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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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괴담은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21세기가 되면 과학의 진보와 함께 없어질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다몬이 누구한테 묻는 것도 아닌 말투로 중얼거렸다.

"양쪽 다가 아닐까?...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좋은 거야. 믿느냐 안 믿느냐가 아니라, 모르니까 좋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              p.59


백주대낫에 한창 일할 나이인 중년 남자 넷이 모여 모임을 갖는다. 이름하여 '커피 괴담' 모임이다. 이 모임은 오로지 찻집만 순례하면서 시원한 바람도 쐬고 번갈아 괴담을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나의 장소에서는 딱 하나의 괴담만 이야기해야 하기에, 괴담이 끝나면 다른 장소로 이동 전에 일상적인 수다를 나눈다. 함께 모인 네 명의 친구는 작곡가 겸 스튜디오 뮤지션인 오노에, 스타일은 펑크 로커처럼 보이지만 의사인 미즈시마, 레코드 회사 프로듀서인 다몬, 금융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 구로다이다.  




오봉은 아직 멀었고, 장마가 끝나지도 않은 참으로 어중간한 시기에 이들의 첫 모임이 시작된다. 작곡가인 오노에게 작품이 잘 풀리지 않아 상황 타개를 꾀한다는 명분으로 옛 친구들을 불러 모은 것이 커피 괴담의 시작이었다. 여름의 교토에서 시작된 모임은 찬 바람이 휘몰아치는 요코하마를 거쳐, 도쿄의 세계 최대 고서점 거리 진보초, 깊어 가는 가을 고베의 번화가, 오사카의 복고적인 찻집을 거쳐 다시 늦가을의 교토로 이어진다. 각자 일상에서 겪었던 괴담이나,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드라마틱하게 무섭지는 않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싹해지는 종류의 괴담들이다. 




"그럼 시시한 결말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 부조리의 증거인 것 같아."

"요컨대 위화감이나 어긋남, 그러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무서운 거야." 다몬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그래. 예를 들면 다몬의 사고 회로라든가."

..."뭐? 내 사고 회로? 그게 왜?"

"이것 봐. 본인은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지만, 다른 사람은 그걸 이해할 수가 없어서 무서운 거야."               p.252


내가 온다 리쿠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것은, 2007년 여름 <유지니아>라는 작품이었다. 매력적인 작가를 처음 만나면 늘 그렇듯이 그 작품 이후로 온다리쿠의 작품들을 죄다 찾아서 섭렵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만났던 온다 리쿠의 작품들은 이후 여름만 되면 새록새록 떠오를 정도로 강렬한 색감을 가진 독특한 이야기들이었다. 벌써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지금도 장면 장면이 다 기억날 정도로 이상하게 그 시절에 읽었던 작품들은 나에게 묘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섬뜩하게 느껴지는 공포도 아무렇지 않게 그려내고,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과 불안함이 스멀스멀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온다 리쿠만의 매력이다. 


독보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는 작가답게 SF,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로 서정적인 공포를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공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실제 사건에서 힌트를 얻어 각색한 이야기답게,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져 더욱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 




온다 리쿠는 덧붙이는 말에서 자신이 과거에는 '맛있는 커피는 밖에서 마신다'는 주의였다고 한다. 집에서는 인스턴트커피밖에 마시지 않았고, 찻집 순례가 취미였다는 것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찻집은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서 재미있는데, 다른 세계, 다른 시대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곳들도 많아 괴담을 이야기하는 무대로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경험을 살려 쓰인 것이 바로 이 <커피 괴담>인 것이다. 괴담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가게들도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곳들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이상한 예감이 드는 꿈, 오래 전 살인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 낯선 곳에서 만나는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얼굴, 아무리 생각해도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일상생활 곳곳에 괴이한 무언가가 있어도, 그것이 일상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알아 차리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이 작품은 그렇게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주고, 인간 근원에 놓인 공포라는 감각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해준다. 또한 '무섭다'는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일체감과 괴담을 이야기할 때의 독특한 친밀감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하기도 한다. ‘노스탤지어의 마술사’ 온다 리쿠가 그려내는 서정적 공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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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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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탤지어의 마술사’ 온다 리쿠가 그려내는 일상의 얼굴을 하고 있는 공포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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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 - 우리가 모르는 동물들의 은밀한 대화 엿듣기
프란체스카 부오닌콘티 지음, 페데리코 젬마 그림, 황지영 옮김, 김옥진 감수 / 북스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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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봄은 꽃향기와 새들의 노랫소리로 가득하다. 제비들이 지저귀는 소리, 기와지붕 사이로 분주한 참새들의 '짹짹' 소리, 독보적인 실루엣으로 하늘을 높이 가로지르며 종탑을 스치듯 선회하는 칼새들의 예리한 휘파람 소리, 밤에도 지칠 줄 모르고 노래하는 꾀꼬리 소리. 이것이 바로 소생의 계절을 알리는 배경 음악이다. 봄의 소리는 만물이 생동하는 선율이다. 그런데 새들은 과연 노래하기 위해서만 입을 여는 걸까? 새들의 언어는 그보다 훨씬 정연하고 복잡하다.               p.137


