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2 : 세종 - 백성을 품은 공감의 군주, SEL + 한능검 워크북 수록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 2
하지강 지음, 김기수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서울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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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국사 학습 만화 시리즈 <이세계 탐험단 조선왕조실록>이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남겨진 기록을 토대로 구성한 학습만화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가 조선의 제22대 임금 정조였다면, 이번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성군이었던 조선의 제4대 임금 세종이다. 


렘과 앰버가 조선 전기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직접 겪으며, 세종의 어린 시절부터 왕이 되어서 조선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그 과정을 살펴본다. 역사 체험 프로그램의 가이드인 해치몬이 미션을 하나씩 주면서 렘과 앰버가 역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과거 역사 인물이 처했던 상황을 간접 경험하고, 역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당대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했다. 




조선왕조실록이란 조선 태조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기록한 책으로 인류 역사상 단일왕조 역사서로서 가장 규모가 크다. 전체 1,893권 888책으로 왕이 승하하고 바뀌는 과정에서도 대대로 편찬한 것이 축적된 기록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조선의 생생한 역사를 현대의 우리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린이가 읽을 수 있는 버전의 조선왕조실록이 없어서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학습만화로 읽을 수 있는 시리즈가 나와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고 있다. 충실한 역사 기록을 상상력 넘치는 판타지로 엮어 내어 아이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 




렘과 앰버, 그리고 젤로스는 조선의 3대 임금인 태종의 세 아들, 이제, 효령군, 충녕군을 만난다. 첫 번째 미션은 태종 다음 왕이 될 사람을 맞혀라! 였고, 세 아들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며 학문, 무예, 성품 별로 점수를 매겨 총점을 낸다. 정답은 과연 누구였을까. 두 번째 미션은 세종의 눈이 반짝이는 순간을 찾아라! 아이들은 제일 즐거울 때를 말하는 거라고 예상하지만, 좋아하는 고기를 먹을 때도, 밤늦게까지 몰입해 책을 읽을 때도 정답이 아니었다. 그것들 보다 세종이 애정을 쏟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차곡차곡 이어지는 미션을 따라가다보면 중간중간 '재미있고 쓸모 있는 실록 TMI' 코너가 나온다. 실제 <조선왕조실록> 속 소소하고 재미있는 기록들을 뽑아 쉬어 가는 페이지로 만든 것으로 조선의 첫눈 장난, 초가집에서 사는 왕, 원숭이를 분양합니다, 별 폭발의 비밀을 밝히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놀라웠던 사실은 조선 시대 사람들도 개나 고양이, 새 등을 반려동물처럼 기르며 아꼈다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학습 '만화' 형식이지만, 본문의 내용을 복습하고 확장할 수 있는 워크북이 포함되어 있어 독후 활동과 교과 연계 학습도 가능하다. 워크북이 굉장히 알차게 만들어졌는데, 본문에서 배운 내용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복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왕과 같은 시대에 활약했던 중요 인물들의 정보도 수록했고, 개념 확인 문제 풀이로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까지 대비할 수 있다. 독후 활동 페이지도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아주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부록으로 조선왕조 계보 포스터도 받을 수 있어 더 좋았다. 태정태새문단세...로 시작하는 조선왕조 계보 노래를 아이가 늘 부르고 다니는데, 각각의 왕이 이룬 주요 업적까지 잘 정리되어 있어 아이 방에 붙여 주었다.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문종, 단종, 세조' 편이라고 하니,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봤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조의 사회 정서 역량을 '회복탄력성'과 '소통'으로, 세종의 사회 정서 역량을 '공감'과 '포용'으로 배웠는데,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키워드로 만나게 될지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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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하는 남자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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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치정범죄'가 있다. 그리고 나는 질투로 인한 살인으로 의심되는 사건에 불려 나오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내가 질투의 냄새를 맡는다고 말한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질투는 냄새도 색도 소리도 없다. 대신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야기에서 무엇이 말해지고 무엇이 생략되는지 귀 기울여 들으면서 앞에 앉은 상대가 절박하고 상처 입은 짐승인지 판별한다. 나는 들으면서 안다. 그 짐승이 바로 나 니코스 발리이기 때문에, 상대가 곧 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바로 상처 입은 짐승이라서 아는 것이다.              - '질투하는 남자' 중에서, p.57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법률에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가해자는 남에게 입힌 피해만큼의 벌을 받아야 한다는 법이다. 누군가 남의 가족을 해쳤다면 피해자가 당한 것과 똑같은 고통을 받아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으므로 너도 똑같이 상실감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마땅하다. 누구에게 벌을 준다는 것은 자신의 척도로 세상을 재단하는 일이다. 하지만 현대의 법체계에서는 누군가에게 사적으로 복수하는 일은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경제가 파탄 나고 사회와 정치 제도가 무너져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세상이라면 어떨까. 변호사로서 정의와 상식과 인간애를 믿었던 주인공은 가족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정의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라고. 그럼에도 그는 가해자를 사적으로 처형하지 않고 재판정에 세우려고 한다. 그렇게 슬프고도 치밀한, 안타깝고도 무시무시한 복수가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쥐섬'이라는 작품이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외도한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여자, 한 여자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쌍둥이 형제가 벌인 기만극, 규칙을 파괴하는 자를 향한 응징,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쓰레기 수거원의 기억, 완벽한 범행 계획을 세운 남자의 살인 고백, 문학적 진정성과 세계적인 명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아내와 상사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하는 택시 기사, 경쟁자를 처리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난 남자 등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감춰진 본성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열두 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치밀하게 계획된 플롯과 구조, 복선과 캐릭터를 보여준다. 분량과 상관없이 밀도 높은 이야기들은 왜 요 네스뵈가 북유럽 스릴러의 제왕인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다채로운 장르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작품의 장점인데, 요 네스뵈의 소설에서 SF적인 요소나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굉장히 흥미로웠다. 언젠가는 추리, 스릴러 장르가 아닌 다른 장르에서도 요 네스뵈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감도 들었고 말이다. 




