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디지몬 - 길고도 매우 짧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아무튼 시리즈 67
천선란 지음 / 위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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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락방 님이 <아무튼, 피트니스>의 한 구절을 적어주신 뒤로 아무튼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떤 아무튼들이 있을까 살펴보던 중 제일 먼저 읽은 건 <아무튼, 야구>였고, 그 다음이 <아무튼, 피트니스>였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아무튼, 디지몬>이다.


디지몬 어드벤처.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애니메이션이다. 나는 만화 영화를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본방 사수를 하려고 무척이나 노력하는 사람이었는데, 진짜 중학교 때는 '웨딩피치' 보려고 학교 끝나자 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왔던 게 기억 난다. 물론 만화 영화 본다고 인생 다 망한 거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웨딩 피치>, <세일러 문>, <태양의 기사 피코>, <마법기사 슬레이어스>, <포켓몬스터> 등등 수많은 만화 영화들이 있었다. 그리고 <디지몬 어드벤처> 역시 그 중 하나였다. 갑자기 디지털 세계로 소환된 아이들이 자신의 디지몬을 만나고 성장하고 헤어지기까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밀레니엄 버그를 극복한 인류가 아직 디지털 세상을 빛나는 청사진으로 볼 때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게 놀라웠다. 디지바이스를 통해 디지털 세상으로 넘어가고 디지털 세상에 0과 1로 존재하는 어떤 프로그램을 백신으로 진화시키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세계를 정상화한다는 게 말이다. 빛나기만 한 미래란 존재하지 않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인간이 느낀 불안을 이렇게 표현했는데, 이는 자유를 누리던 홍콩이 반환되면서 느낀 존재론적 불안을 떠올리게 했다. 다만 그들에겐 희망보다는 절망의 틈새에서 배어져 나오는 절박함이 주로 느껴졌다면, 여기서는 결국은 이겨낼 거란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처음 <디지몬 어드벤처>가 나왔을 때 <포켓몬스터> 따라 한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더랬다. 하지만 이야기는 완전히 달랐는데, 가장 좋았던 점은 디지몬이 진화했다가 다시 진화 전으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피카츄가 이야기가 끝나가는 데도 라이츄로 진화하지 못했던 건 피카츄가 계속 진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피카츄를 진화시키기엔 부담이 컸을 테다. 그렇게 피카츄는 지우와 함께 모험을 하면서 성장했다. 친구들을 만나고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가며 이별과 고통도 겪고 만남과 기쁨을 겪었다. 


디지몬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그리고 나는) 디지몬과 함께 디지털 세계를 구하며 수많은 좌절과 이별을 겪으면서도 희망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포켓몬스터>의 악당 로켓단보다 더 무서운 검은색 톱니바퀴에 오염된 데블몬이나 아포카리몬을 상대하면서 많은 상실을 겪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성장했고, 아이러니하게도 더 이상 디지털 세계에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은 천선란 작가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만난 <디지몬 어드벤처> 덕분에 다른 세상을 꿈꾸며 현실의 시련을 감당했더랬다. 뇌출혈로 쓰러진 엄마를 돌보는 일은 갓 스물된 작가의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꿈 꿀 때 죄책감이 정말 심해진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아빠와 언니가 있음에도 작가는 그런 죄책감과 불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 때 디지몬 세상은 작가에게 구원과도 같았다. 자신의 어린 디지몬이 된 엄마를 돌보는 작가는 그렇게 엄마와 세상을 탐험하며 성장한다.


디지몬 친구들! 렛츠 고 렛츠 고! 세상을 구하자! 렛츠 고 렛츠 고! 승리는 언제나 우리의 것!!! 13년이나 지난 만화 영화의 주제곡이 아직도 기억나는 건 이 디지털 세계로 가는 문이 언제고 다시 열릴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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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2-24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시리즈는 저도 두어개 읽어봤는데, <아무튼, 디지몬>은 오늘 알게 됐네요. 디지몬으로 현실의 시련을 감당해냈다는 작가 이야기 무척 마음에 와닿네요. 돌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지만, 스무 살의 청년이 엄마를 돌보는 일이라는 건 말이지요 ㅠㅠㅠㅠㅠ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6-02-2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옛날 <아무튼 피트니스>를 시작으로 아무튼 시리즈 이게 뭐야?! 그러면서 막 찾아 읽었었죠. 아무튼 시리즈는 다 재미난 거 같아요. 작가들의 삶의 에세이자 본인들의 덕후 인생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라 감동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어요.(아니, 이런 것에 이렇게도 진심이라고?…그러면서 괜스레 친근해지기도 했죠.)
그나저나 <아무튼 디지몬> 제 딸이 도서관에서 빌려왔거든요. <아무튼 메모>랑 두 권 가져왔길래 메모는 예전에 읽었어서 디지몬 천선란 작가가 썼길래 나도 읽어야지!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요정 님 리뷰 보니까 반갑네요.^^
저는 지금 <아무튼 인터뷰>랑 <아무튼 데모>를 자기 전 오디오북으로 몇 주째 듣고 있네요. 틀어 놓고 듣다 보면 계속 자고 있어서…ㅜ.ㅜ
근데 은유 작가랑 정보라 작가의 아무튼은 책으로 찾아 읽는 게 답인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좋은 것 같아요.
 
