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릴케 현상 > 오레스테이아와 햄릿의 비교

오레스테이아와 햄릿의 비교 | 신화와 physist 2005/04/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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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은 그리스의 신화와 영웅 서사시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쉽게 알수가 있다. 그러나 아테네의 비극정신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아폴론적 사고의 힘에 밀려나면서, 그리고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외부의 힘에 의해 밀려나면서 이러한 아테네적 문화의 힘은 고대의 것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그리스,로마 신화가 아테네를 중심으로 하는 기원전 4세기 경의 그리스 이외의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어떻게 전승되고, 예술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기란 쉽지않다.


그런데 고대 아테네로부터 약 2000년 뒤에 인류는 불세출의 영웅을 만나게 된다.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놀라우리만치 고대 아테네의 코드들과 유사성을 보이는 부분이 많다. 그중 가장 극명하게 그 특성이 드러나는 것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리스,로마 신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서사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낸 작품인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Oresteia)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햄릿>(Hamlet)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아이스퀼로스(Aiscylos)는 비극경연대회에서 총13차례 우승하였던 인물이며, 고대 비극의 기본적 형식을 완성한 사람이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는 엘리자베스시대의 인물이며, 총 40여편의 희곡을 남겼는데, 희극(comedy)와 비극(tragedy)을 망라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운동이 그리스와 로마의 유입으로 영향을 받은 인본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음은 다들 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본주의의 원형은 그들의 정신사적 근원인 그리스로부터 가져왔다는 사실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예술에 있어서의 창조적인 작업을 해야하는 셰익스피어에게 있어서 그리스,로마의 고전은 생명력이 넘치는 보석의 원석을 발견한 것과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제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볼 시간이다. 다들 아는 이야기이지만 차근차근 문제에 접근하기 위하여, 줄거리부터 다시 정리해보도록 하자. 여기에서는 굵직한 사건들만을 위주로 정리를 하겠다.


작품의 줄거리
① 오레스테이아(Oresteia)
아가멤논이 그리스군대를 이끌고 트로이로 원정을 떠난 사이,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의 아내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유혹하고 아가멤논을 살해할 계획을 공모한다. 아가멤논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자, 클뤼타임네스트라는 그를 살해하고 자신의 아가멤논 살해는 정당한 것이었음을 역설하며 아이기스토스와 함께 살게 된다. 오레스테스는 추방당해 더돌아다니던 도중 아폴론의 신탁을 받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아테네로 돌아온다. 그리고 변장을 하고 아이기스토스의 저택으로 들어가 틈을 노려 아이기스토스와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살해한다. 그러나 곧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어 다니는 신세가 된다. 마침내는 아테네의 신전에까지 이르게 되고, 그의 죄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된다. 모친을 살해했기 때문에 그를 처벌해야 한다는 복수의 여신들의 주장과 그의 행위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더러운 욕망을 처단한 정당한 행위였다는 아폴론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표결리 붙여지게 되고 가부동수를 이루어 오레스테스는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② 햄릿(Hamlet)
덴마크의 햄릿 왕이 급서하자 왕비 거트루드는 곧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와 재혼하고, 클로디어스가 왕이 된다. 햄릿 왕자는 너무 서둔 어머니의 재혼을 한탄하는데, 마침내 선왕(先王)의 망령이 나타나, 동생에 의하여 독살(毒殺)되었다고 말한다. 타살로 보이지 않기 위하여 귀애 독을 부어 죽였다는 것이다.
햄릿은 복수를 결심하고 거짓으로 미친 체한다. 지식인인 햄릿은 망령의 존재를 의심하면서도 왕 클로디어스의 본심을 떠보기 위하여 국왕 살해의 연극을 해 보이는데, 왕은 안색이 변하여 자리에서 일어선다. 햄릿은 클로디어스와 거트루트에 의한 선왕의 독살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왕의 살해를 계획한다. 그러나 재상 폴로니어스를 왕으로 잘못 알고 죽이고, 그가 가장 사랑하는 폴로니어스의 딸 오필리어는 그 일로 인해 미쳐서 강물에 뛰어들어 죽는다. 왕은 햄릿을 잉글랜드로 보내어 죽게 하려고 하나 왕자는 도중에서 되돌아온다. 클로디어스는 햄릿을 죽이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햄릿과 가장 친한 친구이자 자신이 죽인 폴로니어스의 아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오필리어의 오빠인 레어티스가 햄릿과 함께 클로디어스와 거트루트 앞에서 펜싱 시합을 하게 한다. 클로디어스는 레어티스의 칼에 치명적인 독을 발라놓는다. 그리고 그것이 빗나갈 경우를 대비하여 독주(毒酒)도 준비한다. 그러나 왕의 계획은 틀어져, 왕비는 왕이 햄릿을 독살하려고 준비한 독주(毒酒)를 모르고 마셔 죽고, 레어티스와 햄릿은 독을 바른 같은 칼에 죽는데, 햄릿은 최후의 순간에 그 칼로 왕을 죽인 후 숨을 거둔다. 그리고 왕위는 노르웨이 왕자에게로 돌아간다.

