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 클래식 리이매진드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데이비드 플렁커트 그림,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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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기가 중요한 대목이다. 여러분은 나를 미쳤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미치광이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때의 나를 봤어야 하는데. 내가 얼마나 빈틈없이, 얼마나 선견지명 있게, 얼마나 천연덕스럽게 일을 처리했는지 그 현명한 모습을 봤어야 하는데. 그 노인을 죽이기 1주일 전부터 나는 그에게 최고의 친절을 베풀었다. 매일 한밤중에 노인의 방문 걸쇠를 풀고 문을 열었다. 정말 살며시 열었다!                - '고자질하는 심장' 중에서, p.26


소소의 책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가 벌써 여섯 번째 책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독특한 시각적 해석을 담은 컬렉터용 하드커버 에디션이다. 원문 그대로의 고전소설을 다시 상상하기 위해 시작된 이 시리즈는 참여하는 일러스트레이터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고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셜록 홈스의 모험>, <그림 현제 동화>에 이어 이번에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가 나왔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과 시에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데이비드 플렁커트의 현대적 감각의 이미지가 더해지면 어떤 느낌일지 매우 기대하며 읽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은 굉장히 으스스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들이 많다. 오늘날 추리소설과 공포문학, 심리 스릴러의 기원이 되었다고도 평가받는데, 그만큼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것들이 많다. 일러스트레이터 데이비드 플렁커트의 작품들은 표지 이미지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강렬한 일러스트들이 텍스트에 담기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야기의 서사를 이끌어 가는 삽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행간의 여백을 채워주며 극을 완성시켜 준다. 


데이비드 플렁커트의 그림들은 굉장히 현대적이면서도 고딕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해지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긴장감 넘치는 서사를 고스란히 시각화시켜서 보여주는데,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야기를 따라 가다가 깜짝 놀라곤 했다. 글도 무섭지만, 그림도 으스스해서 글과 그림이 완전히 한 세트처럼 잘 어우러지는 작품이었다. 




죽어가는 시간에 다정한 위로라니!

그런 것은, 아버지, (이제_) 나의 주제가 아닙니다 ─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지상의 권능이

내가 지은 그 죄를 용서하리라고 여기지는 않을 테니까요,

지상의 것이 아닌 자부심에 한껏 들떴던 그 죄를 ─

나는 망령 들거나 꿈꿀 시간이 없습니다.            '절름발이 티무르' 중에서, p.232


포의 대표적인 단편 중 하나인 <검은 고양이>는 작품을 실제로 읽어 보지 않은 이들조차 내용을 알만큼 유명하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고백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를 최초로 선보인 작품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나'는 자신이 지극히 광적이고 야만스러운 이야기를 하려 하는데, 믿어주기를 바라지도 간청하지도 않겠다는 말로 서두를 연다. 자신에게는 공포 그 자체인 사건들이지만 참혹하다기보다 기괴하게 비칠 일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독자들은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지만,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나'의 행동을 쉽사리 이해하기도 어려우니, 그 비정상적이고 통제력을 상실해가는 모습에서 점점 불편함과 오싹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재미있는 건 작가인 포는 실제로 고양이를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그가 이렇게나 거리낌 없이 고양이를 죽이고, 무시무시한 존재로 만들었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고는 그 선명한 이미지가 오래도록 머릿속에 각인되어 한동안 길에서 검정 고양이만 보아도 피해갔었다. 짧은 분량의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얼마나 섬뜩하고 오싹했던지 무서워서 책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게 된 포의 작품들은 놀랍도록 시적이었다. 어둡고 그로테스크했지만, 그럼에도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게다가 감각적이고 세련된 그림들이 작품이 지닌 분위기와 서사를 더욱 잘 드러내주고 있어 그림만 보더라도 이야기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시간이었다. 소설들은 시처럼 간결하면서도 복합적으로 읽혔고, 시들은 소설처럼 하나의 서사를 가지고 또다른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의 어두운 상상력으로 빚어낸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와 우리를 강력하고 완벽하게 미지의 세계로 끌고 들어간다.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를 첫 작품부터 차곡차곡 만나고 있는데,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지, 또 어떤 아티스트가 재해석해는 작품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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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1 손끝으로 채우는 영어 필사 2
진 웹스터 지음, 이예은 옮김 / 세나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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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채우는 영어 필사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주홍색 연구>에 이어 <키다리 아저씨>가 나왔다.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는 고아 소녀가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대학에 진학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 소녀의 성장 소설이자, 편지 형태로 이어지는 서간체 소설이기도 하다. 아마 꿈 많던 소녀 시절에 나만의 키다리 아저씨를 꿈꾸며 설레는 기분을 느껴보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이 고전 적인 플롯은 아직도 애니메이션과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변주되어 현대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야기로 재탄생하고 있다.   




