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2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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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2><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의 뒷이야기입니다. 진보초 헌책방에 관한 이야기는 속편에서도 이어집니다. 진보초 헌책방이 대를 이어온 것은 일본 사회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가업을 잇는다는 사고방식도 한 몫을 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렸을 적부터 헌책방에서 살아왔다고 하면 그 분위기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모리사키 서점의 3대 주인 사토루의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거치며 존재한 서적들 사이에 둘러싸이면 시간의 흐름 자체가 달라지고, 내가 그 흐름 속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또렷하게 느끼게 된다. () 여기 이렇게 있으면 내 그릇과 딱 맞는 구멍에 감정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뭐랄까, 계속 이대로만 있고 싶은 기분이 든다.(108)”


어쩌면 이런 분위기는 진보초 헌책방이 어려웠던 시절을 버티게 해주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진보초 헌책방거리지만 어려웠던 시절 있었다는 것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대부터는 헌책을 찾는 인구 자체가 줄어 고난이었던 시기도 꽤 있었다고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이렇게 영업을 이어가는 것은 이 서점을 사랑하고 애용하는 손님들이 아직 남아 있는 덕분이다.(9)”


전편에서처럼 소개하는 근대문학작품들도 적지 않습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나 사마자키 도손과 같이 유명한 작가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개정판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을 터이니 초판이 절판되면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결국 헌책방으로 갈 수 밖에 없겠습니다. 저 역시 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하여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헌책방을 뒤져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진보초처럼 헌책방이 모여 있다면 읽어보고 싶지만 절판된 책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보초를 찾는 다양한 이들의 목적도 이야기해주는데, 저처럼 읽고 싶은 책을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희귀본을 구하는 사람, 진귀한 책을 수집하는 사람, 세도리(せどり)라고 하는 사람은 가치가 있는 헌책을 사서 다른 헌책방에 팔아 차액을 얻는 사람도 있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초판본만 구하는 사람도 있고 책에 들어있는 삽화만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세상은 넓고 헌책을 사는 사람도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진보초에 관한 귀중한 정보 말고도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2>의 줄거리는 사토루 삼촌의 아내 모모코가 암을 진단받고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하여 화자인 다카코와 와다씨가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하는 과정, 도모짱과 다카노씨와의 관계 등이 밝혀집니다. 특히 모모코씨가 죽음을 맞는 과정은 생각할 거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토루 삼촌의 이야기입니다. “요 반년 동안 떠나보낼 각오를 했다고 여겼어. 하지만 안 돼. 막상 때가 닥치니까 역시 하루라도 같이 있고 싶어져. 아직 떠나지 말라고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 돼. 그 사람은 이미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였어. 결국 받아들이지 못한 건 나야. 아무래도 내가 욕심이 많은가 봐.(223)”


역시 사토루는 모모코를 쉽게 떠나보낼 수 없었나 봅니다. 모모코의 장례를 치른 뒤에 모리사키 서점의 문을 닫고 집에 틀어박힙니다. 두어 달의 시간이 지나고 이따금 청소하고 환기를 시키면서 서점을 지키던 다카코가 모모코가 남긴 유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부디 모리사키 서점을 앞으로도 잘 부탁해. 당신과 내가 함께했던 증거가 여기 있어. 당신이 이 서점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는데, 당신 못지 않게 나 역시 이곳을 아주 좋아해.(260)”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모코가 다카코에게 잔뜩 슬퍼한 다음에 또다시 앞을 바라보며 살아달라고 전해달라는 말도 했습니다. 이런 모모코의 진심을 알게 된 사로투는 모리사키 서점의 문을 다시 열게 됩니다.


