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죽는가 - 노화, 수명, 죽음에 관한 새로운 과학
벤키 라마크리슈난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죽음을 인식하는 인지능력을 갖고 있기에 그것을 두려워하고 피하려 한다. 하지만 의외로 담담히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갖고 있기도 하다. 스티븐 케이브란 사람은 이런 죽음을 피하려는 불멸성의 추구야말로 인간문명의 원동력이라 칭한 바 있다. 죽음에 대한 인간의 전략은 크게 4가지라 볼 수 있다. 최대한 오래 살려고 하기(진시황이 한 짓이다, 물론 오히려 빨리 죽었지만), 죽은 뒤 육체의 부활(예수나 미이라 등이다.), 영혼으로 이어지기(대개의 종교가 근거 없는 내세를 약속하고 현실에서 물질, 정신적 행위를 요구한다), 작품, 기념품, 생물학적 자손들로 유산 남기기다.(가장 현실적인 행위다)

 지난 150년 간 인간의 수명은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렇다고 늙은 노인이 200세까지 사는 것은 전혀 아니다. 과거 평균수명은 30세 정도로 극히 낮았는데 이는 사람이 30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유아 사망률과 질병등으로 요절하는 사람이 수치를 낮춰왔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운 좋게 넘긴 사람은 지금 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오래 살았다. 때문에 평균수명의 연장은 요절하는 사람의 수를 크게 줄인 것에 기인하지 인간 자체의 수명을 늘린 것은 아니다. 

 인간이 죽는 이유는 생명체를 유지하는 기제에 문제가 생겨 결국 총체적인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간 DNA에는 발달과 성장, 생명유지를 위한 단백질을 생성하는 설계도가 있다. 이는 매우 정교한 복제능력을 갖고 있지만 실수라는 것을 하며 이것을 수정하는 기제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나이가 들수록 점차 붕괴한다. 이렇게 연령이 높아지며 점차 망가져가는것을 노화이론이라 한다. 이 이론은 몸은 나이들어 죽기 전 유전자를 전달할 수단일 뿐이기에 몸이 유전자 입장에선 일회용이니 임무를 마치면 점차 노화하여 폐기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세대를 거듭하면 생식세포는 기존 부모가 갖고 있던 노화의 표지나 후성적 표지를 모두 초기화해 젊고 건강한 세대를 다시 만들어 내어 진화한다. 그리고 이런 기제는 부모 자식이 뚜렵이 구별가능한 생물일 수록 잘 나타난다. 그리고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에게서도 잘 드러난다. 성이 진화한 이유는 각 부모에서 유래한 유전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유전적 변이를 이뜰어내고 이를 통해 환경변화 적용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결국 성별을 분리한 대가는 죽음일지도 모른다. 무성생식 생물은 죽음이 유성생식 종만큼 뚜렷하진 않기 때문이다.(스스로가 복제되거나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복제의 회수에 한계는 있다.)

 동물의 수명엔 큰 차이가 있다. 이는 대사율과 관련하는데 동물의 대사율은 뭄무게의 (3/4)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래서 동물은 클수록 대사율이 낮다. 포유동물의 심박수는 평생 15억회 정도다. 대사율이 느리면 심박은 낮고 그래서 오래 산다. 이런 모든 관계는 마치 생명의 자연적 한계가 설정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큰 동물의 대사가 느린 이유는 신체가 크기에 표면적이 적어 체온 유지에 유리해 대사를 낮게 유지할 수 있고, 포식당할 확률이 적어 오래 살며 새끼를 키우는 것이 더 적응적이기 때문이다. 작은 생물은 정확히 반대로 표면적이 넓어 체온 유지가 어려워 대사가 빨라야 하고 잡아먹힐 확률이 높아 긴 수명을 설계하는 것이 비적응적이다. 

 이런 이유로 수명지수란 것이 있다. 신체크기와 평균수명간의 비례 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대부분의 동물은 1이다. 인간은 이것이 무려 5로 이는 인간이 신체크기에 비해 5배나 긴 수명을 보인다는 의미다. 인간은 의례적인 경우로 인간보다 높은 수명지수를 보이는 생물은 포유동물 중 19개 종 뿐이다. 그 유명한 벌거숭이 두더지 쥐가 있고, 나머지 18종은 모두 박쥐다. 박쥐는 포식확률이 낮은 조류이고(그래서 조류들은 대개 몸집에 비해 수명이 길다), 여기에 포식자가 침입하기 어려운 동굴에 거주하며 그나마도 거꾸로 매달려 있어 잡아먹힐 확률이 극히 낮다. 여기에 동면까지 취하기에 이들의 대사속도는 더욱 느리다. 이런 박쥐의 수명지수는 무려 10에 달한다. 이제 책에서 제기하는 노화의 원인을 살펴보자.


1.DNA의 문제

 유전자에 기록된 가장 중요한 정보는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이다. 신체를 조립하는 조직이니 이것을 만드는 방법은 신체를 구성하는 것이 된다. DNA는 디옥시리보스라는 당과 인산염이 번갈아가면서 늘어서 골격 가닥을 이룬다. 그리고 각각의 당분자는 네 가지 염기인 A, G, T, C와 결합해 정보를 부호화한다. 이 분자들이 특정한 순서로 늘어놓여 의미와 정보를 전달한다. 그리고 A-T, C-G만 결합한다. 그래서 한 쪽만 알면 반대를 알 수 있고 이 때문에 한 가닥만 분리하여 복제가 가능하다. 

 DNA에서 유전자를 부호화한 부분이 북제되어 RNA를 생성한다. RNA는 한 가닥이고 리보스라는 당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T대신 V염기를 쓰는게 차이점이다. 일부 RNA는 단백질을 만드는 기계의 부푼 역할을 한다. 유전자의 활성을 켜고 끄기도 한다. 구분은 위해 유전자 복사와 관련한 RNA를 mRNA라 한다. 

 단백질의 원료인 아미노산의 생성엔 문제가 있다. 그것은 20개인 반면 설계도인 유전 염기는 4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기를 세 개씩 한 단위인 코돈으로 묶어 스며 한 코돈이 한 개의 아미노산에 대응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엔 세포내 조직인 리보솜에서 일어난다. 

 아미노산 서열 속에는 그 단백질 자체가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특정한 형태로 접히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있다. 단백질 사슬을 스스로 접히는 능력 갖추고 있기에 유전자 속의 일차적 정보가 삼차원으로 구성된다. 유전자에는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여기는 인체를 단순히 구성하는 것 외에 중단하고, 속도를 조절하고, 단기, 장기간 만드는 정보도 있다. 이 신호들은 주변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이나 다른 유전자에 의해 활성화, 비활성화한다. 

 DNA 복제는 성장하는 것 이외에도 세포를 평생 무수히 복제하므로 계속 일어난다. 이는 매우 정교하나 꾸준히 오류가 일어난다. 이런 돌연변이는 있어도 다른 유전자가 이 기능을 대체 하는 경우가 많아 괜찮다. 그리고 생식세포의 돌변변이는 치명적일 수도 있지만 적응적 변이를 일으켜 진화의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체세포는 다르다. 여기서의 돌연변이는 생명과정 자체의 붕괴를 일이킬 수 있다. 

 인간의 유전자 설계도는 방사선이나 화학물질 등 환경인자에 의해 손상될 수 있다. 자외선은 두 개의 인접한 티민을 서로 연결하여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자외선 노출은 매우 흔한 일이기에 티민이량체가 생기는 것은 흔하며 이는 하나처럼 움직인다. 티민이량체가 있으면 DNA복제가 차단되어 새로운 DNA생성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자외선에 지속 노출되면 놀랍게도 티민이량체가 사라지고 다시 채워진다. 이는 DNA가 티민이량체를 인식하고 복구하는 기전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손상이 너무 크거나 복구기전자체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이 생겨나게 된다. 

  DNA손상대응의 핵심은 p53단백질이다. 이는 TP53이라는 종양억제 유전자의 산물이다. 모든 암의 거의 50%에서 p53돌연변이가 발생한다. 정상적인 경우 p53은 동반자 단백질이 결합해 비활성화 상태다. 하지만 DNA 손상을 감지하면 p53이 세포에 축적된다. p53은 세포내에서 항상 생성되어 빨리 교체된다. p53은 많은 유전자를 활성화 시켜 DNA복구 유전자 활성화 그리고 손상이 심한 세포의 자멸사 유전자를 켜기도 한다. 인간은 부모에게서 각각 한 개씩 p53 유전자 물려 받는다. 그런데 이는 적은 숫자다. 우리 보다 세포가 훨씬 많은 코끼리는 p53 유전자가 20개나 된다. 그래서 암에 좀처럼 걸리지 않는다. 이는 큰 몸의 유지를 위해 진화한 기제로 보인다. 

 실제로 강력한 DNA 복구 기제는 수명과 강한 상관관계가 당연히 있다. 