 

줄거리에 있어서만 해도 놀라우리만치 유사성이 보이지 않는가! 물론 표절의 의혹을 제기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레스테이아>는 아이스퀼로스의 작품이며, <햄릿>은 분명 셰익스피어의 창작물이다. 표절이라고 따지자면 아이스퀼로스도 일리아드, 오뒤세이아에서 베끼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내가 지금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표절에 관한 것이 아니다. 2000년이라는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한 위대한 예술가에게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신화의 위대함에 대해 비로소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엔 보다 세밀하게 등장인물과 사건에 대해 차례로 살펴보도록 하자. 이렇게 비교하면 그 유사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등장인물 비교

 

오레스테이아

햄릿

역할

공통점

차이점

아가멤논

햄릿 왕

선왕

죽음을 당한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다.

아가멤논왕의 죽음은 클뤼타임네스트라에 의하여 자신의 소행임이 바로 밝혀지지만 햄릿왕의 죽음은 비밀에 붙여진다.

아이기스토스

클로디어스

현왕

선왕의 동생으로 선왕을 죽인다.

아이기스토스는 사촌동생이다.

클뤼타임네스트라

거트루트

왕비

현왕과 공모하여 선왕을 살해한다.

클뤼타임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을 죽일 명분을 가지지만 거트루트는 그렇지 않다.

오레스테스

햄릿

왕자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

오레스테스는 자신이 둘 모두를 죽이지만, 햄릿은 클로디어스만을 죽일뿐이고, 거트루트는 실수로 독주를 마신다.

오레스테스는 나중에 구원을 받지만 햄릿은 자신도 죽는다.

퓔라데스

호레이쇼

왕자의 친구

왕자의 복수를 돕는다.

퓔라데스는 적극적으로 복수극에 가담하지만 호레이쇼는 그렇지 못하다.

 

사건비교
공통점
 

오레스테이아

햄릿

아이기스토스가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유혹한다.

클로디어스가 거트루트를 유혹한다.

아가멤논은 트로이와의 전쟁에 참가하여 승리하고 돌아온다.

햄릿왕은 노르웨이와의 전쟁에 참가하여 승리하고 돌아온다.

아이기스토스와 클뤼타임네스트라는 공모하여 아가멤논을 살해한다.

클로디어스와 거트루트는 공모하여 햄릿왕을 독살한다.

아이기스토스는 추방되어 외국을 떠돈다.

햄릿은 클로디어스에 의해 거의 추방되다시피하여 영국으로 떠난다.

아이기스토스는 아이기스토스와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죽임으로써 아버지의 복수를 한다.

햄릿은 클로디어스를 죽임으로써 아버지의 복수를 한다.

 

다음은 두 작품에서 드러나는 비교해볼 만한 차이점이다. 이러한 차이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며 이제껏 논의를 공통점과 유사성으로만 끌고 온 경향이 있으므로, 이러한 차이점을 제시하는 것은 의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레스테이아

햄릿

아테네는 민주정이다.

덴마크는 전제군주제이다.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의 사촌동생이다.

클로디어스는 햄릿왕의 친동생이다.

클뤼타임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을 살해할 명분을 가지고 있다.(아가멤논이 자신의 딸인 이피게네이아를 죽게 만들었기 때문)

거트루트는 명분을 가지지 못한다.

아이기스토스 역시 아가멤논을 살해할 명분을 가지고 있다.(아가멤논의 아버지인 아트레우스에 의해 자신의 아버지 튀에스테스가 추방당하고, 자신의 형 둘이 죽음을 당했기 때문)

클로디어스도 역시 명분을 가지지 못한다.

오레스테스는 아가멤논이 살해되자 마자 외국으로 추방된다.

햄릿은 클로디어스가 위협을 느껴 영국으로 보낸다.

오레스테스는 상대여자배우가 없다.