우리에게 완전한 침묵처럼 여겨지는 것에서 소리를 듣고, 완전한 어둠처럼 보이는 것에서 색깔을 보고, 완전한 고요처럼 느껴지는 것에서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이 있다면 어떨까. 수많은 생물이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환경세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여덟 개의 눈을 가지고 있는 깡충거미는 중앙 눈과 보조 눈 등 각각의 눈들이 모두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하며 엄청난 정보를 처리하고, 사색형 색각으로 새로운 차원의 색을 구별하는 벌과 지반진동을 이용해 장거리 의사소통을 하는 코끼리도 있다.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똑같은 감각을 공유할 때조차도, 동물들의 환경세계는 우리와 매우 다를 수 있다


이 책은 동물들의 의사소통하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 논병아리들은 춤을 추면서 수초나 수생식물을 주고받을까? 왜 기러기와 오리는 모두 비슷한 춤을 출까? 왜 새들은 노래하는 걸까? 동물들은 서로 무슨 대화를 주고받을까? 동물들은 어떤 방법으로 서로 소통을 할가? 거짓말을 할 줄 알까? 자신의 친구를 어떻게 알아볼까? 벌이나 말법들은 자신의 벌집에 침입자가 아닌 동료가 돌아왔음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동물들의 의사소통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불과 반세기가 조금 지났을 뿐이다. 동물들은 서로 대화하며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메시지 혹은 직접 접촉외에 진동, 전기 신호를 통해 전달할 수도 있다. 이러한 메시지의 유형은 생활 환경에 따라 좌우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대화하며,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소통한다는 사실은 경이로운 일이다. 게다가 동물들의 의사소통에도 속임수와 거짓말, 기만행위가 존재한다고 하니 말이다. 




동물들의 의사소통은 울음소리, 노랫소리, 자세 그리고 행진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다. 고약한 냄새나 향기와 같은 후각적 요소도 중요한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작은 분자나 화합물로 된 메시지로 영역의 경계를 표시하고, 한 군집의 구성원들을 불러 모으며, 개체들 간의 상호식별을 보장하거나 '향기'의 흔적을 따라 두 파트너를 만나게 한다. 이것은 아주 오래된 종 간 그리고 종 내 의사소통 유형이다. 화학 신호는 사실 지구에서 진화한 최초의 '메신저' 또는 '채팅' 형태이다.                   p.293


집에서 개를 키워본 적이 있다면, 개들이 얼마나 풍부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봤을 것이다. 실제로 개들은 눈윗근육이라는 소근육 덕분에 유난히 풍부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개들이 짓는 표정이나 취하는 자세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그들의 의도를 나타내는 다양한 신호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해 춤을 추는 수컷 새들, 위험 신호를 감지하면 포식자로부터 도망가는 대신 높이뛰기를 시작하는 가젤,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포식자를 향한 제지 신호로 꼬리를 흔드는 땅다람쥐, 암컷을 사로잡기 위해 아름답고 장엄한 노래를 부르는 혹등고래, 경쾌한 탭댄스를 추는 파란머리 나비핀치, 몸을 악기 삼아 바이올린처럼 맑은 소리를 연주하는 곤봉날개마나킨 등 동물들의 소통 전략은 각각 다르고, 기발하다. 이 책은 이러한 다채로운 소통 전략을 풍부한 근거와 사례를 바탕으로 보여 준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참새들의 짹짹 소리, 까마귀들의 까악 소리, 칼새들의 휘파람 소리 등 도심 속에서도 자주 소리를 듣게 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새들의 언어는 생각보다 훨씬 정연하고 복잡하다. 종마다 다른 종류의 소리를 만들어 내며, 각각의 소리는 명확한 의도와 메시지를 갖고 있다. 우리는 막연하게 '울음소리'라고 말하는 소리들이지만, 조류학자나 조류관찰자들에게는 새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서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지를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한 정보이다. 각각의 모든 소리들이 정확한 뜻과 목적이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놀라웠다. 단순한 노랫소리가 아니라 신호이며 정확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동물들의 의사소통의 세계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것들이 아주 많았다. 동물들도 서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인간 못지않게 사회적 지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동물의 언어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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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 번에 비교해 이해하는 중학 한국사 세계사 1~2 세트 - 전2권 한 번에 비교해 이해하는 중학 한국사 세계사
송영심 지음 / 글담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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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는 끊임없이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의 발전 방향을 깨닫지 못하고 자기 마음대로 시대를 거슬러 역행하려는 통치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독선적이고 무모한 통치 방식은 수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많은 희생을 낳았습니다... 그 결과는 어떨까요? 동양이든 서양이든, 피지배층의 마음을 거스르고 강압적으로 통치한 통치자들은 결국 권좌에서 쫓겨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 1권, p.78


