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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 - 성공과 투자의 법칙을 바꾸는 데이터 이코노미의 모든 것
강성호 지음 / 부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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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든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스마트폰, 이를 유도하는 플랫폼, 폰에 내장된 센서, 스마트 워치의 보급으로 이제 세상의 플랫폼 대기업들은 개인과 지역, 특정 국가에 대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데이터는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 있는데 우선 브랜드와 가격을 밀어냈다는 점이다. 과거 사람들은 품질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에 국가공인 인증 및 브랜드의 힘을 믿었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상품은 소비자 별점이라는 데이터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사람들은 가격과 브랜드 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평점을 믿는다. 이 별점은 많은 것을 포괄하는데 상품과 가격에 대한 가성비와 가심비, 만족도, AS등이 들어간다. 

 데이터는 화폐의 역할도 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이렇다할 유형의 자산이나 상품을 만들지도 않는 기업들이 시가총액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 제조강자 LG전자의 시가총액이 15조인데 당근마켓이 3조, 배민이 15조로 동급이다. 이는 그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가 자산으로 평가 받기 때문이. 플랫폼 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그 이용자 자신의 데이터와 그가 생성하는 데이터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편리하고 우수하기에 사람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의 고수보다는 그것의 제공을 택했다.

 데이터는 사회의 권력도 재분배한다. 과거 방송국 프로듀서나, 언론사의 편집부장, 신춘문예 심사위원 등은 누구를 드러낼지를 판별하는 권력을 지녔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다. 좋아요와 충분한 별점으로 자신의 가치를 만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데이터와 플랫폼이 사회의 권위와 영향력을 배분하는 역할을 가져가 버렸기에 이들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는 그 세밀함으로 개인맞춤형을 넘어 그 개인조차 쪼개어 마케팅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월요일엔 사무용품을 금요일엔 레저용품을 추천한다. 유튜브 역시 아침 출근 때와 저녁 퇴근 때 추천영상이 다르다. 데이터는 개인의 선택도 지배하고 있는데 넷플릭스의 경우 사용자들은 소비하는 콘텐츠의 2/3을 추천영상에서 고른다. 아마존 역시 소비자가 구매상품의 1/3을 추천 제품에서 고른다. 이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구글을 책 조차 데이터화하고 있는데 책의 단어 수를 모두 세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을 핵심키워드로 삼아 이를 압축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데이터는 배송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데이터의 축적으로 유통업체들은 배송방식을 바꾸고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쿠팡은 설립 후 10년간 만성적자에 시달렸는데 로켓그로스 사업으로 흑전에 성공했다. 이는 쿠팡에 입점한 업체의 상품을 대신 배송해주는 일종의 택배서비스로 쿠팡이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었기에 가능하다. 또한 포장도 데이터화해 크기, 부피, 파손여부를 파악하여 소포장이 가능한 것은 그렇게 하여 부피를 줄여 물류비용을 줄이고 있다. 신선식품은 1-2일이면 폐기해야 해 재고관리가 어려운 고난도 배송서비스다. 그래서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재고를 관리하고 재고 가능성이 높은 시간이 되면 세일 등의 이벤트로 물량을 소진한다. 대개 물류창고는 전통적으로 품목별 정리를 해놓는다. 하지만 쿠팡은 무질서한 방식의 랜덤스토우 방식을 쓴다. 이는 무질서해보이나 물품을 찾는 사람의 동선을 최소화하고 창고의 빈공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학습에도 매우 중요하다. 인공지능의 학습에는 정제된 학습데이터가 무수히 필요하다. 다만 비용이 문제다. 정제된 데이터를 하나 만드는데는 6달러가 소요된다. 이의 대안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롭게 생성한 합성 데이터인데 이것의 비용은 6센트에 불과하다. 다만 합성데이터는 문제가 있다. 조작과 가짜 데이터의 생성과 사생활 침해의 우려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인공지능의 발전에는 합성데이터가 점차 많이 쓰이고 있으며 그 시장성도 매우 유망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거의 모든 분야에 사용중이다. 다만 창작의 영역에도 사용되며 저작권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창작물은 생성형 인공지능 그 자체, 그것을 이용한 사용자, 생성에 사용된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들 모두가 적당히 나눠가지면 좋겠지만 생성물에 대한 기여도를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 향후 인공지능은 어떤 데이터로 학습했는지 명기하는 의무가 생길 수 있고, 데이터 공급 거부권, 인공지능 촉진을 위한 데이터 사용권 등이 생겨날 수 있다.