햄릿은 오필리어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오레스테스는 자신의 범죄에 대해 구원을 받는다.

햄릿은 자신도 죽게된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신화시대 이후 신화적 코드들이 이후에도 유효하게 드러나는가의 문제가 관심사이다. 2000년의 시간적 간격(<오레스테이아> BC 4C 초, <햄릿> 1601년경)을 둔 두 작품이 이렇듯 유사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일단은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 작품들에 드러나는 신화적 코드들을 열거해 보겠다.


① 근친상간
오레스테이아에서 아이기스토스는 사촌형의 아내이자 외가쪽의 당숙모인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유혹한다.
햄릿에서 클로디어스는 자신의 친형의 아내인 거트루트를 유혹한다.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예술작품이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당대의 첨예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작품일 것이다. 그리스 시대에나 엘리자베스 시대에나 근친간의 애욕문제는 공통된 사회적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근친상간이란 과대평가된 혈연관계라는 레비스트로스의 해석을 빌려보자면, 개인과 혈연, 혈연과 공동체 사이의 갈등이 사회적 문제였다고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② 근친살해
오레스테이아에서 아이기스토스와 클뤼타임네스트라는 선왕인 아가멤논을 죽인다.
햄릿에서 클로디어스와 거트루트는 선왕인 햄릿왕을 죽인다.
오레스테이아에서 오레스테스는 아이기스토스와 클뤼타임네스트라를 죽인다.
햄릿에서 햄릿은 클로디어스를 죽인다.
근친상간에서와 마찬가지로 개인과 혈연, 혈연과 공동체 사이의 갈등이 과소평가되어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초월적 존재의 등장이다. 오레스테이아에서 오레스테스는 아폴론의 신탁을 받아 아버지의 복수를 행하게 되고,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어 다니다가 아테네 여신의 재판정에서 구원을 받게 된다.
햄릿에서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 존재는 선왕의 망령이다. 그리고 그 망령은 이후에도 여러번 등장하여 그의 결심을 확고하게 한다.
초자연적인 존재들은 공통적으로 주인공들을 선동하기까지 한다.


그리스의 비극작가들이 신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작품을 썼기 때문에 자연스레 작품속에 신들이 등장하게 되었음을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초월적인 존재나 힘에 대한 믿음은 그 당시에 일반적인 것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것들이 올림포스 신들처럼 다신교적인 믿음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망령에 대한 두가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 하나는 선의 망령이요, 또 하나는 악의 망령이다. 선의 망령은 죽은 자가 생전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이승에 사는 사람에게 복락(福樂)을 주는 데 반하여 악의 망령은 악마가 죽은 자의 모습으로 변신해 사람의 혼을 뿌리째 뽑아내어 무서운 죄를 저지르게 함으로써 악마의 종으로 만들어 영원히 구제받지 못하게 한다는 인식이었다.


사실 이 작품만이 아니더라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에서 초자연적인 힘이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굳이 비극을 예로 들지 않아도 말이다.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이라는 작품을 보게되면, 요정의 장난으로 라이샌더와 허미어, 디미트리어스와 헬레네의 사랑이 엇갈리게 되며, 나중에 다시 요정의 힘으로 그들의 사랑이 제자리를 찾게된다.


또한 <한여름밤의 꿈>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들도 또한 다분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요정의 왕인 오베론은 요정여왕인 티태니어를 놀려주기 위해 그녀가 잠든 사이에 처음 눈을 떠서 보게 되는 존재를 사랑하게 만드는 약을 발라 놓아, 티태니어가 당나귀의 모습을 한 보텀을 사랑하게 만든다. 그렇게 한 이유는 티태니어가 데리고 다니는 어린 시동을 오베론이 달라고 한 것에 대해 거절당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에 대한 앙갚음이다. 초자연적인 존재들도 질투와 애욕과 장난기, 모두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리스 신화나 그 영향을 받은 비극에 등장하는 신들의 모습에서 발견되는 인간적인 면모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심지어 인간을 질투하기까지 하니까 말이다. 이를 아직 계몽되지 못한 전근대적 인간들의 미개한 사고라고 치부하는 것으로 이 문제가 단정지어질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고대 그리스의 지적체계가 현대의 그것보다 열등하다 할 만한 근거는 희박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목해야하는 것은 기원전 4세기의 아테네인들과 중세 영국인들의 사고방식 속에서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또는 해석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이 공통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정리해 보니 역시 도식적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리고 또한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프로이드의 해석을 대입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나마 논의한 것을 정리하자면 그리스 비극(엄밀히 말하면 오레스테이아)과 중세비극(역시 엄밀히 말하면 햄릿)사이에는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된다. 플롯상의 유사성 뿐만이 아니라 작품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도입한 코드들이 놀랍도록 유사한 것이다. 2000년의 시간간격이 무색하리만치 말이다. 공통적으로 도입된 코드들이란 근친상간, 근친살해, 그리고 초자연적인 존재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이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고대 아테네와 중세 영국에서는 근친간의 관계 설정의 문제가 상당한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었음을 추리해볼 수 있다. 즉 두 시대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의식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 않았나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러한 공감대가 각각의 뛰어난 작가들에 의해 포착된 것이리라.

