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3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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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가 읽고서 좋았다면서 읽기를 추천한 책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57세가 되던 해에 출간했던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10만부를 돌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2022년에 제목을 바꾸어 내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정신과를 전공하는 의사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가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을 썼을 때는 파킨슨병으로 투병을 시작한지 14년째 되던 해였다고 합니다. 퇴행성 신경계질환으로 도파민을 보충해주는 약제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삶도 세월이 흐르면 약제 내성도 생기고 파킨슨병과 연관된 치매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만, 심각한 합병증이나 부작용 없이 투병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가끔씩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럭저럭 이겨낼 수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아팠기 때문에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해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을 출간하면서 그때까지 의무와 책임감에 따른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무엇이든 다 잘해 내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방치해두었던 나 자신을 챙기며 살기로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7년 뒤에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으로 개정판을 내게 된 셈이니, 재미있게 살아왔는지, 그래서 인생을 다시 살아볼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장은 30년을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면서 체득한 살아가는 방식을 소개합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장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짚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장에서는 인생을 다시 살아볼 기회가 생긴다면 이렇게 살아보겠다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인생항로는 예행연습이 없는 외길이라서 시행착오와 수정할 기회는 있겠으나 과거로 돌아가서 새로운 항로로 나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수시로 자신의 항로를 점검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변침하여 항로를 바꾸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옛날에는 한 우물을 파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직장을 바꾸면 큰일 나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야 하는 일이 버거울 것이라고 예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변화를 한번 가져보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 정신도 생기고 바뀐 환격에 쉽게 적응하는 자신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작가는 사진가 앙리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긴 말을 인용했습니다.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하지만 삶이란 매순간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더 정확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작가 역시 그래서 나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삶에는 늘 빈 구석이 많았고, 그 빈 구석을 채우는 재미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나는 가고 싶은 길을 갈 것이다. 준비가 좀 덜 되어 있으면 어떤가. 가면서 채우면 되고 그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인 것을.(32)”라고 말했습니다.


작가의 이야기 가운데 더 이상 과거가 당신의 현재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를 덮고 있는 과거의 무거운 이불을 걷어 내고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시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이다. 과거가 고통스러웠다고 해서 현재까지 고통스러워야 하는 법은 없다. 과거가 고통스러웠다면 그것을 잘 지나 온 당신을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79)”라는 대목이 가장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손에 잡힐 듯한 무언가가 생겼습니다. 아마도 욕심을 내려놓았다는 대목이지 싶습니다. 제 경우는 꽤 오랫동안 욕심에 붙들려 어려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욕심을 내려 놓는다는 것에 대하여 고민을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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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더 기묘한 미술관 - 하나의 그림이 열어주는 미스터리의 문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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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에 읽는 밀리의 서재는 한 편의 책을 읽는데 시간이 꽤나 걸립니다. 독후감을 쓰는 것도 종이책에 비하면 다시 살펴 읽을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습니다.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 진병관의 <더 기묘한 미술관>을 밀리의 서재에서 발견하고 읽었습니다.


파리에서 16년을 살아온 작가는 수천번에 걸쳐 파리의 미술관을 섭렵해왔는데 코로나 유행이 심각해지면서 미술관이 폐쇄되자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기묘한 미술관>의 출간에 이어 <위로의 미술관>, <더 기묘한 미술관>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명화 뒤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이 책들에서 풀어놓았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익숙하게 보았던 그림들이 다시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취향의 방, 지식의 방, 아름다움의 방, 죽음의 방, 비밀의 방 등으로 구성했던 <기묘한 미술관>과 같은 형식으로 <더 기묘한 미술관>에서는 운명의 방, 어둠의 방, 매혹의 방, 선택의 방, 기억의 방 등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다섯 가지의 주제에 걸맞는 화가의 작품을 앞세웠지만 연관이 있는 다른 화가의 작품들도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기묘한 미술관>에서 다루었던 그림들의 상당수는 어디선가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았던 것 같습니다만, <더 기묘한 미술관>에서는 처음 보는 그림이 많고 생소한 화가들도 많아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래서 작가 역시 전작에서 비교적 대중적인 작품을 주로 다뤘다면 <더 기묘한 미술관>에서는 잘 알려진 화가의 숨겨진 이야기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새로운 이야기같이, 흥미롭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을 소개하려 했다.”고 합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의 경우 화가의 삶을 뒤쫓고, 작품을 그리게 된 배경 등 명화들을 소개하는 해설서의 일반적인 형식을 따라갑니다.


