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 - 복종 본능에서 깨어나 주체성을 회복하는 행동과학
수니타 사 지음, 이윤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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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나 많은 순간 나는 선생님의 부당한 요구나 아버지의 지나치게 엄한 명령에 '아니요'라고 말하려 시도했다가 결국엔 감정을 억누르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랐던가? 얼마나 많은 순간 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반박하고 싶다가도 분위기를 깨거나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할까 봐 반대 의견을 삼켜버렸던가?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대신 내 손바닥을 손톱으로 긁으며 상처를 내고 뺨 안쪽을 물어뜯을 정도로 참았던 적은 또 몇 번이나 있었던가?              p.59


누구나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하거나, 순종하기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따르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반박하지 않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순응했던 적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순종은 착한 것, 저항은 나쁜 것이라는 개념을 배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부모의 지시를 따라야 했고, 교사들의 권위에 복종했으며,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만 목소리를 냈다. 사실 우리의 세계는 순응을 기반으로 돌아간다. 각종 제도와 법규는 우리가 조화롭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순종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부당한 요구를 수용해야 하거나, 특정한 선택을 강요 받을 때,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 출신 조직심리학자 수니타 사 박사는 저항이란 '그 어떤 압박에도 자신의 참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방대한 역사적, 실험적 근거와 최신 행동과학을 바탕으로 '진정한 나'로 사는 법을 알려준다.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부터 챌린저호 폭발 사건, 인종차별에 맞선 로자 파크스 사례 등 방대한 사례들을 통해 순응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저항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알려준다. 물론 타인이 기대하는 바를 거스르면 종종 대가가 따른다. 타인에게나 심지어 자신에게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때론 '감정적'이거나 '까다롭게' 비칠 수도 있다. 어쩌면 직장이나 관계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정한 '아니요'를 말하는 것으로 인종차별이 덜한 사회가, 여성이 더 안전하게 느끼는 공공장소가, 윤리적 거래를 중시하는 하업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순응하도록 타고났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 갇혀 있지는 않았다. 순응이 우리의 기본값일 수는 있지만 근육을 단련하듯 저항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우리를 순응하게 만드는 압박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의 진정한 '네'가 무엇인지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해와 자기 인식, 노력, 연습이 작용하지만, 순응=착한 것, 저항=나쁜 것이라는 공식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 순응이 나쁘고 저항은 실제로 좋을 수도 있는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타고난 기본값을 바꿀 수 있다.               p.138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현실이 이상과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냉혹한 진실을 배워간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항상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행동이 핵심 가치를 반영하지 않거나 스스로 되고자 하는 모습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다. 머릿속에서 이건 내가 아니야라는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건 우리의 가치관이 말하는 목소리다. 그 목소리는 분명히 우리에게 경고를 보냈다. 우리 모두에겐 이와 같은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 저항하는 사람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고 그 목소리에 따라 자신에게 진실된 방식으로 행동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가치관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저항은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한다. 짧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질문. 바로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진정한 '아니요'로 나아가려면 우리는 시선을 외부로, 즉 우리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세상으로도 돌려야 한다. 


저자인 수니타 사 박사도 순응하고 복종하며 '착한 모범생'으로 자라났고 주변 사람들이 권하는 대로 의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대학교에 진학하여 스스로 세상을 헤쳐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머릿속에 의문이 떠오른 것이다. 내가 순응해 온 무언가와 다르게 생각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대학교 3학년 때 의대를 휴학하고 복종과 권위, 반항에 관한 연구를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기로 한다. 그 후 20여 년간 심리학을 연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인 것이다. 착한 아이로 남을 것인가? 나다운 어른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것은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동의와 순응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과 진정한 '네'와 진정한 '아니요'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그때 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후회해 본 경험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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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 - 2026 뉴베리 아너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오브리 하트먼 지음, 마르친 미노르 그림, 황세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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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클레어는 또다시 발이 묶인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사무치는 슬픔 때문이었다. 인간도 자기 자식은 저렇게 살뜰히 돌보는 모양인데. 오래전 브릭베인이 길바닥에서 죽어 가던 클레어를 발견했을 때, 클레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돌보는 이는커녕, 사후 세계에서 기다리는 이도 없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대체 왜 나는 사랑받지도 못하고 고통계에서 영원을 보내야 하는 걸까?                p.101~102


