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킷사텐이라는 시간 - 천천히 짙어지는 도쿄의 오래된 커피 공간
가와구치 요코 지음, 송유선 옮김 / 리틀프레스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젠가 일본 여행을 갔을 때 현지인들로만 바글바글한 카페를 간 적이 있다. 아침 일찍 갔었는데, 토스트와 달걀 등을 커피와 함께 세트로 판매하고 있었고, 출근 전에 들른 직장인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브라운 톤의 세월이 묻어난 느낌이라 차분하고, 가성비도 좋았던 아침 식사로 기억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킷사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킷사텐이란 일본의 복고풍 카페를 부르는 말이다. 보통 세월이 묻어나는 노포 카페들로 우리나라의 다방같은 곳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국내에서는 일본식 레트로 카페들을 킷사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킷사텐에서는 음료나 디저트뿐만 아니라 샌드위치나 나폴리탄 스파게티 등 식사 종류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여행객들이 조식을 먹기 위해 들르기도 한다.

보통 킷사텐들은 수십 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실내 공간을 갖고 있어 요즘의 화려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허름하면서도 빈티지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커피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면 킷사텐을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어렴풋한 커피의 향, 음식이나 디저트의 냄새, 사람들의 느긋한 모습과 조용한 대화 소리,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 음악, 온기 혹은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 등 냄새와 소리와 온도가 혼연일체 된 그 분위기를 '킷사의 향'이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이 설명만 듣더라도 킷사텐의 분위기가 어떤지 짐작이 될 것이다. '도쿄의 길목 아래, 이미 떠나간 이들의 소박한 기억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활기가 한 킷사텐에서 교차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처럼 이 책은 여행 가이드이자 에세이처럼 읽히기도 해 더 좋았다.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일본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이 책은 도쿄의 킷사텐 77곳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서와 휴식의 공간, 매력적인 한 접시, 재즈 킷사, 명곡 킷사의 시대 등 각 킷사텐의 매력을 중심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간다, 진보초, 주오선, 교외의 킷사텐으로 위치 별로도 정리했다. 도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킷사텐을 따라가는 여정이 자연스럽게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듯한 느낌이다. 천천히, 고요한 공간에서, 시간의 밀도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커피를 음미하며 킷사텐의 풍경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책이었다.
각각의 장소마다 위치와 휴무, 영업시간, 메뉴에 대한 소개가 별도로 수록되어 있고, 킷사텐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사진들과 대표 메뉴의 사진도 볼 수 있어 도쿄에 방문하게 된다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은 실용적인 책이기도 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일부러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커피를 마시는 일은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그래서 '킷사텐에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마음의 호사'라는 문구가 참 와 닿았다. 변함없이 가게를 이어온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바꾸는 게 귀찮을 뿐"이라는 답변을 들려주는 주인의 모습에서 묵묵하지만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고, 만약 내가 독서를 하고 싶은데 옆에 시끄러운 두 사람이 앉아 있다면 어쩌냐는 질문에 "사회란 그런 것"이라고 대답하는 주인의 인생관 또한 빙그레 미소짓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또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자신들의 경영 철학이 '일기일회'라고 대답한 킷사텐이었다. 일주일에 여섯 번 찾아오는 단골손님에게든, 처음 방문하는 손님에게든 이 순간은 단 한 번뿐이기에, 마음을 다해 정성껏 맞이하고 싶다고 말이다. 이런 마음으로 커피를 내리고, 음식을 만들어 주는 곳이라면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신주쿠역 서쪽 출구에 있는 다지마야 커피점이다. 언젠가 도쿄에 가게 되면 꼭 가볼 예정이다. 이 책을 통해 여러 킷사텐을 가보며 오래된 커피 공간의 매력, 킷사텐이 줄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