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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 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
크리스토퍼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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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준비제도는 사실 중앙은행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곳은 반은 민간은행이며 반은 정부기관이다. 이는 미국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미국은 유럽의 왕정에 반발하여 생겨난 국가로 태생자체가 중앙집권을 싫어한다. 그렇기에 미국은 역사상 중앙은행을 두 번 만든 적이 있지만 단기간이었고 조건을 제한하고 기간이 지나자 바로 없앴다. 그래서 지금의 연준은 하나가 아니라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네트워크다. 그래서 각 지역엔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전체적으로 워싱턴의 지휘를 받는다. 물론 이 연방준비은행은 전체를 아우를 필요가 강해지면서 워싱턴의 입김이 강해져왔다. 워싱턴의 연준 이사회에는 7명의 이사가 있다. 이들은 대통령이 지명하며 의회의 인준을 받는 공직자다. 이들은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하기에 사실상 안건설정을 한다. 

 연준은 틍화공급과 관련한 전권을 갖는다. 하지만 이 과정을 민간은행을 거쳐서 한다. 그리고 선출기구가 아니기에 유권자의 영향을 받진 않지만 자신들의 통화 정책에 대해서 정치인들에게 설명할 의무를 갖는다. 

 연준은 단 한 가지 방법으로 돈을 창출한다. 뉴욕 연방은행의 트레이더들은 프라이머리 딜러라고 불리는 약 24곳의 금융기관들과 늘 금융거래를 한다. 프라이머리 딜러 등 은행들은 연준에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지급준비금 계좌라고 한다. 연준은 이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갖고 있는 채권을 구매하거나 이들에게 채권을 파는 형식으로 이들의 지급준비금 계좌의 통화량을 조절한다. 이 방식으로 통화량이 결정되고 금리가 결정되는 형식이다. 

 1970년대는 미국은 자산과 물가가 모두 오르는 대인플레이션 시대였다. 당시는 연준이 은행들을 철저히 통제하는 시대였다. 은행들은 대출을 해주고 담보를 잡는데. 이 담보가 자산이 된다. 담보 가치가 높으면 은행은 더 높은 대출이 가능했다. 연준은 이를 감시하는 과정에서 담보가치가 은행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다고 생각하면 은행은 반드시 그 차이 만큼 위험을 보충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준비해야만 했다. 

 70년대 미국은 자산이 인플레되면서 은행이 잡고 있던 담보가치도 자연히 커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은행은 더욱 공격적으로 대출을 하게 되었는데 연준은 그럼에도 낮은 금리를 유지하여 사태를 키워나갔다. 금리가 낮으니 가계와 기업을 저축도 하지 않았다. 당시 연준이 이런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낮춘것은 실업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소비재와 자산의 가격을 계속 끌어올렸다. 

 70년대 펜스웨이 은행은 저금리 시대에 지나치게 위험한 사업을 벌였다. 대출을 증권화하였고, 페이퍼 컴퍼니등을 동원해 갖은 금융수법으로 자기 자본금 이상의 대출을 벌였다. 결국 금리가 인상되자 도산의 위험에 처했다 연준은 펜스웨이를 망하게 두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지루하고 안전한 은행으로 생각한 콘티넨탈은행이었다. 여기는 미국에서 가장 큰 상업, 산업대출은행이었다. 콘티넨탈은 은행과도 거래가 많았는데 무려 2300곳이었다. 콘티넨탈은 펜스웨이와 거래가 많았다. 그래서 같이 위험에 처한 것이다. 콘티넨탈의 예금 중 절반 이상이 예금자보호제도의 보호대상이었다. 때문에 펜스웨이 사태로 예금자보호제도는 유례없는 압박을 겪게 되었다. 콘티넨탈마저 버릴 수 없었던 연준은 역사상 처음으로 콘티넨탈에 15억 달러를 구제금융패키지로 제공한다. 이러한 콘티넨탈 구제금융은 어떤 은행이 충분히 크고 다른 은행과 연루되어 위험을 많이 퍼뜨릴수록 연준에 의해 구제될 것이라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

 80년대 폴볼커의 고금리 시대를 지나자 어느 정도 회복된 월가는 80년대 중후반 막대한 대출과 펑펑쓰는 소비가 특징인 골드러시 시대를 경험한다. 이 시기는 기업사냥꾼의 시기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리처드 기어가 바로 이 기업사냥꾼으로 나왔다. 이들은 싼 비용으로 회사를 사들인 뒤 다른 회사와 합병 분할 후 되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미국의 90년대는 더 좋아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고용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70년대 부터 이어진 타격으로 80년대의 고금리로 인해 그 때의 빚을 가계와 기업이 아직도 상환중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연준 의장인 그린스펀은 경제가 성장함에도 금리를 낮추어 돈을 쉽게 쓸 수 있는 이지머니 시대의 시작을 열게 된다. 90년대의 연준은 과거와 달리 인플레에서 자산을 제거하고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만 산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전과 달리 소비자 물가만 오르지 않는다면 연준은 얼마든지 통화 공급을 늘리고 금리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90년대 말 그린스펀은 소비자 물가 상승없이도 경제성장을 촉진하여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90년대 내내 이뤄진 낮은 금리로 자산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99년 S&P 지수가 19.5%상승하였고 나스닥은 무려 80%나 올랐다. 그 결과 2000년의 주식시장 붕괴가 일어난다. 3-11월 사이 280개 인터넷 주식 1조 7600억 달러 가치가 증발한다. 그린스펀은 그간 자산 인플레는 무시해왔고 막상 자산 가격이 붕괴하자 개입해서 시스템을 구제한다.

 이런 버블위기 국면 타개를 위해 연준은 지속적으로 금리를 더 인하하였고 이는 2000년대 미국주택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 2003-2007년까지 미국의 주택시장은 무려 38%나 상승한다. 주식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금리를 6년 간 낮게 유지하자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다시 값싼 돈이 풍부히 흐르는 환경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작은 파장이 일어나는데 2007년 8월 프랑스의 거대은행인 BNP파비라바 주택대출에 기반한 몇몇 파생 상품의 정확한 가격에 대해 의문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은행 건정성의 기저인 자산 가치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거대한 파장이 흘러 1년 사이 미국 주택가격의 10%가 빠졌고 2009년엔 20%가 하락한다. 그 2년 사이 주택가격 하락으로 미국인은 10조 달러의 부를 상실하게 된다.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연준은 1조 달러를 찍어보낸다. 하지만 이 돈은 대부분 주택가격으로 고생하는 서민이 아니라 도산위험에 처한 은행으로 흘러들어간다. 결국 주택담보부실로 인해 미국에서 무리하게 집을 구매한 수백만 가구가 퇴거당하게 되고 이 고통은 무려 10년 간 이어진다. 2009-2016년까지 미국에서 무려 800만건의 주택 압류가 이뤄진 것이다. 

 이런 일련의 경제 혼란이 수십년 간 이어짐에도 미 정치권과 여론은 연준에 무관심했다. 사실 미국의 대공황을 극복한 것은 연준의 힘이 아니라 미국 정치권이었다. 하지만 연준이 점차 경제의 전권을 시행하면서 선출된 재정당국은 무언가를 할 유인이 작아지게 되었다. 중앙은행은 또한 잘못된 행위에 대해 정치적 책무를 지는 다른 정부기관과는 다르게 소수 경제 엘리트로 구성되었으면서도 전문성 뒤에 숨어 책임은 지지 않는 전능한 기관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양적완화라는 시대에도 2007-2011년 미국에서 나온 30만건의 기사 중 오바마는 8%였던데 반해 당시 연준 의장인 버냉키는 고작 0.13%밖에 관련하지 않았다. 심대한 의사결정을 내림에도 여론의 영향을 지나치게 덜 받는 셈이었다.

 2008 금융위기 국면에서 연준은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양적완화라는 정책을 최초로 도입한다. 이는 과거의 저금리와는 차원이 다른 정책이다. 양적완화의 방법은 이렇다. 연준의 트레이더들은 프라이머리 딜러들의 채권을 매입한다. 과거 이렇게 통화량을 공급해 금리를 낮추었는데 채권의 양이 물리적 한계가 있었기에 더 나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프라이머리 딜러를 활용해 그 한계를 한참 뛰어 넘는다. 먼저 헤지펀드 회사가 미국채를 매입한다. 그리고 프라이머리 딜러로 하여금 그 국채를 연준에 팔게한다. 그리고 헤지펀드는 프라이머리 딜러가 연준에 국채를 판 대금을 다시 빌려 이걸로 또 국채를 산다.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 사실상 제한없는 통화공급, 즉 양적완화가 가능해진다. 

