개론은 로맨스를 다룬 영화로는 의례적으로 남성관객의 반응을 이끌어 낸 작품이다. 아름답고 순수하고, 성실함을 보이는 연애물은 주로 여성의 심리를 자극하는데(남성은 이런 것에 별 관심이 없다), 영화 건축학 개론은 연애 과정에서 남자 존재의 어리석음과 순수함, 젊음이 보이는 실수를 마음껏 드러내며 남성의 공감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남녀를 통틀어 어린 날의 연애는 큰 생각(미래에 대한 현실적 고민) 없음과 무수한 실수, 잘못된 생각,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후회가 많이 남는 것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어린 날의 연애물은 대개 재밌고 공감을 많이 이끌어낸다.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사놓고 무려 10년을 보지 않은 책이다. 보지 않은 건 제목이 주는 부담감(지극히 개인적이다), 심리의 자세한 묘사, 두께 때문이 아닐었을지. 최근 좀 시간이 나서 큰 마음을 먹고 펼쳤는데 이 책을 왜 그동안 보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들었다. 책은 생각만큼 무겁지도 공감이 어렵지도 않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책이 갖는 공감과 충분한 재미, 감동을 주었다. 다른 분야의 책은 10년 정도 묵으면 세월로 인해 뒤떨어짐이 발생하지만 이 책은 문학인 만큼 그런 것이 없었다.

 이 책의 주제는 20살의 사랑으로 지극히 큰 어둠을 갖고 있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다. 어쩌면 둘 다 그렇기에 끌렸을지 모른다. 사실 둘은 사랑에 빠질만한 이렇다 할 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은 특이하게도 비교적 잘생긴 남자와 상당히 못생긴 여자와의 사랑을 다룬다. 연애물에서 남성은 좀 그렇다쳐도 여성의 외모가 못생긴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몇몇 순정만화에서도 여주인공을 못생긴 사람으로 설정하면서도 사실 준수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으며, 그런 경우에도 주인공은 몇몇 계기로 제대로 꾸미거나 상당한 매력을 갖는다. 정말 외적인 매력이 전혀 없는 주인공은 사실상 본적이 없는데 이 책은 여주인공을 정말로 그렇게 설정한다. 어쩌면 영화 만화와는 다르게 직접 보지 않고 상상만 해도 되는 소설이라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남녀 주인공 둘은 1985년에 만나 1986년에 헤어진다. 85년에 백화점에서 일하며 만나게 되는데 둘 다 큰 어두움을 갖고 있다. 남자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존재였다. 그의 아버지는 탈렌트로 평생을 무명으로 살았지만 뒤늦게 성공하며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새장가를 든 인물이다. 여주인공은 못생긴 외모로 태어나 이로 인해 평생 고통을 받는다. 어릴 적엔 주변의 남자들 커서는 외모로 인해 능력이 있어도 취직과 직장생활에서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백화점엔 요한이 있다. 이 인물 역시 그림자가 짙다. 자기가 일하는 백화점의 아마도 창업주였을 늙은이가 요한의 아버지다. 요한의 어머니는 그의 수 많은 여자중 하나였는데 버림받고 자살해버린다. 요한은 그래도 백화점 사주 일가의 챙김을 받아 강남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아파트를 갖고 살아가며, 백화점에 꽂아준 것도 그들이다. 처음에 그들은 요한을 그럴듯한 사무직에 배치했지만 요한은 견디기 어려워 지하 주차장에서 일한다.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을 보고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그녀를 돕다 갑작스레 친구를 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남주의 마음을 꿰뚫은 요한이 둘을 연결시켜주고 그렇게 둘은 연애를 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은 잘생기고 인기 많은 남자주인공에게 자신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둘을 잘 지내는 듯 했지만 남자는 대학을 가고, 여자는 백화점을 그만두고 사라져버리며 헤어지게 된다. 훗날 남자주인공은 여자의 주소를 알아내 편지를 보내 겨울날 버스를 타고 찾아가며, 그것이 이 소설의 첫 장면이다. 

 이후 둘은 헤어지게 되는데 그러면서 첫 장면 이후, 나이가 들어 작가가 된 남자주인공의 장면이 등장한다. 86년의 헤어짐-현재-85년의 연애-이후의 과정이 소설의 순서다.

 소설엔 특이하게 남주와 여주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중심인물이면서 그 둘을 연결한 요한의 이름만이 나올 뿐이다. 이 또한 특이한 점다. 소설은 재밌고, 80년대의 정서와 사회분위기 향취를 느낄수 있다. 앞부분엔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정서가 좀 독특해 몰입을 방해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부분은 적고 서사가 길어지며 읽기가 편했다. 괜찮은 소설로 누구나의 과거를 상기하며 재미나게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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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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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은 김초엽 작가의 소설 중 가장 재밌었다. 주제도 그렇고, 이야기도 그러하며 만들어낸 세계도 완성도가 이전보다 더욱 높아졌다. 전작 '지구 끝의 온실'도 환경과 관련한 주제였지만 이 책도 사실상 그렇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환경파괴를 만들어낸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듯 하기도 하다.