열정적이고 모험심 강한 고아 소녀 제루샤는 올해 열일곱 이다. 보통 열여섯 살이 넘으면 고아원을 나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규정보다 2년이나 더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각종 청소를 하고, 아흔일곱 명의 어린 고아들을 깨끗이 씻기고, 돌보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장 선생님의 부름을 받게 된 그녀는 상상도 못했던 제안을 받게 된다. 한 신사분이 제루샤가 쓴 수필을 읽고는 그녀를 대학에 보내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학비는 물론 용돈까지 제안한 그의 조건은 단 하나, 답례로 한 달에 한 번 감사 편지를 써달라는 거였다. 그렇게 해서 제루샤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자신의 학업 진행 상황과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익명의 키다리 아저씨게에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제루샤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들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고아라는 처지와 후원을 받는 입장 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할 말은 하는 여 주인공 캐릭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게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키다리 아저씨라는 인물에 대한 미스터리함이 호기심을 자극해 그야말로 소녀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던 고전 명작이다. 




1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여전히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품을 원문 그대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원서 그대로 필사할 수 있도록 왼쪽 페이지에 영어 원문을 두었고, 그 아래 한글 번역문이 있으며, 오른쪽 페이지에는 필사하는 페이지와 본문의 주요 단어를 설명한 단어장이 있다. 누구나 쉽게 필사를 처음 시작하기에 딱 좋은 구성이다. 


영어 필사는 영어 공부에 필요한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영어 공부법이다. 시각, 청각, 촉각을 이용해 한 번에 언어 습득 장치를 깨우는 것이다. 시중에 영어 필사를 할 수 있는 책은 종류가 많은 편이지만, 누구나 좋아하고 익히 잘 알고 있는 소설로 시작한다면 그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특히나 이 작품은 편지 형식이라 쉽고, 생생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원작의 오리지널 일러스트가 본문 곳곳에 수록되어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하루에 한 통씩 영어 편지를 따라 쓰며 고전 명작도 다시 읽고, 영어 공부도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천천히 따라 써보고, 소리 내 읽어보는 것도 좋다. 어떤 날은 편지가 길고, 어떤 날은 편지가 짧지만, 매일 한 통씩 꾸준히 필사한다면 세달 정도면 완성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리고 한 통의 편지가 끝날 때마다 관련되어 한 가지 생각할 주제를 던져주는 <한 줄 생각 Q>라는 코너가 있어 답을 영어로 적거나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은 적이 있나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설레던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어떻게 하면 나 자신과 더 친해질 수 있을까요?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나요? 등의 질문이 있었는데, 답변을 하다 보면 잠시 머리를 식히는 시간도 되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도 되어 좋을 것 같다. 


누구나 다 아는 작품이라서 초급자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 공부를 미루기만 해왔다면, 이번 기회에 꾸준히 영어 본문을 읽고 필사를 해보면 어떨까. 원서 읽기에 관심이 많다면 쉽고, 재미있게 원서 읽기를 배울 수 있는 시간도 될 것이다. 매번 영어 공부에 실패해왔다면, '손끝으로 채우는 영어 필사' 시리즈로 다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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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위의 만찬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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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 참신하다." 1,500쪽이나 되는 방대한 이탈리아 요리 바이블 <실버 스푼>을 번역하기도 했고, 평소 이탈리아 요리하기를 즐기는 음식 평론가로서 단박에 느낀 감상이다. 이탈리아 요리에서 원래 마늘은 요리 초반에 향만 우려내는 용도다. 올리브기름을 팬에 달구고 칼등이나 손바닥으로 납작하게 누른 것을 넣어 1분쯤 두었다가 건져버린다. 정석은 이렇다만, 교도소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이처럼 큰 제약 속에서도 급식 외의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에 힘입어 교도소만의 별도 요리법과 음식이 대대로 전해 내려온다.               p.74~75


