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건축 이야기 - 구마 겐고가 들려주는 일본 건축의 본질과 미래
구마 겐고 지음, 서동천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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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건축은 다양한 장소와 시간 속에서 각각 인간의 상황에 따라 정의되었고, 때로는 발견되었다. 잊어선 안되는 사실은 일본건축이 일본인만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장소에는 당연히 일본 이외의 장소도 포함되고, 정의하고 발견하는 주체가 일본인인 것만은 아니었다. 세계 스케일의 교착 속에서 일본건축의 다양성과 풍부함이 발견되고 창조되었으며 그렇게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p.58


도쿄올림픽 당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의 디자인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현대적인 여느 경기장들과 달리 지붕에 목재를 사용하고 층마다 식물을 심은 이색적인 경기장이었다. 이 건축물이 바로 구마 겐고의 작품이다. 그는 나무·종이·돌 같은 자연 재료나 지역 자재로 자연에 스며드는 건물을 짓는 걸로 유명하다. 대나무로 지은 호텔, 벽과 바닥을 유리로 만든 빌라 등 하나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았다. 서울에도 구마 겐고가 설계한 건축물이 있다. 바로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오디오 박물관인 '오디움'이다. 2만개의 파이프를 들쑥날쑥 배치해 빛에 따라 시시각각 색이 바뀌도록 만든 은빛 건물이 굉장히 이색적이다.


구마 겐고는 평소에 '일본건축'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무려 2000년을 훨씬 넘는 역사가 일본건축에 새겨져 있기에 그 대상이 너무 크고 애매해서, 쉽게 착수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가 들려주는 일본 건축 이야기는 어떨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이 책에서 구마 겐고는 건축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 건축이 변화해온 모습을 자신의 관점에서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이야기는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처음 보여주었던 타우트의 나무상자에서 시작한다. 브루노 타우트라는 독일의 세계적 건축가가 디자인한 작은 나무상자를 보며 어느 한 쪽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모순으로 가득 찬 양면성을 발견하고, 그 불가사의함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후 건축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모더니즘 건축과 디자인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일본의 목조건축은 「구체」와 「마감」이라고 하는 단순한 이분법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고 다양한 작은 요소들이 서로 합쳐지고 도와주면서 부드럽게 물리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부재 옆에는 그 부재의 습성을 잘 이해하는 기술자들이 조용히 대비하고 있어서 이 부재들이 서로 도움을 준다는 것은, 즉 기술자들이 서로 도와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관계들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건축은 완성 이후에도 부드러운 결합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이후 다양한 생활이나 세월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p.321


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번쯤 안도 다다오, 이토 도요, 반 시게루 등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 모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 상을 수상한 건축가가 8명이나 된다. 아직 국내 건축가 중에는 수상한 사람이 없는 걸로 아는데, 그래서 일본의 건축에 대해서 더 궁금한 부분이 있었다. 어떤 점 때문에 한국인은 아직 수상하지 못한 건축계의 노벨상을 이들은 8명이나 수상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물론, 세계 여러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설계해온 세계적인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쓴 이 책은 결코 수월하게 읽히지 않는다. 그가 8년에 걸쳐서 이 한 권의 책을 탈고했을 만큼 일본의 건축이라고 하는 길고도 깊은 역사를 촘촘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량이 많은 책은 아니지만, 호흡을 길게 해서 차근차근 읽어보길 권해주고 싶다. 일본의 건축가들이 서구의 양식 건축이나 모더니즘 건축과 만나게 되면서 이후 일본 건축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시대 순으로 짚어주고 있기 때문에, 건축의 시선으로 역사서를 읽는 듯한 느낌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일본 건축이 시대와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와 다른 얼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에,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로서 건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건축에 관심이 있거나, 본격적으로 건축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일본 건축에 대한 구마 겐고의 견해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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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 - 말보다 깊은 눈빛, 양조위의 삶·사랑·작품
주성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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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는 눈빛과 공기로, 표현하기보다는 침묵을 통해 역사와 시간을 봉인하는 두 인물에게서, 얼핏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는 허우샤오시엔과 왕가위 사이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접점을 목격한다. 양조위는 그 불가능할 것 같은 만남을 가능하게 했다. 영화는 다른 예술과 달리 침묵을 미학으로 만들고, 아무 행위도 하지 않는 것마저 이야기로 만든다.... 세상의 시간을 정지시키고 우주의 운동을 잠시나마 멈추게 하는 그 경지를, 우리는 양조위의 얼굴에서 보았다.                p.101


