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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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트래블의 일본근대문학기행에서 도쿄에 있는 나쓰메 소세기 산방을 방문했습니다. 산방 가까이 거리는 물론 산방 곳곳에서도 고양이 그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 1905년에 발표된 그의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상징하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세키의 영향 때문인지 일본 작가들 가운데 고양이가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리스 레싱의 <고양이에 대하여>를 읽은 것도 소세키의 영향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양이에 대하여>는 레싱이 1967년에 발표한 <고양이는 정말 별나>, 1993년에 발표된 <고양이는 정말 별나, 특히 루퍼스는> 그리고 2000년에 발표한 <엘 마니피코의 노년>을 우리나라에서 한 권으로 묶은 책이라고 합니다.


저자 도리스 레싱은 1919년 이란의 케르만샤에서 출생하였고, 1925년부터 25년간 영국 식민지였던 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로 이주하여 옥수수 농장에 살았고, 1949년에는 런던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1950년에 첫 소설 <풀잎은 노래한다>를 발표한 그녀는 1992년에 발표한 <런던 스케치>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역디 최고령 수상자였다고 합니다.


책장을 열면, “무엇보다도 당신 자신을 위해 써라. 남들이 뭐라고 지껄이든 상관하지 말고, 글쓰기는 삶의 방식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라는 도리스 레싱의 말을 만나게 됩니다. 글쓰기를 주저하는 분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좋은 말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고양이는 별나>에서는 아프리카에서 농장을 할 때 만났던 고양이들을 서술하였습니다. 작가가 이 시절에 만나는 고양이, 특히 야생고양이는 전투의 대상이었습니다. 독수리, 올빼미와 더불어 농장의 닭은 먹어치우는 공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셋의 관계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햇빛이 밝을 때는 매긔 시간, 어스럼 녘은 올빼미의 시간, 하지만 밤은 고양이의 시간이었다. 야생 고양이의 시간.(20)” 그래서 야생고양이가 나타나면 총을 들고 가 쏘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기르던 집고양이도 있었습니다.


고양이에 적대적이었던 삶이 바뀐 것은 런던으로 이주한 다음이라고 합니다. ‘항상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생활에 고양이가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런던에서 처음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는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암코양이였는데, ‘도시에서 고양이는 너무 부자연스러운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시골농가의 고양이처럼 독립성을 터득하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고양이는 식성도 까다로워서 살짝 익힌 송아지 간과 살짝 데친 대구 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식습관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까닭이었던 모양입니다.


세 개의 고양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고양이들의 생태를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잘 관찰했구나 싶습니다. 작가는 친구한테서 고양이를 분양받기도 했지만 나쓰메 소세키처럼 야생고양이를 입양하기도 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집고양이와 야생고양이가 한 지붕 아래서 공존해나가는 과정을 적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요즈음에도 아파트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수월치가 않습니다만, 당시에는 엄청나게 불어나는 고양이를 분양만으로 관리할 수가 없어 일부러 죽이기도 하고, 불임수술을 시키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고양이를 길러본 적이 없어 고양이의 특성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만, 병든 고양이가 어느 정도의 단계를 넘어서면 고양이 스스로 죽음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서늘한 장소에 들어가 웅크리고 죽음을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고양이를 영물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 것인가 봅니다.