죽은나무숲에 사는 클레어는 '죽다 만' 여우다. 트럭에 치일 때 한쪽 귀와 한쪽 눈만 간신히 건졌다. 반대쪽은 눈알이 제멋대로라 놋쇠 줄이 대롱대롱 달린 외알 안경을 걸치고 다녔다. 털이 듬성듬성한 가죽을 가리려고 망토도 하나 장만했다. 표면이 고르지 않은 자주색 벨벳 망토였다. 클레어는 사고 당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후 세계로 떠나는 대신 영혼들의 길잡이가 되었다. 벌써 6년 째 홀로 오두막에서 살아가며 자신을 찾아오는 떠도는 영혼들을 사후 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 일을 하고 있다. 텃밭에서 다채로운 버섯을 키우고, 사람들이 버린 책을 주워와 읽으며 고요하게 반복되던 일상은 어느 날 오소리 영혼 생강촉새가 나타나면서 달라진다. 


사후세계의 내 영역은 평화계, 쾌락계, 발전계, 고통계였는데, 이상하게도 생강촉새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자꾸만 돌아오는 거였다. 영혼의 어깨에 앞발을 살포시 얹으면, 사후 세계의 허락 아래 상대의 삶을 잠시 엿볼 수 있엇는데, 오소리에게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원래라면 떠도는 영혼은 초대받지 않는 한 클레어의 오두막 문턱을 넘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사후 세계의 모든 규칙을 깨부수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오소리는 계속 되돌아왔다. 마침 '죽은나무숲에 있는 자는 영영 사라지리라'는 헤스터파울의 예언도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다들 헤스터파울의 예언을 두고 떠들어 댔는데, 죽은나무숲에 있는 건 클레어 혼자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레어는 생강촉새를 데리고 예언자 헤스터파울을 찾아 가기로 하는데, 과연 예언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이며, 오소리의 영혼이 숲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런데 사후 세계는 왜 이런 걸 보여 준 걸까? 회상은 오직 영혼의 운명을 헤아릴 때 쓰이는데, 이번 회상의 주인공은 클레어 자신이었다. 나더러 대체 뭘 헤아리라는 걸까? 클레어는 닫빛처럼 창백한 아이의 뺨을, 망토 자락을 움켜쥔 작은 주먹을 유심히 살폈다. 아이의 엄마가 클레어에게 스웨터를 덮어 주었듯, 클레어 역시 아이에게 망토를 덮어 주었다. 다정함이 다정함으로 되돌아간 셈이랄까. 업보의 완성이었다. 선이 한 바퀴를 돌아 원이 되었다.                  p.310


성격도, 스타일도 너무 다른 클레어와 생강촉새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살아 있을 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상실을 경험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어린 클레어는 지독한 굶주림에 시달리다 인간들이 다니는 길에 가게 되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생쥐를 쫓아 큰길에 들어선 순간, 천둥 같은 굉음이 울렸고, 트럭에 부딪히며 고통에 고통이 이어졌다. 클레어를 친 트럭은 사라져버렸고, 죽은 생쥐를 집으려고 용을 썼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오소리 한 마리가 그 마저도 가져가 버렸다. 그렇게 홀로 죽어가던 차에 전임 길잡이인 브릭베인이 나타나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엄마에 대한 기억도 없었고, 평생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아본 적이 없던 클레어는 그렇게 죽은나무숲에 오게 되었던 것이다. 생강촉새 역시 가족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사랑을 받지 못한 존재도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올해 뉴베리 아너 수상작이다. 뉴베리상은 매년 가장 뛰어난 아동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세계 최고의 상이지만, 사실 어른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작품 역시 아동 문학의 카테고리 안에만 두기엔 너무나 아까울 정도로 먹먹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책을 너무 많이 읽다 보니 그만큼 감동할 일도, 눈물을 흘릴 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웬만한 수준의 작품이 아니고서야 심금을 울리는 경지에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으며 정말 오랜 만에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슬프고, 아름답고, 유쾌하고, 스릴 넘치는 모험까지 우리가 이야기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는 작품이었다. 살아 있을 때도 늘 혼자였던 여우는 죽어서도 여전히 혼자지만, 오소리와의 이상하고도 다정한 우정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슬픔을 짊어지는 법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사랑받지 못한다고 믿는 이들에게도 이 아름다운 작품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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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 - 90세 과학자의 가슴 뛰는 자연 관찰기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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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야생동물을 알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선입견이 없어야 할 뿐 아니라 인간이 동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야생동물이 인간과 비슷할 거라 단정 지으면 안 되는 과학자에겐 더욱 그렇다. 자연주의 작가 헨리 베스턴이 말했듯 동물은 우리 형제가 아니고 우리보다 하급자도 아니며, 삶과 시간의 그물에 함께 갇힌 다른 족속이자 지구의 찬란함과 고난을 함께하는 동료 수감자다.              p.178