2. 텔로미어

 온전한 염색체의 말단은 끊어져도 바로 연결되지 않고 분리 상태를 유지한다. 이를 텔로미어라 한다. 인간은 46개의 염색체 당 두 개씩 텔로미어 92개를 갖는다. 텔로미어의 염기서열은 반복적이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의 텔로미어 반복서열은 TTAGGG식이다. 어느 정도 반복되며 염기는 점차 사라지는데 그래서 반복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결국 모두 닳아서 사라지면 문제가 생긴다. 

 텔로미어의 반복서열을 연장하는 효소가 있는데 텔로머라아제다. 대부분 세포는 텔로머라아제를 생성하지 않는다. 생식세포와 일부 특수세포 그리고 암세포가 불행히도 예외다. 암세포는 흔히 세포의 분열한계를 일컫는 헤이플릭한계조차 없다. 그래서 인간이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텔로미어의 구조는 특별하다. DNA가닥 중 하나가 다른 가닥보다 곧게 뻗어 있다. 이 긴 가닥이 고리처럼 되돌아오면서 특수한 단백질의 도움을 받아 특이한 구조를 이룬다. 이를 셸터린이라 한다. DNA말단을 보호하고 끊어졌다고 인식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텔로머라아제에 결함이 있거나 양이 적으면 이른 나이에 노화 관련 질병에 시달린다. 스트레스는 노화의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되는데 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량의 코르티솔이 분비되고 이로 인해 텔로머라아제 활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텔로미어가 이렇게 수명가 관련하기에 길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닳는 속도가 중요하다. 실제 생쥐의 텔로미어는 인간보다 길다. 다만 빠르게 닳아버리기에 소용이 없다. 


3. 후성유전

 전사인자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어떤 유전자를 얼마나 켜고 끌지를 결정한다. 줄기세포에는 그래서 활성전사인자가 많다. 일본의 야마나카는 4가지 전사인자를 활성화 시키면 성체세포도 만능성 줄기세포로 바꿀수 있음을 밝혔고 이를 유도만능줄기세포라 한다. 모든 세포에는 항상 발현되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를 살림 유전자라 한다. 

 하지만 많은 유전자들이 전사인자에 의해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한다. 대장균은 평소 유당을 접할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유당을 접하면 이를 소화하는 유전자가 활성화하고 사라지면 다시 꺼진다. 염기인 ATCG에는 화학적 작용기가 붙어있다. -CH3메틸기가 추가되면 스위치가 꺼지는 식이다. 세포는 분열하면서 모세포의 메틸화패턴을 그래도 보전한다. 그래야 적응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DNA에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이 둘러쌓여 있다. 히스톤은 양전하를 띠고 있어 DNA의 인산염을 끌어당긴다. 그래서 DNA를 고도로 당기는 힘으로 압축한다. 8개의 히스톤이 모여 공모양을 만들고 그것을 DNA가 감싼 형태가 뉴클레오솜이다. 이것이 가지런히 정렬해 실모양을 이룬 후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촘촘하게 엮여서 세포의 핵이라는 비좁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크로마틴이 압축된 상태에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DNA상 정보를 전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크로마틴은 압축 저장하고 항상 필요한 부분은 쉽게 접근하는 구조를 갖는다. 

 DNA가 메틸화하면 비활성화하고 히스톤 아세틸화는 활성화를 한다. 이런 DNA메틸화는 연령과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건강수명, 암, 치매 발생위험을 가능하게 하는 메틸화 부위가 무려 513개나 된다. 메틸화 패턴은 그래서 생물학적 시계나 다름이 없다. 이처럼 후성적 유전적 표식은 염증 경로의 증가와 RNA 및 단백질 합성 경로의 감소는 물론 DNA복구와도 관련이 있다. 그래서 결국 노화가 일어난다. 후성유전 변화 역시 일정표를 따르는 것 같다. 


4. 단백질

 단백질은 올바로 생성되어도 잘못 접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샤프롱이다. 아미노산이 접히는 이유는 일부 아미노산이 소수성을 띠기 때문이다. 소수성은 물 노출을 싫어하는 성질이다. 친수성은 반대로 물 노출을 즐긴다. 그래서 소수성을 띠는 것이 물을 피하기 위해 안으로 오그라들어 숨고 친수성이 드러나며 단백질은 접히게 된다. 이들은 분포에 따라 접힘은 상당히 다양해진다. 

 다만 단백질은 굳건하진 않기에 시간이 지나면 사슬이 엉켜 기능을 잃게 된다. 많은 단백질은 생성 후 특정 부위에 당분자가 추가된다. 이를 당화라고 하며 작동에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노화하면 당분자가 무작위로 단백질에 추가된다. 이를 무효성 당화라 하며 백내장, 황변병성 같은 병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신체에는 이런 잘못된 단백질을 고치는 기제가 있다. 유비퀘틴이라는 표지가 잘못된 단백질에 붙고 이것을 프로테이솜이라는 것이 부숴셔 재활용한다. 다만 이 기제 역시 노화하면 잘 잘동하지 않게된다. 오류 단백질이 규모가 커지면 이를 리보솜에서 처리한다. 이를 자가포식이라 한다. 자가포식은 결함있는 단백질 이외에도 노화한 세포구조물, 세균바이러스를 제거한다. 

 비정상단백질이 과다하게 되면 이 재활용기전에 과부하게 걸려 리보솜에서 단백질 생산을 중단한다. 이를 통합스트레스반응이라한다. 


5. 열량제한

 TOR은 영양소가 충분할 때 세포 속에서 일련의 단백질 합성을 활성화해 세포 증식을 조절한다. TOR이 영양소를 감지해 세포를 능동적으로 자극해야 증식이 일어난다. 홀과 소넨비는 TOR에 그 과정을 능동적으로 허용해주지 않으면 세포가 mRNA를 번역해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시작할 수 없고 따라서 증식이 멈춤을 밝혀냈다. TOR은 활성효소의 하나이며 다른 활성효소를 활성화하기도 한다. 이런 네트워크 효과로 TOR은 광범위한 역할을 한다. TOR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에서 자가 포식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열량제한을 하면 TOR이 비활성화한다. 그리고 이는 자가포식을 증가시키기에 단백질의 잘못 접힌 부분을 적극 개선한다. 놀랍게도 면역억제제인 라파마이신도 열량제한처럼 TOR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IGF-1이 결합하면 daf-2 수용체가 활성한다. daf-2는 연쇄반응을 일으켜 daf-16 단백질을 인산화한다. 그런데 이 인산화한 daf-16은 핵속에 침투를 못한다 돌연변이가 생겨나야 하고 그래야 핵속에 들어가 수많은 유전자를 활성화한다. daf-16은 굶주림, 온도상승 등의 스트레스 대처한는 유전자와 당백질이 문제를 일으키기전 미리 손을 쓰는 샤프롱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유전자도 활성화 한다.  

 

6. 미토콘드리아

 미토콘드리아는 오래전 큰 세균이 하나의 작은 세균을 삼키고 이것이 소화되지 않고 우연히 공존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내 기관으로 자리 잡아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고등생물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체가 흡수한 에너지를 ATP로 전환한다. ATP는 아데닌 염기에 리보스 당과 세 개의 인산염이 연결된 것으로 결합자체에 고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 결합이 끊어지면 역시 고에너지를 방출한다. 즉, ATP는 인체 전체를 돌아다니며 에너지가 필요한 곳에서 결합을 끊어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종의 화학적 고성능 배터리 역할을 한다. 

 미토콘드리아가 ATP를 생성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미토콘드리아는 두 개의 막으로 이뤄진다. 내막 안쪽에는 크고 복잡한 단백질 분자들이 호흡을 통해 생성도니 에너지를 이용해 수소이온을 내막 밖으로 내보내어 양성자 농도차를 만든다. 하지만 양성자는 생체막을 통과하지 못한다. 미토콘드리아의 막 부분에 있는 ATP 합성효소라는 특수한 분자만이 통과경로가 되는데 여기엔 터빈 같은 것이 있고 여기를 지나가며 터빈이 돌아가 ATP가 생성되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는 매일 거의 자신의 몸무게와 비슷한 ATP를 생성한다. 

 미토콘드리아는 대부분의 유전자를 버렸다. 99%이상이 핵속 염색체 유전자로 생성되며 자신이 나머지 일부만을 갖는다. 미토콘드리아에는 정자가 관여하지 않아 오로지 모계계승이 이뤄진다. 간혹 사람중에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세 부모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엄마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경우 부부의 수정란을 정상적인 여성의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어 발생을 시키는 것이다. 이 방법이면 부부의 유전자를 그대로 계승되면서 미토콘드리아가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고 영국에선 합법이다. 

 이런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미토콘드리아도 나이가 들면 결합이 생긴다. 이것은 원래 길쭉한 타원이나 노쇠할 수록 원형에 가까워진다. 정상적인 대사의 부산물로 화학적 활성이 높은 분자가 생성된다. 이중 일부를 유리기라 한다. 이것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세포를 손상시켜 노화를 가속화한다. 미토콘드리아는 당분자를 산화해 연소시키는데 이대 산소를 물로 환원시킨다. 하지만 일부가 환원되지 않고 활성산소를 형성한다. 이것이 단백질과 유전자, 세포의 다른 구성요소를 손상시킨다. 즉,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상실은 더 많은 활성산소를 발생시키고 이것이 인체 손상을 가속화해 노화를 촉진하게 되는 것이다. 