어떻거나 저자는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정말 대단한 호사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충격적이고 놀라운 즐거움을 맛보고, 고양이의 존재를 느끼는 삶, 손바닥에 느껴지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털, 추운 밤에 자다가 깼을 때 느껴지는 온기,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고양이조차 갖고 있는 우아함과 매력, 고양이가 혼자 방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우리는 그 고독한 걸음에서 표범을 본다. 심지어 퓨마를 연상할 때도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까지도 고양이를 길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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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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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추천해서 읽게 된 책입니다. 리사 리드센의 등단작품인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2024년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을 받은 책이라고 합니다. 소설은 저자가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가 남긴 쪽지를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인공 보가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벌어진 아들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대 간의 소통, 가족 간의 사랑, 오랜 우정, 뜨거운 화해와 온화한 작별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보가 518일에 적은 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아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들이 보와 함께 지내고 있는 개 식스텐을 데려가겠다고 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아내가 요양원에 들어가 있어서 보가 많이 의지하는 식스텐을 데려갈 뿐 아니라 거실에 불을 피우지 못하도록 장작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아들 한스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심지어는 상속권을 박탈해 그가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하기를 바랐다.(11)”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한스는 아버지가 신체적으로 많이 허약해졌기 때문에 식스텐으로 인하여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당하게 될까 걱정했기 때문에 식스텐을 아버지 보로부터 떼어놓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보와 아들 한스 사이의 갈등은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갈등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한스는 홀로 지내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하여 시간을 내어 음식을 사들이고, 아버지의 간병인과도 긴밀하게 소통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스의 문제는 아버지가 하시는 행동이 얼마나 유치한지 아세요?(67)”라면서 아버지의 의중을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매사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려는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북유럽 작가의 작품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지만 북유럽 특유의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보의 일기 중간에 보를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이 남긴 일지를 곁들였습니다. 독거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체계가 잘 갖춰져 있음을 알겠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은 일단 돌봄 대상과 잘 소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보호자를 비롯하여 주변 인물들과도 긴밀한 연락망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요양보호사가 집에 찾아와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사실 보는 옷갈아 입기나 혼자서 식사하기 등과 같은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보가 잠을 자다가 속옷을 적시는 상황을 읽으면서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년전에 수술을 받은 뒤로 완전히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최근에 속옷을 적시는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주치의께 이야기를 하고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서 일단 속옷을 적시는 일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보는 잠을 잘 때 속옷을 적시는 문제 뿐 아니라 낮시간에도 속옷을 적시는 경우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요양보호사는 기저귀를 입혀주었다고 하는데, 보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일기의 마지막은 1010일부터 1013일 사이에 일어난 일을 하나로 다루었습니다. 그 일기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을 떠올렸고,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을 지키지 못한 것과는 달리 아들 한스가 여전히 죽어가는 자신을 지키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보는 아들 한스에게 너도 알다시피 난 네가 자랑스럽단다.(449)”라고 말합니다.


한스는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식스텐을 다시 아버지 집에 데려왔던가 봅니다. 보의 일기 마지막은 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남쪽으로 날아가기 위해 두루미들이 모여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452)”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요양보호사 잉리드의 작업일지에는 “0330. 보는 조용히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음. 그는 옆에 누워있는 식스텐의 머리에 손을 얹고 고통 없이 매우 평화롭게 잠에 들었음. 촛불을 밝힌 후 한스에게 전화했음.(453)”이라고 적혀 있다.


서구에서는 두루미가 아기를 데려다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두루미는 보의 영혼을 따뜻한 남쪽으로 데려가려 온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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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1 - 태양의 공주
앙투안 B. 다니엘 지음, 진인혜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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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찾아 잉카문명이 남겨놓은 유적을 구경한 지도 벌써 8년이 되었습니다. 유적은 볼 수 있었지만, 잉카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는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출간한 <양기화의 BOOK소리-유럽여행>에 이어 <양기화의 BOOK소리-세계여행>을 준비하면서 쿠스코와 마추픽추의 잉카 사람들의 삶을 알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앙투안 B. 다니엘의 <잉카> 연작을 발견했습니다. 1부는 태양의 공주, 2부는 쿠스코의 황금, 그리고 3부는 마추픽추의 빛입니다. 3부작이 모두 1648쪽이나 되는 대작입니다.


잉카문명의 멸망에 관한 책으로는 피터 쉐퍼가 쓴 희곡 <태양제국의 멸망>과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놀라운 지식이라는 기획으로 펴낸 <놀랍다! 탐험과 항해의 세계사> 연작 가운데 7번째로 셰인 마운트조이의 <피사로와 잉카 제국의 정복>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책은 잉카제국을 정복한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시선으로 기록한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반면 앙투안 B. 다니엘의 <잉카> 연작은 정복자와 피정복자를 중간자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잉카>를 쓴 앙투안 B. 다니엘 라는 필명은 베르트랑 우에트, 앙투안 오두아르, -다니엘 발타사 등 세 사람의 이름을 조합하여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베르투랑 우에트의 정확하고도 치밀한 역사 고증을 바탕으로 앙투안 오두아르와 장-다니엘 발타사가 이야기를 구성한 것입니다.


앙투안 오두아르는 인기 작가였고, -다니엘 발타사는 역사 소설가였는데, 이들의 소설가적인 역량에 베르트랑 우에트의 민속학과 역사학적 지식이 결합하여 <잉카>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 소설은 16세기 전설의 황금향, 엘도라도를 찾아 나선 스페인 정복자들의 탐욕에 무너진 잉카 제국의 비극적 역사를 배경으로 한 신비로운 힘을 지닌 잉카족 공주와 스페인 청년 사이에 벌어진 열정적 사랑을 그린 대서사시입니다.


