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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과학으로 헤쳐 나가는 죄악의 세계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체로 인간은 평화로운 종이며,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대규모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살아가곤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폭력이나 살인, 상해를 저지르는 섬뜩한 성향도 있다. 이 명백한 모순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인류가 본질적으로 평화주의자이며 폭력은 문화의 한기능이라는 주장도 있는 반면, 정반대 주장도 존재한다. 즉 문화적 제약이 폭력적 본성을 억제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이중성은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띠는 듯하다. p.76
인간의 일곱 가지 대죄는 단테의 <신곡>으로 인해 제대로 알려졌다. 죄악의 일곱 뿌리를 각각 상징하는 일곱 단으로 이루어진 연옥 산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의 단이 차례로 이어지고, 죄인의 영혼은 각 단에서 자기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다. 보다 더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아마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 덕분일 것이다.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활약했던 이 영화는 위가 찢어질 때까지 먹다가 죽은 초고도 비만 남자, 자기 살을 베어내 죽은 악덕 변호사 등 7가지 죄악에 따라 발생하는 연쇄살인을 해결해 나가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곱가지 죄악들이 극복해야 할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진화해온 인간 기능의 한 형태라면 어떨까. 이 책은 그렇게 수천 년간 인류와 공존한 부정적 감정들을 과학적으로 살펴본다. 신경과 의사인 저자는 이러한 죄악들이 인간 경험의 구성요소들, 감정과 행위의 본질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고, 생물학적 인간을 이해할 수도 있을 거라고 이 책의 포문을 연다. 이러한 행동들이 오로지 해악만 끼친다면, 그것이 우리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그러한 파괴적인 특성이 대대로 전해지고, 생명의 진화 과정 내내 존속했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어떤 감정은 다른 감정들보다 더 복잡하다. 두려움과 분노는 보다 직관적이고, 뚜렷하게 촉발되며, 더 직접적으로 와닿으면서 생존에 유리한 결과를 내놓는다. 대조적으로 질투와 시샘은 약간의 자기 반성과 지식을 필요로 하며, 사실상 죄책감, 수치심, 자존심도 마찬가지다. 이런 감정들이 더 고등한 인지 영역들과 사회적 세계의 심오한 이해와 관련된다는 인식 말이다. 한편 단순한 감정이 진화적 명령이라는 점도 더 명백하다. p.199
저자는 수련의로 일하던 시절 내과 당직을 서다가 막 구급차에 실려 온 환자를 봐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응급실의 칸막이 커튼을 젖히자 몸집이 산처럼 거대한 남자가 누워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아기처럼 무력하게 누워 있는 남자를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제력이 부족하다거나 게으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비만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비슷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체중이 먹는 양과 움직이는 양만으로 결정된다는 생각은 수많은 다이어트와 운동 프로그램을 부추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 책은 특정 신경 세포 집단이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비롯해서 각종 신경학적 지식을 토대로 인간의 체중과 식욕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넘어선다.

저자는 실제 환자들을 통해서 이러한 '탐식'을 비롯한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른 관점으로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덕이나 종교에 등장하는 일곱 가지 대죄, 즉 분노, 탐식, 색욕, 질투, 나태, 탐욕, 교만을 진화론적, 신경학적, 심리학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다. ‘죄를 도덕적 관점만이 아닌 뇌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이 모든 감정이 뇌 탓이니 누구에게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잣대뿐 아니라 그 사람이 실제로 아픈 상태인지, 그것을 고칠 수 있는 지 여부를 함께 보라는 거다. 추천사를 쓴 정재승 교수의 말처럼 '뇌를 만능 해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을 더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혁명을 촉발한 분노, 세계 지도를 다시 새긴 탐욕, 제국의 몰락을 가져온 나태, 제국을 건설한 질투, 정치인의 몰락과 국가 기밀 누설을 초래한 색욕, 환경을 파괴하는 게걸스러운 탐식, 무수한 갈등을 촉발한 교만에 이르기까지 일곱 가지 죄악들이야말로 인간 사회를 쌓아 올리고 무너뜨리는 원동력이었다. 세계 역사의 추진력이자 동시에 현재를 빚어내는 힘이기에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애써 억눌러온 감정들을 깊이 경험하고, 그러한 감정들의 신경학적 기원을 통해 인간을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