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니코라치우푼타 - 2022 제16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구병모 외 지음 / 강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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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오래 쓰던 전기밥솥이 고장나서 서비스 센터에 갔다. 그리고 기사님이 아주 충격적인 말을 했더랬다. "와, 고객님. 제가 10년 정도 이 일을 했는데 일 하면서 본 것 중 제일 오래된 밥솥이네요." 이 정도로 오래 일을 했으니 보내주라고. 부품이 없어서 못 고치니 새로 사라고. 결국 나랑 남편은 웃으면서 새 밥솥을 샀다.


이 책에 수록된 박지영 작가의 <쿠쿠, 나의 반려밥솥에게> 제목을 보자마자 우리를 웃게 했던 그 오래된 밥솥이 생각났다. 오래 버텨줘서 고맙고 또 장렬하게 간 우리의 쿠쿠가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지만 고령 환자는 가족이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 청년은 청년대로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과 좁아지고 있는 일자리 문턱을 넘기가 힘들다. 사회 안전망은 넓어지고는 있다지만 세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구병모 작가의 <니니코라치우푼타> 역시 비슷하다. 이 이야기는 좀 더 직설적이다. 근미래의 어느 날, 중위연령이 60대이니 말 다했다. 초고령사회를 훌쩍 뛰어넘는 사회라고나 할까. 택시를 타면 기사님이 말을 못 알아들어 이상한 데로 가기고 하고 나이 오십이 되어도 직장에서는 여전히 막내인 경우도 많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어린 시절 만났던 외계인 니니코라치우푼타를 보고 싶어 한다. 애증이 얽힌 모녀는 표현이 서툴고 어긋나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사랑했다. 자주 그러하듯, 딸은 엄마의 사랑을 조금 늦게 깨달을 뿐이다.


심아진 작가의 <신의 한 수>는 인간인 내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입장이라면 안타깝거나 아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 인간만을 위한 건 아님이 틀림없지 않을까. 인간이 선의를 가지고 행한 일들이 모두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신의 조화이든 우연이든 인간이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한낱 미물이라 생각했던 존재가 때로 인간에게 미친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 역시 인간을 위해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김혜진 작가의 <축복을 비는 마음>을 읽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소일도 아무렇게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 말이다. 가끔 일을 하다가 그냥 공장이나 편의점에서 아무 생각없이 몸만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그 일조차도 일머리가 없으면 못 한다는 걸 깨닫곤 한다. 그래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다시 힘을 낸다. 어느 자리에 있든 상관없이 대부분의 일은 자기 마음에 달린 경우가 많으니까. 두 사람이 고단해도 기쁨을 느끼기를, 축복을 비는 마음이 가득해진다.


백수린 작가의 <봄밤의 우리>는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에서 읽었더랬다. 그때도 마음이 어수선하니 싱숭생숭했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끔 서로를 이해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흘러 나 역시 그런 경험을 맞닥뜨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긋난 시간 속에서 그 마음은 그저 어딘가로 흘러가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건 자신의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돈이나 지위가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장혜령 작가의 <당신의 히로시마>는 어딘가 흑백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디지털이 아닌 필름이 돌아가며 잔잔한 고백을 듣는 느낌.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이 생각나기도 했다. 아사코와의 만남을 이야기 하며 세 번째는 아니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그 이야기가 어째서인지 그녀에게서도 느껴졌다. 다만 차마 꺼내보지 못했다가 마침내 꺼내버린 기억은 미처 말하지 못한 후회가 서려 있었다. 히로시마의 원폭에서 조선인들 역시 어마어마하게 희생되었음에도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에만 집중한 것 같다. 