 양적완화로 인해 금융계의 규칙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간 연준은 미국채를 매입할 때 단기국채를 주로 매입했었다, 히자만 양적완화로 인해 모든 채권, 즉 10년 만기 장기국채도 매입하게 되었다. 연준이 장기국채를 대량으로 모두 매입하자 장기국채가 희소해져 가격이 상승했고 그로 인해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게 되었다. 이는 모든 금융주체들에게 안전하게 어느 정도 수익성을 보장하던 상품이 사라진 것을 의미해다. 금리도 제로 금리이다보니 모든 경제주체들은 수익률을 찾아 헤메게 되었고 이것이 회사채, 주식, 부동산, 미술품, 암호화폐등으로 향하게 되었다.  

 자산 가격은 그 어느 때보다 실물경제와 유리되었고 각종 위험한 금융거래가 생성되었다. 기업은 두 가지 방식으로 부채를 갖는다. 하나는 회사채로 금리와 만기가 정해져있다. 대출과의 차이점은 일반 대출은 이자와 원금을 같이 조금씩 상환해나가는 반면 회사채는 만기일전까지 이자만 지급하다 만기일에 원금을 모두 갚는 형식이라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회사들은 회사채 만기일이 도래하면 원금을 모두 갚기 보다는 다른 회사채를 만들어 원금을 갚고 새로 갈아타는 행위를 주로 한다. 다른 하나는 레버리지 론으로 은행이 해당기업에 맞게 직접적으로 발행한다. 그렇다보니 회사채와는 다르게 표준화가 어렵다. 

 CLO가 바로 이 레버리지 론과 관련한다. MBS는 2008금융위기 당시 주택담보부실과 같이 무너져 내렸지만 CLO는 살아남았다. 그런 잔상때문인지 이 상품은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보였다. CLO는 여러 레버리지 론을 합쳐서 증권으로 표준화한 것이다. 하나의 CLO 꾸러미에는 세 등급이 있는데 가장 안전한 트리플 에이, 메자인, 에퀴티 순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위험도가 커져서 이자율은 큰 반면 원금 손실시 상환에 위험이 따른다. 

 제로금리로 수익률 추구에 떠몰린 투자자들이 이 CLO로 몰렸다. 하지만 레버리지 론은 변동금리가 적용되기에 금리 상승시에 차입자가 위험을 떠 맡는다. 하여튼 CLO는 이런 위험에도 2010년 3천억달러에서 2018년 6170억 달러로 규모가 커진다. 좋은 투자처가 씨가 마르면서 레버리지 론을 제공하는 사모펀드 같은 것들이 소위 갑이 위치를 갖게 된다. 이들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약정인 코버넌트를 매우 약화시키고 차입자에거 더 큰 유연성을 주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걸 코버-라이트라고 하는데 이것이 일반화하여 2019년엔 무려 85%까지 상승한다. 

 양적완화시대에는 소위 말하는 자사주 매입도 유행한다. 지금은 안하면 이상할 지경인데 역사상 이걸 하는 편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자사주 매입이 합법화한 것은 1982년의 일이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 수를 줄이므로 기업의 경영실적과는 무관하게 주당 순이익을 높인다. 대신 회사 여유자금을 사용하기에 회사의 부채를 늘린다. 그래서 기업의 잠재적 성장력과 재무건정성을 약화시킨다. 자사주 매입엔 대규모 자금일 필요한데 양적완화시대의 싼 돈에서는 웬만한 기업이 이를 쉽게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헤지펀드들은 어느 덧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실상 은행 역할을 하는 그림자 은행으로 취급되기 까지 한다. 헤지펀드는 위험한 거래인 베이시스 거래를 행한다. 이는 미국채 현물과 선물 사이의 가격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채 현물을 매수 후 선물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긴다. 하지만 그 차이가 미미하여 수익이 적은데 이를 횟수로 만회한다 현물로 매수한 미국채를 미국 레포시장에 담보로 내놓아 거액을 대출하여 다시 투자한 것이다. 이는 미국 레포시장을 흔드는 행위로 매우 위험했다.

 미 레포시장은 금융기관의 자금 정리를 위한 현금융통시장이다. 매일 거래를 정산하며 은행은 남는 금액을 빼고 모자란 금액을 일시적으로 채워야 했는데 그것을 위함이다. 그래서 이들은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채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리스크가 낮은 담보이기에 레포시장의 금리는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의 위험한 거래로 인해 미 레포시장의 금리가 크게 뛰어오르는 일이 있었고 연준은 이를 막기 위해 레포시장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여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헤지펀드들은 큰 이득을 보게 된다.

 책을 정리하면 연준은 1980년대 후반 또는 1990년대부터 자산 가격을 인플레 요인에서 제거하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 이는 자산가격을 부풀렸고 자산가격은 관리를 하지 않다보니 2000년 주식 버블, 2008 금융위기, 2019코로나 위기를 맞게 된다. 이 때마다 연준 일부에서는 금리를 올릴 것을 주문했지만 반대세력이 주류였으며 이런 중요한 의사결정에 미국 정치권이나 여론은 무관심했다. 그 결과 고통스러운 위기를 겪을 때마다 돈을 공급하는 미봉책을 쓰게 된다. 이는 갈수록 그 규모를 크게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렇다보니 유례없는 통화량을 전세계에 뿌려지게 되었다. 이는 매우 큰 불평등을 야기했고, 상당한 위험을 미래로 전가하게 되었다. 

 이런 거대한 풍선은 아직도 유지 중이다. 미 주식시장 및 코인 등 자산 가격은 유례 없이 최고치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실물경제는 이렇다하게 좋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언젠간 터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 때 저런 결정을 내린 연준의 관계자들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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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붕괴 -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공격에서 당신의 돈을 지키는 법
데이비드 A. 스톡맨 지음, 한다해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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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한국은행이 있듯 미국엔 연방준비제도란게 있다. 이들은 사실상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데 사실 중앙은행은 아니다. 아마 한국인이더라도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준기사를 더 많이 보았을 것이며, 연준의 정책에 더 관심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게 기축통화인 달러이기 때문이며 전 세계의 경제를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의 목표는 미국 경제의 안정이다. 그리고 그 지표로 삼는 것은 고용 극대화, 즉 낮은 실업률과 물가 안정이다. 그런데 물가 안정과 실업률은 전통 경제학에서 반비례 관계다. 그래서 이걸 적절히 조절하는게 연준의 역할 인 것이다. 그 방법은 통화 공급을 통한 금리 조절이다. 연준은 실업률이 높다 싶으면 금리를 내려 경기를 활성화해 고용을 촉진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 싶으면 금리를 올려 물가를 하락 시킨다. 연준은 이런 방식으로 통화를 공급해왔다.

 그런데 현재 이 통화공급이 심상치가 않다. 미 경제의 평균성장률인 연 3%성장에 따라 통화를 정상 공급해왔다면 현재 미국의 통화량은 1조3천억 달러가 적당하다. 하지만 실제는 8조 8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과잉통화공급은 저금리를 초래했고 각 경제 주체의 부채를 엄청나게 증가시켰다. 2000년엔 연방정부의 GDP대비 부채가 54.9%였으나 2021년엔 129%로 상승했다. 막대한 통화공급은 자산가치도 폭등시켰다. 미 전체의 소득대비 자산비율은 현재 9.6배다. 1959-1970년은 5.8배였는데 이에 비하면 엄청나게 상승한 셈이다. 다른 수치는 더 엄청나다. 미국의 GDP가 5배 성장할 동안 명목화폐는 33배나 상승했다. 공공민간부채는 1987년 11조 달러였으나 지금은 94조 달러다. 