 최근 데이터가 막강한 힘을 갖게 되자 데이터 주권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에도 국적이 있고 국가가 이를 정책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정책 방향 중 하나가 데이터 현지화다. 국내 생성 데이터를 데이터 센터를 건립하거나 자국에 유치해 국내에 물리적으로 위치시키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에 대한 행정권과 개인정보 보호, 과세 문제를 해결한다. 결국 국경없는 데이터 시대는 저물고 있다는게 책의 생각이다. 

 데이터는 거의 모두 파편으로 존재한다. 이는 각 플랫폼과 기관이 목적에 따라 모으는 데이터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의 가치는 이종 데이터들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의미를 가질 때 가능하다. 그래서 데이터를 모아 공유하는 센터와 데이터를 거래하는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정부차원에서 데이터를 공유하는 기관이나 센터는 잘 만든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민간의 영역인데 여기서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22년 기준 1.77조원 수준인데 미국의 500조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이런 민간의 부실한 데이터 시장은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데이터를 모두 자체 생성하거나 해외에서 구매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데이터 시장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 물론 데이터 거래는 어려운 면이 있다. 데이터는 형태가 없고, 품질의 파악이 어려우며, 가치 측정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데이터에 대한 최근의 내용을 거의 총망라하고 있다. 10년 정도 빅데이터에 대한 책을 읽은 후 오랜만에 데이터 책을 보았으며 그 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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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전쟁 - 국익 최우선 시대, 한국의 운명을 바꿀 6개의 전장
윤태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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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CNN은 2020년을 기술 전쟁의 시작으로 선언했다. 사실 기술전쟁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1960년대에 자동차 로터리 엔진 개발에 독일, 일본, 미국, 영국, 이탈리아 기업들이 참가했고, 승자는 일본이었다. 그 결과 향후 자동차 시장은 일본이 장악하게 된다. 그리고 1990년대는 미국이 일본과 반도체 기술 대결을 벌였는데 승자는 이번엔 미국이었다. 1990년 세계 반도체는 일본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 패배로 인해 지금의 일본 반도체는 매우 초라한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과 중국 간의 진영대결로 기술전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저자는 책에서 6곳에서 전장이 벌어질 것으로 보았는데 피지컬, 사이버, 스페이스 배틀필드와 글로벌 특허, 스탠다드, 인재 영역에서이다. 전자의 3개가 물리적이라면 후자의 3개는 무형의 것들이다.


1.피지컬 배틀필드

 피지컬 배틀필드는 제조 영역에서의 경쟁이다. 현재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독일, 중국, 한국, 미국, 일본의 순위다. 중국은 제조업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이지만 최첨단 기술 부분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그리고 반도체의 생산은 한국과 대만, 중국이 담당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에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반도체의 구조, 기능, 제조 검사 같은 공정을 실행한다. 반도체의 발전은 과거와 이어지기에 갑작스레 고성능의 소프트웨어를 다른 나라가 개발한다 하여도 미국 것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경로의존성을 띤다. 

 미국은 직접 제조는 약하지만 소프트에서는 상당한 강자다. 전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미국이 50%이상을 점유한다. 여기에 소프트엔지니어의 수도 전 세계에 18만 7천 명이 있는데 미국에만 6만, 중국 5만 2천, 인도 3만 5천, 한국 7천명 수준이다. 중국은 이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산업용 앱을 100만개 이상 만들고 SW산업을 육성중이다. 

 중국은 자원에서 강점이 있다. 세계 리튬 생산량의 80%이상이 중국이다. 이는 생산과 투자를 통한 생산 모두를 합한 것이다. 광물 가공 제련도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은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리튬58%, 코발트64%, 흑연70%로 이차전지에 원료가 중국에 몰빵되어 있다. 

 반도체는 설계는 미국이, 소재는 중국과 일본이, 제조는 대만과 한국, 장비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담당한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의 무려 60%를 소비한다. 그렇기에 반도체 장비 기업이 중국을 떠나기란 매우 어렵다. 


2. 사이버 배틀필드

 5G는 2019년 시작했다. 고속대용량, 고신뢰 저지연, 다수층의 접속, 가상 현실, 원격 의료, 드론, 로봇, iot, 자율주행차가 가능해졌다. 6G는 2030년 상용화 예정이다. 기술이 더욱 진화하여 낮은 전력 소모와 자율성, 신뢰가 추가된다.

