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력 시대 - 재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생존을 다시 상상하다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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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지구 역사에서 등장한 생물 중 자신들의 번식이란 측면에서 유래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드물어야만 하는 생태계 최고 포식자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그 개체수가 무려 80억개에 이르렀고, 주변 환경을 높은 지능과 사회성을 바탕으로 한 문명의 구축으로 자신에게 맞게 완전히 개조하여 사실상 환경에 의한 절멸과 진화 압박에서도 거의 벗어났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성공 뒤에는 그림자도 같이 짙다. 너무 많이 먹어 인간은 상당수의 비만 인구를 갖게 되었고,이로 인한 건강문제와 높은 사망률로 막대한 돈을 쓰게 되었다. 반면 비만으로 고생하는 수를 상회하는 다른 인간들은 굶주림으로 여전히 고생한다. 환경 문제도 발생했다. 비록 지구의 모든 생물이 의존하고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태양에너지가 거의 무한히 공급되지만 물질이나 쉽게 쓸수 있는 에너지는 거의 바닥났다. 그리고 과거의 축적 에너지를 마구 잡이로 쓴 결과 상당한 오염과 기후위기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현재로썬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사회 내에서 인간들 간에 가진 것의 격차도 문제다. 극도의 효율화로 지구에서 착취해낸 부가 그나마도 인간 소수에게 집중되었고 나머진 매우 적은 것을 얻으며 효율화의 논리로 가진 자들에 의해 점점 발전하는 디지털 도구로 강하게 통제되고 있다. 훌륭해 보였던 정치체제인 대의 민주주의도 상당한 한계를 드러내며 실패하고 신뢰를 잃었으며 어느 덧 다음의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인간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 종을 유지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의 다른 생물종들과 함께 나아가고 생존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책 회복력 시대는 현재의 문제를 강하게 진단하고 이리 된 역사적 기원과 여러 생각과 변화들, 향후 변화해야할 우리의 생각과 체제, 과학, 생각에 대해 이야기 한다.

 

1. 인간 사고 방식의 변화

 인간은 원래 원시시대 물활론적 사고 방식이 강했으며 다른 생물체들보다는 확실히 환경 적응력이 뛰어났지만 여전히 묶여 있어 자연과 자신을 관계짓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문명의 발전과 사회가 커지고 인간이 자연을 활용하고 착취하는 능력이 강해지며 사고 방식이 점차 변화한다. 중세 봉건사회만 해도 인간은 지구가 신의 창조물이며 아담과 하와의 후손에게 신이 인간을 맡겼다는 인식을 교회가 견지했다. 신이 내림차순으로 물려준 창조물이므로 감히 자연을 소유한다는 개념보다는 점유한다는 생각 정도를 했었다. 

 529년 몬테카시노의 베네딕트는 베내딕트 회를 창시하고 가장 중요한 규칙으로 게으름이 영혼의 적이라 규정한다. 이는 기록상 시간의 흐름을 희소한 자원으로 인식한 최초의 시도였다. 인간사회에서 효율성을 측정하는 하나의 척도인 시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순간이었다.

 르네상스 시기엔 선형 원근법이 발명된다. 이는 인류가 공간을 인식하는 방법을 바꾸었는데 공간의 수학화에 영감을 주어 현대적 지도 제작의 도구와 기법을 제공했다. 원근법으로 인해 시선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평가되고, 크기가 조정되고 , 포획, 수용, 사유화의 잠재적 대상이 되었다. 인간은 관찰 대상을 응시하고 수학이라는 측정 수단을 통해 연구 중인 현상을 객관화하고 파악하는 초인적 관찰자가 된다. 또한 원근법으로 인해 청각 보다는 시각 우위의 문화가 형성된다. 과거 유럽은 청각 문화가 발달해 대부분의 계약을 증인이 있는 앞에서 구두계약했다. 하지만 시각적 문서로 대체되었고 청각 문화가 공동체 개인간 거리를 좁히는 문화인 반면 시각 위주 문화는 거리를 멀리하고 개인적 공간을 탄생시킨다. 공동체보다 개인의 탄생이 우선시 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인쇄술이 등장한다. 인쇄술의 발달로 인간은 시간과 공간을 모두 가두는 변혁을 하게 된다. 인쇄물로 인해 구전땐 없었던 특정 지식에 대한 개인 저작권의 개념이 생겨난다. 그리고 인쇄로 인해 널리 퍼진 책은 시간 자체를 포획하고 격리시켰다. 사실과 진실에 대한 구전 감각은 원근법에 이어 인쇄물로 인해 완전히 주변부로 밀려나게 된다. 인쇄는 다양한 토착어와 방언도 없앴는데 책을 팔려면 아무래도 하나의 공통 언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쇄혁명 후 농경, 목축, 도시 개발로 유럽은 삼림이 크게 감소한다.

 영국은 대안을 석탄에서 찾았는데 문제는 이 석탄을 파기 위해 일정 깊이로 파고 내려가면 반드시 물이 차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물을 퍼내기 위해 증기기관을 발명한다. 그리고 1780년대 석탄 연소 중기기관이 산업에 적용되었고 증기기관차가 등장해 1830년대 시속 98km로 이동한다. 시간의 장벽이 사라지고 이동거리가 단축되었으며 교통과 물류에 엄청난 영향이 왔다. 배송속도, 시간, 계절의 영향과 장벽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에너지원과 이동 물류방식의 유럽과 미국을 1890년대까지 시공간적으로 강하게 압축했다. 그리고 경제 사회활동을 움직이기 위해 효율성 개념이 사회의 지배적인 주제로 자리매김한다. 이동이 빨라지면서 각 지역마다 제각가인 시간을 맞추기 위해 표준시가 도입되게 된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며 자연에 대한 소유권 개념이 생겨난다. 로크는 사유재산권을 빼앗을 수 없는 자연권이라 주장했다. 그는 지구의 공유지에 대한 지배를 신의 위대한 존재 사슬을 토대로 한 공유에서 각 개인이 지구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로 바꿔냈다. 

 20세기초 이 효율성을 극한으로 밀어 붙인게 테일러 주의다. 효율성의 핵심은 마찰, 즉 경제활동의 속도와 최적화를 늦추는 중복과 반복을 제거하는 것이다. 테일러는 이를 위해 경영진이 생산과정 모든 단계에서 모든 노동자의 거의 모든 움직임을 통제하는 분업 시스템을 고안한다. 놀랍고도 당연하게도 테일러주의는 효율성을 신봉하는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간다. 가정에도 도입이 되었고, 학교시스템에도 도입되어 고도로 표준화한 교육이 이뤄진다. 