 이런 팽창은 현재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부의 분배를 가져왔다. 이 유동성 대잔치로 인해 자산가는 돈 방석에 앉게 되었으며 노동자, 저축가, 은퇴자, 소상공인을 비롯한 중산층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 

 물론 연준은 아무런 근거 없이 돈팽창을 하진 않는다. 언급한 것처럼 이들에겐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통제가 중요하며 이 수치에 따라 경제정책을 행한다. 저자가 책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바로 이 수치가 틀렸다는 점이다. 연준은 실업률에 대해선 일반 실업률 수치를 사용한다. 하지만 여기엔 실업자와 시간제 근로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즉, 구직 활동자만 집계되어 허수가 많다. 더 큰 문제는 물가를 산정하는 PCE디플레이터다. 이 수치는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인플레이션을 감지 하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연준은 통화를 팽창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르고 만다.

 PCE디플레이터는 고정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측정하지 않는다. 계속 변화하는데 그렇다보니 누락과 임의 조정이 많다. 이것의 문제는 100%로 본다면 가장 큰 문제는 53%를 차지하는 헤도닉 기법이다. 이는 물건의 품질이 향상되었다면 오른 가격을 상쇄해버리는 놀라운 기법이다. 가령 자동차 가격은 해마다 6%가량 올라왔다. 하지만 연비나 내구성,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나 각종 안전도, 기능이 향상되면 그걸 상쇄하는 것이다. 이는 말이 안된다. 성능이 아무리 우수해져도 소비자는 여전히 자동차 한 대가 필요하다.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1대가 10대 역할을 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17%는 주택 임대료인데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에게 자가 임대료를 추측하게 한다. 마지막은 30%정도로 공공재화와 기업 중간재 가격에 대해 노동 통계국이 추측을 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연준이 처음부터 돈을 마구 뿌린 것은 아니다. 베트남 전의 여파로 미국은 감히 금본위제를 폐기한다. 그러자 달러 구매력이 극심한 타격을 입는다. 1970년대는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는데 1980년대 연준의장 폴볼커가 강력한 고금리 정책으로 이를 바로잡는다. 문제는 후대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때부터다. 그는 놀랍게도 인플레이션의 개념에서 소비재 및 서비스와 자산을 분리해냈다. 즉, 소비재와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인플레이션으로 생각하고 이는 통제해야하며, 자산 가격은 얼마든지 상승해도 그다지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때부터 연준의 목표 인플레이션 수치는 2-3%정도로 고정된다. 이는 금과옥조처럼 적용되어 이것이 넘지만 않으면 돈을 얼마든지 풀어도 된다는 논리로 고착한다. 

 저자는 통화팽창이 미산업을 붕괴시켰다고 보기도 한다. 미국은 1965-1990년까지 대량의 산업재롤 전 세계에 값싸게 생산하는 국가였다. 국내생산능력과 노동이 국내에 모두 흡수된 시기 였다. 그리고 그 때만 해도 증가하는 미국의 수요가 딱히 없었고 있다 해도 이를 충족시켜줄만한 해외생산기지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통화가 팽창하니 국내에는 수요가 과잉되었다. 그리고 유동성은 해외로 빠르게 이동하여 동아시아와 중국에 새로운 저비용 수출공장을 설립하게 된다. 여기서 생산도니 저비용을 내구재는 오랫동안 통화팽창에도 미국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반면 미국 국내는 임금과 비용, 가격이 상승하여 산업생태계가 붕괴되는 영향을 만들게 된다. 결국 미국산업의 붕괴는 자본주의나, 자유무역, 탐욕이 아니라 연준의 통화 정책 때문이라는게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다.

 중국은 거대 흑자와 밀려드는 달러 홍수에 대비해 1993년 11월 환율을 달러당 8.3위안으로 고정한다. 때문에 중은 낮은 가격에 수출을 계속하게 되었는데 쌓이는 달러를 소화하기 위해 이를 위안화로 바꾸어 지역에 공급한다. 그 결과 중국의 지역은 막대한 부채에 휩싸이게 되었는데 가계, 기업, 정부의 총 부재는 1995년 5천억 달러에서 2020년엔 42조 5천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저자가 보기에 중국은 경제적이지 않고 긍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않는 투자의 자금을 더 마련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부채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성장기계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런 정책으로 인해 산업이 붕괴하고, 꾸준히 적자를 내는 나라가 되고 만다. 인플레이션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값싼 내구재를 소비했는데 그래서 물가는 양분된다. 서비스지수는 매년 2.52%상승하지만 내구재지수는 매년 1.83% 감소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감추는 또 다른 요인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를 맞이 하고 있다. 1995-2019년은 미중전쟁이 본격화 하기 이전으로 저자는 이 시기를 대인플레이션 안식 시대로 명명한다. 미국의 통화가 중국으로 흘러가 그곳을 생산기지화 하고 거기서 들어온 값싼 내구재로 넘치는 통화에도 미국의 인플레가 없던 시기다. 하지만 이것이 종말을 보이고 있다. 수입물가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꽤 성장하여 잉여노동력을 거의 소진했다. 베트남도 이미 처지가 비슷해지고 있으며 중국같은 이렇다할 저임금 국가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미국은 그 동안 값싼 중국 내구재로 인해 제조업 주급의 상승이 연 2%에 그쳐왔다. 그래서 고임금부분의 임금상승은 정체되어 왔고, 전체 고용에서 저임금 일자리의 비중이 커져왔다. 지금은 막대한 경기 부양비, 학자금 대출 채무자의 모라토리엄등으로 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그래서 레저, 관광 등 서비스 업의 임금상승률이 지난 1년간 10%나 상승한다. 값싼 내구재의 압력도 감소하면서 제조업 임금상승률도 2%에서 5.4%로 50%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그동안 숨겨져온 인플레가 드러나고 있고, 그것을 감추는데 일조한 값싼 내구재의 시대도 끝이 나고 있다. 이는 결국 한계에 도달한 연준이 가까운 시일내에 강한 금리인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십년간의 머니펌핑으로 자산시장에 낀 거품은 엄청나기만 하다.

 저자는 특히 미국의 테크기업들을 비판한다. 먼저 테슬라다. 테슬라는 잉여현금흐름대비 시가총액이 무려 470배에 달한다. 즉, 기업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잉여현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뜻이다. 테슬라는 지난 5년간 탄소배출권의 판매로 33억달러의 이득을 얻었다.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내연기관차 업체는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위해 탄소배출권을 테슬라에게서 구입했어야만 했다. 그리고 테슬라의 순이익은 7억 21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전치가 판매로 결국 8역 7900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는 의미다. 이는 차량 한대당 1800달러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런 테슬라의 시총이 엄청나다는건 저자가 보기에 기가막힌 일이다. 테슬라는 주식수도 어마어마한데 무려 9억 9천만 주나 된다. 이런 회사가 글로벌 자동차 완성업체 전체 시가총액의 2배에 달하는 가치를 지녔다는게 넌센스자체다. 

 아마존도 껍데기다. 아마존의 잉여현금흐름은 매출의 1.5%에 불과하다.이는 그들이 자랑하는 전자상거래업이 아닌 거의 AWS즉, 클라우드 사업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는 로컬서버와 pc의 클라우드 전환때문으로 곧 경쟁과 기술창조가 없는 사업이라 포화상태에 이르게 도니다. 아마존의 전자상거래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초래하는데 직영배송트럭, 물류센터, 배송드론개발비, 물류시스템 인력등에 많은 돈이 든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미 연준은 1990년대 잘못된 인플레이션 수치 측정도구와 실업률 측정 도구를 가지고 진단을 잘못하고 통화팽창 정책을 꾸준히 추구했다. 이는 잘못된 경제진단과 값싼 중국산 내구재등으로 내부 산업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비교적 건실하게 유지해왔다. 하지만 극도로 부푼 자산가격과 대인플레이션안식년의 종식으로 수입물가지수가 치솟고, 내구 서비스 물가도 상승일로로 가고 있다. 연준은 결국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데 자산가격이 버블수준으로 치솟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테크기업들은 이렇다할 수익이 없는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제시한다. 우선 장기적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므로 빚은 더 부담되지 전에 상환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다음은 저축자들은 장기채권, 정크부채, 중국부실어음, 고평가 주식의 위협에서 자금을 빼내 양도성예금증서, 단기 국채 등을 통해 안정을 도모하고 어느 정도 수익을 노리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횡보, 하락할 주가에 대비해 풋옵션 매수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이런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 자산인 금을 보유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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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한다
유신익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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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중국을 비롯한 공산권이 상당 부분 자본주의 세계에 편입되며 세계는 호황을 맞았다. 인구도 지난 20-30년 간 20억 가까이 불어났으며, 경제가 상당히 성장했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과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저물가로 좋은 제품들이 세계 각지에 공급되었다. 하지만 좋던 시절은 이제 끝이 났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장을 들이 밀었고, 러시아는 미국와 유럽에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고 이런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상당하다. 이미 편가르기가 시작되어 글로벌 공급망은 붕괴되었고,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자신의 편이 되길 강요한다. 여기에 지구온난화까지 상당히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는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지난 20년간 경제 위기 때마다 풀어놓은 막대한 달러는 좀처럼 회수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산가치를 세계적으로 부풀려 놓았으며, 그에 따라 각 가계와 국가, 지역 사회의 빚더 커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 형국 속에서도 미국의 경제적 패권은 계속 될 것이며 달러의 위상도 여전할 것이란게 '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하다'의 골자다. 