 세계 각국은 6G를 향해 경쟁중이다. 통신 속도가 10Gpbs에서 최대 1Tbps로 향상할 전망이고 범위도 사막과 숲, 바다 속까지 확장할 것이다. 위성 및 성층권 통신 시스템과 위성 광대역 중심으로 실현될 전망이다. 

 6G 시장은 그 자체도 대단하지만 관련한 데이터에서 부가가치를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수익성과 직결된다. 그리고 여기선 미국이 단연 앞서있다.

 인터넷은 크게 3층으로 구성된다. 저층부 네트워크, 그 위의 웹, 가장 상층부의 앱이다. 미국과 중국은 네트워크에서 앱까지의 모든 층에서 서로 다른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때문에 막강한 시장과 경제력을 가진 이들에게 편승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각종 해저케이블 사업에서 중을 배제중이다. 해저케이블은 전 세계 464개로 길이만 130만 km다. 메타는 우주 인터넷에서 최근 해저케이블로 사업을 선회했다. 

 중국은 인터넷을 감시하고 법으로 규제하는 디지털 감시국가의 선두다. 하늘의 그물이라는 스카이 넷을 운영중이고 안면인식과 보행분석 기술로 개인을 인증, 추적한다. 중국은 사이버주권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인터넷을 규제한다. 그리고 인터넷이 나쁜 여론을 만들고 권력에 대항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이들은 만리방화벽을 1990년대 후반부터 구축하여 구글, 유튜브를 차단하고 콘텐츠를 사전 검열한다. 

 다음세대의 통신 전쟁은 양자영역에서 이뤄질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2030년 실용화 예정이다. 현재의 암호체계는 두 소수의 곱을 이용한 것이다. 곱은 쉽지만 반대로 곱한 수를 다시 두 소수로 나누는 소인수 분해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양자컴퓨터는 이것이 쉽다. 그렇기에 미래의 암호는 양자컴퓨터로도 해독이 어려운 양자내성암호가 될 것이다. 

 양자통신은 양자얽힘현상을 이용한다. 그리고 중국은 여기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 유선양자암호통신에는 양자신호의 유무를 확인하는 양자중계기기가 필요하다.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 중계기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양자암호통신은 여러 상태가 중첩되 얽혀있는 양자상태서 광자에 정보를 담아 전송한다. 이 때 송수신자가 안전하게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암호키를 사용하고 암호키를 나눠갖게 하는데 양자키 분배방식이 이용된다. 한국의 양자정보통신기술은 현재 미국의 63%수준으로 무려 4.5년 격차에 달한다.


3. 스페이스 배틀필드

 1950년대만 해도 발사체 성공률은 50%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94%다. 발사체 기술은 11개국이 보유했다. 한국은 누리호 개발에 2조를 썼고 11번째 발사체 기술 획득 국가다. 발사체 기술은 미국이 최고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60%, 중국은 85%, 일본도 85%, 유럽연합은 92% 수준이다. 

 미국은 과거 정부주도의 우주기술개발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발주로 방식을 바꿨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위성을 3천기 이상 운용중이고 목표는 4만2천기다. 중국도 500기가 넘는 인공위성을 운용중이며 이중 절반이 감시용이다. 아마존도 카이퍼 프로젝트로 2030년까지 3236기 위성을 계획중이다. 현재는 위성과 기지국 간의 전파 통신을 하지만 미래는 레이저 통신망으로 100만배 빨라지고 전파간섭도 없을 예정이다.

 현재는 기업의 위성이지만 전시에 이 위성들은 모두 군사무기가 된다. 위성은 미사일로 파괴하거나, 10초 이상 레이저를 쏘아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방해전파를 지상에서 발사하거나 위성끼리 충돌시켜 제거할 수 있다. 미국은 GPS를 개발하여 사용중이며, 유럽은 갈릴레오, 일본은 미치미키, 중국은 베이더우를 사용한다. 한국도 2035년까지 독자적인 KPS를 개발계획이다. 

 미국은 우주주유소도 개발중이다. 위성에 연료를 추가 공급하며 수명이 크게 늘어난다. 위성은 궤도나 자세를 바꾸며 연료를 소모하는데 미국기업인 오비드펩이 여기에 연관 중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상업용 우주정거장에 관심이 많다. 이것은 과학실험과 상품개발, 우주여행의 거점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중국은 우주정거장 건설에 박차중이다. 2022년 우주정거장 텐궁의 마지막 핵심모듈을 토킹시켰다. 텐궁은 작고 가벼우며 우주인은 모두 인민해방군이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2036년까지 달기지 건설에 합의했다. 한편 미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2025년 달에 사람을 보낼 예정이며 자금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우방들과 함께한다.달에는 헬륨3가 100만톤 축적되어 있다. 헬륨3는 1g이 석탄 40톤과 비슷한 에너지를 낸다.  