이기호 작가의 <어두운 골목길을 배회하는 자, 누구인가?>는 은근히 의뭉스럽다. 작가가 그날 본 사람은 과연 그 사람이 맞을까? 작가는 그 사람에게 따졌어야 했을까? 작가가 이야기를 쓸 때 어디까지 시대를 반영하고 고발해야 할까. 제인 오스틴을 비판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그 시대의 부조리함을 외면했다는 거였다. 그녀가 그린 세상에 비판과 풍자가 부족했나? 작가는 여전히 고민하고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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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01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전자 제품의 가장 큰 문제가 고장시 부품이 없다든 것이지요.특히 요즘 밧데리를 쓰는 제품들 예를들면 핸드폰 같은 경우도 제품 자체는 고장이 나지 않음에도 해당 배터리가 단종되어서 더 이상 제품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선지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대략 2~4년 사이에 제품이 고장나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사도록 유도한다는 도시 전설이 있기도 하지요^^

꼬마요정 2026-02-02 14:20   좋아요 0 | URL
그저 도시 전설이기만 하면 좋겠어요. 확실히 기능이 많아질수록 고장이 잘 나긴 하더라구요. 지금 집에 있는 가전들 둘러보면 옛날에 샀던 기능 별로 없는 것들은 잘 쓰고 있는데, 기능 많은 애들은 교체했거나 수리한 게 많네요. 특히 선풍기요!!! 저는 버튼식이 좋더라구요. 역시 단순한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은 하나만 없어도 작동이 안 되니 부품 생산이 끝나버리면 진짜 버리는 수밖에 없겠더라구요ㅠㅠ
 
드립백 소복하다 - 12g, 7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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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디카페인도 있고 산미가 가득한 커피부터 묵직한 커피까지. 상자가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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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픽 시리즈를 잘 사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단 책값이 너무 비쌌다. 그리고 무슨 이벤트였는지 모르겠는데, 위픽 소설을 미리 메일로 받아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으로 나온 건 내가 받은 메일과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도 하고 사서 보기도 했다. 도서관에 신청하기엔 나는 한참 전에 한도초과였기에. 



그러다가 얼마 전에 위픽 팝업 하는 거 보고 너무 가고 싶다 생각했었다. 부산 사는 나는 서울에서 하는 그런 행사에 기간이나 시간 맞춰 가기 힘들단 말이지. 그런데 알라딘에서 위픽 굿즈를 살 수 있게 해줘서 좋아라 하며 몇 개 구입했는데, 책이랑 굿즈를 사고 나니 책갈피 무작위 이벤트를 하더란 말이지. 하아... 그래서 두 권을 각각 한 권씩 사서 책갈피를 받았는데, 역시나 중복이 두 개나 있어!!! 


 보라색과 검은색을 샀다. 예소연 작가의 <소란한 속삭임>과 조예은 작가의 <만조를 기다리며>이다. 아직 <소란한 속삭임>은 안 읽었는데 이참에 읽어봐야겠다.


책갈피도 너무 귀여운데 책을 계속 살수도 없고... 이런 책의 상술에 넘어가는 나도 참....




위픽 시리즈 중에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 제법 있었다.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들이었다. 으스스하지만 사람의 저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이야기나 아련한 기분에 젖게 만드는 이야기나 인간의 잔인한 면을 볼 수밖에 없는 이야기나 내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나 한심하기도 했던가 싶었던 이야기들이었다. 짧은데 재미가 있어서 더 짧게 느껴졌던 이야기들... 그리고 어제 도착해서 아직 읽지 않은 이야기들까지 좀 기대된다.


캐드펠 시리즈를 사면 컵받침을 줬다. 나는 1권부터 10권까지는 샀는데 컵받침을 모두 5개 받았고 4개가 사각형, 1개가 원형이었다. 왜? 종류별로 안 주고 네모만 주지? 한동안 네모가 싫었다.




 5권은 북펀딩이었던 것 같고 나머지 5권은 컵받침 때문에 사모았던 것 같다. 캐드펠 시리즈는 재미있는데다 뭔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일이 해결되어 좋았다. 하지만 가끔 마음에 안 드는 결말도 있고 모드 왕후랑 싸운다고 난리여서 재미가 반감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추리소설 중에 정말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캐드펠 수사가 풀어가는 사건들에는 모두 '사람'이 있었다. 


정보라 작가는 좋아하기도 하고 굿즈도 탐나서 바로 질렀더랬다. <아이들의 집>은 과연 이런 시설과 정책을 가진 정부가 있을까 싶을만큼 탐나는 제도를 가졌다. 정부가 양육을 책임지고 부모는 아이를 돌보는 데 무리가 없도록 하는 사회. 양육에 대한 인식이 부러웠다. 아이들은 또래들과 지낼 수도 있고 집에서 부모와 함께 할 수도 있다. 완벽은 없지만 많은 부분에서 아동학대는 줄어들 터였다.