 2023년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이자만 2023년 3/4분기에 9800억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의 달러 보유량은 이런 이런 이자로 인해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미국의 채권국들은 또한 세계적으로 달러 빚은 진 채무국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런 달러 이자를 자신들의 채무를 탕감하는데 혹은 미래를 위해 비축한다. 그래서 세계의 달러량은 미국이 남발해도 좀처럼 늘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달러는 결국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그럼에도 미국의 달러 가치는 잘 하락 하질 않는다. 이는 미국과 미국 이외의 국가가 지불하는 채무에 대한 금리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외의 국가들은 미국보다 낮은 신뢰도와 경제력으로 인해 보다 높은 금리수준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달러가 필요하고 이를 보유하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실질 경제성장률보다 대체로 낮은 수준의 실질 이자율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차입의 비중이 작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현대화폐이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현대화폐이론은 오스트리아 학파와는 다르게 정부와 재무부 혹은 중앙은행이 위기 시 화폐를 발행하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실물경제 이상의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주기적 경제위기의 근원이라 본다. 물론 현대화폐이론학자들이더라도 지나친 화폐 남발이 부채규모를 확대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한다. 

 현대화폐이론은 수도꼭지가 있는 세면대와 비유된다. 수도꼭지의 물을 트는 것은 정부의 역할로 정부가 확장재정지출을 하면 세면대에 물, 즉 화폐가 들어차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수도꼭지를 조절하는데 그 방법은 세금이다. 세금 정책은 그 자체로 인해 사람들로 하여금 화폐를 받아들이고 쓰고 보유하게 만들어 경제 내에 돈이 잘 돌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은 하수도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세금이다. 세금으로 세면대의 물을 적절히 빼어내 물이 넘치는 즉, 극도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다. 

 원래 세계 기축통화의 위치는 달러가 아닌 영국 파운드가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2차 대전이 끝아면서 바로 달러가 패권통화가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완전한 패권의 교체는 70년대에 이르러 완성된다. 영국은 1930년대 금본위제를 포기하면서 환율위기를 겪었고, 채무 평가액에 혼란이 생겼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그들은 스털링 블록을 구축한다. 이는 해당 블록국가들에 스털링 준비금을 준칙에 맞게 보유하게 하는 정책이었다. 그리고 이 국가들은 대개 영국이 식민지 훗날 영연방 국가들에 해당한다. 

 2차대전 이후 영국은 다양한 인프라 재건 정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경제재건과 성장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돈이 필요하였는데 달러에 의존한게 문제였다. 부채 누적 규모는 점점 커졌고, 실제 성장보다 채무 증가의 속도가 컸다. 영국정부는 이에 채무 부담에 따른 파운드와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스털링 블록 내에서 달러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편다.

 이에 스털링 블록 국가들은 반발하게 된다. 이는 파운드화가 가치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었는데 파운드 화는 영국의 채무로 인해 가치가 크게 흔들렸고, 영국의 성장세 약화와 채무 불이행 위험으로 한 때 30%가까이 폭락한다. 이에 따라 파운드화의 세계 무역 결제 비중도 1950년대 10%에서 1970년 6.2%로 하락한다. 

 먼저 반응한 것은 경제가 취약한 이집트로 이들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준비금을 다양한 통화로 마련하였다 스털링 블록에서 퇴출된다. 이러한 강경책은 다른 국가들에게 오히려 불안을 일으켜 1970년대에 이르면 대부분 국가가 스털링 블록에서 탈퇴한다. 그리고 달러가 바야흐로 글로벌 무역 및 금융거래에서 주요 비중의 준비금 통화역할을 하게 된다.

 화폐에는 3가지 기능이 있다. 가치 척도 기능, 교환 매개 기능, 가치 저장 기능이다. 교환 매개 기능은 글자 그대로 다른 상품이나 화폐와의 교환을 매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환을 위해서는 그 발행주체자에 대한 강력한 믿음 이라 할 수 있는 화폐의 진정성이 요구되며, 어디서나 쉽게 교환이 가능한 국제적 결제 시스템이 요구된다. 가치 척도 기능은 화폐가치의 안정성을 요구한다. 그래야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것의 가치가 측정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자신들의 경제적 규모, 1인당 소득, 물가등을 달러와 비교한다. 가정 안정되고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가치 저장 기능은 그 화폐의 안정성에서 유도 되는 것으로 항상 경제와 생활에 필요한 상품과의 교환이 일정하게 가능하기에 부를 저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화폐의 3가지 기능을 모두 완벽히 충족하는 것이 달러다. 달러가 이런 위치에 올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력과 방대한 상품거래를 하게 하는 내수시장 그리고 페트로 달러 덕분이다. 미국은 1974년 6월 사우디와 원유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하고 미국이 사우디에 기술과 안보를 보장하는 소위 페트로 달러 협정을 체결한다. 이후 달러는 대표적 가치저장 통화로 인식된다. 이 페트로 달러 개념은 2000년대까지 확장한다. 달러는 산유국에 지급되는 화폐로 고정되었고, 달러는 석유가격은 책정하는 계산 화폐였고, 유가가 오를 때에도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화폐였다. 

 하지만 최근 이는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상업은행들은 일정 수준의 금액을 Fed에 예치했다. 이것이 지급 준비금이다. 이는 은행 예금과 유동성 부족사태에 대한 예방조치다. Fed는 지급 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는데 은행은 이것으로 대출을 하기에 Fed의 이자는 경제의 대출에 큰 영향을 줬다. Fed가 지급준비율 이자를 높이면 은행의 예치금이 올라가 대출이 증가하고, 이자율을 내리면 예치금이 줄어 시중 대출이 주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율과 미국 채권 사이의 이자율 차이가 줄어들었다. 그래면서 이 조정이 무용지물이 되기 사작했다. 미 상업은행들이 지급준비금보다는 미 채권 구입을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Fed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에 맞추어 미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입한다. 그러다보니 상업은행은 채권에 더욱 매력을 느껴 채권 보유욕구가 더욱 커졌다. 거기에 2008 경제 위기 이후 미국은 상업은행의 무분별한 위험한 투자에 크게 제동을 걸었다. 때문에 이들의 투자처로 채권은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다. 단기적으로는 채권의 고금리 이자가 장기적으로는 Fed의 매입으로 만기까지 가면 더욱 채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로 인해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이 상업은행들은 재산상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하기에 상승한 금리로 인해 장부상엔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손실금액으로 채권을 팔지 않았기에 손실은 현실화하진 않았지만 많은 투자자에게 큰 불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Fed의 번 버냉키 전 의장은 경제 위기 때마다 유동성 공급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크게 세 가지 오류를 낳았다. 우선 미상업은행들은 위기 때 건정성을 지키기 위해 공급받은 유동성을 정작 경제 활성화와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곳이 아닌 자금 회수가 가능한 건전한 곳에만 공급한다. 그래서 돈이 불필요한 곳에 계속 쌓이고 없는 곳은 더욱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둘째로는 선택오류와 군집화 현상이다. 언급한 돈의 양극화로 좋은 곳에만 돈이 모여 기업자산가치가 폭등한 것이다. 세번째는 Fed의 과다한 미국 채권 선호에 따른 채권의 과수요현상이다. 