아르놀트 뵈클린의 <죽음의 섬>에 얽힌 이야기는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올 봄에 몬테네그로의 코토르 인근에 있는 페라스트를 여행하면서 그곳에 있는 성 조지 섬이 뵈클린의 <죽음의 섬>에 영감을 주었을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죽음의 섬>은 같은 주제로 다섯 점을 그렸으며 판화로도 제작되어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르놀트 뵈클린을 소개하는 그림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죽음과 자화상>입니다.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뒤편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해골이 서 있습니다. 해골은 죽음을 상징하는데, 해골이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바이올린에는 오직 G현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흔히 G선상의 아리아라고도 하는 바흐의 모음곡 3BWV 1068 2악장 ‘Air’가 아닐까요? 이곡이 G현만 사용한 것은 독일의 바이올린 연주자 아우구스트 빌헬르미가 편곡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음악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도 의학이 발전하기 이전, 죽음은 흔한 일이었다. 죽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기에 죽음을 노래하고, 그리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일상에서 죽음에 관해 이야기 나누지 않는다. 타인의 죽음에 관해 안타까워하는 일은 있어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처럼 터부시한다. 하지만 뵈클린의 그림은 죽음이 멀지 않고, 언제가 나에게도 다가올 것이며, 그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묻는다.”라는 대목은 인상적입니다.


파블로 피카소가 1897년에 그렸다는 <과학과 자비> 역시 언젠가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만 16살이 되던 해에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술박람회에 출품하기 위해 그렸다는 정도의 설명에 그치고 있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현대미술의 시발점으로 평가받는 <아비뇽의 여인들>과는 전혀 다른 사실적인 분위기의 그림입니다. 이 그림에서는 죽음을 앞둔 환자를 두고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인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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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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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지에서 만나는 아름다움을 붙드는 방법으로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예술평론가 존 러스킨을 인용합니다.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심리적이고 시각적인) 요인들을 의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에 관해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해서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277)”라고 하였습니다. 러스킨은 또한 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에 더하여 아름다움에 대한 인상을 굳히려면 말로 그려야한다고 했습니다. 즉 글로 써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기주의 수필집 <그리다가, 뭉클>을 읽으면서 러스킨의 권고에 충실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에서 발견한 신비하고 오묘한 삶의 모습을 그림을 그리고 글로 남기다보면 역사가 되더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그리고 쓴 이야기를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던 것에 힘입어 책을 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일상에서 만나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려 두기도 하는 듯합니다. 사진으로 간직한 장면은 토요일 오전에 그림으로 옮긴다고 합니다. 가장 여유롭고 감정도 말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때로는 글감을 찾아 집을 나서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사진을 하는 대학 동기는 사라져가는 풍물을 간직하기 위하여 주말에 집을 나서곤 한다는데 아마도 같은 맥락일 듯합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저의 눈길을 붙든 대목이 있습니다. “여행을 다닐 때 여행자의 눈은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하다못해 길 옆 잡초 하나에까지 의미를 붙인다. 여행자의 시선은 늘 이래다. 여행지에선 별거 아닌 것들이 특별해지는 이유다.” 여행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고 있는 저 역시 눈길을 끄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고 글로 요약해둡니다.


작가는 먼저 나는 이렇게 그림을 그린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기술(?)을 설명합니다. 먼저 화면을 가로 세로로 각각 3칸씩 9등분하여 나누고, 그릴 장면의 원근과 소실점을 좌표에 표시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선을 긋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람, 그리고 사물들은 일정한 틀에 따라 그려넣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채물감으로 채색을 하여 완성한답니다.


목차에서 보는 것처럼 그림을 그리는 일과 관련한 이야기이면서도 이야기에 곁들인 그림들은 다양한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주제로 삼은 이유는 다음 구절에 담겨있지 싶습니다. “그림은 인생이다. 지우개를 쓰지 말고 실수한 선을 그냥 놔둔 채 그대로 거침없이 그려간다. 지금은 마음에 남아 괴롭지만 나중에 실수한 선이 나만의 독특한 문양이 된다. 그렇게 인생은, 그림은 예측할 수 없어 아름답다.”


