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스탠퍼드 대학교 최고의 인생 설계 강의, 10주년 전면 개정증보판
티나 실리그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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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실패는 쓰라리다. 하지만 그것은 배워나가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일부다. 잘못된 출발을 뒤돌아보거나 막다른 골목 같은 상황을 지켜보며 후회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그 대신, 실수나 실패의 경험을 일종의 '데이터'가 나오는 원천으로 생각하라. 과학자들이 늘 그렇게 하듯이 말이다. 과학자는 각각의 실험이 뜻밖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리고 뜻밖의 결과는 위대한 영감의 토대가 될 때가 많다. 이는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하루하루를 실험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면 당신에게는 결국 값진 통찰력을 가져다줄 유용한 데이터가 가득 쌓이게 된다.    p.123

 

이 책은 스탠퍼드 대학생들에게 인생 최고의 명강의로 꼽힌 티나 실리그 교수의 ‘기업가정신과 혁신’ 강의를 옮긴 것으로, 이번에 출간 10주년을 맞아 전면 개정증보판으로 새롭게 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스탠퍼드 강의실에서 새롭게 만난 학생들의 틀을 깨는 창의력과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각 분야 최고의 인재들로부터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새롭게 두 챕터가 추가되었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되는 20대에게도,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30대에게도,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꿈꾸는 40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니 기존에 읽었더라도, 개정판으로 다시 한번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누군가 "당신은 지금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지만,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삶을 살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다양한 선택지로 가득한 불확실한 무대이고, 때문에 하나의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사실 누가 맞고 그른지 알 수가 없다. 저자는 말한다. 바로 그럴 때 어딜 향해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니,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고 과감히 상상하고 선을 넘어보라고 말이다. 불확실한 세상이기에 반대로 모든 것이 기회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점이다. 삶이란 잘못된 출발과 불가피한 실수로 가득 차 있고, 발전이란 거듭되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뤄지는 것이니 말이다. 단, 그러한 경험에서 교훈을 배울 줄 알아야 하고, 그것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으로 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는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늘 변명하고 핑계를 댄다. 삶의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 지각한 것에 대해,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험에 떨어진 것에 대해,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애인에게 전화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변명이 있을 수 없다. 당신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만한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낸다. 할 일이 너무 많았다고, 또는 몸이 아팠다고 말이다. 그러나 정말로 약속을 지키겠다는, 무언가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   p.253

 

만일 누군가 당신에게 5달러와 두 시간을 주고 그것을 활용해 돈을 벌어오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저자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탠퍼드 대학교 디 스쿨에서 강의를 하며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이다. 이 막막한 과제를 가지고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온다. 수업 전체 5달러 투자금의 평균 수익률이 무려 4천퍼센트였다고 하니, 엄청나게 높은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그녀의 강의실은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터무니없는 과제들로 가득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학생들을 배출하는 강의실이 되었다. 이것 외에도 실제 그녀의 강의실 안에서 진행되는 과제들을 예시로 들며 기상천외하고 놀라운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존의 틀을 깨는 친절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사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규칙과 지식들은 학교 밖 세상에서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우리가 학교를 떠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나서 수많은 스트레스와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고 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정반대이다. 그러니까 학교 안과 밖의 차이를 잘 극복하고 실제 사회에서 겪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학교 밖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책이 꽤나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줄 거라는 말이다. 구글, 넷플릭스, 나이키, 인스타그램 등 유명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점은 단 한 가지. 바로 스탠퍼드 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진 ‘학교 밖 창업’이었다는 사실이다. 고정관념과 실패를 기회로 바꾸는 스탠퍼드식 인생 설계 교과서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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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플랫폼의 행동 방식 - 세계 비즈니스 판도를 뒤바꿀 발칙한 전략과 혁신
이승훈 지음 / 와이즈베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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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SNS라는 서비스를 개방의 관점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 외에도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공유 요소가 있다. 바로 플랫폼의 구조와 설계, 그리고 접근성에 대한 개방이다. 구글은 검색엔진이라는 핵심도구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운영한다. 검색엔진의 핵심원칙은 공유하지만 그 전부를 공개하지 않는다. 반면에 페이스북은 플랫폼의 모든 구조와 설계 그리고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회원들의 소셜그래프를 공개한다.   p.51

 

플랫폼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면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을 의미한다. 비지니스에서 플랫폼이란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시켜주는 자리를 마련해서 수요와 공급을 이어주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이 모두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이고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다. 무료로 문자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이 서비스는 현재 카카오톡 유저를 기반으로 쇼핑, 택시, 배달 등 다양한 플랫폼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플랫폼이라는 단어의 발상지는 미국이다.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 모두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탄생했으니 말이다. 플랫폼의 시작이 미국이라면, 현재 그 플랫폼을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는 개방된 지식 플랫폼으로서 구글이나 공유된 미디어로서의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없다. 대신 하루에 10억 개의 주문을 처리하는 타오바오와 10억 명의 생활을 책임지는 위챗이 존재하고, 메이투안은 하루에 수천만 개의 주문을 처리하고 도우인(틱톡)에는 수억 개의 동영상이 올라온다. 현실적이면서도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 모두의 관심이 모여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중국인들의 삶을 해결하고 있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성립되고 경쟁하고 성장하는 과정들을 소개한다.

