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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 - 마키아벨리에서 조조까지, 이천년의 지혜 한 줄의 통찰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4월
평점 :
마음이 심란하고 복잡할 때는 뭔가 집중하여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는 하나의 주제 혹은 하나의 문장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생각할 거리가 필요한 셈이다. 용맹정진을 하는 스님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삼매에 빠져들지 않더라도 말이다. 생각을 단순화하고 잡생각에 빠지지 않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하나의 주제나 문장에 몰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달아나려는 생각을 붙잡기 위해 스님에게는 화두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 우리는 평소 맘에 담았던 어느 철학자의 경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철학자의 저서 한 권을 통째로 이해한다는 건 나와 같은 지능으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니 기회가 될 때마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어 겨우겨우 이해하는 게 그나마 앞으로의 삶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053 당신이 무엇을 가졌는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당신의 행복과는 상관이 없다. 행복과 상관 있는 것은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It isn't what you have, or who you are, or where you are, or what you are doing that makes you happy or unhappy. It is what you think about." (p.35)
인문학자이자 지식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현 작가의 저서 <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은 이따금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유용한 책이다. 자신의 삶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강물에 떠밀려 흘러가듯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작정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 또는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 때 책의 어딘가에서 자신에게 맞는 문장을 골라 사색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책은 저자가 선별한 각각의 주제에 어울리는 철학자 몇몇을 각각의 장에 배치하여 우리의 삶 전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와 고민거리를 그때그때마다 적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제1장 '삶과 처세에 대한 통찰', 제2장 '사유하는 인간에 대하여', 제3장 '대문호들이 던지는 철학적 교훈', 제4장 '생각의 폭발을 이끈 동양의 철학자들'로 구성된 이 책은 세네카와 같은 고대 로마의 철학자에서부터 프로이트와 같은 비교적 우리 세대와 가까운 철학자들을 아우르고 있으며, 괴테나 칼릴지브란과 같은 대문호와 루쉰이나 법정스님과 같은 동양의 현자들의 생각도 담고 있다. 이처럼 시대를 아우르고 동서양을 섞음으로써 우리의 생각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하고 있다.
"379 젊은 영혼들이 내 눈앞에 우뚝 서 있다. 그들은 벌써 거칠어져 있거나, 거칠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들, 피 흘리면서 아픔을 견뎌내는 영혼을 사랑한다. 내가 인간 세상에 있음을, 인간 세상에서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年輕的靈魂在我面前延立着. 他們已經從粗糙尖銳起來. 可是我, 他們洗血, 痛苦的靈魂. 我在人間, 人間, 住在感覺." (p.182)
요즘 산에는 아카시아 꽃이 피고 있다. 아카시아 꽃의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책에서 발견한 한 문장을 화두 삼아 깊은 사색에 빠져들다 보면 멀게만 느껴지던 정상까지의 거리도 힘든 줄 모르고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규칙적으로 들리는 멧비둘기의 울음에 박자를 맞춰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산의 정상, 발아래 펼쳐지는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한 줄기 바람에 땀을 식히노라면 사는 게 별것 아니라는 생각도 절로 들 것이다.
"세상에 우연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우리의 생각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비슷한 파장의 사람들이 잘 모이듯, 깊은 통찰력을 지닌 사람과 가까워지려면 본인부터 먼저 삶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어려울 것 없습니다. 결국은 우리 모두가 철학자입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p.231 '마치며' 중에서)
오늘은 어버이날. 두 분 부모님 모두 세상을 떠난 까닭에 본의 아니게 고아 아닌 고아가 된 나로서는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일을 하다가도 툭툭 생각이 끊기고, 그리움인지, 죄스러움인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감정에 때론 목이 메고, 하염없는 생각에 넋을 놓는 일도 다반사. 그렇게 긴 하루를 보내고 나면 피곤에 지쳐 잠이 들 것이다.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벽 산길을 걷고 있을 테다. 삶은, 생명을 유지하는 자의 일상은 그렇게 또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