이 책의 저자인 베른트 하인리히는 33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곤충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에 대해 가르쳤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논문을 쓰는 생활을 반복하던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정교수직을 반납하고 메인주 숲속으로 들어가겠다고 결심한다. 숲속에 혼자 살며 직접 노동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생활을 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베른트 하인리히는 뛰어난 생물학자였고, 그래서 그가 숲에서 발견한 것들은 소로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베른트 하인리히는 메인주 숲 한가운데 오두막을 짓고 살면서 숲속 곳곳을 관찰했다. 그렇게 40년간 자신만의 특별한 연구 일지를 써 내려갔고, 이 책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식물, 곤충, 조류, 포유류, 그리고 삶을 위한 전략이라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저자가 평생 토록 숲에서 만난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이후 200년이 지났으니, 현대판 소로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저자는 1만 제곱미터 짜리 콩밭을 매일 새벽 5시부터 정오까지 김을 매고 괭이질을 하며, 소중히 돌보았다. 콩밭을 돌볼 때면 날아가는 산비둘기들에 매료되기도 하고, 갈색지빠귀의 노랫소리도 듣고, 흙을 파헤치다가 느릿느릿 거드름을 피우는 점박이 도룡뇽 한 마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 보기 시작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숲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황자작나무는 어떻게 다른 나무들이 살지 못하는 바위 위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숲속 나무들은 끊임없이 경쟁을 벌이며 저마다 색다른 생존 전략을 발전시켜왔다. 




울새의 알이 왜 파랗고 임금딱새의 알이 왜 흰색에 암갈색과 자주색 얼룩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내기란 어렵겠지만, 알의 패턴이 다양하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선택압이 작용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새알의 착색이 지금 각기 다른 단계로 진행 중인 여러 진화 경로도 보여주는 셈이다. 사람의 붓 솜씨로 낼 수 없는 이 다채롭고 아름다운 외관은 미관적으로도 관찰하는 우리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알록달록 물들인다.                p.316


애벌레가 잎사귀에 남긴 암호를 분석하는 관찰도 매우 흥미진진했다. 시작은 애벌레들은 어떻게 건조한 사막의 열기와 햇빛 속에서 굵고 통통하고 촉촉한 몸을 유지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애벌레를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키워보기도 하고, 밤이든 낮이든 이동해 잎사귀를 먹는 모습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애벌레가 잎을 먹는 방식과 그것이 애벌레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다. 애벌레들은 이동 패턴과 외형의 변화를 포함한 여러 가지 방식으로 포식자의 위협에 대응하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새가 즐겨 먹는 애벌레는 자신이 갉아먹은 잎의 흔적을 위장했고, 그렇지 않은 애벌레는 숨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이를 먹고 너덜너덜한 잎사귀를 남겼던 것이다. 




까마귀를 관찰하기 위해 여섯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지켜보고, 새둥지를 조사하기 위해 절벽 근처에 굴을 파고 들어가며, 다친 딱다구리를 구조해주고 이후 딱따구리와 소리를 내며 대화를 하기도 한다. 수액빨이딱따구리와의 대화는 일주일 정도 지속되다가, 스위치를 끈 것처럼 갑자기 끝나버린다. 애초에 야생딱따구리와 신호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했다는 것부터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니 말이다. 저자의 모험이 너무도 다양하고 드라마틱해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는 흔히 숲이라고 하면 나무부터 생각하게 마련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무가 숲의 주인공은 아니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결핍의 좋은 점이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는 것 또한 놀라운 통찰이라고 느꼈다. 나무가 숲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존재인 것은 맞지만, 실은 전체를 이루는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하다. 숲에는 그 밖에도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먼지만 한 크기의 작은 벌레도, 스스로 서지 못하는 덩굴도, 사체를 먹고 사는 송장벌레도, 단풍나무 수액을 핥고 다니는 다람쥐도 숲에선 모든 존재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그걸 이해하는 순간 누구든 친구가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밖으로 나가 자연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직접 만지고, 보고, 듣고, 느끼며 관찰하고 탐구할 때만 배우는 것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생물학자가 숲에서 발견한 경이로운 세계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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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 - 90세 과학자의 가슴 뛰는 자연 관찰기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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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렌식, 과학수사의 모든 것 - 지난 200년 법과학 발전의 놀라운 이야기
발 맥더미드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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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병리학은 마치 퍼즐 조각 맞추기와 같다. 병리학자는 시식 안팎에서 발견되는 모든 특이한 요소들을 목록화하고, 그 정보 조각들을 바탕으로 사망 전 일을 재구성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인류의 모든 역사에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왜 죽었는지 이해하려고 했다. '부검(autopsy)'이라는 단어는 '직접 확인하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부검은 이러한 깊은 호기심을 채우려는 의학적 시도이다.              p.102


