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괴담이라기보다 사실에 기반한 잔혹한 이야기인 것 같다. 초자연적인 현상과 결합한 괴담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는 박해로 작가의 <고문관>이다. 무당인 계부가 준 부적이 보인 효과는 무시무시했다. 윤자영 작가의 <살인 트리거>나 문화류씨 작가의 <불청객이 올 무렵>이나 정명섭 작가의 <잃어버린 수첩>은 사건을 추리하는 느낌이었다. 이 모든 이야기는 군대라는 폐쇄된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부조리가 어떻게 개인들을 말살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오직 그곳에서만 통하는 권력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자들과 그런 그들을 눈 감아주는 윗선은 선량하고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이들을 짓밟는다. 괴담이라지만 너무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프다.
우리나라도 이런 장르가 흥했으면. 첫 번째 이야기인 <콩쥐 살인사건>은 바카미스(バカミス) 장르라고 한다. 어떤 장르인지 찾아보니 일본에서 온 말로 바보란 뜻의 ‘바카’와 미스터리의 일본식 표기인 ‘미스’의 합성어라고. 말 그대로 바보같은 미스터리, 어이없는 미스터리라고 한다. 말도 안 되게 어이없는 의외의 트릭이나 결말이 돋보인다고. <나무꾼의 대위기>은 광장 밀실 장르라고 하는데, ‘선녀와 나무꾼’,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토대로 했으며 추리하기는 쉬웠다. <살인귀 vs 식인귀>는 ‘해와 달 오누이 이야기’를 비틀었는데 진짜 잔혹동화 같았다. 인간 내면의 잔혹성이 잘 드러난다고나 할까. 역시 호랑이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연쇄 도살마>는 여우 누이가 토대이며 원래 잔혹한 설화를 인간적인 이야기로 끌어내린 느낌이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중에는 그저 이유 없는 악의만 있는 일도 있을 것 같다. <스위치>는 ‘혹부리 영감’과 ‘손톱 먹은 쥐’ 이야기를 가져왔다. 과한 욕심은 결국 모두를 파멸로 이끌 뿐이다. 갑자기 찾아 온 행운이 과연 행운일까 재앙일까 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닐스는 이것이 바로 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제서야 모든 것을 깨달았고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세상에 태어나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여기까지 왔다.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바람과 바다와 땅, 미움과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았던 데 감사하고 작별을 고하는 것이다. 삶은 끝없는 초안과 스케치이며,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자 과거와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일단 시작된 이야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으며, 좋든 싫든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따라가야 한다. - P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