작가는 이곳은 도쿄의 헌책방 거리에 있는 자그마한 서점. 여기에는 소소한 이야기가 가득 있다. 수많은 사람의 마음 또한, 이 서점에 담겨 있다.(274)”라고 적어 긴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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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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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이 무대가 되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골랐던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2>을 읽기 전에 전편이 있다고 해서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을 빌리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몇 번이나 찾아가야 했고, 군포에 있는 도서관도 세곳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빌렸습니다. 막상 읽어보고는 그렇게 들인 품이 결코 헛되이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1월에 구경한 도쿄의 진보초가 이야기의 무대였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진보초의 속살을 발견하는 책읽기였습니다.


화자는 사내연애를 하다가 양다리를 걸쳤던 남자로부터 차인 다카코입니다.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리고 폐인이 되었던 그녀에게 어렸을 적에 따랐던 외삼촌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문을 연 모리사키 서점을 이어받은 사토루 삼촌입니다. 모리사키 서점은 근대작가들의 작품을 취급하는 전문서점이었습니다. 사토루 외삼촌은 병원에 가는 사이 서점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다카코가 모리사키 서점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진보초에 있는 서점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점들 사이에 숨어 있는 찻집의 분위기는 덤이었습니다. 다나카가 모리사키 서점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곰팡내가 코를 자극했다. 곰팡내 나, 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외삼촌이 웃으며 말했다. ‘비가 그친 아침처럼 촉촉하다고 말해줬으면 좋겠구나’” 모리사키 사점은 6천권의 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2천권 정도 있는 우리 집과 비교해보면 정말 작은 헌책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카코의 사정을 들은 사토루 외삼촌은 인생은 가끔 멈춰서 보는 것도 중요해. 지금 네가 이러는 건 인생이라는 긴 여행 중에 갖는 짧은 휴식 같은 거지. 여기는 항구고 너라는 배는 잠시 여기 닻을 내리고 있는 것일 뿐이야. 그러니 잘 쉬고 나서 또 출항하면 돼.(57)”라고 달래줍니다. 다카코는 서점을 지키면서 남는 시간에 책에 빠져드는데, 이런 대목도 인상적입니다. “헌책 속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많은 역사가 쌓여있었다. 이건 결코 책의 내용에 관해서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한 권 한 권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온 그 흔적들을 나는 여럿 발견했다. 예를 들어 가지이 모토지로가 지은 어떤 마음의 풍경의 한 쪽에는 이런 부분과 마주쳤다. ‘본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다. 자신의 영혼의 일부분 혹은 전부가 그것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64)”


모리사키 서점 뿐 아니라 다카코의 단골이 된 찻집 스보루로 이야기가 확대됩니다. 스보루에서 일하는 도모짱이나 다카노군과도 교류를 하게 되었고, 스보루에 오는 와다씨하고는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등장인물을 통하여 여러 작가의 책들이 소개되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여학생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함께 읽어볼 생각입니다.


이야기의 후반은 다카코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기 때문에 모리사키 서점을 떠난 1년반 뒤의 이야기입니다. 5년 전에 집을 나간 모모코 외숙모가 돌아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토루 외삼촌은 돌아온 아내의 진심이 무엇인지 의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카코가 사토루와 모모코의 사이에서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이 이야기 후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결국 모모코는 다시 떠나고 말았던 것인데, 사토루가 뒤쫓아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스보루에서 만난 와다씨가 사실은 마음에 둔 여성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카코가 실망하고 말았던 것인데, 사실은 와다씨가 기다렸던 여성은 와다씨를 거절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카코와 와다씨 사이에 묘한 기류가 시작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마무리가 뒷이야기가 있음을 암시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은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2>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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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페로 고전 동화집 -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샤를 페로 지음, 김설아 옮김 / 단한권의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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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네 번째 읽으면서 작가가 인용한 책들을 함께 읽고 있습니다. 샤를 페로 고전동화집은 어린 마르셀이 콩브레에서 지낼 때 어머니와 할머니 방에서 떨어진 방에서 잠을 자야 했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을 달래주기 위하여 마술환등기를 달아주었다는데, 방안에 비치는 초자연적인 환영으로 인하여 주느비에느 드 브라방 전설에 나오는 골로나 샤를 페로의 고전동화 푸른 수염의 주인공을 인용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푸른 수염은 샤를 페로의 고전동화집에 수록되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에는 당나귀 가죽,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고수머리 릴케, 엄지동자, 장화신은 고양이, 어리석은 소원, 빨간 망토, 요정 그리고 푸른 수염이 실려 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어릴 적에 읽어보았고, 디즈니 만화영화 등을 통하여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샤를 페로의 작품인 줄은 몰랐습니다.