죽은 집에 관한 기록
전건우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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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빌라에 살던 김도형 씨의 기록. 그 집엔 험한 것들이 있다. 김도형 씨와 함께 일 한 적이 있는 다큐멘터리 팀은 그의 도움 요청에 그 빌라에 발을 들이게 되고… 이제 돈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된 지금, 하찮게 된 영혼들이 죽어서야 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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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22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책속의 주인공의 이름이 제가 아는 이름이라 무척 친근감이 드네요.이름때문이라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꼬마요정 2026-02-22 19:44   좋아요 0 | URL
앗 그러시군요!! 김도형 씨의 기록을 보고 집의 저주를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이 소설 짧아서 금방 읽으실 거예요^^

2026-02-22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22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튼, 야구 - 화가 난다는 건,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튼 시리즈 79
김영글 지음 / 위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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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가끔 일요일에 아빠는 야구를 보셨다. 아니, 야구를 틀어놓고 주무셨다. 하지만 내가 티비 채널을 바꿀라치면 안 잔다고, 보고 있다고 하셨더랬다. 아빠는 대구 사람이라 삼성을 응원하셨고, 야구를 안 즐기는 엄마는 부산 사람이라 괜히 롯데 편을 드셨다. 그러던 어느 날, 롯데가 결승까지 갔고 아빠는 롯데를 응원하셨다. 나랑 동생은 야구를 잘 모르지만 그날 아빠, 엄마와 함께 롯데를 응원했다. 1992년이었다.


자라서 어른이 될 때까지 그날 이후 야구를 본 기억이 없다. 야구를 잘 몰라서 안 보기도 했고, 볼 시간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중, 고등학교 때에는 농구가 대세였다. 농구 규칙은 알아도 야구 규칙은 몰랐는데, 지금 남편을 만나고 알게 됐다. 축구와 야구를 좋아하던 구남친이자 현남편은 야구를 할 때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이 남자를 만났지? 싶다. 데이트 할 때에도 야구를 듣고 있고, 데이트 안 할 때는 야구를 보고 있고 뭐 그랬더랬다. 게다가 EPL도 즐겨 봐서 새벽에 일어나서 축구 보고 이런 일들도 있었다.


아무튼 나는 그때 야구 규칙을 알았다. 그냥 보다보니 알게 됐다. 그리고 야구를 좋아하게 됐다. 제리 로이스터가 롯데 감독으로 있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 시절에 열정 넘치던 롯데 야구를 기억한다. 나도, 남자친구도, 동생들도,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 모두 가을 야구로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당시에 정독실 선후배들과 함께 야구장에 갔는데, 선배네가 횟집을 운영하셔서 회를 잔뜩 싸왔고, 우리는 학교에서 유명한 닭집에서 통닭을 사갔다. 비록 그날 경기는 졌지만 우리는 맛있게 먹었고 즐거웠다. 야구는 져도 즐겁고 이겨도 즐거운 스포츠라고나 할까.


또 한 날은 서울에서 친구가 내려왔다. 롯데 팬인 그녀와 나는 비가 오는데도 둘이서 비옷을 뒤집어쓰고 야구장에서 열심히 응원했다. 그날도 롯데는 졌지만 아직까지 내가 본 야구 중 손에 꼽을만큼 재미있었다. 