 달기지 건설을 위해서 재료가 중요하다. 맨체스터 연구팀은 우주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이는 우주에서 조달 가능한 재료에 사람의 분비물을 섞에 만든다. 애스트로콘크리트라 한다. 지구와 달을 연결하는 인터넷인 루나넷도 개발중이다. 현재는 우주선이 지구를 바라볼 때만 데이터를 전송해 비효율적이다. 루나넷은 우주선이 달이 가려도 이용이 가능하다. 


4.글로벌 특허

 발명자의 권한을 20년간 독점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카피라이트, 발명을 공유하는 방식을 카피레프트라 한다. 중국은 2021년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특허법을 미국보다 높은 수준으로 제정하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고의로 특허를 침해할 시 침해금액의 최대 5배를 물어야 한다. 미국은 3배 정도다. 미국은 이를 고등법원에서 다루지만 중은 법개정으로 세계 최초로 이를 대법원에서 다룬다. 특허권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크게 바뀐 것이다. 이는 자국의 기술력 강화와 미국으로부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함으로 보인다.

 국제특허 출원수는 2020년 중국이 68923개로 미국의 58477건을 앞선다. 한국은 20045건이다. 특허 소송전은 대개 다국적이나 미국에서의 판결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은 자국의 법과 영향력을 강화하여 여기서 벗어나려 한다. 

 이런 중국의 변화로 그간 중국 진출 외국 기업은 자신들의 기술 유출 염려에서 이젠 중 기업의 기술 침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허자산관리회사인 NPE는 다양한 특허를 매입한 후 기업을 상대로 소송한다. 전체 특허 소송의 70%가 하이테크 소송으로 이 중 87%가 NPE와 관련한다. 특허 관리는 매우 어렵다. 스마트폰 하나에만 특허가 25개 이상 필요하다. 그리고 세상 어느 기업도 이를 모두 소유하진 못한다. 그래서 기업끼리 서로 간의 특허를 나누는 특허풀, 크로스라이센스 계약이 성행이다. 


5.글로벌 스탠다드

 세상 모든 국가들은 자국기술을 표준으로 하려 노력한다. 그래야 다른 국가들이 이를 따라와 자신들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경쟁은 승자독식의 구조다. 1970년대 비디어 카세트레코더는 마쓰시타의 VHS방식과 소니의 베타방식이 경쟁했다. VHS가 승리하자 이것이 세계의 표준이 되었다. 

 지금까지 세계의 표준은 유럽연합과 미국이 주도했다. 표준은 자국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여기에 강력 저항하고 있으며 도전하고 있다. 

 국제표준이 되려면 무엇보다 기술력 그리고 다른 국가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표준화 경쟁은 국제전이 된다. 그래서 표준화 조직에 계속 참여하여 타국과의 유대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6.글로벌 인재

 미래 경쟁엔 어찌보면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 2019년 각국의 연구비는 미국이 6575억 달러, 중국이 3205억 달러, 일본이 1647억 달러, 한국이 789억 달러로 5위였다. 2000-2017년 미국에서의 과학기술 박사학위 취득자는 중국이 7만, 인도 3만 5천, 한국이 1만 8천명이었다. 한국은 인구 100만명당 연구자의 수가 7980명으로 세계 1위다.   

 국제공동연구에서 중국의 비율은 1996년 0.8에서 1.17로 상승했지만 한국은 1.44에서 1.16으로 오히려 후퇴했다. 한국인은 과학기술에 대해 회의적인 편인데, 과학기술이 다음 세대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우리 삶을 더 좋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긍정답변을 보였다. 한국은 과학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하였고, 그 성과로 경제발전을 크게 이루었지만 의외로 국민들은 과학기술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편이다. 믿지 않는다기 보다는 그 폐해를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연구에 문제가 많다. 예산이 관위주로 편성되는데 연구의 주제와 범위를 위임하지 않고 탑다운 방식으로 선택집중하여 지원한다. 그러다보니 창의적 모험적 연구보다는 예측이 가능한 연구만을 하게 되며 단기성과만을 노리게 된다. 미국의 IBM은 매년 10조원의 연구비를 투입하지만 성공률은 고작 3%다.  