 

2005. 4. 26. Copyleft by phys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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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 디 코지모<라피타이족과 켄타우로스의 싸움> 1486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

 

문명과 야만의 싸움을 상징하는 켄타우로마키아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들을 문명인, 이웃 나라 사람들을 야만인이라고 보았습니다.
이웃 나라 사람들이 꼭 지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뒤떨어져서 그렇게 보았던 것은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는 다 전제적인 왕이 있어 설령 귀족이라 하더라도 왕의 지배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결국 그 삶이 노예와 다름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개인의 자유가 없는 만큼 모두 야만인이라고 보았던 거지요.
반면 그리스 사람들은 귀족 출신이든 평민 출신이든 시민이면 다 똑같은 자유와 권리를 누렸습니다.
이런 자유인들이 모여 평등한 시민사회를 형성했기에 그리스인들은 자신들만이 진정으로 문명화된 사람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과 이웃 나라 사람들과 싸움이 벌어지면 이를 인간 대 괴물, 혹은 인간 대 별종의 대결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자신들만이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었던 거지요.
그리스 사람들을 상징하는 라피타이족이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말인 켄타우로스들과 싸우는 장면을 묘사한 ‘켄타우로마키아(‘켄타우로스와의 싸움’이라는 뜻)’ 주제도 그런 믿음을 담은 주제입니다.
이 주제는 고대에도 많이 표현됐지만, 근세에 들어와서도 적잖이 그려졌습니다.
피에로 디 코지모가 그린 <라피타이족과 켄타우로스의 싸움>은 그 대표적인 걸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엉켜 싸우는 모습이 아수라장을 방불케 합니다.

이 싸움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라피타이족의 지도자인 페이리토스가 자신의 결혼식 날 라피타이 사람들뿐 아니라 이웃한 켄타우로스들을 같이 초대했습니다.
켄타우로스들은 원래 성질이 포악하고 욕심이 많았는데, 술이 들어가자 그만 그 본성이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에우리토스라는 켄타우로스가 갑자기 신부 히포다메이아에게 달려들어 머리채를 낚아채고 달아나려 한 것이지요.
이 행동에 자극을 받은 다른 켄타우로스들도 손님으로 온 여인들을 하나씩 훔쳐 도망치려 했습니다.
잔치 자리는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고 라피타이 사람들과 켄타우로스들 간에는 유혈이 낭자한 싸움이 전개됐습니다.
그 인상이 생생히 잡힌 피에로 디 코지모의 그림에서 머리채가 잡히고 푸른 옷이 찢겨 맨몸이 드러난 화면 오른쪽의 여인이 신부 히포다메이아입니다.
품위고 체면이고 다 사라져 버리고 말았군요.
화가는 그림 한가운데 죽어 가는 사내 켄타우로스를 껴안고 슬퍼하는 여자 켄타우로스를 통해 이 싸움의 잔인함을 인상적으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싸움 주제를 자주 형상화함으로써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명이 지닌 위대성을 노골적으로 찬양했습니다.
이후의 서양문명 역시 그리스 문명을 이은 문명으로서 이 주제에 서양 문명 전체의 위대성을 의도적으로 담아내곤 했지요.
물론 서양문명이 위대한 문명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문명을 무조건 야만시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사실 모든 문명은 그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다 지니고 있지요.

세상의 모든 문제가 저런 싸움이 아니라 대화로 해결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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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포 틴토레토 <은하수의 기원> 1570년대, 캔버스에 유채, 148x165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틴토레토의 '은하수의 기원'

16세기 이탈리아의 대가 틴토레토가 그린 <은하수의 기원>은 제우스와 헤라 여신, 아기 헤라클레스가 등장하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입니다. 이야기는 제우스가 알크 메네라는 여인과 바람을 피우는 데서 비롯되지요. 제우스가 알크메네와 동침을 해서 낳은 아들이 바로 저 유명한 헤라클레스입니다. 제우스가 외도를 해 애까지 낳은 사실은 제우스의 부인 헤라 여신의 큰 분노를 삽니다.