<실버 스푼>, <패밀리 밀> 등 세계적인 요리사들의 책을 번역하고, <한식의 품격>, <미식 대담> 등 음식에 관한 저서를 써온 음식 평론가이자 번역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는 어떨까. 저자는 음식을 통해 영화를 기억하는 특별한 감상법을 제안한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초코파이, <헤어질 결심>의 중국식 볶음밥, <아메리칸 셰프>의 쿠바식 샌드위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하울정식, <신세계>의 송아지 스테이크, <올드보이>의 군만두, <웰컴 투 동막골>의 팝콘, <왕과 사는 남자>의 사약에 이르기까지 영화 속 음식에 초점을 맞춘 글들이 색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읽게 해주어 매우 흥미로웠다. 


영화 속 음식은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기도 하고,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기도 하며,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키는 역할도 한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잠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데 활용되기도 하고, 인물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관객들이 공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돌아보면 삶의 중요한 모든 순간에 음식이 함께 했다. 어린 시절 처음 가족끼리 외식이라는 걸 했던 동네의 경양식 집, 동생은 느끼하다고 했지만 나는 너무 맛있었던 돈까스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 처음으로 독립했을 때, 첫 직장에서 첫번째 월급을 받았을 때, 첫 남자친구와 근사한 데이트를 했을 때 등등... 뭔가 기념할 만한 일이 생기거나, 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순간에 우리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으러 간다. 이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순간들에도 음식이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음식과 요리를 이해하는지라 나에겐 엄청 사무치는 장면이었지만 한편 깊은 회의가 들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저 장면, 특히 달걀로 클라리사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특히 황백지단의 식문화가 거의 사라져버린 우리에게는 낯설고 공감을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나마 서양 요리 세계에서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 분리는 아직도 굉장히 흔한 일이니 좀 나을까? 달걀의 흰자는 수분과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고, 노른자는 지방이 대부분이다. 두 구성 요소의 성질이 확연하게 다르므로 음식과 요리에서도 역할이 분명하게 갈린다.                p.245~246


좋은 영화를 보고 길을 나서면 언제나 그 여운에 마음 한구석이 싱숭생숭해진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며 인물들이 먹었던 음식을 요리해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올드 보이>의 군만두를 비롯해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는 음식이 유달리 두드러져 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감독이 추구하는 특유의 미학과 어우러질 때 드러나는 멋과 디테일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저자는 <헤어질 결심>의 볶음밥 장면을 보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고 만다. 해준이 자신의 집에서 나름 솜씨를 부려 밥을 볶아내는데, 서래는 딱 한 입만 먹고 넌지시 내친다. 볶음밥이 너무 엉터리였으므로 만든 사람도 경계해야 마땅했다고 이해하면서, 이런 볶음밥을 만들면서 '중국식' 볶음밥이라 너스레를 떤다니 박찬욱 감독이 미워질 정도였다고 말이다. 저자는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제대로 된 중국식 볶음밥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세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설명해준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 거뜬히 한 접시를 비울 수 있을 것 같아, 저녁 메뉴는 중국식 볶음밥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음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 이야기이기에 일반적인 영화 리뷰에서는 만날 수 없는 순간들을 세밀하게 포착해주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나온 음식을 실제로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레시피나 배경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더 특별한 시간이었다. 최신 영화부터 오래 전 명작까지 다양한 영화들과 함께 만찬을 벌인다는 점도 좋았는데,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도, 음식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음식으로 영화를 읽어내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새로운 감각으로 영화를 음미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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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원 없이 7개 국어를 정복했다 - 어떤 언어든 입이 트이는 외국어 독학법
서영훈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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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어는 지적 퍼즐이다. 언뜻 무질서하게 흩어진 단어들이 사실은 제자리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낱말 하나가 의미 없는 기호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기호들이 조금씩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두세 개의 단어가 만나 작은 뭉치가 되고, 그것이 문장이 되며, 이어서 문장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짜낸다. 그 흐름 속에서 암호를 하나씩 풀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더 나아가, 억양 하나, 조사 하나, 어순의 작은 변화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뉘앙스를 알아차릴 때,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는 듯한 짜릿함이 밀려온다.               p.25