여행의 형식도 한군데 머무는 방식과 여러 곳을 도장 깨기 하듯 하는 방식으로 구분하면서 작가 자신은 한 곳에 머무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여러 군데 도장깨는 방식은 다녀왔다는 흔적을 남길 요량으로 여기 저기 발품을 팔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휘발돼 버리고 사진의 흔적만 쾌쾌하게 남기 때문에 별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들은 서울의 원경에서부터 골목길, 파주 남양주 등 서울 근교에서 속초, 남해 해남 등 먼 길을 다녀와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림이 다양한 것처럼 이야기도 종횡무진입니다. 그림이 많아지면서 이야기도 짧아지는 듯합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여행은 그곳을 깊게 이해할 수 있어 좋기는 한데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갈 수 있는 장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도장 깨기 여행을 그저 다녀왔다고 자랑하기 위한 여행이라고 평가절하 할 일도 아닐 수 있겠습니다. 그림과 글을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는 궁금한 채 책읽기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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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2 - 위기로 치닫는 제국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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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로 치닫는 제국이라는 부제가 달린 <로마인 이야기12>는 서기 211년부터 284년까지의 기간을 다루었습니다. 11권까지의 로마인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황제들의 재위기간별로 나누어 놓았던 것과는 달리 제1부 로마제국3세기 전반, 2부 로마제국3세기 후반, 3부 로마제국과 기독교 등으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2세기에도 황제들이 난립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만, 3세기에는 73년의 기간 동안 무려 22명의 황제가 제위에 올랐기 때문인데 그 가운데는 고르디아누스1세는 보름 만에 자살로 끝났을 뿐 아니라 재위 기간이 가장 길었던 갈리에누스 황제는 재위 15년이 되던 해에 암살당했습니다. 헤아려보니 22명의 황제들 가운데 14명이 암살을 당했다고 합니다. 3부에서 기독교 문제를 별도로 적은 것은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쇠퇴와 연관이 있기 때문으로 본 것 같습니다.


로마제국이 위기상황에 들어서는 단초는 카라칼라 황제가 로마제국의 속주민들에게도 로마제국의 시민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카라칼라 황제 이전에는 속주민들은 제국에 기여한 바가 있어야 시민권을 부여받았을 수 있었습니다. 일종의 취득권이었던 시민권이 이제는 기득권이 된 것입니다. 저자는 로마제국의 시민권이 기득권화가 불러온 파장으로 1. 시민권자들의 기개와 긍지가 사라졌고, 2. 속주민들의 향상심과 경쟁심이 사라졌으며, 3. 공짜로 시민권을 취득한 속주민들은 제국에 대한 충성심도 사라졌다고 보았습니다. 로마가 로마인 이유를 잃어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3세기 이전에도 로마군단을 이끌던 군단장을 경험한 황제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원로원의 인정이 전제가 되었습니다만, 알렉산드로 세베루스 황제가 암살된 뒤로 50년간은 원로원의 의향 따위는 완전히 무사하고 군단이 사령관을 황제로 추대하는 군인황제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앞서도 이 시기의 황제 22명 가운데 14명이 암살을 당했다고 했습니다만 암살의 사연도 가지가지였습니다. 물론 암살을 주도한 자들은 황제의 최측근이었습니다. 이렇듯 최측근에 의하여 암살된 황제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황제가 된 장군들은 하나 같이 신변보호를 강화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의문입니다.


광활한 영토를 경영하던 로마제국은 특히 도나우 강을 국경으로 마주한 게르만족과 유프라데스 강과 티그리스 강을 경계로 삼았던 페르시아 제국과의 국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따라서 황제는 군단을 경영한 군인으로서의 자질이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제국 경영의 중심이 되는 원로원이나 각지에 흩어져 있는 군단을 총괄하는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겸해야 했습니다만, 군인 황제의 경우는 전장을 누비다보니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입니다.


제국을 둘러싼 이민족들의 세력이 커졌던 것도 로마제국이 위기로 치닫게 되는 가장 큰 이유였을 것입니다. 우선 야만족으로 치부되었던 도나우 강 건너 게르만족도 로마와의 교류를 통하여 수준이 향상되었으며, 전투와 외교로 유지되던 파르티아 왕국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사산조 페르시아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멸망한 페르시아의 부흥을 앞세우고 로마제국이 차지한 영토를 회복하겠다는 기치를 드높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3세기 들어 그리스도교가 확산된 것도 로마제국을 약화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에 충성을 다하지 않은 것은 여러 신을 섬긴 로마제국에서는 황제를 신격화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 이외의 신을 배격하는 그리스도교의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흔히 로마제국에 기독교가 스며드는 과정에서 많은 박해가 있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일시적이었으며 박해의 대상도 그리스도교의 지도자에 국한되었다고 합니다. 그리스도교가 철저하게 탄압받은 것은 4세기 초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시기라고 합니다. <로마인 이야기13>에서 탄압의 실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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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수요일의 편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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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구마모토 현의 남쪽 해안에는 주민이 5천 명 정도 되는 츠나기 마을이 있습니다. 1984년부터 진행해온 녹지와 조각이 있는 도시 개발이라는 흐름에 따라 2001년 츠나기 미술관이 개관하였습니다. 츠나기 마을에는 바다 위의 초등학교로 알려진 아카사키 초등학교가 내진 문제 등으로 3년전 폐교된 상태로 있었습니다.


