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 국립국어원 상담실 연구원의 365일 노동기
이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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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맞춤법에 이토록 예민할까. 나는 그 이유를 '불안'에서 찾는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의 소통은 얼굴 없이 글로 먼저 이루어진다. 우리는 상대를 보지 못한 채 상대의 문장을 먼저 본다. 문장이 곧 그 사람이며, 맞춤법은 그 사람의 기본값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글자 하나가 삐끗하면 그 비끗함 너머로 사람 자체가 흐릿해 보인다. 물론 실제로는 전혀 다른 사람일 수 있지만, 글이 먼저 이미지를 만든다.               p.13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단어뿐만 아니라, 말의 맥락도 파악을 잘 못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금일'을 금요일로 혼동하고, '사흘'을 4일로 이해하거나, '심심한 사과'를 잘못 받아들여 오해해서 생긴 에피소드에 관한 보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넘어 학습 부진과 세대 간 갈등이라는 지점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맞춤법 빌런'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맞춤법에 민감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국립국어원 국어상담실 10년 차 베테랑 상담 연구원이 국어를 상담하고, 토론하고, 연구한 기록이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국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맞춤법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립국어원은 카카오톡 외에도 전화,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국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자장면'과 '짜장면' 중에서 뭐가 맞는 표현인지, '고객님'은 잘못된 거고, '손님'은 맞는 것인지, '라면을 낉여오거라'는 어떻게 발음하는지, 왜 '갈빗살'은 붙여쓰는데, '닭 다리 살'은 띄어 쓰는지, '로서'와 '로써'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한글 맞춤법, 호칭,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 국어 생활 전반에 관한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말하는 법과 쓰는 법의 실상이 어떤지, 언제 어디서 말하는 법과 쓰는 법의 곤란을 겪게 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해주고 싶다. 




인공지능이 빛의 속도로 많은 데이터를 길어 올리면, 우리 상담 연구원들은 그 답변이 '규범'이라는 단단한 땅 위에 서 있는지, 그리고 '맥락'이라는 결과 맞닿아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언어의 온기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주체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절차는 조금 달라지더라도 국어 연구원은 인공지능이 내놓은 문장들이 국어 생활자의 삶에 올바르게 닿을 수 있도록 책임지는 '최종 검토자'로서 품을 들일 것이다.               p.182~183


일상에서 맞춤법 실수를 쉽게 접했던 것은 사물 존칭표현이다. 제품 문의를 했을 때 '품절되셨어요'라고 한다거나, 음료를 주문했을 때 '음료 나오셨습니다'같은 말들을 자주 듣게 된다. 물론 친절하게 응대하느라 그런 거라 굳이 말투를 고쳐주지는 않지만, 저거 아닌데 싶었던 적이 꽤 있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 상담실에도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에게 결례가 되지 않고, 높임법에 딱 들어맞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한다. 주로 상담 직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이러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의가 우리 사회가 말에 대해 느끼는, 상대에게 불친절하게 들릴까 봐 두려워하는 강박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한다.  사물을 높여서까지 극진한 높임을 보이는 표현들을 듣다보면 그럴만도 하다고 공감하게 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SNS에 글을 쓰고,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사용해 본의 아니게 상대를 당황하게 하거나, 자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적지 않다. 이 책에는 언어와 관련한 궁금증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질문하기를 택한 사람들이 다수 등장한다. 언어를 정확하게 하려는 노력을 통해 언어를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는 시간이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부록으로 우리말 365 단골 질문 20가지가 정리되어 있다. 에요/예요, 되/돼, 어떻게/어떡해, 데/대, 안/않, 아니오/아니요 등 딱 여기 정리되어 있는 표현들만 익혀도 어디가서 맞춤법이 틀릴까봐 걱정하지는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단순히 맞춤법 표기 하나, 띄어쓰기에 대한 논쟁을 넘어서 변화하는 언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사전의 빈틈 속에서, 언어의 세계를 지키고 바꾸고 교정하는 일을 하며 365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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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원 일기 - 나무와 꽃을 돌보며 발견한 자연의 질서와 조용한 위안
김민호 지음 / 판미동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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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잎을 내느라 사철나무는 누렇게 하엽을 낸다. 피는 것과 지는 것이 나란히 있어 정원은 결국 균형을 찾는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부옇게 일어나는 일상의 고민들이 씻겨 내려가기를. 지나갈 것들은 지나가고 남아야 할 것만이 남아 있기를. 봄비에 살짝 젖어 부드럽게 열리기 시작한 잔디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대고 잡초를 뽑는다. 가끔 울새의 우는 소리와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멀리서 들려올 뿐, 정원은 조용하기만 하다. 차곡차곡 봄이 쌓인다.                p.26