 

 

중국에는 어떤 콘텐츠 플랫폼이 있을까? 먼저 답을 이야기하면 정답은 '없다'이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콘텐츠 플랫폼은 아직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미디어에 대한 중앙정부의 우려에 기인할 것이다. 중국은 아직 자신의 생각을 대중들에게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미디어가 없는 나라다. 물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도 있고 위챗이나 게시판을 통해 자유롭게 (?)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있지만, 동영상이라는 매체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p.282

 

이 책의 저자는 2000년대 중반 국내를 강타했던 실명 기반 SNS 싸이월드에서 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며 국내 플랫폼 기억의 서막을 함께 했었다. 이후에도 국내의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을 이끌어왔고, 실패한 플랫폼과 성공한 플랫폼을 비교 분석해 대학에서 오랜 기간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는 전작인 <플랫폼의 생각법>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했는지를 살펴보고, 그들이 그려나갈 플랫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중국 플랫폼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플랫폼의 정석을 보여주는 '알리바바', 중국 게임산업의 지배자인 '텐센트'가 제공하는 각종 메신저,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검색 플랫폼 '바이두', 중국 승차공유 시장의 지배자인 '디디추싱', 음식배달 플랫폼인 '메이투안' 등 현재 세계 비즈니스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의 플랫폼들이 모두 등장한다. 그들의 경영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미국 플랫폼과의 차별점들을 파헤치며 플랫폼 기업들의 향후 미래도 예측하고 있다.

 

중국은 플랫폼의 나라이고, 그들은 매일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 계속 나타나고, 서비스로 제공되던 영역들이 모두 플랫폼으로 대체되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중국이 어떻게 플랫폼 초강대국이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소비, 기술, 문화 등 전체 생태계를 움직이는 중국의 플랫폼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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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몇명 스토리 1
윤종문 지음,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총몇명 원작 / 아이세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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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내내 전교 꼴등만 하던 학생이 막상 수능에서는 전과목 만점을 받게 된다. 그리고 수능 만점을 받은 그 다음 날 갑자기 죽고 만다. 가족들도 이유를 알 수 없었고, 경찰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해 사건은 결국 그렇게 종결되고 만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죽은 학생이 수능 전날 악마랑 계약을 맺었다는 거였다. 악마가 나타나 수능 만점을 받게 해 주는 대신, 조건 하나를 걸고 계약을 맺자고 한다면 어떨까.

 

수능을 앞두고 있던 모리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 소설에나 나올 법한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웃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만다. 악마가 나타나 수능 만점을 받게 해줄 테니, 24시간 안에 사람을 죽이고 사진을 찍어 오라고 한 것이다. 게다가 계약을 위반할 시엔 가족 모두의 목숨을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놓는데.. 과연 모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시선을 사로잡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이 작품은 구독자 225만명의 인기 유튜버 '총몇명'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만화책 형식에 맞춰 재구성한 책이다. 주인공 민모리와 가족들, 그리고 나천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빠른 호흡의 연출로 긴장감 넘치게 전개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좀처럼 장르를 규정지을 수 없는 이상한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더 이상한 건 한번 읽기 시작하면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계속 이어서 보게 된다는 점이다. 소위 '병맛' 내지는 'B급 감성'이라고 표현하는 그것에 어울릴 법한 스토리 전개는 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 상자를 안고 있는 것처럼 조바심 내며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등장인물들을 살펴 보자면, 고3 수험생으로 시작해 현재는 20살의 대학생인 민모리, 대머리에 눈에 띄게 뾰족하고 긴 아래턱이 특징인 인물로 이상하게도 주변에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난다. 모리의 여동생으로 중학교 3학년인 민들레, 긴 턱은 오빠와 닮았으나 머리카락이 있어서인지 모리보다는 조금 외모가 정상적으로 보이는 캐릭터이다. 모리와는 현실남매 그 자체로 자주 다투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오빠를 챙긴다. 모리와 들레 남매의 엄마인 박진숙, 턱이 굉장히 크고 체형이 풍만하며 '삽소리'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남편이 잦은 해외출장으로 집을 오래 비워, 두 아이를 힘들게 키워왔기에 잔소리가 많은 편이다. 그리고 모리의 친구인 유승찬, 말할 때마다 영어를 섞어 쓰는 과학자 나천재가 있다.