 테일러 주의는 포드주의로 이어진다. 포드주의는 빈약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당시엔 혁명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노동자의 급여를 늘리는 방식을 실시했다. 다만 대량생산에 초점을 두다보니 유연성이 부족하고 실시간 수요 변화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개선한 것이 도요타의 린 생산 방식이다. 표준화한 제품라인의 대량생산에 의존하는 회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최대 역량으로 라인을 돌리게 된다. 시설비가 워낙 많이 들어갔기에 항상 최대로 가용하려고 노력하며 경영진은 생산 차질을 없애려고 추가 인력과 과잉 생산을 재고로 돌려 이를 해결하려 한다. 다만 제품 라인의 교체가 비싸 고객은 대량생산으로 인해 저가의 혜택을 보는 대신 신제품과 다양성을 포기해야 한다. 

 린 생산방식은 이런 문제점에 주목해 민첩성과 유연성을 도입했다. 시장의 현재 수요에 맡게 생산하면서 고객의 개별 선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제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런 유연성을 위해 린 생산 방식은 노동력을 협력하는 팀으로 구성한다. 상명하달식에서 상호대면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다양한 팀이 실시간으로 현장 문제를 해결해 가동 중지시간도 줄어든다. 그래서 린 생산 방식은 결함, 고장, 지연, 관료주의, 재고의 다섯가지를 제로화한다. 린 생산 방식은 효율성을 무척 높이지만 역시 문제가 있다. 여전히 권위가 형성되어 있으며 노동자에 요구하는 사항이 더욱 까다롭게 비민주적이다. 모든 직원은 정신 육체적으로 더욱 착취당한다. 그결과 기업은 더욱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즉, 린 생산 방식은 테일러 주의의 강화에 불과하다. 

 현대 기업은 여기서 더 나아가 노동자에 게임 요소 마저 도입한다. 테일러 주의와 린 생산방식에서 노동자는 자신이 착취당하고 있음을 인지한다. 하지만 게임 요소는 이런 착취를 은폐하기에 노동자는 게임 방식으로 적극 참여하기 까지 한다. 

 3차산업혁명이 가져온 디지털 기술의 발전인 인간 효율화를 더욱 극대화한다. 인간이 개발한 GPS는 지구의 자원을 수용 사유화하고 소비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합리화도구다. 인간이 구축한 스마트 디지털 인프라는 시간 조정과 동기화로 모든 것을 연결하고 통제한다. 재계와 각국의 정부는 사이버 공간 전반에 걸쳐 과거의 자료를 모두 수집하여 분석하는데 많은 자산을 쓰고 있다. 이는 미래를 그 데이터를 분석한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미래를 예측, 설명, 규정,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런 예측에 의한 선점은 앞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더욱 극대화할 것이 자명하지만 문제가 크다. 이는 타인의 미래를 확장된 잠금 상태로 유지하고 특정 인구가 자기 나름의 의제에 따라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막아 궁극적으로 권한 강탈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주체성과 능력도 약화시킨다. GPS의 사용으로 인간은 이동방향과 공간을 인식하고 그려내는 능력이 상당히 약화되었다. 또한 몰입형 가상 신세계로 인해 문해력과 어휘력이 급감하였고 이로 인해 의사소통능력이 감퇴하였다. 그래서 정보처리 능력을 증가한 반면 비판적 사고에 중요한 숙고와 분석, 상상력을 줄었다. 때문에 개개인의 인지 주체성은 상실되고 있는 반면 충동성만 증가했다. 전반적 인지능력이 현저히 저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위기와 정치위기, 경제위기가 몰아치고 있다. 커다란 위기상황인 것이다.


2. 과학이 변해야 한다.

 뉴턴에게 물질과 운동하는 우주는 질서 정연하고 계산할 수 있으며 자발성이나 예측 불가능성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즉, 질적인 세계가 아닌 계산하고 측정할 수 있는 양적 세계였다. 수학은 세상을 이해하고 착취하는 과학이 디었고 뉴턴은 계몽주의 시대를 수학화했다. 뉴턴의 운동에서 시간은 가역적이었다. 시간은 의미가 없어서 그가 만든 이 탈시간적 도식은 경제활동의 모델링 도구가 되어 경제학을 현실과 동떨어지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근대 과학적 방법론은 몇 가지 함의와 공통 방법론을 갖게 되었다. 우선 체계적 ㅣ실험과 귀납 연역적 추론, 가설 및 이론의 형성 실험이다. 다음은 지식이나 예측, 통제의 목표와 객관성, 재현성, 단순성, 과거의 성공등 모두에게 알려진 일련의 최우선적 가치와 정당성의 동반이다. 그리고 방법론으론 전체 집합을 이해하기 위해 종종 단일 현상을 분리하고 구성요소와 부분의 작용을 관찰하여 이론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으며 이 과정에서 과학자가 편견이 없다고 가정하였다. 하지만 실제 세계는 전체에서 분리될 수 없으며 지구 자체와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물질이 완벽한 폐쇄적 체계가 아니기에 부분을 완전히 분리 될수 없다. 또한 과학자 역시 편견을 갖고 과학 연구에 임하며 이 과정에서 지원을 받는 단체에 의해 이득을 취하고 그들을 위해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때문에 과학은 다음처럼 바뀌어야 한다.

 우선 자연을 정보와 에너지의 교환을 통한 자신의 구조적 형상을 조직화할수 있는 개방적이고 역동적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 자연은 새로운 상황과 패턴, 환경, 상태에 맞춰 스스로를 변모시키고 적응한다. 그래서 과학은 향후 부분의 특성에서 시스템 전반의 속성으로, 대상에서 관계로, 폐쇄적 시스템에서 개방적 시스템으로, 복잡성의 측정에서 포착 및 평가로, 관찰에서 개입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불가능한 예측을 버리고 기대와 적응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3. 기업도 변해야 한다.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키며 매번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인프라 패러다임의 변혁은 사회집단의 존립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세 가지 구성요소의 결합을 수반하는데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과 에너지와 동력의 새로운 원천, 새로운 물류 운송 방식이다. 그리고 우린 두 번의 인프라 변혁을 경험하고 세 번째 인프라 변혁을 실시하고 있다.

 1.2번째 인프라 변혁은 1.2차 산업혁명이다. 이중 2차 산업혁명은 주로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것으로 중단없는 운영을 위해 돈과 시간, 인력의 광범위한 지정학적 군사적 투입이 필요했다. 1.2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는 중앙 집중형 설계였는데 상의하달 피라미드 식으로 작동하고 지적, 물리적 재산권이 계층별로 사유화되는 경우에 최상의 효율성을 보였다. 이런 중앙집중 인프라는 투자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기 위한 수직적 통합이 요구되었고 그에 따라 자원과 생산수단을 선점한 소수가 신흥 시장을 장악하고 각 산업의 전체 및 부분을 지배했다. 철도, 전신, 전화, 송전, 송유, 자동차 산업등이 이 시기의 것으로 그 개발과 배치,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여 정부 및 일부 가문도 자체 운영이 불가능했기에 주식회사 및 금융자본, 초기 자본가 계급이 발달하게 된다. 