신석기 시대 한반도에서 빗살무늬 토기가 제작될 즈음, 서아시아 유르단강 유역에서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도시'라 부를 수 있는 예리코가 등장했다. 포르투갈의 탐험가 마젤란이 인류 최초의 세계일주를 했을 즈음, 조선 전기 중종이 조광조에게 사약을 내렸던 기묘사화가 벌어졌다.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독립 선언서가 발표되었을 즈음 정조는 창덕궁 후원에 규장각을 세웠다. 사라예보 사건이 벌어졌을 때 대한광복군정부가 수립되었으며, 세계대공황이 시작되던 1929년에는 광주 학생 항일 운동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 역사 과목을 좋아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단순한 사실의 기록을 그저 외워야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당시의 교육 방식이 요즘과는 다르게 주입식, 암기 위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난 역사는 보다 넓은 시야로 보게 된다. 왜 그때는 이렇게 크게, 넓게 보지 못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특히나 역사와 세계사를 함께 배울 수 있다면,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만난 책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같은 시대, 다른 공간에서 벌어진 일들을 통해 역사의 인과관계와 발전의 방향을 이해하게 되니 말이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바라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역사적 사고력도 기를 수 있고, 무엇보다 멀리서, 넓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나무만 볼 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도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숲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역사를 큰 흐름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시야는 완전히 달라지게 마련이다. 




바로 여기, 같은 시대를 살았던 두 인물이 있습니다. 한 명은 개혁으로 새 나라를 세운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무너져 가는 나라를 지키려 애쓰다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어떤 사람의 길이 옳다고 생각하나요? 선택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야 합니다. 역사의 눈은 항상 살아 있고, 옳든 그르든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2권, p.72


이 책은 세계사와 한국사를 한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100년을 한 단위로 각 시기별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주요 사건들을 꼼꼼히 짚었다. 1권에서는 인류가 처음 지구에 발을 디딘 선사 시대부터 중세에 해당하는 9세기까지의 역사를 다루었고, 2권에서는 11세기부터 19세기까지 중세 말에서 근대에 이르는 900년의 역사를 다룬다.


구석기 사람들에게 신앙과 예술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농경 생활이 인류에게 가져온 변화와 피라미드, 크노소스 궁전, 고인돌 등 건축물이 들려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짚어 본다.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3세기의 전투들, 국력을 과시하는 건축물, 나라를 크게 흔든 반란과 배신을 살펴 본다. 전쟁을 통해 만들어진 문화유산, 시대를 빛냈던 의인들의 진짜 모습, 시대를 초월해 현대에도 널리 읽히는 16세기의 명저, 근대 철학과 풍자 문학, 혁명과 저항 운동 등 소설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만드는 역사적 사실들이 가득 담겨 있다. 




우리는 참 재미없게 역사를 배워왔다. 연도별로 일어난 사건을 외우고, 그 사건을 일으킨 사람을 외우고.. 그러니 어른이 되어서 기억에 남는 것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역사는 언제나 너무 복잡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목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수십 년간 교실에서 학생들과 부딪히며 쌓아 온 실전 감각을 바탕으로 중학생 눈높이에 정확히 맞춰 설명을 하고 있기에, 너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복잡해 보이는 역사 흐름을 핵심 위주로 단번에 정리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개정 역사 교과서를 집필한 저자가 직접 써 교과 핵심과 내신 흐름을 함께 짚어 가기에 이제 막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한 학생들에게 믿음직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보통 한국사를 먼저 배우고, 세계사에 들어 가는데 워낙 복잡하고 방대해 길을 잃어 버리기 쉽다. 이 책은 시대의 맥락을 살려 깊고, 넓게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외우는 역사'가 아닌, '이해하는 역사'가 될 수 있도록 200컷이 넘는 사진과 40여 컷의 만화 삽화, 비교 연표 등 다채로운 자료들도 가득 담겨 있다. 역사 공부가 처음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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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메뉴판 - 한 장의 메뉴에 담긴 시대의 취향, 계층, 문화 이야기
나탈리 쿡 지음, 정영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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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식사할 때 무엇을, 언제, 누구와 먹을지 끊임없이 선택한다. 메뉴판은 이런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마음을 기록한 문서다. 식사 전에도, 식사 중에도, 식사 후에도 우리는 함께한 식탁의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이자 추억으로 남기려 한다. 메뉴판은 바로 그 보편적인 욕구의 증인이다. 메뉴판은 상상의 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것은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는 도구가 아니라, 바람을 이루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매개다.              p.29