 현대 인간 사회는 개별자로서의 인간 존재와 협력자로서의 인간 존재 중 사실상 전자가 승리한 상태다. 서구 문명은 인간을 독립적 이성을 갖춘 존재로 인식하여 자연환경과 분리시켰고, 그들의 과학 역시 그러한 전제조건과 분리되고 독립적이라 생각하는 실험 속에서 발달했다. 반면 다른 지역은 좀 더 주변 환경과 스스로의 문명을 강하게 결속시키는 형태로 존재하곤 했다. 

 하지만 서구 문명의 이룩한 과학 기술이 더 강력했기에 이들은 다른 문명을 침탈했고, 각성한 다른 문명은 서구를 지난 200년간 추종했다. 그래서 지금 거의 모든 인간은 개별자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환경을 이용한다. 그 결과 인간의 개체수는 상당히 늘어났지만 다른 생물들은 설자리를 잃었고 엄청난 환경파괴와 가해자인 인간 자신도 위협을 느낄정도로 온난화로 인해 지구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반면 가해자인 인간은 자신의 이런 가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인 온난화가 자신을 침탈하자 그제서야 미온치 않게 반응하는 형국이다. 이러서는 안된지 않을까, 인간 자체의 인식과 정체성이 협력자로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작가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책의 세계는 암울하다. 언제인지 모를 근미래 우주로부터 일종의 균류로 추정되는 것들이 지구로 침투한다. 이들은 우주를 떠돌면서 그 행성에 자신들을 뿌리내는 종 같은데 균류들이 그렇듯 제한없이 세균이나 바이러스보다도 무섭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침투한다. 침투된 생명체들은 변이를 일으켰다. 특히 인간은 자아를 잃고 광폭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우주 균류들, 아니 범람체라 부르는 이것들이 내뿜는 포자롤 광증 아포라 부르면 두려워한다.

 결국 인간은 이상하게도 범람체들이 침투하지 않는 지하(오히려 좋아할 법한 장소인데)에 몇몇 기지를 건설해 간신히 문명을 유지해나간다. 하지만 지하도 아니아. 환기구나, 통로 등 갖가지 경로로 범람체는 침투해왔고, 그 결과 지하기지는 몇몇 구역을 상실하곤 했다. 그리고 기계는 범람체의 확산을 막기 위해 광증아포에 침투되 광증을 보이는 이들을 실시간으로 체포하는 구금 기계가 돌아다니고 있다. 

 주인공은 태린이라는 여자아이다. 광증에 지나칠 정도로 강한 저항성을 보이는 태린의 꿈은 파견자이다. 파견자는 책 제목이기도 한데 이들이 하는 일은 그 위험한 지상으로 나아가 범람체를 채집하고, 인간의 영역을 늘리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일이 위험한 만큼 이들에게 높은 지위와 보수가 따랐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태린이 파견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은 이제프 파로딘의 존재때문이다. 그녀는 제1의 파견자로 태린이 어릴 적 보살펴주고 지상에 대한 꿈을 심어준 소위 멘토 이기 때문이다.

 태린은 파견자 시험에 임한다. 하지만 이즈음 태린에게 이상증세게 나타나는데 난데 없이 무슨 소리가 뇌리에 울리는 것이었다. 태린은 시험 중 이 존재로 인해 패닉에 빠져 이론 시험을 망치고 만다. 하지만 태린은 뇌리의 존재에게 이름을 붙이고 대화를 시작하며 그와 소통한다. 그리고 그를 이용해 가장 어려운 실전 시험을 1등으로 통과한다. 하지만 태린은 자신이 솔이라 명명한 이 존재에 의해 실전시험에서 포집한 위험한 범람체를 지하도시 한복판에서 풀어버리는 범죄를 범하고 만다. 

 그로 인해 태린은 추방의 위기에 놓이나 이제프가 나서 태린은 파견자로 임명하고 가장 위험한 실전임무에 투입하는 조건으로 그를 구한다. 그렇게 태린은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향하고 범람체에 대한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된다. 소설은 그를 다루는 과정으로 치닿는다. 

 작가가 내놓는 결말은 좀 재밌기도 하고 고민스럽다. 어쩌면 그런 선택이 개별자로 변해버린 인간을 치유할 유일한 방법같기도 하다. 무척 재밌는 소설로 두껍지만 높은 가독성으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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