런던이라는 낯선 땅에서 정원사로 일하며 식물들로부터 받은 위로와 기쁨을 담고 있는 책이다. 15년 전 아내와 함께 영국으로 이주한 저자는 영국 왕립원예학회의 정원사 자격증 과정을 시작해 수료하고, 정원 회사에서 실무 경력을 쌓은 뒤 홀로서기를 결심한다. 야생화 꽃씨를 담고, 정성스레 소개글을 작성해 집집마다 전단지 돌리기를 200여 장, 그렇게 정원사로서의 시간이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민호이고 정원사입니다.... 이 작은 봉투에는 양귀비와 수레국화 같은 야생화 씨앗이 있습니다. 흔하지만 예쁜 꽃들입니다. 정원 한구석에 뿌려져 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그 전단지 전문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내가 정원이 있는 집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편지를 받는다면 그 정원사를 꼭 만나보고 싶어질 것 같았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누어 열두 달의 기록을 담았다. 3월에는 버터컵, 4월에는 클레마티스, 5월은 작약... 이런 식으로 매달 중심이 되는 식물 이야기를 들려 준다. 저자가 직접 그리고 찍은 정원 도면과 흑백 손그림, 사진들이 빼곡히 수록되어 있어 페이지마다 달큼한 흙내와 풀내음이 나는 듯한 책이었다. 계절을 따라 펼쳐지는 정원사의 일상은 식물을 다루는 그 어떤 책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 자연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었다. 


저자는 말한다. 진짜 이야기는 꿈을 이룬 뒤에 더 고요하고 진득한 방식으로 흐른다고. 정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이라는 말이다. 손톱 밑 흙때는 씻기지 않고 손마디에는 굳은살이 박이며, 모자를 써도 입 주변에는 종일 해가 닿아 검은깨 같은 점이 늘어나고, 퇴비를 짊어진 봄날의 오른쪽 어깨에는 구수한 퇴비 냄새가 배는 것이 정원사의 실제 일상이다. 그저 예쁜 꽃들과 초록의 나무들에 둘러 싸여 있는 멋진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정원사의 진짜 일에 대해 알 수 있어 정말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가지마다 묻어 있는 나무의 시간을 읽고, 이렇게 자라야만 했던 이유와 노력을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나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의 시선을 옮긴다. 뿌리를 내린 이 자리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거기 자라고 있는 나무일 테니까. 해가 뜨고 지는 방향, 작년 여름 매섭게 바람이 불던 날, 초봄 예기치 않게 내렸던 늦서리...... 모든 기억이 가지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다. 아무리 날이 선 전지가위를 들고 있다고 한들, 그 시간들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가지치기는 그저 깊이 없이 허둥대는 얕은 노동일 뿐이다.             p.281


런던은 크고 작은 정원이 딸린 주거 형태가 흔한 편이라, 집 밖의 조그만 땅에서 이것저것 심고 가꾸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거주 비중이 높아서 해외에 비해 정원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 발전한 편이라 정원을 가꾸며 사는 것이 언젠가 이루고 싶은 로망같은 거였다. 정원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아 포기영국정원일기, 김민호, 판미동, 에세이, 영국정원사, 정원하고 대신 집에서 소소하게 식물을 키우며 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정원에 대한 로망을 대리 만족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정원을 어떻게 구성하고 만들어 가는지, 계절마다 어떤 씨앗을 뿌리고, 가지치기와 비료를 주는지 저자의 글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언젠가 정원을 가지게 된다면, 꼭 이렇게 해봐야겠다 싶었을 만큼 유용한 정보들이 많았다. 