 이러한 달러 패권 시대에 통화주권력이 약한 신흥국은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과 금리차이로 인해 자금이 유출될 수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시 항상 안전자산을 찾아 투자금이 탈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국 통화의 수요가 줄어 통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경제 위기 때 외국 투자자금이 철수해 금융시장이 경직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거나 금리를 과도하게 높여서 환율방어에 나서야 한다. 

 이런 신흥국은 항상 달러가 필요하다. 미국의 유동성으로 인해 달러가 넘치는 시기에 지구상의 많은 신흥국이 달러 부족에 시달린다는게 아이러니다. 그러나 그들은 부족하다. 그렇기에 이들은 자국화폐가 아닌 달러로 채권을 발행한다. 이 경우 채권을 사고자하는 수요가 많아 안정적 자금 확보가 되고, 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기시 바로 달러로 채무를 갚아야 한다. 때문에 외화가 부족한 이들은 곧바로 다른 달러 채권을 발행하여 돌려막기를 하는데 이를 차환발행이라 한다. 이런 식의 달러표기 채권 발행은 신흥국을 더욱 위기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고 세계적 달러 수요를 가중시켜 미국 달러는 더욱 강하게 만든다. 

 미국은 경제 위기 때마다 유동성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자금은 산업현장, 실물경제에 직접 투입하기 보다는 금융계에 투입해 돈을 엉뚱한데 붓고, 자산가치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현재 미국의 가계는 많은 금융,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여 부채가 존재함에도 순채권자로의 위치를 유지중이다. 반면에 기업은 채무가 과한 수준으로 늘어 기업의 부채는 위험하다. 미 정부는 지속적 재정적자 속에서도 소비규모의 유지를 위해서 가계를 순채권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은 각종 사회정책분야에 돈을 쏟는데 그 자금은 가계 소득의 10-30%에 달한다. 

 미국은 사실 세금을 가계와 기업에 부여해 지나친 유동성을 빼고 빚을 상환하여 건강한 실물경제와 재정을 유지해야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선 현재 고물가 상황으로 이는 가계에 실질 세금처럼 작용한다. 물가가 오른데 세금까지 걷다니 쉽지 않다. 그리고 미국의 대선과 의회선거에서 각 후보자들은 2008년 위기를 다시 불러오지 않으려는 강박이 있다. 때문에 쉽게 과세를 주장하지 못한다.

 미국에 투입된 유동성은 주로 서비스업에만 이용된다는 것도 문제다. 가계에 들어간 돈은 대개 미국 대기업 제품과 가격 경쟁력이 좋은 해외 제품등에 사용된다. 그래서 일부 혁신적 대기업만 성장하고 일반 제조업은 성장이 약해 오히려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 가계는 언급한 것처럼 정부로부터 과다한 사회적 지원을 받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가계의 노동의지가 감퇴하고 있다. 이들은 육체노동을 꺼리고, 코로나 19이후 육아, 가정 돌봄에 종사하던 여성들이 이후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으며, 위기 때마다의 양적완화로 자신들이 투자한 금융, 부동산 자산가치가 크게 올라 더욱 노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미국의 기업들은 노동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임금수준이 올라가도 사람을 구하기 힘들고 수준도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향후 인공지능과 로봇 혁명이 일어나면 미국의 비자발적 실업과 노동포기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향후 디지털 달러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달러는 글자 그대로 달러를 디지털 화폐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법정 통화로 자리 매김해야 하며, 1:1로 준비금 잔액이 존재하고 언제든지 디지털 달러가 지폐 달러로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즉시, 결제 지급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미국에 1500만명이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은데 디지털 달러가 실현되면 이들에게 많은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디지털 달러가 실현되려면 그것 역시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각종 규제 및 정책, 다른 나라와의 협력 구조가 필수적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향후에도 유동성을 포기하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십수년간의 정책으로 가계, 정부, 기업, 금융계가 이것에 매우 익숙해져 있고 미국 경제와 달러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계 소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려려면 유동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동성은 가계에 사회이전지출로 소득을 제공하여 소비를 유지시키고, 여력이 생긴 가계가 금융,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에도 유동성이 들어가 기업과 가계의 자산이 모두 부풀어 더욱 소비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유동성을 남발해도 달러 패권이 유지되어 세계적으로 달러가 흡수되어 가치가 유지됨을 전제로 한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 달러의 패권을 대체할 만한 다른 통화가 등장한다면 혹은 미국의 과도한 빚에 대해 자체 경제내에 붕괴와 다른 세계의 불신이 퍼진다면 견고해 보이던 이 패권은 사상누각이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가능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디지털 달러로의 성공적 정착은 더욱 달러 패권을 강하게 할 것이란게 저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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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금리수업 - 경제와 금융이 손에 잡히는
조경엽.노영우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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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한국은 고속 성장 시기에 금리가 10%가 넘어가던 시대가 있었다. 그걸 잘 모르는 지금 세대들은 당시 분들은 편했겠다. 안정적인 일자리에 벌어 놓은 돈 은행에 맡기기만 하면 돈이 따박따박 쌓일테니 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당시는 직장은 안정적이고 취업도 쉬웠지만 저급여였고 높은 금리만큼 물가상승률도 높아 생각보다 돈 모으기가 쉽지 만은 않았다. 

 하여튼 한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양적완화 기조가 세계적으로 퍼지며 거의 20여년 간 저금리로 살아왔다. 이렇게 저금리가 오래되다 보니 그것을 마치 영구적인 기조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과도한 양적완화와 코로나 쇼크가 불러온 공급 능력의 쇠퇴, 미중 전쟁으로 인한 국제분업의 와해, 러시아 우크라 전쟁으로 공급측 문제가 커지며 잠재적 문제가 컸던 수요부분도 건드려 상당한 인플레이션 사태를 불러왔다. 미 연준은 이를 막기 위해 1년 정도 뒤늦게 고금리로 기조를 돌렸고, 당시만 해도 일시적일 것 같던 고금리 추세는 2년여를 넘어 구조적으로 상당기간 고착화 될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게 되었다.  

 때문에 지금은 주식이나 부동산 보다는 채권이나 금리가 경제 뉴스의 윗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금리는 현재와 미래 시점 사이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여기서 수요는 소비와 투자이고 공급은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미래의 소비를 늘리려는 성향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금리가 투자수익률보다 높다면 대출을 하지 않는다. 그 돈으로 공장설비를 확충하거나 기술개발을 하느니 돈을 은행에 묶는게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자도 금리가 높으면 소비를 줄인다. 당장 돈을 쓰니나 은행에 묶어 놓아 더 커진 수익으로 미래에 소비하는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금리의 역사엔 아무래도 그것을 탄생시킨 화폐가 있다. 화폐의 통용에는 항상 그것을 강제하는 권력집단이 있다. 한국의 원화는 한국정부가, 중국의 위안화 뒤에는 중국정부가 그것을 강제하는 강한 권력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기에 달러는 국제적으로 강제 통용되는 화폐가 되었다. 과거 정부, 특히 미국정부는 자신들이 중앙은행에 보유한 금만큼만 화폐를 발행한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으로 막대한 재정 지출에 시달리던 미 정부는 일방적으로 이를 거부하고 화폐를 일방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 때 달러는 폭락했어야 했으나 미국엔 금을 대신할 한가지가 남아있었다. 바로 석유였다.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석유 결제에 무조건 달러를 통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며 세계 각국은 필수품인 석유를 사기위해 무조건 대량의 달러를 보유해야만 했고 이런 페트로 달러 정책으로 미 달러는 종이 조각임에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은 경제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권을 보장한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것처럼 실제는 그렇지 않다. 중앙은행은 법률적으로만 독립적이지 정치권의 의사를 거의 따라간다. 중앙은행은 각국의 경제를 통화량으로 적절히 통제했는데 과거 경제규모가 작을 때는 직접 화폐량을 조절하였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져서 이런 직접적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금리를 조절하여 통화량을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채권은 빛에 대한 보증서로 발행 금액과 만기, 이자율이 표기되어 있다. 채권은 3종류가 있다. 할인채는 만기 때 채권 발행 금액을 받고 인수할 때 이자율 만큼 할인해서 사는 채권이다. 이표채는 주기마다 이자를 받고 만기 때 마지막 이자와 원금을 받는다. 국고채가 이표채다. 복리채는 이자가 지급 주기별로 재투자 되어 만기 때 복리이자를 받는다. 국민주택채권이 복리채다. 이런 채권은 가격은 의외로 금리와 역의 관계다. 높은 이자를 받게 되면 당연히 그 이자를 받는 채권의 가격도 비싸져야 이치에 맞겠지만 이런 묘한 관계가 정립된 것은 금리는 시시각각 변하지만 채권은 기간을 정해놓는 보증서이기에 그 금리가 고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금리로 구입한 채권이 금리가 5%로 올라갈 경우 그대로 보유하면 손해를 입기에 가격이 할인된다.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그리고 3% 금리로 구입한 채권이 시중 금리가 1%내려가면 그것을 보유하면 더 큰 이득을 상대적으로 보기에 수요자들이 많아져 가격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채권 중 일반적으로 가장 만기가 짧은 채권 금리는 금융회사들 간 하루 동안 돈을 주고 받을 때 쓰는 콜금리가 있다. 그 다음으로 만기가 짧은 채권은 한은이 시중에 돈을 풀고 회수할 때 활용하는 만기 7일짜리 환매조건부 채권(RP)이 있고, 3개월 만기 채권은 양도성 예금증서(CD)와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단기 채권인 기업어음(CP)가 있다. 기업 회사채는 보통 3년, 정부국고채는 1,3,5,10년으로 만기가 다양하다. 