<중경삼림>,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 <무간도>, <색, 계>, <일대종사> 등 40년 동안 홍콩영화의 시간 속에서 우뚝 서 있는 배우 양조위. 그의 삶과 작품을 통해 지금은 쇠퇴해가고 있는 홍콩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주 특별한 책을 만났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을 통해 장국영이라는 배우를 추억했던 주성철 작가가 이번에는 홍콩영화의 현재를 지키고 있는 배우 양조위를 기록했다. 




이 책은 양조위의 연기 인생을 집대성한 전 세계 최초의 평전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가 있다. 문학, 미술, 음악 등 다른 예술과 달리 영화에는 관객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배우'라는 존재가 있다. 그래서 최근 안성기 배우의 부고를 들었을 때 마음이 쓰였던 것처럼 배우들의 시간은 우리 각자의 삶과 함께 흘러가며 역사를 쌓아가는 것 같다. 


홍콩은 어느 골목에서는 <중경삼림>을 만나고, 어느 식당에서는 <화양연화>가, 어느 밤거리에서는 <천장지구>가 떠오르는 나라이다. 홍콩을 생각하면 몰려드는 거대한 이미지들은 대부분 홍콩영화 속 그것이 아닐까 싶다. 허름하고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는 건물들을 보며 꼭 홍콩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하고, 양조위가 거닐었을 법한 거리를 찾기 위해 밤거리를 돌아다녀 본 적도 있다. 나처럼 홍콩과 홍콩영화를 함께 기억하고 있다면, 이 책이 정말 선물처럼 느껴질 것 같다. 실제로 이 책을 읽는 내내 오래 전 홀릭했었던 그 시절 홍콩 영화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지 않았을까. <중경삼림>을 보며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 빠져본 적이 

있다면 말이다. 



"새해는 무슨 새해야, 그냥 살아가는 거지."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살면 살아진다"라는 대사를 연상시키는 이 말은, 영화 <류맹의생>(1995)에서 '양아치 의사' 혹은 '츤데레 의사'라 불리는 양조위가 새해 파티를 제안하는 사람들을 물리치며 투덜대듯 내뱉는 대사다. 이 장면을 무척 좋아한다. 1년 365일 중 4월 1일이 되면 우리가 자동적으로 장국영을 떠올리듯, 연말연시가 되면 SNS에 이 대사가 담긴 양조위의 '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p.238