 한국은 최상위 연구가 약하다. 2018-2022 120개 중점 과학기술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은 미국이 97개, 유럽연합 28개, 일본 5개, 중국1개이고, 한국은 0개다. 한국이 글로벌 인재 경쟁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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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24-2034 - 모든 산업을 지배할 인공일반지능이 온다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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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미래보고서를 10년째 보고 있다. 물론 매번 새로 나오는 것을 보진 않고 격년 정도로 보고 있는 편이다. 늘 많은 영감과 변화에 대해 놀라움을 안겨주는 책이지만 이번엔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우선 책의 내용이 좀 부실했고 인공지능 일색으로 책이 편성된 것이다. 그만큼 여러 가지 미래 기술이 결국 인공지능으로 수렴된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기술이든 그 머리엔 인공지능이 자리 할 수 밖엔 없기 때문이다. 나머지 기술은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 손과 발이 되는 셈이다. 

 이번 책은 지난 번과는 다르게 여러 소주제를 중심으로 그에 해당하는 각 계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싣는 쪽으로 편성되었다. 그래서 더욱 쉽게 읽히는데 마땅히 눈에 띄는 지식은 없고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욱 읽히 힘들지 않을까란 느낌이다. 

 현재 인공지능은 크게 세 부류다. 우선 특정 기능만 수행하는 인공협소지능으로 현지의 인공지능이다. 다음은 이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지능이 스스로 학습하고 코드를 편집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거나 더 나은 전략으로 새롭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범용 인공지능이다. 마지막은 인공 초지능이다. 이는 인간으로부터 독립해 인간의 이해, 인식, 통제 없이 스스로 목적, 목표, 전략을 개발하여 인류전체를 넘어서는 지능과 행동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존재다.  

 지금은 인공협소지능에 머무르고 있으나 이 분야의 발전과 투입되는 자원,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 전문가들은 범용인공지능의 등장에 대해 대비하려 한다. 여러 부분이 고려되나 우선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윤리성이다. 인공지능은 사회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면 그 자신이 윤리적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인간은 인간의 윤리체계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윤리체계를 정렬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었다. 일부는 이미 생성형 인공지능이 윤리적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어 큰 난제가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규제도 문제다. 인공지능의 규제에 관해서는 세계적 기구의 설립을 필요로 한다. 규제권한을 가진 정부, 인공지능 노하우를 가진 민간, 시민 사회의 윤리가 결합되어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제작과 사용을 촉진하는 거버넌스 프레임 워크의 구축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은 현대 사회에 위기를 가져올 수 도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허위 정보의 만연과 그에 따른 민주주의 쇠퇴, 인공지능 기반으로 고용 및 산업 이탈과 불평등의 증가문제, 인공지능 기반 사이버 및 화학 무기로 인한 치명적인 사고와 살상, 그 밖의 혼란들이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생성형 인공지능이다. 범용으로 갈 길을 멀었으나 이것만으로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이미 시장규모가 50억 달러에 이른다.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현재 초기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개발에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고, 고도의 컴퓨티 파워가 필요하며, 통합 생태계 구축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결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시장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방대한 데이터로 학습한 인간의 자식이다. 그렇기에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학습한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소송이 진행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생성형 인공지능의 개발과정에서의 학습데이터의 사용은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다. 또한 현재 인공지능은 상당한 인간 저작물을 학습했는데 이로 인해서 학습할 데이터의 양이 얼만 남아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속도에 비해 인간이 생성하는 데이터의 연간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자리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를 생성하기에 작가나 ,언론인, 디자이너, 음악가 등이 위험하다. 고객 서비스를 챗봇이 이미 하고 있고, 조만간 음성 및 영상으로도 가능해보여 상담원과 콜센터 직원이 위험하다. 또한 데이터 분석을 매우 잘 하기에 분석가나 통계학자도 위험하다. 