 한국의 금리는 일반적으로 한은이 발행하는 7일만기 RP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한은은 전보다 RP를 가격을 할인하여 시중에 내놓는다, 그러면 채권 수요가 커지고 파는 사람은 줄어 채권이 잘 팔리게 된다. 즉, 시중자금이 한은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반면 금리가 내려가면 한은은 RP가격을 올려서 내놓는다. 그러면 채권이 잘 팔리지 않으니 시중자금은 시장으로 풀리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한은은 채권을 이용하여 금리를 조정해 통화량을 조절한다. 

 금리는 보통 상식적으로는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마땅히 높아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단기적으론 실제로도 그렇게 통용된다. 하지만 기간이 일정 부분 길어지면 오히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향후 경기변화에 대한 사람의 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금리는 당연히 경기 변동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경기가 저점에 가까워지면 향후 경기 회복 기대 심리로 투자가 늘고 자금수요가 늘어나며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반면 경기가 하강하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자금 수요가 줄어 금리는 하강한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금리를 조정한다. 정부가 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국채 공급이 늘어 국채 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면 채권 가격과 반비례하는 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더불어 회사의 회사채도 금리가 올라가 회사의 대출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재정 적자가 많아지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 그러면 정부의 국채를 한은이 인수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시중에 돈이 풀리게 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각국의 중앙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 목표로 잠재적 성장률만큼 성장하는 것을 삼는다. 잠재적 성장률은 그 나라의 경제지표를 분석해 성장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잠재적 성장을 웃돌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며 밑돌기도 한다. 웃돌게 되면 좋은 것 같지만 경기가 과열된 것으로 높은 물가상승률과 과다한 투자로 향후 부작용을 만들게 된다. GDP 갭률은 실제 GDP성장에서 잠재적 GDP성장을 빼고 이를 잠재적 성장GDP성장로 나눈후 100을 곱한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 19당시 과다한 양적완화로 2021년 GDP갭률이 1.4666%였다. 이는 과다 성장 상태이므로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2023년에도 이 갭률이 0.872%였으므로 미국은 2024년 이후에도 구조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은 갭률이 2018 -0.316, 2019년 -0.701, 2021년 -0.528, 2022년 -0.1로 경기가 침체되어 있다. 즉,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형국에 빠져있다.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더욱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경제가 위험해지면 은행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은행의 자산은 보통 현금과 대출, 채권, 기타로 구성된다. 이중 경기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급변하는 것은 보통 채권이다. 금리에 따라 채권가격이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채권을 보유하는 것은 채권은 투자의 성격과 더불어 쉽게 환매가 가능해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위험해지는 경우는 두 가지로 우선 대출이 부실해지는 경우다. 2008미국의 은행들은 바로 이 대출이 위험해져서 경제가 붕괴했다. 다음으로 위험해지는 경우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다. 금리 인상만으로도 자신들의 채권자산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제에는 트릴레마가 있다. 이는 세 가지 중요한 경기 목표를 모두 잡을 수 없다는 뜻인데 그 세 가지는 경기활성화와 물가, 환율이다. 물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려 한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가면 경기가 침체되고 환율이 내려가고 통화가치가 상승해 수출도 잘 안되다. 그리고 그로 인해 경기가 더욱 침체된다. 반대로 경기가 침체되어 금리를 인하하면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활성화한다. 환율이 상승하여 통화가치가 내려가 수출이 잘된다. 중앙은행이 대처를 못하면 정부는 국채를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가격이 내려가고 금리가 올라가 위의 현상이 반복된다. 거꾸로 국채발행을 줄이면 채권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내려가 역시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 즉, 모두를 잡을 순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세계 중앙은행은 경제 목표로 물가안정을 잡는다. 환율은 대외 변수가 너무 크고 미국이 아니면 주체적 대응도 어렵다. 그리고 경기활성화는 중앙은행이니 정부의 단기적 노력으로 달성하기도 어렵고 지표도 뚜렷치 않다. 때문에 가장 손쉬우면서 효과도 좋은 물가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치는 대개 2%다. 0이 아니고 2인 이유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디플레가 일어나 소비가 감소하고 투자도 줄어 다시 물가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지난 일본의 30년이 딱 그러했다. 반면 미국의 연준은 물가안정과 더불어 완전고용도 목표로 잡는다. 미국발 경제소식에 항상 고용문제가 언급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장과 미국의 연준은 금리를 놓고 서로 줄다리기 한다. 시장은 단기적이고 뭔가 기대하나 연준은 문제를 길게 보고 구조적인 변화가 확실시 되야 변화를 줄정도로 장기적이다. 그래서 연준의 금리인상후 시장은 항상 금리 인하를 기대하나 연준이 보기에 아직 구조적 여건이 안정되지 않았기에 늘 그런 기대는 언감생심이 되고 만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당시 2008-2011년간 미국에선 700만채 이상의 주택이 압류될 정도로 충격이 컸다. 2011년 실업률도 8.8%였다. 미는 양적완화로 이에 대응했는데 1차인 2008-2010년간 장기국채 3천억 달러와 주택저당채권 1조 2500억 달러를 매수하여 돈을 시중에 풀었다. 2차는 2010년으로 6천억 달러의 장기국채를 매입했고 3차때는 장기국채 7900억달러 MBS 8230억 달러를 매입했다. 저금리 유지로 소비를 촉진했고 환율을 상승시켜 미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양적완화는 새로운 경제조절책으로 정책금리의 한계를 돌파한 방법이다. 연준이 국채를 매입하고 이에 자금 여유가 생긴 은행은 대출을 늘리며 저금리를 바탕으로 기업을 손쉽게 대출해 투자를 실시한다. 이렇게 경기가 활성화되는 것인데 부작용으로 시중에 너무 자금이 많이 풀려 자산시장에 거품이 생기고 실물경기는 사실 안좋은 편이므로 시장이 왜곡되며 통화량이 많아져 물가상승 압력이 생겨난다. 

 2022년부터 시작한 미국의 금리인상은 중국에 타격을 줬다. 중국은 미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국채가격을 하락시켜 중국의 자산을 감소시켰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1845억 달러나 되고 이중 미 국채가 8574억 달러다. 그래서 중국은 이에 대응해 미국채를 줄이고 금 보유 비중을 늘렸다. 그리고 미 국채는 우리 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들도 보유하기에 역시 손실을 입었다. 