 노쇠한 미토콘드리아는 파열하고 그 안의 물질이 세포질로 나오게 된다. 문제는 미토콘드리아는 별도의 유전자를 갖고 있기에 세포가 이를 외부물질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느 것이다. 때문에 노쇠한 미토콘드리아가 많아지면 광범위한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7.줄기세포

세포는 유전자 손상을 감지하면 3가지 기전을 작동시킨다. 손상이 가벼우면 복구기전을 작동하고, 심각하면 세포사멸화 유전자를 켠다. 마지막은 손상으로 인해 더 이상의 세포분열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모두 암을 예방하는 조처다. 

 세포가 노쇠하면 염증을 일이크고 주변 조직의 기능을 방해하는 사이토카인 등의 물질을 분비한다. 노쇠세포는 보통 처리되나 노화하면 그 기능도 떨어져 문제를 일으키는 세포들이 신체내에 많아지게 된다. 

 세포는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꾸준히 보충된다. 물론 심장과 뇌는 예외다. 심근 세포는 평생에 걸쳐 겨우 40%만이 보충되며 뇌세포는 연간 1.75%만이 재생된다. 이 두 기관의 손상이 치명적인 이유다. 

 조직의 재생에는 줄기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노화로 줄기세포는  더 많은 줄기세포를 만드는 임무와 재생을 해야하는 임무 사이에서 균형을 상실하게 된다. 줄기세포는 노화의 위험성이 커지면 수선보다는 사멸한다. 왜냐하면 암으로 발생할 경우 위험부담이 일반세포에 비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화하면 전신의 줄기세포는 빠르게 고갈되어 신체 전체의 재생능력이 크게 저하하게 된다. 특히, 조혈세포 부분의 줄기세포가 고갈되면 면역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노화로 인한 전 분야의 줄기세포 고갈은 외모의 노쇠화, 전체적인 신체기능의 저하, 면역 기능의 저하의 주원인인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과학 - 우리가 세상을 읽을 때 필요한 21가지
마커스 초운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1가지 과학적 주제를 책에 담았다. 책을 얇기에 간단히 다루지만 내용은 깊고 생각보다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전혀 모르는 부분도 있었고, 모르는 부분에 대한 보충도 가능했다. 

 중력은 근본적으로 힘 중에 가장 약하다. 이는 물리학은 수수께끼 중 하나다. 하지만 무척 강력하나 대개 상쇄되는 전자기력과는 다르게 중력은 인력으로 항상 있으며 상쇄되지 않는다. 다만 무척 작을 뿐이다. 중력은 전자기력보다 무려 10의 40승배 약하다. 즉, 물체게 10의 40승배 이상의 원자가 있어야 양자가 비슷해진다는 이야기다. 중력이 지배적이 되면 해당 물체는 가장 조밀하게 되어 구의 모양을 띠게 된다. 그래서 10의 40승배 정도 원자가 있는 돌의 지름은 대략 600km정도이며 우주에서 이정도 크기가 되어야 소행성이 구의 형태를 띤다. 그 이하는 제각각의 형태다. 

 케플러의 행성운동 제2법칙은 행성이 태양에 가까우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멀어지면 더 느리게 우움직인다. 이런 행성-태양간 가상의 선을 그리면 그 선이 일정 기간 지나가는 면적이 일정하다. 가상의 선이 지나간 면적은 행성의 속도와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를 곱한 양에 비례하는데 이 면적이 각운동량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태양을 도는 각 행성의 궤도는 타원이 된다. 물체의 궤도는 원뿔의 3가지 단면에 해당한다. 원뿔의 단면은 자라는 방법에 따라 포물선, 타원, 쌍곡선의 형태다. 이 중 포물선은 묶임과 자유의 중간상태, 타원은 궤도에 행성이 갇힌 상태, 쌍곡선은 탈출 상태다. 

 달도 지구를 타원 궤도로 공전하다보니 조석현상이 발생한다. 달이 지구의 한 면과 가까워지면 달의 인력으로 인해 물이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그 부분은 밀물이 된다. 바로 반대쪽도 밀물이다. 달의 인력으로 땅이 아래로 내려가며 밀물이 된다. 다른 두 부분은 해당시간 썰물이 되며, 그래서 하루 두번 조석이 발생한다. 우물은 반대로 움직인다. 밀물 때 땅이 위로 올라가니 흙이 우물을 빨아들여 수위가 내려간다. 하지만 썰물 때는 땅이 아래로 내려가며 흙이 물을 짜내기에 우물의 수위가 올라간다.  

 번개가 치는 것은 전하 불균형 때문이다. 그리고 발전소에서는 전하 불균형을 만들어 전하의 흐름인 전류를 만들어낸다. 자기 현상은 물질 내부에서 흐르는 전류 때문에 생겨난다. 발전소는 도체를 통과하는 자기장을 변화시켜 전기를 생산하는데 전자기 유도라고 한다. 

 직류는 전기장의 전자를 아래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약해지는 결함이 있다. 그래서 직류로 전기를 공급하게 되면 전기가 가정으로 멀리 이동하는 과정에서 약해지기에 가정 인근마다 발전소가 있어야만 한다. 이를 개선한 것이 교류다. 교류는 발전소에서 강력한 전압의 전기를 보낸다. 그러면 가정까지 멀리 떨어 이동해도 충분한 강도의 전류가 유지된다. 다만 이 경우 가정에서 쓰기엔 전기가 너무 강한게 문제가 되는데 그래서 변전소가 필요하다. 변전소에서는 전선을 많이 감은 코일과 적게 감은 코일 사이에서 전기장의 변화를 수십차례 변화하는 방법으로 전압을 내린다. 

 태양의 중심부 온도는 1500만도나 된다. 무척 높지만 사실 이는 핵반응이 일어나기엔 1000배나 부족한 온도다. 하지만 태양에선 엄연히 핵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는 양자터널링 효과로 인해 양성자들이 서로 가까이 붙은 상태에서 급격히 이동해 융합하기 때문이다. 태양에는 10의 27승 톤의 수소와 헬륨이 있다. 수소는 1개의 양성자만 있지만 헬륨은 2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가 원자핵에 있다. 두 개의 수소 양성자가 달라붙으면 핵은 불안하다. 그래서 둘 중 하나가 중성자가 되어야만 하는데 이는 100억번의 한 번 정도만 발생하는 정도다. 이처럼 태양의 핵반응은 간신히 일어나는 것이고 무척 효율이 떨어지는 과정이다.

 태양은 온도를 적절히 유지한다. 너무 많은 열을 생성하면 태양을 구성하는 기체가 팽창하며 온도가 내려가고 핵반응 속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열이 너무 적게 생성되면 기체가 수축해 온도가 올라가고 핵반응의 속도가 빨리지는 매커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태양의 외부와 내부의 회전속도가 다르다. 그리고 위도에 따라서도 회전속도가 다르다. 그래서 자기장이 연속적으로 비틀리고 튀틀려 에너지가 저장된다. 이런 태양자기장의 고리가 끊어지면 흑점이 나타난다. 태양의 한점에서 나온 자기장의 꼬리는 다른 곳을 통해서 들어 가기에 흑점은 언제나 쌍으로 발생한다. 엄청난 양의 태양 플라스마와 자기장이 우주 공간으로 방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코로나 질량 분출이라고 한다. 지구가 직격되면 완전히 익어버릴 정도이며 빗나가도 강한 자기장을 발생시켜 지구상의 모든 전자장비가 파괴된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6000도에 해당하는 광자를 받는다. 하지만 지구는 300도의 광자를 방출한다.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의 양은 같아야 한다. 때문에 이 경우 지구는 20배가 더 많은 광자를 방출해야 한다. 이는 광자 1개가 20개로 늘어나는 경우이므로 무질서가 크게 증가하는 경우다. 즉, 고품질의 태양광선을 저품질의 다량의 적외선으로 방출한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에는 생명과 질서라는 엔트로피를 크게 줄이는 것이 존재함에도 우주 전체적으로는 엔트로피를 크게 늘리기에 열역 2법칙을 어기지 않는다. 

 언급한 각운동량의 법칙은 고립된 계에서 각 운동량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운동량은 회전속도는 아니며 회전축에서의 평균거리다. 그래서 스케이터가 회전할 때 팔을 회전축인 몸으로 오므리면 속도가 자연히 증가한다. 중첩된 전자 두 개는 스핀이라는 양자적 성질을 갖는다. 전자를 그래서 시계방향이나 반시계방향이다. 중첩되면 두 전자는 서로 반대의 스핀을 갖는데 그래서 각운동량이 0이 되어 법칙을 만족시킨다. 놀라게도 중첩된 두 전자는 아무리 멀리 떨어졌어도 각 운동량의 법칙으로 인해 하나의 스핀이 결정되면 반대쪽도 결정된다. 이는 정보가 빛의 속도를 넘어서서 전해질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반하게 된다. 