2013619, 미술관은 아카사키 초등학교에 아카사키 수요일 우체국(赤崎水曜日郵便局)을 개설하였습니다. 이 마을에서 영화를 촬영한 적이 있는 토야마 쇼지 감독을 우체국장으로 초빙하고, 예술가 등 실행위원이 우체국 운영에 참여하였습니다. 우체국은 전국 곳곳에 사는 사람들이 수요일에 쓴 편지를 이곳으로 보내면 우체국의 실행위원들이 나누어 읽고 편지를 보낸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준다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우체국이 개설되고 3년 동안에 5천 여 통의 편지를 우체국에서 처리했다고 합니다.


<치유를 파는 찻집>으로 알게 된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는 수요일 우체국을 연결고리로 한 소설 <수요일의 편지>를 발표하였습니다. 출판사의 요약에 따르면 바쁜 일상을 보내며 저마다의 이유들로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수요일에 편지를 써서 우체국으로 보내면 낯선 누군가의 일상을 담은 편지가 온다는 것입니다.


<수요일의 편지>에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수요일의 우체국에 편지를 보낸 두 사람과 우체국의 실행위원 한 분이 등장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부 이무라 나오미는 직장과 시부모와의 관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직장생활을 하는 이마이 히로키는 인생행로를 바로 잡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체국의 실행위원 미쓰이 겐지로 삶을 의지하던 딸이 꿈을 이루기 위해 도시로 떠날 생각을 하고 있어 고민입니다.


나오미씨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일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날그날 가슴속에 생긴 마음의 독을 일기에 솔직하게 적어두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오미에게 일기를 쓰는 행위는 마음을 정화(淨化)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저 역시 중학교 때 시작한 일기를 대학까지 썼다가 버렸습니다만, 최근에 수술을 받게 되면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날그날 한 일들과 생각을 조금씩 적어두고 있습니다. 벌써 20개월이 되고 있습니다.


나오미의 친구 이오리가 건네는 기억해둘만한 좋은 말 세 가지가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1.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 2.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저 없이 한다, 3. 남을 기쁘게 하면 자기도 기쁘다 등입니다. 하지만 나오미는 자신이 꿈꾸었던 하루를 써서 수요일 우체국에 보냈습니다.


두 번째 등장하는 이마이 히로키는 그림책 작가를 꿈꾸었지만 회사에 매여 그만두지 못하는 봉급쟁이입니다. 히로키는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써서 우체국에 보냈습니다.


세 번째 등장하는 미쓰이 겐지로는 어부였습니다. 그런데 쓰나미가 몰려와 어선과 멍게 양식장을 쓸어간 것도 부족해서 아내 사오리까지 잃고 말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 리오가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면서 진로를 고민하는 것을 전해 듣고 딸의 미래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합니다. 그런 겐지로는 우체국에 도착한 수요일의 편지 가운데 나오미와 히로키의 편지를 서로 교환하여 보내줍니다.


서로의 편지를 교환하여 읽은 나오미와 히로키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읽고 용기를 내어 꿈꾸었던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나오미는 빵을 만들게 되고 히로키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일이 수월하게 풀리지는 않습니다. 나오미는 남편이 먼저 하고 있는 일을 접고 꿈꾸던 일을 시작하겠다고 하면서 남편의 꿈을 지원하게 되지만, 히로키는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런가 하면 젠지로는 딸의 미래를 위해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게 됩니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을 읽다보면 연결되는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수요일의 편지>에서는 <치유를 파는 찻집>에 등장했던 카키가 히로키의 부인으로 등장하고, 바닷가 찾집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 사람의 주인공은 앞서 적은 중요한 일 세 가지에 충실하여 좋은 결과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세 가지 중요한 일을 따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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