스포츠 하면 징크스 혹은 미신도 빼 놓을 수가 없는데, 이 책에 나오는 한화의 연승 행진 때문에 두꺼운 후드티를 벗지 못한 감독님 이야기가 웃겼다. 그래도 감독님은 우승에 대한 것이었지만 내 막내동생은 좀 슬픈 생각을 했더랬다. 자기 친구들도 다 그렇다는데 롯데가 92년 이후 우승이 없는 건 그들이 태어나서인가 싶다고. 내가 보면 진다의 엄청난 확장 버전인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하면 슬프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여전히 롯데를 응원하는 동생은 야구 시즌에는 욕을 달고 산다. 그럼에도 야구를 놓지 못하고 계속 본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승부의 짜릿함도 좋지만 승부와 관계없이 그 상황 자체를 좋아하는 것. 그렇기에 김영글 작가는 자본주의가 주는 화려한 야구도,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순수한 여자 야구도 다 좋아하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결국 걸어서 야구를 볼 수 있는 곳에 살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보고 말이다. 


작년 7월까지 롯데는 분명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 놀라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8월부터 시작된 연패는 이번 경기는 이기겠지란 기대를 열 번은 더 짓밟고서 끝났다. 한 두번 지는 거야 당연할 수도 있는 거지만 12연패는 상상도 못했었다. 그럼에도 야구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벌써 2월도 중반을 넘어가려 한다. 곧 3월이 올테고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될테지. 올해 야구팀들은 어떤 경기를 보여줄까. 그리고 어느 팀의 드라마가 우승을 할 것인지 자못 기대가 크다.

그런데도 야구팬은 매일 경기를 본다. 못하면 못한다고 화를 내고, 잘하면 이렇게 잘할 수 있으면서 어제는 왜 못했냐고 화를 낸다. 그렇게 감독이나 선수를 한껏 원망하다가도, 하룻밤 자고 나면 다시 성심을 다해 응원한다. 이 분노는 어디에도 쓸 데가 없다. 내가 화를 낸다고 선수가 갑자기 잘할 리 없고, 그렇다고 야구를 끊을 것도 아니다. - P57

그럼에도 팬은 경기를 꺼버리지 않는다. 한번 마음을 준 이상, 손바닥 뒤집듯 팀을 바꾸지도 않는다. 절망을 끝까지 지켜보며, 다시 뜰 내일의 태양을 기다린다. 다만, 화를 내면서 말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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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2-14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야구가 시간이 정해진 게 아니라서요. 한 회가 30분 넘어가고 그럴 때가 좋더라구요. 약간 인생 같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열심히 안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야구가 좋아요. 내내 놀면서, 쉬면서, 딴 선수 하는 거 구경하다가, 막 뛰어갈 때, 그런 느낌이 좋아요.

저는 오랫동안 해태를 응원했습니다. 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6-02-19 11:35   좋아요 1 | URL
오옷!! 해태 팬이셨군요! 야구는 아무래도 연고지 구단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단발머리 님도 그럴까나요? ㅎㅎㅎ 지금 기아는 어떠신지... ㅎㅎㅎ

야구는 알면 알수록 묘한 매력이 있더라구요. 말씀처럼 계속 집중해서 안 봐도 되고, 투수나 타석에 선 타자 외에 다른 선수들 구경도 하고 그러다가 공이 하늘 높이 올라서 선수들이 막 달리면 뭔가 설레는 게 너무 좋습니다. 멋진 스포츠예요^^

감은빛 2026-02-15 0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부산 사람으로서, 아주 오랜 롯데 팬으로서 이 글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ㅎㅎㅎㅎ

저는 아마 이천년대부터 거의 20년 넘게 야구를 제대로 보고 즐기지 못했어요. 롯데 소식은 간간히 접했지만, 야구 경기 자체를 즐기지 못했었죠. 24년 봄부터 다시 경기를 보기 시작했어요. 야구를 다시 보면서 내가 이렇게 재미있는 걸 너무 오래 못 보고 살았구나 했어요.

92년 롯데 우승했던 그 시절이 엊그제 같기도 하고, 또 아주 먼 과거 같기도 하네요. 여전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들은 그해 활약했던 선수들입니다.

어제 아니 그제 롯데 스프링캠프에서 주전선수 네 명이 불법 도박시설에 다녀와서 귀국조치 당하고, 징계 절차를 밟을 거라는 소식이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SNS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네요. 나승엽은 정말 괜찮은 중심타자가 되리라 여겼는데, 많이 실망이네요. 작년에도 초반에 정말 좋았는데, 그렇게 긴 슬럼프에 빠질 줄이야. 고승민은 타격은 나쁘지 않은 편인데, 수비는 상당히 좋다고 생각했어요. 에휴. 김동혁은 작년에 주전들의 부상과 헤드샷 등으로 얻은 기회를 잘 살려 교체 멤버로 눈도장을 찍었는데, 이런 불미스런운 일이 생기다니. 나머지 한 명은 유격수 자원이라고 하던데 한번도 경기를 본 적은 없어요. 넷 중 나승엽과 고승민이 포함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너무 실망스럽고 화가 나더라구요. 뭐, 벌어진 일을 되돌릴수는 없으니 그들 없이도 롯데가 잘 해내기를 바랄 수 밖에 없겠지요.