 손수건 좋다!!!





액막이 명태 마그넷이 너무 귀여서 이 책을 샀다.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호러 장르잖아!!!


 액막이 명태 마그넷은 앙증맞고 귀엽다. 책은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재미있을 듯.

책 자체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액막이 명태가 더 갖고 싶었는지 아직도 책을 읽지는 못했다. 뭔가 만족이 됐다고나 할까... 물욕의 꼬마요정이었다.






은근히 책 살 때 굿즈들이 사람을 홀린다. 내가 사고 난 뒤 행사하는 경우에는 진짜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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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1-01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액막이 명태 마그넷이라니, 너무나 참신하네요! 저도 진작 알았다면 샀을 것 같아요!

꼬마요정 님, 해피 뉴 이어!! :)

꼬마요정 2026-01-01 18:21   좋아요 0 | URL
정말 귀엽습니다. ㅋㅋㅋ 같이 온 책도 얼른 읽어야하는데 말입니다. ㅋㅋㅋ 굿즈 땜에 책 산 격입니다.

다락방 님도 해피 뉴 이어!!^^

페크pek0501 2026-01-01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굿즈는 알라딘이 최고!!!
저도 머그 잔이 탐나서 산 척 있어요.^^

꼬마요정 2026-01-01 18:22   좋아요 0 | URL
글쵸? 굿즈로 유혹하면 헉 하고 넘어가야죠 어쩌겠어요 ㅎㅎㅎ
머그 잔 잘 쓰고 계시죠? ^^

카스피 2026-01-01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저는 구판 캐드펠 시리즈 20권이 있는데 골드 스텐 코스터가 탐나긴 한데 정확히 무슨 용도에 쓰이는 굿즈인지 궁금해 지네요.
꼬마요정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꼬마요정 2026-01-01 18:24   좋아요 0 | URL
아, 구판 캐드펠 시리즈를 갖고 계시는군요. 저는 컵받침으로 씁니다. 좀 커서 큰 컵도 받칠 수 있고 안정감 있고 푹신해서 컵 내려놓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왜 네모만 잔뜩 왔을까요? 그나마 동그라미 하나 오고... 저는 저거 네 개 다 갖고 싶었는데...ㅠㅠㅠㅠ

카스피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목련 2026-01-04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픽 시리즈 정말 비싸요 ㅠ.ㅠ. 그래서 사는 건 신중하게 ㅎㅎ
손수건 굿즈도 있었군요. 손수건 좋아하는데~

꼬마요정 2026-01-05 15:31   좋아요 0 | URL
위픽 시리즈 한 권 한 권 담다가 깜짝 놀라서 다시 뺐어요. ㅎㅎㅎ 이 시리즈 얼마나 갈까 했는데 시대에 맞는 것 같아서 좀 놀랐습니다. 긴 책 못 읽는 사람도 이 책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

손수건 좋습니다. 잘 닦이고 귀여워요!! 정보라 작가의 사인도 앙증맞아요!!

희선 2026-01-05 0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위픽 시리즈 한권도 못 봤어요 언젠가 볼 수 있을지...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봐야지 했던 적 있기는 한데, 다른 책만 빌려왔네요 언젠가 볼 수 있을지도 모르죠 컵받침 네모만 받다니... 여러 가지가 있군요

꼬마요정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6년에 만나고 싶은 책 즐겁게 만나시고 글도 즐겁게 쓰시기 바랍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꼬마요정 2026-01-05 16:14   좋아요 1 | URL
위픽 시리즈 도서관에 있는 거 빌려보시면 좋을 듯 해요. 일단 짧아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데 생각보다 생각거리도 많고 재밌답니다.