 미국은 자신들만의 이유로 금리를 조정해 이렇게 다른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두 가지 무기가 더 있다. 하나는 신용평가다. 미국은 다양한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신용평가기구를 갖고 있는데 이들은 한 나라의 신용을 공격하여 평가절하하면 그 나라는 국제적 자금 통용에 신용도 하락으로 더 값비싼 대가를 치뤄야 한다. 또 다른 무기는 국제 금융에 대한 전반적 영향력이다. 미국은 다양한 국제 금융기구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비자카드나 마스터 카드는 전 세계 지급 결제망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미중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만 붕괴로 이전 보다 모든 산업이 고비용구조가 되었다. 때문에 이것은 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자리한다. 그로 인해 미국은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또한 불안정한 국제정세도 문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했다. 미중 갈등과 세계 경제 블록화, 여기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까지 터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보다 금리가 낮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과거엔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면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 환율이 상승해 통화가치가 하락했고 무역수지가 흑자가 되며 경기가 회복되어 외화가 다시 들어와 외환시장이 안정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지금의 금리역전은 역시 환율을 올렸지만 수출이 잘 되지 않아 적자를 보고 있고 이는 경기침체를 가져와 자금이탈을 가속화한다.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인 것이다. 

 미국의 국채는 그들의 달러와 동전의 양면 관계다. 미연준은 국채를 시장에 내다팔고 사면서 달러의 양을 조절한다. 미국채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른다. 그러면 연준이 국채를 매입한다. 그리고 자금이 필요하기에 달러를 찍어낸다. 그러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오르게 된다. 그러면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국채를 매도하고 달러를 흡수해 달러 가치가 올라간다. 

 미국은 이처럼 툭하면 달러를 마구 잡이로 찍어내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다른 나라들이 과다 발행된 달러를 흡수해주기 때문이다. 39개국의 외환보유고가 2007년 4조 9619억 달러였지만 2013년엔 9조 490억 달러로 두 배 올라갔다. 아마 코로나 시국엔 더욱 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달러에 대한 불신이 각국에 커지면서 최근 외환보유고의 증가세는 멈추는 편이다. 

 유로존의 통화정책은 대체로 미국과 동조화다. 유럽은 각국의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에서 주도하고 금리 환율이 외부에서 정해지는 독특한 구조다. 회원국은 유럽중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재정정책과 물가관리 경상수지등 거시 정책을 실시한다. 유로존은 1999년 통합 후 물가상승이 2%대로 매우 안정적이었다. 이는 동일 화폐를 사용하며 각국과 지역간 비교가 용이해 경쟁이 이뤄져 물가가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기 인플레이션 심리가 낮아지고 금리도 낮아 자금조달이 용이했다. 이 자금이 유럽의 저소득 국가로 흘러들어갔다. 환리스크가 사라졌고 국경간 거래비용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리스가 위기에 노출되었고 그 위기가 전체로 퍼졌다. 나라별로 금리 환율정책을 쓸 수 없기에 제대로 된 대응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로존은 이 위기를 이겨내고 여전히 이전과 같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단일 금리가 아닌 복수 금리를 사용한다. 은행의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와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가 그 두 가지다. 중국은 이런 금리 조정과 은행의 지급준비율로 경제를 조정한다. 중국의 통화정책은 특정한 분야에 선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선별적 지급준비율로 중대은행들이 취약 부분 대출을 실행하면 지급 준비율을 우대하여 혜택을 준다. 선별적 중기유동성 지원 창구는 민간 중소기업에 대출추가 한도를 늘리는 것이다. 담보보완 대출제도는 정책은행들이 인민은행에 대출채권담보를 제공하고 농업, 중소기업, 저개발 지역에 자금을 대출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장점은 장기 독재로 인한 정책의 일관성이다. 토지를 국유화하였기에 부동산 개발등을 통한 경기부양정책도 정부 마음대로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유연하지 못한 경직성이 발목을 잡는 것 같은 모양새다. 그리고 2023년 금리를 인하하였는데 세계와 동떨어진 금리정책으로 독특하다. 중국은 현재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어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은 금리 압박속에도 아직 제로 금리다.일본은 기준금리는 -0.1%를 유지하면서도 국채금리는 0.25%를 유지하는데 이는 단기와 장기금리 역전차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대출이 적극적으로 일어나 경기가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이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일본은 국채가격이 내려가며 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을 겪는다. 일본은행은 전체 국채의 50%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채 수익률이 0.25%만 올라가도 GDP의 1.4%가 손실된다. 하지만 일본 기업과 국민은 장기가 해외투자를 하여 외화표시 채권과 주식 부동산을 다량 갖고 있다. 일본의 대외 순자산은 2021년 3조 7480억 달러로 세계 1위다. 그래서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엔화가 약세여도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는 증가해 상쇄효과가 있다. 그래서 엔저에도 버틸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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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18 2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간 띄어쓰기가 좀 아쉽네요. 가독성이 훨씬 높아졌을 것 같아요,

닷슈 2023-10-19 07:39   좋아요 1 | URL
쓰는데 급급해서 그렇습니다.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 - 기후변화 10년 후 한국의 미래와 생존전략
홍종호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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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쳇 gp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이 사회적 화두다. 1-2년 전만 해도 버블 경제로 인해 메타버스와 암호화폐, NFT 등이 난리였는데 참 트렌드 변화도 빠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기술적 변화보다21세기는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가장 큰 화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 기술적 변화엔 상당히 민감하지만 아쉽게도 기후 위기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인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기후위기는 가장 후 순위로 꼽고 있으며 1인 당 에너지 소비량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상당히 높은 순위를 불명예스럽게 차지하면서도 재생 에너지 발전율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여기에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기도 마음껏 쓴다. 한국의 전기 요금은 상당히 저렴한 편인데 이로 인해 2023년 한전의 적자는 30조에 달하고 있다. 사실 전기 요금이나 대중교통 요금은 적당히 현실화 하는 게 필요하지만 정치권은 이를 매우 무서워하며 일반 시민들도 너무 싼 요금에 대한 관성인지 지금도 비싸다고 아우성이다. 참고로 한국의 전기세는 일본의 절반, 독일의 1/3 수준이다. 그리고 전기세로 칭하지만 세금이 아니기에 엄밀히 말하면 전기 요금에 해당한다. 

 우주는 열역학 제 1법칙과 제 2법칙 하에 있기에 갇힌 환경인 지구에 사는 인간이 자원과 에너지를 이용해 경제행위를 할수록 환경오염은 반드시 증가하게 되어 있다. 1법칙에 의하면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의 총량은 변화하지 않는데 우리가 물질과 에너지를 씀으로써 그에 상당하는 폐기물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열역학 2법칙으로 무질서가 증가하기에 질서 있는 에너지와 물질을 소비할 수록 이를 완전히 이전의 쓸모 있는 모습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이를 완화하는 것은 지구의 기후위기를 해결해나가는 접근법이 될 것이다.

 인간이 지난 100여 년간 자신들의 탄소기반경제가 탄소를 대기중으로 방출하여 온실효과를 일으킬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지 않은 데는 경제적 요인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사회적 할인율 때문이다. 사회적 할인률은 미래에 발생할 소비나 소득을 현재의 관점에서 얼마의 가치로 환산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수치다. 사회적 할인률이 낮다면 미래의 편익을 현재 시점에서 높게 평가하는 것이고 사회적 할인율이 높다면 미래의 편익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 할인률은 개인의 소득이나 문화, 연령, 교육 정도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는데 학자들은 금리와 경제성장률은 반영하여 4.1%를 적당한 할인률로 대개 책정한다.

 하지만 할인률을 0보다 높은 값으로 측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할인률이 0보다 높으면 미래의 편익은 반드시 현재의 가치보다 어쨌든 낮아지기에 이것이 미래 세대에게 비윤리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할인률이 중요한 것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현재의 상당한 투자를 정당화 하느냐 안하느냐와 결부되기 때문이다. 할인률이 낮다면 기후 위기는 당장 큰 돈을 들여서 수행해야 하는 사업이 되며 할인률이 높다면 당장의 현안에 밀려나게 된다.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할인률을 낮게 책정하려면 사람의 생명가치와 자연의 가치 두 가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인간의 생명을 화폐로 환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실제로 보험료와 보상 등 현실경제에서 사람에 대한 화폐환산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인적자본접근법으로 그 사람이 평소 어느 정도의 소득을 올렸느냐와 연령에 의해 보상하는 방식이다. 높은 소득을 올리면서 젊다면 보상액이 커지며 낮은 소득을 올리며 나이가 많다면 보상액은 낮아진다. 하지만 이 방식은 가정 주부의 경우처럼 충분한 사회적, 개인적 기여를 하면서도 그 보상이 경제적으로 주어지지 않는 직업에 대해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다른 하나는 통계적 생명가치 방법이다. 지역주민이 100만인 지역에 연간 1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경우 이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의 설치비가 100억이라면 주민 1인은 1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사람들이 이를 기꺼이 할 의사가 있다면 이 경우 1인당 10억이라는 통계적 생명가치가 환산된다. 한국인의 인적자본접근법에 의한 화폐가치는 2-3억에 불과하지만 통계적 생명가치는 25-37억에 달한다.