 1.2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는 기업이 주주들에게 계속 증가하는 이익을 줄 수 있또록 효율성을 최적화하였다. 또한 사실상 제로섬 게임으로 다수보다는 소수가 더 많이 보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은 다르다.

 3차는 인프라가 중앙집중이 아닌 분산형으로 설계된다. 이것을 사유화를 피해 개방적으로 투명하게 유지될 때,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를 개방적으로 투명하게 유지할 때 가장 잘 작동한다.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더 많은 사회적 자본을 축적된다. 3차 산업의 인프라는 플랫폼에 대한 중앙집중형 명령과 제어를 어렵게 하는 버전으로 계속 자체 진화한다. 데이터의 수집과 저장, 분석과 알고리즘의 관리를 수직적으로 통합된 거대 글로벌 기업에서 지구 곳곳에 분산된 첨단 기술 중소기업으로 옮기는 수평적 공간이동이 강제진행된다. 

 현재 자본주의의 버팀목은 시장 교환가치다. 고전 경제학자들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력을 물건의 가치와 분리시켰는데 그래서 최적의 시장은 한계비용으로 판매하는 것이 된다. 시장엔 다운 타임이 존재한다. 이는 거래 시간 외에도 판매자가 재고, 임대료, 세금, 급여, 기타간접비를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판매자는 여기에 마케팅, 광고, 구매권유도 해야한다. 이 모든 것을 비용으로 시장 교환에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 추가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한계비용이 증가하는데 디지털시대는 이 한계비용을 거의 0으로 수렴시킨다. 

 상업활동은 시장의 시작-중지의 거래에서 네트워크의 지속적 흐름으로 바뀐다. 네트워크엔 다운 타임이 필요치 않다.경제는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시장의 판매자와 구매자에서 네트워크의 공급자와 사용자로 전환된다. 한계 비용은 이 과정에서 디지털 상호연결로 더 낮아지며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서비스 공급과 트래픽의 종단없는 흐름으로 한계비용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지식공유에서 에너지 공유, 차량 공유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활동이 잠재적으로 서비스가 된다. 서비스 제공자는 일반적으로 자산을 소유하기에 과거와 다르게 수명이 긴 고품질의 물건을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시스템은 과거처럼 효율성이 아닌 회복력을 강화할 대리 기능성을 갖춘 공급망과 물류배치에 관심을 두게 된다. 

 결국 3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다음과 같은 경제적 변화가 일어난다. 소유에서 접근으로, 판매구매자 시장에서 공급자 사용자 네트워크로, 제로섬에서 네트워크 효과로, 성장에서 번영으로, 금융자본에서 자연자본으로,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선형 프로세스에서 인공지능 프로세스로, 부정적 외부효과에서 순환성으로, 수직통합형경제에서 수평통합형경제로, 중앙집중형 가치사슬에서 분산형 가치사슬로, GDP에서 QLI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글로벌 대기업에서 유동적 네트워크에 블록체인으로 결합한 민첩한 첨단 중소기업으로, 지정학에서 생물권 정치로다. 


4. 다양성, 적응성, 회복력의 시대로

 2008 경제위기, 코로나 팬데믹, 미중갈등,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류는 효율성에만 집중한 사회의 대가를 치뤘다. 비용만을 생각한 글로벌 공급망으로 인해 여타 선진국에서는 웬만한 제품하나 생산할 능력을 이미 잃고 있었으며 여러 환경문제와 정치문제, 국제문제에 대해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효율성을 버리고 다양성과 적응성을 기반으로 하는 회복력 시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당면한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은 매우 회복력이 강한 종이다. 과학계에서는 초기엔 인간이 홍적세에 이미 완성되었고 거의 진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이후 인간은 긴 환경 변화를 거치고, 스스로 만든 문명과 공진화하며 상당 부분 또 다시 진화했고 뛰어난 적응성을 기반으로 한 회복력을 보인 존재다. 즉, 회복력은 인간 종의 주요 특성인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발전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시대다. 디지털 시대에는 인간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인 자유의 개념이 변호하게 된다. 본래 자유는 서구에서 인클로져 운동으로 경작지에서 쫓겨난 수백만 농노에게 강제로 주어진게 시초다. 그들은 노동력을 도시의 일터와 공장에 제공할 수 밖에 없었고 그 대가로 보상과 자유계약이 허용되며 자유로운 산업노동자가 되었다. 하지만 당시 그들에게 그 자유는 강제로 주어진, 기존 질서와 정체성을 흔드는 혼란스러운 타율적인 것이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하는 부담을 가졌기에 초기의 자유는 부정적 자유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이 자유는 배타적 권리와 자급 자족의 원리, 타인에게 예속되지 않은 섬 같은 개인을 양성하는 자유였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자유는 자율성과 배타성이 아닌 접근성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한다. 디지털 세대는 확산중인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는 접근성으로 자유를 판단하며 그들에게 포용성은 수평성의 확장이자 성별, 인종, 성적 지향, 심지어 살아 있는 다른 생명체들과의 제휴가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자유는 모든 구성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자유이며 전 세계적 디지털 공유자산으로 축적하는 사회적 자본을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접근성과 포용성은 향후 새로운 정치의 기반은 동료시민정치의 근간이 된다. 

 앞으로 회복력 시대의 정치는 하향화하여 거주하는 생태지역과 최대한 밀접한 수준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이는 시민 사회와 대의 정부 사이에서 중개자 구실을 하는 분산형 동료 시민 거버넌스다. 

 인간은 공감하는 동물이다. 인간의 공감 능력은 인간 인프라가 새로 개발되어 구축되고 전개될 때 마다 그 범위를 확장하여 왔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정령 숭배의식이 공감의 기반이었고, 수자원 농경 제국 시대에는 신학적 의식이, 그리고 산업시대에는 그것을 넘어선 국가, 이념 등의 이데올로기가 그 역할을 했다. 공감의 확장은 인프라의 확대로 인류의 시공간적 연결성이 확대되면서 같이 확장하였다. 그리고 회복력 시대의 공감은 생명애 의식이 된다. 

 생명애 의식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교육의 변화가 중요하다. 생명애 의식은 인간에겐 어느 정도 본능적인 것으로 유아와 미취학 시기에 강하게 나타나다 전통 교육에 편입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된다. 생명에 의식은 근복적으로 관계성에 대한 애착이다. 때문에 어릴 적부터 보호자와의 애착 관계, 그리고 사회 안전망 확보를 통해 불안을 제거하고 커다란 사회 역시 애착관계를 사회 구성원 개개인과 형성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연과 밀접한 숲속 학교를 다니는게 좋다 . 숲은 자연에의 애착을 형성하게 한다. 생명애 의식은 공감에 기반하긴 하나 감정적인 접근만은 좋지 않을 수 있다. 공감은 단순한 감정 느낌이라기 보다는 존재의 본질과 그것과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체계화한 인지 경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공감 신경 회로는 자신을 초월하고 삶을 경험하며 그것을 활용해 연결을 생성하고 주변의 세상에 적응하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보낸다. 우린 이런 적응성이 있기에 회복력 시대를 열수 있으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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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강혜영 그림 / 돌베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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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는 과자와 음식, 패션 문화로 유명하다. 사실 이는 과다 포장된 것인데 프랑스가 국가차원에서 이 부분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를 구축하도록 상당한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인근 국가인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는 오히려 프랑스보다 이 부분에서 나은 측면도 있어서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났다고 외국인이 함부로 말하면 상당히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아시아도 마찬가지인데 서구인이 생각하기에 아시아의 간식과 음식, 패션, 문화 하면 일본을 가장 먼저 선두주자로 생각할 것이며 이렇게 된 데는 일본정부의 노력이 상당히 작용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들으면 한국인과 중국인은 납득을 할 수 없다는 듯 마찬가지로 무척 화를 낼 것이다.