 인간의 뇌는 1000억개의 뉴런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하나의 뉴런은 1만개의 수상돌기로 1만개의 다른 뉴런과 상호작용하기에 총 연결 갯수는 무려 1조개가 된다. 하나의 축삭돌기는 수상돌기와 직접 연결하지 않는다. 시냅스라는 연결이 존재한다. 시냅스에서 축삭돌기의 전기신호가 화학적 전달자로 변화한다. 화학적 전달자를 이용한 전기 신호의 중개로 뉴런으로부터 거의 무한한 반응을 이끌어내는게 가능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 사회를 디지털 사회, 인공지능의 사회, 4차 산업혁명 시대 등등 여러 가지로 묘사할 수 있겠지만 현대는 사실 집중력 상실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 '도둑 맞은 집중력'은 이 집중력 상실의 시대를 매우 잘 분석했다. 집중력이 도둑 맞았다는 표현은 집중력의 사실 원인을 개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으로 파악한다는 의미다. 귀인을 개인이 아닌 사회인 외부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사람들이 집중력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날이 집중력 상실의 시대가 된 이유로 저자는 전환의 엄청난 증가, 수면의 감소, 딴 생각의 부족, 감시 자본주의의 막대한 영향, 경제적 불안정의 증가, 휴식의 부족, 환경오염 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런 집중력의 상실은 개개인의 잠재적 성장 손실 외에도 막대한 사회적 손실도 가져온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전환은 인간이 무언가를 하다가 집중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말한다. 책을 보다가 스마트 폰을 보고 다시 책을 보는 그런 행위다. 사람은 전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 자신이 컴퓨터 조차 못하는 멀티 태스킹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전환은 엄청난 수행 저하와 집중력 저하를 낳는다. 인간이 집중상태에서 방해를 받는 경우 다시 집중상태로 돌아오는데는 개인차는 있지만 평균 23분이 걸린다. 자신이 멀티태스킹이 된다고 착각하는 경우는 이 전환시간이 빠르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사회는 인간을 전환시키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앱들은 수많은 알림을 보내고 사람을 전환시킨다. 미국인들은 24시간 동안 평균 스마트폰을 무려 2617번 만진다고 한다. 

 전환은 사회적으로도 더 자주 행해진다. 이는 뉴스의 전환이 너무나도 빠르기 때문이다. 2013년 한 가지 주제에 사회가 집중하는 시간은 17.5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2016년은 11.9시간이고 지금은 아마 한 자릿 수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130년의 기간 동안 주제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속도는 10년 단위로 빨라지고 있다. 이는 통신 기술과 그 전달 수단의 발달 때문이다. 1986년 인간에서 쏟아진 정보는 85쪽 신문 40종이 매일 전달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2007년엔 이런 두께의 신문이 무려 174종으로 늘었다. 

 이처럼 정보는 넘쳐나나 인간의 인지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인간의 정보 흡수에는 한계가 있으며 그 이상이 되면 능력이 저하한다. 

 수면은 역시 집중력에 중요하다. 19시간을 내내 깨어 있으면 술에 취한 정도로 인지력이 하락한다. 오늘 날은 수면 부족의 시대다. 미국인의 40%가 수면이 부족하고 이들은 최소 수면필요시간인 7시간 미만을 잔다. 1942년 이래로 평균 수면 시간은 무려 1시간이 감소했다. 그리고 수면의 질도 하락하여 겨우 15%만이 개운함을 느끼며 일어난다. 아동의 경우는 더 심각한데 지난 1세기 동안 아동의 수면시간은 평균 88분이나 감소했다.성인의 경우 수면이 부족하면 졸게 되는데 아동은 뇌가 각성하여 행동과잉상태가 되어 집중력이 더욱 부족해진다. 

 수면을 줄이면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한다. 뇌는 이를 비상상황으로 인식한다. 잠을 못잔다는 것은 기후가 안좋거나 위협을 받는 상황이니 이는 당연하다. 그리고 혈압이 상승하고 심박수가 올라가며 당이 있는 음식을 추구한다. 그래서 뇌는 단기적 집중력만 추구하게 된다. 장기적 행태의 집중력에는 자원을 줄이는 것이다. 

 인간의 수면은 뇌에도 중요하다. 뇌에는 하루 종일 아데노신이 쌓이고 그것이 졸립다는 신호로 연결된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양을 파악하는 수용체를 차단하여 졸음을 막는다. 수면 중 뇌는 이 찌꺼기를 청소한다. 뇌파수면이 발생하면 뇌척수액의 경로가 넓어져서 뇌의 대사 부산물을 제거하는 식이다. 인간은 꿈을 꿀때 스트레스 상황을 다시 떠올리지만 놀랍게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잠을 자면서 인간은 그날 경험한 일의 연결고리와 패턴을 찾는다. 이는 창의력의 핵심이다. 

 인간은 해가 질 무렵 힘이 솟는다. 이는 어두워지기 전에 일을 마무리 해야 개인이 안전해지기 때문에 진화상 생겨난 이점이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 조명은 인공적으로 바로 이 해질 무렵의 상황을 계속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사람은 저녁이 되어도 좀처럼 졸리지 않고 오히려 힘이 솟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로 인해 수면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딴 생각을 나쁘게 여긴다. 누구나 수업 시간에 엉뚱한 상상을 하다 혼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딴생각이 집중력과 인간의 인지력에 큰 도움이 된다. 우선 인간은 보통 딴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천천히 이해한다. 인간이 책을 이해하려면 방황할 정신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딴 생각은 상황 이해에 요구되며 그것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사람이 더 체계적인 목표를 세우고 더 더 창의적이며 더 끈기 있는 장기적 결정을 한다. 그리고 딴 생각은 마치 수면처럼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여 문제의 해결책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딴 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의 정신은 머릿속 시간 여행으로 과거를 더듬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한다. 즉, 딴 생각은 집중의 반대말이 아니라 집중을 향상시키기 위한 집중의 다른 형태가 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도무지 딴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계속 스마트 폰과 컴퓨터가 알림을 보내고, 여러 종류의 매체가 꾸준히 뉴스를 보내 나를 소비시키기 때문이다.

 다음은 감시자본주의다. 감시자본주의는 바로 테크기업들이 만들어내고 부를 누리는 근본 행위다. 테크기업들은 각종 게임이나 SNS, 앱등을 만들어 인간의 주의를 꾸준히 빼앗는다. 그들의 개발 품은 대부분 사람의 주의를 꾸준히 강하게 빼았는데 그렇게 해서 자신들의 수단에 주목을 시켜야만 그들이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들은 단순히 재밌게 만들어 주의를 빼앗았지만 최근엔 개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더욱 주의를 빼앗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감시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개개인의 정보를 빼가서 더욱 시간을 강탈하는 것이 승자가 되는 게임의 구조이며 아직까진 이에 대한 어떤 사회적 감시와 부정적 인식도 부족하다보니 이는 제약이 없는 상황이다. 과거 사회에서는 대기중에 납을 뿜는 행위, 담배를 피는 행위, 탄소를 배출하는 행위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제약이 없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집중력을 빼앗는 이런 행위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해악이 알려진다면 규제될 것이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인간은 부정편향을 갖고 있는데 그로 인해 긍정적이고 잔잔한 것 보다는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찾게 된다. 그렇다보니 리트윗을 높이는 것들은 핵심어가 공격, 나쁜, 비난이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분노하는데 쓰게 되면 그 문화자체가 증오의 문화로 바뀔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의 정치적 양극화는 이미 그런 점을 보여주고 있다.

 웹사이트와 앱은 집중력을 크게 훼손하는데  6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우리의 정신을 붙들어 잦은 보상을 갈망하게 한다. 좋아요, 하트, 조회수 등이 그것이다. 잦은 보상의 즉각적 부여로 사람은 일과관계에서 벗어나게 된다. 두 번째는 전환을 자주하게 하는 것이고 셋째는 우리의 데이터를 학습해 내침하는 것이며, 넷째는 우리를 자주 화나게 만드는 것이다. 다섯째는 분노의 정보로 둘러싸 우리가 타인의 분노에 에워싸여 있다고 만드는 것이고 마지막은 사회 전체에 이렇게 불을 지르는 것이다.  

 이렇게 웹사이트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전환을 하게 하고 개개인을 분노하게 만들고 파편화하여 한 사회로 힘을 합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인간의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저자는 과거 오존층을 보호하게 된것이 과거 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당시만 해도 정보는 아날로그로 적게 제공되었고 사회는 이걸 충분히 고민했으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나있지도 않았기에 과학적인 논거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해결방안을 관철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어떨까? 일단 이 문제는 충분히 오래 제공되지 않고 금방 다른 정보로 전환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논의가 지속되어도 가짜 정보와 분노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짓 정보로 과학적 논거가 가려지고 쓸데없는 논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단일한 합리적인 사회적, 정치적 요구가 만들어지지 않고 기업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연구 결과 네 개 이상의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은 트라우마가 전혀 없거나 적은 아이들에 비해 집중력이나 행동상의 문제가 나타날 확률이 32.6배나 된다. 영국 통계청의 연구에서 가정이 재정적 위기에 처하면 아이가 집중력 문제를 가질 확률은 75%나 증가한다. 