1부 태양의 공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할 잉카의 공주 아나마야와 스페인 청년 가브리엘이 만나기까지 스페인과 잉카에서 각각 시작되어 1부가 끝날 무렵 조우하기까지의 과정이 교차되면서 서술됩니다. 귀족의 사생아인 가브리엘은 종교재판에 회부되었다가 아버지의 뒷거래로 방면되어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원정대에 일원이 되어 잉카의 심장부에 오게 됩니다. 그런가하면 잉카의 어머니와 서양의 탐험가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아마야마가 잉카의 유일한 군주 우아이나 카팍의 분신형제의 아내가 됩니다. 우아이나 카팍을 죽음을 맞기 전에 아마야마에게 잉카의 과거와 미래에 관한 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비밀을 지키라는 다짐을 받았습니다.


잉카에서는 유일한 군주가 죽으면 그가 지목한 군주가 유일한 군주의 지위에 오르는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아이나 카팍이 지목한 아타우알파는 우아스카르에 비해지지 세력이 약세라서 사양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우아이나 카팍이 죽으면서 후계의 구도에 흔들리고 결국은 세력을 가지고 있던 우아스카르가 유일한 군주임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아마야마가 우아이나 카팍의 의사를 전하면서 아타우알파가 우아스카르를 제압하고 유일한 군주에 오르게 됩니다.


피사로의 원정대가 잉카에 도착한 시기가 바로 형제간의 내전이 막 끝난 시기로 격동하던 잉카제국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당시 잉카에서는 외래인의 도래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들이 냉철한 침략자임을 간과한데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잉카라는 국명은 서구사람들이 붙인 이름이고 그들의 언어로는 타완틴수유였으며 수도였던 쿠스코를 중심으로 네 방위로 나누어 다스렸다고 합니다. 1부에서는 유일한 군주 우아이나 카팍이 죽은 뒤에 미라를 만들고, 황금으로 그의 형상을 만들어 쿠스코에 있는 코리칸차 신전에 안치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아타우알파는 우아스카르 사이의 갈등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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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우리의 질문 - AI와 우리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 13
미리엄 메켈.레아 슈타이나커 지음, 강민경 옮김 / 한빛비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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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오랜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하면서 챗GPT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이제는 머리를 쥐어짜서 글쓰기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GPT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자세하게 공부를 해보지 못했던 저는 그래도 글을 쓰는 작업이 쉽지 않은데 그 일을 챗GPT가 해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에 한빛비즈에서 나오는 <AI시대, 우리의 질문>을 읽으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의문이 상당부분 풀릴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독일 장크트갈렌대학교의 미리암 메켈 교수와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레아 슈타이나커가 함께 썼습니다. 두 사람은 미래기술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용하는 에이다 러닝을 설립하였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지금 우리가 들어선 시대는 AI시대이다. AI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11)’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구글을 통하여 자료를 조사하고, 그렇게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 구글에서 자료를 조사하기 위하여 중심단어를 집어넣으면 자료원보다 먼저 AI의 답이 맨 위에 뜨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글의 AI가 주는 단어는 짧아서 제가 쓰려고 하는 글에 별로 반영할만한 내용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마도 중심단어를 충분히 넣지않아서 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들은 저와 같이 AI분야에 막 입문한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혹은 이미 AI라는 주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지식을 심화시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무엇부터 이해해야 할까?’라는 부제를 단 ‘AI 마법의 시대로부터 두 가지 시나리오, 우리의 선택은이라는 부제가 달린 다음 유니버스로에 이르기까지 모두 13꼭지의 주제를 통하여 AI의 정체로부터, 오늘날의 AI가 등장하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물론, AI를 통하여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간략하게 요약하는 한편, AI가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혹시 미래 인간을 퇴화시키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저자들은 챗GPT를 이용해서 암호화폐 시장의 발달과정을 요약해달라는 요청을 해보았다고 합니다. 결과는 놀랍도록 정확했으며 자신이 조사한내용의 출처까지 첨부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출처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는데, GPT생각해낸출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누리망에 흩어져 있는 다수의 의견들의 편견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아직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과적으로 AI는 미래의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은 전적으로 신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실 AI도 아직은 인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 자신이 믿고 싶은 자료만을 선택하는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기전이 아직은 미비하다는 것이지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만, 오래 전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주제를 다루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쪽의 견해만을 들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와 같은 현상을 작금의 우리사회에서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책을 읽다가 열 살짜리 소년이 하는 이야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왜 이걸 다 해야 해요? 이딴 걸 배워봤자 아무 의미가 없어요. 어차피 AI가 나보다 더 글을 잘 쓰고, 계산도 잘 하고, 조사도 잘 해요. 그럼 이걸 제가 왜 해야 해요?” 그렇죠. 분명 AI는 뛰어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아직은 AI가 해혼을 일이 전적으로 신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AI의 작업결과가 옳은지를 판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여전히 더 열심히 배워서 지식을 쌓아야 하는 것입니다.