이 책은 표지사진부터 특별한데, 지금껏 세상에 공개된 적 없는 <해피 투게더> 촬영 당시의 미공개 현장 스틸이기 대문이다. 그리고 이 사진을 초판 한정으로 도서에 삽지된 엽서로도 소장할 수 있다. 이미 유명한 배우였을 때 영화에서 만났기에, 그의 무명 시절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가 배우로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 과정을 만날 수 있어 더 뜻깊은 시간이었다. TVB ‘오호장’의 막내로 사랑받던 청춘기부터 허우샤오시엔과 오우삼을 거쳐 홍콩영화 뉴웨이브의 중심에 섰던 도약기, 왕가위의 페르소나로 고독과 침묵의 미학을 완성한 시절까지 이 책을 통해 모두 만나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 책은 방대한 자료와 사진들을 바탕으로 쓰였기에 우리를 홍콩영화에 열광했던 그 시절로 데려간다. 영화잡지 〈키노〉를 시작으로 〈필름2.0〉, 〈씨네21〉을 거쳐 <씨네플레이>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영화평론가 주성철은 홍콩영화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특유의 입담과 깊은 통찰과 섬세한 해석이 페이지마다 고스란히 묻어져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장국영의 적극성과 대비되는 양조위의 소심함이라는 미덕, 악역의 얼굴 뒤에 숨겨진 끝없는 슬픔, 언제나 영화 속에서 말을 아끼고 상대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하며, 주변의 공기마저 정지시키는 고요한 침묵의 순간을 창조해내는 배우... 등 잘 직조된 문장으로 한 배우의 드라마틱한 필모그래피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화려함보다 소박함을 택하고 과시보다 절제를 앞세우는, 그래서 날카롭게 번쩍이는 칼날이 아니라 보는 각도에 따라 은은한 광택을 드러내는 도자기 같은' 배우 양조위를 통해 이제는 멸종 위기에 처한 홍콩영화의 시간 속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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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 코딱지 3 : 마음의 빛을 밝힐 것 야광 코딱지 3
도대체 지음, 심보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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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귀여운 우리 동네 히어로 <야광 코딱지> 세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야광 코딱지로 이웃을 돕는 히든 히어로 단지에게 사상 최대의 위기가 생긴다. 심한 감기에 걸리고 나서 거짓말처럼 야광 코딱지의 빛이 모조리 사라져 버린 것이다. 더이상 빛나지 않는 야광 코딱지로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가 없다. 


게다가 '명탐정 예리의 미스터리 추적 일지'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전학생 예리가 야광 코딱지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미스터리 현상을 관찰하고 조사하는 걸 좋아하는 예리에게 어두워지는 빛이 나는 야광 코딱지야말로 신기한 물질이었으니 말이다. 과연 단지는 예리의 날카로운 추적을 피해, 잃어버린 야광 코딱지의 빛을 되찾을 수 있을까. 




단지네 가문에 내려오는 비밀 중에 하나는 드물게 야광 코딱지를 지니고 태어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단 야광 코딱지를 지닌 자손이 태어난다면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하며, 야광 코딱지는 반드시 정의로운 일에 써야 한다. 그 말이 '야광 코딱지를 가진 사람은 누군가를 돕는 영웅의 운명을 지녔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기에 단지는 항상 코딱지를 보관하며 누군가를 도와줄 상황에 나서곤 했다. 그렇게 잃어버린 강아지 깐돌이를 찾는 과정에서 활약했고, 친구 미래의 단골인 장미 이모의 토스트 가게에서도 붉을 밝혀주며 도움을 주었다.




아파트 단지가 정전이 되어 에어컨도 선풍기도 먹통이라 난리였는데, 놀이터에 모여든 사람들을 위해 단지가 아이디어를 낸다. 코딱지 반죽을 아빠의 도움으로 수타면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수타면이 된 야광 반죽으로 놀이터를 꾸미기 시작하는데, 그넷줄을 따라 감고, 줄넘기가 되기도 하고, 시소도 꾸미고, 집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덕분에 놀이터가 환해져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며 신나게 놀게 되었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즐거운 모습을 보며 단지는 기분이 으쓱해졌다. 이렇게 첫 번째, 두 번째 이야기에서 야광 코딱지의 활약을 보여 주었다면, 세 번째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위기가 닥쳐와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야광 코딱지가 또 어떤 활약을 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고, 우리의 꼬마 영웅 단지가 위기를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응원하며 읽는 것도 좋다. 말랑말랑하면서 밝게 빛나고, 고무찰흙처럼 반죽할 수 있고, 어두워지면 빛이 나는 형광물질로 위기를 겪는 이웃들을 도와주고,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을 도와준다는 설정부터 신선했던 <야광 코딱지> 시리즈는 매번 새로운 발명품으로 재미를 더해주었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고, 조명이 고장난 토스트 가게의 불을 대신해주고, 한여름밤 놀이터를 신나는 놀이공원으로 변신시켜주고, 오징어잡이 배를 밝혀주기도 했다. 