 문제는 현대 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이 스트레스를 가중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집중력이 크게 하락한다. 실제로 경제적 스트레스를 겪는 지역에 기본 소득을 제공하자 사람들의 집중력이 크게 상승하는 연구가 있었다. 현대 사회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그리고 자동화로 인해 인간 노동이 감소하고 그 안정성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부모는 경제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고 그 불안이 자신의 아이에게 향하는 경우가 많다.

 휴식의 부족도 집중력을 저하한다. 켈로그사는 1920년대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자 작업 중 사고가 41%나 감소했다. 2019년 일본의 MS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그러자 생산성이 무려 44%나 향상디었다. 즉, 일을 줄이자 생각과는 다르게 집중력이 크게 개선되어 생산성이 향상되고 사고가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인은 56%가 1년에 단 1주의 휴가만을 사용한다. 

 여기에 기술의 발달로 이메일, SNS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휴식시간에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항상 근무대기 상태가 된다. 때문에 모두가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며 충분히 휴식을 취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환경오염도 집중력을 저하한다. 오늘날 대도시에 거주하는 것은 매일 다량의 화학물질을 흡입하게 됨을 의미한다. 캐나다의 연구에 의하면 도로 50미터 이내에 거주하는 경우 다른 사람보다 치매확률이 15%높다고 한다. 과거 납에 대한 규제가 없을 시절 대규모로 공기중에 납이 살포되었다. 그래서 1927-1987년 사이 미국에서 6800만의 어린이기 유연휘발유를 통해 유해한 납수준에 노출되었다. 납은 집중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 납에 노출되면 ADHD확률이 2.5배 상승한다. 오늘 날은 납에 대한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지만 각종 새로운 화학물질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으며 충분한 검증없이 유통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집중력이 적고 과잉행동이 많은 아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집중력에는 4가지 형태가 있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는 단기적 수행을 위한 집중이며, 스타라이트는 장기적 목표의 실행을 위한 집중력이고, 데이라이트는 자신의 장기적 목표를 파악하게 해주는 집중력이다. 마지막은 스타디움 라이트로 서로를 보고 듣고, 집단의 목표를 위해 함께하는 집중력이다. 저자는 이 마지막 형태의 집중력의 훼손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한다. 그리고 그 해결을 위해 각종 앱이나 SNS에 대해 그것을 공영화하거나 구독등의 형태로 유료화하고 사용하게 하여 그 중독성을 줄이는 형태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지방의 역설 - 비만과 콜레스테롤의 주범 포화지방, 억울한 누명을 벗다
니나 타이숄스 지음, 양준상.유현진 옮김 / 시대의창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다. 탄수화물은 에너지원, 단백질은 몸의 구성 재료, 지방은 에너지의 저장과 체온 보호, 몸의 구성 재료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3대 영양소인데 이 중 사람들이 가장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아무래도 지방일 것이다. 지금은 조금 분위기가 바뀌어 탄수화물을 먼저 피하고 단백질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지방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는 여전하다. 지방은 기름이기에 심혈관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고, 무엇보다도 지방이 지방을 만들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이런 우리의 통념은 거의 반 세기를 지배한 미국의 통념에서 비롯되었다. 


1. 포화지방에서 불포화 지방의 시대로

 20세기 초반에 들어서면서 미국은 전례 없던 심장병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18-19세기만 해도 심장병을 앓는 사람은 거의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과 그에 따른 식품, 의학계의 대처가 필요했다. 심장병이 갑작스레 늘어난 이유는 분명치 않다. 농업 혁명으로 식량 사정이 좋아져서 일 수도 있고, 늘어난 평균 수명 때문일 수도 있으며, 환경오염이나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나 술과 담배, 마약 같은 중독 물질의 사용 증가가 원인일 수 도 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지목한 것은 앤설 키스라는 사람이 주장한 포화지방이었다. 지방은 수소 원자로 둘러싸인 탄소 원자의 사슬로 구성된다. 사슬 내 이중결합이 하나만 있으면 단불포화 지방산이고, 이중 결합이 두 개 이상인 경우 다불포화 지방산이 된다. 이중 결합은 덜 안정적 구조라 언제라도 풀려서 다른 원자와 결합하기 쉽다. 여기에 탄소사슬이 구부러져 이웃한 사슬과 나란히 있지도 못한다. 그래서 이중 결합 분자들은 성긴 형태로 구성되어 액체상태의 기름으로 존재한다. 반면 포화지방산은 단일 결합 수소 원자로 포화되어 새원자로 결합하지 않고 직선으로 밀도 있게 있어 상온에서 고체 형태를 유지한다. 

 포화지방은 주로 동물성 지방이다. 반면 불포화 지방은 식물성 지방이다. 앤설키스는 심장병과 콜레스트롤과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콜레스트롤은 혈관 내에서 용해되지 않고 단독으로 혈관 안팎을 드나들지 못한다. 이런 내부의 콜레스트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작은 잠수정이 지단백이다. 이 지단백이 운반하는 콜레스트롤의 종류에 따라 HDL과 LDL로 구분된다. HDL 지단백은 동맥 벽을 비롯한 인체 조직의 콜레스트롤을 청소하고 간으로 운반한다. LDL지단백은 콜레스트롤이 동맥 벽에 붙게 만든다.

 콜레스트롤은 동물성 지방을 성취하면 명백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심장병과의 상관관계는 과학적으로 연관이 미흡했는데 앤설키스와 그를 옹호하는 자들은 이를 밀어붙였다. 여기에 심장협회가 편승했고, 미디어가 가세했다. 그리고 식품업계와 의약업계도 이익을 보고 따라 붙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미국에서 1920년대 식물성 기름이 식품화하였다. 그리고 갑작스레 만병통치약으로 권장되었다. 식물성 기름의 소비 상향 곡선은 20세기 전반에 걸쳐 증가했으며 이는 심장 질환의 증가 추세와 일치한다.

 식물성 기름은 1910년 이전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에 이르면 미국은 총 열량의 7-8%까지 상승하게 된다. 식물성 기름은 두 가지 경로로 식탁에 올랐다. 웨슨, 바즐라 같은 브랜드에서 병에 담아 판매한 시판 샐러드용 기름과 조리요 기름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마가린, 크리스코, 쿠키, 크래커, 머핀, 빵, 튀긴 과자, 즉석기품, 프림, 마요네즈 등에 상용한 고체 상태의 기름인 경화유다. 둘 다 건강상 치명적 문제가 있는데 액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은 가열하면 산화물질이 나와 발암 가능성이 있고, 경화된 상태의 기름은 트랜스 지방을 함유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런 사실은 입증되지도 문제되지도 않았다. 

 식물성 기름은 액체보다는 수소화 과정을 통해 다불포화 지방산을 단단히 만든 경화유 형태로 제조 유통되었으며 그 영향은 수십년 간 이어지게 된다. 1차 대전 당시 미국 정부는 유럽에 동물성 지방은 라드를 수출하였는데 국내 동물성 지방이 모자라자 식물성 쇼토닝의 사용을 권장한다. 그 결과 나라의 요리 책에서 라드와 버터는 거의 사라지고 크리스크와 마가린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의약업계는 콜레스트롤 중 HDL보다는 LDL에 주목했다. HDL은 그 상승을 막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던 반면 LDL을 내리는 약물은 쉬웠기 때문이다. LDL의 상승을 막는 약물인 스타틴은 2011년에만 9560억 달러의 수익을 냈다. 하지만 HDL은 높은 것 보다는 낮은 것이 문제였다. HDL이 낮은 경우 높은 사람보다 오히려 심장발작의 위험이 무려 8배나 높았다. 하지만 당시 이런 것은 거의 주목되지 않았다.

 사실 반대의 결과는 많았다. 세계에는 동물성 지방을 마구 섭취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에스키모는 거의 동물성 지방만을 섭취했지만 이들은 심장질환은 커녕 이렇다할 암이나 대사 증후군, 퇴행성 질환이 전혀 없었다. 오직 전통세계를 떠나 미국식 식단에 노출된 이들만이 그러한 병에 걸렸다. 아프리카엔 마사이가 있었다. 인근엔 채식주의자인 아키쿠유족이 있었는데 이들은 골격기형, 충치, 빈형, 폐질환, 궤양, 혈액질환등의 질병이 많았다. 반면 마사이 족은 류마티스 관절염 만이 있었을 뿐 매우 건강했고 심장질환이 없었다. 여기에 마사이들은 아키쿠유보다 키는 13cm몸무가넨 10kg이나 많이 나갔다.

 그리고 멀리 갈 것도 없이 19세기 미국인들과의 비교도 가능했다. 구세계나 아시아인들과 달리 미국인들은 본격적 산업화 이전인 19세기 부터 육류 섭취가 많았다. 이는 미대륙의 광활함과 풍요로움때문이었다. 지천에 널린 게 잡아먹을 만한 동물이었다. 1909년 미 도시인 8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빈곤한 사람이 연간 136파운드에 육류를 먹었고, 가장 부유한 자는 200파운드에 달했다. 심지어 18세기의 흑인 노예조차 150파운드를 먹었다. 현대 미국인들은 육류 제한권장으로 고작 연간 100파운드를 먹으며 그 중 절반이 가금류인 닭이다.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려진 적색육류의 섭취가 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19세기 심장병 환자는 기록상 매우 드물다. 