컵받침 네모만 받아서 너무 슬펐어요. 택배 올 때마다 두근거렸는데 그래도 마지막에 동그라미여서 기뻤습니다. 다른 모양도 받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 되는군요. 위픽도 책갈피 중복이 있어서 좀 슬펐어요ㅠㅠ

희선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새해 연습 위픽
김지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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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그러니까 국민학교를 다니던 때에는 담임 선생님이 일기를 확인했더랬다. 5학년이던 시절, 나는 뭔가 특별한 아이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안네의 일기>를 읽고 감명 받았던 터라 나는 일기장에게 '안네'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일기는 늘 '안네에게.'로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가. 나는 중, 고등학교 시절이 좀 어두운 편인데, 엄마와 사촌언니의 억압이 심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사촌언니가 과외를 명목으로 오면 나는 화장실 가서 변기를 끌어안고 잠들곤 했다. 여러 힘든 일들이 있었기에 나는 몇 년 동안 몇 번이나 엄마한테 언니랑 과외를 안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때마다 인생 다 망할 것이라는 저주나 들을 뿐이었다. 나는 일기장에 언니 욕을 한바가지 적곤 했는데, 내 책상을 자주 뒤지던 언니가 그 일기장을 읽었다. 그리고는 울면서 집에 갔다. 한 6개월 언니를 안 봤는데 사실 너무 좋았다. 남의 일기장을 왜 보는지 끔찍했지만 한편으로는 좋기도 했다.


나에게 일기란 어떤 때는 친구였고, 어떤 때는 탈출구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기를 썼기에 위로 받고 좋았던 일이 더 많았다. 그래서 양지 할머니에게 마음이 갔다. 양지 할머니는 외롭고 막막할 때 어떻게든 있었으면 하는 일을 적었을지도 모른다. 적고 나면 마치 그 일이 이루어질 것처럼 말이다. 때론 자기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다. 양지 할머니가 어린 피자 배달부의 사고를 봤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보려고 돌아서 왔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서기로 결정하던 순간의 기분이 떠올랐다. 이만큼이나 살았는데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면은 또 보고 싶어서 그게 새롭다고 생각되어서 걸음을 돌린 것이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싶어서 그게 새로운 것이어서 자극이 되어서 삶에 활력이 되어줄까봐 그랬다. 넘어진 소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얼른 걸음을 돌렸다. 너무 오래 살았다는 기분이 든다. (68쪽)


양지 할머니의 그런 고독하고 외롭고 적막한 마음을 담은 일기는 홍미에게 전해졌고, 이는 어쩌면 홍미에게 삶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인지도 몰랐다. 홍미에겐 아직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있었고 새해에는 다른 직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으니까.


일기장을 받아들고 자신이 물려받은 것이 할머니가 살던 집이나 땅이었으면 했던 홍미는 옆집 아주머니에게서 양지 할머니에 대해 듣게 된다. 홍미와 민석은 둘 다 양지 할머니의 죽음이 자신의 일인 것만 같아 두렵지만 애써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한다. 아무도 없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이는 모든 사람이 맞이할 수 있는 삶이기에 남일 같지 않았다. 양지 할머니만 해도 아들이 있었고 손녀가 있었으니까. 양지 할머니의 일기는 계속 홍미의 마음을 흔들었고, 홍미는 흔들리기 싫어 일기장을 세단기에 넣었다.


어릴 때부터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홍미는 법 테두리 안에 살기를 바랐다. 사회와 법이 주는 안전망만이 전부였던 홍미는 양지 할머니의 일기를 태우지도 못했다. 불법이었으니까. 


오늘 저녁 창문을 타고 타는 냄새가 심하게 들어와 밖을 내려다보니 아래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나고 불빛이 어른거렸다. 놀라서 119에 신고하려 내려가보니 1층 아주머니가 뭔가를 태우고 있었다. 신고를 할까 하다가 나와 남편이 번갈아가며 눈치를 주자 다 태웠는지 불을 끄긴 했는데, 어이가 없었다. 응징을 위해 신고를 하는 건 소방이 필요한 곳에 폐를 끼칠 것만 같아 이번엔 넘어가기로 했지만 홍미가 생각났다. 법도 믿을 구석이 없어야 지키는 것일까.


어쩌면 삶의 벼랑으로 몰린 것 같지만 홍미는 하루 일찍 새해 인사 연습을 한다. 우리는 누구나 희망을 가지고 그 희망이 부서지는 것을 본다. 하지만 부서진 희망 가운데서도 또 새로운 희망이 생기기 마련이니. 홍미와 민석이 따뜻하고 다정한 새해를 맞이하길 기대해본다.