 책은 인공지능이 과반이지만 의료와 우주, 의학 분야도 조금 다룬다. 이전 책에 비해 학습할 만한 미래 내용이 적어 금방 읽었다. 다음 시리즈는 인터뷰 형식으론 편성하지 않는게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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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후의 세계 - 챗GPT는 시작일 뿐이다, 세계질서 대전환에 대비하라
헨리 A. 키신저 외 지음, 김고명 옮김 / 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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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것을 보면 경외감 및 기대감과 더불어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난 과학기술에 대해 낙관론자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상을 보면 더욱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일자리 문제, 인간의 정체성 자체를 흔들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구 상의 우리 이상의 존재가 등장하는 것이 가져올 문제에 대해 상당한 걱정이 든다. 이런 마음은 세계의 누구나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대해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세계는 하나로 통합되어 있지 않으며 각각의 국가들이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향후 패권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선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은 가속화할 것이고 인류의 정체성과 안전을 보장할만한 합의된 브레이크는 걸리기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냉전 같은 무한 경쟁 관계에서도 인간은 핵무기 같은 것에 대해 상당한 안전 보장 합의를 이뤘는데 인공지능 기술을 그것조차 매우 어려워 보인다. 아직 모두가 인공지능이 상호파괴를 확증할만한 것이라 여기지 않고 무엇보다도 핵무기는 기술과 양의차이에서도 서로를 확증파괴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양과 기술의 차이가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파괴할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책 AI 이후의 세계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런 걱정과 고민이 담긴 책이다. 대부분의 미래 기술 책이 기술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가능성에 초점을 두는 반면 이 책은 인공지능이 향후 전방위적으로 인간에 미칠 영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어 읽어 볼만한 가치가 더 크다.

 현재 인공지능은 생성형 인공지능까지 도달해 있다. 이 녀석은 인간의 방대한 지식을 학습해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겨졌던 글쓰기, 그리기 등 창조의 영역에도 이미 도달해 있다. 다만 이 인공지능은 자의식이 없어 자신이 어떻게 학습했고, 무엇을 학습했으며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 아직은 기계적 천재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인간은 자신들의 기술을 활용해 초기의 책을 비롯하여, 최근의 스마트폰에 이르며 자신의 지적 기능을 여러 가지 이것들에 위임했다.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위임할 능력은 비판적 사고력이나 작문력, 문해력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인간이 자신의 사회나 정치, 문화를 이끌어감에 있어 중요한 판단을 하는데 밑거름이 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것들의 위임은 인간인 인공지능의 꼭두각시가 됨을 의미한다. 그래서 인간은 인공지능이 그 뛰어남에도 현실의 결정권자로 작용하게 두어서는 안된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세계적으로 합의된 강력한 문화적 규범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1.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의료, 공간, 생물학, 양자물리학에 어떤 혁신이 일어나는가

2. 인공지능이 만드는 친구는 어떤 존재인가

3.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전쟁은 어떤 전쟁인가

4. 인공지능은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현실의 어떤 면을 인식할 수 있는가

5. 인공지능이 인간의 행동을 평가하고 유도하는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6. 그러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인간은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험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각각의 사회는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을 탐구해 완벽하진 않으나 적절한 답에 도달했고 그것에 기반해 지역의 문명을 구축했다. 이 일련의 중심에는 결국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있다. 인간은 현실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관측하는 수단으로 과학 장비들을 고안해냈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발전하며 실제 관측은 대상과 상호작용을 하며 대상의 상태를 규정하고 영향을 미치기에 완벽히 객관적인 연구나 관측을 불가능함이 입증되었다. 그럼으로 인해 결국 인간은 현실을 구성하는 다수의 상호보완적 측면 중에서 그 시점에 정확히 알고자 하는 측면의 가능성 중 하나만을 선택하여 발전해왔다. 이는 당연히 현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므로 인간은 각각의 부족한 결과를 결합하여 왜곡을 보정해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인간 관찰자가 관측할 때 발생하는 빈틈을 찾아 상호보완적 데이터를 처리하고 그 안에서 식별할 발생하는 빈틈을 메울 가능성이 있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궁극적으로 이성으로 식별할 수 있는 사물의 단일한 본질개념을 배제하고 인간은 그저 현실들의 유사성을 파악해 지식을 구축할 수 밖에 없다고 보았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의 특성을 그룹화하여 유형과 패턴을 인식하고 현실을 이해한다. 비트겐슈타인이 한계로 본 지식의 구축을 극한까지 잘 해낼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는 강국들이 만들어낸 다국적 네트워크 플랫폼이 지배하고 있다. 이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미국와 중국은 21세기 들어 크게 경제적 성장을 이뤘고 이를 수행하지 못한 유럽연합의 경제는 크게 후퇴했다. 네트워크 플랫폼은 기존 산업과 다르게 이용자가 폭증할 수록 서비스의 수준이 증가한다. 어느 산업이나 과도한 이용자는 공급부족으로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초래한다. 아무리 맛난 음식점이라고 손님이 지나치게 많으면 음식의 양과 질이 담보되기 어렵다. 하지만 네트워크 플랫폼은 이용자가 폭증할수록 편익과 매력이 오히려 증가하는 블랙홀 같은 존재다.