 과자는 소금과 물과는 다른 측면을 갖고 있다. 소금과 물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재이기에 오래전 부터 국가권력이 강하게 수직적 지배를 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과자는 있으면 매우 좋고 없어도 죽지는 않기에 상대적으로 느슨한 문화적 지배 권력이 작용한다. 과자는 과거엔 그 재료를 수도사나 왕족, 귀족들만 구할 수 있어 무척 사치품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최고급 과자라할지도로 누구나 조금만 무리하면 구입할 수 있기에 과자는 민주적이다. 그리고 과자는 패션이나 사교모임처럼 지역 문화의 꽃이고 세련되고 섬세한 감각이 중요한 제품이다. 

 프랑스에선 과자가 태고적부터 주술과 종교적 제사에 사용된 듯 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결혼식에 과자가 교환되었고 로마는 신혼부부가 과자를 봉헌하는 의식을 치뤘다. 프랑스 로렌지방에서는 층층히 올린 고프로 위에 공식적으로 첫 키스를 했고 브르뉴튜 지방에서는 청혼 때 과자를 보냈고 이혼할때도 보냈다. 과거엔 웨딩 케이크가 커야한다는 생각에 지름이 무려 1.5m에 달했다고 한다. 

 프랑스 인의 조상 프랑크 족과 게르만 족은 죽은 자에게 귀신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벌꿀이 들어간 과자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이런 풍습을 기독교 이후에도 유지되었는데 이는 기독교가 현지 문화와 관습과 어느 정도 융합되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대교황 그레고리우스 때 7대 악덕을 선정했다. 이는 오만, 탐욕, 음란, 분노, 대식, 질투, 나태로 과자를 이중 대식과 연관될 수 있어 어느 정도 견제를 받았지만 성적인 역할을 맡음으로써 크게 제재되지 않았다. 

 중세 수도원에서는 에울로기아나 우블리라는 과자가 있었다. 이는 그리스 어로 축복을 의미하는데 공복에 먹었다. 수도사들이 식당에 모여 이것을 먹었는데 이는 그들의 종교적 인연을 의미했다. 우블리는 납작한 성체빵 오스티아와 유사했다. 오스티아는 이스트를 쓰지 않는 무발효 빵으로 화덕에서 얇게 구워 만들었다. 오스티아는 귀한 빵이었으므로 만드는 사람은 교회의 매서운 감시를 받았다. 사창가와 도박장 출입금지, 규정준수, 몸가짐이 조신하고 평판이 좋아야 했다. 우블리는 밀가루에 물과 와인을 더해 만들었다. 흰천으로 싸서 일부는 미사에 썼는데 영성체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먹는 한 단계 낮은 것이었다. 사제가 나눠주었으며 일시적 구원을 의미했다.

 십자군 전쟁으로 유럽엔 아랍세계의 먹을 거리가 들어왔다. 설탕과 향신료, 오렌지, 레몬, 살구가 그것들이다. 콩피르와 잼, 설탕절임등도 들어왔는데 푀이타주도 전래되었다. 푀이타주는 밀가루에 올리브 유를 넣고 반죽해서 얇게 편 다름 셈세하게 여러 겹으로 겹쳐서 접는 것이었다. 펭페디스는 벌꿀과 밀가루로 만든 빵에 향신료를 듬뿍 넣어 만든 것으로 역시 아랍을 통해 들어왔다. 이 밀가루는 점차 호밀가루로 바뀌었다. 

 프랑스 과자는 아랍에 이어 이탈리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르네 상스 시기 이탈리아 식문화가 많이 유입되었는데 주요 인사들의 결혼과도 관련이 깊었다. 이탈리아는 르네상스 시기 비약적으로 세련된 과자를 만들었다. 과일 파이, 잼, 과일 설탕 졸임, 누가등이 그들의 성과물이다. 이 때 들어온 것으로 파스티야주가 있는데 이는 잘게 부수어 전분을 첨가한 설탕에 콩과 식물에서 추출한 끈적한 분비물인 트래지켠스를 물에 녹여 섞은 반죽을 세공한 것이다. 마카롱은 달걀 흰자와 설탕, 아몬드 가루로 만든 것이고, 프랑니판은 우유, 설탕, 밀가루, 달걀, 버터를 가열해 만든 크림이다. 이들은 모두 카드린 드 메데시스가 프랑스로 시집오면 전파된 것들이다. 

 그녀는 스펀지 케이크도 전래시켰으며 이탈리아에서 젤라또도 가지고 왔다. 젤라또는 16세기 시작한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이다. 당시 프랑스는 식사 시간에 고기도 맨 손으로 뜯었는데 그녀가 포크도 전수해줘 의례를 갖출 수 있었으며 향수와 양산도 전수되었다. 

 근대로 오며 카카오가 신대륙에서 전례되었다. 카카오 콩이 건조와 발효등을 거쳐 가공되면 코코아가 된다. 코코아를 뜨거운 물에 부어 녹인게 코코아차이며 코코아를 갈아서 코코아 매스로 만든 다음 그것을 압착 분리해 지방을 분리한게 코코아 버터다. 반죽한 코코아 매스에 설탕과 우유를 섞은 후 굳힌 것이 쵸콜릿이다. 

 종교전쟁은 유럽 국가들 간의 미식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구교인 대륙의 카톨릭 국가들은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애착을 갖는 것이 기독교 문명형성에 기여하는 훌륭한 행위라 생각하고 이를 장려하였다. 반면 영국이나 독일의 신교는 요리와 음식은 기아를 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식욕의 증진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래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는 훌륭한 식문화를 자랑하는 반면 독일과 영국이 상대적을 여기서 부진한 것은 그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양 지역이 지리적 차이와 기후로 인해 접할 수 있는 식재료에 상당한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근대 들어 설탕 소비량이 급증한다. 때문에 노예 무역이 필요했는데 설탕의 재배를 위해선 대규모의 사탕수수 농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근대 유럽의 노예 및 식민지 쟁탈전을 설탕 확보를 위한 각국의 치열한 경쟁으로 보기도 한다. 프랑스는 서인도 제도의 엔틸레스 제도에서 17세기부터 플랜테이션 농장을 가동했다. 18-19세기 프랑스의 설탕 소비량을 급증하는데 이는 커피의 소비량을 늘어났기 때문이다. 커피는 처음에 그냥 먹다가 폴란드의 게오르고 코시츠키가 퍼티에 우유 넣어 먹는 방법을 전파하였다. 그는 커피 가루를 거르고 우유는 넣은 카페 오레를 크루아상과 같이 먹는 법을 고안해 크게 유행시켰다. 그 결과 프랑스의 1인당 연간 설탕 소비량은 1845년 3.6kg에서 1871년 7.8kg으로 두 배 넘게 증가한다. 아이스크림 소비의 증가도 설탕 소비량을 급증시켰으며 바야흐로 설탕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게 된다.