스토리에 앞 뒤에 별도로 구성한 페이지를 엿보는 재미도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선 단지의 아침일과, 저녁 일과를 통해 야광 코딱지를 모으는 방법을 보여주었고, 두 번째 이야기에선 고단지의 비밀 노트, 단지의 발명품 리스트를 통해 다양한 활용 방법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단지의 집 구석구석에서 야광 코딱지를 찾아보는 숨은 그림 찾기와 새로운 발명품이 소개되었다. 9월에 나올 네 번째 이야기에선 또 어떤 활약을 보게 될지 기대가 된다.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세상을 밝히는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작품을 통해 빛나는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 그 자체라는 것을 배우는 시간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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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 - 도망친 곳에서 인생을 다시 짓다
패트릭 허치슨 지음, 유혜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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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마르며 나오는 김이 창문을 뿌옇게 만들었다. 몸이 마르고 따뜻해지는 동안 달아오른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으면 행복감이 온몸으로 퍼졌다. 언제나 그랬듯 오두막은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제공해 줬다. 때로는 베이스캠프였고, 때로는 피난처가 돼줬다. 힘차게 출발하는 곳이 됐다가 무사히 착륙하는 곳이 되기도 했다. 우리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도 언제든 믿고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이었다.                p.161


지역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저자는 일상에 치여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조금씩 팔아넘기고 있었다. 일거리는 어쩌다 하나씩 들어왔고, 보수는 형편없었으며, 고생이 끊이질 않았고, 나날이 스트레스만 쌓이며 의욕은 꺾여갔다. 완전히 길을 잃은 상황에서 그는 우연히 중고직거래 사이트에서 숲속의 허름한 오두막 한 채를 사게 된다. 어린 시절 자랐던 숲에 대한 향수와 도시로부터 삶을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에서 ‘MZ판 월든’으로 화제를 모은 이 책은 낡은 오두막을 직접 수리하고 채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삶도 조금씩 고쳐지는 놀라운 경험을 담고 있다. 물론 전기도 와이파이도 없는 아날로그 공간이 주는 낭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난로를 설치하기 위해 지붕을 뚫고, 헐거워진 천장 구석에서 단열재가 비처럼 쏟아져 사방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기도 한 것이 실제 현실이었으니 말이다. 문과 바닥의 수평도 맞춰야 했고, 데크를 덮고, 화장실을 정하고, 진입로의 늪도 메워야 했다. 전기, 수도, 배관, 전선, 욕실, 조명, 와이파이, 휴대전화 신호 등 설비라고는 무엇 하나 없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 오두막은 그냥 지붕을 얹고 문을 낸 나무 상자였다. 저자는 그래서 더 완벽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건축과 목공에 대한 어떠한 지식도 없이 망치와 못으로 오두막을 수리해 가는 과정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점차 그의 삶에 부족했던 것들을 채워주는 경험이 된다. 도시의 바쁜 삶에서 잊고 지냈던 삶의 감각과 속도를 되찾게 된 것이다. 




오두막은 조용히 우리의 감정을 부추기는 응원단 같았다. 내면에 있는 자기 의심의 찌꺼기를 치우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줬다. 자연스레 오두막을 방문하는 일에 중독됐다. 결심만 하면 규칙적인 운동, 채소 섭취, 충분한 수면에도 중독될 수 있지 않나. 오두막에 들를 때마다 명확해졌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원하는지, 그런 인생을 누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그래서 우리는 계속 오두막을 찾았다.                p.285


저자는 친구들과 함께 주말마다 오두막에 가서 수리를 시작한다. 목재 수백 달러 치와 아무도 사용법을 모르는 공구가 한가득 든 트럭, 그리고 세 대의 차를 나눠 타고 온 여섯 명의 바보 군단이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말한다. 매년 집, 여자 친구, 직장이 달라지던 자신에게 드디어 불변의 장소가 하나 생겼다고.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안이 됐다고 말이다. 그리고 실제 몸으로 부딪혀가면서 작업을 해나가는 동안 책상이나 컴퓨터 앞에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몰입감을 경험한다. 몇 년째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을 했지만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없었던 것이 비해, 오두막은 아주 또렷한 현실에 존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오두막의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체험하면서 인생의 95퍼센트를 차지하는 안락한 생활에 감사하게 된 것이다. 