사람들은 흔히 가난한 사람들을 자주 도와주다가 연쇄 아동 성추행범으로 돌변하는 남자에게 속았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사람들이 실수하거나 속은 게 아니라고 했다. 그 남자의 선한 면이 진심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준 것이지, 그가 저지르는 다른 악행을 덮기 위해 위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한마디로 인간은 선하기만 하지도 악하기만 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브래드도, 그의 아버지도, 나도.              - '쥐섬' 중에서, p.414


요 네스뵈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단편소설집이다. 질투라는 테마로 일곱 편, 권력이라는 테마로 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요 네스뵈의 작품들은 워낙 벽돌책이 많았는데, 단편소설집도 600페이지를 훌쩍 넘는다. 영어 원서 페이퍼백으로도 500페이지이다.  표제작은 이미 아마존 프라임 영화 〈킬러 히트〉로 만들어졌고, 수록작 중에 한 편은 CWA 대거상 최종 후보였으며, 그 외 두 편도 영화 판권이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 스릴러의 거장이 보여주는 각양각색의 세계에 독자들의 사랑만큼이나 여러 분야에서 주목을 받은 것이다. 요 네스뵈가 쓴 단편소설집이라니 너무 궁금해서 원서를 사둔 게 몇 년은 된 것 같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다 결국 변역본이 나오고 나서야 제대로 읽어보게 되었다. '해리 홀레 시리즈'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 같아 너무 기대가 되었다. 한 호흡으로 달려가야 하는 장편이라 아니기 때문에 좋은 점은 이 묵직한 페이지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SF, 디스토피아, 누아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를 만나볼 수 있어 한 편씩 아껴가며 읽었다. 




요 네스뵈가 창조한 세계는 늘 어둠과 범죄로 점철되어 있지만, 복수도, 배신도, 질투조차도 이상하게 설득력을 갖고 있다. 우리가 이미 갖고 있었던, 하지만 잠시 잊고 살았던 감각들을 일깨워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인간의 본모습이니까. 우리의 감정이란 원래 그렇게 작동하는 거니깐.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서는 종종 '사랑'이 가장 달콤한 정신병이자 지독한 고문이 되어 버리고, '질투'라는 극단적 주관성과 냉정하고 관찰 가능한 객관성이 동시에 공존하며,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당성에 대한 복수를 준비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요 네스뵈는 ‘범죄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플롯이 아니라 인물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기’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그의 작품을 여타의 범죄 스릴러와 다르게 만들어 주는 지점이다. 이 책에 수록된 열두 편의 이야기들은 각각 뛰어난 완성도를 가지고 있어 모두 장편소설로 발전시켜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다. SF, 디스토피아, 누아르를 넘나드는 놀라운 이야기의 향연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혹시 아직 요 네스뵈의 작품을 만나보지 않았다면, 해리 홀레 시리즈가 궁금하지만 시리즈가 길어서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지금이 기회다. <질투하는 남자>로 매혹적인 노르딕 누아르의 세계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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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 엄마가
일리아나 잰더 지음, 안은주 옮김 / 리드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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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편지 안에 담긴 내용은 개인적이고 은밀해 보인다. 엄마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내게 거의 말해 준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사정이 있었어." 엄마는 늘 그렇게 말했다. 