 당시 사람들은 냉장 트럭과 선박이 개발 되기 이전이라 신선한 과일을 접하는 것이 어려웠으며 지천에 고기가 많았던 지라 굳이 작물 재배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질 않았다. 실제 당대의 미국인은 영국인보다 육류 섭취가 두 배에 달했다.


2. 지중해 식단의 등장

 포화지방에 대한 경계로 지방을 강하게 경계하는 상황에서 지중해 식단이 등장했다. 여기엔 미국에서 활동하던 그리스계 안토니오 트로포촐라의 역할이 컸다. 그는 지중해 식단이 올리브 유를 듬뿍 사용하여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민들이 심혈관 질환이 낮음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에 해당 지역이 적극적으로 응했다. 이들은 남유럽식 식단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전 세계로 퍼진다면 올리브 유 뿐만 아니라 토마토, 감자, 과일, 채소등의 판매와 이미지 상승으로 커다란 수익이 창출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이들은 미국의 전문가들을 구슬렸다. 아름다운 지중해 지역에서 축제 같은 컨퍼런스를 개최했고, 경비를 제공했다. 그 결과 많은 미국내 과학자, 음식전문가, 기자들이 지중해식을 극찬하기 시작했다. 

 건강 전문가들은 과일과 채소 섭취 외에도 새로운 식이 방법이라 환영했다. 그리고 지중해식 식단은 기존의 미국 건강식단에 비해 맛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지중해식 식단처럼 올리브유를 샐러드와 튀김에 적극 사용하기에 이른다. 오늘날 미국인의 일일단 올리브유 소비량은 1990년 당시의 3배에 달한다. 

 올리브유는 식물성 기름이기에 다불포화지방산이다. 하지만 대두유를 비롯한 다른 식물성 기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기에 조리용으로 적합하다. 이는 장점이다. 올리브유는 혈압강하와 유방암에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입증되지 않았다. 올리브유는 지중해의 강한 햇살에 적응해 색소를 지녀 안토시아닌과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을 함유한다. 하지만 올리브유는 통념과는 다를게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 않다. 올리브유는 17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누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규모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야 지중해 식단에 합류한 것이다. 

 여기에 지중해 식단과 올리브유가 건강에 좋다는 증거도 사실상 부족하다. 지중해는 온화한 기후조건에 서로 의지할 대가족 제도, 시에스타 같은 건강에 좋은 조건들이 많다. 그들의 수명을 단지 음식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들이 심장질환이 드문 것은 올리브유보다는 식단에 설탕이 적게 사용되기 때문이란 의견도 많다. 

 그럼에도 지중해식 식단은 포화지방을 거의 금지해 매우 금욕적이고 제약이 많았던 시대에 맛을 살리는 먹거리로 위안을 주었으며 지방을 먹는 것에 대해 관대한 분위기를 가져왔다. 또한 올리브유 자체는 언급한 것처럼 산패하기 쉬운 액체식물성 기름에 대한 역사적으로 검증된 좋은 대안이었다. 


3. 트랜스지방 금지의 시대

 동물성 지방의 금지 이후, 식물성 지방이 식품 업계에 공고히 자리 한다. 경화유는 저렴하면서도 다용도이기에 대형식품회사와 동네빵집까지 모두 사용하기 용이하다. 경화유는 지방 결정이 작아 반죽안에 기포가 오래 머물러 폭신한 케이크 제조가 가능하다. 경화유는 수소화를 적게하면 부드러운 형태로 폭식한 식감을 주고, 수소화를 많이 하면 단단해져 초콜릿이나 캔디의 코팅처럼 형태를 잡아주기에 적합했다. 

 과거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 푸드 업체들은 프렌치 프라이를 튀기는데 우지 같은 동물성 기름을 사용했다. 하지만 공익과학센터의 압박으로 1980년대 수지, 라드, 팜유대신 경화대두유가 프렌치 프라이 제조에 사용된다. 

 식물성 기름의 시대가 도래하며 미 대두협회는 강력한 경쟁자였던 열대성 기름을 공격한다. 주 대상은 팜유였다. 말레이시아 팜유는 미국에서 생산한 대두유보다 15%나 저렴해 큰 경쟁자였다. 이들은 열대성 기름의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은 부분을 집중 공격하여 미국의 거의 모든 기업이 식품에서 열대기름 대신 대두유를 사용하게 만든다. 

 이런 시기에 프레드 쿰머로우란 사람만이 트랜스지방에 대한 7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며 경계한다. 그는 1957년 사이언스지에 첫 논문을 발표한다. 24구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몸 전체에서 축적된 트랜스지방의 발견에 대한 것이었다. 이는 트랜스지방이 완전대사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실제 트랜스지방은 인체세포의 정상적 지방산을 대체한다. 그리고 칼슘흡수를 증가시키는데 이는 석회화를 유발하여 혈관의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1997년 쿰머로우의 동료인 랜들우드는 기름을 수소화하면 트랜스 지방 외에도 50가지의 인공지방산이 생성됨을 입증했다. 이들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당연히 미지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인의 1980년대 트랜스지방의 섭취는 하루 12그램에 달했다. 과거 지중해 식단에 관여했던 하버드의 역학자 월터 필렛은 트랜스지방이 매년 3만명의 심장질환을 야기한다고 기고했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었던 것이었지만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었다.

 가장 먼저 움직은 것은 유럽의 덴마크였다. 이들은 식물성 지방에 대한 경고 신호를 꾸준히 감지하고 있었는데 긴급회의를 열고 세계최초로 트랜스 지방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분위기는 전세계적으로 진행되었다. 미 식품 협회는 식물성 지방의 안정성을 알리고자 대규모 연구를 학자 주드에게 의뢰했다. 하지만 연구결과는 당연하게도 식물성 지방의 위해가 입증되는 결과로 나왔다. 결국 미국의 분위기도 반전되어 2006년 1월 1일부터 모든 가공식품의 영양 성분표에 트랜스 지방 함량 표기가 의무화되었다. 

 규정 발표 날 시중 경화유 포함 제품은 무려 42720종이었다. 크래커는 100%, 쿠키85%, 베이킹 믹스는 75%, 칩 모양 스택은 70%, 마가린은 65%, 파이와 초콜릿 칩은 65%가 경화유를 포함하고 있었다. 식품 업계는 편리하고 가공이 편한 고형지방에 익숙해져 있었고 이것이 없으면 가공식품의 생산이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여기에 미 기업은 좋은 대체재인 팜유도 거부한 상황이었고, 동물성 지방은 오래전에 버렸다. 

 업계가 찾은 답은 에스테르 교환 방식이었다. 모든 지방산 사슬은 세 개씩 한 묶음인데 글리세롤이라는 분자가 이 셋을 하나로 결합시켜 삼지창 모양을 만들고 이것을 트리글리세라이드라 한다. 트리글리세라이드는 용해되지 않고 혈액에 존재하는데 그로 인해 심혈관 질환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물질이다. 에스테르 교환 방식은 삼지창 분자의 순서를 바꾸는 것으로 수 많은 새로운 트리글리세라이드를 생성하나 트랜스지방은 아니기에 법적 문제가 되질 않는다. 현재 이 방식이 트랜스지방의 퇴출 이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초기에 트랜스지방이 그랬던 것처럼 이 것들은 인체에 대한 위해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트랜스지방은 퇴출되었지만 액상 식물성 기름은 그대로 사용된다. 식물성 기름의 리놀렌산은 분해되면서 활성산소, 트리글리세라이드, 기타 산화부산물을 배출한다. 산화부산물은 1970년대에 주목받았다. 그 중 하나인 알데히드는 높은 화학적 반응성으로 조기 세포사망을 일으키고 유전자를 손상하며 기본세포기능을 저하시켰다. 다양한 식물성 기름은 튀김에 사용하는 온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산화부산물을 발생한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해결책은 올리브 기름의 사용과 동물성 지방으로의 회귀일지도 모른다고 제안한다. 물론 동물성 지방의 사용은 온실가스를 마구 배출하는 가축의 대규모 사육과 윤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하지만 저자는 건강상의 문제로 초래하는 비용과 그 비용은 서로 상충할만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 지방에 대한 편견과 그 근원과 문제점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단순 건강책이라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라는 착각 -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그레고리 번스 지음, 홍우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나라는 존재를 매우 당연 시 여기지만, 생물의 역사를 바라본다면, 그리고 지금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본다면 자의식 관념은 생각보다 얻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생물이 나라는 관념을 진화시킨 것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라는 관념으로 자신을 외부와 구분하여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생존기계인 신체를 내적으로 보호하고 존속 시키는고자 하는 매커니즘을 갖는 것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책 '나라는 착각'은 이러한 나라는 도구에 대한 논의다. 나의 시점은 과거와 현재, 미래로 나뉜다. 그리고 인간 정도의 고등 생물은 거의 유일하게 이 세 가지를 매끄럽게 연결하며 통일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실제로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와 천양지차다. 그리고 놀랍게도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사실상 왜곡해서 기억한다. 미래의 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만 과거의 나의 경험을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여 대비한다. 그리고 순간 순간 지나가는 현재의 나는 사실상 순간을 대응하기 위한 망상에 가깝다. 하지만 과거를 종합해 현재를 구성해 미래를 대비하는 순간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계속 하고 있다.