미칠 듯이 화가 난 헤라 여신은 어떻게 해서든 '저주스러운' 헤라클레스를 죽이려 하지요. 그러자 알크메네는 온 가족에게 화가 미칠까 두려워 아기를 성밖에 내다 버립니다. 가여운 아기는 허기와 따가운 햇살에 지쳐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게 되지요.


이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제우스는 버려진 아기를 안고 몰래 천궁으로 올라옵니다. 우선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일이 급선무였지요. 부성애에 사로잡힌 제우스는 앞 뒤 가리지 않고 아내 헤라의 처소로 숨어들었습니다. 마침 헤라 여신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간도 크다고나 해야 할까, 제우스는 헤라가 잠든 틈을 타 아기 헤라클레스에게 여신의 젖을 물렸습니다. 아기는 여신의 젖을 있는 힘껏 빨았지요.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결코 젖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답니다.


가슴이 심히 불편해진 헤라 여신. 급기야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습니다. 다급해진 제우스는 강제로 아기를 떼어놓았지요. 그러자 여신의 가슴에서 젖이 하늘로 분수 같이 솟았다고 합니다. 하늘에 점점이 박힌 젖은 무수한 별들의 군집, 곧 은하수가 됐지요. 은하수가 '젖의 길 (Milky Way)'로 불리게 된 사연이 여기에 있습니다. 한편 땅에 떨어진 젖은 백합꽃이 됐다고 합니다. 이 그림에서는 백합꽃이 보이지 않는데, 이는 원작의 밑 부분이 파손돼 보수 과정에서 잘려버렸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제우스의 부성애가 아름다운 은하수의 탄생을 야기했다는 사실이 코믹하면서도 훈훈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악명 높은 바람둥이라도 아버지로서 자식에 대한 절절한 사랑은 여느 아버지 못지 않았던 거지요. 물론 헤라 여신은 헤라클레스가 죽을 때까지 그를 갖가지 시련에 빠뜨렸습니다. 그러나 헤라 여신도 알고 있었지요. 헤라클레스는 그 어떤 시련도 이길 영웅이라는 것을. 그는 다름 아닌 헤라 여신의 젖을 먹은 유일한 인간입니다. 젖을 물린 사람은 자신의 젖을 먹은 아이를 결코 미워할 수 없지요. 비록 제우스의 외도에 대한 단죄의 표시로 헤라클레스에게 시련을 더했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젖을 먹은 헤라클레스가 끝내 이겨 위대한 영웅이 되기를 바랐을 겁니다. 헤라클레스('헤라의 영광'이라는 뜻)라는 이름에 이미 헤라 여신의 깊은 속생각이 잘 담겨 있습니다. 시련을 이긴 자는 누구나 다 이 위대한 여신의 자녀요 그녀의 영광입니다.


이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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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12궁도의 마지막 자리인 물고기자리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신화가 없다.그나마 가장 유력한 이야기는 아프로디테와 에로스에 관한 것이다.아프로디테는 미의 여신이고 에로스는 그녀의 아들 사랑의 신 이다.어느 날 이 모자가 유프라테스의 강가를 걷고 있는데 괴물 티폰이 나타났다고 한다.두 신은 깜짝 놀라서 물고기로 변신하여 강 속으로 뛰어 들었는데,이 모습이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신화가 별로 설득력이 없어서인지 사람에 따라서는 두 물고기를 잇는 끈을 고래자리와 연관시키기도 한다. 끈이 만나는 위치 바로 아래 고래자리가 있는데,그렇다면 끈은 고래의 등에서 뻗어나온 물줄기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또 어떤 사람들은 두 마리의 물고기가 입에서 물을 품어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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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가니메데는 헤베가 하던일을 대신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 가니메데가 물병자리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물병속에 들어있는 것은 물이 아니라 사실은 신들이 마시는 술인 셈이다.
☆물병자리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헤베는 청춘의 여신이다.그녀는 하늘나라에서 파티가 열릴 때 신들에게 술을 따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발목이 삐어 더이상 술과 음식을 나를 수가 없었다.
제우스는 헤베의 일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다니다가 트로이에서 양떼를 돌보고 있던 아름다운 왕자 가니메데를 발견하고 독수리로 변신하여 그를 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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