어릴 때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았고, 언젠가 2개 국어 이상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래서 영어 공부도 꾸준히 했고, 각종 외국어 학습에 관련된 책들도 정말 많이 찾아 읽었다. 이번에 만난 책은 이제껏 내가 읽어온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핵심을 잘 짚어내고 있어 감탄하며 읽었다. 40대 평범한 직장인이 어떻게 일하면서 외국어 7개를 정복했는지가 궁금해서 시작한 책인데, 언어에 관한 뛰어난 통찰력까지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스스로 언어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하는 저자는 어떻게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7개 언어를 하게 된 것일까. 


그는 하루 단 30분과 자투리 시간만 있다면 어떤 언어든 6개월 만에 기초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언어의 문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도 조용히 넓어진다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이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미뤄둔 외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질 것이다.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싶다는 로망을 가져본 적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내내 영어를 배우고, 제2외국어로 일본어, 프랑스어 등을 배워 왔지만, 정작 해외에 나가거나 외국인과 마주하게 되면 얼음처럼 굳어서 한 마디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말이다. 하지만 당장 생계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닌, 외국어 공부를 매일 꾸준히 하기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게다가 꽤나 열심히 공부를 해왔다고 생각해도, 막상 자격증 시험을 보거나, 해외에서 활용해보려고 할 때는 정작 입을 떼기도 어렵고 말이다. 저자는 열심히만 한다고 입이 열리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외국어는 학문이 아니라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기술을 아낌없이 알려준다. 




우리 뇌는 새로운 결정을 매우 귀찮아한다. 매번 '오늘 언제 공부하지?' '뭘 하지?' 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뇌는 피로를 느끼고 회피하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불필요한 결정을 생략할 수 있도록 환경과 습관을 '자동화' 해야 한다. 샤워, 아침 식사 같은 익숙한 습관 뒤에 공부 루틴을 붙여 보자. 뇌는 그것을 더 이상 '새로운 일'로 인식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신 후, 식탁에서 원서 한 쪽을 읽는다.' 이런 습관 연결하기는 뇌에 명확한 신호를 준다. '커피 마시기'라는 익숙한 행동이 새로운 습관의 방아쇠가 된다. 뇌의 거부감이 사라진다. 이렇게 연결된 습관은 놀랍도록 쉽게 반복된다.                 p.217~218


이 책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학원, 유료 앱, 학습지 같은 뻔한 강제성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철저히 ‘혼공러’의 관점에서, 혼자서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독학 방법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알려 준다. 유료 결제 없이도 학습 효율을 극대화하는 법, 바쁜 일상 속 틈새 시간을 활용하는 시간 관리법, 단어 1개로 수십 개의 어휘를 확장하는 효율적 암기 기술, 복잡한 문장도 막힘없이 말하게 만드는 회화 훈련, 외국어 공부를 ‘ 놀이’로 만드는 두뇌 활용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어 활용해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저자는 언어 하나를 배우는 순간, 새로운 방 하나가 생기고, 그 방에 들어갈 대마다 자신은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언어가 달라지면 목소리의 톤, 웃음소리, 몸짓까지 달라진다. 한국어로 말할 때는 차분하고 신중하지만, 영어를 쓸 때는 조금 더 외향적이고, 스페인어로는 한없이 따뜻해지고, 프랑스어로는 진지해지며, 일본어로는 겸손해지고, 중국어는 호탕함을, 이탈리아어는 용기를 준다고 말이다. 


