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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신태라 감독, 황정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정말... 정말 타인의 고통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걸까..
나의 고통 역시 아무것도 아닌걸까...
종이에 살짝 베이기만 해도 아프고, 기르던 애완동물이 아픈 것을 보면 내가 더 아픈 것 같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 도와주고 싶고...
모두가 그렇길 바랬다.
어릴 적 동생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전준오나 사랑하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겁이 나서였는지도 모르지만) 박충배는 인간적이다. 모두를 공포로 몰아가는 상대는 다름아닌 신이화. 그녀는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 아니다.
만약 물질만능이 극에 달한 시대가 도달한다면..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신이화이지 않을까..
마땅히 불타오를 복수심도 아니고, 내면에서 치밀어 오르는 살인욕구 때문도 아니다. 그녀가 움직이는 이유는.. 차라리 위의 두 이유라면 욕이라도 하겠지만, 이건 아니다.
예전에 본 영화 '공공의 적'이 생각났다. 어떤 의미에서 이성재는 신이화와 매우 닮아있다. 물론 자신의 고통도 못 느끼는 신이화보다는 이성재가 더 인간미가 있긴 하지만.
사람이 돈 때문에, 재미로.. 그런 단순한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건 용납될 수 없는 문제다. 전준오가 그녀도 아파하고 있다고, 신이화의 눈에서 상처를 보았다고, 그녀도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는 건 왜일까... 박충배가 살인마인 줄 알았을 때는 일말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는데...
오히려 신이화.. 그녀가 껍데기만 사람일 뿐,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동정하는 게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녀의 내면이 모든 사람의 깊은 무의식을 반영하기라도 하는걸까..
마지막 장면의 그 어린 여자애가 소름끼치도록 가슴에 남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잠자리의 날개를 뗴어내는 게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잔인함이라지만 글쎄.. 그렇다면 어린아이들은 모두 사이코 패스?? 너무 극단적인가...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런 짓을 하고 그게 잠자리에게 고통이 된다는 걸 인식하면 더 이상 그러지 않으니까...
교육으로 사이코 패스에게 고통의 아픔을 가르칠 순 없는걸까.. 의외로 사회엔 사이코 패스가 많다고 한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도 사이코 패스라던데.. 그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무섭다.
영화가 너무 흥미진진해서 지루하지 않게 잘 봤다. 배경도 너무 어둡지도 밝지도 않아 오히려 더 몰입하기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멋졌다.
영화를 본 뒤 괜히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진짜 모습을 감춘 사이코 패스는 없는지.. 다행히 없는 듯 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