 

사실 누군가 '발로 그린 듯한 그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대체적으로 인물들의 외모가 평범하지는 않다. 그나마 모리의 친구인 승찬이 가장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라서,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 중에 평범한 보통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하지만 그 이상하고, 비호감인 그림체에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만다는 것이 이 작품 만의 마력이기도 하다.

 

 

1권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7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공포의 수능 괴담, 모리의 시간 여행, 크리스마스의 악몽, 한밤의 납치, 그리고 공포의 귀성길까지... 오싹하고 기상천외한 미스터리들이 이어진다. 분명히 일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토리인데도 납치, 빙의, 탈출 등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상황들이 계속 이어지고, 사이비종교, 악마, 시간 여행 등 초자연적인 분위기로 코믹하면서도 무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코믹, 공포, SF, 병맛을 넘나드는 스토리라는 점이 '총몇명' 시리즈에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지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상천외하고, 황당무계한 스토리 전개에 어이없어 질 수도 있다. 극중 모리 엄마가 자주 하는 대사인 '삽소리'를 활용하자면,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쌉소리야? 라는 말이 나올 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신선하고, 색다른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책을 읽고 궁금한 마음에 표지 첫 장에 수록된 QR코드를 통해서 유뷰브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는데, 계속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보게 되는데 뭔가 찜찜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었다. 기존 유튜브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만화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총몇명 덕후능력평가 퀴즈', '숨은 복선 찾기', '월간 아무말' 등의 특별 페이지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고, 나처럼 이 책으로 '총몇명 스토리'를 처음 접하게 된 독자라면 너무 재미있어서 훅 빠져들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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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원숭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9
J. D. 바커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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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네.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끝을 맞이하는 모습을 지켜봤지만, 모두들 마지막에는 항상 같은 기대를 품더군. 문 쪽을 힐끔거리며 구원자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더란 말이지. 하지만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아. 현실에 존재하는 구원자는 자기 자신뿐이야.    p.292

 

포터는 지난 5년 동안 4MK 전담반을 이끌고 연쇄살인범을 쫓아 왔다. 4MK, 일명 네 마리 원숭이 킬러라 부르는 그는 절대 증거를 남기지 않았고, 한 명당 상자 세 개에 각각 희생자의 귀, 눈, 혀를 담아 가족에게 보냈다. 지난 5년 동안 스물한 개의 상자가 쌓였고 젊은 여성 일곱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경찰은 단 하나의 단서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에 치여 얼굴이 뭉개진 신원불명의 사망자가 검은 리본이 묶인 작고 하얀 상자를 가진 채로 발견된다. 4MK로 추정되는 인물은 현장에서 즉사했지만 상자 속에는 한쪽 귀가 담겨 있었고, 이는 어딘가에 아직 그의 마지막 피해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범인이 죽었으니 연쇄살인은 끝이 났고, 이제 4MK 전담반은 그가 남긴 마지막 피해자를 찾는 일에 집중해야 했다.

 

'네 마리 원숭이'라는 이름은 일본 닛코의 도쇼구 신사에서 유래했다. 신사 입구 위에 원숭이상 세 개가 있었는데, 각각 귀와 눈과 입을 가리고 "악을 듣지 말고, 보지 말고, 말하지 말라"는 뜻을 품고 있었다. 네 번째 원숭이는 "악을 행하지 말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고, 4MK는 희생자의 손에 "악을 행하지 말라"는 쪽지를 남겼다. 그가 저지르는 범죄의 패턴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가까운 사람, 잘못을 저질렀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아끼는 사람을 납치해 범행을 저질렀다. 마치 악을 벌하는 자경단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경찰은 희생자가 발견되고 나서야, 희생자의 주변을 조사해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이 저지른 악행을 알게 되는 식이었다. 이번에 4MK가 상자를 배달하려던 주소는 부동산 재벌 아서 탤벗의 집이었고, 사라진 것은 숨겨진 딸 에머리라는 것이 밝혀진다.