 크림은 버터를 만드는 용도다. 귀하고 비싸며 보관이 어렵다. 크림은 19세기에 큰 인기를 얻었는데 우유에서 유지방을 분리하여 만들었다. 1879년 크림 분리기가 발명되었다. 

 고급 디저트 문화는 사실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 이후 귀족이 대부분 몰락하여 전용 요리사들이 시중에 가게를 내게 되었고, 부르주들들이 성장하며 새로운 소비층을 이루었다. 프랑스 파이에는 근대에 저널리스트와 외국 스파이 및 사절, 의원 등 독신자들이 많이 머물렀는데 이들에게 요리사들이 차린 레스토랑이 매우 인기가 좋았다. 

 19세기 프랑스에서는 많은 과자가 개발되었다. 에클레르는 18세기 리옹에서 탄생했는데 슈반죽으로 만든 과자다. 처음엔 아몬드는 잘게 부수어 섞다가 나중에는 아몬드 대신 커피, 초코, 생크림을 채웠다. 파리 브레스트는 슈 반죽으로 자전거 바퀴 모양을 만들고 가운데 머랭과 프랄린을 넣었다. 밀푀유는 푀이타주와 크렘 파티시에르를 쌓아올린 과자다. 생도노레는 고급 상점가인 생도노레 거리의 과자점에서 탄생했다. 왕관 모양의 브리오슈에 크림 파티시에를 채운 과자다. 를지지 와스르는 수녀라는 뜻으로 커다란 슈 위에 작은 슈를 얹고 그 위에 녹인 초콜릿이나 커피를 부운 것이다. 타르트 타탱은 사과 타르트의 일종으로 반죽 위에 사과를 그대로 얹은 것이다. 퓌이 다무르는 파이 반죽을 이중으로 겹쳐 작고 둥근 우물처럼 만들고 바닐라 맛 또는 프랄린을 넣은 크렘 파티시에르나 잼으로 속을 채운 다음 표면에 설탕옷을 입한 과자다. 마들렌은 1755년 폴란드 국왕 스타니 솔라닌 레친스크의 연회에서 탄생했다. 원래 연회엔 타르트가 나오기로 했는데 망했다. 그래서 젊은 하인 마들렌 폴비에가 달걀 거품기를 사용해 할머니에게 배운 가리비 모양의 과자를 만든게 마들렌의 시초다. 무스는 과자를 굳히기 위한 방식이다. 가열 대신 냉각을 해 부드로운 식감을 자랑하는데 과일을 퓌레 상태로 만들어 크림과 섞어 먹으며 냉동을 시킬 수 있어 인기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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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러시아 - 경제연구소의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러시아의 역사.문화.경제 이야기 줌 인 러시아 1
이대식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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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줌인 러시아는 16년에 나온 책으로 그 때 구매하고 오래도록 묵혀두었다. 아마 이번에 본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로 러시아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더 들지 않았다면 더 묵혔을지도 모르겠다. 책은 러시아에 대한 이렇다할 지식이 없던 나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러시아에 대해 사회, 문화, 역사, 예술 등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어 백과사전이나 다름이 없었다. 찾아보니 후속작이 나왔던데 이 정도 쓰고도 더 쓸게 남았던 셈인지라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단 생각이다.

 러시아는 글자도 어렵고 이름도 어렵다. 글자가 여타 유럽 국가와 매우 다른 것은 그리스 정교회를 수입하면서 글자도 같이 가져와 버렸기 때문이다. 로마가 아닌 그리스 알파벳에 기반하다보니 영어에 친숙한 우리가 보기엔 유독 이질적이다. 러시아인의 이름은 무척 길고도 어렵다. 이는 부칭의 흔적 때문인데 부칭은 성이 정착하기 이전 누구의 아들 누구라는 식으로 부르던 것이었다. 헌데 러시아는 성씨가 정착화했어도 여전히 부칭도 같이 사용한다. 아들은 경우 아버지 이름에 오비치를 딸인 경우 아버지 이름에 오브나를 붙인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대문호 토스토예프스키의 정식 이름은 표도로 미하일로비치 토스토예프스키다. 여기서 그의 이름은 표도르이고 미하일로는 그의 아버지도 그리고 성인 토스토예프스키는 가족들이 대대로 살던 영지의 이름이다. 즉, 토스토예프스키의 이름뜻은 토스토예프 지방이 본관인 미하일로의 아들 표도르인 셈이다.

 러시아에서는 보통 성은 빼고 이름과 부칭만을 부르는데 푸틴을 예로들면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르비치만을 부르는게 정석이다. 그리고 러시아인들은 대개 정교회 성인의 이름을 따른다. 그들은 영아세례에서 성자의 이름으로 세례명을 받고 이것을 평생 사용하는데 그래서 그들은 생일과 더불어 명명일도 같이 챙긴다. 

 러시아는 매우 종교적 국가다. 사회주의 혁명으로 종교를 탄압하여 정교회 교회 5만 5천개 중 5만 4147개가 상실되었지만 그 와중에도 70%정도의 국민이 정교회 신자다. 988년러시아 지도자 블라디미르 대공은 기존의 다신교보다는 제국의 통치에 유일신 종교가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서유럽 카톨릭과 유대교, 정교회, 이슬람교를 판단하기 위해 각각 사신을 보낸다. 서유럽은 러시아가 나무 조각 따위를 숭배한다고 비웃어 바로 패싱했고, 유대교는 그 민족의 처지가 보잘것 없음에 실망한다. 이슬람은 일부 다처제가 있어 제법 구미에 맞았는데 돼지고기와 술의 금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성의 할례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남은 것은 정교회 뿐으로 이것을 받아들인다. 여기에 정교회의 비잔틴은 인근 제국중 가장 강력한 나라로 러시아 입장에선 무척 중요한 국가였다.