 때문에 네트워크 플랫폼 업계는 소수의 강자만이 살아남아 절대적 권한을 누리는 존재다. 또한 지역의 네트워크 플랫폼 업계를 무너뜨리기고 의존하게 만들기에 과거처럼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네트워크 플랫폼은 다국적이 되며 이는 그 서비스에 의존하는 해당국가와의 마찰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이 만든 네트워크 플랫폼에 대해 보안을 이유로 상당한 제재를 실행했다. 그래서 네트워크 플랫폼의 지정학이 날이 갈수록 중요하게 인식된다. 

 미국은 이미 네트워크 플랫폼을 대외 전략의 한 축으로 삼으면서 일부 외국산을 제한하고 그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부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반출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네트워크 플랫폼의 최강자인데 세계최고 수준의 대학, 스타트업 생태계, 선진적 연구개발 지원, 영어의 공용어 지위, 미국 주도의 기술표준, 방대한 내수시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유럽연합은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 산업기술 육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류기업과 대학이 있으며 계몽주의 탐구 전통이 있고, 방대한 내수시장과 혁신적이면서도 가장 안정적인 법적 요건을 제정하는 탁월한 규제기관이 존재한다. 언제든 세계적 네트워크 플랫폼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여러 나라로 구성되어 언어가 다양하고 개별적 규제기관이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인도는 아직 초기이나 혁신친화적 기업과 기술환경, 수많은 기술과 인재를 보유하고, 방대한 내수시장으로 네트워크 플랫폼의 탄생이 가능하다. 

 그리고 네트워크 플랫폼은 당연하게도 인공지능과 연결된다. 인공지능 기반 네트워크 플랫폼은 정보를 자동으로 선별하는 기능을 인간의 삶에 침투시켰으며 이로 인해 인간은 더욱 디지털 기술에 종속되고 있다. 네트워크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수집 분석하여 이용자의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팁과 추천목록을 제공한다. 심지어 몇몇 추천은 이용자 자신의 능동적 결정보다도 월등한 수준이다. 

 인공지능 기반 네트워크 플랫폼은 전례없는 수준으로 정보를 취합하고 선별하는 현상을 인간에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인간은 인공지능 작동 과정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없으며 간신히 그것을 설계하고 모니터링하며 매개변수를 설장하는데만 머물고 있다. 인공지능을 만들고 그것으로 이윤을 수취하는 네트워크 플랫폼 관계자가 자기네들의 인공지능이 왜이러는지 본인들도 모른다는게 농담이 아닌 셈이다. 

 네트워크 플랫폼의 인공지능은 각 개인이 여러 정보를 취합해서 제공하여 그들로 하여금 세상의 일면만을 바라보게 만든다. 때문의 의도하든 아니든 네트워크 플랫폼의 인공지능은 전 세계 방대한 이용자에게 상당한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의 목적함수, 훈련과정, 매개변수, 허위정보에 대한 정의를 조금만 바꾸어도 네트워크 플랫폼의 인공지능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엄청나게 달라지게 된다.  

 네트워크 플랫폼의 영향력이 이렇게 국적을 넘어 막강하기에 갑작스런 네트워크 플랫폼의 지정학적 철수는 한 국가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각국의 정부는 네트워크 플랫폼이 지위를 악용하거나 기존에 확립된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인공지능 시대의 전쟁은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 확실하다. 앞으로의 전쟁은 사이버 분쟁과 인공지능 기반의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무기는 재래식 무기와 다르게 상대방의 전력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우며 선제공격이 절대적인 타격과 유리함을 부여한다. 또한 사이버 무기는 재래식 무기와 다르게 민간과 군사시설을 구분없이 타격하며 오히려 선진사회일 수록 디지털화의 정도가 높아 더욱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또한 사이버 전력과 공작은 비용이 적게 들고 은폐 및 부인이 가능하다. 이런 점으로 인해 각국은 공격을 방어하는 적극방어와 전진방어라는 개념으로 무장하고 있다. 