꼬마요정 2026-02-19 11:49   좋아요 1 | URL
감은빛 님 롯데 사랑은 제가 잘 알죠 암요 암요!! ㅎㅎㅎ 이 책 재밌게 봤습니다. 감은빛 님도 즐거우시면 좋겠네요^^

야구란 게 못 보다가도 다시 보면 또 재밌고 좋다는 게 신기합니다. 응원가도 금방 입에 붙어서 더 신나기도 하구요. 새로운 선수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계속 보던 선수들이 구단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작년에는 상대팀이었는데 올해는 우리팀에 있다는 것 말이에요. 그리고 우리팀이었던 선수를 상대팀에서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야구를 볼 때면 우리팀이 이기기를 원하지 상대팀이 지기를 바라지는 않는 듯 해요. 모순일까나요? ㅎㅎㅎ

며칠 전에 롯데 소식은 진짜 어이가 없더군요. 작년에는 경험 부족으로 그렇다고 위로하면서 올해 잘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이 선수들 유니폼 산 팬들은 또 무슨 죕니까ㅠㅠ 도박이라니... 그러나저러나 롯데가 잘 해내기를 바랄 뿐입니다. 혹시 아나요, 멋진 드라마가 나올 지... 그러면 좋겠습니다.

희선 2026-02-22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운동 경기는 이기는 팀이 있으면 지는 팀이 있겠습니다 그저 경기를 즐기면 좋겠다 생각해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더 기분 좋겠네요 야구 선수도 야구를 하는 걸 즐기면 좋겠다 싶습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6-02-23 22:09   좋아요 0 | URL
너무 승패를 보다보면 운동 경기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놓칠 수도 있겠습니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함께 만들어가는 경기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발 불법도박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만한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ㅠㅠ
 
니니코라치우푼타 - 2022 제16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구병모 외 지음 / 강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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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오래 쓰던 전기밥솥이 고장나서 서비스 센터에 갔다. 그리고 기사님이 아주 충격적인 말을 했더랬다. "와, 고객님. 제가 10년 정도 이 일을 했는데 일 하면서 본 것 중 제일 오래된 밥솥이네요." 이 정도로 오래 일을 했으니 보내주라고. 부품이 없어서 못 고치니 새로 사라고. 결국 나랑 남편은 웃으면서 새 밥솥을 샀다.


이 책에 수록된 박지영 작가의 <쿠쿠, 나의 반려밥솥에게> 제목을 보자마자 우리를 웃게 했던 그 오래된 밥솥이 생각났다. 오래 버텨줘서 고맙고 또 장렬하게 간 우리의 쿠쿠가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지만 고령 환자는 가족이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 청년은 청년대로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과 좁아지고 있는 일자리 문턱을 넘기가 힘들다. 사회 안전망은 넓어지고는 있다지만 세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구병모 작가의 <니니코라치우푼타> 역시 비슷하다. 이 이야기는 좀 더 직설적이다. 근미래의 어느 날, 중위연령이 60대이니 말 다했다. 초고령사회를 훌쩍 뛰어넘는 사회라고나 할까. 택시를 타면 기사님이 말을 못 알아들어 이상한 데로 가기고 하고 나이 오십이 되어도 직장에서는 여전히 막내인 경우도 많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어린 시절 만났던 외계인 니니코라치우푼타를 보고 싶어 한다. 애증이 얽힌 모녀는 표현이 서툴고 어긋나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사랑했다. 자주 그러하듯, 딸은 엄마의 사랑을 조금 늦게 깨달을 뿐이다.