워낙 식물을 좋아하고, 정원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모든 에피소드들이 다 재미있었지만, 겨울 중에서 1월에 대한 글이 뭉클해지는 지점이 있었다. '가지마다 묻어 있는 나무의 시간을 읽고, 이렇게 자라야만 했던 이유와 노력을 이해하려 한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가지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는 나무의 시간들까지 헤아리는 정원사라니... 이런 사람이 가꾸는 정원이라면 정말 믿고 맡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정원을 맡긴 영국의 집주인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식물들이 매 순간 해야 하는 일들을 조용함 속에서 해내는 그 단단함에 불완전한 마음을 기댈 수 있었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나도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느리지만 섬세한 시선으로, 자연의 단단한 리듬에 맞춰 삶을 바라보는 책이라 지친 하루의 끝에서 위로받고 싶은 순간에 힘이 되어줄 것 같다. 런던의 한국인 정원사가 전하는 정직하고, 다정한 위로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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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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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책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갈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에 도전해도 전혀 상관없다. '어차피 어려워서 이해 못할 테니 읽어 봤자 시간 낭비다'와 같은 말은 겉으로는 효율을 따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도망치기 위한 핑계에 가깝다. 책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한다면 그 책에 담긴 새로운 생각과 관점에 아예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어려운 책은 어렵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               p.65


평생 공부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늙어서도 책을 읽고 사유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공부라는 것이 비단 학창시절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험대비를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란 책을 통해서도, 인터넷을 통해서도, 학원이나 모임 등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입시와 취업 때문이 아니더라도, 회사 업무에 필요한 서류 작성이나 컴퓨터 기술을 공부한다거나, 정년 후에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우거나, 취미로 미술이나 악기를 배워 본다거나, 재테크를 위해서도,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도, 아이를 낳고 육아를 위해서도, 우리는 매번 공부를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본 최고의 지성인으로 꼽히는 철학자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스스로 탐구하는 '독학'을 권한다. AI로부터 쉽게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일수록, 스스로 우직하게 탐구하고,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탐구할 때만 비로소 자신이 되는 것이며, 독학은 바로 그런 자신이 되기 위한 방법이다. 여기서 독학은 배움 Learn이 아니라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뜻하는 스터디 Study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한 스승을 두지 않는 대신, 많은 것들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고의 '책'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 독학이다. 이 책은 그러한 독학을 하는 자세와 태도, 습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탐독과 사유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책이란, 그 내용이 무엇이든 무조건 믿고 받아들여야 하는 금과옥조가 아니다. 더 깊이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이다. 중요한 건, 옳고 그름이 아니라 하나의 견해로서 그것이 어떻게 성립했는가다. 결론보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고의 경로를 밟았는지를 읽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보려고 할 때, 우리의 두뇌는 비로소 움직이며 생각하기 시작한다. 지성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는 타인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며, 오직 자신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독학의 영역이다.                p.180


나는 단테의 <신곡>을 초등학교 6학년 때 읽었다. 어린이용으로 축약된 버전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읽는 일반 고전 문학버전으로 샀기 때문에 책이 꽤나 두터웠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끝까지 완독하지 못했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어른이 읽어도 어려운 <신곡>을 초등학생이 제대로 소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세계 문학과 고전 문학을 시리즈로 파고 들던 시절이었고,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때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그 무모한 도전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처음부터 어려운 책에 도전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어려운 책은 어렵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지 않아도, 어떤 문장으로 쓰였는지, 어떻게 시작해서 끝나는지를 훑어보는 과정만으로도 얻는 것이 있다고 말이다. 저자 역시 열여섯 살 때, 칼 야스퍼스의 <철학적 사유의 작은 학교>를 읽었지만, 거의 이해하지 못했던 경험을 들려 준다.