인간이란 그렇게 거짓과 진실 속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삶을 직조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거짓인 걸 알면서도 위안을 얻고 진실인 걸 알면서도 외면한다. 하지만 작은 거짓과 작은 진실로 짜인 삶은 어쩌면 연습일지도 모르겠다. 공씨가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녀가 왔을 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을까봐 거짓을 말한 양지 할머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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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2-30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어릴적에 그림일기를 썼는데 이사 몇번 다니면서 모두 사라졌어요.그리고 중학교떄까지도 일기를 썼는데 고등학교 이후로는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지금 돌이켜보면 계속 일기를 썼더라면 아마도 하루 하루 충실하게 더 살았을 것 같고 과거 일기를 보면서 내 스스로를 뒤돌아 보면서 반성도 많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보긴 하네요.

꼬마요정 2025-12-31 22:51   좋아요 0 | URL
사라진 그림일기 너무 아쉽네요. 지금도 가지고 계셨다면 어린 시절이 새록새록 기억날텐데 말입니다. 저도 일기장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음... 다시 읽으면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저는 일기는 아니지만 매일 매일 다이어리에 일정이나 먹은 것들 기록하긴 하거든요. 몇 년치 다이어리 모아서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감은빛 2025-12-30 0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어릴 때 일기장에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걸곤 했어요. 그땐 여성 이름을 소설 주인공 밖에 모를 시절이라, 고전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으로 부르곤 했죠.

꼬마요정 2025-12-31 22:54   좋아요 0 | URL
오오 고전 소설의 여주인공 누구였을까나요? 음... 안나 카레니나? 앤? 앨리스? 캐서린? 스칼렛? 나타샤? 저는 한동안 안네였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가면서 안네는 갔네요... 한때 제 마음의 벗이었네요.

자목련 2025-12-30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이 소설 좋았어요. 꼬마요정 님의 리뷰는 더 좋군요!
연말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꼬마요정 2025-12-31 22:55   좋아요 0 | URL
자목련 님!!! 며칠 전에 이 책으로 땡투 들어오지 않았던가요? 그거 저였어요!! 자목련 님 리뷰 보고 좋아서 샀거든요. 책도 좋고 리뷰도 좋아서 아주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자목련 2026-01-04 11:44   좋아요 0 | URL
아, 그 귀한 땡투가 꼬마요정 님이셨군요. 감사해요!

서곡 2026-01-01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꼬마요정 2026-01-01 18:15   좋아요 1 | URL
서곡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金慶子 2026-01-04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기를 늦게서야 쓰기 시작했네요.
그러나 해마다 년말이 되어 읽어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기여서 태우곤 해서
보관된 일기장은 없네요.
꼬마요정님 글 재미잇게 잘 읽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꼬마요정 2026-01-05 16:16   좋아요 0 | URL
김경자 님 반갑습니다. 일기를 쓰는 건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쓰다보면 이상하게 흘러갈 때도 있지만 뭔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저도 옛날 일기장들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이사와 결혼 등으로 다 사라진 듯 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6-01-05 0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교에서 일기 검사 하는 거 싫었어요 그래도 검사 받지 않아도 일기 쓰기는 했어요 그냥... 재미없는 일기였네요 뭐든 다 쓰지도 못하고... 사촌 언니가 일기를 읽다니, 과외 시간이 별로 안 좋았던가 보네요 그 시간이 끝나서 다행이기도 하군요


희선

꼬마요정 2026-01-05 16:17   좋아요 1 | URL
저도 어떤 때는 쓰기 싫어서 시를 몇 번 적었다가 선생님한테 혼났어요 ㅋㅋㅋ 역시 일기는 자발적으로 쓰는 게 좋은 듯 합니다. 안네에게로 시작하는 일기는 재밌어서 열심히 썼어요. 사촌언니와의 과외는 저의 흑역사입니다. 눈물 없이는 말할 수가 없어요 흑흑 그래도 끝났습니다. 끝이어서 다행잉에요^^
 
다른 우주에서 우리 만나더라도
마크 구겐하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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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특정결과를 선호한다. ’ 인간에겐 운명이라 읽히는 것이다.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조너선은 철학책을 좀 읽어야 하지 않을까. 로맨스를 말하기엔 민폐가 심한 듯. 결국 자기 욕망에 굴복한 천재들의 이야기. 나 늙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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