엄마의 소설을 읽어서 아는데, 그 사정은 엉망진창이었을 거다. 비평가들은 엄마가 '탁월한' 상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내 생각에 그 상상력은 완전히 맛이 간 쪽에 가깝다.               p.24


베스트셀러 작가인 엄마가 사고로 죽었다.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팬들은 진심으로 슬퍼했고, 출판사는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자체 홍보팀을 투입한 상태다. 신문들은 온갖 종류의 터무니없는 이론을 내세우며 헤드라인을 뽑아냈고, 추모식이 열리고 있는 추모관 밖으로 파파라치와 열성팬들이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 딸인 매켄지는 엄마가 죽었는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엄마와 친했던 적이 없었던 매켄지는 슬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문학계에서는 뛰어난 천재였고, 팬들에게는 여왕이었지만, 아빠에겐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이었고, 아빠 쪽 가족에겐 나쁜 년이었으며, 딸은 그런 엄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죽은 엄마로부터 편지가 오기 시작했다. 비밀을 알고 싶니? 사랑을 담아, 엄마가.... 라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죽은 엄마로부터 편지는 계속 오고, 결국 매켄지는 직접 과거를 조사해나가기 시작한다. 편지는 계속 이어졌지만, 어딘가 애매모호하고 이상했다. 엄마의 서재에 몰래 들어가 원고의 필체와 확인해보니 분명 엄마의 필체가 맞긴 했다. 편지를 읽어 나갈수록 더 궁금한 것들만 늘어났다. 엄마는 살아 있을 때 마치 매의 눈으로 아빠를 지켜보는 것 같았고, 아빠가 하는 말 하나하나를 보이지 않게 조율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아빠한테 물어보더라도 아빠가 뭘 알고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엄마는 이해가 안 가는 나쁜 년이었고, 뛰어난 천재였고, 팬들에게는 한없이 따스했다. 그래서 엄마의 시신이 발견된 후 며칠 동안 매켄지는 말문이 막힌 상태였다.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자신의 삶에 갑자기 생긴 공허함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슬퍼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편지가 계속 이어지면서 엄마가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꿀 만큼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과연 죽은 엄마의 편지 속에 숨겨진 비밀은 뭘까.




"알았어, 하지만......" 이건 진짜 엉망이다. 이런 상황을 도대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겠는가? "그럼, 그녀는?" 나는 호수 쪽 어딘가를 향해 모호하게 고갯짓을 했다.

토냐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때때로 토냐는 그녀에게 잘못 걸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토냐의 표정이 사악하게 바뀌었다. 그녀는 미소를 거둔 채 이렇게 말했다.

"이제 사라져 줘야지."                p.312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였나? 라는 질문을 엄마가 죽고 나서야 하게 된 상황부터 안타깝다. 왜 함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딸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을까. 왜 딸은 엄마를 증오스러운 존재로 여기며 살았을까. 매켄지는 엄마의 편지를 읽어 나가면서 점차 불길한 의심을 하게 된다. 엄마가 과거에 뭔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 거라고, 어떤 범죄와 연루된 게 분명하다고 말이다. '엄마는 살인자야.'라는 끔찍한 생각이 시작되면서 그 어두운 생각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한다. 게다가 엄마의 서재에서 협박의 내용이 담긴 종이가 발견되고, 아빠는 뭔가를 몰래 찾는 것처럼 보인다. 엄마와 아빠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뭘까. 


이 작품은 독립 출판으로 나왔다가 오로지 '재미'만으로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 아마존 범죄 소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굿리즈’에 18만 건에 달하는 독자평이 달리고, 전 세계 35개국에 수출되는 등 최고의 스릴러로 자리잡았는데... 그 화려한 이력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야말로 시작부터 롤러코스터를 타고 달리는 기분으로 도파민 터지는 서사를 폭풍같은 전개로 보여준다. 엄마가 쓴 잔인한 소설들이 사실은 엄마의 범행 기록일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오싹해진다. 애초에 엄마의 추모식 날, 죽은 엄마로부터 편지가 왔다는 것부터 섬뜩한 일이지만 말이다. 중반을 넘어설 때즈음 드러나는 진실이란 생각보다 꽤나 충격적이며,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할 때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준비된 여러 겹의 반전 또한 강렬하다. '스릴러 소설에 바라는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작품' 이라는 누군가의 찬사가 결코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었다. 자, 이 작품을 선택한 당신의 탁월한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이 비밀은 당신의 것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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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가 너무 많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릭시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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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당신이 당신의 능력을 써서 어떤 사내가 범죄자라는 사실을 혼자 알아냈다고 칩시다. 그 사내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의 그 개인적인 지식을 제외하면 단 하나의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제가 하고 싶은 질문은 이런 것입니다. 그럴 경우, 당신은 그 사내를 고발하겠습니까?"