 과거는 사실상 개인에게 정체성의 단단한 기반이 된다. 인간은 과거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않는다. 과거는 사실상 무수한 파편에 불과한데 인간의 뇌는 이러한 파편들에 의미를 부여해 현재의 자아로 이어지는 서사 도구를 만든다. 그리고 이 지난 일을 토대로 평가하여 미래를 예측하는데 그것이 미래의 자아라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뇌는 과거, 현재, 미래를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하여 인식한다.

  이처럼 당연한 일을 쉽지 않다. 그래서 인간의 뇌가 개발한 도구가 바로 이야기다. 이야기는 일련의 사건을 표현하는 매우 효율적 방법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당연히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하지 않으며 시간 순서상 인과가 있는 중요한 것들만 엮은 것이다. 때문에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을 압축하여 기억하게 만드는 매우 효율적 도구가 된다. 그래서 서사 구조를 제대로 갖춘 이야기는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고 왜 일어났는지 설명한다. 인간은 이야기를 이용하여 우리 주변의 세계와 우리 자신의 삶에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를 이해하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도구는 결국 기억이다. 그래서 책은 기억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룬다. 기억은 과거의 자아의 근원인데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내부적 근원과 외부적 근원이다. 내부적 근원은 우리의 기억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외부적 근원은 외부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이야기나 사진, 영화, 오디오, 문자 매체를 포함한 기록, 타인의 기억 등이다. 

 인간은 이런 기억으로 자신을 구성하는데 기억엔 당연히 망각과 일부만의 기록으로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이런 빈틈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내부적, 외부적 근원을 통해 메우려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의 정확도는 더욱 떨어지는데 인간은 자신의 기억을 더욱 믿으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부정확한 기억은 고정되기 보다는 계속 왜곡되어 우리 뇌에 깊이 새겨진다. 기억은 사각지대가 있는데 뇌는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없는 것, 놓친 것을 채워 넣는다. 

 결국 과거의 기억은 미래를 대비하는 현재의 나를 구성하기에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어린 시절이 그렇다. 인간은 잘 기억하기 위해 서사를 형성하며, 인간이 형성하는 서사의 구조에는 바로 어린 시절 부모와 주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중대하게 원천으로 작용한다. 서사를 위해 뇌는 기억을 서로 다른 유형으로 분리하여 처리한다. 비선언적 체계는 언어나 라벨링이 필요 없는 기억으로 자전거 타기, 악기 연주, 운동 기억이 그렇다. 매우 다양한 형태로 두뇌의 여러 곳에 기억된다. 선언적 체계는 사실과 사건에 관한 지식으로 뇌 측두엽 해마에 의존한다. 이들은 사실지식와 의미지식으로 나뉜다. 

 뇌는 기억을 하기 위해 경험을 일시적으로 즉각 기억하는 암호화를 한다. 이는 일시적인 단기기억으로 이것이 오래지속되려면 결국 장기 저장 시스템으로 이동해야 한다. 통합은 기억을 장기 저장 시스템으로 옮기는 과정으로 몇 분이나 몇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잠은 통합이 일어나는 과정이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억은 오직 통합 후에만 가능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매우 중요하지만 뇌의 미성숙으로 인해 잘 남지 않는다. 기억에 중요한 해마와 감정적 과정을 담당하는 뇌 구조물의 연결은 가장 먼저 성숙하는데 그 시점이 5세 정도다.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은 5세 이전의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물론 두 살이 되면 해마시스템이 연결되고 죽음과 같이 높은 각성 상태를 일으키는 사건이 뇌에 저장되기에 충격적 사건은 기억에 남긴 한다. 그래서 청소년기가 되어도 2.5세 정도까지는 대략 기억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년기의 기억은 결국 나이가 들면서 오래되어 서서히 의미를 잃어 사라지게 된다. 

 엥겔은 인간의 서사 발달을 연구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먼저 2-3세 아이들은 확장된 자아를 갖는다. 이들은 어느 시점에 자신이 과거를 갖고 있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과거와 현재의 자아를 연결하려면 정신적 시간 여행이 가능한 특별한 인지적 하드웨어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인간만의 특징이다.

 3세가 되면 아이들은 타인, 특히 가족 구성원에게 일어나는 동시 발생적인 사건을 자기 삶에 끼워 넣는다. 가족과 이갸기하며 직접 경험 외에도 공유지식을 기반으로 과거 정보를 흡수한다.

 3-5세가 되면 더욱 확장되어 친구의 이야기도 서사에 포함한다. 또래 아이들은 재미 있다고 여기는 사건에 반응하고 무엇이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 빠르게 익힌다. 경험한 이야기를 눈으로 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나 다른 사람의 눈에서 설명을 아직 불가능하다.

 5-9세가 되면 이야기의 레퍼토리가 늘어난다. 어느 이야기가 적합한지 피드백을 일으키고 부모와 또래에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 시점이 되며 아동은 바야흐로 놀라운 이야기꾼이 된다. 이 때는 자신을 의식하지 않은 채로 개인적 세부 사항 회상도 가능하다.

 9세에서 사춘기가 되면 안정화가 특징이다. 정체성의 근간을 형성하는 모형이 잡혀감에 따라 이야기의 레퍼토리가 점차 간소화한다. 현실을 알게 되고 받아들이는 이야기의 범위가 늘며 편집을 학습한다. 전제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배우게 되며 이제 사건과 기억의 조각들은 논리적인 판든을 거쳐 서사 구조에 녹아들게 된다. 

 이렇게 서사 구조가 개인에게 형성되면 이는 자아의 형성과 연결된다.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말하는 이야기의 토대가 되며 초기 이야기는 뒤 따르는 모든 이야기의 모형을 형성하므로 이 때의 이야기는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는데 가이드이자 방파제가 된다. 다가오는 사건의 중요성은 그 사건의 객관적 진실이 아니라 사건이 진행 중인 서사에 얼마나 잘 맞느냐에 따라 평가된다. 그래서 개인은 직면하는 사건이 안 맞는 이야기인 경우 이야기 자체를 왜곡하여 바꾸거나 아예 사건을 포기한다. 

 인간은 생존 기계로서 항상 에너지를 아끼고 고효율로 진화했다. 그래서 인간은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으며 모든 것에 주목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뇌에는 모든 사건의 중요한 일부를 인과로 엮는 서사가 있다. 이야기는 언급한 것처럼 중요한 것을 의미 있게 인과로 엮기에 고효율적이다. 뇌는 어쩌며 효율적 저장을 위한 기저 함수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을 사용한 압축 표현이 스키마다. 스키마는 기존의 정보를 회상하고 새로운 사건을 인코딩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스키마가 한 번 형성되며 우리 뇌는 그 이후로 보고, 듣는 정보를 스키마와 일치하도록 편향한다. 그래서 새로 입력된 정보가 스키마의 일치하지 않으며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거나 기존의 모형과 가장 잘 맞도록 기억을 바꿀 수도 있다. 스키마와 서사의 역할을 매우 비슷해 보인다.

 인간은 효율적으로 기억하기에 기억은 연속적이지 않고 사건 경계에 의해 정의된다. 실험 결과 피실험자가 이동하거나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지 않는, 즉 사건 경계가 없는 경우이므로 그 반대의 경우에 비해 5배나 기억이 5배나 압축되었다. 즉, 신경 쓸만한 사건이 5분 간 빈발하며 인간의 기억은 5분 정도를 거의 기억하나, 그냥 무의미 하게 걷거나 일상적인 행위를 하면 5분 중 그 행위를 1분 정도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어떤 도전적 프로젝트를 동료와 의견충돌을 거치며 협의하며 해결해나간 2시간은 실제 2시간이지만 그냥 가벼운 산책 길을 걸은 기억은 2시간이 아니다. 아마 20분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뇌는 생존을 위해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지금의 감각 기관에 들어오는 정보를 계산하여 미래를 꾸준히 예측한다. 이런 사후 확률의 계산에는 과거 경험한 사전 확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뇌는 기억의 한계로 모든 사전 확률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인식 판단에 따라 몇 가지 확률만 고려하여 판단한다. 그리고 이는 매우 효율적이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마땅한 사전 확률이 없는 경우 무언가를 잘못 판단하는 인지 오류가 생긴다. 이런 해석을 오류를 경험하면 인간의 뇌는 이 경험을 활용하여 외부 세계에 대한 기존의 믿음을 평가하고 감각 입력의 기준을 갱신하여 올바른 사후 예측이 가능하도록 대비하게 된다. 