샤를 페로(1628.1.12.~1703.5.16.)는 프랑스 어린이 문학의 아버지로 칭송을 받고 있는 유명한 작가로,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부르주아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문학을 즐기는 친구들을 만나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67세가 되었을 때 아내를 잃은 그는 아이들에게 헌신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구전민담을 모아 동화로 재구성하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권선징악의 개념을 이야기에 도입하여 어린이들이 읽고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대부분 내용을 잘 알고 있었던 것들인데 푸른 수염(Barbe-Bleue)은 처음 읽는 이야기라서 내용을 요약해보려 합니다. 옛날 도시와 시골에 근사한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부자 남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수염이 푸른색이라서 매우 무섭고 못생겨 보였습니다. 그래서 여자와 소녀들은 그를 보기만 해도 도망가 버렸답니다.


그는 이웃에 있는 명문가의 아름다운 두 딸 가운데 한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어했지만 두 딸 모두 탐탁치 않아했습니다. 생긴 것도 그렇지만 그가 이미 여러 번 결혼을 했었고, 그의 전 부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딸은 그가 친구 몇 사람과 이웃들과 함께 두 딸을 시골에 있는 대저택에 초대하여 일주일 동안 사냥과 낚시, 무도회 등을 열어 환심을 산 끝에 동생과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푸른 수염은 최소 6주가 걸린다는 여행을 떠나면서 아내에게 몇 개의 열쇠를 주었습니다. 좋은 가구들이 들어있는 큰방의 열쇠, 보물이 들어있는 금고열쇠와 장식함 열쇠,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랑 끝에 있는 벽장열쇠들입니다. 그는 모든 열쇠를 사용해도 좋지만 화랑 끝에 있는 벽장만큼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푸른 수염이 여행을 떠나자 친구와 이웃들이 찾아왔습니다. 새색시는 이들을 안내하여 집안 곳곳을 구경시켜주었고, 모두들 부러워했습니다. 구경을 마치고 화랑 끝에 있는 벽장에 이르자 그녀는 남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 방에 들어가 보고 싶은 강한 욕망이 일었습니다. 결국은 초대한 사람들을 남겨두고 혼자서 계단을 내려가 벽장을 열어 보았습니다.


벽장 안은 끔찍했습니다. 바닥이 온통 피로 엉겨 붙어 있고, 죽은 여자의 시체 몇 구가 벽에 나란히 기대어 있었습니다. 푸른 수염이 결혼 후에 차례로 살해한 아내들이었습니다. 놀란 아내가 자물쇠에서 열쇠를 빼내다가 떨어뜨렸는데, 열쇠가 피로 얼룩져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푸른 수염은 아내가 자신의 명령을 어기로 벽장을 열어본 것 알고 죽이겠다고 합니다. 아내는 이리저리 핑계를 대다가 결국 푸른 수염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푸른 수염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목을 베려고 할 때 두 오빠가 달려왔습니다. 푸른 수염이 놀라서 달아나려 했지만 두 사람이 쫓아가 목을 베었습니다. 푸른 수염이 상속인이 없었기 때문에 아내가 모든 재산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녀는 푸른 수염의 재산을 언니와 오빠들과 나누었으며, 매우 부유한 신사와 재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각주에는 푸른 수염이 죽인 아내는 여섯이었고, 일곱 번째 아내가 푸른 수염의 정체를 밝힌다고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내는 약속을 저버린 여성이 남편을 죽이고 그의 재산을 차지하게 되는 것을 정의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가, 그런 아내를 여섯이나 죽인 푸른 수염은 왜 결혼과 살인을 반복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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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 - 각국 도시 생활자, 도시의 이면을 관찰하다
로버트 파우저 지음 / 혜화1117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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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도시 탐구기>각국 도시생활자이자 탐구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쓴 책입니다. 1961년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앤아버에서 태어난 그는 언어학을 전공하여 모국어인 영어 이외에도 한국어,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몽골어를 공부했고, 한문과 라틴어, 북미 선주민 언어, 중세 한국어도 따로 익혔다고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언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세계 곳곳에서 짧게는 1년반, 길게는 13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대구, 전주 등과의 인연이 가장 길었고, 일본에서는 교토, 도쿄, 구마모토 그리고 가고시마에서도 살았습니다.


