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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인생공부 -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김태현 지음, 니콜로 마키아벨리 원작 / PASCAL / 2025년 1월
평점 :
삶에 대한 깨달음은 대개 개개인의 직접적인 체험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연륜이 쌓여야만 체득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독서나 타인의 경험을 경청하는 것과 같은 간접 경험에서 비롯된 깨달음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을 과연 깨달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때가 더러 있다. 개인의 직접적인 체험에서 비롯된 각성과 독서를 통한 인지는 그 의미나 깨달음의 깊이 면에서 확연히 구별되기 때문이다. 각성은 개인의 삶을 뿌리째 흔드는 까닭에 이전과 이후의 삶의 방향과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반면 인지는 다만 삶에 대한 개인의 시선을 다르게 할 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 서적을 열심히 읽는 사람도 책을 쓴 저자의 성공에 결코 이르지 못하는 까닭도 그런 차이가 아닐까 싶다. 물론 독서가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자신의 다양하고 직접적인 체험에 치열한 독서가 더해진다면 그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어떤 세계관이 생성될까? 사실 전 인류를 통하여 그런 삶을 살았던 사람은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겠지만, 자신의 깨달음을 책으로 남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그런 책은 대개 고전의 반열에 올라 세월이 흐른 뒤에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널리 읽히게 된다. 그와 같은 책 중 하나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아닐까 싶다. 토스카나 귀족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7세 때부터 라틴어를 배워 고전을 탐독했던 그가 피렌체 공화정의 외교를 담당하는 공직자로 근무하는가 하면 스페인의 침공으로 인한 몰락을 경험하기도 했던 그였기에 인간 개개인의 심리와 습성, 대중의 태도와 경향 등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테다. 그렇다면 개인의 생존과 안녕을 담보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어떤 본성을 지녔으며 이를 통제하는 권력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군주론>이다.
저자인 마키아벨리는 물론 인간 본성을 다룸에 있어 인간의 보편적인 품성을 다룰 뿐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처럼 지극히 악독한 인간이나 테레사 수녀님처럼 지극히 선한 인간을 그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따금 자신의 내면은 생각지도 않은 채 인간의 악한 품성을 다룬 책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인간은 극단적으로 악하지도 않고, 극단적인 선량함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 때로는 적당히 선하기도 하고, 때로는 적당히 비겁하거나 악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적당히 참아내기도 하는 게 보통의 인간임을 마키아벨리 역시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경험이 쌓일수록 더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마키아벨리의 철학적 사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개인의 인생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적되는 경험이 세상과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적 상황과 인간의 행동을 냉철하게 분석하며, 자신의 경험을 통해 군주가 어떻게 행동해야 권력을 유지하고 위험을 피할 수 있는지를 탐구했습니다." (P.46)
인문학자 김태현이 쓴 <군주론 인생 공부>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그의 사상이나 철학을 좀 더 깊이 연구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마키아벨리 안내서'와 같은 책이다. 물론 <군주론>의 문구 일부를 발췌하고 해석함으로써 <군주론> 전체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군주론>의 핵심 문장과 그 글에 숨은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마키아벨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지혜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통찰과 영감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 책을 통해 <군주론>의 명제들이 단순한 역사적 기록들이 아니라, 오늘날의 복잡한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지침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P.9 '이 책의 구성' 중에서)
총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PART 1 '수단과 목적을 구분하지 말아라', PART 2 '복수는 상대가 두려워할 정도로 심하게 해야 한다', PART 3 '적은 항상 내부에 있으니 측근을 경계하라', PART 4 '때로는 도덕적 기준을 무시하고 행동하라'의 소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현명한 군주가 갖추어야 할(또는 준비해야 할) 올바른 대처법과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때도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여전히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운명이 우리의 절반을 지배할지라도, 나머지 절반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형성하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균형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열쇠입니다." (P.205)
명절이면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이고, 뜻하지 않은 오해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만남 자체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휴마다 공항을 가득 메운 인파를 보고 있노라면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물론 만나서 지지고 볶고 싸우느니 차라리 안 만나고 안 싸우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항변할 이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결국 그들과는 영영 멀어질 수밖에 없음을 각오해야 한다. 어떤 이는 가족 모임에서 피해야 할 주제로 '정치, 종교, 스포츠'를 들던데 그런 논쟁적인 주제를 피하는 것은 물론 타인과 비교하는 언사도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가족에 대한 작은 배려이자 에티켓임은 물론 개인의 품성을 가늠하는 시험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시간에 차라리 인문학자 김태현의 <군주론 인생 공부>를 일독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