"고발하지 않을 겁니다." 다아시는 주저 없이 말했다.             p.120


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치유술사와 마술사들의 컨벤션이 열리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마술사들이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마술사 숀 오로클린은 약속 시간에 객실 문을 두드렸는데, 갑자기 안에서 쉰 목으로 내지르는 듯한 느낌의 비명이 울려퍼진 것이다. "마스터 숀! 도와줘!"라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방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방문은 자물쇠가 잠겨 있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열쇠를 가지고 왔지만 잠금 주문에 걸려 있는 문은 전혀 열리지 않았다. 결국 지배인이 도끼를 가지고 와 문을 부쉈고, 객실의 정중앙에 선혈이 고인 웅덩이 위로 런던시의 주임 법정 마술사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문제는 죽은 사람을 제외하면 그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방안에는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전혀 없었고, 방문은 문을 잠글 수 있는 유일한 열쇠로 잠겨 있었으며, 열쇠는 방안에 떨어져 있었다. 안에서 비명을 지르고 몇 초 뒤에 복도로 사람들이 뛰쳐나왔기에, 뭔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창문들도 모두 안에서 잠금쇠로 단단히 잠겨 있었기에 창문으로 도망칠 수도 없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범죄가 벌어진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것도 수많은 마술사가 집결한 곳에서, 완벽한 밀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누구일까. 


자물쇠가 잠긴 밀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누군가 칼에 찔렸다. 그렇다면 그를 죽이고 싶어할 만한 동기를 가진 사람은 누가 있을까. 그와 다툰 사람은 없었을까. 그런 이유로 현장의 최초 발견자이자 죽은 이와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는 이유로 숀 오로클린이 런던탑에 수감된다. 그 소식을 접한 다아시 경이 동료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급히 런던으로 달려오는데, 과연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응. 누가 이 친구를 죽였는지는 나도 아네." 다아시가 말했다. "하지만 이유는 알 수가 없군."

"살해 동기를 얘기하는 건가?" 본트리옴프가 물었다.

"오, 동기가 뭔지는 알아. 내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동기 뒤에 숨은 진짜 동기라네. 무슨 뜻인지 이해하겠지?"

본트리옴프는 이해하지 못했다.              p.375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의 41번째 작품으로 랜들 개릿의 <마술사가 너무 많다>가 나왔다. 랜들 개릿의 ‘다아시 경’ 시리즈는 총 네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 중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셰르부르의 저주>, <나폴리 특급 살인>, 그리고 <마술사가 너무 많다>가 이십여 년 전에 국내에 소개되었었지만, 오래도록 절판이어서 아쉬웠었다. 이번에 원문의 맛을 살린 정교한 번역으로 새롭게 단장해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로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SF 작가로 유명한 랜들 개릿의 대표작이자 가장 인기가 높은 '다아시 경' 시리즈는 "SF보다는 특수설정 미스터리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판타지와 탐정소설의 가장 좋은 점만을 결합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받았는데, 실제로 배경만 SF적인 설정이고, 스토리 자체는 현대의 '특수 설정 미스터리'처럼 흘러간다. 그래서 고전 미스터리로서의 장벽이 낮기 때문에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영국과 프랑스가 '영불제국'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이어져왔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이 작품은 현실의 '과학'과 유사한 방식으로 '마술'이 존재하고 작동한다는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각자가 가진 탤런트는 모두 달랐는데, 그 능력 또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주인공인 수사관 다아시 경 또한 탤런트는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캐릭터이다. 절대적인 힘과 권력을 쥐고 있는 마술사들은 선과 악으로 나뉘어 있었고, 흑마술은 함부로 사용하지 않도록 금지되어 있다. 이러한 '특수설정' 속에서 다아시 경은 번뜩이는 추리력을 바탕으로 불가능 범죄 해결에 도전한다. 


그는 '불가능한 가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면... 그다음부터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것은 셜록 홈스의 대사를 변주한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마술적 재능없이 날카로운 통찰력과 논리만으로 해결하는 점은 현대의 미스터리 해결방식이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마술이 과학을 대체한 세계이기 때문에, 극중 법정 마술사가 현실의 법의학자 또는 범죄분석관의 역할을 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대체역사와 본격 미스터리의 조합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마술이라는 초자연적인 요소가 등장하지만, 고전 퍼즐 미스터리로서의 완성도를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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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가 너무 많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릭시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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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마술 사이에서, 대체역사와 본격 미스터리의 매력적인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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