이 책은 혼자 공부하는 일이 막막한 이들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과도 같다. 책, 교양, 언어, 질문의 세계로 각각 나누어 어떻게 독학을 해야 하는지, 책을 읽는 독자들이 실전에서 바로 따라해볼 수 있도록 알려 준다. 특히 어려운 책을 정면 돌파하는 쾌감에 대해 알려 준 책의 세계와 외국어로 읽고 쓰고 말하는 감각을 배우는 언어의 세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무엇이든 읽으면 얻는 것이 있다는 저자의 말이 위로가 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책에 밑줄을 긋는 건 뇌에 밑줄을 긋는 것과 같은 효과라는 것, 한 권에 머무르지 말고 여러 권 읽으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는 점, 그리고 외국어 독학의 세 가지 요령과 외국어의 논리 패턴을 이해하는 방법 등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많았다. 저자는 독학을 계속하면 인생이 바뀐다고 말한다. 지식이 늘고, 그에 따라 사고방식과 관점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사고방식이 달라지면 가치관과 행동도 달라진다. 그러면 주변의 인간관계 역시 변해 가게 마련이고, 그렇게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자, 이제부터 오직 나를 위한 공부를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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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육아 번역기
임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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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다릴 수 있는 부모 역시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다. 아이가 떼를 쓰고 우는 이유는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 때문이라고 한다.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상대방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익히지 못한 아이에게 차분함과 기다림을 보여주는 건 얼마나 좋은 예시가 될 것인가.               p.61


온갖 매체에서, 각종 책에서 육아에 관련된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이기에 각자가 원하는 육아 방식도 그만큼 다르다. 그러다 보니 주변 친구부터 가족들까지 참견하기 제일 좋은 것 또한 육아의 세계이다. 하물며 나라가 다르다면 그 간극의 차이는 더 커질 것이다. 한국에서 자란 여자와 영국에서 자란 남자가 만나 가족이 되었고, 아이가 생기면서 서로의 차이는 더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가치관도, 생활 방식도 완전히 다른 시간을 보내온 두 사람은 한 집에서 서로 다른 삶의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살 수 있을까. 


영국에는 노키즈존이라는 개념이 매우 생소하다고 한다. 영국은 펍에도 유아차를 옆에 두고 맥주를 마시는 엄마 아빠들이 있고, 부모 모두 들어갈 수 있는 기저귀 갈이대가 설치된 화장실과 아기 의자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한국에서는 공간이 좁다는 이유로 유아차는 밖에 두고 입장해야 하거나, 아예 입장부터 제한되는 곳도 많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노키즈존을 한두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회적인 분위기부터 이렇게 다른 한국과 영국의 육아는 사고방식도 매우 다르다. 한국식 육아는 섬세한 보살핌에, 영국식 육아는 유연한 돌봄에 가까우니 말이다. 저자와 남편의 성격 또한 정반대에 가까운데, 감정이 화르륵 잘 불붙는 아내와 달리 남편은 쉽게 화내거나 목소리를 키우지 않고 차분하게 생각을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렇게 한국과 영국을 넘나드는 집에서, 가치관과 생활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펼쳐진다. 




어떡하나, 우리는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과거를 그리워하지만 막상 과거의 그때처럼 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자유 앞에서 잠시 숨통이 트이다가도 이내 의문이 따라온다. '혼자라면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하고. 한때는 어른으로서 해볼 수 있는 경험들을 하는 것 그 자체가 삶의 의미이고 재미이고 목적이었는데, 이제는 경험을 나눌 상대가 없으면 오히려 공허해질 뿐이다.                 p.162