이렇게 언어를 공부 개념이 아니라 삶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특히 공감되었다. 새로운 언어를 익힌다는 건 그 언어 위에 쌓은 수백 년, 수천 년의 문화와 역사를 접하는 일이라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이 책이 알려주는 대로 하루 20분에서 30분씩 반복하는 간단한 루틴만으로도 장기적 효과가 충분하다면, 2년에서 3년에 한 번씩 새로운 언어에 도전해보고 싶다.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세상에는 배워보고 싶은 외국어가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다른 언어를 배우면서 또 나의 세상은 얼마나 넓어질지 기대가 된다. 저자가 알려주는 '혼자서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독학' 방법은 직접 책을 구매해서 만나보길 권해주고 싶다. 습관을 만들고, 루틴을 완성하고,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각인되는 암기의 기술과, AI, 앱, OTT를 활용한 공부법 등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 볼 수 있는 기술들이 가득하니 말이다. 외국어 때문에 주눅 들어본 적이 있다면, 작심삼일을 이기는 습관 자동화 시스템이 궁금하다면, 돈 안 들이고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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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 - 복종 본능에서 깨어나 주체성을 회복하는 행동과학
수니타 사 지음, 이윤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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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순간 나는 선생님의 부당한 요구나 아버지의 지나치게 엄한 명령에 '아니요'라고 말하려 시도했다가 결국엔 감정을 억누르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랐던가? 얼마나 많은 순간 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반박하고 싶다가도 분위기를 깨거나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할까 봐 반대 의견을 삼켜버렸던가?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대신 내 손바닥을 손톱으로 긁으며 상처를 내고 뺨 안쪽을 물어뜯을 정도로 참았던 적은 또 몇 번이나 있었던가?              p.59


누구나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하거나, 순종하기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따르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반박하지 않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순응했던 적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순종은 착한 것, 저항은 나쁜 것이라는 개념을 배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부모의 지시를 따라야 했고, 교사들의 권위에 복종했으며,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만 목소리를 냈다. 사실 우리의 세계는 순응을 기반으로 돌아간다. 각종 제도와 법규는 우리가 조화롭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순종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부당한 요구를 수용해야 하거나, 특정한 선택을 강요 받을 때,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 출신 조직심리학자 수니타 사 박사는 저항이란 '그 어떤 압박에도 자신의 참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방대한 역사적, 실험적 근거와 최신 행동과학을 바탕으로 '진정한 나'로 사는 법을 알려준다.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부터 챌린저호 폭발 사건, 인종차별에 맞선 로자 파크스 사례 등 방대한 사례들을 통해 순응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저항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알려준다. 물론 타인이 기대하는 바를 거스르면 종종 대가가 따른다. 타인에게나 심지어 자신에게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때론 '감정적'이거나 '까다롭게' 비칠 수도 있다. 어쩌면 직장이나 관계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정한 '아니요'를 말하는 것으로 인종차별이 덜한 사회가, 여성이 더 안전하게 느끼는 공공장소가, 윤리적 거래를 중시하는 하업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순응하도록 타고났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 갇혀 있지는 않았다. 순응이 우리의 기본값일 수는 있지만 근육을 단련하듯 저항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우리를 순응하게 만드는 압박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의 진정한 '네'가 무엇인지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해와 자기 인식, 노력, 연습이 작용하지만, 순응=착한 것, 저항=나쁜 것이라는 공식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 순응이 나쁘고 저항은 실제로 좋을 수도 있는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타고난 기본값을 바꿀 수 있다.               p.138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현실이 이상과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냉혹한 진실을 배워간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항상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행동이 핵심 가치를 반영하지 않거나 스스로 되고자 하는 모습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다. 머릿속에서 이건 내가 아니야라는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건 우리의 가치관이 말하는 목소리다. 그 목소리는 분명히 우리에게 경고를 보냈다. 우리 모두에겐 이와 같은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 저항하는 사람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고 그 목소리에 따라 자신에게 진실된 방식으로 행동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가치관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저항은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한다. 짧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질문. 바로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진정한 '아니요'로 나아가려면 우리는 시선을 외부로, 즉 우리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세상으로도 돌려야 한다. 


저자인 수니타 사 박사도 순응하고 복종하며 '착한 모범생'으로 자라났고 주변 사람들이 권하는 대로 의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대학교에 진학하여 스스로 세상을 헤쳐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머릿속에 의문이 떠오른 것이다. 내가 순응해 온 무언가와 다르게 생각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대학교 3학년 때 의대를 휴학하고 복종과 권위, 반항에 관한 연구를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기로 한다. 그 후 20여 년간 심리학을 연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인 것이다. 착한 아이로 남을 것인가? 나다운 어른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것은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동의와 순응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과 진정한 '네'와 진정한 '아니요'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그때 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후회해 본 경험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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