그는 태어난 도시 앤아버에서 시작하여 자신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도시에 관한 그의 인상을 <도시 탐구기>에 담았습니다. 개인적인 기록도 아니고 여행안내서도 아니며, 도시를 소개하거나 분석하는 책도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인상이나 단순한 느낌보다도 그 도시를 이루는 역사적 배경, 지향성,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늘 궁금했던 나로서는 어떤 도시에서나 생활자이면서 동시에 관찰자의 시선으로 탐구하듯 지켜봐왔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도시 산책자입니다. 특히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썼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번역과정에서 뒤틀릴 수도 있는 저자의 생각을 오롯하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읽어가다 보면 그가 살았던 도시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가운데 역사를 비롯한 우리나라와 관련된 사실들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더블린에 있는 트리니티 칼리지는 영국이 아일랜드를 식민지배하면서 영국에 충실한 지배계층을 배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고 하는데, 일제강점기에 경성에 제국대학을 설립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적었습니다. 오랜 식민지배를 겪고나서 아일랜드어가 소멸단계에 접어든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한국어를 지키고자 했던 위대한 사람들을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진정한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는 결국 사람이 만들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우리 스스로가 만든다고 이야기한 그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지향점을 만들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도시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기만의 도시사를 기록해보기를 권했습니다. 저 역시 경관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제가 살았던 장소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 보려하는데, 그 내용의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 책에 담긴 도시는 미국, 일본, 한국, 아일랜드, 영국 등 5개국의 14개 도시입니다. 아일랜드는 더블린, 영국은 런던, 그의 모국인 미국은 앤아버, 라스베이거스, 프로비던스 등 3, 일본은 도쿄, 구마모토와 가고시마, 교토 등 4곳인데 우리나라는 서울, 대전, 전주와 대구 등 4곳입니다. 그는 14개의 도시들을 그가 살았던 순서에 따라 그의 도시사를 정리해낸 것입니다. 언어학을 전공한 탓에 낯선 고장에 가면 그곳만의 언어를 배우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늘리려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합니다.


그가 살았던 도시들 가운데 가고시마와 구마모토를 제외하고는 짧게라도 제가 방문한 적이 있었고, 제가 적어온 여행기에서도 다루었기 때문에 제가 기록해오고 있는 여행기를 보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교토와 도쿄는 앞으로 기획하고 있는 책을 쓰는데 많이 인용할 내용을 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각 도시의 이야기에 곁들여 있는 많은 흑백사진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해서 옛 생각이 나게 해주었습니다. 혹자는 천연색 사진을 실었더라면 했지만, 저는 오히려 흑백사진이 더 강한 인상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2024년에 이 책의 개정판 <도시독법>을 내면서 우리나라의 부산과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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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
크리스틴 페레플뢰리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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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습관은 이제 20년을 넘어 사반세기를 향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종이책을 읽고 있는 분을 만나게 되면 반갑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런 인연으로 이 책을 골랐는지도 모릅니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의 화자인 쥘리에트 파리 지하철 6호선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직장여성입니다. 책을 들고 지하철에 타지만 책을 읽는 것보다는 책 읽는 승객들에게 더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쥘리에트가 매일 이용하는 파리 지하철 6호선은 파리에 있는 14개의 지하철 노선 가운데 매우 오래된 노선으로 지상구간도 있다고 합니다. 몽파르나스 타워, 개선문, 에펠탑, 샹제리제 거리, 샹 드 마르스 공원, 샤이요 궁전 등 고색창연하고 역사적인 건물을 지나는 매력적인 노선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지하철 6호선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를 알듯도 합니다.


