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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삽니다
예세 휘센스 지음, 마리케 텐 베르헤 그림, 정신재 옮김 / 노란코끼리 / 2022년 12월
평점 :
어두컴컴해요. 무려 5개월간이요. 제가 사는 북쪽 지방에선 기나긴 겨울 동안 빛을 보기 무척 어렵습니다. 제가 울부짖는 모습이 보이나요? 제가 달을 향해 울부짖는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제 늑대 무리를 향해 소리를 내는 거예요. 제가 이끄는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 늑대와 함께 말이죠... 사실 우리는 혹한기에 살아남기 위해 지방을 저장해야 해요. 커다란 먹잇감이 없다면, 북극 토끼나 북극 여우, 심지어는 둥지를 만드는 새들이라도 먹어야 해요. p.25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점점 녹아서 북극곰들이 먹이를 구할 데가 없어지고 있다. 작은 빙하 위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북극곰의 모습은 환경 다큐멘터리, 동화책 등으로 자주 보았을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점점 높아지면 생태계 환경이 변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생물들이 멸종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 것은 사람들이고, 결국 그 영향은 고스란히 우리에게로 올 수밖에 없다. 지구의 환경 문제에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동물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그림책은 북극에 사는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북극 동물'들의 진짜 이야기, 우리가 외면했던 북극에서의 진짜 특별한 하루를 만날 수 있다. 책을 펼치자 마자 북극의 빙하와 오로라가 눈부시게 우리를 맞이한다. 새끼 북극곰과 어미 북극곰이 점점 녹아서 사라지고 있는 빙하 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온통 바다의 푸른 빛과 빙하의 순백색, 그리고 오로라의 신비로운 에메랄드 빛으로 칠해진 아름다운 공간이지만, 그 속에 사는 북극 동물들의 세상도 과연 그럴지 의문이 들었다. 특히나 극지방은 기후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지역이라, 북극의 자연은 매우 약해진 상태이니 말이다.
저는 곰 종류 가운데 바다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유일한 곰이에요. 제 학명이 이를 잘 말해주죠. 제 학명의 뜻은 바다곰이에요. 하지만 얼어붙은 바다여야 해요. 얼음이 없으면 저는 갈 곳이 없어요. 저는 지름이 최대 30센티미터에 달하는 제 다리로 아주 얇은 얼음판도 걸을 수 있어요... 하지만 기온이 상승하고 있으므로, 얼음이 이곳저곳에서 얇아져만 가요. 그래서 제 사냥 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죠. 전 천적은 없는데요. 없어져 가는 얼음 그 자체가 저에게 가장 큰 위협이에요. p.38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광활한 자연, 엄청난 추위를 견디면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그린 그림들은 사진보다 더 아름다웠다. 순록, 북극고래, 북방족제비, 하늘다람쥐, 수달, 바다쇠오리, 스라소니, 외뿔고래, 북극토끼, 범고래, 흰올빼미, 혹등고래, 바다코끼리 등 35종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각각의 동물들이 화자가 되어 친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라 그들이 하는 말에 더 공감하면서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지금 북극의 환경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그곳에 사는 동물들의 삶이 어떤지, 그리고 북극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곳인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루돌프 사슴코의 바로 그 순록은 일 년에 무려 5,000킬로미터를 걷는다는 것, 북극고래는 무려 80,000킬로그램이나 되는 몸을 끌고 물 밖으로 점프할 수 있고, 북방족제비는 겁에 질리면 스컹크처럼 멍해지는 액체를 뿌리고, 하늘다람쥐는 절대로 바닥으로 내려오지 않아도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고, 하얀색으로 보이는 북극곰의 털은 사실 투명에 가깝고, 털 속의 피부는 검은색이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빛이 털에 반사되어 하얀색처럼 보이는 거라고 하니 말이다. 천적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육식동물에게 가장 큰 위협이 사라져 가는 얼음 그 자체라고 하니 슬퍼진다. 왜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북극의 세상을 보존하려면 우리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연을 지키고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이들 북극 동물들을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북극동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명의 가치와 지구의 소중함을 배워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