 러시아 정교는 서유럽 카톨릭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정교는 신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불완전한 인간 이성으로 직접 접근할 수 없기에 신이 아닌 것을 먼저 드러내어 신의 본질에 접근하자는 부정신학을 갖는다. 서유럽은 반대로 긍정신학이다. 그래서 러시아 성가는 무반주 아카펠라인데 불완전한 인간의 노래에 불완전한 인간의 악기 소리마저 더하는게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요소에 대한 부정은 삼위일체론에도 나타난다. 서유럽 카톨릭은 성부와 성자 모두에게서 성령이 나온다고 보는 반면 정교회는 성자는 인간적 요소가 있어 불완전하기에 성령은 나오지 못하고 성부와 성령의 매개 역할만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로마카톨릭은 교황의 무오류설을 주장하며 그의 권위를 절대화하나 정교회는 총대주교가 상당한 영향력은 있으나 역시 인간으로 오류가 가능하다고 파악하여 절대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건물은 매우 아름답다. 바로 모스크 때문인데 이는 러시아의 독특한 건축양식과 문화의 결합이다. 고대 그리스는 넓은 지붕을 지탱하기 위해 많은 기둥이 있는 건물을 지었고 이로 인해 파르테논신전의 경우처럼 실내 공간이 비좁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마의 판테온이 등장한다. 아래서부터 원형으로 비스듬히 벽돌을 쌓아올려 돔형건물을 만들어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내부가 원형이기에 다신교의 만신전엔 적합하나 한 대상에 집중하는 유일신교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서유럽은 장방형의 바실리카형 건물로 변모한다. 하지만 동로마는 돔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장방형의 건물 위해 돔을 얻는 펜텀티브 돔을 짓는다. 러시아는 여기서 더 나아가 건물 하단 본체에서 빠져나온 기동 위에 반구 대신 양파형 돔을 얻었다. 이는 러시아에서 숭상하는 촛불을 상징한다. 

 러시아는 원형구조를 중시한다. 추운 지역이다 보니 오래전부터 태양신을 섬겼는데 이집트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태양신이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인데 반해 러시아에서 태양신은 몸을 녹이기 위해 바라보고 향해야 하는 존재다. 러시아는 그래서 태양이라는 중심과 그곳을 바라보는 주변이라는 일종의 원형구조 세계관이 전통적이다. 회화, 건축, 마을의 구조에 이 원형구조가 나타난다. 특이한 점은 이 원형이 구심력이라는 점이다. 태양이 나로 향해 오기보다는 내가 태양을 향해 가는 구조이며 그래서 나보다는 태양을 중시한다. 그래서 독특한 명명법이 등장하는데 예로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 역과 대로가 없으며 오히려 레닌그라드 역과 대로가 있다. 이는 모스크바에서 레닌그라드를 향하기 때문으로 오히려 향하는 쪽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지도자는 국민입장에서 향해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쉽게 절대화되고 민주화가 어려운 부분은 이런 점에서 기인할지도 모른다.

 러시아가 한 대표적인 바보짓 중 하나로 알래스카 미국 매각이 꼽힌다. 알래스카는 한반도의 8배 크기에 러시아 영토의 1/10이며 미국에서도 가장 넓은 주다. 여기에 그동안 채굴한 금이 1000톤이상이고 세계의 10%정도의 원유가 매장되어 있다. 여기에 매년 광업으로 125억 달라, 농어업 2억 8900만 달러, 제조업 1200만달러, 관광 20억달러를 벌어들이고 미국의 대 러시아 전진기지 역할도 하는 곳이 알래스카다. 이런 금싸라기 땅을 러시아는 고작 금화 720만 달러에 판매한다. 이는 당시 러시아 재정의 2.9%수준에 불과하다.  

 당시 러시아는 머나먼 알래스카를 관리하기 위해 준국영기업인 러시아 아메리카 기업을 설립한다. 알래스카 모피를 중국에 독점 판매하고 중국의 차를 독점 수입하는 수익구조를 편성했는데 미국에서 중국으로 물개가죽이 들어오과, 러시아가 크림전쟁에서 패하며 재정이 악화하자 알래스카의 경기도 크게 악화한다. 러시아는 대규모 전쟁배상금과 인프라 구축 비용이 필요했고 알래스카는 적자기업에 관리가 힘들었다. 게다가 당시 영국은 캐나다를 바탕으로 알래스카를 위협하고 있었다. 이에 러시아는 수익과 국방을 위해 알래스카를 미국에 판매한다. 더불어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도모했음을 물론이다. 결과적으로 무척 손해가 난 거래였으나 당대의 상황으로 보면 일면 타당한 면도 있는 거래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오랜 기간 하나의 공동체였다. 키이우는 러시아 최초 왕조인 류리크 왕조의 수도였다. 하지만 12세기 들어 류리크 가문의 갈등이 심화하고 소공국들로 분열한다. 13세기 몽골의 침입 후 서로가 서로를 항몽반란으로 고발하여 골육상쟁을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모스크바 공국이 부상하고 중심지가 이동한다. 왕위도 기존 형제 계승에서 장자계승으로 바뀌며 14세기 부터 키이우 지역은 변방으로 취급된다. 우크라이나란 말 자체가 러시아어로 변방에 위치했다는 뜻이다. 

 14세기 후반부터 리투아니아, 폴란드의 공세에 시달리던 우크라이나는 1654년 형제국 러시아에 도움을 청한다. 러시아는 적극적이지 않으 동부인 드네프르 지역만 탈환하느데 이 것이 오랜 우크라이나 동서 분열의 시작이다. 우크라이나는 이윽고 서폴란드령과 동러시아령으로 분열하고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잠시 통합되었다가 1922년 다시 분열한다. 2차 대전 중 여러 민족에 시달리던 우크라이나 인들은 독일군을 해방군으로 오인하여 환영했다고 피의 학살을 당하고 이후 스탈린에 의해 변절에 대한 대가로 역시 학살과 차별을 겪는다. 구소련은 서부는 농업지대로 동부는 공업지대로 육성하였는데 그 결과 지금까지 동서간의 경제력 차이가 크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동부는 오랜 기간 러시아의 영향을 받고 실제 러시아인도 다수 거주하다보니 우크라니아 서부와 다른 정체성을 갖고 분열의 조짐을 계속 보인다. 2014년 크름반도 합병과 2022년 전쟁에서 동부가 쉽게 넘어간 이유다. 

 러시아의 발레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세계 5대 발레단 중 2개가 러시아며 나머지들도 러시아인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발레는 1400년대 이탈리아 귀족들이 영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 앞에서 춤을 추며 시작되었다. 1549년 피렌테의 공주가 프랑스로 시집가서 전파되었으며 이후 프랑스가 발레의 중심지가 된다. 표트르 대제의 아버지 알렉세이는 발레를 보고 매료된다. 러시아는 이후 황실이 직접 발레를 육성한다. 무도회를 개최하고 귀족과 여식의 동참의 의무화했으며 심지어 육상의 정규과목에 발레를 편성할 정도였다. 