 

 

 

"당신을 그 남자와 같은 방에 가두고, 당신이 뭘 하든 아무 후환이 없으리라 확신하게 해준다면? 그래도 그 남자를 해치지 않을 건가요? 미간에 총알을 박지 않을 거예요? 칼을 쥐고 목에서 사타구니까지 단칼에 긋고 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을 건가요? 자신을 속이지 말아요, 샘.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인 거예요."
"하지만 그 생각에 휘둘려 행동하지는 않지."
"행동하는 사람도 있고, 덕분에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됐죠."    p.515

 

이 작품은 4MK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J. D. 바커는 이 시리즈를 이후에 두 권 더 썼다. 보통은 이런 스릴러 장르의 시리즈가 이어질 때 주인공인 형사나 FBI요원이나 범죄 심리학자 등 범인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의 이름을 따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이 작품은 형사인 '샘 포터' 시리즈가 아니라 연쇄살인범인 '4MK' 시리즈라고 이름 붙였을까. 게다가 이야기는 4MK가 교통사고로 죽는 걸로 시작된다. 범인이 이미 죽어 버렸기 때문에, 경찰은 그가 남긴 일기장과 최소한의 단서만으로 아직 살아 있는 마지막 피해자를 찾아야 한다. 이야기는 4MK의 흔적을 쫓아 피해자를 찾는 경찰들의 현재 시점과 4MK가 마치 자서전처럼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가족 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담아둔 일기장의 과거 시점이 교차 진행된다. 이런 구성일 때 현재와 과거가 비슷한 무게를 지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과거의 서사가 현재의 그것에 보조하는 플롯으로서의 역할을 하거나 액자 구성으로 독자들이 객관적인 거리감을 느끼도록 하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 시점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내용이 주는 충격과 공포 면에서나, 분량 면에서나 모두 형사의 시점보다 범인의 시점이 더 스릴 넘치고, 긴장감과 속도감이 있다. 이 시리즈가 왜 '샘 포터' 시리즈가 아니라 '4MK' 시리즈일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포터 형사를 비롯해서 경찰들의 존재감도 좀 약한 편이고, 살아있는 피해자를 구하려는 과정을 그린 서사 또한 스릴이 부족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목적은 기존의 스릴러들과는 다르게 범인을 찾고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살인을 전시해온 범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 작품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문장의 행간을 읽는 법을 익혀야 한다. 세상에 무고한 사람 같은 건 없으니까. 아마도 이 작품에서 이해되지 않았던 범인의 행동이나, 설명되지 않았던 여러 요소들이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점차 완성될 거라고 생각한다. 역대 연쇄살인범의 부모 중에서 가장 독창적인 캐릭터인 4MK의 '어머니'가 다시 등장해야 그의 범행과 행동들의 많은 부분들이 설명될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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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 이야기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
티아 나비 지음, 카디 쿠레마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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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겨울, 소녀는 눈을 보느라 코트 주머니에서 장갑 한 짝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알지 못한다. 오른쪽 장갑은 지저분한 흙더미와 누렇게 바랜 단풍잎 옆으로 떨어졌고, 그걸 알아챈 것은 반대쪽 주머니에 들어 있던 왼쪽 장갑뿐이었다.

 

짝을 잃어버린 왼쪽 장갑은 더럭 겁이 난다. 한 짝만 남은 장갑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땅에 떨어진 장갑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결국 쓰레기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권이다. 2018년 에스토니아의 ’디자인이 훌륭한 어린이책’에 선정된 작품으로 흰색과 검은색, 빨간색만을 사용한 컬러감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겨울 하면 바로 떠오르는 색감이라 무채색 톤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그림들이었다.

 

왼쪽 장갑은 혼자 남는 것보다는 결국 쓰레기장에 가게 되더라도 소중한 짝과 함께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있는 힘껏 몸을 비틀어 바닥으로 몸을 던진다. 하지만 하필 떨어지면서 얼음 웅덩이에 빠지고 말아, 바들바들 떨면서 누워 있게 되고 만다. 과연 왼쪽 장갑은 오른쪽 장갑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한 쌍이어야만 쓸모가 있는 물건들이 있다. 신발, 양말, 장갑, 귀걸이 등등은 하나만 남아 있을 때는 자신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물건들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부, 친구, 업무 파트너 등도 혼자 있을 때보다는 함께 했을 때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고, 하나의 완성된 관계를 만들어 낸다. 

 

이 작품은 갑자기 어느 한쪽이 사라졌을 경우, 남은 한쪽은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어 준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부모님, 가족, 친구, 연인, 아이, 회사 동료, 이웃 등등... 관계란 결코 혼자 맺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고, 어렵기도 하다. 한쪽의 일방통행으로는 서로의 마음이 완전하게 전달될 수 없고, 왼쪽이나 오른쪽만 있다면 쓸모를 잃게 되는 장갑처럼 각자 부족한 면을 상대가 채워주기도 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그 누구와도 관계없이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이 그림책이 들려주는 빨간 장갑 한 켤레의 여러 감정들을 통해 고난을 이겨내는 이야기는 다정하고, 따뜻하다. 겨울이라는 계절의 정경을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색채도 너무 예쁘고, 함께 있을 때 빛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뭉클한 책이었다. 소중한 것은 항상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곤 한다. 잃어 버리기 전에, 상실감으로 슬퍼하기 전에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존재들에게 더 잘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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