지하철 객차 안에는 노부인, 수학과 여대생, 아마추어 조류학자, 정원사, 사랑에 빠진 여자가 있었다.(18)”라고 시작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분들이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분들인 듯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쥘리에트는 책을 들고 타지만 책읽기보다도 다른 사람들이 읽는 책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그리고 보니 지하철 독서가들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한 느낌을 담은 <지하철 독서여행자>라는 제목으로 낸 박시하 시인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지하철 독서가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알아보려 노력해본 적도 있습니다만, 그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에서는 지하철에서 독서하기보다는 새로운 관점을 들였습니다. ‘북크로싱 운동입니다. 위키백과를 보면 책을 읽은 후, 책과 함께 전언문을 적어 공공장소에 놔두면 다음에 습득한 사람도 마찬가지로 다음 사람에게 책을 넘기는 것을 말한다. ‘책 돌려 읽기 운동이라고도 한다.”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2001년에 미국의 론 혼베이커라는 사람이 읽기(Read), 쓰기(Register), 양도(Release) 3R을 주창하며 만든 사이트(www.bookcrossing.com) 시작했다고 합니다. 집에서 한 번 보고 꽂혀있기만 한 책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양도해 돌려 읽으면 자신의 서평을 쓰는 과정 등을 통해 독서를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저도 독후감을 중심으로 누리사랑방을 열심히 운영할 때는 제가 읽은 책들을 나누어주는 행사를 자주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직장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기 전까지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책 돌려 읽기 운동이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책 돌려 읽기는 기욤 뮈소의 소설 <종이여자>에서도 읽어본 기억이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에서의 책 돌려 읽기는 조금은 조작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앞서 들었던 지하철에서 책을 읽던 사람들이 알고 보니 책전달자였다는 것입니다. 쥘리에트는 부동산 소개업을 하는 회사에 다녔습니다. 단순한 일상이었던 것이지요. 책읽기는 그 단순한 일상에 조금은 변화를 주는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책 속에 펼쳐지는 세상은 다양하기 때문이죠. 쥘리에트도 결국은 단순한 일상에서 벗어나 복잡함을 찾아 나서기로 했답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늘 내리던 역이 아니라 두 정거장 앞에서 내린 것입니다. 낯선 길을 어슬렁거리다가 무한 도서 협회라는 간판을 단 건물에 들어서게 되는데, ‘책 돌려 읽기 운동의 본부였던 것입니다. 솔리망이라는 남자가 자이드라는 딸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무한 도서 협회에서 책전달자가 되기로 한 쥘리에트는 솔리망의 부탁으로 무한 도서 협회의 운영을 맡게 되는데, 알고 보니 지하철에서 만났던 책 읽는 사람들이 책전달자였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무한 도서 협회운영을 시작하게 된 뒤에 솔리망이 수술을 받다가 사망하는 상황이 되고 책전달자인 레오니다스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책 돌려 읽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움직이는 도서관처럼 작은 차에 책을 싣고 책전달자들을 만나러 간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책들이 소개됩니다. 책 내용은 아니고 제목들만 소개되는데 작가의 책읽기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책들 가운데 관심이 생긴 책들을 읽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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