 1783년 러시아 왕실 발레 학교가 개교한다. 궁정하인의 자제 12명을 남여 동수로 선발하여 육성했고 이처럼 발레리노를 유지한 것이 러시아 발레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다. 러시아는 최고 수준만을 고집하여 유럽 각국의 최고 전문가를 초빙했고 높은 개런티를 주어 인재를 빨아들였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면 드디어 최고 수준의 무용가, 안무가, 음악가, 화가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오랜 노력의 결실이었다. 반면 19세기 중반 유럽에서 발레는 오페라의 인기로 사장위기였다. 1909년 러시아 발레단이 파리에서 공연하자 유럽 관객들은 잊혀진 발레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러시아는 발레를 크게 발전시켰는데 우선 군무다. 발레에서 원래 군무는 부차적인 것이었지만 러시아는 군무를 중요한 요소로 승격시킨다. 튜닉이나 타이즈등 몸매를 아름답게 드러내면서도 춤추기에 편한 복장도 군무에 큰 도움이 되었다. 러시아는 발레에 막과 장을 도입하여 이야기의 전개를 알기쉽게 하였는데 이는 차이코프스키가 교향곡의 4막 구조를 과감히 발레에 도입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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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3-05-22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러시아 책, 특히 미술사 책 단지 몇 권 읽고 러시아가 넘 좋아져 이번 전쟁 나기 바로 전에 러시아 다녀왔습니다. ^^
참, 동양도 서양도 아니며, 자본주의도 아니고 공산주의도 아닌, 상당히 낯설고 이상하고 재미있는 나라였습니다.
쓰신 글 읽고 그때 방문이 새롭게 기억나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닷슈 2023-05-22 19:52   좋아요 1 | URL
다녀오셨다니 부럽네요. 전쟁과 세계의 새로운 양극화로 러시아가 다시금 아주 머나먼 나라가 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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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비롯한 여러 생물들은 지구에서 협력하며 살아왔다. DNA의 운반기계로서 생명체 하나하나는 그 본연의 목적 때문에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경쟁 만이 방법 같지만 협력은 DNA를 다음 세대로의 전이를 더욱 수월하게 하기에 생겨났고 경쟁 이상으로 성공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협력하는 개체 수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그 개체들의 생활양식과 지능이 우수하고 복잡할수록 당연히 협력 방식과 규칙 역시 같이 복잡해지게 된다.

 때문에 인간의 윤리는 복잡하며 절대적이고도 상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협력이 주는 막강한 진화상의 이점, 그리고 이를 통해 강력한 문명을 갖춘 인간에게 있어 윤리는 앞으로도 없어질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다. 윤리의 목적이 협력을 통해 인간 개체 하나하나의 적응도를 높이는 것이에 이런 본연의 기능은 절대적인 것으로 사라지기 어렵다. 즉, 목적이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도 진화하기에 상당히 가변적인 면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윤리 또한 상대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인간이 환경이 매우 다른 지구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고 여기에 맞추어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하게 적응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간은 커다른 뇌의 발달로 또 다른 생존 도구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과학 기술은 인간 사회를 상당히 크게 변화시키는데 이 역시 인간의 윤리를 상대적으로 만든다. 

 책 '무엇이 옳은가'는 이런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간의 윤리적 기준에 대한 논의다. 책은 이런 점을 불편해한다. 우선 우리가 과거 우리 조상들이 갖고 있던 윤리적 기준과 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비판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200-300년전 노예 제도는 합법적이었고 매우 당연한 것이었다. 노예제도가 사라지고 모든 이가 평등해진 지금 과거 노예 제도를 옹호하고 이를 이용한 사람들에 대해 우린 매우 비판적인데 그들의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그것을 볼 필요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근세의 노예 제도가 주로 비판 받지만 인간은 농경 이후로 상당히 오랜 기간 노예 제도를 유지해왔다. 다음은 우리의 윤리적 자세다.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금의 우리의 과학기술적 한계와 사회문화적 상황에 걸맞는 윤리를 갖고 있으며 그에 걸맞게 생각하고 행위한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이것이 미래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그리고 나만의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과 다른 생물에 큰 고통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일회용품 및 탄소친화적 행위를 하거나 육식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우리는 자각할 수 있는데 적어도 이런 행위는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점이다. 과거 노예제가 당연시 되던 사회에서도 한계는 분명하지만 적어도 노예를 인간으로 여기고 대우하려 노력한 소수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책에서 다루는 구체적인 쟁점들을 살펴보면 우선 인간의 탄생과 종의 개선 문제다. 지금은 믿기 어렵지만 100년정도 전까지만 해도 피임은 불가능했고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행위로 여겨졌다. 그 흔적은 아직도 남아 일부 종교색이 강한 지역에서는 피임을 여전히 허용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시험관 아기도 등장했다. 최초의 시험관 아기를 시도했을 때만해도 가장 선진적인 서구권에서도 반대 여론이 더 높았다. 하지만 막상 이것이 성공하고 그 아기의 지극히 평범하고 귀여운 얼굴이 신문에 실리자 바로 며칠만에 찬성여론이 60%가 넘어갔다.

 향후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탄생과 개선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에 걸맞게 우리의 윤리적 기준도 위의 예시처럼 극적으로 변할 것이다. 인공자궁이 탄생하면 처음에 사람들은 이를 거부할 것이다. 뭐라 하긴 힘들지만 최초의 시험관 아기처럼 꺼림직 할 것이다. 하지만 최초의 아기가 아무런 문제 없이 태어난 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시험관 아기처럼 다른 아이와 전혀 다르지 않게 성장한다면, 사실 인공자궁은 장점이 많다. 모체가 각종 약물이나 흡연, 음주를 해도 영향을 받지 않으며 생체 자궁보다 훨씬 안전하기까지 하다. 각종 사고나 모체의 운동, 사회활동으로부터도 안전하며 이로 인해 유산 가능성도 훨씬 낮을 것이며, 변덕이 심한 모체와 달리 필요한 영양분과 물질을 안정적으로 받기까지 할 것이다. 여기에 여성을 장기간의 임신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고 출산으로 인한 고통과 체형의 변형도 막을 것이다. 아마 이로 인해 출산율이 조금은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이상적인 태교는 물론이다. 이런 인공자궁을 두고도 본인과 아이의 위험 및 온갖 단점에도을 무릎쓰고 자연출산을 감행하는 사람들을 미래 세대는 매우 야만적이라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의 개선도 마찬가지다. 인공자궁이 생겨나면 인간에 대한 조직이 심적으로 기술적으로 더욱 편해진다. 아이의 유전자를 개선해 지능이 우수하고 각종 질병으로부터 안전하며 위험한 취약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다면 그것을 거부하는게 윤리적인 행위일까? 지금은 치명적 손상을 안고 태어나는 장애아동이나 질병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게 되는 것을 누구의 잘못도 아닌 숙명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부모가 과거의 윤리적 기준이나 종교에 집착에 그런 행위를 한다면, 그리고 장애나 질병을 갖고 태어난 자녀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부모를 고소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세기의 말 혹은 적어도 다음 세기엔 인간은 강력한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우주 식민화 세대를 맞게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인간 개조의 필요성을 매우 강력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윤리적 기준도 이에 맞게 변화할 것이다.