 군대의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비인간적인 논리를 가진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전략이 바뀔 것이다. 인공지능 기반 무기와 방어체계로 전략을 전개하면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른 전쟁이 나타날 것인데 인간은 강력한 분석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에 전략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많은 권한을 위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쟁의 전략은 체스와 바둑의 전략과 많이 비견되는데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전략을 구사해 충격을 준 것이 전쟁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비유하면 그 상상이 좀 더 쉽다. 

 전통적으로 군사와 민간 영역은 기술적 특수성과 중앙집중적 관리, 효과의 규모에서 차이를 보여왔다. 철도는 군민 양용이나 효과적 파괴력이 부재하며, 핵무기는 군민 양쪽에 타격을 입히고 효과적 파괴력이 있으나 중앙집중적 관리로 제어가 가능하다. 총은 군민 양용이나 효과적 파괴력이 적다. 하지만 인공지능 무기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최초의 것이다. 군과 민간에 모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중앙정부에 의해 통제가 불가능하며, 광범위한 타격 효과를 갖고 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간은 인공지능무기에 관한 논의를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만 한다. 최소한의 공통된 어휘로 전략 개념들을 재정의하고 대략적이나마 서로의 제한선을 확인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은 인간의 정체성을 흔들 것이다. 인간은 지구 동물의 한 종으로 다른 종에 비해 몇 가지 뛰어난 특성을 갖고 있으며 그것들은 인간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것들 중 하나는 이성이며 이성은 비판적 사고력 및 사유 등 인간의 지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바로 이 인간의 이성을 약화시킨다. 네트워크 플랫폼이 제공하는 선별된 정보와 흥미거리는 인간을 중독시키고 학습의 필요성와 의지를 꺽는다. 즉, 사유와 개념 습득의 의지가 약화되는 것이다. 또한 중독과 검색,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간은 심층적 독서와 분석의 필요성도 갖지 못하게 된다. 그걸 대리해주니 말이다. 

 또한 인공지능은 창조를 대리해 줄 것이며 많은 직업 영역에서 인간보다 탁월한 분석력으로 결과를 도출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삶의 의미를 찾고 정체성을 얻게 해주는 직업과 그것에서의 성공을 가로챌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이 뿌리채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될것이다. 200여년 전 유럽의 농민들은 인클로져 운동으로 인해 수백년간 유지하던 농업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부정되고 가난한 도시의 하급노동자로 쫓겨나게 되었다. 그들 역시 크게 정체성과 안정성에 위협을 받았을 것인데 그래도 그들은 산업노동자로 재정의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의해 자리를 잃은 인간에게 어떤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주어질지는 상당히 불분명하다.

 적당한 사회적 합의와 재제가 없다면 그저 선별된 정보와 소비문화에 중독된 기본소득자정도로만 자리잡게 될 것이 분명해보이기 때문이다. 책은 인공지능의 발전과정과 인간사회에 영향을 미칠 많은 부분에 대해 우려와 심도있는 논의를 보인다. 단지 기술과 인공지능 주가에만 흥분할게 아니라 이런 고찰에도 사회적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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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제너레이션 : 챗GPT가 바꿀 우리 인류의 미래
이시한 지음 / 북모먼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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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 gpt가 나온지도 벌써 반년 정도 되었다. 그 성능에 놀라 다른 경쟁기업들은 초기 주가가 좀 떨어졌고 자신들의 생성형AI를 빠르게 내놓느라 부산했다. 그리고 몇몇 발 빠른 자들은 이 gpt를 이용해 사업을 펼치고 있고, 또 발 빠른 자들은 이를 자신의 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또 다른 사람들은 그 활용법을 팔아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세계의 절대 다수는 gpt는 커녕 인터넷 조차도 제대로 쓴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사실 디지털 강국이라는 한국 만해도 허울만 좋을 뿐 국민들의 디지털 활용 능력을 조사해본다면 생각보다 참담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단 생각이다. 학교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교육하는 일은 없고 직장에서도 철저히 디지털과 먼 곳도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본 책은 챗 gpt에 대한 두 번째 책이다. 사실 챗 gpt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책이 쏟아진다. 막상 읽을만한 것을 고르기 어려울 정도인데 몇 년 전의 암호 화폐책이다. 부동산투자책, 메타버스 관련 책들도 그랬던 것 같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챗 gpt에 대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매체를 여러 분야에 어떻게 활용할지 개략적인 방법과 생각을 펴낸 책이란 것이었다. 그래서 gpt를 이용한 구체적인 뭔가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것이 나을 것 같고, gpt가 뭔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겐 그래도 어느 정도는 볼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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