외식을 자주 하지 않던 어린 시절에는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구경하는 것도 매우 신나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세련되고, 예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메뉴판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외식 문화가 많이 발달했고, 누구나 쉽게 레스토랑과 식당에 가는 시대이다. 덕분에 메뉴판은 그곳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보다 다양해졌고, 근사해졌다. 그렇다면 수세기 전에도 메뉴판이 존재했을까? 메뉴판은 언제부터 만들어졌으며, 그 시대에는 어떤 요리들이 메뉴판 속에 있었을까? 




이 책은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메뉴판의 역사를 통해 세계의 음식문화와 역사를 살펴본다. 실용적인 의미에서의 메뉴판, 즉 제공되는 음식의 목록으로서 메뉴판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19세기 중반 무렵이다. 파리 초기 레스토랑들이 사용했던 메뉴판은 별다른 장식 없이 큼직한 종이에 음식 목록을 단순히 나열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메뉴판이 일종의 예고편처럼 손님에게 주방을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오늘날의 메뉴판은 식당에서 손님이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메뉴판이 시간이 지난 뒤 당시의 문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사료가 된다는 것이다. 메뉴판은 그것이 사용될 당시의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시대의 대중 예술과 인쇄 기법, 나아가 소통 기술의 변화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메뉴판은 식사가 실제로 이루어지던 순간과는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이들에게, 그동안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내용을 읽고 있는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식탁에 앉아 메뉴판을 읽던 식사자와는 허기와 개인적 취향이라는 강력한 동인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대의 독자들은 메뉴판을 집어 들며 메뉴가 제시하는 개념과 그것을 읽는 즐거움을 기대한다. 메뉴판에 제시된 '항목의 행간'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독자는 이를 통해 메뉴가 구성되고 디자인된 시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p.280~281


우리는 식사할 때 무엇을, 언제, 누구와 먹을지 끊임없이 선택한다. 메뉴판은 이런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마음을 기록한 문서이기도 하다. 상상의 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메뉴판은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는 도구가 아니라, 바람을 이루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매개다. 이 책은 메뉴판을 통해 과거의 식사 장면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메뉴판 속에 깃든 한 끼 식사의 의미, 특정한 장소의 분위기, 특별한 손님의 참여, 그리고 메뉴의 삽화를 그린 예술가의 상징적 세계까지 읽어낼 수 있다. 메뉴판을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시간과 감각이 교차하는 문화적 기록물로서 바라본다는 점이 무엇보다 흥미진진했다. 




루이 15세의 만찬에서 사용했던 화려한 메뉴판부터 유명 화가들이 삽화를 그린 식당의 메뉴판도 있었다.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메뉴판도 있었고, 어린이를 위해 만든 알록달록하고 놀이가 가능한 메뉴판도 있었다. 음식을 고르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개개인의 소유가 될 수 있는 굿즈와 같은 메뉴판도 있었다. 왕족의 권력이 돋보이는 만찬 메뉴와 호화 열차의 코스 요리, 어린이 메뉴와 채식 식단의 탄생까지, 메뉴판이 보여주는 사회 풍경들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사진과 자료가 삽화로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는데, 누드 사철 제본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펼쳐서 보기에도 너무 좋았다. 


스타 셰프들이 연예인처럼 인기를 얻고, 흑백 요리사, 냉장고를 부탁해 등 요리 관련 프로그램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요즘이다. 거기다 맛집 웨이팅 문화, 핫한 디저트의 유행 등 요리와 일상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 같다. 게다가 오늘날의 식문화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중요한 문화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식 문화의 변천사에는 언제나 '메뉴판'이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메뉴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것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고, 미식 문화의 발전 과정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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