 자연은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산소 공급과 탄소흡수, 홍수조율과 가뭄회복, 농수산물의 공급, 목재, 연료의 공급, 관광 및 여가의 제공 등이다. 1994년 세계의 학자들은 이를 33조 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당시 세계경제규모 18조 달러의 두 배치에 달한다. 

 이처럼 기후 위기에 대해서 자연과 인간의 생명 가치가 입을 피해를 제대로 계산한다면 사회적 할인률은 0에 수렴하거나 매우 낮아지게 된다. 때문에 경제학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대비는 당장해야만 경제적 편익이 높은 사업에 해당하게 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탄소배출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두 가지 경제학적 방법이 있는데 하나가 탄소세다. 탄소세 도입을 천명하면서 등장한 원칙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우선 기후변화 문제 해결의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 탄소세라는 것이며 탄소세율은 탄소 감축 목표에 이를 데까지 지속적으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탄소세의 도입과 더불어 다른 세금을 깎아 세수중립을 달성하는 거시며 탄소세 도입과 동시에 다른 비효율적인 탄소 관련 규제는 제거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탄소국경조정시스템이 필요하며 탄소세로 거둔 세수는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배분하자는 것이다. 

 탄소세는 새로운 세금이기에 조세저항을 불러오고 생산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다른 세수를 줄이는 것인데 그 대상은 주로 소득세나 사회보장세가 된다. 탄소세는 경제적 효과를 갖는데 이는 환경의 개선과 경제활동의 효율성이다. 탄소국경조정은 모든 나라에 탄소세를 부과하여 국가간 비용차이를 상쇄하여 동등한 경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 나라만 탄소세를 도입하면 그 나라 상품의 가격이 올라 가격경쟁력이 약화하고, 국내 기업은 이를 피하기 위해 탄소세가 없는 나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여 오히려 국내 탄소 배출만 줄뿐 세계적 탄소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게 된다. 때문에 탄소국경조정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탄소배출거래제는 정부가 환경오염 행위에 무상 또는 유상으로 배출한 권리를 우선 부여한 후, 이를 오염행위 주체 간 서로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총배출량의 상한선을 지정한 뒤, 일정한 방식에 따라 기업에 배출권을 부여하는데 기업은 확보한 배출권을 기반으로 탄소감축을 위해 각자 노력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서로 필요 시 배출권을 거래하게 된다.  

 유럽연합을 필두로 세계 기후위기에 경각심을 느끼는 선진국 위주로 탄소 배출과 관련하여 각종 규제를 실시 및 선포하고 있다. 이는 얼핏 자유무역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WTO의 주요무역규정인 GATT20조 b항은 인간, 동물, 식물의 생명과 보건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인 경우, g항은 자국 내의 생산 또는 소비에 대한 제한과 관련하여 실시되는 고갈성 자원의 보호에 관한 경우는 자유무역의 예외로 둔다.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는 양자 모두에 해당 될 수 있기에 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기후 위기는 인간의 삶 여러 부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용어가 있다.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부유층은 고지대를 선호하게 되고 이 지역의 지가가 올라가 고지대의 원주민이 저지도로 이주하게 된다. 또는 기후 위기의 대두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방수벽이나, 축대, 높은 단 등 주거지에 많은 비용이 요구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부유층은 이런 것이 가능하기에 기후위기 피해지역에 그대로 거주가 가능하지만 이를 대비할 수 없는 하층민은 이주하게 된다. 세 번째 유형은 지역 사회가 온난화에 대비해 선제적 공공투자로 인프라를 구축한 경우다. 이 경우 해당 지역의 홍수위험이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지가가 상승하게 된다. 반면 인프라로 인해 지역의 세금은 상승한다. 이에 버티지 못한 원주민은 또 이주하게 되는 것이다. 

 기후 위기는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버클리, 시카고 대학은 1950-2008년 열대성 태풍이 각 국의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태풍이 있는 경우 없는 경우보다 20년 후 1인당 평균 소득이 무려 7.4%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간이 경제행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기후위기에 별다른 대응을 안할 경우 2100년이면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720ppm이 되며 이 경우 동아시아의 온도는 3.3도나 상승하게 된다. 이 경우 한국의 GDP 손실액은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4.5조 달러이고 중국 역시 큰 손실이 예상된다. 

 기후 위기는 학생의 학업 성취도와도 관련한다. 연구 결과 21도를 기준으로 0.56도 상승마다 성적이 1%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냉방시설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온난화에 따라 이에 대비할 냉방 시설이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간의 학업 성적 차가 나타날 것을 의미한다. 실제 미국 같은 경우 온난화에 따라 흑인과 히스패닉의 학업성취도가 더 낮아졌는데 이는 이들의 거주 지역에 냉방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온난화는 냉방시설의 가동을 더 요구하며 냉방시설은 온난화를 더 가속화한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이다.

 온난화는 출생과도 관련한다. 임산부가 열에 노출되면 탈수와 혈액 점도 변화가 일어나고 체온 조절이 어려워져 진통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조산 위험이 8.6-21%나 상승한다. 또한 더위는 자궁의 혈류를 줄여서 신생아의 성장을 막아 아기 몸무게가 3.7-29.7g까지 감소할 수 있다. 그리고 출산 직전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사산 가능성도 무려 6%올라 간다. 더위로 조기 진통과 양수감소, 태반 손상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위는 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수 도 있다. 한국은 여름에 고온다습하여 소위 불쾌지수란 것이 심하게 올라가고 사람은 이것 만으로도 큰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된다. 연구 결과 더위는 인간의 보복심리를 강화하고 인간의 보복자제력은 감소시킨다. 즉, 정상적 기후라면 그냥 넘어갈 일도 온난화로 인한 더위 상태에선 분쟁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다는 것이다. 이것이 본격화한다면 온난화로 인한 폭력 및 범죄, 사회적 분쟁의 증가로 치뤄야 할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일반인까지 인식을 바꿔 동참해아 한다. 우선 정부는 기후 위기와 관련하여 탈탄소 및 탄소중립에 강한 의지를 갖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게 필요하다. 그래야 일반 시민과 기업이 흔들리지 않는다. 기업은 re100 및 ESG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세계는 이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에 대한 외부의 투자 및 평가, 그리고 물건의 구입에 이미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기업의 경쟁력이 예전과 다르게 품질과 가격경쟁력, 브랜드 이미지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개인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간 환경 운동가 및 집단은 기후위기를 당위적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무신경한 일반인을 도덕적으로 공격하는 방향에 가까웠다. 이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 접근 방법을 바꿔 공감대를 확장해야 하는데 기후위기 방지를 해야만 자녀의 미래와 사랑, 건강의 유지, 안전 보장, 우리 사회의 번영과 경제발전에 이바지가 가능하다는 보편적 차원이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은 재생에너지에 불리하다고 말하며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이다. 바람은 아주 세지 않으며 일사는 적도지역 만큼 강하지도 않고 넓은 빈 평평한 땅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한국의 제곱미터당 일사량은 1459인데 비해 독일은 겨우 1056에다. 우리보다 부족한 지역도 재생에너지를 통한 자립을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2050년까지 한국이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태양광과 풍력설비가 지금의 2배 이상 필요하다. 태양광 설비는 350-400기기와트를 출력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 국토의 3.5-4%가 필요하다. 좁은 면적만 필요한 화력이나 핵발전에 비하면 무척 넓지만 농토가 전국토의 18%를 차지하는 것에 비하면 그리 넓다고 할수도 없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더구나 태양광의 발전효율을 기술발전에 따라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금 패널 효율이 18%인데 10-20년전 10% 정도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이며 이미 24%에 달하는 것도 나와 있다.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재래식보다 싸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시작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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