이 책은 생후 5개월 된 딸을 안고 생방송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MBC 아나운서 임현주가 육아 고민과 결혼 생활을 담은 것이다. 저자는 영국인 저널리스트 다니엘 튜더와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서로를 ‘번역하며’ 가족이 되어가는 시간을 겪어 내고 있다. 한 가정에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그 순간부터 모든 일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벌어진다는 뜻과도 같다. 그만큼 실수하고, 실패하고, 그럼에도 기쁘고 행복하고, 그러다가 또 불안해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겪게 되는 것이 육아의 세계이니 말이다. 저자는 육아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헤쳐나가야 하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다면 아마 누구나 이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지만,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끌어 안고 살아야 한다는 굴레와도 같다.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감수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 자신이 잘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어제의 아이는 오늘의 아이와 다르고, 육아에 정해진 정답도 없다. 한국과 영국을 넘나드는 두 사람의 현실 육아기는 그런 점에서 누구나 겪어 봤을 만한 공감과 두 나라의 무수한 차이에서 비롯되는 드라마로 인해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순간들을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부모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 각자의 세계를 잘 지켜가며 조화롭게 관계를 만들어나갈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서로의 언어를 정성껏 번역하며, 아이들만큼 어른들도 함께 자라고 있는 이 예쁜 가족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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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 늑대가 돌아다니던 시절에 웅진 세계그림책 281
앤서니 브라운 지음, 이원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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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 늑대가 돌아다니던 시절에, 토마스, 핀, 그리고 잭이라는 세 소년이 살았다. 어느 날, 아이들은 숲으로 놀러 갔다. 가다 보니 아주 깊은 곳까지 가게 되었는데, 숲속에 자그마한 오두막이 한 채 있었다. 창문으로 보이는 오두막 안에는 할머니가 계셨다. 장난기가 발동한 세 소년은 오두막 문을 두드리고 깔깔대며 재빨리 달아났다. 


다음 날 아이들은 또 오두막 할머니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했다. "그 할머니는 마녀가 틀림없어!" 아이들은 신나서 다시 숲속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오두막에 가서 늑대 울음소리를 내고, 문에다 낙서를 하고 도망치기를 반복한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오두막 할머니를 마녀에서 아이들을 잡아 먹는 존재로 발전시키고, 진실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저 장난치고 도망치는 것이 재미있을 뿐이다.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한 추측이 점점 더 상상력을 부풀리면서, 그랬으면 좋겠다 싶은 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스릴을 즐기고, 도파민 넘치는 놀이를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게다가 원래 소문이란 실제와 거리가 멀수록 더 재미있는 법이다. 




그날도 잭은 할머니를 보러 가자고 말한다. 핀은 엄마랑 시장에 가기로 해서 함께 못가고, 잭과 토마스만 숲속으로 향한다. 처음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장난을 했던 잭은 침대보를 뒤집어쓰고 유형 흉내를 내면 할머니가 깜짝 놀랄 거라고 그날의 계쇡을 말한다. 하지만 그건 너무 심한 장난이라고, 그 할머니가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토마스는 반대한다. 잭이 계속 고집을 부리자 결국 토마스느는 돌아서서 숲을 떠나 버리고, 혼자 남겨진 잭은 침대보 한 장을 챙겨 홀로 숲속으로 향한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숲속에는 시커먼 그림자가 줄줄이 늘어났고, 침대보를 뒤집어쓰고 유형 흉내를 내보았지만 점점 더 무서워지기만 한다. 너무 겁이 난 잭은 결국 어두컴컴한 숲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마는데, 잭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앤서니 브라운의 신작이다. 전 세계 최초로 한국 독자들에게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다. 데뷔 50주년 기념 작품이기도 한데,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되어 더 좋았다. 친숙한 서사로 전개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현대 사회의 문제이기도 한 차별과 배제의 시선에 대한 것이다. 잘 살펴보면 앤서니 브라운의 대표 캐릭터인 고릴라도 찾아볼 수 있어 더 재미있다. 


사람들은 낯선 존재를 오해하거나,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식으로 편견을 만들어 낸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행동을 통해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작품이라 타인을 대하는 방식과 관계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이 작품을 통해 낯선 존재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용기와 편견없이 대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해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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