발 맥더미드는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로 오래 전에 만나본 적이 있다. 지금은 절판됐지만 국내에 <인어의 노래>, <피철사> 두 권이 소개된 적이 있다. 범죄 프로파일링 자료들이 꽤나 많이 수록되어 있어 가독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 다른 작품들이 소개되지 않아 아쉬웠는데, 이번에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으로 돌아왔다. 법과학도 좋아하지만, 오랜 만에 만나는 발 맥더미드의 신간이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범죄 현장에서 법정으로 이어지는 법과학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범죄소설의 소재인데, 이 책은 그러한 200년 과학수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집대성했다. 28편의 범죄소설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전에 16년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이력도 있기에 탄탄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범죄 현장에는 온갖 유용한 정보가 있고, 과학 분야의 출현으로 그 정보를 해독하여 법정에 제출하게 된 것이다. 18세기에 시작되어 19세기 이후부터는 비약적으로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졌다. 제대로 된 범죄 수사라는 개념이 막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수사 중인 범죄에 대한 가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위해 법과학이 탄생하게 된다. 현대에는 과학을 응용하여 범죄를 해결하는 것이 당연해졌지만, 그렇지 않았던 시절부터 차근차근 짚어가는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했다. 법과학의 역사는 웬만한 범죄소설 못지않는 드라마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발 톰린슨은 32년 동안 살인 현장에서 혈흔을 조사하고, 실험실에서 DNA를 분석했다. 첫 직장인 영국 과학수사연구원(FSS)에서는 1982년에 입사하여 2011년 문을 닫을 때까지 일했고, 그 후에는 LGC 포렌식스에서 일했다. 온순하고 다정한 그녀는 겉보기와 달리 혈액이 움직이는 방식, 화학적 구조, 혈액에 담겨 있는 메시지 등 혈액에 대해 잘 알고, 모든 인간 생명의 근간인 유전 암호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갖고 있다. "DNA에는 논리가 있습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현장 작업은 과학이라기보다 예술에 가까워요."               p.207


범죄 소설과 드라마의 중심에는 동기가 있지만, 실제 살인 사건 수사에서는 동기가 그다지 시급한 관심사가 아니라고 한다. 살인 사건 수사를 할 때 중심 관심사는 확실한 포렌식 증거와 수단, 기회이기 때문이다. 때로 동기가 수사관들에게 확실한 증거를 찾도록 올바른 수사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유용할 때도 있다. 반면 피해자가 범인과 친밀한 관계가 아닌 다수의 사람일 경우, 그러니까 '낯선 사람' 공격일 경우에는 동기 추적이 훨씬 어렵다. 연쇄 살인범의 동기는 불확실할 수도, 여러 갈래일 수도, 평생 동안 형성 되었을 수도, 아니면 아주 충동적이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경찰은 이해할 수 없는 기상천외의 범죄를 접하게 되면 정신질환자를 치료해본 경험이 있는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법심리학이 필요한 이유다. 거기서 더 발전해 '범죄자 프로파일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40년대에 시작된다. 프로파일링에 대해서는 일반인들도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을 통해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전문가의 인터뷰를 비롯해 다양한 과학수사의 기록물들을 통해 범죄 현장, 부검실, 디지털 추적 현장에 이르기까지 실제 사건들을 생생하게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법의병리학, 법의독물학, 지문 감식, 혈흔 분석, 얼굴 복원,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수사의 넓은 세계를 조목조목 살펴볼 수 있어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범죄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최고의 논픽션으로 앤서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베테랑 범죄 소설작가의 시선을 통해 읽어 내는 '과학수사의 모든 것' 지금 바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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