 책은 기후변화 문제도 이야기한다. 인간은 지난 100년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300ppm에서 400ppm으로 향상시켰고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물론 이는 미래 세대에 비판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과거 우리에게 재생에너지는 너무나도 비쌌고, 탄소에너지는 저렴했으며 기후 변화는 이론상으로 이해했지만 체감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부분의 재생에너지는 탄소에너지의 채산성을 넘어서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 역시 체감하고 있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탄소에너지의 사용이 혹독하게 비판받고 있지 않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는 향후 큰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미 그러한 변화가 서구권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 축산업도 문제다. 축산업은 그 자체가 큰 온실가스 배출요인이지만 동물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구상엔 돼지가 10억 마리 소가 14억 마리 닭이 200억 마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인간의 식량으로 사용되며 이들을 먹이기 위해 생산곡물의 절반을 사용한다. 80억의 인간 중 소수가 자신의 입맛을 위해 건강에도 그리 좋지 못한 고기를, 그것도 그 동물의 행복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가난한 다른 인간을 먹일 만한 곡물을 사료로 낭비하며 고기를 탐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매우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위일 것이 분명하다.  

 놀랍게도 전 세계 재소자의 절반이 중국과 러시아, 미국에 존재한다. 중국인 인구가 많고 국가사회주의 국가이니 그렇고 러시아도 비슷하니 그럴만 하나 민주주의의 총아인 미국은 상당히 이상하다. 더군다나 미국의 범죄건수는 1991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는데도 재소자 수가 줄지 않으니 더욱 그러하다. 이는 미국의 미국의 재소자가 하나의 경제를 이루기 때문이다. 

 미국은 법체계상 판사의 형량 선고에 대한 재량권이 매우 적다. 죄만을 바라 볼뿐 개인의 사정따윈 허용이 안된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사소한 범죄에도 10-20년형의 구형이 가능하다. 삼진 아웃제 같은게 있어 경범죄라도 세 번을 저지르면 중형에 처해진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주마다 법이 다른 문제도 있다. 어떤 이는 마리화나가 합법인 지역에서 그것을 팔고 불법인 지역에 건너갔다가 그로 인해 40년을 복역 중이다. 아마 삼진아웃에 걸린 듯하다. 하여튼 이처럼 죄인의 양산하고 오래 묶어두는 체계인데 이는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이다. 우선 지역 보안관은 주 정부로부터 재소자 1인당 매달 25달러를 받는다. 범죄자를 양산하기 위해 노력할만 하다. 거기에 몇몇 통신업체들은 재소자에게 30분 통화에 무려 20달러의 바가지 통화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정부와 재소자 자신, 그리고 그 가족이 부담하는 비용이 무려 1829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은 교도소 재소자를 노동시장에 투입시킨다. 주정부가 소유한 기업에서 임대되어 일을 하는데 시급이 고작 33센트에 불과하다. 이렇게 이득을 보는 집단이 많으니 이런 거대한 악이 허용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 세대들이 이를 어떻게 평할지 안봐도 자명하다. 

 책에는 이것 이외에도 미국의 의료체계와 현대의 전자문신이나 마찬가지인 SNS, 휴대폰 문제, 교육문제, 환경 오염 등도 다루고 있다. 하나하나가 재밌고 다양한 사실과 논점으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인간의 윤리는 과학시술의 변화에 따라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몇 가지 변곡점이 될만한 것들이 있는데 우선 인공지능의 등장이다. 인간보다 훨씬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지능의 탄생은 인간의 윤리를 크게 흔들어 놓을 만한 것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다음은 외계생명체와의 만남이다. 언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것을 통해 인간의 종교는 강하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리와 조우할 외계인은 역시 협력을 통한 과학기술 문명을 구축하고 역시 나름의 윤리를 갖고 있을 것인데 그것이 아무래도 인간의 윤리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마지막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패권국의 변경가능성이다. 지금의 우리 윤리 기준의 토대는 사실상 지금의 사회를 구축한 서구 중심의 것이다. 그들이 만든 개인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사회 윤리의 핵심토대로 작용한다. 이런 체제가 잘 굴러가게끔 윤리와 법체계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패권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중국인 개인보다는 공동체와 사회를 훨씬 더 중요시 한다. 그들의 체계가 승리하고 다른 세계가 이를 따라야하는 운명에 처한다면 윤리 역시 그에 걸맞게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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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관계를 치유하는 시간
황즈잉 지음, 진실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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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어른에게 완벽함을 요구한다. 공정하며 일관적이고 완벽한 조건없는 사랑, 즉, 어른스러움이다. 그런데 완전한 어른은 사실 없다. 어른은 그저 다른 어른들이나 사회적 기대 혹은 자신이 어릴 때 본 것처럼 완전해보이는 어른을 흉내내는 것 뿐이다.(그 어른도 사실 뭔가를 매우 잘 흉내낸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 어찌보면 전혀 잡히지 않는 어른스러움을 평생 갖고 있는 것처럼 연기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실제 어른에 가깝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어른이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어른은 대부분 완벽하지 못한 어른을 만나며 어린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그렇게 불완전한 어른이 되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불안하게 아이를 대하게 된다. 일종의 악순환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이런 것에 대한 내용이며 대인과정이론이라는 것에 근거한다. 대인과정이론은 모두가 건강한 개인이라고 전제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한 것은 환경이나 상대방이 바뀌었음에도 전략을 적절하게 변경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스택 설리반은 어린 시절 부모와 반복적으로 겪은 상호작용이 인격과 자아를 형성한다고 본다. 타고난 성격요인에 부모라는 초기 환경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이후 다른 대인과 환경이 개인의 성격을 형성한다는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많은 부모는 언급한 것처럼 완벽한 부모를 만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자신의 불완전성은 더욱 커졌기에 자신의 생의 아픔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이 자기 자신조차 사랑하기가 버겁고 그로 인해 아이를 사랑해주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부모이고 어른스러운 척을 해야하기에 부모는 억지로라도 나는 부모다라는 설득을 통해 아이에게 사랑과 곁을 내주는게 가능해진다.  

 반면 건강한 사람은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는데 하는 일이나 장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편이며 이로 인해 유연하고 성공적인 관계를 맺는게 가능하다. 

 책에는 부모가 아이를 고통스러벡 하는 상황이 나오는데 유념할만 하다. 

 부모가 정서적 대응, 일분배, 가사분담 및 의사표현등에서 분명하게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 부모가 지나치게 감정적, 변덕으로 아이에게 일관된 감정경험을 주지 못하는 경우, 부모가 권위를 내세워서 아이를 휘어잡고 붙잡으려 하지만 아이가 막상 곁에 머무르면 소홀리 대하거나 감정적으로 협박하고 아이를 소유물로 간주하는 경우, 부모가 미숙하여 아이를 물심양면으로 배려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기가 부모의 욕구를 지나치게 배려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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