 인간의 자아 관념의 물질적 근거는 뇌의 중앙선을 따라 이어지는 피질 스트림의 활성화다. 이 부분은 물리적 감각을 처리하는 감각 시스템과 기억 상징적 표현에 의존하는 더 추상적인 표현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배열된다고 여겨진다. 이 피질스트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항상 활성화되어 있다. 그리고 자아를 구성하는 모든 시스템을 결합하기 위해 협력한다. 피질스트림은 외부 활동에 집중하면 감소하는데 이 과정이 몰입이다. 즉, 몰입하면 자아감은 상실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우린 그러한 경험을 한다. 

 비인격화 현상은 자아와 관련하는 또 다른 중요한 도구 중 하나다. 이는 자신의 생각, 감정, 감각, 몸행동에 대해 비현실적이거나 분리되었거나 외부 관찰자가 되는 것 같은 경험이다. 매년 전체 인구의 1/5정도가 이런 비인격화 증상을 겪는다. 생각보다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빈도이기에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해리 증상을 겪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해리는 자아를 몸과 분리하는 현상으로 도무지 쓸모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이야기는 공간과 시간에 제약된다. 하지만 해리는 이런 제약으부터 해방을 가져온다. 우리가 다른 시점으로 해리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다른 시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인간은 이런 해리를 본질적으로 좋아하기에 다른 사람의 시점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는 RPG게임이나 코스프레 게임이 인기가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뇌에는 서사를 위해 해리와 예측, 압축이라는 삼위일체의 도구가 존재한다. 뇌는 이 도구를 적절히 이용해 사건을 연결해 서사를 구성한다. 이 서사는 인과로 이어져 있으나 그것이 실제적 인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서사 구조에 대해서는 연구가 있다. 2017년 버몬트 대학교 연구자들은 쿠텐베르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는 소설 1327권을 분석한 것이고 모두 달라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6개의 서사구조로 분류한 것이다. 서사구조는 빈털터리에서 부자, 부자에서 빈털터리, 구덩이에 빠진 남자, 이카루스, 신데렐라, 오이디푸스 구조가 있다. 빈털터리에서 부자는 나락에서 시작해 정점에 오르는 구조다. 부자에서 빈털터리는 정반대로 정점의 영웅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전형적 비극 구조다. 구덩이에 빠진 남자는 좋은 조건을 갖춘 이가 위기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를 극복하고 예전의 지위를 회복하는 구조다. 이카루스는 바닥에서 시작해 정점에 올랐다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구조다. 신데렐라는 영웅의 여정이다. 바닥에서 시작해 정점에 올랐다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막바지엔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다시 정점을 향하게 된다. 마지막은 오이디푸스 구조로 잘나가던 사람이 나락에 떨어지고 다시 정점에 올랐다가 마지막엔 다시 바닥으로 가는 구조다. 

 인간은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렇기에 나라는 관념은 다시 한번 부정 당하기 쉽다.인간은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기에 이를 위해서 나의 개인적 의견 보다는 집단, 즉 다수의 의견을 따르도록 진화했다. 물론 이를 어길 순 있으나 이는 집단에서 배제된다는 생존의 위기를 감수하는 행동하기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즉, 결론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합리성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주변 대다수의 의견에 의존하고 편향한다는 것이다.

 테트리스 같은 게임에서 같은 모양을 찾기 게임이 있다. 이 모양은 회전하면 달라 보며 그리 쉽진 않다. 실험 참가자들은 혼자 하는 경우 정답률이 86%였다. 하지만 게임의 다수가 거짓말을 하여 거짓답을 다수가 제시하고 이것이 공개되는 경우 이것을 추종하여 정답률이 무려 59%까지 떨어졌다. 정상적으로 혼자서 답을 한 경우 피험자의 뇌는 두정엽이 활성화했다. 여긴 정신 회전 작업을 담당한다. 하지만 거짓말에 둘러싸여 압박을 느낀 경우 편도체가 활성화했다. 여긴 감정을 담당하는 곳으로 거짓임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고민을 느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인간은 무리에서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전문가의 의견을 추종한다. 실험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반대하는 경우 편도체와 마찬가지로 각성과 관련한 대뇌섬이 활성화했다. 이런 일련의 결과는 인간은 무리에 속했고 그것을 보호와 자원, 성적 접근을 허용했다. 때문에 인간은 무리 다수, 혹은 무리의 우두머리의 의견을 따르도록 진화했다. 다른 권위에 의존하는 것은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에서 개인을 해방시켜 정보의 처리와 저장에 들어가는 에너지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인간의 뇌는 고유의 서사를 갖고 있으며 이것은 상당히 굳건하지만 환경의 적응이 중요한 만큼 변화하기도 한다. 그 주요 방법은 이야기를 듣거나 읽어서 거기에 몰입하는 것이다. 소설을 읽는 경우 뇌 영역의 활성화는 그 사건들이 개인적인 서사에 통합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감각운동대가 놀랍게도 독서 후에도 지속적인 패턴을 보이는데 이는 소설이 마음 속 해동을 재현하였음을 의미한다.

 수 천년의 문화적 진화는 인간의 뇌가 이들 주인공의 서사를 흡수하게 했다. 자신만의 서사로 가득 차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책을 읽으면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를 강화하고 발전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그 캐릭터에 동화되고 그 경험이 결과적으로 독자인 나의 뇌를 변화시켜 나의 서사구조를 변화한다. 

 현대 사회는 매체가 다양해져 인간의 다양한 매체로 다른 인물의 서사구조를 경험한다. 저자는 TV와 영화도 이야기와 비슷한 효과를 가질 수 있지만 한계를 지적한다. 우선 양자는 독서에 비해 수동적인 소비를 하게 한다. 그리고 독서에 비해 몰입 시간이 짧고, 인지적 요구가 적다. 그렇기에 뇌의 서사구조를 바꾸기엔 효과가 다소 부실하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독서는 비교적 오랜 시간을 요구하고 그렇기에 읽으며 새로운 기억과 그것이 새로운 서사구조에 통합될 충분한 시간을 부여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좋은 소설은 독자를 다른 사람의 몸 안에 집어 넣고 그들 처럼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며 독서 후에도 며칠 간 뇌의 흔적으로 남게 된다.

 인간은 자신이 갖고 있는 서사구조에 의해 세계를 파악한다. 하지만 세계엔 인간을 유혹하고 설득하는 서사구조를 가졌으면서 옳지 못한 정보와 가치를 가진 것들이 존재한다. 음모론이 대표적이다. 음모론은 소문에 기반하기에 내편과 적이라는 집단 극단화를 촉진한다. 그래서 음모론은 무리에 속하고, 전문가에 의견에 의존하려는 인간의 성향을 강하게 자극한다. 또한, 음모론은 인간이 좋아하는 서사구조 중 하나인 영웅의 여정구조다. 대개의 음모론은 하나의 비극적 사건으로 시작하여 그것의 책임이 외부집단의 누군가에 있다는 식으로 이어진다. 음모론을 주창하는 사람 자신아니 그 가족이 이 과정에서 희생되었다면 순교자로 여겨져 더욱 강화된다. 예를 들면 코로나 백신에을 맞고 사망한 사람들이 다수 발생했다. 물론 그 과학적 인과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도탄에 빠진 희생자 가족 집단에 한 무리가 이것이 정부가 은폐한 백신의 부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그들을 이 완벽한 서사구조에 완벽히 빠져든다. 그런데 음모론을 제기한 자들 중 일부가 과학자이거나 그들 자체가 피해자라면 순교자효과라 발생하며 음모론은 크게 강화하게 된다. 

 저자는 그렇기에 우리가 사회와 개인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서사를 갖추도록 자신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엔 저자가 말한 뇌의 구조와 서사에 대한 이해가 다시 요구된다. 뇌는 효율을 위해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일부를 기억하며 그 일부들을 연결하기 위해 서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서사는 압축을 필요로 하며, 이를 바탕으로 뇌는 사전확률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은 해리를 통해 자신을 넘어서 사전확률을 더욱 확장시킨다.

 인간에겐 이렇게 만들어진 중심적 서사구조가 있다. 서사는 쉽게 바뀌지 않으며 인간은 독립적이지도 않고 다수와 외부의 의견을 쉽게 추종한다. 하지만 그게 항상 옳지만은 않기에 서사를 바꾸는 힘도 있다. 그것을 책 읽기를 통해 가능하다. 그래서 인간은 옳다고 여겨지는 건강한 정보와 서사를 담은 지식, 이야기를 꾸준히 소비하는게 중요해진다. 그래야 음모론에 빠지지 않고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건강한 서사를 갖춰나가며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예측과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아의 형성과 서사, 뇌와 관련한 재미난 책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간에게 어떻게 주요 서사구조가 세계 보편적으로 생겨났는지에 대한 연구의 결여다. 아마 그런걸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그 여섯가지는 인간이 집단에서 생애를 살아가며 보이는 과정과 결과의 거의 전부일 것이다. 누구나 위로 올라가고 아래로 떨어지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그 중의 하나를 겪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여섯가지만 있고 그것에 강하게 공감하며 반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책은 본질적으로 지식도 이야기로 파악한다. 맞기는 하나 양자는 조금의 차이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도 아쉽다. 하지만 책은 매우 훌륭하고 인간의 자아 관념과 탄생, 인식구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