심아진 작가의 <신의 한 수>는 인간인 내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입장이라면 안타깝거나 아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 인간만을 위한 건 아님이 틀림없지 않을까. 인간이 선의를 가지고 행한 일들이 모두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신의 조화이든 우연이든 인간이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한낱 미물이라 생각했던 존재가 때로 인간에게 미친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 역시 인간을 위해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김혜진 작가의 <축복을 비는 마음>을 읽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소일도 아무렇게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 말이다. 가끔 일을 하다가 그냥 공장이나 편의점에서 아무 생각없이 몸만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그 일조차도 일머리가 없으면 못 한다는 걸 깨닫곤 한다. 그래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다시 힘을 낸다. 어느 자리에 있든 상관없이 대부분의 일은 자기 마음에 달린 경우가 많으니까. 두 사람이 고단해도 기쁨을 느끼기를, 축복을 비는 마음이 가득해진다.


백수린 작가의 <봄밤의 우리>는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에서 읽었더랬다. 그때도 마음이 어수선하니 싱숭생숭했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끔 서로를 이해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흘러 나 역시 그런 경험을 맞닥뜨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긋난 시간 속에서 그 마음은 그저 어딘가로 흘러가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건 자신의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돈이나 지위가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장혜령 작가의 <당신의 히로시마>는 어딘가 흑백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디지털이 아닌 필름이 돌아가며 잔잔한 고백을 듣는 느낌.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이 생각나기도 했다. 아사코와의 만남을 이야기 하며 세 번째는 아니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그 이야기가 어째서인지 그녀에게서도 느껴졌다. 다만 차마 꺼내보지 못했다가 마침내 꺼내버린 기억은 미처 말하지 못한 후회가 서려 있었다. 히로시마의 원폭에서 조선인들 역시 어마어마하게 희생되었음에도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에만 집중한 것 같다. 


이기호 작가의 <어두운 골목길을 배회하는 자, 누구인가?>는 은근히 의뭉스럽다. 작가가 그날 본 사람은 과연 그 사람이 맞을까? 작가는 그 사람에게 따졌어야 했을까? 작가가 이야기를 쓸 때 어디까지 시대를 반영하고 고발해야 할까. 제인 오스틴을 비판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그 시대의 부조리함을 외면했다는 거였다. 그녀가 그린 세상에 비판과 풍자가 부족했나? 작가는 여전히 고민하고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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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01 0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전자 제품의 가장 큰 문제가 고장시 부품이 없다든 것이지요.특히 요즘 밧데리를 쓰는 제품들 예를들면 핸드폰 같은 경우도 제품 자체는 고장이 나지 않음에도 해당 배터리가 단종되어서 더 이상 제품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선지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대략 2~4년 사이에 제품이 고장나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사도록 유도한다는 도시 전설이 있기도 하지요^^

꼬마요정 2026-02-02 14:20   좋아요 1 | URL
그저 도시 전설이기만 하면 좋겠어요. 확실히 기능이 많아질수록 고장이 잘 나긴 하더라구요. 지금 집에 있는 가전들 둘러보면 옛날에 샀던 기능 별로 없는 것들은 잘 쓰고 있는데, 기능 많은 애들은 교체했거나 수리한 게 많네요. 특히 선풍기요!!! 저는 버튼식이 좋더라구요. 역시 단순한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은 하나만 없어도 작동이 안 되니 부품 생산이 끝나버리면 진짜 버리는 수밖에 없겠더라구요ㅠㅠ

감은빛 2026-02-04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사님이 칭친한 정도로 오래 쓰셨다니, 대단하세요.
그런데 저는 15년 이상 된 전기밥솥을 가지고 있어요.
중고를 선물 받은 것이라 실제로 얼마나 오래된 녀석인지 모르는데,
제가 받아서 한 1년 정도만 사용하고 그냥 놔두고 있거든요.
말 그대로 가지고만 있고 사용하지 않은지 14년 정도 되었네요.
본격적으로 에너지 활동가의 삶을 살면서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고, 스테인레스로 된 보관용 밥솥에 밥을 담아 보관합니다.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꼬마요정 2026-02-04 23:16   좋아요 1 | URL
우와 정말 유물 같은 밥솥이겠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전기를 이용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하신 거 진짜 대단하세요. 저는 부모님이랑 살 때는 전기밥솥 보다는 압력밥솥 밥이 맛있으니까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고 전기밥솥에 밥을 보관했는데, 결혼하고는 남편이 요리를 해서 남편 뜻대로 하거든요. 남편은 전기밥솥에 밥을 하더라구요. 그리고 유리 용기에 밥을 나눠 담고 냉동실로... 어떻게든 전기를 사용하네요. ㅠㅠ
 
드립백 소복하다 - 12g, 7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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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디카페인도 있고 산미가 가득한 커피부터 묵직한 커피까지. 상자가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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