숲속 오두막에서의 소소한 노동이 불치병처럼 따라다니던 무기력과 불면증을 단번에 해결해주었다는 점 또한 의미 심장하다. AI와 알고리즘으로 매끄럽게 작동하는 세계의 한편에서, 비합리적이고 불편한 일들로 가득찬 아날로그의 세계만이 줄 수 있는 힘이니 말이다. 누구나 첨단 기술의 홍수 속에 살면서 디지털 디톡스와 단순 노도에 대한 숨겨진 욕구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실천할 일이 없기에 도시에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것들이지만 말이다.  비 오는 날 녹슨 지붕을 툭툭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 오두막 밖의 싸늘하고 축축한 공기, 난로 앞에서 몸을 데우고 말리는 기쁨,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짙은 삼나무 향과 온기 또한 냉난방 잘 되고 인공적인 향으로 채워진 도시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결코 할 수 없는 모험이기도 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삶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 책이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어느 날, 삶의 방향과 목표를 찾을 수 없어진 순간 만나보길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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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라면 가게
최설희 지음, 김덕영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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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북적북적 오고가는 초등학교 앞에 오래도록 골목을 지키고 있는 라면 가게가 하나 있다. 바로 너구리와 다시마의 라면 가게. 이곳은 특별한 손님을 위해 특별한 라면을 끓여 내는 곳이다. 고민과 걱정을 마음속에 짊어지고 있는 아이들만 찾아올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라면 가게를 찾는 손님이 영 뜸해졌다. 너구리 요리 경력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때 라면 가게 앞을 지키는 풍선 인형의 손짓이 빨라진다. 그건 바로 고민이 있는 아이, 마음에 남모를 상처가 있는 아이가 나타났다는 신호였다. 너구리와 다시마가 건넨 라면 한 그릇을 받아들고 고민을 해결할 손님은 누구일까?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 먹고 싶은 걸 맘껏 먹을 수가 없는 비키, 이미 한 달 용돈을 다 써버려서 라면 사 먹을 돈이 없는 준우,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에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운 승희.... 너구리와 다시마의 라면 가게 손님들이다. 과연 이 아이들은 특별한 라면을 통해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른도, 아이도 무장해제시키는 음식이야말로 바로 라면일 것이다. 그렇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을 소재로 만들어진 동화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무해하고 다정한, 어린이 분야 최초 라면 판타지 동화가 아닐까 싶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타난 어린이 손님에게 화려한 솜씨로 딱 맞는 라면을 만들어 내는 너구리의 요리 솜씨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화와 만화를 자유롭게 오가는 구성이라 저학년 아이들부터 라면을 좋아하는 고학년 아이들까지 모두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국민 간식인 라면의 역사와 라면에 관한 각종 질문을 모아 둔 페이지도 있어 유익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라면 브랜드 농심과의 협업을 통해 출간한 동화라서 페이지 곳곳에 라면이 등장한다. 각 장면에 등장한 라면들은 특별 레시피로 소개되어 있어 누구나 직접 요리해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토마토와 계란이 들어가는 신토달마, 육개장 사발면을 이용한 육사 피자, 배홍동 비빔면을 이용한 배홍동 물비빔면까지 세 가지 라면 레시피를 만나볼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에 등장하는 라면을 직접 만들어 보면 더 뜻깊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리를 통해 직접 해보는 독후활동이라니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소식! <너구리 라면 가게> 두 번째 이야기가 3월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또 어떤 특별 라면 레시피를 만날 수 있을지, 아이들의 고민과 걱정을 어떻게 해결해 줄지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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