열 살짜리 소년의 질문에 대한 답을 <AI시대, 우리의 질문> 안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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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 나를 잃지 않고 인생의 파도에 올라타는 법
도나 마르코바 지음, 홍주연 옮김 / 날(도서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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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동도서관에 들렀다가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삶을 살지 않은 채 죽지 않으리라>는 미국의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이며, 영향력 있는 상담역입니다. 어린 시절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겪은 그녀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고 합니다.


책장을 열면 작가가 쓴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기 않으리라라는 시를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 넘어지거나 불에 델까 / 두려워하며 살지 않으리라. / 나는 나의 날들을 살기로 선택할 것이다.”라는 첫째 연이 인상적입니다. 이 시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날 밤에 썼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그녀는 상담을 진행하는 중에 나타난 아버지의 환영을 보고 어머니에게 연락했더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어렸을 적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했는데 그 이유가 모두에 나옵니다. ‘마음이 텅 비어서 꿈조차 품지 못한 사람. 자신을 하찮게 여기면 사는 인생. 그게 내가 아는 아빠 모습이었다.(15)’는 것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이런 처지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으로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던 그날 밤, 눈을 뜬 작가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이면서 만년필을 들어 물흐르 듯 시를 써내려갔다고 합니다. 아빠의 모습을 소환하게 된 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깨달았다고 합니다.


한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20년 전에 암진단을 받았는데, 뒤에 언급되듯이 백혈병이었던 것 같습니다. 백혈병은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완치할 가능성이 높은 혈액암입니다. 어떻든 저자는 암진단을 받고부터 영혼과의 대화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암은) 내게 관심을 쏟고, 진실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창조적으로 살고, 때때로 나를 비우라는 영혼의 간절한 외침일지 모른다고 여겼다.(27)”고 했습니다. 암치료가 끝난 뒤에 그녀를 돌보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녀는 유타주의 깊은 산속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살면서 사색을 하고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헨리 소로우처럼.


그녀가 통나무집에서 읽었다는 앤 모로 린드버그의 <바다의 선물>은 저에게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책입니다. 저 역시 최근에 쓰고 있는 책에서 <바다의 선물>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목 같습니다. “아름다움은 아무 데서나 보이지 않는다. 밤이 어두워야 촛불이 보이듯, 우리에게는 아름다움을 볼 공간이 필요하다. 내 삶에는 아름다움을 찾을 여백이 없었다. 일정은 늘 빼곡했고 나를 홀로 마주할 공백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유타주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나 봅니다.


필자는 또한 아더 왕의 전설을 가져와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100개의 질문을 만들어내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작업에 친구들도 동참했는데 35명의 친구에게 질문을 부탁했더니 32명이 답장을 해왔다고 하는데, 그 중 15명의 질문만을 소개하였습니다. 나머지 친구들이 섭섭하지 않을까 하는 공연한 걱정도 해보았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청소 아주머니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청소 아주머니가 저자의발을 만지며 당신은 몸속의 병보다 강해요.(57)”라면서 용기를 북돋아줬다는 것인데, 과연 그런 일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암진단을 받았을 때, 주변 사람들 모두 암을 이겨내야 할 적으로 간주했지만, 저자는 암과 친구가 되는데 성공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고 두려움과 친해지는 연습 덕분에 나는 매일 활력 넘치게 지냈다고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파커 J 파커가 말했다는 우리가 번아웃에 시달리는 이유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열정이나 시간을 많이 쏟아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없는 것을 주려고 애쓰기 때문에 번아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대목도 동감할 수 있었습니다.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라는 제목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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